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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 덮친 ‘물폭탄’

    중부 덮친 ‘물폭탄’

    서울·경기·강원 영서 지역에 시간당 6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원도 양구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장병 2명이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또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의 지붕 일부가 붕괴되고 곳곳에서 도로, 가옥 등이 침수돼 실종자와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물난리를 겪었다. 서울에서는 24일 하루 동안 127㎜가량의 ‘물폭탄’이 쏟아져 잠수교가 물에 잠겼고, 한강 둔치에 있는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시험차로의 차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에 잠겨 기능시험이 연기됐다. 25일까지 최고 120㎜에 달하는 비가 더 올 예정이어서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24일 강원 중남부·충북 북부 내륙·경북·울릉도·독도 지역에 호우주의보를 내렸다.24∼25일 예상 강수량은 강원 영동 50∼120㎜, 서울·경기·강원 영서·경북 40∼80㎜, 충북·전북 20∼70㎜, 충남·전남·경남·서해5도·울릉도·독도 10∼40㎜, 제주도 5∼30㎜ 등에 이를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연이은 폭염으로 증발됐던 수증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고 있다.”면서 “비는 26일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지만 27일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퍼붓는 빗줄기에 피해가 속출했다.24일 오후 6시20분쯤 강원도 양구군 남면 적리 인근 육군 모 부대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장모(24) 하사와 전모(22) 병장 등 두명이 매몰돼 숨졌다. 사고 당시 장모 하사 등 7명은 산 경사면 아래에서 배수로 정비 작업을 벌이다 집중호우로 갑자기 무너져 내린 흙더미에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도 “사고 당시 양구군 일대에는 시간당 50㎜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었다.”면서 “내리던 집중폭우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여 부대 막사 주변 울타리 부근에서 물길 트기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경사면이 붕괴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8시쯤에는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용암1리 용암천 상류에서 작업하던 D물산 직원 유모(55) 씨가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유 씨는 빗물 등을 퍼내기 위해 설치된 배수장비의 수중모터가 고장 나 이를 점검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 14개소·고양시 61개소·전북 익산시 41개소 등 전국 총 151개소가 침수됐다. 인천에서는 계양구 장기사거리의 도로 일부가 물에 잠기는 등 도로 13곳, 가옥 24채, 공장 3개동, 상가 4채가 침수됐고, 고양시에서는 가옥 57채가 침수됐다. 시간당 30㎜의 비가 내린 서울에서는 동부간선도로 수락지하차도부터 성수분기점까지 전 구간의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앞서 이날 새벽에는 은평 뉴타운의 일부 아파트 곳곳에서 물이 새면서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23일 밤 11시50분쯤에는 인천국제공항 항공터미널 건물의 지붕 일부가 폭우로 주저앉고 철골 벽면 하나가 15도 가량 기우는 사고가 일어났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사고 당시 시간당 62㎜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지붕의 배수 시설 일부가 막혀 빗물이 한 곳에 집중되면서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영규 이경주 김승훈기자 kdlrudwn@seoul.co.kr
  • 탄약고 지키는 ‘인형 군인’ 타이완서 논란

    인형 군인이 적을 막는다? 최근 타이완 한 부대의 무기창고에 모형의 군인을 보초병으로 세운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타이완 롄허바오(聯合報)에 따르면 타이완의 모 포병부대는 최근 ‘가짜’ 군인을 폭탄·탄약등의 위험물질이 대량으로 보관된 창고의 보초병으로 ‘임명’했다. 지난달부터 이 창고 앞에서 보초를 서기 시작한 ‘인형 군인’은 실제 성인 남성의 몸집과 흡사하게 만들어졌지만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고 전혀 미동이 없어 한눈에 ‘가짜’인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조금만 가까이 가도 허술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 이를 본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멀리서 이를 지켜봐온 인근 주민들은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자세로 창고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이상했다.”면서 “조금만 자세히 보면 가짜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도 가짜인 것을 아는데 저것(인형 군인)으로 어떻게 적을 막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타이완 국방부 측은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타이완 국방부는 “세계 여러 선진국에서도 모두 이같은 ‘인형 군인’을 이용해 적을 혼란시킨다.”면서 “일종의 전술로서 전투력을 보강하는데 큰 효과가 있으며 ‘진짜’를 완벽하게 감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125.86.*.*)은 “차라리 로봇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건 무슨 전술인지 모르겠다.”, 또 다른 네티즌(125.91.*.*)은 “너무 가짜인 것이 티가 난다. 무기고가 털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도 “왠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것 같다.”(220.166.*.*), “인형을 놓을 정도로 타이완 군사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이제 알았다.”(220.166.*.*), “가짜 군인의 종이얼굴이 가관이다.”(익명)등의 의견을 남기며 비꼬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물가상승률 5~6% 육박할 듯

    물가상승률 5~6% 육박할 듯

    올 상반기 서민들의 삶을 옥죄던 물가라는 ‘악령’이 하반기 들어서도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전기·가스에 이어 버스·택시 요금까지 인상되는 ‘요금 폭탄’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 공공요금은 소비를 줄일 수 없는 필수 영역인 데다 다른 공공요금이나 일반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간 물가상승률이 정부가 당초 전망한 4.5%를 뛰어넘는 5∼6%대에 달할 것으로 보여 물가 당국의 ‘책임론’ 역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 전체 물가상승 끌어올릴 듯 20일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현재 부산 등 일부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택시·버스 등 교통요금 인상이 조만간 전 지자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지자체들은 유가 급등으로 택시·버스 요금에 20∼35%의 인상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들이 보통 2년에 한 번씩 교통요금을 인상하는데 올해가 인상 시기인 경우가 많아 최근 2년간의 유가 상승분이 적자로 쌓여 있다. 중앙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의지가 교통요금의 ‘도미노 인상’을 가까스로 틀어막고 있으나 한계에 봉착한 셈이다.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이 다른 공공요금 인상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도시가스 도매요금을 8월부터 3개월에 걸쳐 30∼50%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요금도 산업용을 중심으로 다음 달에 5% 정도 올릴 예정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지하철 요금이나 지역난방비 등 다른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한 공공요금 인상은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를 산출할 때 전기료에 부여하는 가중치는 19.0으로 52개 생필품 중 5위다. 도시가스료는 6위(16.1), 시내버스 요금은 11위(11.4)다. 다른 제품의 원가 상승도 유도, 광범위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당국은 지금이라도 후속책 추진해야” 이에 따라 정부의 물가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내다본 것은 지난 2일. 당초 3.3%대에서 ‘현실화’한 수치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어그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하반기에 공공요금이 오르면 물가가 전망치(한은 4.8%)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5%에 달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도 최근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인상 요인 등이 수입물가 등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유가가 안정돼도 당분간 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외부 요인에 기인하고 있지만 정부는 선제적인 조치는 물론,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는 자세도 없이 ‘뒷북 대처’에 일관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당국이 고물가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후속 대책들을 충실히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주말탐방] 외국인 무용수 몰도바 출신 세르게이·마야 커플

    [주말탐방] 외국인 무용수 몰도바 출신 세르게이·마야 커플

    “이렇게 큰 스케일의 무대가 또 있을까요? 테마파크 전체가 나의 무대지요. 다양한 배역과 거리 공연 등을 소화하며 연기력을 키우고 있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나의 꿈인 뮤지컬 배우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외국인 커플이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카르티라 세르게이(23)와 율리나 마야(23)가 주인공이다. 돈과 경력, 두 마리 토끼를 좇아 동유럽의 몰도바에서 한국까지 찾아 온 그들의 하루를 뒤따라가 봤다. # 한국은 동경의 대상 세르게이와 마야는 약혼한 사이다. 이들이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2005년 10월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년7개월가량 체류하고 있는 셈이다. 착실하게 모은 돈으로 고국에 돌아가 살 집을 마련한 다음, 결혼도 하고 본격적인 뮤지컬 배우 생활도 시작하겠다는 야무진 커플이다. 이들이 한달에 받는 월급은 시간 외 수당을 포함해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고국에서라면 다섯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연기자이다 보니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화장품값만 20만원. 나머지 비용을 아끼고 아껴 둘이 한 달에 100만원 정도는 저축을 한다. 거기에 한국에서 일한 경력은 보너스다. 고국에서 후하게 인정받기 때문이다. 국내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외국인 무용수들의 인권문제가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중앙아시아나 동유럽 국가의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한국이 동경의 대상인 이유다. # 꿈이 있어 어려움 극복 ■오전 9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9시 정각에 일어났다. 토요일은 평일에 비해 출연 프로그램이 하나 더 늘 뿐인데도,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리는 날이라 심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 집에서 롯데월드까지는 10분 거리. 회사 뒤편의 방 세 개짜리 아파트에서 동료 두 명과 숙식을 함께 한다. ■오전 10시 출근카드에 도장을 찍고 분장실 게시판에서 오늘의 일정을 확인했다. 세르게이는 이집트 병사, 마야는 무희(舞姬) 역할도 있었다. 스케줄 확인 후 곧바로 연습실로 올라가 몸을 풀었다. ■오전 11시30분 점심시간. 늘 그렇듯 연기자용 서양식 메뉴다. 분장을 해야 하는 등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 먹어야 한다. ■오후 12시30분 오늘의 첫번째 공연인 스테이지쇼 시간이다. 이집트 파라오와 왕비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세르게이는 “연인과 함께 공연할 수 있어 행복하다. 다른 연기자들은 가끔 객지 생활의 외로움을 토로하지만, 나는 마야와 함께 있어 일도, 생활도 모두 데이트가 된다.”며 씽긋 웃었다. ■오후 1시 공연을 마친 세르게이와 마야 커플이 분장실에 들어왔다. 시장통처럼 떠들썩하다. 노트북 컴퓨터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할 듯하다. ■오후 2시 퍼레이드 시간이다. 스테이지쇼는 정해진 레퍼토리에 따라 움직이지만, 퍼레이드를 벌일 때는 나름대로 생각해둔 춤동작을 간간이 펼쳐 보일 수 있다. 퍼레이드 도중 어린이를 안아 준다거나, 악수를 나누는 등 쇼맨십을 보여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후 2시30분 퍼레이드를 마치고 분장실로 들어온 무용수들이 머리와 등에 이고 진 장식들을 벗어 놓았다.5㎏ 정도 되는 꽃장식을 들어 보니 등쪽의 지지대에 땀이 흥건하다. ■오후 3시 오후 5시까지는 휴식 겸 개인 연습시간이다. 오늘은 특별히 브라질에서 온 삼바 무용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예술감독이나 연기자나 통역을 사이에 두고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서로간에 힘이 배로 들 듯하다. 고된 일정 속에 일탈의 유혹은 생기지 않을까. 마야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 하나로 한국에 온다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겠죠. 그들과는 입국할 때 비자 타입 자체가 달라요. 전 무용을 전공했고, 무용수로 이루고픈 꿈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 왔어요.” ■오후 5시30분 스테이지쇼 시간. 한 번 펼친 공연이지만, 늘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서야 한다. ■오후 6시 저녁식사. 역시 양식으로 준비됐다. 일찍 먹고 쉬는 게 낫겠다 싶어 20분 만에 뚝딱 해치웠다. ■오후 7시30분 오늘의 마지막 퍼레이드를 벌일 시간이다. 이번엔 어떤 춤동작을 선보일까 고민하며 분장실을 나섰다. ■오후 8시30분 평일엔 8시쯤 퇴근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라 스테이지쇼를 하나 더 소화해야 한다. 몸은 피곤해도 웃어야 함은 물론이다. 자신들을 보러 온 관람객들을 위해서,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프로임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9시 동료가 소주 ‘딱’ 한 잔만 하자는 제안을 뿌리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퇴근하는 마야에게 물었다. 일이 고되지 않냐고. 그는 “10시간 넘게 강행군했지만, 꿈이 있어 내 자신을 지탱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 휴일엔 늦잠 잔 후 쇼핑 놀이공원의 특성상 쉬는 날은 다들 제각각이다. 세르게이와 마야 커플은 회사의 배려로 목요일에 함께 쉰다. 마야는 “휴일엔 오후 2시까지 늦잠을 자는 등 한껏 게으름을 떤다.”며 “느지막하게 브런치를 즐기고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휴일에 꼭 해야 할 일은 장보기다. 점심과 저녁은 회사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걱정없지만, 아침에 먹을 음식 등 생필품들은 일주일치를 미리 사놔야 하기 때문이다. 집 근처 대형할인마트가 이들이 주로 찾는 곳. 간혹 명동이나 동대문 등으로 쇼핑을 나가기도 한다. 특히 동대문은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과 상품들을 만날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다. 고국의 음식을 맛보며 향수를 달래기도 하고, 아는 사람들을 만나 회포를 풀기도 한다. # 고맙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한국인들 간혹 자신들을 이방인으로만 대할 때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다. 세르게이는 “오래 한국에 있다 보니 한국말, 특히 좋지 않은 표현은 잘 알아 듣는다.”며 “한국말을 모른다고 생각해 막말을 서슴없이 할 때 많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동료인 우크라이나 출신 다축 안드레이는 서울 지리에 꽤 밝은 편이다. 그런데 택시를 타면 아직도 여기저기 빙빙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하소연이다. 그러면서 “잠실에서 이태원까지 1만원이면 충분한데 이리저리 돌다가 1만 5000원이나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보이팀과 공연을 벌일 때 많은 사람들이 ‘왜 우크라이나 사람이 끼어 있느냐.’고 묻곤 한다.”며 “밥을 먹을 때도, 함께 소주 한 잔 기울일 때도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털어 놨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서운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르게이는 “한국은 이루고 싶은 꿈에 다가갈 기회를 마련해 준 곳”이라며 “한국에서의 경력은 훗날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이 또한 “지난해 3개월 동안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하며 함께 연습할 기회를 주었던 비보이팀원들의 애정에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며 말을 보탰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세계최고 비보이 될 터” 다섯번째 방한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기술과 뛰어난 재능을 가진 비보이들은 단연 한국의 비보이들입니다. 한국에서 그들과 함께 활동하며 세계 최고의 비보이로 성장하고 싶어 한국에 왔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다축 안드레이는 한국 생활에 무척이나 만족해 한다. 비보이로 하루하루를 지내며 스스로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섯번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체류한 기간만도 3년 가까이 된다. 이젠 거의 매일 삼겹살 안주에 ‘소주 폭탄’을 마실 만큼 한국 사람이 다 됐다. “한국은 나에게 더 큰 꿈과 목표를 선물한 제 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지요. 비보이팀 ‘NUFUNK’ 팀원들과 합숙훈련을 할 때도, 롯데월드에서 활동할 때도 한국 친구들은 늘 내게 고마운 동행자가 됐습니다.” 그가 보는 한국의 비보이들은 세계 최고다. 유럽이나 일본 등 공연 문화가 성숙한 나라들 대신 우리나라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에게 ‘세계 최고의 한국 비보이, 현실은 반지하 월세방’이란 서울신문 6월24일자 1면 기사를 보여 주자 머리를 외로 꼰다. 이런 현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일 터. 연습실에서 동료들의 몸짓 하나하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눈매가 사냥감을 앞에 둔 맹금류의 그것과 닮았다. 이제 갓 24세. 외동아들로 애지중지 성장한 그이지만, 오랜 객지 생활은 그를 강한 힘이 느껴지는 프로로 바꾸어 놓았다. “여건이 되는 날까지 한국에서 비보이로 지낼 겁니다. 훗날 이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국에 있는 후배들을 양성하고, 또 그들에게 한국에서 더 큰 비보이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제 꿈이자 목표지요.”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외국무용수 어떻게 뽑나 서류심사와 오디션 두번 현지서 고용해 한국 파견 대형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외국인 연기자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몰도바, 벨로루시 등의 국가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영진(43) 롯데월드 무대감독은 “임금이나 공연 환경 등에서 우리보다 나은 북유럽 국가들을 선호하는 것이 현지의 대체적인 분위기”라면서도 “그들에 못지않은 조건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여전히 동경의 대상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연기자들은 대부분 최장 11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한 E6 비자를 받아 들어온다. 신분은 한국 회사가 현지에서 외국인을 고용한 후 한국으로 파견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놀이공원 관계자들은 유능한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1년에 한 번 이상 이들 국가로 출장을 간다. 유 감독은 “서류 접수에만 400∼500명씩 몰리는 경우가 많다.”며 “3배수 정도로 줄인 다음, 두 번의 오디션을 거쳐 60명 정도를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또 “연세 지긋한 분들도 찾아와 합격시켜 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몰도바의 경우 우리나라의 싸이월드와 비슷한 ‘모이 미에르’(Moy Meer)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인광고나 업체 간 비교 등의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거대과학의 꿈] 우주개발 등 파급효과 막대… ‘미래의 노다지’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거대과학의 꿈] 우주개발 등 파급효과 막대… ‘미래의 노다지’

    갈릴레이, 뉴턴으로 대표되는 근대과학과 현대과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어디에 있을까. 과학사 전문가들은 ‘복잡성’과 ‘규모’를 꼽는다. 뉴턴이나 갈릴레이가 실험실 또는 연구실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과학의 역사를 썼다면, 현대의 과학자들은 대규모의 실험을 통해 신기술을 개척한다. 특히 우주개발, 원자력, 핵융합 등 최소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수십년에 걸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과학은 ‘빅사이언스’ 또는 ‘거대과학’으로 불리며 과학선진국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등도 거대과학의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거대과학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까. ●아폴로 프로젝트, 생활 바꿔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거대과학의 시작으로 1940년대 진행됐던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꼽는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인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원자폭탄 개발이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원자폭탄의 설계와 제조는 물론 우라늄, 플루토늄, 발사체 등 수많은 신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국 내 대부분의 연구소와 기업이 모두 달려들다시피 했다. 원자폭탄의 개발에 성공해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미국이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국가연구소와 기업들이 획득한 노하우를 하나둘씩 현실에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전세계인의 삶을 바꿔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원자력 발전과 방사광가속기는 물론 이때 얻어진 로켓발사 기술은 향후 우주개발의 원동력이 됐다. 당시 플루토늄 추출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던 오크리지 연구소는 현재 에너지국 산하의 최대 연구소로 전세계 에너지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은 과학기술로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슴 깊이 새기고 1등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1950년대 말부터 시작된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도 거대과학의 중요한 역사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와 최초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등장으로 우주 개발에 있어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소련에 내준 미국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이는 인류의 ‘꿈’이었던 달탐사로 이어졌다. 달탐사의 대명사가 된 아폴로프로젝트 또한 인류의 일상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꾼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우주인들의 식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여과장치는 정수기의 모체가 됐고, 극한 상황에서 우주선과 우주인의 안전을 위해 개발된 단층촬영기술, 화재경보장치, 선글라스 등도 아폴로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특히 아폴로프로젝트에서 사용된 디지털 신호처리 및 화상기술은 컴퓨터 단층장치(CT)와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의료기기의 탄생을 이끌면서 인간 수명을 연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폴로프로젝트에서 얻어진 NASA의 특허는 3000여건으로 이중 1300여건이 민간상품으로 개발됐다. ●한국, 힘찬 행보 시작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베스트셀러 ‘부의 미래’에서 “우주개발 분야에서 1달러를 투자하면 그 경제적 효과는 7∼12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우주 공간으로의 도약이 부의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냉전종식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러시아는 ‘소유스’와 국제우주정거장을 통해 꾸준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 인도 역시 최근 우주개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국도 최근 한국형 로켓 KSLV-1과 핵융합실험로 KSTAR를 내세워 거대과학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래를 장담할 수 없지만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기 위한 도전임에 분명하다. 정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소형 위성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2025년에는 달탐사선을 띄울 예정이다. 올해에만 정부가 주도하는 10조원가량의 연간 연구개발(R&D) 사업 가운데 3% 수준인 300억원이 우주개발이라는 단일 사업에 투자된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각국이 연합해 100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도 참여가 확실시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비즈니스벨트의 중심에 자리잡을 가속기 역시 대표적인 거대과학이다. 한 기에 건설비용만 수조원이 소요되는 가속기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분야에서 동시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계다. 남극과 북극기지 역시 자원개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단순 연구차원으로 무시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이문기 거대과학지원관은 “거대과학에 대한 투자가 선진국으로 가는 밑거름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과거 미국과 러시아 위주로 진행되던 거대과학이 일본, 중국, 인도 등 전세계 국가들의 각축장으로 바뀐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

    2006년 8월1일 영국군 마틴 콤프턴(사진 오른쪽) 상병은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에서 순찰을 돌다가 폭탄을 맞았다. 동료 3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다리에 총상을 입은 그는 겨우 생명을 건졌다. 하지만 전신 70도 화상을 입은 채 목숨만 붙었을 뿐이었다. 사고 직후 영국으로 옮기는 사이에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고비를 세 차례나 넘겼다. 어렵게 영국으로 가서도 3개월간 혼수상태에 빠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3개월 혼수상태… 귀·코도 잃어 올 25세인 콤프턴은 이 전투에서 두 귀와 코를 잃었다. 물론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수술을 해야 할 처지다. 사지(死地)를 헤치고 온 콤프턴이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고향인 영국 남동부 켄트에서 꿈에도 그리던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과 가까운 친인척 100명만 초대됐다. 데일리 메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이란 제목을 달았다. 신부 미셸 클리퍼드(왼쪽·27)는 “나는 단지 (부상을 입기 전) 탐스러운 미소와 빛나는 눈을 지닌 그를 사랑했을 뿐”이라면서 “사람들은 내게 용기가 가상하다고 하는데, 그는 지금도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고 웃었다. ●“꼭 이 자리에 서야만 했다” 콤프턴은 “클리퍼드가 없었다면 살아남지도 못 했을 것”이라면서 “꼭 이 자리에 서야만 했다.”고 되뇌었다. 이 커플은 콤프턴이 입대하기 직전인 2006년 만났다. 중학교 교사인 클리퍼드는 “콤프턴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아주 솔직해서 푹 빠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둘은 그해 6월 약혼했다.2주일 뒤 콤프턴은 입대했으며 아프간엔 4개월 복무할 예정이었다. 아프간 근무 5주일째인 운명의 그날, 그는 덴마크에서 온 군인들과 작전을 수행하던 중이었다. 하필 원래 근무할 순서였던 동료가 앓아누워 대체됐다. 폐허가 된 어느 마을에서 장갑차를 타고 한창 순찰할 무렵 탈레반 무장세력으로부터 로켓 폭탄이 날아 왔다. 장갑차 뒤쪽에 있던 동료 3명을 강타했다. 또다시 날아 온 두 번째 폭탄으로 콤프턴의 몸은 화염에 휩싸였다. 장갑차에서 탈출하다 다리가 부러졌다. 모랫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그는 “탈레반이 갈긴 총에 다리를 맞고 이제 꼼짝없이 죽는구나 했다.”고 회고했다. 클리퍼드는 그가 입원한 뒤 희미하게나마 의식을 보인 3개월간 내내 곁을 지켰다고 한다. 그가 가장 즐기는 밴 모리슨의 ‘갈색 눈 소녀(Brown eyed girl)’와 그룹 퀸의 “난 멈출 수 없어요(Don’t stop me now)’를 줄곧 불러주며 의식을 일깨우려고 애썼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한은 총재 말 한마디에…

    한은 총재 말 한마디에…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는 10일 “환율로 물가를 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이 ‘고물가’에 대한 우려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현재의 환율하락 외에 근본적인 처방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8월부터 금리인상이 1∼2차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인상하면 원화 가격이 올라가 환율은 하락하고, 기대인플레이션 억제로 물가가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원화가격과 관련해 “주식시장에서 결정되는 주가를 당국이 자의적으로 할 수 없고 국채금리를 자의적으로 할 수 없듯이 환율도 당국이 그것을 결정할 수는 없다.”면서 “단지 우리 외환시장의 경우 가끔은 시장의 쏠림현상, 지나친 기대로 시장이 과잉반응하는 것이 있는데 경제환경이 손상될 염려가 있을 때는 정책당국이 경고를 한다든가, 시정해 보려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 이후 1002원대로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하락해 995.60원까지 내려갔다. 마치 지난 9일 외환당국이 점심시간 때 대량으로 달러를 매도하며 개입해 나타난 ‘도시락폭탄’을 연상케 했다. 외환당국은 “이날은 달러를 팔지 않았는데 시장에 단순한 매물이 출현하자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오해해 순식간에 패닉이 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외환당국의 공격적인 달러 매도를 통한 환율 하락 유도는 없었다. 다만 전날 종가인 1004.90원보다 낮은 가격을 유도하기 위해 종가관리에 들어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원 하락한 1002.9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매일 조금씩 환율를 하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에 대해 “국제금융시장이 나쁘니까 자금을 회수하는 차원에서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라며 “그들이 주식을 판 만큼 외환을 가져가야 하는데 그것을 보충하는 방법은 누군가 (외환을) 빌려오든지 외환보유고를 풀어주든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자산가격 급락으로 인한 경제위기설에 대해 “자산가격이 급락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경제에 큰 혼란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모든 제1의 관심사는 물가안정이지만, 소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있는지도 항상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환율 1004원 ‘9년만에 최대 낙폭’

    환율 1004원 ‘9년만에 최대 낙폭’

    9일 외환시장에 ‘천사’가 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 7일 외환시장 개입을 공식 천명한 뒤 3일 만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80원이 폭락한 1004.9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환위기 때인 98년 10월9일 하루에 28원 하락한 이후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외환당국이 사용한 달러 매도 규모를 50억∼60억 달러로 추정하며 ‘융단폭격’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부터 최근 3일 동안 외환당국은 구두개입과 60억∼80억 달러의 실탄개입 등으로 환율을 45.50원 떨어뜨려 990원대로 하락시켰다. 이같은 하락을 두고 외환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정부에 협조하면서 전문가의 솜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와 외환당국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상반되게 나오고 있다. ●‘도시락 폭탄’도 등장 이날 화제는 점심시간대를 이용한 개입이다. 이른바 ‘도시락 폭탄’. 외환당국이 거래량이 줄어드는 점심시간 중 대규모 개입을 단행하면서 환율 급락을 유도했다. 때문에 장중 참가자들이 손절매도에 나서면서 한때 996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개입 시점은 오후 1시 55분쯤 ‘이란의 미사일 발사’ 뉴스가 나오기 직전으로 아주 절묘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유가 상승 유발요인으로 환율상승이 예상된다. 때문에 외환당국은 장마감 직전에도 2차 개입을 시도해 환율을 ‘천사(1004원)’로 갔다 놓은 것이다. 외환당국은 “딜러들의 허를 찔러야 했다.”면서 “시장이 얇을 때(거래가 적을 때) 들어가야 적은 액수로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환당국은 “지난 7일 외환당국이 구두개입만하고 실탄을 쏘지 않은 것은 짧지만 시장에 ‘손절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정부의 의지를 실험하려고 하면 크게 손해볼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역외선물환(NDF)으로 역외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유도한 뒤, 구두개입하고, 달러를 매도하며 실력행사를 하는 등의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 정부가 9일 공기업들에게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게 한 것도 외환보유액을 손대지 않으면서 환율하향 안정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다. ●여전한 상승심리와 악화되는 외부환경 외환딜러들은 그러나 외환당국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한다.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주식매도, 경상수지 적자 확대, 국제유가의 상승,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의 불안 등 외부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외환당국의 움직임은 ‘시장에 역행적’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김성순 차장은 “물가를 위해 환율하락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도 잡고, 환율하락도 유도하는 것이 훨씬 시장 친화적이고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미·러, 동유럽MD 갈등 ‘시한폭탄’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더 험한 상황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 미국이 동유럽의 체코와 폴란드에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新)냉전 바람이 더 강하게 불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BBC 등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카렐 슈워젠베르그 외무장관과 동유럽 MD협정에 최종 사인했다.”며 “러시아는 이에 대해 군사적 카드를 거론하며 강력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서명식 직후 라이스 장관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란으로부터 더 깊어지고 길어지는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이날 “동유럽 MD체제는 러시아가 아닌 이란 등 중동 지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체코가 미국과의 협정을 비준하면 군사·기술적 대응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군사·기술적 대응이 바로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사일 재배치를 포함한 러시아의 전략적 자세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유럽 MD를 둘러싼 두 나라간 갈등의 해법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7일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동유럽 MD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2012년까지 체코에 MD 레이더 기지 설치를 원하고 있지만 이것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 다수당인 체코 야당이 이 계획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어 의회 비준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이 ‘동유럽 MD 구상’에 한발 더 다가섬에 따라 지구촌 안보는 그만큼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16개국 정상 ‘기후변화 선언’ 참여

    16개국 정상 ‘기후변화 선언’ 참여

    |삿포로 진경호 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이 8일 일본 도야코에서 개최된 G8(선진8개국) 확대정상회의에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 다자정상외교 무대에 첫 발을 디뎠다. 이 대통령은 9일까지 이틀간의 짧은 일정 속에 G8 8개국과 8개 초청국(한국 포함)의 정상 17명과 얼굴을 마주하고 기후변화 확대정상회의를 갖는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넉달여만에 갖게 되는 다자외교 데뷔 무대인 셈이다. 이와 별도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등 6개국 정상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기도 한다. ●이 대통령, 선진 외교무대 데뷔 이번 G8정상회의는 크게 네 가지 의제를 다룬다. 기후변화와 아프리카 개발, 고유가·식량 대책, 북핵을 비롯한 핵 비확산 방안 등이다. 기후변화 및 에너지·환경 등 ‘녹색경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범지구적 현안들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이 대통령의 G8정상회의 참여는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수립하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 확대정상회의(MEM:Major Economies Meeting)’의 멤버로,9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16개국 정상선언에 참여하게 된다. 이 정상선언은 2009년 말을 목표로 한 유엔 기후변화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인도 정상회담 공군 전용기 편으로 삿포로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숙소인 게이오플라자 호텔에 여장을 푼 뒤 곧바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폭탄테러로 인도대사관 관계자 4명이 희생된 데 대해 조의를 전하고 “어떤 경우에도 테러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양국간 투자확대와 함께 특히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1200만t 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인도 정부가 적극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120억달러로, 국내 기업의 최대 해외투자사업이자 인도내 외국인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싱 총리가 ‘8월 중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히고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싱 총리는 이어 이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경제학자로서, 빠른 시일 안에 전쟁에서 일어나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은 경제발전의 모델이자 모범사례로 존경심을 갖고 있다. 꼭 방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브라질 정상회담 그랜드 호텔로 옮겨 이뤄진 한·브라질 정상회담에서는 자원·에너지 협력 방안이 중점 논의됐다. 남미 최대의 자원국인 브라질 룰라 대통령에게 이 대통령은 “브라질의 에너지와 자원 개발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 특히 리우-상파울루간 고속철도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관심을 갖고 검토하겠다.”고 답한 뒤 바이오에너지와 조선, 항공, 농업분야 협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룰라 대통령은 이어 최근의 한·브라질 무역역조를 지적한 뒤 브라질산 쇠고기와 농산물이 적극 수출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배석한 브라질 관료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겨냥,“브라질 소는 광우병이 없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낳았다. ●한·멕시코 정상회담 이날 저녁 열린 한·멕시코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에너지·자원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특히 양국간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위한 직항로 조기 개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한국과 멕시코는 같은 중견국가로서, 기후변화 등에 있어서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jade@seoul.co.kr
  • 재계, 하반기 경영목표 잇단 수정

    ●목표 달성 못하면 구조조정 대상으로 현대자동차는 지난 5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하반기 판매촉진 대회를 열고 올해 연간 판매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4만대 적은 63만대로 낮춰 잡았다. 경기침체와 소비위축 등에 대비해 무리한 판매확대보다는 내실경영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기아자동차는 목표치를 기존보다 4만 2000대 많은 36만 4000대로 높였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판매한 것보다 무려 6만 6000대(36%)가 많은 21만대를 판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달 출시된 ‘로체 이노베이션’에 더해 하반기 추가로 나올 2종의 신차를 앞세워 소비침체의 파고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하반기 경영목표 수정이 잇따르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목전에 두면서 사실상 ‘오일쇼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소비·투자·물가·대외수지 등 모든 경제지표들이 일제히 바닥을 향해 치닫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목표는 증권거래법상 경영설명회(IR) 등 공식채널을 통해 밝혀야 하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기업들이 많다. KT는 올해 역점사업으로 설정했던 인터넷TV(IP TV), 인터넷전화(VoIP), 초고속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의 가입자 목표를 이미 낮췄거나 낮출 방침이다. 인터넷전화는 이미 100만명에서 90만명으로 목표를 내려잡았고, 인터넷TV와 와이브로의 가입자 목표는 각각 150만명,40만명에서 하향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고유가 피해가 심각한 대표적 업종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경영목표 달성이 이미 물건너간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8일 “올해 8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다는 계획이었지만 고유가 때문에 목표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1·4분기 영업이익이 196억원에 그쳤고 2분기에는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엄동설한을 맞았다고 모두 웅크리는 것은 아니다.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KTF도 어려운 경기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당초 올해 신규 가입자 770만명을 목표로 했던 KTF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미 지난달 말 630만명(목표의 82%)을 유치했다. 이에 따라 올해 가입자 확보목표를 1000만명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오는 21일 2분기 기업설명회(IR)가 잡혀 있는 LG전자 관계자는 “여건 변화를 감안해 면밀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LG전자는 미국의 비우량 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앞으로 월 단위로 회사 전체 실적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사업본부 및 사업부별로 현금 흐름과 투자 대비 수익률(ROIC)도 점검, 목표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구조조정 대상으로 올릴 방침이다. 25일 IR를 하는 삼성전자는 “유가, 환율, 원자재, 물가 등 경영여건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있지만 아직 하반기 경영목표를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정신 차려라” 오너·CEO도 심상찮은 채찍질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날 300여명의 전 계열사 임원진을 모아놓고 “하반기에는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경영진의 통찰력과 실행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2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보이지만 환율효과 등을 제외하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라.”고 주문했다. 구 회장은 최근 한 달간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계열사 경영진과 연쇄 회동을 갖고 하반기 사업전략과 부문별 위기극복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앞서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국면”이라며 ‘긴축경영’을 설파했다. 신 부회장은 “긴 술자리도 위기상황에 맞지 않다.”며 ‘5(원샷·잔돌리기·강권·폭탄주·2차)-노(NO)’ 운동을 재강조했다. 이수빈 삼성그룹 대외대표도 이달 초 “복합적 위기상황”이라며 사장단의 분발을 당부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기술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며 ‘기술 준비경영’을 지시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위기상황으로 판단되는 시기일수록 임직원 모두가 변화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기회로 바꿔나갈 수 있다.”며 정신 재무장을 주문했다.안미현 김태균 김효섭기자 hyun@seoul.co.kr
  • “쌀로 증류한 한국 보드카” 美 영어사전에 ‘소주’ 수록

    한국 소주(soju)가 미국 영어사전에 실렸다. AP는 7일 미국의 대표 영어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가 소주 등 100여개의 단어를 대학사전(Collegiate Dictionary) 최신판에 새로 수록했다고 보도했다. 메리엄웹스터는 소주를 ‘쌀로 증류한 한국의 보드카’라고 정의했다. 최신판에는 소주를 비롯해 음식 관련 단어가 여럿 수록됐다. 어린 녹색콩 ‘에다마메(edamame)’, 생선을 먹는 채식주의자 ‘페스카테리언(pescatarian)’,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prosecco)’가 그 예다. 방사능 물질이 들어 있는 재래식 폭탄 ‘더티 밤’(dirty bomb)’과 한가닥의 RNA로 이루어진 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norovirus)’,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로 온라인 회의를 뜻하는 ‘웨비나(webinar)’, 블로그 등 인터넷을 통해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인 ‘넷루츠(netroots)’도 새로 실렸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카불 印대사관 폭탄테러… 41명 사망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인도 대사관앞에서 7일 오전 차량을 이용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41명이 죽고,140여명이 부상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대사관은 상점들이 밀집한 카불 도심에 위치한 데다 비자를 받으려는 시민 수십명이 건물 앞에 대기중이어서 사망자 피해가 컸다.목격자들에 따르면 테러범은 인도 대사관으로 진입하려던 외교 차량 2대를 막아선 채 폭탄을 터트렸다. 이로 인해 정문 경비를 담당하던 보안군 요원 2명을 포함해 모두 4명의 인도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내무부는 이번 사건이 현지에서 활동중인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은 탈레반 대원에 의해 자행됐다며 강력 비난했다. 하미드 카르자위 아프간 대통령은 “아프간과 인도의 우정을 훼손하려는 무장단체들의 행위”라고 비난했다.인도 외무부는 성명에서 테러 행위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 뒤 “이번 공격이 아프간 정부와 국민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2001년 미국의 아프간 공격으로 정권에서 축출당한 탈레반은 끊임없이 테러 공격을 감행해 왔으며, 특히 최근 몇달 간 폭력 양상이 심해졌다. 올들어 카불에서 일어난 자살테러 공격은 이번이 6번째이며, 탈레반군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도 올 한 해 2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촛불’이 경제위기 불렀다는데…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남 탓 하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촛불집회에 따른 경제사회적 손실이 5000억원’이라고 하는 등 경제난의 원인을 촛불집회와 유가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촛불집회에 따른 손실의 근거 자료를 작성한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분석이 정확하지 않다고 자인하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에 대처하지 못한 무능력이 경제위기를 부추겼는 데도 정부는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7일 기획재정부 김동수 신임 제1차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KDI의 2006년 분석에 따르면 불법시위는 건당 80억원, 합법시위도 건당 70억원의 경제사회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면서 “촛불시위가 두 달 넘게 장기화되면서 경제사회적 손실이 5000억원 이상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이 근거로 제시한 논문은 2006년 12월 국무조정실이 KDI에 의뢰한 ‘불법폭력시위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에 관한 연구’ 보고서다. 보고서는 “종로에서 2차선을 점거한 불법 시위는 80억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들고. 불법 시위는 10억원 정도가 더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불법 시위의 경우 인근 영업점 손실 비용 55억 2800만원을 비롯해 ▲일반 국민의 심리적 부담 22억 9300만원 ▲교통지체 비용 1억 3600만원 ▲투입 경찰 비용 1억 2200만원 ▲시위 참가자들의 생산 손실 8800만원 등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보고서도 “영업점별로 손해 액수를 제시받아 조사했지만 응답자(상점 주인)가 자신의 손해액을 과다하게 응답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언급하고 있다. 영업점 손실이 전체 비용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비용 분석이 부정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경실련에 따르면 주변 상가의 매출감소는 교보문고를 경계로 북쪽은 경찰이 막아서 생긴 손실이다.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정부는 두달 동안 먹을거리 불안 때문에 경제활동에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기회비용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경제정책 실정으로 생긴 성장둔화를 오히려 국민에게 뒤집어 씌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폭탄’에 대해서도 정부는 국제 유가와 과도하게 상승한 원·달러 환율 등 외부 요인에만 원인을 돌리고 있다.이날 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 “정부가 일부러 환율을 끌어올린 것은 아니다. 과거 5년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가 우리 경제가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평가된 것이 조정된 것”이라고 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고물가 사태를 부추긴 고환율 정책과 성장위주 정책을 진솔하게 반성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물론 국민들의 신뢰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두걸 이경주기자 douzirl@seoul.co.kr
  • [서울광장] 박희태가 폭탄주 끊어야 할 이유/이목희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박희태가 폭탄주 끊어야 할 이유/이목희 편집국 부국장

    1980년대 중후반, 정치권 의 폭탄주 애호가 3인이 있었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를 좌장으로 해 김영구·박재홍 전 의원. 이념·정책을 떠나 술과 의리로 뭉쳤다. 이른바 ‘폭탄계’. 정치인이 즐겨찾던 여의도의 양식집 스페인하우스의 당시 풍경. 이한동·김영구씨 둘이 앉아 술을 마신다. 별 대화가 없다. 폭탄주 잔만 빠르게 주고받고 있다. 두어시간 남짓 각각 스무잔 이상씩 마신다. 박재홍씨의 차 트렁크에는 항상 폭탄주용 양주가 그득했다. 강장제 안주라면서 마를 싣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 먹었다. 쇠고기 스테이크를 고추장에 찍어 안주로 먹는 독특함을 보였다. 이들 폭탄 3총사에 도전하는 달타냥이 1988년 13대 국회에 등장했다. 며칠 전 한나라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박희태씨.3총사와의 일합에서 몇번 우세승을 거두었다. 지금도 역대 정치권의 최고 술실력자가 박희태냐, 이한동이냐는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정치권 진입은 3총사보다 늦었지만 박 대표 스스로는 ‘폭탄주 원조’를 자처한다.1983년 춘천지검장 시절, 언론·검찰·경찰 관계자들 모임에서 폭탄주를 만들어 돌렸다고 했다. 그것이 지금 방식의 폭탄주가 선보인 첫 술자리라고 주장한다. 박 대표의 폭탄주 제조방식은 엄격하다. 맥주를 거품없이 가득 붓고, 양주도 끝까지 채운다. 웬만한 이들은 ‘텐-텐’ 폭탄주 몇잔이면 무너지고 만다. ‘텐-텐’ 폭탄주 십수잔을 마시고도 흐트러지지 않았던 박 대표. 그러나 폭탄주에 장사가 없는 듯싶다. 지난 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장에서 박 대표는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치열한 경선끝 승리가 기쁠 만한데 표정이 영 심드렁했다.TV로 지켜보던 이들이 “박희태가 이제 늙었네.”라고 했다. 박 대표도 체력의 한계를 알 것이다. 근래 들어 폭탄주를 자제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먹더라도 서너잔에서 절제한다. 그런 박 대표를 향해 보수논객 조갑제씨가 폭탄주를 아예 끊으라고 충고했다. 조씨는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반대하는 세력을 ‘미친소 그룹’으로 규정했다.‘미친소 그룹’과 맞서려면 보수의 정신이 맑아야 한다는 논지다. 박 대표는 폭탄주를 끊어야 한다. 호화판 룸살롱에서 폭탄주를 돌리며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넘어가던 시절은 마감해야 한다. 하지만 ‘보수 결집, 진보 고립’ 아이디어를 내는 데 골몰하기 위해서라면 그건 아니다. 그나마 폭탄주의 장점이었던 ‘화합과 포용’의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당내 비주류를 아우르고, 야당·시민사회와 대화하고 권력을 나누는 데 총기(聰氣)를 발휘해야 한다. 박 대표는 우리 나이로 71세다. 한승수 총리,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여권 핵심 3인방의 평균 나이는 70세. 치열한 노력이 없으면 청소년은 물론 중년층의 생각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연배다. 전임 노무현 정부도 그렇고, 새 정부의 초기 실패도 그렇다. 말로는 소통하겠다고 하면서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니 성공할 리가 없다. 박 대표와 한나라당, 여권 전체가 젊어지려는 시도를 해보길 바란다. 겉모습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폭탄주뿐 아니라 양주까지 끊어 보라. 음주가 필요하다면 소주나 생맥주가 좋을 것이다. 젊은이들과 스스럼없는 대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을 들락거리며 쏟아지는 댓글에 담긴 뜻을 읽어야 한다. 막바지 공직의 길에 들어선 박 대표에게 권한다. 나이를 잊은 ‘젊은 대표’가 되기를…. 이목희 편집국 부국장 mhlee@seoul.co.kr
  • 항공·車업계 유가 폭탄에 ‘녹다운’

    항공·車업계 유가 폭탄에 ‘녹다운’

    기름값 폭등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면서 항공·자동차 등 유가 민감도가 높은 업종의 지구력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항공업계는 고유가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조(兆) 단위의 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자동차도 일부 차종에 제한적으로 나타났던 판매부진이 인기차종에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배럴당 83달러 수준이었던 항공유 가격은 1년 만에 162달러로 2배가 됐다.B747-400 비행기로 인천∼뉴욕을 왕복하는 데 드는 기름(60만 파운드)의 가격은 지난해 6월에는 18만 5000달러(약 1억 9000만원)였지만 지금은 32만달러(약 3억 3000만원)로 74%가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비용 중 유류비의 비중이 37%로 껑충 뛰면서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1분기 매출액은 2조 2600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 309억원보다 1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1514억원에서 196억원으로 87%가 떨어졌다. 순이익은 1308억원 흑자에서 325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대로라면 연간 적자폭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항공업계, 감편·운휴 등 한계 적자 급증 아시아나항공도 1분기 매출액이 979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46억원으로 20.6%, 순이익은 33억원으로 72.7% 떨어졌다. 항공사들은 수익이 떨어지는 노선에 대해 감편·운휴 등 비상조치를 하고 있지만 유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9만 8299대로 전월보다 9.0%나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달 4만 8301대를 판매해 지난달(5만 5202대)과 지난해 같은달(5만 6527대)에 비해 각각 12.5%와 14.6%가 줄었다.‘아반떼’(-13.3%),‘쏘나타’(-12.5%),‘그랜저’(-11.9%),‘제네시스’(-20.7%) 등 주력 차종 모두 두 자릿수의 전월대비 감소율을 기록했다. ●차업계 판매부진 인기차종까지 확산 기아차는 경차 ‘모닝’의 선전과 ‘로체’의 신차출시 효과 등에 힘입어 전년동월 대비로는 17.0% 성장했으나 전월대비로는 2.6% 줄었다. 르노삼성과 GM대우도 전월보다 각각 5.2%,4.3% 떨어졌다. 쌍용차는 전월보다 34.5%, 지난해 6월에 비해서는 67.5%나 줄었다. 업계는 판매촉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기아차는 이달 중 ‘로체’,‘스포티지’,‘쏘렌토’,‘모하비’,‘카렌스’ 등을 사는 사람들에게 최고 150만원을 기름값 지원비조로 깎아준다. 심지어 쌍용차도 이달 중 ‘렉스턴’,‘카이런’,‘액티언’ 등을 사는 사람에게 최저 200만원에서 최고 400만원까지 깎아준다. 업계는 차종도 다변화하고 있다. 디젤 모델만 있던 ‘베라크루즈’,‘스포티지’,‘QM5’ 등에 최근 가솔린모델을 추가했다. 르노삼성은 2009년형 SM5를 출시하면서 동승석 파워시트, 후방경보장치 등을 기본으로 장착하면서 값은 그대로 유지해 사실상 값을 내렸다. 류찬희 김태균기자 chani@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미국의 욕망이 부른 불타는 지옥

    아시아에 천착하겠노라 밝힌 지 몇 년이 흘렀다.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친구가 있었다.“거기도 아시아야?” 거기도 아시아다. 유럽제국주의의 식민지 역사로 점철된 아시아는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이념적인 공간이었다. 극동은 왜 극동이고 남아시아가 동남아시아의 북쪽에 붙어 있는 사정을 이해하면 1차 대전 이후 뒤늦게 식민의 역사에 휩싸인 중동이 왜 아시아인가를 알 수 있다. 바로 그 중동의 팔레스타인 서안.4월의 요르단 계곡의 구릉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천년의 세월을 버텨온 올리브나무의 가지와 잎새들은 올리브 열매를 맺을 참이었고 보랏빛 꽃망울을 터뜨린 호르페시(엉컹퀴)와 샛노란 들국의 무리들이 들판을 수놓으며 싱그러운 바람에 물결처럼 흔들렸다. 평화로 충만한 그 땅이 인간들에게는 연옥도 아닌 말 그대로 불타는 지옥이었다. 지중해의 파도가 넘실거리는 텔아비브의 해변에는 패러글라이더가 갈매기와 함께 날고 있었지만 가자의 바다에서는 짭조름한 대신 피 냄새를 담은 바람이 불어왔다. 요르단과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서는 60년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난민 1세대들이 비탄의 한숨 속에 숨을 거두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로켓포의 섬광 아래 울부짖고 있었다. 이 책은 그 지옥, 미국의 중동 패권이라는 이름의 사막의 기름에 대한 비역한 욕망이 짓밟은 땅에 대한 70일간의 기록이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졌지만 이제는 그저 국제뉴스의 일상으로 전락해 버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시작한 언저리에서 시작해, 인종감옥인 반투스탄으로 전락해 버린 서안을 거쳐 왕정독재의 요르단과 폭탄이 터지는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를 마지막으로 기록을 마칠 때까지 그 어디에서도 실낱의 희망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내게 남은 것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미래를 향한 낙관적 희망을 수시로 희미하게 만들며 눈앞에서 나를 조롱하던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이었다. 전쟁과 빈곤, 차별과 공포, 절망과 좌절 그 모든 것들이 일체의 희망을 경멸하고 미래를 비웃고 있었다. 그러나 이 지옥은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가 건너왔고, 건너고 있으며, 건너야 할 사막이었다. 책의 말미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휘청거릴지언정, 팔레스타인에서 요르단에서 레바논에서 그리고 시리아와 이스라엘에서 아시아와 세계에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내가 기록한 것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였다. 창비 펴냄. 소설가 유재현
  • [새 선장에 바통 넘기는 여·야대표] 강재섭 “지난날 상처·허물 다 안고 가겠다 ”

    [새 선장에 바통 넘기는 여·야대표] 강재섭 “지난날 상처·허물 다 안고 가겠다 ”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2일 마지막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주관하며 물러나는 소회를 밝혔다. 강 대표는 정권교체 성공을 최대 업적으로 자부하며 당분간 평당원으로서 관조적 입장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강 대표를 중심으로 한 선진화 정책 모임이 출범할 예정인데다 차기 또는 차차기 국무총리 후보로도 거론되는 상황이라 강 대표의 ‘외유’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이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날의 상처와 허물은 내가 모두 다 끌어안고 가겠다.”면서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 미래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의 화합과 단결을 다지는 축제의 마당이 돼야 한다.”며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간의 세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상황을 경계했다. 강 대표는 당분간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 왔다. 그는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군대를 제대하면 예비군 소집을 하는데 한 1년 동안은 소집 명령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극히 조심해야 하는 3가지 금기는 골프와 폭탄주, 음담패설”이라고 충고했다. 이명박 정부에는 “고스톱에서 ‘초장 끗발이 파장 맷감’이라는 말이 있는데 초장에 흐트러지면 나중에 성공한다.”며 향후 안정적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강 대표는 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는데 정치는 종합예술이니 인생은 짧고 정치는 종합적으로 길다.”는 말을 남겼다.18대 총선 불출마에 이어 대표 임기를 마감하면서도 정계 복귀 의지를 내비친 대목이다. 강 대표의 퇴임 후에도 당내 ‘친강(친강재섭)계’는 지속적인 모임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정국이 다시 꼬일 경우 강 대표가 어떤 형식으로든지 ‘구원 투수’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의 배경이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신축 美대사관 ‘입방아’

    신축 美대사관 ‘입방아’

    미국 대사관 건물을 보면 미 외교 전략이 보인다? 바그다드, 베이징, 베를린 등에 새로 들어설 미국 대사관이 잇따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스위크 최신호(7일자)가 시대에 따른 미 대사관 건물의 변천사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신축 대사관에 쏟아지는 비판은 디자인이 흉물스럽고, 너무 거대하며, 미국식 팽창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지적 등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인근에 개관하는 대사관은 독일 건축평론가들로부터 진부하고, 기괴한 건물이라는 악평을 듣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대사관은 규모와 비용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그린존 안에 총 21개의 건물이 들어서며, 연간 운영비만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비판자들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취할 장기적인 이득을 암시하는 상징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베이징 올릭픽 개막일에 맞춰 8월8일 문을 여는 주중 대사관도 엄청난 크기로 찬반 양론에 휩싸여 있다. 사실 미 대사관의 수난 역사는 뿌리가 깊다.1956년 처음으로 외부 디자인 공모제로 지어진 런던 대사관의 경우 건물 입구에 장식된 황금 독수리상이 ‘외국인 혐오’와 ‘친미주의’를 상징한다며 비난받았다. 미 대사관은 반미주의자의 주 공격 대상이다. 때문에 보안과 외부인 통제는 건축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1998년 동아프리카지역에서 일련의 미 대사관 폭탄 테러 이후 국무부는 성벽으로 둘러쳐진 고립된 복합건물을 공식 디자인으로 규격화하기도 했다. 뉴스위크는 현재 새롭게 지어지는 대사관은 이같은 전례에서 벗어나 주재국의 전통, 상징성과 연계된 건축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으나 이런 변화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베를린의 대사관은 주변 고건축물과의 조화를 고려해 건물 색깔, 건축 자재 등을 신중히 선택했지만 비판자들은 단점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변혁의 중동을 가다] (중)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전쟁 중

    [변혁의 중동을 가다] (중)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전쟁 중

    |예루살렘·헤브론 최종찬특파원| 요르단에서 육로로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3개 국경검문소 가운데 알랜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총을 어깨에 멘 이스라엘 국경수비대원들이 날카로운 경계의 눈초리를 흘리고 있었다. 적성국인 아랍국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 입국절차가 유난히 까다로웠다. 여권심사를 담당하는 여자 군인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이것저것 질문하며 입국자들을 괴롭혔다. 기자 일행은 이란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일부가 조사실로 끌려가 한 시간 가깝게 곤욕을 치렀다. 이 때문에 일행 7명이 모두 빠져나오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출국심사가 까다롭다는 말은 들었는데 입국심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앨렌비에서 만나 이곳까지 같이 온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오말 바셀(19)은 “1994년 미국에 입양돼 14년만에 서안지구에 있는 고향 라말라의 가족들을 만나러 간다.”며 “이스라엘을 싫어하지만 나로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귀띔했다. ●장벽으로 나뉜 두 지역 예루살렘은 성벽을 기준으로 유대지역과 아랍지역으로 나눠져 있다. 유대지역은 산뜻한 건물에 쾌적한 모습이었다. 또한 집집마다 유대 국기를 내걸어 쉽게 알 수 있었다. 반면 아랍지역은 낡은 건물에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거리 곳곳에서 총을 메고 퇴근하는 군인들이 발견됐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총을 메고 밤거리를 다니는 여자군인들도 보았다. 히브리대학이나 시청, 쇼핑몰 등 모든 공공건물은 보안요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폭탄테러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예루살렘성에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성지가 함께 있다. 전세계 유대인의 순례지인 통곡의 벽 앞 광장에는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댔다. 이강근(44) 히브리대 트루먼연구소장은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후 이곳에 있던 100여채의 아랍인 주택과 사원 2곳을 불도저로 밀고 광장을 세웠다.”며 “이곳은 유대인의 정체성의 상징이며 종교 성지이기 때문에 국가 중요행사와 성인식, 결혼식 등이 열린다.”고 말했다. 통곡의 벽에서는 납작한 유대 모자를 쓴 사람들이 벽에 머리를 대고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검은 옷에 중절모를 쓴 사람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바로 종교인들이다. 이들은 직업을 갖지 않고 평생 기도만 하고 산다. 이들의 주수입원은 실업수당과 자녀수당 등 정부 보조금이다. 이 때문에 자녀들을 많이 낳는다. 예루살렘에는 종교인들이 많아 역사상 처음으로 종교인 출신 시장을 배출했다. 우리 루포리얀스키 현(現)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모세 벤지오니 시장 국제관계 자문위원은 “예루살렘은 정치·종교적인 특성을 지녀 운영하기 힘든 도시”라며 “사소한 것도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시정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엄한 베들레헴 가는 길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베들레헴에 들어가려면 이스라엘 시민권자 출입금지라는 경고판이 있는 삼엄한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정부가 발행한 허가증을 보여줘야 통과됐다. 외국인인 우리 일행도 여권을 보여줘야 했다.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마을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만드는 분리장벽에는 낙서가 난무했다. 살아 있는 한 저항한다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분리장벽이 이스라엘인에게 안전의 철옹성이지만 팔레스타인인에게는 고립과 차별의 장벽일 뿐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분리장벽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분리장벽은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유엔이 이를 중단시킬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지만 이스라엘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다. 분리장벽 인근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팔레스타인인 요셉 하스분(34)은 “분리장벽에 대해 매우 나쁘게 생각하지만 익숙해져 있어 화조차 나지 않는다.”며 “이 지역에서 5년 동안 나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갈등하는 시온주의와 반유대주의 가자, 나블로스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3대 저항도시에 속하는 헤브론의 유대인 성지인 막벨라굴 주변은 준전시상태를 방불케 했다. 군초소가 있고 무장한 군인들과 장갑차가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주변 상가는 3곳을 빼곤 모두 셔터를 내린 상태였다. 닫힌 문에는 이스라엘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유대인이 이용하는 버스는 방탄유리가 돼 있었다. 이는 아랍인 자치구역 한가운데 불법으로 자리잡은 정착민 12가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들은 1994년 오슬로협정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가 내린 철수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2006년엔 정착촌 연합회까지 동원해 정부의 강제철수를 막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곳의 경제상황은 패닉 그 자체다. 잡화를 파는 팔레스타인인 무니르 카펠아시(50)는 “4일만에 처음으로 3달러짜리 건전지를 팔았다.” 면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저렇게 지키고 있는데 누가 물건을 사러 오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아랍 무슬림들의 땅인 중동 한복판에서 1948년 5월14일 탄생한 이스라엘은 지난 4월 건국 60주년을 맞아 성대한 축하행사를 벌였다. 의료, 제약, 전자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국민총생산이 연간 5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자인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금 자기들이 2000년 동안 디아스포라(이산)로 세계를 떠돌며 당해왔던 설움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똑같이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 내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사람들도 있다.“양측 사이에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지만 둘 사이에 공존을 위한 화해가 가능하리라 믿는다.”고 말하는 텔아비브대 정치학도 힐리 헐트(22)가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중동 분쟁의 원인은 팔레스타인에 있다고 강변한다. 이 때문에 둘 사이의 평화정착은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유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시온주의가 반유대주의를 낳았다. 이스라엘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했다.“는 어느 외국인의 말을 이스라엘인들은 깊이 되새겨봐야 한다. siinjc@seoul.co.kr ■ 이 인권단체 피스나우 사무총장 “정착촌이 팔 건국 장애 서안지구만 300개 달해” |텔아비브 최종찬특파원|“서안지구 안쪽에 중구난방으로 건설된 정착촌이 팔레스타인 건국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정착촌 건설을 막는 것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 정착의 지름길이다.” 이스라엘 내 최대 인권단체인 피스나우(Peace Now)의 야리브 오펜하이머(31) 사무총장은 수도 텔아비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착촌 건설 반대 방침을 수차례 강조했다.1978년에 설립돼 30년 동안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은 모두 3만명이다. ▶정착촌과 분리장벽 건설 현황은. -정착촌은 서안지구에 300개 정도가 있다. 지금도 계속 건설 중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마을과 마을 사이에 건설된 정착촌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분리장벽은 작년 말 기준 474㎞가 완공됐다. 현재 79㎞가 건설 중이며 237㎞는 건설 예정이다. 이 가운데 40㎞는 콘크리트 장벽으로 돼있고, 750㎞는 철조망으로 돼 있다. ▶주요 활동과 팔레스타인 조직과의 연대 여부는. -두 단계로 나눠진다. 먼저 정착촌 추가 건설을 막는 일이다. 또 하나는 그린라인 부근에 있는 정착촌은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놔두고 안쪽에 있는 정착촌은 하나씩 철거시켜 이 지역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창설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팔레스타인 조직과 이슈마다 대화를 한다. 하지만 오해를 막기 위해 그들과 함께 일하지는 않는다. ▶조직 활동에 어려운 점은 없나 -두 가지 장애물이 있다. 하나는 위대한 이스라엘을 꿈꾸는 정착촌 사람들이다. 또하나는 폭력사태를 조장하는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과격파들이다. 이들은 동맹을 맺은 것처럼 똑같은 목소리로 우리 활동을 반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물이 있는지. -정착촌 건설현장에 회원들이 대거 몰려가 반대시위를 하거나 대법원 제소를 통해 건설을 중단시킨 일이 있다. 또한 분리장벽을 팔레스타인 마을 깊숙이 건설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예루살렘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3대 종교 성지가 있는 구시가지(올드시티)는 한 국가의 영토로 지정하지 말고 누구라도 와서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도록 국제완충지역으로 설정해야 한다. siinj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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