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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만금 송전선로 갈등 10일 첫 판결

    토지주들의 반발로 장기간 표류 중인 ‘새만금 송전선로 사태’가 다음 주쯤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송전선로 반대 토지주들로 구성된 ‘반대대책위원회’가 전북 군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 시설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처분 취소소송’의 1심 선고공판이 오는 10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대책위가 지난해 5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지만 공판이 수차례 연기돼 군산시와 사업 시행자인 한국전력은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1심 판결에서 법원이 군산시의 손을 들어 줄 경우에는 지지부진했던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반면 반대대책위가 승소할 경우엔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상대로 낸 ‘새만금 송전선로 공사 계획인가 처분 취소소송’에서는 반대대책위가 패소해 현재 항소심에 들어갔다. 새만금 송전선로 사업은 새만금산업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군산전력소∼새만금변전소 구간 34㎞에 철탑 89개와 선로를 설치하는 대규모 공사다. 사업비는 변전소 건립 등을 포함해 모두 19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전은 2009년부터 사업 추진에 나섰으나 재산권 제약과 건강 피해를 우려하는 토지주 및 마을 주민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선로가 지나는 5개 읍·면 가운데 토지사용 협의를 마친 대야·임피면 지역에서만 철탑 설치 공사를 벌이고 있다. 전체 공정률은 40%다. 그러나 토지주 반대가 거센 군산시 나운3동과 옥구읍·회현면에서는 착공조차 못 했다. 선로가 통과할 지역의 토지주 110여명(89필지) 가운데 30여명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서다. 한전은 기업 입주에 따른 군산과 새만금 지역의 전력난을 해결하려면 하루빨리 문제를 매듭짓고 전 구간의 공사를 연말까지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반대대책위는 판결에서 패소하더라도 항소를 하는 등 대법원 재판까지 이어 갈 계획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전력 공급을 위한 불가피한 사업인데도 주민 피해를 외면할 수 없어서 협상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 판결로 법정 공방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으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씨줄날줄] 담배 이야기/우득정 수석논설위원

    “담배는 일본에서 생산되는 풀인데 그 잎이 큰 것은 7, 8촌(寸)쯤 된다. 가늘게 썰어 대나무통에 담거나 은, 주석으로 통을 만들어 담아 불을 붙여 빨아들이는데 맛은 쓰고 맵다. 가래를 치료하고 소화를 시키지만 오래 피우면 간의 기운을 손상시켜 눈을 어둡게 한다.” 인조실록에 나와 있는 담배 기록이다. 담배는 병진년(1616) 일본에서 전파되어 신유(1621), 임술년(1622)에는 피우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흡연인구가 급속히 확산됐다고 한다. 차나 술 대신 담배로 손님을 접대해 연다(煙茶), 연주(煙酒)라는 말도 생겨났다. 당시 인구 1839만명 중 360만명 이상이 담배를 피웠다고 하니 흡연율이 요즘과 비슷한 20% 이상인 셈이다. 조선 중기 학자 장유(張維)가 지은 수필집 ‘계곡만필’(谿谷漫筆)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자가 천명, 백명 중 한명”,하멜표류기에는 “조선에는 4, 5세 때부터 담배를 시작하여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녀를 보기 드물다.”라고 기록돼 있다. 효종의 장인인 장유는 조선 최고의 골초로 꼽힌다. 그는 “담배를 피우면 취한 사람은 술이 깨고 배 고픈 사람은 배가 부르게 된다.”고 강변했다. 열렬한 애연가였던 정조는 “담배는 더위를 씻어주고 추위를 막아준다. 식후에는 소화를 시켜주고 변을 볼 때 악취를 막아주며 잠 안 올 때 잠을 자게 해준다.”고 왕의 어록(일득록·日得錄)에 기록됐을 정도다. 정조는 “여러 식물 중에 사람에게 유익한 것은 남령초(南靈草·담배)만한 게 없다.”며 흡연을 장려하는 책문을 내리는가 하면, 금연 상소는 모조리 물리치고 시험 주제로 담배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는 ‘청정관전서’에서 어른들 몰래 숨어서 피우는 어린아이들의 흡연 실태를 개탄했다. 이익은 흡연이 가래와 소화불량 해소 등 5가지 장점이 있는 반면 정신과 눈·귀, 혈색을 흐리게 하는 등 해악은 10가지라고 지적했다. 조선 말기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연간 1260만냥이라는 기록도 있다. 흉년 때 온 백성을 구제하고도 남을 액수라고 한다. “벼는 지대가 높고 건조한 곳에서 가꾸고 좋은 땅엔 담배를 심는다.”고 할 정도로 담배의 해악은 컸다. 보건복지부가 성분·광고·판매·가격 등 담배와 관련한 포괄적 규제를 담은 ‘담배안전관리 및 흡연예방제(가칭)’ 입법을 통해 담배 첨가제의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성분 공개가 금연 분위기 조성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기대된다. 우득정 수석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 종언의 시대를 살아가기/이강진

    종언의 시대를 살아가기/이강진 1. ‘저항’의 시대와 그 기원 누군가 제게 2000년대 문학에게 주어질 단 하나의 이름을 꼽으라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저항의 시대’라고 명명할 것입니다. 물론 이 저항은 여러분이 알고 있는 ‘저항’의 기표, 이를테면 세계에 대한 저항이나 주체를 둘러싼 폭력들에 대한 투쟁 등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최근의 문학이 보여주는 강렬한 ‘저항’들은, 오히려 역사적 투쟁이 끝났다는 저 냉엄한 현실과 맞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은 제 말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실제로 지난 몇 해간 문학은 끊임없이 그가 떠맡을 수 있는 정치적 가능성들에 대해 고민해왔고, 또 우리 앞에 그 실천적 노력을 내놓았으니 말입니다. 실은 저의 고민도 이곳에서 출발합니다. 최근 갑작스럽게 대두된 ‘시와 정치’에 대한 격렬한 저 논쟁의 배경에는, 과연 일반적인 평가에서처럼 단지 촛불시위나 용산참사와 같은 문학 외적인 요인만이 작용했던 것일까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진단은 문학이 예술적인 층위에 안주하면서도 대중적 관심을 추수하는, 일종의 권위적 시장주의를 드러냈다는 음울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관심사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반응이라고 보기에, ‘시와 정치’논쟁은 지나치게 끈질기고 또 적극적이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단순한 사회적 정세 이상의 무언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여기에, ‘저항의 시대’가 숨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2000년대 들어서 낯선 감각과 새로운 어법으로 무장한 젊은 시인들이 ‘집단적’으로 출현했다고 말한다. 이들의 출현과 반응, 이 집단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소통불능의 자폐적이고 이기적인 문학이라는 신랄한 비판이나 조금만 더 자아 밖으로 나오라는 애정 어린 충고에서부터, 여러분이야말로 ‘도래’할 문학적 민중이 될 거라는 뜨거운 격려에 이르기까지, 상이한 반응들의 폭발에 정작 시인들은 당황했다. 새로운 시들을 둘러싼 이 논의들은 여러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 문제, 즉 문학과 윤리 또는 미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영원 회귀하는 질문들 그리고 그 대답들로 느껴진다.(진은영, ‘감각적인 것의 분배: 2000년대의 시에 대하여’, ‘창작과 비평’ 2008년 겨울호. 69쪽) 문학이 고민하는 정치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시와 정치’논쟁의 기폭제가 되었던 진은영의 ‘감각적인 것의 분배: 2000년대의 시에 대하여’에서부터 이미 드러납니다. 하지만 시가 미학적인 완성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직접적으로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귀결은, ‘문학과 윤리 또는 미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영원 회귀하는 질문들’에 대한 당연한 정답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 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진부한 결론이 아니라, 오히려 ‘2000년대의 시에 대하여’라는 그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어째서 진은영은 특정한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낯선 시들의 출현으로부터 시의 정치성에 대한 고민을 읽어냈던 것일까요? 80년대와 결별한 후 정치에 대한 반동적인 면모를 보여 왔던 문학이, 촛불시위와 용산참사를 목격한 후 뒤늦게 정치성에 대한 필요를 느꼈다는 해석은 지나친 음모론같이 보입니다. 반면에 이 글의 출발점이었던 ‘젊은 시인’들을 주목하는 순간,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진은영이 가진 문제의식이란 현실과 문학 사이의 괴리에 대한 즉흥적인 고민이 아니라, 포스트모던 담론 이후 등장한 새로운 시에 대한 오래된 고민이었던 것입니다. 랑시에르의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문학을 비롯한 예술 전반의 문제는 ‘감각적인 것을 분배하는’ 문제이며 그런 면에서 예술은 필연적으로 ‘정치’와 관계한다―책제목 ‘감각적인 것의 분배: 감성론과 정치’라는 말 자체에 이미 그의 문제의식과 결론이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진은영, 앞의 글, 71쪽) 진은영이 소개한 랑시에르의 감성론은, 미적 자율성의 이름으로 정치를 함께 담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문단에서 이 이론을 열렬하게 환영했던 데에는, 혹시 ‘시와 정치’에 대한 고민과는 별개의 이유가 있지는 않았을까요? 저는 그것이 우리 문학이 직면했던 거대한 과제,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의 종언’을 넘어설 방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어디까지나 ‘근대문학’이며, 근대의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일종의 상상적 권위에 불과하다는 이 충격적인 선언 앞에 당시 우리 문단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때마침 유령처럼 배회하던 ‘문학의 위기’에 대한 우울과 겹치면서, 가라타니의 종언론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폭탄으로 다가왔던 까닭이죠. 한참 후에야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른 비평가들은,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앞을 다투어 ‘문학의 종언-이후’에 대한 갖가지의 견해들을 내놓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나는 더 이상 문학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라는 가라타니의 태도가 지나치게 자극적인 종언의 기표일 뿐이라거나, 그가 논의하는 내용이 일본문학만의 특수한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는 식의 비생산적인 사족에 그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애초에 가라타니가 종언을 이야기한 맥락이 문학의 소멸을 말하는 비관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가라타니가 문학에 요구한 것은 종언을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 전개될 ‘종언의 시대’를 살아가는 태도였습니다. 이것은 ‘근대문학의 종언’이라는 표제를 내걸었음에도 실제로 그가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이 세계자본주의의 전개양상이었던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요. 따라서 문학에 대한 기대를 그만두겠다는 그의 말은, 철저하게 ‘근대문학’에 부여된 상상적 층위의 정치적 역할과 그 권위에 기대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가라타니에게 문제의 핵심은 ‘정치’에 있었지만, 당시 우리 문단은 그것을 성급하게 ‘문학’에 국한시키며 오해를 낳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렇게 급조된 대응담론이 아니라, 고진이 ‘종언’을 선언한 이후에 등장했던 우리의 문학 그 자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 ‘정치’의 자유, ‘정치’로부터의 자유 ‘근대문학의 종언’이 등장했던 해는, 우리 문단에서 ‘미래파’라는 새로운 바람이 막 불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처음 그 갑작스러운 등장에 대해 보내던 우려와 달리, ‘미래파’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을 환영하는 이들과 비판하는 이들 모두에게 중심담론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새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인들이 과거와 같이 (담론화하기 쉬운)특정 논의의 틀 안에 규정되는 일이 드물었던 까닭도 있었겠지만, 미래파 논의가 이토록 빠르게 문단의 중심담론으로 부상한 데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죠. 이후 전개된 ‘미래파 논쟁’의 주된 핵심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과연 ‘미래파’란 존재하는가, 둘째는 이들이 진정으로 우리 시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숨어있습니다. 논쟁에 참여한 거의 모든 이들이, 별다른 합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움’을 보여준다는 데에 동의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미래파 논쟁’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기세가 한풀 꺾였던 것에 비해,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시적 ‘새로움’에 대한 믿음은 ‘미래파’라는 분류가 유명무실해진 지금까지도 굳건히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단순히 최근 젊은 시인들의 시적 작업을 분석하여 그것이 ‘미래파’의 증거가 되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우리 문단에 이러한 논의가 등장했고 또 불붙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일인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 시의 미래는 이들이 적어나갈 것이다. 이들에게는 80년대 시인들이 걸머져야 했던 역사와 시대에 대한 채무의식이 없고, 90년대 시인들이 내세운 그럴듯한 서정, 고만고만한 서정이 없다. 그 대신에 다른 게 있다. 그리고 이들의 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재미있다.(권혁웅, ‘미래파: 2005년, 젊은 시인들’, ‘미래파’, 문학과지성사, 2005. 149~150쪽) 가라타니는 문학의 종언을 가져온 중요한 전제로서, 이제 더 이상 문학이 현실의 ‘정치’나 ‘실천’을 대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반면에 권혁웅은 ‘채무의식’이 없어짐으로써 우리 시가 시적인 새로움을 폭발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을 마련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두 사람의 차이로부터 시의 ‘새로움’이 가진 기원을 엿보게 됩니다. 이제 시는 80년대적인 ‘역사와 시대에 대한 채무의식’, 즉 ‘실천’이라는 기표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당당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의 현실이 80년대의 시가 직면했던 폭력적인 억압을 그대로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실의 억압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시는 더 이상 불가능한 실천을 상상적으로 담보하던 과거의 역할을 해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는 ‘우리에게/아무도 총을 겨누지 않는’(진은영, ‘70년대産’)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여전히 존재하는 폭력들과 맞설 것을 요구받습니다. 가라타니가 ‘정치의 자유’로 인해 발생한 이 모순적 상황을 종언의 원인으로 인식했다면, 우리는 이 모순된 상황을 ‘정치로부터의 자유’를 획득한 후 겪는 일시적인 홍역으로 여겼습니다. 저는 바로 이 분기점이야말로 어째서 진은영이 랑시에르의 감성론을 급히 ‘수혈’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설명해준다고 봅니다. ‘시와 정치’에 대한 논의는 ‘정치로부터의 자유’를 획득한 ‘새로운’ 시가, 어떻게 여전히 남아있는 저 정치에 대한 요구를 떠맡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직접적으로 정치적이면서도 첨예하게 미학적이’고 싶다는 진은영의 고백에는, 전자에 의한 ‘실천’의 획득과 후자에 의한 ‘새로움’의 향유를 동시에 소유하고픈 욕망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바로 이곳에서, 제가 진은영이 랑시에르를 소개한 배경에 ‘근대문학의 종언’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숨어있다고 말한 이유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시적인 ‘새로움’에 대한 요란한 환영, 심지어는 강박적인 것으로마저 여겨지는 저 ‘새로움’에 대한 추수는 단순한 예술사조의 변천이나 시대적 흐름에 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 의지로 얻어낸 것이 아니었던 ‘정치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강한 채무감에서 기인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논의들은 ‘채무의식’의 극복이 ‘새로움’의 원동력이라고 말해왔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던 셈이지요. 아마도 신형철은 이러한 진실에 일정 부분 닿아 있는 듯 보입니다. 그가 황지우의 시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야기하는 미학과 정치의 논의는, 앞선 것들과는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렇게 아주 엄밀한 의미에서, 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한몸이었던 사례가 우리 시사(詩史)에 있는가? 물론 있었다. 예컨대 황지우의 시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그의 시가 대표적으로 보여준, ‘회의하면서 긴장하는’ 그 언어의 배후에는 권력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억압이라는 외적 상황이 있었다. 할 수 있는 말과 해야만 하는 말의 분열 속에서, 언어의 회의 혹은 언어의 긴장은 (시인 자신의 의지나 역량에 힘입은 바 못지않게) 상당부분 ‘역사적으로’ 성취되었다. 덕분에 그의 시는 첨예하게 미학적이면서 동시에 직접적으로 정치적일 수 있었다.(신형철, ‘가능한 불가능’, ‘창작과 비평’ 2010년 봄호, 375쪽) 과연 최근 우리 시는 80년대의 채무의식을 ‘극복’하였을까요? 신형철은 여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과거의 시가 정치를 떠맡을 수 있었던 원인이 현실정치의 불가능함에 있었다는 가라타니의 견해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날 ‘시’와 ‘정치’가 확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시인이 가진 분노의 감정이 미학의 이름을 통해 고스란히 정치적 정념의 형태로 분출될 수 있었던 역사적 맥락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형철 또한 이 이상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새로운 시와 비평에 대한 요구가 ‘아무도, 적어도 시에서는, 그 어떤 발화도 억압하지 않는’ 오늘날의 상황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가 제시하는 방향이란 ‘첨예하게 미학적인 시들에서 우선 그 미학적인 것의 핵심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그 이후에 거기에서 정치학적인 것까지를 읽어내는 일’에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치적’인 것과 ‘정치학적’인 것을 구분하는 신형철의 화법에서, ‘실천’의 강박과 ‘새로움’의 강박을 서로 다른 것으로 떼어놓으려는 시도를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들이 지니는 동일성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또 인정하지 않는 이상, ‘시와 정치’는 영원한 제자리걸음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3.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정치를 ‘고유한 주체의 합리성에서 유래하는 특정한 행위 양식’으로, 시를 ‘주체가 스스로의 자유 안에서 건네는 내밀한 고백’이라고 정의할 때, 시와 정치가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해 보입니다.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시인을 거부했던 이유는, 시가 가지는 본연의 속성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이었던 데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훌륭하게 완성된 공동체에게 시는 위협적인 존재가 됩니다. 왜냐하면 시가 가지는 힘이란 공동체의, 세계의 질서가 보지 않으려 하는 것들을 목격함으로써 얻어지기 때문입니다. 정치의 과정 또한 이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논의하던 랑시에르의 표현을 빌자면, ‘정치는 권력 행사가 아니’며, ‘정치는 그 자체로, 즉 고유한 주체 때문에 현실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세계의 상징체계 속에 ‘없음’으로 규정된 ‘자리-없음’(placelessness)들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실재의 공간이라고 말했던 라캉의 언명과 동일한 맥락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치란 처음부터 통치 과정(치안)의 바깥,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만이 가능한 행위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바깥의 존재양식이야말로 시와 정치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을 입증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놓쳐버린 권위’라고 생각했던 과거 문학의 정치성을 되돌아보면, 그것들이 방금 이야기한 ‘정치’와는 사뭇 다른 층위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정치적인 시’라고 불러온 것들은, ‘정치’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인 것’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 있었던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떤 것은 실체가 있는 폭력들에 맞서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였고, 다른 곳에서는 도래할 혁명을 향해 나아갈 것을 소리 높여 외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신형철도 이미 지적했듯이, 과거 우리 시들이 ‘정치적인 것’에 대한 행동을 통해 스스로의 정치적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 맥락에 기댄 결과였습니다. 때문에 이제부터 시가 추구해야 할 정치성이란 랑시에르의 진단과 같이 본래적인 의미의 ‘정치’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최근의 논의는 단순히 이전과 다른 ‘정치’의 정의에만 집중한 나머지, 스스로 경계할 것을 주장했던 전위적 언어에 대한 맹신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비평가들은 ‘감성의 분할’이라는 개념을 통해 그것을 벌충하려 하였으나,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혹독한 비판을 받았던 ‘텅 빈 해체’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말았던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시 비평의 영역에서 그동안 관성적으로 제기되어온 ‘소통’에 대한 요구가 지닌 본질적 문제점은, 개인과 사물 세계를 ‘자명한 것’들로 번역하려는 ‘투명성’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오히려 시적 공간에서 보존해야 할 것은 개인과 사물의 불투명성이며, 빛의 언저리에 드리워진 기이한 그림자와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아닐까? (…) 그러므로 낯선 현전의 형식들에 직면해 여전히 소통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비평이 우선 대결해야 하는 것은, 텍스트 자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의사소통 공동체의 지평에 나타난 저 낯선 얼룩을 깨끗이 지우고자 하는 순백을 향한 비평 자신의 욕망이 아닐까? (함돈균, ‘균열, 불면, 기화, 그리고 여백은 어떻게 정치적인 것이 되는가’, ‘얼굴 없는 노래’, 문학과지성사, 2009, 133쪽) 함돈균이 내놓은 ‘불투명성’의 문제의식은 이러한 오류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명한 것’과 ‘투명성’을 추구하는 질서란 개인과 사물을 명확하게 재단함으로써 그것들을 교정하고 규정지으려 하는 힘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랑시에르가 ‘세계의 감성분할행위’라고 불렀던 것과 동일한 행위를 뜻하지요. 언뜻 생각하기에 이들에 대한 저항이란 혁명의 의지를 내포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세계의 규정들을 무화하는 시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저항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려한 수사와 문장들을 걷어내고 함돈균의 주장을 다시 읽어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그가 비평이 나아가야 할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비평 자신의 욕망’과의 대결이란, ‘낯선 얼룩’을 보존하고 ‘불투명성’을 획득하는 작업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함돈균이 이것을 결국 우리들이 직면한 ‘낯선 현전의 형식’에 대한 옹호를 위해 주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의 논리는 세계에 대한 전위의 저항을 제시한 이후에 실제로 태어나고 있는 ‘낯선 형식’들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새롭게 출현한 시들을 ‘낯선 현전’과 ‘낯선 형식’으로 명명한 뒤, 이들에게 ‘소통의 문제를 제기하’는 태도의 반동성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비단 함돈균만이 보여주고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전반적인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공통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그의 논리적 모순을 합리화해줄 수는 없을뿐더러, 오히려 우리 문학담론 전체의 병폐를 폭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한마디로 해체나 전위를 통한 저항의 대부분은, 다분히 사후적인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정치성이었던 셈입니다. 백낙청은 자신의 글에서, 시의 정치성에 대한 논의들이 가지는 이러한 환원론적 오류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통상적인 의미의 윤리 내지 도덕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문학의 진정한 윤리임을 강조하는 데 머물 경우 그것은 구체적인 정치현실과 무관한 또하나의 정언명령을 발하는 것밖에 안 된다.’(백낙청, ‘우리시대 한국문학의 활력과 빈곤’, ‘창작과비평’ 2010년 겨울호, 20쪽)고 강조합니다. 그의 이러한 지적은 매우 정확한 것이어서, 대부분의 논의들이 가지는 정치성이 단지 제스처에 불과한 껍데기라는 것과 함께, 이제는 그러한 논의방식들이 하나의 새로운 정형이 되어가고 있음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백낙청은 그 너머로 논의를 이어가지 못한 채, ‘동아시아 전통에서 말하던 도덕, 즉 도(道)와 ‘도의 힘’으로서의 덕(德)에 대한 사유가 실종되고 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며 방향을 선회합니다. 그의 글에서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도(道)는 노자의 ‘道’ 개념으로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규정적 명명을 거절하는 상태로서의 이 개념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적 사고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부분이지요. 그리고 덕(德)을 일종의 공동체적 당위성, ‘세계-내-존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점으로 바라본다고 할 때, 우리는 백낙청의 이 진술이 포스트모더니즘 담론들의 한계를 재차 강조하고 있음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즉 ‘동아시아 전통에서 말하던 도덕’을 이야기함으로써, 포스트모더니즘이 도달할 수밖에 없는 허무주의가 앞뒤 없이 계속된 막무가내식 해체의 결과임을 꼬집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백낙청의 지적은 매우 합당함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 지적을 어디까지나 ‘모더니즘 논의’의 문제로 국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낙청은 (모순을 드러낸)이들과 달리 ‘다른 흐름’들이 있음을 주장하며, 그것의 구체적 성과로 자신이 전개해 온 리얼리즘 논의를 들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리얼리즘 논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면, 랑시에르의 감성론보다 훨씬 우리의 현실에 밀착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논쟁적인 문제제기를 피하기 위해 자세한 검토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역시, 마구 가거나 너무 가서는 잘 갈 수가 없다’는 경구적 발언을 인용하는 백낙청의 태도로부터, 우리는 자신이 발전시켜온 리얼리즘론의 우월함을 주장하는 그의 함의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오늘날 문학이 직면한 문제가 이전부터 계속되어온 리얼리즘 대 모더니즘의 구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전에 없던 시적 변화들은 문학이 직면한 고민을 그대로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더니즘 논의’로 한정짓는 태도는 여전히 ‘시’와 ‘정치’를 별개의 것으로 보려는 자세를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강동호는 이러한 오류를 극복하고 정치성의 논의를 상당 부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재현행위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한계를 오롯이 인정하고, 그 실패로부터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우회로를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여기까지인지도 모른다. 시의 잠재적 정치성을 긍정적 어법인 잠재성의 정치로 바꾸는 일은 오롯이 독자에게 남겨진 몫일 것이다. 아울러 저 시적 언어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찾아주는 것, 즉 시의 유물론적 조건을 탐사하고 그것을 현실의 언어로 변환시키는 ‘목숨을 건 비약’(salto mortale)을 감행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비평가의 몫이다. 이러한 작업은 오늘날의 미학과 사회적 현실 간의 상관도를 상세히 규명하는 사회학적 분석에 해당하며, 이를 근거로 이 세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던지는 복화술사의 정치에 속할 것이다. (강동호, ‘존재론적 비명으로서의 시적인 것’, ‘창작과비평’ 2009년 가을호, 312쪽) 시의 언어는 삶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지만, 그것이 처한 시공간을 써냄으로써 제 기능을 수행한다는 그의 주장이 기존의 ‘텅 빈 해체’와 결별할 수 있는 것은,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여기까지인지도 모른다’는 진실에 과감하게 다가서는 태도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궁극적으로 강동호가 ‘비평의 의무’라고 여기고 있는 ‘시의 유물론적 조건’을 탐색하는 행위란, 어디까지나 시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예외성 너머에서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시가 세계에 대한 어떠한 물리적 강제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행동양식을 이끌어내기 위한 선전이 되는 순간, 그것이 이미 시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시인에게 ‘예술가의 의무’라는 이름하에 불가능한 것들을 요구하는 일이란 기만에 다름 아닌 셈입니다. 물론 제가 여러분에게 ‘시는 정치적일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가 가진 예외성을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강동호가 지적했듯 오로지 시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 초석이 됩니다. 왜냐하면 시의 예외적 속성에 대한 고의적인 망각이란, 시가 ‘정치적인 것’에 봉사할 것을 요구하는 논리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현실정치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는 시를 가지고 통치행위에 연관된 영향력을 고민하려다 보니, 우리 시는 필연적으로 스스로의 불가능성을 은폐하고 왜곡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신형철이 말한 ‘역사적 맥락’이 소멸한 지금, 더 이상 망각의 방법은 통용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문학은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자신을 첨예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조건’들을 낳았던 본래의 ‘정치’로 회귀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4. ‘상상적 대리자’에서 ‘상상의 대리자’로 앞서 저는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문학의 의무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이분법적 구분을 모두 넘어서는 것으로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은 모더니즘-리얼리즘의 이분법적 구도를 해체하자는 맥락의 이야기가 아니라, 분리된 담론으로 여겨져왔던 각각의 한계들을 한번에 조망하고,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극복할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가라타니는 자유로워진 ‘정치’의 시작이 ‘문학의 종언’을 가져왔다고 했지만,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기실 오늘날 우리 문학이 직면한 위기는 달리 보면 ‘정치’의 위기이기도 했습니다. 격렬한 투쟁의 시대가 이미 지나갔음에도, 우리에게 ‘80년대적 실천’은 커다란 그림자가 되어 여전히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두 가지 과제를 오늘의 정치에 요구합니다. 하나는 우리가 지난 역사를 통해 이미 민주화를 달성했다는 승리의 착각을 극복하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투쟁의 과정을 경험하며 우리에게 각인된 ‘실천’의 기표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두 과제는, 흥미롭게도 문학이 직면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의 유입 이후, 이제까지 문학은 더 이상 대문자로 적어야 할 정치행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를 내달려왔습니다. 지금에야 그 유행이 거의 수그러들었지만, 몇 해 전만 하더라도 ‘거대담론이 사라졌다’는 구호가 굉장한 인기를 얻었음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러나 80년대의 투쟁이 맞서왔던 억압의 구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의 깊은 이면에 내재된 채 현존하며, 오히려 더욱 교묘한 전술로 우리를 구속하고 있습니다. 허용된 자유의 형태로 드러나는 자본주의의 자유는 문학이 겨냥할 만한 명확한 적대를 제공하지 않았지요. 이후 문학은 진퇴양난의 고민에 휩싸였던 것입니다. 해체주의의 대안적 담론을 추수하자니, 그것은 이미 ‘거대담론의 붕괴’라는 잘못된 필요조건을 요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고, 과거의 실천적 구호를 답습하자니 오히려 그 적대행위 자체가 초자아적 정언명법이 되어 주체를 구속할 뿐이었습니다. 확고한 결단이 불가능했던 문학은 결국 두 가지 사이에서 모호하게 표류하였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기형적인 ‘미래파’의 규정과, 그들의 부족한 정치성을 벌충할 ‘시와 정치’의 논의였던 셈입니다. 흑백논리의 모순을 회색이 되어 피해보고자 한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자기합리화는 문학의 생명력을 더욱 옥죄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며, 가라타니의 진단대로 문학은 독자들에게 더 이상 스스로의 권위를 내세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몇몇 비평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미적 모더니티의 운명’으로 설명해보려는 시도를 했지만, 그것이 억지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들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었을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문학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방향성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문학이 철저하게 현실정치의 바깥에 존재하는,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의 역할을 재인식할 것을 주장합니다. 과거의 문학이 불가능했던 정치의 ‘상상적 대리자’ 역할을 통해 권위를 획득했다면, 이제부터 문학은 그것을 넘어서서 현실정치의 불가능한 감성을 떠맡는 ‘상상의 대리자’가 됨으로써 그것을 넘어서야만 하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벤야민은 이미 1929년에 이러한 개념의 기초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초현실주의자들이 그 ‘공산주의자 선언’이 오늘날에 내리는 지령을 파악한 유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들의 얼굴 표정을, 매분 60초 동안 째깍거리는 자명종의 숫자판과 맞바꾸며 짓고 있다. (발터 벤야민, ‘초현실주의’, ‘발터 벤야민 선집 5’, 길, 2008, 167쪽) 오늘날의 문학은 현실정치가 절대로 수행할 수 없는 두 가지의 역할을 짊어짐으로써 스스로의 정치성을 획득해내야 합니다. 우선 첫째는 ‘정치적인 것’들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현실정치를 대신하여 ‘정치’만의 고유한 미래적 지향을 상상하는 일입니다. 수많은 조건들의 제약을 받는 ‘실천’을 대신하여, 문학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통해 ‘정치’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아나키스트적 상상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억압의 구조가 주관적 폭력에서 객관적 합리성으로 이행된 이상, 현실정치의 조직적인 치밀함만으로는 저 합리성을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문학은 이들에게 객관을 넘어설 상상력을 부여함으로써, 저 ‘정치’에 부재하는 ‘미래에의 의지’를 대신하는 역할을 부여받는 것입니다. 벤야민에게 ‘초현실주의자’로 상징된 예술가의 의무가 다음 시대로부터의 지령을 파악하는 것이었듯이, 시인이 세계를 조망하는 소실점들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란 처음부터 저 상상력을 지켜내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문학에 부여된 두 번째 역할은, 우리 주변의 ‘얼굴 표정’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바라보는 일입니다. 벤야민의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역사는 한 번도 진보하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친부살해를 통해 권력구조를 뒤집은 형제는 결국 그들 중 한 사람이 아버지의 권좌에 앉음으로써 권력을 더욱 강하게 재생산하고 맙니다. 마찬가지로 ‘혁명’을 자처했던 지난 역사의 모든 변화들은, 대개 그 결과가 새로운 지배구조를 낳는 반복을 가져왔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학이야말로 이러한 역사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최후의 희망이 됩니다. 이제까지의 혁명이 다시 권력이 된 까닭은, 그 전개과정 안에서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이들을 끌어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학은 현실정치의 과정이 미처 목격하지 못하는 그늘에까지도 자신의 시선을 가져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학이야말로 모두를 끌어안을 영구한 혁명, 벤야민이 희구했던 단 한 번의 진보를 완성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사명을 띠고 있는 것입니다. 어떠한 수식을 붙인다 하더라도, 문학이 감행하는 정치란 처음부터 예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문학이야말로 라캉적 ‘없음’이 된 자리들, 상징체계에서 추방된 이들과 초대받지 않은 미래를 세계 속에 드러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의 감성분할을 재분할하는, 상징계를 넘어설 ‘미학적 예술 체제’의 실재인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시와 정치’에 대한 논의가 이제 끝났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 [사설] 여야 모처럼 손잡은 김에 숙제도 풀어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정치권에 소통의 훈풍이 불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예산국회에 전격 등원한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청와대 회담도 하루 만에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는 조의문제, 안보라인 교체 등 이견을 보인 사안이 적지 않았지만 민주당 측은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6개월 만에 단독 면담을 갖는 등 여권 내부의 소통도 재개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이후 꽉 막혔던 정치가 복원될 기회를 맞은 것이다. 여야가 모처럼 손을 잡은 김에 밀린 숙제들을 조속히 해결하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민주통합당이 무려 8개의 조건을 포기하고 전격 등원함으로써 국회가 정상화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계수조정 소위를 재가동시켰고, 상임위원회들도 분주해졌다. 오늘로 법정 처리 시한을 22일이나 넘긴 새해 예산안과 부수법안은 연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북한사태를 계기로 민감해진 국방예산 증액문제 등을 포함해 여야 간에 첨예하게 맞서는 난제들이 쌓여 있다. 대승적이고 초당적인 자세로 풀어야 할 일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1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당권 경쟁에 몰두하느라 국회를 소홀히 할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통합진보당도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민주당의 등원을 야권 연대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압박한다. 민주당이 야권 통합에 매달리느라 소수 세력에 휘둘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제1야당이 소수세력의 정략적 압박에 놀아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권 야당의 면모를 회복하려면 국회에서부터 당당히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어제 현재 계류 법안이 7577건에 이른다. 얼마 남지 않은 18대 국회와 함께 수천 건이 폐기될 게 뻔하다. 게다가 국방개혁안, 북한인권법 등 예민한 법안은 물론이고 중요한 민생 법안들도 표류 중이다. 버릴 것, 안 버릴 것을 제대로 가려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을 연내 처리하기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다고 하니 반드시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18대 국회는 전대미문의 폭력사태 등으로 막장국회로 남게 됐다. 막판 국회가 부끄러운 기록을 추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 K리그 승강제, 또 헛발질

    2013년 시행을 앞둔 프로축구 K리그 승강제가 그 핵심적인 내용인 1부리그의 규모조차 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연맹이 준비한 승강제 시행안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정을 다음 달로 미뤘다. 연맹은 2013년부터 현재 16개 구단 가운데 12개 팀을 1부리그에 남기고 4개 팀을 2부리그로 떨어뜨리는 시행안을 준비했다. 그러나 인천 유나이티드, 경남FC, 광주FC, 대전 시티즌, 강원FC, 대구FC 등 6개 시·도민구단은 전날 회의를 열고 “승강제 시행안이 대안도 없이 기업구단의 입맛에 맞춰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2부리그로 떨어지는 팀들에 대한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고 연맹이 추진하고 있는 시행안에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또 이들 6개 구단 대표들은 이날 연맹을 찾아와 12개 팀을 1부리그에 남기는 방안에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기헌 연맹 사무총장은 “승강제 도입에 대해선 전 구단이 찬성했지만 1부리그 팀수에 대한 의견이 구단별로 달라 합의하지 못했다.”면서 “빨리 결정하면 좋지만 될 수 있으면 전 구단의 합의를 끌어내고자 내년 1월로 결정을 미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도민구단에서는 1부리그에 팀을 14개로 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면서 “기업 구단에서는 승강제 시행에 앞서 축구발전기금을 미납한 5개 시·도민구단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내년 예산안 30일 표결 처리키로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민주당)은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했다. ●공전 국회 1개월여 만에 정상화 또 임시국회 개회 후 최우선적으로 김정일 사망과 관련한 한반도 안정과 평화 문제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한 긴급현안 질문을 실시하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폐기·유보·수정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10·26 재·보선 당일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별검사 제도를 도입하고, 미디어렙법을 연내 입법하기로 했다. 황우여 한나라당·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황영철 한나라당·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로써 국회는 지난달 22일 여당의 한·미 FTA 비준안 강행 처리 이후 공전을 이어오다 1개월여 만에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여야는 우선 이날 오후 6시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를 정상 가동키로 했으며,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합의 후 표결처리하기로 했다. ●조용환 재판관 선출안도 표결 특히 예산안 처리에 앞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6개월째 표류하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표결키로 했다. 또 22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사태 및 ‘디도스 사건’, 서해안 중국어선 불법조업 및 해경 사망 사건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디도스 사건에 대한 특검을 도입할 경우 한나라당과 연관된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 야당의 의견을 존중해 특검을 선임키로 했다. 여야는 야당의 요구에 따라 한·미 FTA 비준안과 관련한 ISD 폐기·유보·수정 촉구 결안안 채택과 함께 여야가 이미 협의한 농어업 피해보전 대책(13개항)과 중소기업·중소상공인 지원대책 등 후속조치를 이행키로 했다. 이 밖에 선거구 획정, 석패율제 도입 등을 위한 정치개혁특위 정상화, 반값 등록금·무상보육·일자리 확충 예산 등 복지예산 증액 등에 합의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정부 ‘통큰 결단’ 필요”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정부 ‘통큰 결단’ 필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거로 한반도가 격랑에 휩싸였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사실상 주도했던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도 큰 딜레마에 빠졌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일단 북한의 정세 변화와 상관없이 종전의 지원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임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의 현실적인 북한 접촉과 지원의 수준에 대한 고민은 크기만 하다. 서울신문은 20일 오전 편집국 회의실에서 긴급 좌담을 마련, 향후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대북 지원 양상과 남북교류의 전망 및 문제점을 짚었다. 김성호 편집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 스님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교훈련원장 이근복 목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가 참여했다. 사회 김성호 편집위원 →지금 상황과 전망에 대한 얘기로 풀어 나가 보자. -영담 스님 이 상황을 남북 관계 개선에 발전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사재기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일말의 불안감은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전반적인 상황도 불확실하다.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당국에서 큰 결단을 보여야 한다. -이근복 목사 동감한다. 큰 동요는 없지만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어느 세력이든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남북 관계 개선에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북한이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기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김병로 교수 여러 측면에서 중대 고비다. 후계 체제가 있다지만 완비된 상태는 아니다. 북한 주민이나 엘리트들 사이에서 정당성을 완전히 확보했다고 보기엔 이르다. 6자회담, 북·미 회담 등이 진행되려던 찰나에 이렇게 됐다. 물밑 진행이야 이뤄지겠지만, 당분간 표류는 불가피하다. 정상회담 얘기도 나왔지만, 김정은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 정부도 접근법의 전환을 고민해 봐야 한다. →큰 고비이자 안개 정국이라는 점에는 모두 공감했다. 범위를 좁혀서 종교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지. -영담 스님 문화교류 사업이야 모두 정지다. 이럴 때 종교계가 정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출발점은 진정성 있는 추모다. 정부가 그렇게 하긴 좀 어렵지 않은가. 종교계라도 먼저 나서서 애도와 추모의 뜻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북쪽 사람들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이 목사 알다시피 기독교계 내 보수 세력들은 북한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런 목소리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 체제 안정이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동북아 지역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점을 보수적인 인사들에게 잘 설득해야 한다. 교류 협력 강화가 결국 먼 미래를 보는 데 중요하다. 남한에도 그런 논의를 하는 데 파트너가 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김 교수 안 그래도 진보, 보수 해서 논쟁이 많지 않았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수 쪽 입김이 강해질 것이다. 종교계도 마찬가지다. 남북 관계 개선을 주장해 왔던 종교계로서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보수 여론의 확대, 이것이 불안 요인이다.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천안함 사태 이후 우리도 그렇지만 북한에서도 전쟁 위기감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탈북자를 상대로 조사해 보면 2009년까지 전쟁 위기감은 30%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최근에는 70%대까지 치솟았다. 남한 역시 78% 수준으로 나온다. 켜켜이 쌓여 온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걸 풀어 줘야 한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내부의 전쟁 위기감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체제 안정을 위해 과도한 액션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큰 틀에서 보는 큰 정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다들 방북 경험이 있으시다. 북한 내부의 동요, 탈북자 문제 이런 부분을 어떻게 봐야 하나. -영담 스님 체제가 달라졌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탈북자들을 열심히 도와줘야 한다. 우리가 포근히 감싸 안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종교계도 열심히 도와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쉽고 간단하게 뭔가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 부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생각이지만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나라의 최고 어른이 돌아가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괜한 자극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자꾸 교류해야 한다. 사실 북한에서 막은 것은 없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함경북도의 유치원 아이들을 지원해 주려 했는데 정부가 승인해 주지 않았다. 함경북도는 북한에서도 아주 취약한 지역이다. 그런데 정부가 막았다. 최소한 그런 것이라도 해야 한다. -이 목사 전적으로 동의한다. 위로하고 끌어안고 함께 아파한다고 표시하는 것이 통일로 가는 길이다.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자꾸 더 만나야 한다. 남한이 이 기회를 이용해 흡수통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줘야 한다. -김 교수 조문 기간이 끝난 다음이 문제다. 현 정권 들어 남북 관계가 단절됐다. 흡수통일 전략 얘기가 나왔는데, 이건 사실 준비를 안 하겠다는 얘기다. 이걸 보수적인 종교계가 지원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국내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대북 전단을 뿌리는 전략에서부터 비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 주장 목소리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걸 한데 모아 정리하려면 기존 공식 채널보다는 민간 채널을 이용하는 방안이 가장 좋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김정일 체제하에서의 남북교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영담 스님 불교계만 봤을 때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대장경 1000년 사업 등 여러 행사에서 이런저런 교류가 있었고, 김정일도 북한 내 사찰을 직접 방문해 깊은 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문을 닫아 놓았던 점이 아쉽다. -이 목사 교단 대표를 꾸려 평양도 방문하고, 그 와중에 매년 10월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는 얘기까지 오갔는데 현 정부 들어 이게 다 막혔다. 지난 5월 북한에 식량을 지원했는데 이것도 정부가 막아서 중국을 통해서 해야 했다. 정부야 정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계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하는 곳이니 그런 부분에서는 길을 열어 주는 방안을 고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 김정일 체제가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김일성 주석은 기독교라 해도 민족주의 운동적 측면에서 감안할 부분이 있다면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었다. 북한에서도 기독교 계통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대목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과연 기독교가 민족주의적이냐에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해서 1990년대 말에는 아예 외래 종교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주체형 교회를 만들어 보려다 그게 안 된다 싶으니까 완전히 접어 버린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에 종교계가 움직이고 도움을 주자 그런 불만이 어느 정도 풀린 듯 보인다. 그런 면에서는 긍정적이었는데 이명박 정권 이후 남북 교류가 남한의 사정 때문에 뜸해져 버렸다. →종교계의 대북 지원은 어떤 방식이 좋을까. -영담 스님 각 단체가 경쟁하듯 하는 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창구 단일화는 안 맞다. 그런 건 북한 스타일이고 우리는 우리 나름의 스타일이 있다. 다만 지금의 지원 사업은 대개 평양과 신의주 지역에 집중돼 있다. 거듭 말하지만 함경북도 같은 북한 내 소외되고 어려운 지역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취약 지역의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 -이 목사 독일 통일 이후 정서적 분열을 치유하는 데 종교인들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 신뢰를 만들어 널리 퍼뜨리는 데 애써야 한다. 기독교계로 말하자면 내년에는 교단별 대표자 회의 같은 것을 열어서 지원 방식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모아 볼 생각이다. 역할 분담도 하고 보조도 맞추고 해야 한다. 지금의 지원 방식을 사회개발 방식으로 바꿀 필요성이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저들의 자립이다. 그걸 생각해야 한다. -김 교수 정부가 내세우는 것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이 지원받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가로 바뀌었다는 것 아닌가. 그 혜택을 왜 북한만 누리지 못하는가. 그런 차원에서라도 감정을 가라앉히고 북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세계 최빈국이다. 각종 세계기구에서 내놓는 통계치를 봐도 600만~800만 인구가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게 바로 북한의 실상이다. 우리는 너무 오래 듣다 보니 무감각해져 버렸지만. 아프리카, 아시아 제3세계 빈곤국을 바라보듯 북한을 보자. 공여국이 됐다는 자랑만 말고 거기에 걸맞게 지원해 줘야 한다.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도 중요해 보인다. -영담 스님 지원보다 사회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평양이나 남포에 작은 공장이나 산부인과 같은 것을 지어 주려 했는데 그걸 정부가 불허했다. 식량 지원을 하니 군량미로 간다는데, 정 그렇게 못마땅하다면 자급자족의 틀이라도 만들어 줘야 할 것 아닌가. 기술 이전이나 시설, 장비를 갖춰 주는 사업 같은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 목사 얼마 전 대북지원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 무원칙하고 자의적이고 입맛에 따라 판단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치적 차원에서야 어찌하든 민간 차원 교류는 막지 말아야 한다. 이 두 가지 루트를 함께 뚫어 놔야 서로 보완도 되고 도움도 될 것이다. 정말 통 큰 정책이 필요하다. -김 교수 사실 종교계보다 정부의 역할이 더 크다. 20~30년짜리 계획 같은 큰 플랜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여기에 평화를 위한 개발계획, 인도주의 개발계획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남북 관계라는 틀에서만 볼 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경영한다는 입장에서 정치, 군사, 외교 등 전반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큰 그림이 세워지고 나면 가령 인도적 지원 가운데 긴급구호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추진하되 농업 등 자생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어느 수준까지 개발 지원을 할 것인가, 이를 떠받칠 경제협력과 안보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려 둬야 한다. 정리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민주통합당 예산보다 反FTA가 우선인가

    민주당,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이 합쳐진 민주통합당은 원혜영·이용선 공동대표를 뽑았다. 두 공동대표는 그제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공식 행보의 첫 무대를 반정부 집회로 삼아 정체성을 분명히 한 셈이다. 참여세력 모두 FTA 반대투쟁에 주력해온 만큼 예상된 수순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勢) 불리기에 몰두하느라 새해 예산안을 계속 팽개치고 있다. FTA 문제가 그들에게는 중요할지 모르지만 민생보다 앞설 수는 없다. 민주통합당은 어제 출범식을 겸한 회의를 국회에서 열었다. 그 이틀 전에는 역시 국회에서 통합수임기관 합동회의를 갖고 통합을 의결했다. 참석자들은 총선·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다짐했다. 그들에게 국회는 새 야당을 만들고, 정치적 구호를 외쳐대는 장소로 이용될 뿐이다. 민주통합당은 제1야당 민주당보다 몸집이 더 커졌다. 집권 여당을 꿈꾸려고 덩치를 키웠다면 책임감도 높여야 한다. 전임 대표는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까지 무시하며 국회 정상화의 발목을 잡았다. 두 공동대표는 내년 1월 15일까지 맡는 시한부 지도부에 불과하다. 김진표 원내대표에게 협상 전권을 맡겨야 한다. 원내 협상은 여전히 난항이다. 민주통합당 측은 무려 8가지 조건을 내걸고 있다. 당연히 열어야 할 국회를, 그것도 내년도 나라살림을 심의할 예산국회를 놓고 억지를 쓰고 있다. 자신들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며, 예산국회 장기 표류가 내심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성의를 보이면 등원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게 아니겠는가. 물론 한나라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등원 길을 터줄 필요는 있다. 그에 앞서 민주통합당이 무리한 요구를 접는 게 현명한 처신이다. 18대 국회는 부끄러운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해를 9년 연속으로 올려 놓았고, 97건이란 직권상정 기록도 세웠다. 예산국회는 오늘로 27일째 개점 휴업 상태다. 이대로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 기록을 추가할 가능성까지 나온다. 야당이 이런 오점을 집권 여당의 몫으로 돌릴 계산을 한다면 착각이다. 18대 국회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여야 모두에게 부메랑이 될 뿐이다. 야당이 그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한다면 이제는 조건 없이 등원해야 한다.
  • [갈팡질팡 국정 ②] ‘동반성장’ 결국 좌초?

    동반성장위원회가 올 한 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이 대기업의 반발로 제동이 걸리는 등 표류하고 있다. 동반위는 빠른 시일 안에 도입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기업의 거센 반발과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이익공유제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동반위는 13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제10차 동반위 본회의를 열고 이익공유제 도입,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3차 선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지난 12일 불참을 선언한 대기업 대표 9명이 빠진 채 전체 25명 중 중소기업·공익 대표 등 14명만 참석했다. 정운찬 위원장은 본회의 개회 전에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대기업 불참을 선언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며 이익공유제 강행 처리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본회의 이후 입장을 달리했다. 이익공유제 도입 확정을 미루고 향후 대기업·중소기업·공익 대표 2명씩 6명과 정 위원장 또는 윤창현 위원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를 꾸려 추가 심의 뒤 차기 회의에서 결론을 내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대·중소기업의 사회적 합의 도출이라는 동반위 설립 취지를 감안해 대기업과 더 논의한 뒤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위원회에 이익공유제 도입에 반대하는 대기업 대표 2명이 참여하고, 동반위의 리더십 또한 부족해 향후 이익공유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반발도 있지만 동반위와 현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현 정부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동반성장 점수를 매기는 선에서 그치길 바라기 때문에 이익공유제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반위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동반위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동반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예산안 임시국회 약속 ‘흐지부지’

    여야 원내대표가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해 12일 열기로 한 임시국회가 시작도 못하고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한나라당은 지도부 집단 사퇴에 따른 내홍으로, 민주당은 야권 통합을 둘러싼 ‘집안 싸움’으로 임시국회를 챙길 여력이 없는 상태다. 연내 처리돼야 할 예산안과 민생법안은 여야의 외면 속에 끝도 없이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등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 폭력사태의 여파로 일정을 순연시켰다. 의총은 14일로 연기됐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의원들을 상대로 임시국회 등원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 있지만 통합 문제로 마무리하지 못해 의총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원내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등원과 장외투쟁을 병행하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의 반발이 적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이끌고 있는 당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투쟁위원회’는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등원 설문조사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의총에서 의원들이 소신을 밝히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등원 여부를 무기명 설문조사로 대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여론 단속에 나섰다. 내년 총선·대선에서 선거 연대를 해야 할 통합진보당이 연대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 온건파의 ‘병행투쟁론’을 사실상의 ‘백기투항론’으로 규정하고 “야권과 연대할지 한나라당과 손을 잡을지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키잡이 역할을 해야 할 김진표 원내대표는 등원 합의 이후 강경파 의원들의 원내지도부 총 사퇴 요구로 코너에 몰린 상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의총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을 뿐,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이 해체되느냐 마느냐의 문제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임시국회를 열기로 한 날이지만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예산안 연내 처리 불투명

    예산안 연내 처리 불투명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나라당과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9일 사의를 표명했다. 야권 통합을 위한 11일 전당대회를 놓고 손학규 대표 등 통합파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독 전대 파의 갈등에 이어 국회 운영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과 전날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한 데 대해 당내 비판이 거세게 일자 의원총회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의총을 열고 김 원내대표의 거취와 임시국회 등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 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사과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임시국회가 예정대로 12일에 개회될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새해 예산안 등 국정 현안이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의총에서는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임시국회 개회에 합의한 것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정동영 최고위원과 김진애 의원 등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무효 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등원을 결정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직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등원 결정은 아니지만 임시국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합의 자체에 책임지고 사퇴하라면 하겠다.”면서도 “제1 야당이 정기국회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한나라당 백지상태 재창당이 해법이다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이 전격 사퇴를 선언하자 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도 동조해 물러났다. 이로써 전당대회를 통해 뽑은 선출직 최고위원은 홍준표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 등 2명밖에 남지 않았다. 나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홍 대표 체제는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홍 대표는 사퇴를 거부한 채 의원총회에서 재신임 여부를 결정해 달라며 공을 떠넘겼다. 홍 대표가 버틴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3인이 동반 사퇴를 되돌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도부 모두가 기득권을 놓고 백지상태에서 재창당 수순을 밟는 것이 순리다. 홍 대표는 재창당 계획이 있으며 이를 위한 로드맵과 대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쇄신을 주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해산을 해서 재창당하는 수도 있고, 재창당 수준의 쇄신으로 갈 수도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런 방법론으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나라당은 말로만 쇄신을 외쳐대면서 국민의 불신과 분노를 더 키워왔다. 남의 희생만 강요할 뿐 어느 누구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쇄신으로는 풀 수 없다. 자기 희생→쇄신→재창당 수순으로 가야 한다. 한나라당이 처한 상황을 보면 난파선과 다름없다. 자신들이 자초한 갖은 풍랑을 만나 표류하더니 급기야 ‘선관위 디도스 테러’란 빙산에 부딪혀 구멍마저 뻥 뚫렸다. 거대 여당인 만큼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호에 견줄 만하다. 선상 지휘부는 집단 사퇴로 리더십 공백 상태를 맞았고, 일부 선원은 탈출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다. 갖가지 신당론이 판을 치고, ‘안철수 영입’ 운운하기도 한다. 흔들리는 지도부로는 이런 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렵다. 의총에서는 홍 대표 사퇴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찬반 양론이 완전 다른 것 같지만 오십보 백보다. 홍 대표가 지금 물러나느냐, 조금 더 있다가 물러나느냐의 차이에 불과하다. 그때까지 난파선 선장의 소임은 선원을 무사히 구출하는 것이다. 시한부 대표가 쇄신을 주도할 일은 아니다. 쇄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소임이다.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조기 전당대회든, 재창당위원회든 선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 영종지구 용유·무의관광단지 개발 가시화

    영종지구 용유·무의관광단지 개발 가시화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영종지구가 최근 각종 개발 호재를 만난 덕분에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해 인천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기대를 모았지만, 각종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는 탓에 송도국제도시에 비해 개발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속앓이를 해오던 터였다. 6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영종지구에는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시행된 데 이어, 영종하늘도시와 용유·무의관광단지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일자로 ‘영종하늘도시 복합리조트지구’ 및 ‘운북복합레저단지’에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시행한다고 고시했다. 이 제도는 콘도, 리조트 등 휴양 목적의 체류시설에 1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국내 영주권을 주는 것이다. 이로써 중국 등 해외자본 유치의 길이 열리게 돼 관광·레저산업 활성화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홀딩스코리아, 4조5000억원 투입 일본에 본사를 둔 오카다 홀딩스코리아는 지난달 말 인천경제청과 영종하늘도시 3699㎢에 세계적 수준의 복합 리조트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홀딩스코리아는 4조 5000억원을 투입해 외국인전용 카지노, 호텔, 테마파크, 쇼핑몰, 컨벤션센터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종철 인천경제청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경제자유구역 사상 최대 규모의 외자유치로, 사업부지에 복합 리조트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단지 등을 단계적으로 조성해 영종지구를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장기간 답보 상태였던 용유·무의관광단지도 중동 재벌이 관심을 보임으로써 개발을 향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카타르의 알파단그룹 회장 일행은 지난달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 용유·무의도 현장 답사를 마친 뒤 용유·무의관광단지 건설사업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 개발대상은 용유도와 무의도 전체(21.65㎢)이다. 영종지구 최대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인천시가 1989년 기본계획 수립 후 2007년 독일 캠핀스키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지정됐지만 지금까지 성과 없이 표류해 왔다. ●증동 알파단그룹, 사업 참여 표명 아울러 한류문화의 파급 효과를 관광산업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한류문화리조트’ 조성 사업도 추진된다. 리조트 부지(100만㎡)는 밀라노디자인시티(MDC), 운북복합레저단지, 국제업무지구 가운데 MDC 부지가 유력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인천시가 3조 7000억원을 들여 영종하늘도시 370만㎡에 디자인·전시산업의 메카를 조성하는 MDC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MDC 사업 시행사인 피에라인천전시복합단지(FIEX)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인 파산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영종하늘도시(1931만㎡)의 전체적인 개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업비가 8조 2000억원에 달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아파트 분양은 물론 해외 투자유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갖고 있는 개발사업권을 인천경제청으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운북동 260만㎡의 부지에 2017년까지 4조 5000억원을 들여 국제학교, 국제헬스케어단지, 재미동포타운, 쇼핑·레저타운 등을 조성하는 운북복합레저단지(미단시티) 개발사업도 투자 유치가 부진한 데다 돈줄이 막혀 애로를 겪고 있다. 기반시설 조성공사는 마무리됐지만 자금난에 봉착해 사업자인 미단시티개발㈜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은 5000억원에 대한 리파이낸싱(차입금 상환기간 조정) 협상을 하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親朴 “이대론 안된다”… 親李계 10명도 “당 해체·재창당을”

    親朴 “이대론 안된다”… 親李계 10명도 “당 해체·재창당을”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한나라당이 추락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에 이어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연루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 사건까지 터졌지만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는 물론 박근혜 전 대표까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6일에는 당을 해체한 뒤 재창당하자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일부 의원 탈당설도 퍼지고 있다. 홍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10·26 재·보선 패배 직후 불거졌으나 박 전 대표가 홍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홍 대표가 디도스 사태가 터졌는데도 안일하게 대응하려 하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를 대표하는 유승민 최고위원조차 “이대로 가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백지 상태에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도부 총사퇴는 원희룡 최고위원과 정두언 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다. 원 최고위원은 지도부 사퇴를 넘어 당 해체까지 주장한다. 친박계 중 박 전 대표와 약간 떨어져 있는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아직 결심을 못했지만, 소장파로부터 강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하면 홍 대표 혼자 버틸 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열쇠’를 쥐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여전히 현 지도부가 예산국회 등 현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와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는 한 유승민 최고위원이 자기 맘대로 사퇴서를 던지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결국 박 전 대표가 생각을 고쳐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당을 접수하지 않으면 지도부 교체는 힘들다.”고 말했다. ●“사태해결 선 넘었다” 인식 지도부 교체론에서 한 발 더 나간 ‘재창당론’까지 불거졌다. 원 최고위원을 포함해 수도권 출신이 주축이 된 의원 10명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재창당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가칭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의원 모임’에 속한 이들은 당 지도부에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 직후 구체적인 재창당 계획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고, 계획이 미진할 경우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는 홍 대표는 물론 박 전 대표가 나서도 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 차명진 의원, 정몽준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안효대 의원,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측근인 권택기 의원이 모임의 주축을 이뤘다. 이들의 면면 때문에 일각에선 본격적인 권력투쟁을 점치고 있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서경석·김진홍 목사,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당 밖 보수 세력의 연대 가능성도 나온다. 서 목사는 최근 ‘서경석의 세상읽기 산악회’를 만들어 김문수 지사, 정몽준 전 대표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8일 한나라당 정치대학원에서 특강을 하고, 다음 주쯤에는 경기도가 아닌 서울에서 민생택시 체험을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계획이다. K·H 의원 등 소장파 2~3명의 탈당설도 나왔다. 당사자들은 “지금 탈당한다고 국민이 감동하겠느냐.”며 부인하고 있지만, 상황이 그만큼 위중하다는 방증이다. 가장 큰 문제는 당이 존폐 위기에 몰렸지만, 이를 수습할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한 초선의원은 “‘나만 빼고 모두 다 쇄신 대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재·보선 이후 위기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잇따라하며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홍 대표는 디도스 사태에 대한 사과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면서 “대표직 유지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쇄신파도 재선에만 신경 박 전 대표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당의 전면에 나서 위기를 수습하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핵심 현안에 대해 자기 주장을 펴고 있어 ‘막후(幕後) 정치’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선거 패배 이후 ‘정책쇄신 1호’로 뽑히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및 최고 세율 인상에 반대했고, 예산국회가 열리기 전 “제가 직접 챙길 게 있다.”며 증액이 필요한 사업을 일일이 나열해 당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혼선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당이 이렇게 된 것은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과 인사를 전횡한 이상득·이재오 의원, 대통령에게 협조와 비판을 하지 않고 외면만 해온 박근혜 전 대표, 언행을 진중하게 하지 못한 홍준표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됐던 쇄신파도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 이후 뿔뿔이 흩어졌다. 한 초선의원은 “‘민본21’ 등 쇄신파 의원들마저 재선에만 신경 쓰기 때문에 중구난방식 쇄신책만 내놓을 뿐 책임 있는 행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장세훈기자 window2@seoul.co.kr
  • 끝까지 국민 무시 ‘식물국회’… 내년 예산·총선 차질 우려

    끝까지 국민 무시 ‘식물국회’… 내년 예산·총선 차질 우려

    18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내 ‘식물국회’로 대미를 장식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강행과 그에 반발한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 등 야당의 의사일정 전면 중단에 따른 파국이 끝간 데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새해 예산안은 물론이고 각종 민생·복지 예산과 내년 총선의 기본적인 틀인 선거구 획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적잖은 혼란이 우려된다. 새해 예산안을 심사해야 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만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일부터 계수조정소위를 재개하긴 했지만 민주당의 중단 요청으로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예산안은 이미 법정 처리시한(2일)을 넘긴 것은 물론 정기국회 만료일(9일) 전 처리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정갑윤 국회 예결위원장은 4일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참여해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예산안을 심사하고는 있지만 현 상태로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까지도 예산안을 처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측에 예산심사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한·미 FTA 강행 처리 사과와 신뢰회복 조치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등원을 거부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민주당 등 야당은 임시국회마저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이날 임시국회 개최 여부와 관련, “한·미 FTA 비준안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이 거센 상황에서 임시국회를 여는 것은 결국 예산안마저 일방처리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등원 불가론’을 재확인했다. 이로 인해 비준안에 이어 예산안마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만이 참여한 가운데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산안도 급하지만 내년 총선의 기본적인 틀이 될 선거구 획정 등을 논의해야 할 정개특위마저 ‘개점휴업’에 들어가면서 총선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정개특위는 지난 10월 18일 첫 회의를 열어 재외국민선거 관련 법을 처리한 이후 한번도 열리지 못했다. 당초 지난달 28일부터 사흘 동안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한·미 FTA 사태로 전격 취소됐다. 정치개혁의 선봉에 서야 할 정개특위가 ‘먹통’으로 전락하면서 갖가지 정치개혁안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마저 표류하고 있다. 특히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원들의 당락을 결정하는 ‘생명줄’과도 같은 사안이어서 여야 의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선거구 획정위는 지난달 25일 ‘8개 지역구 분할, 5개 지역구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획정안을 마련해 정개특위에 보고했지만, 정개특위에서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선거구 획정의 1차 시점은 지역구별 선거비용을 확정해 공고하는 날인 지난 3일이었고, 2차 시점은 예비후보 등록일인 13일이지만 13일 그 이전에 마무리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밖에도 ▲석패율제 도입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통합선거인명부 작성 ▲당선무효 관련 후보자 가족 범위 조정 ▲지구당 부활 ▲중앙당 후원회 허용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허용 ▲정치자금 공영제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상태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총선전 분권형 개헌” 다시 불지핀 이재오

    “총선전 분권형 개헌” 다시 불지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인 한나라당 이재오(얼굴) 의원이 분권형 개헌에 다시 불을 지피고 나섰다. 이 의원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총선 전까지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면서 “거기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당내 개헌론의 대표주자인 이 의원은 특임장관 시절이었던 지난해 11월 “한국 정치는 지력(地力)이 다했다. 이젠 객토(客土)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개헌론을 주장한 바 있다. ●“신당 나와도 국민 싫증” 트위트 이 의원은 트위터에서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통합이든 쇄신이든 인적개편이든 그 본질은 승자독식의 권력투쟁”이라면서 “이런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권형 개헌”이라고 했다. 이어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는 국론분열과 사회적 갈등이 지금까지 경험한 대로 되풀이될 것”이라면서 “그런 권력투쟁으로 국정이 표류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 정치권 혐오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작금의 정치권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당과 신인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반대 세력의 극한투쟁으로 금방 국민은 싫증을 낼 것”이라고 개헌론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네티즌들 “반성이 먼저” 싸늘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여당이 쇄신 논란으로 내홍에 휩싸인 때에 국민들의 불신을 외면한 개헌론은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예전 왕의 남자로 불리던 시절의 향수인지 아니면 야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지”라고 반문하며 “이제는 (정치권이) 달라져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른 댓글들도 “지금 여당과 이 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피장파장이다, 양당이 서로 반성하면서 국민을 위해 마지막 역할을 다하라.”, “이 추운 평일날 여의도 광장에 모인 사람들(30일 ‘나꼼수’ 공연)을 봐라.”라며 부정적인 입장 일색이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막 올린 종편의 독주 국민이 막아야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오늘 개국한다.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방송 콘텐츠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만으로 보면 마땅히 환영할 일이지만 향후 전개될 미디어 생태계의 그림을 그려보면 우려가 앞선다. 종편은 누가 봐도 특혜 덩어리다. 지상파는 국내 제작 프로그램이 분기별 전체 방송시간의 60% 이상이어야 하지만 종편은 20% 이상이면 된다. 의무 재전송 대상에 유리한 채널 번호를 부여받았는가 하면 24시간 방송에 중간광고까지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특혜백화점’이다. 종편이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종편의 부작용을 감시하는 것은 깨어 있는 국민의 몫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오늘 총파업에 들어간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종편 시청 거부, 광고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종편이 정부로부터 특혜성 지원을 받아 탄생한 만큼 정치적 반대급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내년은 더구나 선거의 해다. 여기서 굳이 종편의 정파 가능성을 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시장교란행위만큼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종편은 진작에 기업과 광고 직거래로 광고시장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고 있다. 이게 정부가 강조하는 미디어 산업의 건전한 육성인가. 정치권은 방송광고 시장을 규제할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입법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 정기국회가 다 끝나감에도 회기 내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는 한나라당은 고사하고 ‘양당 지도부의 결단’ 운운하는 민주당은 또 뭔가. 주무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가 표류 중인 상황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단다. 너나없이 정말 할 말 없게 만드는 무책임의 극치다. 종편의 안착을 위해서도 미디어렙 관련법은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여 나가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 英 공공부문 24시간 총파업 ‘분노의 겨울’

    재정위기 홍역을 앓고 있는 남유럽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공부문 총파업이 유로존 밖의 영국으로 번졌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의 혹독한 재정긴축 및 연금개혁 조치에 반발한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30일(현지시간) 24시간 총파업으로 맞불작전에 나섰다. 이번 총파업에는 공무원, 교사 등 공공부문 근로자 200만명이 참가, 영국 전역 1000여곳 이상에서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고 BBC,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재임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최대 규모의 시위로 전국이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임금동결로 촉발된 1978~1979년 영국의 대규모 파업시기를 일컫는 ‘불만의 겨울’은 150만명이 총파업에 참여해 노동당 정권을 몰아내고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를 등장시킨 역사적 전환점이다. 때문에 이번 시위는 보수·자민 연정을 이끄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도 중요한 시험대다. 이날 하루 학교, 병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은 대부분 문을 닫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국 2만 1700개 학교 가운데 2700곳이 휴교에 들어갔다. 출입국관리 직원들까지 파업에 가세하면서 공항, 항구, 기차역 등은 혼잡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유럽의 허브인 런던 히스로 공항과 개트윅 공항에 이례적인 장시간 대기 사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파업이 예고돼 있던 터라 상당수 항공사들은 항공편을 줄이기도 했다. 출입국 심사대에는 다른 부서 직원들은 물론 은퇴한 직원들까지 자원봉사자로 차출됐다. 캐머런 총리 등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시위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며 노조에 협상을 촉구했다. 오스본 장관은 29일 하원에서 스스로를 “‘빚폭풍’ 속에 표류하는 영국의 단호한 지휘관”이라고 일컬으며 영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1% 이하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본 장관이 이날 하원에 보고한 5개년 재정긴축안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임금은 2013년까지 동결하고 그 뒤에도 2년간 인상률을 1%로 제한한다. 2017년까지 공공부문 일자리는 71만개가 줄어든다. 자녀세액공제 10억 파운드와 근로소득보전세 2억 8000만 파운드도 깎여 나갔다. 모두 중산층을 쥐어짜는 조치들이다. 이런 방안들을 토대로 영국 정부는 이번 회계연도에 1270억 파운드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4년간 530억 파운드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연금수령 연령도 현재 65세에서 2026년까지 67세로 단계적으로 연장된다. 영국 예산청(OBR)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0.9%, 내년에는 0.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빠삐용 흉내낸 탈출범들, 태평양 표류하다 체포

    빠삐용 흉내낸 탈출범들, 태평양 표류하다 체포

    가까스로 교도소를 탈출한 재소자들이 바다를 떠돌다 결국 다시 철장에 갇혔다. 멕시코 해병대가 태평양에서 표류하던 재소자 6명을 구조해 교도소로 돌려보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해병대는 신원을 확인할 때까지 태평양을 헤매던 남자들이 탈출범인 줄 몰랐다. 재소자 6명을 처음 발견한 코르베테냐라는 섬 주변에서 조업을 하던 멕시코 어선이다. 어선은 플라스틱 병을 붙잡고 바다에 떠도는 사람들을 보고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해병대에 무전을 쳤다. 해병대는 현장으로 구조반을 급파했다. 어선이 제보한 곳에는 정말 지친 남자들이 플라스틱 병들을 붙잡고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떠돌고 있었다. 해병대는 6명을 전원 구조해 병원으로 옮긴 뒤 신원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험악하게(?) 생긴 남자들은 마리아 섬에 있는 교도소를 탈출해 대륙으로 건너가던 재소자들이었다. 탈출범 6명은 줄로 묶은 플라스틱 병에 의지해 바다를 건너려다 붙잡혔다 멕시코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마리아 섬은 대륙으로부터 112Km 떨어져 있다. 섬 주변에는 상어떼가 서식한다. 섬에는 100년이 넘은 교도소가 있다. 범죄인 수감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멕시코는 2005년 폐쇄했던 교도소를 수리해 문을 열게 했다. 섬 교도소에는 재소자 4000여 명이 수감돼 있다. 사진=멕시코 해병대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박원순호 출범 한달… 서울 부동산시장 ‘쇼크’

    박원순호 출범 한달… 서울 부동산시장 ‘쇼크’

    서울지역 부동산시장에 ‘박원순 효과’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지난 25일 시장 취임 한 달째를 맞으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등 침체현상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8만 가구 공약 등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박 시장의 당선으로 서울시 주택정책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선 중개업소에선 벌써 “전반적인 시장침체 속에 가끔 성사되던 급매물 위주의 거래마저 끊기고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두꺼비하우징 등 신도심재생사업 가속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박원순호 출범 한 달 만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이 7000억원이나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오세훈 전임시장의 한강변 초고층 사업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제동이 걸렸다. 대신 대안형 정비방식으로 마을 공동체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두꺼비하우징 등 신도심재생사업에는 속도가 붙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서울시 기조로 봐서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달 초부터 서서히 드러났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10월 마지막 주에서 11월 19일까지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68% 떨어졌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강남구 재건축 집값은 한 달 새 1.49%나 급락했다.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는 모든 집값이 일제히 하락했고,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인 강동구는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고덕동의 G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이 바뀌면서 재건축 사업추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많다.”면서 “재건축 아파트를 사겠다는 문의는 줄고 오랫동안 보유하던 집을 언제 팔면 좋겠느냐는 문의만 이어졌다.”고 전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평균 3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도 평균 5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잠실동 K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처럼 시장이 정책에 민감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재건축 투자가 수억원씩 돈을 묻어놔야 하는 만큼 투자시기를 늦추려는 사람이 더 늘었다.”고 전했다. 한강변 개발에 대한 재검토가 예상되는 압구정동 일대도 하락 폭이 크다. 사업 자체가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압구정전략정비구역 주변의 신현대, 구현대는 면적별로 5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구현대 4차(145㎡)의 경우 24억 3000여만원에서 22억 70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강남 3구는 물론 강북도 일제히 떨어져 강북지역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단독·다가구 주택이 몰린 성수지구의 지분값도 하락 중이다. 인근 D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업지연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북아현동 뉴타운 구역 등 일부지역에선 뉴타운 반대 움직임이 시장 교체로 오히려 탄력을 받고 있다. 사업 중단을 빨리 결정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귀추가 주목받는다. 북아현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안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으니 뉴타운 지역 주민들은 하소연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라며 “내 집을 내놓고 또 돈이 많이 들어가니 반대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진 서울지역 주택시장에 대안은 없을까.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대부분의 재건축 사업단지에선 진행이 늦어지거나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저소득층 주거 안정대책과 중산층 주택시장을 분리한 시장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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