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사건’ 기록 17년만에 모두 공개
1987년 발생한 KAL 858기 폭파사건의 수사 및 공판기록이 사건발생 17년 만에 전면 공개된다.
서울중앙지검(검사장 이종백)은 5200여쪽의 KAL 858기 폭파사건 관련 기록 중 일부를 제외한 5000여쪽을 공개키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현재 기록 공개와 관련, 유족회측이 낸 정보 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관련 기록 공개 방침을 밝혀 항소심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5200여쪽의 기록 중 외국에서 보내온 수사기록 일부와 개인신상 관련 80쪽을 제외하고 모두 공개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검찰은 이에 불복, 항소했다.
검찰은 1심에서 비공개토록 한 80쪽과 함께 40∼50쪽 정도를 비공개 대상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생활 침해, 안보상황 등을 감안해 국내 수사 관계자뿐 아니라 해외 수사 관계자 등의 인적사항 등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북한 공작원의 인적사항 등과 주범인 김현희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은 공개키로 했다.
또 참고인 진술조서, 탄원서, 진정서, 압수수색영장, 압수조서, 시체부검 의뢰서, 검시조서 등 수사기록과 공판조서, 공소장, 증거목록, 공소장변경신청서, 항소장, 변론요지서, 상고장 등의 공판기록도 포함돼 있다.
자료 검토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구본민)는 이번 주 안에 재판부에 이같은 내용을 담아 준비서면 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비공개 대상에 추가한 기록은 1심 판결의 취지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료들이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이같은 검찰의 입장을 반영한 판결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1심과 항소심 결과가 같을 경우, 상고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북·일 외교문제 야기 우려 등을 이유로 기록 공개에 난색을 표명하던 검찰이 이처럼 대부분의 기록을 공개키로 결정한 것은 최근 국가정보원이 유족회 관계자를 민간인 조사관에 선임하는 등 KAL 858기 폭파사건이 과거사 진상규명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어차피 국정원 등에서 관련 자료가 공개되는 마당에 검찰이 굳이 끝까지 자료 공개를 거부해 진상규명을 회피하는 기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