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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피카소와 함께 한 시간들(조르주 타바로 지음,강주헌 옮김,큰나무 펴냄) 공산주의자로서의 피카소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피카소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변함없는 충정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등을 돌린 공산당이었다.1953년 피카소는 공산당의 주문으로 스탈린의 초상화를 그린다.공산당 지도부는 피카소가 그린 초상화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이 초상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스탈린의 범죄가 폭로되고 옛 소련이 붕괴 조짐을 보일 때에도 당에 대한 피카소의 충절은 흔들리지 않았다.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공산당은 그에게 조국이었고 가족이었다.9500원. ●그안에 있는 것이 그안에 있다(잘랄 앗 딘 알 루미 지음,최준서 옮김,하늘아래 펴냄) 13세기 이슬람 최고의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인 저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일화와 우화,격언 등을 담았다.루미는 이슬람의 신비주의 교단인 수피교의 학자이자 스승으로,수피교의 특징은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는 점.시 속에서, 노래 속에서, 춤 속에서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이 이슬람 교단 신도들은 음악 반주에 맞춰 오른발로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어 서양에서는 ‘빙글빙글 춤추는 데르비시(dervish,회교 금욕파의 수도사)들’로 불렸다.1만 2000원. ●인류학의 어머니 미드(조앤 마크 지음,강윤재 옮김,바다출판사 펴냄) 청소년기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격정기인가.남녀의 성 역할의 차이는 본래의 생물학적 기질 차이인가.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현대문명의 불모지인 오지에 직접 들어가 생활하며 인류의 행동양식을 연구했다.첫번째 연구지인 사모아에서는 사춘기 소녀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가정의 유연성,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평화로운 사춘기를 보낼 수도 있음을 밝혔다.뉴기니에서는 여러 부족을 관찰해 각 문화의 성 역할의 차이는 남성과 여성의 선천적인 성적 차이보다는 사회구조에 적응하면서 학습되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8000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지음,이덕환 옮김,까치 펴냄) 은하나 태양계의 거대세계,양성자나 세포 등의 미시세계,다윈·아인슈타인 등 과학자들의 이론을 알기쉽게 설명한 과학교양서.현대 물리학의 기초를 이루는 열역학,양자론,상대성이론은 물론 소립자와 초끈이론,지구 판구조론 등도 소개한다.소행성과 혜성의 충돌,심해생물처럼 극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후 과학분야 최고의 베스트 셀러.2만 3000원. ●사상으로 보는 일본 문화사(비토 마사히데 지음,엄석인 옮김,예문서원 펴냄)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일본문화의 형성과정을 일본 고유의 에토스에 초점을 맞춰 설명.도쿄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일본은 흔히 천황이라는 절대적 권력에 순종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시작된 서양화의 폐해이지 일본의 전통은 아니라고 주장한다.일본과 같은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 국가에서는 오히려 권력이 일부에 의해 독점될 수 없다는 것.1만원.
  • 서정우변호사는 누구/ 李前총재의 최측근 부국팀 부회장 역임

    서정우 변호사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경기고·서울대 법대 8년 직계 후배로 판사 출신이다.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시절 당시 대법관이던 이 전 총재를 알게 된 이래 집안식구처럼 막역하게 지내왔다.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1993년 법무법인 광장을 만들었다. 지난 대선 폭로전이 가열되던 2002년 6월 선대위 법률고문으로 당에 들어왔다.앞서 이 전 총재 후원회 발기인으로 참여했고,공동부회장을 역임했다.그러나 그의 역할이 이에 한정됐을 것으로 보는 이는 없었다.정무분야부터 후원회 일까지 어떤 문제라도 간여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특히 “아무리 측근이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가족 문제를 언급할 수 있는 사람은 서정우 고문뿐”이라고까지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당시 이런 그를 정치적으로 견제하거나,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은 별로 없었다.‘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나,정치적 욕심은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각이었기 때문이다.스스로도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짐을 싸서 일하던 곳(법무법인광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그러나 주변에서는 이 전 총재가 당선되면 그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었다. 이지운기자 jj@
  • [사설] 임시국회 전 체포동의안 처리하라

    회기 100일의 정기국회가 9일 폐회된다.때맞춰 한나라당과 민주당,자민련 등 3당이 10일부터 30일 회기로 임시국회를 열자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치권은 새해 예산안은 물론 민생과 관련한 800여건의 계류 안건들도 처리하지 못했다.당연히 임시국회를 열어 계류 법안을 처리해야 하고 이라크 파병 문제 등 시급한 국정현안을 다뤄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이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임시국회를 열자는 것이 단지 책임감이나 처리할 안건이 산적해 있기 때문일까.많은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국정을 염려해 임시국회를 소집한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방탄용 임시국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지금 국회에는 각종 비리 혐의로 한나라당 박명환,박재욱,박주천 의원과 민주당 박주선,이훈평 의원,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 등 6명의 현역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안이 계류돼 있다.지난 6월부터 국회는 단 한 건의 체포동의안도 처리하지 않았다.방탄국회라는 비난이 억울하다면 왜 처리하지 못하는가.특권을 이용한 수사방해로밖에 보이지 않는 일이다.100일이나 되는 정기국회 회기 동안 정치권은 폭로와 비방으로 날을 새다가 급기야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 공방으로 열흘이나 국회를 공전시키기까지 했다.시간이 없었다는 변명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또 임시국회를 여는 속셈이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정치권은 ‘식물국회가 끝나니까 방탄국회를 연다.’는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마침 정치권 일각에서 현역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고 국회 활동에 전념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특히 민주당 이훈평 의원은 본인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구까지 했다.당연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다.방탄국회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반드시 임시국회에 앞서 6명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 전문가 정국 진단/ 盧 ‘뺄셈정치’ 기로에

    ‘노무현식 실험정치는 결국 실패한 것인가.’ 4일 국회의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 재의결 표결 결과 야 3당의 압도적 공조가 확인되면서,노 대통령의 ‘뺄셈식 정치’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노 대통령은 100석이 넘는 집권당을 굳이 깨뜨리고 자신과 코드가 맞는 소수여당(47석)을 기반으로 다당제 정국운영을 시도해 왔다.헌정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이었다. 그러나 집권 1년도 안돼 국회는 서로 물고 뜯는 난장(亂場)으로 변모하고 말았다.지금 노 대통령은 자신의 실험을 중단할지를 놓고 중대 기로에 선 형국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대다수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야권공조 확인으로 노 대통령의 ‘코드(code)정치’가 “실패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경희대 송병록 교수는 “지금의 위기는 전적으로 민주당을 분당시켜 스스로 지지기반을 축소시킨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잘라말했다.국민대 김형준 교수도 “정교한 프로그램도 없이 직관적 판단과 근거없는 낙관주의로 일관한 노 대통령의 실험은 실패했다.”고 단정했다. 동국대 백경남교수는 “열린우리당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신당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비판했다.여론조사 전문가인 여의도리서치 송덕주 이사는 “한번에 판을 엎어 버리겠다는 노 대통령의 정치실험은 아마추어리즘을 넘어 도박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확 변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특유의 ‘승부수 정치’를 벗어 던지고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는 주문이 대세다.명지대 신율 교수는 “대통령이 특검 결과를 민감하게 대응하며 또다시 ‘재신임’과 같은 승부수를 띄운다면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여론조사전문가인 TNS 박동현 부장은 “지금 민심은 모든 비리를 낱낱이 밝혀 털고가자는 것인 만큼,대통령이 야당에 맞서 폭로정치를 시도하다가는 여론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송덕주 이사는 “대통령이 스타일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 우려가 있는데,또다시 재신임 같은 깜짝쇼를 궁리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폴앤폴 조용휴 사장도 “이번 기회에 마인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송병록 교수는 “우리 국민은 특검에서 치명적 비리가 나오더라도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가지는 않을 것이므로 진심으로 반성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준 교수는 “대통령이 야당과 대결하는 구도에서 속히 벗어나 초연하게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면서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다면 정쟁의 한 가운데로 뛰어드는 셈”이라고 분석했다.명지대 정진민 교수는 “야당과 권력을 분점한다는 생각으로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사설] 단식 중단 이후 崔대표가 할 일

    측근비리 의혹 수사 특검법 재의결로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 소모적인 정쟁이 마무리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그러나 대선자금 수사 등 정국뇌관을 둘러싼 각 당의 셈법이 크게 달라 힘겨루기가 언제 다시 재현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단식 농성을 끝내고 병원에 입원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하겠다.어차피 재의 말고는 달리 해법이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국회를 10일 넘게 파행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물론 3분의2의 찬성으로 통과된 특검을 거부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앞으로 대화정치 복원과 국정쇄신으로 답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그것은 대통령의 몫이고,최 대표가 할 일은 따로 있다. 무엇보다 최 대표는 이제 힘의 정치에 대한 유혹을 더이상 가져서는 안 된다.‘오기정치’와 마찬가지로,‘힘의 정치’ 역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여론조사 결과 당의 지지도 하락이 이를 증명한다.한나라당은 앞으로 국정의 한 축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정부에 협력할 것은 과감히 하고,잘못이 있다면 견제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새로운 대화정치를 모색해야 할 때다.최근 민주당의 지지상승 이유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이를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면 정치개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벌써부터 한나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를 놓고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회피하려는 방탄국회’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국회 공전으로 정기국회 회기내에 주요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이런 여론이 비등하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행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최 대표가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다시 국회가 정쟁과 폭로전으로 얼룩지면 특검법 재의결이 되레 역풍을 맞게된다.측근비리와 대선자금은 특검과 검찰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과 개혁에 진력해야 한다.
  • [사설] 정치권 이제 민생에 전념하라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을 재의결함으로써 대치정국이 일단 마무리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노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이나,국회가 거부된 특검법을 재의결한 것은 모두 법에 의한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노 대통령은 두차례나 특검법을 가결시킨 국회의 뜻을 존중해 지체없이 특검법을 공포하고 행정부를 다독거려 후유증을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지 않고 특검이 발동될 때까지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것은 성숙한 판단이라고 평가한다.한나라당도 특검법 통과가 힘겨루기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소모적인 정쟁을 혐오하는 국민들의 뜻이 반영됐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열흘이나 국회를 방치한 특검대치는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청와대나 국회가 이처럼 법에 주어진 권한만 행사하면 될 일을 투쟁과 등원거부로 맞서 민생을 내팽개친 것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길이 없을 것이다.여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특검대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하지만 지금처럼 거부와 투쟁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행정부와 국회의 견제는 법테두리 안에서 국정과 민생을 우선 고려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정략적인 자세를 버린다면 국회와 행정부가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정치권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민생과 국정을 챙기는 것이다.국회에는 새해예산안은 물론 민생과 직결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정기국회 회기가 불과 닷새밖에 남지 않아 아무리 속도를 높인다고 해도 현안들을 처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이어서 임시국회를 열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또다시 국회에서 총선을 겨냥해 폭로나 정쟁을 되풀이한다면 방탄국회라는 비난은 물론 국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 “가고싶은 고국 땅이건만 ‘자수서’와 바꿀순 없었소”재일 통일운동가 정경모 씨

    ‘이승만 대통령의 장학생’에서 유신 치하의 망명객에 이어 5·6공화국의 ‘국사범’으로 아직도 일본을 떠돌고 있는 ‘통일운동가’. 그 파란만장한 인생의 주인공은 정경모(79)씨다.10여년 전 민족주의자 고(故) 김구·여운형·장준하 등이 저승에서 나누는 대화 형식을 빌려 반민족행위자들을 통렬하게 꾸짖은 ‘찢겨진 산하’(거름 펴냄)로 국내에 알려진 그의 삶은 일그러진 우리 현대사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이승만 장학생' 에서 ‘국사범'으로 최근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해외 민주인사 한마당’ 행사에 송두율 교수 등과 함께 초청돼 귀국을 준비하다 ‘자수서’를 내라는 정부 제안에 “비굴한 형식을 거치느니 거부하겠다.”며 끝내 귀국을 포기해 화제가 됐다.초청인사 50명 중 입국을 거부한 두 사람이 정씨와 그의 부인이었다.일본 도쿄에서 작은 학숙(學塾)을 세워 제일교포 2세들과 일본인에게 한국어와 역사를 가르치다 건강이 안 좋아져 지금은 요코하마(橫濱)시 히요시(日吉)에 사는 그를 히요시역 근처 찻집에서 만났다. “‘준법서약서’ 안 써도 된다고 해서 관계자를 만났더니 자수서를 쓰라고 해.차라리 여기서 그대로 살다가 꺼졌으면 꺼졌지 그런 수모는 받아들일 수 없었어.내가 자수서를 쓰면 문익환 목사를 부인하고 나를 파괴하는 거야.” 정씨의 귀국을 막고 있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다.89년 문익환 목사와 방북해 김일성 당시 주석을 만났고,그전에도 문 목사의 방북을 준비하러 평양에 갔었다.95년엔 문 목사의 부인 박용길 장로와 함께 방북했다. “방북 당시 문 목사와 허담씨가 서명한 ‘4·2 공동성명’은 남북화해의 초석이었어.거기에 놀란 노태우 정권이 당황해 ‘남북기본합의서’(91년 12월)를 내놓았는데 ‘4·2성명’을 계승한 거야.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발표한 6·15 성명도 당시 성명에서 연유한 것이지.그런데 어찌 ‘실정법을 어긴 죄인임을 자인하고 깊이 반성한다.’는 자수서를 내미는가 말이야.” ●판문점 통역일로 문익환목사와 인연 그가 문익환 목사를 사주해 방북을 권유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문 목사와의 인연은 50년 전에 맺어졌다.1924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씨는 경기중·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를 다니다 미국 에모리대학으로 유학을 가 화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 진학했다.당시만 해도 환전이 불가능해 친분이 두터웠던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학비를 대주기도 하고 송금도 도와주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장면 주미 대사가 “당신 같은 사람은 공부만 할 게 아니라 조국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권유해 미국 국방부 직원이 돼 도쿄 극동군최고사령부에 근무하면서 ‘유학파’로 같은 일을 하러온 문익환을 만났다.두 사람은 정전협정이 논의되던 판문점에서 통역장교로 함께 일했다. 통역일은 정씨의 인생을 180도로 바꾸었다.좌익이 데모하는 게 보기 싫어 유학을 갈 정도의 보수적 학생이었던 정씨는 중국의 펑더화이 사령관 등을 만나면서 한반도 정세를 공부할 필요성을 느껴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을 비롯한 동북아 현대사 서적을 탐독하며 ‘미국의 정체’를 파악했다.그러던 정씨는 1970년 박정희 독재 정권에 환멸을느껴 일본으로 망명을 감행했다. 정씨에게 송두율 교수 입국이 오버랩되는 건 당연하다.송 교수를 둘러싼 파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인텔리티까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 인간적으로는 안타깝기도 하지만 국정원 능력을 과소평가한 거지.모든 자료를 다 갖고 있다가 증거를 들이미니 그때마다 시인할 수밖에.차라리 황장엽씨의 폭로 등 모든 것을 털고 귀국하는 게 나았을 거야.” 내친 김에 국가보안법의 존재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았다.“국정원의 입장은 이해해.하지만 실정법 위반 이전에 문 목사와 나의 방북 의미를 생각해야 돼.그리고 늙으면 고향에 묻히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고.자수서에 이름 석자 써넣으면 고국에 갈 수 있지만 살아온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잖아.” ●‘장길산' 일본어 번역 내년7월 마무리 화제를 바꿔 황석영씨의 소설 ‘장길산’의 일본어 번역에 대해서 물었다.황씨는 86년에 “제 작품 번역은 선생님 이외에는 해낼 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찾아왔습니다.”라고 부탁했다고 한다.이미 ‘한씨 연대기’ 등을 통해 황씨에게 매료된 상태였고 ‘장길산’을 읽느라 전철역을 지나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선뜻 동의는 했지만,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일역 등으로 짬을 못내다가 밀입북했던 황씨가 귀국해 구속된 93년부터 ‘마음의 빚’에 눌려 번역을 시작했다.94년 1권 번역 출간에 이어 1년에 1권꼴로 9권을 번역한 상태다.내년 7월이면 완역한다.(정씨는 ‘장길산’ 일역 관련 일화 등을 최근 창비사가 낸 ‘황석영 문학의 세계’에 ‘황석영과 나’라는 글에서 밝혔다.)꼿꼿하게 원칙을 지켜온 삶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나처럼 살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그런 사람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만해 한용운 선생 빼고 독립선언문 쓴 33인이 모두 넘어갔잖아.그런 지조를 지킨 ‘최후의 1인’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일제와 싸울 수 있지 않았겠어.” 인터뷰를 마칠 즈음 갑자기 비가 내렸다.댁까지 바래다드리겠다는 기자의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 지팡이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에는 평생 신념을 지키며 산 올곧음이 배어나는 것 같았다. 요코하마 이종수특파원 vielee@
  • [사설] 국회 무조건 정상화하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 및 최병렬 대표의 단식농성으로 실종된 국회가 이번주중 정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나라 안팎이 국운을 좌우할 큰 일들로 가득한데 열흘씩이나 국회를 표류시킨 정치권은 아무리 국회가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더욱이 이제 정기국회 회기도 열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새해 예산안은 끝내 법정시한인 2일을 넘기고 말았다.국가대사도,나라살림도 팽개치고 오로지 정쟁뿐인 ‘거부정국’을 이끌어 가고 있는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조건없이 앞장서야 한다. 한나라당이 대치정국을 풀고,청와대가 국회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가장 큰 이유는 명분없는 대치가 국정과 민생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이다.국민을 외면하고 실망시키는 정치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의 특검 거부도 옳지 않지만 한나라당의 단식농성과 등원거부는 더욱 옳지 않다는 응답이 많다.국민 대다수가 옳지 않다는 짓을왜 하는가. 무조건 국회가 정상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더 있다.대치정국을 더 끌어간다면 한나라당은 당장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회피하고,새해예산안 처리를 위해 불가피한 임시국회를 열어 방탄용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한나라당이 매일 터뜨리던 폭로를 중단한 것은 국회에 등원하지 않으니까 면책특권 뒤로 숨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한나라당이 왜 투쟁하는지 그 정략과 속셈까지도 국민들은 속속들이 알고 있다.마침 민주당과 자민련이 특검법의 국회 재의결을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한나라당은 더더욱 버틸 이유도 명분도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할 만큼 했으니 최 대표부터 단식농성을 풀고 국회에 등원해야 한다.이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숫자와 민생을 볼모로 고집을 부린다면 비웃음을 살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 멍든 母情에 피멍까지…/미아부모 협박 금품요구 30대구속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일 미아를 찾는 부모 10여명에게 거짓 메일을 보내 금품을 뜯으려 한 박모(31·회사원·관악구 봉천4동)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박씨는 지난 9월 1년여전 가출한 권모(16)양을 찾기 위해 수소문하던 가족에게 ‘당신 딸을 데리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 20여통을 보내 3000여만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박씨는 애가 탄 권양 가족에게 ‘밀항할 자금이 필요하다.’ ‘가능한 선에서 도움을 달라.’는 등의 이메일을 20여통 보냈다가 권양 가족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박씨는 또 지난 10월 친구의 회사 간부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간부에게 이메일을 보내 ‘인터넷에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1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는 인터넷의 미아찾기 사이트 등에서 미아 가족들의 사연을 알아낸 뒤 상습적으로 거짓 메일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2년 전 딸을 잃어버린 30대 부모는 박씨가 ‘서울 J대학 근처 놀이터에서 딸을 봤다.’는 메일을 보내는 바람에 전남에서 상경해 2개월간 이 대학 인근에서 숙식하며 딸을 찾으러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씨가 명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청소년 공부방에서 8년 동안 자원봉사까지 했다.”면서 “PC방을 옮겨다니며 수시로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추적을 따돌려 왔다.”고 밝혔다.박씨는 경찰에서 “공부방 자원교사로 일하면서 가출한 아이들을 찾으러 다니는 등 열심히 살았는데,주식투자에 실패해 6000여만원의 빚을 진 뒤 세상이 미워졌다.”면서 “미아 가족으로부터는 돈을 전혀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
  • 고양 초등생형제 독극물 살해 용의자2명 21개월만에 검거

    지난해 2월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벤처기업 대표 두 아들 독극물 사망사건의 용의자 2명이 사건발생 1년9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고양경찰서는 1일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의 초등학생 아들 2명에게 독극물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이모(26·여·경북 영천시)씨를 구속했다.앞서 지난달 23일엔 공범 하모(32·회사원·서울 송파구)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20일 오후 2시50분쯤 고양시 화정동 벤처기업 대표 A씨 집에 들어가 A씨의 아들 두 명(당시 초등학교 4년·1년)에게 독극물을 강제로 먹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이씨는 2000년 3월쯤부터 알고 지낸 A씨가 다음해 7월쯤 그만 만나자고 요구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이씨가 전 직장 동료 하씨를 시켜 독극물을 구입하고 범행현장에서 망을 보도록 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이씨는 “불륜사실을 폭로하겠다.”며 A씨와 가족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뒤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다. 경찰은 이씨의 살인혐의를입증할 물증을 찾지 못하다가 지난달 이씨와 하씨가 사건발생 전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고 하씨를 추궁,범행을 자백받은 뒤 이씨를 구속했다.이씨는 범행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
  • 정-재계 검은거래 수사 어디로/ 측근비리·비자금 내년초까진 규명

    올초 SK비자금 사건으로부터 풀리기 시작한 ‘검은 돈’의 실타래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SK의 단순한 정치권 로비로 시작했지만 한나라당이 대선자금 100억원을 받고 최도술씨가 1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벌들의 불법선거자금 제공과 대통령 측근비리로 수사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특검제 도입 논란 속에서도 검찰은 내년 초까지 측근비리와 대선자금 불법모금,현대비자금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12월에는 각종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과 기업인이 차례로 사법처리되는 등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게 된다.현재의 수사 상황과 전망을 살펴보았다. ●불법대선자금 수사 대선자금 수사의 단초는 서울지검의 SK글로벌 분식회계 고발사건 수사였다.여기서 SK해운의 2100억원대 분식회계가 드러났다.이때 SK경영권을 둘러싼 내분으로 비자금 정보가 통째로 검찰에 넘겨졌다는 설이 파다했다.검찰은 한나라당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100억원과 11억원이 각각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여기에다 민주당 분당사태 이후 대선자금 규모를 두고 128억원 허위 회계처리 의혹 등 폭로전이 벌어지면서 검찰은 11월 초 대선자금 전체로 수사를 확대했다. 현재 민주당은 SK 25억원,LG 20억원,삼성 10억원,현대자동차 10억원,롯데 7억원 등 기업에서 100억원대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검찰은 이 가운데 편법적 후원금인 SK 10억원,삼성 3억원,현대차 9억원 등을 단서로 계좌추적을 해 비자금 조성여부 및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캐고 있다.한나라당은 현재까지는 SK 100억원 외에 확인된 불법자금은 없다.그러나 검찰은 당 계좌추적 끝에 대선 이후 출처가 의심스러운 수억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검찰은 또 별도 계좌에서 대선자금을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차명계좌를 찾고 있다. ●측근비리 의혹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의혹은 최도술씨가 SK그룹으로부터 11억원을 받았다는 데서 시작,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검찰은 최씨가 대선자금 빚을 갚기 위해 SK에서 돈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대선 전후 최씨의 활동을 조사하고 있다.한나라당은 최씨가 300억원을모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씨는 SK 11억원 외에도 부산지역 기업인들에게서 수천만∼수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여기에는 전·현직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인 강병중·김성철씨가 포함된다.또 SK의 11억원을 전 장수천 대표 선봉술씨와 나눠 썼다고 진술,선씨도 수사대상에 올랐다.선씨는 노 대통령의 운전기사 출신으로 노 대통령을 괴롭혔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대표까지 지낸 인물이다.검찰은 선씨의 돈 흐름을 쫓다가 9억 5000만원을 빌려준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도 조사했다.강 회장은 대선 직전 민주당에 20억원을 빌려줬던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주에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다.이들이 부산지역 모금책이라는 한나라당 주장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특검법 압박을 받고 있는 검찰이 샅샅이 조사하고 있어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현대비자금 사건 이 사건은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에서 출발했다.특검팀은 현대가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에게 150억원을 건넸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대검에 넘겼다.대검은 박 전 장관을 기소한 데 이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20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했다.명목은 대북사업과 관련한 포괄적 청탁이었다.그러나 권 전 고문이 이 돈으로 지난 4·13총선 당시 민주당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 부분도 밝혀질지 관심이다. 검찰은 또 현대가 권 전 고문에게 추가로 3000만달러를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추가 기소하기로 했다.그러나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자살하고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이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어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검찰은 권 전 고문,박 전 장관 외에 한나라당 임진출·박주천 의원,민주당 박주선·이훈평 의원,박광태 광주시장,김용채 전 건설교통부장관 등이 현대로부터 금강산관광사업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했다. ●안풍사건과 전재용씨 비자금 사건 이 사건의 얼개는 옛 민자당과 신한국당이 안기부 예산 1197억원을 빼돌려 지난 95년 6·27지방선거에 257억원,96년 총선 당시 960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썼다는것이다.총선 부분은 DJ정부에서 수사가 이뤄져 강삼재 의원과 안기부 운영차장이던 김기섭씨 등이 기소됐다.강 의원 등에게는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95년 지방선거 부분은 광역단체장 후보 3∼4인에게 10억원씩 전달된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돈의 흐름을 꿰고 있던 당시 민자당 재정국장 조익현씨가 올해 4월쯤 체포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검찰은 당시 사무총장이던 김덕룡 의원과 당 대표였던 이춘구 전 의원을 소환해 처벌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을 것으로 보인다. 전재용씨 사건은 현대비자금 사건에서 불거져 나왔다.검찰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장관에게 현대가 200억원과 150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채업자를 통해 치밀하게 세탁한 사실을 확인했다.이들을 조사하면서 전씨의 비자금이 노출됐다.비자금은 1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전씨는 바이오벤처 사업을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이 때문에 거액의 비자금은 결국 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전씨의 귀국을 종용하고있다.계좌추적 결과 전씨의 돈 일부가 탤런트 P양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강충식 조태성 홍지민기자 chungsik@ ■안대희 중수부장의 고뇌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지휘탑인 안대희(48) 대검 중앙수사부장에게 요즘은 인생의 전성기다.싫든 좋든 매일 신문과 방송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그의 말 한마디에 기업의 운명이 왔다갔다 한다.어쩌면 전성기는 고사하고 늘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일지도 모른다. 안 부장은 기업 조사가 진행되면서 심한 압박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재계 등에서 수사로 인해 경제에 영향이 크다는 식으로 반발하는 데 따른 것이다.그래서인지 평소 관심없던 주가도 챙겨본다.최근에는 기업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경제활동의 주체이자 국부를 창출하는 기업을 공적(公敵)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자칫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는 비난을 살까봐 우려하는 기색이다. 중수부장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수사를 맡아하지만 안 부장과 같이 대통령의 측근비리를 파헤치고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자금의 전모를 캔 적은 없었다.이 때문에 국민들의 전례 드문 성원을 받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를 못믿겠다며 특검제 논쟁을 계속하고 있어 곤혹스러움이 더 크다. 안 부장의 하루는 대검 청사에서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통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신문과 방송에 난 기사를 숙지하고 집을 나서야 한다.수사 지휘는 물론 여론을 점검하고 잘못된 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그의 주요 일과다.문효남 수사기획관과 번갈아 하는 브리핑에는 기자 50여명이 참석해 그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사법시험으로는 4기 아래인 문 기획관과는 부산중 동기이자 서울대법대 동문이다.간혹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했다가 언론에 보도돼 난처했던 적도 적지않다.대표적인 사례가 “부정축재한 돈으로 빌딩을 사는 경우도 있다.”는 발언이다.이 말이 보도되자 그는 “총장께 혼났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부장은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파헤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그는 최근 “선봉술(전 장수천 대표)씨가 돈을 빌렸다고 얘기하지 않다가 강금원(창신섬유 회장)씨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때서야 얘기했다.솔직히 말해 의심이 많이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큰 윤곽이 잡히는 건 12월 초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크리스마스부터 1월2일까지는 잠시 쉬자.”고 해 내년 초에도 수사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안 부장은 그러나 공직자로서 평탄하지만은 않았다.지난 97년 특수1부장이었던 안 부장은 다음해 3월 인사 때 천안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특수1부장 다음 자리로는 이례적이다.2001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마친 다음에는 서울고검으로 발령이 났다.안 부장은 “사표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기분을 털어놓기도 했다. 원래 안 부장은 동기중 선두를 달렸다.대검 중수3·1과장,서울지검 특수3·2·1부장을 모두 거쳤다.부산중-경기고를 거쳐 서울대법대에 들어간 뒤 사법시험도 대학 2학년 때 최연소로 합격했다.노무현 대통령과 동기생이지만 나이 차가 커 친하지는 않았다. 부인 김수연(39)씨와는 9살 차이가 난다.사는 곳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서강아파트.14년째 살고 있다.가장 오래 산 주민이다.평수는 53평이지만 산꼭대기 아파트 1층이어서 시세가 2억 5000만원을 조금 넘는다.미식가여서 연희동 일대의 맛있는 집을 자주 찾아다니지만 요즘에는 바빠서 좀 뜸한 것으로 전해졌다.얼마 전부터 “지금이 마지막 자리일 수 있다.”는 말을 되뇌는 안 부장의 행보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충식 정은주기자
  • 차기 대통령 ‘0순위’/사카쉬빌리 국민행동당 당수 실질적혁명주역… 美도 지지

    정권교체를 이끌어 낸 이번 ‘벨벳혁명’의 선봉장은 단연 미하일 사카쉬빌리(35) 국민행동당 당수다. 정권과 타협하지 않고 피플파워를 보여준 그는 미국의 지지까지 등에 업고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혀 왔고 24일 차기 대통령선거에 출마를 발표했다.니노 부르자나제 민주당 당수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지만 혁명의 실질적 주역은 사카쉬빌리라는 평가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주 동안 야당과 지지자들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지난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권 여당 승리를 선언하는 총선 결과를 발표하자 서부 지역으로 직접 내려가 시위대를 규합해 상경,이틀만에 혁명을 승리로 이끌었다. 일부 온건파 야당 지도부가 셰바르드나제 대통령과의 타협 가능성을 타진할 때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또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는 외신들을 통해 반정부 시위대의 입장을 직접 대변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냈다.친미 성향을 보이는 사카쉬빌리 당수는 특히 미국의 신임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친미성향이 러시아의 우려를 불러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실제로 카스피해의 석유 파이프라인을 흑해와 터키로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그루지야의 차기 정부 구성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간에 벌써부터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다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의 사카쉬빌리 당수가 정치에 입문한 때는 지난 1995년.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는 여당인 ‘시민연합’의 대표를 역임하고 5년 뒤인 2000년에는 법무장관에 임명되기도 했다.하지만 각료들이 부정 축재로 마련한 호화 빌라의 사진과 내역을 폭로해 파문을 일으키면서 1년만에 실각하고 정권과 등을 졌다.지난해 결국 시민연합을 탈당,국민행동당을 창당하고 셰바르드나제 정권의 부정부패를 비난하는 선봉에 섰다. 사카쉬빌리 당수는 이번 혁명을 계기로 꼿꼿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남기게 됐지만 이같은 강경 이미지는 한편으로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대중에 친숙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또한 유명세에 집착하는 대중선동가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 유학 경험에서 비롯된 서구적 사고방식과 개혁 마인드가 장점으로 꼽히는 그는 스스로도 “혼란을 수습할 능력이 내게 있다.”며 대권욕을 숨기지 않아 앞으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盧, 부산인사들 靑초청 사실상 사전선거운동”/한나라 “법적대응”

    내년 4월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 노사모의 돼지저금통 배포가 쟁점이다. 한나라당은 24일 노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겨냥,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에 나섰다며 법적 대응을 공언하고 나섰다.노 대통령이 최근 부산지역 인사 7명을 청와대로 초청하고,열린우리당 초선의원 7명과 회동한 사실,지난 18일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이 경기지역 호남향우회 회장단 50여명과 수원에서 회동한 것 등이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6일 열린우리당 이강철 상임중앙위원과의 독대를 시작으로 10일에는 부산지역 386 출마예정자 7명과,그리고 14일 우리당내 초선의원 7명과 면담했었다. 한나라당 이재오 사무총장은 오전 비상대책위에서 “노 대통령이 부안사태 등 국정현안은 외면한 채 ‘신당 띄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노 대통령의 부산인사 회동 등 청와대와 열린우리당,건설교통부,철도청,노사모,국민의 힘 등의 사전선거운동 사례를취합,분석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청와대나 우리당측은 “정상적인 국정수행일 뿐으로,한나라당의 주장이야말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우리당 서영교 공보부실장은 “대통령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누구와도 만날 수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국회를 무책임한 폭로의 장으로 만든 것부터 자성하라.”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 지지모임인 노사모와 ‘국민의 힘’이 23일부터 전국을 무대로 ‘희망돼지’ 배포에 나선 것도 한나라당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 곤욕을 치렀던 한나라당은 “노사모가 특정정당이나 정치인을 거론하지 않는 술수를 부리고 있으나 국민 누구나 아는 ‘친노단체’의 이런 불법행위가 누굴 위한 일이겠느냐.”며 선관위에 엄중 단속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상호 ‘국민의 힘’ 공동대표는 한 인터넷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패한 한나라당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며 “법의 테두리 내에서 희망돼지 분양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진경호기자 jade@
  • [대한포럼] 대선자금 공범들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지루한 느낌을 준다.검찰이 이번주 중 그룹 총수나 임직원,유력 정치인들을 줄줄이 소환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속도로 보자면 얼마나 속시원히 밝혀낼지는 미지수다.검찰 수사의 목표는 자명하다.지난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돈을 받거나 뺏은 자,돈을 바치거나 뺏긴 자,돈을 쓴 자나 삼킨 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불법 대선자금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의 역할을 따져보면 돈을 받았거나 준 사람,그리고 돈을 쓴 사람들은 모두 불법을 저지른 공범이다.검찰은 이를 밝혀내야 하는 수사 주체다.수사가 마무리되면 심판관은 법원과 국민이 될 것이다.충격과 기대 속에 시작된 대선자금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심판과 관객을 겸한 국민들은 결과에 따라 감격하거나,분노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어떤 경우라도 국민들을 분노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그러자면 등장 인물들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중간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정치권,즉 첫번째 주인공들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다가,증거가 드러나니까 사과하고 책임지겠다고 했다.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누가 돈을 더 받았느니,누가 더 더럽다느니 하며 정치싸움으로 변질시키고 말았다.심지어는 정치개혁이라는 허울로 잘못을 덮어버리려고 한다. 두번째 주인공인 기업들은 정작 수사에는 별로 협조하지도 않으면서 “재계가 위축돼 있고,대외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며 조기 수사종결을 촉구하고 있다.더욱 가관인 것은 재계의 수장인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검찰을 찾아가 조기 수사를 부탁했고,정당 대표들을 방문해서는 수사가 빨리 끝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점이다.정치권도 내놓고 맞장구치지는 않았지만 ‘불감청 고소원’이었을 거다. 수사 대상에 오른 공범들이 수사 주체를 압박하는 것이나,공범들끼리 협조를 다짐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비자금을 만들어 오너들의 배를 채우고 남은 돈으로 정치권에 보험금을 납입한 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지,그 악습을 뿌리뽑는 것이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정치권은 특검 대치니,폭로전이니해가며 본질을 흐리고 있고,재계도 대외신인도 하락 운운해가며 검찰과 국민을 협박하고 있는 꼴이다.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공범들이 먼저 반성하고,고통을 견디며,새 살이 돋아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지뢰밭에 길을 내려면 지뢰를 다 터뜨려야지,시끄럽다고 몇 개 남겨두면 나중에 길마저 날려버린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감히 공범들이 협조해서 서둘러 그러묻을 일이 아닌 것이다.설사 대외신인도가 좀 떨어진다고 쳐도 기업의 분식회계와 비자금 못 만드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국가와 국민에게는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남는 장사다. 과연 성역이 없을 것인가.검찰도 불안하다.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지금 검찰에 맡겨진 임무는 너무 무겁다.신중하게 하느라고 그런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돈을 운반하고 장부에 허위기재한 조연급 몇몇을 구속한 게 고작이다.돈을 주고 받은 것이 확인된 주연급 공범들이 버젓이 활개치고 다니도록 해서야 되겠는가.불법 정치자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정치인이 있다느니,외국에 빌딩을산 정치인이 있다느니 하는 얘기는 그저 한번 해본 소리인가.고민하는 척 변죽만 울리지 말고 옷 벗을 각오로,법과 원칙대로 하는 것만이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대선자금 수사를 빨리 마무리하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국민들이 빨리 마무리하라는 것은 정치권이나 재계가 바라는 것처럼 빨리 그러덮자는 것이 아니라 구린 놈이 큰소리 치는 더러운 꼴 그만보자는 것이다.확실하게 끝내야 한다. 김 경 홍 논설위원 honk@
  • ‘한나라 극한투쟁 경고’ 반응/민주당 “국가적인 불행” 우리당 “대국민 난동극” 자민련 “국면전환 의도”

    민주당·열린우리당·자민련은 23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측근비리 특검법 거부시 극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구태정치’‘대국민 난동극’‘국면전환용’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면서 일제히 비난했다.그러나 민주당은 자민련이나 우리당과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특검법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양면작전을 구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길거리 정치와 폭로정치,무한투쟁은 정치박물관에 보관해야 할 구태정치”라며 “내년도 예산심의를 비롯해 산적한 현안을 팽개친 채 무한 투쟁을 벌이는 것은 국가적 불행일 뿐 아니라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시 대응책을 놓고 고심하는 빛이 역력하다.한나라당과 함께 찬성 당론으로 특검법안을 처리한 데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민주당은 특검법 재의시 찬성 당론을 정하지 않더라도 소속의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천 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는 물론이고 지난번 당론 결정과정에서 반대했던 추미애·김영환 의원 등도 이번에는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따라서 재의결 대신 극한 투쟁을 선언한 한나라당의 저의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헌법질서 파괴행위’‘정권찬탈투쟁’‘대국민 난동극’ 등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정동채 홍보위원장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던지고 바로 ‘정권찬탈투쟁’에 들어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나라와 경제가 어찌 되어가든 국정혼란을 일으키겠다는 후안무치한 의도”라고 비판했다.그는 한나라당의 재의 거부 배경에 대해 “신행정수도 특위 구성안이 무산되면서 내분이 일고,민주당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이렇게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총무위원장도 ‘재의 부결을 우려한 정치적 술수’라고 규정하면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한을 무시하는 헌법질서 파괴행위”라고 반박했다. 유운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대통령과 전면투쟁을 선언한 것은 자신들의 불법 대선자금으로 직면한위기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그러면서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전면투쟁을 선언하기 전에 자신들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와 사용처를 밝히고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정형근 黨폭로 비판 崔대표 큰소리로 책망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정형근(얼굴) 의원을 ‘나무라는’ 장면이 목격됐다.21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 직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 주변에서다.최 대표는 대단히 화가 난 듯 간간이 큰 목소리로 정 의원을 책망했다.정 의원은 정 의원대로 그간의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최 대표가 이처럼 화를 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정 의원이 최근 당의 폭로전에 대해 “철학도 없고,검증도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최 대표는 폭로전에 비우호적인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내비쳤다.정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지역 측근들이 900억원을 수수했다는 설과 관련,“부산 경제는 그럴 능력도 없고 돈을 낼 만한 사람도 없다.한가지라도 증거를 내놓아야 하는데,부산 경제인과 시민이 모두 웃는다.”면서 잘못된 폭로라고 힐난했다.이에 이재오 총장은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당에 들어온 제보를 상당기간 검증하고 추적·확인한 것을 폭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선 전 ‘나바론 특공대’로 불리며 정 의원과 호흡을 맞추었던 이 총장은 “문제가 있으면 나에게 얘기하지 언론에 먼저 거론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 [씨줄날줄] 폭로 철학

    폭로의 역사는 길다.아마 인류가 군락을 이루며 생활했을 때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여럿이 어울려 살게되면서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구린 것이 늘어나고,폭로도 덩달아 증가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폭로의 사전적 의미는 나쁜 일·음모·비밀을 드러내는 것을 뜻하는데,우리 정서상 여전히 낯설다.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고,아량을 베푸는 통 큰 사회,즉 ‘선비 정신’에 익숙한 문화코드에서 폭로는 고자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폭로가 갖는 정화와 예방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아직 토착화되지 못한 까닭은 남을 해코지 못하고 살아온 우리민족 역사성의 발로이니,탓할 일은 못 된다. 우리에 비하면 서양은 폭로에 비교적 너그럽다.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나오는 화려한 꽃들의 탄생 비밀은 상당수가 폭로에 있다.태양신 아폴로가 연인이었던 클리티아를 버리고 아리따운 아시리아의 공주 레우코토에에게 가버리자 클리티아는 아폴로의 계략을 폭로했고,결국 죽음을 당한 레우코토에는 태양을 따라 도는 자색의 아름다운 꽃,헬리오트로프(Heliotrope)로 다시 태어난다.영광의 월계수 나무도 아폴로의 폭로로 죽은 아름다운 처녀 다프네의 화신이다. 그러나 우리도 폭로가 저항의 성격을 갖게되면 단호했다.양기탁 선생과 함께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배설(裵說)은 고종의 친서를 ‘대한매일신보’에 게재함으로써 일본의 강압적 침략행위를 국내외에 폭로했다.일본의 강제 침탈을 막으려는 자유언론의 저항이었던 것이다.과거 자유당 정권때 김두한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인분 투척사건도 그 본질은 밀수에 대한 폭로였다.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격화된 민주화 투쟁도 독재권력의 만행에 대한 진실 폭로의 산물이다. 요즈음 한나라당 의원들의 잇단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폭로로 정치권이 어수선하다.재미있는 것은 한나라당 내부 논쟁이다.‘폭로 원조’로 불리는 정형근 의원이 동료의원들의 마구잡이 폭로에 ‘폭로도 철학과 도덕·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아마 폭로에도 나름의 급수가 있고,격이 존재한다는 뜻일 게다.이 분야에 일가견을 이룬 ‘장인 의원’의 닳고 닳은 체험에서 나온 ‘훈계’다. 인간사가 계속되는 한 폭로는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할 것이다.그래서 폭로없는 정치,세상에 살고 싶은 것은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양승현 논설위원
  • 미국의 ‘영원한 대통령’ 존슨이 암살 배후인가?/ JFK 내일 40주기… 미스터리 규명 열기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인들은 왜 케네디를 잊지 못하는가?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이 암살된 지 22일로 40주기가 되지만 그의 ‘신화’는 꺼지지 않고 있다.미국인들은 아직도 그를 ‘나의 대통령’이라 부르며 미스터리로 남은 암살의 원인규명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인 10명 중 7명이 그의 죽음을 ‘음모의 결과’로 생각하며 그가 지금이라도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당선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미 역사상 가장 젊은 43세의 나이로 대통령에 취임해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보여준 케네디 대통령의 삶은 사후에도 계속되는 듯하다. ●식지 않는 신화 ‘긴급뉴스:J.F.K. 암살’‘누가 케네디를 죽였는가?’‘미국을 바꾼 날’‘끝나지 않은 사건’….미 ABC,NBC,PBS,폭스 등 공중파 방송과 CNN,MSNBC,히스토리 채널 등 케이블 TV가 마련한 케네디 특집 기획물의 제목들이다.15일부터 저녁 8시 황금 시간대에 맞춰 1∼2시간씩 1주 내내 방영하고 있다. ABC 방송은 당시의 정황을 재구성한 결과 케네디 암살이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그러나 폭스 TV는 두번째 총격을 가한 ‘제2의 암살범’이 있었으나 검시 후 밝혀진 케네디의 ‘비밀 병력(病歷)’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케네디가 때문에 증거가 유실됐다고 보도했다. 히스토리 채널은 현 백악관 대변인인 스콧 매클레렌의 아버지이자 존슨 전 대통령의 법률 고문이었던 바 매클레렌의 저서 ‘피와 돈,그리고 권력:존슨이 케네디를 어떻게 살해했는가?’에 근거,존슨 전 대통령을 케네디 암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새롭게 부각되는 음모론 쿠바 위기 등을 넘기면서 케네디 대통령은 존슨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됐다.더욱이 정부청사 내 자판기 사업과 관련한 비리에 직접 개입된 존슨 부통령이 최후 수단으로 케네디 암살이라는 극약처방을 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보스턴대 역사교수이자 케네디 전기작가인 로버트 달렉은 히스토리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보여줬던 자신감은 현재의 미국인들에게도 커다란 감동을 주고 있다.”며 “46세에 암살당했으나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는 희망과 더 좋은 미래를 다짐하는 젊고 패기에 찬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그의 정책은 인기에 영합한 미완성 작품에 불과했다든가 결혼 이후에도 지속된 여성 편력에 대한 비난이다.그럼에도 당시 언론은 성 스캔들을 폭로하기보다 그를 보호하는 데 앞장섰다. mip@
  • [사설] 면책특권 악용한 폭로정치 안된다

    지금 국회는 새해예산안을 다루고 있다.하지만 정작 예산심의는 뒷전이고 밑도 끝도 없는 폭로공세로 예결위는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폭로하는 쪽은 한나라당측이고 열린우리당측이 저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폭로를 계속하던 한나라당이 이제는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겠다고 나섰다.예산심의를 하겠다는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다. 야당이 정부의 정책이나 권력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말릴 일이 아니라 권장해야 할 일이다.그래서 국회의원들에게는 회기중 불체포특권과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주어지는 것이다.하지만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의 폭로나 발언이 과연 직무와 관련된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아야 될 사안인지 의심스럽다.한나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측근이 썬앤문그룹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폭로로부터 ‘최도술씨 900억원 수수설’까지 연일 폭로공세를 펼치고 있다.의혹이 있다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증거와 사실을 밝히거나,사정기관에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면 될 일이다.굳이 공격수까지 정해 국회에서 폭로전을 펼치는 것은 면책특권을 악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민들은 정당들의 ‘믿거나 말거나식’ 폭로와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숱하게 봐 왔다.더욱이 지금은 정당들이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해 수사받고 있는 시점이다.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잘못은 거짓말로 은폐하면서 상대에 대해서는 폭로공세로 의혹만 부풀리는 것은 수사의 초점을 흐리고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이제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제한,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도 심각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 한나라 비리폭로 안에서도 파열음

    노무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한나라당의 폭로전이 갈수록 ‘지지부진’해지는 양상이다.목표점과 공세 강도를 놓고도 내부에서조차 손발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메아리 없는 ‘나를 따르라’ 이재오 총장은 20일 “그간 대통령의 측근비리에 대한 제보를 공개했으나 이제부터는 대통령에 대한 비리 제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아울러 이번 주말부터 중앙당과 16개 시도지부 중심으로 특별당보를 가두배포하는 등 특검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에 돌입키로 했다. 그러나 예결위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의혹은 나오지 않았다.이병석 의원이 창신섬유 강금원 회장에 대해 제기된 기존의 의혹을 종합한 정도였다.그간 이주영·이성헌 의원만이 측근들에 대한 의혹의 일부를 제기했을 뿐 김황식,윤경식 의원 등은 지도부의 바람에 부응하지 않았다.한 초선의원은 “당초 나도 저격수로 선정됐으나,당에서 건네받은 자료에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아 거절했다.”고도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비대위의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예결위가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을 일단 수용한다. 검찰 수사 태도를 봐가며 추가공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면서 폭로에 대한 속도조절 의사를 내비쳤다.수집된 제보도 특검이 출범한 뒤 제출할 계획이었다.그러나 이 발언으로 홍 위원장은 이재오 총장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으며,당은 강경 기조로 다시 회귀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대변인실 차원의 의혹 제기 이날의 공세 분위기는 대변인실이 힘겹게 이어갔다.박진 대변인은 “강금원씨가 연일 막말을 내뱉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지난 5월 용인땅 특혜거래 의혹이 불거졌을 때 ‘호의적 거래를 한 지인’이라는 말만 했을 뿐 단 한차례도 강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사실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측근비리가 떠들썩한 와중에도 강씨와 부부동반으로 골프회동까지 한 이유는 무엇인지 노 대통령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또한 “대선때 대구지역 총책임자를 맡았던 권기홍 현 노동부 장관이 선관위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대구지역 대선자금은 모두 4000만원이지만,당시 민주당 중앙당이 공식적으로 지원한 금액만도 4000만원이며 후원회를 통해 1500∼2000여개 업체에 후원요청을 했다는 점에 비춰,전체 대선자금이 4000만원이라는 선관위 보고내용은 믿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지운기자 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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