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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릭 이슈] ‘연예인 파일’수사 파장 어디까지?

    [클릭 이슈] ‘연예인 파일’수사 파장 어디까지?

    전국에 핵폭풍을 몰고 온 이른바 ‘연예인 X파일’ 사건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무한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연예인들은 파일 제작 책임자인 제일기획 등을 상대로 집단 형사고소와 광고 출연 거부라는 초강수로 맞서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런 가운데 파일 작성에 참여한 기자·리포터의 인터뷰 과정을 담은 녹취록의 존재 유무 등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의 파장은 더욱 요동치고 있다. 과연 이 사건의 종착점은 어디며, 게임의 승자와 패자는 누가 될까. 또 사건이 남기게 될 ‘양지’와 ‘음지’는 어떤 모습일까. 몇몇 화두를 중심으로 짚어봤다. ●“끝장볼 것”vs“협상 가능성” 파일에 연루된 99명의 인기 연예인들은 지난 21일과 26일 각각 ‘연예계 X파일 비상대책위(비대위)’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을 통해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측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이들은 “이번만은 다르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전지현·박신양 등 스타 연예인들이 대거 소속돼 있는 싸이더스HQ 관계자는 “그동안 숱한 연예인들이 언론사·기업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소위 ‘왕따’의 우려 때문에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이번엔 개별적이 아닌 집단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연예인들은 집단 대응 움직임에 동참을 하면서도, 내심 제일기획과의 조속한 협상을 바라고 있어 해당 연예인들간의 ‘균열 조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 특히 실명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집단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연예인도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톱스타야 별 상관 없겠지만, 상당수 연예인들은 길게는 2년 이상 진행될 소송 기간 동안 활동 입지도 줄고 금전적 손해도 엄청나게 볼 것”이라면서 “제일기획측에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인 뒤 협상에 응하는 수순이 서로가 ‘윈-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승자 없는 게임?” 이번 사건과 관련,“모두가 패자.”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송에 휘말린 연예인·기획사, 파일을 제작한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 정보를 건넨 연예 담당 기자와 리포터 등은 소송의 결과와 상관 없이 모두 “손해 보는 장사”라는 얘기다. 국가 차원에서도 ‘한류열풍’이 급속히 사그라지는 등 타격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의 ‘클릭수’를 높이는 데 호기를 잡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만 이익을 봤다.”고 꼬집는다. 법률전문가들은 제일기획과 동서리서치는 파일에 수록된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문에 응한 기자와 리포터들은 형사소송의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개인정보 제공의 대가(20만원 상품권)를 받았기 때문에 민사상으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 스포츠지 기자는 “무엇보다 취재원과 회사측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독 보다 약 될까?” 한편 이번 사건을 둘러싼 ‘그늘’도 많지만,‘양지’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연예인들은 결과야 어떻든간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인 개인정보의 유통 방식을 한차원 성숙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래원 등이 속한 블루드래곤 관계자는 “‘재발방지’ 차원에서 이번 소송은 의미가 있으며, 그 핵심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전제한 뒤 “정부부처의 밥그릇 싸움으로 수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 근거 없는 허위정보로 연예인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줄어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녹취록’의 존재 등이 이번 소송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법무법인 ‘한결’측은 “기자와 리포터들이 동서리서치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의 일부를 담은 CD형태의 녹취록을 확보하고 있으며, 소송 추이를 봐가며 적절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입수경로와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설문 조사시 응답자들의 협력 정도가 가려질 수 있어 기자·리포터들은 물론 설문 담당 관련자들까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예인들의 추가 소송은 물론 검찰 수사도 더 광범위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연예계에 보다 강력한 핵 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서울광장] 정책 유연성이 돈을 번다/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책 유연성이 돈을 번다/육철수 논설위원

    정책은 일관성도 좋지만 유연성은 더 중요하다. 한 시대에 최선으로 여겼던 정책이 수십년 뒤 골칫덩어리로 바뀌는 것은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탓이다.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1960∼70년대에 정부는 밤나무 등 유실수 심기를 권장했다. 그게 지금 어떻게 돼 있나. 밤나무는 처치가 곤란한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소득이 오르면 국민의 입맛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검토가 없었던 탓이다. 가족계획은 타이밍을 놓치긴 했어도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인구 증가를 막으려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다가, 언제부턴가 딸·아들 구별말고 하나만 낳자고 했는가 하면, 지금은 셋이라도 좋으니 많이 낳으라고 등쌀댄다. 하지만 시류를 따랐다는 측면에서 정책의 유연성은 평가할 만하다. 근자에 벌어지고 있는 개발과 보전의 첨예하고도 지루한 논리대결도 따지고 보면 시대 변화에 따른 정책의 유연성 결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방사성폐기장(방폐장) 건설사업, 새만금사업, 고속철도사업 등 굵직굵직한 국책사업들은 하나같이 환경보전의 덫에 걸려 흔들리고 있다. 개발의 가치보다 환경의 가치가 크게 높아졌는데도 일관성을 고집하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사업마다 환경가치를 보완하면서 추진했더라면 장기 표류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그 바람에 나라 곳곳에선 뭉칫돈이 술술 새나간다. 보이지는 않지만 사라지는 나라 돈이 너무 아깝다. 연기처럼 날아가는 돈이 하루에 수십억원인지 수백억원인지 모르는 판에 내 주머니 돈이 아니라고 모른 척할 수도 없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에 1차적 책임이 있다. 방폐장은 1986년 경북 영덕을 필두로 최근 전북 부안에 이르기까지 19년간 후보지를 5군데나 선정했다가 불발됐다. 담당 공무원들은 그동안 광고·홍보비로 쓴 국고만 수천억원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희망이 안 보이니 딱한 노릇이다. 부존자원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나라에서 원전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지역주민을 제대로 설득해왔는가. 술 사주고 밥 사줘서 선심이나 얻으려 했고 지역발전기금 3000억원 앞세워 훈계조로 나서는데, 어느 주민이 얼씨구나 좋다 하고 받아주겠는가. 새만금사업은 어떤가.14년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2조 2000억원을 쓸어부어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루만 공사를 못해도 3억원씩 손실이 난다는 중요한 사업을 농림부는 아직 용도지정조차 못 했다니 기가 찬다. 법원이 정부와 환경단체에 조정권고를 내렸는데, 권고 수용이 무산됐으니 다음달 1심 판결에 이어 2·3심까지 가야 할 판이다. 환경전문가들과 깊이 상의해서 일을 진척시켰더라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역시 정책의 유연성 결여가 일을 그르쳐 놓은 사례다. 경부고속철도의 경남 천성산 터널 공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난해 8월 중단됐던 공사는 11월 말 재개됐지만 대법원에 재항고된 상황이어서 불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사가 지연되면 하루 손실이 70억원이고 완공이 1년 늦어지면 2조원이 더 든다는데, 잠시라도 지체하면 이 또한 국고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미 수년∼십수년 전부터 추진된 국책사업이 주춤거려서도 안 되겠지만 환경의 시대적 가치를 외면할 순 없다. 나라의 빚이 240조원에 이르고 정부가 재정이 부족해 국민의 미래를 보장할 연금에서 수조원을 빌려쓰는 마당이다. 사회·경제적 비용을 허비할 만큼 나라에 돈이 남아도는 것은 아닐 터이다. 국익과 공익을 위한 결단은 빠를수록 좋으나 합리적이어야 국부(國富)유실을 막는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정책입안자들은 좀 더 멀리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데스크시각] 국책사업 ‘새만금’ 해결법/임송학 지방자치부 부장급

    국책사업은 나라의 발전을 위해 국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사업목적과 추진방향을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예산을 투입해 시행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적지 않은 국책사업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책사업의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한때 정부가 국가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재검토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특히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셀 경우 국책사업은 표류하기 일쑤다. 새만금사업만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책사업도 드물다.1991년 착공 당시 서해안시대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었던 새만금사업은 96년 7월 수질오염 논쟁이 시작되면서 대표적인 반(反)환경사업으로 매도되고 있다. 99년 5월부터 2년간,2003년 7월부터 2004년 1월까지 6개월간 두차례나 공사가 중단되는 진통을 겪었다.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 종교계까지 개입되면서 심각한 국론분열을 가져왔다. 법정으로까지 비화된 새만금사업은 국책사업 추진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는 뼈아픈 선례를 남기게 됐다.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이 조정권고안을 내놓아 ‘새만금 논쟁’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5년 전 민관공동조사단을 구성해 13개월간 8억원을 들여 연구했지만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던 새만금사업이 또다시 표류하게 된 것이다. ‘환경’이냐 ‘경제성’이냐를 둘러싼 끝없는 공방이 예상된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7년 동안 논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부는 우선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사법부가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기 전에 문제의 핵심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원리원칙에 입각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형 국책사업이 표류하는 것은 정부의 애매모호하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서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불협화음은 금물이다. 정부와 전북도, 환경단체 등이 동상이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이에 국민의 혈세로 쌓은 방조제는 계속 바닷물에 유실되고 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이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이 엄연히 존재하는 민주국가이다. 이제 정부가 마구잡이식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하던 시대는 끝났다.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이 국가를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밀어붙이던 행정수도 이전사업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좌절되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확인했다. 새만금사업 또한 법원에 의해 재단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새만금사업에 대해 분명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존심과 명분보다는 국익에 보탬이 되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력과 재원을 낭비하지 않고 끝없는 소모전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국책사업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주먹구구식 국책사업이나 정치적 타협에 의해 시작된 국책사업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는 사실을 정부는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임송학 지방자치부 부장급 shlim@seoul.co.kr
  • 정부 새만금조정안 거부할듯

    정부가 새만금사업의 장기 표류 가능성 등을 내세워 법원의 새만금사업 조정권고안을 거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7일 새만금 간척사업의 용도측정을 위한 민관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방조제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정권고안을 냈었다. 2001년 새만금 간척사업의 취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던 환경단체들은 이미 조정권고안 수용 방침을 공식 발표한 상태다. 24일 농림부와 전라북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위원회 구성과 토지이용계획, 수질대책 등을 마련하는 데 2∼3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새만금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고 수용거부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위원회가 실제로 구성돼 용도측정 등 과정을 거치더라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대안을 내놓을 경우 정부가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해경, 표류 北주민 2명 구조

    3일 오전 7시40분쯤 경북 울릉도 북방 20마일 해상에서 15일 동안 동해상을 표류하던 북한 주민 2명을 태운 선박을 속초선적 게 통발어선 79t급 영진호(선장 박봉학·49)가 발견, 오전 8시30분쯤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해경에 따르면 길이 3m의 2t급 목선인 전마선에는 김모(35·함흥시 단천)씨와 나모(40·〃 〃)씨 등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있었다.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 5일 오후 함경남도 함흥시 단천항을 출항해 게잡이를 하다 지난 9일 오후 5시부터 기관고장 및 연료 부족으로 동해상을 표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속초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 정도령은 누구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 정도령은 누구인가

    ●정도령과 진인 ‘정감록’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계룡산 밑에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된다는 ‘정도령’이다. 달리 ‘진인(眞人)’이라고도 한다. 누구나 빤히 아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만 따져들면 실체가 애매한 것이 바로 그 진인이고 정도령이다. 실체를 잘 모르면서도 사람들은 정도령에게 제법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 해 전 일이었다. 대기업 총수 정모씨가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는데 당시 칠순 노인이던 그를 가리켜 ‘정도령이 나왔다.’며 사람들이 수군댔다. 도령치곤 참 늙은 도령이었다. 맨손으로 일어나 굴지의 대기업을 키운 사람이었던 만큼 그 뚝심이면 못 할 일이 없다고들 봤던 것일까. 하여간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그 뒤에도 정도령 감은 몇 명 더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정도령이란 칭호는 ‘정감록’에 안 보인다. 고작 ‘정성(鄭姓)’ 또는 ‘진인(眞人)’이 언급되는 정도다. 때론 그 정씨와 진인이 같은 인물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내가 조사해 보니 민중들이 쉬쉬하며 진인의 출현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됐고, 한참 뒤 그 진인이 정씨라는 예언이 등장했다.18세기 후반 들어 ‘왕조실록’에 ‘정성진인’이란 단어가 보인다. 물론 체통 있는 양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정감록’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에 섞인 단어다. 그런데 정진인이 난데없이 웬 도령인가? 알다시피 도령은 양반집 사내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도령은 정진인에 대한 일종의 애칭이다. 도령이란 호칭을 달리 풀이할 수도 있다. 진인이 초능력자라 해도 정식으로 민중 앞에 나서기 전엔 아직 검증이 안 된 인물이다. 시쳇말로 딱지를 못 뗀 일종의 미성년이다. 진인으로 검증을 받을 때까진 정도령, 검증이 끝난 한참 뒤에는 성스러운 임금이다. 진인이 정씨라는 수사의 논리는 무엇인가? 정감록에 그 답이 있다. 이 예언서는 이성계의 조상인 이심, 이연 형제와 정몽주의 선조 정감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돼 있으나 3인이 두 집안의 실제 조상은 아니었다. 상상속의 인물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민중은 유독 정감을 더 사랑했다. 엄밀한 의미에선 책 제목을 3인의 대담집이라 해야 옳을 테고 실제로 ‘정이문답(鄭李問答)’이라 한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매우 드문 경우고 대개는 ‘정감의 기록’이란 뜻에서 ‘정감록’이라 불렀다. 그 제목엔 역사의 승리자는 조선왕조의 적대자들, 즉 정씨 성을 가진 진인과 그의 추종자들이라는 주장이 담겨있다. 그런데 새 왕은 왜 하필 정씨여야 하는가? 정씨는 ‘정감록’의 맥락에서 볼 때 고도의 상징성을 지닌다. 조선왕조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정씨로 대표된다는 뜻이다. 이 주장의 배후엔 민중들의 집단적 기억이 배경에 깔려 있다. 민중은 조선태조 이성계의 즉위를 반대하다 죽은 정몽주 이야기를 잊지 못했다. 조선왕조 건설의 주역이었으나 태종에게 제거된 정도전, 선조 때 역적으로 몰려 죽은 정여립, 영조 때 일어난 반란 사건에 연루된 정희량의 이름을 들먹이기도 했다. 정씨는 조선왕조와 상극(相剋)이므로, 새 나라는 반드시 정씨가 왕이 돼야 한다는 민중의 주장이었다. 따지고 보면 김씨, 이씨, 박씨 등 다른 성씨 중에도 역모에 휘말려 죽은 사람은 수두룩했다. 그런 점에서 정씨 자손이 다음 세상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논법은 너무 순박하다. 진인이 반드시 정씨 집안에서 출생해야 될 이유는 없었다.20세기 전반 어느 종교 운동가는 ‘정(鄭)도령’은 ‘정(正)도령’이라고 했다. 정씨 진인설의 핵심을 찔렀다고 본다. 정도령은 성씨가 무엇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민중이 믿고 따를 만큼 도덕적인 사람인가가 최고 검증요건이었다. ●진인이란? 조선시대엔 성리학이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였고, 그에 따르면 ‘도덕군자’가 제일이었다. 그 군자를 제쳐 두고 갑자기 왜 진인이란 생소한 존재가 나타나 왕조를 뒤엎는가? 그 이유를 나는 민중의 숨은 뜻에서 찾는다. 새 시대는 군자 되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큰소리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민중의 노여움이 느껴진다. 성리학을 아주 폐기처분하지는 못할망정, 민중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뜻을 그렇게 밝힌 것이다. 진인(眞人)의 사전적 정의는 참된 도(道)를 깨달은 사람, 또는 진리를 체득한 사람이다. 진인이란 표현은 본래 도교 용어다. 영어로 된 도교전문 서적을 뒤적여 봤더니 ‘완벽한 인간 존재(perfect human-being)’라고 한다. 인간적 한계를 초월한, 신선과 비슷한 존재가 도교의 진인이다. 불교 쪽은 어떤가 싶어서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현대의 임제선에선 진인을 핵심개념으로 삼고 있다. 몇 해 전 어느 신문 기자가 서옹 스님(전남 장성 백양사 고불총림 방장)에게 진인의 개념을 물었다. 그때 서옹의 답은 이러했다. “거짓말 없는 사람이 ‘참사람’이지. 거짓이 없으면 양심에 부끄러울 게 없고, 양심이 깨끗하면 절대 자유로울 수 있는 거야. 정치인, 경제인, 관리들 정말 거짓말 너무 많이 하더군.” 서옹 덕분에 현대 불교의 진인 개념이 명료해졌다. 진인은 절대자유인이라 불릴 만한 참사람, 수행의 최고단계에 오른 사람이다. 조선후기 민중은 그런 진인이 나와서 세상을 확 뒤집어 놓기를 바랐다. 정감록에 함께 실린 예언서 ‘동차결(東車訣)’에는 진인왕이 건국한 뒤엔 불교신자가 대접받는다고도 되어 있다. 불교적 진인관이 맥맥이 흐르고 있다. 이 글을 쓰다 말고 잠시 나는 호남지방에 퍼져 있는 진묵 대사 설화를 떠올렸다. 진묵은 석가모니의 현신이었다는 전설도 있긴 한데, 그는 발달된 기계기술 문명을 가져다 백성들의 고생을 덜어주려고 잠시 서역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육신은 절간에 두고 진묵의 영혼만 잠시 떠났던 것인데, 속된 유학자 김봉국이 그 육신을 불태우는 바람에 그만 개화의 꿈이 허망하게 무너졌다고 한다. 사실 진묵은 17세기 인물이었고 문명개화와는 무관하였다. 그럼에도 일부 민중은 유교가 못 이룬 개화의 꿈을 진묵이라면 이룰 수 있었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민중이 기다리던 진인은 도덕적으로 특출한 인물이어야 했다. 그런데 도덕성을 통치자의 필수요건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민중의 생각은 양반들의 정치관을 닮았다. 유교의 성현(聖賢)이 진인으로 대체되고 만 느낌이다. 민중은 기존질서에서 벗어나고자 애썼지만, 제도가 아니라 인물을 최우선으로 삼는 유교적 사유의 틀에 갇혀 버렸다. 그런 한계를 인정해도 민중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부정하고 대안을 궁리하였다는 사실은 무척 중요하다. 민중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진인은 구원자라는 점에서 미륵불 또는 기독교의 재림 예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예수의 재림에 앞서 벌어질 아마게돈에서의 선악의 일대결전이나 최후의 심판 같은 것은 진인의 출현과 무관하다. 진인이 세상에 나올 때 전쟁과 환난이 예정되어 있긴 해도 그것으로 역사가 완결되지는 않는다. 예수는 죽은 사람의 영혼까지도 불러다 영생을 준다지만 진인은 산 사람들을 좀더 살기 좋은 사회로 이끌 따름이다. 진인은 미륵불처럼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성불시키지도 못한다. 진인의 문제해결은 한시적이고, 부분적이다. 진인은 예수나 미륵불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때가 이르면 환상의 섬에서 나올 진인 현대의 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조선후기 민중은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고 보았다. 깊은 산골짜기의 신비한 동굴도, 오랜 암자도 아니었다. 바다 한가운데 이상향으로 상정된 섬이 있고, 거기서 때가 되면 진인이 출현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상향을 말하다 보니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로 시작되는 제주의 이어도 타령이 생각난다. 그 노래에는 이어도에 살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이어도는 파랑도라고도 하는데 제주도 남제주군 마라도(馬羅島)에서 서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수중섬(水中島)이다. 엄밀히 말하면 암초(暗礁)다. 해수면 아래 깊이 잠겨 있어 파도가 몹시 심할 때만 모습이 잠깐 보인다. 그런 이유로 이어도는 예부터 이상향으로 자리매김돼 왔다. 서양에서도 미지의 섬을 이상향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었다. 영국의 토머스 모어(1478∼1535)는 1516년 정치 공상소설 ‘유토피아(아무 데도 없는 나라란 뜻)’를 발표했다. 모어는 히스로디라는 뱃사람에게 어떤 신기한 섬나라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유토피아’인데 실제로는 당시 영국사회를 호되게 비판하고 저자가 동경하던 이상세계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 섬은 공화국이고, 모든 시민은 하루 6시간만 노동하면 된다고 했다. 거기선 남녀 모두 교육 혜택을 받아 교양이 풍부하다. 전쟁이나 다툼도 전혀 없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평등하다. 누구나 이상향에 가보고 싶겠지만 그곳을 찾아가긴 불가능하다. 토머스 모어는 자기가 속한 세상을 이상향으로 만들자고 했다. 조선시대 민중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민중이 세상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선왕조의 정치적·사상적 통제력은 그 시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강했다. 그래서였을 테지만 민중은 이상향에서 구원자를 불러오고자 했다. 모어의 유토피아엔 법과 제도가 구원을 보장해 주었다. 그곳엔 구원자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조선 민중의 이상향은 그 반대였다. 사람이 문제를 푸는 열쇠였다. 민중은 진인이란 구원자를 통해 현실 문제를 풀려 했다.17세기 후반부터 역사기록에 나타난 해도진인(海島眞人)이 그것이다. 섬에 희망을 걸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나? 바다는 신화시대로부터 생명이 숨쉬는 희망의 요람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민중은 대부분 뭍에 살며 농사에 종사했다. 그런 판국인데 진인이 낯선 섬에서 나온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이 문제로 씨름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런 짐작을 해봤다. 진인을 하필 섬에서 찾는 이유는 민중을 괴롭혀온 조정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권력의 공백 지대는 음모와 꿈이 무르익을 수 있다. 게다가 17세기부터 먼 바다에서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낯선 서양 선박(황당선, 이양선)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의외의 사건소식을 접한 민중은 바다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일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이 해도진인설로 굳어졌다고 본다. 서양 선박에 관해 좀더 이야기해 보자. 그때 네덜란드 상인들은 일본의 나가사키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들은 조선 배보다 수백 배나 큰 거함을 타고 대서양·인도양을 가로질러, 대만을 지나 제주 남쪽 해상을 통과하여 일본을 오갔다.18세기 후반이 되면 그 큰 서양 선박들이 가끔 서남해에 나타났다. 그 소식을 듣고 실학자 박제가도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배 안에는 생김새, 언어, 습관이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서양 선박은 조선 해안에 표류하기도 했다. 박연, 하멜 등이 그들인데 훗날 하멜은 도망에 성공, 나가사키를 거쳐 네덜란드로 귀국하였다. 그는 ‘하멜표류기’를 통해 유럽각국에 한국을 알리기도 했다. 조선후기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서양 사람은 외계인이었다. 얼마나 먼지 거리조차 짐작할 수조차 없는 곳에서 큰 대포를 장착한, 초대형 선박을 타고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서양 선박의 출현은 민중의 공포심과 신비감을 동시에 자극했다. 그러나 19세기 전반까지 아직 서양 함대가 조선을 침략한 일은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 못지않게 신비스러움이 컸다. 이양선이 출몰하는 서남해는 경이로운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 바다에 서양 선박이 나타난 것이 전혀 뜻밖이었듯, 언제 또 새로운 존재가 등장할지 호기심 많은 민중으로선 귀추가 주목되었다. 동해나 서해에도 이상향이 있다는 소문이 가끔 떠돌았지만 남해설은 좀더 유력했다. 어느덧 서남해는 진인의 고향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었다. 물론 서양배의 출현만 가지고 해도진인설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조선후기엔 무인도가 이주지로 각광을 받게 됐다는 점도 언급돼야 한다. 당시는 육지의 개발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가난한 민중은 삶의 터전을 섬에서 일구기 시작했다. 한번 민중의 눈길이 바다 쪽으로 쏠리자 수십의 무인도가 유인도로 바뀌었고, 율도·무석국 등 상상의 섬들이 인식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런 사회적 맥락을 염두에 둘 때 ‘진인(眞人)이 남해에서 계룡(산)으로 나오면 (새 왕조의) 창업을 알 수 있다.’는 예언의 의미가 충분히 살아난다. 서남해에 서양 선박이 출몰하고, 무인도가 개척되는 가운데 민중은 해도진인의 출현을 동경했던 것이다. 육지로 나온 진인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진인의 정체를 밝히려는 나의 탐구는 다음 호로 이어진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사설] 법원 설득 못한 ‘새만금사업’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간척사업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인 환경단체 등의 손을 들어주는 조정권고안을 냄으로써 새만금사업의 장기 표류가 불가피하게 됐다.2003년 7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던 행정3부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새만금을 제2의 시화호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전제 아래 사실관계를 판단했다.10여년에 걸쳐 2조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간척지 용도가 특정되지 않았고, 담수호 수질 관리와 해양 생태계 피해방지책 등 환경보존 및 관리대책이 제대로 강구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농림부측의 개발 이익 논리와 공사재개 명령을 내린 가처분사건 항소심 재판부의 ‘공익 우선’ 논리를 모두 배척한 것이다. 환경단체의 ‘3보1배’와 사업강행론자들의 ‘삭발투쟁’이 팽팽히 맞섰던 새만금사업이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할 만큼 중재·조정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실로 불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공사를 강행하되 친환경적으로 개발한다.’는 정부의 어정쩡한 자세도 한몫했다. 정부와 항소심 재판부는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계속 가치’가 ‘중단 가치’보다 크다고 주장했지만 개발우선주의 시대의 낡은 논리라고 본다. 지금은 환경을 염두에 둔 지속가능한 개발이 세계적인 대세다. 우리는 재판부의 권고처럼 새만금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지금이라도 간척지 활용 용도와 수질관리 규정 등을 담은 특별조치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본다. 이 법에는 시화호의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향후 잘못된 정책결정자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소재도 가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특히 법원의 조정권고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밝힐 때 간척사업 후 수질개선 방안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1년 반 전 가처분 신청 인용 당시 재판부가 수질개선비용만 1조 4568억원이나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루속히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내다보는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 [공연포커스]권금향 춤공연 ‘역마’

    [공연포커스]권금향 춤공연 ‘역마’

    안무가 권금향의 춤 공연 ‘역마(驛馬)’가 13·14일 오후7시30분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가비의 비가’‘신광대곡’등 일련의 작품들에서 남사당패의 애환과 질곡을 표현해온 권금향은 이번 공연에서 어느 한곳에 머무를 수도, 안주할 수도 없는 부평초같은 우리네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안무가는 ‘세퀘이어’라는 나무에서 모티브를 찾는다. 거대한 삼나무과의 이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200년의 시간을 견뎌야만 첫 꽃을 피울 수 있고, 그제서야 씨앗을 바람에 날려 번식할 수 있다.“세상에 제 몸을 들이밀고 참고 견디는 세월을 보내고서야 아름드리 거목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당연한 진리와 이치, 상징들을 엮었다.”는게 안무가의 설명. 권금향은 춤타래무용단의 회장을 거쳐 ‘CID우리춤 빛깔찾기’‘세계음악과 만나는 우리 춤’‘젊은 무용가의 밤’등의 다양한 기획공연과 ‘새로운 예술의 해’무용부문 선정작인 ‘천리향’등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표출하고 있는 안무가다. 대본과 연출은 조주현, 음악은 임대호가 맡았고, 무대미술과 의상디자인은 이대업과 민천홍이 참여했다. 연출가는 “역마 혹은 역마살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제한된 얘기가 아니다. 나 역시 등짐처럼 얹힌 내 역마를 어쩌지 못해 때론 세상에서 부유하고 때론 시간에서 표류하고 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02)2263-468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3)하멜의 여정-­제주서 나가사키까지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3)하멜의 여정-­제주서 나가사키까지

    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다지만,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 해양을 통한 제국 건설에 몰두하면서 서세동점의 기세로 밀어닥친 그 때 우리가 좀 더 잘 했더라면, 조금만 생각을 고쳐 먹었더라면 하는 일말의 아쉬움은 지금도 남는다. 하멜표류의 교훈도 그 중의 하나이다. 1628년, 일본 나가사키(長岐)로 향하던 네덜란드인 벨테브레 일행 3명이 부산 근처에 표착했으니, 이 중 1명이 훗날 조선인과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고 살던 박연이다. 박연 표착 25년 뒤, 같은 네덜란드인 하멜이 제주도에 표착한다.1653년(효종 3년) 암스테르담을 출발한 스페르웨르호가 바타비아와 타이완을 거쳐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폭풍에 밀려 이 해 8월15일 제주도에서 파선한 것. ●조선에 표류한 하멜일행 탈출 성공 선원 64명 중 28명이 익사하고 36명이 표류한다. 이듬해 이들은 서울로 호송되었다가 2년 뒤인 1654년에 다시 전라도로 분리, 이송된다. 그동안 사망자가 14인이었으며 생존자는 22인이었다.1666년 9월에 전라좌수영 소속의 하멜 이하 8인이 읍성을 탈출하여 작은 배를 타고서 극적으로 ‘조선 탈출’에 성공한다. 나가사키를 경유한 이들은 1688년 7월 네덜란드로 귀국함으로써 13년의 조선생활을 끝낸다. 바로 이들에 의해 하멜표류기가 출간되면서 ‘금단의 땅 조선’이 서구에 널리 알려진다. 이 하멜 표류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할까. 이들 집단을 통하여 어떤 구체적인 서양 과학기술을 알려고 했거나 이들의 정보를 역추적하여 세계정세를 탐구하려 했다는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군부대에 배속된 하멜 일행이 약간의 전투술 전수에 참여한 것으로 짐작되나 세계정세 판단을 위한 조선 조정의 관심은 확인되지 않는다. 서양인 대집단을 13년간이나 데리고 있었으나 그들로부터 세계동향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세계인식이 아닐 수 없다. 하멜은 조사 과정에서 조선 조정이 파견한 박연을 만나며, 이후에 여수 좌수영 등으로 분산되기 전까지 계속 박연이 통역을 담당했다. 이로 미뤄 박연을 통해 충분히 서양의 지식정보를 빼낼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시도는 아예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중국 사신이 하멜 일행을 접하는 일은 극도로 경계하였으며, 이들을 훈련도감 소속 군인으로 배치한 것으로 미뤄 북벌에 대비한 군사적 대응으로 활용하려 한 인상은 준다. 박연과 하멜은 암스테르담에서 바타이유를 거쳐서 나가사키로 향하다 표류하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멜 일행은 조선 체류 중 끊임없이 일본행을 꿈꾼다. 결국은 배를 구하여 규슈의 히라도(平戶)를 거쳐 나카사키로 들어가는데 일본인들은 그들이 네덜란드인임을 금세 알아차리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이들을 체포해 13년간이나 하릴없이 억류했던 조선과는 대비되는 조치였다. 이들이 나가사키에 당도했을 무렵 만에는 네덜란드배 다섯척이 정박해 있었다. 이들은 곧장 네덜란드 상관(商館)에 당도, 지휘관 빌렘 볼거에게 안내된다. 그리하여 꼭 13년 28일 만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당시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서방을 향해 열려진 창구였다. 하멜의 조선표착 시점보다 훨씬 이른 1543년에 포르투갈 상인이 일본에 도착했으며,1549년에는 선교사 프란시스코 사비엘이 가고시마(鹿兒島)에 발을 내딛는다. 이후 100여년 간 무역과 가톨릭 포교가 이루어지나,17세기 중엽 도쿠가와 바쿠후(德川 幕府)에 의하여 기독교가 탄압받는 쇄국이 단행된다. 주목할 것은 쇄국은 쇄국이되, 바늘 구멍은 열어놓은 쇄국이었으니 서방과의 대화는 어떤 식으로든지 계속 하고 있던 셈. ●日 바쿠후, 포교 금지하고 무역만 허용 오직 장사에만 종사하며 포교활동을 하지 않은 네덜란드인들만 일본 거류가 허용되어, 이른바 난학(蘭學)을 꽃피웠다. 서양 의술을 비롯하여 천문, 지리, 생물, 지리학 등 다양한 근대 학문체계들이 이 즈음 난학으로 정리된다. 젊은이들이 오늘날의 도쿄인 에도(江戶), 심지어는 머나먼 동북지역에서도 몰려들어 ‘난학의 길’이 활짝 열린 것. 하멜이 일본에 거류하는 상관을 찾아 귀국할 수 있었음은 또한 이같은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배경으로 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적어도 하멜을 통하여 서세동점의 긴급한 상황을 재빨리 읽었어야 옳았다. ‘하멜표류기’는 조선 땅에 남긴 서양인 최초의 족적이자, 조선을 세계에 알린 ‘스테디 셀러’였다. 표류인 하멜과 조선의 첫 만남, 첫 거래에서 우리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우리가 그들에게서 얻은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음에 반해, 조선을 탈출한 하멜의 기록은 수백년간 서양인의 인구에 회자되면서 열강들이 입맛을 다시게 하는 근거자료로 보급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수많은 하멜들이 찾아들었던 나가사키는 당시 어떤 여건이었을까. 예쁜 전차가 오가는 나가사키 중심통에 데지마(出島)가 있다. 말이 섬이지 도심에 포위되어 있다. 유심히 보면 바다 수로가 데지마 옆으로 흐르고 있으며 그 수로는 가까운 바다로 연결된다. 데지마는 1636년 그리스도교의 포교 금지를 목적으로 만든 인공섬. 서방을 통하여 무역 등의 이득은 취해야겠고, 문을 열자니 기독교 포교가 두려워 궁여지책으로 만든 출구였다. 나가사키라고 쉽게 말하지만 고작 손바닥 크기만 열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운동장 규모의 땅에 상관 건물을 짓고나서 다리를 놓았다. 바쿠후는 외국배가 들어올 때마다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네덜란드와 중국 상인에게 풍문보고서(風說書)를 내게 하고, 번역 내용을 바쿠후 중심 인물들이 돌려보았으니 세계 정세의 변화를 개괄적이나마 시시각각 첩보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어두운 동굴 속의 불빛처럼 창구 하나만큼은 분명히 열어놓았던 셈. 어쩌면 일본이 서방을 두려워하면서도 끝내 닫지 않았던 그 ‘바늘구멍’이 일본이 아시아에서 선두 주자로 나서게 하는 결정적 기반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꽃피운 난학, 메이지유신 토대 돼 네덜란드인들의 종교와 무역의 분리는 바쿠후의 정책과 일치하였다. 오로지 무역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바쿠후로부터 독점권을 얻게 된다. 이후 200여년 동안 이곳은 일본 유일의 해외무역 창구가 된다. 나가사키를 둘러보면 주변에 국제도시다운 면모를 지닌 도시들이 즐비함을 알 수 있다. 히라도는 일본이 대륙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견수사(遣隋使)를 파견했을 때부터 중심지였으며,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국제무역거점항이었다. 히라도 남동쪽의 도자기로 유명한 아리타(有田) 북쪽에는 도자기 수출입항으로 명성을 얻었던 이마리가 있다. 이곳 도자기는 19세기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럽으로 수출되면서 명성을 얻어 유럽 도자기문화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현해탄이 보이는 가라쓰(唐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명이 말해주듯 중국과의 교역으로 번영한 항구도시다. 나가사키현의 사세보는 일찍이 1886년 해군기지가 들어선 이래 군항도시로 번창했다. 지금도 일본 자위대와 미군기지가 들어서 있으니 이래저래 외국과의 관계를 떼놓을 수 없는 곳.17세기 네덜란드의 모습을 복원해 놓은 100만평 규모의 하우스보텐스로 아시아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일본이 이미 많은 양의 정보를 직수입하여 서양을 이해하고 있었던 시절에도 우리의 서양을 향한 입장은 여전히 폐쇄적이었다. 훗날 메이지유신을 단행하면서 개화문명을 부르짖었음은, 비단 외국의 압력 때문만은 아니었다.‘난학’같이 장기간 축적된 서양문명의 이해에 기초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해상 문물교류로 갈린 두 나라 명암 나가사키에서 외국과의 관계를 확인할수 있는 유적은 무수히 많다. 흡사 서양인 거리로 들어가는 것 같은 그라비엔, 영국 무기상인 토머스 글러버의 자택, 고색창연한 돌길인 오란자자카, 포르투갈인의 기술로 완성된 아름다운 다리인 메가네바시(眼鏡橋), 무역상사의 의사로 일본 여인과 결혼한 독일의사 시볼트기념관, 일본 최초의 무역상사를 세운 료마의 흔적, 일본 최초의 사진가인 우에노 히코마의 묘소, 그리고 수백년 전통을 자랑하는 나가사키 가스테라 등이 그것이다. 중국 무역항답게 중국의 흔적도 숱하게 흩어져 있으니, 나가사키짬뽕이나 푸젠성(福建城) 사람들이 세운 소후쿠지(崇福寺), 중국의 국부 손문의 유허지 등이 그것이다. 일본은 15세기부터 규슈 일대를 드나들던 포르투갈인에게 입수한 조총을 자체적으로 모방, 개발해 엄청난 무기체계로 발전시킨다. 그 조총을 손에 쥐고 자신만만하게 임진왜란을 일으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7년전쟁을 통하여 조선에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조총을 미워하기 전에 그 조총이 어떤 바닷길을 통하여 입수, 개발됐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했어야 옳았다. 서방의 급격한 이입을 두려워한 바쿠후의 폐쇄정책은 1868년까지 계속된다. 그러면서도 데지마는 바늘구멍 같은 숨통으로 역사의 소명을 다하였다. 일본은 미국 페리의 강요에 의해 전면 개방되지만, 적어도 데지마 같은 바늘구멍을 오랫동안 열어두었고, 수백년 전통의 난학으로 대비해 왔기 때문에 서방문명에 대한 일정한 저항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흡사 숫처녀가 백주 대낮에 겁간 당하는 식의 급격한 개항을 강요당했던 우리와는 여러 모로 대비된다. 옛 데지마를 복원시켜 놓은 건물 앞에서 지난 수백년을 돌이켜보자니 느껴지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은 정교한 기념관을 만들어 놓고 ‘왜 선조들이 바다를 통한 문물교류에 집착했던가.’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역사에 흔적을 남긴 숱한 ‘하멜’들이 바로 데지마와 연관을 맺고 있음을 고려할 때, 바다를 통해 세계로 열린 천혜의 출구를 완벽하게 닫아버렸던 지난날 우리의 해양관을 어찌 비판하지 않을 것인가. 취재협조 학술진흥재단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
  • 아체 또 규모 6.2 강진

    쓰나미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는 6일 오전(현지시간) 또다시 규모 6.2의 강진이 엄습해 주민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이번 지진으로 10만명이 숨진 아체주의 주도 반다 아체에서 서쪽으로 60㎞ 떨어진 바다 밑에서 리히터 규모 6.2의 강진이 발생했다. 국제 구호단체들이 대거 몰려있는 이곳에서 지진에 따른 사상자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해일에 떠밀려 바다를 표류하다 지나가던 선박에 의해 구조돼 말레이시아 페낭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멜라와티(23)는 6일 첫 임신을 했다는 의사 말에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녀는 이날 의사들로부터 임신 18주라는 얘기를 듣고“이 아기는 남편을 잃은 나에게 알라신이 내려준 선물일 겁니다.”라며 울먹였다. 해일이 덮칠 때 그녀는 반다 아체 인근의 데논 마을 집에서 빨래를 하다가 남편 등과 함께 거대한 파도에 떠내려갔다. 남편과 함께 야자수 가지를 붙잡고 사투를 벌이던 그녀는 몇시간 후 양손에 상처를 입은 남편이 나뭇가지를 놓치는 바람에 바다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자카르타 특별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5일 이번 쓰나미 최대 피해지역인 인도네시아 아체주를 시찰하고 “전쟁터보다 더 비참하다.”고 털어놓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등과 함께 헬기를 이용, 아직도 수천구의 시신들이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는 아체주 서쪽 해안을 30분 동안 돌아본 파월 장관은 반다 아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쟁터도 다녀왔고 수많은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현장을 보았지만 이번처럼 비극적인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외신 연합
  • 국책사업 표류로 부처 ‘발동동’

    국책사업 표류로 부처 ‘발동동’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이 ‘중단’,‘유보’,‘추가논의’ 등을 이유로 줄줄이 해를 넘기면서 조속한 방향설정과 집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기불황으로 공공사업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시점이어서 추진 여부를 서둘러 확정, 국가 에너지를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5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원전수거물관리센터 설립, 새 원자력발전소 건립 등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새만금 간척지와 경부고속철 천성산 구간은 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불안하게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IC)는 국회에서 법 통과가 안돼 올 상반기 중 설립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정부는 원전센터 후보지로 1986년 경북 영덕을 시작으로 충남 안면도, 경북 울진, 인천 굴업도, 전북 부안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주민 반발 등에 번번이 막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확정조차 못했다. 이 문제와 맞물려 당초 지난해 7월 공사에 착수하려던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원전 건립 문제도 제자리걸음이다. 건설비용만 신고리 4조 9000억원, 신월성 4조 7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0조원에 가까운 돈이 ‘낮잠’을 자는 셈이다.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이라는 목적으로 추진됐던 KIC는 공사법 제정안이 국회 재경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해 올해 상반기 중 설립이 불투명해졌다. KIC는 2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해외 자산에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대외결제수단인 외환을 투자에 쓰는 데 대한 논란과 운용의 투명성 등에 대한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의 의문제기 등으로 오는 2월 임시국회 통과도 난망이다. 새만금사업 용도 변경과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터널공사도 정확한 정책 방향 설정이 배제된 가운데 1년 내내 표류를 거듭하다 결국 미완의 과제로 분류됐다. 새만금사업의 경우 서울행정법원이 이달 중순 조정권고안을 낼 예정이지만, 정부와 시민단체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한 채 대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원은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판결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정부가 당초 계획을 수정해야 하거나,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8월 중단됐던 천성산·금정산 터널공사도 11월 말부터 재개됐지만 대법원에 재항고된 상태여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하루평균 70억원, 완공이 1년 늦어지면 2조원 가량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전력 배전사업 분할 계획이 전면 유보돼 미래의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고 다른 산업분야 공기업의 민영화 과제에도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책사업이 표류하면서 재계에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대형 국책사업의 차질은 국가적인 리더십 약화에 따른 정책불안감으로 인식돼 민간의 투자심리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5% 달성을 하지 못하고 4%대에 머물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수조원대의 국책사업들이 중단됐기 때문이며, 이는 서민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면서 “올해 예정된 국책사업들만 실행해도 경기를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도 “주먹구구식 국책사업 추진은 지양해야 겠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흔들리지 않는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균 장세훈기자 windsea@seoul.co.kr
  • 與 4대계파 비대위구성 합의

    與 4대계파 비대위구성 합의

    ‘4대 입법’ 연내 처리 무산으로 지도부 전원 사퇴 등 후폭풍에 휩싸인 열린우리당의 지도부 공백사태가 5일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통해 정상화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내 국민정치연구회·참여정치연구회·바른정치실천연구회·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등 강경파와 온건파가 총망라된 4대 계파는 4일 밤 9시 시내 모처에서 만나 비대위 구성에 대해 내부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모임에서 4대 계파 의원들은 임채정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추대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4선의 임 의원은 재야 출신으로 강·온파에서 두루 무난한 카드로 간주되고 있다. 비대위원은 계파별 안배없이 문희상 의원을 포함한 1∼3명의 의원과 지역 및 여성 대표 각 1인 등 5∼7명으로 구성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개혁당 그룹이 주축인 참여정치연구회는 유기홍 의원의 비대위 참여를 요구했지만 아직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함께 오는 2월 초 선출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도 비대위에 합류해 비대위원은 모두 7∼9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4대 계파가 비대위 구성에 비교적 순조롭게 의견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4대 입법’ 연내 처리 무산에 따른 후폭풍으로 강경파의 행보가 크게 위축된 반면 온건파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기류 변화는 4일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이날 오후 3시30분 열린우리당 안영근·박상돈·신학용 의원 등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 소속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앞으로 안개모뿐 아니라 다른 온건파 의원들과 함께 당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기자회견장을 수시로 찾았던 강경파 의원들은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지난 연말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며 국회에서 집단 농성을 했던 의원들이 이날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가 갔을 때 모인 의원들은 불과 12명에 불과했다. 농성 당시 지지서명을 한 의원이 70명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옹색한 규모다. ‘회의 결과’도 톤이 낮았다. 참석자들은 이부영 의장의 ‘강경파 커머셜리즘(상업주의)’ 비판 발언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집단행동은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경숙 의원은 “오늘 이 모임을 해산하고 앞으로 당을 위해 일하면 된다.”고 했다. 우원식 의원도 ‘국보법 폐지안을 반드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가.’란 질문에 “당 상황이 정리돼 가는 것을 보고, 아니면 그 이후에 해도 된다. 분명한 것은 폐지 당론 유지다.”라고 말해 한결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기류가 이처럼 돌변한 것은 최근 천정배 원내대표와 이부영 의장 등 지도부의 줄사퇴가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들로서는 마땅히 공격할 대상이 없는 데다 당의 표류에 원인 제공을 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여기에 올해를 상생과 실용으로 끌고가려는 청와대의 의중이 확인된 것도 강경파의 힘을 뺀 요인으로 분석된다. 문소영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지진 해일 대재앙] 문짝 붙잡고 이틀간 표류…

    8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지진해일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30일. 살아남은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아직도 사랑하는 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기적을 기대케 하고 있다. ●두 아이중 한 명만 살려야 한다면 누굴 선택해야 하나. 부모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실제로 이번 남부아시아 지진해일 때 일어났다. 호주의 줄리언 설은 26일 태국 푸켓의 한 호텔 수영장 옆에서 5살난 아들 라키,20개월 된 아들 블레이크와 함께 있다 해일의 물살에 휩쓸릴 위기에 빠졌다. 물에 빠진 엄마 설은 두 아이를 붙잡고 물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둘 다 살리려다 세 모자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순간 엄마 설은 생후 20개월된 블레이크를 품에 꼭 안았다. 생애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어 라키는 주위에 있던 어떤 여성에게 붙잡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한 뒤 손을 놓았다. 이 여성은 라키를 붙잡아 주었지만, 두번째 파도가 닥치면서 아이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수영할 줄도 모르는 라키는 바닷물에 휩쓸려 호텔 로비쪽으로 떠내려가다 본능적으로 얼굴을 물 밖으로 내놓고 필사적으로 깃대를 꼭 붙잡았다. 라키는 수시간만에 물이 빠지면서 기적적으로 구조돼 그리던 엄마의 품에 안겼다. ●26일 쓰나미가 덮친 태국 관광지 카오락 인근 도로에 혼자 앉아있다 구조된 2살짜리 스웨덴 남자아이가 구조 3일만에 29일 극적으로 아버지와 만났다. 구조 직후 국적과 인적 사항조차 전혀 파악할 수 없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한스 베르그스토엠. 줄곧 불안해하던 한스는 병원측이 웹사이트에 올린 사진과 생존 소식을 또다른 생존자인 삼촌이 확인한 뒤 29일 아버지가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안도하며 아빠 품으로 파고 들었다. 부모와 삼촌 등과 함께 스웨덴 고센버그에서 태국으로 여행을 왔던 한스는 엄마 수잔이 실종된 사실은 아직 모르고 있다. ●인도 카니코바섬에 사는 13세 소녀 메간 라지셰카르는 해일이 마을을 덮치면서 부모 등 동네 사람 77명과 함께 바다로 떠내려갔으나 이틀동안 문짝을 붙잡고 떠다니다 문짝이 해변으로 떠밀려 올라오면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부모가 모두 숨졌다는 소식에 그녀는 울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태국 카오락의 3층짜리 해변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던 홍콩의 한 부부는 해일에 휩쓸렸다 6시간 동안 매트리스 하나에 의지해 표류하다 구조됐다. 매트리스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례는 또 있다. 말레이시아 남부 페낭 섬에서는 매트리스 위에서 자고 있던 생후 20일 된 여자아이도 해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가다 어머니에게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체 간부 출신으로 14년전 은퇴한 뒤 방콕에서 살고 있는 제리 보덴(72)은 태국 프라통섬에서 휴가를 즐기다 해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간 뒤 부서진 가구 조각에 매달려 3시간동안 헤엄쳐와 구조됐다. 고령에 7년전 심장발작 병력까지 있는 그의 생환은 인간의 삶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준다. 김균미기자 외신 kmkim@seoul.co.kr
  • 전관예우 2년간 감시

    전관예우 2년간 감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1년2개월간의 항해를 마치고 닻을 내렸다. 사개위는 그동안 사법제도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과 배심·참심제 도입 등의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사개위가 합의한 개혁안은 내년 1월 초 대통령 산하 후속기구로 출범하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넘겨받아 2년간의 관련 법률 제·개정 절차를 거쳐 구체화한다. ●주요 성과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사법개혁의 ‘로드맵’을 완성했다는 것이다.2007년부터 배심·참심제를 시범 실시하는 등 국민의 사법참여를 확대,2012년에 정착시키기로 했다. 또 법학교육 정상화와 이른바 ‘고시낭인’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로스쿨을 설치, 운영하고 2013년에는 사법시험을 완전히 폐지한다. 그 뒤에는 로스쿨 수료자만이 자격시험인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법조일원화 및 법관임용방식 개선도 주목할 만하다. 사개위는 모든 법관이 임용되기 전에 최소 5년 동안 변호사와 검사 등으로 활동한 경험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12년까지 신규 판사의 50%를 검사나 변호사 출신으로 임용하기로 했다. 최종 회의에서는 중앙법조윤리협의회 설치 등 법조윤리 제고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앞으로 판·검사,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이른바 ‘전관’ 기간인 퇴직후 2년간 형사사건과 일부 민사사건은 물론 내사 또는 불기소 사건에 대한 수임자료를 새로 구성되는 중앙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법원과 검찰도 ‘전관’ 변호사의 수임사건 수사 및 재판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엇갈린 평가 노동계를 대표해 사개위원으로 참여한 김선수 변호사는 “사법개혁의 큰 그림을 그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지난 10년 동안 사법개혁이 여러차례 시도됐지만 대부분 부분적 점검에 그쳤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후속기구를 통한 ‘실행’까지 준비, 이전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사개위원은 “논의 과제에 비해 시간이 상당히 부족했다.”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후속기구로 검토 요청을 보낸 것도 상당하다.”고 아쉬워했다. 대법원 구성 등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다수의견·소수의견으로 개진, 후속기구에서도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후속기구 과제 사개위의 개혁안을 넘겨받아 2006년 12월까지 2년간 운영되는 후속기구 ‘사개추위’는 관련 법률의 제정 및 개정에 최대의 주안점을 두게 된다. 개혁안이 법률안 미비로 표류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위촉한 인사와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 교육부총리, 법무·국방·행자·노동·기획예산처장관, 법제처장,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에서도 후속기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전체 위원회 밑에 차관급 실무위원회 및 추진기획단이 설치된다. 정은주 박경호기자 ejung@seoul.co.kr
  • 노천온천서 새해 맞을까

    노천온천서 새해 맞을까

    한해를 마무리할 때면 어린 시절 아버지와함께 가던 목욕탕이 생각납니다.“으∼ 시원하다!” 아버지는 우리 형제를 이렇게 뜨거운 탕속으로 불러들이셨고, 손수 때를 밀어주시곤 하셨죠. 지나고 보니 한해의 묵을 때를 떨어내고 새해를 시작하라는 의미였던 것같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했던 목욕의 추억을 따라 온천여행을 떠날까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온천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는 준비로 온천여행만한 것도 없는 것같습니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롯데 오션캐슬의 노천스파는 해넘이를 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바깥으로 나가자 차가운 바닷바람이 살갗을 파고듭니다. 바닥은 너무 차가워 맨발로 걷기 힘들 정도입니다. 무거운 몸에도 종종거리며 가까이 있는 탕에 뛰어들었습니다. 따뜻함이 온몸을 감싸안았습니다.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말입니다. 몸이 나른해 집니다. 머리를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도대체 얼마만의 휴식인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숨가쁘게 달려왔나?’하는 생각에 잠깁니다. 눈을 감고 온기를 온몸으로 느껴봅니다. 올 한해가 영화필름처럼 스쳐갑니다. 아버지 암선고, 폐렴을 앓던 4살난 아들이 “아빠 나는 왜 자꾸 아프지, 나 때문에 힘들지.”라고 했던 말,“직장 다닌다고 다 당신처럼 집안일에 소홀할까?”라는 말로 아내에게 상처를 줬던 일…. 계속되는 상념에 마음도, 온천물에 몸도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잠시 몸을 식혀봅니다. 바로 앞에 꽃지해수욕장에 지칠 줄 모르고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금새 한기가 스며듭니다. ‘썬셋스파’에 몸을 담그자 붉은 빛으로 아름답게 변한 바다가 텅빈 머리, 멍한 눈을 가득 채웁니다. 스트레스와 술·담배로 지친 몸과 마음이 금새 치유되는 것같습니다. 중앙에 있는 ‘바데풀’로 갔습니다. 강한 물기에 발바닥을 자극해주는 ‘플로팅’에 올라섰습니다. 물 속에서 몸이 붕붕 떠오릅니다. 발바닥이 간질 간질. 넥샤워, 워킹마사지 등 허리와 다리에 강한 자극을 줍니다. 뭉쳤던 어깨와 허리가 한결 가뿐해졌습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집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있습니다. 추운 바람을 피해 따뜻한 온천물 속에 숨어서 해넘이를 바라봤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눈물이 솟아 오릅니다. 매일 졌다 뜨는 해가 오늘은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마음까지 씻어내고, 새해에는 새롭게 시작합시다. ■온김에 여기도 들러보세요 안면도에 가면 자연휴양림(041-674-5019)은 꼭 한번 들러 볼 만하다. 붉은 빛깔을 띠며 향기가 진한 안면도의 소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이곳은 가족끼리 한 해를 마감하는 산책을 하기 좋은 곳이다. 햇살이 부서지는 숲속을 가족들과 손을 잡고 걷다보면 한해 동안 묵은 감정들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눈이 오면 더욱 아름답다. 산림전시관과 한국정원 등 볼거리도 많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400원. 승용차 주차료 3000원. 지금 서해안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이 제철이다. 태안군 남면 당암리는 굴밥집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 자연산 굴밥집(675-2775)이 유명. 이 집은 소위 ‘깜장굴’이라는 바위에 붙어 있는 자연산 굴을 쓰기 때문에 향이 뛰어나다. 굴과 인삼, 대추, 호두, 은행 등 20여 가지를 넣고 지은 돌솥밥을 달래간장에 비벼 김에 싸먹는 맛이 일품.1인분에 8000원. 배, 사과 등과 굴을 넣고 만든 굴물회는 새콤달콤한 맛이 좋다.1만원. 자연산 굴밥집 10% 할인쿠폰 지금 안면도에는 ‘못생겨도 맛은 좋은’ 물메기가 제철을 맞았다. 살이 흐물하고 생김새가 다소 징그럽지만 일단 국을 끓여 놓으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놀부네 수라상(674-5657)은 물텀벙이탕으로 유명하다. 일명 ‘곰치’,‘물메기’ 등 각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틀리다. 물텀벙이는 태안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보통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먹는다. 쌀뜨물에 신김치와 무를 넣고 끓이다 마지막에 물텀벙이와 달래, 냉이를 넣고 끓인다. 물텀벙이살은 흐물거리듯 이내 입속에서 녹아내리고 내장의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4인가족 기준으로 2만 5000원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노천탕 길보드 TOP10 1. 안면도 오션캐슬은 꽃지해변의 아름다운 낙조를 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하 420m 암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황해수를 사용하며 가족끼리 오붓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파라디움’ 또한 이곳의 자랑. 2. 구례 지리산온천은 신비의 약수라고 불리는 게르마늄 온천수를 사용한다. 물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야외에는 남근석과 노천탕이 있다. 남근석을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3. 아산 온양관광호텔은 1990년에 ‘국내 최초의 노천탕’을 만들었다. 인공적으로 폭포와 나무 등 조경이 아름답다. 4. 칠곡 도개온천은 지하 820m 화산암반에서 용출되는 약알칼리성 온천수를 사용한다. 실내 옥돌열탕, 노천 옥돌탕 등은 이곳의 자랑. 5. 수안보 파크호텔은 지하에서 용출되는 53℃의 약알칼리성의 물을 사용해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좋다고 한다. 노천탕에서 눈 덮인 월악산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 6. 문경종합온천은 노천탕과 찜질방, 황토사우나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쉴새 없이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노천탕이 좋다. 7. 금호 화순리조트는 대형 수영장과 3개의 노천탕에 온천수를 사용한다. 원목으로 만든 노천탕은 느낌이 좋으며 온천수를 약수처럼 마시면 해소천식과 신장염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한 수영장에 미끄럼틀과 대형 튜브 슬라이더가 있어 가족들에게 딱이다. 8. 일동 유황온천은 온천수에 많은 유황을 포함하고 있다. 달걀 썩는 냄새는 유황 탓. 온탕과 냉탕 2개의 노천탕을 가지고 있으며 길이 15m의 냉탕이 자랑이다. 9. 월출산온천관광호텔은 월출산의 정기를 받으며 노천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지하 600m 맥반석 암반대에서 용출하는 100% 천연 온천수만을 사용해 물이 좋다. 게르마늄을 비롯하여 20여종류의 인체에 유익한 광물질이 함유된 알칼리성 맥반석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10. 이천 스파플러스는 일본까지 물 좋은 곳으로 알려진 곳. 약 500년 전 조선 세종 때부터 사시사철 솟아나는 더운 샘물로 유명한 이곳은 지하 980m에서 솟는 36℃의 물을 온천수로 쓴다. 각종 미끄럼틀과 이벤트 탕 등 종합 워터파크 개념의 온천이다. 안면도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돗토리·시마네현 온천여행 해외온천은 멀어서 가기가 꺼려진다? 혹은 방문경험이 별로 없어서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일본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의 온천을 가보자. 몸을 담그면 ‘休∼’하는 탄성과 함께 한해의 묵은 피로가 풀리는 3색 온천여행. 그럼 이제 출발해보자. ●파란 동해가 보이는 가이케온천 인천국제공항에서 요나고 공항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10분. 공항에서 20분만 차를 이용해 남쪽으로 내려가면 해변을 끼고 있는 가이케온천이 나온다. 푸른 동해를 끼고 일본 전통의 온천장들이 일렬로 서 있는데,40개가 넘을 정도로 큰 규모다. 이곳의 특징은 해변을 바라보며 온천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짭조름한 맛의 해수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욕탕에 몸을 담그면 온몸이 미끌거린다. 해수온천이 피로회복과 피부미용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탕에서 나와도 오랫동안 피부가 매끈거리는 느낌이 지속된다. 시바노 가이케온천협회장은 “저녁 식전, 취침 전, 그리고 아침 중 최소 두번은 온천을 이용해야 건강, 미용 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가격은 일본전통 조식, 석식을 포함해 온천, 숙박까지 1인당 12만원 정도. ●하얀 물색의 미사사온천 가이케온천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40분가량 동쪽으로 가다가 다시 남쪽으로 1시간정도 들어가면 미사사온천가에 도착한다. 미사사 온천수의 특징은 라듐온천이라는 것. 피부에 특히 좋아 스킨처럼 얼굴에 지속적으로 발라주면 피부가 부드러워진다. 암예방에 탁월해 식수로도 이용되는데, 맛은 좀 밍밍해 속이 약간 울렁거린다. 그래도 몸에 좋다는데 한 컵 크게 꿀꺽. 실제로 이 온천주변 주민들의 암발생률은 일본 전체에서 최저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1860년대에 지어진 이곳 온천가에서 가장 오래된 기야여관이 유명하며 가격은 숙박과 온천 조·석식을 포함해 1인당 15만원 정도. 일왕이 머물렀다는 이와사키 여관은 같은 조건으로 20만원대. ●빨간 노을이 일품인 신지코온천 시마네현의 마쓰에 시에 위치한 신지코온천의 최고 장점은 신지코 호수의 아름다운 붉은 일몰을 보며 노천탕에 몸을 푹 담글 수 있다는 것. 이 온천지역은 작은 온천장들이 큰 온천장들을 상대로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있는 상태. 그중 여성중심 여관이라는 간판을 내건 ‘덴텐테마리’여관이 유명하다. 남자 혼자선 예약이 안 되며, 여성들은 일본 전통 여관 복장인 유카타를 수십 종에서 골라 입을 수 있고, 에스테틱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가격은 15만원. ■여기도 가보세요 ●한·일 우호교류공원 일명 ‘바람의 언덕’. 해풍이 워낙 거세 날개만도 2t이 되는 거대한 돌풍차의 날개가 빠르게 돌고 있다. 이 돌풍차는 1819년 12명의 조선어부가 해안에 표류해 치료와 숙식 등의 환대를 받고 돌아간 사건(?)을 기념하려고 조성한 것. 언덕에서 동해 경치를 바라보는 전망도 일품. ●마쓰에성과 호리카와유람선 요나고 공항에서 30분 거리의 마쓰에시에 위치한 6층 높이의 성. 나무 성 6층에서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하지만 조망보다 더 즐거운 것은 마쓰에성 호리카와(해자) 유람선 여행이다. 유람선의 해자 일주시간은 50분. 고타쓰라 불리는 일본식 히터에 몸을 녹이며 사공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 요금은 1인당 1만 2000원. ●하나카이로 일본 최대규모의 플라워파크로 직경 50m, 높이 21m의 거대한 유리온실이 여기에 있다. 사계절 내내 400종류의 꽃을 만날 수 있다. 화요일은 문을 열지 않으며 요금은 3000원. 하지만 요나고 공항을 이용하는 한국관광객의 경우 비행기 티켓을 제시하면 무료입장. ●아다치미술관 일본 메이지시대의 유명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곳.1만 3000평의 정원은 사계절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어느 때나 계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요나고 공항에서 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소요시간은 30분.2만 2000원. ■이렇게 가세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요나고 공항까지 가는 항공편은 아시아나항공뿐. 요나고행은 월·목·토 주3회로 오전 9시50분발 한 편이 있다. 인천행은 월·목·토 낮 12시20분, 한 차례씩만 운항한다. 투어이천(02-318-1177), 한화투어몰(02-311-4342), 롯데(02-399-2300)여행사 등에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외 문의는 www.japanpr.com을 이용할 것. 일본 현지에서는 시마네현 국제과(0852-22-6462)와 시마네 국제센터(0852-31-5056)에 전화하면 한국말로도 문의가 가능하다. 일본 돗토리·시마네현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종부세등 경제·민생법안 표류…국민만 멍든다

    종부세등 경제·민생법안 표류…국민만 멍든다

    세금, 부동산, 기업 등 국민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는 각종 법안들이 무더기로 서랍 속에서 해를 넘길 판이다. 내년도 예산안 의결은 법정 시한(12월2일)을 이미 한 달 가까이 넘긴 상태다. 여야가 경제와 민생은 뒷전이고 당리당략과 자기 소신에만 목을 매고 있는 탓이다. 국민들은 어느 장단을 따라가야 할지 혼란스럽고, 정부는 연일 ‘불임(不姙)국회’를 쫓아다니며 헛심만 쓰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납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종합부동산세법안은 연내 국회 통과가 극히 불투명하다. 지난 27일 밤 여당이 단독으로 세법심사소위를 열어 통과시키자 28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여당 단독의 소위 결정은 원천무효”라고 비난하는 등 타협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힘(과반수)을 앞세운 여당의 단독 의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내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재건축으로 늘어나는 면적의 일정비율만큼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짓게 하는 것)는 시행이 내년 6월 이후로 2∼3개월가량 늦어지게 생겼다. 이 내용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무산된 탓이다. 부동산중개업자의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도 내년으로 처리가 미뤄졌다. 건교부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핵심으로 추진한 두 법안이 모두 연내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시장의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도 여야간 의견차이를 좁히는 데 실패, 사실상 연내 통과가 불가능해졌다. 여야 갈등의 수습은 고사하고 당내 의견 통일도 제대로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은 내년 1월1일 집단소송제 시행을 앞두고 과거 분식회계를 향후 2년간 소송 대상에 제외하기로 합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은 “당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 처리를 내년 2월로 미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집단소송제는 과거 분식회계와 관련된 유예 규정 없이 출발하게 됐다. 과거 분식회계의 집단소송 대상 유예를 기대했던 재계는 이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개혁 명분에만 집착해 정책혼선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금세 될 것처럼 얘기하다가 막판에 이를 뒤집는 것은 기업들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경희대 임성호(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청산, 국가보안, 대북문제 등 이슈에 매몰돼 민생과 경제 현안들이 무시되고 있다.”면서 “거대담론은 그것대로 해결하고, 당장 중요한 경제 현안들은 별도로 간주해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김종석(경영학부) 교수는 “여당 안에 거물급 인사들이 상당수 있는데도 정책조정 기능은 아마추어 수준”이라면서 “모쪼록 여당이건 야당이건 경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불안을 씻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균 전경하 김경두기자 windsea@seoul.co.kr
  • 서울 고밀도지구 재건축 진퇴양난

    서울 고밀도지구 재건축 진퇴양난

    청담·도곡, 압구정·여의도·서빙고동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고밀도지구 아파트 단지가 추진여부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서울시가 이들 지구의 용적률 상한선을 기대보다 낮은 230%로 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미 기본계획을 끝낸 서초·반포지구와의 형평성을 고려했다. 서초·반초지구는 230%로 결정됐다. 이들 재건축 추진 단지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놓고 고민 중이지만 일부 단지는 재건축은 고사하고 리모델링도 여의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용초과 추진지구 장기표류 가능성 서울의 고밀도지구는 10∼15층짜리 중층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으로, 지난 1976년 8월 잠실, 반포, 서초 등 10곳이 지정된 이후 1979년(가락, 암사·명일)과 1983년(아시아선수촌)에 3곳이 추가돼 현재 모두 13개 지구,141개 단지 8만 4060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개발기본계획 변경안을 통해 용적률을 230%로 못박은 곳은 청담ㆍ도곡, 서빙고, 여의도, 이수, 이촌ㆍ원효, 가락 등 6곳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반포·서초 아파트지구에 대해서도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용적률을 230%로 제한했다. 앞으로 고밀도 지구 용적률은 230%이내로 제한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미 재건축이 완료된 일부 단지를 제외한 상당수 아파트들이 이같은 용적률 규제에 따라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공람공고에 들어간 여의도지구의 경우 한양(252%), 삼익(256%), 은하(256%) 등이 시의 용적률 허용한도를 웃돈다. 서빙고지구에서는 재건축 허용 연한을 채운 아파트 가운데 리바뷰(569%)·정우(322%)·노들(319%)·코스모스(314%)·골든(301%)·로얄(295%)맨션과 전보아파트(496%) 등은 재건축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촌지구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변강서맨션(296%)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청담·도곡지구에서는 역삼동 진달래2차(236%)를 비롯해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가 차질이 예상된다. ●용적률 한도내 리모델링도 여의치 않아 서초동 우성아파트의 경우 230% 용적률로도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아래 재건축을 추진키로 했다. 주민들은 1대1 재건축을 통해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해간다는 계산이다. 서초 우성아파트는 33평형 360가구,43평형 192가구,50평형 144가구,65평형 90가구 등 모두 786가구로 이뤄져 있다. 현재 이 아파트 용적률은 200%여서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서초구 신반포5차의 경우 용적률에 큰 차이가 없지만 한강조망이 가능해 재건축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고 있다. 평형이 크게 늘지 않거나 일반분양 물량이 적게 나와 추가분담금이 많이 들더라도 그만큼 가격상승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외에 많은 단지들이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반포지구는 230%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지만 줄어든 용적률로 조합원 평형 배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용적률이 묶이면서 리모델링도 쉽지 않은 상태다. 리모델링 역시 지구단위 계획 등에서 결정된 용적률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용적률이 200%안팎이거나 사업추진이 빠른 단지는 재건축을 추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단지는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 “주택경기마저 좋지 않아 이들 지구의 재건축 사업이 장기표류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종부세 연내입법 사실상 무산…큰혼란 우려

    종부세 연내입법 사실상 무산…큰혼란 우려

    종합부동산세법, 지방세법 등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의 연내 국회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반면 부동산 거래세(등록세) 인하는 올해 안에 국회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와 거래세 개편은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든 ‘패키지(묶음)’법안들이라며 일괄처리를 국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세제 개편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내년 세 부담 급증, 지방자치단체의 준비부족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지난 24일 “종부세든 등록세든, 모두 연내에 통과되지 않으면 과표 상승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고 조세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경고했다. 국회 재경위는 27일 세법소위를 열어 종부세법 제정안(집부자·땅부자에게 많은 세금 부과), 지방세법 개정안(토지·건물을 합산해 재산세 부과) 등을 다룰 예정이지만 한나라당이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기자는 입장이어서 통과가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부동산 관련 세금의 증가는 전세, 월세 등 서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다 지금은 경기가 극도로 안좋은 상황이어서 종부세의 연내 입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내년부터 부동산 과표가 지자체 과세시가표준(시가의 30∼40%선)에서 국세청 기준시가(70∼80%선)로 크게 오르기 때문에 당초 정부·여당이 합의한 등록세율 1.8% 인하(부가세 포함 3.6%→1.8%)는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종부세법의 연내 통과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종걸 원내 수석부대표는 “야당의 반대가 심한데다 올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법안들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등록세율 인하는 연내에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한나라당과 뜻을 같이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종부세는 빼고 등록세 인하만 통과시킬 경우, 보유세 강화라는 당초의 취지는 전혀 못 살리고 거래세만 낮춰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부는 내년 과표 상승으로 재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한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종부세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종합토지세율이 적용될 경우, 종토세분만 30∼40%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보유세제 개편안 처리가 내년으로 넘어가면 지자체들의 준비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2004 결산] 북핵·남북관계

    [2004 결산] 북핵·남북관계

    2004년 한반도의 안보정세는 최근의 강추위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북핵문제는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했고, 남북대화도 이렇다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핵폐기와 체제보장의 선후를 놓고 북·미가 팽팽하게 맞선 데다 미국 대선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맞물리면서 불가피하게 초래된 교착국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개성공단산’ 냄비 3종 1000세트가 처음으로 생산돼 6시간만에 서울시내 백화점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은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지난 1년 동안의 한반도 안보정세를 북핵해법과 남북관계로 나눠 살펴본다. ■ 북핵논란 “미국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으며 검증가능한 해체를 위한 주요 요소를 담은 로드맵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미국안이나 자신들의 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6자회담이 진행 중이지만 대화를 계속한다는 합의 외엔 거의 진전이 없었다.” 미국 국무부가 작성한 ‘2004 회계연도 평가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실질적인 북핵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는 이견이 있겠지만, 보고서는 북핵과 6자회담의 현주소를 간결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진단했다. 보고서는 “북핵 문제의 교착상태가 지속될 경우 위기해소 수단으로서 양자, 혹은 다자협상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이같은 교착상태는 탄도미사일 문제의 진전도 가로막고 있다.”면서,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정책목표에 ‘미달(below)’했다고 평가했다. 북·미는 지난 6월 3차 6자회담에서 각각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실질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함으로써 본격적인 협상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3차회담에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핵의 선 폐기를 전제로, 단계별로 상응조치를 취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상응조치에는 한·중·일·러 4개국의 대북 중유제공, 불가침보장을 포함한 다자안보보장, 비핵에너지 제공, 테러지원국 해제 논의, 국교정상화 등 그간 북측의 요구사항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HEU 존재에 대해 북·미간의 이견도 드러났지만 남북한과 미·중·일·러 등 6개국은 한반도 비핵화원칙 재확인 등을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했고,9월 말 이전 4차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비핵화를 위한 초기 단계 조치들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조속히 개최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회담 직후 북한은 이례적으로 “회담에서 진전을 가져다줄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는 외무성 대변인의 긍정적인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차회담을 앞둔 8월23일 “도저히 회담에 나갈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마주 앉을 초보적인 명분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면서 태도 전환의 불길한 전주곡을 울렸다. “북한은 HEU 계획을 인정하고, 리비아 모델을 수용하라.”는 미 네오콘들의 대북 압박 발언, 미 하원의 북한인권법안 통과, 수백명의 탈북자 입국사태, 남한의 핵물질 실험문제 등이 어떻게든 시간을 끌며 더 많은 대가를 받아내려는 북한측에 좋은 빌미가 됐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을 중단시킨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미국 대선 상황이었다. 치열하게 맞붙은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와중에 북측 인사들이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과 태평스럽게 마주 앉아 핵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 애시당초부터 무리였다고 할 수 있다. 어찌됐건 올 하반기 6자회담이 더 이상 열리지 못했고, 공식적인 북핵 논의도 중단됐다.11월 미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7월 방한 때 “북한은 HEU 계획을 인정하라.”고 목청을 높였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온건파인 파월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됐다. 북한으로선 결코 달갑지 않은 사태진전이었다. 이에 북한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6자회담을 연다 해도 아무런 결과물도 없이 공회전만 하게 될 것”이라며 부시 2기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지켜보겠다고 선언, 미측에 공을 떠넘겼다. 결국 본격적인 북핵 논의는 해를 넘겨, 빨라야 부시 대통령이 2기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기조를 담은 연두교서를 발표할 새해 1월20일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 남북관계 통일부 인터넷 홈페이지(unikorea.go.kr)에 접속하면 첫 장에 ‘대북정책초점’이란 제목 아래 ‘남북관계 추진현황’이 뜬다. 그때그때, 적어도 월 1회 이상 업그레이드되던 이 자료가 ‘9월 말 현재’에서 멈춰 섰다. 올해 남북관계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개성공단 관련 협의를 제외하고는 9월 이후 추가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을 만큼 남북 당국간 공식 대화가 끊겼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북남관계는 좋게 발전하고 통일분위기는 어느 때 없이 고조됐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인터넷판에 게재한 올해의 남북관계에 대한 총평이다. 조선신보는 두 차례의 경제협력추진위원회(3월 서울,6월 평양)와 6월 장성급회담에서의 합의서 채택,6·15공동선언 발표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 등 당국 및 민간교류 등을 성과로 꼽았다. 특히 4월 말 용천역 열차폭발사고 이후 남측에서는 동포애가 발휘되고 정부와 민간이 지원사업을 추진했으며,8월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선수들이 공동입장한 점을 들었다. 7월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를 시작으로 탈북자 대거 입북, 남한 핵물질 실험 등이 불거져 나오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여기까지의 평가와 진단은 있는 그대로 옮겨 적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객관적이다. 하지만 다음 대목부터 사정이 달라진다.“남한은 말로는 협력이요, 뭐요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에 가담해 북남대결을 격화시켰다.” 남북관계가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간 것은 남한이 민족의 협력보다 미국의 입장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조선신보의 이런 일방적 결론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북한이 때때로 이런 억지주장과 함께 빗장을 걸어 잠그기 때문에 정상회담이니 장관급회담이니 하는 갖은 회담과 교류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진전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8월3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비롯해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무산됐다. 장성급회담에서 합의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또한 중단됐다. 이후 단 한 차례도 당국간 회담이 열리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경협 프로그램만은 착실하게 진행됐다. 북측은 외화관리 및 광고, 부동산 등 개성공단 사업을 위한 법적 인프라를 구축했고, 전력공급 협상도 타결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 이 결과 리빙아트는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개성공단산’ 냄비 3종 1000세트를 생산하며 남북 경협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육로관광이 2003년 9월 시작된 이후 꾸준히 나아져 숙소가 모자라 관광객을 받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남북을 잇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연결사업도 모든 공사를 마치고 개통식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핵문제 해결 지연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의 요인으로 인해 북한이 대남·대외정책에서 유연성을 보이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정부는 새해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의 돌파구를 열어나가면서 동시에 남북관계도 병행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철 통일·안보전문기자 ickim@seoul.co.kr
  • [열린세상] 2004 북핵 성적표/현인택 고려대 교수·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올 한 해도 어김없이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문제의 중핵적 사안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북핵문제의 성과에 대한 채점표는 아쉽게도 합격점을 받지 못할 것 같다.6자회담의 진전에 그나마 일말의 희망을 걸고 한 해를 출발하였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후반기에 들어 북한은 ‘미국대선 결과보기’로 일관하여 6자회담은 표류하였고 대선이 끝난 이 시점에서도 새로운 조율은 난항을 겪고 있다.6자회담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의 양자적, 다자적 관점에서 보면 북핵문제가 지난 1년 전보다 실타래가 크게 풀렸다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 미국 부시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에 계속해서 6자회담에 의존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하였다. 이것은 지난 대선과정에서도 일관되게 밝힌 것으로 미국의 강경정책으로의 선회 가능성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에 화답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부시행정부는 지금의 상태로 북한핵문제가 과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회의(懷疑)하고 있는 것 같다. 스티븐 해들리 미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밝힌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아닌 ‘정권변형’(regime transformation)의 추구 발언도 그 개념과 정책적 실행과정에 대해 확실한 해석이 없기 때문에 그 의미를 백퍼센트 확인할 길은 없지만, 지금 현 상태 그대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회의론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은 6자회담이라는 다자적 틀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표명하였지만 동시에 수단의 다양성은 그대로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6자회담의 출범으로 그간 북한핵문제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던 조역에서 단연 주역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북한 핵 폐기를 통한 북한핵문제의 해결이라는 원칙은 견지하면서 핵문제의 해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북한 정권 붕괴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미대선 토론 시에 밝힌 것처럼 미국은 중국에 보다 적극적 역할을 요청하였으며 이러한 미·중의 밀월은 향후에도 서로를 속박하는 고리가 될 것이다. 특히 향후의 6자회담 난항과정에서 중국은 ‘북한 정권 안정화’와 ‘북핵문제 해결’ 양자 사이의 선택에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일본외교정책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고이즈미 총리의 적극적 대북외교는 북한의 가짜 유골 반환 사건으로 최대의 난항을 겪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타격을 가한 것으로 일본 내에서는 대북 제재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북·일관계는 건너 간 다리를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본의 대북 독자적 접근은 북한핵문제 해결 과정뿐만 아니라 그 이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중국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 일본의 전략적 구도가 사실상 난관에 봉착한 것을 의미한다. 북한으로서는 핵문제 해결과 그 이후의 국면에서 미국이라는 걸림돌을 피해갈 수 있는 한 통로를 확보하는데, 적어도 잠정적으로는, 실패한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발언과 그 후 해외순방시 북핵문제에 관련한 미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발언들은 분명히 미국 행정부내 소위 네오콘을 겨냥한 발언인 듯하나 결국 미국은 현 미행정부에 대한 비판이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우방때리기를 통한 상대방 환심사기’가 전략적 차원의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역할분담 차원에서 우방과의 사전 치밀한 교감 속에서 나오는 것이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괜스레 우방사이의 오해만 키우게 될 것이다. 북핵문제의 해결에 그간 변치 않는 한가지 확실한 접근방법이 있었다면 그것은 ‘한·미·일공조’를 통한 해결이었다. 미·일은 일본이 어느 정도 독자적인 행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강력한 공조 위에서 행동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국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인지 지금 미·일은 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이러한 행동이 ‘할 말을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 타이밍과 방법에서 볼 때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는지와는 분명 별개이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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