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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출마’ 섹시 女가수 선정 포스터 논란

    ‘의원출마’ 섹시 女가수 선정 포스터 논란

    정계 진출을 선언한 폴란드의 섹시 여가수 사라 메이가 선정적인 선거 포스터로 논란을 사고 있다. 9일 영국 매체 오렌지뉴스는 “사라 메이로 가수 활동을 한 폴란드 여성 카타르지나 쉬츠웨크(Katarzyna Szczolek)가 이달 말 열리는 선거에 수도 바르샤바 지방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으로 출마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사라 메이는 선거 포스터를 통해 선정적인 표현으로 자신을 나타내 유권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선거 포스터에서 사라 메이는 ‘아름다움, 독립성, 유능함’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햇빛이 내리치는 해변에서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비키니를 입고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개된 다른 포스터에선 ‘정직, 진심, 직접, 타협’이라는 문구와 함께 귀여운 강아지를 껴안고 있다. 사라 메이는 “난 여기서 유권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일반인들처럼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가게에서 쇼핑하며 같은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언론에서 동성 친구와 진한 키스를 나누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보여온 그녀를 조롱하고 있다고. 한 지역 주민은 “사라 메이가 국회에서 의원들에게 성희롱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며 “그녀의 의견을 무시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진=오렌지뉴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순위로 본 세계속의 한국

    순위로 본 세계속의 한국

    ■‘2위’ 식품물가 1년새 13% ↑…터키 이어 OECD 두번째 우리나라의 식품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4일 OECD 물가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9월 식품물가지수(2005년=100)는 131.7로 지난해 9월보다 13% 올라 터키(15.3%)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9월 OECD 회원국의 평균 식품물가 상승률은 2.3%였다. 우리나라는 평균보다 6배가량 급등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7~8월에도 식품물가 상승률이 OECD 회원국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OECD의 식품물가는 우리나라의 통계청 편제로는 식료품(곡물·채소·육류·낙농품 등) 및 비주류 음료 항목과 같다. 9월 식품물가는 우리나라에 이어 영국(5.1%), 칠레(4.3%), 헝가리·폴란드(4.2%)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핀란드(-3.6%)와 아일랜드(-2.0%), 뉴질랜드(-0.4%), 스위스(-1.0%), 노르웨이(-0.3%) 등 5개국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이 아닌 나라 가운데에는 인도네시아(11.0%), 러시아(8.7%), 브라질(5.4%) 등이 높은 폭의 식품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식품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원인은 배추와 무 등 고랭지 채소의 작황이 좋지 않아 여름부터 신선식품 물가가 치솟은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 물가에서도 생선과 채소 등 신선식품지수는 49.4%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16위’ 세계은행, 183개국 기업환경 평가 우리나라 기업 환경이 세계에서 16번째로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보다 3단계 올라섰다. 세계은행이 4일 발표한 올해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2011)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환경은 183개국 중 16위였다. 1위는 싱가포르였으며 2위 홍콩, 3위 뉴질랜드에 이어 영국, 미국, 덴마크, 캐나다, 노르웨이, 아일랜드, 호주 순으로 톱 10에 들었다. 우리나라는 기업환경 중에서 채권회수 절차(5위), 국제교역(8위), 퇴출절차(13위), 자금조달의 용이성(15위), 건축관련 인허가(22위) 등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받았다. 그러나 투자자보호·재산권등록(74위), 창업(60위), 세금 납부(49위)는 취약한 부문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12위, 주요 20개국(G20)에서 6위, 동아시아에서 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기업환경 순위는 2005년 27위, 2008년 23위, 2009년 19위로 매년 상승해 왔다. 특히 올해 순위 도약은 취약 분야인 고용·해고 부문이 평가에서 제외된 영향이 컸다. 국제교역은 일괄 심사제 도입으로 수입 소요시간을 단축했고, 퇴출절차는 통합도산법 개정에 따른 채권 회수율 증가, 건축 관련 인허가는 건축사법 개정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창업은 법인등록세 비용이 여전히 비싸고, 투자자 보호는 이사의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한 주주들의 책임 추궁이 쉽지 않으며, 재산권 등록은 절차가 많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점에서 감점을 받았다. 세금 납부 또한 납부 소요시간이 길어 단점으로 지적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대한통운 2015년 매출 5조 달성”

    “대한통운 2015년 매출 5조 달성”

    “녹색과 정보기술(IT)을 통해 2015년에는 매출 5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달성하겠다.” 이원태 대한통운 사장이 창립 80주년(15일)을 앞두고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확신에 찬 포부를 밝혔다. 이 사장은 “앞으로 글로벌 물류산업의 트렌드는 녹색과 IT”라면서 “대한통운은 세계 물류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세계적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은 올해 매출로 지난해보다 15% 늘어난 2조 1000억원, 영업이익은 20% 늘어난 1130억원의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 사장은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35% 수준인데 5년 후에는 이를 50%로 올릴 계획”이라면서 세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재 대한통운은 미국, 일본, 중국 등 7개국에 30개의 법인과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폴란드, 중동 등에도 사업망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 교역량 중 중국이 19%, 유럽이 16%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 두 지역의 사업망을 확대해 해외 매출의 비중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을 기회로 삼아 ‘중량물류’(플랜트 등 대형화물)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택배시장은 지난 3년간 2배의 성장을 보였는데, 앞으로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네트워크 강화와 정보기술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中 최고 지도부는 역할분담 외교 중

    中 최고 지도부는 역할분담 외교 중

    9인 집단지도체제하의 중국 최고지도부가 이달 들어 본격적인 역할분담 순방외교를 시작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오는 4~7일 프랑스와 포르투갈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은 3일~13일 캄보디아·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3개국을 순방한다. ●후주석, G20 앞두고 佛·포르투갈 방문 앞서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시리아·폴란드·오만·카자흐스탄 등 4개국을 찾기 위해 지난달 29일 전용기에 올랐고, 지난달 9일부터 11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던 서열 9위 저우융캉(周永康)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는 지난 달 31일 인도로 떠났다.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원자바오 총리도 다음 달 초 인도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5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계 각지에서 정상외교를 펼치는 모양새다. ●우방궈, 영토분쟁 동남아 3개국 순방 후 주석의 프랑스 방문은 G20 정상회의 일주일 전이라는 시점 때문에 G20 대응 성격이 짙다. 실제 G20 차기회의 의장국인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제경제 시스템 개선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체제 개혁에 적극적인 후 주석과 ‘G20 코드’가 일치하고 있다. 후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프랑스 측과 원자력 및 민간항공 분야의 협정체결을 추진하는 등 사르코지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선물’도 준비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자바오 새달 인도행… 中견제 약화 포석 우방궈 상무위원장은 대표적인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연안국들을 차례로 찾는다는 점에서 중국이 내세워온 ‘개별 협상’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저우 서기의 인도 방문은 명목상 수교60주년 행사 참석이지만 일본·미국 등의 ‘인도 끌어안기’가 한층 고조된 상황에서 이들 국가의 중국 견제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전략적인 요인도 만만찮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3일 진주 ‘이상근 음악제’

    경남 진주시는 1일 진주 출신 작곡가 고 이상근 선생(1922~2000)의 음악 정신을 기리는 ‘2010 이상근 국제음악제’가 3일부터 7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과 진주시 청소년수련관 강당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이번 음악제는 ‘한·슬기·멋·힘’을 주제로 다양하게 개최된다. 3일 오후 2시 한국 가곡사에서 차지하는 선생 작품의 의미를 짚어보는 세미나가 연주와 병행해 열린다. 진주시립교향악단이 선생의 교향곡 제6번 ‘한국의 춤’을 연주한다. 4일에는 폴란드 쇼팽음악원 교수 출신인 유명 첼리스트 야로스와브 돔잘이 베토벤, 슈만, 프랑크의 곡을 연주한다. 진주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WSPU 서울총회로 세계적 의원단체 도약”

    “WSPU 서울총회로 세계적 의원단체 도약”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10여일 앞두고 제6차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WSPU) 총회가 1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린다. ●日중의원 등 40여개국 200명 참가 WSPU는 스카우트 운동을 통해 세계 청소년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1991년 대한민국 국회가 주도해 창설한 세계적인 국회의원 조직체로 현재 90여개국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새로운 의원 외교 형식을 열었다는 평가다. 이번 총회에는 스티븐 칼론조 무쇼카 케냐 부통령, 류이치 도이 일본 중의원(6선) 등 40여 개국 스카우트 출신 의원 70여명이 참석한다. 이외에도 각국 스카우트연맹 관계자, 비정부기구(NGO) 단체대표 등 모두 200여명이 참가한다. WSPU는 1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이사회를 개최한 뒤 2일 오전 개회식을 열어 WSPU 총재권한대행인 정의화 국회 부의장을 총재로 정식 선출할 예정이다. 총회기간 동안 ‘스카우트 운동과 청소년 지원을 위한 국회의원의 역할’, ‘세계스카우팅의 미래전략과 WSPU와의 관계’ 세미나 등이 열린다.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 회장인 정 부의장은 31일 “WSPU가 그동안 청소년을 위한 입법활동 등에 헌신적으로 활동했지만 2003년 이후 거의 활동이 없었다.”면서 “2006년 세네갈 총회 취소 이후 주춤했던 활동을 부활시키기 위해 WSPU 창설을 주도했던 국회스카우트의원연맹이 서울에서 총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흘간 ‘스카우트 운동’ 세미나 등 개최 정 부의장은 이어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던 WSPU 사무국을 지난해 한국으로 영구 이전하고 나서 처음 갖는 행사인 이번 총회를 통해 WSPU가 새롭게 도약하고 세계적인 의원단체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일 저녁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최하는 ‘서울의 밤’행사가 진행되며 3일 저녁에는 박희태 의장 주최의 ‘환송의 밤’ 행사가 열린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39) 권터 그라스 ‘양철북’

    [고전 톡톡 다시 읽기] (39) 권터 그라스 ‘양철북’

    엄마 뱃속에서 양수에 제 얼굴을 비춰 보며 지냈다고 말하는 황당한 꼬마가 여기 있다. 태어나면 눈도 못 뜨고 울기 바쁜 범인(凡人)들과 달리 녀석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남편’(결코 아버지는 아니다)이 자신을 장사꾼으로 키우겠다는 소리, 어머니가 양철북을 선물해 주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야기는 점입가경이다. 아직 푸르죽죽한 아기는 남자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어머니의 제안을 호의적으로 검토하기로 결심했단다. 이 아이의 이름은 오스카. 독일 전후(戰後) 문학의 대명사이자 가장 잔혹한 성장소설 ‘양철북’의 주인공이다. 그는 어머니와 ‘추정상 아버지’인 어머니의 사촌이 벌이는 질펀한 애정 행각, 어머니 남편의 콤플렉스와 욕망을 관망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고, 두 아버지를 ‘고의적으로’ 죽게 한다. 이런 오스카에게서 동심을 발견하긴 힘들 것이다. 그를 통해 발견되는 것은 아이들의 내면과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어른들의 세계다. 우리는 오스카라는 안경을 통해 독일 사회와 소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데 렌즈 자체가 이미 왜곡되었던 것일까. 안경에 비친 풍경은 모두 처참할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다. ●정신병자가 회고하는 20세기 초 풍경 작품은 정신병원 환자인 서른 살 오스카의 회고담으로 구성된다. 그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단치히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때는 1920년대부터 50년대, 전 지구적으로 사람들이 불안에 휩싸이고 공포에 휘청이다 고독 속으로 침잠하던 그 시기, 독일인 그리고 독일인들이 경멸하는 ‘폴래커’(폴란드를 경멸하여 부르는 말)들이 뒤섞여 살던 곳에서 오스카는 나고 자랐다. 집안 거실과 안방, 아버지의 식료품점뿐만 아니라 이웃의 집, 학교, 우체국, 시장 등 온갖 곳에서 오스카는 부모와 똑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어떤 격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사는 소시민, 자신들의 콤플렉스와 탐욕으로 시대의 광기를 부른 부모 세대다. 오스카는 광기의 징후가 어디에서나 발견될 수 있음을 증언한다. 세 살배기 시절 이미 세계에 대한 권태에 사로잡힌 오스카에게 남은 건 이제 양철북뿐이다. 그는 세 살이 되는 생일에 스스로 계단에서 떨어져 추락하면서 성장을 멈춘다. 어른이 되길, 즉 소시민이 되길, 미친 시대에 똑같이 미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간이 되길 온몸으로 거부했던 셈이다. 그런 뒤 오스카는 부모와 교사가 요구하는 규범에 모르쇠로 일관, 목에 걸고 있는 양철북만 허구한 날 두들겨댄다. 어른들은 그의 북을 빼앗으려 하지만, 오스카는 소름 끼치는 비명으로 멋지게 막아낸다. 오스카는 결코 언어적 규칙하에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 떠올려보자. 일반적인 가치 판단에서 비껴난 지대에서 북을 두드리고 소리 지르는 94㎝의 자그마한 아이를. 과거와의 결별은 지금의 변신을 요구하는 법, 어머니의 남편을 죽게 만든 스물한 살의 오스카는 그 장례식에서 ‘자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전체주의 광기의 죽음이 그 다음 세대의 성장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장’ 거부한 북 두드리는 주인공 그러나 그는 결코 곧게 자라지 못한다. 머리는 점점 더 커지는데 다리와 몸통 길이는 그에 비례해 자라지 않은 데다, 등 뒤에는 혹이 생겨났던 것. 세 살배기 오스카는 이제 곱사등이 오스카가 되어 버렸다. 그는 전쟁 주범인 아버지 세대를 죽게 하긴 했으나 여전히 왜소하고 심지어 불구자다. 드디어 신장이 1m를 넘겼지만, 성장을 거부했던 시절의 흔적은 그의 몸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작은 몸집에 머리만 커다란, 게다가 등 뒤에는 한 짐을 싣고 있는 이 남자의 회고를 우리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최고의 입담꾼일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그는 그저 전쟁의 충격이 빚어낸 몽상가, 제멋대로 날조하는 이빨의 소유자에 불과한 게 아닐까. 그는 유아적이고 불구자인 독일 정신의 현신(現身)은 아닐까. 어머니를 경멸하고 아버지를 증오했던 아들은, 부모가 죽은 후에도 그들과 완전히 결별하지 못하고 또 제 키를 온전히 키우지도 못하고서, 멋대로 과거를 각색해 허풍 떠는 정신병자로 세계 위에 덩그러니 앉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회고자가 난쟁이라는 사실이 이야기를 믿지 못할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니다. 여기서 1m 조금 넘는 그의 키 높이는 그와 세계 간의 미묘한 거리감이다. 그 키 탓에 사람들은 종종 허리 밑에 서 있는 오스카의 존재를 잊은 채 자기들끼리 대화하고, 싸우고, 성교한다. 그리고 오스카는 보고 들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제 해석대로 적어 내려갔던 것이다. 오스카, 그는 세계 속에 살고, 세계 자체를 자기 신체로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 작은 키로 자신을 감춘 채 다른 각도에서 세계를 향해 눈알을 굴리는 한 마리 개구리다. 이 개구리는 두 개 언어를 구사한다. 그는 한편으로는 비명을 지르고, 북을 두들기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신병원 안에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건 곱사등이 오스카지만, 그의 생애 전반을 결정짓는 것은 그가 ‘어버버’ 소리밖에 못 내던 시절 내지르던 비명과 두드리던 북소리다. ●유아적·불구자 같은 ‘독일 정신’ 꾸짖어 병실 안에서 그가 쓰는 매끈한 텍스트에는 양철북의 깡깡대는 소리로 주조된 날카로운 비명, 유리병 깨지는 소리, 계단을 구르는 소리, 어머니의 만족스러운 신음, 시끄러운 북소리, 수많은 이웃들의 등에 총알이 박히는 소리 등이 겹쳐진다. 미친 인간들의 미친 놀음이 당연시되던 미친 시대의 파편들이 계속해서 오스카의 말 사이사이로 비어져 나온다. 베를린 장벽이 굳건하게 서 있고, 전쟁 중이었던 1937년에 떨어진 명령이 전후인 50년대까지도 유효한 시대에, 오스카는 살아남은 자이자 고아로서 기괴한 전쟁 기록을 남긴다. 거기에서 히틀러, 강제수용소, 연합군 등은 다 미소(微小)한 음향효과에 불과하다. 그는 화약 연기 없이 2차 대전과 전체주의를 그린다. 주요 등장인물은 육욕의 화신, 식욕의 화신, 잔인한 장난을 일삼는 어린 아이, 심약한 이웃사촌. 오스카의 글은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북소리와 펜의 사각대는 소리로 축조된, 한 소년과 가족을 중심으로 한 움직이는 미로, 길고도 잔혹했던 어느 전쟁에 대한 가장 기괴한 기록물 중 하나다. 안명희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 “反이슬람 발언 해고 NPR 부당” 美보수 도 넘은 방송공격

    미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들과 폭스뉴스 등이 21일(현지시간) 일제히 공영라디오방송(NPR)을 집중 공격하고 나섰다. 전체 무슬림(이슬람 신자)을 테러 용의자로 매도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전날 NPR가 뉴스분석가 후안 윌리엄스를 해고한 것이 발단이었다. 하지만 해당 발언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NPR만 비난하는 등 공정성을 상실한 양상을 보인다. 미국 보수세력의 반이슬람 정서가 도를 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NPR 뉴스분석가로 일하던 후안 윌리엄스는 지난 18일 강경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 출연해 “비행기에 무슬림 복장을 한 사람이 타고 있으면 불안해진다.”라고 발언했다. NPR는 이틀 뒤 윌리엄스를 해고했다. NPR 최고경영자 비비안 실러는 “윌리엄스는 18일 발언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언론윤리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트위터에 “NPR가 개인 라디오처럼 그렇게 편협하게 운영할 거라면 연방정부 재정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윌리엄스가 출연했던 프로를 진행하는 빌 오라일리는 “미국인 수백만명이 똑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월 60여년 동안 백악관을 출입했던 전설적인 언론인 헬렌 토머스를 불명예 퇴임시킨 유대인 비난 발언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당시 토머스는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떠나 폴란드나 독일로 가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사과까지 했지만 동료 언론들의 차가운 외면 속에 언론 경력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中 충칭~獨 뒤스부르크 1만 1179㎞ ‘新실크로드’ 열렸다

    中 충칭~獨 뒤스부르크 1만 1179㎞ ‘新실크로드’ 열렸다

    중국 서부 대개발의 핵심 도시 충칭(重慶)과 독일의 서부 도시 뒤스부르크를 연결하는 ‘위신어우(渝新歐, 충칭·신장·유럽) 국제철로’가 뚫렸다. 전장 1만 1179㎞에 이르는 아시아·유럽 관통 노선이다. 충칭에서 신장(新彊) 위구르자치구를 통해 국경을 넘어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뒤스베르크로 이어진다. ‘위신어우 국제철로’의 중국 내 3812㎞ 노선(충칭~안강~시안~우루무치~아라산) 시운전이 18일 성공리에 진행됐다고 충칭에서 발행되는 중경만보가 19일 보도했다. 독일 뒤스베르크까지 전 구간을 달리는 전체 시운전은 다음 달에 이뤄진다. 초기에는 주 1회 운행하고, 이후 점차 운행 빈도를 늘릴 계획이다. 유럽으로의 육상 수송로가 열림에 따라 노트북, 컴퓨터 등 IT(정보기술)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충칭 등 서부 지역 물품이 유럽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기존의 최대 39일에서 13일로 3분의1 정도 줄어들고, 물류비도 대폭 절감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서부 지역에서 유럽으로의 화물 운송은 지난 5월 개통된 충칭~광둥성 선전(철로)~유럽(해상) 노선과 지난 8월 열린 하늘길(전세기)이 있을 뿐이었다. 이번 철로 개통으로 해상 운송이 줄어들어 남중국해, 아덴 만 등에서의 해적 위협도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중국 측은 기대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폴란드 헤어숍, 상반신 노출 서비스 등장 논란

    폴란드의 한 남성 전문 헤어숍이 상반신 노출서비스를 시작해 논란이 예상된다. 19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는 “폴란드의 여성 헤어드레서 들이 상반신을 노출한 채 헤어 컷을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 전문 헤어숍인 ‘다운 언더(Down Under)’의 주인 워텍 바실레프스키(26)는 새로운 콘셉트의 헤어 컷 방법을 연구하던 중 이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세미누드로 일할 4명의 여성 헤어드레서를 구하기 위해 18개월을 기다렸고 마침내 찾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워텍은 “그동안 남성 클럽처럼 헤어숍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의 헤어드레서들은 매우 아름다운 여성들” 이라며 “문의 전화가 수시로 오지만 놀라지 않는다. 이 사업은 지금 급성장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부고] ‘프랙털’ 개념 만든 佛 수학자 베누아 만델브로

    미시 세계에서 우주 구조 분석까지 과학·수학의 주요 개념으로 폭넓게 쓰이는 ‘프랙털’(fractal) 개념을 만든 프랑스 수학자 베누아 만델브로가 지난 15일(현지시각) 사망했다고 AFP가 17일 보도했다. 85세. 만델브로는 췌장암을 앓아오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동쪽 케임브리지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그의 가족들이 이튿날 전했다. 만델브로는 영국 해안선의 길이를 알아보려고 시도하던 중 프랙털 개념을 창안했으며 프랙털 기하학은 구름이나 해안선처럼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자연현상을 측정하는 데 사용됐다. 만델브로는 프랙털 개념을 ‘부분이 전체와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되는 구조’를 가르키는데 썼다. 그는 이후 물리학과 생물학, 금융 등 다양한 영역으로 연구를 넓혀 밀 가격의 변동이나 포유류 뇌의 성장 등을 분석하는 데도 프랙털 개념을 활용했다. 프랙털이란 말은 ‘쪼개다’라는 뜻의 라틴어 ‘프락투스’에서 나왔다. 그는 1924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다음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농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종전 뒤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공부했고 1958년 IBM에 합류해 약 30년간 연구 생활을 계속했다. 이후 미국 예일대로 자리를 옮겼다가 2005년 은퇴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防寒(방한)엔 패딩이다

    防寒(방한)엔 패딩이다

    쌀쌀해진 아침 바람이 두툼한 방한복 하나쯤 마련해서 겨울에 대비해야 할 때란 걸 일러준다. 요즘 방한복의 대세는 비싼 모피나 알파카 털 코트가 아니라 가볍고도 따뜻한 패딩 재킷이다. 패딩 재킷의 세계적 유행을 이끈 것은 프랑스 브랜드인 몽클레어. 최소 100만원이 넘는 몽클레어의 패딩 재킷은 ‘저렴하지만 뚱뚱해 보이는 옷’이란 편견을 확 깨뜨렸다. 패딩 재킷의 전통을 이어받아 따뜻하면서도 초경량 소재를 써 얇고 가볍다. 디자인도 몸매의 선을 예쁘게 살려줘 마돈나, 빅토리아 베컴, 모나코 공주 스테파니 등 세계적 유명인사의 사랑을 받았다. 패딩 재킷으로는 최초로 모조품이 등장해 인터넷 쇼핑몰과 길거리에서 팔릴 정도다. ●햇빛 받으면 온도 3~5도 가량 올라 올겨울에 대비해 국내에서 출시된 패딩 재킷도 몽클레어가 이끈 유행을 반영해서 햇빛을 받으면 2~3도가량 열을 발산하는 기능성 발열 섬유에다 헝가리산 거위 털 등 고급소재를 썼다. 게다가 탈·부착할 수 있는 소매와 털 장식 등으로 다양하게 트랜스폼(변형)이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일본 최고의 등산복 브랜드 몽벨이 선보인 ‘슈퍼프리미엄 다운 재킷’은 공기처럼 가볍고 얇지만 강력한 보온력을 자랑한다. 여성용 재킷은 무게가 180g에 지나지 않아 착용하면 옷을 입었는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굵기가 머리카락보다 가늘어서 현존하는 원단 가운데 가장 얇은 7데니어의 ‘발리스틱 에어라이트’를 겉감으로 사용한 덕분이다. 속에는 폴란드산 거위털을 넣었다. 유니클로는 특수 가공 극세사로 겉감을 만든 부드러운 촉감의 패딩 재킷을 출시했다. 극세사는 일본 도레이사와 공동 개발했다. 깃털이 잘 빠지는 패딩 재킷의 단점도 보완했다. 원단에 깃털을 채운 뒤 재봉하는 통상의 패딩 재킷과 달리, 봉제선을 만든 다음 한 칸씩 깃털을 채워 넣은 것. 주황, 분홍, 보라, 형광빛 초록 등 색깔이 열 가지가 넘고 디자인도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다. 코오롱의 스포츠 브랜드 헤드가 내놓은 ‘트랜스로더 재킷’은 바람막이와 패딩 내피로 구성돼 한 벌로 다섯 가지 스타일 연출이 가능하다. ●디자인·색 다양 어떤 하의와도 어울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양문영씨는 15일 “트랜스로더 재킷은 바람막이, 다운 재킷, 다운 조끼를 따로따로 입을 수 있다. 바람막이와 다운 재킷을 함께 입으면 한겨울 등산복으로도 손색없다.”며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할 때는 바람막이 점퍼 위에 다운 조끼를 살짝 겹쳐 입으면 좋다.”고 소개했다. 패딩 재킷은 청바지나 쫄바지 등 어떤 하의와 입어도 잘 어울린다. 여성은 짧은 미니스커트에 두툼한 쫄바지를 입고 패딩 재킷을 입으면 발랄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쫄바지 위에 화려한 색깔의 두툼한 토시를 겹쳐 입으면 따뜻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환율전쟁 전면전] 韓 원화가치 2주만에 1.7%↑… 亞 신흥국까지 ‘불똥’

    [환율전쟁 전면전] 韓 원화가치 2주만에 1.7%↑… 亞 신흥국까지 ‘불똥’

    환율전쟁이 미국, 중국, 일본 등 ‘큰손’에서 ‘개미’로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권까지 급속도로 싸움에 휘말리고 있다. 양적 완화에 매달리는 선진국들 틈바구니에서 수출길을 열고 투기자본(핫머니)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올 들어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 절상률에는 환율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녹아 있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9.8원 떨어진 1110.90원에 마감됐다. 전년 말에 비해 3.9% 절상된 것이다. 이달 들어 2주 동안에만 1.7%가 올랐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절상폭이 완만한 편이다. 극심한 엔고에 신음하는 일본은 무려 13.0%가 올랐다. 미국으로부터 연일 강력한 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 위안화도 2.4% 상승했다. 한·중·일 3국을 비교하면 엔화의 절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 13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을 들먹이며 한국정부를 비판한 배경이기도 하다. 신흥국이 몰려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화폐가치는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태국(바트)은 전년 말 대비 11.7%, 말레이시아(링깃) 10.8%, 싱가포르(달러) 7.8%, 인도네시아(루피아) 5.7%의 절상률을 각각 기록했다. 고정환율제인 홍콩(-0.06%)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올라간 자국의 통화가치 때문에 고민이다. 아시아 신흥국은 수출 등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유독 많다. 화폐가치가 오르면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다. 최근에는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 신흥국에 초단기투자를 하는 캐리트레이드까지 극성이어서 경제규모가 작은 아시아 신흥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각국의 환율 방어전이 치열하다. 시장 및 거래 규모가 크고 전통적으로 심리적 효과를 노려 직접개입 선언을 하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은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될까 봐 대놓고 하지도 못한다. 한국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타이완은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도 높은 외환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 타이완 달러화의 올해 달러 대비 절상률이 2% 안팎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자국 통화가치가 최고로 올라간 태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도 대규모 외환 개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륙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남미에서는 얼마 전 채권 금융거래세를 인상한 브라질을 필두로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아르헨티나 등이 이미 환율시장 개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밖에 러시아, 폴란드,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시장에서 모종의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환율전쟁은 세계경제 회복세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모두들 국제 금융위기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대형 쓰나미가 세계를 휩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든다.”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각국의 의견 대립이 첨예해 환율갈등이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면서 “일각에서 1930년대식 보복 관세와 무역장벽 등 보호주의가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하지만 각국이 위기 속 공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만큼 공멸에 이르기 전에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글로벌 시대] 여자가 군대간다/전경수 서울대 인류학 교수

    [글로벌 시대] 여자가 군대간다/전경수 서울대 인류학 교수

    미샤와 실라는 폴란드와 루마니아계 후예의 유태인이다. 동유럽계 유태인 부모가 모로코계 유태인 남자와 결혼하려는 딸 실라를 구타하는 사태는 당연하였고, 그 결혼은 성사될 수 없었다. 30년 전 누나의 결혼과 관련된 미샤의 회상이다. 이스라엘 750만명의 인구는 유태인 79% , 무슬림 17%, 기독교도 4%로 구성된다. 북부의 갈릴리호 주변을 제외한 전 국토는 남부의 네게브 사막이다. 사막 한가운데의 ‘벤 구리온 유산연구소’는 건국 영웅 벤 구리온 총리 부부의 묘소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리더십의 상징으로 우뚝섰다. “누가 네게브 사막을 황무지라고 부르는가?” 벤 구리온의 생존 철학을 추종하는 사막 연구자는 외친다. ‘스피릿’이 사막의 이스라엘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역설하는 동갑내기 교수 앞에서 숙연할 수밖에 없었다. 광산과 관광으로 살아 꿈틀거리는 사해(死海)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할머니의 대화는 러시아어.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이주해 온 부자 유태인들이다. 요르단과의 국경을 따라서 건설된 키부츠는 대추야자 열매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사막의 농장이 미래의 희망이다. 농민들은 그냥 농민들이 아니다. 키부츠 농민들은 둔전병 역할을 담당한다. ‘케렌 콜롯’ 키부츠는 미래를 향하여 변신하고 있다. 내부에 설립된 ‘아라바 연구소’는 아랍권을 포함하여 전 세계로부터 온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과 연구를 한다. 사막을 배경으로 서스테이너블 에너지와 친환경을 지향하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리더십과 남녀공집(男女共集) 군대에 주목한다. 1930년대부터 유태인 국가 건국을 준비한 이스라엘은 벤 구리온의 리더십 아래 1948년 건국하였다. 미샤네 가족 결혼사건은 지난 60년 기간 동안의 절반에 해당되는 시점이었다. 그후 30년간 사회통합의 노력 결과, 현재는 미샤네 가족이 겪었던 사건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러시아로부터 온 100만명의 이주민은 또 다른 사회통합의 시험을 요구한다. 사회통합은 진화하고 있다. “모든 유태인들은 서로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 시나고그에 걸린 슬로건이 지향하는 책임한계에 동의하진 않지만, 유태인 사회가 만들어 가는 통합의 진화라는 정체가 궁금하다. 아랍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조건이 부여하는 필생(必生)의 명제를 기초로 한 책임한계를 설정하고, 통합의 저해 요인은 제거하는 방식의 과정과 결과가 현재 헤브론이 직면한 팔레스타인 문제의 관건인 것 같다. 필생을 전제로 한 사회통합의 근간이 이스라엘의 남녀공집 군사정책일 수 있다. 텔아비브의 해변가 호텔 프런트에서 기관단총을 거꾸로 멘 금발의 앳된 여군이 윙크한다. 나의 시선은 기관단총과 금발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흠칫 놀랄 수밖에. 이스라엘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간 군복무에 임한다. 군대에서 만나 결혼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여자들의 활동이 여성이기 때문에 제한적이라는 거론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국방과 군사는 상당 부분 겹치지만 경험세계의 차원으로 구분하면 별개의 현상이다. 국방에 대해서는 추체험(追體驗)이나 간접체험이 허용되지만, 군사는 직접체험만을 용인한다. 이런저런 애매한 구실로 군복무를 면제받은 남자들이 군대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불손을 넘어선 배은망덕이다. 분열과 갈등의 한가운데 군복무라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고민거리다. 이스라엘이 만들어가는 통합의 진화라는 트랙을 바라보기에는 너무 거리가 먼 이 땅의 현실을 절감한다. 불신과 무관심의 팽배를 직시하고 행동하는 리더십이 허약한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런 경우에는 제도개혁에 의존하는 수밖에. 이스라엘식 남녀공집에 의한 사회통합의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군대가 사회통합의 기층조직일 수 있다. 통합을 지향하는 전방위적인 방안이자 진정한 의미에서 여성이 참여하는 공생사회의 청사진도 그려볼 수 있다.
  • 한·일, 진정한 화해 하려면…

    어찌보면 희한한 일일 수 있다. 올해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했다고 해서 화제였다. 한일병합 100년 만에 이런 사죄 하나 받았다고 기뻐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 비교돼서 언급되는 사례가 독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폴란드 침공 70년을 맞아 “전쟁의 고통을 묘사하기엔 그 어떤 말로도 부족하다. 모든 희생자 앞에 고개 숙인다. 전쟁의 공포를 잊을 수 없고, 그 상처가 우리 눈앞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다.”라고 연설했다. 그것도 독일·러시아·폴란드 3국 공동 전쟁박물관을 만드는 자리에서 행한 연설이다. 왜 한국-일본은 이런 관계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은 7일 오후 4시 베른트 마르틴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역사학 교수를 초빙해 그 답을 듣는다. 마르틴 교수는 ‘일본의 근대화-독일을 모방한 특수한 길인가?’, ‘베를린-도쿄 축의 형성과 몰락’ 등의 연구서를 펴낸 독일 대외사 권위자다. 내한강연에서 한·일 역사분쟁 와중에 대안으로 떠오른 한·일 공동 역사교과서의 모델인 독일-폴란드 공동 역사교과서에 대해 언급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독일은 2년 전에 나온 독·불 공동교과서를 모델로 독일-폴란드의 양국 관계에 대한 교과서를 준비하고 있다. 마르틴 교수의 제안은 일단 ‘공통의 것’을 찾으라는 것이다. 가령 독일과 폴란드는 교과서 작업 때 기독교적 전통, 계몽주의, 인권, 민주주의 등을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그것이 독일과 폴란드가 공유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얘기를 풀어나가기 쉬울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과 일본 교과서에는 불교나 유교 등 양국이 공통화제로 삼을 수 있을 만한 것에 대한 배려나 언급이 없다는 게 마르틴 교수의 진단이다. 이는 지금의 역사교과서 서술 자체가 왕조 연대기를 다루는 옛 방식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각자 왕조의 영광과 우수성 위주로 배우게 되면 다른 나라와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 마르틴 교수는 폴란드 교과서가 전반적으로 지독한 민족주의 성향임에도 왕조의 영광을 드높이는 서술 방식은 피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또 한 가지 귀 기울일 만한 대목은 이런 작업이 정치적 이벤트로 치러져서는 안 된다는 충고다.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방해하는 것은 정치적 이벤트다. 예컨대 일본 청소년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무슨 뜻인 줄 알지만, 정작 진주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런 것이 정치적 이벤트로 변한 역사의 해악이라고 마르틴 교수는 지적한다. 그렇기에 독일과 폴란드는 공동 연구서 작업에 중도적 학자들이 중심을 잡도록 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고은 시인, 노벨문학상 탈 수 있나

    고은 시인, 노벨문학상 탈 수 있나

    오는 7일 수상자가 발표되는 노벨문학상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인 스웨덴 한림원 종신 서기인 페테르 엥글룬드가 지난 2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수상자는 이미 결정됐으며 7일 형식상의 투표 절차를 거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궁금증은 더 증폭됐다. 엥글룬드는 “노벨문학상이 지나치게 유럽 중심적인 것이 문제지만 심사위원들은 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말도 해 수상자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남겼다. 최근 14년 동안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적이 없었던 데다 최근 수상자가 유럽권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들어 AP통신은 알제리 출신 여류 시인 아시아 제바르,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 등과 함께 한국의 고은 시인을 유력 후보로 꼽았다. 최근 노벨문학상은 1994년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 2003년 남아공화국의 J M 쿠체, 2006년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유럽 작가가 차지해 ‘유럽 중심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유럽에서 수상자가 나온다면 알바니아 출신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 스웨덴의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로메르가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한 파무크의 수상을 적중시킨 온라인 베팅사이트 래드브록스는 올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트란스트로메르를 꼽았다. 4일 현재 2위는 케냐 소설가 응구기와 시옹오, 3위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4위는 고은 시인이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와 함께 공동으로 형성하고 있다. 폴란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 이탈리아 소설가 안토니오 타부치, 호주 시인 레스 머레이, 알제리 여류 시인 아시아 제바르, 프랑스 시인 이브 본느프와 등도 유력 후보군에 포진했다. 올해 79세인 트란스트로메르는 13살에 글을 쓰기 시작해 23살에 17편의 시를 처음 출간했다. 글에 정치적 이슈가 없다는 비판도 받았으나 그의 시는 모더니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를 통해 20세기 시 언어를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 뇌졸중으로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지만 글쓰기는 멈추지 않았다. 고은 시인처럼 여러 번 노벨상 수상 후보로 꼽힌 그의 시는 5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시인이기 이전에 저명한 심리학자로 청소년 교도소에서 일했으며 장애인, 마약 중독자, 재소자 등을 도왔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루마니아 출신 헤르타 뮐러의 소설을 펴낸 문학동네 해외문학팀의 오영나 부장은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 오히려 흥행에 도움이 안 되는 영화와 달리,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많아 판매에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佛 50년만에 ‘초긴축 살림’… 대규모 시위 몸살

    프랑스 정부가 지난 29일(현지시간) 초긴축 예산안을 내놓았다. 50년 만에 가장 빡빡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94억유로 규모의 세제 혜택을 폐지해 세입을 늘리고 내년 공공부문 근로자 3만 1638명의 정년 퇴직에 따른 결원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내 인터넷과 전화통화 등의 부가가치세도 늘리기로 했다. 프랑수아 바루앙 예산장관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7.7%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2014년까지 2%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허리띠 졸라매기는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 각국이 앞다퉈 긴축예산안을 쏟아내고 있다. AP통신은 포르투갈 정부도 공공부문 임금을 5% 삭감하고 판매세를 21%에서 23%로 늘리는 긴축예산안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는 “국가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지난해 GDP 대비 9.3%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가운데 4번째로 높은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스페인 정부도 부유층에 부과하는 최고소득세율을 1% 높이고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8%나 줄이는 내년도 예산안을 지난 24일 발표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재정적자와 공공부채 상한선을 규정하는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SGP)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회원국들이 재정적자를 줄이도록 독려하는 법안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법안은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맞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유로존 회원국에 대해서는 GDP의 0.2%에 해당하는 액수를 무이자로 지정된 계좌에 예치하도록 했다. 또 이후에도 재정적자 해소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예치금을 벌금으로 징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 EU 회원국들의 긴축예산안은 하나같이 복지지출과 공공부문 인력·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당장 각국 노동조합은 파업과 대규모 시위로 맞서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긴축재정이 소비자 구매력을 약화시켜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만 초래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이 같은 긴축재정에 반발하는 근로자들의 시위로 유럽 각지는 몸살을 앓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 앞에서는 지난 29일 30개국에서 참가한 5~10만여명의 시위대가 긴축 반대 시위를 벌였다. AFP통신은 경찰이 218명이나 연행했을 정도로 격렬한 시위였다고 전했다. 브뤼셀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폴란드 등에서도 파업과 시위가 잇따랐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남산에서 세계 전통 춤 ‘한마당’

    남산에서 세계 전통 춤 ‘한마당’

    타이완, 토고, 인도 등 세계 각국의 전통춤과 공예품 등을 만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서울문화홍보원은 다음달 3일까지 남산 한옥마을과 국립극장 야외마당, N타워 등에서 ‘제5회 남산 국제민속축제’를 연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민속축제는 세계 전통민속공연, 시민참여 퍼레이드, 다문화 민속경연대회 등으로 꾸며졌다. 30일과 다음달 1일 남산 한옥마을 앞마당에서 예술가들이 플래시몹(flashmob·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주어진 행동을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것) 등을 선보인다. 또 2·3일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참가자 7팀이 각국 전통의상을 입고 춤·노래 등을 겨루는 ‘다문화가정 민속경연대회’를 벌인다. 특히 전통복장의 국내외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거리 퍼레이드에 나서는 ‘남산 프렌즈 페스티벌’도 눈길을 끈다. 행사장 부스에서는 축제에 참가하는 6개 나라(말레이시아, 아프리카, 인도, 타이완, 폴란드. 멕시코)의 민속공예품을 전시하는 한편 전통의상을 입은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강강술래를 하고 전통놀이 공연을 선보인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피아노 안에 조율기구가… 첫 수상하고도 아쉬웠던 임동혁

    피아노 안에 조율기구가… 첫 수상하고도 아쉬웠던 임동혁

    올해는 쇼팽 탄생 200주년이다. 세계적으로 기념행사가 풍성하다. 행사의 꽃은 단연 새달 1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다. 상금이나 수상자들의 면면 등을 따져볼 때 그 위상은 세계 최고로 꼽힐 만하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에는 탈도 적지 않았다. 74년 역사 만큼이나 숱한 비화를 품고 있는 것이 또 쇼팽 콩쿠르다. 대표적인 일화가 1955년 5회 때의 심사위원 사퇴 파동이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이탈리아인 아르투로 미켈란젤리는 구 소련 출신의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2위에 그치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사임해버렸다. 우승은 폴란드 출신의 아담 하라셰비츠에게 돌아갔다. 이후 아슈케나지는 보란 듯이 20세기 최고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명이 됐다. 5회 대회까지만 하더라도 냉전 영향으로 우승은 주로 구 소련과 폴란드 몫이었다. 실력보다 정치적 색채가 짙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풍토에 파란을 일으킨 이가 6회(1960년) 우승자 마우리치오 폴리니였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대회가 생긴 이래 처음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을 차지했다. “기술 면에서 그 어떤 심사위원보다 뛰어나다.”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당시 정치사회 분위기에서는 ‘이변’이었다. 이 때부터 쇼팽 콩쿠르는 다양한 국적의 우승자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평화롭게 흘러가는가 싶더니 1980년(10회) 또 한번의 심사위원 사퇴 파동을 몰고 온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발단은 구 유고 출신의 이보 포고렐리치. 그의 연주를 두고 심사위원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렸다. 혹평을 퍼부었던 로이스 켄트너는 포고렐리치가 1차 예선을 통과하자 심사위원 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포고렐리치는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3차 예선에서 떨어지고 만 것. 그러자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내가 심사위원이란 사실이 수치스럽다.”며 위원 직을 던졌다. 포고렐리치의 연주는 지금도 논란거리다. 끊어 쳐야 할 대목을 이어 치거나 작게 칠 부분을 강하게 연주하는 등 파격으로 가득차서다. 이 대회 우승자도 이변이었다. 내전으로 시름하던 베트남에서 불우한 유소년기를 보냈던 당 타이손이 우승을 거머쥔 것. 최초의 아시아인 우승이었다. 전쟁통에 나무판자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 연습했던 그의 이야기는 서구에 큰 감동을 줬다. 포고렐리치에게 무한 애정을 보였던 아르헤리치조차 “탁월한 연주”라며 당 타이손에게 칭찬 엽서를 보냈을 정도. 12, 13회는 우승자를 내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을 만족시킨 연주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14회(2000년)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이 우승을 거머쥔다. 바로 중국 출신의 18살 윤디 리다. 최연소 우승에 동양인 두 번째 우승이었다. 두 번째 만장일치 우승이기도 했다. 윤디는 랑랑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인연은 2005년(15회) 맺어졌다. 임동민·동혁 형제가 공동 3위에 입상하면서 한국인 첫 수상 기록을 세운 것. 그 때까지의 우리나라 최고 기록은 2000년 김정원의 본선 진출이었다. 임동혁의 수상은 안타까운 뒷얘기를 동반한다. 건반 앞에 앉아 연주를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해 살펴보니 피아노 안에 조율 기구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 기구를 치우고 나머지 연주를 마쳤지만 흐름이 끊긴 뒤였다. 만약 이 해프닝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공교롭게 2005년 대회는 2위가 없었다. 본인도 크게 아쉬움이 남았던지 임동혁은 대회 뒤 “다시는 콩쿠르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16회인 올해 콩쿠르는 88명이 참가 자격을 얻었다. 한국인은 안수정(23), 김다솔(21), 김성재(19), 서형민(20) 등 4명이다. 일본이 17명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12명), 중국(8명) 순이다. 우승자는 새달 20일 가려진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용어 클릭] ●쇼팽 콩쿠르 1927년 폴란드 작곡가 예르지 주라플레프가 창설한 국제 피아노 경연대회. 5년에 한 번씩 열리다가 2차 세계대전으로 잠시 중단됐다. 1949년 재개돼 1955년 5회 대회 때부터 5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다. 지원자격은 만 18~30세이며, 우승 상금은 3만유로(약 4600만원)다.
  • [北 김정은 3대세습 공식화] 세자 낙점 못받은 그들의 운명

    [北 김정은 3대세습 공식화] 세자 낙점 못받은 그들의 운명

    왕위 계승이 완료되면 선왕(先王)의 나머지 핏줄들은 줄줄이 참살되는 비극이 조선왕조실록에서는 흔하다. 북한은 최고권력자가 죽을 때까지 권력을 행사하는 사실상의 왕조국가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김정은으로의 후계 확정은 피비린내를 몰고 올 개연성이 있다. 제일 주목받는 인물은 큰형 김정남(왼쪽·39)이다. 김정일이 2002년 사망한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낳은 김정남은 김정은의 이복형인 데다 권력욕이 강하고 한때 후계자로 유력시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정은에게는 최대 위험인물이다. 한때 김정은이 김정남 제거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하면 김정남은 20년 넘게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처럼 ‘국제 미아’가 될 공산이 크다. 현재 마카오에 거주하고 있는 김정남은 그러나 중국의 비호를 받는 한편 김정일의 매제인 실력자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만약 김정일 사후 정변이 일어나 북한이 권력공백에 빠질 경우 김정남이 중국을 등에 업고 권력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은의 둘째형 김정철(오른쪽·29)은 2004년 프랑스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고영희와 김정일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정은과는 어머니가 같은 데다 심약한 성격이어서 김정은이 별로 경계하지 않는다는 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김정철에게 어느 정도의 ‘관작’(官爵)을 주는 등 혈연의 대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굳이 비유하자면 양녕대군과 세종의 관계가 연상된다. 김정일의 여동생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과 그의 남편 장성택의 행보도 관심이다. 김정은이 권력을 굳히기 전에 김정일이 사망한다면 김정은의 정적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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