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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처녀 애배고“할말많다”

    성처녀 애배고“할말많다”

    『「아일랜드」의「잔·다르크」가 임신을 했다 』 - 그렇잖아도 심심찮게 세계의 화제에 오르내리는 영국의 처녀 하원의원「버나데트·더블린」 양(22)이 가을에는 아버지 없는 엄마가 되겠다고 스스로를 폭로해, 본바닥 「아일랜드」와 영국은 고사하고 온 세계에 다시 한번 「쇼킹」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핫·팬츠」로 의사당 휩쓸고…약한자의 대변자를 자부 북「아일랜드」의 「쿠크스타운」빈민가에서 태어나 여자대학생의 몸으로 쟁쟁한 상대후보의 경쟁을 물리치고 겨우 21살의 나이에 영국 하원의원의 자리를 차지한 것만도 영국의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거니와 신사중의 신사만 모이는 「신사의 나라」의 의사당에서 휘파람을 불며 복도건 어디건 마구 뛰어다니기가 일쑤. 그런가 하면 「미니」나 「핫·팬츠」차림으로 느닷없이 나타나 품위를 자랑하는 다른 의원들의 눈둘바를 모르게 만드는 말괄량이 의원도 영국의회 사상으로는 처음있는 일이다. 술·담배가 또한 보통이 아닌 「헤비」급. 북「아일랜드」가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종교분쟁으로 온통 폭동의 거센 바람속에 가랑잎처럼 밀려다닐 때, 「데블린」양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에 대항하여 「가톨릭」계의 군중을 선두에 나서서 지휘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이 「아가씨 투사」의 팔짓 발짓의 몸짓 하나하나도 모두가 의표를 찌르는 일들 뿐이라 자연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 비록 가난한 목수였지만 「아일랜드」의 자유와 통일을 염원하고 또 그러한 행동에 가담하기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어렸을때부터 「데블린」양에 배어들어 12살 때는 벌써 「반역의 시」를 불러 정치적 항의 행동의 첫발을 내디뎌 「투사」로서의 소질을 보이기 시작했다. 북「아일랜드」와 남「아일랜드」의 분할,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세기를 걸쳐 내려오는 숙명적 대결, 언론과 집회를 제한하는 특별권한법, 언제까지나 헤어날 아무런 보장도 없는 서민들의 가난-이런것들이 하나하나 「데블린」양의 과격한 마음에 불을 질러 폭발적 행동을 치닫게 만들었다. “의원(議員)은 정치문제만 대표…사생아 배건말건 개인(個人)일” 타고난 웅변을 종횡으로 휘둘러「벨파스트」대학에 들어가자 이미 학생지도자의 하나로 꼽혔다. 이후로의 「데블린」 양의 생활은 정치집회와 데모의 연속이었다. 능란한 말주변과 지칠줄 모르는 행동력은 희망없는 나날을 지내는 「가톨릭」계통의 빈민들에게 꿈을 심어줬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잘 살수 있는가』그들은 환호속에 「데블린」양을 지도자로 삼았고 성녀(聖女)로 따르기조차 하게 된 것이다. 이번의 「성녀임신」소식은 「아이리시·타임즈」의 여기자가 「데블린」양과 「인터뷰」한데서 명백해진 것인데, 이에 따르면 「데블린」양은 올 2월에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기가 나아갈 길을 결정할때까지 침묵을 지켜 왔다는 것. 이제 마음이 서서 세상에 털어 놓는다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 기르려고 했어요. 낙태는 도의상 할수없어요. 아버지가 누구냐고요? 그것은 밝힐 수 없죠. 왜 밝힐수 없느냐는 것도 말할수 없어요』-서슴없는 태도다. 『의원은 정치문제를 대표할 따름이며 도덕적인 문제는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겠어요? 의원도 사람인 이상 아이를 낳는 법. 그것이 사생아건 뭐건 상관할건 없다고 생각해요』-그녀다운 배짱이다. 물론 자기로서도 도덕적인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단다. 『「가톨릭」에서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사생아의 딱지를 붙여 차별하려고 드니 그런 모순이 어디있어요. 왜 죄가 아기한테 있어요. 있다면 부모지요』 사생아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대학 2학년 때 학생토론회에서 당당한 이론을 펼친적이 있다. 이번의 「임신」은 그 실천에 불과한 것. 『사람은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의 기본적인 성도덕에 대해 놀랄만큼 모르고 있어요. 모두가 인습에 사로잡힌 옹고집이란 말예요. 자유연애는 인정하지만 사생아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모순이 어디있을까요』 「데블린」양은 결혼도 않지만 의원직도 그만두지 않겠단다. 더구나 다음 선거에도 출마하겠다니…. 지지자가 「가톨릭」신자들이라 그들의 엄격한 윤리관에 비추어 이번 일이 용납이 될는지 다음 선거에서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겠지만 장본인인 「데블린」양 생각으로는 별로 타격을 받을 것 같지 않다는 눈치. 「데블린」양의 자서전적인 저서『내 영혼의 가치』를 들춰보면 곳곳에 의회의 타락과 무능을 꼬집고는 자기는 국회의원에의 매력도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연애를 인정한다면 사생아(私生兒)도 인정해야 마땅” 『북「아일랜드」문제가 「웨스트민스터」에서 토의되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선거구에 관심이 없는 의원들, 이권과 지위만이 그들에게는 보물, 의회란 그들의 사교「클럽」입니다. 내가 「아일랜드」를 위해 해준 것은 겨우 벽촌에 우체통 하나를 설치해준 것 뿐예요. 정치란 나에게는 알 수도 없는 「게임」, 내가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의를 찾자면 「아일랜드」의 비참한 현상위에 이득을 노리는 정객들이 내 자리를 못차지하게 하는 것 뿐입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놓고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반응은 어떤가. 「데블린」양의 지지파, 중부 「얼스터」독립사회주의자 기구에서는 『얼마나 용기있는 일인가, 역시 「데블린」양은 경탄할만 하다』고 즉각 성명을 발표하곤 공민권운동측의 선동적 악선전을 막기위해 「데블린」양을 북「아일랜드」수도로 불러 재신임을 다짐했다. 「웨스트민스터」사원의 대변인은 『누가 이런 궁지에 몰리더라도 교회는 변함없는 신의 사랑을 내릴뿐』이라고 자못 관용이다. 「데블린」양의 앙숙인 「프로테스탄트」의 지도자 「이안·페이즐리」목사마저도 『죄없는 자만이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하는 예수님의 말씀이외엔 할말이 없소』 식이다. 환호를 지르며 갈채를 보낸 것은 역시 「아일랜드」의 「우먼·리브」. 『어젯 밤을 기해 결혼 않은 엄마의 수치심은 적어도 「아일랜드」에서는 죽어버렸다』 스스럼없이 정치집회에 나온 「데블린」양의 아랫배는 아닌게 아니라 엄마가 될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Q> [선데이서울 71년 7월 18일호 제4권 28호 통권 제 145호]
  • 美 민주당 지자체장 또 性스캔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스캔들이 이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인터내셔녈 헤럴드트리뷴,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크웨임 킬패트릭 (38) 미 디트로이트 시장이 위증과 사법방해, 공무상 비리 등 자그마치 열두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2일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가 성매매로 사퇴한 데 이어 민주당으로선 또 악재를 만났다. 킬패트릭 시장은 2001년 31세의 나이에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돼 개혁작업 등 지도력을 발휘,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스피처 전 주지사와 엇비슷하다. 특히 힐러리 측근인 스피처와 달리 오바마를 지지한 점에서 민주당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러나 오바마 진영은 이를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킬패트릭 시장은 2002∼03년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동갑내기 크리스틴 비티와 불륜을 저질렸다는 혐의가 짙어지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일로 비티 전 실장은 사직했지만 두 사람 모두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며, 이들의 간통 사실을 증명할 만한 적절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아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해 초 일간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가 두 사람이 주고받은 1만 4000여건의 문자 메시지를 확보해 내연 관계를 증명할 만한 단서라고 폭로하면서 킬패트릭 시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다시 불붙었다. 이에 디트로이트 검찰은 24일 킬패트릭 시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비티 전 실장과 함께 기소했다. 이들을 기소한 킴 워시 검사는 “이번 사건은 개인 프라이버시로 다뤄질 범위를 벗어났으며 사법체계의 권위와 신뢰도에 얽힌 문제”라고 말했다. 패트릭 시장은 “모든 사실이 공개되면 의혹을 깨끗이 벗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면서 “나는 오로지 디트로이트 발전 방향 모색에 계속 집중하겠다.”고 사임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킬패트릭 시장은 유죄가 입증될 경우 시장직 사임은 물론 길게는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다. 디트로이트 시의회가 킬패트릭 시장의 퇴진을 결의하는 등 스캔들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미국 언론은 내다봤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檢 “총선 3M사범 끝까지 추적”

    檢 “총선 3M사범 끝까지 추적”

    이번 총선에서는 인터뷰나 여론조사를 빙자해 특정 후보를 이롭게 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등 미디어를 활용한 부정선거 사례가 집중 단속된다. 대검찰청은 24일 전국 공안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이번 총선을 돈안드는 깨끗한 선거(money-free),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공정한 선거(matador-free), 군소 미디어의 부정선거행태가 사라지는 선거(media abuse-free) 등 이른바 ‘3M 선거’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금품선거·거짓말선거·군소미디어 부정선거 사범은 선거 이후에도 배후조종자를 추적해 끝까지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지목한 군소 미디어 부정선거 유형은 ▲인터뷰 또는 우호적 기사 게재를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선거에 편승해 정기간행물을 등록하는 언론 브로커 행태▲여론조사를 빙자한 정치컨설턴트의 사전선거운동 등이다. 검찰은 또 이번 총선에서 근거없는 네거티브나 익명성을 악용한 흑색선전, 무책임한 폭로와 허위사실 확대 등 거짓말 선거사범은 피해자의 고소 취소 여부와 상관없이 철저하게 수사키로 했다. 특정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선거사범에게는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선거사범의 고무줄 구형 시비와 이에 따른 선거 중립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확정한 ‘선거사범 구형 기준’을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선거범죄를 금품, 불법·흑색선전, 폭력, 비용 등 4가지 유형별로 1∼30등급으로 구형 기준을 나누고 범행횟수와 범행내용, 동기, 가담정도, 범죄경력 등 다양한 양형인자를 적용해 등급을 가감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거짓말사범은 기본등급이 ‘벌금 100만∼150만원 구형’의 7등급이다. 총선 후보 A씨가 상대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가중 6)으로 상대 후보가 전과가 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회견(가중 1)을 열었다면 A씨는 7개 등급의 가중치가 붙어 14등급(벌금 500만원 또는 징역형)에 해당된다. 벌금형은 1등급부터 20등급까지, 징역형은 12등급부터 30등급까지 적용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9) 찰스 호히 아일랜드 前 총리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9) 찰스 호히 아일랜드 前 총리

    |더블린(아일랜드) 김태균특파원| 아일랜드는 ‘경제 기적(奇蹟)’이란 게 무엇인지 현실에서 보여준 살아있는 표본이다.‘서유럽의 병자(Sick Man)에서 켈틱 타이거(Celtic Tiger·켈트의 호랑이)로’,‘후진 농업국에서 선진 지식강국으로’ 등 다양한 변화의 수사(修辭)가 아일랜드에 따라붙는 이유다. 기적의 중심에 1987년부터 92년까지 총리(티샤흐)를 지냈던 찰스 호히(Charles Haughey)가 있다. 호히는 87년 3월 전체 의석의 과반이 안되는 ‘여소야대(與小野大)’로 3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했다.‘피나 폴(공화당)’의 당수로 이미 79∼82년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냈던 그는 당시 경제파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업률 17%의 ‘만신창이 경제´ 경제는 만신창이였다. 직전 해인 86년 실업률은 17%나 됐고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80년대 연 평균 국가 총 파업일수는 36만여일(개별공장 파업의 총합)이나 됐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를 넘어서 정부는 예산의 35%를 이자 갚는 데 쏟아부었다.73년 가입한 유럽경제공동체(EEC) 회원국들은 아일랜드를 EEC의 지진아로 여기고 있었다. 호히는 재정 건전화와 사회안정,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외국자본 유치 등을 경제회생의 실천목표로 잡았다. “국가재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공공서비스가 약화돼도 어쩔 수 없다.” 무자비할 정도의 정부예산 삭감이 시작됐다. 교육·농업·사회복지가 초긴축 재정의 1차 타깃이었다. 공무원 수와 그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정부지출을 억제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이를 통해 저금리를 유도함으로써 기업환경과 해외자본 유입을 활성화하자는 생각이었다. 그해 10월에는 노조, 기업, 농업 등 각계 대표들을 한 자리에 불렀다. 정부가 세금을 내릴 테니 기업은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해 경제회생에 동참하라고 설득했다. 산고 끝에 첫 번째 사회연대협약인 ‘국가재건프로그램(PNR)’에 합의가 이뤄졌다.3년간 임금인상률 2.5% 이내 제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외자 유치로 내부 성장동력 확충 호히는 동시에 더블린의 부두가(도크랜드)에 ‘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C)’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해외 금융자본 유치를 통해 내부 성장동력을 확충하겠다는 뜻이었다. 과거 제조업체에 한해서만 10%의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던 해외자본 유치 인센티브를 IFSC에 입주하는 외국 금융기관에도 적용했다.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다. 현재 IFSC에는 시티그룹, 코메르츠방크,ABN암로,JP모건, 메릴린치 등 전 세계 450개 금융기관이 들어와 1만명이 일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촉진법 제정, 외국자본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 외환규제 철폐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도 만들어갔다. ●작년 GDP 5만8883달러… 영국 압도 이런 노력 덕에 지난 20년간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GDP 증가율은 86년 0.4%에서 88년 3.0%,90년 7.7%로 급격하게 안정을 찾았다.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외자유치 효과가 본격화하고 지식산업의 성장이 가속화하면서 95년 9.6%,97년 11.5%,99년 10.7%로 성장률이 더욱 뛰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발표기준 아일랜드의 1인당 명목 GDP는 5만 8883달러로 800년간 식민통치를 했던 영국(4만 5301달러)을 압도했다. 유럽에서 아일랜드보다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뿐이다. 과거 호히와 함께 근무했던 조지 쇼 총리실 경제정책국장은 “호히의 업적은 외자유치, 규제완화 등 미래를 내다본 정책에도 있지만 더욱 큰 것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람들을 경제회생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도록 인도하고 조정해 간 특유의 추진력과 카리스마”라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국민 모두가 함께 일군 경제회생 |더블린 김태균특파원|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면 우리(야당)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지 않겠다. 또 올바른 정책이라면 우리가 다시 집권해도 이를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해 3월에 집권한 찰스 호히의 ‘피나 폴(공화당)’이 경제개혁 방안을 하나 둘 내놓고 있던 1987년 9월2일,‘피나 게일(민주연합당)’의 당수 알란 듀크스는 더블린 남부 탈라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 이른바 ‘탈라 선언’.1922년 ‘아일랜드 내전’(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북아일랜드 처리 문제를 놓고 아일랜드인끼리 벌인 전쟁)에서 맞붙은 이후 계속된 양측간 극심한 대립이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는 호히의 선제적 유화책도 중요한 이유가 됐다. 호히는 자기가 총리가 되기 직전 집권당이었던 피나 게일의 정책들을 대부분 이어받았다. 야당시절 반대했던 정책들조차 일부 실행에 옮겼다. 해묵은 정쟁은 경제파탄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판단이었다. 호히가 경제 최우선 정책의 돛을 올렸어도 야당과 기업·노조·농민 등의 호응이라는 순풍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적은 없었을지 모른다. 특히 야당의 도움은 결정적이었다. 여당이 공공지출 삭감과 임금인상 억제 등 인기없는 정책을 펼 때 이를 정권탈환에 이용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여당을 도왔다. 이때 수립된 전통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됨으로써 아일랜드 경제에 대한 안팎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3년에 한번씩 사회연대협약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노·사·정이 보여준 양보와 합의의 미덕도 귀한 밑거름이 됐다. 임금인상·근로조건 등을 둘러싼 노·사 이견으로 사회연대 시스템 자체가 깨질 뻔한 상황이 여러번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며 정부의 중재를 수용해 원만한 타결을 지었다. 존 던 아일랜드 상공회의소장은 “사회연대협약은 여당과 야당, 기업과 노조 등 개별주체들이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windsea@seoul.co.kr ■ 찰스 호히는 누구? |더블린 김태균특파원|찰스 호히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자국에서는 ‘지난 반세기 가장 강력한 아일랜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 호히를 논할 때면 항상 ‘카리스마(charisma)’와 ‘논쟁적(controversial)’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정계의 거목으로 선진국 진입의 길목을 열었다는 평가 못지 않게 검은 돈과 여성편력 등 부정적 이미지도 강하기 때문이다. 호히는 1925년 아일랜드 북부의 낙후된 지역 캐슬바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회계학과 법학을 공부한 그는 51년 유력 정치인 숀 레마스(59∼66년 총리 역임)의 사위가 되면서 정치와 연을 맺었다.57년 33세 나이로 더블린에서 의원이 된 뒤 92년 정계를 떠날 때까지 총리만 3차례(79∼81년,82년,87∼92년) 지냈고 법무장관(61∼64년), 농업장관(64∼66년), 재무장관(66∼70), 보건·사회복지장관(77∼79년)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그의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은 세번째 총리 재임 때였지만 이 기간은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날들이었다. 그동안 누적됐던 각종 스캔들이 한꺼번에 분출됐기 때문이다. 호히는 재계 인사들과 오랫동안 청탁과 뇌물의 고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출처가 모호한 돈으로 대저택에 살면서 밤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화려한 사교생활을 했다. 여러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도 잇따라 폭로됐다. 풍자만화가들은 호히를 딸기코의 알코올 중독자나 호색한으로 자주 묘사했다. 91년에는 10년 전 언론인 도청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정부각료들이 일제히 등을 돌리면서 호히는 92년 2월 불명예스럽게 정계를 떠났다. “나는 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지만, 그들은 모르네. 더 이상은 그만…” 호히는 마지막 의회 연설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 나오는 주인공 오셀로의 마지막 대사를 인용했다. 호히는 2006년 6월13일 80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일랜드 정부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러주었다. windsea@seoul.co.kr
  • 자축행사 없는 삼성 창립 70주년

    삼성그룹이 22일로 고희(古稀)를 맞는다. 고(故) 이병철 창업주가 1938년 3월22일 ‘삼성상회’라는 식품점을 대구에서 차린 지 딱 70년 되는 날이다. 하지만 서울 태평로2가 그룹 본사의 분위기는 차갑고 무겁다.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이에 따른 수사 등 창사 이래 가장 어지러운 상황을 맞은 탓이다. 전·현직 최고경영진에 이어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까지 검찰조사를 받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축(自祝)은 생각할 수도 없다. 삼성그룹은 2006년 말 기준 매출 152조원, 순익 14조원으로 다른 그룹들과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국내 부동(不動)의 1위 기업이다.59개 계열사에 25만명이 고용돼 있고 브랜드 가치는 170억달러, 주식 시가총액은 140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SDS, 제일기획 등 대부분 주력기업들이 해당 업종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출은 2006년 기준 700억달러로 국내 전체의 21.5%를 차지했다. 성장 초기 선망의 대상이었던 일본 대표기업 소니를 이미 브랜드가치와 시가총액에서 제쳤다. 삼성그룹이 1950년대 이후 보여온 사업영역 확장은 규모와 속도 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삼성은 제일제당(53년 창업)과 제일모직(54년) 등 경공업 중심에서 63년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인수와 69년 삼성전자공업(현 삼성전자) 창업을 통해 현재 그룹의 주력인 금융과 전자사업을 시작했다.74년 삼성중공업·삼성석유화학 등 중화학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78년 삼성반도체,82년 삼성반도체통신 등으로 첨단산업 진출의 씨앗을 뿌렸다. 그룹 관계자는 20일 “경공업-중화학공업-전자업-정보기술(IT)로 이어지는 삼성의 선택은 한국의 기업사와 궤적을 함께한다.”고 말했다. 87년 이건희 회장 취임 이후 삼성그룹은 88년 ‘제2창업’,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등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빠르게 확보했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97년 외환위기,2002년 대선자금 수사,2005년 안전기획부 ‘X파일’ 사태와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발행 수사 등 그간 숱한 고비를 넘겨왔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전과는 다르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개혁 촉구, 특검의 강도높은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도 삼성중공업이 연루됐다. 삼성그룹은 이번에 70주년 기념식이나 임직원 포상 등을 일절 하지 않기로 했다.‘삼성 70년사’ 발간 작업도 중단했다. 지난해 말 이 회장 취임 20주년 기념식이나 올초 시무식 취소와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4월 특검 수사가 끝난 뒤 ‘그룹 쇄신안’을 내놓는 것을 추진 중이다. 삼성 관계자는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높은 대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이 ‘제3창업’에 버금가는 대결단으로 이번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갈지 주목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S해운 로비수사 특수부로 재배당

    검찰이 해운업체 S사 로비의혹 사건의 수사 부서를 부정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특수부로 재조정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정·관계 고위 인사의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정 전 비서관의 전 사위이자 S사 이사 출신인 이모(35)씨의 폭로로 촉발된 S사 로비 의혹 사건의 수사 부서를 ‘조사부’에서 ‘특수2부’로 바꾸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기인사로 인한 수사검사 교체, 사건의 난이도 등을 감안해 부패 범죄 수사와 금융거래 조사 전담부서인 특수부로 사건을 넘기기로 했다.”면서 “S사 로비 자금의 흐름을 쫓아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일요영화]월 스트리트

    [일요영화]월 스트리트

    ●월 스트리트(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40분) 총성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월스트리트 증권가를 무대로 펼쳐지는 할리우드판 ‘쩐의 전쟁’. 올리버 스톤 감독이 당초 영화의 제목을 ‘탐욕’이라 붙일까 고민했을 정도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도덕성을 조명하는 데 주력한 작품이다. 주식 브로커 버드 폭스(찰리 쉰)는 이제 갓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야심만만한 청년이다. 한편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는 가진 것도 없이 오로지 돈에 대한 탐욕과 욕심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금융 전문가이자 기업 사냥꾼이다. 버드는 자신의 우상이자 증권가의 큰 손인 게코에게 접근해 관심을 끌고 마침내 게코 밑에서 일을 배워 금세 많은 돈을 손에 쥐게 된다. 버드는 이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코를 보며 잠시 회의에 빠지지만, 큰 돈을 만지는 재미에 빠져 서서히 게코의 방식에 물들어 간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버드의 아버지 칼 폭스(마틴 쉰)가 근무하는 항공회사인 블루스타 때문에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버드는 블루스타를 구하기 위해 게코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게코는 회사를 팔아버릴 계획을 세운다. 게코의 의도를 눈치챈 버드는 게코의 라이벌인 로렌스와 손잡고 주가를 조작해 게코에게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히고 블루스타를 구한다. 그러나 버드는 다음날 주식거래법 위반으로 체포되고, 검찰측 증인이 되어 게코의 불법 거래 사실을 폭로한다. 1980년대 실화 ‘정크 본드(Junk Bond) 내부거래 스캔들’에서 소재를 따온 이 영화는 찰리 쉰, 마틴 쉰 부자(父子)가 나란히 극중 아버지와 아들 역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증권가의 냉혹한 검은 손을 열연한 마이클 더글러스는 88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인생의 전환점을 찍었다. 영화 속 게코는 현존하는 증권가 거물을 모델로 한 캐릭터로, 많은 금융전문가들이 그 협상법을 분석해 교본처럼 삼을 만큼 반향이 컸다. 대사 또한 월스트리트의 실제 인물들이 주로 했던 말들을 토대로 재구성됐다. 거기에 더 흥미로운 사실 하나. 올리버 스톤 감독은 증권 브로커 출신인 아버지 덕분에 더욱 신랄하고 생생히 작품을 묘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톤 감독은 극중 전화를 받는 주식거래자의 한 명으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126분.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박영선 의원이 김경준 도왔다”

    박영선 통합민주당 의원이 BBK 주가조작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을 통해 김씨를 도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하지만 박 의원과 김씨는 이같은 증언을 전면 부인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윤경)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씨의 LA연방구치소 수감동료였던 신모씨가 변호인쪽 증인으로 출석해 “김씨가 ‘한국에 송환되면 나는 불구속으로 호텔에서 수사를 받을 것이다. 누나 에리카 김이 박영선 의원과 국정원 등과 얘기를 해놨다.’고 자랑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나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국정원 직원에게서 도움을 받고 있다. 이명박을 (대통령 선거에서)낙선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신씨는 주장했다. 신씨는 1998년 국내에서 강도상해를 저지른 뒤 미국으로 달아났다가 붙잡혀 2006년 10월부터 1년간 김씨와 함께 수감생활을 했고, 김씨가 지난해 11월16일 송환되기 20일 전인 10월25일 먼저 국내에 송환됐다. 신씨는 또 당시 김씨가 “한국에 가서 김백준과 미국 검사 존 리가 나의 국내 송환을 방해했고, 내가 BBK가 이명박 후보 소유임을 입증하는 이면계약서를 갖고 있다고 폭로해 달라. 이명박 낙선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변호사도 선임해 주고, 가석방도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교도소로 송환된 직후인 11월9일에는 이모 변호사가 교도소로 찾아와 “나는 대통합민주신당 사람이다. 무료로 변론도 해주고 2억원을 주겠으니 미국에 있을 때 김씨와 얘기했던 것을 말해주면 기자회견을 열어 외부에 알리겠다.”고 말했다고 신씨는 진술했다. 이 변호사가 3차례 찾아왔지만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의원쪽은 “에리카 김이나 김경준씨 등과 단 한 차례도 접촉한 적이 없다.”면서 “허위 증언한 신씨를 위증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도 “미국 구치소에서 개인변호사도 있고, 언론과도 자유롭게 인터뷰할 수 있는데 뭐하러 신씨에게 이면계약서 폭로를 부탁하겠느냐.”며 신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20&30]사내 왕따·은따들의 이야기

    [20&30]사내 왕따·은따들의 이야기

    ■그들이 ‘왕따’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왕따 자처한 ‘처세의 달인´들 한 시중은행에 다니는 정모(29·여)씨는 40대 중반의 영업팀장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직장 동료들은 그를 ‘왕미남´이라고 부른다.‘왕에 미친 남자´의 줄임말이다. 골프장에서 상사가 그날따라 골프공이 잘 맞지 않자 “그게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라고 했다는 팀장의 일화는 전설이다. 횡단보도에서 상사와 차 사이에 서서 손으로 막으면서 행여나 상사가 다칠까봐 신경쓰는 모습이 부하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다.“결국 그 영업팀장은 우리에겐 수치스러운 존재로 낙인 찍혀 스스로 왕따가 됐습니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30)씨의 소속 부장도 비슷한 케이스로 왕따가 됐다. 박씨의 부장은 ‘처세의 달인´으로 통한다. 윗선에서 입김을 불면 마치 태풍이 분 듯 행동한다. 부하 직원들의 얘기보단 윗선의 성향에 따라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서 더 유리할지부터 머리를 굴려 판단하고 행동하는 바람에 부하 직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때문에 부하 직원들은 부장과의 식사 자리는 웬만하면 피한다.“점심 시간이 되면 사내 메신저로 대충 약속을 정한 뒤 마치 각자 약속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흩어지죠. 부장도 그걸 알까 모르겠네요.” 김모(29·여)씨가 다니는 한 외국계 회사의 만년 40대 과장은 정반대의 이유로 왕따가 됐다. 그는 외국계 회사 근무의 필수인 영어 능력이 모자란다. 게다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필수적인 친화력과 유머도 없다. 때문에 직원들은 과장과 밥도 먹으려 하지 않고 근무와 관련된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슬픈 건 그 과장 역시 그 사실을 안다는 것.“한 번은 ‘나도 왕따 당하고 능력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아이들 등록금 때문에 회사 끈질기게 다녀야 한다.´고 하더군요. 동정심이 일었는데 막상 또 같이 있으면 짜증이 샘솟아요.” 회사원 류모(27·여)씨는 한 살 많은 여선배가 ‘은따(은근히 따돌림)´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그 선배는 상사들에게는 예의 바르고 늘 상냥해 능력에 걸맞지 않은 큰 일을 따내는 유형이다. 하지만 능력이 모자라다 보니 위에서 압박을 받은 만큼 아래로 토해낸다.“후배들을 압박한 뒤 기대대로 못해 오면 온갖 히스테리를 부리고 후배의 후배가 있는 자리에서도 짜증을 내곤 해서 다들 몸서리를 쳤죠. 결국 저희 동기 10여명이 모두 선배를 메신저에서 삭제했고 선배의 전화가 와도 다 통화 상태가 좋지 않은 척하며 전화를 잘 받지 않아요.” ●종교에 심취해 회사업무 나몰라라 공기업에 다니는 윤모(31)씨의 부서 차장은 종교 때문에 왕따를 당한 경우다. 한 소수 종교에 심취한 차장은 가끔 지하 복도에서 이유없이 어슬렁거리고 혼자 중얼거리며 논다.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눈빛이 이상해 어떤 동료들은 “변태 같다.”며 피하기도 한다. 게다가 사내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려 하지 않아 완전히 눈 밖에 났다. 업무 능력도 뛰어나지 않다 보니 결국 차장의 자리는 자연스레 ‘섬´이 됐다.“다들 다른 부서로 갔으면 하고 바라는데, 다른 부서에서도 서로 받지 않겠다고 해요. 그냥 어쩔 수 없이 왕따시키는 거죠.”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0)씨 회사의 한 과장은 학력과 경력 콤플렉스 때문에 결국 왕따로 발목 잡힌 경우다. 유명대 출신이 즐비한 대기업에서 과장은 예체능 계열 대학을 나왔다는 점에서 일단 소외됐다. 게다가 회사에서 추진하던 신규 사업이 애매모호하게 사라지고 그 사업을 위해 채용됐던 사람들이 고용승계되면서 한 자리를 겨우 차지하게 됐다. 회의를 해도 업무 파악이 느린 점이 학력 탓이 됐다. 대리급 직원들이 깔보고 대들기도 했고 시킨 일을 태업하면서 상사에게 야단맞게 만들기까지 했다.“과장은 상사에게 야단맞으면서도 그저 ‘예, 예.´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공기업에 다니는 박모(29)씨 부서의 전 과장도 왕따를 당하다 지난해 초 결국 지방으로 인사이동 조치됐다. 그는 업무 능력도 뛰어나고 머리도 좋으며 동료들의 기념일이나 행사도 잘 챙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늘 미묘한 분위기에서 눈치 없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는 바람에 결국 눈 밖에 났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의 어깨를 툭툭 치고 다니며 친한 척하는 바람에 좋지 않은 소문이 났고, 일찍 결혼한 상사를 두곤 “사고 쳐서 일찍 했대.”라며 민감한 소문을 스스로 퍼뜨리고 다니기도 했다. 결국 직원들의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게 됐고 윗선에도 보고가 되는 바람에 전출 조치를 당하고 말았다. ●여성들의 잔인한 복수, 은따 여성들이 많은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왕따가 있다. 간호사 박모(27·여)씨가 다니는 대학병원은 살벌하다. 잘난 척하는 동료 간호사 한 명을 철저하게 왕따시켰다. 그 간호사는 늘 누구를 달래는 듯한 말투로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때문에 어떤 동료는 “다른 사람에겐 몰라도 나한텐 말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시비를 걸었다. 모두가 그 간호사에게 등돌리고 서서 “저리 가라.”고 떠밀어도 그 간호사는 “저한테 관심 있어서 그런 거죠.”라며 투정을 부려 도리어 화를 돋우고 만다. 결국 지역 병원으로 이동하게 됐지만 조만간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에 모두 몸서리를 치고 있다.“응급의학과에서 초동 처리를 할 때 빠른 속도가 필요한데 그 간호사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서 뭐라고 하면 오히려 어른이 아이를 달래는 듯 대꾸하는 거예요. 일을 못하면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라도 하든지, 원.” 외국인 직원이기 때문에 왕따당한 경우도 있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모(27·여)씨는 동료들과 함께 중국인 신입사원 주모(29)씨를 따돌림시켰다. 한국말이 서툰 주씨는 입사하자마자 선배들에게 반말을 하며 상사처럼 ‘명령 하달´을 해 “싸가지가 없다.”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정서도 맞지 않는 데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 회사 생활을 견디지 못한 주씨는 결국 6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하지만 주씨는 ‘보복´을 잊지 않았다.“회사를 그만두면서 사장에게 그동안 괴롭혔던 사람들과 회사에 대한 불만을 낱낱이 폭로하고 나가 한동안 회사 사람들이 곤욕을 치렀죠.” ●“내가 설마 왕따일 줄은…” 직장인 김모(26)씨는 왕따가 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랜 준비 끝에 원하던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째.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무조건 열심히 했다. 상사 말에는 절대 복종하고, 시키지 않는 야근도 자청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일까, 상사는 그런 그를 예쁘게 봐주지 않았다. 입사 동기와 자신을 비교하며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나.”라고 핀잔주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김씨는 상사가 입사 동기를 편애하는 것이려니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퇴근을 하려는데 상사가 뒤에다 대고 “OO씨는 술 잘 안 마시지. 그럼 우리끼리 회식간다.”고 선언했던 것. 상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료들은 가방을 메고 사무실을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김씨는 자신만 빼고 부서 사람들이 회식을 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제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성격이 밝고 싹싹해서 어디서나 예쁨을 받았거든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이재훈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잘 어울리지 못해서 따돌림 당한적 있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은 사내에서 왕따를 당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20∼30대 직장인 953명에게 ‘직장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30.7%가 ‘있다.’고 답했다. 왕따를 당한 이유로는 23.5%가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라서’를 꼽았다. 다음으로 ‘이유를 모르겠다.’(14.0%),‘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편이라서’(12.3%),‘업무상 실수를 많이 해서’(10.2%),‘이상한 소문이 퍼져서’(9.9%) 순이었다. 왕따를 당한 방법(복수응답)으로는 ‘대화 거부’가 45.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 비협조’(37.9%),‘인사·말 등 무시’(31.1%),‘모욕적인 언행’(21.5%),‘허위소문 유포’(20.8%),‘혼자 식사’(19.8%) 등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왕따를 당할까. 왕따를 당하는 직원의 유형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2.2%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람’(31.9%),‘독단적인 사람’(31.6%),‘잘난 척하는 사람’ (26.1%),‘책임회피를 잘하는 사람’ (25.0%) 등이 있었다. ‘왕따를 당한 뒤 어떤 점이 달라졌나.’(복수응답)라는 물음에는 41.6%가 ‘인간관계에 신경을 쓰게 됐다.’고 답했다. 또 35.5%가 ‘애사심이 떨어졌다.’,32.8%가 ‘소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라고 답했으며,‘우울증을 겪었다.’고 답한 사람도 32.4%나 됐다. ‘왕따를 당한 뒤 어떻게 대응했나.’라는 질문에 43.4%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22.2%는 ‘고치려고 노력했다.’고 답한 반면 13%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반발했다.’고 답한 비율은 4.1%에 그쳤다. 이재훈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프로슈머 시대의 기사쓰기/금희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프로슈머 시대의 기사쓰기/금희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

    지난주 서울신문의 많은 지면을 장식한 뉴스는 새 정부의 내각인선 파동, 총선공천 갈등, 물가불안과 무역적자 등이다. 다른 중앙 일간지들의 지면을 살펴봐도 중요하게 보도한 사안들은 비슷하다. 새 정부 구성, 총선, 경제문제 등은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언론이 뉴스가치를 부여하고 비중있게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 입장에서 이번 주는 유난히 그러한 기사들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지난 대선부터 이어져온 도덕성 검증과 폭로 그리고 정치공방이 지면을 너무 오래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간지마다 같은 사안을 비슷한 프레임으로 다루는 상투적인 기사들을 읽으면서 언론학자들이 우려하는 신문의 위기를 신문사에서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독자들은 과거와 전혀 다른 복잡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신문 기사를 접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신문사뿐 아니라 방송사, 통신사, 인터넷 언론, 국정브리핑 등 족히 수백 개의 정보원에서 쏟아지는 뉴스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터넷TV(IPTV)를 통해서도 다양한 언론사의 신문보기 서비스, 지난 방송뉴스 보기, 인터넷 사이트 검색이 한꺼번에 가능하다. 콘텐츠 무한경쟁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독자들은 신문매체를 거치지 않고도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와 함께 위기를 맞고 있는 중앙 일간지들은 영상문화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과 문화적 변화 속에서 서울신문도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발전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독자의 입장에서 기사쓰기에 관해 기자들에게 제안을 하고자 한다. 보도대상이 되는 정치, 경제, 사회적 사안을 정치인·기업인 입장이 아닌 독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을 제안한다. 새 정부 내각인선 보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내정자들의 재산, 자녀, 표절 관련 도덕성 검증을 둘러싼 정치공방이다. 야당은 폭로하고 여당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정치인들의 싸움을 구경꾼 입장에서 쓴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표절문제가 대두됐을 때, 표절이 어떤 것이고 왜 문제가 되는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의와 원칙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정치 공방을 해석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인들의 주장은 이제 신문에서 보도하지 않아도 정당 홈페이지와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브리핑자료로 충분히 알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조성됐다. 현재 신문에서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전달이 아닌 사안을 바르게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와 시각, 그리고 토론의 공간이다. 독자들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보도는 기자들의 더 많은 노력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이번 총선에서는 더 이상 경마식 보도, 네거티브 폭로가 중심이 되지 않도록 창의적 기사쓰기를 제안한다. 기자들의 적극적인 현장취재를 통해 우리 지역사회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 각각 어떤 것이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일꾼으로 어떤 인물이 적합할지 국민들이 토론할 수 있는 진정한 공론장을 제공해 주기 바란다. 캐서린 쿡(마이이어북닷컴 창업자)은 앨빈 토플러가 30년 전에 얘기한 프로슈머가 앞으로 미디어 환경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세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독자들은 더 이상 구경꾼으로 사회적 사안을 대하지 않는다. 독자들은 정보의 단순한 소비자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고 생산과정에까지 참여하고 있다. 기자들도 이제는 브리핑 자료를 가지고 책상에서 쓴 기사를 지양해야 한다. 독자들을 현장에서 취재하고 생산과정에 참여시키는 시민 저널리즘적 트렌드를 기사쓰기에 반영해야 한다. 프로슈머의 시대에 서울신문이 뒤떨어지지 않고 언론으로서 독자 영역을 구축하기를 기대한다. 금희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
  • 삼성 우울한 ‘고희’

    오는 22일은 70년 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대구에 삼성상회 간판을 내건 날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고희연’도 생략하기로 했다. 특검 때문이다. 그룹측은 “특검수사가 1차시한 연장으로 계속 진행 중인 상황에서 떠들썩하게 잔치를 열 형편이 못 된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그 어떤 70주년 기념행사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70년사 발간작업도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0월29일 김용철(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가 나온 이래 삼성은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 기념식, 새해 시무식 등을 줄줄이 취소했다. 경영 공백이 6개월 가까이 지속되면서 그룹의 위기감과 외부의 견제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의 ‘후지산케이 비즈니스i’지는 지난 7일 ‘타도 삼성전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소니와 도시바가 세계 1위로 군림하는 삼성전자 타도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연장전 돌입 삼성특검 ‘彰往察來’ 실행할까

    연장전 돌입 삼성특검 ‘彰往察來’ 실행할까

    삼성 특검팀이 수사기간을 한 차례 늘려 10일부터 30일 간의 ‘연장전´에 돌입한다. 특검팀이 또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는 수사기간 15일은 주로 사건 정리에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한 달이 특검 수사의 최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 60일을 마감하고 연장전에 돌입하는 데 대해 ‘창왕찰래(彰往察來)´라는 사자성어로 입장을 정리했다.‘지나간 것을 밝히고 미래를 살핀다´는 뜻으로 엄정한 수사를 통해 불법적 관행을 밝혀내고 같은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경영권 불법 승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 4건 가운데 가장 처리가 시급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피고발인인 ‘e삼성 사건’이다. 이 전무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하면 오는 27일로 공소시효 7년이 만료되기 때문에 그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검팀은 9개 계열사가 200여억원의 적자를 낸 e삼성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 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 같다. 손해액이 최소 50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계열사들이 입은 손해액을 정확히 추산하는 것도 급선무다. 특검 수사의 하이라이트인 이건희 회장 소환도 2차 수사기간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용철 변호사 내일 소환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인 불법 로비 의혹 수사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2차 폭로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뇌물 수수 사건은 주로 현물을 주고받아 계좌 추적 등으로도 입증이 힘들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진술 구체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유일하게 ‘혐의’를 인정한 관련자인 김용철 변호사를 11일 소환해 실마리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김 변호사가 직접 금품을 전달했다고 밝힌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가 우선적인 수사대상이다. 대선자금 및 당선축하금 제공 의혹 수사도 아직 지지부진하다. 특검 팀은 정치권에 제공된 채권의 유통경로를 쫓아 그 원천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차명계좌 이용한 비자금 운용 의혹 특검팀은 1차 수사기간 동안 저인망식 수사를 통해 최소 1300여개의 차명계좌를 확인했다.2차 수사기간에는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의 출처와 용처 파악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계열사에서 무더기로 조성된 흔적 등 비자금의 증거를 찾는 일도 관건이다. 차명계좌 추적을 통해 비자금의 용처를 파악하면 정·관계 로비 수사 등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지혜 장형우기자 wisepen@seoul.co.kr
  • “박철언 비자금 비망록·통장 관리”

    박철언 전 정무장관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 박 전 장관의 전 비서인 K씨가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가 박 전 장관의 비망록과 통장 등을 돌려주고 풀려났다는 주장이 7일 제기됐다. 서울 H대 K여교수 횡령 소송, 김호균 전 보좌관의 1000억원대 비자금 발언, 전직 은행 지점장의 200억원대 비자금 관리 등에 이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박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이날 “전 비서관이었던 K씨가 비망록을 비자금 통장 8∼10개와 함께 서울 마포에 있는 H오피스텔에서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후 문제가 생겨 박 전 장관은 2001년 K씨를 수원지검에 절도와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K씨를 구속했다. 박 전 장관은 2001년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K씨가 H오피스텔의 집기와 개인 물건을 절도했고 오피스텔 임대료를 횡령했다.”고 진술했고 K씨는 “박 전 장관의 비자금을 잘 관리해준 대가로 오피스텔을 명의 이전받은 것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의 측근들은 박 전 장관이 1991년부터 9년간 자신을 보좌한 K씨를 고소한 실제 이유는 ‘비망록과 비자금 통장’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K씨는 비자금 통장과 비망록을 한때 분실했으나 다시 찾아 박 전 장관에게 돌려주고 2심을 거쳐 보석을 통해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전 장관의 해명이 이어지면서 최근 돈 관리를 했다는 일부 측근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있어 그 저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전 장관의 비자금 규모를 폭로한 뒤 내역까지 공개할 수 있다고 벼른 모 보좌관은 이날 통화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들이 돈 흐름 정도”라고 톤을 낮췄다.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사설] 김용철씨 청문회서 당당히 밝혀라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일단 무산됐다. 여야가 함께 증인으로 신청한 김용철 변호사의 불출석을 놓고 어제 하루종일 공방만 벌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그대로 청문회를 진행하자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삼성 ‘떡값명단’을 폭로했던 김씨의 출석을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총선을 앞둔 만큼 여야 모두 당리당략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렇더라도 김씨가 국회에 나오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불만 질러놓고 팔장을 낀 채 구경하겠다는 건가. 누구보다도 법을 준수해야 할 법조인로서의 덕목도 져버렸다고 하겠다. 우리는 앞서 ‘떡값검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김씨가 삼성그룹에서 그만 한 위치에 있었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공개를 의심치 않은 탓이다. 그렇다면 김씨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나와 진상을 소상히 밝혔어야 옳았다.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국민을 경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는 삼성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이의 명단만 공개했지 구체적 정황은 대지 못했다. 김씨가 지금과 같은 자세를 고집한다면 오히려 국민적 비난을 자초할지도 모른다. 김씨가 왜 국회에 나와야 하는지의 이유이기도 하다. 김씨의 불출석 변명 역시 정의롭지 못하다.“위증 등 혐의로 고소당할 게 뻔한데 무엇하러 나가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지난해 이 사건 폭로 당시 자신부터 감옥에 가겠다고 호언했던 그다. 지금은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말의 앞뒤가 맞는다. 조준웅 특검조사에는 응하겠다는 것이 김씨의 기본 생각이다. 그런 태도라면 국회에 못 나올 이유가 없다. 김후보자에게는 돈을 직접 전달한 적도 있다고 안했는가. 청문회에 나와 로비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액수 등을 밝히기 바란다.
  • 삼성특검 ‘떡값 로비’ 의혹 본격수사 착수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6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발표한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의 뇌물 수수 의혹 및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 관리 의혹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특히 김 내정자에 대해서는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금품을 제공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되면서 김 변호사의 진술이 혐의 입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 관계자는 “사제단의 발표 내용은 김 변호사의 진술 등을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특검은 김 변호사의 진술과 제출 자료 등을 취합해 조사중이며, 필요하면 사제단의 자료도 협조받아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또 “어제 발표한 것과 같은 구체적인 진술이 이제까지 없었는데, 빠른 시일 내에 김 변호사를 불러 구체적인 진술 등을 확보하고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 “(김 변호사측이) 갖고 있는 자료를 이제까지처럼 일부가 아니라 100% 제출해 주면 수사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름이 공개된 3명의 소환에 대해서도 “일단 김 변호사를 불러 좀 더 조사해 보고 결정할 일”이라고 말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열어 뒀다. 특검팀은 또 김 변호사가 출석하면 임채진 검찰총장 등 검찰 전·현직 고위 간부가 포함된 ‘1차 폭로’ 내용에 대해서도 진술을 들을 계획이다. 유지혜 장형우기자 wisepen@seoul.co.kr
  • 사제단“김성호·이종찬 금품받아” 청와대“자체조사 결과 근거없어”

    사제단“김성호·이종찬 금품받아” 청와대“자체조사 결과 근거없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5일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새 정부 고위인사는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라고 공개했다. 아울러 삼성의 차명계좌 개설과 관리를 주도한 인사는 삼성증권 사장을 지낸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금품수수 사실 등을 강력 부인하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로비 명단에 새 정부 고위 인사 2명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법조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쟁점화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삼성 특검의 정·관계 로비 수사나 금명간 이뤄질 검찰 고위직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제단은 이날 서울 상계동 수락산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건네받아 지니고 있던 삼성 로비 대상 명단 가운데 일부 검찰 출신 인사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전종훈 사제단 대표 신부는 ‘삼성과 삼성특검의 현 국면에 대한 사제단의 입장’을 통해 김 내정자와 이 수석이 검찰 재직 당시 삼성의 관리 대상으로, 평소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공개했다. 사제단은 김 내정자는 김 변호사에게 직접 금품을 전달받은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현직 신분으로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의 사무실을 방문해 여름 휴가비를 직접 받아간 적도 있다고 발표했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삼성증권 사장을 거치면서 재직시 삼성비자금 차명계좌를 관리했다는 것이다. 사제단은 명단 공개 배경에 대해 “삼성과 심각한 유착관계에 있고, 정기적 뇌물공여 대상이던 사람이 새 정부 사정의 핵심직책을 맡거나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이 되고 과거 금융비리의 책임자가 국가 금융감독 및 법령제정의 책임을 맡는 사태가 닥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제단은 “곧 있을 검찰 간부인사에서 중수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보직에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훌륭한 분들을 임명해 이 같은 걱정이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혀 로비명단의 추가 공개 가능성을 내비쳤다.“(오늘)명단 공개는 최소화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자체조사 결과 거론된 분들이 떡값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폭로한 사람이 먼저 증거를 제시한 뒤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사제단쪽에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김 내정자와 이 수석, 황 전 회장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수석은 “정부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민정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면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지민 유지혜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삼성 ‘떡값 검사’ 철저히 수사해야

    이른바 ‘떡값검사’들의 명단이 어제 추가로 공개됐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등이 검찰 재직시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임채진 검찰총장,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 이귀남 대검중수부장도 거명된 바 있다.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떡값 의혹이 제기된 이들은 모두 검찰 요직을 지낸 인물들이다. 특히 이 민정수석과 김 국정원장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사람들이라 떡값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진실규명이 먼저다. 그런 다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조준웅 특검은 철저히 수사하고 당사자들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전 BBK 특검의 조사를 받은 터이다. 대통령까지 예외를 두지 않는 마당에 검사 출신이라고 봐 줘서는 안 된다. 수사에 있어 예단은 금물이다. 법과 절차를 따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통상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할 때 계좌추적은 기본이다. 삼성측과 당사자들의 해명만 듣고 어물쩍 넘어가면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삼성과 검찰 사이에 일종의 커넥션이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다 삼성관련 X파일 사건에서도 몇몇 검사들의 이름이 나왔다. 돈은 주는 측도 의심스럽지만 받는 사람이 더 나쁘다. 형법도 받는 측을 훨씬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 하물며 청렴성을 요구받는 검사들이 돈을 받았다면 ‘대가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검찰의 반성 및 자정노력이 진정 필요한 때다.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다고 했다. 검찰이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조준웅 특검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거명된 3人·특검 반응

    거명된 3人·특검 반응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5일 삼성 떡값과 비자금 의혹 관련 명단을 발표하자 당사자들은 일제히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고, 삼성특검은 “노코멘트”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김 내정자측은 “금품 수수 사실이 없다.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 점 부끄러움도 없고 떳떳하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검찰 후배인 김용철이 직접 금품을 전달했다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일방적이고 황당한 김용철의 주장을 더이상 묵과할 수 없어 강력한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이 수석은 사제단의 기자회견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 문제는 현재 삼성특검이 수사중이므로 수사 결과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연한 소문이나 추측에 근거한 폭로성 주장이라는 점에서 ‘BBK 사건’과 비슷하다.”면서 “이런 일은 우리 사회에서 정말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주장했다.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황 전 회장은 해명자료에서 “사제단의 주장은 허무맹랑한 것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계좌의 개설은 영업점의 가장 기초적이고 실무적인 일로서 은행장이나 사장이 개입하거나 지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근거 없는 명예훼손에 가능한 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삼성특검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사제단 기자회견에 대해 공식적으로 노코멘트”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제단이 공개한 명단의 작성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정·관계 불법 로비 수사에 참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규 장형우기자 cool@seoul.co.kr
  • 與 “무책임” 野 “사퇴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발표와 관련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무책임한 폭로”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며 “무책임하게 의혹을 제기하거나 증폭시키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대변인은 이어 “삼성 관련 특별검사도 수사한다고 하고 당사자도 일부 반박논평을 냈다.”며 “특검이 공명정대한 수사를 통해 진실 규명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통합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해당자는 즉각 사퇴하고 특검에 협조해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내고 “삼성특검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두 명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직접 진위를 밝혀야 한다.”면서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들에 대한 임명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희경 나길회기자 saloo@seoul.co.kr
  • [美 대선 후보경선] 美언론 호된 검증에 오바마 역풍 맞았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11연승의 파죽지세를 보였던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4일(현지시간) ‘미니 슈퍼화요일’에서 입지가 흔들린 배경에는 언론의 호된 검증과 암살설 등 네거티브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바마에 너그러웠던 언론들이 오바마가 승기를 잡자 공세적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유권자들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4일 오바마 의원이 지난달 26일 TV토론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정책이 아닌 선거용이었음을 보여주는 오바마 측근의 비망록을 공개하며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부동산 문제도 불거졌다.NBC,CBS 등은 지난 3일 오바마가 자신의 후원자인 토니 레즈코에게 땅을 팔았다가 나중에 싼 값으로 재구입하게 된 과정에 대한 의혹을 집중보도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지난달 23일 오바마가 1995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과격 반전주의자들과 만난 적이 있다고 폭로, 보수적 유권자들에게 오바마의 급진주의적 면모를 부각시켰다. 또 애국심 논란과 연설문 표절 의혹에도 시달렸다. 언론들은 그의 부인 미셸이 대중집회에서 ‘어른이 된 후 처음으로 내 나라가 자랑스럽다.”고 한 발언과 오바마가 과거 아프리카 전통 의상 차림으로 찍은 사진을 이유로 애국심 논란을 부추겼다. 오바마의 지난달 16일 밀워키 연설은 매사추세츠 주지사인 드발 패트릭의 연설을 표절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밖에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암살 우려가 크다는, 여배우 출신 방송인 우피 골드버그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 등 일부 유명인들의 주장도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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