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읽는책] 정보조작의 실태
‘우리를 믿으세요, 우리는 전문가랍니다!(Trust us,we’re Experts!)’사회와 산업이 복잡해지면서 갈수록 전문적이고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과학과 기술, 환경 등에 대한 논란거리들이 미디어를 통해 나올 때마다 일반 대중은 올바른 해답을 찾기 쉽지 않다. 이럴 때면 권위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그러나 우리가 전문가라고 부르는 그들은 과연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비영리단체인 ‘미디어민주주의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존 스토버와 셀던 램튼이 쓴 ‘거짓 나침반’(시울 펴냄)은 ‘거대 기업과 전문가들은 어떻게 정보를 조작하는가’라는 부제에서 보듯, 자본주의의 바탕인 기업들과 전문가들이 결탁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치 범죄 기소장을 작성하듯 기업과 홍보회사, 전문가들의 커넥션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저자들은 거짓 나침판을 들고 대중을 속이는 상황을 3가지로 분석한다.‘기만의 시대’에서는 홍보회사와 기업들이 어떻게 우리의 실재(實在)를 다시 만들고, 우리의 동의를 조작하며, 우리의 돈을 빼앗고, 나아가 우리의 삶까지 바꿔버리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홍보산업은 대중 스스로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기업·전문가들과 손잡고 대중의 인식과정 자체를 조작한다. 정부의 반독점 보호조사에 위협을 느낀 마이크로소프트를 옹호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활용한 에델만PR월드와이드의 전략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제3자 기술’의 대표적인 예다. 홍보에 가려진 기업들은 이윤 추구에 집착하면서 개별적인 위험과 전체 사회의 혜택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강제한다.‘위험한 산업’에서 저자들은 홍보와 결탁한 기업의 산업활동이 민주주의와 정의의 원리를 배신하면서 결국 공동체의 안전에 해를 가하고 미래까지 저당잡으려는 과정을 폭로한다. 규폐증의 위협이 안전한 것이라고 주장한 기업들, 유전자 조작에 대한 기업들의 이중적인 모습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거대 기업에 포섭된 과학과 기술, 즉 ‘전문지식산업’에서는 정치 이데올로기와 돈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문가들이 기업 등 이익집단과 결탁해 받는 특혜를 꼬집는다. 기업과 홍보, 전문가들의 커넥션에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대중은 이들의 잘못된 권위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저자들은 과학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예방 원리에 입각해 합리적인 논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1만 8000원.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