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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반복되는 검사 일탈, 검찰 조직 맹성하길

    높은 도덕성과 준법정신을 요구받는 직업들이 있다. 특히 검사와 판사는 죄를 다루기 때문에 더욱더 도덕과 법을 잘 지켜야 한다. 스스로 도덕을 모르고 법을 밥 먹듯 어긴다면 다른 사람의 죄를 다스릴 자격이 없다. 평생을 청렴하게 살며 불의에도 굴하지 않았던 법조계의 사표(師表)들은 그런 유훈을 남겼다. 그러나 점점 더 권력에 취하고 세속에 물들면서 현시대의 검사들은 선배들이 쌓아놓은 고귀한 업적과 명예마저 더럽히고 있다. 검찰에 또 추문이 연달아 터졌다.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고, 기자를 성추행하고, 자기 사건을 변호사 매형에게 넘겨주는 등의 비리가 채 잊히기도 전이다. 이번에는 검사가 자신이 수사를 맡았던 여성 연예인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 연예인이 성형수술이 잘못됐다고 하자 의사를 찾아가 재수술을 해주고 수술비를 돌려주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딱해서 도와줬다”고 가당찮은 변명을 했다. 피의자와 사건 외의 교류를 한 것부터 잘못이다. 그에 그치지 않고 해결사 노릇을 하며 의사를 협박했다고 하니 폭력배와 뭐가 다르겠는가. 검사들의 성추문은 더 입에 올리기도 민망하다. 재작년 말 서울남부지검 최모 부장검사의 여기자 성추행이나 이번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2차장검사의 성추행이나 모두 과음 탓이었다고 당사자들은 둘러댔다. 폭탄주 파동으로 조직이 흔들렸던 검찰에 아직도 주정꾼들이 주요 보직에 앉아있으니 기실 변한 게 없다. 최 부장검사는 정직 처분을 받았지만 이 차장검사는 겨우 경고만 받고 지방 지청장으로 발령났다. 이런 감싸기 문화가 존재하는 한 검찰의 변화는 요원하고 개혁도 헛일이다. 검사들의 일탈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권력자인 양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피의자에게 가혹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과거는 안하무인의 태도로 여전히 남아 있다. 피의자를 어르고 결탁하고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로도 변질됐다. 그런 검사들에게 성추행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인지 모른다. 말단까지 검사 개개인의 뼛속 깊은 반성과 응분의 처벌이 따르지 않는 한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지 않으면서 “도덕, 도덕” 아무리 외쳐봤자 더 속을 사람도 없다.
  • [주말 인사이드] 酒여! 순해지니 술~술 팔립니다

    [주말 인사이드] 酒여! 순해지니 술~술 팔립니다

    회사원 이모(33)씨는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카페를 빌려 대학 동기 동창들과 송년파티를 열었다. 파티를 주최한 이씨가 준비한 음료는 와인에 주스와 사이다, 잘게 썬 과일을 넣은 상그리아와 맥주였다. 이씨는 “삼겹살과 폭탄주가 주인공이 되는 송년회는 직장에서도 퇴출당한 지 오래됐다”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술은 분위기를 돋우는 정도로만 가볍게 마셨다”고 말했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도수가 낮고 달달해 마시기 좋은 저도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부어라, 마셔라”하는 음주 문화는 점점 밀려나고, 적당히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독한 술을 꺼리는 젊은 세대와 여성이 새로운 주류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것도 저도주 인기의 배경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주류 소비량은 점진적으로 줄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보건 통계(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의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은 8.9ℓ로 OECD 평균치인 9.4ℓ보다 5.6% 적었다. 우리나라의 주류 소비량은 2003년 이후 한번도 OECD 평균을 넘지 않았다. 소주 가격 인상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주류 소비가 늘었던 2008년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성인이 마시는 술의 양은 8ℓ 후반~9ℓ 초반에 머물면서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는 국내 주류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더 이상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해마다 2~3%대로 완만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시장 규모 자체는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주류 수입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술이 출시돼 소비자의 선택 폭은 넓어졌다. 이 가운데 도수가 높은 술은 소비가 줄고 상대적으로 순한 술의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40도 이상의 대표적 고도주인 위스키 출고량은 2005년 3만 2000㎘에서 2012년 1200㎘로 96.3% 감소했다. 25도 이상인 소주는 같은 기간 93만㎘에서 95만 1000㎘로 2.3% 증가에 그쳤다. 반면 알코올 함량이 각각 7도와 11도인 탁주와 약주의 출고량은 2005년 21만 1000㎘에서 2012년 46만 5000㎘로 120.4% 증가해 2배 이상 성장했다. 4도 안팎인 맥주 출고량도 같은 기간 183만 7000㎘에서 203만 1000㎘로 10.6% 늘었다. 주류업계는 소비자들의 저도주 선호 경향에 맞춰 알코올 함량을 줄이고 단맛과 과즙, 탄산 등을 첨가한 약한 술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각 업체는 저도주가 대세로 자리 잡은 일본 주류시장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체 주류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 RTD(Ready to Drink) 타입의 저알코올 혼합음료와 무알코올 맥주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RTD 주류는 럼, 보드카, 위스키 등에 과일향과 탄산을 넣어 도수를 낮춘 칵테일을 바로 마실 수 있게 병이나 캔에 담아 판매하는 상품이다. 일본 주류식품통계월보와 야노경제연구소의 조사 등에 따르면 일본 내 주류 판매량은 2001년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일본 주류시장 규모는 3조 5500억엔(약 35조 9330억원)으로 2007년(3조 9100억엔)보다 9.2%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약한 술의 판매는 증가세다.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일본의 RTD 주류 판매량은 73만 7400㎘로 전년보다 104.0%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102.0% 증가한 75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을 제거한 무알코올 맥주도 2012년 22만 2000㎘가 판매됐다. 4만 7000㎘가 판매된 2003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최근 국내 업계도 일본을 벤치마킹해 잇따라 저도주를 출시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2012년 11월 ‘하이트제로 0.00’을 선보였다.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아 알코올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맥주 스타일의 음료다. 이 제품은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700만캔이 팔렸다. 주류업계는 올해 무알코올 음료가 전체 맥주 시장의 1%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순당은 2012년 8월 캔막걸리 ‘아이싱’을 내놓고 젊은 소비자를 공략했다. 기존 막걸리보다 도수를 2도 낮춘 4도 막걸리로 열대과일인 자몽과즙을 첨가해 막걸리 칵테일을 표방했다. 아이싱은 출시 이후 2012년 말까지 400만캔이 팔렸고, 지난해 1~11월 450만캔이 나갔다. 월평균 판매량이 50만캔 이상으로 시중에 판매 중인 일반 국순당 캔막걸리(월 평균 20만캔)보다 2.5배 이상 매출성과가 뛰어나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5월 매실원액에 화이트와인을 더한 알코올 함량 10도의 ‘매이’를 내놓으며 저도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보니또 코리아는 남미 와인 원액에 포도, 사과, 레몬 등 과일주스를 배합한 ‘보니또 상그리아’를 종이팩 형태로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알코올 함량은 4.5도다. 저도주는 1인 가구의 구매율이 높은 편의점에서 판매 증가세가 뚜렷하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세븐일레븐에서 지난해 RTD 주류의 매출은 전년 대비 12.4% 증가하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과 맛 나는 맥주’로 알려진 스웨덴의 애플사이다 소머스비, 크루저 블루베리, 후치 애플 등 과일향이 첨가되고 알코올 도수가 4도 안팎인 저도주 상품은 여성 구매 비율이 67.5%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하이트제로와 밀러 맥스라이트 등 무알코올 맥주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매출이 44.5% 증가했다. 이 편의점에서 지난해 전체 막걸리 매출은 상반기 대비 9.6% 증가에 그쳤으나 저알코올 막걸리는 20.1% 증가해 성장세가 두 배 이상 높았으며, 여성 구매 비율이 65.0%를 차지했다. 김상엽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장은 “20대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면서 여성의 주류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씨유(CU)에서도 여성을 겨냥한 RTD 주류의 매출이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바카디 모히토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937.4% 증가한 것을 비롯해 소머스비, KGB 레몬(28.0%), 머드쉐이크쵸코(27.6%) 등이 많이 팔렸다. 여성의 음주율은 해마다 증가세여서 여성들이 주류 시장의 잠재 소비자로 주목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월간 음주율은 2012년 42.9%로 2005년 36.9%보다 6.0% 증가했다. 남성의 월간 음주율은 2012년 73.5%로 2005년(72.6%)보다 0.9% 느는 데 그쳤다. 여성의 음주 증가율이 남성보다 6배 이상 높은 것이다. 월간 음주율은 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한 비율을 말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술을 취하려고 마시기보다는 친교를 위해 마시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앞으로도 저도주의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주도적 추진 박재규 前 통일장관에게 들어본 ‘김정은 체제 2년’

    [김문이 만난사람]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주도적 추진 박재규 前 통일장관에게 들어본 ‘김정은 체제 2년’

    지난 12일 북한의 사실상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세계의 이목이 북한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젊은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를 지켜보며 앞으로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장성택의 처형이 북한을 새로운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북한에서 대규모 숙청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에서 일어날 후폭풍과 남북 관계, 나아가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2년을 맞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최근 인민군 설계연구소와 마식령 스키장 등 각종 위락시설을 돌아보며 장성택 처형이라는 ‘큰 사건’을 마무리하고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듯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대한 실적 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평양발 소식은 북한이라는 특수체제로 인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혼돈’과 ‘혼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김정은 체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 그에 따른 남북 관계는 향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박재규(경남대 총장) 전 통일부장관을 만났다. 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남북장관급회담 남측수석대표, 대통령자문 통일고문 등을 지낸 바 있어 누구보다도 북한 권력층의 내부 사정과 한반도 주변 정세에 밝은 인물로 꼽힌다. 먼저 장성택 처형과 관련된 얘기부터 나왔다. →북한은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장성택을 실각시킨 지 4일 만인 12일 장성택을 신속히 처형했습니다.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영도체계 확립’을 부각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장성택 관련 당·정·군 인맥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정풍과 인사쇄신의 숙청작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 체제에서의 ‘유일영도’를 거부하는 자는 처벌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지요. 다시 말해 최고 영도자에 대한 도전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을 신속한 진행으로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처형에 대한 정당성 확보 및 1인 절대 지배체제의 확립을 도모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성택의 죄목을 보면 ‘국가전복’ 혐의가 있습니다. 이는 장성택이 쿠데타 등 정변을 일으키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12월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목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보다 더 무거운 ‘국가전복 음모’로 최고 권력 찬탈을 기도했다는 것이 국가안전보위부 특별 군사재판 판결 내용입니다. 즉 국가전복 음모를 위해 ‘불순 이색분자’ 등을 주요 직책으로 끌어들여 무리를 규합했으며, 장성택의 우상화를 꾀했고 당의 방침보다 장성택의 말을 더 중시해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하고 있지요. 이렇게 구체적 죄목으로 볼 때 이는 1인 영도체제에 반하는 것으로 북한의 정치체제 현실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장성택 처형이 북한 내부 정치체제의 안정과 경제개발 추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대남 및 대외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장성택 제거 이후 그동안 경제개발의 여러 부문에서 추진해 오던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핵 문제 등의 걸림돌로 외자유치 및 대외 경제협력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정치적 숙청의 회오리는 경제개발 추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대외관계 또한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정치적 문제 해결에 주력할 것이며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면 대외적인 상황과 연계해 출로를 마련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내부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외·대남 관계에서 의외로 유연한 자세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성택 처형이 부인 김경희 비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지요. -장성택의 숙청에도 불구하고 김경희는 ‘백두혈통’인 김일성의 딸이라는 점에서 위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김 비서는 최근 건강도 좋지 않아 조용히 지낼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희와 장성택 사이에 외동딸이 있었으나 프랑스 유학 도중이던 2006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총장은 아마 유일한 혈육인 딸이 살아 있었다면 장성택과 김경희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또 장성택과는 몇 차례 만난 인연도 있다. 이와 관련, 2005년 남북정상회담 5주기 행사차 방북했을 때 박 총장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장성택 선생은 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2002년 경제시찰단 당시) 남쪽에 내려갔을 때 폭탄주를 많이 마셔서 건강이 안 좋아 휴양차 보냈다. 건강이 회복되고 있으니 곧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몇 개월 후 장성택은 다시 당으로 복귀했다. →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세습한 지 2년이 됩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진행된 ‘김정은 체제’ 구축 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김정일에 비해 짧은 후계 구축 기간과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2년 만에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됩니다. 후계 권력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에는 중국의 협력과 김정은 후견 세력(김경희, 장성택, 최룡해 등)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미 아버지 김정일이 2009년부터 차분하게 권력세습과 관련한 갖가지 준비를 철저히 했고 아버지 사망 이후 신속하게 최고 영도자로서 모든 권력의 지위를 승계했지요.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이제 당·정·군에 대한 ‘김정은 리더십’의 홀로서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앞으로 수령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엘리트들의 수직적 균열 가능성은 낮지만 급격한 권력 엘리트의 부침으로 인한 엘리트 집단 간 수평적 균열 가능성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김 제1위원장의 최우선 관심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마디로 말해 ‘유일영도체계’ 구축과 경제건설입니다. 이는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군사적 대결 태세와 함께 경제강국을 통해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재건 및 인민경제 향상에 주력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단기적인 체제의 안정과 장기 집권의 토대를 구축하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경제 분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위락시설 및 마식령 스키장, 세포등판 건설 등이 북한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요. -북한이 처한 현실, 즉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외자유치의 한계, 단기적으로 주민생활 향상 효과를 보여줘야 하는 현실적 조건 등을 고려한 조치로 생각됩니다.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을 통해 뭔가 달라졌다는 변화를 구체적·체험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각종 위락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시대에 비해 김정은 시대 들어 경제적·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국제사회 고립에서의 탈출, 경제난 해소 등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국제사회의 제재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북·중 협력관계를 통해 각 분야에서 출로를 모색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요. →미국이 북한의 선행조치를 강조하는 등 6자회담 재개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북핵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국가 기본전략으로 채택해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에 따라 핵 개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는 한편 체제안정 보장 및 경제지원을 위해 미국 등을 향해 협상을 꾸준히 요구하겠지요.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과의 대화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우선돼야 합니다. 6자 회담 재개를 놓고 남·북·미·중 간 각축이 심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내부 정세도 중요한 변화의 요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및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남북 상호간의 신뢰 형성은 ‘과정’이 필요한 것이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북아 안보 구도 및 환경의 변화로 주변국들 간 이해와 대립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볼 때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요. 박근혜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긴 안목을 갖고 원칙을 유지하면서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인도적 사업, 민간차원의 교류활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김정은 정권은 핵개발에만 의존해 경제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비핵화의 방향에서 체제안정 및 경제회복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관련국들의 협력 없이 ‘핵·경제 건설 병진 노선’은 성공할 수 없거든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요즘 근황을 물었더니 “김 제1위원장이 ‘큰일’을 저질러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여러 군데 특강을 가야 하고 간담회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네요”라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재규 前 장관은 1944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미국 페어레이디킨슨대 정치학과 졸업(1967년),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졸업(1969년), 경희대 정치학박사(1974년) 등을 거쳤다. 이후 경남대 교수(1973∼1985년), 경남대 총장(1986~1999년), 한국대학총장협회장(1997~1999년),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1999~2001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2000년), 남북장관급 남측수석대표(2000~2001년), 대통령자문 통일고문(2006, 2008, 2011~2013년),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2005~2009년), 동북아대학총장협회 이사장(2003~2010년) 등을 역임한 뒤 현재 경남대 총장을 비롯해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육군사관학교 자문위원, 주한 미군사령관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상훈으로는 미국 뉴욕 언론연구위원회 공로상(1980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 세계 체육지도자상(1996년), 제1회 한반도평화상(2004년), 아름다운얼굴 교육인상(2004년), 대한민국 녹색 경영인 대상(2010년, 교육부문) 등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북한사회의 구조적 분석(1972년), 북한평론(1975년), 북한정치론(1984년), 북한의 신외교와 생존전략(1997년), 북한의 딜레마와 미래(2011년) 등이 있다.
  • [씨줄날줄] 폭탄주와 일중독자 나라/박현갑 논설위원

    미국 CNN에서 한국이 세계 1위인 10가지를 소개한 기사가 화제다. 높은 인터넷 이용과 스마트폰 보급, 신용카드 사용, 일중독, 회식문화, 성형수술 문화, 비행승무원 교육 등이다. 우리나라의 특징을 비교적 잘 꿰뚫고 있다. 인터넷 이용이나 스마트 보급은 눈부신 정보기술(IT) 발전상에 대한 찬사이다. 성형수술 문화가 꼽힌 것은 우리 의료기술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반면 직장 회식이나 일중독 문화, 일상화된 신용카드 사용 등은 객관적인 지적이지만 우리의 지나친 직장중심 문화나 과소비 풍조의 단면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국의 국력 신장은 괄목상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세기 안에 외국의 도움을 받다가 도와주는 나라로 바뀐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1988 서울 하계올림픽, 2002 월드컵, 2011 세계육상선수권 개최에 이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등 4대 국제스포츠 대회를 모두 유치한 세계 6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400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4년 뒤면 3만 달러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1000만명 중 외국인은 220만명으로 처음 200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관광객 집계를 시작한 1962년 367명에 비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일중독과 교육열이 있기에 이런 고속성장이 가능했다. 만화작가 단체 ‘도그하우스다이어리’(thedoghousediaries)가 각 나라를 대변하는 한 단어로 작성한 세계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 중독자’ 나라로 묘사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를 지낸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각 나라 국민들이 식사하는 데 소요된 시간을 연구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스페인· 이탈리아 사람들은 3시간 30분, 프랑스 사람들은 3시간, 미국 사람들은 2시간 안팎인 반면 한국 사람들은 15분 안팎에 식사를 끝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면 식사 때부터 체화된 ‘빨리빨리’ 습관이 ‘한강의 기적’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한 한국의 교육열 또한 마찬가지다. 사교육의 부작용이 만만찮지만 인적자본 육성에 대한 높은 관심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는 단거리 육상선수마냥 앞으로만 내달리는 ‘경주문화’에서 벗어날 때다. 국가경쟁력의 지표를 양에서 질로 바꿀 때다. 나만의 발전이 아닌, 이웃과 함께하는 삶의 질 제고를 고민할 때다. 날로 심화하는 양극화 현상도 제자리를 잡아 나가야 한다. 새해에는 삶의 ‘쉼표’가 있는 한국인 문화라는 소리를 들어보면 좋겠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인터넷·일중독·女골퍼…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의 10가지’

    인터넷·일중독·女골퍼…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의 10가지’

    면적으로 보면 세계 109위인 대한민국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잘하는 10가지는 무엇일까? 미국 CNN방송은 27일(현지시간) ‘대한민국이 다른 어디보다 잘하는 10가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나라가 인터넷 환경과 신용카드 사용, 일중독 문화, 여성 골퍼 활약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평가했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긍정적 모습이지만 일부는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갖고 있다.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보급률 82.7%)·스마트폰(이용률 78.5%) 사용 등 ‘컴퓨터 시스템에 연결된(wired) 문화’다. 방송은 “한국인들은 상점에서 돈을 내거나 지하철에서 실시간으로 텔레비전을 보는 데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인들의 ‘신용카드 사랑’도 눈에 띈다고 밝혔다. 방송은 “한국은행의 2년 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신용카드를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모든 택시가 신용카드 기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는 서울을 세계 최고의 쇼핑 도시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일중독과 직장 내 음주문화도 유별난 현상으로 꼽혔다. 방송은 “한국인들은 너무 열심히 공부한 나머지 직장에서도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며 “한국 어느 도시에 가도 늦게까지 불이 환한 빌딩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하지 않을 때는 소주를 마시며 거래 성사를 축하하거나 슬픔을 털어버린다”며 “기업들이 술 문화를 억제하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상사가 팀원들을 ‘폭탄주’ 자리에 끌고 간다”고 꼬집었다. 화장품에 대한 한국인들의 ‘실험정신’도 관심을 끌었다. 방송은 “한국인들은 화장품에 쓸 원료나 화장법을 끊임없이 실험한다”며 ‘달팽이 크림’도 이미 2년 전 이야기이며, 가장 큰 남성 화장품 시장이 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세계 10위 안에 4명이 포함된 여성 골퍼들의 맹활약과 직업 게이머를 배출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 항공기 승무원들의 서비스, 청춘남녀들의 소개팅 문화, 의료관광으로 이어지는 성형수술이 소개됐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공직사회 직장 내 성추행 위험 수위

    공무원들의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공직사회의 그릇된 성의식과 흐트러진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24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남성 공무원들이 부하 여직원이나 비정규직 여성을 성추행해 징계를 받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성추행 사건을 쉬쉬하며 덮으려 하거나 재발 방지대책 마련도 형식적이어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전북도는 최근 도립미술관에 근무하는 5급 공무원 채모씨를 직위 해제했다. 채씨는 회식 자리에서 비정규직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채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변명했으나 정직 이상의 중징계 처분이 요구됐다. 지난 3월에는 민간단체에서 파견 나온 여성을 성추행한 6급 직원이 해임됐고 5월에도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5급 중간 간부가 해임됐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에도 성추행 사건이 반복돼 방지대책이 겉돈다는 지적이다. 도는 성추행 근절을 위해 가해 공무원의 상급자도 연대 책임을 묻기로 했으나 이번에도 가해 공무원만 처벌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대책도 구호에 그치고 형식적이란 지적이다. 조선희 전북여성단체연합대표는 “고위 공무원들이 성추행 예방 교육을 받고 직장 내 문화를 바꿔 나가야 하는데 예방 교육은 일이 터질 때만 하위직 위주로 1회성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공무원 성추행 사건은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전국 지자체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청주시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성추문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한범덕 청주시장이 시정목표로 삼은 ‘여성친화도시’를 무색하게 한다. 시 출연기관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직원 A씨는 지난 10일 사표를 제출했다. A씨는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서 열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에 파견된 뒤 상습적으로 계약직 여직원들에게 과도한 신체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시청 사무관(5급) B씨가 부하 여직원을 7년여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 강등처분을 받았다. 2011년에는 사무관 C씨가 방송국 여직원을 성추행했다가 6급으로 강등됐다. “직원들이 여성친화도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전남지역 모 소방서장은 지난해 8월 신임 여자 119구급대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직위 해제됐다. 해당 서장은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거부하자 ‘내 말 안 들으면 보내버린다’, ‘네가 이쁜 줄 아냐. 여자가 가슴도 없는 게’ 등 막말하고 성희롱했다. 충남 공주시 40대 김모 계장은 2010년 9월 말 축제 관련 회식자리에서 20대 여자 신입 A씨를 성추행했다. 저녁 먹은 뒤 2차 노래방에서 술에 취한 A씨의 몸을 더듬는 등 강제 추행했다. 특히 주변 상사와 동료들은 ‘참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김 계장을 고소한 A씨를 도우려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계장은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항소를 포기했고, 지난해 4월 파면됐다. 정신적 충격에 빠진 A씨는 지난해 7월에 인근 지자체로 근무지를 옮겼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공주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크로싱 라인(AXN 밤 10시 50분) 납치범이 설치해둔 폭탄이 터지고, 수사팀은 칸 경찰서로 수사본부를 옮긴다. 범인은 몸값 1000만 유로를 요구하며,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막심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한편 피렌체로 떠난 에바는 피렌체 납치 사건의 피해자인 알레산드로가 다니던 미술품 복원 학교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지도 교사인 카티야를 만난다. ■20세기 미소년(QTV 밤 11시) 가수 문희준이 H.O.T.로 활동하던 시절,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들로부터 폭탄주를 받고 만취한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때 함께 있던 선배 중 한 명은 바로 배우 차태현이었다. 문희준은 당시 술이 완전히 취해 뻗었다고 고백한다. 한편 멤버들은 이미지게임을 통해 술에 취하면 가장 피곤한 멤버와 그의 술버릇을 공개한다. ■제7회 렉서스 골프 아카데미 최강전(J 골프 밤 11시) 5개월간의 예선과 본선 등의 대장정을 마치고 시작된 전국대회에서는 지역 챔피언들이 모인 자리답게 모든 경기가 명승부로 이어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1번, 2번 시드를 가져간 충청지역 챔피언 ‘대덕 특구 골프장’과 경상 남부지역 챔피언 ‘울산 대복 골프아카데미’의 8강 첫 경기를 선보인다. ■올리브쇼(올리브 밤 9시) 직접 보고,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라이프가 시작된다. 이번 시간에는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국물요리’를 주제로 국, 찌개, 전골, 탕 등 입맛과 취향대로 즐기는 국물요리를 소개한다.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다양한 이색 국물요리와 요리 초보도 제대로 끓여낼 수 있는 국물 요리의 비밀 레시피를 대공개한다. ■닥터 제이슨(OCN 밤 11시) 제이슨과 똑같은 성향을 지닌 여자가 등장한다. 제이슨은 그의 또 다른 자아 이언이 깨어날 시간에 맞춰 그를 심리치료 모임에 참석시키지만, 오히려 이언은 그곳에서 어떤 여자를 만나 옛 연인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깬 제이슨은 피를 흘리며 욕조에 쓰러져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변신자동차 또봇:내 친구 또봇(애니맥스 오전 10시) 하나와 두리는 급한 대로 Z에 올라타 계속되는 문어발의 공격을 피한다. 오공, 오순경, 노교수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때마침 일어난 화재 현장으로 출동한 이들은 하나와 두리의 연락을 받지 못한다. 세모와 딩요 그리고 D는 노마를 찾아 지하 통로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서로 길이 엇갈리게 된다.
  • [커버스토리-밥그릇이 부른 세대갈등] 내신 1%도 기간제 교사… 취업문 거의 닫혀… 결혼도 생존게임 내몰려

    [커버스토리-밥그릇이 부른 세대갈등] 내신 1%도 기간제 교사… 취업문 거의 닫혀… 결혼도 생존게임 내몰려

    “옛날이 좋았지. 내가 입사했을 땐 말이야, ‘양폭’(양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만 마셨어. 그래도 우리 때에는 낭만이란 게 있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참….”회사원 우모(27·여)씨는 관리자급 회사 상사들이 그들의 화려했던 ‘옛이야기’를 하면 빈정이 상한다고 했다. 우씨는 11일 “그 분들 나름대로의 고충이란 게 있겠지만 솔직히 비슷한 ‘스펙’으로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을 쟁취할 수 있었던 세대”라면서 “지금은 피 터지는 경쟁에 살아 남더라도 ‘나만의 공간’(집) 조차 마련하기 힘든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2030 세대’는 ‘5060 세대’가 만들어놓은 황금기에서 스스로를 ‘밀려난 세대’라고 말한다. 2030 세대가 바로 설 자리가 없다는 자괴감에서 나온 얘기다. 희망을 잃은 ‘3포 세대’(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5년차 ‘임고생’(교원임용 고사 준비생) 차모(26·여)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이른바 ‘전교’에서 놀았다. 반 1등은 고정이고, 전교에서 3등 안에 들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진학도 충분했지만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기에 물가와 학비가 비싼 서울보다 고향 근처에 있는 지방 국립대를 택했다. 그는 내신점수 상위 1%로 수시에 합격한 ‘지방 인재’였다. 차씨는 “입학 때부터 임용 시험이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나만 착실히 공부하면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씨가 졸업하던 해 임용 고사의 전공과목 지역모집 인원은 10명으로 뚝 떨어졌다. 졸업 동기만 33명이었고, 이미 재수·삼수 선배까지 있어 경쟁률이 30대 1을 웃돌았다. 차씨는 “처음 3년은 임고에만 올인했다”면서 “이제는 졸업한 지도 오래돼 다른 걸 해볼 엄두조차 못 낸다”며 말끝을 흐렸다. 차씨는 현재 지역 사립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다. 그는 “공부만 하다가 사람도 만나고 돈도 버니까 즐겁다”면서도 “운이 좋으면 기간을 연장해 계속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선생님처럼 무기계약직 신세가 될까봐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교직원 구성원을 보면 나이 많은 선생님들이 정규직, 젊은 선생님은 비정규직으로 양분된 꼴”이라면서 “처음에는 나이가 많고 때때로 무능력한 정규직 선생님들을 보면 우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났었다”고 토로했다. 회사원 이모(31)씨는 집 문제 때문에 결혼을 미뤘다. “서울 잠실에서 신혼집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예비 장모님의 한마디가 컸다. 이씨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직장에서 받는 연봉으로는 한 푼도 안 쓰고 십년을 모아도 서울에 그럴듯한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게 현실”이라면서 “집 문제 때문에 여자친구와 헤어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의 연봉은 3500만원. 대기업 3년차 사원인 이씨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모으고 있지만 “(부모님 집에서) 독립은커녕 돈도 없는데 집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결혼을 앞둔 또래 친구들도 “작은 결혼식이 유행이라지만 부모 도움 없이 서울에서 살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씨는 대학 입시와 취업에 이어 결혼도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씨는 첫 수능을 망쳤고, 재수 끝에 서울의 4년제 대학에 턱걸이로 입학했다. 입학 후에도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학점과 스펙 쌓기에 열정을 다했지만 이씨는 졸업 후 2년간 취업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는 “우리 세대는 전셋값 상승으로 경제적 자립은 물론 신혼집 장만도 쉽지 않다”면서 “1980년대 초만해도 방 한 칸 월세로 신혼 살림을 시작했다는 부모님 세대가 많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에게 누가 시집을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모(26·여)씨는 중소회사의 계약직 사원이다. 연봉은 대략 2400만원 . 이씨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하지만 각종 세금과 식대, 차비를 빼면 저축은커녕 생활비도 빠듯하다고 했다. 때문에 이씨의 부모님은 지금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권유한다. 이씨는 가끔 멀쩡한 대학에 스펙도 나쁘지 않은 자신이 왜 ‘낙오자’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씨의 토익점수는 920점. 그는 계약직이지만 번역 업무부터 회사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온 삶인데도 윗사람들로부터 ‘요즘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면서 “그럴 때마다 ‘철밥통을 꿰차고 앉아 왜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씨는 요즘도 토익 시험을 보고 있다. 그는 “그 분들은 왜 우리가 자격증에, 토익 점수에 목을 매는지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모(26)씨는 지난해까지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다가 올해 로스쿨로 진로를 틀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사실상 취직문이 거의 닫힌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서다. 현재 집에서 독립해 자취를 하는 윤씨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다. 윤씨는 “같은 도시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지만 서로 스트레스를 줄까봐 잘 가지 않는다”면서 “하루 빨리 좋은 소식을 들고 달려가고 싶다”고 밝혔다. 윤씨는 “부모님이 ‘노력하면 된다’고 말할 때가 제일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윤씨도 1학년 때부터 학점과 취업에 필요한 각종 스펙을 착실히 준비하고 과대표 등 대학 생활도 열심히 했지만 취업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윤씨는 이런 상황이 세대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권성동·정청래, 갈등의 두 간사… ‘동행명령’ 마찰에 정국 파행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정치 일정은 지난 6월 중반 이후부터는 ‘선(先) 국정조사·후(後) 회의록 공개’로 가닥이 잡혔었다. 지난 6월 20일 새누리당 최경환·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등이 국정원 국조를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합의한 것은 이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 틀은 이튿날 나온 문재인 의원의 성명으로 어그러졌다. 문 의원은 절차에 따라 대화록을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주요인사는 2일 서울신문에 “그렇게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도부의 판단이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피해당사자’인 문 의원이 공개하자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무현계와 갈등을 빚어 계파갈등이 생겨나는 데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고도 했다. 이때부터 국정조사 정국은 NLL정국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민주당 지도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열흘 정도면 NLL정국이 끝나고 민주당이 당초 계획했던 대로 국정원 정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회의록 원본 실종이라는 ‘사초 실종’논란으로 결론이 나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민주당이 장외로 나가는 데에는 증인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국조특위 새누리당 권성동·민주당 정청래 간사 간의 힘겨루기가 큰 요인이 됐던 것으로 양당은 판단하고 있다. “과거의 유사한 협상 때와는 달리 권·정 두 간사에게 많은 재량권이 부여됐고, 두 간사가 이를 과도하게 행사하려다 사태가 악화된 것 같다”는 해석이 양당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양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두 간사는 한때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폭탄주도 돌리는 등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호흡이 잘 맞았다. 그러다 현역의원을 증인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정 간사는 지난달 30일 단독 기자회견을 하면서 ‘동행명령서’ 카드를 들고나왔다. 두 간사의 진술은 엇갈리지만, 권 간사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나하고 좋게 헤어졌는데 기사를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둘은 이후 주고받은 말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였고 관계는 계속 악화됐다. 권 간사는 증인 채택에 있어 사실상 양당 간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원세훈·김용판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올려놓음으로써 민주당을 자극했다. 안 그래도 ‘국정조사를 한들 무슨 실효가 있느냐’며 친노무현계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아오던 민주당 지도부에게 장외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일이 됐다. 권성동 간사는 장외로 나간 민주당을 원내로 복귀시키려는 당 지도부와 달리 동행명령서 확약서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계속 고수해 민주당을 더욱 자극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각각 당 지도부와 마찰이 생기기 시작한 두 간사는 ‘간사직을 사퇴하겠다’고 당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여야 “싸우면서 일한 6월국회” 자평… 단합모드로

    여야가 6월 임시국회를 끝내더니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2일 본회의 산회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 건너편 설렁탕집에서 저녁 회동을 갖고 폭탄주 러브샷과 덕담을 나눴다.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윤상현,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 운영위 소속 의원 등 10여명이 함께했다. 우연히 같은 식당을 찾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까지 합류했고 김 대표가 밥값을 냈다. 2차는 근처 호프집으로 옮겨 이어졌고 새누리당이 계산을 했다. 공공의료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가 끝나는 다음 달에는 등산을 함께 가기로 즉석에서 의기투합까지 했다고 한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6월의 성과에 상당히 흡족해하는 분위기다. 각각 새 원내지도부 출범 이후 데뷔 무대인 6월 국회는 국정원 댓글 사건 의혹 국정조사,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으로 여러 차례 파행 위기를 겪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한 데 대해 스스로들 높이 평가하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3일 회의에서 “233건의 법안 처리로 역대 임시국회 가운데 가장 많은 법안을 처리했다”고 ‘실적’을 내세웠다. 전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새누리당에서는 이날 황우여 대표가 “우리가 계획한 것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고 자성한다”며 반성을 앞세워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111건의 법안을 제·개정할 예정이었는데 아직 65건이 미제로 남아 있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며 법안 미처리를 부각시킨 것이다. ‘뼈 있는 말’을 놓고 당내에서는 황 대표와 최 원내대표 사이에 그간 쌓였던 불만이 불거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둘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로 야당과의 대치 등에 대한 의견이 달라 내심 서로 불편해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우회적 대처를 강조한 황 대표와 정면돌파를 선택한 최 원내대표 사이에 전략의 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씨줄날줄] 전통주/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최근 열린 재외공관장 만찬의 건배주는 ‘복순도가’라는 경남 언양의 시골 막걸리였다. 이 막걸리는 지난해 핵안보정상회의 때도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면서 마셨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천연 탄산가스 때문에 샴페인 같은 상쾌한 느낌이 나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막걸리를 가장 좋아한 사람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1966년 여름, 박정희는 경기도 고양에 있는 골프장에 다녀오는 길에 목이 컬컬하다며 삼송동 ‘실비옥’이라는 막걸리 주막에 들렀다. 그 집의 막걸리 맛에 반한 그는 사망할 때까지 14년 동안 청와대로 배달시켜 마셨다고 한다. 지금도 ‘배다리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고 ‘배다리 술박물관’에는 막걸리를 마시는 박 전 대통령의 밀랍 인형이 전시돼 있다. 몇 년 전 뜨겁게 불던 막걸리 열풍이 점점 식어가 전통주 업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술은 본래 유행가처럼 시류를 타지만 아직은 우리 술에 대한 애정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와인이나 사케 같은 외국 술을 선호하고 맥주에 소주를 타서 마시는 폭탄주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통주 전문가’인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죽어가는 전통주를 살리겠다고 나선 것은 그래서 반갑다. 우리 전통주는 지역마다 원료와 제조방법, 맛이 다르다. ‘앉은뱅이 술’로 불리는 한산 소곡주, 문배나무의 향이 난다는 문배주, 국화로 빚는 경주 황금주, 송화와 찹쌀로 빚는 완주 송화 백일주, 옥수수로 빚는 강원도 옥로주, 연잎을 재료로 하는 아산 연엽주 등은 모두 귀한 우리 술이다. 또 배와 생강으로 만드는 이강주, 대나무가 원료인 죽력고, 색깔이 붉은 진도 홍주, 술이 곧 안주이고 안주가 곧 술이라는 진양주, 소주의 최고봉 안동소주 등 아직도 수십 종의 전통주들이 명주로 꼽히고 있다. 전해져 오는 전통주는 수백에서 수천 종에 이르겠지만, 상당수는 자가 제조와 소비의 형태이다. 그 다양성이 판매 시장을 좁히는 독이 되었고 명맥이 끊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막걸리를 위시한 전통주는 1970년대에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통주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배상면 국순당 창업자가 별세했다. 고인의 호는 ‘또 누룩을 생각한다’는 의미의 ‘우곡’(又麯)이다. ‘백세주’로 전통주 바람을 불러일으켰지만, 시장의 침체 속에서 소위 ‘밀어내기’ 파동을 지켜봐야 했다. 전통주 연구와 더불어 주류시장에서 우리 술의 위상을 높인 고인의 업적만은 평가할 만하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이 시대 키워드 ‘여성’ 그리고 여성 리더/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이 시대 키워드 ‘여성’ 그리고 여성 리더/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요즘 한국의 키워드는 ‘여성’이다. 그에 걸맞게 5월 중후반 서울신문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인터뷰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 격차 해소 보고서 기사가 연이어 실렸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신문에서 차지하는 여성 관련 기사는 그에 훨씬 못 미침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는 고무적이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아직 적응이 덜 되어 있는 듯, 여성 리더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색해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관찰된다. 리더십의 개인차도 단순한 개인차가 아닌 남녀차의 일환인 것처럼 판단하기도 한다. 변화가 있으면 적응을 해야 하기에, 요즘 리더십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조직이 많다. 그래도 시대가 변했는지 각 분야의 여성 리더, 특히 젊은 여성 리더에 대한 불신과 비아냥거림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남성 리더와 달리 여성 리더에게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유보적 판단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고위직에 여성의 수가 적다 보니 같은 상황에서 더 현저하게 눈에 띄고, 그래서 일거수일투족에 더 관심을 받기 쉽다. 대개 다수의 여성과 한 남성이 있을 때 남성이 리더로 지목되는 경우는 많지만, 다수의 남성과 한 여성이 있을 때 여성이 리더로 지목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사회심리학 연구 결과도 있다. 이것은 대체로 좋은 리더의 특성이 호감을 주는 남성의 특성과는 일치하지만 호감을 주는 여성의 특성과는 일치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결단력과 추진력 있는 남성을 ‘좋은’ 남성으로, 상냥하고 친화력 있는 여성을 ‘좋은’ 여성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여성 리더들은 간혹 ‘정치적이지 못하다’거나 ‘일만 하며 인맥 관리를 할 줄 모른다’는 등 성차별적 편견에 근거한 부정적 평가에 노출되기 쉽다.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에서 이야기하듯, 여성들은 ‘관계를 상하고 싶지 않아’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이 ‘관계지향적’이라는 의미다. 그런 여성 리더가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추진력을 발휘하려면 더 강한 내공이 필요하다. 다소 고정관념화된 구분이긴 하지만 세부사항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여성 리더 스타일, 큰 줄기와 비전을 제시하고 작은 부분은 실무진에게 맡기는 것은 남성 리더 스타일이다. 폭탄주를 돌리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것은 남성 리더 스타일,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한가족’임을 강조하는 것은 여성 리더 스타일이다. 21세기에는 다원적, 수평적 소통 리더십이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은 여성 리더 스타일의 재평가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제 좋은 리더의 특성이 호감을 주는 여성의 특성과 일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평적 소통을 하는 남성들에게 ‘힐링 리더’라며 많은 팬들이 몰리는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에는 여성과 남성의 리더십 스타일이 수렴돼 가는 경향도 보인다. 대립보다 화합의 리더, 소탕보다 소통의 리더가 우리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다. 겉치레가 아닌 마음속까지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사람이 성별과 여야를 불문하고 이 시대 적자생존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볼 때 성 관련 스캔들도 줄어들 것이고, 더 나아가 여성 리더를 폄하하지 않을 때 비로소 소통이 잘되는 대한민국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글로벌 시대] 와인 한 잔의 여유/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와인 한 잔의 여유/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와인은 대표적인 아날로그 제품이다. 포도 재배에서 주조 과정, 그리고 오랜 숙성에 이르기까지 시간이란 요소가 절대적이다. 효율과 속도가 주요 가치가 된 현대 사회를 비웃듯이 비켜서 있는 것이 와인이다. 또한, 와인은 다양한 의미와 기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목마름을 가시게 해주는 음료로서의 와인,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숨 고르기를 가능케 해주는 쉼표 같은 와인, 사람들 간에 마음을 열고 나누게 해주는 매개로서의 와인, 긴장의 연속인 비즈니스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와인 등, 마시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와인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서양 문명이란 거대한 곳간을 열게 해주는 하나의 열쇠가 아닐까 한다. 휴그 존슨이 잘 지적했듯이, 이제 와인은 하나의 ‘문화적 가치와 문명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어떤 의미에서 서양의 역사는 와인의 역사이기도 하다. 와인이 지닌 종교적 그리고 문화적 상징성과 높은 경제성은 오랜 역사의 부침에도 간단없이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수가 행한 첫 번째 기적도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와인으로 바꾼 것이고,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 처음으로 한 행위도 포도나무를 심은 것 아니었던가! 프랑스에서 와인은 전체 수출 품목에서 당당히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와인이 취기만을 위한 단순한 알코올 음료로 치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와인을 알면 서구사회와 문명이 보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와인은 까다롭고 복잡하게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현재 우리에게 와인은 크게 두 가지 접근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믿는다. 하나는 가격 접근성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적 접근성이다. 높은 관세와 유통 구조상의 문제 등으로 여전히 가격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고, 수천 년 동안 와인을 물처럼 마셔온 유럽 사람들과 비교하면 역사가 턱없이 짧기에 와인을 편하게 즐기기엔 아직 문화적 장벽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어느새 우리들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고, 나름의 술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위하여’로 상징되는 우리의 천편일률적인 술 문화는 또한 ‘울타리 문화’와 짝을 이룬다. 소주나 폭탄주로 ‘위하여’를 외치는 분위기에서는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나 토론을 할 시간과 공간이 없다. 특히 건설적인 비판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한울타리에 있다는 소속감의 편안함과 위안이 있을 뿐이다. 반면 와인은 같이 자리한 사람들 간에 충분한 시간과 비판적 거리를 가능케 해주는 술이다. ‘위하여’와 ‘울타리 문화’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름 중요한 문화이고, 그 문화가 배경으로 삼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편향되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와인은 우리에게 새로운 술 문화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속도는 효율일지 모르지만, 사색이 없다. 와인은 빨리빨리의 대척점에 존재한다. 그리고 ‘위하여’와 ‘울타리’ 문화 밖에 있다. 이제 우리도 편안한 울타리를 벗어나 다양한 문화에 마음을 열 때가 되었다. 규격화나 생산성보다 번뜩이는 창의력이 더욱 필요한 글로벌 시대에 와인 한 잔의 사색이 절실한 이유다.
  • 박남수 육사 교장, 전역의사 표명

    육군사관학교 교장인 박남수(58·육사 35기) 중장이 최근 발생한 교내 성폭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역 의사를 표명했다고 30일 육군이 밝혔다. 박 중장의 전역 의사 수리 여부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에 참가하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다음 달 1일 귀국한 뒤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육사에서는 생도 축제 기간인 지난 22일 지도교수가 주관한 전공학과 점심 식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돌려 마신 뒤 남자 상급생도가 술에 취한 여자 하급생도를 생활관에서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령급인 학과장을 비롯해 주로 영관급 장교인 교수 10여명과 20여명의 생도가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번 사건 발생을 1주일 가까이 공개하지 않아 사건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사건 발생 이후 육군은 감찰과 헌병, 인사 요원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육사에 대한 감찰을 진행해 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대낮 육사에서 벌어진 성폭행 다시는 없어야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대낮에 영내에서 하급생도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1946년 개교한 육사가 1998년 여자 생도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후 처음 있는 군기 붕괴 사태다. 현재 육사의 여자 생도가 10%인 점을 감안하면, 유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한 감찰과 함께 지도교수를 비롯한 지휘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난 22일 ‘육사 생도의 날’ 축제가 한창이던 오후 2시 잔디밭에서 전공 교수와 생도 20여명이 모여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돌렸고, 만취한 하급생도가 쉬러 가자 상급생도가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고 한다. 사건 개요만으로도 엽기적이다. 육사 생도는 대학생이나 민간인 신분이 아니라 입학과 동시에 군인의 신분으로, “명예와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예비장교다. 따라서 이들이 교육받는 장소는 자유와 낭만을 허용하는 젊음의 대학 캠퍼스이기 이전에 철저한 규율이 적용되는 병영이다. 이런 기본적 사실조차 망각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전형적인 군기문란이자 범죄 행위로 봐야 옳다. 이런 장교들이 어떻게 사병들을 지휘하고, 국방을 책임지며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겠는가. 육군은 인성교육을 약속했지만, 차제에 군기 확립과 재발방지를 위해 군형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음주, 흡연, 혼인을 금지하는 ‘3금(禁) 제도’를 실시해온 육사 생도들이 관내에서 구토할 정도로 술을 마신 정황도 해명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도교수의 주관 하에 품위를 지키는 선’에서 금주(禁酒)원칙을 완화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규정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성폭행 사건을 1주일간 쉬쉬한 것도 석연치 않다. 육사 측은 “피해 여자 생도 보호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혹여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철저히 짚어봐야 한다. 병영 내 동성 간 성폭행 은폐·축소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다른 한편으로 피해자인 여자 생도에 대한 신상털기 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인 만큼 군 당국도 보안에 주의하고 국민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한다.
  • ‘男생도가 女생도 성폭행’ 육사 특별감찰 착수…사상 초유 사태

    ‘男생도가 女생도 성폭행’ 육사 특별감찰 착수…사상 초유 사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 사이에 ‘대낮 성폭행’ 사건이 벌어져 군 당국이 육사 특별감찰에 착수했다. 생도들 간 성폭행 사건으로 육사에 특별감찰이 착수된 것은 1998년 육사에 여생도 입교가 시행된 뒤 처음이다. 육군에 따르면 22일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날 축제 행사 뒤 4학년 남자 생도 A(22)씨가 술에 취한 2학년 여자 생도 B(20)씨를 자신의 기숙사 방에 데려가 성폭행을 했다. 당시 이들을 포함해 전공 교수와 생도 등 20여명은 오전에 체육대회를 마친 뒤 학과 모임을 열어 육사 영내 잔디밭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들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나눠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2학년 여생도 B씨가 술을 이기지 못해 구토를 반복하다가 여자 기숙사로 돌아가다 술자리에서 B씨를 돌보던 A씨도 방까지 함께 따라갔다. A씨는 의식이 혼미한 여생도를 업고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고 육군조사본부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행각은 행사 중 두 생도가 사라진 것을 안 동료 생도들이 남자 생도의 방을 찾아가는 바람에 드러났다. 육군 관계자는 “가해 생도를 구속 수사 중”이라면서 “교수 주관 행사 당시 품위에 어긋나는 지나친 음주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은 수사와 별개로 감찰과 헌병, 인사 등 3부 요원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육사 특별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사에서는 생도의 음주가 금지돼 있지만 장성급 장교나 훈육관, 지도교수 등의 승인을 얻으면 생도도 술을 마실 수 있다. 현재 육사 여생도는 한 학년 정원 250여명 중 30명 안팎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낮 육사 기숙사서 성폭행… 軍, 여생도 보호한다며 ‘쉬쉬’

    육군사관학교에서 남자 상급생도가 여자 하급생도를 성폭행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육군이 특별감찰에 나섰다. 육사가 1998년 여자 생도를 선발하기 시작한 이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으로 군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28일 육군과 육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육사 생도의 날 축제 당시 생도 20여명과 공학 전공 교수 한 명이 운동회를 마친 뒤 교정 잔디밭에서 즉석 파티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몇 차례 돌았고, 2학년 여생도 한 명이 술을 이기지 못해 구토를 계속했다. 함께 술을 마셨던 4학년 남자 생도가 구토를 하는 여생도의 등을 두드려주는 등 돌봐주다가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녀 생도 2명이 사라진 것을 뒤늦게 안 동료 생도들이 남자 생도의 방을 찾아가면서 성폭행 사실이 발각됐다. 육군은 후배 여생도를 성폭행한 4학년 남자 생도를 성 군기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감찰과 헌병 요원 등으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육사에 대한 특별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육사는 모든 생도의 외출 및 외박을 전면 금지했다. 육군 관계자는 교내 음주에 대해 “지도교수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품위를 지키는 선에서 술을 마실 수는 있다”면서 “당시 과도하게 술을 마셨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육사내 성폭행 사건을 1주일 가까이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피해자 보호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한 학년당 250여명인 육사 정원에서 여생도는 학년별 30명 안팎으로 10%를 넘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실패에서 찾는 기업 생태계 진화

    2005년, 하이트그룹이 진로를 인수한 뒤 가졌던 첫 번째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이트 그룹 측 최고위 관계자가 돌연 진로 측 임원들을 향해 듣기 민망할 정도의 폭언을 퍼부었다. 이제 진로에서 체득한 습관들은 버리라는 요지의 쓴소리였지만, 듣기에 따라선 모욕이라 느낄 만한 언사였다. 하이트 맥주와 진로 소주를 섞어서 폭탄주를 마시려던 양 사 임원들은 순간 얼어붙어버렸다. 그날 술자리는 점령군 하이트와 피정복자였던 진로 간의 심리적 격차를 줄여보자고 마련한 자리였다. 그걸로 끝이었다. 진로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승자와 패자 간 간극은 이전 보다 더 벌어졌다.  ‘사라진 실패’(신기주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가 전하는 당시 풍경이다. 두 회사 간 결합은 당시 주류 시장의 태풍의 눈이었다. 하이트는 맥주 시장에서, 진로는 소주 시장에서 1등이었다. 시장 점유율도 각각 50%가 넘었다. 경쟁업체들은 양사 영업망이 합쳐지면 역대 최강의 공룡 주류 기업이 탄생할 거라며 긴장했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두 조직은 사사건건 반목했다. 진로의 정예 인력들이 줄줄이 새 나갔다. 당연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나올 리 없다. 옛 조선맥주 시절부터 오비맥주에 끌려다니다 가까스로 뒤집기에 성공했던 하이트였지만, 결국 시장 지배자의 지위를 다시 오비맥주에 넘겨주고 만다.  책은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국내 13개 기업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기업의 실패를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한국 사회도 진화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봉건적이고 제왕적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참담한 실패 사례를 지우고, 승리의 기록만 남기려 애쓴다. 미화를 거듭하면서 한국 기업은 실패를 모른다는 그릇된 신화에까지 이르는 지경이 됐다.  책이 전하는 기업의 실패사는 놀라울 만큼 세밀하다. 경영진의 치부 때문에 위기에 봉착했던 오리온 그룹을 ‘왕과 왕비가 다스리는 왕국’으로, 국내 소비재 사업의 강자였다가 난데없이 종합중공업 그룹으로 변신을 시도했던 웅진그룹을 두고 ‘한국 기업 생태계가 빚어낸 실패’로 묘사하는 등, 한때 신문 사회면과 경제면을 장식했던 기업들의 ‘실패의 추억’을 마치 ‘핵심 관계자’처럼 꿰뚫고 있다. 책은 흔히 진화된 기업으로 평가받는 ‘네이버’의 NHN조차 ‘삼성이 버린 가치 체계를 들고 삼성처럼 추격자의 길을 걷는 기업’으로 혹평하고 있다. 저자는 “국가 간 경쟁은 이제 정부와 정부 간 대결이 아니라 기업을 통한 대리전 양상으로 변화됐다”며 “더욱 진화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 국가와 사회라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만 3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길섶에서] 소맥 자격증/최광숙 논설위원

    한 모임의 이른 저녁식사에서 예정에 없던 술이 등장했다. 한 참석자의 ‘소맥 자격증’ 자랑이 발단이 된 것이다. 흔히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제조’하는 이의 면허증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우스갯소리들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그런 자격증을 보긴 처음이다. 비싼 양주가 아닌 소주를 맥주에 섞는 소맥의 자격증은 한 주류 회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만든 것 같은데 운전면허증과 비슷하게 생겼다. 얼굴 사진에 면허 번호, 이름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소맥 자격증을 취득하였음을 증명한다’는 주류 회사의 직인도 찍혀 있다. 결국 소맥은 ‘진짜’ 자격증을 가진 이가 만들어 돌렸다. 소주잔을 두 개 포개어 겹쳐지는 부분만큼의 소주를 맥주와 섞는 것이 그의 비법이었다. “무자격자의 술맛과 뭔가 다르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사실 술을 마시는 데 무슨 자격증이 따로 필요하겠는가. 술자리는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에 따라 흥이 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게다. 술잔이 넘치는 걸 경계하며 ‘계영배’(戒盈杯)를 만들었던 선인들의 절제 정신도 꼭 자격 기준에 포함돼야 할 듯싶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꿈 대신 술 푸는 대학 새내기에게 고함

    꿈 대신 술 푸는 대학 새내기에게 고함

    해마다 입학 시즌이면 대학가에서 술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자신의 주량을 초과해 술을 마시면 호흡과 맥박이 느려지고, 주의력과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급성 알코올 중독에 빠진다. 흔히 ‘취했다’라고 말하는 증상이다. 폭행·추락·교통사고 등 음주사고는 주로 이 단계에서 발생한다. 본래 신입생 환영회는 얼굴을 익히고 다양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 마련됐으나 언제부터인지 음주파티로 성격이 변질됐다. 이 때문에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새로운 집단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는다. 이른바 ‘사발식’이나 ‘의리게임’ 등 술을 강요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홀로 술을 거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바람직한 음주문화가 더욱 절실하며, 같은 술이라도 지혜롭게 마셔야 사고도 막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음주 전에 식사부터 술을 마시기 전에 배를 채워 두는 게 좋다. 음식을 받아들임으로써 위장도 알코올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되며, 술로 인해 상하는 것도 최소화할 수 있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그만큼 빨리 취해 급성 알코올중독에 이르기 쉽다. 술을 마시는 중에 틈틈이 안주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안주는 자극적이지 않고 알코올 분해에 도움을 주는 생선류나 두부, 과일, 채소 등이 좋다. ■‘원샷’은 음주사고 주범 신입생을 맞는 선배들은 들뜬 기분에 ‘원샷’을 외치지만 이런 행태가 음주사고의 주범임을 알아야 한다. 주는대로 마실 수밖에 없는 새내기들은 한순간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기 쉽다. 같은 양의 술이라도 빨리 마시면 알코올 흡수량이 늘어나 더 취하는데 특히 자신의 주량을 잘 모르는 새내기들은 원샷 바람에 주량을 훌쩍 넘겨 유익하고 흥겨워야 할 환영회가 엉망이 되고 만다. ■폭탄주 좋아하다간 ‘큰코’ 통상 맥주와 소주를 섞는 ‘폭탄주’는 보통 알코올 10∼15도 정도로, 체내 흡수가 잘 될 뿐 아니라 목넘김이 좋고 빨리 취해 선호도가 높다. 특히 대학 새내기나 젊은 층에서는 폭탄주 대신 술에 탄산음료나 드링크류를 섞어 마시지만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음료와 술이 섞일 경우 느낌과 달리 흡수가 빨라 쉽게 주량을 넘기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노스켄터키대학 연구팀은 술과 탄산음료를 같이 마시면 술에 더 취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나의 주량은 얼마나 될까 체중을 이용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계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섭취한 술의 양×알코올 농도×알코올 비중)÷(체중×남녀 성별계수)]이 있지만 실제로는 개인별 컨디션이나 건강상태, 체질 등에 따라 알코올 분해 속도는 제각각이다. 하지만 자신의 정확한 주량을 모른다면 이 공식을 통해 대강의 주량을 어림할 수 있다. 체중이 70㎏인 남성이 소주 1병을 마실 경우 알코올 분해 시간은 약 4시간, 체중 60㎏인 여성은 6시간이 걸린다. 막걸리 1병은 각각 3시간,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술 알레르기도 있다 체질적으로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면 ‘술 알레르기’일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 분해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며 알레르기도 마찬가지다. 술을 마신 뒤 전신이 붉어지거나 혀가 꼬이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술 알레르기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은 몸이 알코올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미리 주위에 알리고 정중하게 술을 사양하는 게 현명하다. 알레르기는 아니라도 술에 약하다면 미리 물을 준비해 음주량을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화가 술 깨는 약 신입생 환영회는 선후배가 서로를 알아 가는 자리인 만큼 음주보다 많은 대화를 하는 게 친화감도 높이고 술도 빨리 깰 수 있는 방법이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의 약 10%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면 그만큼 술의 지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단, 취한 김에 내지르는 고성방가는 금물. 그래도 부족하다면 회식 장소에서만이라도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좋다. 술자리 잔심부름을 자청하면 선배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술도 훨씬 빨리 깬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허성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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