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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한나라

    한나라당이 ‘최병렬호(號)’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당 안으로는 분권체제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고,대외적으로는 매일 아침 정부·여당을 향해 속사포처럼 퍼붓던 공세를 눈에 띄게 줄이기 시작했다. 먼저 분권형 지도체제가 눈에 띈다.원내정당·정책정당을 표방하는 새 당헌당규에 맞춰 ‘신(新) 당3역’인 대표·원내총무·정책위의장의 기능과 지위에 상당한 변화가 감지된다. 회의 시스템부터 달라졌다.대표가 매일 주재하던 아침회의가 이원화돼,대표는 1주일에 이틀 상임운영위만 챙기고 나머지는 총무나 정책위의장 등이 이끌게 된다.“23만명에 의해 선출된 직선 대표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3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한 홍사덕 총무는 이를 “최병렬 대표의 ‘광폭정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대표를 대외적으로 품위와 힘을 갖도록 격상시켜놓고 내부적으론 당권을 분리했기 때문에 굉장히 시대정신에 맞다.”고 말했다. 회의의 내용도 바뀌고 있다.‘막말’을 동원한 대여(對與) 공세에서 민생을 챙기고 대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원희룡 기획위원장은 “현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당3역이 당의 입장을 백화점식으로 발표,여야간 정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당내 자성(自省)기류를 전했다. 당 쇄신 실험은 정책기능 강화로도 나타나고 있다.정책위 의장단 회의가 매일 아침 열려 정책현안과 관련,당의 입장을 정리하는 한편 당내 두뇌그룹인 여의도연구소의 개편과 정책연구재단 설립 등이 이른 시일 내에 추진될 전망이다.정책위의장의 기능 또한 막강해졌다.TV토론이나 방송매체에 출연하는 의원들은 사전에 의장과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국민들이 의원 개인의 의견을 당의 의견으로 착각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정경기자 olive@
  • “6·25 딛고 일어선 한국 열심히 배우고 갈게요”한국에 온 이라크 공무원들

    폐허가 된 건물들,며칠이 멀다하고 들리는 후세인 지지 세력과 미군간 교전 총성….전쟁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의 고위 관료들이 한국을 배우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사디아 카두임(50·여·법률담당)을 단장으로 한 기획부 국장급 관리들 20명.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초청으로 지난 25일부터 ‘경제 재건단계에서의 정부의 역할’ 등에 대한 연수를 받고 있는 이들 가운데 4명을 만났다.기획부는 이라크의 국가 예산을 배분하고 투자계획을 총괄하는 부처로,향후 이라크 재건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부처다. ●미국은 해방자,그러나 점령은 빨리 끝내주길 후세인 정권 내에서 정부 관료로 일한 이들이 현 상황,특히 미국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가장 궁금했다.“미국은 분명 후세인 압제로부터 해방시켰다.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점령을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 무나임 알레위(58·운송통신 담당)는 “이라크 국민들은 외국인에 의한 통치가 아닌,자국민 스스로의 체제로 일어서길 원한다.”고 말했다.단장 카두임은 “이라크인들을 해방시켜준 데는 감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라크의 치안은 엉망인 상태”라고 소개했다. 아야드 알리(58·건설담당)는 “가장 힘든 것이 우리 힘으로 재건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대화 속에는 해방만 시켜놓고 손을 놓고 있는 듯 비쳐지는 미국에 대한 원망들이 묻어져 나왔다. ●한국의 이라크 재건 참여 100% 협력 이들은 같은 전쟁을 딛고 일어선 한국이 자신들의 모델이라고 했다.리아드 킬리파(62·중공업 담당)는 “20년 뒤 이라크가 한국의 지금처럼 번영되고 아름다운 모습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2주 동안 한국의 경제 개발계획 등 모든 것을 머리 속에 넣어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라크 재건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물론 100%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한국에 온 목적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한다. 알레위는 “계획 중인 교통 관련 프로젝트에 한국이 주요 몫을 담당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카두임은 “4주 후면 정치위원회가 구성돼 각료 인선과 헌법을 마련하는 등 정부 형태가 갖춰질 것”이라고내다봤다. ●여권도 없이 이뤄진 한국 방문 이라크 관료들이 국제 사회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라크 재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유럽 등 여러 나라들이 이라크의 행정망 미비로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이라크에 파견된 한국 국제협력단과 외교통상부 파견 직원들이 이들을 전격 ‘공수’했다.여권도 없는 ‘초법적’ 해외 여행이다.후세인 정부 아래서 해외 여행을 거의 하지 못했던 이들은 여권도 없었고,현재 발급해줄 행정 여력도 없는 상태.서류는 ‘연합군 임시행정처’(CPA)가 발급한 여행 증명서가 전부다.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에 요청,UAE 군 수송기로 이들을 두바이로 수송한 뒤 대한항공편으로 서울로 데려왔다. ●이라크의 참담한 생활 한국의 재건사업 참여,이라크의 희망을 얘기하면서도 완전히 파괴된 이라크의 현실을 자주 언급했다.주민들의 생활터전,나아가 정부 관료들이 재건 일을 할 건물도 없다고 한다.기획부 인력들도 시내 쇼핑센터 한 귀퉁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정도다.후세인 폭정 30년,유엔 제재 13년,그리고 전쟁이 지난 뒤의 고통들을 쏟아냈다. 알리는 “여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없고,전쟁 와중에 감옥의 죄수들이 모두 풀려나 거리를 활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불발 폭탄이 도처에 묻혀 있어 어린이들은 미군들이 기갑차나 탱크를 이용,등하교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여성들의 역할 후세인 정권 폭압이 빚어낸 기이한 현상은 이라크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아랍권 내에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두드러진 점이다.카두임에게 여성이 단장이어서 의외라고 하자,“기획부에만 여성 인력이 8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알레위는 “TV에서 봤겠지만,체제에 항의하는 남자들은 구덩이에 넣고 총살시켰다.”며 이같은 상황이 여성들을 사회로 내몬 것이라고도 했다.자신의 매제도 4성 장군이었는데 지난 84년 후세인 정권에 대해 가벼운 농담을 했다는 이유로 총살당했다고 소개했다.알리도 지난 82년 대학생이던 매제가 실종된 상태라고 거들었다. 포항제철과 현대자동차 등 산업 시설과 문화 시설을 둘러본 뒤 새달 7일 이라크로떠나는 이들의 얼굴에는 피폐한 모국 이라크를 희망으로 채워나가려는 열의가 가득해 보였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전쟁 포화속 짓밟힌 어린영혼 / SBS 특별기획 전쟁보고서

    SBS가 내전의 참혹한 실상을 고발하는 2부작 전쟁보고서 ‘다이아몬드와 소년병’과 ‘다시 찾은 아프가니스탄’을 21일 밤 11시50분부터 110분 동안 방송한다.정전 50주년을 돌아보는 특별 기획이다. 1부 ‘다이아몬드와 소년병’은 1991년 내전 발발 이후 부정부패와 약탈의 온상이 돼 온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을 취재했다.이 나라는 세계 최고의 다이아몬드 생산지.부국(富國)이 될 수 있는 천혜의 자원이지만,이 나라 국민들에게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부른 악의 근원일 따름이다. 부패 정권에 맞서 내전을 일으킨 반군 지도자 마저 다이아몬드 광산에 눈독을 들이면서 양민학살을 일삼았다.지난해초 UN평화유지군이 개입해 일단락되기까지 10년이 넘게 내전을 치르는 동안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만명이 다치거나 죽음을 당했다. 이 와중에 어린 소년들이 전쟁터로 내몰렸고,운좋게 살아남은 아이들은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부 ‘다시 찾은 아프가니스탄’은 지난해 5월에 이어 1년 만에 방문한 이 나라의 일상을 보여준다.자존심 강한 민족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지만 30년에 가까운 내전은 마지막 자존심마저 철저하게 짓밟아 버렸다.탈레반의 폭정을 피해 카불에서 헤라트로 도망쳐온 고아 소년 라자를 통해 전쟁이 어린이들에게 강요한 삶의 무게가 얼마나 힘겨운 지를 고발한다.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가슴곰’‘물은 생명이다’등 메시지 강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유영석 프로듀서가 제작했다.아프리카 기아구호운동에 열심인 탤런트 김혜자와 난민구호활동가 한비야가 현지 취재에 동행했다. 유 PD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며,어떤 명분으로든 아이들의 존엄성을 빼앗는 전쟁은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
  • [사설] 갈채 없는 부시의 승전고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제(한국시간) 이라크 전쟁이 끝났음을 선언했다.그러나 갈채 없는 미국의 승리 선언이다.미국은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파괴무기도 아직 찾지 못했다.이라크에는 반미시위가 폭력 대립으로 비화되고 무질서가 판치는 등 전쟁 후유증의 혼돈이 계속되고 있다.종전을 선언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라크 전쟁은 ‘선제 공격 독트린’이라는 나쁜 전쟁 모델을 남겼다.미국은 테러 예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세계인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미국은 또 독립국가의 주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렸다. 미국이 후세인 독재체제를 붕괴시킴으로써 폭정에 신음하던 이라크인들이 자유를 찾은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그 자유가 전쟁에 의해 얻어졌다는 것은 불행이다.미국은 자유와 민주를 내세워 이라크 전쟁을 미화해선 안 된다.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이슬람에 대한 서구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말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미국이 그나마 약간의 국제적 지지를 받는 길은 이라크 재건과 민주주의 정착에 유엔과 국제사회를 참여시키는 일이다.미국은 이를 위해 유럽과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참여는 이라크 재건에 도움이 된다.시아파·수니파·쿠르드족의 갈등과 대립 등으로 전후 복구와 민주정부 수립을 미국 혼자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미국은 이라크인들의 뜻이 절대적으로 반영되는 정통성 있는 정부를 세워야 한다.미국을 위한 꼭두각시 정부를 세우려 하다가는 이란에서와 같은 실패를 맛볼 것이다.미국은 에너지와 지정학적인 전략적 이익이 아니라 중동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미국은 군사력이 아닌 평화가 지배하는 국제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 유엔제재 따른 이라크 실태/ 식량난 극심… 어린이 30% 영양실조

    이라크는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10년 이상 유엔의 군사 및 경제제재를 받아 왔다.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유엔 안보리는 90년 8월 이라크 제재조치에 대한 첫 결의안을 통과시킨 이후 7차례에 걸쳐 결의안을 채택,제재조치의 강도를 높여 나갔다. ▲식품·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 및 물자의 금수조치 ▲이라크 해상과 항공 봉쇄 ▲해외에 있는 모든 이라크 자산 동결 ▲쿠르드 반군 거점인 이라크 북부지역과 시아파 이슬람반군 근거지인 남부지역에 이라크 ‘비행금지구역’ 선포 등이 걸프전 이후 지금까지 시행된 이라크 제재의 주요 내용이다. 특히 전면적인 교역 금지는 식량의 75%를 수입에 의존했던 이라크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조치였다.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 어린이의 25% 정도가 저체중아로 태어나고 5세 미만 어린이의 약 30%가 영양실조에 시달릴 만큼 식량난이 심각하다.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영양실조,탈수,곱사 등의 질병으로 사망하는 어린이도 매달 수천명에 이른다.또한 콜레라와 소아마비가 만연하고 있다.이라크는 지난 2000년 경제제재로 인한 사망자가 129만 5000여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52만명이 5살 이하의 어린이라고 밝힌 바 있다.유니세프도 이라크의 유아사망률이 10년 전에 비해 2배로 증가했다며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10년 동안 최소 50만명의 어린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모든 경제활동을 제한한 조치로 이라크는 20년이라는 시간을 잃게 됐다.이라크 주요 도시의 사회기반시설들은 70∼80년대 그대로다.고속도로 등 대규모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관리부실로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식수와 전력공급 상황도 열악한 형편이다.또 이라크로의 직항로가 폐쇄돼 인접국 요르단 암만에서 바그다드를 가는 데도 10시간 이상이 걸린다. 결국 유엔제재로 죄없는 이라크 국민들만 후세인 정권의 폭정과 경제고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그동안 국제인권단체 등은 비인도적 조치라며 제재 완화 혹은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이같은 비난으로 유엔은 지난 96년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의약품 구입을 위한 석유수출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석유식량계획’을 도입하기도 했다.하지만 미국이 이라크 무장해제를 명목으로 강경입장을 고수,제재조치 완화를 위한 논의는 번번히 무산됐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열린세상] 김정일의 ‘신비주의 통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3일 평양시 대동강 구역에 있는 김형직 군의대학을 방문함으로써 2월12일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한 이후 50일 만에 공식활동을 재개했다.세계 어느 나라 지도자도 50여일 동안 공식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통치하는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오랜 칩거는 핵 위기,이라크 전쟁,남쪽에서의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 등에 대한 위기돌파를 위한 장고 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통치스타일이 원인일 수 있다.북한은 지도자 중심의 유일체제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반쪽을 지배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성격과 통치스타일을 연구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002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전만 해도 김 위원장은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은둔통치자’로 알려져 왔다.정상회담 이후 남한언론에 김 위원장의 말과 행동이 소개되면서 적어도 남쪽에 대해서는 그의 말처럼 ‘은둔에서 해방’됐지만,아직 북한 주민들은 생방송의 동영상 화면으로 그의 말과 행동을 동시에 보고들을 수 없다.해외방문이나 현지지도 이후에 제작한 동영상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외부 세계에서 김 위원장을 ‘은둔통치자’로 부르는 이유는 그의 정치경력에서 찾을 수 있다.그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1964년부터 노동당에서 정치생활을 시작하면서 조직지도부 생리를 체득했다.김 위원장이 북한의 2인자로 있을 때 아버지 김일성의 후광과 함께 조직장악이나 선전선동술로 막후에서 권력관리를 해온 것이 습성화되어 공식승계 이후에도 ‘대중 정치지도자’로 변신하지 못하고 ‘은둔통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김 위원장은 대중 앞에 드러내지 않고 은둔통치를 함으로써 북한의 인민대중들로부터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그의 이러한 통치스타일은 정치학적으로 볼 때 ‘권력은폐의 원칙’을 활용하여 권력을 유지·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이는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나타나 연설하고 대중에게 견해를 밝히는 것이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고도의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공식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통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은아니다.그는 당과 국가의 공식 기구를 통한 통치를 하기보다는 소수의 측근 실세들을 통한 ‘지도자 중심의 직할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당과 국가는 소수 측근 실세들이 결정한 주요 정책을 추인할 뿐이다.김 위원장이 공식적인 정책결정기구를 무시하는 이유는 그가 소수의 측근들을 통한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다.측근을 통한 정치는 ‘대중형’이 되기보다는 ‘엘리트형’ 정치를 지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따라서 김 위원장은 소수의 엘리트 그룹에 의존하여 정책을 결정하는 ‘밀실정치’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의 통치스타일 중 흥미로운 사실은 선전선동에 뛰어나면서도 대중연설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일성은 해방 후 다른 공산주의자들이 이론에 집착하는 동안 설득력 있는 화술로 대중에게 접근한 것으로 유명하다.이 때문에 김일성의 통치스타일은 현장지도가 큰 특징이었다.반면 김 위원장은 연설형이라기보다는 지시형이다. 망명한 고위 인사들의 증언에 의하면,김일성은 정책결정시 간부들의 의견을 묻기도했으나 김 위원장은 독단으로 결정하며 자기 정책이나 노선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면 가차없이 처벌한다고 알려져 있다.‘핵개발 시인’ 등 최근의 주요 정책결정의 오류도 이러한 통치스타일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이 ‘통이 크고 대담한’ 인물이란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북한당국이 내세운 통치방식이 ‘인덕정치’와 ‘광폭정치’다.장고 끝에 공식활동을 재개한 김 위원장이 그의 통치논리에 따라 핵문제 해결 등 현안문제에 통 크게 나서길 기대해 본다.그렇게 해야 경제재건도 가능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인덕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 유 환 동국대학교 교수 북한학
  • [씨줄날줄] 동상의 종말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교외에 ‘동상 공동묘지’가 있다.레닌·스탈린·소련군 등 공산주의 우상들의 동상이 역사의 죄인처럼 서 있다.헝가리에 산재해 있던 동상들을 동구혁명 때 파내어 옮겨 놓은 것이다.헝가리인들은 공산주의 우상들의 동상들을 한데 모아 1993년 동상 공동묘지를 만들었다.공산주의 폭정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결코 잊지 말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동상 공동묘지에는 40여개의 동상과 비석이 먼지를 쓰고 서 있다.붉은 우상들의 초라한 몰골이 권력의 슬픈 종말을 증언하고 있는 듯하다.1980년대 말부터 동유럽을 휩쓴 혁명의 광풍 속에 수많은 레닌과 스탈린의 동상들이 철거되고 파괴됐다.모스크바 시민들은 레닌의 동상이 목에 쇠사슬이 감긴 채 광장에 쓰러져 파괴되는 것을 보고 환호했다.모스크바 강변에는 레닌과 스탈린의 동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레닌과 스탈린은 러시아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로 재평가되고 있다.그러나 동유럽에서는 독재자일 뿐이다.독재자들은 대부분 생존시에 동상을 만든다.권력을 강화하고 권위를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동상을 활용한다.독재자들의 동상에는 무서운 권력욕이 숨어있다.독재자들의 동상이 많을수록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은 그만큼 억압받았음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독재체제가 무너졌을 때 그들의 동상도 같이 무너졌다.우리나라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 그의 하야와 함께 파괴됐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동상도 철거되고 있다.미군들의 도움을 받아 후세인 동상을 철거하는 이라크인들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가득했다.독재체제의 비극적인 종말을 환호하는 듯한 표정들이다.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으로 이라크가 동정을 받고 있지만 후세인 대통령은 악명 높은 독재자다. 독재자들은 대부분 집권 당시에는 절대 권력의 ‘거인들’이었다.그러나 그들의 권력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왔다.독재자들의 비극은 역사의 진보에는 희망이다.독재의 고통을 견디면 자유의 기쁨이 온다는 믿음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역사에는 많은 굴곡이 있지만 그래도 역사는 인류에게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악명높은 독재자의 동상은 그래서 생명력이 짧다. 이창순 논설위원 cslee@
  • [씨줄날줄] 新가게무샤

    일본 영화계의 천황으로 불리던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1910∼1998)는 지난 1980년 600만달러를 투입해 가게무샤(影武者·Shadow Worrior)를 제작했다.16세기 중엽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각 지방의 영주(쇼군)들이 전장에 나설 때 외모가 비슷한 가짜 영주를 대동하는 위장 전술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가히 지방의 영주 다케다 신겐이 전사하면서 하루아침에 신겐의 가게무샤가 된 좀도둑.도쿠가와 이에야스 연합군은 진짜에 못지않은 가짜의 용병술에 겁을 먹고 섣불리 공격하지 못한다.하지만 1년만에 가짜임이 들통나면서 가게무샤에서 쫓겨난다.천하무적을 자랑하던 가히의 기마대도 연합군에게 대파된다. 가게무샤와 유사한 위장 전술은 중국 삼국시대에도 나온다.위나라의 대장군 사마의는 제갈공명이 죽었다는 소식에 대군을 몰고 촉나라군을 추격하다 수레에 앉아 있는 죽은 공명의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이라크 전쟁 발발 직후 서방 언론에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사망설 또는 부상설이 그럴듯하게 보도됐다.하지만 24일후세인이 TV 연설을 통해 결사항전을 촉구하면서 서방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후세인 사망설 외에도 이라크군 1개 사단 투항설,핵심 지휘부 사망설 등 이라크군 사기 저하를 겨냥한 온갖 형태의 보도와 관측이 난무했으나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가짜 후세인이 최소 3명에서 최대 십수명에 이른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이 소문은 진실에 가깝다는 것이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아랍의 시사주간지 알마잘라는 최근 호에서 가짜 후세인의 존재를 주장하는 독일의 디터 부만 박사의 연구내용과 인터뷰를 게재했다.부만 박사는 “TV와 신문에 나타난 수백장의 후세인 사진을 분석한 결과,1988∼2002년 후세인은 한번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으며,3명의 유사 후세인이 그를 대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레바논에서 출간된 ‘유사 후세인’이라는 책은 후세인 대역으로 19년 동안 활약하다 미국 정보부와 쿠르드 반군의 도움으로 탈출한 미카일 라마단의 회고록을 다루고 있다.라마단은 이 책에서 자신의 강제 납치,모방훈련,성형수술,활동내역,후세인의 폭정 등을 자세히 폭로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마 당] 대선과 문화사이

    이제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 대선 상황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번 대선은 대규모 유세전으로 서로의 세를 과시하던 과거보다는 조용하지만,두 당이 역전과 역전을 거듭해 2강으로 압축된 지금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면서 물 밑으로 그 치열함이 점차 더해가고 있다. 나 역시 오늘 아침도 여러 일간신문과 인터넷에 나타난 대선의 양상을 훑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아마도 새 지도자를 뽑는 대선에 높은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자신의 앞날에 대한 나름의 기대와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장기 군사독재와 쿠데타로 이어지는 어두운 시절을 거쳐 지난 10년간 문민정부와 국민정부를 차례로 경험했다.이제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민주화와 경제번영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과거의 잔재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역분열과 정경유착,사회비리와 부정부패,입시지옥 등 지금 우리 사회가당면한 모든 사회문제들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뿌리를 내린 것으로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그늘을 만들고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새로 등장하는 21세기 첫 정권에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러한 낡은 시대의유산을 완전히 청산하고 우리 미래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는 정권일 것이다. 지금 각 당에서는 많은 정책들이 앞다투어 제시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속에서 새로운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찾아보기는 어렵다.각 당이 모두 나름의 경제성장의 목표수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러한 성장을 바탕으로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떠한 사회를 지향해 가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당면한 현상적인 문제의 해결책에만 매달려 보다 근본적인 문제 인식이 담긴 구체적인 미래의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나라다운 나라”“새로운 대한민국”이란 구호가 아직도 공허하게만 들려온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갈 미래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가 돼야 하고 이러한사회의 건설을 위해 지금 무엇을 개혁하고 준비해 갈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성장을 위해,민주화를 위해 많은 대가를 치렀고 그 결과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하지만 경제성장과 민주화는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토대이며 수단일 뿐이다.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우리 사회는 이제 보다 근본적인 지표를 상실한 채 방황하고 흔들리고 있다. 과외의 중압에 못이긴 초등학생들이 줄이어 자살을 기도하고 청소년들은 최소한 사회적 책임조차 망각한 텔레비전의 천박한 문화에 중독돼 가고 있다. 이것은 독재시대의 폭정보다도 더욱 무서운 우리 사회의 질병이다.나는 이러한 질병들은 보다 수준 높은 문화의 힘으로만이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이 선거를 지켜보면서 해방 후 김구 선생께서 생각하신 우리 사회의비전을 다시금 떠올린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나아가 남에게 행복을주기 때문이다.” 윤광진 연출가·용인대 교수
  • 노벨문학상/ 케르테스의 작품세계

    ■아우슈비츠의 충격 문화해석 평생 고뇌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케르테스 임레는 나치의 동유럽 침공 때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돼 이때의 처절한 체험을 문학적으로 꽃피워낸 작가로,동유럽 문학계에서 ‘반나치즘의 기수’지위를 구축한 소설가이다. 1975년 발표한 그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 된 ‘소르슈탈란사그(Sorstalensag·비운)’는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작품화한 것. ‘반나치즘’이라는 그의 정신이 가장 깊고 치밀하게 배어 있는 이 작품은 열다섯살 난 소년의 천진난만한 의식에 투영된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의 홀로코스트(집단 학살)가 준 충격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주인공이 바로 15세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용된 케르테스 자신이라고 여긴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 헝가리에서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1985년 재출간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해 서유럽 각국에서 번역됐으며 독일어로는 1996년에 출간돼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특히 나치의 폭정을 체험한 사람들은 어린 케르테스가 겪은 아우슈비츠의 체험을 너무나 충격적인,그러면서도 결코 예외적일 수 없는 일로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새로운 소설을 구상할 때마다 왜 나는 항상 아우슈비츠를 떠올리게 될까.”라고 술회하는 그는 유대인 집단학살 문제를 문화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가를 화두삼아 평생을 고뇌하며 사는 ‘나치즘의 역사이자 증인’이기도 한 인물이다. 이후에도 그는 수용소 체험을 바탕으로 ‘소르슈탈란사그’시리즈 3부작인‘실패(A Kudrac)’(1988)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Kaddish for a Child Not Born)’(1990)등을 잇따라 내놓았다.이후 ‘길을 발견한 사람’을 비롯,‘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영국의 깃발’‘누군가 다른 사람’등을 펴내는 등 지난 90년대 말까지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며 유대인 학살문제와 유럽사회에서 일어났던 반인륜적 집단학살의 문제를 작품화해 동구는 물론 세계의 눈길을 끌어왔다. 케르테스는 전쟁이 끝난 뒤인 48년부터 부다페스트의는 빌라고샤그 신문사에서 기자로 약 3년동안 일했으며,2년간 군복무를 한 뒤 전업작가 겸 번역가로 활동했다. 이 시기에 그는 주로 니체·프로이트·비트겐슈타인 등 독일 문인과 철학자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 가운데는 그를 ‘타협을 거부하는 사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스웨덴 한림원도 “그는 낯선 방문자에게 빡빡하고 가시돋친 산사나무 생울타리를 연상케 한다.”고 설명할 정도.그러나 그런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그는 독자들을 강요된 감정의 부담에서 해방시키고,생각을 자유롭게 하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헝가리를 비롯한 동구권에서는 케르테스가 올해 노벨상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무성했다.그만큼 그의 문학이 동구권에 미친 영향은 큰 것이었다. 최문규 연세대 독문과 교수는 “4∼5년전부터 유럽 문학의 주요 이슈가 ‘기억이냐 망각이냐.’였다.나치 독일의 전쟁범죄를 다음 세대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는 의견과,과거를 잊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올해 노벨문학상은 결국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라며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서 보듯 지금도 전쟁범죄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며,이는 일제 잔재 청산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이번의 수상작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경민 한국외국어대 헝가리어과 교수는 “케르테스는 아리안족이 유대인에게 반감을 가진 이유와,집단학살에 침묵했던 유럽인의 의식구조를 파헤치기 위해 헝가리내 유태인 모임을 통해 끊임없이 전통문화를 탐구하는 열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아직 국내에 번역,소개되지 않았다. 심재억기자 jeshim@ ■연 보 ▲1929년 부다페스트에서 유태계로 출생.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이듬해 부첸발트 수용소에서 석방. ▲1948년 부다페스트 신문 ‘빌라고샤그’에 취직했으나 1951년 해고. ▲2년간 군복무 후 생계를 위해 작가와 번역가로 활동. ▲1975년 아우슈비츠 체험을 담은 첫 소설 ‘비운’집필. ▲1977년 ‘길을 발견한 사람’발표. ▲1988년 ‘실패’집필. ▲1990년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발표. ▲1993년 ‘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집필. ▲1995년 브란덴부르크 문학상 수상. ▲1997년 라이프치히 도서상 수상.
  • 美 국가안보전략/ 내용·北美관계

    ■엇나가는 北·美관계/ 부시 “군사적 도전 허용않겠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부시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발표한 미 국가안보전략(NSS)의 핵심은 ‘선제공격’이다.상호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힘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냉전시대의 전략은 공식 폐기했다.대신 ‘불량국가’나 ‘테러리스트’를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했다.여기에는 이라크뿐 아니라 북한도 지목됐다.특히 미사일을 개발하거나 확산시키는 국가에는 특수부대 투입을시사,북·미 관계개선이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엇나가는 북·미 관계개선-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는 1990년대 불량국가들의 행태가 거론됐다.“국민을 상대로 폭정을 일삼고 개인이 국가자원을 착복한다.국제법을 어기고 테러리즘을 지원하며 대량살상무기를 구한다.인권을 무시하고 미국을 증오한다.”이라크에 이어 북한의 경우 지난 10년간 세계제 1의 탄도탄 미사일 장사꾼이 됐으며 미사일 개발실험을 계속해 왔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평양방문 이후 북·미간 화해무드가 형성될 것이라는 일반의 전망과는 달리,미국의 최근 행보는 강경 일변도를 치닫고 있다.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과 18일 의회 증언에서 “북한이 핵 무기를 보유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국무부가 북한과의 대화재개에 변화가 없고 평양특사 파견을 검토한다고 말하는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북·일 정상회담이 긍정적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본인 납치 시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미사일 발사실험 유예나 핵사찰 수용 등도 실질적인 행동이 따르지 않는 한 믿을 게 못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북 대화의 1차적 목적은 관계개선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을 검증하는데 있다는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의 입지가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방지’에 국한하지 않고 ‘확산대응’에도 주력할 것임을 강조했다.외교적 채널을 통한 국제사회의 협력 이외에 미국 주도의 소규모 특수부대가 무기수출을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주장한 북한 미사일 선박의 나포와 비슷하다.북한에 대한 외교적 노력이 우선되겠지만 대안이 없으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핵과 미사일 문제가 북·미 관계개선의 선결과제임을 시사했다. ◇이라크에 대한 전방위 압박-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냉전시대의 억제와 견제는 무의미하며 테러세력이 미국을 공격하기 이전에 선제공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과거 대량살상무기가 최후의 공격수단으로 간주되던 것과 달리 지금은 불량국가와 테러리스트들이 우선적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것. 유엔 결의안이 이라크의 사찰수용으로 난항을 겪지만 새로운 안보 독트린에 따라 국제사회의 지지없이도 공격할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선제공격에 앞서 동맹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일방주의로 흐른다는 국세사회의 비판을 의식했지만 ‘자위권’을 내세워 독자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부시 행정부는 앞서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을 승인해 줄 것을 19일 의회에 요청했다.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 톰 대슐 의원이 결의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결의안을 빨리 통과시키는 게 중간선거에 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다음달 초 결의안 채택이 유력시된다.국방부도 이라크 군사시설에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는 내용의 전쟁 계획안을 백악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가 유엔을 통해 미국에 대한 지지를 분산시키려 하나 부시 행정부는 독자적인 시간표에 따라 전쟁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군사 전문가들은 1∼2월이 사막전을 치르기에 적합한 시기라고 본다. mip@ ■북한 관련 언급 전문 “…지난 십년간 북한은 세계 제1의 탄도미사일 공급국이었다.북한은 스스로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는 동시에 점점 더 성능이 좋은 미사일 개발실험을 해왔다.다른 불량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를 가지려고 노력해 왔다.이들 나라가 이런 대량파괴무기 획득을 추구하고 전세계를 상대로 거래하는 것은 모든 국가들에 점차 큰 위협이 되고 있다.우리는 불량국가들과 이들의 고객인 테러리스트들이 미국과 미국의 우방을 상대로 이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못하도록 미리 대처해야 한다….” ■부시 안보전략 주요내용 백악관이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새 안보 독트린은 북한·이라크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국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을 정당화하고 압도적인 군사우위 전략을 재확인하고 있다.다음은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 주요 내용이다. ◇대량살상무기 위협-각종 확산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획득했다.북한은 지난 10여년 사이에 탄도미사일 세계 제1의 공급국으로 부상했으며 미사일 등 자체적인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우리는 불량국가들과 테러집단들이 미국이나 우방들을 상대로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해 위협하거나 사용하기 전에 이를 저지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우선 사전적인 ‘확산대응’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한다.위협이 현실화하기 전에 억제,방어해야 한다.둘째,불량국가들과 테러리스트들이 대량살상무기관련 핵심물질과 기술 등을 확보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기존의 확산방지노력을 강화해야한다.외교력과 군비제한,다자간 수출통제를 십분 활용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대량살상무기) 관련 기술과 물질에 포격을 가할 수있다.대량살상무기의 살상력을 최소화해 이를 획득하려는 의욕을 저하시킬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선제공격-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적성국과 테러집단의 위협에 선제공격으로 대응한다.불량국가들과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를 감안할 때 미국은 과거처럼 사후대응 태세에만 의존할 수 없다.문명의 적들이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갖춘 기술들을 확보하려고 기를 쓰는 마당에 미국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미국은 모든 위협에 대해 선제공격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다.선제공격에 앞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조하며 신속하고 정확한 작전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끊임없이군은 역량을 변모·발전시켜야 한다. 국제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있는 테러조직과 대량살상무기를 손에 넣으려고 획책하는 테러리스트나 테러 옹호국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우리의 국경에 닿기 전에위협을 식별,파괴함으로써 미국과 미국 국민,국내외에서의 이익을 지킬 것이다.국제사회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지만 필요한 경우 선제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우리의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테러를 옹호,지원하거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국가로서의 의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거나 강제함으로써 더이상 이같은 행동을 못하도록 할 것이다.제대로 된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군사력-어떠한 도전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군사력을 강력하게 구축,유지해야 한다.미국은 미국이나 동맹국,친구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려는 적이 있다면 국가든 국가의 형태를 띠지 않든 간에 격퇴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해야만 한다.따라서 미국은 의무를 이행하고 자유를 지키기에 충분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다.미국의 군사력은 잠재적 적국들이 미국의 힘에 필적하거나 이를 능가하리라는 희망에서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는 것을 단념시킬 만큼 강하다. 김균미기자 kmkim@
  • [씨줄날줄] ‘우물집 여인’

    ‘한국전쟁 때 남편이 월남한 순녀는 마을에서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는다.심지어 살인범으로 몰려 고초를 겪기도 한다.그러나 광폭정치가 실시되면서 순녀는 행복을 되찾는다.’ 얼마전 북한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극영화 ‘우물집 여인’의 줄거리라고 한다.북한은 지난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이산가족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영화를 속속 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이런 새로운 추세는 지난해 초부터 두드러졌다.평양방송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다룬 ‘민족의 태양을 우러러’라는 제목의 라디오드라마를 내보낸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우물집 여인’의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만들어졌다고 하니,김위원장이 영화마니아라는 얘기는 틀림없는 말인 것 같다.광폭정치라는 말도‘광폭화면(시네마스코프)’에서 유래됐다고 할 정도니….‘우물집 여인’은 북한 영화가 그렇듯 이념·정치색을 담고 있기는 해도 제법 잘 만들었다는 평을 얻었다고 한다. 사실 북한의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은 나름대로 상당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몇년전프랑스 일본 등과 합작한 만화영화 ‘영리한 너구리’는 해외수출되기도 했고 1987년 ‘제1회 비동맹 및 개발도상국 영화축전’에 출품된 ‘도라지꽃’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최근에 만들어진 ‘살아있는 령혼들’‘군관의 안해’등도 북한이 자랑하는 영화이다.광복 직후 징용한국인 7500명을 태운 우키시마마루(浮島丸)호의 영문 모를 침몰사건을 다룬 ‘살아있는 령혼들’에는 엑스트라가 무려 1만여명이나 투입됐다.이런 대작이라면 한번쯤 본다고 나쁠 리 없을 것이다. 남북한이 올해 중 방송교류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한다.물론 그동안 몇차례 방송교류가 있기는 했다.1998년 KBS가 남북합작 다큐멘터리 ‘북녘산하 북녘유산’을,SBS가 극영화 ‘안중근,이등박문을 쏘다’를 방송한 이후 간간이 북한물이나 남북합작물이 전파를 탔다. 그러나 이는 일회성이어서 북한 이해에 한계가 있었다.따라서 방송교류가 자리잡아 정기적으로 남북한이 드라마나 영화 등을 바꿔본다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분명하다.북한의 영화 ‘우물집 여인’이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지. 박재범 논설위원
  • 토요영화/ 브레이브 하트 등

    ◆브레이브 하트(KBS2 오후 10시)= 13세기 말 스코틀랜드 왕이 후계자 없이 죽자 잉글랜드는 왕권을 요구한다.월레스는 처형된 애인에 대한 복수심과 폭정에 맞서 사람들을 모아 저항군을 결성한다.실패할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결연히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제작·감독·주연을 도맡은 멜 깁슨에게 96년 오스카 감독·작품상을 안겨준 작품. 소피 마르소도 성숙된 여인으로 얼굴을 비친다. ◆야수인간(EBS 오후 10시)=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게임의 법칙’의 감독 장 르누아르의 1938년작.그가 주로 다룬 사회의 부패와 계급의 허상이 인간관계 속에 잘 녹아든 작품이다.남편의 일자리를 지키고자 그 상사와 정을 통하고,질투심에 눈이 먼 남편은 상사를 죽이고,비밀을 아는 다른 남자와 다시 불륜을 저지르는 과정을 냉정한 시선으로 지켜본다.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에밀 졸라 원작을 영화화. ◆인디아나 존스(MBC 오후 11시10분)=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가운데 두번째 작품.신비의 돌을 찾는 고고학자 인디의 모험이 정신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선악의 구별이 명확하고 비현실적인 내용 탓에 평단의 지지를 얻지는 못했지만 ‘재미’만큼은 확실한 영화.스필버그 감독의 부인이된 케이트 캡쇼의 춤 장면도 감상할 수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
  • 김정일, 박 前대통령 묘소참배 희망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서울 답방이 이뤄지면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싶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미래연합 대표인 박근혜(朴槿惠) 의원은 지난달 중순 평양 방문 때 김 국방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답방 의사가 있다.”면서 “서울에 가면 박 대통령 묘소도 참배하고 싶고,그 게 예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2일 밝혔다.박 대표는 “그러나 김 위원장은 동작동 국립묘지를 방문하고 싶다는 의미로 이러한 말을 하지는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박 의원이 방북 당시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점을 김 위원장이 간접 지적하면서 ‘광폭정치' 차원에서 답방때 박 대통령 묘소 참배문제를 언급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진경호기자 jade@
  • 월드컵 승리 피보다 진하다

    ■'축구전쟁'…무너진 순혈통주의 월드컵은 민족주의의 각축장이다.4년마다 되풀이되는 세계대전이다.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국가끼리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다.월드컵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그토록 굳건히 지키던 순수혈통주의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간단히 차버리곤 한다.90년,94년 월드컵에서 잇따라 예선탈락한 프랑스는 98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프랑스 외인부대가 국적과 전력을 문제삼지 않듯 인종을 따지지 않는 선수 기용이 그것이다. 지네딘 지단은 잘 알려진 대로 알제리 이민자의 2세이다.티에리 앙리는 모로코계이고,마르셀 드자이는 가나,파트리크 비에라는 세네갈 출신이다.한국과의 평가전에서 멋진발리슛을 터뜨린 다비드 트레제게는 아르헨티나가 고향이다.사실상 유럽·아프리카·남미 혼성팀이고,전력의 핵심은 오히려 아프리카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그 결과 프랑스는 98년 월드컵과 유로 2000,2001 컨페더레이션컵에우승하는 등 삼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며 월드컵 2연패를 넘보는 등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프랑스 팀의 ‘다인종화’가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념적 바탕이 굳건하기 때문이다.역사학자 에르네스트 르낭은 이미 19세기 후반에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은 인종과 언어,종교,이익공동체 및 지리를 초월한다.’고 정의했다.프랑스 국민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프랑스 국민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차군단’ 독일이 최근 흑인 포워드 게랄트 아사모아를 귀화시켜 월드컵에 출전시킨 것은 매우 놀랄 만한 일이다.독일은 게르만족이라는 혈통과 독일어라는 언어를 국가 구성의 핵심요건으로 삼아 20세기에 두차례나 전세계를 전쟁의 포화 속으로 몰아넣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민족에 관한 한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다.그럼에도 일찌감치 70년대에 일본계 브라질인 넬슨 요시무라를 귀화시켰다.월드컵을 앞둔 지난 2월역시 브라질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알렉산드로 산토스를귀화시켜 대표팀에 전격 발탁했다. 한국과 같은 D조에 속한 폴란드도 나이지리아 출신의 올리사데베를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귀화시켰다.폴란드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디에고 페르난도 클리모비치(볼프스부르크)의 귀화도 추진했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올초만 해도 ‘킬러 부재’에 시달렸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K리그에서 뛰고 있던 스타를 귀화시켜 기용하라는 강력한 압력에 시달렸다.비록 한바탕논란으로 끝났지만 ‘단일민족’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한국조차 ‘월드컵 16강’ 앞에서는 배타성을 접어둘 수밖에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박록삼기자 youngtan@ ■국적바꾼 스타플레이어 국적을 바꾼 축구스타 가운데 관심을 끄는 선수는 한국과 월드컵 D조에서 만날 폴란드의 올리사데베와 아프리카 출신으로 순혈주의 게르만의 ‘전차군단’에 합류한 아사모아,그리고 공동개최국 일본의 산토스 알레산드로다. ‘검은 폴란드인’ 에마누엘 올리사데베(27·그리스 파나티나이코스)는 특유의 탄력과 총알 같은 스피드에 동물적인 골 감각을 겸비하여 한국 팀을 크게 위협할 스트라이커.나이지리아의 니제르강가 와리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예지 엥겔 폴란드 감독의 눈에 띄어 폴로냐 바르샤바 팀에 발탁됐다.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5년 동안 폴란드 국내에 거주해야 한다는 국적 취득 요건도 뛰어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리사데베는 폴란드보다는 나이지리아 대표선수가 되고 싶었다.골 세리머니가 흥분이나 환희와는 거리가멀어 붙여진 그의 별명은 ‘슬픈 스트라이커’. 가나 야산티부족 출신의 독일 미드필더 게랄트 아사모아(23·샬케04)는 12살 때 가족과 함께 독일에 건너간 뒤 인종차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축구화를 신었다고 한다.그는독일대표로 A매치에 데뷔한 지난해 5월 슬로바키아전에서선취골을 터뜨려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98년 하노버 팀 시절 2부 리그 경기에 나섰다가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심장질환 판정을 받기도 했으나 불굴의 투지로 극복했다. 일본대표팀의 산토스 알레산드로(25·시미즈 S 펄스)는브라질 출신이다.지난해 11월 일본 법무성에서 귀화승인을 받아 일본인 ‘산토스(三都主)’가 됐다.산토스는 지난 4월17일 코스타리카 전에서 왼쪽 사이드를 완전 점령하는활약으로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박록삼기자 ■애증의 식민지 역사 피할수 없는 한판승부 “축구로 과거사를 극복한다.” 월드컵을 사상 처음으로 두 나라가 공동으로 유치할 수있었던 것은 ‘과거사’에 힘입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축구에 열광하는 나라 가운데 지배와 피지배 역사에 무관한 처지에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가 가진 명분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었던 것도 이때문이다.식민지 역사를 알고 본다면 이번 대회 조별 예선에서 맞붙는 프랑스-세네갈,스페인-파라과이,잉글랜드-나이지리아 전은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프랑스-세네갈= 북아프리카 서해안의 작은 나라 세네갈에서는 매년 ‘마갈’이라는 이슬람 축제가 열린다.1800년대 후반 반 프랑스 운동을 주도하다 가봉과 모리타니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밤바’의 귀국을 기념하는 행사다.독립 42주년을 맞은 올해 세계가 지켜볼 월드컵 개막전에서 ‘과거의 지배자’를 격파한다면 감격은 두배로 커질 것이다.“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편안하다.”는 세네갈이 “개막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프랑스를상대로 기적을 일으킬지 두고 볼 일이다. ◆스페인-파라과이= 영화 ‘미션’으로 잘 알려진 과라니족의 나라 파라과이는 1524년 스페인 탐험대가 침입해 오면서 불행이 시작됐다.수세기 동안 스페인의 폭정에 항거하는 ‘코무네로스의 혁명’과 수많은 농민 폭동으로 독립을 끊임없이 갈구했다.나폴레옹군이 스페인을 침공하면서 식민통치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한 틈을 타 1811년 독립을 공포했지만 오늘날에는 원주민은 거의 사라지고 스페인계 혼혈이 국민의 다수를 차지한다.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의 ‘거미손’과 남미 예선에서 29골을 작렬한 공격력도 만만치 않아 450년 전 스페인 군대의 총검에 맥없이 무너져버린 조상들과는 다른 면모를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잉글랜드-나이지리아= 아프리카 축구의 맹주 나이지리아는 지난 60년 10월1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15세기부터포르투갈인들의 노예매매로 고통을 당했고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이보족,요루바족 등이 독립운동을 벌였지만 영국군의 무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독립이후에도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영연방 회원으로 남아 있지만 잉글랜드를 꺾고 ‘죽음의 조’를 탈출한다면 모처럼 250여 부족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스트라이커 누앙쿼 카누(아스날),수비수 셀레스틴 바바야로(첼시) 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北 ‘박근혜 환대’의 계산/ 광폭정치 선전 극대화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박근혜의원을 환대하고 현안에 대한 여러 언질을 한 것에 대해깊은 ‘정치적 계산’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선 이념적으로 보수 성향이 뚜렷한 박 의원을 김 위원장이 직접 면담,‘통일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인덕정치·광폭정치’를 안팎에 선전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방북한박 의원을 시종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겸 국회의원’으로 불렀다.지난 7일에는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박 의원의 방북 사실을 사전에 보도,눈길을 끌었다. 경추위 무산으로 따가운 눈길을 받고 있는 때에 박 의원의 방북을 자세히 소개,자신들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과시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박 의원 일행이 지난 12일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중앙위 비서 등과 회담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자세히 보도했다.지난 13일에는 이례적으로자정에 방송을 통해 박의원의 김 위원장 면담 사실을 전했다.북한의 정규 방송은 보통 밤 11시에 끝난다.김 위원장은 백화원초대소로 박의원을 찾아가 1시간 정도 단독 면담한 뒤 2시간여 동안만찬까지 함께했다. 이와 함께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 대선후보를 견제하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김 위원장은 박 의원 일행이 판문점을 통해 편히 귀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판문점을 통한 귀환은 고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임동원(林東源) 특사 등 김 위원장을 만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남한의 보수층을 대변하는 박 의원을 직접 만나 남쪽에 유연성을 과시하는 ‘박근혜 효과’를 노렸다는 인상도 지울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박 의원과의 면담은 김 위원장의 ‘개인적 관심’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김일성’ 주석의 아들인 김 위원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의원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는 전언이다. 전영우기자
  • 김위원장 발언 평가/ 반갑긴 하지만 “과연…”

    ‘광폭정치냐 립서비스냐.’ 박근혜(朴槿惠·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의원이 14일 서울로 가져온 예상 밖의‘큰 보따리’를 놓고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경색된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실행 가능한 이야기냐.’며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있다. 우선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박 의원의 금강산댐 남북 공동조사 필요성 제기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것은 ‘접대용 수사(修辭)’라는 지적이 일단 우세하다. 금강산댐의 붕괴가능성에 대해 북한은 ‘날조’라고 펄쩍 뛰면서 지난 7일부터 서울에서 열리기로 돼 있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2차회의를 무산시켰다. 금강산댐을 ‘혁명적 군인정신’의 상징물로 선전하고 있는 북한이 스스로 건설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남한 정부와 공동조사를 한다는 것은 큰 내부반발을 불러 올 소지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상설면회소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동해선 철도 연결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육로) 복원 연결 합의’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경의선이든 동해선이든 철도·도로가 연결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 군사당국 사이에 ‘군사보장합의서’가 발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방장관회담 등 군사당국자 회담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반도횡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을 위해 유럽 여러 나라와 공동으로 협의기구를 설치하는 데 대해 김 위원장은 찬성의사를 표시했다.이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해선 연결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임동원(林東源) 특사와 만나 먼저 제기한 사안이다.그러나 박 의원 스스로 말했듯 이것 역시 ‘정부 당국에서 추진할 문제’다. 박 의원이 이사로 있는 유럽·코리아재단이 중국 베이징에 건립을 추진중인 조선경제인트레이닝센터에 북한 관료등이 유학하는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은 즉답을 피했다.답방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는 종래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인덕정치,광폭정치’를 내세우며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다만 적십자사를 통한 6·25 실종군인의 생사확인과 남북대화 재개를 약속한 점으로 미뤄 박 의원 면담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국면전환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전영우기자 anselmus@
  • 책/ 고구려 건국사

    활쏘기의 명수로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朱蒙) 신화는 허구일까,사실일까?.대륙에서 활달한 기개를 날렸던 고구려의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고구려 건국 설화는 대중은 물론 역사학계에서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심증이 간다해도 딱부러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온 것이 현실이었다.‘고구려 건국사’(김기흥 지음,창작과비평사)는 주몽신화의 피륙에서 상상력과 사실의 올을 한 가닥 한 가닥 가려내고 사료라는 물증을 들이밀며 잃어버린 고구려 초기의 역사 되찾기를 시도한다. 건국대 인문학부 사학과 교수인 저자(47)는 2년전 광개토대왕릉비문을 읽다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힌다.지금까지 일본학자들의 이른바 ‘실증적’연구에 따르면 주몽신화는부여의 ‘동명(東明)전설’을 개작한 허구에 불과하다.이들은 주몽에서 유리왕,대무신왕,민중왕,모본왕에 이르는고구려 초기 왕계를 조작된 왕계라고 결론짓고 아울러 6∼9대왕(태조대왕,차대왕,신대왕,고국천왕)도 조작된 왕으로 보아 제10대 산상왕(197∼227년)부터가 고구려인들 자신이 확실히 알고 있는 실재한 왕이었다고 주장했다.이에 반해 남북한 사학자들은 일본학자들처럼 조작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주몽신화는 고구려 후반기인 5세기 이후 완성된 것으로 보고 고구려 건국사로서의 역사성은 주장하지못하고 있는 실정. 저자는 건국신화가 자연 발생한 것이든,조작된 것이든 간에 그것이 꼭 필요했을 건국과정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전설로 희미하게 전해지다가 수백년 후에야 체계화되었다는것은 수긍할 수 없다는 의문을 기둥삼아 연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저자는 3세기 후반에 편찬된 중국 사서인 ‘삼국지’동이전의 고구려의 동맹(東盟)제 관계 기록에 주몽신화가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이 기록은 10월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서 수신(굴의 신)을 맞이하여 동쪽 강가에 돌아와서 제사지냈다는 내용을 전하는데 이는 주몽의 어머니인 유화와 태양신인 해모수의 설화가 이미 확립돼있음을 뜻하는 것이다.저자는 고구려 제3대왕인 대무신왕3년에 동명왕묘가 세워지면서 주몽이 고구려의 시조신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아 그에 관한 기본적인 신화가 체계화했다고 결론짓고 2001년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다.저자는 또한 주몽신화가 상당한 정도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음도 확인했다고 밝힌다. ‘고구려 건국사’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주몽에서 모본왕에 이르는 고구려 초기 5대왕의 역사를 이야기형식으로 구성해 보인다.동부여 왕의 서자였던 주몽이 형제들의 질시를 피해 말을 달려 압록강의 지류인 비류수 강가에 정착하는 장면에서부터 모본왕이 폭정끝에 살해됨으로써 영웅시대가 끝나는 장면까지가 신화와 사실의 세심한 구별 속에 생생하게 서술된다. 이어 후반부는 골격만 전해오는 주몽신화에 살을 붙여 역사가적 상상력으로 이를 복원하는 데 할애된다.아름답고신비로운 신화의 복원은 독자들에게 그리스신화나 요즘 영화 못지않은 민족적 판타지를 만끽하게 해준다.9500원. 신연숙기자yshin@
  • [대한광장] 친일파 명단 “이의”에 대한 이의

    지난달 28일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의원모임’의 친일파 708명 명단발표에 대한 후문이 무성하다.이는 발표하는측에서도 이미 예상한 것이다.명단 작성에 관여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친일파 명단 자체가 전반적으로 잘못됐다고는 하지못할 것이다.이번 명단 작성의 근거기준은 1948년 국회에서제정한 반민족행위처벌법의 규정으로, 역사적 자료를 통해친일 행적자를 가려 뽑았다.따라서 친일 반민족행위가 없는데도 모함을 당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음에 친일파 명단의 공표는 이승만의 비호를 받은 친일파의 방해로 반민법의 시행이 무산되고,그후에 친일파가 반공을 면죄부로 해 반백년 이상을 다시 지배해 오면서 저지른 독재와 폭정·부패와 퇴폐 타락의 수렁에서 벗어나자는몸부림의 일환이다.따라서 이 명단에 게재된 사람은 대개고인이지만 만일 생존자가 있다면 우선 겨레 앞에 사과 사죄하고 나서 그 시비를 가려달라고 이의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그러지 않고 아직도 자기의 친일행각을 변명,정당화하고자 하는 추태를부린다면 더이상 상대할 일은 못된다. 셋째,이번 친일파 명단을 가장 못마땅해하는 부류는 친일파 기득권 세력의 일부이거나 추종자나 아류일 것이다.그들은 부패 기득권 질서의 붕괴 위협 또는 위기에 반발하는 것이다.그러한 반발과 반동은 아직도 민족반역의 죄과를 발판으로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의도로 역사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고,또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친일파 명단에 든 인사의 후손은 가문의 체면 등으로 봐서 감정이 몹시 상할 것이다.현대법은 연좌제가 아니다.친일파 자손까지 친일 낙인으로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친일파의 매국행적의 대물림문제다. 친일파 자손이 누려 온 혜택-막대한 재산의 상속,고등교육의 유리한 기회,사회진출과 활동에서 연줄 지원 등-을 기반으로 해서,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역대 독재정권에 유착·편승해 반민족적·반민주적 해악을 끼치는 가해자의 주역이 된 경우가 상당히 있다.그야말로 친일 반민족의대물림이다.이러한 입장에 있는 부류가 그 이해관계를 고수하기 위해친일파 선조를 변명하고 나선다면 문제는 다르다.그런 것은 봐줄 수 없다. 넷째로 어느 논자는 왜 당사자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졸속 처리했느냐 하고 따지고 들었다.얼핏 이치에 닿는 말 같다.법률의 정당한 절차를 준수하는 법치국의 원칙론 강조로 보인다.그러나 일제 패망후 반백년 이상 친일파의 변명기회는 항상 열려 있었다.그동안에 왜 자기의 처지를 해명하지 못했는가.명단 발표에 대해 딴죽을 걸기 전에자기 처신을 반성해 봤는가 묻고 싶다. 이승만은 친일파를 정치기반으로 하면서 궤변을 늘어놓기를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고 지금은 단결 단합할 시기”라고 했다.그렇지만 과거는 현재로 이어진다.과거 청산이없는 민족의 역사의 양 극단을 한국과 일본에서 본다.한국은 민족반역을 묵인해 왔고,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덮어두고정당화해 왔다. 그러한 과거 회피는 프랑스와 독일에선 인정되지 않았다.프랑스는 민족 반역을 철저히 숙청 단죄했고,독일은 과거 잘못을 심판 청산해 왔다.어느 쪽이 역사의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그리고이승만처럼 과거를 흘려보내고 단합해 나가자고 하면서 친일파가 한 일은 무엇인가.그들은 자기의 부끄러운과거를 은폐해 오다가 한술 더 떠서 미화하고 정당화하면서,부정한 기득권을 지키려고 반민주적 세력의 주역으로 행패를 남김없이 부려왔다.김구 선생 암살 배후에는 친일파의그림자가 있다.민주투사 장준하의 사고사에는 친일파 공작의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간다.물론 친일파에 대한 감정적보복은 안 된다.다만 역사의 심판이란 말로 표현되듯이 정의가 이 땅에도 살아 있다는 것을 지금에라도 보여주지 못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누가 무엇을 어떻게 변명하든친일파의 죄과 부인과 친일파 세력의 지배를 그대로 방임한채 우리는 민족으로서나 또 인간으로서나 바르게 살 수 없다.민족 공동체를 유지하는 열쇠는 민족 배신에 대한 역사의 심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상범 동국대 법학과 교수 민족문제연구소장
  • 9세기 日승려의 唐여행기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엔닌 지음,김문경 역주/중심 펴냄). 신라인들의 해상활동이 한창 번성했던 9세기 중엽.이 시기신라인들의 활약상과 관련한 국내외 학술연구나 저술은 상당한 수준이다.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나 저술들은 당시 중국인들과 부대끼며 살았던 신라인들과 중국 내의 생활상은 충실히 전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엔닌 지음,김문경 번역,중심)는 이같은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흥미있는 여행기랄수 있다.단순한 여행기 차원을 넘어 일종의 보고서같은 느낌마저 전하는 방대한 답사기이다.물론 구법(求法)의 일념으로 중국 곳곳을 훑었던,한 일본 승려의 여행기인 만큼종교의 색채가 강하다.하지만 구법의 과정에서 만나고 부닥친 숱한 상황 기록들은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극적 흥미까지 자극한다. 저자인 지가쿠(慈覺) 대사 엔닌(圓仁·794∼864)은 일본천태종 개조 사이초(最澄)의 제자로 71세에 입적할 때까지중국의 천태종을 일본 내에 자리잡게 한 인물.당나라에 정기적으로 파견된 견당사일원으로 42세에 일본을 떠나 9년6개월간 중국을 순례하면서 필사한 방대한 양의 불교경전자료들을 본국에 전했다. 일기체로 써내려간 책은 9세기 중엽 당나라의 정치 경제민속 종교 법제 지리 등 사회상 전반을 생생하게 전한다. 산간벽지의 촌부 모습이나 황제의 폭정,번성한 항구 도시,수도 장안의 화려함 등 당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과 신라의 정변과 관련한 양국의 움직임,배를 옆으로 여러 척 묶어 물소가 끌고가는 장면,수십리를 잇는 소금배,물새 인공사육 모습도 흥미롭다.황하 나루의 사람과 나귀의 뱃삯 등 곳곳의 물가와 인심을 빼놓지 않고 있으며 당시 이미 인쇄된 새해 달력도 유행한 사실도 확인시켜준다. 엔닌의 순례 과정에서 만난 신라인들의 도움은 책 전반에서 줄곧 이어진다.엔닌은 원래 천태종의 발상지인 태주(台州) 천태산을 순례할 예정이었으나 당 조정에 의해 저지당했다.불법체류 상태에서 장보고가 세운 적산법화원에서 한겨울을 보내고 천태산 대신 대주(代州)의 오대산으로 목적지를 바꾼 과정, 오대산 순례에 필요한여행증명서을 발급받는 과정 등에서 신라인의 도움은 눈물겨울 정도로 생생하게 드러난다.엔닌은 신라승과 무역업자들이 머무는 신라원에서 묵거나,신라인들이 모여사는 신라방을 찾아 신라인통역과 관리들에 번번이 도움을 청했다. 황제 무종에 의한대대적인 불교탄압, 이른바 회창폐불(會昌廢佛)의 풍랑을견디지 못해 결국 강제환속된 채 귀국길에 올랐으며 이 때도 신라인들의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적산법화원에 머무는 동안 만난 신라인들의 추석명절,적산법화원의 신라식 강경의식 등 당시 중국내 신라인들의불교의식 기록은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역자는 보고 있다.3만5000원. 김성호기자 ki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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