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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삭제 X파일…로또당첨자의 고백

     우리나라 로또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온라인 로또명당 로또리치(lottorich.co.kr)가 지난 19일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441회(5월 14일 추첨)에서 2등당첨에 성공한 조용수(가명) 골드회원은 축하금을 전달하고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당첨자와는 달리 폭탄선언을 했다.  “제 동영상 인터뷰는 모자이크나 음성변조 안 하셔도 됩니다.”  비록 2등 당첨금이 1등 당첨금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고액 로또 당첨자인데 그가 카메라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당첨금 수령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쓰고 남은 돈이 없어요. 친구들이 한턱 내라고 해도 큰 돈 생겼으니 빌려달라고 연락이 오더라도 내줄 돈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 모습이 알려져도 상관없어요.”   <441회 로또 당첨자의 특별한 비법> 바로 가기  ●“힘들었던 시간들…지금은 살 맛나죠!”   조용수 골드회원은 “아직 나이가 어리다면 어린데 빚이 많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으로서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사업을 시작했다가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대출과 현금서비스로 생활을 해왔죠. 그렇지 않아도 사금융권 대출까지 알아보려던 차에 2등에 당첨돼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첨금은 그 자리에서 바로 빚을 갚아 만져보지도 못했지만 가슴이 후련합니다.”  그의 사연은 로또리치 사이트 내 <로또1·2등 당첨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축하 댓글과 응원의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조용수 골드회원이 당첨되기 전 꾼 꿈도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전혀 모르는 동네에서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꿈을 꿨습니다. 바로 다음날에는 탤런트 한예슬씨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고 또 그녀가 날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꿈도 꿧습니다.”라면서 “원래 토요일에 로또를 구입해 왔는데 꿈이 예사롭지 않아 수요일에 샀습니다.”고 말했다.  한편, 조씨가 가입한 골드회원은 로또리치(lottorich.co.kr)가 자체 개발한 ‘로또1등 예측시스템’ 중에서도 엄선된 로또예상번호를 제공받을 수 있는 특별회원제로 월 9900원의 가입비만으로 매주 10조합의 엄선된 특별추천번호를 받아볼 수 있다.  또한 랜덤워크 로또예측시스템 이용권, 퍼펙트조합기 이용권, 추첨·당첨 결과 SMS서비스, 월 1만3000원 상당의 최신 유료영화 500편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월 1만2900원의 인기 유료만화 및 월 3만원의 정통사주운세 서비스 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로또리치 고객센터 1588-0649)    443회 로또1등 예상번호 받아가세요!    출처 : 로또리치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외국인 ‘매도폭탄’… 코스피 55P 급락

    외국인 ‘매도폭탄’… 코스피 55P 급락

    외국인들이 연일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면서 국내 주식을 팔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1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206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8거래일 동안 3조원을 팔아치운 외국인의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증시 조정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55.79포인트(2.64%) 내린 2055.71로 장을 마쳤다. 지수로는 지난 3월 28일의 2056.39 이후 최저치이고 하루 낙폭으로는 2009년 11월 27일(75.02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아시아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일본 닛케이지수가 1.5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2% 이상 내렸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뉴욕증시 하락 등의 영향으로 약세로 출발했다. 장중 운송장비(-5.11%), 화학(-4.02%) 등 기존 주도주가 일제히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두 업종을 중심으로 4093억원을 매도했고 선물시장에서도 7994억원(5827계약)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12일부터 8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이면서 3조 3000억원 이상 팔았다. 개인은 4618억원을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세를 바꾸진 못했다. 기관은 550억원을 매도했다. 그리스발 재정위기와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인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업체의 파업으로 대장주 격인 자동차주가 일제히 하락한 것이 시장에 불안을 확산시킨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에 못 미치면서 외국계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센터장은 “지금 수급 방향의 키를 쥔 것은 미국계 자금”이라면서 “연속되는 순매도는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의 부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외국인 매도세가 단기 차익 실현에 그치지 않을 경우다. 국내 증시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 따라 아예 한국 시장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강한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외국인이 투기적 의도에 따라 국내 증시를 불안하게 할 목적으로 선물을 대량 매도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외국인의 추세적 이탈을 점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경기와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면 다음 달 초 코스피가 반등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다음 달 초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4% 선 밑으로 떨어지면 증시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환율은 15.10원 오른 1097.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15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이라는 시간의 흐름. 찬란했던 르네상스의 중심지 이탈리아 피렌체와 일제 강점기 아시아의 소국(小國) 조선이라는 공간과 위상의 차이. 이 시대를 살았던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위대한 메디치’로 불리며 이탈리아, 아니 중세 유럽을 통틀어 가장 화려했던 가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로렌조 메디치(오른쪽·1449~1492)와 자국의 역사책에조차 등장하지 않는 간송(澗松) 전형필(왼쪽·1906~1962). 겉으로 보이는 배경으로는 너무나 다르지만 이들에겐 엄청난 ‘돈’과 예술을 알아보는 ‘혜안’(慧眼)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통점은 각각 피렌체 우피치미술관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형태로 오늘날 우리에게 ‘인류의 유산’을 향유할 기회를 남겼다. 만약 그들이 막대한 재산을 흥청망청 쓰는 데만 골몰했다면, 또는 재산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가졌다면 중세미술사와 한국미술사는 다시 쓰여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주의 주인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꼽히는 로렌조 메디치와 전형필이다. 막대한 재산을 문화유산에 아낌없이 쏟아부은 이들의 노력이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 결과로 우리는 어떤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서양미술사에만 관심을 갖다가 지난주 간송미술관을 다녀온 후 한국미술의 전통과 매력에 흠뻑 빠진 직장인 윤정은(33·여)씨가 궁금한 점을 모아 인터뷰에 나섰다. →<윤정은> 두 사람 모두 젊은 나이에 상상을 초월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도대체 어떤 가문이었고 재산 규모는 얼마나 됐나. -메디치 내 증조할아버지인 토스카나 대공(大公) 코지모는 피렌체인들 사이에서 ‘국부’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불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은행업을 통해 그야말로 돈을 긁어모으다시피 했다. 가문의 수장이 됐을 때 내 나이 고작 20세였다. 당시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특히 우리 가문은 직물산업의 핵심이었던 ‘백반’(양모 세척제)을 움직였고 메디치 은행의 주요 고객은 유럽 각국의 왕실과 교회였다. 당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었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냥 피렌체가 메디치였고, 피렌체의 모든 것은 메디치 가문의 재산이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전형필 일제 강점기에 와세다대 법대를 다니던 중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다. 서울 일대는 물론 경기도, 황해도, 충청도를 지나면서 우리 집안 땅을 밟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만석꾼 집안이었다. 미곡상을 했는데 내가 24세에 물려받은 논은 4만 마지기(800만평)에 달했다. 1년에 소작농으로부터 쌀 2만 가마니(1만석)를 거둬들였는데, 이를 당시 기와집 값으로 환산하면 150채 정도였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으로 환산하면 매년 450억원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논을 몽땅 판다고 가정하면 6000억원 정도였는데, 이건 그냥 단순한 수치 환산이고 당시 논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훨씬 더 가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조선총독부 기록에 따르면 1년에 나만큼 버는 조선인은 43명에 불과했다. →<윤정은> 역사적으로 많은 재산이나 권력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흥청망청 쓰다 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한국의 재벌 집안만 봐도 그런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실패하지 않았고, 젊은 나이에도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메디치 할아버지 코지모의 영향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피렌체에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있었고, 난 그들과 토론하는 법을 배웠다. 10대 때부터 이미 유럽 각국에서 피렌체를 대표하는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덕에 외국어에도 능통했다. 로마어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리스어까지 능통하게 구사했을 정도였으니. 내 신분은 공식적으로는 돈이 많은 시민이었지만 피렌체 안팎에서 피렌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됐고, 그렇게 살았다. 물론 금욕적인 삶을 지향하지는 않았다. 난 바람둥이였고, 수많은 애인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권력자에게는 그런 게 큰 흠이 되지 않았다. -전형필 난 원래 경성에서 대학을 다니며 조선어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변호사가 될 것을 강권하셨고, 그 덕분에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만든 법을 연구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가업인 장사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해도 부모의 상을 당한 상황에서 본인이 즐기는 데 그것을 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윤정은> 두 사람 모두 예술을 사랑했는데 특히 수집(蒐集)에 관심이 많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메디치 ‘위대한 로렌조’라는 호칭과 달리 난 콤플렉스가 많았다. 심한 주걱턱이었고, 아랫입술이 윗입술을 덮었다. 코도 낮았고 목소리는 거칠었다. 하지만 난 비올라와 류트(당시의 현악기), 승마술, 매사냥까지 섭렵했고 유려한 글솜씨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예술에 대한 조예는 못난 겉모습을 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특히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은 예술가를 지원해 그들의 작품이 자신을 찬양하도록 했는데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난 할아버지나 아버지, 다른 귀족들과는 좀 달랐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일 이외에 고대 미술품을 수집하고 동양의 예술품에도 관심이 많았다. -전형필 일제 강점기라는 당시 사회상에서 난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무엇보다 휘문고보 시절 은사였던 고희동(1886~1965·서양화가) 선생과 3·1 만세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위창 오세창(1864~1953·서예가) 선생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두 분은 내가 어릴 때부터 책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내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고 선생은 나에게 “글을 읽으면서 학문을 닦는 선비가 아니라, 조선의 문화를 지키는 선비가 되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그 결과 나는 왜놈들 손으로 넘어가는 우리 서화와 전적을 지키는 선비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위창 선생은 나에게 ‘간송’이라는 호를 주셨고, 내 수집활동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떤 작품을 모아야 하는지, 어떤 눈을 갖춰야 진품을 구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말이다. →<윤정은> 돈으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은 사실 취미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재산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는데, 다른 목적은 없었나. -메디치 (웃음) 난 상인이었지만 정치인이기도 했다. 정치인에게 100% 순수한 호의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밀라노에 보내고 1488년 안토니오 다 산갈로를 나폴리에 보냈다. 그 공국들에 내가 후원하던 예술가를 보내는 게 좋은 작품을 선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호의를 베풀면서 실은 정치를 한 거였다. 솔직히 내가 예술가를 후원한 돈은 대부분 내가 피렌체의 공직을 겸하면서 공금으로 썼다. 내 재산은 오로지 내 수집품을 모으는 데 집중적으로 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에 대한 환상이 좀 깨지지는 않았나. -전형필 왜 수집에 나섰느냐고 위창 선생이 물었을 때 난 “서화 전적과 골동은 조선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선이 언젠가 독립될 것이란 믿음이 없었는데도 수집을 계속했을지는 나도 자신이 없지만, 난 반드시 독립될 것으로 믿었다. 1933년 성북동에 터를 구해 미술관을 지은 것도 독립이 됐을 때 후손들에게 우리 문화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팔려 갔던 고려석탑을 다시 사 오면서 난 한번 유출된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오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해방된 후에는 이전처럼 문화재를 수집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일제에 더 이상 빼앗길 염려가 없어진 후에는 조선 사람이 모은 것은 모두 조선 것이기에 해방 후에는 문화재를 찾아오는 일에만 전념했다. →<윤정은> 소장품들에 대해 묻겠다. 두 사람의 노력은 우피치와 간송 미술관으로 남았지만 두 사람 모두 박물관의 개관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메디치 우피치는 영어로 하면 ‘오피스’(사무실)를 뜻한다. 그곳은 내 증조부 코지모의 집무실이다. 물론 내가 가장 주목받기는 하지만 우피치 수집품은 우리 가문 전체의 공이다. 14~16세기 르네상스 화가부터 17~18세기 바로크와 로코코에 이르기까지 소장 규모 자체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 조토의 ‘성모자’, 다빈치의 ‘수태고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도록으로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우피치를 박물관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 이후로 200여년이 지난 후 메디치가 최후의 후손이었던 안나 마리아 루드비카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그녀는 모든 재산을 토스카나 공국에 기증하면서 단 하나의 조건만을 남겼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피렌체에서 메디치가의 보물을 볼 수 있도록 어느 것도 피렌체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형필 간송미술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운학문매병’ 등 12점의 국보와 10점의 보물이 있다. 1937년에는 영국 변호사 개스비에게서 청자 20점을 40만원에 사기도 했다. 당시 서울 기와집 400채 값이었다. 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 가치는 후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고, 그것이 원래 내가 수집을 시작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잡스러운 그림을 그린다고 폄하됐던 겸재 정선(1676~1759)을 화성(畫聖)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을 내 최대의 성과로 생각한다. 그럼 내가 묻겠다. 지금 간송미술관에서 당신은 어떤 기분을 느끼나. →윤정은 당대 최고의 좋은 자재로 지었다는 미술관이지만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1930년대의 근대식 2층 건물과 창틀에는 현대미술관처럼 멋진 조명도 없고 첨단 잠금장치도 없다. 화장실 냄새도 코를 찌른다. 아이들이 유리에 온갖 손자국을 내며 코를 박고 보는 모습은 유럽 미술관의 풍경과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전시하지 않아서 좋았고, 온전히 우리 것이라는 것이 더 좋았다. 내가 보고 있는 전시품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생각보다는 조상의 것이라는 사실이 먼저 느껴졌다. 바티칸이나 루브르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친구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다. 간송미술관에 가면 간송이라는 사람과 그가 남긴 뜻이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참고서적 간송 전형필/이충렬/김영사 조선의 그림수집가들/손영옥/글항아리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최완수·한상남/샘터 조용헌의 명문가/조용헌/랜덤하우스코리아 메디치 머니/팀 팍스·황소연 옮김/청림출판 메디치‘의 음모/피터 왓슨·김미형 옮김/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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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제약 ‘흔들리는 1위’

    대규모 리베이트 적발 후 단행된 첫 약값 인하<서울신문 5월 20일자 11면>로 국내 제약업계 부동의 1위인 동아제약이 흔들리고 있다. 약값이 상한 기준인 20%까지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단일 품목만으로도 100억원대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보여 위상 추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약값 인하 폭탄은 제약업계가 리베이트에서 손을 떼지 않을 경우 연간 수백억원의 경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비쳐져 향후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는 데 큰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1위 위장약 ‘스티렌’ 포함 22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지난 19일 약값 인하를 결정한 약품 가운데 동아제약의 매출 1위 품목인 위장약 ‘스티렌’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약값 인하폭은 상한선인 20%로 결정됐다. 스티렌의 약값이 한 알당 231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약값는 185원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지난해 스티렌의 매출(877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연간 175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동아제약이 입을 타격은 곧바로 증시에 반영됐다. 동아제약의 주가는 지난 20일 약값 인하 소식이 알려진 뒤 하루 만에 6.34% 떨어진 9만 4600원을 기록하며 최근 1년 사이 최저가를 나타냈다. 동아제약 내부에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스티렌은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와 더불어 최근 수년간 동아제약의 상승세를 견인한 효자품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약은 동아제약이 2002년 자체 개발해 출시한 천연물 신약이지만, 약값 인하 대상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정부의 단호한 방침에 첫 제물이 됐다. 동아제약은 스티렌 이외에도 추가로 10여개 품목에서 약값 인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많게는 수백억원의 손실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근당도 대규모 타격 불가피 한편 제약업계 10위권에 포진한 종근당도 자사 매출 1위 품목인 고혈압치료제 ‘딜라트렌’(671억원)과 3위 품목인 고지혈증약 ‘리피로우’(226억원) 등이 약값 인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동아제약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경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0)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0)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다행스럽게 사르트르가 있었다. 사르트르는 우리들의 외부였다. 그는 정말로 뒤뜰에서 부는 바람이었다. 그는 우리들에게 새로이 자리잡은 질서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준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그런 수단이었다. 그는 하나의 모델, 하나의 방법 혹은 하나의 전형이 아니라 약간의 신선한 공기, 바람이었다. 카페 드 플로르에 들어서면서 그는 이상하게도 지식인들의 분위기를 바꿔 버리는 그런 지식인이었다.”(들뢰즈 ‘대담’) 1980년 4월 19일, 파리 몽파르나스는 인파로 넘쳐났다. 한 꼬마의 말로 회자되듯이 “사르트르의 죽음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것. 이 스펙터클한 장례식 행렬 속에는 도무지 하나로 파악될 수 없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보기 흉하리만치 작달만한 신체, 까칠한 피부, 썩은 치아, 실명한 한쪽 눈에 콧소리 섞인 목소리를 지닌 철학자. 사르트르만큼 세인의 관심을 받은 철학자가 또 있을까.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의 입을 주시했으며, 그에게 무언가를 기대했다. 그는,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표현대로 ‘대중의 열정과 조급함의 대상’이었다. 사르트르 역시 자신에게 떨어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공적 삶과 사적 삶이 분리될 수 없다고 믿었으며, 자신의 삶과 철학이 당대에든 후대에든 ‘투명하게’ 노출되기를 바랐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열광했고, 또 한없이 분노했다. ●사르트르의 영광과 비참 세계 제2차대전 직후인 1945년.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사르트르의 강연회는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의자가 부서지고 고함소리가 난무했으며, 몇몇은 실신했다. 그들은 왜 거기 모였는가? 그들 중에 난해하기 짝이 없는 텍스트인 ‘존재와 무’를, 그의 처녀작 ‘구토’를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 사르트르는 하나의 ‘유행’이었다. 이 강연은 즉각적으로 그에 대한 오해와 비난을 야기했다. 젊은 들뢰즈와 그의 친구들은 ‘휴머니즘’이라는 낡은 모토에 아연실색했으며, 레비-스트로스를 위시한 일단의 ‘구조주의자’(미셸 푸코를 포함해서)들은 역사와 주체의 책임을 말하는 그의 논리를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르트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존주의’라는 용어는 사르트르의 꼬리표가 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사르트르’라는 이름은 대중문화처럼 삽시간에 소비되었으며, 1950년대와 60년대에 세계 각지의 민족해방운동단체, 혁명집단, 압제당하는 소수집단들은 앞을 다퉈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중에는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인 프란츠 파농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는 증오의 표적이 되었다. 그의 소설 ‘구토’는 세상의 모든 오물과 악취에 비유되었으며, 그의 여성 편력과 취향은 소설 속의 묘사와 비교되면서 끊임없이 가십거리가 되었고, 그의 아파트에는 두 차례에 걸쳐 폭탄이 투하되기도 했다. 좌파, 우파, 공산주의자, 반공주의자, 신, 도덕, 국가 등등 사람들은 사르트르를 거의 모든 것의 이름으로 공격하고 비난했다. 심지어 알튀세르는 이런 ‘사기꾼’의 입을 막으려면 채찍으로 때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 영광과 비참 사이에 사르트르가 있다. 그는 끊임없이 인용되었으며, 그보다 더 많이 오해되었다. 사르트르라는, 한 시대의 아이콘에 대한 애정을 담아 쓴 꼼꼼하고도 깊이 있는 평전 ‘사르트르의 세기’의 저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사르트르에게 가해진 당대의 비난들, 즉 휴머니스트·역사주의자·주체주의자 등의 명명으로부터 사르트르를 구출해 내려고 한다. 사르트르는 영속적인 본질과 내면을 지닌 인간 주체를 믿기는커녕 끊임없이 ‘인간’ 자체를 회의하고 자아를 부정했으며, 고리타분한 역사의 진보 따위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분출하고 단절하고 폭발하는 ‘사건들의 도래’를 기다렸다는 것이 레비의 생각이다. 사르트르의 텍스트에 대한 가치판단은 해석자의 몫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누구나 그를 비난할 수 있었지만 당대의 누구도 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사르트르의 ‘뒤틀리고 왜곡된 사유’를 비난했던 푸코도 마지막 대담에서는 자신이 그에게 진 빚을 고백했으며, 들뢰즈 역시 그러했다. “마지막 철학자는 사르트르야. 알겠나. 우리 모두는 그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어.” ●나는 지식인이다, 나는 작가다 20세기 철학자 중 사르트르만큼 다양한 장르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지식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학, 정치, 연극, 저널리즘, 비평, 방송, 샹송 작사 등 그는 글로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전 영역을 종횡무진했던, 말 그대로 ‘총체적 지식인’이었다. 사르트르가 지향했던 ‘총체적 지식인’의 이미지는 보부아르의 ‘이별의 의식’에 나오는 한 구절로 단번에 짐작된다. “내가 당신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 스스로 스피노자이면서 동시에 스탕달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지요.” 스피노자와 스탕달, 냉정한 철학자와 이야기하는 사기꾼을 동시에 꿈꾸었던 철학자. 사르트르는 자기 시대를 사유하기 위해 수많은 철학자를 경유했고, 이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문학을 필요로 했다. 그에게 문학과 철학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세계에 참여하는 두 개의 동시적 글쓰기요 존재양식이었다. 정치와 문학, 정치와 철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지식인으로, 때로는 작가로, 그는 필요할 때마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언하고 행동했다. 전후에 벌어진 거의 모든 시위 현장에는 사르트르, 그가 있었다. 1947년에 발표된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문학에 대한 이론이라기보다는 ‘쓴다는 행위’에 대한 현재적 질문으로 구성된 텍스트다.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쓰는가? 누구를 위하여 쓰는가? 사실, 아무도 이런 물음을 스스로 제기해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르트르의 답은 이렇다. 작가는 자기 시대에 관해 쓰고, 자기 시대를 위해 쓰며, 그럼으로써 현재의 다수에게 호소해야 한다는 것. 문학작품은 바나나처럼, ‘상하기 전에’ 소비되어야 한다. 문학 자체가 현재의 상황으로부터, 즉 이 시대의 비참함과 가난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후세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을 위해, 지금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게 바로 사르트르의 그 유명한 ‘참여문학론’이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듯이, 사르트르는 ‘문학’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 자체가 이미 ‘참여된’ 것이라고 말한다.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이 세계에 참여하는 행위라는 것. 사르트르는 자신의 작품을 틈날 때마다 가다듬고 수정하는 그런 유의 작가가 아니었다. 작가의 임무는 걸작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대중을 도발하는 것이라는 믿음. 이 믿음 하에서 그는 사유의 속도로 글을 써내려갔고, 불멸의 작가가 되기보다는 현재에 어필하는 ‘공공작가’가 되기를 소망했다. “작가는 설령 그것이 가장 명예로운 방식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기관화되는 것을 거부해야 합니다(…) 인간과 문화는 ‘기관’의 간섭 없이 존재해야 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사르트르는 ‘기관’이 주는 일체의 상과 지위를 거부했다. 1945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거부했으며,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직도 거부했다. 그리고 1964년에는 노벨상 수상마저 거부한다.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줄 뻔했던 작품 ‘말’은 사르트르의 유년기를 담은 일종의 자전소설이다. 사람들은 ‘말’이라는 작품을 통해 사르트르가 ‘참여문학’이라는 유치한 망상에서 벗어나 문학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레비에 따르면, ‘말’은 문학에 고하는 이별선언문이다. 문학이 세계를 치유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야말로 병증이었다는, 자신이 유년기부터 앓아오던 ‘문학’이라는 병증으로부터 이제야 벗어났다는 섬뜩한 고백. 그러니까 스웨덴 한림원은 문학에 이별을 고한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려 했던 셈이다. 희대의 아이러니! 사르트르는 끊임없이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척하면서 대중을 배반한다. 그래서 누구도 사르트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그를 사랑했던 이들도, 그를 증오했던 이들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삶은 그대로 그의 텍스트였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죽음이 말해지는 시대에, 사르트르는 여전히 텍스트와 삶의 일치를 꿈꿨다. 그런 점에서 그는 가장 20세기다운, 20세기의 작가다. “내가 미래에 요구하는 것은, 그 미래가 어떤 것이든지 간에, 나의 작품을 읽어달라는 것이다.” 채운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美, 두차례 신종 핵실험 성공”

    미국이 강력한 엑스선으로 핵무기가 폭발했을 때와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낸 뒤 핵무기의 성능을 조사하는 새로운 실험에 성공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서부 뉴멕시코주의 샌디아 국립연구소(SNL)에서 핵무기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이같은 실험을 했음을 최근 발표했다고 NHK와 교도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 실험에서는 ‘Z 머신’이라는 특수한 장치로 강력한 엑스선을 발생시켜 핵무기가 폭발했을 때와 비슷하게 초고온, 초고압 상태를 만들어낸 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의 반응을 조사했다. 두 차례 다 성공했다. 이 같은 실험결과는 폭발을 일으키는 중추 부분인 ‘플루토늄 피트’가 얼마나 장기간 신뢰성을 유지하는지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실험은 핵폭발을 동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임계 전 핵실험’과 마찬가지지만 핵실험장이 필요 없고 화약도 사용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임계 전 핵실험에선 고성능 화약을 폭발시켜 원자폭탄의 폭발전과 비슷한 충격파를 만들어내 플루토늄을 압축시킨다. 미국은 1992년을 마지막으로 지하 핵실험을 일시적으로 정지했다. NNSA의 고위 관계자는 “(지하 핵실험이나 임계 전 핵실험을 해온) 네바다 핵실험장의 작업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지하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무기의 안전과 성능을 유지한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올 지방직 9급 공채시험 ‘국어 폭탄’

    올 지방직 9급 공채시험 ‘국어 폭탄’

    지난 14일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서 올해 지방직 9급 공채 필기시험을 시행한 결과 국어가 합격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수험생들은 저마다 시험 후기를 남기며 “국어 폭탄”, “미친 국어” 등의 표현을 쓰며 문제 출제 난도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18일 정답 가안에 대한 이의 신청을 마감한 사이버국가고시센터(www.gosi.go.kr)에는 국어 정답 가안에 대한 이의 신청이 가장 많았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국어에서 처음으로 과락” 반응 많아 수험생들은 이번 시험이 지난달 치른 국가직 9급 시험에 비해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어와 행정학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커뮤니티 ‘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cafe.daum.net/9glade)에서 진행 중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18일 현재 설문 참여자 3460명 중 46.9%인 1623명이 ‘4월 국가직보다 다소 어려웠다’고 답했다. ‘아주 어려웠다’는 답변은 819명(23.7%)으로 뒤를 이었다. 한 수험생은 “모든 과목이 국가직보다 어려웠다.”면서 “무서워서 채점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는 응답자의 55.5%(2048명)가 국어를 꼽았다. 국어 다음으로 영어(14.1%), 행정학(13.6%), 한국사(8.8%) 순으로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어는 “처음으로 국어에서 과락(과목별 40점 미만 불합격)이 나왔다.”는 반응이 많았다. ●국어 외엔 대체로 평이 서울 노량진 학원가 강사들은 국어에 대해서는 수험생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지만, 나머지 과목들은 대체로 평이했다는 평가다. 유두선 남부행정고시학원 국어 강사는 “올해 국어의 체감 난도는 시험 전체 합격을 결정할 정도로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이번 국어 시험에는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문법 관련 문제가 9문제로, 문장부호·사전찾기·표준발음·띄어쓰기·표준어·고전문법 등 전 영역에서 고르고 출제됐다. 특히 수능 문제와 유사한 유형의 어휘 문제가 3문제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을 당황케 했다. 유 강사는 “이번 시험을 미뤄 볼 때 앞으로 문법은 원리 학습을 중심으로 모든 영역을 골고루 공부해야 할 것”이라면서 “어휘와 독해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이 중요하고, 문학 영역도 감상법을 익혀 낯선 작품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학은 지엽적 문제가 관건 행정법은 강사와 수험생 모두 비교적 쉬웠다고 평가한 반면 행정학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신용한 행정학 강사는 “세부적인 법령과 학자의 연구 성과를 묻는 문제가 어렵게 느껴졌을 수 있지만, 이는 2~3문제에 불과했다.”면서 “전반적으로는 쉬운 수준의 문제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신 강사는 “이번 시험에는 새롭게 출제된 이론이나 내용은 거의 없었다.”면서 “행정학에서는 행정학자와 행정 용어를 묻는 문제는 언제든 출제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평소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법은 기본이론과 판례, 문제풀이의 단계별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고득점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김용철 행정학 강사는 “행정구제 관련 6문제, 법조문을 묻는 5문제 등으로 구성됐고 대부분 중하위 수준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영어·한국사 비교적 쉬워 영어는 국가직보다 쉬웠고 한국사 역시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평가다. 두형호 영어 강사는 “독해가 전체적으로 쉬웠고 1~2문제 정도는 영어식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풀 수 있을 정도의 고난도 문제였지만 4월 국가직보다는 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험에는 어휘와 숙어 등 표현과 관련된 문제가 고르게 나왔다.”며 “앞으로도 영어 표현과 관련된 분야를 중점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우빈 한국사 강사는 “고려와 조선의 음악을 묻는 지엽적인 문제도 있었으나 대부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을 묻는 문제들로 구성됐다.”면서 “기본 개념을 충실히 공부한 수험생들에게는 비교적 수월한 시험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이의가 제기된 문제를 검토해 27일 확정 정답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도움말 에듀스파
  • 알카에다 임시지도자에 사이프 알아델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오사마 빈라덴의 후임으로 이집트 특수부대 대령 출신의 사이프 알아델을 임명했다고 파키스탄 일간 ‘더 뉴스’와 미국의 CNN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발행되는 ‘더 뉴스’는 알카에다가 최근 모처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알아델을 ‘임시’ 최고책임자로 선출했다고 전했다. 리비아 무장조직 ‘리비아전투그룹’ 지도자 출신인 노만 베노트만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알아델이 ‘최고책임자 대행’으로 임명됐다고 확인했다. 4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알아델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테러현상범’ 명단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이집트 특수부대 장교 출신으로 1980년대에 빈라덴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의 대소련 항쟁에 참여했고, 1998년 케냐 및 탄자니아 미국 대사관 테러사건과 2003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폭탄 테러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 2001년 탈레반 실권 이후 이란으로 도망친 뒤 사우디에 알카에다 지부를 세워 활동해 오다 지난해 파키스탄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 뉴스’는 빈라덴 후임자로 지목돼 온 알자와히리는 알아델의 후원자로서 해외 네트워크를 총괄하게 됐다고 전했다. 알아델의 알카에다 차기 지도자 임명 보도에 대해 테러리즘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다. 베노트만은 먼저 알아델의 임명에 예멘과 사우디 등 알카에다 내 아라비아반도 출신들이 반발할 가능성을 꼽았다. 베노트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알아델을 ‘관리형’ 지도자로 표현하고 “알카에다 재건을 위해 일종의 ‘빈라덴 대행’으로 일정기간 활동하면서 아라비아반도 출신이 아닌 지도부에 대한 조직 내 반응을 점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아델이 북아프리카, 예멘 등 세계 각지의 알카에다 지부조직 책임자들로부터 ‘바야’(충성서약)를 받아낼 수 있을지가 그의 지도력을 판단하는 첫 번째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파키스탄 언론들의 보도가 맞다면 알자와히리가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자와히리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라크와 예멘의 과격 성향 알카에다 조직과 알아델을 지지하는 세력 간 내분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라크 국방부는 18일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이라크이슬람국가’의 지도자 미클리프 모하메드 후세인 알 아자위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사설] 석면으로부터 우리 아이들 구하자

    아이 키우기 어려운 나라에 또 하나 위험이 드러났다. 서울의 학교 건물 대부분에 석면이 포함된 건축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실 5만 4279곳 중 87.8%, 4만 7694곳의 천장과 칸막이, 바닥재와 벽면재에 석면 의심 건축재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또 학교 공사 전후에 실시한 공기질 검사에서는 실제 석면이 검출된 곳도 무려 829곳이나 됐다고 한다. 뜯어보지 않았을 뿐, 아이들이 교실의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석면이란 솜같이 부드러운 섬유 모양의 규산광물로 한 가닥 굵기가 머리카락 5000분의1에 불과하다. 내구·내열·전기 절연성이 뛰어나 건축자재나 전기제품 등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하지만 197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후 선진국에서는 퇴출되기 시작했다. 일본과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60여개국은 석면 사용을 전면 혹은 부분적으로 금지, 규제하고 있다.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이나 후두암과 석면폐, 늑막·흉막에 암이 생기는 악성 중피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조사가 잇따라 ‘침묵의 살인자’ 혹은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국내에선 1970년대부터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 등이 학교와 공공건물 등에 많이 사용됐다. 이들 건물이 낡으면서 공기 중에 석면 가루가 날려 위험하다는 경고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면역성이 약하고 민감한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 공간을 생각할 때 불안감은 커진다. 아이들이 꿈을 키워야 할 교실이 석면 물질을 방치한 위험한 곳이라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싫다. 미래의 국가 인적 자산인 우리 아이들을 석면의 공포로부터 구하기 위해 아이들의 교실만은 깨끗하고 안전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앞으로 석면 제거를 위해 학교 건물의 철거와 폐기물 처리를 할 때도 세심한 관리가 이뤄지기를 촉구한다.
  • 英 여왕 100년만에 ‘화해의 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7일(현지시간) 100년만에 아일랜드를 국빈 방문했다. 영국 국왕이 아일랜드를 방문하기는 아일랜드 독립 이전인 1911년 여왕의 할아버지였던 조지 5세 이후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올해 85세인 여왕이 테러 위협까지 무릅쓰고 아일랜드를 방문하는 것이 양국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는 400년 넘게 영국의 식민지 신세였던 데다가 독립 이후에도 영국 영토로 남아 있는 북아일랜드를 두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테러 위협 때문에 삼엄한 경호가 이어졌다. 런던경찰청에서 파견한 왕실 경호대 120명 등 1만명이 경호에 동원됐고 경호비용만 3000만 유로(약 462억원)나 됐다. 전날 수도 더블린 외곽에 있는 한 버스에서 폭탄이 발견되면서 긴장감도 높아졌다. 여왕이 착륙한 발도넬 공항은 방공시스템을 가동했고 공항에서 대통령궁까지 가는 길은 보행자와 차량 통행을 제한했다. 의례적인 거리 행사도 없었다. 여왕은 대통령궁에서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과 환담한 뒤 크로크파크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이 경기장은 1920년 영국군 발포로 선수와 관중 14명이 숨진 곳이다. 여왕은 아일랜드 독립운동 순국자들을 위한 추모공원과 국립전쟁기념관을 찾아 헌화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WHO & 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 & 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그대의 돈을 책 사는 데 써라. 황금과 지성을 얻을 것이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책처럼 나쁜 평가를 찾아보기 힘든 존재도 없다. TV와 게임이라면 기겁하던 부모들도 책을 읽는 자식의 모습에 흐뭇해하고, 책을 읽는다고(물론 수업시간에 교과서 이외의 책을 보는 것은 예외다) 혼나는 경우도 드물다. 책은 하나의 활자로 똑같이 찍혀 나오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수도 없이 달라지는 독특한 존재다. 책을 통해 성공의 실마리를 잡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을 뒤적이는 사람이 있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책을 사 모으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책에는 ‘베스트셀러’라는 왕관이 씌워진다. 베스트셀러에는 시대와 유행이 반영된다. 1980년대 초반 시(詩)의 시대를 거쳐, 2000년대에는 경영학 책이 각광받았고 최근에는 인문학책이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상인터뷰 ‘Who & What’(후 앤드 왓) 이번 회에서는 어느 직장 여성의 서재에 꽂혀 있는 베스트셀러들이 새로운 친구를 맞게 되면서 벌이는 소동을 희곡 형식으로 풀어 봤다. 출간 당시에 주목 받은 책들이 실제로는 어떤 애환을 겪는지, 또 시간이 흘러가며 잊혀지는 책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들어 봤다.   ========================================================================  ●등장인물  -장혜진. 책을 좋아하는 32세 직장 여성. 빌려서 보기보다는 직접 사서 소장하는 스타일    ●등장도서  -정의란 무엇인가(정의)/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  -아프니까 청춘이다(청춘)/ 김난도/ 쌤앤파커스/ 2010  -셰익스피어 4대 비극(비극)/ 찰스 램/ 성우/ 1984  -곰돌이 푸(푸)/ 앨런 밀른/ 아름드리/ 1995  -시간의 역사(시간)/ 스티븐 호킹/ 청림출판/ 2000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김영사/ 1994  -신의 물방울(물방울)/ 기바야시 신/ 학산문화사/ 2007  -오만과 편견(오만)/ 제인 오스틴/ 민음사/ 2003  -호밀밭의 파수꾼(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문예출판사/ 1998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세계)/ 김우중/ 김영사/ 1989  -수학의 정석(정석)/ 홍성대/ 성지사/ 1992  -성경/ 모세 외/ 성서원/ 2008  -해리포터 시리즈(포터)/ J.K.롤링/ 문학수첩/ 1999  -홀로서기/ 서정윤/ 청하/ 1987  -그 외 책들    ●시간=2011년 5월 15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 1시 무렵    ●장소=책장 여럿과 책상 하나로 가득 찬 좁은 방. 책장은 빼곡히 차 있고,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다.    #1  저녁 7시. 외출을 다녀온 혜진이 방으로 들어서며 불을 켠다. 손에 든 종이가방에서 책(정의, 청춘)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이어 책장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혜진/ 책을 더 이상 꽂을 공간이 없잖아. 정리해서 될 일이 아니네. 다음 주에 회사에서 바자회를 한다는데 좀 내놔야겠네.    손에 종이가방을 든 채로 불을 끄고 방을 나간다.    #2.  밤 11시. 천천히 불이 켜진다. 책장에서 책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새로 온 책들 쪽으로 다가간다.  ▲포터/ (촐싹대며) 또 왔어. 어떻게 밖에 나가기만 하면 새 책을 사 갖고 오냐. 내일이면 누군가 쫓겨나겠는데.  ▲정의/ (천천히 일어서 주변을 둘러본 후 딱딱한 목소리로) 서점에 나가는 순간 입양될 거라고 하더니 정말 그러네. 하루 만에 팔려오다니. 안 그래, 청춘?  ▲청춘/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생각보다는 책이 많네. 주인이 책을 좋아하나 봐. (포터를 쳐다보며) 거기 안경 낀 학생. 이 집 분위기는 어때?  ▲포터/ (순간 멈칫하며) 학생이라니. 이래 봬도 당신보다 열살 이상 위라구. 뭐 아무튼 살을 부대끼며 계속 살게 될 테니 그 정도로 하고. 이 집 주인은 회사원인데,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우. 보아하니 당신들이 정의와 청춘인 모양인데 요새 계속 산다산다 하더니 결국 왔구먼.  ▲정의/ 그런데 서 있을 곳도 없어 보이네.  ▲포터/ (심각한 표정으로) 그래서 당신들을 마음껏 반길 수 없는거유. 새로운 책이 오면 여기 중 누군가는 방을 빼야 한다는 거지.  ▲청춘/ (화들짝 놀라며) 그래요? 미안해서 이걸 어쩌나.    이때 구석에서 초라하고 늙은 모습의 ‘비극’이 천천히 걸어나온다. 온화한 모습이다.    ▲비극/ 아무도 자네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네. 마음의 양식이라는 둥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둥 우리를 떠받드는 것 같지만, 책 팔자는 주인 맘이라오. 많이 팔린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무조건 오래됐다고 책장에서 밀려나는 것도 아니고. 얼마 전 이 집에 왔던 재테크 서적은 베스트셀러라고 뻐기더니 이틀 만에 재미 없다고 어디론가 사라져 갔지.  ▲정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으로) 난 좀 다를 거유. 한국에서만 100만권이 넘게 팔렸거든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얘기는 들어보셨나 모르겠네. 소설이나 재테크 책처럼 날 취급하면 안되죠.    여기저기서 키득키득대는 소리가 들린다.    ▲포터/ (한쪽으로 뛰어가더니 ‘시간’을 두드려 깨운다) 형님 등장하실 시간이에요. 강적입니다.    ‘시간’이 천천히 일어난다. ‘정의’ 쪽을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드러누워 잠든다.    ▲정의/ (얼어붙은 목소리로) 저 분이 누구신데요?  ▲비극/ 스티븐 호킹 교수가 쓴 ‘시간의 역사’라네.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린 친구지. 저 친구의 유일한 문제는 어렵다는 거야. ‘역사상 가장 안 읽힌 베스트셀러’라는 칭호까지 얻었지. 주인도 몇 번 시도하다가 실패하고는 저 상태로 계속 잠만 자고 있어. 똑같은 과학책이라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화려한 사진 때문인지 열심히들 읽었는데. 쯧쯧.  ▲정의/ 그럼 처음부터 사질 말았어야죠.  ▲비극/ 어허. 책은 단순히 지식을 전파하는 도구가 아니라네. 사는 사람의 허영이나 욕망도 반영하고 있는 존재지. 남들이 읽었다면 읽어보고 싶고, 남들이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원하기도 하지. 내 보기엔 자네의 정의론도 호킹의 물리학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네만.    ‘정의’, 갑자기 시무룩해져 주저앉는다. 이때 ‘청춘’이 나선다.    ▲청춘/ 그럼 여기 계속 있는 책은 공통점이라도 있는 건가요?  ▲비극/ 그거야 주인 따라 다르긴 한데. (‘포터’를 가리키며) 저 친구는 형제 23명이 이 집 책장에 있어. 워낙 유명해진 덕분에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개봉 때마다 주인이 줄거리가 기억이 안 난다며 다시 꺼내지.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오만’을 쳐다보며) 저 숙녀분 역시 형제들이 다 이 집에 있지. 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제인 오스틴이거든. (‘청춘’에게 귓속말로) 오스틴이 사실은 글을 정말 못 썼고, 편집자가 엄청나게 고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주인이 상심하기도 했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오며) 여기 이 친구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인데. ‘청춘’ 자네의 조상쯤 되지. 물론 이 집 주인도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실제로 성공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네. 여기 이 날씬한 친구는 ‘홀로서기’라고 아주 감성이 예민해. 한때 한국에도 시집이 베스트셀러 1위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산증인이야.  ▲청춘/ (가장 위쪽을 가리키며) 저기 저분은요? 같은 분들이 여럿인데요?  ▲비극/ (‘청춘’을 손끝을 따라가다가 황급히 눈을 내리깐다) 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기본적으로 몇 개씩 갖게 된다는 ‘성경’이라는 분이야. 굳이 분류하자면 역사책이신데, 최소한 60억권 이상은 팔리셨다더군. 겉표지부터 가죽이신데다 지퍼로 몸을 감싸고 계셔서 대화는 주인하고만 하시지.    ‘비극’이 힘들어하며, ‘포터’를 향해 손끝을 까닥인다.    ▲포터/ 저 옆에 하얀 표지에 두꺼운 분은 ‘정석’인데, 한국 고등학생들의 필수 참고서 같은 거지. 근데 전 세계 100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는 거 아니야. 4000만권쯤 팔렸고, 아직도 매년 100만권 가까이 팔리지. 머리쪽에 때가 많이 탄 것은 사람들이 매번 새로운 마음 어쩌고 하면서 처음 부분만 집중적으로 봐서 그렇대. (‘세계’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며) 아니 저 분도 아직 계셨네. 한국 자서전의 시조쯤 되는 분인데, 대기업 회장님이 쓰신 책이지. 근데 그 기업이 망하고 그러면서 절판됐다던데. 그 옆에 우울한 표정의 친구는 ‘파수꾼’. 그냥 성장소설일 뿐인데, 테러범이나 사이코패스들의 범행현장에 자꾸 발견되는 통에 괜한 오해를 사고 있는 불운한 책이지.  ▲청춘/ 저기 곰돌이 그려진 책은요?  ▲포터/ ‘곰돌이 푸’. ‘어린왕자’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같은 친구들은 다른 집에서는 애들이 크면 다 버리던데, 이 집 주인은 시집올 때 가져왔거든.  ▲청춘/ 저런 동화책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그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뻔한 얘기만 해도 다들 예뻐라 하잖아요.  ▲포터/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고. 쟤 결말이 크리스토퍼 로빈이 크면서 더 이상 푸와 숲속 친구들을 찾지 않게 되는 거더라고. 사실 백설공주도 원래는 왕비를 데려다가 뜨거운 불판에서 맨발로 춤을 추게 했다나 뭐라나.    이 때 ‘정의’가 벌떡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나온다.    ▲정의/ 다 좋은데 쟤는 도대체 뭡니까. (정의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물방울’이 있다.) 만화책 나부랭이는 왜 있는거죠?  ▲포터/ (‘물방울’ 쪽으로 뛰어가 앞을 가리고 ‘정의’를 향해 혀를 내민다.) 너도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 책의 가치는 주인이 정하는 거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지금까지 와인에 대한 어떤 책도 얘만큼 많은 정보를 주진 못했다구. 니가 아무리 베스트셀러라도, 팔리는 순간 니 운명은 주인 맘이야. 주인이 외면하면 넌 그냥 종이쪼가리라니까.    이때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책들 황급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순식간에 암전된다.    #3.    잠옷 차림의 혜진 들어와 불을 켠다. 책장을 살핀다.    ▲혜진/ 잠이 안 오는데 책이나 읽어야지. (구석에서 ‘시간’을 발견한다.) 이 책이 아직도 있었네. (웃음) 오랜만에 한번 다시 도전해 볼까. 뭐 읽다 보면 잠이라도 오겠지.    혜진 불을 끄고 시간을 들고 퇴장한다. (끝)   ※도움말 주신 분 :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 북마스터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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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여왕, 테러위험 속 100년 만에 17일 아일랜드行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7일(현지시간)부터 아일랜드를 국빈 방문한다. 영국 국왕이 아일랜드를 방문하는 것은 1921년 아일랜드가 독립한 뒤 처음이며 1911년 조지 5세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을 찾은 이래 100년 만이다. 북아일랜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영국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은 피로 얼룩진 양국 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와 치유를 강조하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여왕은 남편인 필립공과 함께 방문 첫날인 17일 1919~1921년 독립전쟁 중 숨진 아일랜드 병사들이 묻힌 더블린 전쟁기념관을 방문, 헌화할 예정이다. 이어 1920년 영국군의 발포로 관중과 선수 14명이 숨진 크로크파크 경기장을 방문한다. 모두 민감한 장소들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관계는 한국과 일본 관계에 비유될 정도로 오랜 독립전쟁으로 악화돼 있다. 북아일랜드 신교도와 구교도 간 유혈 충돌이 1998년 평화협정으로 일단락되면서 양국 관계가 개선됐지만 영국 여왕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 아일랜드 국민도 상당수 있다. 15일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양국 보안 당국은 아일랜드의 테러리스트들이 미사일과 로켓 발사대를 구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더블린을 중심으로 테러 경계 수위를 높였다. 또 런던 경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일랜드 공화국군이 런던 중심가에서 폭탄테러를 벌일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혀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LGD 500억대 ‘관세폭탄’ 유기적 민관협력이 막았다

    LG디스플레이가 외교통상부와 관세청, 재외공관 등과 협력해 500억원이 넘는 ‘관세 폭탄’을 막아냈다. LG디스플레이는 16일 “유럽연합(EU)이 그동안 무관세로 진행돼 온 액정표시장치(LCD) 반제품(셀)에 5% 관세를 부과하려 했지만 외교부와 관세청, EU 각국 대사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관세품목 변경 건을 철회시켰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유럽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2007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모듈 공장을 준공해 국내에서 만든 LCD 반제품을 이곳에서 조립해 판매하고 있다. EU 지역에서 LCD 셀은 무관세 품목인 ‘액정디스플레이’로 분류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폴란드 관세당국이 한국이 수출하는 LCD 셀을 ‘TV 기타 부분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LG디스플레이가 2009년 5월부터 LCD 셀에 구동칩 등 일부 부품을 추가해 수출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EU가 폴란드 관세당국의 의견을 받아들일 경우,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5월부터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는 오는 7월 이전까지 약 2년 2개월간 폴란드에 수출한 LCD 반제품에 대해 5%의 관세를 내야 한다. 금액으로는 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는 ‘관세 폭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부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우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직접 나서 폴란드 재무부 장관과 EU 조세·관세담당 집행위원에게 서한을 보냈다. EU 각국 대사관의 해당 지역 담당자들을 일일이 설득했다. 당초 EU 관세 당국은 폴란드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외교부와 관세청 등은 굴하지 않고 EU 관세위원회 회원국을 설득, 결국 지난달 열린 관세위 정기총회에서 무관세 유지 결정을 얻어냈다. 덕분에 LG디스플레이는 이미 납부한 보증금 형태의 관세 220억원도 환급받을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건은 민간 기업과 외교부, 관세청, EU 각국 대사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성공시킨 대표적인 민·관 협력의 모범사례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데스크 시각] 금감원이 사는 길/박정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금감원이 사는 길/박정현 경제부장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감독원 비리로 발전됐고, 이제는 ‘금융강도원’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사태를 보면서 국회 청문회를 다시 들어봤다. 지난 4월 20일 국회는 전·현직 금융 수장을 불러모아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 규명 및 대책 마련 청문회를 가졌다. 참석한다, 안 한다는 논란 끝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참석해 뉴스 가치는 어느 때보나 높았지만 차분히 청문회 중계를 지켜볼 여유는 없었다. 한달 가까운 시간이 지난 시점에 굳이 국회 홈페이지를 찾아가 동영상을 다시 들여다본 까닭은 국회의원들이 금융 수장에게 뭐라고 했을지가 궁금해서다. 그리고 금융수장들은 어떤 방어 논리를 폈을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실 저축은행 정책을 편 금융위의 잘잘못에 관심이 집중됐고, 금감원은 책임 공방에서 살짝 비켜 있는 듯했다. 회의는 오전에 시작됐건만 이헌재·진념 전 부총리는 오후 4시쯤 느긋하게 출석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 수장을 대상으로 정책 잘못을 따졌고,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의 금융 수장을 타깃으로 삼는 분위기였다. 이헌재·진념 전 부총리, 전광우·진동수 전 금융(감독)위원장, 김종창 전 금감원장 등의 전직 수장 5명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감원장 등 8명의 증인. 그들은 명성답게 국회의원들의 질타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정책적인 실패였지 않느냐, 지금이라도 실패였다고 인정하라는 식의 국회의원 추궁에 수장들은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면서 “지금이라도 그때의 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부실의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위풍당당했다. “공직자라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에둘러 책임을 인정하는 ‘따거’의 모습을 보여준 이는 윤증현 장관 정도가 유일했다. 우리나라에는 왜 앨런 그린스펀 같은 이가 나오지 않는가.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시절에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해 고해성사했다. 자신의 정책이 70%는 옳았지만, 30%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틀린 것 같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일부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무려 21년 동안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맡았던 그로서는 경제정책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무척이나 자존심 상했을 법하다. 숱한 금융 수장들이 정책수립과 집행을 했건만 공식 사과는 김석동 위원장의 몫이었다. 김 위원장은 3월 17일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를 하면서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었다. 저축은행이라는 폭탄돌리기를 하다가 자신의 임기에 터진 것을 놓고 전직 금융 수장들을 대리한 포괄적인 사과의 성격이다. 잘못된 저축은행 정책을 펴서 영업정지 사태를 빚고, 예금주들에게 불편을 준 데 대한 사과인 동시에 예금한 돈 가운데 5000만원이 넘는 돈 2173억원을 찾지 못하게 된 3만 2000여명의 예금주를 향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뿐이다. 직원이 강남 이사 비용 명목으로 2억원을 받고, 승용차를 받아 챙긴 사실이 밝혀져도 금감원은 말이 없다.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대통령이 금감원을 방문해서 유례 없는 질타를 해도 마찬가지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서인가. 침묵 속에는 현재의 소나기가 시간이 지나면 곧 그칠 것이라는 안일함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자신들은 평균 연봉 9000만원을 받으면서 ‘소박하게’ 살고 있을 뿐이고, 일부 직원들이 저지른 개인 비리에 불과한데 왜 금감원 조직 전체를 흔드느냐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현재의 검찰 수사 진행상황이 본질과 달리 왜곡돼 있다는 불만도 가질 법하다. 금감원은 사상 최대 규모라는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 추스르기도 중요하겠지만 금감원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에 대한 처절한 반성을 해야 한다. 수습책에 앞서 밥그릇 싸움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금감원이 사는 길의 시작은 반성과 사과다. jhpark@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폐질환 겁나! 신영록 힘내!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폐질환 겁나! 신영록 힘내!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서인지 사회성 소식이 순위권에 올랐다. 1위는 ‘신종폐질환’. 임산부들 가운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유행성 질환이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감기처럼 시작해 급속히 중증 폐렴으로 넘어가고 급기야 폐 세포가 딱딱하게 굳어버린다는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2위는 ‘서울역 터미널 폭발 사고’가 차지했다. 지난 12~13일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등의 물품보관함에서 폭발물이 발견됐거나 폭발했다. 사제 폭탄 폭발 사건 용의자 3명은 지난 14일 모두 검거됐다. 용의자들은 주가폭락을 유발해 이득을 얻으려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축구 선수 신영록의 ‘부르가다 증후군’(6위)과 ‘행군 훈련병 사망’(9위) 소식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부르가다 증후군은 부정맥의 일종으로 불규칙한 맥박 때문에 돌연사로도 이어지는 증상이다. 야간 행군 뒤 급성 호흡 곤란으로 숨진 23세 육군 훈련병은 부검 결과, 뇌수막염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은 훈련소가 고열을 호소하는 훈련병에게 고작 해열제 2알을 처방한 점을 들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핑크빛 소식도 빠질 수 없다. 4위엔 ‘박지성 결혼설’이 올랐다. 허정무 감독의 딸 허은씨와의 결혼 얘기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양측 모두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5위에 오른 ‘이선균 무릎팍도사’ 역시 설(說)에 대한 해명이다. 배우 이선균은 채정안과의 스캔들 소문에 대해 “당시 다른 피디도 함께 있었는데 사람들이 피디를 못 알아봐 둘만 있는 줄 오해했다.”고 해명했다. ‘아사다 마오 열애’ 소식은 10위를 차지했다. 마오가 일본 남자 피겨 간판 다카하시 다이스케와 열애 중이라는 일본발 보도가 나왔다. 또 다른 피겨 선수 안도 미키도 러시아 코치와의 결혼설이 흘러나왔다. 7위에 오른 ‘유진 기태영 결혼’은 유일하게 진짜 성사된 연애담이다. 두 사람은 1년 반 연애 끝에 오는 7월 23일 결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3위엔 임재범, BMK, 김연우의 가세로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올랐다. 박지성이 활약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소식은 8위에 올랐다. 지난 14일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며 리그 1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주가 폭락 노리고 사제폭탄 터뜨려”

    “주가 폭락 노리고 사제폭탄 터뜨려”

    최근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서 발생한 사제폭탄 폭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선물투자 실패에 좌절한 한 투자자가 주가 폭락을 유발해 이득을 얻으려고 저지른 계획적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주범 김모(43)씨를 전날 붙잡아 조사한 결과, 김씨가 2010년 7월 출소 후 3억 300만원을 빌려 주식 선물거래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1일 선배로부터 5000만원을 빌려 주가가 내려가면 큰 이득을 보는 ‘선물옵션 종목’에 투자한 뒤 “공공시설에서 폭발 사건이 일어나면 주가가 내려가 큰 이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를 고려해 범행일도 풋옵션 만기일인 12일로 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달 인터넷에서 ‘사제폭발물 제조법’ 을 검색, 폭발물 제조법을 배운 뒤 지난해부터 알고 지낸 공범 이모(36)씨를 통해 폭죽 8통과 타이머·배터리 등 21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이씨로부터 폭발물 재료와 장비 등을 건네받은 김씨는 지난 12일 오전 4시쯤 천호대교 밑 한강공원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 안에서 폭발물 2개를 조립, 같은 날 오전 10시 50분과 11시 50분에 각각 폭발하도록 설정했다. 이어 김씨는 같은 날 오전 5시 30분쯤 교도소 복역 때 알게 된 박모(51)씨에게 폭발물이 담긴 가방 2개를 건네면서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 1개씩 넣어주면 3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 박씨가 이를 보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김씨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부유층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신에게 사업자금 1억원을 빌려주겠다고 해 재료를 구입해줬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은 반(反)사회적 이상성격자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테러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모한 범죄로 판단된다.”면서 “이들이 인명을 해치려 한 의도는 드러나지 않았고, 전문 지식이 없어 폭발물의 위력도 가늠하지 못했으며,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고 당일 코스피200지수는 전날 대비 2.19% 떨어지는 데 그쳤다. 경찰은 주범 김씨에 대해서는 폭발물 사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이씨와 박씨는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며, 김씨의 채권관계나 증권계좌 손실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작업을 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서울경찰청에 도착한 김씨는 “죄송하다. 빚 독촉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사제폭탄’ 의심 신고 잇따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에서 ‘사제폭탄’이 터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폭발물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경찰 특공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3일 오전 11시 38분쯤 서울 역삼동 지하철 2호선 역삼역 개찰구 근처에 폭발물로 추정되는 상자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1시간여 만에 위험한 물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오후 6시쯤 서울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7번 출구 근처 기둥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방치된 헝겊 가방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단순 분실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사제폭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용의자가 찍힌 폐쇄회로(CC)TV를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12일 오전 5시 55분쯤 서울역 동측 광장 계단으로 걸어 내려가는 모습이 서울역 옥상 CCTV에 잡혔고, 이어 오전 6시 20분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물품 보관장소 인근 CCTV에 배낭이 없는 상태로 걸어가는 장면이 촬영됐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파키스탄 軍훈련소 자폭테러… 탈레반 보복 본격화

    파키스탄 북서부 차르사다 샤브카다에 있는 국경수비대 훈련소에서 두 차례 연쇄 폭탄테러가 13일(현지시간) 오전 발생해 최소 80명이 숨지고 120여명이 다쳤다. 범인은 ‘파키스탄 탈레반운동’(TTP) 대원이었다.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P는 사망자 가운데 66명이 신병이었고 민간인 희생자도 일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BBC는 올해 들어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테러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폭탄 테러 직후 아사눌라 아산 TTP 대변인은 AFP통신과 전화통화를 통해 “우리 지도자 하키물라 메수드가 오늘 공격은 오사마 빈라덴의 순교에 대한 첫 번째 보복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더욱 강력한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 땅을 지키려는 파키스탄 군의 작전은 실패했다.”고 조롱했다. 테러가 발생한 샤브카다는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장악한 북서부 중심도시 페샤와르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지점이다. TTP는 현재 최고 지도자인 하키물라의 형 바이툴라 메수드가 2007년 조직한 단체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연방직할부족지역(FATA) 내 남(南) 와지리스탄을 본거지로 삼아 활동해 왔으며 3만∼3만 5000명으로 추산되는 대원 대다수는 파슈툰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2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과 2009년 3월 라호르 경찰학교 습격사건 등 굵직한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더욱 악명을 떨쳤다. 미국은 당시 지도자였던 바이툴라를 잡기 위해 500만 달러나 되는 현상금을 내걸었다. 결국 2009년 무인기를 이용해 바이툴라를 죽였지만 TTP는 곧 조직을 재정비했다. 이날 오전 6시 10분쯤 군 훈련소 입구에서 폭탄 조끼를 두른 테러범이 오토바이를 몰고 신병들이 타고 있는 군 차량에 접근해 폭탄을 터뜨렸다. 훈련과정을 마친 신병들이 열흘 휴가를 받고 훈련소를 나서던 찰나였다. 난장판이 된 현장으로 또 다른 테러범이 오토바이를 몰고 와 폭탄을 터뜨렸다. 삽시간에 훈련소는 ‘피의 웅덩이’로 변했고, 시신과 군인 모자, 신발 등이 처참하게 뒤섞였다. 신병들이 타고 있던 차량 10대도 파손됐다. 경찰은 테러 용의자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한 폭발물의 무게가 6~8㎏이나 됐고, 다른 폭발물에는 볼베어링과 못 등을 파편으로 사용해 살상력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다리에 부상을 입은 한 군인은 “차 안에 앉아 있는데 작은 폭발음이 들려 왔다. 잠시 뒤 두 번째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면서 “순간 길바닥에 내던져져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중국 은행서 사제 폭탄 ‘쾅’ 수십명 부상

    중국의 한 은행에서 사제 폭탄이 폭발, 수십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 오전 8시 30분(이하 현지시간) 경 중국 북서부 깐수지역의 한 지역은행에서 가솔린으로 만들어진 사제 폭탄이 폭발해 미팅을 위해 대기중이던 은행원들이 참사를 입었다. 이날 오전까지 총 60여 명이 폭탄에 피해를 입었으며 이중 19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사제 폭탄을 은행에 던지고 현장에서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당국에 따르면 범인은 지난달 자금 횡령 혐의로 이 은행에서 해고된 직원인 것으로 보이며, 해고에 앙심을 품고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서울역·고속터미널 보관함 연쇄 폭발

    서울역·고속터미널 보관함 연쇄 폭발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에서 사제폭탄으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잇따라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오전 11시 7분쯤 서울역 2번 출구 대합실의 물품보관함에서 연기가 치솟아 경찰이 긴급 출동했다. 보관함에서는 불에 탄 등산용 가방과 부탄가스통, 전선, 타이머, 유리조각 등이 발견됐다. 인근 상인 윤모씨는 “물품보관함에서 전기가 합선된 것처럼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났고, 이어 연기가 새어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1시간 뒤인 낮 12시 2분쯤에는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대합실의 물품보관함에서도 부탄가스가 터지면서 불이 났다. 이곳에서도 서울역과 똑같은 물품이 발견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꽝’ 하는 폭발음으로 시민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타이머 장치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공대 폭발물처리반(EOD)을 투입해 폭발물 탐지 작업을 벌이는 한편, 두 곳의 물품보관함과 잔해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가스와 반응해서 폭발할 수 있는 물질이 가방에 들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감식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역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오전 5시 51분쯤 검은색 상·하의에 모자를 쓴 남성이 불이 난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집어넣은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동일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범인을 쫓고 있다. 이영준·윤샘이나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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