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대리조사제 도입
부패방지위원회는 공직사회 내부자가 동료·상사·부하의 부패와 비리행위를 고발하는 ‘내부공익신고’ 보상제도를 확대,국고수입이 없을 경우에도 신고자에게 보상해 주기로 했다.지금까지는 신고로 예산절감 또는 환수조치가 이뤄져야 해당금액의 2∼10%(최대 2억원)까지 보상해 왔다.
부방위가 신고자를 대신해 조사해 주는 ‘대리조사제’ 도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부방위는 3일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내부공익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내부공익신고’(whistle-blowing)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부방위의 이같은 방침은 참여정부가 12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부패없는 사회’의 실현 수단으로 자리 매김할 전망이다.이날 토론회에는 교수,시민단체 등의 각계 전문가 200여명이 참석했다.
●내부고발은 적절한 부패 통제수단
부방위가 지난해 1월25일 출범한 이후 지난 한해 동안 신고된 137건의 부패행위 신고 가운데 내부공익신고가 27.7%인 38건을 차지했다.특히 이 가운데 73%인 27건이 검찰과 경찰,감사원 등의 기관으로넘어갔다.
일반 신고건수의 이첩률 46.9%에 비하면 훨씬 높고,그만큼 믿을 만한 정보라는 것이다.내부공익 신고로 인해 ▲불구속 3명 ▲기소중지 1명 ▲징계 34명 ▲면직 2명 ▲경고 56명 등 96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부패에 의한 추징 및 회수 금액은 23억 4400만원에 달했다.
부방위 조희완 신고심사국장은 “내부공익신고는 일반 신고에 비해 신뢰성이나 정확성이 높고,부패구조 개선에 충분히 효용가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는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내부공익신고는 미국과 영국,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돼 있는 제도다.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말 조직의 비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 3명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지난 1960년대 내부고발제도를 시작한 미국은 89년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부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제정했다.
영국은 80∼90년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대규모 부패사건을 계기로 99년 ‘공익제보 보호법’을 만들었다.부패행위를 발견할 경우 내부적인 정보공개 요구→규제기관에 제보→대외적인 부패행위 제보 등의 신고절차를 거친다.
호주는 99년 내부신고자 보호를 규정한 ‘공공서비스법’을 제정해 정부 재원의 남·오용,관리 잘못,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제보할 경우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조사권 인정과 보복행위 제재 시급하다
한국방송통신대 윤태범 행정학과 교수와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 이상희 변호사 등은 주제발표에서 ▲부패행위에 대한 부방위의 조사권 인정 ▲보복행위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신고자 불이익 방지제도 강화와 신고자 보복행위 특별조사국 설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신고자 소속기관의 입증책임 ▲비밀준수 계약위반에 대한 면책조항 신설 ▲신고 보상금의 현실화 등의 대안도 나왔다.
이강원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부방위에 조사권을 부여하고 신고자에 대한 신분상 불이익을 준 사람에게는 1년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이지문 ‘공익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 소장은 “내부고발자의 보호범위를무형적인 협박이나 집단따돌림 등으로 확대하고,소송적 보상제도 및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부공익신고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조직문화 붕괴나 주요 공무담당자의 행위를 제약하는 등 부작용도 예상된다.”면서 “민간기업들이 윤리강령에 부정부패 예방차원에서 ‘내부보고의무’를 운영하는 것처럼 조직차원의 예방이 필요하다.”는 반론을 내놨다.
조현석기자 hyun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