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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지 않는 참전용사들 눈물… 현충일 2題

    ■경북, 학도 의용군 선양비 백지화 경북도가 6·25전쟁 참전 학도 의용군의 명예 선양비 건립 사업을 논란 끝에 철회해 졸속 행정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는 한국전쟁 당시 학도 의용군의 출신 학교를 대상으로 명예 선양비를 건립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6일 밝혔다. 도는 지난해 6월부터 학도 의용군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고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한국전쟁에 대한 교훈과 선배들의 애국심을 선양할 목적으로 명예 선양비 건립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 예산 확보 방안은 물론, 해당 시·군 및 학도 의용군 출신 학교와 사전 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하려다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을 샀다. 또 국가보훈청이 국가 사무로 추진 중인 의용군 명예 선양비 건립 사업을 도가 별도로 추진할 경우 예산 낭비라는 논란도 일었다. 도 관계자는 “학도 의용군 명예 선양비 건립은 도가 추진할 사업이 아닌 것으로 결론내렸다.”면서 “보훈청이 학도 의용군 선양비 건립과 관련, 예산 지원을 요청해 올 경우 이를 적극 검토해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도는 이 사업을 백지화하는 대신 ‘학도병 명예 증언록’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경북 도내 학교 중 전몰 의용군이 생긴 학교는 경주공업중과 안동사범학교 등 30여곳이다. 지금까지 이들 학교의 학도 의용군 출신 전사자는 모두 140여명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주중·고교의 학도 의용군은 도내에서 가장 많은 320명으로, 이 중 48명이 전장에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인천, 보훈병원 유치 수년째 표류 인천시의 보훈병원 유치 노력이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6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도 보훈병원이 들어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미 7~8년 전부터 지역 보훈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부분 고령인 데다 거동이 힘든 인천권 보훈 진료 대상자 10만여명이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서울보훈병원을 이용하기에는 상당한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5개 특별·광역시에 보훈병원이 설치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정책적인 관점에서 이를 인천에도 균형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에서는 2005년 국립보훈병원 인천유치위원회가 결성돼 시민 13만명이 서명 운동에 동참하는 등 보훈병원 건립을 위한 활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그러나 2007년 국가보훈처의 신청에 따라 기획예산처가 실시한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 편익 비율 분석 및 정책적 타당성이 기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나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그러나 인천시는 “보훈병원 추진 여부를 단순히 경제적 타당성 분석에 의해 결정해선 안 된다.”면서 2008년 보훈병원 건립을 정부에 다시 건의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천 지역 보훈단체들은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인천에 보훈병원을 세우지 않은 채 병들고 연로한 이들에게 장거리 이동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권 대상자의 불편을 감안할 때 보훈병원 건립은 지역의 숙원 사업이지만 타당성 조사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변화 요인이 발생하기 전에는 추가 요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국장부터 신입까지… 금천구는 ‘열공중’

    금천구가 의욕적으로 펼치는 독특한 공무원 교육이 화제다. 구는 수직적인 질서에 익숙한 간부들에게 수평적 토론과 리더십을 이끌어내기 위한 국·과장급 강화 교육에서부터 팀장급 이하 독서교육, 신규 채용 직원에게는 동 주민센터와 주요 시설 등을 도보로 방문하도록 하는 등 전 공무원이 교육을 통해 창조적 역량을 기르도록 주문하고 있다. 차성수 구청장은 “문제는 간부다. 젊은 공무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국·과장들이 잘 이해하고 함께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인식으로 교육은 상급자부터 차례로 실시된다. 교육을 맡은 ‘지식나눔네트워크 발전전략연구소’ 석종득 대표는 6일 “교육을 처음 맡았을 때는 공무원들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쉬는 시간인데도 서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며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10여년을 구청에서 일해도 같은 부서에서 일하지 않으면 대화를 나눌 기회도 없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당신이 남태평양 한 가운데 표류한다면 어떤 물건들을 가져가겠습니까.’라는 식의 특정 상황을 던져주고 토론에 붙이면서 공무원들도 집단 토론에 눈뜨기 시작했다. 신종일 기획홍보과장은 “그동안 대화와 소통에 문제없다고 여겼는데 교육을 받다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 가정과 직장에서의 의사소통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구는 또 6급 이하 전 직원에게 필수도서 또는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 매월 전문업체에 의뢰, 자신이 읽은 책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의견을 서술하고 채점하는 방식으로 독서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구가 이처럼 1000여명에 이르는 전 직원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옛날식 상명하복 환경에서 나오는 부작용을 씻고 집단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열린세상] 여야 타협으로 한·미 FTA 비준하려면/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여야 타협으로 한·미 FTA 비준하려면/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제 서명된 후 4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시기이다. 정부는 우리 측이 FTA 비준을 더 이상 늦추는 일은 결국 FTA 좌초를 초래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번 추가협상을 통해 우리 측이 허용한 자동차 분야의 커다란 양보도 FTA 발효 지연으로 인한 기회비용에 비하면 작은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비준 반대 태세를 강화화고 있으며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측은 FTA 이행법률안을 곧 의회에 상정할 방침을 굳히고, 민주당이 선결조건으로 내건 무역조정지원(제조업과 서비스분야에서의 FTA로 인한 피해 보상제도)에 대한 합의 도출에 고심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민 대다수는 FTA로 인한 경제성장에는 기대를 걸고 있으나, 고용 없는 성장이 될 가능성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및 콜롬비아와의 FTA로 인해 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할 급격한 실직문제에 대해 미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을 약속하지 않고 FTA를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의회와 정부가 무역조정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 지원 폭과 적용기간에 대한 공화, 민주당 간의 이견을 좁히는 일은 결국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제 한·미 FTA 상호 비준 게임의 공은 우리 코트로 넘어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미 FTA 반대 입장을 끝까지 견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어차피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 다수의 지지를 획득해야 하는데, 책임 있는 제1야당이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것은 좋은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FTA 지지로 돌아설 경우, 야권 내부에서 발생할 비난과 분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재재협상’ 방안을 제시하여 무너진 이익의 균형을 회복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 FTA의 재재협상은 실현가능하지 않다. 설령 우리 정부가 야권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재협상안을 미측에 제시하더라도 미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이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 동시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재재협상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전체 일정이 불확실한 미래의 시점으로 지연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양국 모두 의회절차를 내년 이후로 넘기는 수밖에 없게 되는데, 대선정국에 본격적으로 돌입해야 하는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FTA 비준문제는 다시 2~3년 이후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그러면 재재협상의 의제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허용 문제가 맞물리게 되는 등 FTA 비준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재재협상 요구는 양국의 통상일정 지연과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시킬 뿐,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FTA 비준안과 여타 국내 입법안들을 패키지로 묶어 국회에서 논의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2006년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25% 매출 감소, 30% 고용 감소)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현상유지형 지원 위주여서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이번 기회에 개선하여 FTA 피해계층의 장기적 경쟁력 제고를 이룰 수 있는 실질적 지원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제조업 분야의 ‘동반성장’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고안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야권으로 하여금 FTA 지지의 명분을 찾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통상협상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 간의 권한 배분을 법제화하는 통상절차법 제정 문제도 야권을 달랠 수 있는 카드다. 한·미 FTA 협상과 재협상, 쇠고기협상 등 통상 현안에 대해 투명성 부족과 정부의 권위주의적 협상태도를 비판해온 야당이 통상절차법 제정을 하나의 전리품으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도 여야 협력을 통해 역사적인 한·미 FTA 비준과정을 순리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양보가능하고 실현가능한 주제의 범위를 확정하고 그 안에서 여야가 타협함으로써 명분을 교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식물 당국’ 전락 금융위·금감원

    저축은행 수사에 금융당국의 각종 현안이 표류하고 있다. 부실 가계대출 대책 마련부터 은행권 재편에 이르기까지 당국이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들에 대해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식물 당국’이 됐다는 혹평이 쏟아진다. 카드론 급증 문제와 더불어 지난해 말 800조원을 넘긴 가계대출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해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를 비롯해 노무라증권·모건스탠리 등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 가계부채 건전성에 대한 경고가 최근 터져 나왔다. 하지만 당국은 당초 3월에서 상반기 중으로, 다시 하반기로 대책 마련 시기를 늦추기에 바쁘다. 결국 올해 1분기 가계대출은 6조 3000억원 더 늘었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은행의 외형확대 경쟁에 경고를 하고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5일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가 나온 뒤 당국의 방침에 따라 고정금리 상품을 출시했고, 거치기간을 줄이는 식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당국이 지시한 사항에 한해서는 충실히 따랐는데, 대출이 늘어난 결과 때문에 경고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우리금융 매각 작업에도 소극적이다. 산은금융 등 금융지주회사의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일 금융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이미 우리금융 지분의 30%(3조~4조원) 이상 인수자에게만 입찰 자격을 주기로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사 이외에는 입찰하지 못하도록 판을 짜놓은 상황”이라면서 “시행령 개정이 무산된다면 우리금융 매각 작업이 다음 정권 이후인 3~4년 뒤로 늦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의 잇따른 승인 연기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 위기에 처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7) 우리나라 최초 코끼리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7) 우리나라 최초 코끼리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 일본 해안마을에 남만(인도네시아) 배 한 척이 표류돼 왔다. 이 배에는 커다란 아시아 코끼리가 한 마리 실려 있었다. 선원들은 당시 사무라이로 대표되는 막부(幕府)의 서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끼리를 쇼군에게 바친다. 일본에 최초로 코끼리가 상륙하는 순간이었다. 코끼리는 당시 일본 수도인 교토까지 72㎞나 되는 먼 길을 걸어가 쇼군에게 상납된다. ●日서 팔만대장경 판본과 강제 교환 그러나 쇼군은 난생 처음 보는 코끼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시 불교 문화권인 일본에서는 코끼리라면 불경에 나오는 것처럼 하얀색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불경스럽게도 너무나 까맸다. 쇼군은 코끼리를 궁궐 한구석에서 대충 사육하도록 했다. 그러던 중 막부는 정권 강화를 위해 팔만대장경 판본이 필요해졌다. 조선에 판본을 요구했다. 대신에 아주 귀한 코끼리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조선은 외교적으로 이 제안을 거부하기가 어려웠다. 코끼리는 다시 배에 실려 조선 땅으로 왔다. 공교롭게 일본과 조선에서 최초 코끼리가 동일해졌다. 태종 1411년 2월 조선에 들어온 코끼리는 역시 일본과 비슷한 이유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래도 외교 선물인 만큼 궁궐 안에서 말을 키우는 사복시에게 맡아 기르도록 했다. 코끼리는 이름도 얻지 못한 채 대충 말처럼 사육됐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로부터 1년 후 지금의 국토부 장관쯤 되는 공조전서 이우(李瑀)가 심심하던 차에 코끼리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줬던 모양이다. 화가 난 코끼리는 이우를 밟아 죽이고 말았다. 대형 참사였다. 왕과 중신들은 고민을 거듭했다. 살인범이 된 코끼리를 처형할 것인가 살려둘 것인가. 결국 코끼리는 전라도 순천의 장도라는 작은 섬에 귀양 보내졌다. ●‘살인 코끼리’ 전락… 전라도 등 전전 무인도 같은 이곳에 코끼리가 좋아하는 먹이는 거의 없었다. 궁궐에서 삶은 콩이나 과일로 호의호식하던 코끼리는 급기야 먹기를 거부했고 점점 말라갔다. 이 소식을 접한 태종은 매우 슬피 여겨 다시 코끼리를 전라도 땅 육지로 불러들여 절대 죽이지 말고 잘 키우라고 지시했다. 졸지에 애물단지를 떠안게 된 전라도 관찰사는 새로 왕위에 오른 세종에게 장계를 올렸다. “선왕의 뜻을 받잡아 잘 키워 보려 했으나 하루에 100㎏이 넘는 귀한 식량을 축내는 데다 매우 위험하기까지 한 이 코끼리를 전라도 혼자서만 감당하기는 너무 힘드니 따뜻한 삼도(경상·전라·충청) 지방에서 서로 돌려가며 키우게 하소서.” 정권 초기에 민심을 다독이려던 세종은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아 코끼리를 충청도로 올려 보내도록 했다. 그러나 코끼리는 공주에서 또다시 사람을 해하고 말았다. 충청도 관찰사는 왕에게 ‘살인 코끼리’를 섬에 유배해 방목시키기를 간청했다. 한반도 첫 코끼리의 10년간의 짧고도 기구한 기록은 여기에서 끝나고 만다. 아마도 이 불행한 코끼리는 얼마 못 가 외로운 고도(孤島)에서 단식으로 생을 마감했으리라 추측된다. 그 후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500년 뒤인 1912년 한반도에 비로소 두 번째 코끼리가 들어온다. 이 코끼리를 맞은 곳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찬탈한 뒤 궁궐(창경궁)에서 동물원으로 격하시킨 창경원이었다. 글 사진 최종욱(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서울신문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 속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의 최종욱 수의사와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입니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은밀한 비밀 등 다채롭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매주 1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연재됐던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른들의 동물원] (1) ‘크누트’의 돌연사 왜 어미곰은 새끼를 포기했을까? [어른들의 동물원] (2) 외로운 ‘블랙스완’ 대량학살의 슬픈 역사 간직한 그들. [어른들의 동물원] (3) 동물들의 사랑 몸짓(상) 고슴도치들은 어떻게 교미를 할까? [어른들의 동물원] (4) 동물들의 사랑 몸짓(하) 수컷뱀 성기 2개로 5시간 짝짓기 [어른들의 동물원] (5) 동물의 심리학 개장수 나타나면 동네 개들 조용해지는 이유 [어른들의 동물원] (6) ‘고리롱’ 박제논란(상) 숨진 로랜드고릴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른들의 동물원] (7) 우리나라 최초 코끼리 600년전 일본에서 실려와 비운의 삶 [어른들의 동물원] (8) ‘고리롱’ 박제논란(하) 서울동물원, 독자의견 따라 박제 않기로 [어른들의 동물원] (9) 잘못 알려진 진실들 백조는 물속에서도 발짓을 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동물원] (10) 동물들도 자살을 하나? 1주일 만에 새끼 잃은 어미원숭이의 선택 [어른들의 동물원] (11) 술 취한 원숭이들 먹던 과일 씹다 두면 발효돼 자연의 밀주로 [어른들의 동물원] (12) 더위 절대강자 낙타의 비밀 무릎 같은 발목이 하이힐 역할 [어른들의 동물원] (13) 원숭이와 눈 마주치지 마라 동물원 사팔뜨기 안경의 비밀 [어른들의 동물원] (14) 불법포획 돌고래의 고백 사자도 공작도 과거를 숨기는지 몰라요
  • 비운의 코끼리...한국과 일본 오가며 안타까운 짧은 생

    비운의 코끼리...한국과 일본 오가며 안타까운 짧은 생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 일본 해안마을에 남만(인도네시아) 배 한 척이 표류돼 왔다. 이 배에는 커다란 아시아 코끼리가 한 마리 실려 있었다. 선원들은 당시 사무라이로 대표되는 막부(幕府)의 서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끼리를 쇼군에게 바친다. 일본에 최초로 코끼리가 상륙하는 순간이었다. 코끼리는 당시 일본 수도인 교토까지 72㎞나 되는 먼 길을 걸어가 쇼군에게 상납된다. 그러나 쇼군은 난생 처음 보는 코끼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시 불교 문화권인 일본에서는 코끼리라면 불경에 나오는 것처럼 하얀색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불경스럽게도 너무나 까맸다. 쇼군은 코끼리를 궁전 한 구석에서 대충 사육하도록 했다. 그러던 중 막부는 정권 강화를 위해 팔만대장경 판본이 필요해졌다. 조선에 판본을 요구했다. 대신에 아주 귀한 코끼리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조선은 외교적으로 이 제안을 거부하기가 어려웠다. 코끼리는 다시 배에 실려 조선 땅으로 왔다. 공교롭게 일본과 조선에서 최초 코끼리가 동일해졌다. 태종 1411년 2월 조선에 들어온 코끼리는 역시 일본과 비슷한 이유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래도 외교 선물인 만큼 궁궐 안에서 말을 키우는 사복시에게 맡아 기르도록 했다. 코끼리는 이름도 얻지 못한 채 대충 말처럼 사육됐을 것이다. 운명의 장난인지, 그로부터 1년 후 지금의 국토부 장관쯤 되는 공조전서 이우(李瑀)가 심심하던 차에 코끼리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줬던 모양이다. 화가 난 코끼리는 이우를 밟아죽이고 말았다. 대형 참사였다. 왕과 중신들은 고민을 거듭했다. 살인범이 된 코끼리를 처형할 것인가 살려둘 것인가. 결국 코끼리는 전라도 순천의 장도라는 작은 섬에 귀양 보내졌다. 무인도 같은 이곳에 코끼리가 좋아하는 먹이는 거의 없었다. 궁궐에서 삶은 콩이나 과일로 호의호식하던 코끼리는 급기야 먹기를 거부했고 점점 말라갔다. 이 소식을 접한 태종은 매우 슬피 여겨 다시 코끼리를 전라도 땅 육지로 불러들여 절대 죽이지 말고 잘 키우라고 지시했다. 졸지에 애물단지를 떠안게 된 전라도 관찰사는 새로 왕위에 오른 세종에게 장계를 올렸다. “선왕의 뜻을 받잡아 잘 키워보려 했으나 하루에 100㎏이 넘는 귀한 식량을 축내는 데다 매우 위험하기까지 한 이 코끼리를 전라도 혼자서만 감당하기는 너무 힘드니 따뜻한 삼도(경상·전라·충청) 지방에서 서로 돌려가며 키우게 하소서.” 정권 초기에 민심을 다독이려던 세종은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아 코끼리를 충청도로 올려 보내도록 했다. 그러나 코끼리는 공주에서 또다시 사람을 해하고 말았다. 충청도 관찰사는 왕에게 ‘살인 코끼리’를 섬에 유배해 방목시키기를 간청했다. 한반도 첫 코끼리의 10년간의 짧고도 기구한 기록은 여기에서 끝나고 만다. 아마도 이 불행한 코끼리는 얼마 못가 외로운 고도(孤島)에서 단식으로 생을 마감했으리라 추측된다. 그 후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500년 뒤인 1912년 한반도에 비로소 두 번째 코끼리가 들어온다. 이 코끼리를 맞은 것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찬탈한 뒤 궁궐(창경궁)에서 동물원으로 격하시킨 창경원이었다. 글·사진 최종욱(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조선선비 ‘동경의 땅’에 당도하다

    “내가 그를 따라서 성에 들어서니 곧 상화의 집이었다. 높은 문은 우뚝 솟아 있고, 하얗게 칠한 담이 둘러 있었다. 당에 오르니 침상과 탁자가 많았는데, 붉은색 융단이 덮여 있었다. 마당의 섬돌은 모두 벽돌을 깔아 한 점의 흙도 없었으니 월중(越中)의 갑부인 것을 알게 되었다. 자리에 앉으니 상화가 나에게 집 안팎을 구경하자고 하였다. 담장이 둘러져 있고 이중벽이어서 사람의 마음과 눈을 놀라게 만든다. 정침(正寢)에 이르니 곧 동서에 있는 곁방에 은으로 만든 병을 벌여놓았는데, 몇 백개나 되는지 알 수 없었으며, 금수(錦繡)와 능라(綾羅) 같은 종류가 모두 이와 같았다.”(‘5월 5일 중국 선비의 집을 처음으로 방문하다’) 조선 후기 때 선비 최두찬이 지은 중국 강남(江南) 표류기 ‘승사록’의 한 대목이다. 최두찬은 1817년 5월 제주 대정현의 현감이 된 장인의 강권에 못 이겨 제주도까지 동행한다. 1년 동안 제주를 둘러 본 뒤 이듬해 귀향길에 오른 그는 도중에 풍랑을 만났고, 16일 동안 바다 위를 표류하다 우연히 중국의 강남 지역에 상륙하게 된다. 최두찬은 1818년 4월 8일~10월 2일, 표류부터 귀환까지의 일들을 매일매일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게 승사록이다. ‘승사록, 조선 선비의 중국 강남표류기’(박동욱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는 최두찬의 승사록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중국견문기다. 제주도에 있을 때 지은 시편, 일행 50명과 함께 16일 동안 바다 위를 떠돌던 기억, 중국 닝보(寧波)에 닿은 뒤 보았던 풍속과 명승, 강남의 지식인과 문답한 필담, 가옥·의복·농사·무덤·배와 수레 이야기 등 최두찬의 시선에 포착된 당시 강남의 풍속과 풍경, 사람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겼다. 당시 중국의 강남은 조선 사람들에게 동경과 미지의 땅이었다. 주원장이 금릉을 남경이라 개칭한 뒤 도읍으로 삼고, 이후 영락제가 북경으로 천도한 것이 1421년이었다. 명의 건국부터 북경 천도까지의 50여년 동안만 조선 선비들의 강남기행이 가능했다. 이 시기에 나온 기행물은 정몽주의 ‘강남기행시고’(江南紀行詩藁)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후로는 공식적인 사행이 북경 인근을 벗어나 강남 땅을 밟는 경우가 없었다. 이런 까닭에 강남은 조선의 지식인에게 상상의 공간이었다. 최두찬은 강남에서 한 달 넘게 체류하며, 주로 저장성(浙江省) 지역의 풍물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아울러 한자(漢字)라는 공통 문자를 통해 강남의 선비들과 학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들의 관심을 조선에 대한 호기심으로 확장시켰다. 2만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세계적 도심 속 철새도래지 밤섬에 가보니…

    세계적 도심 속 철새도래지 밤섬에 가보니…

    26일 오전 10시쯤 한강 아래밤섬을 찾은 낯선 손님들을 먼저 반긴 것은 허리춤까지 훌쩍 자란 갈대숲이었다. 가을이면 2m도 넘게 자라 속살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날 만남은 행운이었다. 홍수로 물이 가득 들어찼던 대지는 바둑판 같은 논바닥을 닮았다. 이따금 버드나무 위로 이름 모를 새들이 푸드덕 날아올랐다. ●멸종위기 횐꼬리수리 등 서식 자살 실패로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김씨표류기’의 무대였던 밤섬.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선착장에서 유람선 ‘한강르네상스호’에 올라 장화로 갈아 신고 구명조끼까지 갖춘 뒤 다시 7인승 순찰선을 타고 5분여를 달려 섬에 도착했다. 거친 물살과 섬 주변의 얕은 수심 때문에 유람선으로는 쉽게 닿을 수 없다고 류경기 한강사업본부장이 귀띔했다. 물이 많으면 섬 하나로 몸을 합쳤다가 줄어들면 ‘형제 섬’으로 돌아가곤 한단다. 위밤섬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래밤섬은 마포구 당인동에 있다. 토사 퇴적으로 연평균 4200㎡씩 넓어지는데 현재 크기는 27만 3503㎡에 이른다. 1968년 한강개발에 따라 폭파됐다가 43년 만에 철새도래지로 자리매김하며 일반인들에겐 ‘치외법권 지역’이 됐다. ●27만여㎡… 연평균 4200㎡씩 증가 대규모 버드나무 군락지인 아래밤섬에선 5월이면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청둥오리, 괭이갈매기, 노랑딱새 등 많은 새들이 짝짓기를 한다. 2007년 28종에서 지난해 33종의 새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행은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섬을 가로지르다 갈대숲에서 오리가 알을 낳은 둥지를 발견하는 행운을 덤으로 누렸다. 너무나 은밀한 안식처에 둥지를 틀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 가만가만 살펴야 했다. 얼마쯤 더 걸었을까. 한강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이 거주했던 땅에 ‘밤섬주민 옛 생활터’라고 쓰인 표석과 마주했다. 주위는 야생화와 갈대로 둘러싸여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으나 사람 키만 한 뽕나무들을 보며 사람이 살았다는 게 실감났다.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단으로 발길을 돌리자 영화 ‘김씨표류기’의 주무대를 만났다. 영화처럼 파도가 철썩이는 하얀 모래사장이 1㎞ 남짓 이어졌다. 그러나 김씨가 모래사장에 ‘헬프’(Help) 대신 ‘헬로’(Hello)를 쓸 만한 공간은 위섬과 만나는 지점에 다다랐을 때에야 비로소 만났다. 대부분 강물이 들어차거나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모래사장을 덮고 있었다. 한강본부 오형민(운영부 환경과) 주무관은 “구본무 LG 회장이 워낙 철새를 좋아해 저기 쌍둥이 빌딩 동관 30층에서 매일같이 망원경으로 밤섬을 관찰한다더라.”면서 “밤섬에 사람이 출입한다 싶으면 사무실로 즉각 신고할 만큼 철새 사랑이 지극하다.”고 말했다. 영화처럼 강 건너 아파트에서 달 관찰을 하는 망원경으로 밤섬을 바라보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나온 여자 주인공과 오버랩됐다. 밤섬은 주기적으로 몸단장(대청소)을 한다. 때문에 영화처럼 자장면 봉지, 오리배, 그리고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병 같은 생활쓰레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이날 한강 서식어종 조사체험과 물고기 산란장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는 황복, 쏘가리, 치리 등 39종의 어류가 발견되고 있다. 류 본부장은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참매, 말똥가리 등 보호가치가 높은 밤섬은 세계에서 드문 도심 철새도래지”라며 “1999년 8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식물도 2007년 양버즘나무, 조팝나무, 애기똥풀, 큰달맞이꽃 등 178종이나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같은 하얀 모래사장이 1㎞ 오세훈 시장은 눈치알, 잉어알, 붕어알 등이 자라는 물고기 산란장 근처에서 그물을 끌어당겨 잡은 70㎝는 족히 돼 보이는, 팔뚝만한 잉어를 들어올리는 시범을 보이다 힘센 녀석들 때문에 물세례를 받았다.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장어와 참게도 잡혔다. 오 시장은 “개발이란 미명 아래 무인도 신세가 돼 버린 밤섬은 이제 자연성과 역사성을 회복하는 대표적인 생태공간으로 탈바꿈되고 있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의 핵심 기치인 회복·창조와도 맞닿는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강원 고교평준화 사업 무산되나

    고교평준화 등 진보성향의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추진해 온 각종 사업이 도의회 교육위원회에 줄줄이 발목이 잡혔다. 강원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9일 고교평준화 조례안·교복지원 조례안·현장체험학습비 지원조례안 등을 심의한 뒤 고교평준화조례안을 계류시키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2013년부터 춘천·원주·강릉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고교평준화 계획은 당분간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당초 2012년부터 고교평준화를 실시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에 법령 개정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강원도교육청은 이후 시도 조례를 통해 추진토록 관계 법령을 개정했지만, 도의회교육위에 상정한 조례안마저 표류하게 됐다. 신철수 교육위 위원장은 “평준화를 추진하려는 속도가 빨라 이를 늦출 필요가 있다.”면서 “고교평준화 조례안을 가결시켜 놓으면 이를 추진하기 위한 설문조사 등이 빨리 진행될 것 같아 계류시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교복지원 조례안은 어려운 재정 형편과 총선 등을 거치면서 향후 정부 차원의 복지지원 대책이 나올 것을 감안해 부결시켰다. 또 초·중·고교생에게 수학여행비 등의 현장체험 학습비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안은 초등학생 전원과 중고생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다문화가정 학생에 한해 지원하기로 수정 의결했다. 하지만 모든 학생에게 현장체험 학습비를 지원하겠다는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것이어서 도교육청은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재의를 요청하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민 도교육감은 “고교평준화 조례안은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도민들의 뜻을 묻기 위한 기본적인 것”이라면서 “계류결정을 통해 이를 시작도 못하게 만드는 것은 공적인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현장체험 학습비 지원 조례안도 교육위에서 권고해 추진한 것인데 이를 수정 의결한 것은 도교육청 정책에 대한 무조건적 발목잡기”라면서 “직접 도민에게 교육정책을 알리고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데스크 시각] 파이의 일생, 그리고 최고은法/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파이의 일생, 그리고 최고은法/안미현 문화부장

    친구가 죽었다. 아니 죽었단다. 자정 넘어 불쑥 들어온 문자 메시지는 친구가 2년 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순간, 최고은이 떠올랐다. 독립영화를 하던 친구였다. 생각은 더 나쁜 쪽으로 옮겨갔다. 혹시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며 이내 머리를 저었다. 다음 날 전해진 친구의 사인(死因)은 암이었다.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암세포가 온몸에 퍼진 뒤였단다. 단칸방에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어갔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처럼 친구는 병실에서 그렇게 쓸쓸히 눈을 감았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떻게 2년 동안이나 죽음을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자책의 마음은 애꿎은 영화판을 걸고 넘어졌다. 영문학을 전공한 친구는 뒤늦게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아르바이트로 돈이 좀 모이면 영화를 만들었다. 그럴 땐 1년이고 2년이고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불쑥 나타나 “다 말아먹었다.”며 머리를 긁적이곤 했다. 그래도 좋다고 씩씩하게 웃던 녀석이었다. 짧은 머리에 행동도 선머슴 같아 ‘녀석’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친구였다. 그토록 좋아했던 영화였으니 적어도 영화판 사람들은 친구의 죽음을 알아야 했던 것 아닌가. 예술인복지법(일명 최고은법)에도 생각이 미쳤다.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암세포도 따지고 보면 ‘좋아하는 영화’와 ‘살아야 하는 생계’ 사이에서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게 아닐까. 머릿속은 이미 그런 것이라고 결론 내고 있었다. 복지법은 4대 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저소득 예술인들의 복지를 위해 2년 전 정병국(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예술인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설립해 예술인의 실업급여와 퇴직급여 등을 보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최고은씨 죽음으로 급물살을 탔던 논의는 그러나 예술인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 왜 예술인의 복지를 국민 다수의 세금으로 보장해줘야 하느냐 등의 반론에 부딪혀 국회 표류 중이다. ‘예술인의 밥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논쟁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때로는 영화 한 편이, 노래 한 곡이 자동차·반도체 못지않은 수출 콘텐츠임은 이미 남미 대륙까지 파고든 한류 열풍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는가. 미래는 문화예술의 시대라고 부르짖으면서 정작 그 주체인 예술인들의 최저 생계는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극빈생활도 감내하라는 식이어서는 제2의 임권택, 제3의 신경숙을 기대하기 어렵다.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5년 전이었다. 외국에 연수 간다고 하니 영어책 한 권을 선물로 가져왔다. 얀 마텔이 쓴 ‘파이의 일생’이었다. 펼쳐 보니 군데군데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단어 밑에 연필로 쓴 우리말 뜻도 눈에 들어왔다. 부산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는 친구는 “내가 억수로 좋아하는 책이래이. 새 책을 사줘야 하는데….”하며 또 머리를 긁적였다. 또 하나의 잔상. 족집게로 일일이 동판활자를 조각 맞춰 신문을 찍던 시절, 윤전기를 빌려 학보 찍으러 온 대학생 기자들 군기도 잡고 긴긴밤 피로도 풀 겸, 일간지 언론사 ‘조판 아저씨’들은 노래를 시키곤 했다. 노래 사역은 으레 수습 기자들 몫이었다. 친구는 “노래 못합니더.”하면서도 구성지게 노래를 뽑아냈다. 그런 날은 아무리 여러 번 수정 원고를 넘겨도 아저씨들이 인심 좋게 기사를 고쳐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친구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기약 없이’ 인생을 거는 사람들을 향해 말하고 싶다.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세상을 견뎌내라고. 필요하면 옆집 대문을 두드리고, 몸이 이상하면 ‘미련곰탱이’처럼 버티지 말고 병원을 찾으라고. 사나운 벵골 호랑이와 구명보트에 남겨져 태평양에 표류하게 된 16살 인도 소년 파이처럼 악착같이 뭍으로 돌아오기 위해 싸우라고. 그와 동시에 사회는 예술인의 최소한의 삶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hyun@seoul.co.kr
  • 대전동구 신청사 공사 1년만에 재개

    민선5기 출범 후 불거진 지방자치단체 재정난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대전 동구 신청사 건립공사가 1년간의 표류 끝에 재개됐다. 동구는 19일 가오동 신청사 건립 현장에서 한현택 구청장과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설명회를 갖고 공사를 재개했다. 신청사는 지난해 6월 구 재정난으로 착공 1년 8개월 만에 공사가 중단됐다. 전체 사업비 664억원 중 301억원이 투입됐고, 공정률은 47%였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 투입될 나머지 사업비는 현 청사를 대전시에 115억원에 매각하고 지방채 80억원을 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당할 계획”이라면서 “당초 지난 4월에 준공하려 했던 것이 공사 중단으로 내년 4월로 늦춰졌다. 개관은 내년 6월 말 이뤄진다.”고 말했다. 신청사는 총건물면적 3만 5745㎡에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로 본청, 구의회, 보건소, 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공사는 계룡건설 등 4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맡는다. 이 신청사 공사가 중단되자 당시 한 구청장은 “전임 구청장이 무분별하게 지방채를 발행하고 전시 행정을 일삼아 재정난을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구정소식지 무기한 발간 중단, 청사 내 일부 정수기와 커피자판기 가동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는 법석을 떨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아이들 영화에 ‘19禁’ 예고편이?

    아이들 영화에 ‘19禁’ 예고편이?

    주부 김정란(38·가명)씨는 지난 7일 황금연휴를 맞아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영화 ‘토르:천둥의 신’을 보러 극장을 찾았다가 낯 뜨거운 경험을 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성인영화인 ‘옥보단 3D’의 예고편이 버젓이 상영됐기 때문이다. 극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반라의 여성들이 거친 숨을 내뿜는 등 자극적인 화면과 ‘무한색기’, ‘이것이 진정한 에로다’ 등 선정적인 문구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날 극장에서는 ‘옥보단 3D’ 외에도 ‘레지던트’ 등 잔혹한 스릴러물의 예고편 등이 연달아 상영됐다. 이런 민망한 경험은 김씨만 한 게 아니다. 허술한 ‘예고편 등급’ 규정으로 극장을 찾은 청소년들은 자극적인 예고편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화관과 관계당국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18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일반 영화는 ‘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18세 이상 관람가’ 등 4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지만 예고편은 ‘전체 관람가’와 ‘유해성’ 등 두 가지뿐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65건의 영화가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지만 예고편 중에서는 35건만 유해성으로 결론났다. 그나마 유해성 예고편들도 수정을 하면 다시 심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성인영화 예고편이 제한 없이 극장에 걸리고 있다. 영화관들은 “예고편이 모두 전체 관람가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상영되는 모든 예고편이 영등위의 심사를 거친 것이기 때문에 따로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청소년 대상 영화에는 가급적 성인영화 예고편을 내보내지 않으려고는 하지만 영화관마다 패턴이 달라 관리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예고편의 선정성은 2008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지적된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1월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이 예고편 등급제를 골자로 한 관련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다른 정치적 이슈에 밀려 국회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법안이 표류하면서 실무를 담당하는 영등위는 무기력한 모습이다.영등위 관계자는 “예고편은 광고로 분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심의만 통과하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법안이 발효되지 않는 이상 현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엄마, 무한색기가 뭐에요?” 낯뜨거운 영화 예고편 논란

    주부 김정란(38·가명)씨는 지난 7일 황금연휴를 맞아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영화 ‘토르:천둥의 신’를 보러 극장을 찾았다가 낯 뜨거운 경험을 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성인영화인 ‘옥보단 3D’의 예고편이 버젓이 상영됐기 때문이다. 극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반라의 여성들이 거친 숨을 내뿜는 등 자극적인 화면과 ‘무한색기’, ‘이것이 진정한 에로다’ 등 선정적인 문구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날 극장에서는 ‘옥보단 3D’ 외에도 ‘레지던트’ 등 잔혹한 스릴러물의 예고편 등이 연달아 상영됐다.  이런 민망한 경험은 김씨만 한 게 아니다. 허술한 ‘예고편 등급’ 규정으로 극장을 찾은 청소년들은 자극적인 예고편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영화관과 관계당국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18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일반 영화는 ‘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18세 이상 관람가’ 등 4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지만 예고편은 ‘전체 관람가’와 ‘유해성’ 등 2가지 뿐이다.  이 때문에 올들어 65건의 영화가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지만 예고편 중에서는 35건만 유해성으로 결론났다. 그나마 유해성 예고편들도 수정을 하면 다시 심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성인영화 예고편이 제한 없이 극장에 걸리고 있다.  영화관들은 “예고편이 모두 전체 관람가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상영되는 모든 예고편이 영등위의 심사를 거친 것이기 때문에 따로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청소년 대상 영화에는 가급적 성인영화 예고편을 내보내지 않으려고는 하지만 영화관마다 상영 패턴이 달라 관리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예고편의 선정성은 2008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지적된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1월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이 예고편 등급제를 골자로 한 관련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다른 정치적 이슈에 밀려 국회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법안이 표류하면서 실무를 담당하는 영등위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영등위 관계자는 “예고편은 광고로 분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심의만 통과하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법안이 발효되지 않는 이상 현 상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사설] 국책사업 후유증 상생발전으로 풀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 지구가 대전 대덕으로 결정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는 진주로 일괄 이전키로 확정됐다. 신공항 백지화를 포함하면 난마처럼 얽혔던 3대 국책 사업이 모두 가닥이 잡혔다. 이 때문에 탈락된 지역들의 반발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온 나라가 갈라지고 찢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불복 사태가 잇따른다고 해서 천신만고 끝에 결론 낸 주요 국정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선정된 지역이나 탈락된 지역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번 후폭풍은 예고된 인재(人災)다. 과학벨트 문제는 세종시 백지화에 화풀이하듯이 원점 재검토 운운해서 너도나도 유치전에 뛰어들게 했다. LH 본사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할 때 일괄 이전 원칙만은 정했어야 했다. 신공항 문제도 미리 선정 기준을 공개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정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을 알고도 방치해서 위기를 키웠다.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해 결과의 공정성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뒤늦게 지역이기주의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민심 이반을 부채질하고 있다. 공복(公僕)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행태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에 앞서 그들이 삭발하고 단식하는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지역 발전을 진정으로 걱정하든, 표를 구걸하려고 얄팍한 제스처를 쓰든 본질은 성난 민심이다. 먼저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손 놓고 있었고,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문책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 뒤 지역이기주의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정책으로 적극 수렴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수도권에 밀려 지방경제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혁신도시 등 지지부진한 지역개발 정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역 떼법이 도를 넘어 망국병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조속히 그 갈등을 풀어야만 국정이 표류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과학벨트, LH 문제와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했다. 지난번 신공항 백지화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는 총리의 몫만은 아니다. 청와대는 주요 정책의 최종 조정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런 만큼 국정의 중심은 청와대다. 후유증을 조기 수습하려면 국정 최고책임자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 [사설] 황우여 - 김진표 생산적 원내정치 이끌어라

    원내 제1·2당의 사령탑이 새로 구축됐다. 한나라당이 황우여 원내대표를 선출한 데 이어 민주당도 그의 카운터파트로 김진표 원내대표를 뽑았다. 황 원내대표는 비주류 출신으로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고, 김 원내대표는 전국 정당을 표방하며 원내 지휘봉을 거머쥐었다. 두 원내사령탑은 비교적 중도적인 성향을 유지하며 정치 보폭을 넓혀 왔다. 분파적 정쟁과는 거리를 둬온 만큼 전투형이 아닌 정책형, 대화형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안팎의 기대를 받고 있다. 당리당략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생산적 파트너십으로 국회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두 원내대표는 18대 국회의 마지막 1년을 맡는다. 통상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정치권이 국회 활동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따라서 두 원내대표는 말년 국회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올 국회의 마지막 성적표가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가장 중요한 채점 기준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황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의 4선 의원이며, 김 원내대표는 경제 관료 출신의 재선 의원이다. 명판관과 엘리트 관료 출신답게 건전하고 균형 있는 정책 경쟁이 요구된다. 소임의 첫째는 민생 국회다. 황 원내대표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한나라당의 쇄신과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감세정책 철회를 비롯해 10대 민생 현안을 제시하는 등 서민·중산층에 다가가려고 과감한 정책 기조 전환을 모색 중이다. 민주당 역시 서민·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임을 표방하고 있으며 김 원내대표는 그 선두에 서게 됐다. 말을 앞세우지 말고 실천적인 경쟁에 나서야 한다. 소임의 둘째는 국회 폭력 추방이다. 국회 선진화 법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6월 국회에서는 매듭지어야 한다. 정기국회는 예산국회로 그 법을 처리할 겨를이 없다. 이때를 놓치면 18대 국회에서는 물 건너간다. 두 원내사령탑에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여야는 적이 아니라 국정 동반자라는 책임 의식과 소명감을 가져야 한다. 역지사지의 정신이 필요하다. 여야가 벌써부터 민심을 잡겠다며 무분별한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민생 국회의 소임을 다하되 무책임한 포퓰리즘만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정책 껍데기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다. 모두가 나라 곳간부터 살펴봐야 한다.
  • [판·검사 전관예우 금지] 퇴직공직자 로펌行, 브레이크가 없다

    지난해 퇴직한 행정안전부의 한 고위 공무원은 퇴직 3년 전에 근무했던 경기도청 시절 결재한 계약서류 한 건 때문에 국내 굴지의 통신사 고문으로의 재취업이 좌절됐다. 취업제한 심사를 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당시 결재가 재취업 이후 직무 수행과는 무관하지만 어쨌든 현행 규정에 걸린다.”고 재취업 불허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재취업 58% 로펌으로 행안부 윤리복무관 관계자는 “퇴직 후 재취업을 하는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찬 밥’과 ‘더운 밥’이 갈린다.”고 설명한다. 로펌으로 직행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간 명암이 극명히 엇갈린다는 것이다. 공직자 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재산등록 대상 공직자는 퇴직 전 3년간 소속 부서 업무와 관련있는 영리 사기업에 퇴직 후 2년간 재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업무 관련 기업 범위는 ‘자본금 50억원 이상, 연평균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으로 한정돼 있다. 자본금보다 인적 파워·네트워크로 일하는 로펌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이 오히려 회전문 인사를 부추기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자본금 50억원을 초과하는 로펌은 국내에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법제처 같은 부처는 현직에서 쌓은 실무지식을 무기로 로펌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즐비하다. 공정거래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정위를 퇴직하고 민간기업에 취업한 4급 이상 공무원 24명 중 14명(58.3%)이 김앤장 등 대형 로펌으로 이동했다. 반면 로펌에서 선호하지 않는 부처 출신들은 퇴직 후 손만 빠는 신세가 될 때가 많다. 이런 형성성 논란 때문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등이 ‘자본금 10억원, 3년간 연평균 외형거래액 30억원 이상’으로 취업 제한 기업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지난해 제출했지만 이를 비롯해 20건이 넘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낮잠자고 있다. ●취업 제한 개정안 20여건 표류 특히 감사분야 공직자의 재취업 제한을 규제하는 개정안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감사원·금융위 출신 공무원들은 현직에 있을 때 주로 정부기관을 상대한다는 이유로 퇴직 후 민간기업·은행 감사직에 재채용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들이 퇴직일로부터 2년간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16일간의 표류… 나토군은 손 내밀지 않았다

    16일간의 표류… 나토군은 손 내밀지 않았다

    살기 위해 터전을 버리고 보트 위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항해를 시작한 지 하루도 안 돼 기름이 동났고, 보트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덮쳤다.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희망의 빛을 봤다. 망망대해에서 서방 군함이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16일간의 표류 끝에 전쟁터 리비아를 떠나온 난민 61명은 결국 그렇게 숨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리비아 정정 불안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들의 구조 요청을 무시하는 바람에 난민 61명이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보호책임’을 명분 삼아 리비아 공습에 나선 나토군이 정작 조난자 구조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이 불거졌다. 특히 국제해양법상 군함을 포함한 모든 배는 주변에서 조난 신호를 받으면 도움을 주게 돼 있어 인도적 차원을 넘어 국제법 위반 논란까지 불붙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 생존자와 인권단체, 프랑스 정부 등의 증언과 해명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외국인 난민과 이주민 72명을 태운 소형선박이 리비아 트리폴리를 출발한 것은 지난 3월 25일이었다. 이들은 트리폴리에서 약 290㎞ 떨어진 이탈리아의 람페두사 섬으로 탈출할 계획이었다. 이 지역에 살던 에티오피아인 47명과 나이지리아인 7명 등이 타고 있었고 여성 20명과 아기 2명도 포함됐다.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로 변한 건 출항 18시간 만이었다. 배가 고장을 일으켰고 연로도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탑승자들은 위성전화로 로마의 난민인권단체 ‘하베시아’에 전화했고 이 단체로부터 표류 사실을 접수한 이탈리아 해안 경비대는 즉각 경보를 내렸다. 곧 기체에 ‘육군’이라고 적힌 헬리콥터가 트리폴리에서 약 97㎞ 떨어진 지중해에서 이들을 찾아냈고 보트 위로 물병과 비스킷 봉지를 떨어뜨린 뒤 “자리를 지키고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났다. 그 뒤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정처없이 표류하던 이들은 사나흘쯤 지났을 때 다시 한 번 기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9~30일쯤 군함이 눈에 띄었다. 가디언은 이 선박이 프랑스의 샤를드골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군함에서 날아온 전투기 2대가 배 위를 맴돌자 난민들은 갑판 위에서 굶주린 아이를 번쩍 들어 보이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노력은 허사였고 다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표류한 지 열흘을 넘기면서 한 명씩 굶어 죽기 시작했다. 아기만큼은 살리려고 소변과 치약까지 먹였지만 끝내 숨졌다. 출항 16일이 지난 4월 10일. 배는 리비아 즐리탄 마을 근처 해변으로 떠내려왔다. 탑승자 중 11명만 살아 있었다. 또 생존자 중 1명은 뭍을 밟자마자 숨졌고 다른 한 명은 카다피군에 체포돼 나흘간 감금된 사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 나토 측은 “3월 29일 또는 30일에 나토의 지휘를 받은 항공모함은 이탈리아의 가리발디함뿐”이라면서 “그러나 그 항공모함이 리비아와 람페두사 섬 사이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토군함이 구조요청을 무시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UNHCR은 9일 난민 600명을 태운 선박 한 척이 리비아 근해에서 침몰했다고 목격자 증언을 인용해 발표했다. 이 단체의 로라 볼드리니 대변인은 “지난 3월 말 리비아를 출발한 선박 중 최소 3척이 실종돼 8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유럽 간 박근혜 정치엔 ‘침묵모드’ “국내 얘기는 국내서 할 때 있을 것”

    유럽 간 박근혜 정치엔 ‘침묵모드’ “국내 얘기는 국내서 할 때 있을 것”

    “지금은 제가 정확하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지도 못했고요.”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인 박근혜 전 대표는 국내에서 달아오르고 있는 ‘박근혜 역할론’과 관련, ‘침묵 모드’를 이어갔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네덜란드에서 베아트릭스 여왕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자고 총의를 모으면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하고 “국내 얘기는 나중에 국내에 가서 할 때가 있을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해갔다. 국내 정치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유럽 구상’은 한동안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수행인사는 1일 “공식 임무(행사)를 마치면 (국외 체류 기간에라도)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특사임무를 끝내고 귀국하기 전까지는 관련 발언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 3개국 특사활동에 대한 보고를 위해 청와대를 방문하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자연스럽게 여권 쇄신론에 대한 입장이 공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박 전 대표는 베아트릭스 여왕 예방 때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베아트릭스 여왕은 “왕세자가 국제올림픽기구(IOC) 위원이고 평창도 다녀왔는데 좋은 인상을 가졌다고 들었다.”며 “여수박람회에는 하멜 표류기 원본을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 전 대표는 전했다. 두 사람은 새만금 농업전용용지에 첨단농업 국가인 네덜란드가 협조할 부분이 많은 만큼 양국이 긴밀하게 협조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이항기 이준열사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부터 “이준 열사가 1907년 대한제국 특사로 온 이후 박 전 대표가 104년만에 대한민국 특사로 네덜란드를 방문했다.”는 감사의 뜻을 전달받고 “1907년엔 나라를 빼앗긴 마당에 (헤이그 만국박람회에) 입장도 안 시켜 줘 그분들 심정이 터질 것 같았을 것”이라며 “100년이 지난 후 우리 모습에 여러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과 권오곤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부소장을 만나 격려했다. 박 전 대표는 1일 동포간담회 등을 시작으로 두번째 방문국인 포르투갈에서의 특사 일정을 시작한다. 헤이그·암스테르담(네덜란드),리스본(포르투갈)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표류하던 道政 정상화 기대

    표류하던 道政 정상화 기대

    표류하던 강원도정이 최문순 새 도지사의 취임으로 곧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결정되는 2018동계올림픽 유치전에 힘이 실린다.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 등 경쟁도시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평창이 유치에 성공하면 강원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최 신임 도지사는 더불어 동해안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끌어오는 데도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철도, 접경지역지원법의 특별법 격상, 폐광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효 연장 등도 올해 안에 담판을 지어야 하는 숙제. 특히 낮은 분양률과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알펜시아리조트 사업은 이광재 전 지사의 도움을 이끌어내 정상화시킬 각오다. 이와 함께 최 신임 도지사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2014년까지 일자리 16만개 창출 ▲평창∼강릉 올림픽산업단지 조성 ▲폐광지역 주민과 농어민 소득을 2배로 늘리겠다는 약속이 진행되면 전국 최하위 강원경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낙후된 강원 동해안 경제를 살리고 남북 간 긴장완화를 위해 만든 영동권 제2개성공단 조성 약속도 기대를 갖게 한다. 북측의 자원과 인력, 남쪽의 자본을 결합해 제철소를 만들어 강원 영동권의 산업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국제투자자와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구상한 공약인 만큼 성공에 자신하고 있다. 수도권 한 시간대 접근, 강원도 전역 30분대 기간도로망 구축, 양양공항 활성화로 동해안 국제 관문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약속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2014년까지 200억원의 기금을 모금해 강원FC를 한국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육성하겠다는 공약도 약속했다. 또 아이들 교육비 2배 지원과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찾아오는 교육특구 실현,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차별 없는 교육실천, 특성화된 좋은 학교 유치 등도 약속했다. 개혁성향의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과 호흡을 맞춰 지지부진하던 교육개혁에도 상당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北 “도발 행위… 삐라 살포지역 전면사격”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지를 살포한 지난 15일 경기도 연천 최전방부대에서 북측을 향해 오발 사고를 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사고에 대해 북한은 우리 군의 도발이라며 22일 대북전단 살포지역에 대해 ‘전면 격파 사격’을 가하겠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지난 15일 중부전선 연천 지역에서 우리 군부대가 상황 조치 훈련 중 K6 기관총(12.7㎜) 3발을 발사하는 오발사고가 있었다.”면서 “해당 부대에서 즉각 대북방송을 통해 오발 사실을 두 차례에 걸쳐 북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측은 우리 군의 오발사고에 대해 ‘도발’이라면서 전면 격파 사격하겠다고 전통문을 통해 위협했다. 이날 보도된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측은 남북 장령급(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의 명의로 서해 군통신선을 통해 보낸 통지문에서 “삐라살포 행위는 심리전의 한 형태이고 그것은 곧 교전상대방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전쟁도발 행위”라며 “삐라살포 지역에 대한 직접 조준 격파사격은 교전일방인 우리 군대가 정전협정 파기자에게 가하는 정정당당한 징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이 우리 군대의 대응이 두려워 남측이 교활한 방법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삐라살포 행위에 매달리는 조건에서 우리 군대는 이미 선포한 조준 격파사격 범위를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지역에 가하는 전면 격파사격으로 넓히게 된다는 것을 정식으로 통고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북측은 우리 군의 오발 사고에 대해 “군사적 도발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임진각 등 심리전 발원지를 ‘조준사격’하겠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단체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전단살포가 이어지자 북한이 한 단계 강도를 높여 ‘전면 사격’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은 지난 2월 표류해 남측으로 귀순한 4명의 송환문제를 협의할 적십자 실무 접촉을 하자고 이날 재차 요구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이 주장하는 대면방식은 적절하지 않으며 인도주의와 자유의사에 따라 귀순을 결정한 4명의 송환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제의를 거부했다. 한편 강원도 철원에서 민간단체에 의해 대북전단 30만장이 또다시 살포됐다. 대북풍선단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철원읍 대마리 백마고지 인근의 농경지에서 대북전단 30만장을 풍선 5개에 넣어 북쪽으로 살포했다. 오이석·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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