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부터 “와르르” 순식간에 “생지옥”(삼풍백화점 붕괴/사고상보)
◎콘크리트 더미속 “살려달라” 절규/지하 식품매장 최소백여명 매몰
참으로 어쩌구니 없는 대형 인재가 또다시 서울 한복판에서 터졌다.29일 하오 5시50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4동 1685 삼풍백화점 쇼핑센터가 갑자기 무너져 내려 외벽만이 덩그라니 남은 채 폐허화됐다.
건물이 무너져 내린지 1시간이 지났는 데도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서는 『살려달라』는 부상자들의 비명소리가 새어나와 생지옥을 방불케 했으며 건물이 붕괴된 순간 콘트리트가 주저앉으면서 생긴 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이날 사고는 백화점 손님들이 가장 많은 저녁 시간대에 일어나 인명 피해가 더욱 컸다.
▷사고순간◁
백화점 5층 일식집 「식도락」 종업원 이병호(20)씨는 『5층 식당 주방에서 조리를 하고 있던 중 30여m쯤 떨어진 한식집 「춘원」에서 「우르르」하는 소리가 나면서 사람들이 대피해 북쪽 비상 계단을 통해 급히 내려오는 순간 「꽝」하는 굉음과 함께 5층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황급하게 건물 밖으로 대피해 건물을 바라보는 순간 또 다시「꽝」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중앙 부분이 순식간에 붕괴됐다』고 전했다.
또 시민 박경규씨는 『백화점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먼지가 일어나면서 공중에서 「우르릉」하는 소리가 들려 급히 빠져나오자 마치 남산 외인아파트가 폭파공법에 의해 붕괴될 당시와 마찬가지로 5층 건물이 엄청난 먼지를 내면서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전했다.
택시기사 박명수씨는 『삼풍아파트로 진입하려고 중앙차선에 대기해 있던 순간 「꽝」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건물 잔해물들이 쏟아져 내려 분진이 휘날려 앞이 안보일 정도였으며 백화점 고객들이 피투성이로 건물 밖으로 뛰쳐 나오고 있었고 승용차가 뒤집혀 있는 등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사고현장◁
붕괴되면서 생긴 먼지가 5분여동안 계속 솟아 올랐고 이어 현장 주변에 심한 가스 냄새가 나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백화점 안에서는 『살려달라』는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사고 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지하 3층까지 내려앉아 지반이 20∼30m까지 파헤쳐진채 건물 잔해 속에서 부상자들의 비명소리로아비규환을 이루었다.
무너져 내린 건물은 1백m에 이르고 지하 20m 깊이로 파진 지하구덩이 속에 콘크리트 잔해와 철근 구조물이 수북하게 쌓인채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는 연기가 계속 피어 오르고 곳곳에서 불꽃이 보여 폭격 현장을 방불케 했다.
또 백화점 앞 도로와 반지름 50m 주변에는 옷과 가방,모자 등이 널려져 있었으며 백화점 뒤편 삼풍아파트의 유리창도 수십장 깨져 붕괴 당시의 충격이 엄청났음을 보여줬다.
남아있는 스포츠동도 쇼핑센터 붕괴사고의 여파로 심한 균열이 생겨 2차 붕괴의 위험마저 있으며 이때문에 구조대원들이 철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 및 피해◁
삼풍백화점의 종업원이 5백여명이고 쇼핑객이 1천명이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워낙 급작스러운 사고여서 대피를 하지 못한 사람이 많아 사상자는 1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A동 지하 1층은 식품 매장,2∼3층은 지하 주차장이어서 매몰된 사람이 최소한 50여명이 넘을 것이라고 종업원들은 전했다.
이날 하오 10시시까지 파악된 피해자만도 20명이 사망하고 6백67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부상자들은 강남 성모병원을 비롯,25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이날 사고로 서울 반포전화국의 일반전화 등 6백26회선이 불통됐으며 백화점 주변지역에는 친척이나 친지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폭주해 2시간 30분동안 극심한 통화체증 현상이 빚어졌다.
▷수습 및 구조◁
사고가 나자 서울시와 경찰 및 소방본부는 전직원 비상령을 내리고 소방차 1백여대와 구급차 30여대,구조대원 3백여명,수방사 헌병단 1개대대,소방 헬기와 경찰 헬기 10여대를 긴급 출동시켜 구조작업을 벌였다.
특히 최병렬 서울시장은 서울시 상황실에 80여명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가동시키는 한편 현장 지휘소에 직접 나가 사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사고현장에는 차량과 인파가 몰려든 데다 연기가 계속 올라와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국은 또 삼풍백화점과 1백여m쯤 떨어진 삼호가든아파트 A동과 C동도 연쇄 붕괴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이 아파트에 사는 1백50가구를 긴급 대피시켰다.
경찰도 견인차·대형 기중기·굴삭기·덤프차·산소절단기 등을 동원,콘트리트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밤샘 구조작업을 위해 조명 차량 6대를 설치했다.
보건복지부도 129 응급환자정보센터를 통해 각급 병의원에 구급차 출동과 응급환자 진료 태세를 갖추는 한편 중앙 및 남부 혈액원 등에 삼풍백화점 인근 병원에 예비혈액을 지원하라고 시달했다.
◎B동건물 연쇄붕괴 “위험”/인근 아파트주민 긴장… 대피 소동도
5층짜리 쌍둥이 건물 2개동으로 이뤄져 있는 삼풍백화점의 A동 건물이 붕괴되면서 위태롭게 서있는 중간 연결구조물과 B동 건물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위험이 높다는 위기감이 백화점 인접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붕괴된채 처참하게 일그러진 백화점의 중간 출구부분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이번 사고가 시공사인 삼풍건설산업측의 부실공사로 인한 것이라는 사고원인분석이 나오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붕괴되지 않은 B동건물과 삼풍아파트단지가 불과 몇m를 두고 맞닿아 있어 지상5층건물이또 다시 무너질 경우 인근 아파트에 미칠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무너지지 않은 B동 건물의 균열부분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데다 무너져 내린 A동 건물의 잔해 아래 깔려 있는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대형크레인을 동원,건물벽면을 마구 허물고 있어 자칫 제2·제3의 붕괴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건물이 붕괴되기전 이미 옥상벽면에 30㎝ 크기의 균열이 생겼으므로 붕괴후 인명구조작업으로 인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또 다른 붕괴의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도시가스공사 기술지도부의 한 관계자도 『건물이 무너지기전에 백화점 안전관리팀이 가스밸브를 모두 잠가 놓았다고는 하나 비스듬히 기울어진 연결건물이 재차 무너진다면 가스폭발로 인한 2차붕괴의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2천3백여가구가 밀집해 있는 백화점 인접 삼풍아파트주민들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아예 집에서 귀중품 등을 챙겨 나와 친·인척집으로 대피하거나 주변 여관이나 호텔을 예약하는 소동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