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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떼창’의 민족/이은주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떼창’의 민족/이은주 문화부 기자

    “나나나 나나나나나~ 헤이 주드.” 지난달 2일, 폴 매카트니 내한 공연에 모인 4만 5000명의 관중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헤이 주드’를 목청껏 따라 불렀다. 바로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떼창’이다. 4만여명이 토해내는 저음의 합창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뚫고 나갈 듯했다. 이 ‘떼창’에 화답하듯 폴 매카트니는 앙코르 때 베이스 기타로 ‘헤이 주드’를 연주했다. 그의 공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무리 콧대 높은 해외 아티스트라도 지구 반대편의 외국인들이 자신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는 것은 신기하고 감격적인 경험이다. 얌전하게 박수만 치는 일본 관객에 비해 ‘떼창’을 부르며 격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한국 관객들의 관람 문화는 해외에도 정평이 났다. 때문에 아시아 투어에서 수익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한국을 꼭 거치고 싶다는 유명 팝가수도 부쩍 늘었다. 이처럼 드넓은 콘서트장을 일순간 노래방으로 만들어 버리는 한국인들의 음악 사랑은 유별나다. 하지만 이 같은 음악적 관심이 해외 유명 아티스트에만 쏠릴 때는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든다. 폴 매카트니의 공연 딱 2주 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록그룹 ‘부활’의 30주년 콘서트가 열렸다. 3000여석의 공연장에서 2회에 걸쳐 열린 공연은 의미가 깊었었지만 한국 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그룹의 30주년 잔치라고 보기에는 다소 초라했다. 그간 ‘부활’을 거쳐 간 객원 보컬의 참여도 떨어졌고 관객층도 다양하지 않았다. 물론 국내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진 폴 매카트니의 공연과 단순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팝스타들은 내한 때마다 음악적 업적을 평가받지만 국내 가수들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몇 해 전 국내 유명 페스티벌 무대에 선 ‘록의 대부’ 신중현. 히트곡 ‘미인’이나 ‘아름다운 강산’에는 호응이 있었지만 생소한 표정의 젊은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공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른 가수를 보기 위해 서둘러 빠져나갔다. ‘산울림’으로 한국 록의 기틀을 다진 김창완도 밴드를 구성해 최근 새 앨범을 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세대를 초월하는 ‘레전드급’ 가수가 잘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한 공연계 관계자는 “조용필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가수가 나이가 들면 트로트로 노선을 변경하는 등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치는 뮤지션이 드물고 이들이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는 토양도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로트에 대한 폄하라기보다 아직까지 대중들이 수동적으로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뼈 있는 일침으로 들렸다. 이제 전 세계가 인정한 ‘떼창’의 민족답게 국내 가수들의 다양한 음악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 위해 가수는 물론 유통을 책임지는 음악 산업 관계자와 미디어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자국의 문화적 유산을 가꾸고 지켜내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몫이고, 한 나라의 문화 인식은 국민 의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rin@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다음 대유행병, 중동·중앙아시아·미국서 발생할걸요”

    정말 한 달 이상 한숨도 안 자고 일했습니다. 어떻게 그럴수 있냐구요? 아, 저는 가능하답니다. 전 사람이 아니라 미국 조지아대학교 환경과학대에 있는 메인 컴퓨터이거든요. 저는 지난 한 달 동안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했습니다. 혹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Deep Learning) 같은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런, 들어본 적이 없으시군요.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주어진 데이터의 패턴을 검증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겁니다.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되면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해하고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거죠. SF 영화를 보면 컴퓨터가 범죄나 테러, 교통사고 등을 예측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것들도 모두 머신러닝 기술 덕분이랍니다. 일하는 방식도 그렇지만 처리했던 일도 독특했습니다. 연구 책임자였던 미국 뉴욕 캐리생태학연구소의 바바라 한 박사와 우리 학교 존 폴 슈미츠 박사가 시킨 일이었죠. 두 사람은 몇몇 동물의 종류와 크기, 습관, 거주지, 거주밀도, 활동반경, 짝짓기 방식 등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86개의 변수를 저한테 알려주더군요. 이 변수들을 종합해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들어 낸 보고서를 읽은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꽤나 충격적이었던 거죠. 제 분석의 핵심은 시궁쥐 같은 ‘설치류’가 사람·동물 간 감염 질환의 주요 숙주라는 것입니다. 설치류가 사람에게 위험한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를 몰고 다니면서 가까운 미래에 ‘판데믹’(대유행병)을 일으킬 거라는 말이죠. 저는 58개 정도의 새로운 감염성 질병이 설치류들에 의해 전염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이것은 설치류들이 다른 감염성 질병을 옮기는 동물들에 비해 거주 지역이 넓고, 번식력이 왕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원치는 않지만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동물이잖아요. 저는 설치류들에 의해 판데믹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핫스팟’ 지역도 예측해냈습니다. 바로 중동과 중앙아시아, 미국 네브래스카·캔자스 등 중서부 지역입니다. 이쪽 지역 의료진들이나 방역당국은 쥐들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 둬야 할 것 같군요. 연구자들은 이런 충격적인 결론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5월 18일자에 발표했고 이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긴급뉴스로 자세히 다뤘답니다. 한국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비상이라지요. 메르스처럼 동물·사람 간 감염 질환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인류는 조만간 새로운 질병에 직면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잘 대응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마흔셋 최연소 대통령 폴란드 강경외교 주목

    폴란드 차기 대통령으로 보수 야당의 안제이 두다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다. 43세의 변호사인 두다는 유로통화에 회의적이고, 러시아에 강경한 노선을 고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등장으로 폴란드 대외정책에 변화가 예고된다. 특히 유럽연합(EU) 여섯 번째 경제 규모인 폴란드의 입장 선회는 중·동부 유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실시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출구조사 결과 법과정의당(PiS)의 두다가 53% 득표로 대통령으로 확정됐다고 AFP 등이 전했다. 그가 취임하면 폴란드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취임식은 8월에 열리며, 임기는 5년이다. 두다는 유력 정치인이자 일란성 쌍둥이인 레흐 및 야로스와프 카친스키와 인연이 각별하다. 두다는 2005년 레흐 카친스키가 대통령일 당시 법무차관으로 재임했다.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PiS 대표는 두다를 대통령 후보로 세웠다. 카친스키 형제는 극우 민족주의자로 대외정책은 호전적이고, EU에는 회의적이다. 카친스키 형제의 “정신적 상속자”임을 자처하는 두다 역시 노선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선 폴란드의 유로통화 도입이 최대 이슈였다. 폴란드는 2004년 EU에 가입했지만 유로통화 대신 자국 통화인 즐로티를 쓰고 있다. 현직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대통령은 유로통화 도입을 주장했지만, 두다는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두다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폴란드와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폴란드 주둔을 요구했다. 그는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외교안보정책에 의견을 개진하고 법률안 제출 및 거부권을 갖는다. 하지만 실질적 행정권은 총리가 갖는다. 두다가 자신의 노선을 강하게 추진하려면 그가 속한 PiS가 10월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PiS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총선 전망도 밝아졌다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주말 영화]

    ■그린마일(OBS 일요일 밤 10시 10분) 1935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의 삭막한 콜드 마운틴 교도소에서 폴 에지컴은 사형수 감방의 간수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사형수들을 보호하고 그린 마일이라 불리는 초록색 복도를 거쳐 그들을 전기의자가 놓여 있는 사형 집행장까지 안내하는 것이다. 또 그 길을 거쳐 수많은 이들이 전기의자에서 죽어 가는 걸 지켜봐야 한다. 에지컴은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그러던 어느 날 콜드 마운틴 교도소에 존 커피라는 사형수가 이송돼 온다. 2m가 넘는 거구의 그는 쌍둥이 여자 아이를 둘이나 살해한 흉악범이다. 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순진한 눈망울에 겁을 잔뜩 집어먹은 그의 어리숙한 모습에 에지컴은 당혹감을 느낀다. 게다가 그는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신비한 초자연적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슈퍼맨(EBS 1TV 일요일 오후 2시 15분) 크립톤 행성의 과학자 조엘은 크립톤 행성의 반역자 조드 장군과 부하들을 추방한 뒤 하나뿐인 아들 칼 엘을 지구로 탈출시키고 크립톤 행성과 마지막을 함께한다. 한편 지구까지 무사히 도착한 칼 엘은 선량한 노부부 조너선과 마샤에게 발견돼 착실한 청년 클라크로 성장한다. 그런데 조너선이 갑자기 사망하자 클라크는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에 회의를 느끼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북극으로 떠난다. 그리고 자신의 친부 조엘이 남긴 영상과 자료를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와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 ‘교내 성폭행 항의 시위’ 美여대생 매트리스 들고 졸업식

    ‘교내 성폭행 항의 시위’ 美여대생 매트리스 들고 졸업식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아이비리그 콜럼비아 대학 졸업식장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졸업한 한 여대생이 매트리스를 들고 식장 단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동료 졸업생들 또한 함께 매트리스를 들어주며 그녀와 뜻을 같이했다.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이 여대생의 이름은 비주얼 아트를 전공한 엠마 술코위츠. 그녀가 졸업식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매트리스를 들고 식장에 나타난 것은 학교 측을 비판하기 위한 시위를 하기 위해서다. 엠마의 사연은 대학 2학년 때인 지난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녀는 학교 기숙사 내에서 동료 남학생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치심 때문에 이같은 사실을 숨겼던 그녀는 같은 피해를 입은 여대생들이 또 나타나자 결국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남학생인 폴 넌게세르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처벌받지 않고 계속 학교를 다녔기 때문. 또한 학교 측 역시 '상호합의에 의한 관계'라며 면죄를 주자 그녀는 지난해 9월 부터 매트리스를 들고 항의 시위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날 졸업식장에는 놀랍게도 넌게세르 역시 학사 학위를 받기위해 참석했다. 엠마는 학교 측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동료 졸업생들과 함께 매트리스를 들고 단상에 올라섰으며 리 볼린저 총장과의 악수는 거부했다.   미 언론은 "졸업식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엠마의 시위에 박수를 보냈다" 면서 "콜럼비아 대학은 엠마의 시위 뿐 아니라 성폭행범이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넌게세르에게도 소송을 당해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처지" 라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새 영화] ‘써드 퍼슨’

    [새 영화] ‘써드 퍼슨’

    연결될 듯 연결되지 않은 고리를 지닌 세 편의 영화를 한꺼번에 본 것처럼 모호하다. 자신이 각본을 쓴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크래쉬’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의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폴 해기스 감독의 신작 ‘써드 퍼슨’이다. 이번에는 주인공 소설가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미스터리 멜로의 성격을 담아냈다. 영화에는 각기 다른 도시를 배경으로 총 세 커플이 등장한다. 가장 주를 이루는 것은 파리의 마이클(리암 니슨)과 안나(올리비아 와일드)의 이야기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소설가 마이클과 소설가 지망생인 안나는 밀당을 반복하는 연인 사이다. 한편 낯선 로마에서 집시 여인을 만나 사랑과 의심에서 갈등하는 사업가 스콧(애드리언 브로디)의 이야기는 더욱 애매하다. 로마로 출장 온 스콧은 우연히 찾은 바에서 가방을 놓고 간 모니카(모란 아티아스)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의 딸이 납치되었고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납치한 괴한이 점점 거액을 요구하자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 의구심이 커진다. 세 번째는 좀 결이 다른 사랑이야기다. 뉴욕의 한 호텔에서 일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줄리아(밀라 쿠니스)가 찾고 있는 사랑은 바로 아들이다. 아들의 얼굴조차 못 보게 하는 전 남편을 상대로 아들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예기치 않은 사고로 기회를 놓치고 만다. 기존의 옴니버스 영화처럼 사건의 실마리가 겹치는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는 않지만 세 이야기는 ‘제3자’(써드 퍼슨)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각 커플을 둘러싸고 제3자의 시선에서 관계를 바라보고 있다. 후반부에 마이클이 쫓는 여인의 얼굴이 계속 바뀌면서 혼란을 겪는 장면은 결국 세 편의 이야기가 소설의 한 부분이었음을 유추하게 한다. 하지만 감독은 끝까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열린 결말을 추구하며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멜로의 탈을 쓴 미스터리처럼 구조가 난해하지만 초호화 출연진의 연기 변신은 영화를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다. 영화 ‘테이큰’, ‘논스톱’ 등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연기를 펼쳤던 리암 니슨은 연인의 방을 하얀 꽃으로 채우는 로맨티스트로 변신했고 악역 등 센 캐릭터를 맡았던 애드리언 브로디도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처연한 남자를 연기한다. ‘블랙 스완’에서 치명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던 밀라 쿠니스의 수수하고 생활력이 묻어나는 연기도 눈길을 끈다. 2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성폭행 시위’ 美여대생 매트리스 들고 졸업식 참석

    ‘성폭행 시위’ 美여대생 매트리스 들고 졸업식 참석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아이비리그 콜럼비아 대학 졸업식장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졸업한 한 여대생이 매트리스를 들고 식장 단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동료 졸업생들 또한 함께 매트리스를 들어주며 그녀와 뜻을 같이했다.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이 여대생의 이름은 비주얼 아트를 전공한 엠마 술코위츠. 그녀가 졸업식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매트리스를 들고 식장에 나타난 것은 학교 측을 비판하기 위한 시위를 하기 위해서다. 엠마의 사연은 대학 2학년 때인 지난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녀는 학교 기숙사 내에서 동료 남학생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치심 때문에 이같은 사실을 숨겼던 그녀는 같은 피해를 입은 여대생들이 또 나타나자 결국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남학생인 폴 넌게세르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처벌받지 않고 계속 학교를 다녔기 때문. 또한 학교 측 역시 '상호합의에 의한 관계'라며 면죄를 주자 그녀는 지난해 9월 부터 매트리스를 들고 항의 시위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날 졸업식장에는 놀랍게도 넌게세르 역시 학사 학위를 받기위해 참석했다. 엠마는 학교 측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동료 졸업생들과 함께 매트리스를 들고 단상에 올라섰으며 리 볼린저 총장과의 악수는 거부했다.   미 언론은 "졸업식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엠마의 시위에 박수를 보냈다" 면서 "콜럼비아 대학은 엠마의 시위 뿐 아니라 성폭행범이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넌게세르에게도 소송을 당해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처지" 라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약발 다한 서방 제재 러시아 경제 부활하나

    약발 다한 서방 제재 러시아 경제 부활하나

    러시아연방 통계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GDP가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지만 시장 예상치보다는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러시아 경제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서 완만한 경기 침체의 길’에 들어섰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4일 경제 위기로 급감한 보유 외환을 보충하기 위해 하루 1억~2억 달러(약 1088억~2177억원)의 외환을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보유 외환을 다시 늘리기로 한 것은 서방의 제재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사실상 끝났다’고 러시아 정부가 판단한 것을 의미한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루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최소 900억 달러를 시장에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초 바닥을 확인한 주가가 반등세로 돌아서고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었던 루블화 가치도 반등하는 등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와 국제 유가 폭락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경제제재와 유가 폭락에 따른 충격의 골이 워낙 깊다 보니 올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의 경제 위기는 지난해 국제 유가 하락에서 촉발됐다. 원유와 천연가스 산업은 GDP의 25%, 수출의 67%를 각각 차지하는 러시아의 돈줄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6월 배럴당 115달러로 정점을 찍었다가 올 3월 43달러까지 자유 낙하하는 바람에 러시아 경제는 치명상을 입었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7월까지 달러당 35루블을 밑돌던 루블화 가치는 올 1월 72루블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달러 채무가 많은 러시아 국유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됐다. 러시아 정부는 달러를 풀고 금리를 인상(연 10.5→17%)하는 등 루블화 가치 방어에 총력전을 펼쳤다. 이처럼 벼랑에 몰렸던 러시아 경제는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우크라이나와 휴전협정을 체결하며 안정 국면에 접어든 데 힘입어 감소 폭이 둔화되고 있다. 국제 유가도 꾸준한 상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세계 기준 유가인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0달러를 오르내린다. 지난 3월 43달러까지 밀렸던 유가가 두 달도 안 돼 40% 가까이 폭등했다. 조지프 다이언 모스크바 소재 BCS 파이낸셜 마켓 책임자는 “유가 상승에 힘입어 루블화가 심각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났다”면서 “러시아 재정 수입의 60%가 석유나 석유 관련 산업에서 나오는 만큼 이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루블화 가치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1월 72루블까지 곤두박질쳤던 루블화 환율은 18일 49달러를 기록하며 루블화 가치가 올 들어 30% 이상 올랐다. 러시아 증시도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RTS지수는 지난해 말 790.71에서 18일 1075.47까지 35% 이상 수직 상승했다. 덕분에 경기침체 속에서도 루블화 가치 폭락세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연 17%까지 올려야 했던 러시아 중앙은행은 오히려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4%에서 12.5%로 인하했다. 프레드리크 위데 소시에테제네럴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내 영업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루블화가 오르면서 정상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러시아 경제의 전망이 순탄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13%에 가까운 높은 금리와 17%에 이르는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내수침체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루블화 가치 상승이 석유수출 대금을 루블화로 환전할 때 환차손으로 발생해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을 -3.8%로 내다봤다. 2016년에도 마이너스 성장(-1.1%)을 전망했다. 폴 맥나마라 미 GAM 인베스트먼트 이사는 “러시아 경제가 위기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지만 당분간 경기 후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성폭행 항의’ 美여대생 매트리스 들고 졸업식 참석하다

    ‘성폭행 항의’ 美여대생 매트리스 들고 졸업식 참석하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아이비리그 콜럼비아 대학 졸업식장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졸업한 한 여대생이 매트리스를 들고 식장 단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동료 졸업생들 또한 함께 매트리스를 들어주며 그녀와 뜻을 같이했다.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이 여대생의 이름은 비주얼 아트를 전공한 엠마 술코위츠. 그녀가 졸업식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매트리스를 들고 식장에 나타난 것은 학교 측을 비판하기 위한 시위를 하기 위해서다. 엠마의 사연은 대학 2학년 때인 지난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녀는 학교 기숙사 내에서 동료 남학생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치심 때문에 이같은 사실을 숨겼던 그녀는 같은 피해를 입은 여대생들이 또 나타나자 결국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남학생인 폴 넌게세르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처벌받지 않고 계속 학교를 다녔기 때문. 또한 학교 측 역시 '상호합의에 의한 관계'라며 면죄를 주자 그녀는 지난해 9월 부터 매트리스를 들고 항의 시위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날 졸업식장에는 놀랍게도 넌게세르 역시 학사 학위를 받기위해 참석했다. 엠마는 학교 측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동료 졸업생들과 함께 매트리스를 들고 단상에 올라섰으며 리 볼린저 총장과의 악수는 거부했다.   미 언론은 "졸업식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엠마의 시위에 박수를 보냈다" 면서 "콜럼비아 대학은 엠마의 시위 뿐 아니라 성폭행범이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넌게세르에게도 소송을 당해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처지" 라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깨진 곳 스스로 고치는 ‘바이오 콘크리트’ 개발… “내년 상용화”

    깨진 곳 스스로 고치는 ‘바이오 콘크리트’ 개발… “내년 상용화”

    아스팔트 포장 도로의 표층이 떨어져 나가면서 구멍처럼 푹 패인 곳을 뜻하는 '포트홀'은 싱크홀보다 규모가 작지만 사고위험이 있어 보수가 필요하다. 2013년 한 해 동안 서울시 도로에 생겨난 포트홀은 9만 3085개에 달하며 포트홀로 인한 사고도 매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해외 연구진이 이러한 포트홀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혀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덜란드 델프트기술대학 연구진이 발견한 것은 ‘스스로 치유하는 콘크리트’다. 무생물체인 콘크리트가 자가 힐링을 할 수 있는 비법은 다름 아닌 박테리아. 일반적으로 철근 콘크리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작은 틈이 생긴다. 여기에 빗물 등이 들어가면 철근에 녹이 슬고 콘크리트가 깨지기 쉬워지면서 포트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포트홀이 건물에서 발생한다면 붕괴의 위험까지 높아진다. 연구진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북서쪽 100㎞ 거리에 있는 와디 나트룬 지역의 활화산과 소다호(알칼리 성분이 높은 호수) 인근에서 발견한 특정 박테리아와 콘크리트를 혼합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이 이 박테리아와 콘크리트, 젖산칼슘, 발효균 중 하나인 바실루스균 등을 넣은 캡슐을 혼합한 뒤 물을 섞자 이 박테리아는 젖산칼슘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콘크리트의 성질에 맞춘 포자를 생성해 냈으며, 칼슘과 탄산염 이온을 혼합해 석회석을 만들어냈다. 이 박테리아가 만든 석회석으로 폴 0.8㎜의 구멍이 메워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주 정도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박테리아를 혼합한 액체를 건물이나 도로의 구멍에 뿌려주는 것 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헹크 욘커스 박사는 “이 박테리아는 알칼리성 환경에서 생존이 가능하고 열기와 냉기에 대한 내구성도 높다. 또 생명력이 뛰어나 오랜 기간 동안 콘크리트 안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서 “2016년이면 포트홀 등에 쓸 수 있는 ‘바이오콘크리트’ 스프레이를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복면가왕 쯤이야”...곤충들의 깜쪽같은 ‘위장능력’

    “복면가왕 쯤이야”...곤충들의 깜쪽같은 ‘위장능력’

    "날 찾아보세요!" 최근 해외의 한 사진작가가 자연 속 동물들의 뛰어난 위장능력을 담은 사진들을 공개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동물이나 곤충이 주위의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을 위장 또는 보호색 능력이라 부른다. 위장 능력이 뛰어난 동물들은 주변 사물 또는 식물로 완벽하게 ‘변신’해 눈을 씻고 구별해보려 해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캐나다의 야생전문사진작가인 폴 버트너(30)가 공개한 사진들은 놀라울 정도로 위장 능력이 뛰어난 동물·곤충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게거미(crab spider)의 모습이다. 몸길이가 6~12㎜에 불과한 게거미는 다른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 온 몸이 투명에 가까운 연노랑색으로 ‘변신’했다. 또 다른 게거미는 나무 표면의 울퉁불퉁한 면에 붙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위장하기도 한다. 몸이 새카맣고 징그럽다고만 알고 있는 바퀴도 야생에서는 ‘능력’을 발휘한다. 사진 속 바퀴는 나뭇잎 위에서 진한 갈색으로 몸을 위장해 먹잇감이 되는 것을 피한다. 눈씻고 찾아봐도 정체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위장 사진도 있다. 자나방(Geometridae)과의 자벌레나방(geometrid moth)은 이끼가 낀 나무에 살포시 몸을 얹었는데, 민트를 연상케 하는 오묘한 컬러의 나무 표면과 완벽하게 동화된 위장이 놀라울 정도다. 이밖에도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마귀나 농밭거미 등도 다양한 이유로 주위 환경에 맞게 위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을 찍은 폴 버트너는 이를 포착하기 위해 하루 18시간 씩 8개월 간 야생에 머물러야 했다. 위장한 곤충 한 마리를 찾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무려 3시간. 그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때때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장한 곤충들을 찾기도 했다”면서 “마다가스카르에서 위장 곤충을 찾을 당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민달팽이의 위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캐치미이프유캔!” 곤충들의 ‘위장능력’ 모아보니

    “캐치미이프유캔!” 곤충들의 ‘위장능력’ 모아보니

    "날 찾아보세요!" 최근 해외의 한 사진작가가 자연 속 동물들의 뛰어난 위장능력을 담은 사진들을 공개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동물이나 곤충이 주위의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을 위장 또는 보호색 능력이라 부른다. 위장 능력이 뛰어난 동물들은 주변 사물 또는 식물로 완벽하게 ‘변신’해 눈을 씻고 구별해보려 해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캐나다의 야생전문사진작가인 폴 버트너(30)가 공개한 사진들은 놀라울 정도로 위장 능력이 뛰어난 동물·곤충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게거미(crab spider)의 모습이다. 몸길이가 6~12㎜에 불과한 게거미는 다른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 온 몸이 투명에 가까운 연노랑색으로 ‘변신’했다. 또 다른 게거미는 나무 표면의 울퉁불퉁한 면에 붙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하게 위장하기도 한다. 몸이 새카맣고 징그럽다고만 알고 있는 바퀴도 야생에서는 ‘능력’을 발휘한다. 사진 속 바퀴는 나뭇잎 위에서 진한 갈색으로 몸을 위장해 먹잇감이 되는 것을 피한다. 눈씻고 찾아봐도 정체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위장 사진도 있다. 자나방(Geometridae)과의 자벌레나방(geometrid moth)은 이끼가 낀 나무에 살포시 몸을 얹었는데, 민트를 연상케 하는 오묘한 컬러의 나무 표면과 완벽하게 동화된 위장이 놀라울 정도다. 이밖에도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마귀나 농밭거미 등도 다양한 이유로 주위 환경에 맞게 위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을 찍은 폴 버트너는 이를 포착하기 위해 하루 18시간 씩 8개월 간 야생에 머물러야 했다. 위장한 곤충 한 마리를 찾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무려 3시간. 그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과 한 인터뷰에서 “때때로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장한 곤충들을 찾기도 했다”면서 “마다가스카르에서 위장 곤충을 찾을 당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민달팽이의 위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세계를 흔든 혁명가, 그를 살린 가족애

    세계를 흔든 혁명가, 그를 살린 가족애

    사랑과 자본/메리 게이브리얼 지음/천태화 옮김/모요사/992쪽/4만 2000원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오해를 받은 인물 중 한 명일 것이다. 그의 전기에 기술된 사건들 중 상당 부분이 정치적 혹은 개인적 이유로 인해 왜곡되고 그것이 반복 재생산되면서 마치 사실처럼 굳어진 까닭이다. 마르크스 학자들은 오해와 오류들을 바로잡는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마르크스의 가족사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쏟지 않았다. ‘사랑과 자본’은 지구의 한쪽에서는 경전이 됐고, 나머지 반에서는 금서가 됐던 마르크스의 역작 ‘자본론’이 아니라 이 책의 완성에 바쳐진 한 가족의 삶을 다룬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전기작가인 저자는 8년 동안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아일랜드 등 그의 가족이 관련된 곳을 찾아 편지와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책은 다른 마르크스 전기가 간과했던 그의 아내 예니와 딸들, 그리고 가족이나 다름없었던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가정부 헬레네 데무트의 삶을 상세히 기술함으로써 남편, 아버지, 그리고 인간으로서 마르크스의 초상과 그의 가족의 인생 역정을 한 편의 대하드라마로 완성해 나간다. 특히 마르크스가 험난한 길을 오롯이 걸어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었고, 뼈아픈 배신을 당했음에도 용서하며 그를 끝까지 사랑으로 감쌌던 한 여인에 관한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혁명의 불길 속에서 밀실의 음모와 치정, 권모술수와 극적인 사건들로 점철된 19세기의 유럽을 배경으로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집필하기 시작한 1851년 런던에서 책은 출발한다. 마르크스의 가족은 가장의 오랜 정치적 망명 생활로 이미 빈곤에 익숙해 있었다. 그때까지 자식 중 둘이 영양 결핍으로 죽었고 한때 프로이센 남작의 딸로 지역에서 가장 매력적인 아가씨로 칭송받던 아내 예니는 빚쟁이들에게 돈을 갚기 위해 은식기 등 세간살이를 가지고 전당포를 전전하는 신세로 전락해 있었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에는 항상 망명객들이 북적였고 담배 연기로 자욱했다. 마르크스는 혁명의 좌절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물질적인 빈곤, 기대했던 아들 에드가의 죽음 등 비극 속에서도 ‘세상을 바꿀’ 경제학 이론서의 집필에 몰두했다. 맨체스터에서 아버지의 방적 공장에 근무하고 있던 엥겔스의 재정적 지원으로 겨우겨우 삶을 꾸려 나갔다. 마르크스 부부는 총명한 그의 딸들이 머리엔 급진적 사상으로 가득하고 배 속은 텅 빈 그런 남자와 일생을 함께하며 비참하게 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예니헨, 라우라, 엘레아노어 등 살아남은 마르크스의 세 딸은 런던의 사립 기숙학교에서 숙녀 교육을 받지만 아버지를 추종하는 젊은 혁명가와 결혼해 부모의 삶을 되풀이한다. 큰딸 예니헨은 1871년쯤 파리 코뮌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의 처형을 피해 런던에 도착한 저널리스트 샤를 롱게와 사랑에 빠져 이듬해 결혼했다. 둘째 라우라는 언니보다 4년 앞서 프랑스인으로 인터내셔널에서 활동하고 있던 폴 라파르그와 결혼한다. 책은 마르크스의 가족과 함께했던 가정부 헬레네 데무트의 삶에도 상당 부분 할애하고 있다. 마르크스 가족에 맹목적으로 헌신했던 데무트와 마르크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프레데레크 데무트가 태어났을 당시의 상황, 눈물이 마를 만큼 울었지만 결국 남편과 데무트를 모두 용서한 예니의 지순한 사랑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프레데레크는 마르크스의 자식들 중 가장 오래 살아남아 세 자매의 비극적인 생을 마지막까지 지켜봤다. 예니헨은 1883년 출산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시어머니와 갈등이 심했던 라우라는 1911년 남편과 동반 자살한다. 막내딸 엘레아노어는 유부남인 에이블리와 동거하다 1898년 음독 자살했다. 마르크스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중 한 명이 된 데는 그의 열정과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가족들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혁명 속에서 먹고 자고 숨쉬었다. 그리고 마르크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그들을 한데 묶어 주는 단단한 동아줄과 같은 것이었다”고 확신하며 ‘자본론’은 마르크스 가족의 작품이라고 감히 말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미국 필라델피아 열차 탈선 현장, “6명 사망, 100여명 부상...뱀 같은 기관차”

    미국 필라델피아 열차 탈선 현장, “6명 사망, 100여명 부상...뱀 같은 기관차”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12일 밤(현지시간) 2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운 워싱턴발 뉴욕행 열차가 탈선 뒤 전복돼 최소 6명이 숨지고,100명 이상이 다쳤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부상자 중 6명은 중태인 탓에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당초 65명으로 알려졌던 부상자도 현지 병원들의 집계를 종합하면 135명이 넘었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소속 조사반원들은 사고현장에서 열차의 블랙박스를 찾아내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블랙박스를 분석하면 사고 당시 열차의 속도와 브레이크 위치 등 운행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관사를 상대로 사고 당시의 상황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현장을 찾은 마이클 누터 필라델피아 시장은 ”처참할 정도로 엉망진창의 상황”이라며 “평생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수한 블랙박스를 분석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열차는 암트랙(AMTRAK) 188호 7량짜리 여객열차로, 당시 승객 238명과 승무원 5명이 타고 있었다. 오후 9시30분쯤 델라웨어강 인근 필라델피아시 포트 리치먼드에서 급커브가 있는 프랭크포드 교차점을 지나다 갑자기 선로를 벗어났다. 탈선한 기관차는 다른 객차와 분리됐으며, 승객이 타고 있던 열차 6량은 모두 전복됐다. 이번 사고는 지난 1943년 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열차 탈선사고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다. 당시 열차에 탑승 중이던 AP통신 간부 폴 충은 “누군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열차 속도가 줄어들더니 갑자기 모든 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열차 안의 물건들이 머리 위로 날아다녔다”고 전했다. 또 ”열차 앞부분이 심하게 망가졌다”며 “완전히 부서져 고철 더미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 AFPBBNews=News1/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잠 못 이루는 밤/최광숙 논설위원

    미국 뉴욕에서의 연수 시절 좋아하는 오페라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많은 오페라 중 푸치니의 ‘투란도트’가 요즘 생각난다. 아니 거기에서 나오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불러서 더욱 유명해지고, 영국의 무명 휴대전화 세일즈맨이던 폴 포츠를 일약 스타로 만든 노래다. 공주도 아닌 내가 왜?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잦아서다.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잠깐 깨면 잠이란 녀석을 다시 붙잡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잠을 설치고 나면 그날 하루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곤혹스러워진다. 젊은 시절에 잠은 베개만 베면 찾아왔지 나 잡아 봐라 하고 도망가는 존재가 아니었다. 늘 잠자는 시간이 부족했지 잠이 안 온다는 이야기는 사치스런 불평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지금 주변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젊은 사람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중년들은 갱년기 증상 중 하나로, 노인들은 노화 현상과 정서적 불안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관련된 인사들은 또 다른 이유들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도시의 나무산책기(고규홍 지음, 마음산책 펴냄) 나무와 사람,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무칼럼니스트’인 저자가 도시에서 자라는 나무를 통해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들려준다. 개잎갈나무부터 순백의 꽃 옥매까지 도심의 나무 38종을 사진, 도판, 식물학적 표준 정보까지 세심하게 다뤘다. 320쪽. 1만 5000원.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송서휘 옮김, 서해문집 펴냄) 일본의 저명한 분자생물학자가 쓴 과학교양 에세이. 놀랍고 신비로운 인체, 동식물이 보여 주는 생명의 경이로움, 일상 속의 과학적 발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통찰을 풀어냈다. 240쪽. 1만 900원. 하버드 마음강좌(폴 해머니스·마거릿 무어·존 행크 지음, 서영조·강영화 옮김, 전략시티 펴냄) 산만함을 극복하고 지혜롭고 명료하게 생각하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조언들.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정신과 의사와 코칭 전문가의 공동 작업으로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이론적 통찰과 현실적 해법을 소개한다. 323쪽. 1만 6000원.
  • 세계를 아프게 했다 그래서 숨죽여 아팠다

    세계를 아프게 했다 그래서 숨죽여 아팠다

    #1. 연합군 폭격 직후 독일 드레스덴의 한 방공호에 들어섰다. 수백 구의 시체가 어지러이 뒤엉켜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텅 비어 있었다. 사방이 꽉 막힌 방공호를 가득 채운 건 찜통 같은 열기와 역겨운 냄새뿐이었다. 수색해 보니 찐득하니 녹아 있는 뼈들, 녹색과 갈색이 묘하게 섞인 짙은 액체뿐이었다. 그랬다. 집중 폭격의 열기가 사람들을 통째로 녹여 버린 것이다. 녹갈색 액체가 사람이었다. 시내 쪽으로 접근하자 참상은 더 명백해졌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성인들 시신 크기는 열기 때문에 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2. 소련군이 베를린 시내로 진입했다. 소련 병사들이 벙커에 숨은 독일인들을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불러냈다. 독일어를 모르는 그들이 내뱉은 유일한 독일어는 이거였다. ‘프라우 콤!’(여자 나와!) 그 병사들의 표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들 짐작하는 얼굴들이었다. 끌려나간 여자들은 비명을 질러댔고 비명은 이내 흐느낌으로 변했다. 방공호에 있던 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서는 한사코 말하려 들지 않았다. 당시 열 살이던 나도 더이상 궁금해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길거리에 나가 말라비틀어진 빵 쪼가리 하나라도 더 주워 와야 했기 때문이다. #3. 어린 시절 나를 바라보는 가족의 눈빛에는 언제나 죄책감과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다른 집에는 있는 아버지가 왜 없느냐’고 물을 때마다 가족은 늘 말을 흐렸다. 그때 이웃들은 엄마를 두고 ‘토미 호어’라고 쑥덕거렸다. 좀 커서야 비로소 ‘토미’는 나치가 영국군을 비하해서 부른 말이란 걸 알았다. 엄마는 그렇게 ‘영국군 창녀’라 불렸고, 나는 또래 친구들에게서 ‘원숭이’라 불리며 놀림받았다. 영국군 점령 당시 태어난 사생아였던 것이다. 1945년 4월 30일 아돌프 히틀러 자살, 5월 2일 베를린 함락에 이어 5월 8일. 마침내 각 지역에서 저항을 이어나가던 나치 잔당까지 완전히 소탕됐다. 해서 5월 8일은 유럽에서 2차대전이 끝난 지 70주년을 맞는 날이다. 독일은 9일을 승전기념일로 삼는다. 종전 70주년을 맞아 해외 언론들은 ‘독일 피해경험의 공론화’에 주목한다. ●연합군, 성폭행·약탈·방화 등 보복성 만행 사실 전범 국가의 피해 경험이란 피해 국가들엔 불편한 얘기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총동원 체제로 인한 일본 내부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 패전 뒤 본국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의 고단함을 그린 ‘요코 이야기’, 일제의 최후를 짐작한 일본군 장교의 고뇌를 다룬 영화 ‘이오시마에서 온 편지’ 따위의 작품에는 ‘왜 너희가 피해자인 척하느냐’는 비아냥과 ‘친일’ 딱지가 들러붙는다. 누구에게나 자기 고통이 제일 큰 게 인지상정이니 그 고통에 대한 공감에서 반전 평화로 가는 길을 다 함께 찾자는 일부 주장은 여전히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종전 직전 영국군 주도로 이뤄진 1945년 2월 드레스덴 폭격은 잔혹했다. 다량의 폭탄과 소이탄을 함께 쏟아부었다. 둘의 화학작용은 엄청났다. 폭탄이 터지며 산소가 일순간 다 소모되자 그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강풍이 불었다. 이 강풍을 타고 도시 구석구석을 휩쓴 것은 소이탄의 불길이었다. 섭씨 800도의 불기둥이 시속 240㎞로 도시를 강타한 것이다. 1943년 4만명을 죽이며 함부르크를 초토화시킨 ‘고모라 작전’ 이후 간헐적으로 선보인 연합군의 ‘구역 폭격’이었다. 일본 나가사키 원폭 사망자가 4만여명이었다면 드레스덴 폭격 사망자는 3만 7000여명이었다. 이 작전을 입안한 영국군 사령관에겐 영국군 내부에서조차 ‘도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드레스덴에 6884t의 폭탄이 쏟아졌다면 라이프치히엔 1만 1428t의 폭탄이 떨어졌다. 융단폭격을 맞은 쾰른은 76만명이던 인구가 종전 직후 4만명으로 줄었다. 이런 식으로 독일 전역은 140만개의 폭탄을 맞았고, 40만명이 죽었고, 750만명이 집을 잃었다. 나중에 진주한 연합군 병사들조차 예상을 뛰어넘은 참혹한 풍경에 놀랐다고 한다. ‘후방을 쳐서 적의 사기를 꺾는다’는 명분이 붙어 있긴 했지만 이 작전이 오로지 군사적 목적이었다고만 생각하는 이들은 드물다. 1차대전에 이어 2차대전까지 일으킨 독일이다. 보복 성격이 짙었다. ●잇단 폭격에 40만명 사망·750만명 집 잃어 또 연합군 점령지에서 수많은 성폭행이 있었다. 특히 스탈린그라드 전투 등 나치 육군과 엄청난 혈전을 치렀던 소련군의 복수심은 하늘을 찔렀다. 히틀러는 자살하는 순간까지도 볼셰비즘에 대한 노골적 적개심을 드러냈을 정도니, 소련군이 독일을 보는 시각은 그 이상이었다. 소련군은 약탈, 방화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침묵 속에 묻혀버렸다. 애초에 53개국을 전쟁에 끌어들여 6000만명을 죽게 만들고,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것이 대체 누구냐는 질문이 되돌아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전 70주년을 맞아 독일 매체들이 먼저 이런 기억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가해자로서 그간 철저하게 봉인됐던 개인의 내밀한 경험들이 이번 70주년을 계기로 독일 매체를 장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시절을 살아냈고 기억하는 이들은 지금 모두 80대 이상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는 한 시대를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獨, 가해자로서 봉인됐던 개인 피해에 귀 기울여 이런 분위기는 최근 코에르버재단의 싱크탱크 포르사서베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5월 8일을 해방의 날로 기억한다는 독일인 비중이 89%에 달했다. 연합국에 의한 패배로 기억하는 이들은 단지 9%에 그쳤다. 10년 전 35%에 비하자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2차대전의 패배가 억울한 일이라기보다 패전이 그 누구보다도 독일인 자신에게 좋은 일이었다는 점을 받아들인 것이다. 가령 기젤라 타이크만 할머니는 좀 더 커서 알게 된 2차대전의 진실 때문에 그간 해외여행이 괴로웠다. 국적이 독일로 찍혀 나오는 여권이 너무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연합군의 만행에 대한 어릴 적 기억도 담담히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타이크만 할머니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얘기들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테 바우 팀머브링크는 아예 ‘우리, 점령지 아이들’이란 책을 냈다. 전승국 군인의 사생아 기록이다. 미군의 사생아인 팀머브링크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독일에만 25만명, 오스트리아에만 2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미군 아버지를 찾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과거를 덮으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막상 아버지를 찾는다 해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적다”면서도 “오랫동안 고심해 온 문제를 해결한 이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고 말했다. 역사학자인 폴 놀테 베를린자유대학 교수는 “100% 가해자라고만 말하기에는 비어 있는, 어떤 기억에 대한 갈망이 있다”면서 “이제 거대한 이야기에서 개개인의 운명에 대한 얘기들로 사람들의 관심이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전승국 군인의 사생아 기록 ‘우리… ’ 책도 출간 물론 역사적 책임을 부인하거나 망각하는 건 아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드레스덴 폭격 70주년 연설에서 “우리는 그 끔찍한 전쟁을 시작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면서 “독일이 피해자인 척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 자리엔 폭격을 주도한 영국 측 사이먼 맥도널드 대사도 참석했다. 드레스덴 폭격 피해를 과장하려는 극우세력을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스크바 무명용사 묘를 찾아 헌화한다. 종전 뒤 가장 잔혹하게 독일인을 학살했으며, 동독의 공산 독재를 지원했고, 지금도 신냉전으로 갈등하고 있음에도 나치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들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잊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표현이다. 종전 70주년, 독일은 엄살 부리거나 핑계 대지 않았다. 나직이 읊조렸을 뿐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고흐 ‘알리스캉의 가로수 길’ 717억원에 팔려

    고흐 ‘알리스캉의 가로수 길’ 717억원에 팔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풍경화 ‘알리스캉의 가로수 길’(L‘Allee des Alyscamps)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 ‘인상파와 근대회화’에서 예상가 4000만 달러(약 440억원)를 훌쩍 넘긴 6630만 달러(약 717억원)에 팔렸다. 프랑스 남부 아를에 친구 폴 고갱과 함께 머물던 1888년 11월에 그린 작품으로 아를의 가을 풍경을 담고 있다. 입찰에는 최소 5명 이상 참가했으며 최종 낙찰자는 아시아의 개인 소장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고흐 작품의 최고 낙찰가는 1990년 ‘가셰 박사의 초상’으로 8250만 달러(약 892억원)였다. 이날 경매에서는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1905년 작 ‘수련’도 5400만 달러(약 584억원)에 낙찰됐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존 레논의 안경과 이혼 서류 경매…가격은?

    존 레논의 안경과 이혼 서류 경매…가격은?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1940-1980)이 과거 착용했던 안경이 경매에 나온다. 또한 이 경매에는 레논의 첫번째 부인 신시아와의 이혼 서류까지 출품돼 그와 관련된 모든 물품이 경매에 나올 기세다. 최근 영국 오메가 옥션 측은 레논의 '아이콘' 동그란 안경과 이혼 서류가 오는 20일(현지시간) 경매에 나온다고 밝혔다. 총 2만 파운드(약 3300만원)의 가치가 매겨진 이 물품들은 돈많은 레논의 광 팬이라면 한번쯤 군침을 삼킬 만 하다. 특히 동그란 이 안경은 비틀스의 앨범 '렛 잇 비'(Let It Be)와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커버에 등장한 레논이 당시 착용한 안경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경매회사 측의 설명. 레논의 사생활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혼 서류도 가치가 있다. 이 서류에는 레논의 약물 복용, 나중에 부인이 된 오노 요코와의 불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 안경과 서류는 1960년대 레논이 살았던 서리 주의 캔우드 맨션에서 가정부로 일한 도로시 자렛트가 보관해 온 것이다. 특히 그녀는 지난 2011년 경매를 통해 레논의 어금니를 캐나다인 치과의사에게 3만 1200달러(약 3400만원)에 팔아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옥션 관계자 폴 페어웨더는 "이 안경은 평소 레논이 가장 즐겨쓰던 타입" 이라면서 "1960-1970년 대 사진 속 레논은 항상 이 안경을 쓰고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혼 서류는 5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가정부 자렛트의 진술이 담겨있다" 면서 "레논과 신시아는 6년 간 살다 지난 1968년 이혼했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유럽 마이너스 국채 언제까지 안전자산일까

    유럽 마이너스 국채 언제까지 안전자산일까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3년짜리 국채 8000만 스위스프랑(약 922억 8640만원)을 금리 -0.213%에 발행했다. 독일·스위스 등 선진국에 이어 신흥국에서도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8000만 스위스프랑어치의 폴란드 국채에 투자했을 때 3년 뒤 만기가 돌아오면 17만 400스위스프랑의 이자(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셈이다. 폴란드 국채의 금리 -0.213%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춘 기준금리 -0.75%보다 높기 때문에 스위스 투자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려들었다. 파비앙 웰란다고다 HSBC 이사는 “스위스프랑 국채시장에서 이번 마이너스 국채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덴마크 여성 의료인 에바 크리스티안센은 현지 은행 단스케방크로부터 금리 -0.0172%에 대출을 받은 뒤 매달 7덴마크크로네(약 1130원)의 이자를 받고 있다. 스칸디나비스카엔스킬다은행(SEB) 등 스웨덴 은행들도 예금자들과 이자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유럽에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면서 돈을 빌리면 웃돈을 받는 유례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라는 고육책을 쓰면서 빚어진 진풍경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에 따르면 독일 국채의 70%가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된다. 프랑스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 비중도 50% 정도이고, 재정위기를 겪은 스페인의 비중도 17%에 이른다. 유로존 국채 가운데 30% 이상이 마이너스 금리를 띠고 있는데, 그 규모는 2조 유로(약 2241조원)에 이른다.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는 것은 디플레에 대한 공포 탓이 크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올 3월 현재 -0.1%, 스위스는 -0.9%다.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 그런데 주요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이미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린 상황이다. 결국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75%까지 낮췄다. 덴마크(-0.75%), 스웨덴(-0.25%) 등도 잇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이들 국가 외에도 마이너스 금리인 국가는 독일과 스페인 등 10개국이 넘는다.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플레가 실질 이자율을 보장해 주는 만큼 그나마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디플레로 화폐가치가 오르면 명목 금리가 마이너스라도 실질 금리는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금리가 -1%, 물가가 -2%라고 가정하면 실질 이자율은 1%가 된다. 채권자는 -1%만큼 손해를 볼 것 같지만 만기에 돈의 가치가 2% 오르는 덕분에 1%만큼 이득을 보는 것이다.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은 안전자산인 선진국 국채와 실물자산, 기타 자산이다. 국채를 사면 손해가 1%지만 실물자산을 사면 2%로 손해의 폭이 커진다. 국채를 사는 것이 손해가 적은 셈이다. 매매 차익도 노릴 수 있다. 발행금리가 마이너스라도 국채 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금리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국채를 사는 것이 이익이다. 적당한 시기에 되팔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때문에 국채 금리가 이들 국가의 금리 수준까지 떨어지기 전에는 투자 매력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채권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마이너스 금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인 만큼 세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어떤 역풍을 불러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스티븐 메이저 HSBC 채권 리서치 부문장은 “비전통적인 중앙은행 정책이 운용되고 있는 만큼 비전통적인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해야 할 것”이라며 “채권은 더이상 채권처럼 거래되지 않고 상품처럼 거래된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채권이 투기가 벌어지는 투자상품처럼 위험자산으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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