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폴란드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청년창업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흔적을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통일부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아줌마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807
  • ‘베스트셀러’ K9 자주포, 호주에 1조 수출

    ‘베스트셀러’ K9 자주포, 호주에 1조 수출

    우리나라가 개발한 K9 자주포가 호주에 수출된다. 호주가 이번 사업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약 1조원이다. K9 제작사인 한화디펜스는 3일 “호주 정부가 K9 자주포를 호주 육군 자주포 획득 사업의 단독 후보 기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K9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 기타 지원장비가 납품된다. 양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등 세부 조건 협상을 통해 최종 수출 규모를 확정한다. 한화디펜스 측은 2001년 터키 수출 당시의 6500억원을 뛰어넘는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현재 호주에 수출을 추진 중인 장갑차 ‘레드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길이 8m짜리 포신에서 발사되는 K9 포탄은 최장 40㎞까지 날아간다. 산악, 설원, 정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이 가능해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와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아시아와 유럽에 수출됐다. 전 세계가 1700여대를 운용하고 있을 만큼 ‘베스트셀러’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이 절반에 가까운 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지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은 호주가 K9을 대량 수입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호주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 참가하고, 미 해군과의 합동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안보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호주가 한미동맹 상황을 고려해 수입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北 진지 초토화한 K9…호주 시장도 뚫었다

    北 진지 초토화한 K9…호주 시장도 뚫었다

    압도적 화력과 높은 기동성·생존성 장점연평도 포격전 때 실전 능력 검증받아北 무도진지 초토화에 ‘사형선고’ 삐라도한화디펜스는 3일 K9 자주포가 호주 육군 자주포 획득사업의 단독 후보 기종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이미 2010년 K9을 최종 우선협상 기종으로 선정했지만, 2012년 국방예산 삭감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하면서 안타깝게 계약이 무산됐다. 10년 만에 다시 성사된 이번 사업에 호주 정부는 1조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했다. 납품 물량은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다. K9 자주포는 2010년에도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의 최종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됐었다. 하지만, 호주 정부가 2012년 국방예산 삭감을 이유로 자주포 사업을 중단하면서 K9 자주포 수출이 무산됐다. 당시 호주는 견인포와 자주포를 모두 도입하려고 했지만, 국방 예산이 삭감되면서 견인포만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가 다시 자주포 획득 사업을 시작하고, K9 자주포를 단독 후보로 선정하면서 10년 만에 자주포 수출이 재추진되는 것이다. 한·호주 정상은 지난해 9월 국방·방산 협력을 주요 의제로 정상회담을 하고, 그해 12월 양국 외교·국방 장관이 방산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등 양국 국방 협력을 강화했다. ●안타까운 사업 중단, 10년 만에 다시 성사한화디펜스 관계자는 “호주법인을 설립해 현지 생산시설 구축을 계획하고, 호주 방위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현지화 노력도 이번 후보 선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K9 자주포는 최대사거리 40㎞, 발사속도 1분당 6∼8발, 탄약적재량 48발이다. K9 자주포는 압도적인 화력과 높은 기동성·생존성을 자랑한다고 한화 관계자는 설명했다. 장거리 화력 지원과 실시간 집중 화력 제공 능력을 바탕으로 사막에서 설원까지 다양한 작전환경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한화디펜스는 터키,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에 K9 자주포를 수출한 바 있다. 이번에 수출계약이 마무리되면 7번째 해외수출 사례가 된다. K9 자주포는 155㎜ 구경에 52구경장(화포 전체의 길이가 화포 구경의 52배라는 뜻)으로, 길이 8m에 이르는 포신에서 발사하는 포탄이 최대 40㎞까지 날아가 적을 타격한다. K9 자주포는 이미 실전으로 성능을 검증받은 바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 때 적의 기습공격으로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고 주변이 불바다가 된 와중에도 K9은 불과 13분 만에 반격에 나섰다. 당시 주한미군 수뇌부도 신속한 반격에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격에 아팠던 北 ‘이승도 사형선고’ 삐라까지북한은 주력군이 밀집한 ‘무도진지’에서 큰 피해를 입어 2013년 날린 대남전단(삐라)에 포격전 당시 연평부대장이었던 이승도 현 해병대 사령관 얼굴을 그려넣고 ‘사형선고’라고 쓰기도 했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적의 공격을 받고도 신속한 반격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동화된 ‘사격통제장치’와 ‘포탄 장전장치’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첫 사격명령을 받고 길게는 11분까지 걸리는 기존 포의 초탄 발사 시간을 짧게는 30초까지로 줄여 일반 곡사포의 3배 이상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다. 최대 1000마력의 강한 힘과 시간당 67㎞의 주행능력을 갖춰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은 물론 평원, 설원, 정글, 사막 등 다양한 환경에서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다. 이성수 한화디펜스 대표이사는 “호주의 K9 도입 결정은 한·호주 국방 협력의 값진 결실이자 대한민국 방위 산업의 기술력을 입증한 쾌거”라며 “호주 정부와 협력해 현지 생산시설 구축과 인력 양성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69세’ ‘남매의 여름밤’ 해외 영화제서 뜨거운 관심

    ‘69세’ ‘남매의 여름밤’ 해외 영화제서 뜨거운 관심

    영화 ‘69세’와 ‘남매의 여름밤’에 세계 영화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영화 ‘69세’가 오는 10일 열리는 중국 더 원 국제 여성영화제에 초청됐다고 1일 밝혔다. 또한 ‘69세’는 새달 1일 개막하는 이스라엘 하이파 국제영화제 국제 파노라마 섹션, 11월 20일 개최되는 터키 국제죄와벌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앞서 ‘69세’는 지난 6월 열린 제22회 타이베이영화제 ‘퓨처 라이츠’ 부문에 소개돼 호평받았다. ‘69세’의 연출을 맡은 임선애 감독은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박남옥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도 해외 영화제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오는 18일 열리는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펄락’ 부문에 초청됐으며, 24일 막을 여는 제39회 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는 게이트웨이 섹션 분야에서 상영된다. 앞서 미국 뉴욕아시안영화제 경쟁 부문, 내슈빌영화제 신인 감독상 부문, 폴란드 뉴호라이즌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에 진출했고, 스위스 취리히영화제, 일본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도 초청받았다. 지난달 나란히 개봉한 두 영화는 지난해 개최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처음 주목받았다. 당시 ‘69세’는 KNN 관객상을, ‘남매의 여름밤’은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대통령궁 앞 10만 시위대… 독재자 생일을 조롱하다

    대통령궁 앞 10만 시위대… 독재자 생일을 조롱하다

    시위대 몸집 커지자 무장 탱크까지 등장루카셴코 기관총 든 사진 공개하며 압박7000명 체포… 외신 추방 등 언론 통제러 “수주 내 양국 정상회담” 밀월 과시 美·유럽, 언론 탄압 등 일제히 강력 비판‘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벨라루스 시위가 4주째에 접어들며 점점 더 거세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루카셴코의 무력진압 경고가 오히려 자극이 돼 일요일인 30일(현지시간) 시위대는 역대 최대인 10만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6연임 성공으로 30년 장기 집권을 꿈꾸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66세 생일날.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았지만 대통령궁 앞에 몰려든 시위대로부터 바퀴벌레(루카셴코 별명) 인형을 선물로 받고, 생일 축가 대신 “쥐새끼”라는 조롱을 받았다.전주 일요일보다 시위대가 더욱 몸집을 불린 것은 루카셴코의 무력진압 협박 때문이다. 벨라루스 당국은 이날 수도 민스크 시내로 장갑차와 병력을 이동시키는 등 시위 진압 태세를 강화했다. 무장한 경찰들이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독립광장에 비상선을 치고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시위대는 ‘자유, 사임’ 구호를 외치며 드러눕거나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대 먼발치에서 최소 8대의 무장 탱크와 병력 수송 장갑차들이 민스크에서 처음으로 목격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여차하면 시위 현장에 직접 투입하겠다는 압박 차원이다. 지금껏 7000명 이상이 체포된 가운데 이날 하루도 125명이 붙잡혔다. BBC는 “시위 규모와 경찰 배치가 이전의 시위 때와 다른 양상”이라고 전했다. 진압경찰과 물대포 차량이 엄호 중인 대통령궁으로 시위대는 거침없이 행진했으며, 대통령 공보실은 루카셴코가 궁 밖에서 방탄조끼를 입고 기관총을 든 사진을 공개하면서 양보의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무력진압을 예고한 루카셴코는 외신기자들을 추방하며 언론 통제에도 나섰다. AP통신은 이날 모스크바 지사 소속 기자 2명이 시위 현장을 취재하다가 러시아로 추방됐다고 밝혔다. 독일 ARD TV 기자 2명도 러시아로 추방됐으며, BBC 기자 2명은 취재 허가가 취소됐다. 벨라루스 기자협회에 따르면 취재 자격을 잃은 기자들은 로이터·AFP통신 등 총 19명에 이른다.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야당 인사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언론 통제에 대해 “루카셴코 정권의 도덕적 붕괴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궁지에 몰린 루카셴코는 푸틴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다. 이날 크렘린은 “양국 정상이 전화 회담을 하고 수주 내 모스크바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자세한 의제를 밝히지 않았지만 성난 민심을 무마하고 친러 가속화를 우려하는 서방국들에 대한 공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29일 “대선의 합법성을 인정했다”며 루카셴코 편을 들긴 했지만, 아직은 섣부른 개입을 자제하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유럽 주요국들은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항의하고 나섰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해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은 국민과의 대화가 아닌 더 큰 탄압을 위한 위험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 주벨라루스 미국대사관도 각각 우려를 표시했으며, AP는 성명을 통해 “언론 자유에 대한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경 긴장도 한층 높아지면서 벨라루스 국방부는 이날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 부근 그로드노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어르신 잃고 우울해하는 어린 코끼리에 대마 성분 먹여본다

    어르신 잃고 우울해하는 어린 코끼리에 대마 성분 먹여본다

    폴란드 바르샤바 동물원에 사는 어린 암컷 아프리카 코끼리 프레지아에게는 지난 3월 궂긴 일이 있었다. 이 동물원의 코끼리는 모두 네 마리였는데 우두머리 격인 에르나 할머니 코끼리가 죽은 것이었다. 프레지아가 에르나를 여읜 슬픔을 못 이겨내고 삶의 의욕을 잃은 것처럼 사육사들의 눈에는 보였다. 이 동물원의 아그니에츠카 추지코프스카 동물 재활국장은 25일(현지시간)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처음 에르나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 프레지아는 아주 이상하게 굴었다. 무척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은 아주 슬퍼하는 것이었다. 무척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프레지아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신호를 보냈다. 암컷 친구인 부바와 친하게 지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눈에 띄었다. 보통 코끼리들은 나이 지긋한 코끼리가 세상을 떠나면 무리 안의 다른 성원과 어울린다는 느낌을 되살리는 데 몇 달이나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추지코프스카 박사는 “에르나가 세상을 떠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프레지아는 이런 커다란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그 아이는 늘 부바가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한다. 그 뒤에는 완전 조용해진다. 모든 코끼리 집단은 이런 일을 겪으면 한바탕 몸살을 겪는다. 무리의 위계구조가 바뀌면 코끼리들은 행동장애 같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원은 프레지아가 애처로워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해서 다소 색다른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대마 씨의 기름에서 추출한 카나비스 성분을 이용해 우울감을 잊게 해보자는 것이다. 카나비스는 뇌에 화학 성분을 전달하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동물원에서도 대마 씨 기름을 제공하는 동물은 코끼리가 처음인데 이들이 스트레스에 굉장히 민감하고 동시에 투약한 뒤 모니터링이 손쉬운 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그녀의 행동 양상을 보더라도 실험 대상 첫 손으로 꼽혔다. 실험의 1단계는 이미 마쳤다. 코티졸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배설물과 타액(침), 혈액 샘플들을 모두 채취했다. 코티졸은 스트레스에 찌든 인간과 동물이 분비해내는 호르몬이다. 추지코프스카 박사는 “우리는 대마를 코끼리에 제공하고 다시 코티졸을 재볼 계획이다. 이건 실험이다. 그러면 그 기름이 먹히는지 아닌지 확실히 알게 된다”고 말했다. 대마 씨 기름은 코끼리 입에 직접 넣어주거나 먹을 것에 섞어 넣어준다. 혈액 검사로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한다. 카나비스로부터 추출하긴 하지만 기름으로는 환각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카나비스의 심리 성분인 THC 성분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끼리가 정신적인 측면에서 부작용을 겪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추지코프스카 박사는 “그렇게 강려하지 않다. 유일한 부작용이라면 몇몇 행동 상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정도”라며 “우리가 원하는 효과만 거둘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몇몇 나라에서는 대마 씨 기름을 이용해 통증을 잊거나 불면증을 치료하는 약물로 시장에서 판매하기도 하는데 당국에서는 안전 문제를 우려해 막으려 한다.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은 뇌전증(epilepsy)과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통증을 덜어주기 위해 두 종류의 카나비스 의약품을 승인해 치료에 쓰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절대 멈추지 마” 레반도프스키, 메날두를 멈춰 세웠다

    “절대 멈추지 마” 레반도프스키, 메날두를 멈춰 세웠다

    파리와 결승전 풀타임 뛰며 1-0 승 공헌팀·득점왕 트레블… 크루이프와 나란히코로나 탓 발롱도르 수상 무산 아쉬울 뿐 뮌헨, 바르사 이어 트레블 통산 2회 등극친정팀에 결승골 넣은 코망 ‘MOM’ 선정“꿈꾸는 것을 절대 멈추지 마세요. 실패해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폴란드 폭격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2·바이에른 뮌헨)가 생애 처음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컵 ‘빅이어’를 들어 올리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선수로 우뚝 선 뒤 소셜미디어에 남긴 말이다. 그는 24일 새벽 포르투갈 리스본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PSG)과의 2019~20시즌 UCL 결승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며 팀의 1-0 승리를 거들었다. 지난 6월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아직 최고의 순간이 오지 않았다”고 했던 레반도프스키는 이날 UCL 정상을 밟으며 기어코 커리어 하이 시즌에 정점을 찍었다. 탁월한 골 결정력에 패스 능력까지 겸비한 월드 클래스 공격수임에도 ‘메날두’(리오넬 메시+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늘에 가려졌던 설움을 제대로 씻어낸 것이다.이번 시즌 이미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34골), 독일축구협회 컵대회(포칼) 득점왕(6골)을 차지했던 레반도프스키는 이번 UCL 득점왕(15골)까지 득점왕 트레블을 달성했다. 뮌헨은 그의 맹활약 속에 2012~13시즌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와 컵대회, UCL 트로피를 싹 쓸었다. 팀 트레블과 함께 득점왕 트레블까지 이룬 선수가 나온 것은 유러피언컵 시절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 이후 48년 만, 1992년 UCL 체제 도입 이후로는 처음이다. 살짝 아쉬운 게 있다면 호날두의 UCL 최다 골 득점왕 기록(17골)을 갈아치우지 못한 점과 수상이 유력하던 축구상 발롱도르가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됐다는 정도. 뮌헨도 갖가지 기록을 썼다. 유럽 축구 역사상 트레블은 지금까지 모두 9차례 나왔는데 통산 2회는 뮌헨과 바르셀로나(2009, 2015년)뿐이다. 뮌헨은 또 레알 마드리드(13회), AC밀란(7회)에 이어 리버풀과 함께 UCL 최다 우승 공동 3위(6회)에 올랐다. 특히 조별리그부터 전승을 거두며 우승한 것은 뮌헨이 사상 처음이다. ‘맨 오브 더 매치’는 창단 이후 첫 유럽 정상을 노리던 친정팀 PSG에 비수를 꽂은 킹슬리 코망(24)에게 돌아갔다. 프랑스 대표팀 윙어이기도 한 코망은 PSG 유스 출신이다. 만 16세 8개월 4일에 프로 데뷔하며 PSG 사상 최연소 리그 출전 기록을 쓴 그는 유벤투스(이탈리아)를 거쳐 2015~16시즌부터 뮌헨에서 뛰고 있다. 한편 뮌헨은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 사진을 구단 트위터에 게재하며 방탄소년단(BTS)이 최근 공개한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가사 일부를 곁들여 눈길을 끌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흰옷·꽃으로 반인권을 꼬집다… ‘스트롱맨’에 맞선 여성 연대

    흰옷·꽃으로 반인권을 꼬집다… ‘스트롱맨’에 맞선 여성 연대

    전 세계에 권위주의적 남성 지도자들이 득세하며 ‘스트롱맨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의 행태를 보다 못한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고 있다. 권좌에 오른 스트롱맨들이 어김없이 증오와 배타의 리더십으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반인권적 행보를 서슴지 않자 여성들이 이에 맞서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맞서 흰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벨라루스 여성 등 남성 지도자들의 독단적 행태에 맞선 여성들의 용기를 소개한다.●벨라루스 거리 물들인 ‘흰옷의 물결’ 지난 12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는 흰옷을 입은 수백 명의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혼식 신부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색 옷에 아름다운 꽃을 든 여성들의 모습은 때가 얼마든 묻어도 상관없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서는 일반적인 시위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장기 집권에 항의하기 위해 나선 반정부 시위대의 일원이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다는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타티아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구타와 학대를 당한 남성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더이상 폭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흰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여성 시위대들은 강경 진압에 나선 경찰들에게 꽃을 나눠 주기도 했다.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대선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로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영어 교사 출신의 여성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꺾고 30년 장기 집권의 문을 열었다.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을 특히 분노하게 했던 것은 바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이었다. 그는 반체제 유명 유튜버이자 대선후보였던 남편을 대신해 출마한 티하놉스카야를 겨냥해 “아이들을 위해 저녁 요리에나 집중하라”는 등의 저질 발언을 쏟아냈고, 이는 오랜 장기 집권에 지친 여성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루카셴코의 여성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도 “우리 헌법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투표할 만큼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는 등 정상적인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입에 올리기 어려운 여혐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티하놉스카야의 도전과 벨라루스 여성들의 분노는 이웃 나라 여성들에게도 정치적 영감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 직후 러시아와 독일,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 인근 국가의 여성들까지도 흰옷과 흰꽃을 들고 동조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소셜미디어상에도 벨라루스 여성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 포 벨라루스’(#she4belarus)라는 해시태그가 공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대선일인 9일 이후 2주 넘게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시위에서도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시위대 맨 앞에 선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민스크에서는 시위대 수만명이 대통령 관저까지 접근해 폭동진압부대와 대치했고, 남동부 고멜과 서부 도시 그로드노에서도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저항의 열기를 이어 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오피니언면을 통해 “이제 여성들이 루카셴코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했다”면서 “여성들이 리더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조직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7월 말에는 폴란드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재선에 성공한 폴란드의 우파 포퓰리스트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재집권과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는 이른바 ‘이스탄불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협약’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폭력을 예방·퇴치하기 위해 유럽평의회가 주도해 만든 인권협약으로, 폴란드는 중도파 집권 시절 2015년 이 조약을 비준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와 연대해 전통적 가족 가치를 복원하겠다는 보수적 행보를 약속한 두다 대통령은 여성 인권 문제를 2기 임기의 주요 과제로 삼는 모습이다. 즈비그뉴 지오브로 폴란드 법무장관은 이스탄불협약 탈퇴 의사를 밝히며 “페미니스트들의 창조물이자 동성애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만든 발명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2016년 두다 대통령 1기 임기 때 추진된 낙태전면금지법 시도 논란이 재연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벨라루스 여성들이 흰옷을 입고 나섰던 것처럼 4년 전 폴란드 여성들은 검은옷을 입고 당시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에 나섰다. ‘검은 월요일’로 불렸던 2016년 10월 3일에서 시위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결국 두다 정권은 낙태금지법 추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우파 대통령에 맞선 폴란드 여성들 두다 정권의 최근 ‘반인권 드라이브’는 유럽의 다른 우파 정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터키 에르도안 정권 역시 이스탄불협약 탈퇴를 검토하자 이달 초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터키 전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이스탄불은 2011년 유럽평의회가 이 지역에서 협약을 체결한 상징성을 가진 도시였다. 거리로 나선 터키 여성들은 “이스탄불협약은 우리 여성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성토했다. 터키는 최근 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이 사망한 사건으로 여성인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지난해 474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지난 10년 가운데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코로나19로 외출이 금지됐던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정권의 ‘탈(脫)이스탄불협약’ 움직임은 말 그대로 여성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앞서 소개한 유럽의 사례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전 세계 스트롱맨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여성들의 분노도 더욱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육아와 교육, 경제 등에 불만을 품은 여성이 등장했다며 이들을 ‘레이지맘’(분노한 엄마)이라고 소개했다. 빌 클린턴 시대 때는 ‘사커맘’(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어머니)이, 9·11 테러가 발생한 조지 부시 때는 ‘시큐리티맘’(국가 안보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진 주부)이 나왔던 것처럼 최근에는 트럼프에 분노한 ‘레이지맘’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NYT는 “전염병 대유행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본 여성 유권자나 어머니들이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여성의 시위 참여율이 남성보다 2배 더 높았다는 비영리단체 카이저가족재단의 6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트머스대 역사학자 아네리제 오를렉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는 규모가 현세대에서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들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흰옷입고 거리로…‘스트롱맨’에 맞선 여성들

    흰옷입고 거리로…‘스트롱맨’에 맞선 여성들

    전 세계에 권위주의적 남성 지도자들이 득세하며 ‘스트롱맨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의 행태를 보다 못한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고 있다. 권좌에 오른 스트롱맨들이 어김없이 증오와 배타의 리더십으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반인권적 행보를 서슴지 않자 여성들이 이에 맞서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맞서 흰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벨라루스 여성 등 남성 지도자들의 독단적 행태에 맞선 여성들의 용기를 소개한다. ●벨라루스 거리 물든 ‘흰옷의 물결’ 지난 12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는 흰옷을 입은 수백 명의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혼식 신부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색 옷에 아름다운 꽃을 든 여성들의 모습은 때가 얼마든 묻어도 상관없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서는 일반적인 시위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장기 집권에 항의하기 위해 나선 반정부 시위대의 일원이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다는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타티아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구타와 학대를 당한 남성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더이상 폭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흰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여성 시위대들은 강경 진압에 나선 경찰들에게 꽃을 나눠 주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대선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로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영어 교사 출신의 여성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꺾고 30년 장기 집권의 문을 열었다.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을 특히 분노하게 했던 것은 바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이었다. 그는 반체제 유명 유튜버이자 대선후보였던 남편을 대신해 출마한 티하놉스카야를 겨냥해 “아이들을 위해 저녁 요리에나 집중하라”는 등의 저질 발언을 쏟아냈고, 이는 오랜 장기 집권에 지친 여성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루카셴코의 여성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도 “우리 헌법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투표할 만큼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는 등 정상적인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입에 올리기 어려운 여혐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티하놉스카야의 도전과 벨라루스 여성들의 분노는 이웃 나라 여성들에게도 정치적 영감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 직후 러시아와 독일,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 인근 국가의 여성들까지도 흰옷과 흰꽃을 들고 동조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소셜미디어상에도 벨라루스 여성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 포 벨라루스’(#she4belarus)라는 해시태그가 공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대선일인 9일 이후 2주 넘게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시위에서도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시위대 맨 앞에 선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민스크에서는 시위대 수만명이 대통령 관저까지 접근해 폭동진압부대와 대치했고, 남동부 고멜과 서부 도시 그로드노에서도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저항의 열기를 이어 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오피니언면을 통해 “이제 여성들이 루카셴코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했다”면서 “여성들이 리더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조직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파 대통령에 맞선 폴란드 여성들 지난 7월 말에는 폴란드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재선에 성공한 폴란드의 우파 포퓰리스트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재집권과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는 이른바 ‘이스탄불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협약’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폭력을 예방·퇴치하기 위해 유럽평의회가 주도해 만든 인권협약으로, 폴란드는 중도파 집권 시절 2015년 이 조약을 비준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와 연대해 전통적 가족 가치를 복원하겠다는 보수적 행보를 약속한 두다 대통령은 여성 인권 문제를 2기 임기의 주요 과제로 삼는 모습이다. 즈비그뉴 지오브로 폴란드 법무장관은 이스탄불협약 탈퇴 의사를 밝히며 “페미니스트들의 창조물이자 동성애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만든 발명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2016년 두다 대통령 1기 임기 때 추진된 낙태전면금지법 시도 논란이 재연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벨라루스 여성들이 흰옷을 입고 나섰던 것처럼 4년 전 폴란드 여성들은 검은옷을 입고 당시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에 나섰다. ‘검은 월요일’로 불렸던 2016년 10월 3일에서 시위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결국 두다 정권은 낙태금지법 추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두다 정권의 최근 ‘반인권 드라이브’는 유럽의 다른 우파 정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터키 에르도안 정권 역시 이스탄불협약 탈퇴를 검토하자 이달 초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터키 전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이스탄불은 2011년 유럽평의회가 이 지역에서 협약을 체결한 상징성을 가진 도시였다. 거리로 나선 터키 여성들은 “이스탄불협약은 우리 여성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성토했다. 터키는 최근 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이 사망한 사건으로 여성인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지난해 474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지난 10년 가운데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코로나19로 외출이 금지됐던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정권의 ‘탈(脫)이스탄불협약’ 움직임은 말 그대로 여성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美선 트럼프에게 화난 ‘레이지 맘’ 등장 앞서 소개한 유럽의 사례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전 세계 스트롱맨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여성들의 분노도 더욱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육아와 교육, 경제 등에 불만을 품은 여성이 등장했다며 이들을 ‘레이지맘’(분노한 엄마)이라고 소개했다. 빌 클린턴 시대 때는 ‘사커맘’(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어머니)이, 9·11 테러가 발생한 조지 부시 때는 ‘시큐리티맘’(국가 안보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진 주부)이 나왔던 것처럼 최근에는 트럼프에 분노한 ‘레이지맘’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NYT는 “전염병 대유행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본 여성 유권자나 어머니들이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여성의 시위 참여율이 남성보다 2배 더 높았다는 비영리단체 카이저가족재단의 6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트머스대 역사학자 아네리제 오를렉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는 규모가 현세대에서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들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벨라루스 독재자 루카셴코, 소총 들고 시위대 흩어지자 “쥐새끼들”

    벨라루스 독재자 루카셴코, 소총 들고 시위대 흩어지자 “쥐새끼들”

    대통령이 직접 자동소총을 들었다. 헬기에서 내려 관저로 향하면서 대통령은 방탄복을 입고 손에 자동소총을 든 채였으며, 헬기 안에서는 “대응이 뜨거울 것임을 알고 근처에 있던 시위대가 쥐새끼들처럼 흩어졌다”고 비아냥댔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 벨라루스에서 정권 연장에 여념이 없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2주 넘게 시위를 벌이는 야권을 향해 보여주는 모습이다. 1973년 실바도르 아옌데 칠레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기도해 대통령궁을 포위한 군대에 맞서 총을 들어 장렬하게 희생한 것과 26년 집권을 연장하는 선거 결과를 사수하겠다며 총을 든 루카셴코의 모습은 완전 다른 것이다. 시위대는 23일(현지시간) 대통령 관저까지 접근해 그의 퇴진을 요구했고, 루카셴코는 시위대가 물러간 뒤 헬기를 타고 도착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도 민스크 시내 중심의 독립광장에는 수만 명이 모여 부정 선거 무효화와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벨라루스의 독립을 상징하는 백색-적색-백색의 3색기를 두르거나 손에 꽃을 들고 행진한 뒤 독립광장에 모였다. 그 뒤 참가자들은 북쪽 승리자 대로에 있는 ‘영웅도시’ 오벨리스크로 이동해 시위를 계속했다. 일부 시위대는 오벨리스크에서 멀지 않은 대통령 관저 앞까지 몰려가 폭동진압부대 ‘오몬’ 대원들과 대치하다 물러났는데 국영통신 ‘벨타’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관저로 이동하는 헬기 안에서 경호 부대의 총격 진압 등을 예상하고 도망갔다는 식으로 비아냥댄 것이다. 친정부 텔레그램 채널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 의지를 과시하는 동영상을 내보냈다. 이날 민스크 외에도 남동부 도시 고멜과 서부도시 그로드노 등에서도 수천 명씩 참가한 야권 시위가 벌어졌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최근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도전했다가 신변 안전을 이유로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야권이 권력을 잡더라도 벨라루스는 러시아와의 긴밀한 경제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의 이웃”이라면서 “누구도 (서방으로) 180도 선회하진 않을 것이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러시아를 안심시켰다.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와 인접한 그로드노를 방문해 야권이 서방의 지원을 받아 정권 교체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루카셴코는 모든 시위 주동자와 조종자들을 색출하라고 보안 기관에 지시하면서, 폴란드나 리투아니아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배후에서 시위를 기획하고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로드노의 군부대를 방문해서는 서방 세력이 시위를 부추겼으며 서부 국경에 나토군이 배치됐다고 주장하면서, 국방부와 서부 지역 군부대에 서부 지역 방위를 위해 모든 조처를 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친서방 성향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유로뉴스 인터뷰를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루카셴코가 최근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확신이 있으면 국제참관단을 초청해 재선거를 실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늘 부딪치고 도전하는 성격, 마리 퀴리랑 꼭 닮았죠”

    “늘 부딪치고 도전하는 성격, 마리 퀴리랑 꼭 닮았죠”

    위인전처럼 안 보이려고 수십 차례 수정 여성 원톱·조연까지 여성… 연이어 호평 네이버TV·V라이브 중계 58만뷰 기록도 “실패 두려워 안 두드리면 벽 안 허물어져”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체력 걱정을 많이 해주는데 정말 괜찮다”며 활짝 웃었다. 걱정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게 올여름에만 벌써 세 편의 뮤지컬 무대에 주역으로 섰다. 6월 중순부터 뮤지컬 ‘모차르트!’ 콘스탄체로, 지난달 30일부턴 ‘마리 퀴리’의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그리고 지난 11일부터 ‘머더 발라드’까지. ‘원조 마리’가 꼭 있어야 한다는 제작진 설득 때문에 ‘모차르트!’와 ‘머더 발라드’ 사이에 들어갔다. 뮤지컬 배우 김소향은 2018년 ‘마리 퀴리’의 트라이아웃 때부터 지난 3월 재연에서도 마리 퀴리를 연기했다. ‘마리 장인’, ‘김 마리 소향’ 등의 별명이 붙을 만큼 배역을 잘 소화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애증의 작품”이라고 ‘마리 퀴리’를 정의했다. “뻔한 위인전이나 교육 프로그램처럼 되지 않게 이 좋은 소재를 어떻게 이어갈지, 배우들과 제작진이 머리를 맞대 수십 차례 수정 작업을 가졌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말해도 정말 힘든 경험이었죠.” 여성 팬들이 많은 대학로에서 여성 원톱에 핵심 조력인물까지 여성인 창작 뮤지컬은 도전 그 자체였다. 그런데 연이어 호평을 받았고 두 번째 무대를 올린 지 4개월 만에 100분에서 150분으로 규모도 확 커졌다.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더블 캐스팅된 옥주현의 첫 대학로 무대로도 화제를 모았다. 지난 17일 네이버TV와 V라이브를 통해 녹화 중계된 공연 실황은 58만뷰를 기록했다. 김소향이 “수정을 거쳐 이렇게 더 훌륭한 작품으로 태어난 건 우리 작품이 독보적일 것”이라며 뿌듯해할 수 있는 이유다. “여자가 무슨 대학을? 폴란드 여자가 과학을?”이라는 시선에 맞서야 하는 마리 퀴리는 “넌 우리의 희망”이라는 안느 코발스키(김히어라·이봄소리 분)와의 우정, 남편 피에르 퀴리(박영수·임별 분)의 지지 등으로 최초로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하는 성과를 이뤄낸다.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지만, 라듐의 위해성을 알고 고뇌한다. 김소향은 마리 퀴리에 대해 “노력하지 않아도 빠져들 만큼 좋은 역할과 작품”이라면서 “무대 위에 계속 있으니까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다”며 웃었다.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기 위해 4년 내내 곡괭이질을 했다는 마리 퀴리처럼 그 자신도 늘 부딪치고 도전하는 사람이라 더 가깝게 느낀다고도 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높은 데서 떨어지는 놀이기구를 5번 연속으로 타봤어요. 지난해엔 오디션을 얼마나 많이 떨어졌다고요.” 그러면서 말한다. “실패가 두려워 두드리지도 않으면 벽은 허물어지지 않아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낙태죄 폐지 운동·n번방 청원 함께 ‘판’ 바꾸기 나선 여성들

    2015년 이후 여성들의 움직임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였다. ‘영페미’의 발 빠른 대응력에 기존 여성단체의 힘이 더해져 여성 의제를 사회 전반의 논의로 이끌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가져온 모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 낸 낙태죄 폐지 운동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여성단체들의 숙원이던 낙태죄 폐지를 위한 운동은 2012년까지 합헌 판결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하지만 2016년 급물살을 탔다. 보건복지부가 인공임신중절 시술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분노한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낙태 불법화에 반대한 폴란드의 ‘검은 시위’를 본뜬 시위가 광화문에서 열렸고, 헌법재판소 앞 1인 시위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도입된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정부가 답한 첫 여성 의제 역시 낙태죄 폐지였다. 불법 영상 공유와 강간 모의가 이뤄지던 ‘소라넷’ 사이트를 폐지하고 웹하드 카르텔을 고발해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국민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여성 연대의 결실이다. 디지털성범죄아웃(DSO)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신생단체들이 꾸려졌고, 이들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잡고 수사기관을 압박해 결국 소라넷 서버 폐쇄를 이끌어 냈다. 여성단체들이 제기한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박사방 사건이나 아동음란물 사이트 W2V(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등의 논란은 국민청원 답변을 10번이나 이끌어 낼 정도로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온라인에서 해시태그 운동으로 활발하게 여론전을 펼친 여성들의 운동은 현재 가해자들의 재판 ‘방청연대’로 진화했다.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던 여성들은 여성을 위한 법과 정책을 만들기 위해 정치권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지난 4·15 총선 때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을 없애자는 주장과 함께 처음으로 여성 의제를 내세운 ‘여성의당’이 탄생했다. 이들은 디지털성범죄 근절과 여성 대상 폭력 방지, 성별 임금격차 해소, 스토킹처벌법 제정 등을 주요 공약으로 냈다. 두어 달 동안 모인 당원 1만명의 약 80%가 10~20대 여성일 정도로 영페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정청래, 광주서 사죄한 김종인에 “역사 훔치지마라”

    정청래, 광주서 사죄한 김종인에 “역사 훔치지마라”

    정청래, “김종인과 빌리 브란트 총리 비교 불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9일 이날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묘역에서 무릎꿇고 사죄한 것은 ‘역사 훔치기’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의 빌리 브란트 사과 흉내 내기는 어디서 많이 본 연출 장면”이라며 “그가 독일에서 공부했으니 빌리 브란트 수상의 ‘무릎 사과’를 어깨너머로 보았을 것이며 빌리 브란트를 흉내 냈다”고 주장했다.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게토 봉기 기념비 앞에서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참회했다. 정 의원은 빌리 브란트의 참회와 동방정책은 독일 통일의 첫걸음이 됐고 동서냉전 해체를 알리는 서막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래통합당 김종인의 무릎 사과를 빌리 브란트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격이 안 맞을 수는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은 잘 알다시피 광주학살의 비극의 씨앗이었던 전두환의 국보위에 참여한 인물로 ‘전두환 부역자’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 자신의 잘못을 알았다면 전두환의 민정당에도 몸담지 말아야 했고 노태우 정권에도 참여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온갖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서 새삼 이 무슨 신파극인가?”라고 김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폄하했다. 미통당 의원, “역사와의 화해가 시작됐다” 또 김 비대위원장의 무릎 사과는 어불성설이라며 “전두환의 후신인 미통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광주 영령들의 소망과는 반대로 가겠다는 다짐이라고 해석했다. 정 의원은 “김 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원장일 때도 국보위 전력에 대해 사과를 한 적이 있다. 이당 저당에 옮겨 다니며 하는 사과는 다른 색깔의 사과인가?”라고 반문하며 “미통당의 표 구걸 신파극이 적어도 광주시민들에게는 안 통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 위원장의 광주 방문에 대해 “여름이 오기 전부터 김 대표는 광복절 무렵 광주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고, 며칠 광주에서 묵으며 5·18 단체 등 여러분을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는데 당일치기 일정으로 바뀐 것은 순전히 코로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역사와의 화해가 시작됐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민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가슴이 뛴다”고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5·18묘역에서 발표한 사과문에서 “너무 늦게 찾아왔다. 백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첫걸음을 뗐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게 안 나아가는 것보다 낫다는 빌리 브란트의 충고를 기억한다”며 이번 사과가 빌리 브란트의 여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임을 암시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 루카셴코 지지 집회를 집어삼키다

    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 루카셴코 지지 집회를 집어삼키다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여섯 번째 집권에 항의하는 부정선거 규탄 시위의 물결이 루카셴코 지지자들의 집회를 집어삼켰다. 16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에서 여드레째 이어진 야권 집회에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 현지 포털 사이트 ‘툿바이’(Tut.by)는 야권 지지자 20만명 이상이 오후 민스크 시내 북쪽 승리자 대로에 있는 ‘영웅도시’ 오벨리스크 앞에 운집했다고 전했다. 광장과 부근 인도는 시위대의 상징이 된 ‘흰색-붉은색-흰색’의 깃발과 풍선, 꽃 등을 들고나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참가자들은 ‘루카셴코는 퇴진하라’, ‘루카셴코를 호송차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과 폭동진압 특수부대 ‘오몬’ 요원들은 시위에 개입하지 않고 시내를 벗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지지자들은 대선 당일인 지난 9일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는 잠정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부터 부정선거와 루카셴코의 집권 연장에 항의해 날마다 시위를 벌여왔다.시위대는 지난 1994년부터 철권 통치해 온 루카셴코 대통령의 퇴진과 부정으로 얼룩진 대선의 재실시,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스크 외에 서부 도시 그로드노와 동남부 도시 고멜, 동서부 도시 브레스트 등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대규모 저항 시위가 이어졌다.앞서 낮에는 루카셴코 대통령 지지자 수만명이 민스크 시내에 모여 맞불 집회를 열었는데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의 요청으로 친정부 단체 ‘벨라야 루시’가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 집회는 오후 1시쯤 정부 청사가 있는 독립광장에서 시작해 1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3만여명이 참가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는데 내무부는 6만 50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직접 집회에 나와 지지자들을 상대로 “오늘 여러분들을 부른 것은 나를 보호해달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조국과 독립을 지키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토군이 우리 문 앞에서 탱크 바퀴 소리를 내고 있고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와 우리 형제국인 우크라이나도 우리에게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그들에게 끌려가면 우리 민족은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우리나라를 (외국에) 넘겨주려 한다면 내가 죽은 뒤에라도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선거는 유효하게 치러졌고 80% 이상의 득표율 조작이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권의 퇴진 요구에 대해선 “물러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러면 시위대가 우리와 아이들을 죽이고 가죽을 벗길 것”이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외부 간섭으로 벨라루스 상황이 나빠지면 두 나라가 집단안보조약에 따라 공동 대응할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전날 동북부 도시 비텝스크에 주둔 중인 공수부대를 폴란드와 접경한 서부 도시 그로드노로 이동하도록 명령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발롱도르 취소 아쉬움, 너를 꺾고 달랜다….메시vs 레반도프스키

    발롱도르 취소 아쉬움, 너를 꺾고 달랜다….메시vs 레반도프스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축구상 발롱도르. 최근 10여년 동안 2018년(루카 모드리치)을 제외하면 수상자는 리오넬 메시(6회) 아니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5회)였다. 올해도 둘은 발롱도르 후보가 유력했다. 특히 메시는 개인 통산 700호골을 돌파하며 스페인 라리가 사상 첫 20-20클럽에도 가입하고 3시즌 연속 라리가 득점 1위와 도움 1위를 동시 석권했다. 그럼에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폴란드 폭격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레반도프스키는 올시즌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고 모두 53골을 넣고 있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는 중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전까지 13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예약한 상태다. 어쩌면 호날두가 갖고 있는 챔피언스리그 최다골 득점왕(17골) 기록마저 새로 쓸지 모른다. 그런데 매년 12월 시상이 이뤄지던 발롱도르가 올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64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취소됐다. 발롱도르 취소로 아쉬움이 짙은 메시와 레반도프스키가 오는 15일 새벽(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자존심을 걸고 한판 승부를 펼친다. 올시즌 세계 최고를 가려볼 수 있는 기회이자 미리 보는 결승전이다.팀으로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메시의 바르셀로나는 올시즌 다소 쇠락하는 분위기 속에 리그 우승을 레알 마드리드에게 내줬고 코파 델 레이(FA컵)와 수페르코파(슈퍼컵) 모두 놓쳤다.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갖지 못하면 2007~08시즌 이후 처음으로 무관 기록을 쓰게 된다. 반면 뮌헨은 8시즌 연속 리그 우승에다가 통산 20번째 포칼(FA컵) 우승까지 이미 더블을 기록 중이다. 챔피언스리그까지 품으면 2012~13시즌 이후 7년 만에 통산 두 번째 트레블을 달성하게 된다. 유럽 클럽 가운데 정규리그와 FA컵, 챔피언스리그까지 한 시즌에 싹쓸이하는 트레블을 두 번 달성한 팀은 현재까지 바르셀로나(2008~09, 2014~15시즌)가 유일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폴란드 국회의원들이 총천연색 원피스 입고 대통령 취임식 참석한 이유

    폴란드 국회의원들이 총천연색 원피스 입고 대통령 취임식 참석한 이유

    재선에 성공한 폴란드 안제이 두다 대통령 취임식에 일부 국회의원이 총천연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AP통신은 폴란드 국회의원들이 6일(현지시간) 바르샤바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두다 대통령 취임식 자리에 무지개색 복장으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여자 의원 10명은 각각 빨주노초파남보, 원색 원피스를 차려입었다. 얼굴에는 무지개색 마스크도 썼다. 다른 남자 의원들도 무지개색 마스크 착용에 동참했다. '무지개 회원'들은 여당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대부분이 취임식 보이콧을 선언해 텅 빈 의회에서 두다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이들이 성소수자(LGBT)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복장으로 나타난 이유는 대통령의 성소수자 혐오 정책 때문이다. 두다 대통령은 2015년 첫 취임부터 줄곧 동성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성 결혼과 동성 부부의 자녀 입양을 금지하는 등 보수적 정책도 강화했다. 재선에 도전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성소수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탄압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삼았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폴란드를 떠날 것이라는 성소수자들이 많았던 이유다.그러나 두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대선에서 51.2% 득표율로 당선됐다. 부정선거 의혹이 있었지만, 다시 정권을 잡은 두다 대통령은 6일 취임선서 후 두 번째 임기에 돌입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노골적 혐오를 일삼는 두다 대통령이 연임하면서 폴란드는 양분됐다. 특히 지난 7일 성전환자로 같은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앞장섰던 활동가 마르고트가 구금되자,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마르고트는 바르샤바 코페르니쿠스 동상 등에 무지개 깃발을 꽂고, 동성애 혐오 구호로 도배된 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체포를 방해한 시위대 48명도 함께 연행했다. 이에 격분한 시위대는 8일 바르샤바를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서 정부의 성소수자 정책에 항의하는 행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유럽인권위원회도 8일 마르고트의 석방을 요구하며, 폴란드에서 표현의 자유와 성소수자 인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하지만 보수 우익 성향의 두다 대통령이 성소수자 문제로 국민 관심과 분노를 돌려, 엄격한 통치 근거 마련에 주력할 거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온 만큼, 폴란드의 분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레반도프스키, 발롱도르 취소 한 풀까…메시와 챔스리그 8강 격돌

    레반도프스키, 발롱도르 취소 한 풀까…메시와 챔스리그 8강 격돌

    코로나19를 뚫고 커리어 하이를 달린 ‘폴란드 폭격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격돌한다.바이에른 뮌헨(독일)은 9일 새벽 독일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2골 2도움을 올린 레반도프스키의 맹활약을 앞세워 첼시(잉글랜드)를 4-1로 꺾었다. 1·2차전 합계 7-1을 기록하며 8강에 진출한 뮌헨은 이로써 오는 15일 바르셀로나(스페인)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바르셀로나는 이날 상대 수비 5명을 제치는 경이로운 개인기로 결승골을 넣고 페널티킥(루이스 수아레스 득점)도 얻어낸 메시의 활약으로 나폴리(이탈리아)를 3-1로 제쳐 1·2차전 합계 4-2로 8강에 합류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위 리버풀, 스페인 라리가 1위 레알 마드리드, 이탈리아 세리에A 1위 유벤투스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한 상황이라 뮌헨(분데스리가 1위)과 바르셀로나(라리가 2위)의 격돌은 미리 보는 결승전과 마찬가지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레반도프스키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축구상 발롱도르 유력 수상 후보였으나 올해 시상이 코로나19로 취소되며 아쉬움을 진하게 남긴 상황이라 생애 첫 챔피언스리그 트로피가 더욱 간절한 상황이다. 앞서 뮌헨 유니폼을 입고 정규리그와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등까지 모두 합쳐 51골을 터뜨린 레반도프스키는 이날 2골을 보태며 자신의 한 시즌 득점을 53골까지 늘렸다. 또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13골)를 질주하며 2위권(6골)에 멀찌감치 앞서고 있어 사실상 대회 득점왕을 예약하기도 했다. 메시는 2014~15시즌 이후 5년 만에 통산 5회째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노리고 있다. 메시로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자존심을 곧추 세울 기회다. 늘 발롱도르 유력 수상 후보였던 메시는 라리가 사상 첫 20-20클럽(25골 21도움)에 가입했지만 이날까지 시즌 전체 31골에 그쳐 레반도프스키에 밀리고 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현재 3골로 역전 득점왕을 노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라리가 득점왕, 도움왕을 차지하긴 했지만 우승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넘겨주기도 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안동 예술진흥 사업 “매우 독특, 훌륭”…‘세계역사도시연맹 기관지’에 소개

    안동 예술진흥 사업 “매우 독특, 훌륭”…‘세계역사도시연맹 기관지’에 소개

    경북 안동시의 안동 문화·예술진흥사업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됐다. 안동시는 안동 문화·예술진흥사업 사례가 세계역사도시연맹 기관지 ‘세계역사도시’에 소개됐다고 7일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한 문화·예술 분야 진흥사업 사례로 안동시가 주최하고 안동축제관광재단이 주관한 ‘아마-도 예술가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아마-도 예술가프로젝트는 지난 6월 5일부터 13일까지 안동 시내 8개 카페를 활용해 진행한 지역 예술가 작품 전시 사업이다. 세계역사도시연맹은 역사도시 전통 보존과 발전적 계승을 위해 1987년 일본 교토에 설립한 국제단체로 경주, 안동, 수원 등 국내 5개 도시 등 66개국 119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 사례를 회원도시에 공유하고자 홈페이지와 기관지를 통해 모집했다. 그중 안동 사례가 폴란드 쿠라쿠프 ‘무형문화재 기록사업’, 오스트리아 빈 ‘코로나19 기록사업’과 함께 세계역사도시 82호에 소개됐다. 세계역사도시연맹 사무국은 안동시 사례에 대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지역 예술가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에도 도움을 주며, 시민에게도 문화적 생활을 제공하는 매우 독특하고 훌륭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기관지는 세계역사도시 가입 도시에 배부되며 연맹 홈페이지(https://www.lhc-s.org/)에서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열린세상]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게 만든 비밀 무기/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게 만든 비밀 무기/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2억 5000만년 전쯤 지금의 폴란드에 해당하는 지역 호숫가에 어떤 생명체가 진흙 위에 발자국을 남겼다. 이름은 프로로토닥틸루스. 덩치는 고양이만 하고 팔다리는 가늘었다. 그 후손인 공룡은 지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동물 집단이 됐다. 1억년 이상 육상을 지배하면서 모든 종류의 형태와 크기로 퍼져 나갔다. 화석으로 확인된 것은 1000여종이지만 실제로는 현존하는 새의 종류인 1만종을 거뜬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6600만년 전에 끝장난 이유는 밝혀졌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공룡 진화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이것이다. 애초에 이들이 어떻게 해서 영광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이달 초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의 심층 분석 기사를 보자. 에든버러대학의 스티븐 브루샛(고생물학) 교수가 기고했다. 앞서의 발자국 화석 시절은 중생대 초기 파충류가 번성하던 때였다. 악어의 먼 조상인 의사악어류도 여기 포함된다. 종류와 숫자가 엄청났다. 갑옷을 갖춘 초식성, 뒷다리로 빠르게 달리는 잡식성, 몸길이 9미터에 칼날 같은 치아를 갖춘 최상위 포식자…. 중생대 초기에 대부분 공룡은 덩치가 말보다 작았으며 어둠 속에서 살금살금 움직여야 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공룡은 트라이아스기 말에 갑작스럽게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2억년 전쯤에 초대륙 판게아가 여러 갈래로 찢어졌다. 이 과정에서 용암과 함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이산화황이 분출됐다. 온실가스는 대기를 데웠지만 화산재는 햇빛을 가렸다. 엄청난 더위와 혹독한 추위가 번갈아 계속됐다. 그 결과 생물종의 30% 이상이 죽었다. 하지만 화석 기록을 보면 공룡이 쉽게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의사악어들은 끝장났다. 트라이아스기의 풍부한 종 다양성은 거의 모두 사라졌다. 이 결과를 설명하려는 가설은 결국 두 종류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공룡이 고대 악어에 대해 이미 모종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속도, 민첩성, 지능 중 뭐가 됐든 말이다. 요즘 각광받기 시작한 새 이론이 있다. 새와 비슷한 허파와 공기주머니 덕분에 공룡이 우위에 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룡의 직계 후손인 새의 허파를 살펴보자. 포유동물과 달리 움직이지 않는 촘촘한 스펀지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허파 조직은 극단적으로 얇으면서도 망가지지 않을 수 있다. 산소 흡수 효율이 커지는 것이다. 게다가 여분의 공기주머니들이 팽창, 수축해 준다. 숨을 들이쉴 때뿐 아니라 내쉴 때에도 산소를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에마 새크너의 아이디어를 보자. ‘공룡은 트라이아스기 말의 유독한 대기에 적응할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허파가 오늘날 새의 것과 비슷하게 효율적이었던 덕분이다.’ 허파는 살 조직이라서 화석으로 남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뚜렷한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새들의 공기주머니는 흔히 척추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그 결과 뼈에 톱니 모양이나 어떨 때는 내부에 공기 방이 만들어진다. 트라이아스기 공룡의 척추뼈 일부 부위에는 공통적으로 빈 구멍이 있다. 새와 조금 다른 유형의 공기주머니를 가졌다는 것을 시사하는 흔적이다. 게다가 2018년 인젠티아 프리마라는 공룡의 화석이 발견됐다. 2억 3700만~2억 1000만년 전의 골격에는 구멍이 많았다. 이는 공기주머니가 몸 전체에 널리 퍼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본질적으로 이 동물의 허파는 몸 전체를 관통한다. 이 덕분에 빠른 신진대사와 성장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들의 뼈는 또한 가벼웠다. 몸집이 커지면서도 체중이 너무 무거워지거나 체온이 너무 높아지는 등의 문제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수십만 년에 걸친 지구온난화와 탁한 공기, 생태계 붕괴를 이겨 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아직 모른다. 최선의 추측은 공룡에게 뭔가 ‘승리의 패’가 있었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허파, 높은 대사율, 빠른 성장, 그리고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다른 자산들…. 이들이 합쳐져서 그들은 승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조건이 조금만 달랐더라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공룡 시대는 결코 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 [금요칼럼] 역사 갈등의 끝판/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역사 갈등의 끝판/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며칠 전 누군가 내게 물었다. “교수님,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는 언제쯤 해결될까요?” 답답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골똘히 생각하는데 20년 전 대학생들과 함께 만든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아버지, 난 누구예요’(궁리, 2000). 지금은 중년이 된 그 당시 청년들이 두 나라의 역사적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알려 주는 글도 여럿이었다. 책에서 어느 학생은 자기 집안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큰아버지가 일본으로 징용을 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비극이었다. 한 시골 마을에 일제의 파출소(‘지서’)에서 심부름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는 상부의 명령대로 일본어를 아는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었다. 얼마 후 그 명단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모두 일본으로 끌려갔다. 학생의 큰아버지도 그렇게 군수공장으로 잡혀갔단다. 세월이 흘러 해방은 왔으나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하필 그가 탄 귀국선이 침몰했단다. 얼마 전까지도 가슴 저린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책에서 다른 학생도 동의했듯,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일본의 악랄한 침략 행위를 고발하는 슬픈 이야기가 너무 많아 한국 사람이 일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했다. 동시대 일본의 시민들은 강점기에 한국인이 겪은 부당한 고통을 과연 짐작이나 했을까. 우리 책에는 서울로 유학 온 일본 학생도 등장한다. 그는 그런 역사를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 유학생은 대중매체를 통해 한국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전부였다며 매우 충격적인 한 가지 기억을 상세히 소개했다. 1990년대 초반 텔레비전에서 본 장면이었다. ‘위안부’ 문제로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하던 시민들이 이토 히로부미의 초상화가 그려진 1000엔짜리 일본 화폐를 불태우고, 이토의 얼굴을 짓밟았다. 지폐에 초상화가 등장할 정도면 대단한 위인인데 한국인들이 저렇게 함부로 모욕해도 되는가 싶었단다. 이렇듯 20년 전 한일 양국의 청년들은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그들이 미래에 거는 기대만은 똑같았다. 일본인 유학생은 과거사를 언급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불쾌감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양국이 공동의 역사 인식을 토대로 관계를 개선하기 바란다는 소망이었다. 한국 대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한일 양국 시민이 역사적 진실을 공유하게 되기를 소망했다. 세월은 흘러 우리 책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다. 그사이 양국 관계는 더 나빠졌다. 진실을 왜곡하며 양국의 화해를 가로막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근자에 서울의 교수 한 사람이 일본의 우익 잡지에 글을 실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징용 간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자원한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또 위안부도 취업 사기를 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과연 역사의 진실이라는 말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에도 양심적인 역사연구자가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다. 위안부 문제만 해도 일제강점기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고려해야 본질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5년 5월, 16개의 일본 학술단체가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위안부의 강제연행은 이미 실증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말 딴 세상의 이야기지만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의 20여년 전 발언이 주목된다(1999년 12월 17일). “독일 국가와 기업은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합니다.” “저는 오늘 독일의 지배 당시에 노예노동, 강제노동을 강요당한 모든 사람을 기억하며 독일 민족의 이름으로 용서를 빕니다.” 라우 대통령은 나치 독일이 폴란드에 저지른 죄악을 고백하며 화해를 청했다. 언제쯤이면 일본에도 이처럼 용감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들이 등장할 것인가.
  • “레바논 고위층 질산암모늄 위험성 알고도 방치… 6년간 경고 묵살”

    “레바논 고위층 질산암모늄 위험성 알고도 방치… 6년간 경고 묵살”

    사망자 135명… 항구직원 가택연금 요청악취로 화학물질 위험 알고도 조치 안 해정치인 무능·관료사회 부패에 비난 고조‘무기 밀수 통로화’ 헤즈볼라 연관 가능성도레바논 정부가 5일(현지시간)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전날 발생한 폭발 대참사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질산암모늄의 부실 관리를 규명하는 조사에 착수했다. 6일 오후 현재 사망자는 135명, 부상자는 5000여명으로 늘었으며, 30만명에 이르는 이재민을 도우려는 국제사회의 손길이 이어졌다. 피해 규모가 150억 달러(약 1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마날 압달 사마드 레바논 공보장관은 5일 “군 지도부에 질산암모늄 저장 업무에 관여한 항구 직원 전원의 가택연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강력한 인화 물질이 인구밀집지역 바로 옆 항구의 낡아 빠진 창고에 6년이나 보관돼 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현지 관료들의 구조적 부패와 무능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레바논 고위 관료들이 이미 6년 전부터 질산암모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알자지라는 인터넷에 공개된 서류를 근거로 “베이루트 시민들은 몰랐지만, 고위 관료들은 질산암모늄 2750t이 항구 12번 창고에 저장돼 있다는 사실과 위험성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AFP는 “지난해 항구 주변 악취로 인해 보안당국이 창고 속 ‘위험한 화학물질’을 알아냈지만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질산암모늄의 출처는 몰도바 국적 화물선으로 지목됐다. 이 선박은 2013년 9월 모잠비크로 향하던 중 베이루트에 정박했다가 배 소유주 관련 분쟁으로 억류되며 질산암모늄이 하역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14년부터 현지 세관이 법원에 최소 6차례 공문을 보내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묵살됐다는 것이다. 미 조지타운대 파이살 이타니 교수는 “레바논 관료 사회에 부패 및 책임 떠넘기기 문화가 만연해 있다”며 “현지 정치인들은 무능과 공익 경멸로 정의되는 계급”이라고 말했다. 현지 민심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올 들어 80%나 평가절하된 파운드화로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책임자를) 교수형에 처하자”는 아랍어 해시태그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뜨리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항구를 장악, 이스라엘 공격용 무기 밀반입의 통로로 삼고 있는 점도 사고와 연관됐을 수 있다. 미국 우주기술업체 ‘맥사테크놀로지스’의 위성사진에 따르면 폭발 충격으로 인해 부두의 건물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창고 앞에는 축구장보다 큰 지름 124m짜리 분화구가 생겼다. 이재민들은 임시 개방된 수도원, 미션스쿨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야외에서 지내고, 기부된 생수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동한 유엔 평화유지군이 소개 작업을 돕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보낸 의료진과 수색팀, 구호물자가 속속 도착했다.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의 소방관 100여명을 비롯해 구호인력·장비를 급파했다. 네덜란드, 체코, 그리스, 폴란드 등도 의료진, 경찰 등 지원인력을 제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레바논 보건부 장관 요청에 따라 의료품을 공수했고, 세계은행(WB)은 성명에서 “폭발 사고 피해 규모를 평가하고 재건·복구를 위한 공공·민간자금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세계식량계획(WFP)·적십자사를 통해 130만 달러 상당 지원을 약속했다. 레바논을 한때 식민지로 뒀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6일 레바논을 직접 방문해 하산 디아브 총리 등과 지원책을 논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일 밤늦게 레바논을 위한 기도를 집전했다. 적대국들도 인도적 지원을 앞세웠다. 레바논과 적국 관계인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는 시청사 외벽을 ‘백향목’ 문양의 레바논 국기로 점등하며 인류애를 강조했다. 헤즈볼라의 막후 지원 세력으로 알려진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 역시 “의료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구호활동을 명분으로 중동 지역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서방 세계나 갈등 국가들의 속내가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