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폭정
    2026-06-05
    검색기록 지우기
  • 뮤즈
    2026-06-05
    검색기록 지우기
  • 복적
    2026-06-05
    검색기록 지우기
  • 구보
    2026-06-05
    검색기록 지우기
  • 입소
    2026-06-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56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외다리 원숭이, 두목 등극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외다리 원숭이, 두목 등극

    ‘외다리 두목 원숭이의 전설.’ 어린이동물원 다람쥐 원숭이 무리 20여 마리를 이끌고 있는 똘똘이(♂·2002년생)는 그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한다. 오른쪽 허벅지 아래로는 절단된 ‘외다리’이기 때문이다. 똘똘이가 한쪽 다리를 잃게 된 것은 태어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았을 때다. 똘똘이의 엄마는 다른 곳에서 똘똘이를 임신한 상태로 대공원에 왔다. 하지만 당시 무리를 장악하고 있던 우두머리 다이아몬드(♂)는 자기 자식이 아닌 똘똘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원숭이와 싸우다 이마에 남은 흉터 모양 때문에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을 얻었을 정도의 폭군. 다이아몬드는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똘똘이를 덮쳐 한쪽 다리를 물어 뜯었다. 심하게 상처입은 똘똘이는 허벅지 아래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인공포육실에서 6달 동안 치료를 받고 살아남긴 했지만, 의료진과 사육사들은 아직 어린 똘똘이를 합사시킬 경우 다시 공격을 받을까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어미가 똘똘이를 알아볼 경우에만 합사를 시키기로 결정한 뒤 똘똘이를 작은 우리에 담아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냈다. 긴 시간이 지나 서로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는 사육사들의 기우였다. 똘똘이 엄마는 단번에 자식을 알아보고 작은 우리에서 끌어내 등에 업었다. 모정에 감동한 것인지, 똘똘이의 잘린 다리를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인지 다이아몬드도 더이상 똘똘이를 괴롭히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줬다. 지난해 봄 똘똘이의 어미가 폐사했을 때 대신 똘똘이를 보살폈을 정도이다. 다람쥐 원숭이로서는 드물게 4년이 넘도록 폭정을 펼쳤던 다이아몬드도 지난해 말 폐사했다. 다이아몬드가 아끼던 똘똘이는 ‘의붓아비’의 권위를 물려받았지만, 다른 수컷들이 시비를 걸어왔다. 크고 작은 전투가 이어졌다. 하지만 똘똘이에게는 한쪽 다리가 없는 대신 양팔의 힘이 엄청나게 세다는 강점이 있었다. 똘똘이는 몇 번의 승리를 통해 서서히 무리를 장악했고, 우두머리로 등극했다. 똘똘이는 다이아몬드와는 달리 ‘따뜻한 카리스마’ 스타일의 리더. 다람쥐 원숭이 무리는 오늘도 외다리 두목의 지휘아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인공포육실 군기반장 망토 원숭이 무진(♂)

    인공포육실 군기반장 망토 원숭이 무진(♂)

    서울대공원에는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들을 대신 키워주는 인공포육실이 있다. 몸이 약해 버림을 받거나 사고로 어미를 잃은 새끼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사람 손에서 자라고 있는 이곳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군기반장이 있으니, 사자나 호랑이 등 맹수 새끼까지 꼼짝 못하게 하는 두 살짜리 망토 원숭이 무진(♂)이다. 무진이가 인공포육실에 온 것은 태어난 직후인 2004년 여름. 저체중으로 태어나 어미에게 버림을 받고 이곳에 맡겨지게 됐지만,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 인공포육실의 최고참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인공포육실에 오는 동물들에게 무진이와의 ‘합방’은 한번씩 거쳐야 하는 신고식이나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무서운 맹수라 해도 이곳에서 우유를 먹는 동안에는 무진이에 밀려 넘버 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반항이라도 했다가는 사자고 퓨마고 가릴 것 없이 등에 올라타서 털을 뽑고 할퀴니 무진이의 폭정에 반기를 들 수 있는 동물은 없다. 이런 무진이가 얼마 전 동생들을 맞았다. 바로 지난 2월 태어난 어진이(♀)와 아진이(♀). 까칠한 성격대로 처음에는 먹이도 못 먹을 정도로 괴롭히고 무시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제법 오빠 노릇을 한다. 어진이와 아진이도 무리에게서 배우지 못하는 줄타기, 나무타기 등을 무진이에게서 배우고 있다. 어진이와 아진이가 무진이의 행동을 모두 똑같이 따라하는 통에 세 마리가 한 어미에게서 난 쌍둥이들처럼 보일 정도이다. 무진이가 동생들과 함께 무리로 돌아갈 날도 머지않았다. 서열을 엄격히 따지는 망토원숭이 무리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세 마리가 한꺼번에 합류하면 혼자일 때보다 따돌림을 당할 우려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포육실을 꽉 휘어잡았던 무진이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리도 없다. 무리에서도 군기반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무진이의 활약이 기대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시론] 핵포기·안전보장 맞교환이 유일 해법

    [시론] 핵포기·안전보장 맞교환이 유일 해법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태풍이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모험주의와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이 정면충돌한 결과다. 유엔에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논의가 한창이고, 국내에서는 대북포용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는 사후약방문격이고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대북포용정책의 산물이 아닐 뿐더러,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한 압박이 북한핵의 해법일 수 없다. 핵실험을 통해 국제사회의 핵비확산체제를 위협한 북한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책임은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에 있다. 협상을 통한 해결을 거부하고 비타협적인 자세로 일관해온 미국의 ‘벼랑끝 몰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사태는 직접적으로는 “북한이 우라늄농축을 통한 핵프로그램을 시인했다.”는 미 국무부의 일방적 발표로 시작된 2002년 10월 제2차 북한핵사태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문제’를 제기해, 플루토늄 핵시설 동결의 대가로 북한에 제공하던 중유공급과 경수로공사를 중단시킴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을 촉발시켰다. 그 이후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위협할 때도, 협상을 통한 해결을 무시한 채 압박과 강경대응으로 일관했다. 미사일방어(MD)체제를 위한 구실과 핵선제 공격정책의 명분을 위해 ‘북한위협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북한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북한핵문제의 해법은 너무나도 명확하고 단순했다.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것은 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이다.3일자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도 북한은 북·미 적대관계 청산과 미국으로부터의 핵위협 제거를 핵포기 조건으로 제시했다. 어떤 국가든 핵주권을 포기하고 핵무장을 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핵무기국이 이 국가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협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는 것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시 2기는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거명하고 사실상 북한의 체제붕괴를 대북목표로 추진했다. 어렵게 합의한 ‘9·19 베이징 합의’도 부시 정부내 강경파들이 위폐문제 등을 내세워 뒤엎어 버렸다. 결국 북한의 핵실험은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 실패의 산물이자 비타협적인 대북 강경책의 종착점인 셈이다. 부시 정부 매파들에게 일방적으로 동조하면서 대북강경론을 부추겨온 국내 보수언론들과 보수세력들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억제력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일부 진보진영의 시각도 옳지 않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아직도 있다. 방법도 명확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것이다. 그 길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압박을 가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이면 벌써 해결됐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한의 ‘몸값’만 올려준 꼴이 됐다. 대북포용책 덕분에 북한의 핵실험에도 그나마 우리사회가 안정을 유지하고 남북간에 긴장이 크게 조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 핵실험이 대북강경책의 산물임을 지금이라도 인정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은 이제라도 진지한 자세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끊임없는 지자체갈등 해소해봐요”

    광역쓰레기 매립장 조성을 놓고 빚어진 1991년 시작된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의 갈등은 1998년까지 이어졌다. 결국 당사자 협의 및 상급자치단체의 조정, 주민참여의 제도화, 적절한 주민보상이라는 갖가지 방안을 총동원해 간신히 해결할 수 있었다. 반면 같은 충북의 음성군과 진천군은 음성에 쓰레기 매립장을 건설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다 공동으로 건설·사용하기로 하면서 1년만에 갈등을 협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후 자치단체간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혐오시설은 서로 유치하지 않으려고 하는 반면, 유리한 시설은 서로 유치하려고 다툼을 벌인다. 강문희 부산대 교수 등 14명의 행정학자가 자치단체간 갈등의 원인과 진행과정 등을 중점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지방정부간 갈등과 협력’(한국행정DB센터)이란 연구서를 냈다.‘이론과 실제’와 ‘연구사례집’ 등 2권 분량으로 이뤄졌다. 지방정부간 갈등과 협력의 문제는 지방자치의 양면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로 남아 있다. 이 책은 갈등과 협력의 원인을 이론적으로 조망하고 다양한 사례로 분석해 주고 있다. ‘이론과 실제’편에서는 갈등과 협력의 원인을 다양한 이론적 관점과 연구방법을 이용해 종합적으로 기술했다. 특히 기존의 연구들이 하나의 관점에서만 탐색해왔던 것과 달리 제도와 행태, 그리고 환경이라는 세 가지 차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석했다. 아울러 갈등과 협력이 일정시점에 머물러 있는 정태적 사건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태적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상황의 진폭정도에 따라 단계를 구분하고 원인을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한 점도 흥미롭다. 연구자들은 궁극적으로 제도적 요인들이 우선적으로 갈등과 협력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방정부 상호간의 신뢰와 협상태도 등과 같은 행태적 요인들이 상황의 호전이나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구사례집에는 1995년 이후 발생한 88개의 실제 갈등사례와 미국 및 일본의 사례 10개도 함께 담았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이경형칼럼] 말(言)의 미사일

    [이경형칼럼] 말(言)의 미사일

    은빛 찬란한 미사일이 날아왔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고, 비무장지대가 지척인 경기 파주시 예술마을 헤이리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중국의 저명한 설치미술가이자 조각가인 왕두의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일’이 마을 한 가운데 놓여 전시중이다. 길이 10.5m로 실제 크기인 이 미사일의 표면엔 영어로 “사담 이후의 계획은 뭔가.”라는 등의 글이 수없이 음각 또는 반음각되어 있다. 작가는 이라크전과 관련한 미국 언론매체들의 헤드라인을 그대로 혹은 짜깁기로 옮겨 새겼다면서 “매체의 미사일, 정보의 미사일, 말의 미사일도 실제 미사일 못지않게 큰 파괴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일방적인 말, 왜곡된 정보야말로 전쟁의 시발점이고, 평화를 파괴하는 근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미국 MIT 국제학연구소장인 존 터먼은 지난 주 발간된 ‘미국이 세계를 망치는 100가지’라는 저서에서 이라크전은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석유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라고 못 박고 있다. 왜곡된 정보로 전쟁을 일으켰다는 말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새로운 세계전략으로 ‘도둑 정치’(kleptocracy)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북한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 주된 대상의 하나임을 밝혔다. 이미 부시 행정부는 북한 등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 기지’라고 지칭, 대북 압박을 강화해온 데 이어, 또다시 북한을 ‘도둑과 같은 독재·부패 정권’으로 지목하여 응징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7발을 시험 발사한 뒤끝이라, 미국이 드디어 ‘말의 미사일’을 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항간에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지요. 예, 째 드리지요.”라는 말이 공무원사회는 물론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재임 6개월 만에 경질된 유진룡 전 문화부차관은 청와대 비서관이 요구한 낙하산 인사를 거부하자 이같은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말의 진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배를 째 드리지요.”라는 저승사자와 같은 섬뜩한 말은 정부 내 행정기관 간의 협조관계를 저주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말의 미사일’에 해당된다. 말을 함부로 하거나 또는 사실을 왜곡하여 전달하는 정보는 실제 미사일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입히는 법이다. 최근 청와대와 조선일보·동아일보 간에 벌어진 갈등도 오랜 감정의 응어리가 바탕에 깔려 있긴 해도 그 촉발은 역시 말, 어휘의 문제였다. 청와대는 조선일보의 정치분석 기사인 ‘계륵 대통령’과 동아일보의 칼럼 ‘세금내기 아까운 약탈 정부’ ‘대통령만 모르는 노무현 조크’는 “국가 원수를 ‘저잣거리의 안주’로 폄훼했다.”는 등의 이유로 이 두 신문사에 취재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청와대의 이러한 조치는 분명 감정에 치우친 대응이지만, 해당 칼럼도 ‘대통령과 정부에 증오의 감정이 묻어나는’ 어휘를 선택한 것도 생각해볼 여지는 있다. 그렇다고 ‘청와대 브리핑’이 두 언론사를 ‘사회적 마약’이라고 되받아치는 것을 보면,‘말’전쟁을 벌이는 당사자가 바로 청와대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된장녀’ 논란에서도 보듯이, 이런 ‘천박한 말’‘덮어 씌우는 말’‘왜곡하는 말’들의 일상화가 우리 사회를 황폐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 국어 순화 운동을 펴든지,“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새삼 되뇌어봐야겠다. khlee@seoul.co.kr
  • [씨줄날줄] 클렙토크라시/육철수 논설위원

    아프리카 콩고의 모부투(1930∼1997년) 전 대통령은 국제정치학의 학술용어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의 대표적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1965년 집권해서 32년간 통치하면서 국고와 광물자원, 외국 원조자금을 수시로 빼돌려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이렇게 모은 사재는 콩고의 국가채무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정치학자들은 이같은 정치형태에 대해 절도(Kleptomania)와 정치체제(-cracy)의 합성어인 클렙토크라시라는 신조어를 갖다 붙였다. 클렙토크라시란 좁은 의미로 빈국에서 통치계층이나 정부가 국가·사회에 쓸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부패체제를 말한다. 이른바 ‘도둑정치·도둑체제’다. 넓은 의미로는 고질적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일컫는 ‘도당정치’(盜黨政治)까지 끼워 넣을 수 있겠다. 하지만 돈 문제에 비교적 투명한 정권이 세금을 뭉떵뭉떵 걷어 가면서 나라살림을 엉망으로 한다고 해서 ‘클렙토크라시’라고 몰아세운다면 그건 무리다. 이는 국정운영 능력의 문제이며, 실정(失政)의 질(質)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가 일부 언론으로부터 “참여정부는 클렙토크라시”란 소리를 듣고 노발대발한 것도 이해가 간다. 아프리카 빈국의 도둑정권처럼 취급하는데 가만 있을 정부가 어디 있겠나.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이 “도둑체제에 대한 세계적 투쟁을 시작한다.”고 선언해 클렙토크라시는 국제 이슈로 떠올랐다. 북한을 대표적 클렙토크라시라고 거론했다. 그러잖아도 미국은 북한에 대고 ‘악의 축’,‘폭정의 전초기지’,‘깡패국가’라고 불러 감정을 나게 했다. 이번에는 G8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국제금융망 오염방지’ 차원이라며 클렙토크라시 분쇄전략을 들고 나왔다. 북한의 돈줄을 더 죄어서 화폐 위조나 핵과 미사일의 제조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하면서 남의 나라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모양새가 늘 불안하다. 가난한 독재국가 지도층의 부패를 척결하고 테러를 응징한다는 명분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또다른 국제 금융제재가 우리한테 튈 불똥을 생각하면 또 걱정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부시 “북한등 도둑체제와의 전쟁”

    미국이 이른바 불량국가들에 ‘도둑체제(kleptocracy)’라는 새로운 딱지를 또 하나 붙였다. 북한과 벨로루시 등을 ‘독재 정부가 국민의 번영을 훔치는 도둑체제’로 규정하고 이를 뿌리뽑겠다고 나선 것이다.‘악의 축’,‘폭정의 전초기지’,‘소프라노(TV드라마에 나오는 마피아 가문) 국가’ 등에 이어 나온 미국의 새 국가전략 패러다임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고위층과 정부가 돈을 빼돌려 나라경제와 사회발전을 좀먹는 도둑체제에 대해 전세계적 투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투쟁’의 핵심은 “이들 나라의 부패한 관리들이 불법적인 부를 몰래 축적하기 위해 국제적 금융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있다.”고 부시 대통령은 역설했다. 이와 관련, 조셋 샤이너 국무부 경제차관은 “미 정부는 외국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도둑관리’를 적발, 처벌토록 하고 국민에게서 훔친 돈을 돌려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샤이너 차관은 또 ‘북한이 특별 관심국가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 관심국가이지만 이 점에서도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패가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 모두 존재하는 북한은 ‘거대한 부패(grand corruption)’”라고 지적하면서 “부패가 정부와 사회 전체에 퍼져 있어 국가발전에 쓰여야 할 종자돈(core fund)이 불법적인 목적에 유용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꼬집었다. 여기서 ‘불법적인 목적’이란 화폐와 담배 등의 위조는 물론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씨줄날줄] 가이샤쿠(介錯)/우득정 논설위원

    1995년에 개봉된 멜 깁슨 주연의 ‘브레이브 하트’는 스코틀랜드의 전설적인 독립 영웅 윌리엄 월레스의 생애를 영화화한 것이다. 월레스는 13세기 말 농민군을 이끌고 영국 에드워드 1세의 폭정에 맞섰다가 사로잡혀 영국 역사상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처형된다. 형틀에 묶여 사지 관절이 뽑혀지고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내장이 불태워진다. 그리고 머리는 런던다리에 효수(梟首)되고 팔과 다리는 영국의 네 곳에 내걸린다. 하지만 그의 불굴의 정신은 1314년 스코틀랜드 독립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지난 8일 차관급 인사에서 물러난 유진룡 문화관광부차관의 경질 배경과 관련, 갖가지 주장과 소문이 무성하다. 그중 유 전 차관이 낙하산 인사의 부당성을 들어 인사청탁을 거부하자 청와대 관계자가 “배를 째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그럼 째드리죠.”라고 한 말이 경질로 이어졌다며 통화내용이 그럴싸하게 포장돼 유포되고 있다고 한다.‘배 째’는 죽었으면 죽었지 못하겠다는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표현한 속어다. 그러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다소 얕잡아보거나 멸시하는 듯한 뉘앙스도 함유하고 있다. 술 김에 배를 잘못 내밀었다가 진짜 찔려 인생의 종을 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권영해 전 안기부장이나 농민운동가 이경해씨처럼 할복하는 사례가 있었다. 고려 무신정권 시절에는 주군에 대한 충절 또는 패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를 갈라 죽는 ‘유교형 할복’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할복은 일본 사무라이문화의 전형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일명 대망,大望)에는 다양한 형태의 할복이 등장한다. 이에야스의 아들 노부야스는 적과 내통한 것으로 의심받아 장인 오다 노부나가로부터 할복자살을 명 받는다. 그런가 하면 패장들은 한결같이 무사로서 마지막으로 명예를 지키는 방편으로 할복을 택한다. 이때 할복의 고통을 덜어주려 목을 치는 역할을 맡는 무사가 가이샤쿠진(介錯人)이다. 할복에 앞서 인생무상의 내용을 담은 와카(和歌) 한 구절을 읊는 것이 대체로 정해진 수순이다. 유 전 차관에게 ‘소오강호(笑傲江湖)’가 와카였다면 가이샤쿠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씨줄날줄] 광복절 특사/진경호 논설위원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패권을 다투던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에 패한 아테네에 ‘30인 참주’가 다스리는 친 스파르타 정권이 집권한다. 그러나 폭정이 도를 넘으면서 몇 년 만에 아테네엔 새로운 민주적 형태의 정부가 들어선다. 폭정을 일삼은 이들 서른 명의 참주를 처형하라는 민중의 요구가 거세게 일면서 이들의 목숨은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새 정부는 뜻밖의 조치를 내린다. 처벌은 물론 재판조차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인류 역사상 국가 차원에서 처음 이뤄진 사면(赦免)으로 전해지는 내용이다. 100여년이 흐른 기원전 250년 중국에서도 최초의 사면이 이뤄진다. 진(秦)나라 효문왕이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에 앞서 정적들의 죄를 사하고 벼슬을 내려준 것이다. 아테네의 경우 나라가 둘로 쪼개질 것을 우려했다면, 진나라는 취약한 아들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면이 쓰였다. 왕권과 사면은 이렇게 수천년을 함께 해왔다. 법치국가가 들어선 지금도 사면은 핵심적인 국가통치수단이다.“세상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져야 한다.”며 사면을 법치주의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한 칸트와 벤담 등 법철학자의 저항이 거셌지만 지금껏 대통령이나 총리의 사면권을 금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1948년 8월30일 제정한 법률 제2호 사면법을 강산이 여섯번 변한 지금까지 단 한 차례 개정 없이 지켜오고 있다. 언도(선고), 형무소(교도소) 등 법안의 용어가 고색창연하지만 그 효력은 맹위를 떨친다.3·1절과 8·15광복절 등 주요 경축일엔 어김없이 대통령 특별사면이 단행되고,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끊이질 않는다. 대사면 이듬해엔 교통사고율이 5%포인트 정도 올라간다는 주장도 있는 걸 보면 사면은 화해보다 박탈감, 거부감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상황이다. 비리권력자 봐주기로 남용되면서 국민통합 대신 권력기반 강화의 수단으로 악용돼 온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8·15대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정부 수립후 90번째 사면이다. 재작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사면법 개정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으나 사면의 그 강렬한 유혹을 뿌리칠 권력은 찾기 어려울 듯하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송두율칼럼] 認定의 정치

    [송두율칼럼] 認定의 정치

    북핵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잠깐 잠잠해지더니 이란의 핵 문제가 시끄러워졌다. 이번에는 북의 미사일 실험발사, 이어서 중동전으로 확산될 기미까지 보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분쟁으로 인해 지구촌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부시행정부에 의하여 이른바 ‘악의 축’으로서 또 ‘폭정의 전초기지’에 속하는 나라로서 취급받고 있는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나, 이스라엘을 늘 테러로서 위협하는 나라 아닌 나라로 여겨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문제가 유엔이나 G8정상회의가 제시하는 해법에 따라 해결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엔이나 G8이 기존의 국가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공평한 해법을 결코 내놓을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란과 북의 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의 이해, 그리고 이와 대치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그것은 과거 냉전시기의 갈등구조의 재생은 아니지만 냉전종식으로부터 새로운 세계질서 수립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이 빚어내고 있는 불확실성마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국제정치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세계의 모든 영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필연적이 아니면서 동시에 임의적이지도 않는, 그래서 “항상 전혀 달리 될 수도 있다.”는 이른바 우연성(偶然性)은 리차드 로티(R. Rorty)의 실용주의철학이나 니클라스 루만(N. Luhmann)의 사회학적인 ‘체제이론’의 근간(根幹)을 이루고 있다. 또 우리의 체험이나 행위가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항상 타자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이 타인에게 기대하듯이 타인도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기대하는 이른바 ‘이중적(二重的) 우연성’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타자가 어떤 행위를 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을 넘어 타자의 기대자체를 또 내가 기대하게 된다. “네가 내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면 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다.”는 기대구조의 끊임없는 사슬은 한편으로는 실망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생활세계에 과도한 긴장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같은 기대구조가 담고있는 항시(恒時)적인 실망과 긴장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규범들을 세우게 된다. 이러한 ‘이중적 우연성’의 문제는 현재 이란의 핵 문제나 북의 핵 문제와 미사일발사 문제에서도, 또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의 해결을 위한 유엔이나 G8의 결정이나 권고와 같은 규범들이 그러면 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가. 인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발사는 문제되지 않고 북의 미사일 실험발사는 문제가 되고, 팔레스타인의 테러가 현재의 중동위기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과 이와 정반대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이 분쟁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맞서고 있는 상황 속에서 도출된 규범들이 정의나 중립성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강대국의 힘의 관계를 반영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 관용, 공평성, 중립성과 같은 규범의 전통적인 내용이 현재와 같이 복잡하고 다원화된 세계사회를 위해서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인정(認定)의 정치철학으로써 보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문화속에서 개인과 집단의 자기정체성이 자주 불인정이나 오해로 인해 훼손되고 이것이 종종 억압형식으로서 작용한다는 뜻에서 인정의 현재적 의의를 특별히 강조하는 캐나다의 정치철학자 찰스 테일러(Ch. Taylor)의 이론을 국제정치적 갈등해소에 원용한 이러한 견해는 상호인정을 단순히 필요로 한다는 당위성보다 상호인정을 추구하는 노력이 좌절될 수 있는 위기적 상황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더 강조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는 위에서 지적한 “네가 먼저”라는 식의 ‘이중적 우연성’이 안고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도 없고, 어떤 사회나 국가의 정체성을 오늘날의 세계사회적 관계체계에 걸맞게 개발시킬 수도 없다.
  • ‘北 악의축’ 부시 연설문작성 거슨 보좌관 백악관 떠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이란 등 국가를 가리키며 지칭했던 ‘악의 축’,‘폭정 종식’ 등의 표현을 만들어 낸 백악관 연설문의 원작자가 부시를 떠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15일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 등에서 쓴 대외 정책의 핵심 용어를 만든 마이클 거슨(42) 수석보좌관이 백악관을 떠난다고 보도했다. 2000년부터 연설문 작성자로 활약한 거슨의 대표적인 작품은 2001년 1월 북한·이란·이라크 등 3개국을 ‘악의 축’으로 지명했던 부시의 첫 국정연설이다. 부시의 9·11테러 추모 예배 연설에서 쓴 ‘자유의 확산’과 지난해 취임 연설의 핵심인 ‘폭정의 종식’ 선언도 거슨이 만들었다. 거슨은 수개월전 저서를 쓸 뜻을 비췄지만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자 미뤄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거슨은 1999년 부시 후보의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 부시의 가신격에 해당하는 ‘올드 보좌진’ 가운데 앤드루 카드 전 비서실장, 스콧 매클렐런 전 대변인, 존 스노 재무장관에 이어 4번째로 거슨이 떠나게 됐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3선 성공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

    벨로루시 대선에서 3선 연임에 성공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51) 대통령은 서방 세계에선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통한다. 그러나 옛 소련의 잔영에서 허덕이는 다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와 달리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 속에 경제 안정을 이루면서 철권통치가 ‘먹히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20일 최종 개표 결과 82.6%의 압도적 득표를 기록,2001년 재선 때 75.6%를 훨씬 웃돌았다. 제1야당 후보인 알렉산드르 밀린케비치(58) 전 민스크 시장은 6%를 얻는 데 그쳤다. 우크라이나(오렌지 혁명)와 그루지야(장미 혁명) 등 이웃 나라의 시민혁명 피로감이 더해가면서 예견된 결과였다. 야당을 조직적으로 탄압한 것도 주효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또다른 야당 후보인 알렉산드르 코줄린 사민당 대표와 운동원들을 체포했다.1999∼2000년 4명의 반체제 인사가 ‘사라졌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루카셴코는 이날 민스크 10월광장에 모인 1만명의 민주화 시위대를 겨냥,“오리 목을 꺾듯이 시위자의 목을 부러뜨릴 것”이라고 험악한 말까지 늘어놨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지구상 제1의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다. 지난주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벨로루시가 폭정체제로 포함된 데 따른 반발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1994년 첫 민선 대통령에 오른 루카셴코는 초대 대통령에 한해 3선 연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고쳐 국민투표에서 통과시켰다. 초대 대통령의 임기를 7년으로 늘려 이미 12년을 집권해 온 터였다. 슈클로프의 홀어머니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82년 집단농장 관리인을 맡아 농업 경영에 수완을 발휘했다.1993년 부패척결위원장으로 강력한 활동을 펼쳐 국민 뇌리에 각인됐다. 1996년엔 러시아와의 경제통합, 러시아어 지위 격상, 연금 및 사회안전망 확충을 단행했다. 벨로루시는 지금도 신문 제호에 ‘소비에트´란 단어가 들어가며 국가정보기관은 ‘KGB´로 불린다. 벨로루시 경제는 러시아의 저가 천연가스로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소련 동맹국에 제공하는 1000㎥당 55달러의 가스값은 친서구로 돌아선 우크라이나나 그루지야에 공급되는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2차대전 때 인구의 3분의 1을 잃은 벨로루시 국민은 내전가능성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BBC는 분석했다. 안정희구세력이 루카셴코의 두터운 지지층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힘빠진 시민혁명…힘얻는 러시아

    힘빠진 시민혁명…힘얻는 러시아

    ‘피로한 시민혁명에 러시아는 즐겁다?’ 러시아가 옛 소련 연방에 속했던 독립국가연합(CIS)에 대한 영향력을 되찾고 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7일 전했다. 지난해까지 러시아 접경의 CIS국가들을 휩쓸던 시민혁명이 이를 주도한 민주세력의 무능력과 내분, 경제침체로 시들면서 친러적인 보수세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까닭이다. ●시민혁명결과에 실망감 확산 이달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총선과 벨로루시 대통령선거에선 보수적인 친러세력의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다. 2004년 12월 대선 부정을 규탄하며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우크라이나 집권당은 오는 26일 총선을 앞두고 친러적인 야당에 밀리고 있다. 키예프 사회·정치심리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혁명을 주도했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의 집권당 지지율은 17%로 친러적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의 ‘우크라이나 지역당’의 지지율 27%에 뒤처졌다. 시민혁명의 집권세력에 실망한 탓이다. 게다가 민주세력은 자중지란으로 핵 분열을 거듭하면서 군소정당으로 난립하고 있다. ●목소리 커진 친러세력 어려워진 경제에다 지난 1월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야당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친미·친서방 정책의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데다 러시아와의 불화로 가스공급 단절 등 정치·경제적 압력까지 받으면서 민심도 동요하고 있다. 러시아 세계경제·국제문제연구소도 “보수 친러세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던 오렌지혁명의 주체들이 이제 정반대의 결과를 맞게 됐다.”고 평했다. 19일로 다가온 벨로루시 대선에서도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원속에 민주세력을 가볍게 누르고 무난히 3선을 달성할 전망이다. 루카셴코의 10년 독재로 벨로루시는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 자신은 러시아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CIS지도자로 지지를 받고 있다. ●더이상 시민혁명은 없다? 지속적인 성장과 낮은 실업률 등 안정된 경제운용에 철권통치로 민주세력의 도전을 잠재우고 있는 루카셴코는 러시아의 지원으로 “더 이상 시민혁명은 없다.”며 민주화 물결의 파고를 차단하고 있다. 루카셴코는 올 1월말 러시아와 거주이전 자유 및 사회보장혜택 공유를 위한 협정을 체결, 사회통합을 가속화했다. 발전과 안정이란 ‘당근’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통합 야당후보인 알렉산드르 밀린케비치 등은 지난 5일 “선택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와달라.”고 호소했지만 불법집회 강경대응이란 정부 엄포에 반응은 시들하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장미혁명(그루지야·2003년 11월), 오렌지혁명(우크라이나), 레몬혁명(키르기스스탄·2005년 3월) 등으로 친러정권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친미·친서방적 정권들로 대체되어 위기감을 느꼈던 러시아는 이달 선거를 앞두고 예전과 달리 느긋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부시 연설에 담긴 對北 신축성/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 대사

    지난달 31일 부시 미국 대통령의 2006년 국정연설이 있었다. 미국 헌법 제2조 3항은 대통령이 국정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고 필요한 조치를 건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서 1790년 조지 워싱턴 때부터 대통령은 매년 의회에 국정보고를 해왔다. 서면보고로 대체한 경우도 있긴 했지만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대개 대통령이 직접 의회에 출석하여 국내외 정세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이 연례행사는 그해 세계정세와 미국의 대응을 파악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왔다. 특히 냉전체제 붕괴 후 미국이 유일 패권국가가 되면서는 이 국정연설에서 제시되는 비전과 전략들이 국제사회의 큰 흐름을 결정짓는 최대변수로 인식되어 전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부시의 2006년 국정연설에서 묘사된 미국의 자화상은 1970년대 중반 월남 패망 이래 최악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외교정책에 관한 세계적 석학인 스탠리 호프먼 교수가 월남전의 수렁에 빠져 허덕이던 1960년대의 미국을 ‘상처 받은 독수리’(wounded eagle) 또는 ‘절름발이 거인’(crippled giant)이라 부른 적이 있지만 그가 살아 있다면 2006년의 미국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부시의 국정연설에는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비전과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과거 5번이나 했던 국정연설에서 느껴졌던 신념과 열정도 찾아 보기는 힘들다. 물론 민주주의와 자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이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낯익은 약속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정치인의 수사학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재선에 성공한 후 첫 국정연설이었던 작년에 비교하면 올해의 연설은 공허하다는 인상마저 지울 수 없다. 정말 미국은 회복 불능의 상처 받은 초강대국일까? 부시의 고민은 이해할 만하다. 국내외 어느 곳을 보아도 낙관적인 구석이 별로 없다. 재정적자는 그의 감세정책 때문에 이미 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퇴임할 때까지 적자규모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별로 없다. 작년 국정연설에서 야심찬 사회보장제도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의회에 올리지도 못했다. 작년 여름 남부 지역을 폐허로 만든 태풍 카트리나에 분노한 민심은 부시 행정부의 핵심인물들이 연계된 도청사건으로 더욱 등을 돌리게 됐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시간이 갈수록 철군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의 반응은 역시 신통치 않다. 그래서 5년 전 9·11 참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에는 90%가 넘었던 그에 대한 지지도가 작년 말에는 30% 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래서 이런 추세로 가면 금년 11월의 중간선거에서 참패가 불가피하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공화당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 사태를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그의 국정연설은 도덕적·이상주의적 가치를 강조했던 미국의 대외 정책을 오히려 현실적 바탕 위에 재정립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한반도 정책이 그러하다.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 규정하고 대량무기비확산전략(PSI)을 통해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겨냥해 온 부시의 대북정책이 보다 세련되고 현실적인 궤도로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위조달러 같은 문제는 예외가 되겠지만 부시의 대북정책은 선택된 방법과 수단이 그것이 추구하는 목표를 정당화하지 못하는 비대칭적 측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6자 회담 속개를 고대하는 우리로서는 금년에 미국이 전략적 신축성을 발휘하고 북한 역시 이 호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 대사
  • “세계평화 위해 북한 자유 필요”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한국시간) 상·하 양원 합동회의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자유없는 국가들 중 하나로 지적하면서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북한을 포함한 이들 국가의 자유(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세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는 시리아, 미얀마, 짐바브웨, 북한, 이란 같은 국가에 살고 있는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전세계에서의 폭정 종식이란 역사적이고 장기적 목표를 추구할 것”이라면서, 이라크에서 갑작스러운 미군 철수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갑작스러운 철수는 이라크인 동맹자들을 죽음과 감옥에 버려 두고, 전략적 지역을 빈 라덴과 자르카위 같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미국의 맹세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dawn@seoul.co.kr▶관련기사 10면
  • 부시 국정연설 멀 담았나

    부시 국정연설 멀 담았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일(한국시간) 재임 중 5번째 국정연설을 통해 ‘테러와의 전쟁’과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지난해 제 2기 취임사에서 밝힌 대외정책의 기본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이라크 조기 철군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포기 및 대북강경책 등 대외정책의 기존 방향을 밀고나갈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또 국제무대에서 강력한 미국의 지도력을 강조하고 대외경제력 강화, 석유 수입의 점진적 감축과 대체 에너지 개발, 사회보장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역대 제 2 임기 대통령 가운데 최저 지지율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지지를 확보하고 공격적으로 선거 쟁점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의료 등 사회보장제도 개선과 관련, 초당적 위원회 구성을 제의했으며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미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주문했다. ●폭정 종식과 북한 문제 부시 대통령은 이날 ‘폭정 종식’이 미국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토 안에 안주한다고 안전할 수 없다.”면서 안보와 관련한 적극적인 공세 정책을 확인했다. 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의 근본 해결책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을 강조한 것이다.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의 유지가 예상된다. 그러나 달러화 위조와 돈세탁을 둘러싼 대북 금융제재의 강화속에서도 전과 달리 북한을 자극할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부시는 “미국은 전 세계의 폭정 종식이라는 역사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 도덕적 논란을 부추겨온 부시 대통령은 인간복제는 ‘의학적 연구의 남용’이라며 미 의회가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금지 대상으로는 실험 목적의 배아 생성과 이식, 인간과 동물의 이종 결합, 인간배아의 판매와 특허 등을 들었다. ●경쟁력 제고 방안 과도한 석유 의존을 줄이기 위한 ‘대체에너지 구상’과 ‘미국 경쟁력제고구상(ACI)’ 등을 제시했다.ACI를 위해 물리학 분야의 핵심연구 프로그램에 10년간 투자를 두배 이상 늘리고, 연구개발비 세제감면 혜택 영구화, 수학·과학 등 기초교육 강화 등을 약속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석유 중독’에 빠져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 등 대체 에너지원 개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동지역 수입석유를 2025년까지 75% 이상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위한 배터리기술 투자도 약속했다. 중국 등에 대한 무역보복, 경제에 대한 정부역할 확대 등을 일축하면서 자유무역, 시장개방 등의 대외 무역정책을 계속할 것을 재확인했다. 또 감세, 이민법 개정, 의료보장·보험제도 개혁 등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범죄율과 낙태율 하락 등을 들어 미국 사회가 ‘조용한 변모’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재임기간 중 보수이념 정치의 성공을 주장하면서 경제면에서도 감세 등을 통한 친 성장정책의 타당성을 거듭 역설했다. ●부시 68차례나 박수받아 이날 부시 대통령은 52분간의 연설 도중 68차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은 그의 국정연설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중진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부시는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서 “환상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연설 모두(冒頭)에서 “상호 존중과 선의의 정신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등 민주당의 협조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연설중간 수차례 기립 박수로서 지지를 표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는 등 양당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숨진 한 해병대원의 부모와 미망인이 참석한 가운데 그가 죽기전 작성한 편지를 낭독,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의 21C 백서와 2006년 한반도/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작년 12월22일 중국정부는 ‘중국의 평화발전의 길’ 이라는 제목이 붙은 백서 한권을 내놓았다. 중국이 추구하는 부국강병의 길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촉진하는 긍정적 요인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중국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되풀이해온 얘기이다. 문제는 왜 중국정부가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새롭지 않은 이런 얘기를, 그것도 백서라는 형식으로 다시 끄집어 냈느나는 점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을 그들의 이익을 위협하는 경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위험론은 천안문 사태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최대 관심사이었다가 97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작년 1월13일 미국 국가정보위원회가 만든 ‘2020년의 세계’라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19세기가 영국의 세기이었고 20세기가 미국의 세기이었던 것처럼 21세기는 중국과 인도의 세기가 될 것이다.”라는 예언이 바로 이 보고서에서 나왔다. 중국과 인도의 세기라 했지만 자세히 읽어 보면 중국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촉구하는 게 이 보고서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폭정의 종식’으로 유명해진 부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이 1주일 후에 있었다. 재임에 성공한 부시가 미국이 민주주의의 확산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독재자들의 억압적 폭정을 종식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중국을 종식시켜야 할 폭정의 대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인권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간파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였다. 적어도 중국정부는 그렇게 이해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중국정부가 내놓은 백서는 ‘2020년’ 보고서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래 저래 새해에도 폭정과 중국 위험론, 그리고 이에 맞선 반패권과 중국 기회론이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새해에 전개될 중국위험에 대한 담론은 90년대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90년대에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었던 데 반해 새해의 담론은 중국의 부상을 기존 세계질서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는 점에 집중될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견제나 억압보다 협력과 수용이 담론의 초점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중국 경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면 자본주의 국가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중국이 세계경제 체제 속에 몰입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국가들과 공동운명체가 된 것은 아니지만 상호의존의 관계가 그만큼 깊어졌다. 미·중관계에서 대립과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현재의 중·일관계에서도 극적인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하는 편가르기가 구체화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전략적 동반자가 되기에는 메워야할 간격이 너무나 크지만 전략적 협력관계에의 모색은 시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새해 전망은 우리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새해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에서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빨리 6자회담이 속개되어 금년 내에 북핵문제가 실질적으로 타결될 수 있는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런 토대 위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새해에는 중국의 부상이 국제사회의 위험이 아닌 기회라는 중국정부의 백서가 한반도에서 먼저 입증되는 희망의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 [토요일 아침에] 성탄절을 맞으며/이동익 가톨릭대 교수·신부

    유학 시절, 나는 성탄 방학을 이용하여 이스라엘 성지를 순례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성탄 미사를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베들레헴 성당에서 드릴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은 내 일생의 가장 감격스러운 사건들 중의 하나였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부지런히 도착한 베들레헴 성당에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로 꽉 차 있었고, 나와 일행은 다행히도 제대 가까이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미사가 시작되려면 아직도 서너 시간을 더 기다려야하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기도와 성가로 그 시간을 봉헌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시종일관 기쁨과 행복으로 빛나고 있었다. 미사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무렵, 갑자기 성당 경내가 소란스러워지더니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성당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요란한 금속음까지 가세하니, 그 당시의 기억으로는, 경건해야 할 성당이 갑자기 오싹해지는 살벌함으로 가득했다. 오늘날도 그러하듯이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이곳에 혹시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길함도 잠시 뇌리를 스쳤지만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았다. 당시 이스라엘의 점령지였던 베들레헴이었지만 팔레스타인의 군 수뇌부들도 예수님의 탄생 성지에서의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가 되었고, 그들은 수많은 무장 경호 군인들의 쩡쩡거리는 군화 발소리와 함께 성당에 도착한 것이다. 그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수십 명의 무장 군인들 바로 앞에서 아기 예수님께 찬송을 하자니 당연히 목소리에 힘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예수님의 성탄을 이렇게 험악한 군화 발소리 속에서 기념하고 축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이렇게 기도했다.“평화의 왕이신 주님, 세상의 불목과 전쟁의 비참함이 온 인류의 평화를 무참하게 짓밟고 있으니, 빨리 오셔서 평화를 주옵소서.” 예수 탄생 이전, 이스라엘의 4000년 역사는 어둠과 고난과 죽음의 역사였다. 이집트 땅에서의 노예 생활과 바빌론에서의 포로 생활, 그리고 로마 식민지하에서의 부당한 착취와 헤로데의 폭정 등에 시달리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고통과 좌절, 그리고 절망의 늪에서 헤어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러한 비인간적 상황들 속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이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이 비참한 고통과 악의 상태에서 그들을 구원해 주실 구세주를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그 약속의 실현이 바로 베들레헴의 어느 말구유에서 초라하게 탄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거리는 온갖 성탄 장식으로 요란하리만큼 화려하다. 들리는 음악은 온통 크리스마스 캐럴이며, 사람들의 표정 또한 밝기만하다. 예수의 탄생이 진정 기뻐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들뜨게 하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 때문일까. 적어도 그것은 예수의 탄생을 통해 이 세상과 인류에게 다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나리라는 기대와 다짐 때문일 것이라는 바람을 가져본다. 억압과 폭정, 절망과 비참의 역사 속에서 탄생하시는 예수님이시지만 하늘의 천사들은 이렇게 노래한다.“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가 2,14) 오늘 밤 베들레헴 성당의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어쩌면 거룩한 미사 시작에 앞서 무장 군인들의 저벅거리는 군화 발소리를 들을는지도 모르겠다. 그 소리는 아마 전쟁과 테러, 착취와 압제로 인한 공포와 절망에 신음하는 인류의 소리가 아닐까. 세계 도처에서는 지금도 숱한 종류의 폭력과 굶주림 등으로 절망하고 있지만, 오늘 밤 이 세상과 우리 마음에 평화의 왕으로 다시 태어나시는 예수께서 그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를 희망해본다. 이동익 가톨릭대 교수·신부
  • ‘새 이라크’ 이끌 의회구성 첫발

    ‘새 이라크’ 이끌 의회구성 첫발

    역사적인 이라크 총선의 막이 올랐다.12일 부재자 투표가 시작된 데 이어 15일에는 전국적으로 일제히 투표가 실시된다. 지난 1월 구성된 제헌의회가 헌법 제정을 위한 임시의회였다면 이번에 선출되는 275명의 의원들은 24년에 걸친 사담 후세인의 폭정과 3년 가까이 이어져온 이라크전의 혼란을 매듭짓고 ‘새 이라크’ 건설을 담당할 진정한 첫 의회를 구성하게 된다. 이라크 정치권은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내각 구성을 마무리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새 의회는 내년 4월까지 헌법 개정안을 마련,6월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시아파 세력,3개로 분열 이번 총선에는 21개 연합체와 228개의 정당·정치단체에서 7000여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라크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대표적 정치세력은 제헌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한 유나이티드이라크연맹(UIA)이다.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 시스타니가 후원하는 UIA는 이번 총선에서도 제1당이 유력하다. UIA 중심으로 정식 정부가 구성된다면 이브라힘 자파리 총리와 아델 압둘 마흐디 부통령이 총리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압델 아지즈 알 하킴 이라크이슬람혁명 최고위원회(SCIRI) 의장은 ‘킹 메이커’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아파 소속인 이라크국민리스트(INL)의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 이라크국민회의(INC)의 수장을 맡고 있는 아마드 찰라비 현 부총리는 UIA와 별도로 총선에 참가, 독자 지분 확보와 차기 총리 자리를 노린다. 제헌의회 총선을 보이콧했던 수니파는 이번 총선에는 이라크이슬람당을 중심으로 선거에 참가했다. 그러나 수니파에서 영향력이 큰 이슬람학자연합이 불참을 선언, 수니파의 투표 참가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이 연합, 쿠르드연맹리스트(KAL)를 구성해 총선에 나섰다. 제헌의회에서는 75석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수니파의 참여로 의석수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치안 확보 비상 선거를 앞두고 자살폭탄테러와 외국인 인질 납치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정부는 13일부터 국경 폐쇄, 통행금지 연장, 여행 제한 등 치안 확보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저항세력이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알 안바르, 니네베 주는 지난 2일부터 30일 동안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한편 미 ABC방송과 영국 BBC 등은 이라크 성인 1711명을 대상으로 공동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76%가 ‘이번 총선 이후 안정된 정부가 구성될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12일 보도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사설] 버시바우 美대사의 부적절한 언행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 대사가 “북한은 범죄정권”이라고 발언해 6자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는 그제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북한에 대해 “정권 주도로 마약밀매를 한다든가 다른 나라의 화폐를 위조해 유통시키는 등의 불법활동을 하는 정권”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어제는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우리는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이 시기적으로나 용어의 선택에 있어 매우 부적절하고 신중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 문제는 북·미간에 새로운 불씨로 등장해 양국이 공방전을 벌여온 사안이다. 미 행정부는 이미 이와 관련해 대북 금융제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달 6자회담에서 이를 해제하라고 요구해 이 문제가 6자회담의 걸림돌로 등장했다. 그 결과 6자회담은 후속 일정마저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난관에 봉착한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달 중 6자회담 당사국간의 ‘제주도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버시바우 대사의 대북 강경발언은 북한을 극도로 자극하는 것이며,6자회담 성사를 위한 우리측의 노력에 재를 뿌리는 것이다.‘악의 축’(부시 대통령),‘폭정의 전초기지’(라이스 국무장관) 등의 발언에 이은 또 하나의 악재다. 우리는 그가 우발적으로 이런 언행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 방향이 평화적 해결인지, 힘에 의한 해결인지 헷갈린다. 협상의 상대방에 대해 막말을 하고 북체제를 자극하는 행사를 주도하면서 상호신뢰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이행에 관한 ‘9·19 공동성명’의 정신은 존중되어야 한다. 버시바우 미 대사는 언행에 신중을 기해 주기 바란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