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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시장 고소인 변호사 “2년 전 똥물이 거름 돼”

    박 시장 고소인 변호사 “2년 전 똥물이 거름 돼”

    박 시장 고소인측 이번 주 후속 기자회견 예정 이번 주 안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고소 사건에 대한 2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김재련 변호사가 21일 여러 2차 가해 및 공격에 단호한 자세를 밝혔다. 박 전 시장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 변호사는 이날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공소권이 없어졌어도 고소 사실에 대해 판단 받는 것은 국가의 공적 기구를 통해 가능하다”며 “성폭력 특례법 위반으로 고소한 건 이외에 2차 가해, 방조,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행위자들에 대해서는 죄가 되는지를 수사기관에서 적극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2월 모 미투사건을 대리하던 중 기똥찬 똥물 공격을 받았었다. 암 수술 1년 후였는데 재발하겠다 싶을 정도로 가슴 통증이 심했었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당시의 미투사건은 2018년 1월 말 상사의 성추행을 고발한 서지현 검사의 사건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서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한국 사회에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불붙었다. 성폭력법 위반뿐 아니라 2차 가해, 방조 등도 수사 촉구 김 변호사는 학교 동문인 서 검사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지만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이사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비난을 사자 결국 대리인 직을 사임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으로 일했고, 한·일 위안부 협상의 결과로 세워진 화해치유재단 이사로 일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대리인단 사임과 관련에 “범죄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의도를 묻고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상황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2년 전에 대해 김 변호사는 “그들이 침 튀기며, 눈 무릅쓰며 내뱉는 ‘정의, 공정, 적폐, 인권’ 이런 단어들이 그들에게 농락당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며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그때와 똑같지만 나는 그때와는 달라졌다”며 박 전 시장 고소 사건에 임하는 태도를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그들이 퍼부은 똥물이 내겐 거름이었다!”며 여러 공격과 비판 및 2차 가해에도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적대화 인용’ 김봉곤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상 반납

    ‘사적대화 인용’ 김봉곤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상 반납

    지인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 내용을 소설에 인용해 논란을 일으킨 작가 김봉곤이 피해자와 독자, 출판사와 동료 작가들에게 사과하며 상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김봉곤은 21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간의 모든 일에 대해 사죄드린다”면서 “제 소설로 인해 고통받은 ‘다이섹슈얼’님과 ‘0’님께 사죄드린다. 독자 여러분, 출판 관계자분, 동료 작가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김봉곤은 ‘여름, 스피드’에 등장하는 ‘영우’라고 밝힌 남성을 거론하며 “‘0’님의 문제 제기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에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면서 “고유의 삶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타인을 들여놓은 제 글쓰기의 문제점을 ‘다이섹슈얼’님과 0님의 말씀을 통해 뒤늦게 깨닫고 이를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김봉곤은 또 단편 ‘그런 생활’로 받은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도 반납하겠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이 문제를 직시하며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적 대화 무단 인용 논란으로 문제가 된 소설책은 이미 출판사에 의해 모두 판매 중단됐다. 해당 작품은 단편 ‘그런 생활’이 실린 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과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단편 ‘여름, 스피드’가 실린 소설집 ‘여름 스피드’(이상 문학동네)다. 앞서 지난 10일 자신이 ‘그런 생활’에 등장하는 ‘C 누나’라고 밝힌 여성이 자신이 김봉곤에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소설에 그대로 인용됐다고 폭로했다. 이어 지난 17일 자신이 ‘여름, 스피드’에 등장하는 ‘영우’라고 밝힌 한 남성도 과거 김봉곤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 동의 없이 소설 도입부에 인용됐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동성애자임을 밝힌 김봉곤은 2016년 등단 이후 동성애를 주제로 한 사소설(私小說) 형태의 작품을 써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생리 때도 성폭행” 6번이나 中회사 신고…“사적인 일”

    “생리 때도 성폭행” 6번이나 中회사 신고…“사적인 일”

    중국 국영 보험사 중 하나인 중국 런서우 생명보험에서 사내 성폭행 스캔들이 터졌다. 20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런서우 보험 지린성 지점에서 근무 중인 여직원 량모씨는 지난해 자신의 상사인 임원 리모씨에게 여섯 번 성폭행을 당했다. 리는 지난해 1월 자신의 부하로 배치받은 량에게 업무 핑계로 접근해 지난해 7월부터 지난해 8월 17일까지 여섯 번이나 성폭력을 했다. 심지어 량이 생리 중일 때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갑상선 항진증을 앓고 있던 량이 목 부위가 취약하다는 점을 노린 듯 리는 량의 목을 조르는 등 물리적 폭력도 가했다. 량은 “리의 가족은 넷인데 학교에 다니는 막내를 제외한 리·아내·자녀가 모두 이 회사로 출근한다. 이 일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고 창피했다”고 말했다. 폭로하면 회사 업무에 지장을 받고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수차례 피해를 입었음에도 량은 처음엔 경찰 신고를 망설였다. 현지 매체인 지린일보에 따르면 상사인 리는 지점에서 실적이 우수한 직원으로 평가받아 최근 출세 가도를 달려왔다. 용기를 회사 간부에게도 사정을 털어놨지만 상사는 “그건 사적인 일”이라면서 “회사는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해결책을 내놓지 않자 량은 지난해 11월 현지 경찰에 신고하며 사건 녹취록을 제공했지만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이후 량의 사연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상에서 화제가 되며 공분을 자아냈다. 중국 런서우 생명보험은 지난 17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팀을 꾸렸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현재 사법기관이 이미 개입해 이 사건에 대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리 모씨의 판매 대리 업무는 중단됐다. 공안기관에 협조해 조사 활동을 벌이고,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법기관의 결정에 따라 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해 직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연일 中 때리는 英… 이번엔 “홍콩과 범죄인인도조약 중단”

    연일 中 때리는 英… 이번엔 “홍콩과 범죄인인도조약 중단”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으로 미중 대결 구도가 격화하는 가운데 영국도 미국을 도와 ‘중국 압박’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민법 개정과 화웨이 퇴출 결정에 이어 홍콩과의 범죄인인도조약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주미 대만대사 격인 대만 대표처 처장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미 국무부 건물로 들어올 수 있게 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의도적으로 훼손했다. 일각에서는 서구세계가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를 보이콧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더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중국 소수민족 탄압을 이유로 홍콩과의 범죄인인도조약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중국이 이슬람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탄압하는 데 대한 제재안 가운데 하나로 이같이 결정했다. 영국 정부는 중국의 기관과 개인에게 ‘마그니츠키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제재는 러시아에서 권력층의 부패를 폭로했다가 의문사한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1972~2009)를 기려 인권 유린국에 자산 동결이나 여행 제한, 비자 발급 제한 등 조치를 내리는 것을 말한다. 영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하자 이민법을 개정해 홍콩 주민들을 정치적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퇴출시키기로 하는 등 연일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라브 장관은 이날 BBC방송 인터뷰에서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협력 중”이라고도 했다. 영어권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가 중국에 공동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와 호주가 최근 홍콩과의 범죄인인도조약을 중단했다.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은 가오숴타이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처장이 이임을 앞둔 지난 8일 미 국무부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면담했다고 20일 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대만 교류 준칙’을 통해 주미 대만 대표처 직원이 미 국무부 빌딩에 출입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가오 처장의 방문은 이 규정이 해제됐음을 뜻한다. 미중 관계가 갈수록 나빠지자 2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80년대 미소 냉전 시기 양 진영이 상대국에서 열리는 올림픽(1980년 모스크바·1984년 로스앤젤레스)에 불참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보이콧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 17일 “보이콧은 선수들에게 해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15년 전에도 꺼낸 ‘무관용 원칙’…대한체육회, 故 최숙현 사건 대책 발표

    15년 전에도 꺼낸 ‘무관용 원칙’…대한체육회, 故 최숙현 사건 대책 발표

    사건 터질 때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솜방망이 징계 사건조사는 미적미적 반복한번도 제대로 실현한 적 없는 ‘탁상대책’대한체육회가 지난 19일 가혹행위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이 일어난 뒤 뒤늦게 관련 대책을 쏟아냈지만 스포츠계의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대책 나열보다는 단 하나라도 의지를 갖고 제대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체육계 폭력 지도자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중대한 사안의 경우 영구제명)’가 대표적이다. 스포츠계 폭력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언급되어온 방안이다.지난 2005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체육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며 폭력 지도자를 체육계와 격리시켜 선수들을 보호하겠다며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에 체육회는 1번 적발시 지도자 자격 5년 정지, 2번 적발시 10년 정지, 3회 적발시 영구제명 등의 징계 양정 기준을 개정하고 “5년 정지는 실질적으로 지도자 지위가 없어지는 일”이라며 사실상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다름 아니라고 홍보했다. 2007년 여름 한 여자 프로농구 감독의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스포츠계 성폭력 근절 대책에도 성폭력 지도자에 대한 영구제명 조치가 포함돼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가 지도자를 상습 폭력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발생하자 문체부는 이듬해 ‘폭력 지도자 원 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포함한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2014년에도 문체부는 경찰청과 함께 종목 사유화, 횡령, 폭력, 성폭력 등을 4대악으로 규정짓고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을 운영하며 ‘무관용 원칙’을 언급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술집에서 후배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문체부가 발표한 ‘폭력 방지 대책’에도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 언급된다. 지난해 스포츠혁신위원회 1차 권고에도 미국 ‘세이프 스포츠’ 사례와 같이 체육계 내부와 독립된 강력한 독립기관이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지난 15일 발표한 자료 따르면 체육회 산하 종목 단체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감경하고 사건 조사를 지연시키는 등의 구태가 여전했다. 최근 5년간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와 주요 체육단체의 구제 기구에서 처리한 폭력·성폭력 사건 349건 가운데 부실 처리 의심 사례가 132건(38%), 특별한 사유 없이 조사가 1년 이상 지체된 경우도 28건(8%)이나 됐다. 또 상당수 종목 단체 징계위원회는 △징계 혐의자가 국위를 선양해서 포상을 받았다거나, △지역 유망주라거나 △징계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징계 혐의자가 받을 피해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 양형 기준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경란 전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장은 “체육회가 가해자 엄벌과 감시 체계 강화를 요지로 한 대책을 내놨지만 한국 스포츠계 구조 개혁과 인적 카르텔의 뿌리를 깨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최 선수 사건은 끊임 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권력형 성범죄의 방조자·방관자들/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권력형 성범죄의 방조자·방관자들/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K좀비’의 진화를 보여 주는 ‘반도’와 ‘#살아있다’가 쌍끌이 흥행 중인 요즘 극장가에서 외화 한 편이 조용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보수 언론의 상징인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이 간판 앵커 등 수십 명 여성의 성추행 폭로로 추락한 실화를 그린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다. 2017년 미국 내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기 1년 전 일이다. 지난 8일 개봉 이후 열흘간 13만명이 관람한 영화에는 직장 내 성희롱, 특히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의미 있는 명대사가 여럿 나온다. 에일스를 성희롱으로 고소한 첫 내부고발자 그레천 칼슨은 ‘소송으로 뭘 원하느냐’는 변호인에게 “그런 행동(성희롱)을 멈추게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다른 범죄 피해자와 달리 성범죄 피해자들은 자주 폭로의 의도와 배경을 의심받는다. 당연하면서도 본질적인 이 한마디를 실현하기 위해 법에 의지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게 다가온다. “직장 내 성희롱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어떤 행동을 했고, 무슨 말을 했으며, 뭘 입었는지를 되묻게 한다.” 신입 앵커 케일라 포스피실의 대사는 피해자인데도 자책에 시달려야 하는 여성의 입장을 대변한다. 경력과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폭로 대열에 합류한 메긴 켈리가 ‘늦게 했다고 욕을 먹는다’고 토로하는 장면은 어떤가. 가까스로 용기를 낸 피해자에게 “왜 이제서야…”라는 무심한 질문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 준다. 제왕적 권력을 쥔 에일스가 피해자들에게 던진 올가미는 ‘충성심’이었다. ‘내 말을 잘 들으면 원하는 것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자르겠다’는 암묵적 위협을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란 고상한 단어로 포장한 것이다. 위계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권력형 성범죄 문제의 심각성은 조직 내부에 방조자 또는 방관자를 만들 여지가 크다는 데도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불편했던 장면은 회장의 비서가 열정 넘치는 포스피실에게 회장과의 독대 자리를 주선하는 대목이다. 영화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노년의 여성 비서는 회장의 성희롱 행위를 방조하고, 심지어 도와주기까지 한다.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는 방식인 셈이다. 인권운동가, 시민활동가로 명망 높았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의 위험성이 도처에 널려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 줬다. 성희롱 개념조차 없던 1998년 ‘서울대 우조교 사건’ 변호인으로 국내에서 처음 성희롱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당사자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면서 서울시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해 젠더특보까지 신설했던 그가 권력형 성범죄의 가해자로 지목된 현실을 우리는 어느 때보다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피해자 측 주장을 보면 서울시 비서실의 성인지 감수성이 일반 시민보다 오히려 낮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피해자는 시장의 속옷을 챙기고, 낮잠을 깨우고, 기분을 좋게 하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2016년부터 4년간 8차례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민간 기업에서 벌어졌다고 해도 공분을 살 일이 어떻게 1000만 도시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자행될 수 있었는지 믿기지가 않는다. ‘6층 사람들’로 불렸던 정무직 인사들은 하나같이 “성추행 의혹을 몰랐다”며 입을 닫고 있다. 대신 고소 사실이 알려진 뒤 피해자를 회유하려 했던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임순영 젠더특보의 언행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고인의 최측근이었던 이들의 그릇된 충성심이 피해자를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리도록 방관 혹은 방조한 건 아닌지 씁쓸하고 안타깝다. coral@seoul.co.kr
  • 퀴어 작가의 강제 아우팅… ‘문단의 윤리’를 묻다

    퀴어 작가의 강제 아우팅… ‘문단의 윤리’를 묻다

    ‘카카오톡 무단 도용’으로 시작된 김봉곤 작가를 둘러싼 논란이 문단 윤리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커밍아웃한 퀴어 작가인 그는 ‘오토픽션’(자전 소설)을 통한 퀴어 서사로 주목을 받아 왔다.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소설 ‘그런 생활’에 자신의 카카오톡 대화가 무단 인용됐다는 여성의 주장이 제기된 이래 추가로 작가의 소설로 ‘강제 아우팅’(타인에 의해 성적 지향·정체성이 공개되는 행위)을 당했다는 폭로까지 이어졌다. 여론은 들끓었고, 작가의 소설을 출간했던 문학동네와 창비는 판매 중지를 선언하고 나섰다.1차 발단은 지난 10일 트위터에 자신을 ‘그런 생활’에 등장한 ‘C누나’라고 밝힌 A씨가 글을 올린 데서 시작됐다. 그는 “‘C누나’의 말은 제가 김 작가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며 “전체 분량은 원고지 약 10매”라고 밝혔다. A씨는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작가가 그대로 썼으며, 자신의 항의는 묵살됐다고 적었다. ‘그런 생활’은 ‘문학과사회’ 2019 여름호,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 김 작가의 소설집인 ‘시절과 기분’(창비) 등에 실렸다.17일에는 자신이 김 작가의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문학동네)의 표제작에 등장하는 영우라고 주장하는 인물 B씨가 나타났다. 그는 트위터에 “이름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들이 소설 속에 적시돼 아우팅당했다”고 적었다. 문학동네와 창비는 애초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에 직면, 태도를 바꿨다. 두 출판사는 A씨의 폭로가 나온 직후인 14일 당사자의 문제제기 후 해당 내용을 즉시 수정했다고 밝혔다. 16일에는 수정 전 판매분을 수정 판본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공지했다가 B씨의 발언이 나온 17일부터는 해당 단행본 3권에 대해 판매 중지를 선언했다. 김 작가는 A씨에 대해 “미스커뮤니케이션에 의해 빚어진 일”이라고 밝혔으나 B씨 건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의 판매 중지 선언에도 ‘김봉곤 사태’의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출판사와 작가의 소극적인 입장 표명에 거듭 항의하던 독자들은 해당 책들의 교환을 넘어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 작가와 친분이 있는 작가들의 SNS를 찾아가 ‘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느냐’는 식의 ‘사이버불링’도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폭로에 작가들도 분노했다. 김 작가와 함께 올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초엽 작가는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소설을 싣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이현석 작가도 창비에서 발간하는 ‘창작과비평’, ‘문학3’ 보이콧에 이어 “제대로 된 사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두 회사(문학동네·창비)와 맺은 출판 계약을 해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토픽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신을 소설 속 영우라고 밝혔던 B씨는 입장문의 마지막에 “오토픽션이라는 이름하에 행하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의 갈취가 여전히 실재하는 인물들에게 가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의 장에서 다시금 알릴 뿐”이라고 적었다. 최근 창비에 출판물 계약 해지를 요청한 정소연 작가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토픽션이니 하는 흰소리만 하며 작가를 고평가해 온 ‘선생님’들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며 문단 비평에 대한 역할을 촉구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허드렛일·쥐꼬리 임금·소모품… 화려한 조명 뒤에 그들이 운다

    허드렛일·쥐꼬리 임금·소모품… 화려한 조명 뒤에 그들이 운다

    지난달 원로배우 이순재씨의 전 매니저가 이순재씨와 그 가족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배우 신현준씨의 전 매니저도 어려움을 털어놓는 등 매니저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씨는 전 매니저에게 법적 대응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사과했지만 신씨는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화려한 연예인들의 모습 뒤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갑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산업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가장 밑바닥을 차지하는 이들이다. 방송산업의 무대 뒤편에서 눈물을 삼키며 일하는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패션어시)·매니저·보조출연자 등 직군 종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의상 업무 이외 잡무까지 하는 패션어시 “저는 그냥 하녀예요.” 패션어시 일을 하고 있는 김서연(가명·24)씨는 자신을 하녀나 노예에 빗댔다. 패션어시는 대행사나 브랜드를 돌며 협찬을 얻고, 이에 맞춰 연예인의 스타일링을 짜서 의상 착장을 돕는 것이 기본적인 업무다. 그러나 패션어시들은 본연의 업무뿐만 아니라 현장의 ‘막내’로서 온갖 잡무를 떠맡는다. 연예인이 찾으면 언제든지 가져다줄 수 있도록 물, 담배, 대본 등을 들고 대기한다. 심지어는 매니저가 해야 할 업무까지 패션어시에게 시키기도 한다. 새벽까지 운전을 해야 하는 매니저는 차에서 잠을 자고, 패션어시가 매니저의 업무를 대신하는 식이다. 연예인의 일정에 맞춰 일을 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도 들쭉날쭉하다. 패션어시는 기본적으로 대행사가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출근한다. 출근하면 잠시 사무실에 들렀다가 하루종일 대행사나 브랜드를 돈다. 대행사를 돌면 패션어시의 손에는 의상이 50~60개가 쌓인다. 의상으로 가득한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탄다. 이들에게 택시는 사치다. 현장을 나가는 날에는 현장 일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달라진다. 새벽 3시에 출근해서 자정 가까이 퇴근할 때도 있다. 휴일도 일정하지 않다. 이렇게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친다. 패션어시로 일하다 잠시 일을 그만둔 이지영(가명·22)씨는 한 달에 40만원을 받으면서 일했다. 이씨는 “패션어시로 일할 당시 스스로를 ‘환승의 달인’이라 불렀다”면서 “하루에 버스를 몇 십 번씩 타는데 버스 한 번 탈 때 내는 1200원도 아까웠다”고 말했다. 환승으로 교통비를 최대한 아낀 이씨지만 한 달 월급 대부분이 교통비와 식비로 나간다. 다행히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주거비는 아낄 수 있었지만 손에 남는 돈은 얼마 없었다. 이씨는 “많은 패션어시들이 사무실 근처 작은 고시원 원룸을 3~4명이 돈을 모아 잠만 자고 나오는 삶을 산다”고 귀띔했다. 패션어시로 5년 이상 일한 김씨는 차츰 월급이 올라 현재는 월 100만원을 받지만 여전히 저축은 꿈도 못 꾼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6일 발표한 ‘2020년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의 96.6%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응답자의 월평균 임금은 97.3만원,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약 11.5시간, 한 달 평균 휴일은 4.8일이었다. 응답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을 계산해보면 3989원에 불과하다. 이들은 대부분 ‘실장’이라 불리는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와 1대1 고용 관계를 맺는다. 계약은 거의 구두로 이뤄진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94.4%에 달했으며 4대보험에 모두 가입되어 있는 경우는 5.2% 정도다. 불합리한 노동환경은 “나 때는 ‘0원’ 받고 일했다”라는 실장들의 무용담으로 계속 반복된다. 패션어시의 신분은 ‘교육생’이다. 패션어시는 실질적으로는 직원이지만 겉으로는 실장이 패션어시들에게 일을 가르쳐주는 모양새를 띤다. 그러나 패션어시들은 입을 모아 ‘일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갓 입사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근무에 투입된다. 흔히 말하는 도제식 교육이다. 이씨는 패션어시 근무 시절을 “일은 눈치로 배우고, 실수하면 욕 먹기를 반복했다”고 떠올렸다.●“우린 소모품”… 매니저·보조출연자 울분 매니저로 9년 넘게 일했던 박정민(가명)씨는 매니저 일에 학을 떼고 그만 뒀다. 박씨에게도 갑질과 저임금·장시간 노동은 일상이었다. 박씨는 “하루는 카페 하나 없는 깡시골에서 아침 7시부터 야외 촬영이 있는데 배우가 커피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차를 타고 20분 넘게 걸리는 거리의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왔더니 ‘다 식었다’며 눈앞에서 버리더라”면서 “그 뒤로는 드립커피를 차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갖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도 박씨는 연예인의 자녀를 학교에 통학시키거나 쉬는 날 마트에 동행해 카트를 끌고 다니기도 했다. 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제대로 된 노동 실태 조사는 아직 없다. 매니저는 평균 월 150만원 내외의 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 2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대기 시간이 긴 근무 특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 배우를 맡고 있는 매니저의 경우 1~2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4대 보험도 실장급 이상 매니저에게만 적용되고, 그 밑의 일반 로드매니저들은 잘 적용되지 않는다. 보조출연 배우 일을 하는 최선우(가명)씨는 계약서도 없이 20시간이 넘게 대기하고 촬영하면서 18만원을 받았다. 최씨는 “방송 현장에는 아직도 주연배우가 아닌 보조출연자들에게 ‘야, 너’라고 부르며 손가락질 하고 폭언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현장의 소품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하면서 방송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촬영이 몇 시에 끝나든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보조출연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근처 지하철역에 데려다주는 게 이들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호의다. 이들의 낮은 보수와 업무 만족도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19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문화예술로 버는 평균 월 소득은 128.2만원이었다. 구간별로는 ‘100만~200만원 미만’이 31.2%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30만~100만원 미만’(28.0%), ‘200만원 이상’(24.3%) 등이 뒤를 이었다.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중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만족도 중 ‘작업환경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4.9%, ‘보수 및 소득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5%에 그친다.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 업계의 실장급 역시 수입이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장도 연예인 또는 엔터테인먼트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을 받는다. 최정점인 연예인에서 실장 등 주변부, 실장에서 다시 밑바닥인 패션어시나 로드매니저로 수익이 내려올 때쯤이면 남아 있는 파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문서희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배경에는 일을 줄줄이 용역을 맡기고 외주화하는 방송업계의 하도급 구조가 있다”면서 “이들도 근무를 하는 노동자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직군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고 그 문제에 대해서 함께 목소리를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패션어시·매니저·보조출연자 모두 “아무리 말해봤자 부조리한 업계 관행은 바뀌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부당하다’고 항변하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이다. 좁은 업계 특성상 같은 사람들 얼굴을 계속 봐야 한다는 점도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일에 대한 애정만은 깊었다. 최씨는 “작고 사소한 목소리일지라도 더 많아져야 널리 알려질 수 있다”면서 “깨끗한 예술계가 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만시지탄’ 대한채육회, 스포츠폭력 추방 조치 쏟아내

    ‘만시지탄’ 대한채육회, 스포츠폭력 추방 조치 쏟아내

    대한체육회가 19일 ‘스포츠 폭력 추방을 위한 특별 조치 방안’을 내놨다. 가혹행위를 폭로하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이다. 체육회는 이날 “이번 사건을 통해 체육 현장에서의 심각한 폭력·성폭력이 재확인돼 특별 대책 추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지난 13일 개최된 ‘스포츠 폭력 추방 비상대책 회의’ 등에서 나온 의견 수렴을 거쳐 방안을 발표했다. 후속 대책은 크게 ▲피해자에 대한 선제적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징계 ▲스포츠 폭력 다중 감시 체제 구축 ▲훈련 방식 전면 전환 ▲피해 방지를 위한 인권 교육 강화 ▲근본적 체질 개선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체육회는 우선 폭력이나 성폭력 사건이 신고되면 피해자 분리·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심리 치료와 법률 상담 등 제도적 지원을 강구하기로 했다. 가해자는 즉각 직무 정지하고 가해 사실이 확인되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비정상적·반인권적 가혹행위나 훈련은 익명 또는 제3자 신고도 가능하도록 ‘모바일 신문고’와 ‘스포츠 폭력 신고 포상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일정 수준 이상 비위나 불공정 행위가 발생한 단체에 불이익을 주는 ‘비리 총량제’도 실시된다. 폭력 발생 요인을 사전차단하기 위해 인권전문가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스포츠 인권 관리관’, 지역 주민으로 구성되는 ‘시민감시관(암행어사)’도 운영한다. 체육회는 합숙 훈련 허가제를 도입해 원칙적으로 출퇴근 훈련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훈련 기간 선수와 지도자간 숙소 구분, 여성 선수 상담 때는 2인 이상 동석 등 세부지침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체육회는 오는 29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최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한 김모 경주시청팀 감독과 장모·김모 선수의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는 김 감독·장 선수를 영구 제명, 김 선수를 10년 자격 정지 처분했으나 김 감독 등은 재심을 신청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갑질·저임금·장시간노동에…화려한 조명 뒤 눈물 삼키는 사람들

    갑질·저임금·장시간노동에…화려한 조명 뒤 눈물 삼키는 사람들

    패션어시, 하루 11시간, 평균 시급 3989원꼴 “커피 식었다며 눈 앞에서 버려” 매니저들 설움보조출연자 “폭언은 일상 소품보다 못한 취급” 지난달 원로배우 이순재씨의 전 매니저가 이순재씨와 그 가족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배우 신현준씨의 전 매니저도 어려움을 털어놓는 등 매니저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씨는 전 매니저에게 법적 대응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사과했지만 신씨는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화려한 연예인들의 모습 뒤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갑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산업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가장 밑바닥을 차지하는 이들이다. 방송산업의 무대 뒤편에서 눈물을 삼키며 일하는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패션어시)·매니저·보조출연자 등 직군 종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패션 어시 아닌 나는 그냥 하녀였다” “저는 그냥 하녀예요.” 패션어시 일을 하고 있는 김서연(가명·24)씨는 자신을 하녀나 노예에 빗댔다. 패션어시는 대행사나 브랜드를 돌며 협찬을 얻고, 이에 맞춰 연예인의 스타일링을 짜서 의상 착장을 돕는 것이 기본적인 업무다. 그러나 패션어시들은 본연의 업무뿐만 아니라 현장의 ‘막내’로서 온갖 잡무를 떠맡는다. 연예인이 찾으면 언제든지 가져다줄 수 있도록 물, 담배, 대본 등을 들고 대기한다. 심지어는 매니저가 해야 할 업무까지 패션어시에게 시키기도 한다. 새벽까지 운전을 해야 하는 매니저는 차에서 잠을 자고, 패션어시가 매니저의 업무를 대신하는 식이다. 연예인의 일정에 맞춰 일을 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도 들쭉날쭉하다. 패션어시는 기본적으로 대행사가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출근한다. 출근하면 잠시 사무실에 들렀다가 하루종일 대행사나 브랜드를 돈다. 대행사를 돌면 패션어시의 손에는 의상이 50~60개가 쌓인다. 의상으로 가득한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탄다. 이들에게 택시는 사치다. 현장을 나가는 날에는 현장 일정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달라진다. 새벽 3시에 출근해서 자정 가까이 퇴근할 때도 있다. 휴일도 일정하지 않다. “나 때는 0원서 시작”…고통의 대물림 이렇게 일해서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친다. 패션어시로 일하다 잠시 일을 그만둔 이지영(가명·22)씨는 한 달에 40만원을 받으면서 일했다. 이씨는 “패션어시로 일할 당시 스스로를 ‘환승의 달인’이라 불렀다”면서 “하루에 버스를 몇 십 번씩 타는데 버스 한 번 탈 때 내는 1200원도 아까웠다”고 말했다. 환승으로 교통비를 최대한 아낀 이씨지만 한 달 월급 대부분이 교통비와 식비로 나간다. 다행히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주거비는 아낄 수 있었지만 손에 남는 돈은 얼마 없었다. 이씨는 “많은 패션어시들이 사무실 근처 작은 고시원 원룸을 3~4명이 돈을 모아 잠만 자고 나오는 삶을 산다”고 귀띔했다. 패션어시로 5년 이상 일한 김씨는 차츰 월급이 올라 현재는 월 100만원을 받지만 여전히 저축은 꿈도 못 꾼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6일 발표한 ‘2020년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의 96.6%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응답자의 월평균 임금은 97.3만원,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약 11.5시간, 한 달 평균 휴일은 4.8일이었다. 응답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을 계산해보면 3989원에 불과하다. 이들은 대부분 ‘실장’이라 불리는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와 1대1 고용 관계를 맺는다. 계약은 거의 구두로 이뤄진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94.4%에 달했으며 4대보험에 모두 가입되어 있는 경우는 5.2% 정도다. 불합리한 노동환경은 “나 때는 ‘0원’ 받고 일했다”라는 실장들의 무용담으로 계속 반복된다. 패션어시의 신분은 ‘교육생’이다. 패션어시는 실질적으로는 직원이지만 겉으로는 실장이 패션어시들에게 일을 가르쳐주는 모양새를 띤다. 그러나 패션어시들은 입을 모아 ‘일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갓 입사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근무에 투입된다. 흔히 말하는 도제식 교육이다. 이씨는 패션어시 근무 시절을 “일은 눈치로 배우고, 실수하면 욕 먹기를 반복했다”고 떠올렸다.보조출연자, 계약서 없어… ‘야, 너’는 다반사 매니저로 9년 넘게 일했던 박정민(가명)씨는 매니저 일에 학을 떼고 그만 뒀다. 박씨에게도 갑질과 저임금·장시간 노동은 일상이었다. 박씨는 “하루는 카페 하나 없는 깡시골에서 아침 7시부터 야외 촬영이 있는데 배우가 커피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차를 타고 20분 넘게 걸리는 거리의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왔더니 ‘다 식었다’며 눈앞에서 버리더라”면서 “그 뒤로는 드립커피를 차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갖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도 박씨는 연예인의 자녀를 학교에 통학시키거나 쉬는 날 마트에 동행해 카트를 끌고 다니기도 했다. 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제대로 된 노동 실태 조사는 아직 없다. 매니저는 평균 월 150만원 내외의 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급 2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대기 시간이 긴 근무 특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 배우를 맡고 있는 매니저의 경우 1~2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4대 보험도 실장급 이상 매니저에게만 적용되고, 그 밑의 일반 로드매니저들은 잘 적용되지 않는다. 보조출연 배우 일을 하는 최선우(가명)씨는 계약서도 없이 20시간이 넘게 대기하고 촬영하면서 18만원을 받았다. 최씨는 “방송 현장에는 아직도 주연배우가 아닌 보조출연자들에게 ‘야, 너’라고 부르며 손가락질 하고 폭언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현장의 소품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하면서 방송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촬영이 몇 시에 끝나든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보조출연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근처 지하철역에 데려다주는 게 이들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호의다. 이들의 낮은 보수와 업무 만족도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19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문화예술로 버는 평균 월 소득은 128.2만원이었다. 구간별로는 ‘100만~200만원 미만’이 31.2%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30만~100만원 미만’(28.0%), ‘200만원 이상’(24.3%) 등이 뒤를 이었다.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중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만족도 중 ‘작업환경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4.9%, ‘보수 및 소득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5%에 그친다.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 업계의 실장급 역시 수입이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장도 연예인 또는 엔터테인먼트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을 받는다. 최정점인 연예인에서 실장 등 주변부, 실장에서 다시 밑바닥인 패션어시나 로드매니저로 수익이 내려올 때쯤이면 남아 있는 파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업계 하도급 구조 문제…실태조사부터 시작해야 문서희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배경에는 일을 줄줄이 용역을 맡기고 외주화하는 방송업계의 하도급 구조가 있다”면서 “이들도 근무를 하는 노동자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열악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직군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고 그 문제에 대해서 함께 목소리를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패션어시·매니저·보조출연자 모두 “아무리 말해봤자 부조리한 업계 관행은 바뀌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부당하다’고 항변하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이다. 좁은 업계 특성상 같은 사람들 얼굴을 계속 봐야 한다는 점도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일에 대한 애정만은 깊었다. 최씨는 “작고 사소한 목소리일지라도 더 많아져야 널리 알려질 수 있다”면서 “깨끗한 예술계가 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판매중지까지 간 ‘김봉곤 사태’… 문단 윤리를 묻다

    판매중지까지 간 ‘김봉곤 사태’… 문단 윤리를 묻다

    ‘카카오톡 무단 도용’으로 시작된 김봉곤 작가를 둘러싼 논란이 문단 윤리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커밍아웃한 퀴어 작가인 그는 ‘오토픽션’(자전 소설)을 통한 퀴어 서사로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소설 ‘그런 생활’에 자신의 카카오톡 대화가 무단 인용됐다는 여성의 주장이 제기된 이래 추가로 작가의 소설로 ‘강제 아웃팅’(타인에 의해 성적 지향·정체성이 공개되는 행위)을 당했다는 폭로까지 이어졌다. 여론은 들끓었고, 작가의 소설을 출간했던 문학동네와 창비는 판매 중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카톡 내용 무단 인용, 강제 아웃팅… 이어진 폭로 1차 발단은 지난 10일 트위터에 자신을 ‘그런 생활’에 등장한 ‘C누나’ 라고 밝힌 A씨가 글을 올린 데서 시작됐다. 그는 “‘C누나’의 말은 제가 김 작가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며 “전체 분량은 원고지 약 10매”라고 밝혔다. A씨는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작가가 그대로 썼으며, 자신의 항의는 묵살됐다고 적었다. ‘그런 생활’은 ‘문학과사회’ 2019 여름호,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 김 작가의 소설집인 ‘시절과 기분’(창비) 등에 실렸다. 17일에는 자신이 김 작가의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문학동네)의 표제작에 등장하는 영우라고 주장하는 인물 B씨가 나타났다. 그는 트위터에 “이름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들이 소설 속에 적시되어 아웃팅 당했다”고 적었다. 문학동네와 창비는 애초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에 직면, 태도를 바꿨다. 두 출판사는 A씨의 폭로가 나온 직후인 14일 당사자의 문제제기 후 해당 내용을 즉시 수정했다고 밝혔다. 16일에는 수정 전 판매분을 수정 판본으로 교환해주겠다고 공지했다가 B씨의 폭로가 나온 17일부터는 해당 단행본 3권에 대해 판매 중지를 선언했다. 김 작가는 A씨에 대해 “미스커뮤니케이션에 의해 빚어진 일”이라고 밝혔으나 B씨 건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판매중지 선언에도 이어지는 여진… “문단 비평에도 책임” 출판사의 판매중지 선언에도 불구하고 ‘김봉곤 사태’의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출판사와 작가의 소극적인 입장 표명에 거듭 항의하던 독자들은 해당 책들의 교환을 넘어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 작가와 친분이 있는 작가들의 SNS를 찾아가 ‘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느냐’는 식의 사이버 불링도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폭로에 작가들도 분노했다. 김 작가와 함께 올해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김초엽 작가는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소설을 싣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이현석 작가도 창비에서 발간하는 ‘창작과비평’, ‘문학3’ 보이콧에 이어 “제대로 된 사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두 회사(문학동네·창비)와 맺은 출판 계약을 해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토픽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신을 소설 속 영우라고 밝혔던 B씨는 입장문의 마지막에 “오토픽션이라는 이름하에 행하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의 갈취가 여전히 실재하는 인물들에게 가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의 장에서 다시금 알릴 뿐”이라고 적은 바 있다. 최근 창비에 출판물 계약을 해지를 요청한 정소연 작가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토픽션이니 하는 흰소리만 하며 작가를 고평가해 온 ‘선생님’들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며 문단 비평에 책임을 촉구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재련 변호사 “제3자 진정한 인권위 조사 안 받아…필요시 직접 진정”

    김재련 변호사 “제3자 진정한 인권위 조사 안 받아…필요시 직접 진정”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밝혀달라고 촉구한 피해자 측이 제3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사건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제3자가 인권위에 제기한 진정 사건 조사에는 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18일 보도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관련 단체와 추가 협의를 하고 필요할 경우 피해자가 직접 주체가 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지난 12일 박원순 전 시장의 인권침해 행위와 이를 방조한 서울시청 공무원들을 조사하고, 책임자 징계 등 관련 조치를 권고해달라고 인권위에 진정했다.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는 최근 차별시정국 성차별시정팀 소속 조사관을 해당 사건 담당 조사관으로 배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그 외에도 ‘여성의당’이나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등 여러 단체가 비슷한 취지로 인권위에 진정했다. 피해자 측이 제3자 진정 사건에 대해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피해자와 무관한 단체들이 인권위에 진정한 사건들 대부분은 각하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가인권위원회법 32조(진정의 각하 등)에 따르면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한 진정에서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을 경우 인권위는 진정을 각하하게 돼 있다. 김재련 변호사는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당시에도 서지현 검사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초기 활동을 주도했다. 당시 김재련 변호사는 서지현 검사를 대신해 성추행 피해와 이후 2차 피해를 조사해달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는 서지현 검사 사건을 비롯해 검찰 전반의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직권조사하기로 2018년 2월 결정하고, 전문 조사관 9명을 포함한 직권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후 서지현 검사의 사건이 재판 중에 있다는 이유로 같은 해 7월 직권조사를 중단하고 각하로 진정 사건을 종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인도 반체제 시인 바라바라 라오, 수감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

    인도 반체제 시인 바라바라 라오, 수감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

    인도의 반체제 시인 바라바라 라오(80)가 수감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이 나라의 코로나 감염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17일 영국 BBC가 보도했다. 마오주의 사상가이며 시 작품에 급진적인 사고와 혁명적인 이상을 녹이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카스트 제도의 폭압성을 규탄했다는 이유로 2년 넘게 수감 중이다. 물론 그는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는데 사실 공식적으로 검찰이 기소하거나 하지도 않고 불법 구금돼 있었다고 영국 BBC는 보도했다. 나름 유명한 인사인데 정식 기소도 하지 않고 2년 넘게 구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가족들에 따르면 팔순 고령의 그는 열악한 수감 생활을 견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초 주립병원에 입원한 그를 면회한 가족들은 그가 오줌이 지려진 침대에서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는 채로 지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아내와 딸들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다음날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병원에 입원한 것도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는데도 의사들의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규탄하고 여론이 들끓자 마지 못해 허가됐다. 가족들이 발표한 성명 제목은 “바라바라 라오를 감옥에서 죽이지 말라!”였다. 같은 사건에 연루돼 수감된 활동가 출신 감옥 동기가 도와줘야 겨우 양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사실이 폭로되자 그가 수감된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는데 계속 수감자들을 가두는 일이 온당한지 격렬한 반대 여론이 표출됐다. 변호인들은 여러 차례 노력했지만 보석 석방이 거부되고 있다. 현지 스크롤이란 온라인 포털에는 이 주의 사법당국이 재판도 없이 중대범죄 다루듯 정치범을 징치하고 있다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소셜미디어에는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그의 바람대로 의료진 진찰을 받게 하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는 감옥이 낯선 곳이 아닌 지식인이었다. 1973년부터 10년 동안 감옥에 수감됐다. 저작과 연설에 마오주의 혁명관을 퍼뜨리고 선거로 뽑힌 주 정부를 전복하려고 음모론을 전파한다는 혐의가 주어졌다. 하지만 증거는 제대로 제시되지 못했고 그가 지하에서 혁명을 부추겼다는 점을 검찰은 증명하지 못했다. 그는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인물이었다. 지지자들은 그가 이데올로기를 저버리지 않고 금지된 마오주의 정당을 마음 속으로 응원한다고 존경했다. 그가 범접할 수 없는 순수한 인성이라고 여겼다. 반면 곱지 않게 보는 이들은 교조에 얽매여 시대에 뒤떨어지며 남 탓을 하는 모략가라고 비난했다. 전직 총리가 “인도 내부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이라고 표현했던 이데올로기를 신봉한 이유로 그가 자주 투옥된 것도 인도가 얼마나 반체제를 용인하고 나약하게 대처하는가를 방증한다고 보기도 한다. 라오는 2018년 1월 1일 마하라슈트라주의 비마 코레가온 마을에서 카스트 계급제의 맨아래 불가촉 천민인 달릿들의 폭력 시위를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함께 체포된 활동가, 작가들과 함께 수감돼 있는데 그들을 옭아맨 불법행동 예방법(UAPA) 테러 대처법에는 보석이 애초에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 얼마 전 노엄 촘스키, 호미 K 바바 등 100명의 글로벌 지식인들이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여러 국제 기구들도 노시인이 곤란한 지경에 몰려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활동가들을 수감한 것이 “잘못되고 정치적 동기”에 비롯된 것이라고 규정하며 정부가 왜 힌두 민족주의 지도자들이 비마 코레가온 마을의 폭력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조사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지난 5월에는 유럽의회의 인권위원회가 아미트 샤 인도 내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당국이 인권 수호자들을 탄압하고 추행한 것에 대해 경악했다고 개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檢, ‘검언유착’ 제보자 지모씨 소환조사…이동재 전 기자, 오늘 구속 기로

    檢, ‘검언유착’ 제보자 지모씨 소환조사…이동재 전 기자, 오늘 구속 기로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번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 지모(55)씨를 지난 16일 소환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는 17일 오후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전날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전 대표의 대리인이자 이 전 기자의 협박성 취재를 언론에 제보한 지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제보자 지씨가 이 전 기자와 접촉한 배경과 이후 MBC 취재진에 이를 제보하게 된 과정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씨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던 이 전 기자가 윤석열(60·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동훈(47·27기)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에 대한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이 전 대표의 가족까지 수사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는 내용 등을 MBC 측에 제보했다. 최경환(65) 전 경제부총리가 신라젠 측에 65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도 제보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에 고발전문 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지씨가 먼저 정치권 로비 장부가 있는 것처럼 이 전 기자를 속여 취재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지씨는 소환조사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검·언공작 사건과 관련해, 검사장급 한동훈이 ‘왜 제보자X(지씨)는 조사를 한 번만 하느냐고 해서 제보자 보호재단 ‘호루라기 재단’의 변호사 입회하에 서울지검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 전 기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열고 구속 수사 필요성을 심리한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유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한 검사장과 협박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2월 13일 이 전 기자가 부산고검 차장 차장검사실에서 한 검사장과 만나 나눈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 등을 핵심 물증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 전 기자는 지씨가 ‘정치권 로비 장부’를 언급하며 의도적으로 함정을 팠다며 반박하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금요칼럼] 무엇을 해야 할지는 이미 알고 있다/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금요칼럼] 무엇을 해야 할지는 이미 알고 있다/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여성가족부가 2018년 발행한 ‘공공기관의 장 등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기관장에 의한 성희롱 사건 발생 시 해당 기관을 통하여 직접 조사·처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돼 있다. 왜냐하면 그런 종류의 성희롱은 “제대로 조사되지 못하고, 비공식적으로 처리되거나 축소·은폐될 가능성이 있으며, 성희롱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그 행위자가 기관장인 경우 해당 기관 내부 절차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성희롱 피해자 사건 역시 위 매뉴얼이 언급하고 있는 우려인 축소·은폐의 실현 또는 그 실현 가능성이 있다. 이미 피해자는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 속에서 “피해 호소인” 또는 “피해 고소인” 등의 용어싸움과 2차 가해행위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 여가부 또한 보통의 경우와 달리 보도자료에서 피해자가 아닌 고소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이에 동참했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피해자를 괴롭히는 일을 그만두고,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축소·은폐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국가인권위원회 등 전문적·독립적 조사가 가능한 기관이 진상조사 및 피해자 보호 조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가 지난 15일 조사를 선언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서울시는 국가인권위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증빙자료들이 축소·은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미 때를 놓친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들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시는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 내용들과 향후 수행할 보호조치를 여가부와 국가인권위에 보고해야 하며 이후 필요한 조치도 추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셋째, 관련 기관들은 “사건을 임의로 해결하려는 시도”나 “비밀보호 의무 위반” 그 자체가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숙지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행위가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넷째, 조직 내 성희롱은 피해자와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조직구조와 조직문화의 문제라는 점을 명심하고, 서울시의 조직 규범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2018년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11명의 제보자들에 의해 계속적인 성희롱이 폭로된 바 있다. “여직원들에게 성희롱을 일삼고 계약직 여직원에겐 특히 정규직 전환으로 압박” 등을 포함한 기관 내 비위사실이 제보됐음에도 기관은 이를 원리원칙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제보자들은 비위행위에 대해 익명으로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신고했지만 사건처리기간이 임박했음에도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신원이 드러날 위험을 무릅쓰고 서울시 의회, 방송국 등에 여러 차례 제보해야만 했다. 결국 위의 불법행위는 제보자들의 적극적인 제보 행위 과정을 통해 모두 드러났고, 제보자들은 익명으로 참여연대가 주는 의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보자 중 누군가는 조직을 떠났고, 누군가는 병원치료를 받으며 그 고통에 신음해야 했다. 심지어 제보자들은 “성희롱은 개인적인 문제”라거나 “가해자가 죽을까 봐 걱정된다”는 등의 말로 2차 가해를 당해야 했다. 서울시는 관리 감독해야 할 출연기관의 성희롱 사건으로부터 전혀 배우지 못했고, 원칙에 따른 피해자 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청와대, 여당 및 관련 부처는 서울시장의 성희롱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피해자 보호의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의 준수가 부각되고 아울러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피해 회복 방법들도 함께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
  • 회견 연기 요청한 여성정책실장이 서울시 조사단도 구성

    檢, 시민단체 고발 사건 중앙지검 배당고한석 前실장 “산에서 내려오라 설득”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폭로 기자회견이 열리기 2시간 전쯤 서울시 고위 간부인 송다영 여성가족정책실장이 피해자 A씨의 변호인에게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이 진행 중인 만큼 기자회견을 미뤄 달라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성추행 피해자 보호보다는 박 전 시장을 감싸는 데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현재 송 실장이 성추행 의혹 사건을 조사할 서울시의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송 실장이 지난 13일 오전 11시 40분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에게 전화했다”며 “언론 속보로 피해자 기자회견 예고를 접한 뒤 ‘박 전 시장의 장례식 중이니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피해자 변호를 맡은 김 변호사가 전화를 받지 않아 ‘전화 부탁드립니다’란 문자메시지만 남겼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김 변호사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소 이후 서울시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실장이 전화했는데 받지 못했고 문자를 남겼지만 회신을 안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피해자 A씨를 상담한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조사할 민관합동조사단에 합류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체 쪽에서 참여하겠다고 하면 (조사단) 외부위원으로 위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송 실장이 피해자 측 기자회견 연기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송 실장이 구성을 주도하는 조사단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알게 된 과정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대검찰청은 시민단체 활빈단 등이 경찰청·청와대·서울시 관계자들을 성추행 피소 사실을 누설한 혐의로 고발한 4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곧 담당 부서를 지정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서정협(행정1부시장)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하거나 은폐한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고한석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이날 언론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난 9일) 박 전 시장이 공관(서울시장 공관)을 나간 것을 안 뒤로 백방으로 찾으려고 노력했고, (통화에서) 박 전 시장이 산에서 내려오도록 설득했다”고 밝혔다. 고 전 실장은 지난 9일 오후 1시 39분에 박 전 시장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 한편 피해자 A씨에 대한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피해자 A씨를 돕기 위해 법률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하고 조력 방향과 지원단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박원순 시장 기분 좋게 만드는 ‘기쁨조’ 역할 강요받았다”

    “박원순 시장 기분 좋게 만드는 ‘기쁨조’ 역할 강요받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16일 피해 사실을 추가로 폭로했다. 피해자 A씨는 박 전 시장의 비서로서 시장의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를 돕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장 비서 업무의 성격은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었으며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여성 직원의 왜곡된 성역할 수행으로 달성됐다”면서 “이는 사실상 성차별이며 성폭력 발생과 성역할 수행에 대한 조장, 방조이자 묵인과 요구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측은 ‘시장이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는 이유로 주말 새벽 출근해야 했고, 서울시 인사들이 결재를 잘 받을 수 있게 시장의 기분을 살피라며 심기 보좌 또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시장이 운동을 마치고 시장실 샤워실에서 씻을 때 비서가 속옷을 가져다줘야 했으며 샤워를 마친 시장이 벗어둔 운동복과 속옷을 챙기는 일도 비서 업무였다고 피해자 측은 밝혔다. 피해자는 아침저녁으로 시장의 혈압을 재야 했는데 박 전 시장으로부터 “자기(피해자)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라는 성희롱 발언을 듣기도 했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를 서울시는 철저히 무시했다. 피해자는 2016년 1월부터 반기마다 인사이동을 요청한 끝에 지난해 7월에야 비서실을 나갔다. 올해 2월 다시 비서 업무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피해자는 인사 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어 고사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인사 담당자는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피해자 측은 밝혔다. 피해자 측은 A씨 외에도 서울시에서 발생한 성추행 피해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회식 때 노래방에서 허리 감기 ▲술 취한 척 뽀뽀하기 ▲집에 데려다준다며 택시에서 추행하기 ▲바닥 짚는 척 다리 만지기 등이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일상적으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성폭력 사안 발생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난 4월 행정직 비서관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지난 8일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뒤 전현직 고위 공무원과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등이 피해자에게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정치적 진영론과 여성 단체에 휩쓸리지 말라’, ‘힘들었겠지만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다’라는 식의 위로를 가장한 2차 가해성 메시지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은 “서울시가 전날 내놓은 진상규명 대책으로는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면서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시청 6층(비서실)에 있는 증거를 보전하고 수사 자료를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와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부 등에는 “진상규명 필요를 말하면서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 등으로 호칭하는 이중적 태도를 멈추고 적극적인 성폭력 문제 해결과 문화 개선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유럽사법재판소 “EU-미국 데이터 전송 합의 무효”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가 16일(현지시간) EU와 미국 간 데이터 전송 합의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소비자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할 수 있어 미국의 개인 정보 감시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 판결 이유라고 로이터 통신은 이날 전했다. 이날 판결은 미국·EU 사이 개인정보 보호 합의인 이른바 ‘프라이버시 실드’(Privacy Shield)를 무효화한 것으로, 이 권리를 이용했던 5000개 이상의 미국 기업들의 유럽 내 개인 정보에 대한 특별 접근권을 종료하는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프라이버시 쉴드’는 유럽인들의 개인 정보를 상업적 목적으로 미국으로 전송할 때 해당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2016년 미국과 EU가 체결한 합의다. 다만 다른 법적 장치들로 있기에, EU 이외 지역으로의 모든 데이터 전송이 즉각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유럽 당국은 데이터 전송 시 유럽인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미국보다 엄격한 EU 기준에 따라 심사할 수 있게 된다. IT 기업들이 수집한 개인정보의 미국 이전을 아예 막을 수도 있다. 페이스북 같은 IT 기업들이 유럽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할 때 개인 정보를 제대로 보호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EU와 미국은 미국에서도 유럽인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이번 판결은 2013년 미 정보기관이 유럽인의 개인정보를 열람했다고 주장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도화선이 됐다. 이후 오스트리아 활동가인 막스 슈렘스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유럽에서 미국으로 정보를 보내는 모든 IT기업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불륜 스캔들’ 김제시 남·녀의원 모두 제명

    불륜 스캔들로 물의를 빚은 전북 김제시 남·녀 의원이 모두 제명될 전망이다. 김제시의회는 16일 본회의를 열어 동료 여성 의원과 부적절한 관계로 물의를 빚은 A 남성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했다. 제명안은 찬성 11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A 의원은 제명 의결과 동시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의원직 상실은 전북지역 지방의회 사상 처음이다. A 의원은 지난달 12일 동료인 B 의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사퇴하지 않아 징계 절차가 진행돼 왔다. 이어 김제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동료 의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의혹이 제기된 A 여성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했다. A 의원은 17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제명안이 통과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A 의원은 동료인 B 의원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한 이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의원직 사퇴 압력을 받았으나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켜 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박지희 아나운서 “4년간 뭐하다 이제”…이동형 “숨어서 뭐하나” 2차 가해 논란(종합2보)

    박지희 아나운서 “4년간 뭐하다 이제”…이동형 “숨어서 뭐하나” 2차 가해 논란(종합2보)

    진중권 “사회적 흉기…마이크 내려놓아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 비서 직원을 향해 방송 진행자들의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tbs교통방송의 박지희 아나운서는 14일 ‘청정구역 팟캐스트’ 202회 1부 방송에서 “(피해자) 본인이 처음에 (박 전 시장의) 서울시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얘기를 했다는데 왜 그 당시에 신고를 하지 못했나, 저는 그것도 좀 묻고 싶다”고 했다. 박지희 tbs 아나운서 “왜 신고 못 했나 묻고 싶다” 그러면서 “4년 동안 그러면 도대체 뭘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이런 식으로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도 궁금하다”고 피해자 고소의 순수성을 문제삼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의 법률대리인이다. 박지희 아나운서는 tbs 시사 프로그램 ‘뉴스공장 외전 - 더 룸’을 노영희 변호사, 박지훈 변호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tbs는 서울시가 설립한 방송이다. 노영희 변호사는 최근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에 반대하는 뜻을 밝히면서 친일 논란에 더해 “6·25 때 우리 민족(북한)에 총을 쏜 분”이라는 논리를 펼쳤다가 비난을 받자 YTN라디오에서 진행하던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이동형 작가 “미투는 신상 드러내고 하는 것” 주장 YTN라디오에서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를 진행하고 있는 이동형 작가도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동형TV’ 라이브 방송에서 “미투 사건은 과거 있었던 일을 말 못 해서 밝힌다는 취지로 신상을 드러내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해자를 향해 “피고소인(박 전 시장)은 인생이 끝이 났는데 숨어서 뭐 하는 것인가”라고 요구했다. 또 “(피해자는) 뒤에 숨어 있으면서 무슨 말만 하면 2차 가해라고 한다”면서 “4년씩 어떻게 참았는지도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게 이상한가”라는 말도 했다. 심지어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다 추행이 되는 건지 따져봐야 한다”, “지금은 이상하다고 말하면 2차 가해니 말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진중권 “정권 바뀌었는데 피해자 공격하는 것 똑같다”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고상하고 고결한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오려고 한다”며 비판했다.박지희 아나운서에 대해 진중권 전 교수는 “tbs는 방송사가 아니라 지뢰밭”이라고 꼬집었고, 이동형 작가에 대해서는 “이 친구도 마이크 내려놓아야겠다. 사회적 흉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문빠(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피해자에게 하는 짓은 1980년대 ‘부천서 성고문 사건’ 때 독재정권과 그 하수인들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했던 짓과 본질에서는 똑같다”고 평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그때 저들(독재정권)은 권인숙 의원을 향해 ‘성을 혁명의 무기화했다’고 두드려 댔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권인숙)를 믿어주고 그의 말을 들어준 사람이 조영래 변호사와 박원순 변호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 이상하죠? 정권은 바뀌었는데 펼쳐지는 풍경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면서 “가해자를 비호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시청자들 ‘하차 요구’ 빗발…tbs·YTN “입장 없다”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지희 아나운서를 향해 “친여(與) 아나운서는 ‘서지현 검사는 8년간 뭐하다 성추행 폭로했나’, 이렇게 서지현 검사도 비판해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서지현 검사의 경우 2018년, 8년 전 일을 방송에 나와 폭로했으니까요”라며 “내로남불, 이중잣대, 지긋지긋하다”고 지적했다. 박지희 아나운서와 이동형 작가가 각각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tbs와 YTN 홈페이지에선 이들의 하차를 요구하는 청취자(시청자)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tbs와 YTN 측은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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