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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제민주화, 갑의 횡포 단절부터 시작하라

    산업 현장에서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 나이를 따져 묻지도 않고 을이라는 이유만으로 폭언·욕설을 쏟아놓는가 하면, 폭력마저 서슴지 않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갑의 횡포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갑이 을에게 군림하는 현상은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제 갑이 횡포 수준을 넘어 막무가내식 행패를 부리는 연결 고리를 끊고, 갑을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때가 됐다, 국내 유제품 업계 점유율 1위인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함께 물량 떠넘기기를 했다는 사실이 3년 만에 밝혀졌다. 이는 갑의 횡포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회사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제품 떠넘기기 수준을 넘어 떡값과 임직원 퇴직위로금까지 요구했다는 제2, 제3의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약자에 해당하는 대리점주들을 얼마나 쥐어짰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30대 영업사원이 50대 대리점주에게 욕설 등 패악을 저질렀다니, 해당 사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대표이사가 사과했다고 어물쩍 넘겨선 안 될 일이다. 우리 사회는 대기업이 갑이고 중소기업과 하청업체는 을인 분위기에 찌들어 있다. 공무원은 갑의 지위에 있고 기업은 을의 위치에 있다. 강자가 군림하고 가진 자가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이런 ‘갑을문화’는 우리 사회에 고질병처럼 번져 있다고 여겨진다. 포스코 상무가 승무원을 폭행한 일이나, 제과회사 회장이 서울시내 호텔에서 주차 문제로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일은 한 단면에 불과하다. 삐뚤어진 갑을 문화는 한시바삐 고쳐야 할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일 뿐이다. 오죽했으면 도를 넘은 갑의 횡포에 ‘갑질’이라거나 ‘을사(乙死)조약’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생겨났겠나. 차제에 갑을문화를 전면적으로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갑 노릇만 45년간 하다가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는 포스코 간부의 자성은 새겨들을 만하다. 대기업은 군림하는 자세를 버리고 중소기업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지도층은 이웃을 존중하는 낮은 자세를 갖기 바란다. 갑을문화를 바꾸는 일을 기업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 될 일이다. 갑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대리점이 우유 10박스를 보내달라고 하면 회사는 50박스, 100박스를 갖다 주거나 유통기한이 다 된 우유를 갖다 안기는 일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사정당국은 물론이고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이 범정부적으로 나서 이런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앞으로는 대기업과 갑의 횡포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중소기업과 사회적 약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 檢 ‘대리점 불법강매 의혹’ 남양유업 본사 압수수색

    檢 ‘대리점 불법강매 의혹’ 남양유업 본사 압수수색

    ‘욕설 파문’에 이어 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남양유업 본사를 검찰이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곽규택)는 지난 2일 대리점주들에게 자사 물품을 불법 강매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사무실과 지점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남양유업의 전산 거래 자료와 회계자료, 내부 보고 문건 등을 확보해 분석한 뒤 남양유업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대리점주들로 구성된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는 지난달 “남양유업이 전산 데이터를 조작해 제품을 강매했다”며 홍원식 회장, 김웅 대표이사 등 남양유업 고위 임원 및 관계자 10여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에서 발주하는 물품보다 많은 양을 배송하고 대금을 청구하는 이른바 ‘밀어내기’를 위해 인터넷 발주 전산 프로그램을 임의로 조작해 물품을 강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협의회 측은 밀어내기 과정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대리점에 내려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남양유업이 명절 때마다 ‘떡값’ 명목으로 대리점마다 현금을 걷고, 각종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물량을 무차별적으로 배송하는 ‘보복성 밀어내기’를 하거나 대리점 계약 해지를 언급하는 등의 발언으로 대리점주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3년 전 대리점주에게 막무가내로 “물건을 받으라”며 폭언·욕설을 하는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남양유업 측은 지난 4일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영업사원이 이 문제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대리점주 물품 강매·폭언’ 남양유업 본사 압수수색

    ‘대리점주 물품 강매·폭언’ 남양유업 본사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곽규택 부장검사)는 지난 3일 대리점주에게 자사 물품을 불법 강매한 의혹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와 지점 사무실 등 2곳에서 전산자료와 이메일, 내부 보고서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앞서 대리점주 10여명으로 구성된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는 “남양유업이 전산 데이터를 조작해 제품을 강매했다”면서 지난달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피해자 협의회는 남양유업이 명절마다 이른바 ‘떡값’ 명목으로 대리점마다 현금을 떼어가는가 하면 각종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고발인 조사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남양유업 관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4일 영업관리소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물량을 떠넘기면서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내용이 담긴 통화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돼 논란에 휩싸였다. 회사측은 논란이 커지자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사원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맹수열기자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결혼 이주여성의 위험한 탈출 그 이후]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가 매일 밤 찾아왔다

    [커버스토리-결혼 이주여성의 위험한 탈출 그 이후]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가 매일 밤 찾아왔다

    # 스무 살이 되던 해 그녀는 베트남 시골 마을 고향을 떠나 한국에 왔다. 나이는 까마득하게 많고 말도 전혀 안 통하는 낯선 남자와의 결혼. 하지만 그게 찢어지는 가난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결코 그녀에게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지 못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은 허구한 날 폭력을 휘둘렀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베트남어로 대화가 가능한 인터넷 메신저 ‘깻방’이었다. 이곳에는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들의 한숨과 눈물이 가득했다. 채팅을 하다가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사람을 만났다. 베트남 유학생인 그는 “힘들면 집에서 나오라”고 했다. 2년 만에 그녀는 집을 나왔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이 휴대전화 제조 공장. 고달픈 노동이 이어졌다. 그래도 행복했다. 베트남의 엄마 아빠에게 돈을 부칠 여유도 생겼다. 그러는 사이 남편과 이혼소송을 벌여 한국 영주권까지 얻었다. 이제 그녀는 자유다. # 그녀(29)는 9년 전 필리핀을 떠나 전남 지역으로 시집왔다. 신혼은 짧았다. 마늘 농사를 짓던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에 자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이가 생겼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남편은 결혼 8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팔자려니 했다. 유복자이긴 했지만 아이도 낳았고 서서히 한국 생활에도 적응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악몽은 시아버지가 그녀의 방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매일 밤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방을 찾아 문을 잠갔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매일 밤마다 공포에 질려야 했다. 시아버지의 기행이 1주일 이상 이어지자 결국 그녀는 아기를 업고 몰래 짐을 쌌다. 결혼 1년 8개월 만이었다. 장을 보러 간다고 둘러댄 후 택시를 불렀다. 아이를 쉼터 어린이집에 맡기고 공장에 다녔다. 새벽 6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15시간을 일했다. 그렇게 3년을 일했다. 그녀는 지금 손발에 마비 증상이 와 고생하고 있다. 집세를 내고 나면 네 살배기 아이와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고향을 떠날 때 그렸던 그녀의 한국 생활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결혼 이주 여성의 가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결혼한 뒤 일자리를 찾아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문화·경제적인 문제로 시댁과 갈등을 겪거나 남편의 폭력과 폭언을 피해 가출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남편과) 보통 10~20년씩 나이 차이가 나다 보니 여성들이 도망갈까 봐 집 밖에 못 나가게 하고 가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결혼 이주 여성 A(26)씨는 “결혼 이주 여성이 한국에 오는 이유 중 하나가 고국의 형편이 어려운 가족을 돕기 위해서인데 자꾸 집 안에 가두려고만 하니 목적 실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많은 결혼 이주 여성이 이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고 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돈 받고 팔려 왔으니 고분고분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결혼 이주 여성을 깔보는 심리도 있어 정 붙이기가 더욱 어렵다”고 했다. 실제 다양한 이유로 한 해 3000명 이상의 결혼 이주 여성들은 가출을 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3777명, 2009년 3617명, 2010년 3613명, 2011년 3551명, 2012년 3731명이 한국 가정으로부터 도망쳤다. 올해에도 이미 3월 말까지 805명이 집을 나갔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가출 신고를 꺼린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그 수는 더 커진다. 지난 5년간 성사된 국제결혼이 한 해 통상 2만 5000건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매년 15% 정도가 가출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26만여 가구에 달하는 다문화가정 중 이혼 또는 별거 중인 가구도 4.5%에 달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가출이지만 집 밖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출한 결혼 이주 여성을 돌보는 쉼터 등에 입소하는 경우는 행운에 가깝다. 대부분 여권을 두고 몸만 도망쳐 빠져나오거나 남편이나 시부모가 여권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체류 자체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체류 연장을 하지 못해 불법 체류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한 쉼터 관계자는 “가출한 결혼 이주 여성들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쉼터 측에서 신원 보증을 한다 해도 체류 연장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면서 “더 큰 문제는 전국 18개 국비 지원 쉼터(각각 12~23명 정원으로 총 225명) 수용률도 정원을 초과한 상태라 폭력과 학대를 피해 집을 나왔다가도 귀가 조치되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수용 인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얼마나 심하게 당했느냐, 피해가 얼마나 크냐와 상관없이 빈자리가 있는지 없는지가 주요 입소 기준이 된다. 머물 수 있는 기간도 길어야 2년으로 한정돼 있다. 2년 후에는 독립을 해야 하지만 결혼 이주 여성들에겐 막막하기만 하다. 생활비는 많이 들지만 그들이 잡을 수 있는 일자리는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안 되기 때문에 박봉의 공원이나 청소 도우미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서울은 그나마 조건이 좋아 2차 쉼터에서 자립을 위한 기술을 배운다. 그러나 여건이 갖춰지지 못한 곳에선 일정 기간 후 머물 곳조차 없는 신세가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텔 청소 도우미인 ‘조바’(도우미)로 숨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공단에 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이가 있는 한국계 중국인의 경우 여관이나 모텔에서 청소 도우미를 자처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한 모텔 관계자는 “신분이 드러날 일이 없어 많은 결혼 이주 여성들이 조바를 자처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가출 정보를 얻거나 가출 후 도와줄 남성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13년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황재석(44·무역업)씨는 “혈기 왕성한 남성들은 성욕을 충족시킬 수 있고, 여성은 생활비를 아껴 번 돈을 최대한 많이 베트남 가족에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출 후 동거와 같은 또 다른 계약이 성립된다”면서 “주위를 보면 가출해서 혼자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유학 등을 온 자국민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 결혼 이주 여성을 도와주려는 남성들은 가출 후 이혼 소송에서 승소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이혼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가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좋지 못한 사례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결혼 이주 여성과 결혼하는 남편과 가족들은 여성의 바깥 생활에 대한 불안과 통제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다. 여성의 사회생활을 통제하면서 갈등이 계속되는 식이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은 “자신을 희생하며 건전하게 사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대부분인데도 일부 사례 때문에 ‘결혼 이주 여성들은 다 도망간다더라’ 식의 선입견이 확산돼 있다”면서 “실제로 남성 쪽에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게 문제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이 여성들을 결혼 이주자로 불러들였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가출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많고 쉽게 낙인을 찍는다”면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건강한 가족의 유지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되기 때문에 심각한 부부 갈등이나 폭력을 겪고 있는 가정 등 좀 더 개입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지금&여기] “을(乙)이 더 미워요”/유대근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을(乙)이 더 미워요”/유대근 사회부 기자

    “갑(甲)보다 을(乙)이 더 미울 때가 많아요.” 백화점 매대에서 십수년째 화장품을 파는 여성 A씨는 자신의 신분이 “갑을병 순서에서 병(丙)쯤 된다”고 소개했다. 손님이 갑, 백화점이 을이라면 파견직인 자신은 그 밑이라는 설명이다. 위계의 먹이사슬. 그 안에 갇힌 그녀를 더 서글프게 하는 건 손님보다 백화점이란다. 바닥이 보이는 화장품 병을 들고 와 “피부가 되레 상했으니 바꿔달라”거나 막무가내로 욕설을 퍼붓는 손님과 때로는 대거리라도 하고 싶지만 그때마다 백화점이 주입한 교육 내용이 떠오른다. ‘참고 참아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이 일터를 잃을지 모른다’는 것. A씨가 도리 없이 “죄송하다”며 허리를 굽히는 이유다. 베테랑 여승무원 B씨도 사정이 비슷하다. 10년 넘게 일하면서 얼굴에 침을 뱉는 승객도 만나봤다. 그래도 참았다. 승객이 항의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면 회사가 자신은 물론 동료들의 인사고과에도 불이익을 주는 까닭이다. 그래서 오늘도 웃는다. ‘라면 상무’와 ‘빵 회장’ 사건 등 이른바 ‘갑질’(위계가 높음을 이용한 부당행위)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승무원을 때린 임원의 전 소속 기업은 “갑 노릇만 하다가 터질 일이 터졌다”며 자성했다. 하지만 ‘을질’을 강요하는 기업 문화에는 반성과 지적이 거의 없어 우려스럽다. 감정노동자의 비애를 취재할 때 만난 노동자들은 “부당한 고객 요구를 거부하면 회사가 나쁜 평가를 내리기 때문에 노예와 같은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의 횡포에 직원의 몸과 마음이 병드는 것보다 고객과의 갈등이 알려져 기업 이미지에 해가 될까봐 더 우려하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현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실상을 꼬집으며 기업들에 “선진국처럼 고객 마찰 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기준 이상의 부당 요구는 직원이 거절하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국내 기업들도 반품 요구 등에 대한 대응 지침이 있을 테지만 고객의 폭언 등이 쏟아져 현장을 급히 정리하고 싶은 상황이 되면 지침은 휴지 조각이 된다. 결국 기업이 직원의 정당한 대응에 힘을 실어줄 때 현장의 갑을 문화가 바뀔 수 있다. 회장님들이 흔히 말하듯 “직원은 한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끝없이 인내심만을 강요하는 조직문화부터 당장 바꿔야 할 터이다. dynamic@seoul.co.kr
  •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가 매일 밤 찾아왔다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가 매일 밤 찾아왔다

    # 2007년 스무 살이 되던 해 그녀는 베트남 시골 마을 고향을 떠나 한국에 왔다. 나이는 까마득하게 많고 말도 전혀 안 통하는 낯선 남자와의 결혼. 그게 찢어지는 가난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결코 그녀에게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지 못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은 허구한 날 폭력을 휘둘렀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베트남어로 대화가 가능한 인터넷 메신저 ‘깻방’이었다. 이곳에는 한국에 시집 온 베트남 여성들의 눈물이 가득했다. 채팅을 하다가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사람을 만났다. 베트남 유학생인 그는 “힘들면 집에서 나오라”고 했다. 2009년 그녀는 집을 나왔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이 휴대전화 제조 공장. 시급 4500원에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고달픈 노동이 이어졌다. 그래도 행복했다. 베트남의 엄마 아빠에게 돈을 부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남편과 이혼소송을 벌여 한국 영주권까지 얻었다. 이제 그녀는 자유다. # 그녀(29)는 9년 전 필리핀을 떠나 전남 지역으로 시집왔다. 신혼은 짧았다. 마늘 농사를 짓던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에 자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이가 생겼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남편은 결혼 8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팔자려니 했다. 유복자이긴 했지만 아이도 낳았고 서서히 한국 생활에도 적응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악몽은 시아버지가 그녀의 방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매일 밤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방을 찾아 문을 잠갔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구박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매일 밤마다 공포에 질려야 했다. 시아버지의 기행이 1주일 이상 이어지자 결국 그녀는 아기를 업고 몰래 짐을 쌌다. 결혼 1년 8개월 만이었다. 장을 보러 간다고 둘러댄 후 택시를 불렀다. 아이를 쉼터 어린이집에 맡기고 공장에 다녔다. 새벽 6시 30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15시간을 일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녀는 지금 손발에 마비 증세가 와 고생하고 있다. 집세를 내고 나면 네 살배기 아이와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고향을 떠날 때 그렸던 그녀의 한국 생활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결혼 이주 여성의 가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취업을 목적으로 결혼한 뒤 일자리를 찾아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문화·경제적인 문제로 시댁과 갈등을 겪거나 남편의 폭력과 폭언을 피해 가출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남편과) 보통 10~20년씩 나이 차이가 나다 보니 여성들이 도망갈까봐 집 밖에 못 나가게 하고 가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결혼 이주 여성 A(26)씨는 “결혼 이주 여성이 한국에 오는 이유 중 하나가 고국의 형편이 어려운 가족을 돕기 위해서인데 자꾸 집 안에 가두려고만 하니 목적 실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많은 결혼 이주 여성이 이 문제로 갈등을 겪는다”고 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돈 받고 팔려 왔으니 고분고분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결혼 이주 여성을 깔보는 심리도 있어 정 붙이기가 더욱 어렵다”고 했다. 실제 다양한 이유로 한 해 3000명 이상의 결혼 이주 여성들은 가출을 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3777명, 2009년 3617명, 2010년 3613명, 2011년 3551명, 2012년 3731명이 한국 가정으로부터 도망쳤다. 올해에도 이미 3월 말까지 805명이 집을 나갔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가출 신고를 꺼린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그 수는 더 커진다. 지난 5년간 성사된 국제결혼이 한 해 통상 2만 5000건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매년 15% 정도가 가출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26만여 가구에 달하는 다문화가정 중 이혼 또는 별거 중인 가구도 4.5%에 달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가출이지만 집 밖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출한 결혼 이주 여성을 돌보는 쉼터 등에 입소하는 경우는 행운에 가깝다. 대부분 여권을 두고 몸만 도망쳐 빠져나오거나 남편이나 시부모가 여권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체류 자체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체류 연장을 하지 못해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한 쉼터 관계자는 “가출한 결혼 이주 여성들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쉼터 측에서 신원 보증을 한다 해도 체류연장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면서 “더 큰 문제는 전국 18개 국비 지원 쉼터(각각 12~23명 정원으로 총 225명) 수용률도 정원을 초과한 상태라 폭력과 학대를 피해 집을 나왔다가도 귀가 조치되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수용 인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얼마나 심하게 당했느냐, 피해가 얼마나 크냐와 상관없이 빈자리가 있는지 없는지가 주요 입소 기준이 된다. 머물 수 있는 기간도 길어야 2년으로 한정돼 있다. 2년 후에는 독립을 해야 하지만 결혼 이주 여성들에겐 막막하기만 하다. 생활비는 많이 들지만 그들이 잡을 수 있는 일자리는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안 되기 때문에 박봉의 공원이나 청소 도우미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서울은 그나마 조건이 좋아 2차 쉼터에서 자립을 위한 기술을 배운다. 그러나 여건이 갖춰지지 못한 곳에선 일정 기간 후 머물 곳조차 없는 신세가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텔 청소 도우미인 ‘조바’(도우미)로 숨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공단에 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이가 있는 한국계 중국인의 경우 여관이나 모텔에서 청소 도우미를 자처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한 모텔 관계자는 “신분이 드러날 일이 없어 많은 결혼 이주 여성들이 조바를 자처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가출 정보를 얻거나 가출 후 도와줄 남성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13년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황재석(44·무역업)씨는 “혈기 왕성한 남성들은 성욕을 충족시킬 수 있고, 여성은 생활비를 아껴 번 돈을 최대한 많이 베트남 가족에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출 후 동거와 같은 또 다른 계약이 성립된다”면서 “주위를 보면 가출해서 혼자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유학 등을 온 자국민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부 결혼 이주 여성을 도와주려는 남성들은 가출 후 이혼 소송에서 승소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이혼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가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좋지 못한 사례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결혼 이주 여성과 결혼하는 남편과 가족들은 여성의 바깥 생활에 대한 불안과 통제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다. 여성의 사회생활을 통제하면서 갈등이 계속되는 식이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은 “자신을 희생하며 건전하게 사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대부분인데도 일부 사례 때문에 ‘결혼 이주 여성들은 다 도망간다더라’ 식의 선입견이 확산돼 있다”면서 “실제 남성 쪽에 신체적·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게 문제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이 여성들을 결혼 이주자로 불러들였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가출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많고 쉽게 낙인을 찍는다”면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건강한 가족의 유지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되기 때문에 심각한 부부 갈등이나 폭력을 겪고 있는 가정 등 좀 더 개입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죽여버리겠다” 폭언 남양유업 사원 결국…

    “죽여버리겠다” 폭언 남양유업 사원 결국…

    자사 영업사원이 가맹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사실이 알려진 남양유업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4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당사 영업사원 통화 녹취록과 관련해 회사의 대표로서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면서 “실망을 안겨드린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차원에서 해당 대리점주에게 진심어린 용서를 구할 것”이라면서 “이번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을 빚은 영업사원은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남양유업 측은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이를 즉각 수리했다. 앞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남양유업의 영업사원과 대리점주의 통화 내용을 담은 음성파일이 올라왔다. 통화에서 영업사원은 물건을 받지 않겠다는 대리점주에게 “죽여버리겠다”는 등 폭언은 물론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퍼부었다. 통화내용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네티즌들은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캠페인을 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더 많은 소신투표 나와야 국회 바로 선다

    국회의원들이 최근 쟁점 법안들에 대해 당론투표가 아닌 소신투표를 하는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입법이나 현안에 대해 당론에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찬반 및 기권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과 선진 정치문화 구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요즘엔 과거와 달리 의원들이 여야 합의나 당론을 공개적으로 비판·반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의원들이 정당의 정체성 등을 고려할 때 사안마다 당론과 다른 소신과 원칙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당지도부가 획일성을 강요하는 당론을 지양하고 재량권을 보장·확대해 나갈 때 국회가 바로 설 수 있다고 본다. 며칠 전 국회를 통과한 하도급공정법, 정년연장법, 양도세감면법, 취득세감면법 등 4개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표결을 분석한 결과 여야 의원 절반이 최소한 한 차례 당론투표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들 법안은 여야의 의견 조율과 관련 상임위를 거친 것이어서 당론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정당마다 반대표가 꽤 됐다. 그러다 보니 여야 간 정쟁보다는 당내 싸움이 잦다고 한다. 소신투표 경향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19대 국회 출범 이후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현상은 ‘1인 지배 정당’의 붕괴와 당지도부의 통제력 약화에 기인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의원들이 국회와 정당의 민주적 운영을 요구하고 실천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1952년 정권 연장을 위한 부산 정치 파동과, 1971년 장관 해임을 둘러싼 공화당 항명사태 등은 의정 사상 대표적인 오욕의 역사다. 민주화 이후에도 ‘상명하복’ 식 국회·정당 운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당론투표가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을 줄세우고 ‘거수기’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 비민주적 요소가 많다. 이제 국회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천할 때가 됐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국회가 가장 비민주적이라면 ‘민의의 전당’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의원들도 자잘한 지역 현안을 나랏일보다 앞세우는 등의 소아적 행태를 버려야 한다. 민주주의를 욕보이는 의사당 난동과 폭언도 당론투표와 함께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 아이를 수개월 독방에 가두고, 각목으로 때리고… ‘제천판 도가니’

    아이를 수개월 독방에 가두고, 각목으로 때리고… ‘제천판 도가니’

    설립 50년을 맞은 충북 제천의 아동양육시설에서 여러 해 동안 감금과 폭행 등 심각한 가혹 행위가 자행된 사실이 드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원장과 교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설을 설립하고 지난해 12월까지 원장을 맡았던 미국인 여성 선교사는 아동 보호에 대한 공로가 인정돼 국민훈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시민상 등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제천판 도가니’라고 할 만한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은 손을 놓고 있었다. 인권위는 2일 시설 아동들을 감금, 학대한 혐의로 제천 J아동양육시설 박모(51·여) 원장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제천 시장과 충북 도지사에게 시설장 교체와 지도점검 강화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이 시설에는 총 79명의 보호아동이 있으며 설립 이후 1232명의 아동이 시설을 거쳐 갔다. 이 시설에서는 2000년 이후 지속적인 가혹 행위가 벌어졌다. 전임 사무국장으로 지난해 시설장이 된 박 원장은 아동들을 각목이나 몽둥이로 직접 때리거나 생활교사 등에게 폭행을 지시했다. 아동들의 도둑질이나 욕설을 막겠다며 억지로 생마늘이나 청양고추를 먹이기도 했다. 부원장의 며느리인 이모(42) 교사는 몽둥이로 아동들의 머리를 때리거나 ‘오줌을 싼다’는 이유로 베란다 난간에 아동들을 세워 뒀다. 다른 교사 6명도 일부러 밥을 굶기거나 대걸레 등으로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겨울에 아동들을 찬물로 씻게 하고 베개 등 생필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른바 ‘타임아웃방’이라는 독방을 만들어 아동들을 가둬 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건물 3층 원장실 옆에 타임아웃방을 만들어 놓고 통제를 따르지 않는 아동들을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달씩 감금했다. 피해 아동들은 “3개월 동안 벽만 바라보고 지내 자살까지 생각했다”거나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식사 시간까지 소변을 참았다”고 진술했다. 갇혀 지낸 아동들은 이 방 책상 서랍에 독방 수용에 대한 불만이나 욕설을 빼곡히 적어 놓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박 원장은 “훈육에 좋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전임 원장인 미국인 H(77·여)도 이런 인권 유린 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수년간 가혹 행위가 이어졌지만 감독 기관인 제천시는 일부 가혹 행위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시설 점검을 맡았던 충북 지역 상급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상담팀장은 해당 시설에서 2006년까지 교사로 재직했다. 그는 독방 수용과 마늘을 먹이는 행위 등에 대해 오히려 “인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변호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반복되는 아동보호시설의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아동위원 등이 참여해 지자체가 실질적인 지도점검을 벌이도록 해야 한다”면서 “회계처리 감독을 강화하고 아동 치유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제천 양육시설 충격적 아동학대…“생마늘 먹이고 독방 감금,석달간 벽만 보다 자살 생각”

    제천 양육시설 충격적 아동학대…“생마늘 먹이고 독방 감금,석달간 벽만 보다 자살 생각”

    설립 50년을 맞은 충북 제천의 아동양육시설에서 여러 해 동안 감금과 폭행 등 심각한 가혹행위가 자행된 사실이 드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원장과 교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시설을 설립하고 지난해 12월까지 원장을 맡았던 미국인 여성 선교사는 아동 보호에 대한 공로가 인정돼 국민훈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시민상 등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제천판 도가니’라고 할만한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은 손을 놓고 있었다.   인권위는 2일 시설 아동들을 감금·학대한 혐의로 제천 J아동양육시설 박모(51·여) 원장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제천 시장과 충북 도지사에게 시설장 교체와 지도점검 강화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이 시설에는 총 79명의 보호아동들이 있으며, 설립 이후 1232명의 아동이 시설을 거쳐갔다.  이 시설에서는 2000년 이후 지속적인 가혹 행위가 벌어졌다. 전임 사무국장으로 지난해 시설장이 된 박 원장은 아동들을 각목이나 몽둥이로 직접 때리거나 생활교사 등에게 폭행을 지시했다. 아동들의 도둑질이나 욕설을 막겠다며 억지로 생마늘이나 청양고추를 먹이기도 했다. 부원장의 며느리인 이모(42) 교사는 몽둥이로 아동들의 머리를 때리거나 ‘오줌을 싼다’는 이유로 베란다 난간에 아동들을 세워뒀다. 다른 교사 6명도 일부러 밥을 굶기거나 대걸레 등으로 폭행을 휘두르고 폭언을 퍼부었다. 겨울에 아동들을 찬 물로 씻게 하고 베개 등 생필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른바 ‘타임아웃방’이라는 독방을 만들어 아동들을 가둬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건물 3층 원장실 옆에 타임아웃방을 만들어 놓고 통제를 따르지 않는 아동들을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달씩 감금했다. 피해 아동들은 “3개월동안 벽만 바라보고 지내 자살까지 생각했다”거나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식사시간까지 소변을 참았다”고 진술했다. 실제 이 방 책상 서랍에는 갇혀 지낸 아동들이 독방 수용에 대한 불만이나 욕설을 빼곡히 적어 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박 원장은 “훈육에 좋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전임 원장인 미국인 H(77·여)씨도 이런 인권 유린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가혹행위가 이어졌지만 감독 기관인 제천 시청은 일부 가혹행위를 확인하고도 별다른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시설 점검을 맡았던 충북 지역 상급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상담팀장은 해당 시설에서 2006년까지 교사로 재직했다. 그는 독방 수용과 마늘을 먹이는 행위 등에 대해 오히려 “인권 침해가 아니다”고 변호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반복되는 아동보호시설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아동위원 등이 참여해 지자체가 실질적인 지도점검을 벌이도록 해야 한다”면서 “회계처리 감독을 강화하고 아동 치유 프로그램 등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롯데호텔, ‘제빵사 회장님’ 직원 폭행에 ‘쉬쉬’

    롯데호텔, ‘제빵사 회장님’ 직원 폭행에 ‘쉬쉬’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이 항공기 안에서 여승무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전통 경주빵과 천안명물 호두과자를 생산 판매하는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이 롯데호텔(서울) 현관서비스지배인을 폭행해 말썽을 빚고 있다. 호텔 측도 강 회장의 직원 폭행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보다 입단속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9일 롯데호텔 관계자 및 목격자들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24일 정오쯤 지인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1층 주차장 입구 임시 주차장에서 자신의 BMW 735 차량을 탄 채 정차해 있었다. 이곳은 공무로 호텔을 방문한 정부 관계자들만 잠시 주차하는 곳이다. 강 회장은 이곳에서 지인을 만나기 위해 호텔 측의 허락을 받고 정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 회장 차량이 수십분 동안 주차하면서 국회의원 차량 등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게 되자 현관서비스지배인 박모씨가 강 회장에게 다가가 이동 주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박씨의 거듭된 요구에 “너 이리 와 봐. 네가 뭔데 내게 차를 빼라 마라 그러는 거야”라며 약 15분 동안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욕설을 듣던 박씨가 “저도 군대 간 아들이 있는 50대인데 욕은 안 하고 말씀하시면 안 되느냐”고 하자 강 회장은 “나는 70이 넘었다”며 욕설과 함께 장지갑으로 뺨을 후려치고 다시 얼굴을 3~4차례 가볍게 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목격자들은 “박 지배인이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강 회장 지갑에 들어 있던 신용카드 등이 10m쯤이나 날아갔다”고 말했다. 폭행 후에도 강 회장의 욕설은 약 4~5분간 더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은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던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전혀졌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탄 차량은 1층 주차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호텔 좌측 발레파킹 전용 주차장에 세울 수밖에 없었다. 목격자들은 “박씨가 예의를 갖춰 정중하게 요청했으나 강 회장이 다짜고짜 욕설을 하고 폭행을 가했다”면서 “호텔 도어맨이라고 얕본 것 같아 보는 사람이 불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씨는 “폭언, 폭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원만히 해결됐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호텔 측도 “고객에 대한 프라이버시 때문에 (직원 폭행 사실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 폭행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공개는 회사 방침상 불가하다”며 여론화되는 것에 부담감을 보였다. 한편 강 회장은 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25일)부터 서울신문이 직원들을 통해 수차 전화 통화를 요구했으나 이날 현재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 2006년 설립된 프라임베이커리는 자본금 5억 3000만원 및 사원 수 21명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경북 경주빵과는 다른 회사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단독]甲의 행패… 매 맞는 乙 고발은커녕 ‘쉬쉬’

    [단독]甲의 행패… 매 맞는 乙 고발은커녕 ‘쉬쉬’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이 항공기 안에서 여승무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전통 경주빵과 천안명물 호두과자를 생산 판매하는 ㈜프라임베이커리 강수태 회장이 롯데호텔(서울) 현관서비스지배인을 폭행해 말썽을 빚고 있다. 호텔 측도 강 회장의 직원 폭행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보다 입단속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9일 롯데호텔 관계자 및 목격자들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24일 정오쯤 지인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 1층 주차장 입구 임시 주차장에서 자신의 BMW 735 차량을 탄 채 정차해 있었다. 이곳은 공무로 호텔을 방문한 정부 관계자들만 잠시 주차하는 곳이다. 강 회장은 이곳에서 지인을 만나기 위해 호텔 측의 허락을 받고 정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 회장 차량이 수십분 동안 주차하면서 국회의원 차량 등 다른 차량의 진입을 막게 되자 현관서비스지배인 박모씨가 강 회장에게 다가가 이동 주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박씨의 거듭된 요구에 “너 이리 와 봐. 네가 뭔데 내게 차를 빼라 마라 그러는 거야”라며 약 15분 동안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욕설을 듣던 박씨가 “저도 군대 간 아들이 있는 50대인데 욕은 안 하고 말씀하시면 안 되느냐”고 하자 강 회장은 “나는 70이 넘었다”며 욕설과 함께 장지갑으로 뺨을 후려치고 다시 얼굴을 3~4차례 가볍게 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목격자들은 “박 지배인이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강 회장 지갑에 들어 있던 신용카드 등이 10m쯤이나 날아갔다”고 말했다. 폭행 후에도 강 회장의 욕설은 약 4~5분간 더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은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던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전혀졌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탄 차량은 1층 주차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호텔 좌측 발레파킹 전용 주차장에 세울 수밖에 없었다. 목격자들은 “박씨가 예의를 갖춰 정중하게 요청했으나 강 회장이 다짜고짜 욕설을 하고 폭행을 가했다”면서 “호텔 도어맨이라고 얕본 것 같아 보는 사람이 불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씨는 “폭언, 폭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원만히 해결됐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호텔 측도 “고객에 대한 프라이버시 때문에 (직원 폭행 사실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 폭행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공개는 회사 방침상 불가하다”며 여론화되는 것에 부담감을 보였다. 한편 강 회장은 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25일)부터 서울신문이 직원들을 통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요구했으나 이날 현재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 2006년 설립된 프라임베이커리는 자본금 5억 3000만원 및 사원 수 21명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경북 경주빵과는 다른 회사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커버스토리-주부 우울증] ‘마음의 감기’로 여기고 적극적 자세면 극복할 수 있다

    [커버스토리-주부 우울증] ‘마음의 감기’로 여기고 적극적 자세면 극복할 수 있다

    ’주부 우울증’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만 곁들인다면 빠른 시일 안에 완치가 가능하다. 우울증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우울증 환자를 특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사라져야 한다. 주부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감기’ 정도로 여기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한다면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시·군·구 등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센터는 주부 우울증 환자의 상담과 치료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광주 서구에 사는 30대 주부 김모씨는 2009년 첫째 아이를 낳은 이후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최근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우울증은 더욱 깊어졌다. 김씨는 “배 속의 둘째 아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첫째 아이를 안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자신의 이 같은 생각이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김씨는 서구보건소가 운영하는 상무금호 보건지소에 전화를 걸었다. 보건지소 정신보건팀은 곧바로 김씨를 만나 상담을 했다. 호르몬 변화, 외로움, 육아 부담 등에 따른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원인으로 꼽혔다. 전문 상담 요원들은 김씨가 현재 임신한 상태라서 약물치료 대신 적극적인 상담 서비스를 펴고 있다. 박상하 팀장은 “상담을 거듭할수록 김씨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건지소는 또 최근 남편의 사망 이후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으로 두 차례 자살을 시도한 서모(51)씨를 상담과 병원 입원치료를 통해 거의 회복 단계로 끌어올렸다. 박현희 소장은 “서씨를 상담한 결과 그가 두 자녀와 물에 빠져 죽으려고 맘먹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며 “약물치료와 가정 방문, 전화 상담 등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건지소는 이들처럼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 300여명을 등록해 지속적인 상담과 보호 관찰 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전업주부이거나 이혼해 자녀들과 살림을 꾸려 가는 여성들이다. 주부들은 특히 출산과 육아·경제적 궁핍·가정불화·외로움 등으로 우울증에 자주 노출된다. 주부 우울증은 자칫 자녀와 동반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는 만큼 예방대책 마련도 절실한 실정이다. 선제적 예방책이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사례도 수두룩하다.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A(41)씨는 지난해 11월 둘째 아이를 출산한 이후 육아와 가사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었다. A씨는 육아 스트레스가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져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했을 뿐 아니라 시도까지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 2월 초 남구보건소 모자보건실에서 산모를 대상으로 한 산후 우울증 선별검사에서 수치가 높게 나와 같은 달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남구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 치료 당시 A씨는 남편과 함께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A씨에게 스트레스 및 우울증 관리 방법을 상담·치료했고, 남편에게는 산후 우울증의 심각성을 알리고 육아·가사를 함께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이 센터 이경진 정신보건임상심리사는 “육아와 가사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반면 남편 등 가족은 여성의 산후 우울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본인 치료와 주변 가족의 도움을 병행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씨도 구가 운영하는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김씨는 어릴 적부터 부모의 무관심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결혼을 했지만 남편의 경제적 무능, 폭언, 술 주정, 또 시댁과의 갈등으로 우울증을 앓게 됐다. 이후 약물 치료를 받으며 증세가 약간 호전됐으나 남편의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재발하고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우울증도 재발했다. 자살까지 시도했던 김씨는 자살 사고 이후 동 주민센터를 통해 사례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동 주민센터와 정신보건센터, 이웃 등의 폭넓은 관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정신병 증상에 대한 주기적 모니터링을 받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 향상 교육, 분노 조절 프로그램, 자조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또 김씨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인 남편은 같은 센터 알코올 사례 관리팀에서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사는 김모(35)씨 역시 3살과 5살짜리 사내아이를 두고 있는 전업주부다. 청소와 빨래 등 집안 살림을 하면서 개구쟁이 아이를 돌보다 보니 저녁에는 파김치 되기 일쑤였다. 남편도 업무상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은 데다 주변에 터놓고 대화할 친구도 없어 하루 종일 혼자 지낼 때가 많았다. 이웃과 단절된 공간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여 가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파트 20층에 살고 있는 김씨는 어느 날 “한 마리 새가 되어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판단한 김씨는 병원을 찾았는데 주부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3개월에 걸친 약물치료와 함께 남편의 도움으로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남편은 가급적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일찍 귀가해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단지 내 공원을 함께 산책하고 주말에는 골프 등 스포츠를 즐기도록 아이 돌보는 일을 도맡았다. 집안 청소도 남편 몫이었다.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말도 많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처럼 우울증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례로 점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질병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주부 우울증 관련 자살이나 각종 범죄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고쳐야 하고,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개인의 ‘성격’ 문제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 역시 전문가의 상담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큰 것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조사 결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일반인의 67%가 스스로 우울증을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민보건증진 차원에서 일부 지자체와 광역정신보건센터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며 우울증 환자 등의 자살 예방과 상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홍보 부족 등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아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 김명권 광주서구보건소장은 “정신건강센터로 연락만 하면 전화·방문 상담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울증 등으로 판단되면 관내 정신의료기관과 협진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우울증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직장 정기 건강검진 항목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 검사를 포함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노동안전위생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일본 자살자 수가 연간 3만명을 넘기는 등 자살 및 우울증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1998년 청소년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국가 차원의 자살방지 프로그램을 제정·선포한 이후 우울증 등을 국민건강 우선과제로 삼고 자살과 우울증에 대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오고 있다. 유성은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를 특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 탓에 많은 환자가 병원에 잘 가지 않는데 가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병원 말고도 우울증을 상담하는 정신보건센터 등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도 이런 정보를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산후 우울증은 남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가사와 육아를 돕고 아내와 함께 동반 대처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지자체 민원공무원 93% “폭언 피해 경험”

    앞으로 민원인이 폭언이나 폭행을 하면 민원담당 공무원은 사전에 고지한 뒤 이를 녹음하거나 녹화하고 악성 민원인은 고소·고발 조치된다. 또 민원인들의 폭언이나 폭행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행정기관에서는 청원경찰 등 안전요원이 상시 배치된다. 안전행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13년도 민원행정 및 제도개선 추진지침’을 만들어 각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안행부는 “지자체 민원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93%가 민원인으로부터 폭언을 들었으며 여성공무원의 58%는 성희롱 또는 성적 비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악성 민원을 예방해 민원행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지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행부가 지난해 6월 30일부터 7월 11일까지 지자체 민원실 창구 공무원 1만 8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원담당 공무원들의 업무피해 정도는 심각했다. 지난 1년간 응답자의 93%가 폭언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13%는 직접적인 폭행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민원담당 여성공무원의 58%는 성희롱이나 성적 비하 등 성폭력까지 경험했다. 조사에 참여한 국민 1011명 중 11%는 민원인이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7%는 민원인의 폭력을 방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안행부는 ‘표준 민원 응대 매뉴얼’을 만들어 전 지자체에 보급하는 등 담당 공무원은 물론 간부 직원들에게도 친절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민원인이 폭언을 할 경우 사전에 알린 뒤 녹음을 실시하고 폭언·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행정기관에는 청원경찰 등을 상시 배치하도록 했다. 특히 민원인의 폭언 등으로 정상업무 수행이 곤란하면 민원응대를 중단하고, 대면상담 시 폭행에 대비해 민원창구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이를 녹화하도록 지시했다. 국민 응답자들은 민원 폭력방지 대책으로 65%가 녹음 및 녹화를, 49%는 처벌 강화를 각각 꼽았다. 정상적인 민원처리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은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안행부는 장기·반복적인 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이 공무집행 방해나 폭행, 손괴, 협박,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 고발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도 요청했다. 아울러 관공서 주취난동에 대해서는 6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거나 체포나 직접적인 제재가 가능하도록 처벌을 강화하고 업무방해에 대해서도 벌금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다. 안행부는 “민원 담당 공무원에게는 상해·책임보험을 가입하게 하는 한편 민원인에게 피해를 입은 공무원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금지하도록 각 기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中企 84% “블랙컨슈머에 속수무책”

    모피코트를 생산하는 중소 의류업체 A사는 겨우내 입다가 봄이 되자 실밥이 느슨하다며 반품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냉동만두 생산업체 B사는 “만두에서 뼛조각이 나와 목에 걸렸다”며 치료비에다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하지 않으면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소비자의 협박성 요구를 결국 들어줘야만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소기업 203개사를 상대로 ‘블랙컨슈머’(고의적으로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 대응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의 83.7%가 ‘고의성을 알고도 그대로 수용한다’고 답했다고 17일 밝혔다. 악성 민원의 유형은 ‘사용 후 반품·환불·교체 요구’가 58.6%로 가장 많았고 ‘보증기간 이후 무상수리 요구’(15.3%), ‘과도한 금전 보상 요구’(11.3%), ‘허위사실 유포 위협’(6%), ‘폭언 등 업무 방해’(4.9%)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부당한 요구의 빈도는 ‘월평균 1∼2회’가 43.8%로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이런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로 90.0%가 ‘기업의 이미지 훼손 방지’를 들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공교육 정상화, 학생부 신뢰도에 달려… 대학 구조조정 계속 추진”

    “공교육 정상화, 학생부 신뢰도에 달려… 대학 구조조정 계속 추진”

    새 정부의 첫 교육 수장으로서 취임 한 달을 맞은 서남수(61)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정부 출범 100일 이내에 우리 교육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하고, 1년 뒤에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5년이 지난 후에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이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음은 서 장관과의 일문일답.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100일 안에 가시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100일 동안에는 교육 현장에 ‘우리 교육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 정부의 교육 비전인 행복교육에 대한 참여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단계다. 학생, 학부모, 교원 등 교육 수요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 새 정부의 교육부가 과거와는 다르다라는 평가가 현장에서 조금씩 싹트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장관 취임 전 강연 등에서 전임 이명박 정부식 교육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새 정부의 교육 기조도 큰 틀에서는 지난 정부의 것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 실현을 위해 교육 본질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과 경쟁이라는 기조 아래 정책을 추진했던 이전 정부들과 차별화된다. 특히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을 이끌어내 꿈의 실현을 돕는 새 정부의 교육 기조는 평소 갖고 있었던 소신과 다르지 않다. 교육관료로서 다듬어 온 철학과 전문성을 충분히 녹여내겠다. →일선 고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조작했다는 감사원의 발표가 있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겼다. 물론 과거 조사 결과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수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학생부 수정이나 조작은 단 한 건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단순히 교육부의 지침을 어긴 것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앞으로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방향과 관련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학생부의 신뢰도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가 학교교육 정상화다. 이 목표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대학들이 입시전형에서 학생부 외에 논술, 대학별고사 등 다른 요소의 비중을 너무 크게 두는 것이다. 학교 시험성적뿐만 아니라 특별활동, 진로교육, 봉사활동, 특기적성 등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담아놓은 학생부 반영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학교교육 정상화의 큰 과제다. 학생부가 대학에 쉽게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원칙을 어기고 수정되는 일이 생기면 학생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결국 대학이 학생부를 믿지 않게 되고, 그 결과 학생을 선발하는 데 반영하지 않게 되면 학교교육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 된다. →학생부에 담임교사가 기록하는 발달상황이나 의견을 보면 코멘트가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다. -실제 교사들이 짧은 시간에 아이들을 서술식으로 평가하려다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앞으로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부 기록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소통하겠다. 이 부분이 제대로 잡혀야 학교교육도 바로 서고, 입시와 관련해서도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의 큰 틀이 수시모집은 학생부 중심으로 뽑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가능한가. -대학이 지원자를 평가할 때 학생부만으로도 학생의 과거와 현재, 미래 잠재력까지 모두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시험 점수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학습 과정, 활동 내역, 진로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충실히 기록으로 남도록 하겠다. 3000여개에 이르는 대입 전형을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실질적으로는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는 것, 수능을 중심으로 하는 것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학들이 학생부를 신뢰하게 되면 다른 요소들의 반영 비율을 줄여 나갈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도 결국 학생부를 기초자료로 해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다. 최근 존폐 논란이 일고 있는데. -입학사정관제는 양면성이 있다. 기존에 시험성적으로만 학생들을 뽑다 보니 성적에 의한 줄 세우기가 심했다. 입학사정관제를 잘 운영하면 점수 위주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창의력, 개개인의 특성, 더 나아가 학생들의 인성까지 반영해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정관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공정성이나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 굉장히 주의해 가면서 발전시켰어야 했는데 지난 몇 년간 양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그러지 못했다.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향에서 깊이 있게 고민해 오는 8월 발표하겠다. →그때 발표할 새 대입 정책의 큰 틀은 어떤 방향인가. -이전에는 입학제도의 어느 한 부분을 두고 제도를 신설하거나 고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해당 제도만 놓고 보면 괜찮아도 전체적으로는 다른 제도 이거나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가치에 배치되거나 불합리한 경우가 있었다. 이번에는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체적인 교육체계를 바꾸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새 정부의 창의교육, 행복교육 정책이 쉽게 자리 잡힐 수 있을까.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워 주는 창의교육, 행복교육으로 가겠다는 것이 목표지만 사실 우리나라 같은 대입 학벌 중심사회에서 그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창의교육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입제도를 어떤 식으로 끌고 가야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뿌리 깊이 박혀 있어서 기존 인식을 타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향성은 명확하다. 현재의 이런 학벌 중심 사회는 재조율돼야 한다. →지난 정부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인해 일반고의 경쟁력이 더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고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방안은. -일반고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시험으로 모든 과정을 평가하는 시험 위주의 교육으로 지난 몇십년을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궁극적으로 한두 가지 대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교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겪은 것처럼 학벌, 스펙 등이 별로 힘쓰기 어려운 시대가 분명히 도래할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창의적으로 대응하는 교육이 되려면 시험에 매달리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창의적인 교육,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으로 가는 데 모든 교육 정책을 집중하겠다. →교권 침해, 업무 부담 등으로 교사들도 힘들다. 창의·행복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부터 달라져야 할 텐데.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려 주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꿈과 끼도 같이 살려 줘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 처우보다는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없는 분위기와 여건이다. 예전에는 사회 전체가 교사를 예우해야 우리 아이가 잘 클 수 있다는 등 교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요새는 학급당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학생·학부모의 폭언, 수업태도 불량 등 문제로 교사들이 실망감과 좌절을 많이 느낀다. 교사들을 더 존경하고 교권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가면 단순히 수당 몇푼 더 받는 것보다 훨씬 신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새 정부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대학발전기획단을 새로 구성해 그 틀 안에서 대학구조개혁 및 평가체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올해에도 학사관리와 경영실태가 취약한 대학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동시에 기존 대학 구조개혁의 틀과 성과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 새로운 모델을 마련하고,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 지방대 인사를 포함시키는 등 인적 구성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 도입되면 학교 현장은 어떻게 달라지나. -학교교육은 교원 등 공급자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돼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기업은 학교교육을 불신해 학생 개인의 직무능력보다 학벌이나 스펙에 의존해 채용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면 기업이 요구하는 내용을 대폭 수용해 학교에서의 교육이 곧바로 산업체의 직무로 활용될 수 있다. 대담 박현갑 사회부장 정리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채동욱 “원세훈 前국정원장 정치개입 의혹 전모 파악하겠다”

    채동욱 “원세훈 前국정원장 정치개입 의혹 전모 파악하겠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채동욱(54·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고성과 폭언 없이 대체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채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해 여야 의원 모두 ‘깨끗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채 후보자는 이날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에 대해 일정 정도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적에 “폐지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중수부 폐지에 따른 부패 수사의 공백이 우려된다”면서 “보완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상설특검에 대해서는 “기구특검(특검 전담 기구 설치)은 안 되고 제도특검(사안이 생길 때마다 특검 실시)은 된다는 식으로 말씀은 못 드리고, 다만 위헌 소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취임 후 전모를 파악하고 체제를 재정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부실 수사 지적에는 “새로운 증거가 나와 재수사할 필요성이 있다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채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들조차 덕담을 건넸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보좌진이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채 후보자가 여야 의원과 두루 관계가 원만한 데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과한 인물을 낙마시킬 경우 박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이 총장에 내정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일어난 ‘검란’(檢亂) 사태와 관련,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검찰 주요 간부 비리를 우리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제보했었다”면서 “검찰총장이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부하 검찰과 주요 간부 비리를 야당에 제보하는 게 정의냐”고 말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미국 보스턴에 머물고 있는 한 전 총장은 이에 대해 “뚱딴지 같은 소리로 전혀 사실무근이다. 언급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전 총장의 반박 사실이 알려지자 박 의원은 “한 전 총장은 오전에 자기 자리를 보전하려고 민주당에 부하 간부의 비리 제보를 하고 그날 사퇴했다. 민주당에서는 이것이 굉장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법무부에도 통보했다”고 재반박했다. 한 전 총장이 민주당에 비리를 제보했다고 박 의원이 언급한 부하 검찰간부는 최재경(현 전주지검장)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당시 한 총장은 최 중수부장이 거액 수뢰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에게 문자메시지로 ‘언론취재 대응방안’을 조언하는 등 검사의 품위를 손상했다며 최 중수부장을 감찰할 것을 지시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문인·사진작가 50인 자기 정신에 ‘강정’을 새기다

    문인·사진작가 50인 자기 정신에 ‘강정’을 새기다

    1980년대 초반 학생운동을 경험한 한 대학교수는 지난 5년간 빚어진 사회 갈등을 이른바 ‘SKY’로 표현했다. ‘쌍용차(S) 정리해고’, ‘강정(K) 해군기지’, ‘용산(Y)참사’와 같은 각각의 사건을 엮은 조어다. 이 중 해군기지를 둘러싼 제주 서귀포의 강정마을 사태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된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이후 해군기지를 찬성·반대하는 주민 사이에 생긴 깊은 ‘감정의 골’은 치유가 불가능해 보인다. 주민 사이에 폭언과 폭력이 횡행하고, 보이지 않는 찬성·반대의 꼬리표가 달렸다. 뜻이 다른 이웃·친척 간에는 말도 섞지 않고,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마저 희석됐다. 종교계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으나,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대, 강정: 작가, 제주와 연애하다’(북멘토 펴냄)는 강정마을 사태를 정면으로 다룬다. 진통을 겪는 강정마을 문제에 관해 작가 43명이 제주도민에게 쓴 편지를 모았다. 시인 함성호·김기택·문동만·김선우·김주대·심보선·박준과 소설가 이순원·부희령 등이 제주의 평화를 기원하는 짧은 글을 썼다. 또 노순택·송동효·이광진 등 사진 작가 7명이 강정마을 주민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과 제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함께 실었다. 독자들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책 아니냐”고 질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기우’일 수 있다. 작가들은 “서귀포의 바람, 애월의 파도, 북촌의 눈물, 위미의 수평선, 쇠소깍의 고요를 생각하며 두려움과 연민이 어룽진 손으로 제주도민들에게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저마다 제주에 얽힌 추억을 한두 개씩 풀어놓으며 조용히 담소하는 듯하다. 작가 권선희는 “제가 사는 마을은 영일만 작은 포구로, 굽은 해송은 갯바위를 깨우고 따개비는 부챗살 같은 촉수를 세워 아침을 사냥한다”고 썼다. 이어 “하귤 익어 가는 마당 한편에서 퉁퉁 젖이 불은 누렁이가 새끼를 핥고 있을 제주가 이 봄, 다시 그립다”고 강정마을을 추억했다. 작가 김희정에게 제주는 술자리에서 ‘육지 것’이란 소리를 들은 장소였다. 그는“‘육지 것’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참 낯설고 불편한 단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술자리 내내 제주에서 온 사람을 제외하곤 ‘육지 것’이라 불렸다”고 썼다. 작가는 제주 사람들은 ‘육지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섬 것’들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65주년을 맞은 제주 4·3항쟁을 염두에 둔 말이다. 애초 이 책은 ‘제주팸플릿작가’의 팸플릿운동에서 비롯됐다. 억울한 바다와 억울한 꽃과 억울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강정마을의 얘기들을 가감 없이 인터넷에 연재하면서부터다. 한 편, 한 편 2000부가량 쌓인 팸플릿 안에는 지난 6년간 강정마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 가운데 글과 사진을 추려 뽑았다. 그렇게 책은 세상과 조우했다. 사실 책의 재미는 작가들의 맛깔난 글못지 않게, 아무렇게나 뒤엉킨 듯한 사진에 쏠려 있다. 영화 ‘레드 헌트’의 조성봉 감독, 일러스트레이터인 이광진 등이 제주의 고요하고 서정적인 풍경을 담았다. 그 옆에 털이 복슬복슬한 개를 뉘이고 바위에 서서 바다를 향해 절하는 사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기도 중인 칠십 노구의 신부 모습이 보인다. 세찬 바람에도 해사하게 미소 짓는 어린아이의 표정, 토마토를 들고 있는 주민의 얼굴에선 아련한 마음이 스며 온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강정을 생각하지 않는 한국의 지성은 없다”면서 “이 책은 43인의 작가가 강정을 제 정신에 새긴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EBS ‘달라졌어요’ 방영

    결혼 초부터 궁합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어온 노년의 부부. 월급봉투를 내놓지 않는 남편은 매달 수백만원의 카드값만 쏟아낸다. 게다가 빚보증에 외박까지…. ‘사고뭉치’로 불리는 남편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는 아내는 지친다. 한 치의 양보 없이 비난과 폭언이 오가는 부부는 황혼 이혼의 목전까지 다가간다. 1일 밤 7시 30분 방영되는 EBS의 ‘달라졌어요-궁합이 뭐길래!’는 이 같은 노년 부부의 사연을 다룬다. 과연 이들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지….
  • 실패에서 찾는 기업 생태계 진화

    2005년, 하이트그룹이 진로를 인수한 뒤 가졌던 첫 번째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이트 그룹 측 최고위 관계자가 돌연 진로 측 임원들을 향해 듣기 민망할 정도의 폭언을 퍼부었다. 이제 진로에서 체득한 습관들은 버리라는 요지의 쓴소리였지만, 듣기에 따라선 모욕이라 느낄 만한 언사였다. 하이트 맥주와 진로 소주를 섞어서 폭탄주를 마시려던 양 사 임원들은 순간 얼어붙어버렸다. 그날 술자리는 점령군 하이트와 피정복자였던 진로 간의 심리적 격차를 줄여보자고 마련한 자리였다. 그걸로 끝이었다. 진로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승자와 패자 간 간극은 이전 보다 더 벌어졌다.  ‘사라진 실패’(신기주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가 전하는 당시 풍경이다. 두 회사 간 결합은 당시 주류 시장의 태풍의 눈이었다. 하이트는 맥주 시장에서, 진로는 소주 시장에서 1등이었다. 시장 점유율도 각각 50%가 넘었다. 경쟁업체들은 양사 영업망이 합쳐지면 역대 최강의 공룡 주류 기업이 탄생할 거라며 긴장했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두 조직은 사사건건 반목했다. 진로의 정예 인력들이 줄줄이 새 나갔다. 당연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가 나올 리 없다. 옛 조선맥주 시절부터 오비맥주에 끌려다니다 가까스로 뒤집기에 성공했던 하이트였지만, 결국 시장 지배자의 지위를 다시 오비맥주에 넘겨주고 만다.  책은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국내 13개 기업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기업의 실패를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한국 사회도 진화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봉건적이고 제왕적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참담한 실패 사례를 지우고, 승리의 기록만 남기려 애쓴다. 미화를 거듭하면서 한국 기업은 실패를 모른다는 그릇된 신화에까지 이르는 지경이 됐다.  책이 전하는 기업의 실패사는 놀라울 만큼 세밀하다. 경영진의 치부 때문에 위기에 봉착했던 오리온 그룹을 ‘왕과 왕비가 다스리는 왕국’으로, 국내 소비재 사업의 강자였다가 난데없이 종합중공업 그룹으로 변신을 시도했던 웅진그룹을 두고 ‘한국 기업 생태계가 빚어낸 실패’로 묘사하는 등, 한때 신문 사회면과 경제면을 장식했던 기업들의 ‘실패의 추억’을 마치 ‘핵심 관계자’처럼 꿰뚫고 있다. 책은 흔히 진화된 기업으로 평가받는 ‘네이버’의 NHN조차 ‘삼성이 버린 가치 체계를 들고 삼성처럼 추격자의 길을 걷는 기업’으로 혹평하고 있다. 저자는 “국가 간 경쟁은 이제 정부와 정부 간 대결이 아니라 기업을 통한 대리전 양상으로 변화됐다”며 “더욱 진화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 국가와 사회라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만 3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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