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폭로
    2025-11-16
    검색기록 지우기
  • 홍준표
    2025-11-16
    검색기록 지우기
  • 청소년
    2025-11-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742
  • 김현주 실제 나이 들통…유세윤 “한살 많은 서른다섯” 폭로

    김현주 실제 나이 들통…유세윤 “한살 많은 서른다섯” 폭로

    김현주 실제 나이가 서른 다섯으로 밝혀졌다. 지난 1일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보조MC 유세윤이 배우 김현주 실제 나이를 폭로한 것. 유세윤은 이날 출연자 김현주의 프로필을 소개하며 “1978년생으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1977년생이다. 올해 나이 서른 다섯”이라고 김현주 실제 나이를 공개했다. 유세윤은 이어 “뱀띠이면서 말띠로 감쪽같이 속이며 15년 동안 활동했다”고 덧붙여 김현주를 당황하게 만들엇다. 김현주의 실제 나이에 놀란 MC 강호동이 “확실하게 서른 넷이냐, 서른 다섯이냐”고 추궁하자 김현주는 “30대 중반이면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둘러대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에서 김현주는 자신의 특기인 뜨개질과 기타 실력을 공개하며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 또 연예계 데뷔 후 15년간의 연기활동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南, 지난달 돈봉투 주며 세 차례 정상회담 제의” 北, 남북 비밀접촉 전격 폭로

    북한이 1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비밀 접촉 사실과 접촉에 나섰던 우리 쪽 관련 인사의 실명까지 의도적으로 낱낱이 공개하면서 남북 관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지난달 남한이 베이징 비밀 접촉에서 6월 하순과 8월, 내년 3월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위한 장관급회담을 5월 하순에 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국방위 대변인은 특히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이명박 정부를 ‘역적패당’, ‘불한당’ 등으로 표현하며 “더 이상 상대 안 하겠다.”고 밝혔다. 국방위 대변인은 또 지난 5월 9일부터 통일부 정책실장 김천식, 국가정보원 국장 홍창화, 청와대 비서실 대외전략비서관 김태효 등이 나와 북측과 비밀 접촉을 했다고 실명을 그대로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 발생했던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를 포함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여지가 없음을 드러낸 데 이어 우리 쪽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돈 봉투를 줬다고 폭로한 것으로 미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향후 접촉도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돌발적인 발표에 긴급 회의를 열고 의도 파악에 나섰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에서 이런 형식으로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북한) 내부의 문제가 복잡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성수·윤설영기자 sskim@seoul.co.kr
  • 이문옥 前감사관 ‘감사원의 위기’를 말하다

    이문옥 前감사관 ‘감사원의 위기’를 말하다

    “감사원 전체를 욕먹인 것이다. 다른 감사위원이나 감사관들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광범위한 로비 유혹 많아 최근 저축은행 비리 문제로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구속된 것과 관련해 20여년 전 감사원 내부비리를 폭로했던 이문옥 전 감사관이 1일 한 말이다. 그는 1990년 감사원 근무 당시 재벌의 부동산 투기 혐의를 파악하는 감사가 외압으로 무산된 사실을 폭로해 우리 사회와 감사원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 60일간의 옥살이와 6년간의 복직투쟁을 벌여 1999년 12월 정년 퇴임했다. 다음은 이 전 감사관이 지적하는 감사원 위기의 원인과 대책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는가. -감사위원이야말로 감사원 그 자체다. 모든 감사는 위원회를 통과해야만 감사 결과로 인정받는다. 로비스트들에게는 감사위원을 로비에 활용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로비는 특정인만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모든 계층에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로비스트가 로비 대상자에게 청와대나 다른 윗선까지 로비가 됐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 쉽게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옛날 내가 재벌들의 부동산투기 의혹 감사 무마를 폭로했을 때도 광범위한 로비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이런 로비로 감사위원회에서 불문 처리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감사원이 당시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년 전에 비하면 부패에 대한 사회 인식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공직자들도 부패 신고를 의무사항으로 생각한다. 부패방지법이 전기가 됐다. 특히 이제는 감사원이 어떤 부분이든 성역 없이 감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감사원장이나 감사위원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국회 소속으로 변경하든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완전히 독립된 기구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또 내부적으로는 2008년 쌀 직불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처럼 직원들의 자정 의지가 필수적이다. 그 당시 6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실무자 협의회’는 내부 전산망에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라는 글을 통해 “권력에 줄댄 자를 도려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원은 그런 자정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MB·박근혜 ‘당·청 불협화음’ 조율할까

    MB·박근혜 ‘당·청 불협화음’ 조율할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는 3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회동을 갖는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단독 회동을 하는 것은 지난해 8월 21일 이후 10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유럽 특사활동을 수행했던 권영세·권경석·이학재·이정현 등 한나라당 의원 4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특사활동 결과를 보고받는다. 이 대통령은 오찬에 이어 박 전 대표와 단독 면담을 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월 28일∼5월 8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해 외교활동을 수행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이 대통령 취임 후 7번째다. 이번 회동은 특히 시점이 미묘하다.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과거 비주류와 소장파가 당의 주도권을 잡은 이후 당·청관계에서 연일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더구나 저축은행 비리라는 메가톤급 사안이 불거지면서 여야가 무차별 폭로전에 접어들었고, 여권으로서는 이 같은 위기 국면을 제대로 헤쳐 나가지 못하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에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번 신공항 선정과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을 빼고는 최근 일련의 사안에 대해서 줄곧 침묵을 지켜 왔던 박 전 대표가 이번에는 어떤 얘기를 할 지 특히 주목된다. 7월 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당 쇄신 방안을 비롯한 정치현안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은 “특사활동에 대한 보고를 한 뒤 자연스레 현안에 관한 대화를 나눌 것이며,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사전에 의제를 준비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회동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회동에서도 이런 기조는 재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고, 이 경우 당내에서 계파 해체 움직임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수·허백윤기자 sskim@seoul.co.kr
  • [서울광장] 어젠다의 덫/박대출 논설위원

    [서울광장] 어젠다의 덫/박대출 논설위원

    요즘 TV엔 폭로가 많다. 연예 프로그램에선 단골 메뉴다. 맛집 폭로, 절친 폭로, 폭로 열전…. 띄워주고, 웃겨주는 내용들이다. 긍정과 부정의 경계가 없다. 오히려 긍정이 주류다. 원래 폭로는 부정적이다. ‘나쁜 일’ ‘음모’가 바탕에 깔린다. 긍정적인 내용이면 진짜 폭로가 아니다. 이때 폭로란 말을 쓰면 맞지 않다. 그래도 남발한다. 자극적인 표현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시청자 낚시용이다. 하지만 애교로 넘어간다. 책임을 추궁받지 않는다. 뒤탈이 없다. 폭로는 광고용 카피다. 한마디로 시선을 끈다. 정치권은 늘 그런 표현을 좇는다. 짧은 구호로 포장된 어젠다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그 유혹은 달콤하나 함정이 있다. 정적(政敵)들은 애교로 봐주지 않는다. 빈틈만 찾는다. 흑백 논란은 필연이다. 탈 나기 일쑤다. ‘황우여발 복지논쟁’이 뜨겁다. 반값 등록금으로 촉발됐다. 반값이란 말이 자극적이다. 얼핏 어젠다로 손색이 없다. 한나라당 쇄신 1탄으로 내놨다. 결과는 반쪽이다. 찬성과 반대만 있다. 한나라당부터 그렇다. 신주류와 구주류 간에 갈등하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청와대와 엇갈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찬성이고, 기획재정부는 반대다. 중간지대도, 접점도 없다. 언론마저 끼어든다. 보수 언론은 탓하고, 진보 언론은 편든다. 모든 게 흑백논리다. 진상은 호도되기 십상이다. 포퓰리즘 논란으로 확산됐다. 찬성 쪽은 액수를 줄이려고 애쓴다. 2조 5000억원이면 된다고 한다.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다. 반대 쪽은 액수를 키운다. 5조원은 필요하다고 한다. 불가능으로 몰고 가려는 뜻이다. 소모적인 정쟁일 뿐이다. 그들만의 게임에 불과하다. 미친 등록금은 생명까지 앗아간다. 대학생과 부모를 자살로 내몬다. 마땅히 내려야 할 일이다. 반값이란 말이 부질없는 다툼을 불렀다. 뒤늦게 용어를 바꿨다. 등록금 부담 완화로 대체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김황식 총리와 공감대를 가졌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는 방법론에 합의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는 6월 국회에서 완화 관련법을 처리키로 했다. 한나라당엔 실천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기부금 세액공제 제도 등 보완책이 나온다. 용어의 완화가 갈등의 완화로 이어졌다. 반값과 완화의 차이는 크다. 반값은 명쾌하다. 한마디로 와 닿는다. 의지가 강해 보인다. 완화는 밋밋하다. 의지가 약해 보인다. 전자의 유혹은 강하다. 하지만 논리의 포로가 된다. 반값은 포퓰리즘 논란을 낳았다. 소모적인 공방은 필연이다. 완화는 절충을 가능케 한다. 가능하면 내려보자는 것이다. 반대하기 어렵다. 반값은 비현실, 완화는 현실에 가깝다. 복지는 절대선이다. 마땅히 해야 할 소임이다. 복지 논쟁은 대선 화두가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불을 댕겼다. 민주당은 선수를 빼앗겼다. ‘3+1’로 원조임을 주장한다. 무상 3(복지, 급식, 의료)에 절반 1(등록금)이다. 흑백 논쟁을 부를 수밖에 없다. 공짜든, 반값이든 한계가 있다. 주장의 영역에선 가능할지도 모른다. 실천의 영역에선 어렵다. 한두푼이 아니다. 잘못된 공짜는 엉뚱한 피해를 낳는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면 소용없다. 한나라당은 2탄, 3탄을 준비 중이다. 일자리 창출 지원, 복지사각 지대 해소, 보육 및 기초노령연금 등이 테마라고 한다. 현실로 가느냐, 비현실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이미 헛구호로 호된 홍역을 치렀다. 신공항, 세종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등의 후유증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얄팍한 ‘표’ 낚시용 어젠다는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한다. 실천 가능한 약속으로 차단할 수 있다. 수사(修辭)의 유혹을 벗으면 수 월해진다. 어젠다의 역설, 구호의 역설을 극복해야 한다. 내년 대선, 총선을 앞두고 있다. 어젠다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정치권은 머리를 싸맬 게 뻔하다. 감각에 의존하면 우를 범한다. 이성에 호소해야 산다. 낚시용 어젠다는 두 가지가 관건이다. 진정성과 실천 가능성이 요체다. 국민은 주장과 정책을 구분한다. dcpark@seoul.co.kr
  • [WHO&WHAT] 미켈란젤로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미켈란젤로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고교생 야가미 라이토는 어느 날 한 권의 노트를 집어든다. 라이토는 이 노트에 이름과 방법을 적으면 그 사람이 그대로의 운명을 맞게 되고 결국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사신 류크가 인간계로 떨어뜨린 ‘데스노트’였던 것이다. 다양한 규칙을 숙지한 라이토는 노트를 활용해 범죄자가 없는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다. 라이토가 활동하기 시작한 뒤 전 세계의 범죄율은 70% 이상 줄고, 인터넷과 사회 구성원들은 그를 ‘키라’라 부르며 신(神)으로 추앙하기 시작한다. 2003년 일본의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되기 시작한 오바타 다케시와 오바 쓰구미의 만화 ‘데스노트’는 인간의 본성에 도전한 공전의 히트작이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된 이 작품의 독자들은 막강한 힘을 가진 데스노트를 한 번쯤 소지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마련이다. 악행을 한 사람이 응징을 당하도록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 토머스 앨바 에디슨(1847~1931), 로버트 스콧(1868~1912).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의 이번 주 주인공들은 능력과 업적 면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천재들이다. 타고난 재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들은 ‘라이벌’로 인해 마음껏 행복을 누리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본인의 노력이 또 다른 사람에 의해 한순간에 무너지는 고통, 패배자라는 주변의 시선,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갈등과 콤플렉스. 이들에게 가상의 데스노트를 쥐어주면 어떤 내용을 적을까. 위대한 천재들을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한 라이벌들을 살펴봤다. “흉내쟁이에 촌뜨기 라파엘로” - 미켈란젤로 “라파엘로(1483~1520)가 미술에서 이룬 모든 것은 바로 나한테서 얻은 것이다.”(미켈란젤로의 회고문 중에서) ●주요 내용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다. 라파엘로가 바티칸 교황 집무실 벽에 그린 ‘아테네 학당’에 날 그려 넣었단다. 그것도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같이 더럽게 못생긴 인물로 말이다. 겉만 번드르르하게 아테네 학당이라는 이름을 붙였지, 가죽장화나 옷이나 전부 지금 시대 복장인데 눈 가리고 아웅도 유분수지. 얼굴까지 똑같이 그려 놨으니 아예 대놓고 욕 먹이는 짓이 아닌가. 내가 얼마나 자기를 싫어하는 줄 뻔히 알고 있을 텐데 옆에서 내가 시스티나 천장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이런 일을 벌이다니. 무엇보다 기분 나쁜 건 벽화의 주인공인 플라톤으로 내 필생의 라이벌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그려 놓았다는 거다. 우르비노(이탈리아의 시골) 출신의 촌뜨기가 처음 볼 때부터 기본이 안 됐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예술가라면 무릇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파엘로 저놈은 어릴 때부터 나랑 다빈치 작품 중에서 좋은 것들을 골라 베끼는 데만 혈안이 돼 있더니 이젠 그걸 조금씩 바꿔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건 그냥 모방이자 습작 화가지. 후세 사람들이 저놈 그림이랑 내 그림을 같은 높이에 걸어 놓으면 어떡하나 심히 걱정된다. 라파엘로는 분명히 자기 고향 선배이자 후견인인 브라만테(1444~1514·성베드로 성당 설계자)와 짜고 날 파멸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시스티나 예배당 프로젝트만 해도 그렇다. 나보고는 20m나 되는 높이의 천장에 그림을 그려 넣으라고 하고, 라파엘로한테는 편하게 집무실 벽화를 맡기다니. 난 조각가이지 화가가 아닌데도 말이다. ●해설 괴팍하고 추남이었던 미켈란젤로는 잘생기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진 라파엘로를 평생의 원수로 생각했다. 특히 라파엘로와 브라만테가 서로 짜고 자신을 고난에 빠뜨린다고 믿었다. 자기보다 8세 어렸던 라파엘로가 37세에 요절한 후에도 각종 기록에서 증오심을 나타냈다. “가증스런 교류전기 찾은 테슬라” - 에디슨 “니콜라 테슬라(1856~1943)가 만든 가증스러운 교류(交流)의 위험을 알려 주려면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1885년 에디슨이 직원들에게) ●주요 내용 큰일났다. 결국엔 교류가 이기고 마는 것인가. 세르비아 출신 과학자 한 명을 단지 똑똑하다는 소문만 듣고 고용했다가 내 평생의 성과가 날아가게 생겼구나. 난 전기를 싼값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해 주겠다는 테슬라의 말에 잠깐 마음이 흔들렸을 뿐이다. 테슬라가 내 발명인 직류(直流)와는 전혀 다른 교류를 발견한 걸 인정할 수 없어서 돈을 주지 않은 것인데, 그놈이 웨스팅하우스와 손을 잡았다. 난 한 방향으로 흐르는 직류가 무엇보다 안전하다고 믿었다. 그렇지 않은가.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니. JP 모건이 자신의 대저택에 내 설비를 깔았을 때만 해도 영광은 내 것이라 믿었는데 일개 직원 나부랭이가 이 모든 걸 망쳐 버렸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지난 수십 년간 벌어진 세 차례의 싸움에서 난 모두 졌다. 솔직히 잔머리를 좀 굴렸다는 점은 인정해야겠지. 교류를 이용해 개와 고양이를 죽이는 공개실험도 해 봤고, 사형을 집행하는 전기의자도 만들었다. 제길. 도끼 살인마 케믈러가 즉사하지 않고 구워지는 바람에 언론의 뭇매를 맞았고, 내 업적의 집대성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만국박람회장의 조명설비 입찰에서 테슬라와 웨스팅하우스에 패하기도 했지. 마지막 승부처로 삼았던 나이아가라폭포 조명 설비에서도 웨스팅하우스가 GE를 눌렀고, 모든 이들은 교류를 전기로 인식하게 되겠지. 남은 건 하나뿐이다. 머리는 좋지만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테슬라가 더 이상 인구에 회자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 뭐 큰 노력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날씨를 변화시키는 장비, 순간이동 장치 등이나 만들겠다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으니. 1700만 달러나 되는 교류 로열티를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난 이미 테슬라를 사업적인 부분에서는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곧 잊혀지고 난 영원한 발명왕으로 남을테니까. ●해설 1915년 테슬라와 에디슨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됐지만, 테슬라는 이를 거부했고 시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테슬라는 무선통신, 유도전동기, 교류발전기, 변압기, 전동기 등을 개발했고 미국 전기전자학회는 테슬라에 대해 “그의 작업 결과를 없앤다면 자동차들이 멈출 것이며, 도시들이 깜깜해지고 공장들이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라고 칭송했다. “소문만 무성한 탕아 모차르트” - 살리에리 “당신도 알고 있죠. 모차르트(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를 내가 독살했다는 얘기.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임종 직전의 살리에리가 피아니스트인 이그나츠 모셰레스에게) ●주요 내용 내가 풋내기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모차르트를 죽여서 내가 그 영광을 가로채기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미 나는 황제의 음악가이자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데, 자기 능력을 주체조차 못하는 애송이를 죽여 무슨 이득이 있다는 건가. 이게 다 모차르트가 천재라고 떠드는 소문이 과장돼 벌어진 일이란 말이다. 솔직히 모차르트가 훌륭한 음악가인 건 맞다. 나처럼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하나 밟아 가는 성장 과정을 순식간에 뛰어넘었으니까. 5세에 작곡을 하고 10세도 안 돼 연주회를 다녔다는 얘기 때문에 내가 직접 연주회장에 찾아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신은 그에게 능력에 걸맞은 인품을 주지는 않았다. 작곡을 아무리 잘하면 뭘 하나. 궁정생활을 영위할 최소한의 자제심도 없는데. 그 낭비벽과 문란한 사생활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의 아름다운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음악가로서 나 역시 그의 재능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 역시 하이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오라토리오를 지휘했고, ‘악성’으로 불리는 베토벤이 나를 위해 세 곡의 소나타를 바칠 정도로 인정받은 사람이란 말이다. 천재와 노력파 같은 과장된 소문으로, 내 영광스러운 일생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 ●해설 영화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희극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당시 유럽 전역에 이 같은 소문이 퍼졌지만, 역사적으로 독살설은 근거 없는 소문이었고 모차르트는 그 스스로 신장병과 요독증을 앓고 있었다. 소문에 상처받은 살리에리는 죽는 날까지 이를 괴로워했다. “날 속이고 남극점 먼저 간 아문센” - 스콧 “영국인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불운은 이기지 못했다.” (스콧이 자국민에게 보낸 편지) ●주요 내용 로알 아문센(1872~1928·노르웨이), 나쁜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북극을 탐험한다고 나를 속이더니 결국 상대를 안심시켜 놓고 남극점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헛소문을 낸 것이었나. 북극 탐험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주겠다는 내 호의를 거절하고, 전화도 안 받을 때 이미 알아챘어야 하는 건데. 어쩐지 로버트 피어리가 이미 북극점을 정복한 상태인데 왜 또 거길 가겠다고 한 건지 이상하긴 했다. 남극점을 정복하겠다는 내 기자회견과 신문기사를 보며 아문센은 얼마나 코웃음을 쳤을까. 이런 곳에서라도 대영제국을 이겨보겠다는 그 얄팍한 수를 읽지 못하고 신사답게 정정당당히 승부하려던 내가 멍청했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불과 35일이다. 난 아무도 정복하지 못한 그곳에 영국 국기를 꽂는 것을 평생 꿈꿔 왔는데, 그곳에는 노르웨이 국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인류가 남극점을 정복하는 데 수천 년이 걸렸는데 그 최초의 영광은 고작 한 달 남짓에 영원히 북유럽의 바이킹에게 넘어가는구나.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내 실수였다. 말을 끌고 남극에 오다니. 사람의 동반자인 개한테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내 발상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동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와중에 나 역시 마지막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인류 최초’라는 이름이 결코 신사다운 행동으로만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죽기 전에야 깨달았다는 것이 아쉽다. ●해설 군인이었던 스콧은 1904년 남극에서 660㎞ 지점까지 접근한 기록을 세우며 국가적 영웅이 됐다. 그러나 7년 뒤 첫 남극 도달의 영예를 아문센에게 빼앗기고 죽음을 맞았다. 현재 남극점에는 연인원 1000명 이상이 상주하는 ‘아문센·스콧 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서적] ▲서양미술의 걸작(양정무/네이버 오늘의 미술) ▲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 예술가들의 사생활(엘리자베스 런데이·최재경/에버리치홀딩스) ▲빛의 제국(질 존스·이충환/양문) ▲모차르트 컨스피러시(스코트 마리아니·이정임/노블마인) ▲발트슈타인 소나타(이재규/21세기북스)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정재승/달) ▲아문센과 스콧(피에르 마르크·배정희/비룡소) ▲남극의 대결 아문센과 스콧(라이너 K 랑너·배진아/생각의 나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 부평 미군기지터 수난

    인천 부평 미군기지 터는 ‘흉지(凶地)’인가. 10년 가까이 끌어온 친일파 후손 부지 반환소송이 겨우 마무리되는가 했더니 독성물질이 폐기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이 들어선 인천 부평구 산곡동 일대 50만㎡. 1900년대 초반까지 근대농업회사인 ‘목양사’의 땅이었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총독부가 친일의 대가로 송병준에게 이 일대를 불하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군 군수지원기지로 바뀌었다. 2002년 친일파 송병준(1858∼1925)의 증손자 송모(66)씨 등이 미군기지 일대를 되돌려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토지소유권확인 및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공시지가로 2600억원. 송모씨는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패소했고, 대법원은 지난 13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엔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한미군이 1989년 부평 미군기지에서 독성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 448드럼을 처리했다고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가 폭로한 것. 이후 조사를 촉구하는 인천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부평 미군기지는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친 환경조사에서도 토양·수질의 오염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지하수에선 맹독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고엽제 매립 1위 랭크… 목숨 끊은 송지선·채동하 뉴스로 시끌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고엽제 매립 1위 랭크… 목숨 끊은 송지선·채동하 뉴스로 시끌

    죽임과 죽음이 숨가쁘게 교차된 한 주였다. 1960년대 베트남전에서나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던 고엽제가 한국 땅 복판에 대량 묻힌 것이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30년 전 경북 칠곡군 왜관의 미군기지인 캠프 캐럴에 고엽제 성분이 들어 있는 독극성 물질 250드럼을 불법으로 묻었다고 당시 근무했던 미군 3명이 폭로하면서부터다. 가장 큰 관심을 받으며 검색어 순위 1위가 됐다. 대구 영아 사망률이 전국 최고라는 점이 새삼 부각되면서 고엽제 공포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고엽제의 주원료로 사용된 다이옥신은 아주 적은 양을 흡수해도 인체에 반영구적으로 쌓여 암이나 유전자 변형 등 치명적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 암시글 논란, 프로야구선수 임태훈과의 스캔들 등 마음고생을 겪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지선 아나운서의 발인식이 지난 25일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렸다. 2위. 그는 지난 23일 자택 19층에서 몸을 던져 쉼 없이 사생활을 캐며 호기심거리로 삼아온 언론과 시민들에게 충격을 던져줬다. 가수 성대현이 24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KBS JOY ‘성대현의 시크릿 가든’에서 송 아나운서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는 소식도 9위에 올랐다. 이에 앞서 KBS JOY 측은 송 아나운서에 대한 성대현의 막말이 여과 없이 방송된 것에 사과하며 해당 코너 폐지 및 성대현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G워너비 전 멤버인 채동하(본명 최도식)가 지난 27일 서울 불광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3위)도 사람들을 우울하게 했다. 채동하는 2008년 SG워너비에서 탈퇴한 뒤 솔로로 활동해 왔으나 목 부상 등으로 1년 넘게 활동하지 못하는 등 불운을 겪으면서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 50여일 만에 등산용 가방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 박씨 소식(6위)은 또 다른 충격을 안겨줬다. 대학 교수인 남편 강씨가 내연녀 최씨와 공모해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2010~11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축구팬들을 TV 앞으로 잡아끌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응원했고, 박지성이 90분 내내 뛰었지만 FC바르셀로나의 한 수 위 기량에 눌려 1-3 패배를 면하지 못했다. 4위. 군복무 중인 현빈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차지한 소식은 5위에 올라 식지 않은 인기를 짐작하게 했다.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MBC ‘나는 가수다’의 신정수 피디가 시즌2에 대한 구상을 밝힌 것도 화제를 모았다. 7위. 삼호주얼리호 납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소말리아 해적 선장 아라이 등 4명의 재판 소식은 8위에 올랐다. 아라이는 무기징역, 나머지에게는 징역 13~15년이 선고됐다. 프로야구 두산의 포수 양의지는 지난 27일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부딪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10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고엽제 증언 미군들 계속 나오고 있다”

    “고엽제 증언 미군들 계속 나오고 있다”

    주한 미군 기지 캠프 캐럴에 고엽제가 든 드럼통을 파묻었다고 처음 폭로했던 전 주한 미군 병사 스티브 하우스는 24일(현지시간) “고엽제 파장이 확산되면서 고엽제 매립 사실을 증언하는 미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하우스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1978년 당시 캠프 캐럴 내 매립 작업에 동원된 중장비 사진 등 일부 옛날 자료를 공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군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추가로 증언하겠다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그들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함께 고엽제 매립 의혹을 제기했던 로버트 트래비스(웨스트버지니아 거주)와 리처드 크레이머(일리노이 거주)에 대한 미군 당국의 면접 조사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날 고엽제 의혹과 관련해 은행에 보관해 왔던 옛날 사진 2장을 공개하면서 “작업 현장 사진 등 중요한 것은 확인 작업을 위해 어제 면담 때 미군 당국에 건네줬다.”고 밝혔다. 한편 1977년부터 1978년까지 미 육군 2사단 사령부에서 복무한 래리 앤더슨은 2009년 8월 전직 주한 미군 인터넷 사이트인 ‘한국전 프로젝트’에 올린 글을 통해 상부로부터 다이옥신 제초제 매립 지시를 하달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24일 드러나는 등 새로운 의혹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앤더슨은 “그 무렵 2사단 전체 창고에 저장돼 있던 모든 다이옥신을 없애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며 “우리 부대만이 아니라 전 부대에 내려진 명령이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설] 미군기지 오염물질 매몰 전수조사하라

    주한미군이 기지 내부와 그 주변에 고엽제를 비롯한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묻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 칠곡에 있는 캠프 캐럴에서 1978년에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를 담은 55갤런짜리 통 250개를 부대 안에 매립했다는 폭로가 지난주 처음으로 나왔다. 그러더니 한국에서 근무한 퇴역군인들의 증언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그 대상 지역은 경기도 부천과 비무장지대(DMZ) 일대로 확산됐다. 이런 분위기라면 주한미군 기지가 한때 존재했거나 지금도 남아 있는 전국 90여개 지역의 주민들은 ‘고엽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의문이 제기되자마자 미8군 사령부는 캠프 캐럴에 묻은 화학물질과 주변의 흙 40~60t을 1979~80년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 처리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부천에서 ‘상상 가능한 모든 화학물질’ 수백 갤런 분량을 파묻었다거나 미 2사단 사령부가 산하 부대에 보관하던 다이옥신을 모두 없애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다른 증언들 또한 사실일 개연성이 높아졌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건 책임 문제를 따지는 게 아니다. 전국에 산재한 모든 전·현 미군기지와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환경오염 여부부터 조사해야 한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다음 단계의 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이다. ‘캠프 캐럴 폭로’가 나온 뒤로 한·미 양국 정부는 공동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 대상은 문제가 된 일부 기지에 국한될 전망이다. 고엽제 중독이 불러오는 치명적인 위험성과 그에 따른 국민적 우려를 고려한다면 부분 조사는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민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투명하고 신속하게 미군기지 오염도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그래서 양국 간에 불필요한 갈등 없이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 맨유 감독·선수 희비 교차

    ■ 퍼거슨, 올해의 감독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70) 감독이 ‘감독이 뽑은 최고의 감독’의 영예를 차지했다. 퍼거슨 감독은 24일 리그감독협회(LMA)가 선정하는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LMA는 잉글랜드 1~4부리그 팀 감독을 망라한 단체로, 퍼거슨 감독이 투표를 통해 최고의 지도자로 선정된 것. 퍼거슨 감독은 올 시즌 맨유를 이끌고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차지했다. 맨유는 통산 19회 우승을 기록하면서 리버풀(18회)을 제치고 EPL 최다 우승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19차례 시즌 가운데 12번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퍼거슨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또 다른 기록도 세웠다. 1999년, 2008년에 이은 세 번째 수상으로 데이비드 모예스 에버턴 감독과 함께 이 부분 공동 최다 수상자가 됐다. 또 올 시즌 중 감독으로서 통산 2000경기째를 지휘하고 구단 사상 최장수 감독이 된 퍼거슨 감독은 올해의 감독상과 함께 LMA로부터 특별공로상까지 받았다. 퍼거슨 감독은 “동료로부터 인정받는 것은 대단한 영예”라면서 “상을 받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긱스, 모델과의 불륜 굴욕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된 시대에 숨겨진 진실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이번에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살아 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38)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목전에 두고 트위터를 통해 불륜 사실이 폭로되는 망신을 당했다. 긱스는 미스 웨일스 출신의 글래머 모델 이모전 토머스(18)와 6개월에 걸쳐 밀애를 즐긴 것으로 밝혀졌다. 런던 대법원의 실명 보도 금지 명령에 의해 지켜져 왔던 비밀이 트위터 사용자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만천하에 공개되고 말았다. 사실 이번 스캔들은 영국 일간 ‘더 선’이 지난 4월에 이미 폭로한 것이었다. 언론사에 사실 여부에 대한 공식확인을 요구받은 긱스 측은 런던 대법원에 실명 보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실명 보도 금지 명령을 내렸고, 해당 기사에 실명이 언급되지 않은 채 ‘CTB’라는 익명으로 나갔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런데 이달 초 긱스의 불륜 사실과 관련해 트위터에 7만 50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오면서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긱스 측은 사생활 보호법 위반으로 트위터를 고소해 입을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또 유명 정치인인 존 헤밍 자유당 의원마저도 지난 23일 의회에서 실명 보도 금지 명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긱스의 실명을 언급해 버렸다. 게다가 런던 대법원의 명령 효력이 미치지 않는 미국과 스코틀랜드의 일부 매체에서 긱스의 이름을 그대로 보도해 법원 결정은 실효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2007년 영국 여왕 훈장, 2009년 BBC 선정 ‘올해의 스포츠인’을 수상하는 등 지금껏 스캔들과 담을 쌓고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모범적인 스포츠 스타로 자리매김했던 긱스는 이번 일로 큰 망신을 당했다. 또 FC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정신무장이 중요한 시점에 터져버린 스캔들이라 맨유 입장에서도 뼈아프다. 맨유의 레전드가 이 악재를 어떻게 이겨낼지 사뭇 관심이 모아진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빙하 녹으며 드러나는 석유…북극에 ‘자원전쟁’ 임박했다”

    “빙하 녹으며 드러나는 석유…북극에 ‘자원전쟁’ 임박했다”

    “21세기는 자원 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다. 러시아가 북극의 자원 전쟁에서 패배해서는 안 된다.”(러시아 나토 파견 대사 드미트리 로고진) “새로운 항로와 천연 자원의 발견으로 북극은 필연적으로 국제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덴마크 외교 장관 스티거 뮐러)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 개발을 노린 국가들의 치열한 ‘북극 전쟁’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관련 국가 외교전문에 의해 낱낱이 드러났다. ●알자지라, 위키리크스 외교전문 보도 23일 아랍권의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북극 연안의 주요 국가들이 최악의 경우 북극에서의 무력 충돌까지 예상하며 자원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실상이 외교전문을 통해 확인됐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북극의 석유 매장량이 전 세계 매장량의 22%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 400억 배럴에서 최대 1600억 배럴이 묻혀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가스는 전 세계 매장량의 30%인 440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알자지라는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으로 북극의 해빙이 줄어드는 대신 석유 시추가 가능한 지역이 늘면서 자원 전쟁이 임박했다는 각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 해군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는 외교전문에서 “북극에서 (국가 간) 힘(power)의 재분배 현상이 올 것이고, 이는 무력 개입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알자지라는 “현재 캐나다와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 그리고 아마도 중국까지 지구 표면의 6%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북극에서의 권리를 경쟁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이 북극을 노리는 이유에는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의 개발뿐만 아니라 상업 루트로서 새로운 대양항로의 확보라는 이점도 포함돼 있다. 러시아가 2007년 북극 해저 4000m에 국기를 꽂고 영유권을 주장한 것은 북극 해저의 풍부한 석유와 가스를 차지하고, 얼음이 얼지 않는 대양 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캐나다·미·중·러 등 권리 주장 하지만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의 외교전문에는 북극의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군산복합체를 지원하고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는 각국 정치인들에 의해 과대포장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외신은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각국이 고통을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그 반사이익을 북극에서 찾아내려 한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인 캐나다국민위원회의 연구원 안드레아 하든 도너휴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에서 새로운 석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리석은 것”이라면서 “새로운 자원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더 심각한 기후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15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이라는 시간의 흐름. 찬란했던 르네상스의 중심지 이탈리아 피렌체와 일제 강점기 아시아의 소국(小國) 조선이라는 공간과 위상의 차이. 이 시대를 살았던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위대한 메디치’로 불리며 이탈리아, 아니 중세 유럽을 통틀어 가장 화려했던 가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로렌조 메디치(오른쪽·1449~1492)와 자국의 역사책에조차 등장하지 않는 간송(澗松) 전형필(왼쪽·1906~1962). 겉으로 보이는 배경으로는 너무나 다르지만 이들에겐 엄청난 ‘돈’과 예술을 알아보는 ‘혜안’(慧眼)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공통점은 각각 피렌체 우피치미술관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형태로 오늘날 우리에게 ‘인류의 유산’을 향유할 기회를 남겼다. 만약 그들이 막대한 재산을 흥청망청 쓰는 데만 골몰했다면, 또는 재산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가졌다면 중세미술사와 한국미술사는 다시 쓰여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주의 주인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꼽히는 로렌조 메디치와 전형필이다. 막대한 재산을 문화유산에 아낌없이 쏟아부은 이들의 노력이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 결과로 우리는 어떤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서양미술사에만 관심을 갖다가 지난주 간송미술관을 다녀온 후 한국미술의 전통과 매력에 흠뻑 빠진 직장인 윤정은(33·여)씨가 궁금한 점을 모아 인터뷰에 나섰다. →<윤정은> 두 사람 모두 젊은 나이에 상상을 초월하는 재산을 물려받았다. 도대체 어떤 가문이었고 재산 규모는 얼마나 됐나. -메디치 내 증조할아버지인 토스카나 대공(大公) 코지모는 피렌체인들 사이에서 ‘국부’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불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은행업을 통해 그야말로 돈을 긁어모으다시피 했다. 가문의 수장이 됐을 때 내 나이 고작 20세였다. 당시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다. 특히 우리 가문은 직물산업의 핵심이었던 ‘백반’(양모 세척제)을 움직였고 메디치 은행의 주요 고객은 유럽 각국의 왕실과 교회였다. 당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었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냥 피렌체가 메디치였고, 피렌체의 모든 것은 메디치 가문의 재산이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전형필 일제 강점기에 와세다대 법대를 다니던 중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다. 서울 일대는 물론 경기도, 황해도, 충청도를 지나면서 우리 집안 땅을 밟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만석꾼 집안이었다. 미곡상을 했는데 내가 24세에 물려받은 논은 4만 마지기(800만평)에 달했다. 1년에 소작농으로부터 쌀 2만 가마니(1만석)를 거둬들였는데, 이를 당시 기와집 값으로 환산하면 150채 정도였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으로 환산하면 매년 450억원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논을 몽땅 판다고 가정하면 6000억원 정도였는데, 이건 그냥 단순한 수치 환산이고 당시 논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훨씬 더 가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조선총독부 기록에 따르면 1년에 나만큼 버는 조선인은 43명에 불과했다. →<윤정은> 역사적으로 많은 재산이나 권력을 물려받은 사람들은 흥청망청 쓰다 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한국의 재벌 집안만 봐도 그런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실패하지 않았고, 젊은 나이에도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메디치 할아버지 코지모의 영향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피렌체에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와 예술가들이 모여 있었고, 난 그들과 토론하는 법을 배웠다. 10대 때부터 이미 유럽 각국에서 피렌체를 대표하는 외교관 역할을 수행한 덕에 외국어에도 능통했다. 로마어에 비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리스어까지 능통하게 구사했을 정도였으니. 내 신분은 공식적으로는 돈이 많은 시민이었지만 피렌체 안팎에서 피렌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됐고, 그렇게 살았다. 물론 금욕적인 삶을 지향하지는 않았다. 난 바람둥이였고, 수많은 애인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권력자에게는 그런 게 큰 흠이 되지 않았다. -전형필 난 원래 경성에서 대학을 다니며 조선어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변호사가 될 것을 강권하셨고, 그 덕분에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만든 법을 연구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가업인 장사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해도 부모의 상을 당한 상황에서 본인이 즐기는 데 그것을 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윤정은> 두 사람 모두 예술을 사랑했는데 특히 수집(蒐集)에 관심이 많았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메디치 ‘위대한 로렌조’라는 호칭과 달리 난 콤플렉스가 많았다. 심한 주걱턱이었고, 아랫입술이 윗입술을 덮었다. 코도 낮았고 목소리는 거칠었다. 하지만 난 비올라와 류트(당시의 현악기), 승마술, 매사냥까지 섭렵했고 유려한 글솜씨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예술에 대한 조예는 못난 겉모습을 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특히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은 예술가를 지원해 그들의 작품이 자신을 찬양하도록 했는데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난 할아버지나 아버지, 다른 귀족들과는 좀 달랐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일 이외에 고대 미술품을 수집하고 동양의 예술품에도 관심이 많았다. -전형필 일제 강점기라는 당시 사회상에서 난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무엇보다 휘문고보 시절 은사였던 고희동(1886~1965·서양화가) 선생과 3·1 만세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었던 위창 오세창(1864~1953·서예가) 선생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두 분은 내가 어릴 때부터 책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내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고 선생은 나에게 “글을 읽으면서 학문을 닦는 선비가 아니라, 조선의 문화를 지키는 선비가 되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그 결과 나는 왜놈들 손으로 넘어가는 우리 서화와 전적을 지키는 선비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위창 선생은 나에게 ‘간송’이라는 호를 주셨고, 내 수집활동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떤 작품을 모아야 하는지, 어떤 눈을 갖춰야 진품을 구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말이다. →<윤정은> 돈으로 물건을 수집하는 것은 사실 취미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재산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는데, 다른 목적은 없었나. -메디치 (웃음) 난 상인이었지만 정치인이기도 했다. 정치인에게 100% 순수한 호의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밀라노에 보내고 1488년 안토니오 다 산갈로를 나폴리에 보냈다. 그 공국들에 내가 후원하던 예술가를 보내는 게 좋은 작품을 선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호의를 베풀면서 실은 정치를 한 거였다. 솔직히 내가 예술가를 후원한 돈은 대부분 내가 피렌체의 공직을 겸하면서 공금으로 썼다. 내 재산은 오로지 내 수집품을 모으는 데 집중적으로 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에 대한 환상이 좀 깨지지는 않았나. -전형필 왜 수집에 나섰느냐고 위창 선생이 물었을 때 난 “서화 전적과 골동은 조선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선이 언젠가 독립될 것이란 믿음이 없었는데도 수집을 계속했을지는 나도 자신이 없지만, 난 반드시 독립될 것으로 믿었다. 1933년 성북동에 터를 구해 미술관을 지은 것도 독립이 됐을 때 후손들에게 우리 문화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팔려 갔던 고려석탑을 다시 사 오면서 난 한번 유출된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오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해방된 후에는 이전처럼 문화재를 수집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일제에 더 이상 빼앗길 염려가 없어진 후에는 조선 사람이 모은 것은 모두 조선 것이기에 해방 후에는 문화재를 찾아오는 일에만 전념했다. →<윤정은> 소장품들에 대해 묻겠다. 두 사람의 노력은 우피치와 간송 미술관으로 남았지만 두 사람 모두 박물관의 개관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메디치 우피치는 영어로 하면 ‘오피스’(사무실)를 뜻한다. 그곳은 내 증조부 코지모의 집무실이다. 물론 내가 가장 주목받기는 하지만 우피치 수집품은 우리 가문 전체의 공이다. 14~16세기 르네상스 화가부터 17~18세기 바로크와 로코코에 이르기까지 소장 규모 자체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 조토의 ‘성모자’, 다빈치의 ‘수태고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도록으로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우피치를 박물관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 이후로 200여년이 지난 후 메디치가 최후의 후손이었던 안나 마리아 루드비카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 그녀는 모든 재산을 토스카나 공국에 기증하면서 단 하나의 조건만을 남겼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피렌체에서 메디치가의 보물을 볼 수 있도록 어느 것도 피렌체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형필 간송미술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운학문매병’ 등 12점의 국보와 10점의 보물이 있다. 1937년에는 영국 변호사 개스비에게서 청자 20점을 40만원에 사기도 했다. 당시 서울 기와집 400채 값이었다. 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가격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 가치는 후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고, 그것이 원래 내가 수집을 시작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잡스러운 그림을 그린다고 폄하됐던 겸재 정선(1676~1759)을 화성(畫聖)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을 내 최대의 성과로 생각한다. 그럼 내가 묻겠다. 지금 간송미술관에서 당신은 어떤 기분을 느끼나. →윤정은 당대 최고의 좋은 자재로 지었다는 미술관이지만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1930년대의 근대식 2층 건물과 창틀에는 현대미술관처럼 멋진 조명도 없고 첨단 잠금장치도 없다. 화장실 냄새도 코를 찌른다. 아이들이 유리에 온갖 손자국을 내며 코를 박고 보는 모습은 유럽 미술관의 풍경과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전시하지 않아서 좋았고, 온전히 우리 것이라는 것이 더 좋았다. 내가 보고 있는 전시품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생각보다는 조상의 것이라는 사실이 먼저 느껴졌다. 바티칸이나 루브르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친구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다. 간송미술관에 가면 간송이라는 사람과 그가 남긴 뜻이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참고서적 간송 전형필/이충렬/김영사 조선의 그림수집가들/손영옥/글항아리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최완수·한상남/샘터 조용헌의 명문가/조용헌/랜덤하우스코리아 메디치 머니/팀 팍스·황소연 옮김/청림출판 메디치‘의 음모/피터 왓슨·김미형 옮김/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산소탱크 멋져요 각목살인 겁나요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산소탱크 멋져요 각목살인 겁나요

    스포스 스타들의 활약이 인터넷 세상을 뜨겁게 달군 한 주였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가 지난 4월 13일 ‘UEFA 챔피언스리그’ 첼시전에서 터뜨린 시즌 7호골이 맨유 공식 잡지에서 ‘이달의 골’로 선정됐다. 이 소식에 누리꾼들의 ‘광클’이 쏟아지며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탱크의 2년여 만의 우승은 4위에 올랐다. 프로골퍼 최경주는 16일(한국시간) PGA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데이비드 톰스와 동타를 이룬 뒤, 17번홀에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파를 잡아 보기에 그친 톰스를 꺾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 AS 모나코에서 활약 중인 박주영 선수가 오는 6월 12일 한살 연상의 여자친구 정유정씨와 결혼식을 올린다고 발표해 관심이 집중됐다. 8위. 예비신부 정씨는 고려대 정치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재원이다. 두 사람은 고려대 캠퍼스 커플로 7년여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2위는 주한미군 고엽제 매장 소식이 차지했다. 1987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에서 근무했던 미군 3명이 16일 언론을 통해 “독극 물질 208ℓ짜리 드럼통 250개가량을 한국땅에 묻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특히 증언 중 로버트 트래비스가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쓰여 있었다.”고 말해 미군이 묻은 게 베트남 전쟁 때 쓰인 고엽제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MBC의 ‘나는 가수다’가 3위, ‘뉴스데스크’ 공식 사과가 5위에 각각 올랐다. ‘나가수’는 의도적인 방송분량 늘리기 의혹으로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았고, ‘뉴스데스크’는 ‘각목 살인사건’의 충격적인 폐쇄회로(CC) TV 영상을 방영해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뉴스데스크’는 이전에도 ‘버스 즉사’ 영상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서울시가 지하철 운송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기본요금을 100~200원 인상하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의 40∼50%를 정부로부터 보전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6위에 올랐다. 이어 서태지의 소송 취하 거부가 7위를 차지했다. 이에따라 23일 열릴 서태지와 이지아의 법정 공방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 끝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의 대전 대덕지구 입지가 최종 확정됐다. 9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일 새벽 특별 열차를 타고 투먼을 통해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은 10위에 올랐다. 예전과 달리 중국 고위층이 대부분 해외 순방 등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어서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주변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계자 김정은의 동행 여부도 관심거리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1978년 이전에도 매립 가능성”

    1978년 경북 칠곡의 미군 기지에 고엽제를 파묻었다고 폭로한 퇴역 주한 미군 스티브 하우스가 1978년 이전에도 고엽제가 매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우스는 2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내 증언자들이 제기한 1978년 이전의 추가 매립 가능성에 동의한다며 “이와 관련한 근거는 변호사에게 이미 얘기했고 어떤 시기가 온다면 이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하우스는 인터뷰에서 당시 캠프 캐럴에 매립한 고엽제가 205ℓ들이 드럼통으로 600여 개이고,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도 포함됐으며, 매립 당시 오염을 막기 위한 보강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고엽제를 묻으라고 지시한 직속 상관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밝힐 단계는 아니다. 변호사에게는 이미 이름을 알렸다.”고 전했다. 하우스는 이어 “인터뷰 직전 미군 당국으로부터 ‘해당 기지의 청사진을 보여주면 정확한 매립 위치를 밝힐 수 있겠느냐’는 문의가 왔다.”고 밝혀 미군 당국의 조사가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정확한 매립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미군 당국이나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고, 건강이 허락된다면 한국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우스의 인터뷰는 23일 오전 7시 15분 ‘손석희의 시선집중’ 3, 4부에 방송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세계문화유산 ‘사유물’ 전락 비난 봇물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이 부속 궁원에 이어 황실 별장이었던 허베이(河北)성 청더(承德)의 피서산장 경내에 부자들을 위한 호화 프라이빗클럽을 건설해 운영하려던 계획이 폭로돼 물의를 빚고 있다. 문화유산이 특정인들을 위한 사유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허베이성 일간 옌자오두스바오(燕趙都市報)에 따르면 피서산장은 ‘황가회관’(皇家會館)이라는 호화판 별장을 건설 중이며 다음 달 중순 개장을 앞두고 있다. 피서산장은 세계 최대의 황실 별장으로 경관이 빼어나 경내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18세기 후반 조선 문인 연암 박지원이 방문해 ‘열하일기’를 남긴 유적지이기도 하다. 신문에 따르면 ‘황가회관’은 지난해 5월 공사가 시작돼 다음 달 개장을 앞두고 VIP 회원을 모집 중이다. 황가회관은 20만 위안(약 3340만원) 상당의 회원권을 100명에게 한정 판매하면서 이들에게 스위트룸, 황실 연회, 프랑스 요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특별 회원들은 가입비 이외에 매년 10만 위안을 추가로 내야 한다. 대지 3만 8000㎡, 건축 면적 7300㎡의 황가회관에는 고급 식당과 카페, 헬스장, 온천, 영화·음악 감상실 등을 갖추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청더시 문물국과 청더시 건설투자집단 합작으로 건설 중이며 운영은 황가회관공사라는 회사에서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커지자 청더시는 “계약 위반이며 회원 모집을 즉각 중지시키겠다.”고 밝혔다. 피서산장 측도 “프라이빗클럽 운영 허가를 내준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담당 업체가 (회원 모집) 광고를 낸 것 같다.”고 해명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경북 청도에 ‘코미디 철가방 극장’ 여는 개그맨 전유성 씨

    [김문이 만난사람] 경북 청도에 ‘코미디 철가방 극장’ 여는 개그맨 전유성 씨

    웃음이 없는 인생은 얼마나 삭막할까. 웃음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묘약이다. 하여 ‘웃음거리’를 잘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 기발함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개그계의 ‘대부’로 불린다.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심야극장과 심야볼링장을 창안했다. 마구 헝클어진 복잡한 문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쾌도난마(快刀麻)처럼 단박에 해결한다. ‘듣도 보도 못한 콘서트’ ‘개나 소나 콘서트’ 등을 연출, 눈길을 끌었고 ‘구라 삼국지’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 등 웃음을 자아내는 책만 하더라도 20권 가까이 펴냈다. ‘득도의 삐딱선’을 타고 좌충우돌 달려 ‘괴짜, 기인’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전유성(62)씨를 두고 하는 말들이다. 그는 최근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해 연거푸 기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후배 개그맨 김학래, 이봉원, 김대범, 안상태 등과 얘기를 나누던 도중 딸 전제비씨와 전화 연결을 통해 나눈 대화 내용은 네티즌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때 딸은 “내가 머리를 새로 하거나 화장을 하면 아빠는 못 알아보신다.”고 말해 아연실색하게 했다. 딸은 또 “결혼 전, 예비신랑이 집에 왔더니 아빠가 신랑에게 ‘내가 결혼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거냐’고 딱 하나 물었다. 신랑이 ‘아닙니다’라고 했더니 ‘그런데 뭐하러 물어보러 왔냐’고 하셨다. 그러면서 조영남과 선약이 있다면서 사라지셨다.”고 폭로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개그맨’ 용어 처음 사용 전씨는 이렇게 가는 곳마다 다소 엉뚱하지만 웃음과 화제를 몰고 다닌다. 그가 또 하나 일을 저질렀다. 20일 오전 11시 경북 청도에서 국내 최초의 코미디전용극장인 ‘코미디 철가방 극장’(코철)을 개관한다. ‘바로 코앞에서 엎어지고 자빠지고~정말 웃깁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뜻깊은 자리를 마련하는 것. 코미디협회장인 엄용수씨를 비롯해 주병진 김미화 김신영 등 후배들도 참석해 처음 생기는 코미디 전용극장의 의미를 빛낸다. 코미디 퍼포먼스팀 ‘옹알스’와 김정우의 마술, 서도소리 명창 이은관 선생의 수제자 박정욱씨의 무대 등 다양한 볼거리 행사도 동시에 진행된다. 지난 16일 방송 출연을 위해 잠시 서울에 온 전씨를 여의도에서 만났다. 늘 그렇듯이 청바지를 입었고 검은 모자를 썼다. 인사를 하자 “(홍보를 위해) 요즘은 완전히 저자세입니다.”라면서 웃는다. 항상 모자를 쓰는 이유를 묻자 “햇빛이 강렬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청도 풍각면에 ‘코철’을 세운 까닭을 물었다. (인터뷰 내내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0.1초 이내였다.)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그냥 오다가다 청도에 들렀습니다. 그게 인연이 됐지요. 원래 방송을 그만두면 시골에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낡은 교회당이 눈에 보였고 야외음악당이 근사했습니다. 교회당 건물을 개조해 ‘니가 쏘다쩨’라는 카페를 만들고, 음악당에서 ‘얌모얌모 콘서트’를 열었고, 나중에 ‘개나 소나 콘서트’로 이어지면서 청도에 발을 딱 붙이게 됐지요. 그러고 보니 올해가 4년째입니다. 앞으로는 ‘코미디 시키신 분’을 위해 코미디 철가방을 들고 배달에 나설 작정입니다. 관람료도 자장면 값(4000원)에 맞췄지요.” 그가 기획한 ‘개나 소나 콘서트’는 청도의 소와 애완견을 위한 콘서트로 출발해 매년 관람객이 늘어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매년 말복에 열리며 ‘멍멍멍, 음매~’로 콘서트를 시작한다. 그동안 69인조와 72인조 오케스트라가 참여했으며 청도지역 수의사들이 대부분 자원봉사를 할 정도다. 내년에는 구제역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소와 돼지를 위한 위령제’를 열 계획이다. ●특수장치 다양한 ‘코철’ 직접 설계 그렇다면 시골에 코미디 극장을 세우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코미디를 본 적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TV에서만 봤다고 그래요. 도시 사람들이야 공연장에서 본 적이 있겠지만 시골에선 그런 기회가 거의 없지요. 좀 더 양질의 코미디를 직접 보여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개관하는 ‘코철’ 극장은 그의 성품대로 직접 팔을 걷어붙여 설계했다. 외벽은 중국집 철가방의 모습이다. 극장 입구에는 철가방이 반쯤 열려 있고 그 속에는 간자장과 짬뽕이 쏟아져 내린다. 또 젓가락과 고춧가루통, 식초통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또 높이 5.2m의 대형 소주병이 반쯤 기울어진 채 붙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철가방이 반쯤 열려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그림이 그려진다. 그는 이 대목에 이르러 “공연 전에 관람객들에게 ‘소맥’ 한 잔씩 돌리겠다.”며 웃는다. 얼른 ‘소맥’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소칠맥팔이 가장 간이 맞는다.”고 했다. 소주잔에 7부, 맥주잔에 8부를 따른 뒤 섞어 마신다는 뜻이다. 전씨가 자랑하는 부분은 극장 건물 내부의 특수장치. 무대 뒤 벽이 커튼처럼 돼 있어 공연할 때면 그것이 열리면서 800m 뒤에 있는 당산나무까지 무대가 확장된다. 세상에서 가장 큰 무대가 펼쳐진단다. “어설프게 보시면 안 됩니다. 코철은 4D 극장입니다. 배우가 재채기를 하거나 침을 튀기면 객석에서 얼굴로 바로 느낄 수 있지요. 객석 의자에 특수 구멍을 설치해 비가 내리는 상황이면 구멍을 통해서 물이 뿜어져 나오게 돼 있습니다. 폭포가 떨어지는 장치도 해놨고 바닥에서 분수도 올라오도록 해 놨습니다. 또 무대 뒤가 열리면 밤하늘의 달과 별이 호수에 떨어지도록 했지요.” 그런데 객석은 겨우 40석이다. 왜 그럴까. “도시에서도 100석을 다 채우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100석 공간에 40명밖에 안 차면 배우들도 공연하기가 싫어질 겁니다. 객석을 작게 만들어서 크게 채우자는 발상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40석의 의자 가운데는 후배 이성미, 박미선, 이홍렬 등의 이름이 새겨진 것도 있다. 평생 관람료를 미리 지불해서 그렇단다. 그렇다고 이들이 의자를 독점한 것은 아니다. 관객들은 이 의자에 얼마든지 앉을 수 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협찬과 익명을 요구하는 독지가들의 참여도 있어 극장을 개관하게 됐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전씨는 그동안 ‘코철’ 극장 개관을 준비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코미디시장’을 운영해 왔다. ‘코미디시장’은 꿈과 열정이 있는 개그 지망생들을 위한 ‘개그 사관학교’다. 현재 개그 스타로 활약하는 신봉선, 박휘순, 안상태, 김대범, 황현희 등이 1기생 출신이고 2기생 20여명이 얼마 전 수료했다. 이들에 대해 그는 “지금 2기생들 가운데 4, 5명은 새로운 스타로 명성을 날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코철’이 성공 사례가 되면 다음에는 코미디박물관을 만들 것입니다. 또 전국에 ‘코철’ 극장이 생겨나서 다들 눈앞에서 엎어지고 자빠지고 정말 웃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난 청도 삐끼… 오시면 손해 안봐요” 앞을 향한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연인 2명만 들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연장, 목만 집어넣고 보는 인형극장, 취미와 연령에 따라 골라서 볼 수 있는 뷔페식 극장 등등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청도에 와서 코미디를 보는 관람객들을 위한 보너스로 뭔가 해줄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풍경 좋은 ‘걷는 길’을 발견했다. 올레길, 둘레길은 있고 그래서 제목을 ‘몰래길’이라고 했단다. 그럴듯한 전설도 만들었다. ‘옛날 호랑이가 고스톱치고 원숭이가 광팔던 시절! 비슬산 자락에 화전민 동팔이가 살았다. 동팔이는 척박한 비탈 땅을 갈아 감자 심고 텃밭 가꿔 겨우겨우 풀칠하고 살았다. 동팔이는 매년 벌어지는 소 싸움장에 나가 소여물 끓이기, 소 이빨 닦아주기, 소 발톱깎기 등 닥치는 대로 뒤치다꺼리를 하며 몇 푼 벌면 생필품을 구해 지금의 몰래길을 넘어 오곤 했다.(후략)’ 그는 “이쯤 되면 먼길 청도에 오셔도 손해는 절대 안 볼 것이며 단체나 가족, 연인들도 한번쯤 오시면 잊지 못할 추억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미 ‘청도 삐끼’이며 청도역장에게 ‘청도 코미디 열차’를 하나 만들자고 부탁해 놓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문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설렘입니다. 앞으로 저희 극장에서는 장편 코미디로 가려고 합니다. 또 이영자나 신봉선처럼 미래의 스타들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즐거움을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 개그맨 전유성은 ‘개콘’ 최초 기획으로 공개코미디 붐 주도… 저서 15권 넘어 1949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희극배우이자 공연 기획자로 유명하다. 서라벌예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뒤 탤런트 시험에 낙방해 1969년 MBC 개그 콘서트로 데뷔했다. 진로그룹 이사를 역임했으며 한때 서울 인사동에서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복고풍 카페를 운영했다. 개그 콘서트를 최초로 기획해서 공개 코미디붐을 일으켰다. 1993년 불교방송 백팔가요를 시작으로 MBC 전유성·박미선 특급작전(1997), MBC 지금은 라디오시대(2003) 등의 진행을 했다. 2000년 올해의 인터넷 연예인상, 2004년 MBC연기대상 라디오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2001년에는 개그 사관학교인 ‘전유성의 코미디시장’을 창단했다. 4년 전부터 청도에서 지내고 있으며 매년 말복날 ‘개나소나 콘서트’를 열고 있다. 저서로는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 ‘전유성의 구라삼국지’ 등 15권이 넘는다.
  • “2006년 1·9월 스트로스칸에게 성매매 알선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성폭력 미수 사건은 그의 여성과 관련된 과거 이력들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악명 높은 여성 포주가 스트로스칸이 2006년 두 차례 자신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을 소개받았다고 주장했다고 영국의 일간 더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맨해튼 마담’으로 알려진 포주 크리스틴 데이비스(35)는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로스칸이 2006년 1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뉴욕에서 자신이 소개한 성매매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데이비스는 파리에서 성매매 활동을 하는 보스니아 출신의 어마 니시라는 여성으로부터 스트로스칸을 소개받았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트로스칸은 IMF 총재를 맡기 전인 2006년 1월 미국 여성과 두 시간 동안 잠자리를 갖는 대가로 데이비스에게 2400달러(약 260만원)를 현금으로 지불했다고 데이비스는 주장했다. 데이비스에 따르면 스트로스칸은 ‘전형적인 미국 여성’을 원했고, 이 여성은 “그가 너무 공격적이어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데이비스는 2006년 9월에도 다시 요청이 와 브라질 여성을 그에게 보냈다고 덧붙였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외신보도의 문제/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외신보도의 문제/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때 종속이론이 한국 학계를 풍미한 적이 있다. 한국경제가 대외 선진경제에 종속되어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모색할 수 없다는 이 이론은 현상이 그렇지 않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퇴조했다. 언론학계에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허버트 실러는 미국의 양심이라는 촘스키 교수에 버금가는 대표적인 미국 비판론자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 치열할 때인 1969년에 나온 ‘미국 제국’은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자 얼마나 정보·문화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를 폭로한 책이다. 만약 어떤 나라가 패권을 차지하고 이를 유지하려 한다면 정보·문화의 지배는 필수적이다. 한 나라의 패권에는 지배당하는 자의 불만이 있게 마련이고 이를 무마하려면 큰 비용이 드는데, 패권적 정보와 문화는 아예 이런 인식을 막아 불만이 생기지 않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국제 뉴스는 이 점에서 단적인 사례다. 잘 알려졌다시피 서울신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언론들은 대부분의 국제 뉴스를 CNN이나 로이터 같은 국제 뉴스사들이나 국제 정세에 민감한 선진국 언론들의 공급에 의존한다. 우리도 특파원이 일부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교류가 많은 나라에 국한된다. 허버트 실러가 한참 인용될 때인 1980년대 초중반에도 그랬지만 그때에 비해 나라의 부가 몇 배나 증가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수시로 벌어진 전쟁 탓에 국제 뉴스의 온상이 된 중동의 경우는 최근의 재스민 혁명이나 리비아 사태에 이르기까지 이들 국제 언론사의 취재 범위를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고 최근 연구는 말한다. 그러나 이 점은 이들 뉴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중동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크게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동침 언론’으로 직역될 수 있는 이른바 ‘임베디드 저널리즘’(embedded journalism)은 이들 언론의 약점을 지적한 말로, 전쟁에 참여한 한쪽 군대와 같은 침상을 쓰는 기자가 어떻게 양쪽을 공평하게 볼 수 있겠는가를 빗대는 말이다. 결국, 그 뉴스들은 미국(또는 영국, 나토 등)의 시각을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언론 통제에 실패해 낭패를 봤던 베트남 전쟁 이후 매우 체계적이고 집중적이 된 미국의 전쟁 언론정책, 특히 걸프전쟁을 떠올려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이들 언론사가 미국의 정책을 무작정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나름의 관점과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고 취재에 임한다. 또 지금은 국제 언론사들이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알자지라 같은 중동 소재의 뉴스사들도 뉴스를 생산하고, 심심치 않게 우리 언론에도 인용된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대안들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력을 앞세운 미국의 체계적인 정보관리에 턱없이 못 미친다. 빠르고 생생한 뉴스를 추구하는 이들 언론에 문제의 핵심에 있는 사담 후세인이나 오사마 빈라덴, 카다피 등에 대한 각종 정보는 그야말로 금쪽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군사적으로 매우 비밀스러운 것이며, 그에 준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가까이 갈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부나 CIA 같은 정보기관이 언론에 중요하게 취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이 전략적으로 흘려주는 정보는 국제 언론사들에 의해 다시 가공되고 전 세계로 전파된다. 가치 높은 뉴스를 얻으려면 이들의 이런 관리를 받는 게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을 두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각종 의문과 루머, 리비아 사태의 향배를 둘러싼 확인할 길 없는 이런저런 예단과 추측성 전망은 앞으로 생길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어떤 사태에서 큰 차이 없이 반복될 것이다. 마치 이라크전이 걸프전의 쌍둥이였던 것처럼. 지난 1980년대에 실러의 주장을 처음 들으면서 충격을 느꼈던 우리 언론이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별다른 돌파구 없이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 금감원, 저축銀 비리신고 묵살

    금융감독원이 2년 전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를 진행할 당시 금감원 홈페이지에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금융 비리가 신고됐으나 이를 묵살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내부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직원들의 입을 막는 데 26억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16일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상대로 비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5억~10억원씩을 뜯어낸 윤모(46)씨 등 전 직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부산저축은행 영업1팀에 근무하던 김모(28·여)씨는 회사를 그만둔 2009년 3월 “저축은행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대출해 주고 통장과 도장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적법한지”를 금감원 홈페이지 ‘금융부조리 신고’ 란에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당시 검사팀이 저축은행의 비리를 은폐·묵살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씨는 검찰에서 “금감원 홈페이지에 신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산저축은행 강성우(59·구속기소) 감사가 신고를 취하하라며 먼저 접촉을 해 왔다. 금감원에서는 연락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금감원 규정상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되는 내용은 감사실에서 확인해 절차에 따라 처리하게 돼 있다. 결국 김씨는 강 감사에게 7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다음 달 6억원을 받아내고서 신고를 취하했다. 또 영업1팀 과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윤씨는 2005년 강 감사에게 전화를 걸어 “정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월급과 위로금 등으로 10억원을 주지 않으면 은행이 차명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고, SPC를 만든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 강 감사에게서 10억원을 받은 혐의다. 영업2팀 과장으로 근무했던 김모(42)씨와 영업1팀에서 근무했던 최모(27·여)씨도 각각 5억원을 뜯어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금감원 전·현직 직원들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환수 절차에 들어갔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