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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학부모 성추행’ 끝내 법정으로

    상담 과정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학부모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일진회 폭로교사’ J씨에 대해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학부모단체들은 J씨의 출근을 막는 시위를 하는 등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는 6일 “그동안 J교사에게 ‘공개 사과하고 스스로 교단을 떠나라.’고 요구해 왔지만 합당한 조치가 없어 민·형사상 소송 등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면서 “이와는 별도로 교육당국에 J교사를 고발하고 징계·파면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가협은 지난 5일 흥사단 교육운동본부의 중재로 J교사를 만나 마지막으로 공개사과를 요구했으나, 양측이 합의하지 못해 결국 성추행 의혹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은 이날 오전 학가협과 함께 J교사가 소속한 서울 J중학교 앞에서 시위를 했다. 학사모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 성추행 의혹을 확인했다.”면서 “J교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적격 교사’의 한 전형으로 당장 교단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등도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J교사의 퇴진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공대위에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과 강의석(종교자유운동가), 이계덕(전 민노당 대의원), 김혜민(학교폭력예방 청소년활동가), 이영석(한국 청소년단체협의회 청소년의원)씨 등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법률자문을 맡은 강지원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정황증거도 뚜렷해 법률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성추행 혐의에 대한 형사 고발과 명예훼손 등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관할 동부교육청 관계자는 “1차 진상조사를 벌였지만 양쪽의 주장이 워낙 달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민원·진정·고발 등이 들어오면 다시 조사하겠지만, 고소·고발 등에 따른 사법처리 전까지는 섣부른 징계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낙태문제 인준청문회 쟁점될듯

    보수파인 존 로버츠(50) 대법원장 지명자가 상원에서 인준을 받기 위해서는 낙태·종교 문제 등에 대해 집중포화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윌리엄 렌퀴스트 전 대법원장이 사망한 다음날인 4일 저녁 백악관 집무실에서 40분간 로버츠 지명자와 만나 대법관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5일 오전 8시 급작스럽게 발표된 대법관 지명은 민주당과 진보 진영으로부터 공개 심사를 피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깜짝발표는 공개심사 피하기 전술 로버츠 지명자가 지난 7월 샌드라 오코너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됐을 때 언론 및 종교의 자유를 제약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등 정치를 법정으로 끌어들였다고 비난받았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두달간 의원들과 미국인들은 로버츠의 경력과 성격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상원이 한달안에 그를 대법원장으로 인준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WP “기습폭로 없는한 인준 당연” 로버츠 지명자는 1981∼82년 렌퀴스트 전 대법원장의 사무실에서 일했던 만큼 20년간 낙태에 반대하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판결을 이끌어 온 렌퀴스트의 성향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로버츠가 당초 후임을 맡기로 했던 오코너 대법관은 낙태를 지지하고,2003년 텍사스주의 소도미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해 동성애자 권리 향상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오코너의 후임으로 백인 남성 대신 여성이나 유색인종을 임명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깜짝 폭로가 없는 한 로버츠 지명자의 대법관 인준은 당연한 것으로 전망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한숨돌린 박용성회장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이은 검찰수사로 입지가 극도로 좁아졌던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일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에 재선임되면서 모처럼 숨통을 트게 됐다. 직함이 60개가 넘는다는 그의 화려한 명함도 바뀌지 않게 됐다. 박 회장은 4년 임기의 IJF 회장에 재선임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도 자동으로 유지하게 됐다. 박 회장은 1982년 대한유도협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유도와 인연을 맺었다.86년 대한유도협회 회장에 이어 95년 IJF 회장에 올랐고 2001년 재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당선이 확실시됐지만 지난 7월 형인 박용오 전 회장측이 박 회장 일가의 비리사실을 폭로하면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한 온라인매체 기자가 박 회장의 비리내역을 취재하기 위해 방한한다는 ‘소문’이 박용오 전 회장측에서 흘러나와 박 회장을 압박했고 간접 취재가 이뤄지기도 했다. 실제 박 회장은 형제간 분쟁으로 여유를 갖지 못해 선거를 불과 2주일 남짓 앞둔 지난달 18일에야 막판 ‘선거운동’에 돌입할 수 있었다.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 등이 속속 불거지면서 대한상의 회장직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오르기도 했지만 자리를 지켰다. 두산측은 박 회장의 당선이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침체된 그룹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바꿔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두산그룹은 박용오 전 회장측이 투서를 냈을 때만 해도 ‘의혹’ 수준에 불과하던 박 회장 일가의 비리내역이 참여연대의 고발과 검찰수사로 점차 구체화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두산 관계자는 “박 회장의 당선은 여러가지 복잡한 국내 사정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박 회장을 여전히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염주영 칼럼] 떡을 위한 변론

    [염주영 칼럼] 떡을 위한 변론

    ‘찹싸∼알떡 사∼아려.’ 긴 겨울밤, 골목 어디선가 찹쌀떡 장수의 구성진 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엔 들릴 듯 말 듯 아득한 소리로 시작하더니 점점 커지다가 이내 멀어진다. 뱃속은 꼬르륵, 군침은 도는데…. 돈이 없어 지나쳐 보내야 하는 심정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금은 그 찹쌀떡 장수도 추억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구성진 소리만큼은 해가 갈수록 더욱 또렷하게 되살아난다. 명절이 되면 집집마다 갖가지 떡을 빚어놓고 손님을 맞았다. 먹을거리가 귀했던 그 시절엔 손님맞이에 떡만큼 요긴한 게 없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드리는 떡에는 공경의 마음을 담았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내는 떡에는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 그래서 떡은 조상 대대로 가족과 친지들간에 정을 나누는 전통 명절음식의 으뜸으로 쳤다. 떡에는 축복의 의미도 담겨 있다. 집안 어른들의 생신이나 회갑, 결혼과 같은 경사가 있을 때마다 떡을 장만했다. 크고 작은 마을 잔치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 시절 생일날 떡을 해먹는 집은 형편이 괜찮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아이들 돌떡은 해 먹이는 것이 우리의 풍습이었다. 명절이 다가와 집집마다 떡방아 찧는 소리가 들려오면 절로 신이 났다. 멀리 사는 친척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다 떡을 포식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명절이 한참 지난 뒤에도 할머니는 대청 마루에 널어두셨던 깡마른 인절미를 내다 화롯불에 구워 주셨다. 군데군데 까맣게 그을려 피부가 터지면서 말랑말랑한 하얀 속살을 드러낸 구운 인절미에 조청을 듬뿍 발라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지난 시절 내 추억 속의 떡은 사랑과 공경, 축복과 화목, 건강과 풍요 등의 이미지로 떠오른다. 그런데 요즈음 그 이미지를 무참히 짓뭉개는 사람들이 있어 괴롭다. 세간에 ‘떡값’이란 말이 등장하고부터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기업인들로부터 ‘떡값’이란 명목으로 금전을 받곤 하는 모양이다. 종종 그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어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가성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로 결론이 난다. 돈봉투를 건넬 때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다고 해서 뇌물과 구분하기 위해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그러나 뇌물과 떡값의 경계선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금액이 얼마까지는 떡값이므로 받아도 되고, 그 이상은 뇌물이라는 식의 분류법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기업인이 돈을 건넬 때에는 명시적인 청탁이 없었다 하더라도 ‘잘 봐달라.’는 무언의 기대가 있지 않을까. 떡값으로 위장한 뇌물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 추억 속의 떡은 지금 심각한 이미지의 혼란을 겪고 있다. 나는 이른바 ‘떡값’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일이 그 떡값에 청탁이 딸려 있었는지 아닌지를 가려낼 재간이 없거니와,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그 애매한 돈봉투에다 제발 ‘떡’이란 이름만은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나의 성스러운 ‘떡’의 이미지를 더이상 훼손하지 말아줄 것을 호소한다. 며칠 전 어느 할인점에 갔다가 아이들 생각이 나서 떡을 사왔다. 막 빚어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인절미를 한 묶음에 3000원을 주고 샀다. 집에 가져왔더니 달콤한 케이크와 구수한 피자 맛에 녹아버린 우리집 아이들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떡에는 아무런 추억도, 감흥도, 맛도 없단다. 그런데 요즘 검사 몇분이 수백만원을 떡값으로 받았느니 안 받았느니 해서 옥신각신하는 중이다. 그 떡은 왜 그리 비싸지?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성에 무너지고 비리 얼룩…교육계 왜 이러나

    ■ 성에 무너지고 교사들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학생 폭력조직인 일진회 회원이 전국에 4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등 학교폭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폭로해 사회 문제로 부각시켰던 현직 교사가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학부모들을 수차례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는 28일 “학교폭력 전문가로 통하는 서울 J중 J교사가 지난 5월쯤부터 상담받기 위해 찾아온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학부모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신체적·언어적 성추행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지난 25일 한 회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뒤 현재까지 회원·비회원 가운데 4명의 피해자를 확인했다.”면서 “공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 A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당해 소송을 준비하면서 수차례 상담을 받았지만, 상담은 뒷전이고 낯뜨거운 얘기만 늘어놓다가 지난 6월 말쯤 식사 도중 ‘가슴을 만지고 싶다, 성관계를 하고 싶다.’는 말을 해 깜짝 놀라 이후 자리를 피했다.”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또한번 상처만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 B씨는 “지난 5월쯤 상담을 하고 식사를 한 뒤 노래방을 가자고 해 의심없이 동행했는데 J교사가 노래를 부르던 중 갑자기 심한 신체접촉을 시도했다.”면서 “놀라 뿌리치자 ‘가만 있어라, 누가 보면 어쩌려고 하느냐.’고 해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B씨는 “다른 엄마들에게도 밤늦게 ‘모텔에 가서 상담하자.’‘키스해도 되느냐.’는 등의 말을 했고, 항의하면 ‘위로하려고 그랬다.’고 변명을 했다더라.”면서 “자식 문제로 가슴이 찢긴 부모들을 또한번 죽이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J교사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늦은 시간까지 상담을 하다 보니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그런 모함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문제가 공개되면 자칫 피해자들이 또한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상처받은 학부모들의 신뢰를 역이용해 자신의 욕구를 챙기는 행동이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며 강지원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강 변호사는 “정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피해학생 부모들이 없는 사실을 지어낼 이유가 없지 않느냐.”면서 “형사고발 및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교육당국에 징계 및 파면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파장이 워낙 큰 문제라 진상 파악이 우선”이라면서 “사실이라면 교직 전체에 대한 모독인 만큼 해임·파면등 중징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동부경찰서는 27일 육영재단이 주최하는 국토순례단에 참가한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전 총대장 황모(43)씨를 구속했다. 현직 고교 교사인 황씨는 지난달 23일부터 13박 14일 동안 열린 육영재단 국토순례에서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여대생 조대장 15명을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생들의 가방끈을 고쳐 매줬을 뿐 추행한 것은 아니라며 범행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효용 이효연기자 utility@seoul.co.kr ■ 비리 얼룩지고 검찰이 늘어가는 대학비리를 막기 위해 교수 한 명이 일정 기간 수여할 수 있는 학위의 숫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교육인적자원부에 건의키로 했다.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는 28일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전국의 일선 지검에서 실시한 대학비리 수사결과를 취합해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월부터 20개월 동안 전국의 대학을 상대로 교수채용 비리, 학위 부정수여, 공금 및 연구비 횡령 등을 집중 단속해 대학 관계자 87명을 사법처리했다. 이 가운데 학위과정에 있는 개업의들이 수업에 빠져도 눈감아주고 이들의 논문을 대신 써주는 등의 대가로 3억 6000여만원을 챙긴 원광대 한의대 한모 교수 등 29명이 학위를 부정 수여한 혐의로 적발됐다. 검찰은 일부 대학들과 개업의사들이 학위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석·박사 학위를 사고 파는 범죄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위 수요가 많은 의과대학에 전체 정원의 40∼50%를 집중 배정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교수 한 명이 한 학기에 수여할 수 있는 학위 숫자를 제한하도록 교육부에 건의키로 했으며 학과별 석·박사 학위 정원을 별도로 정해 의학계열에 학위가 몰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책꽂이]

    ●악마의 사도(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이기적 유전자’란 책으로 유명해진 진화행물학자의 자전적 에세이. 이기적 유전자 등 중요한 생물학적 개념뿐만 아니라 종교의 해악을 폭로한 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 등 도킨스의 전체 면모를 알 수 있는 글들을 담았다.1만 4800원.●칭기즈칸, 제국을 달리다:유목민들과 함께 한 여행(스탠리 스튜어트 지음, 김선희 옮김, 물푸레 펴냄) 13세기 말 몽골을 방문했던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윌리엄 수사의 행적을 추적하여 칭기즈칸의 땅 몽골을 횡단하는 여행기.1만 1500원.●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원희룡 지음, 꽃삽 펴냄)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인 저자의 마라톤과 공부 이야기. 학력고사와 사법고시 전체 수석을 하게된 공부 비결과 함께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서브쓰리를 향한 힘든 여정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1만원.●대한민국은 군대다(권인숙 지음, 청년사 펴냄) 여성학적 시각에서 우리사회의 군사주의와 남성성을 비판한다. 징병제, 양심적 병역거부, 학생운동의 군사문화 답습, 군대 내 남성간 성폭력 등의 문제들을 짚어보고 그 해법을 모색해 본다.1만 5000원.●현대과학의 6가지 쟁점(존L. 캐스티 지음, 김희봉·권기호 옮김, 지식의 풍경 펴냄) 생명의 기원, 사회 행물학, 언어 습득, 생각하는 기계, 외계 생명체의 답사, 양자적 실재 등 현대과학의 주요 쟁점들에 대한 연구 성과들을 다양한 사례를 겉들여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1만 5000원.●구수한 큰 맛(고유섭 지음, 진홍섭 엮음, 다할미디어 펴냄) 한국의 대표적 미술사학자이자 미학자인 우현 고유섭의 미술사 연구서. 제자인 진홍섭 연세대 석좌교수가 난해한 한문투의 글을 젊은 층이 읽기 쉽도록 한글투로 풀어 썼다.1만 5000원.●숲에서 길을 묻다(유영초 지음, 한얼미디어 펴냄) 숲과 문명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숲 해설가인 저자는 우리 숲의 사계와 외국의 모범적인 숲 이야기와 함께 숲과 멀어져가는 도시문명에서 사람들이 자연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쓴소리를 한다.1만 2000원.●스크린과의 대화(유리 로트만·유리 치비얀 지음, 이현숙 옮김, 우물이 있는 집 펴냄) 영화언어를 이해하고 영화와 대화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입문서. 영화 읽기의 알파벳을 제시하면서 영화 보기가 오락이나 휴식을 넘어선 진지한 지적 활동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1만 2000원.
  • 조기숙홍보수석 “국민은 독재시대 문화에…” 파문

    국민들이 아직도 독재문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조 수석은 지난 25일 CBS 인터뷰에서 “현재의 부정적 상황이 언론 때문에 초래됐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고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의 지도자와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어 “국민과 대통령의 코드가 안 맞는 접점을 찾았어야 하는데 우리들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그러니까 대통령이 자꾸 장기적 혁신을 하려는데 국민들하고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국민을 바보 취급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한마디로 이런 궤변이 없다.”며 “대통령이야말로 과거에 빠져 있는, 미래가 없는 사람이며 국민들은 노 대통령의 새로운 스타일의 독재에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자신들의 문제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상식 이하의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으며,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홍진표 정책실장은 “국민들을 독재시대 수준이라고 한 것은 실정(失政)의 책임 떠넘기기이자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조 수석의 발언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독재시대 문화에 살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지 국민을 모독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 수석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21세기형 정치를 해달라고 뽑았는데, 주변의 상황들이 권위주의 때의 폭로정치, 음모정치, 음습한 정치 이런 것들을 계속 접하고 있고, 그런 면에서 정부와 국민들간에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박정현 전광삼기자 jhpark@seoul.co.kr
  • 여의도 新저격수 “강자 향해 쏜다”

    ‘여의도 신저격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판·검사, 고위 공직자, 대기업, 강남 부유층 등 ‘강자(强者)’들이 타깃이다.17대 국회 저격수들은 크게 두가지 부류가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저격수와 다르다. 첫째, 종전에는 당리당략을 위해 ‘총대’를 멘 ‘팀플레이’ 성격이 짙었지만 요즘엔 ‘단독 플레이’가 늘어났다. 둘째, 막무가내식 폭로전이 지배하던 종전과는 달리 신저격수들은 법안·데이터 등을 앞세워 기득권층을 옥죄고 있다. ●당 ‘총대´서 ‘단독플레이´로 변화 신저격수로는 최근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발표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단연 눈에 띈다. 검찰의 전·현직 수뇌부와 ‘전면전’을 감행한 노 의원은 22일에도 ‘떡값 검사’들이 98년 ‘세풍’ 수사 당시 삼성 비호에 앞장섰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냈다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가 하루 연기되자 뒤늦게 자료를 회수해가기도 했다.23일 질의에 나서 세풍수사 당시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보직에 있던 ‘떡값 검사’ 및 수사 검사의 실명 등을 밝힐 예정이어서 ‘2차 파문’을 예고했다. 노 의원은 얼마전에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맡은 형사사건 절반이상이 뇌물, 조세 포탈 등 반사회적 범죄사건이었다는 자료도 공개했다. 지난 3월에는 배재고 답안지 대필사건과 관련, 해당 학생의 아버지인 정모 검사와 담임교사의 사전 공모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판·검사의 무분별한 대기업 이직을 막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법안·데이터로 ‘꼼짝마’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법안형 신저격수’에 속한다. 그가 제출했거나 제출할 법안들은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법 등 고위 공직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많다. 지난해 말 제출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공직자가 퇴직 전 소속 부서의 사(私)기업체 등에 재취업할 경우 일정 기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더욱 까다롭게 했다. ‘업무와의 관련성 여부’ 판단 주체를 퇴직 공직자의 소속 기관장에서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로 변경한 것이다. 부패방지법안은 재취업 제한 대상에 ‘부패행위로 벌금형을 받은 자’를 추가했다. 기존에는 ‘금고 이상’이었다. 주식 외에 부동산까지 백지신탁하는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고위 공직자 가족이나 친·인척들이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을 경우 해당 공직자을 처벌하는 부패방지법개정안도 낼 계획이다. ●이계안·심상정 ‘삼성 킬러’ ‘골리앗’ 대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다윗형’ 의원들도 있다. 현대그룹 출신인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등은 ‘삼성의 천적’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삼성의 ‘최고 성역’인 이건희 회장을 타깃으로 설정,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직의 사임의사를 밝힌 데 대해 ‘법적 책임회피 수단’이라고 비난했다. 심 의원은 지난 6월 삼성 대항네트워크 결성을 제안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유전개발의혹 때 맹활약을 펼쳤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단지(斷指) 파문’ 등을 직접 폭로하는 대신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여권에 타격을 가했다. 권 의원은 이종구 의원과 함께 대한생명 인수로비 의혹과 관련, 한화의 천적으로 분류된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은 강남·북의 재정 격차 해소를 위해 구세(區稅)인 재산세와 시세(市稅)인 자동차세 등을 맞바꾸는 세목교환을 추진하면서 부자 동네의 신저격수로 떠올랐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발언대]‘교육기사’가 적으니 세상이 조용?/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명예논설위원

    최근 한 보름 이상은 교육계가 그야말로 조용했다. 연일 지면을 장식한 도청사건 때문에 초특급뉴스가 아니라면 기삿거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정이 어찌 되었든 교육관련 기사가 줄어들면서, 산적해 있던 교육 문제들이 일시에 해결되어 버린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한 보름 사이에 기가 막힐 정도로 교육혁신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 교육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교육이 매번 언론의 공격을 받았던 것일까. 아무리 하찮은 기삿거리라도 그날그날 사건사고의 강도에 따라 침소봉대하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게 치부되는 것이 언론의 현실이다. 약방의 감초는 약효를 증진시키는 순기능의 역할을 감당한다지만, 교육기사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신문지면 땜질용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마치 고무줄처럼 잡아당겼다가, 필요하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두는 식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긍정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잡아당김보다는, 부정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끌어당김 현상이 주를 이루었다고 본다. 교육을 바라보는 언론사의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사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그러다 보니 특정 언론사에서 교육적 사건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나머지 언론사는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따라가는 식이다. 교육의 희망을 되찾기보다 교육의 절망을 안겨주는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는 이러한 모습들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정말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물론 대학입시 제도를 비롯하여, 조석으로 변하는 교육정책이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은 기정사실로 하고 말이다. 오히려 우리 교육 자체가 온갖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으며, 너무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쩌면 교육 당국에서조차 중장기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하기에 앞서, 보도내용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도 급급할 것이다. 역대 수십 명의 교육수장이 경질되었지만, 개인의 교육철학을 통한 정책 추진보다는 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교육 당국이 교육정책을 추진하지만, 언론에서 보도하는 폭로위주의 내용에 대해 임기응변식으로 대책 마련에만 분주하다 보니, 결국 장기적인 정책이 아닌 땜질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결국 오늘날 교육현실을 자초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은 누구를 막론하고 교육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성서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우리 국민은 “대학 입시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하는 날만 고대할지 모른다. 대학 입시로부터 해방되기까지는,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교육 불구속 상태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 언론계가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시도할 때, 교육은 희망이요,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교육이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언론에서 왜곡됨이 없는 사실보도에 충실하고 긍정적인 관점을 보인다면 한국 교육의 미래와 교육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 교육관련 기사를, 그저 기삿거리로만 생각하고 대문짝만하게 대서특필한다고 해서 교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육의 미래를 위해 교육의 밝은 미래를 담아낼 줄 아는 언론의 공조체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최원호 한영신학대 겸임교수·명예논설위원
  •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산토 아리코 지음

    “차도르를 입고 어떻게 수영합니까.” “우리 관습에 왜 당신이 이러쿵 저러쿵 합니까. 이슬람의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옷을 입지 않아도 됩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그녀는 호메이니의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차도르를 벗어 그의 발 앞에 던졌다.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호메이니에게 그녀가 던진 말,“어디 가세요. 쉬하러 가십니까.” 호메이니를 비롯해 덩샤오핑, 헨리 키신저, 바웬사 등 세계의 거물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녀는 주눅들기는커녕 그들을 ‘갖고 놀듯’ 이야기를 끌어갔다. 이들은 팔라치의 날카로운 질문공세에 피곤해했고, 승리는 늘 팔라치 몫으로 끝났다.‘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산토 L 아리코 지음, 김승욱 옮김, 아테네 펴냄)는 저널리스트 팔라치의 평범하지 않은 삶과 이력을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수천 가지의 분노를 갖고 인터뷰해 팔라치는 타협하지 않는 정치적 인터뷰어로 유명하다. 권력을 움켜쥔 자들을 철저히 해부했다. 이를 모아 출간한 ‘역사와의 인터뷰’는 미국에서 인터뷰 기법을 위한 교재로 쓰일 정도. 그녀는 “인터뷰 약속을 잡을 때마다 수천 가지 분노를 가지고 (인터뷰에)임했다. 그 분노는 수천 개의 질문이 되어 내가 상대에게 공격을 퍼붓기 전에 먼저 나를 공격했다.”고 얘기했다. 그녀는 종군기자로 베트남전쟁에서 중동전쟁, 헝가리 침공에서 남미 봉기, 멕시코 대학살에서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고 다녔다. ●스스로 신화를 만들어 팔라치는 기사를 쓰면서 자신을 모험가로 묘사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역사의 현장의 중심에 놓았다. 우주 비행사들과의 인터뷰, 베트남 전쟁기사 등에서 사실 전달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이미지에 환한 조명을 비췄다. 거물과의 인터뷰에서는 결정적인 발언권을 가진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녀는 ‘한 남자’‘인샬라’ 등 소설가로도 성공, 헤밍웨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능력은 독서광인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소산이다. 팔라치에게 저널리즘은 단순한 정보전달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기사를 ‘문화의 연장’으로 봤다. 신문에 대해서는 “지적인 능력을 힘차게 자극하는 자극제”라고 정의내렸다. 그녀는 20세기를 뒤흔든 인물에 대해 모든 것을 폭로하는 일에 매달려 왔지만 정작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보호하는 태도로 신화의 옷을 벗지 않았다. 평생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닌 그녀는 현재 미국 뉴욕에서 암투병 중. 최근 이슬람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 때문에 종교모독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 후배 재판지도 엄해 ‘벙커’ 별명

    ‘깐깐한 법이론가이면서 꼿꼿한 원칙론자’ 이용훈(63) 신임 대법원장 후보 지명자에게는 이런 설명이 어울린다. 의정부지원 판사로 재직하던 유신 초기인 1972년 시국사건 피고인에게 징역 2년 이상을 선고하라는 외압을 무시하고 징역 6월을 선고한 일은 그의 성향을 보여준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시국사건은 물론 형사사건을 한 건도 배당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했다.●깐깐한 원칙론자 후배 판사들이 잘못하면 엄하게 꾸짖으면서도 소장판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법관으로 같이 일했던 법관들은 이 지명자를 기억하고 있다. 판결문을 꼼꼼히 읽고 틀린 숫자를 찾아내 후배들이 쩔쩔매게 만들었고 후배 법관들에게 재판 지도를 엄하게 해 ‘벙커’(배석판사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재판장을 일컫는 은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판사에게 기록은 배우의 대본과 같다. 대본을 완전히 외우지 않고 배우가 연기할 수 없듯이 사건기록을 숙지하지 않고 재판에 임해서는 안된다.”이 지명자가 후배 법관들에게 자주 한 말이다. 대법관 때 그는 항소심의 잘못된 판결은 여지없이 깨어버렸고 소수 의견도 많이 냈다.97년 12·12,5·18사건 재판 당시 무죄를 확정받은 박준병씨에 대해 소수의견으로 유죄를 주장했고 끝까지 판결문에 ‘반란’이라는 표현을 넣어 단죄하려 했다.96년에는 삼청교육대의 민사상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는 대법원의 다수 의견에 맞서 국가의 시효소멸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 권리남용에 해당된다는 소수의견을 개진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이 지명자는 후배 법관들이 청하면 못이긴척 술자리를 갖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5·6공 시절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광주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서부지원장 등을 거친 그는 윤관 대법원장 시절인 1993년 사법부의 엘리트 코스인 법원행정처 차장에 선임됐다. 이 때 법관 인사기준을 사법고시 서열에서 근무평정으로 바꾸는 개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듬해부터 2000년까지 대법관을 지냈으며,1999년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했다. 대법원을 떠나 변호사로 지내던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일해왔다.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일고, 서울법대를 나왔다. 부인 고은숙(63)씨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소신과 원칙있는 판결성향 이 지명자는 소신있고 원칙있는 판결을 많이 남겼다. 하지만 소수 약자 보호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 지명자는 95년 치료도중 숨진 환자의 사인에 대한 입증책임이 의사에게 있다며 기존의 판례를 뒤집는 판결을 내려 의료소송 전반에 큰 획을 그었다. 같은 해 재벌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보유실태에 관한 감사자료를 폭로한 감사원 직원에 대해 “피고인이 공개한 재벌관련 자료는 공공이익에 부합된다.”며 무죄를 확정했다.97년에는 회계법인의 부실감사로 주식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면 회계법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98년 ‘한국판 OJ심슨사건’이라는 ‘치과의사 모녀살해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2003년 새로운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굵직한 시국사건에서 소신을 밝혔던 이 지명자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앞서가진 못했다. 그는 99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북한주민 접촉 신청을 불허한 국가의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또 이적단체 구성원 사이의 내부 토론은 국가보안법의 이적단체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원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하기도 했다.99년 당시 70대 중반의 할머니가 욕설과 폭행에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인다며 80대 중반인 할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등 소송에서 할머니의 상고를 기각해 여성단체로부터 “가부장제적 권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홍희경 박경호기자 saloo@seoul.co.kr
  • 이번엔 로펌대리전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고발·폭로전으로 비화되고 있는 두산 비자금 사건의 양쪽 변호인 대결도 볼만하게 됐다. 먼저 두산 비자금건을 검찰에 진정한 박용오(오른쪽) 전 회장측은 법무법인 로고스를 선임했다. 김승규 전 법무부장관이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로고스는 전통적으로 검찰 출신이 주축이 된 형사파트가 강한 로펌으로 유명하다. 로고스의 대표 변호사인 황선태(58·사시 15회) 변호사와 손진영(55) 변호사가 박 전 회장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황 변호사는 광주·대전지검장을, 손 변호사는 서울고검 형사부장을 지냈다. 또 최근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무료 변론한 차형근(47) 변호사도 가세했다. 박용성 회장측은 법무법인 김&장을 선택했다. 김&장의 오세헌(46·사시 24회) 변호사와 최찬묵(44·사시 25회) 변호사가 대리인이다. 오 변호사와 최 변호사도 모두 검찰 출신. 오 변호사는 서울지검 공안1부장을, 최 변호사는 서울지검 총무부장을 지냈다. 법조계에서는 박용성 회장측이 국내 최대 규모의 김&장을 선택한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박용오 전 회장의 선택을 놓고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로고스를 고른 것은 의외라는 평. 로고스는 형사사건이 전문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일각에서는 “박 전 회장측이 진정을 하기는 했지만 이미 자신도 이번 수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도 “진정은 수사의 단서일 뿐이지 수사가 (진정한) 그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멸종위기 동물 인터넷 국제 매매

    고릴라·호랑이·침팬지 등 법적 보호 동물들이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이 일주일에 9000마리나 거래된다고 16일 폭로했다.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경매사이트, 채팅방 등에서 70% 이상이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동물들을 사고 판다는 것이다. 고릴라를 뒷마당에서 기르고 싶다면 인터넷 안내 광고는 4500파운드(827만원)만 내면 된다고 선전한다.런던에 와서 고릴라를 데려가기만 하면 되고, 야생동물을 기를 능력이나 공간을 증명하는 증서는 전혀 필요없다.고릴라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로 국제연합(UN)이 제정한 국제법에 의해 상업적 거래가 금지돼 있다. 미국의 갓펫온라인(GotPetsOnline.com)이란 사이트는 2살난 기린을 1만 5000달러(152만원)에 팔고 있다.영국 애드마트(www.ad-mart.co.uk)는 비단털원숭이 한 쌍을 1900파운드에 팔았다.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들은 원숭이를 마치 인형처럼 기저귀, 분유병, 옷, 장난감과 함께 판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원숭이와 침팬지가 야생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포획된 것이라고 염려했다. 살아 있는 동물뿐 아니라 코끼리 상아, 호랑이 가죽 판매도 늘고 있다. 야생 상태의 호랑이는 5000마리에 불과하지만, 특이한 애완동물의 판매 확대 덕에 미국에서만 1만마리의 호랑이가 감금된 채 살고 있다.호랑이 한 마리의 인터넷 가격은 1500달러. 무소뿔은 장신구나 약으로 애용되는데, 무소를 파는 ‘빈티지 루이 뷔통’ 같은 사이트 덕에 5종류의 무소가 모두 멸종 위기다. 영국 IFAW의 필리스 캠벨-맥래 국장은 “부도덕한 무역업자와 범죄 집단이 인터넷 거래는 쉽고, 저렴하며, 익명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면서 “사이버 블랙 마켓에서 희귀 야생동물이 팔려 나가는 것을 너무 늦기 전에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광북 60주년 만감 교차하는 2人] 北대표단 16일 DJ 병문안

    [광북 60주년 만감 교차하는 2人] 北대표단 16일 DJ 병문안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하고 있는 북한 대표단이 16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병문안을 간다. DJ는 15일 광복절 60주년을 병상에서 맞았다. 대통령 재임 당시 국가정보원의 도청 파문이 불거지자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여기에 박철언 전 의원이 또 다른 폭로를 통해 깎아내리고, 북측 인사들은 남다른 예우에 나서는 등 이래저래 복잡한 상황을 맞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지시…김기남 대표 등 방문 DJ를 보좌하고 있는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북측 대표단이 16일 세브란스 병원으로 김 전 대통령의 병문안을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문시간 등 구체적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방문할 북측 대표단은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임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등 10여명으로, 이번 병문안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6월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면담했을 당시 DJ 초청 의사를 밝혔었다. 이에 따라 북측 대표단이 DJ 병문안을 하면서 또다시 방북 초청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DJ는 이날 새벽 북측 대표단의 뜻을 정부측으로부터 전달받은 최 비서관의 보고를 받고 “만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DJ는 전날 신장 투석 치료를 받은 뒤 이희호 여사와 함께 병실에서 남북 남자 대표팀 간 통일축구경기를 지켜봤다. 최 비서관은 “아무 말씀 없이 두 분이 TV로 축구경기를 지켜보셨다.”고 전했다. ●“전두환씨에 금전적 도움 받은 적 없다” 한편 박 전 의원이 회고록에서 ‘5공화국 시절 미국 망명에 앞서 DJ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DJ측은 “환전 편의를 봐줬을 뿐 돈을 제공받은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최 비서관은 “1982년 당시 갑자기 전 전 대통령이 DJ를 미국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생활비, 치료비, 체재비 등을 위해 이희호 여사가 갖고 있는 돈을 환전하는 데 편의를 봐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데스크시각] 경천사 10층석탑과 8·15 유감/김성호 문화부장

    우리나라 최초의 대리석탑으로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국보 제86호 경천사 10층석탑이 10년간의 이전·복원 작업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1995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0개년 계획을 세워 의욕적으로 복원을 추진해와 마침내 결실을 거둔 것이다. 정밀실측과 보존처리, 레이저를 사용한 오염물 제거,3차원 정밀 스캔작업을 통해 제모습을 찾은 것으로 과학적인 문화재 복원처리의 중요사례로 높이 살 만하다. 경천사 10측석탑이 복원됨에 따라 오는 10월28일 용산에 개관할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장 큰 사업중 하나가 마무리됐다. 박물관측이 이 석탑을 8·15 광복절을 앞두고 공개한 데는 나름대로 숨은 뜻이 있어 보인다. 일제에 의해 밀반출됐다가 환수된 대표적인 ‘수난 문화재’의 원형복원이란 점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석탑의 밀반출 사실을 폭로한 것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영국 언론인 배설이었다.1907년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미쓰야키에 의해 석탑이 해체되어 일본으로 밀반출된 사실을 ‘Korea Daily News’등에 폭로함으로써 국내 반환운동의 불을 지핀 것이다. 이 석탑은 1918년 반환돼 경복궁 회랑에 다시 들어섰지만 밀반출 과정에서 심하게 훼손돼 시멘트로 복원된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경천사 10층석탑이 외국 언론인의 관심과 민간 단체의 노력으로 반환됐다면 지난 6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의 남북한 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공식요청해 반환될 것으로 보이는 북관대첩비 역시 정부가 아닌 민간인들의 노력으로 되돌려받는 일제 약탈 문화재의 전형이랄 수 있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때 함경도 경성·길주에서 의병장 정문부가 왜군을 대파한 사실을 기념해 숙종35년에 세워진 전승기념비로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비석을 파내 일본으로 가져간 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돼 있다. 북관대첩비의 성격상 국내 반환에 대한 양국 정부의 입장은 미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절 우리 정부가 이 기념비의 반환을 놓고 보여준 방관적인 자세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경천사 10층석탑과 북관대첩비 말고도 일제에 의해 약탈된 우리 문화재는 부지기수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빼앗겨 일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는 줄잡아 3만∼4만 점에 달한다. 학계에서는 국보·보물급을 포함, 전세계에 유출된 문화재가 10만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정부 소유로 돼있는 1321점을 반환했으나 이후 좀처럼 추가 반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는 단순히 물질적인 결정체에 머물지 않고 한 민족의 삶과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제는 민족 말살과 탄압 차원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정책적으로 대거 훼손, 강탈해간 측면이 짙다. 그래서 민간 주도로 반환된 경천사 10층석탑의 제모습이 살아난 것과, 북관대첩비 송환에 쏠리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8·15를 전후해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의 이런저런 행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광복절 당일인 15일에는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서울시가 경복궁∼숭례문 구간에서 기념행사를 제각각 마련한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도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굳이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광복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자고 하는 취지야 탓할 바가 아니지만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아보이지 않는다. 또 문화재청은 통영시 해저터널의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예고하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존칭에서 유래한 ‘태합굴’(太閤堀)이란 가명칭을 붙여 빈축을 샀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서둘러 사과문을 내 새 명칭을 붙이겠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그 ‘잔인하다고 할 만큼의 무신경’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문화재의 수난은 민족의 수난이다. 일회성의 생색내기 행사보다는 수난받은 문화재, 아니 수난받은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본질적인 노력에 더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이번 8·15 광복절에는 경천사 10층석탑 복원과 북관대첩비 반환의 의미만이라도 곱씹어 볼 수 있었으면….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 재계 ‘우울한 여름’

    재계 ‘우울한 여름’

    재계가 패닉 상태로 치닫고 있다. 밖으로는 고유가와 환율 하락 탓에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상반기 순이익 부문에서 반토막 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지난 10일 중동산 두바이유는 사상 최고치인 56달러를 넘어섰다. 안으로는 반(反)기업 정서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재계 맏형인 삼성은 ‘삼성공화국론’에 이어 옛 안기부 도청 사건인 ‘X파일’로 전전긍긍이다. 두산은 109년 전통의 인화가 무색한 채 형제간의 ‘자해 폭로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재계를 이끌 경제단체들은 ‘수장’의 비리 혐의 의혹으로 제 몸 건사하기도 힘들다. 리더십의 실종이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자칫 패닉으로 이어져 기업할 의지마저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단체장 ‘할 말이 없다’ 경제단체 ‘회장님’들의 처신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돌아가면서 ‘지뢰밭’을 하나씩 밟는 형국이다. 두산가의 ‘형제의 난’ 한 축인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한달새 스타일을 구겼다.‘미스터 쓴소리’의 이미지는 퇴색한지 오래다. 여기에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 고백, 실질적 적자기업으로부터 배당금 수령, 오너가(家)가 물어야 할 대출금을 회사돈으로 대납하는 등 도덕성에 타격을 줄 악재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향후 거취까지 고려해야 할 지경이다. 박 회장의 잔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며, 대한상의는 산업자원부 산하 단체로 정부의 감사를 받는다.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도 ‘구정물’을 뒤집어 썼다. 중기협 회장선거에서 금품살포 행위가 적발돼 중소기업 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면서 얼굴 들기가 난감하다. 재계 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강신호 회장도 속내가 편치 않다. 그가 대표이사 회장으로 있는 동아제약이 국세청으로부터 박카스의 불법유통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기업하기 뒷전’ 삼성의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삼성공화국론’을 넘어 검찰의 ‘X파일’ 수사가 이건희 회장을 겨냥하고 있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도청테이프의 내용도 수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은 파문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크게 긴장하고 있다. 두산은 ‘형제의 난’으로 91년 페놀 사건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법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오너가의 집단 사법처리’라는 재계 초유의 일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비자금 수사와 관련, 이미 그룹 관계자들을 출국 금지했으며, 두산산업개발의 이자대납 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현대그룹은 대북사업의 ‘창구’였던 김윤규 부회장의 ‘낙마설’이 터지면서 내부 ‘파워 게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외부 악재도 주름살 외부 악재도 재계의 주름살을 깊게 하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이 사상 최고치인 56.37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6∼7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사상 첫 50달러를 넘었다. 이처럼 고유가 행진이 계속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채산성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환율 하락 기조는 대세로 자리잡은 데다 원·엔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대일 수출경쟁력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유기업원 최승로 박사는 “기업이나 정부, 국민도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감을 이미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기업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부의 환경 제공이나 국민의 시선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어제는 한길 오늘은 딴길] (4) 민병두 vs 정병국

    [어제는 한길 오늘은 딴길] (4) 민병두 vs 정병국

    1980년 봄. 전국 최초로 총학생회 부활을 앞두고 성균관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사회학과 3학년 정병국에게 한 동기가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운동권 대부’이자 이론가로 유명한 무역학과 민병두였다. 당시 언더 운동권의 핵심인 그가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운동권과 중도파로 표가 분산되면, 비운동권 후보와 맞서기 힘들기 때문에 중도파인 정병국에게 ‘후보 사퇴’를 제안했다. 민 의원은 “어렵사리 학생회를 부활하게 됐는데 그 열매를 비운동권이 따먹을지 몰라 학교 근처 여인숙에서 새벽 4시까지 사퇴를 설득했다.”고 불발로 끝난 당시 비화를 털어놓았다. 같은 장면에 대해 정 의원은 “총학생회 부활을 준비하면서 운동권과 MT도 가고 노선 정립 등 지도도 받았기에 곤혹스러웠다.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함께 준비한 선·후배들 때문에 출마가 불가피했다.”고 기억한다. ●“학생운동 땐 내가 정통파” 두 사람이 모두 학생운동을 했지만 동기와 위상은 달랐다. 민 의원은 목적의식적 운동그룹인 비합법 공간에서 주로 활동했고, 정 의원은 자연발생적으로 운동에 참여했다. 민 의원은 고교 시절 독서토론회 등에 가입해 일찍 사회문제에 눈을 떴다. 대학 입학 뒤 ‘인상 좋은 고교 선배’(현재 이종걸 의원)의 권유로 흥사단 활동을 거쳐 본격적으로 ‘변혁의 대오’에 나섰다. 시국은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혔다. 정 의원은 80년 광주 항쟁 소식을 접하고 잠입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귀경하다 용산에서 검거된다. 강제징집성으로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 정병국’은 체계적으로 운동에 참여했다. 박종철 고문 폭로대회 등 87년 당시 주요 집회장에 뿌려진 유인물은 거의 그의 작품이었다. 같은 기간 민 의원은 비합법 운동권의 거물로 자리잡았다. 대중운동을 지향한 정 의원과는 달리 철저히 ‘전위 그룹’에 속했다. 서울 난곡의 ‘낙골 야학’에서 활동한 뒤 81년 ‘학림사건’,87년 ‘제헌의회(CA)그룹 사건’으로 두 차례, 총 3년6개월 옥살이를 했다. ●“정치 입문은 내가 선배” 88년 사회주의 붕괴 등을 전후해 대부분의 민주화세력은 분기점을 맞았다정 의원은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캠프에 합류,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16·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민 의원은 ‘전국 민족민주 운동연합(전민련)’이라는 생애 첫 합법 공간에서 1년 일한 뒤 13년 동안 기자로 활동하다가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의원이 됐다. 성균관대민주동문 등 동기모임에서 간헐적으로 만나던 두 사람은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본격 조우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여야 충돌의 핵심인 4대법안 가운데 정기간행물법을 놓고 격돌했다. 마주 보며 언론사 시장점유율 제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민 의원은 초선인데도 자기 원칙이 있다. 운동권 시절 빛난 기획력이 논의의 큰 줄기를 잡는 데 큰 힘이 되는 것 같다.”(정) “국회에서 만난 정 의원은 ‘학생 정병국’이 아니었다. 야당 의원으로서의 투쟁성도 강하면서도 막무가내식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 질의와 진지함이 넘쳤다.”(민) 피차 아쉬움도 있다.“소속 당의 입장이 있겠지만 굳이 한나라당의 과거를 연계해 흠집내려는 작은 정치보다 큰 정치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에너지를 쏟았으면 좋겠다.”(정) “정 의원은 재선으로 ‘뉴 제너레이션’으로서 자기가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냥 의원으로 남을 것인지 지도자가 될 것인지 정해야 할 것이다.”(민)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두산家 끝없는 폭로전

    두산家 끝없는 폭로전

    ‘두산가(家)의 입’에 재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다음은 어떤 폭로로 이어질 지 초미의 관심사다.‘자해’ 수준을 넘어 ‘자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두산가의 폭로전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반면 두산 임직원은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이다.5%의 지분 밖에 안 되는 대주주 일가의 비이성적인 폭로전이 그룹의 치부를 공개하는 것뿐 아니라 자칫 붕괴로 이어질지 조마조마하다. ●검찰에 추가자료 제출 ‘박용곤-용성-용만’ 3형제와 박용오 전 회장측의 폭로전이 연일 거듭되고 있다. 박용오 전 회장측은 11일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세부 추가 자료를 검찰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의 측근은 “최근 검찰측에 추가자료를 제출했으며 이 자료에는 박 회장과 박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낱낱이 밝히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산업개발이 박 회장과 박 부회장 등 오너가의 대출이자를 대납해준 돈도 모두 이 비자금에서 나갔다.”면서 “비자금 규모는 당초 알려진 1700억원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박 부회장의 경우 동생인 용욱씨가 경영하는 ㈜이생을 통해 그룹의 알짜기업인 삼화왕관을 인수합병(M&A)해 순차적으로 두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까지 갖고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자폭테러’로 비쳐질 수 있는 내용들을 자꾸 터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쟁 2라운드 ‘폭로전’ 박 회장 측이 지난 8일 두산산업개발의 2700억원대의 분식회계 사실을 밝히면서 양측의 ‘핑퐁식’ 폭로전은 한층 확산되고 있다. 숨을 고르던 박 전 회장 측은 두산산업개발 유상증자 과정에서 박용성 회장 등 두산 오너가에게 빌려준 대출금의 5년치 이자(138억원)를 회사돈으로 대신 납부해 줬다고 맞불을 놓았다. 박 전 회장측의 반격이다. 두산측은 이와 관련해 두산산업개발이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등 오너일가 28명이 빌린 은행돈 283억원의 이자 138억원을 대신 납부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관계자는 “다만 박 회장 등 두산가가 빌린 대출금의 이자는 최근 두산산업개발에 모두 갚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자를 갚은 시점이 지난 5일로 확인되면서 ‘형제의 난’이후 박 전 회장측 반격에 대비한 이자 상환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폭로전에 따른 비리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두산산업개발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적자 상태였는데도 분식회계를 통해 장부상 흑자를 만든 뒤 3차례에 걸쳐 53억원대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불법도청 파문] “도청테이프 내용 풀 사람 안기부내 공씨 밖에 없어”

    옛 안기부 특수도청팀인 미림팀의 공운영 전 팀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안기부에서 도청 테이프 내용을 풀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10일 “공씨가 이 업무를 오래한데다 도청 내용이 워낙 불확실한 상황에서 누구의 목소리이고, 어떤 내용인지를 공씨만이 풀 수 있었다.”면서 “공씨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테이프 내용을 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02년 9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국회에서 당시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이귀남 대검 정보기획관의 전화 통화도청 자료라고 폭로한 것은 “도청자료가 아니고 국정원 직원이 누군가를 만나 대담을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첩보”라고 전제한 뒤 “따라서 불법감청은 2002년 3월 완전히 중단된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조직은 금방 없앨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두다가 정 의원의 폭로 등으로 논란이 일자 같은해 10월에 과학보안국을 없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형근 의원은 당시 “이 금감위원장이 이귀남 대검 정보기획관에 전화를 걸어 대북 4억달러 비밀지원 의혹에 대한 계좌추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국회에서 폭로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이를 근거로 국정원이 도청 중단시점이라고 밝힌 2002년 3월 이후에도 도청이 계속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집안싸움으로 드러난 두산 분식회계

    두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박용오 전 회장은 동생 박용성 회장의 1700억원 비자금 조성 의혹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제는 박용성 회장 측이 박용오 전 회장의 활동시기에 주력 계열사인 두산산업개발이 분식회계를 통해 2797억원을 과다계상했다며 증시에 공시했다. 게다가 박용오 전 회장 측이 반격 차원에서 ‘제2탄’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두산의 앞날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기업 분식회계는 과거의 못된 관행이다. 이제는 기업마다 이런 사실을 고백함으로써 투명경영을 지향하는 추세다. 하지만 두산의 경우 경영권을 둘러싼 집안싸움의 와중에서 터져나와 그 진실성에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상적인 과정이 아닌 형제간 ‘폭로’나 ‘맞불’의 성격이 짙어 석연찮은 것이다. 이번 분식회계 고백이 이례적이며 ‘형제의 난’ 2라운드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109년 전통의 두산은 형제들의 우애와 깨끗한 경영으로 타 기업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형제간 불화로 어느 날 갑자기 과거의 부실경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놀라움이 앞선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형제들이 경영의 허물을 서로 덮어주었다는 얘기밖에 더 되는가. 진정성을 의심받는 폭로가 이어진다면 두산은 전통과 일류기업이란 명성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두산의 분식회계 고백이 진실을 밝혀 클린 컴퍼니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든, 형제 경영인에게 타격을 주려는 것이든, 기왕에 고발과 고백이 이루어진 만큼 검찰과 금융당국은 그 진위를 명명백백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가족경영에 따른 기업비리의 은폐는 해당 기업의 신뢰 실추와 주주·종업원은 물론이고 국가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힌다는 점에서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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