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폭로
    2025-11-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766
  • 검, 이부영의장 500만원 구형

    검, 이부영의장 500만원 구형

    서울 동부지검은 5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의장은 이날 오후 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기택)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여태껏 청렴하게 정치를 해왔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번 재판으로 좌절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말 자신이 출마한 강동구 지역주민들에게 나눠준 ‘2004년도 의정보고서’를 통해 상대 후보인 김충환 의원의 친형에 대해 “1991년 국군 보안사령부 소령 당시 보안사 내부의 일을 폭로해 수배를 받았다.”는 등의 내용을 실어 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선고공판은 다음달 3일 오전 10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2004 美대선 D-3] 박빙 승부… 격렬해진 헐뜯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마지막 주말을 앞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28일(현지시간) 접전지역 유세를 통해 선거 막바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이라크에서의 폭발물 380t 분실 사건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특히 이 사건의 돌출이 부시 대통령의 낙선을 겨냥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획’이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감정싸움이 격화돼 두 후보가 상대방을 인신공격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의 범위내에서 등락을 거듭해 선거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폭발물 분실은 IAEA의 작품? 케리 후보는 이날 위스콘신 정치역사상 최대라는 8만의 청중이 운집한 매디슨에서 이라크에서의 폭발물 분실을 막판 선거 쟁점으로 삼으며 나흘째 공세를 계속했다. 그동안 폭발물 분실 시점 등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큰 반향이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날 오후 IAEA가 “폭발물 증발 시점이 사담 후세인 실각 후”였다면서 미군의 책임론을 들고나와 꺼져가는 불씨에 다시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또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도 이라크가 미·영 동맹군에 점령된 후인 지난해 5월 이라크군이 보유했던 폭발물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번번이 무시당했다고 폭로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공화당과 일부 언론은 부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인 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케리 후보를 밀기 위해 고의로 이 사건을 뉴욕 타임스와 CBS에 흘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오하이오 유세에서 “케리 후보는 사실을 완전히 외면한 채 이라크에서 작전중인 미군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편의에 따라 원칙을 거래하는 케리 후보는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일을 할 잘못된 사람”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대해 케리 후보도 “부시 대통령의 변명과 나에 대한 공격은 모든 책임과 권한이 자기에게는 없다고 믿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이라크 침공 후 정책 실패로 미군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등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승부는 여전히 안개속 부시 대통령은 조그비/로이터 조사에서 48% 대 46%로 전날보다 케리 후보와의 격차를 1%포인트 더 넓혔다. 워싱턴 포스트 조사에서도 49% 대 48%로 역전했다. 그러나 모두 오차의 범위 안이기 때문에 통계적인 의미는 없다. 20석 이상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빅 3주’의 경우 플로리다는 부시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는 케리 후보가 오차 범위내에서 조금 앞서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AFP는 밝혔다. 오하이오의 경우 케리 후보가 조그비 조사에서 46%대 45%로 1%포인트,LA타임스 조사에서 4%포인트 앞서고 있는 반면 라무센 조사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오히려 4%포인트 리드하는 등 일부 혼전 양상을 빚고 있다. dawn@seoul.co.kr
  • 남편·가족에 성매매 폭로 협박 선불금 받아낸 악덕업주 구속

    경기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29일 해결사를 동원해 채무자를 협박, 돈을 받아낸 박모(45·여·성형외과 홍보실장)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하고 해결사 남모(39)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달 15일 경기도 광주시 이모(29·여)씨의 집에 찾아가 남편 등 가족 앞에서 “다방에서 일할 때 빌린 돈 300만원을 내놓으라.”고 협박,200만원을 입금받는 등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26명을 협박,1700여만원을 받아낸 혐의다. 박씨는 또 남편 회사가 부도나 건물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부 이모(45)씨의 집 앞에 “×를 팔아먹고 사는 여자다.”는 내용의 허위전단을 붙여놓았으며 이것이 발단이 돼 남편을 비관자살하게 만든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지난 90년부터 10여년간 안산에서 직업소개소를 운영한 박씨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 업주로부터 선불금을 받도록 보증을 섰다가 잃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채무자들의 직장과 집을 찾아 다니며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해결사 남씨는 회수금액의 30%를 받는 조건으로 박씨에게 돈을 빌린 성매매 여성을 찾아가 “안산지역 깡패인데 돈을 갚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씨와 남씨의 협박에 못이겨 일본으로 도피성 출국까지 한 성매매 여성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출입국관리소 등을 통해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사설] 국정감사 대체로 잘했다지만

    제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지난주 끝났다. 초선의원들이 절반이 넘게 포진한 17대 국회의 국감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는 기대가 높았다. 불과 20일간의 국정감사에서 엄청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국회 주변이나 시민·사회단체, 언론은 대체로 무난한 국감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국감은 심각한 경제난과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 국가적 난제 속에서 시작됐다. 여당은 정부의 개혁을 부각시켰고, 야당은 정권의 실정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과욕으로 인해 증인의 과다채택과 정치국감에 치중하는 인상을 준 게 사실이다.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를 증인으로 채택한 국감에서는 국정과 지방행정에 대한 감사라기보다는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한 공방을 펼친 데 그친 것이 그 일례가 될 것이다. 그런 정치적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이 일문일답식 감사를 정착시킨 것이나, 공기업의 운영상의 허점, 부정비리의 소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것은 정책감사로의 변화를 보여준 것이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국정감사 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을 민생·정책 국감은 미흡했으나 국정전반의 문제점을 제시한 데는 크게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기대 이상의 점수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국회는 이번 국감에서 과거의 관행이었던 폭로공방과 인신공격성 정치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전문성이 부족했던 문제점을 노출한 것도 사실이다. 상시 국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국회가 국감기간에는 온갖 문제를 들고 나오지만 시간만 지나면 나 몰라라 하는 풍토에 기인한 바 클 것이다. 국감에서 지적된 문제들이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국감 사후조치와 점검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쉬어가기˙˙˙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선수 3명이 코카인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보도돼 잉글랜드 축구계가 떠들썩. 영국 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는 25일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의 말을 인용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특급스타를 비롯해 전·현 대표선수 3명이 코카인을 상습적으로 복용했다고 폭로. 선수들의 실명은 거론되지 않았으나 이들 중 한 선수는 A매치에 여러 번 출전했고 수백만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으며 잉글랜드 남부의 메이저클럽에서 뛰고 있다고.
  • [자문위원 칼럼] 언론이 ‘진짜 국감’ 시작하라/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사업팀 차장

    3주 동안 진행됐던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올해 국감은 어느 때보다 정책국감·대안국감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의원의 3분의2가 초선인 데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기존 국감활동과의 차별화를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도를 통해 느낀 국민들의 체감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듯하다. 우선 초반부터 역사교과서 편향 공방과 국방위의 군사기밀유출 논란으로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주에는 여당의 ‘4대 개혁입법’ 발표와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라는 대형 이슈에 밀려 국감은 거의 실종되고 말았다. 그동안 우리 언론의 국정감사 보도는 정치인들의 폭로성 의문제기를 사실 여부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없이 기사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치쇼에 가까운 공방을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함으로써 언론의 본질적인 의무라 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았다. 올해 국감에서도 역사교과서 공방을 비롯한 몇 가지 사안에서 일부 언론은 이런 모습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국감 초기, 국감장이 이념논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며 파행으로 치달을 때 보여준 서울신문의 보도 자세는 주목할 만하다. 서울신문은 11일자에 ‘국감-정책은 없고 공방만 있다’를 주제로 3면에 걸친 기획기사를 내놓았다. 이 기획은 구태를 답습하는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며 정책중심의 국감활동을 촉구했는데 국감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데 기여한 바가 컸다는 생각이다. 역사 교과서 논란과 관련해서도 전국 20개 고교 역사교사들의 견해를 직접 들어보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조사로 ‘별 문제가 없음’을 이끌어내 이념 편향 논란을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서울신문은 매일 2개 면을 국감지면으로 고정 배치했는데 상당히 효율적으로 운영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요 이슈를 담은 ‘국감 초점’이나 ‘국감하이라이트’는 피감기관의 답변이나 해명도 충실히 전달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보도자료들을 기자의 해석 없이 ‘국감플러스’로 단신 처리해 자칫 홍보로 흐를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한 것도 사려 깊었다.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농어민 등 서민과 관련된 상임위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서울신문이 보도한 국감기사 130건(‘뉴스플러스’등 단신기사 제외)가운데 여성위 및 농수산위와 관련된 기사는 한 건도 없었고 환경노동위 관련 기사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어느 사안보다 공론화가 필요한 WTO협상,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성매매특별법, 노동문제 등을 다루는 상임위에 대한 지면할애에 인색했다. 내용면에서 질의 답변에 대한 확인 취재나 검증이 부족한 점도 아쉬웠다. 문장에 있어서도 ‘따졌다 지적했다 질타했다 주장했다’ 형태의 차용기사가 많았다. 이렇듯 단순 중계형태의 기사는 독자들의 정보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회감시의 기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경형 칼럼 ‘수시 국감으로 바꾸자’(10월14일자)에서도 지적했듯이 국감제도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보다 내실 있는 행정부 감시의 수단으로 전환할 때라는 의견이 많다. 사실 피감기관은 국정감사를 무사히 넘기면 되는 몸살감기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국감은 끝났지만 언론의 후속보도가 더욱 절실해 진다. 국감에서 드러난 쟁점들에 돋보기를 들이대기를 바란다. 진짜 감사는 이제부터 언론이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문제를 지적한 의원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당국의 처리 방식은 어떤지를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하는 감시가 필요하다. 천원주 한국언론재단 언론사업팀 차장
  • 초선의원들 첫 국감 소회

    “저녁 9시,10시까지 국정감사장에 머물려면 대단한 인내와 체력이 필요하다.…하루 15분씩의 질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식사 시간에는 당을 초월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며칠전 버스 속에서는 마이크 잡은 모 의원이 ‘애실 누나, 말 좀 빨리하세요.’라고 말해 순간 폭소가 터졌다.”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의 국감 일기 중에서- 17대 국회의 첫 국감이 지난 23일 막을 내렸다. 금배지를 달고 처음 국감을 치른 187명 초선 의원들은 우선 “시험 끝났다.”며 기쁜 표정이다.2∼3일 달콤한 휴가를 즐기면서 ‘국감 증후군’을 털어버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게 영 섭섭하다고 했다. 열심히 했는데도 ‘구태’라는 화살이 돌아오면 울컥 언짢아지기도 했단다. 문화관광위 소속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정치부 기자로 10년 가까이 지켜본 국감을 직접 치러보니 소회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민 의원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헌신적으로 일하는 동료 의원을 보면서 (정치입문 전)밖에서 평가하던 것과는 많은 차이를 느꼈다.”면서 “그런데 전반적으로 국감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았고, 특히 언론 평가는 너무 인색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처음 다짐한 대로 투쟁·폭로·정쟁의 구태는 버리고, 희망·대안·미래로 가득찬 정책국감을 끝까지 고집한 것은 큰 위안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카드대란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이슈로 ‘바람 잘 날’ 없던 정무위 국감을 마치고 “정책 질의를 하다가도 정쟁과 관련된 말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몇 달 밤을 세우며 준비한 것은 모두 정쟁으로 비화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보좌진들과 밤늦게까지 토론하며 준비했는데 공(功)보다 과(過)가 많다니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주제네바 대사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지낸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은 ‘친정’인 통외통위 국감을 마치고 나니 벌써부터 다음 국감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그는 “아직 정치인이라는 새로운 역할에 익숙지 못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서 “건설적인 비판으로 피감기관인 외교부의 역량을 키워주고 대안도 제시했어야 했다.”고 아쉬워 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의 수행비서 도기천씨가 쓴 ‘보좌후기’는 정쟁에 휘말려버린 국감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다음은 한 대목.“오늘(23일)은 국감 마지막 날. 대통령비서실 국감을 보좌했습니다. 국감을 위해 정 의원과 보좌진들은 여러 날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동안 주고받은 자료만 해도 책 몇권 분량은 될 겁니다. 바쁜 와중에 준비했는데, 정작 행정수도 이전 위헌논란에 휩쓸려 아무 것도 못했습니다.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렇게 첫 국감을 끝낸 의원회관은 대부분 짧은 휴가에 들어갔다. 앞으로 남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상임위 활동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국회에서 마주친 보좌관 A씨는 “난 이제 시작이야. 의원 눈초리가 심상찮으니 다른 방 찾아야지.”라고 나지막한 한숨을 내뱉었다.‘첫 국감의 추억’이 막을 내린 ‘여의도 극장’에는 곧 ‘일자리를 찾아서’가 개봉될 모양이다. 박지연 김준석기자 anne02@seoul.co.kr
  • 정책국감 의욕만 앞섰다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2일을 끝으로 3주간의 일정을 사실상 모두 마감했다. 이번 국감의 성적은 ‘기대 이하’라는 게 국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역대 최다인 초선 의원들이 엄청난 의욕으로 임했지만 정쟁과 경험 부족에 피감기관의 자료 제출 거부 등 무성의가 겹쳐 이렇다 할 ‘월척’을 낚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피감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이런 수준의 국감이라면 10번이라도 받겠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심지어는 여당 보좌관들조차 “행정부의 정책적 실책을 완벽하게 꼬집어 낸 것이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재선인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국방부 국감에서 ‘16일 만에 서울 함락’ 시나리오를 폭로한 정도가 눈에 띄지만, 이것마저 국가기밀 누설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파행의 선봉장 노릇을 하고 말았다. 이후 국감은 정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면서 정책국감의 취지는 퇴색하고 말았다. 이후 종반에는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입법안을 발표하면서 더욱 국감의 김을 뺐다. 여기에 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종반 국감은 거의 실종되고 말았다. 초선 의원들이 기대를 저버리고 파행에 앞장서는 구태를 답습해 실망을 주기도 했다. 행정자치위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속기록을 삭제하라.”고 고함치는가 하면, 답변 시간도 주지 않고 피감기관을 몰아세우는 데만 급급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교육위, 통일외교통상위 등의 국감장에서도 여야 초선 의원들이 선배 의원들의 정쟁 기도를 저지하기는커녕 동조하거나 파행의 주역으로 활동해 실망을 안겨줬다. 특히 국방위의 국방조달본부에 대한 국감은 무려 12시간이나 파행되는 구태의 극치를 보여 줬는데, 이때 초선 의원들은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 자기 편 피감기관을 감싸는 구태는 이번 국감에서도 여지없이 되풀이돼 국감의 취지를 퇴색시켰다. 행정부처에 대한 국감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본연의 임무를 잊고 야당 의원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만 몰두했고, 한나라당이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국감에서는 반대로 야당 의원들이 피감기관의 ‘방어막’을 자임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책자 형태의 정책자료집을 내고, 국감장에서 직접 실험을 선보이는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 태도와 관련,‘정책 국감’의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도 있다. 이종수 문소영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자문위원 칼럼] 국정감사와 언론 역할/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제17대 국회의 첫번째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국정감사란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이며 정부통제 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에서 실행한 국정이 공정하게 집행되었는가를 감사하는 행위이다. 국정감사는 16개 위원회로 나뉘어 20일(10월4∼23일) 동안 실시되며, 모두 450여개가 넘는 정부 및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토요일을 제외한 주중에 10개 이상(9∼15개)의 위원회가 열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각 위원회는 하루 평균 2개 정도의 기관을 감사해야 한다.2003년 국정감사통계자료집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에 배정된 피감기관당 감사 시간은 평균 3.3시간, 의원 1인당 배정된 시간은 평균 22.5분에 불과했다고 한다. 구조적으로 부실 국감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더구나 새로 개원한 국회의 첫번째 국정감사에서 획득한 ‘저명성’이 남은 임기 4년 동안의 대내외 활동에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것을 국회의원들은 경험칙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언론이 주목할 만한 ‘뉴스가치’ 있는 소재를 골라 폭로성 질문을 하도록 유혹받을 수밖에 없다. 폭로성 질문은 여야의 격렬한 정쟁을 불러오고 결국 국정감사는 파행으로 치닫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안보기밀 누출’과 ‘친북·반미 교과서’ 논쟁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국정감사를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의 장’으로 만드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다름아닌 언론이다. 언론은 행정부 정책집행과 관련, 국민이 궁금해 하거나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들에 대한 책임있는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지는지 감시하고 비판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여전히 예전의 바람직하지 않은 보도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신문 역시 이러한 비판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10월11일까지의 국정감사 관련기사는 주로 교육(21건), 행정자치(20건), 국방(19건), 재정경제(15건)위원회만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며, 주요 의제는 ‘교육문제(대학입시)’,‘행정수도 이전 반대 서울시 관제데모’,‘국방위 정부기밀 누출’,‘안보문제(장사정포 파괴력, 대북정책)’,‘국가보안법 개폐문제’ 등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의제가 여야 혹은 여러 사회세력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적 사안들이다. 언론은 사회·정치적 갈등 사안을 다룰 때 갈등의 주체인 양측의 입장을 스포츠 중계하듯이 전달하기보다는 갈등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은 물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 관해서도 심층적으로 보도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국가안보기밀 누출’ 논란은 국가안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민감한 쟁점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문제가 된 국가기밀은 무엇인지, 현재 국가기밀 분류체계는 어떠하며 문제점은 없는지, 국민의 알권리와 국가 안보 사이에 충돌하는 쟁점은 무엇인지, 서구 선진국의 사례는 어떠한지, 해결방안으로 어떤 것들을 고려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층보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논란의 성격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생각을 완전히 좌우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 정보를 유권자에게 연결해주는 중간자 역할을 수행한다.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정치의 부정적인 측면을 확대 해석하고 공격하는 내용의 보도를 접한 유권자는 정치인에 대해 냉소적이 되어 정치과정에 참여할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 또 그러한 부정적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냉소적이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이런 책 어때요] 대학과 제국/브루스 커밍스 등 지음

    냉전시기 미국의 군사·정보기관이 대학에 끼친 영향을 다뤘다. 학문연구와 공공정책 사이의 커넥션을 파헤쳐 서구 학자들이 냉전의 정치적·금전적 압박에 얼마나 굴욕적으로 처신했는지를 폭로한다. 예컨대 보수적인 군수제조업체가 설립한 존 M 올린 재단은 예일·하버드 등 일류 법과대학을 가지고 있는 대학들이 진행하는 ‘법률과 경제학’이란 연구 프로그램을 후원해 주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재단의 극우 이데올로기와 일맥상통한다. 책은 기업 이름을 붙인 교수직을 말하는 ‘기부 교수직’도 기업들의 맞춤형 홍보 프로젝트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1만 6000원.
  • 시벨 케킬리“관객들 영화사랑…독일도 배웠으면…”

    시벨 케킬리“관객들 영화사랑…독일도 배웠으면…”

    엄격한 가족의 울타리에서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을 때 한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를 도피처 삼아 위장결혼을 한 여자. 영화 ‘미치고 싶을 때’의 여주인공처럼 터키계 독일인인 배우 시벨 케킬리(24)의 삶 역시 자유를 향한 위험한 도전의 여정이었다. 길거리에서 캐스팅돼 출연한 첫 영화가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대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그녀. 하지만 포르노영화를 찍은 과거가 폭로되면서 황색 언론의 표적이 됐다. 시청 직원으로 얌전히 일만 하는 줄 알았던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이었고, 영화속에서처럼 살해위협까지 받았다. 새달 12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부산영화제에 이어 서울을 찾은 그녀는 “이제 이 모든 것들을 극복했고, 그래서 더 자유로워졌다.”며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한국 방문 소감을 묻자 “영화 상영 다음날 티켓을 버리지 않고 사인을 청하는 팬들이 인상적이었고,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화 속 여주인공 이름도 시벨이고 첫 영화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줘서 혹시 자전적인 이야기가 시나리오에 녹아든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파티 아킨 감독의 시나리오는 이미 결정돼 있었습니다. 그는 터키계 여배우를 찾아 길거리에서 350여명을 뽑았고, 오랜 시간 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인터뷰했죠.” 영화속 여주인공과 실제 배우의 모습이 겹치는 건, 감독이 그 배역과 가장 비슷한 배우를 골라서였다는 설명. 아마도 그녀에게 시벨역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시벨은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다 살인사건을 불러 일으키고, 가족들은 명예를 더럽혔다며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 영화는 독일 내에서 터키계 독일인의 문제에 대한 많은 논쟁을 낳았다고 했다.“영화가 과장됐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실제로 그보다 더 심한 경우도 봤다.”는 그녀는 “한국도 교육이 엄격한 걸로 알고 있는데,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스스로 삶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치고‘가 황금곰상 받았을 때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가 은곰상인 감독상을 받아 한국과 더 인연이 깊다.”는 그녀는 한국 감독들과도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한국 관객들은 자국의 영화와 배우들에게 애정이 많은 것 같아요. 독일도 그런 모습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국감불똥…구청 일부 공무원·통장들 엉뚱한 ‘봉변’

    국감불똥…구청 일부 공무원·통장들 엉뚱한 ‘봉변’

    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서울시 일선구청 일부 공무원과 통장들이 ‘국감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이들은 국감에서 거론된 사안이나 폭로문건에 이름이 오르는 등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는 바람에 주위사람들로부터 확인전화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관제데모 의혹 문건’에 거명된 후암동 통장들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열린우리당 우제항 의원이 공개한 ‘관제데모 동원의혹 문건’ 중 일부에 서울 용산구 후암동 새마을부녀회장과 임원,통장들의 명단이 포함돼 있어 이들이 뜻밖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용산구 후암동에서 작성한 이 문건은 수신자가 구 주민자치과장으로,지난달 17일 열린 수도이전 반대시위에 참가 가능한 후암동 주민 10명의 명단이 주소,전화번호와 함께 실려 있다. 명단에 포함된 용산구 후암동 14통장 김성환씨는 “동사무소에서 시위 참가 여부를 물어온 적이 없다.”면서 “동에서 알아서 명단에 포함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새마을부녀회 운영위원 안은자 씨도 “개인적으로 참가했을 뿐이지 동이나 구청에 참가사실을 미리 알린 적은 없다.”고 강조하며 “결국 시위에 참가하긴 했지만 명단에 포함된 경위는 모른다.”고 말했다.이들은 모두 “최근 갑작스럽게 기자들의 전화를 많이 받게 됐다.”면서 “마치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마포구청도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국감장에서 공개한 ‘난지도 시민 골프장 공짜 골프대열 명단’에 올라 세간의 입방아에 시달리고 있다.심 의원의 자료에 공짜골프를 즐긴 명단에 이름 대신 ‘마포구청’이라고 기재됐기 때문이다. 마포구에 따르면 문제의 당일 마포구청 감사담당관 이문희(행정7급)씨와 문화체육과 홍연철(행정7급)씨가 골프장 점검에 나섰다.이들은 지난 5월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감사원 사회복지국 진모 부감사관과 함께 골프장 잔디·수목 생육상태,배수로,산책로 시설상태 등을 점검했다. 방문자 명단에는 이들의 출입을 확인한 골프장 경비원이 각각 ‘감사원’ ‘마포구청’ 등 개인 이름이 아닌 기관 이름을 기재했다. 마포구 이은규 행정관리국장은 “문제의 당일엔 난지공원에서 열린 ‘어린이 대축제’에 구청장을 비롯,구 간부들이 모두 참석했다.”며 “구 간부가 골프장을 출입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골프 클럽은 잡아본 적도 없는데…” 이 국장은 또 “방문자 명단에는 라운딩 나온 사람과 공무차 점검 나온 사람을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심 의원이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재철 의원은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이 ‘공짜 골프’를 즐겼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 마포구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당일 점검차 골프장에 나간 것으로 밝혀진 홍씨는 “생전 골프 클럽을 손에 잡아본 일도 없다.”면서 “공무상 출입한 것이 이런 식으로 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난감해 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 일이 보도된 뒤 주위로부터 마포구청이 그렇게 힘센 기관인 줄 몰랐다는 농담반,진담반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골프장이 개장되면 부킹을 해달라는 민원에 시달릴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이경형칼럼] 수시 國監으로 바꾸자

    [이경형칼럼] 수시 國監으로 바꾸자

    국회의원은 국정감사를 한번 해봐야 금배지의 위력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8대 국회는 1972년 10월 국정감사 도중에 해산되고 말았다.당시 박정희 정권은 국정 수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국정감사라고 여겼을 법하다.국정감사권은 그때로부터 15년 후,6·10항쟁의 산물인 제6공화국 헌법에서 비로소 부활된 국회의 소중한 권한이다. 국정감사권은 국정조사권과 함께 국회가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방지하고,견제하는 유효한 수단이다.국감은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추진이나 집행을 감독하고 따지는 것이며,필요시 주무 부처의 책임까지 추궁할 수 있다.또 정기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기 앞서 20일간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별로 국감을 실시토록 국회법이 규정한 것은 예산 심의를 위한 자료 확보에도 그 의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17대 국회 들어 처음 실시하고 있는 국감도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그동안의 국감은 국가기밀 유출,좌파 시각의 교과서 문제,서울시의 행정수도 이전반대 관제데모 시비에 이어 국보법 폐지를 둘러싼 이념 공방,카드 대란의 정부 책임 문제 등을 싸고 여야 간에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이런 가운데서도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모처럼 세비 값을 한다는 좋은 평을 듣기도 했다. 많은 초선 의원들은 지금 심적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이른바 ‘팀 플레이를 하라.’는 당 지침에 따라 정치 쟁점에 질문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정작 자신이 애써 준비한 정책 제언은 ‘찬밥 신세’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어떤 초선 의원은 석달간 공들여 연구한 학제개혁안을 만들어 심도 높은 질문을 펴려 했으나 ‘친북 교과서 논쟁’으로 빛을 보지 못했고,또 다른 의원도 두 달간 자료수집한 ‘불량 여권 제작’ 문제를 제기했으나 언론조차도 여야 정쟁 보도에 파묻혀 거들떠 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현행 국정감사 운영의 또 다른 문제점은 피감기관의 수가 너무 많고,이에 따라 감사 시간이 매우 촉박해 형식적인 감사에 그친다는 점이다.15·16대 국회 때 매년 국정감사를 받는 기관은 평균 300개를 상회했고,피감사기관의 평균 실감사시간은 약 4시간이었다.상임위원 전원이 발언을 한다고 할 때,의원별 감사 할당 시간은 3∼6분밖에 안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국감 경우,피감기관은 17개 상임위에 모두 457개로,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난 탓인지 16대에 비해 기관 수도 크게 늘어났다.의원 1명에게 질문·답변을 합해 기껏해야 10여분 내외만 할애된다면 심도 있는 국감은 원천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이러다 보니 어떤 의원은 교육부에 15개 분야 100여개 질문을 책자로 만들어 사전에 전달해 답변을 준비토록 하고 이를 정책자료집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감사의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20일간 밀린 숙제하듯이 ‘벼락치기’ 국감을 할 것이 아니라,연중 때때로 해당 상임위별로,혹은 상임위 소위별로 필요한 국정감사를 하는 수시 국정감사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국회 운영이나 국정 감시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또 국정감사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폭로 선정주의에 매달리고,사안의 진실을 규명하는 대신 문제만 던지는 식으로 끝내는 감사행태도 버려야 한다.행정부의 구체적인 시책을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감사를 꾀하기 위해서도 수시 국정감사제 도입을 국회 개혁,정치개혁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 편집제작 이사 khlee@seoul.co.kr
  • 우리당 이부영의장 문답

    우리당 이부영의장 문답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12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국가보안법 처리 방향과 출자총액제한제도,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 등 주요 정치·경제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다음은 이 의장과의 일문일답. 여야간 접점을 찾기 어려워지면 국보법 폐지를 강행할 것인가. -열린우리당이 당론을 명료하게 내놓으면 한나라당도 당론이 정해질 것이고 법리적인 논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사 진상규명 논란의 핵심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그래서 과거사 진상규명이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60년 이상 지난 일을 갖고 누구를 처벌하고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이제라도 정리해놓고 가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광복 후 미국과 소련이 남북 단일정부를 원하는 세력을 남북 모두에서 배제,제거했다고 생각한다.그런 과정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문법 제정에 관한 당론은. -소유·인사·편집·보도 권한이 사주에게 집중돼 있다.언론도 분권이라는 시대적 추세에 맞춰야 한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학부모들이 이사로 참여해 학교 운영에 대해 발언하고 공정한 인사를 요구하는 것이 사립학교 건학 이념을 해치는 것이냐. 이 의장도 과거 ‘남북회담 훈령 조작사건’의 실체를 폭로한 전력이 있지 않으냐. -2002년 당시 여러 곳에서 그 얘기를 듣고 확인은 한완상 전 부총리에게 했다.당시 얘기는 기밀로 분류돼 있지 않았다.다만 밝힐 때 고민은 했다. 출자총액제한제는 어떻게 되나. -완전히 없애서 상호출자 등을 되살아나게 하기보다는 기업도 자기 책임을 다하면서 졸업제도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생각은. -김 위원장과 동갑내기다.김 위원장과 저는 6·25에 대해 책임 없는 사람들이다.우리는 어린 구경꾼이었다.다만 김 위원장은 최고권력자의 장자로 특별하게 양육된 만큼 민주의식이나 인민들의 일반적인 삶에 대해서는 좀 더 이해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김 위원장도 어떤 방향,어떤 과정을 통해 평화통일로 가야 할 것인지 알고 있기를 바란다. 자이툰부대 파병연장 동의안에 대한 견해는. -일부 반대가 있지만 반드시 약속대로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자문위원 칼럼] ‘선전 저널리즘’의 위기/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소위 불편부당한 정론을 표방하는 언론에 ‘선전하고 있다.’고 하면 중대한 모독에 해당할 것이다.언론은 오히려 정치적 선전을 경계하고 필요에 따라 선전의 실상을 폭로함으로써 진실 보도에 충실할 책임이 있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작금의 한국 언론은 선전 저널리즘의 유혹과 함정에 빠져들어 스스로 신뢰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선전은 정치적 목적과 목표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편향적으로 묘사하는 행위이다.따라서 선전은 언론이 할 일이 아니다.그럼에도 국가보안법 폐지와 수도 이전,과거사 청산 등 중요한 정치 보도에 선전 저널리즘이 만연하고 있다.이러한 선전 보도에는 보수와 진보 언론이 따로 없다.아니,한국 정치의 균열만큼이나 갈등관계에 있는 한국 언론은 서로 공격 비방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선전 저널리즘의 함정에 더욱 깊숙이 빠져 들고 있다. 선전 저널리즘의 징후는 우선 인용보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인용은 원래 보도되는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되는 뉴스작성 기법이다.그러나 보도 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주장이 사전에 우선적으로 자리잡을 때,인용은 한낱 정치적 목표를 위한 선전도구로 전락한다.언론은 이때 남의 말을 따옴표 받아 보도하는,이름뿐인 객관보도의 그림자속에 정파적 이해관계를 은폐시키려 한다. 얼마 전 어느 신문은 국보법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원로들의 시국 성명을 1면 톱으로 보도했다.물론 성명에 참여한 원로들이 주로 보수 쪽을 대변하는 일부의 원로라는 사실이 생략돼 있다.반면에 어떤 방송은 같은 성명을 단신으로 작게 다뤘다.이 같은 확대와 축소 보도를 놓고 에누리 없이 언론사의 공정한 뉴스가치 판단의 결과로 받아들일 독자는 얼마나 될까.요즘 수도 이전 논란,과거사 규명 이슈,그리고 국사교과서 친북성향 주장 등 민감한 정치이슈에 관한 언론의 인용 보도는 헛갈리고 종을 잡기 힘들 때가 많다.느닷없고 엉뚱한 언론의 인용보도는,그러나 해당 언론사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염두에 두는 순간 의외로 쉽게 설명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선전 저널리즘은 안타깝게도 언론이 스스로 소모적인 정쟁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하는 정치판을 닮아 가고 있다.정적의 실수와 실언을 침소봉대하여 공격하는 정쟁 행위를 언론이 그대로 보도해 버리거나 때로는 앞서 나가기도 한다. 가십기사에 불과할 정치인의 실언이나 실수가 신문의 1면에 버젓이 대서특필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지난 17대 총선에서 보수 신문들은 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을 확대 보도했고 진보 신문들은 모 교수의 군사쿠데타 발언을 크게 보도했다.아무런 정치나 정책적 맥락이나 발언의 실효성이 없는 실언들을 대단한 일인 양 과장해서 보도하는 것은 정치적 선전비방이지 보도가 아니다. 언론이 이처럼 선전 저널리즘의 함정에 빠져 버린 것은,특히 영향력 있는 언론사들이 지난 몇 차례 큰 선거에서 해서는 안 될 정치적 도박에서 실패한 뒤 그 여파에서 탈출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언론은 현실정치의 정파적 균열에 그대로 편입돼 때로는 ‘정치하는 언론’이 되어 갔다.여기에 보수든 진보든 나름대로 편향 뉴스를 만족스럽게 소비하는 독자시장이 존재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전 저널리즘이 기대고 있는 정파적 독자시장은 어디까지 한쪽 정파에 의존하는,기껏해야 반쪽짜리 시장에 불과하다.더욱이 좌든 우든 극단의 정파들은 위축 소멸되듯이 정파적 신문의 선전 저널리즘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요즘의 신문위기의 실체는 바로 정파적 신문의 신뢰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이라크서 피살된 닉 버그 아버지 마이클 버그 방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분노와 미국인의 시각을 담아 이 명분 없는 전쟁의 허울을 하나하나 벗길 것입니다.” 지난 5월 이라크 무장단체에 붙잡혀 살해된 미국인 닉 버그의 아버지 마이클 버그(59)가 8일 방한했다. 이날 오후 5시쯤 미 애틀랜타발 대한항공 KE036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버그는 9,10일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무엇이 내 아들을 죽였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등 3박4일간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그는 “평화를 어떻게 성취할지,한국인이 평화를 얻는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등을 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버그의 요청에 의해 10일 부산 강연에 앞서 부산에 거주하는 고 김선일씨 가족을 만나 점심을 같이 하며 아들을 잃은 부모의 아픔을 함께 나눈다. 그는 “아들이 죽은 뒤에도 김씨 같은 무고한 죽음이 이어지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더 이상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다른 어떤 사람도 이런 일로 고통받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교사인 그는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의 이라크전을 비판하며 영국·프랑스 등을 순회하는 등 반전운동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수천통의 위로편지와 이메일,전화 등을 받아 큰 힘이 됐다.”면서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진짜 배경을 폭로하고 비판할 것”이라고 밝혔다.버그의 방한은 반전·노동운동 시민단체인 ‘다함께’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밤새워 국감 준비했는데” 허탈한 민노당

    “의원 수는 턱없이 모자라고 시간도 너무 없고…허망합니다.” 국정감사 사흘째인 지난 6일 밤,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의 강문대 보좌관이 털어놓은 말이다.강 보좌관은 변호사라는 전문성을 살려 비정규직과 국가보안법,노·사문제 등을 ‘제대로’ 파헤쳐보겠다는 의지로 며칠 밤을 의원 사무실에서 지냈다.피감기관에 웬만한 통계 자료는 요청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노동정책의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는 “단 의원이 노동 전문의원이라는 점만 믿고 찾아온 기자들이 ‘빅’ 자료만 찾는 걸 보고 놀랐다.”면서 “국정감사가 단순 통계와 비방,폭로 일색으로 진행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민노당은 원내 진입 전부터 ‘진보국감’의 기치를 내걸고 ‘정책 정당’을 강조해왔지만 의원 회관에서 만난 대부분의 민노당 관계자들은 현실 정치의 벽에 고개부터 내저었다. 최순영 의원실의 황종일 보좌관은 “질의 자료 하나를 받기 위해 지방교육청에 다섯번이나 자료 요청을 한 적도 있다.”며 설움을 하소연했다. 최 의원실은 지난 6월 개원하자마자 전국 초·중·고교에 학교 급식을 무상으로 보급하기 위해 급식관련 단체 및 학부모들과 함께 6번의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최 의원실의 이원영 비서관은 “사립학교법만 해도 정작 중요한 건 교육감들의 교육철학인데 이를 아무리 강조해도 정쟁 중심의 국감 안에서는 도저히 틈바구니를 찾을 수 없다.”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심상정 의원실의 손낙구 보좌관은 “재경위 국정감사장에 들어가면 우리는 ’수십대 1’의 구조에서 싸워야 한다.많은 의원이 주장하면 ‘이슈’가 되는 게 우리 정치 아니냐.”며 허탈해했다.거대 정당들은 인원이 많아 10분 발언이 끝나도 다음 의원이 추가 논리를 덧붙일 수 있지만 민노당 의원은 상임위별로 1명이라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민노당측은 더디 가더라도 ‘국민에 대한 정책 국감’,‘행정부에 대한 견제 국감’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산업자원위 소속의 조승수 의원실은 ‘산업-중소기업 육성’,‘공기업-공익경영과 기간산업의 공공성 확대’등 영역별로 주제를 정했다.박창규 보좌관은 “자료 요청을 하더라도 해당 피감기관에만 국한하지 않고 이해관계에 있는 전 기관에 일괄 요청했다.”고 전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여야 ‘스파이 논쟁’ 국감 파행

    여야 ‘스파이 논쟁’ 국감 파행

    국가기밀 누설 논란 등 여야의 이념 공방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국정감사가 시작된지 나흘밖에 안 됐지만 정책감사 다짐은 이미 실종됐고,감정 섞인 여야의 기싸움만 도를 더하며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여야의 대치 속에 7일 국방조달본부를 상대로 한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는 오전 느닷없는 ‘스파이 논쟁’까지 빚으며 정회돼 밤 늦게까지 속개되지 못하는 파행을 겪었다.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박진 의원을 직접 겨냥해 “대한민국에 큰 위험을 주는 행위가 바로 스파이 행위다.스파이가 따로 없다.기밀이 해외로 새나가거나,언론을 통해 새나가게 하는 것이 스파이 행위”라며 박 의원의 제척,즉 회의 참석 배제를 거듭 요구했고 이에 박 의원이 “심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하며 정회 소동으로 비화됐다.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를 급진 좌파로 공격해 곤경에 빠뜨린다는 내용의 한나라당 국감대책 자료는 국헌 문란을 조장하고 국민 불안을 부추기려는 것으로,규탄받아 마땅하다.”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아울러 국가기밀 유출 논란과 관련,박진·정문헌 두 의원을 8일 국회 윤리위 제소와 함께 해당 부처를 통한 형사 고발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이부영 의장은 이날 부산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안보를 책임진 여당으로서 군사기밀 폭로만은 용납할 수 없다.”며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열린우리당은 서울시 ‘관제데모’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국회 행정위 위원 이름으로 수사를 요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국감을 살벌한 분위기로 만들어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선전포고”라고 반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의 공세는 야당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며 “이는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로,모든 수단을 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밀누출 논란 당사자인 박진 의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여당이 ‘스파이 행위’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야당 의원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탄압하려는 정략”이라고 비난했다. 박근혜 대표는 오전 국감대책회의에서 교과서 역사편향 논란과 관련,“교육 현장에서 친북·반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교육은 백년대계의 문제로,국정감사가 끝나더라도 필요하면 관련 특위를 구성해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언급,주요 현안으로 이어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박 의원 윤리위 제소와 정부의 자료제출 거부 등을 ‘여당의 국정감사 방해 책동’으로 규정,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다음주부터 민생·정책국감에 주력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힐 것으로 알려져 경색 정국의 향배가 주목된다. 한편 국회는 이날 정보통신부·국가보훈처·부패방지위 등 28개 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 서훈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법사위에서 “다음달 청와대 예산집행 실태에 대한 재무감사에 착수,정책기획위 등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용역비 집행실태를 포함한 예산 집행실태 전반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감사원의 청와대 예산집행 감사는 참여정부 들어 처음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사설] 국감, 정국주도권 싸움터 아니다

    제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어제까지 나흘째 진행되고 있지만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여야가 국감에 앞서 정책국감이니,민생국감이니 외쳐댔지만 막상 국감이 시작되고 나서는 오로지 정쟁으로만 치닫고 있다.여야 할 것 없이 처음부터 한건주의에 매달리더니 폭로전에 이어 이념공방까지 펼치고 있다.이제 여야 지도부까지 나서 ‘흔들리지 말라.’ ‘용납하지 않겠다.’는 등 한심한 표현까지 써가며 소속의원들을 힘겨루기에 나서라고 독려하고 있는 판이다.현장이 과열되더라도 지도부가 말려야 할 텐데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다. 국정감사는 정부정책의 문제점은 없는지,예산은 적재적소에 잘 쓰여지고 있는지를 살펴서 정책대안을 제시하고,새해예산안 심사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한마디로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회다.그런데도 이런 본 뜻은 외면하고 상대방 흠집내기나 정쟁거리만 찾아다닌다면 굳이 국감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나흘째 국감에서 쏟아낸 논쟁거리만도 교과서 편향성 논란,국가기밀 누설 논란,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관제데모 논란 등 셀 수 없을 지경이다.초반부터 이런데 막바지에 가면 정쟁거리만 잔뜩 모아놓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금 국감에서 불거진 쟁점들은 국감이 끝나고 차분히 정책대안이나 해법을 찾으면 될 일이다.당장 힘겨루기로 맞서 시간을 허비할 사안이 아니다.더욱이 여야가 정국주도권 싸움이나 선거전처럼 몰아갈 국감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이제부터라도 여야는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가 남은 기간 동안만큼은 국감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기를 바란다.안 그래도 민생의 어려움에 허덕이는 국민들을 더이상 짜증나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전문가가 본 옐리네크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주로 독일 로볼트 출판사에서 많은 소설과 드라마를 발표해 왔으며,그녀의 드라마는 독일의 연극 무대에도 활발히 올려지고 있다. 옐리네크 문학의 특징은 특유의 시적이고도 산문적인 언어의 흐름에 있다.그녀가 소설과 드라마에서 드러내 보이는 독특한 언어 감각은 마치 독백조의 목소리와,그에 반향하는 다른 목소리가 서로 얽혀지고 동시에 서로 밀쳐내는 듯한 구조를 가지고 계속 이어지는 특성을 보여준다.또 팽팽한 긴장감을 가진 옐리네크 언어의 음악적인 멜로디는 동시에 찌르는 듯한 예리함으로 ‘익살’과 ‘풍자’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옐리네크가 독일과 오스트리아권에서 중요한 문제작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무엇보다 그녀가 가진 사회 비판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칼 크라우스,호르바트,특히 최근에는 토마스 베른하르트와 같은 오스트리아 작가들이 가졌던 오스트리아 비판적 성향이 옐리네크에 이르러 더욱 첨예하게,그리고 문학적으로 극단화되어 형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그로테스크하면서도 스타카토식 언어로 권력지향적·남성중심적 사고를 냉소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오스트리아 사회 속에 가려진 사회적 관습의 부조리함을 차갑고 냉정한 시선으로 가차없이 폭로한다. 한때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던 옐리네크의 시선으로 볼 때 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왜곡되어 나타나는 일상의 폭력과 사회의 강제적인 측면은 문학이라는 통로를 통해서도 통렬하고 집요하게 고발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일상’과 ‘비정상’,이 두 가지가 결국 한 곳에 속한다는 인식이며,다른 것,다른 생각,그리고 권력의 바깥에 놓인 모든 것들에 대한 더 넓은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홍사현(서울대 강사·독문학)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