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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과 이유 공무원 합격취소는 차별”

    국가인권위원회는 14일 서울시교육청이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기능직 공무원 최종 합격자의 합격을 취소한 것은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시교육감에게 원상복귀와 함께 관련법 정비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A(38)씨와 B(35)씨가 “지난 7월14일 학교 조무직으로 최종 합격해 연수까지 받았지만 신원조사 과정에서 전과가 드러나 9월28일 합격을 취소당했다.”며 진정한 사건을 조사한 결과, 명확한 근거법령 없이 전과자를 차별했다고 판단해 이같이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폭력사건으로 징역 3년6개월의 형을 마친 뒤 7년이 지났고,B씨는 폭력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지방공무원법상 공무원 채용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결격사유에 해당하는데 A씨와 B씨 모두 이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국가보안법 하위 보안업무규정에서 공무원 임용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시 이상자가 발견되면 기관장이 보안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합격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이 조항이 합격취소 처분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 진정인들의 합격을 취소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08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 다빈치 프로젝트(KBS1 오후 10시) 술을 마시면 눈물을 흘린다는 전승민(24)씨와 과격해 진다는 홍이수(26)씨. 그리고 수다쟁이로 돌변한다는 정석용(30)씨 등 세명의 사례를 통해 울음, 폭력, 수다 등 3가지 술버릇의 비밀을 푼다. 심각한 뇌 세포 손상을 가져오는 블랙아웃 현상을 통해 잘못된 술버릇의 위험을 경고한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남편과 사랑하는 사이라며 싫다는 사람을 붙잡지 말고 이혼하라는 남편의 애인. 맞벌이 때문에 아내 노릇을 잘 못했던 여자는 좋은 아내로 기억되고 싶다며 3개월만 그 여자를 만나지 않고 가정에 충실할 것을 남편한테 부탁한다.3개월 동안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를 쓰는데….   ●사이언스+(YTN 오후 1시40분) 인생의 3분의1을 차지한다는 잠. 인간에게 잠은 에너지 재충전과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잠을 잘자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 중 하나가 잠자리에 있다. 어떤 침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숙면을 취할 수도 있고, 불면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숙면과 침대의 비밀을 알아 본다.   ●시네마 천국(EBS 오후 11시55분) 오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영화 ‘세번째 시선’을 감상한다. 외국인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소녀가장에 대한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을 짚는다. 가사노동을 둘러싼 부부간의 갈등 등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거나 무시했던 인간의 권리까지 사회의 이면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작품이다.   ●신동엽의 있다! 없다?(SBS 오후 6시50분) ‘이 주의 뜨거운 사진’에서는 임신한 동물의 뱃속 초음파 동영상이 최초 공개된다. 치약이라 함은 이를 새하얗게 해주는 것이 포인트. 그런데 까만 치약이 등장했다. 칫솔 위에 올려진 새까만 치약, 그리고 입 주변에 잔뜩 묻은 치약.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까만 치약의 정체를 밝힌다.   ●거침없이 하이킥(MBC 오후 8시20분) 순재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단 준하부터 앞세우고 본다. 날씨가 추운지 궁금하면 준하에게 베란다에 나가보라 하고, 고춧가루 쏟은 라면 맛이 궁금하자 은근슬쩍 준하에게 먹어보라고 한다. 한편 민정은 민용의 모든 모습이 멋지기만 하다. 민용에 대한 민정의 착각은 점점 더 심해지는데….
  • [함혜리 기자의 프렌치리포트] (7) ‘여성천국’의 두 얼굴

    [함혜리 기자의 프렌치리포트] (7) ‘여성천국’의 두 얼굴

    프랑스의 여류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49년 발표한 ‘제 2의 성(性)’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사람은 여자로 태어나지 않는다. 여자가 되는 것이다.” 여자의 특색이나 능력을 모두 생리적 조건과 현상에서 설명하며 여자는 결국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일 뿐이라고 여겼던 기존의 남성본위 여성론에 대한 반박이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프랑스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어떤 수준일까? 프랑스에서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법과 제도가 여성들을 특별히 배려하고 있다. 부부나 연인들 사이에서도 남자들이 쩔쩔매는 것을 보면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 우위의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선,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선 것만 봐도 여권(女權)이 급격히 신장됐음을 알 수 있다. 미셸 알리오-마리 국방장관, 기업대표자협회(MEDEF)의 로랑스 파리조 회장, 프랑스 국철(SNCF) 안-마리 이드락 사장 등 오랫동안 남성들이 독점해온 자리를 여성들이 차지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이제 남성만의 직업이나 금녀의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남녀평등 사회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부분도 있다. 가정폭력이다. 최근 남녀평등부 발표에 따르면 올들어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으로 여성이 사흘에 한 명꼴로 사망했다.‘여성천국´ 프랑스의 너무나 다른 두 얼굴이다. ●‘프랑스(La France)’는 여성형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프랑스는 여성성이 무척 강한 나라다. 날씨마저 음산한 날이 무척 많다. 음양오행설로 본다면 음의 기운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르 프랑스’가 아니라 ‘라 프랑스’이듯이 프랑스라는 단어 자체도 여성형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여성들은 덩치는 작지만 성질이 무척 깐깐하다. 남성들은 소심하고 조용한 반면 여성들은 매사에 적극적이다. 특히 프랑스 어머니들의 억척스러움은 우리나라 여성 못지 않다. 파리에서 집을 구하면서 알게 된 메예르 부인의 일상을 들여다 보자. 파리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교외에 살면서 파리시내 고급주택가에 있는 복덕방에서 일하는 그녀는 아이가 여섯이나 된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반이고, 막내가 여섯살이다. 프랑스에서는 등·하굣길에 부모들이 자녀들과 동행하는 것은 의무사항이다. 매일 등·하굣길에 아이들과 함께 하고, 직장에 나와서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아이들 뒤치다꺼리하고 살림도 한다. 그야말로 슈퍼우먼이다. 자그마한 체구의 어디에서 그런 파워가 나오는지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프랑스 여성들은 4명 중 3명이 직장생활을 할 정도로 사회참여율이 매우 높다. 그러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낳아 키운다. 과거에는 경제적 필요에 의해 직장을 찾아 나섰고, 제한된 영역에서 활동했던 여성들은 이제 모든 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여성들의 자아실현 의지 못지 않게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여러가지 제도적 지원과 시설확충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전히 심각한 가정폭력 여성을 배려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가정에서 배우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은 것은 충격적이다. 2003년 여름의 일이다. 여배우 마리 트랭티냥이 리투아니아에서 동거남에게 머리를 수차례 얻어맞고 뇌출혈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정폭력은 저소득층이나 실업자,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 국한되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상류층이나 지식인층 여성들조차도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왔다. 이 사건 이후 여성단체들과 정부가 배우자 폭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배가했지만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남녀평등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사흘에 한 명꼴로 여성이 배우자나 동거인의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2001년 보건부 조사에선 5일에 한 명꼴로 희생됐었다. 올들어 1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동거인에 의한 살인사건은 모두 113건. 희생자의 83%가 여성이었다. 남성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말다툼(54%), 술(29%), 이별(27%), 질투심(22%), 우울증(10%), 약물과용(8%) 등이다. 다른 통계도 있다.130만명의 여성들이 남편이나 동거인으로부터 신체적 폭력, 욕설, 심리적·성적 모욕을 받고 있으며 4만 8000명은 성관계를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여성폭력 근절의 날인 지난달 25일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한 국가연합(CNDF)’ 주관으로 여성 5000여명이 파리에서 폭력을 근절하도록 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위했다. 남녀평등부는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충격적인 영상을 담은 계몽영화들을 제작해 텔레비전과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긴급 신고전화 설치 및 보호시설 확충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가정폭력은 선진국 프랑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지만 국가가 적극 나서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는 모습은 부럽기만 하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여권관련 제도 변천사 과거 프랑스에서는 남존여비 사상이 대단히 강했다. 여성은 남성에게 복종해야 했고, 기혼 여성은 남편의 허락 없이 직업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이런 남성우월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제도적 측면에서 프랑스 여성들의 지위상승은 매우 늦은 편이었다. 프랑스는 1944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다. 여성들이 스스로 결정해서 경구피임약을 사용하게 된 것이 1967년이다. 그 전에는 피임의 결정권이 남편에게 있었다. 결혼한 프랑스 여성이 자기 이름으로 은행에 계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70년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여권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1975년 낙태가 합법화됐으며,1976년엔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의 남녀평등법이 제정됐다.1985년 민법상 여성의 재산권이 대폭 강화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더욱 획기적으로 발전했다.2002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남녀평등 및 사회통합부가 출범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 잔존하는 제도적인 불평등을 시정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하고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게 받는다는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도 설치됐다. 하지만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여성의 정계 진출이 뒤진 편이다. 의회 의원 중 여성의 비율이 12.3%에 그친다. 이 분야에서 2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22위를 기록할 정도로 여성의 정계 진출이 미약하다. 지난달 28일 각의를 통과한 지역정치의 양성평등에 관한 법안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새 조치에 따르면 광역 지방정부 및 인구 3500명 이상 지방 정부의 고위직에 남녀가 고루 기용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각 정당은 지방선거 후보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워야 한다. 새 법안은 또 선출직 공무원을 대리할 수 있는 직책을 신설, 반대 성(性)을 가진 사람을 이 자리에 임명하도록 지방 정부에 요구했다. 이 법이 발효되면 4000명의 여성이 정치에 몸담을 수 있게 된다.
  • “동티모르서 경험 쌓아 유엔본부서 일하고파”

    “동티모르에서 국제 경험을 쌓은 뒤 뉴욕 유엔본부에서 일해 보고 싶습니다.” 김동승(43·경찰대학 2기) 경정은 출국을 하루 앞둔 29일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 경정은 앞으로 1년간 동티모르에서 동료 경찰 4명과 함께 유엔 평화유지군(PKO) 활동을 하게 된다. 한국 경찰 PKO는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 등에 체류하면서 현지 경찰 자문, 교육훈련, 치안유지 등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대구 달서경찰서 생활안전과장으로 재직해 온 김 경정이 최종 선발된 데는 오랜 외사 근무 경력이 빛을 발했다.그는 “경찰 입문에서부터 외사 업무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1992년 국비 유학을 비롯, 중부서, 미8군 등을 거치며 7년 동안 외사 업무를 맡았던 것이 크게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업무를 통해 국제감각을 익힌 김 경정은 까다로운 서류심사를 거쳐 3배수에 포함된 뒤 두 달간 경찰특공대 훈련과 국방부 PKO센터 훈련을 통과했다. 마지막에는 유엔의 직접 인터뷰를 통과했다. 동티모르는 올해 3월 전체 군인의 40%를 강제 퇴역시키는 과정에서 정부군과 퇴역군인 간에 폭력사태가 벌어졌고, 이후 약탈과 방화가 이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올해 8월 회원국 경찰관·민간인 1608명과 연락장교 34명으로 구성된 유엔동티모르 합동임무단(UNMIT)을 동티모르에 파견하기로 결의했고 그 결과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포르투갈 경찰관이 현지에서 치안업무를 맡아왔다. 한국 경찰은 1994년 소말리아 경찰요원 교육을 위해 형법·국제법 교관 2명을 보낸 데 이어 1999년 유엔 감시하에 실시된 동티모르 독립 찬반 투표에 감시 관리요원 5명을 파견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치안유지를 목적으로 출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김성호전문기자의 종교건축이야기] (17) 금강산 신계사

    [김성호전문기자의 종교건축이야기] (17) 금강산 신계사

    금강산 자락인 강원도 고성군 신북면 창대리에 고즈넉이 앉은 신계사(神溪寺). 갈려진 반도의 북녘에 있어 일반인들의 접근이 수월치 않지만 예로부터 유점사, 장안사, 표훈사와 함께 금강산 4대 사찰로 꼽혀왔던 명찰이다. 정어리 어장으로 유명한 장전에서 출발해 만 가지의 다양한 형상을 가졌다고 하는 만물상으로 가는 길 한편에 자리잡아 금강산 관광객들은 누구나 한 번쯤 들러보고 싶어하는 곳. 바로 앞쪽 기봉, 왼쪽의 응암, 오른쪽의 문필봉, 뒤쪽의 관음봉에 둘러싸여 천혜의 경관으로도 이름높다. 신라시대에 창건된 1500년 고찰이지만 6·25전쟁 중 무차별 폭격을 당해 삼층석탑과 당우 만이 덩그맣게 남아 있던 것을 남북 불교계가 손을 맞잡고 대웅전을 비롯해 건물 11채를 복원해 놓았다. 신계사 창건과 관련된 기록은 일제기에 편찬된 ‘유점사본말사지’의 ‘신계사지’와 1825년 남경 지환 스님이 지은 ‘금강산신계사사적’에 전한다. 이 사료들대로라면 신라 법흥왕 5년(519년) 보운 스님이 창건했으며 신라왕실의 통일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신(新)자를 따 지었다고 한다. 실제로 창건 이후 김유신은 진덕여왕 7년(679년) 왕실의 기도를 올린 기념으로 사찰을 중건했고 통일 후인 679년에는 김유신의 동생 김흠순과 문무왕의 동생 김인문이 왕실에 청을 올려 대웅전을 보수한 것으로 전한다. 고려기 국사까지 지낸 대표적 화엄사상가 탄문 스님이 보수했으며 서경천도론을 편 묘청에 의해 중창됐고 조선시대엔 나운(1709∼1782년), 대은(1780∼1841년) 스님 등이 주석하며 숱한 후학들을 배출했다고 한다.18세기 말 무렵엔 30여동의 전각들이 들어설 만큼 흥성했으나 일제기를 거치면서 유점사 말사로 명맥을 이어오다가 6·25전란을 맞아 모든 전각이 소실됐다. 관음봉·문수봉·집선봉·세존봉 등에 둘러싸인 금강산은 전통적으로 화엄경의 법기보살이 머물며 중생을 제도하는 곳으로 알려진 불교계의 성지다. 이곳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인 신계사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은 2000년. 남측 불교계와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이 사찰 복원을 협의했으나 지지부진하다가 금강산관광이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인 사찰 되살리기가 시작됐다. 목재며 기와 같은 자재를 일일이 남측에서 날라다 써야 하는 만큼 공사 진행은 무척 더뎠다. 복원공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분단 세월의 켜만큼이나 달라진 남북의 전통건축 양식과 사고방식이었다. 현장에서 공사를 총지휘한 도감, 제정 스님은 “초창기만 해도 남북의 인부며 전문가들이 한 끼 밥을 같이 먹기에도 힘들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전각에 들일 단청 하나를 놓고도 의견 차가 많아 몇주일씩 토의를 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되살아난 것은 대웅보전과 만세루, 산신각, 극락전, 나한전, 어실각, 칠성각, 종각, 축성전, 요사채 등 건물 11개 동. 요사채 한 동을 마저 짓고 주변정리를 끝내면 복원공사도 모두 마무리된다. 건물은 복원됐지만 원래의 전각 단청이며 주 불상들은 아직 갖춰지지 못한 상태. 일주문이며 천왕문도 보이지 않는다. 대웅전과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모든 전각들이 일렬로 선 채 사찰 문을 대신하는 만세루를 내려다본다. 이 가운데 주 건물인 대웅전은 1887년 김규복이 왕실의 지원을 받아 복원한 사진이 ‘조선고적도보’에 남아 있어 이를 토대로 복원하였다. 정면 3칸, 측면 3칸에 다포계 팔작지붕을 얹었는데 남한 사찰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장엄하다. 뒷 외벽에 부처님 설법도와 전법도, 앞 벽에 부처님 칠불을 미장처리하지 않은 건식공법으로 붙였는데 남북 합작의 첫 단청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대웅전 서쪽 끝의 어실각은 조선조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세운 사당. 사찰에 사당이라니. 조선조 숭유억불 체제 아래 그나마 왕실의 사당을 모신 탓에 신계사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인근 표훈사의 본 건물 형태를 그대로 살려 초석과 기단석, 댓돌 등을 온전히 살려냈는데 모래, 황토, 석회를 다진 삼화토(三華土)가 생생하다. 문은 조선조 사당의 전형적인 형태인 삼문(三門) 형태를 띠고 있다. 어실각 바로 옆에 들어앉은 나한각도 특이한 전각.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외견상 한 건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한전과 조사전 두 부분으로 나뉘었다. 불교적인 시각으로 볼때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부분. 어실각을 둘 만큼 중요한 사찰이었지만 조선 후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사찰의 위상을 여실히 드러내 보인다. 나한각과 나란히 앉은 극락전은 서방 극락정토를 주관하는 아미타불을 봉안했으며 바로 옆 축성전은 지옥의 모든 중생들을 구제한 뒤 현신하겠다는 원을 세운 지장보살을 모신 곳. 임시로 불상을 봉안했지만 전국의 신도들을 대상으로 모금에 나서 내년 부처님 오신 날 원래의 모습대로 불상을 봉안할 예정이다. 대웅전 앞 삼층석탑은 현재 신계사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유구. 기단에 팔부중과 비천이 부조되어 있다. 통일신라 말∼고려 초쯤 생긴 것으로 금강산 3대석탑 중 하나로 꼽힌다. 빛처럼, 소리를 통해 부처님의 법을 중생에게 가장 빨리 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범종각도 대웅전 앞에 엄연히 자리잡았다. 삼층석탑의 옥개석이며 기둥돌, 대웅전 기단석 등 범종각 옆에 가지런히 놓여진 발굴 유물들도 눈길을 끈다. “신계사는 많은 유물들이 있었으나…야수적 폭력으로 모두 불타 버리고 터만 남았다.-국보유적 제95호 신계사터” 북측이 신계사 터에 세운 표지석 명문이다. 남과 북의 불교계가 사찰 복원의 원(願)을 세우기 한참 전 새겨진 명문이지만 남북 불교계가 합동 작업을 벌여 복원해놓은 신계사의 명문답게 새로 고쳐써야 할 것 같다. kimus@seoul.co.kr ■ 창건설화 들어보니 신계사의 명칭이 언제부터 ‘神溪’로 굳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료는 남아 있지 않지만 창건 당시 원래의 이름은 ‘新溪’였다고 한다. 많은 사찰이 창건이나 이름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듯이 신계사에도 흥미로운 설화가 전해진다. 예로부터 신계사 앞 개울에는 알을 낳기 위한 연어 떼가 몰렸다고 한다. 당연히 연어를 잡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곤 했다. 바로 앞에서 살생(殺生)이 다반사로 일어나는데 절집에서 그냥 놔둘리 없었음은 빤한 일.“부처님의 도량은 가장 청정한 법계인데 어찌 물고기가 있어 냄새가 진동을 하는가” 신계사 창건주인 보운 조사가 결국 주문으로 방편을 써 고기 떼를 푸른 바다(동해)로 몰아내었고 그 바다까지 계곡물이 이르러도 고기 떼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보운 조사가 용왕에게 연어 떼가 이곳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요청했는데 신통하게도 그때부터 이곳에서 연어 떼를 볼 수 없었으며 그 이후로 절의 이름을 ‘신기한 계곡’이란 뜻의 신계(神溪)사로 고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설화가 다 그렇듯이 그저 재미있게 각색된 이야기쯤으로 돌릴 수 있지만 설화와 관련된 유물이 남아 있어 흥미를 더한다. 2003년 11월 신계사 대웅보전 발굴 조사 때 수습된 평기와가 그것. 기와의 등에 물고기가 새겨졌는데 물고기 문양이 들어 있는 기와 유물로는 국내에서 처음 발굴된 것이라고 한다.
  • [사설] 폭력시위에 ‘무관용’ 원칙 지켜야

    정부가 어제 불법·폭력 시위를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했다. 주동자·적극 가담자는 물론 배후 조종자까지 가려내 처벌하겠다고 했다. 시위 과정에서 재산상 피해를 끼치면 민사 책임도 묻겠다고 밝혔다. 평화시위는 철저하게 보장하겠지만, 불법·폭력은 더이상 관용의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로 평가한다. 우리는 폭력시위에 대한 정부의 불관용 원칙 천명을 환영한다. 아울러 이 원칙이 흔들리지 않길 당부하고 주시도 할 것이다. 이제와서 폭력을 관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것 자체가 그동안 폭력에 대한 대응이 미온적이었고, 직무유기를 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길 기대하는 이유이다. 폭력·불법 시위는 참여정부 들어서도 끊이지 않았다.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곳곳에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불법·폭력에 엄정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처럼 무법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다. 적당하게 대응하고, 불상사가 발생하면 진압경찰에 책임을 미루는 풍토가 오늘같은 상황 악화를 가져왔음을 정부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젠 정부의 실천의지가 중요하다. 시위진압 과정에서 불법·폭력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폭력시위가 난무했는데도 시위자들의 절박한 사정을 빌미로 불법을 따지지 않는 온정주의는 사라져야 한다. 시위자들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무리 절박하고 안타까운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폭력으로 호소해선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더구나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볼모로한 폭력은 외면만 자초할 뿐이다.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만 강조할 게 아니라 평화시위를 유도하는 노력을 앞세우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길 당부한다.
  • ‘이라크 정책’ 꼬리내린 부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라크 전쟁에 대해 ‘꼬리’를 내렸다. 부시 대통령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례적으로 “이라크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이라크내 폭력사태 악화와 이에 따른 늘어나는 미군 사상자 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또 “이라크 저항세력의 전술이 변한 만큼 미군도 최대한 전술상 융통성있게 대처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등 이전과 달리 정책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은 다음달 7일 중간선거를 앞에 놓고 이라크 점령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선거에 나선 공화당 소속 후보들의 정책 변화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WP는 “부시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심스럽게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부시가 ‘기존 노선의 고수’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면서 이라크 정책의 유연성있는 변화를 점쳤다. 부시는 이날 최근 이라크에서 ‘말할 수 없는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고 개탄하는가 하면, 폭력사태 악화가 “나에게 심각한 우려”라고 말하며 유권자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애를 썼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죽여도 좋다’ 각서를 쓸때

    ‘죽여도 좋다’ 각서를 쓸때

    연약한 여자를 고위층과 친분이 두텁다고 속여 정조를 유린한 다음, 못질을 한 방에 가두고 폭행을 일삼는 등 모진 학대를 해온 파렴치한이 경찰에 붙들렸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1월 16일 자칭 철도청 영등포 공작창 화물 하역소장이라는 민병진(閔丙振)(35)을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입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여심(女心)을 울린 이 사기한의 행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민(閔)은 지난해 9월 10일, 전직 국회의원 金모 여사의 중매로 알게된 신정숙(申貞淑)양(24·가명·서울영등포구 상도동)을 총각이라고 속이고 농락한 뒤 강제로 자기 집 방에 가두어 놓고 모진 학대를 하며 신(申)양의 어머니 정(鄭)모여인으로부터는 돈까지 갈취했다는 것. 주로 처녀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해온 민(閔)이 행여나 다른 여자에게 또이런 사기행각을 할까 두려워 경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신(申)양은 한숨짓듯 말한다. 민(閔)의 사기극에 걸려들어 감금생활을 하면서 학대를 받아오던 신양의 입을 통해 그의 행각을 들어보면-. 신(申)양이 민(閔)을 알게된 것은 지난해 9월. 이미 작고한 신(申)양의 아버지가 어느 고을 군수로 재직때 뒤를 도와주던 전직 국회의원 김모여사의 중매로 맞선을 본 것이 신(申)양에게 인간 지옥 속을 헤매게 한 동기였다. 지난 해 9월, 신(申)양과 민(閔)이 맞선을 보는 자리에는 신(申)양의 어머니 정(鄭)여인과 중매를 선 김여사가 자리를 같이 했다. 김여사의 신랑감에 대한 칭찬은 정(鄭)여인으로 하여금 딸을 맡겨도 안심이 될 정도로 홀딱 반하기에 충분했다. 소개가 끝나자 두 여인은 이 남녀들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기위해 자리를 떠났다. 민(閔)은 신(申)양에게 자신이총각이라면서 35세가 되도록 장가를 못간 것은 청년운동을 하다 때를 놓친 때문이라면서 자기 소개를 그럴듯 하게 청산유수 처럼 늘어놨다. 『그 사람 첫 인상은 별로 탐탁치 않았지만 그만 그의 감언이설에 제가 속은 것이지요』 신(申)양은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말을 잇지 못한다. 민(閔)은 신(申)양에게 『앞날의 설계를 세울 우리 집을 가보자』고 유인, 민을 따라간 신(申)양은 그 날로 그의 집에서 정조를 빼앗겼다. 그가 신(申)양에게 들려준 학력과 이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학생운동에 참여해 오다가 도덕재무장 한국본부 부총장을 거쳐 대한 국토건설단 중앙단 부단장, 전국 청년단체연합회 기획위원을 지냈으며, 지금은 국민도의선양회 회장에 있노라고 제법 굵직굵직한 직함들을 장광설로 늘어놓았다는것. 신(申)양은 민(閔)의 거짓말이 뻔히 들여다 보일 때도 남자의 허세이거니 생각하고 탓하지도 않았다는 이야기. 그러나 민(閔)의 가면은 신(申)양앞에 하나씩 그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민(閔)은 자신의 가면을 벗기지 않으려고, 차차 의심을 품기 시작한 신(申)양의 어머니를 찾아가 신(申)양과 약혼식을 올려줄 것을 강요하면서 만약에 이를 거절한다면 폭탄을 들고와서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을 했다. 민(閔)의 강압에 못이긴 정여인은 지난해 10월 25일 8만원을 들여 약혼식을 올려주었다. 민(閔)은 전처의 소생이 3명이나 있는 홀아비. 신(申)양은 약혼식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이 사실을 알았다. 그래도 신(申)양은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그러나 민(閔)은 신(申)양의 태도가 점점 자기 곁을 빠져 도망칠 것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지난해 11월 2일부터 밖에 나갈 때는 신(申)양을 방에 가두고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 민(閔)은 신(申)양을 방에 가두고 방문을 쇠창살로 굳게 못질하고 큰 자물쇠를 채워놓고는 식사는 식모를 통해 부엌으로 통하는 샛문으로 들여보내게 하고 대소변까지 방안에서 보도록 했다. 『작년 가을이었읍니다. 일요화가회에서 미술전을 열었을때의 일입니다』 그때 민(閔)은 신(申)양이 보는 앞에서 방문객 「사인」난에 「金鍾X형」이라고 쓰고는 『이래도 날 의심하느냐』고 할 정도로 지능적이었단다. 신(申)양은 68연도 M미술대학 서양화과를 나온 아가씨. 『그래도 저는 모든 것을 믿으려 했읍니다.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의 마음을 돌리려 했읍니다. 아마 학대만 하지 않았어도 그를 고발치는 않았을 것』이라고 신(申)양은 한숨짓는다. 그의 감시·학대벽은 점점 극에 달해 하다못해 극장에서 화장실을 가면 여자화장실까지 쫓아와 도망치려고 하느냐면서 마구 엉덩이를 구둣발로 차기도. 이런 날은 집에 들어와 단도를 빼어들고 『배반하면 죽여버려도 좋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라고 강요하기가 일쑤였다. 만일 신(申)양이 각서를 쓰지 않으면 뜨거운 주전자물을 머리에 붓는 등 그의 행패는 날이 갈수록 심했다. 그 때 그가 신(申)양의 머리에 부운 물에 신(申)양은 화상을 입고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다. 이렇게 난폭한 민(閔)은 항상 주머니에 명함대신에 요인들과 찍은 사진 3장을 넣고 다녔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할때는 사진을 내보이며 요인들의 팔과 같은 일꾼이라고 속여 청와대를 무상으로 출입한다고 큰 소리쳐 왔다는 것. 딸의 이런 생활을 까마득히 모르던 신(申)양의 어머니 정(鄭)여인은 신(申)양이 지난해 12월 29일 수면제를 먹고 음독자살을 기도했을 때야 뒤늦게 알고 경찰에 고발했다. 지금은 K병원에 입원해 있는 신(申)양은 『더 이상 상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 때의 감금생활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난다고 부르르 떨었다. 경찰이 민(閔)의 집을 수색한 결과 그의 「캐비니트」 속에서 신(申)양 이외에도 다른 여자로부터 『배반하면 죽여도 좋다』는 내용의 각서를 발견, 경찰은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민(閔)은 경찰신문에 1건의 전과도 없다고 딱 잡아떼어 그의 사기술을 활용하려다 지문조회결과 68년 6월28일자 서울 서대문서에서 폭행혐의로 구속된 것을 비롯, 전과 5범으로 판명됐다. 민은 경찰에 검거되던 날도 전화로 당직형사계장을 찾아 『나같이 높은 사람이 어떻게 경찰에 출두할 수 있겠느냐』면서 담당형사가 직접 찾아와 조서를 받도록 하라고 호통을 칠 정도로 허풍을 떨었다. 장석영(張錫英)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월25일호 제3권 4호 통권 제 69호]
  • “軍복무 경험이 재범 억제효과”

    “軍복무 경험이 재범 억제효과”

    군 복무 경험이 범죄 전과자들의 재범(再犯)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군대 특유의 규율과 통제가 범죄심리를 완화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연구원은 6일 이화여대 사회학과 박사학위 논문 ‘경력 범죄자의 성인 초기 범죄 지속과 중지에 관한 연구’를 통해 “군대에서의 경험이 범죄 전과자들의 재범 예방에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실증적으로 증명됐다.”고 밝혔다. 범죄 전과자 중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고, 군 복무를 오래한 사람일수록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연구원은 전국 5개 교도소의 동종 실형 전과 2범 이상 체포경력 5회 이상 30∼35세 남성 상습 범죄자 390명을 대상으로 과거 10년간 범죄를 추적했다. 논문은 군복무·교육·직업·혼인 등 4가지 요인이 재범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 수치화했다. 개인 범죄율(범죄빈도)의 경우 취업기간 -0.403, 군복무 여부 -0.135, 혼인기간 -0.132, 교육기간 -0.027로 나타났다. 수치가 마이너스(-)로 내려갈수록 범죄의 특성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군복무 경험이 재범 억제에 취업기간 다음으로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의 전문화에서는 군복무 -0.062, 교육기간 0.047, 취업기간 0.132로 나타나 군대가 범죄의 전문화를 떨어뜨리는 데 가장 나은 것으로 밝혀졌다.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군입대 경험은 -0.042로 긍정적인 영향이 강했다. 강 연구원은 “군 생활이 규율을 준수하고 사회질서를 지키는 태도를 갖게 해 한국 사회에서 군대를 갔다온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억제하고 ‘이러면 안 되지.’하는 식의 자기통제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일부 범죄자에게 교도소 수용 대신 군복무와 똑같은 체험을 하게하는 부트캠프를 실시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범죄를 늦게 시작하고 비폭력적 범죄를 주로 저지르는 저위험군의 상습범을 대상으로 부트캠프와 같은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경찰 ‘오락실 조폭’ 수사회의

    경찰청은 30일 전국 지방경찰청 형사ㆍ수사과장, 생활안전과장 등 일선 수사지휘자 50여명이 참석한 긴급 회의를 열고 사행성 게임장과 PC방 단속 및 수사방안 등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집중단속으로 성인오락실의 불법 행태가 크게 줄었지만 사행 행위의 근절을 위해서는 폭력조직 등의 자급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경찰은 또 게임 개발업자부터 상품권 유통업자까지 혐의가 있는 경우 전방위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성인게임 시장과 폭력조직의 연계 관계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새영화] 24일 개봉 ‘원탁의 천사’

    24일 개봉하는 ‘원탁의 천사’(제작 시네마제니스, 감독 권성국)는 기획의도를 빤히 드러내는 솔직한 면모가 핵심포인트로 연결되는 영화다. 톱스타 청춘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 인기그룹 신화의 멤버 이민우를 기용했고,‘웰컴 투 동막골’의 늦깎이 대박스타 임하룡을 전면에 세웠다. 주인공을 연기시험대에 처음 세우는 위험부담이 적진 않지만, 그 이상의 티켓 동원력이 내장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셈이다. 주인공에게 교복을 입혔으나, 영화는 청춘코미디에만 머물 계산은 하지 않았다. 드라마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은 출소를 하루 앞두고 어이없이 사고사한 주인공의 아버지(임하룡). 평생 사기 전과자로 살았던 아버지는 자신을 데리러 온 천사(안길강)의 배려로 아내(김보연)와 아들 원탁(이민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간다. 교내 문제아로 비뚤게 자란 아들을 차마 두고볼 수 없는 아버지가 아들의 친구로 시한부 환생해 빚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모음극이다. 여기에 영화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병렬시켜 가족영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 애썼다. 교통사고로 죽은 조폭 두목(김상중)의 몸에 빙의한 천사가 이승에 남겨둔 딸의 주위를 맴도는 설정으로 감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조폭, 폭력과 냉소가 지배하는 고교, 우정과 부정(父情) 등을 두루두루 소재로 끌어들여 적당히 감동이 있는 코미디로 버무리는 데는 성공했다. 폭력과 욕설이 비교적 자제된 데다 사회제도를 공박하려고 무작정 뒤틀린 웃음과 조소로만 일관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건강한 코미디이다. 친구로 환생한 아버지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낸 하동훈이 돋보인다.‘가문의 위기’를 발판으로 탁재훈이 그랬듯 입담의 스크린 제왕으로 도약할 듯하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평화유지군 레바논 배치 ‘급물살’

    중동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교전을 중재하려는 유럽과 아랍국가들의 외교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유럽·아랍의 긴급회의가 열리는 26일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이스라엘“유럽주도 다국적군 찬성”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13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레바논 남부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주도하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유럽 특사단과 만난 뒤 “현재 배치된 유엔군보다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는 전제 아래 유럽의 평화유지군을 남부 레바논에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유엔 안보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되 유엔군이 아닌 다국적군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다국적군 파병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2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유럽·아랍간 긴급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다국적군의 규모는 1만∼2만명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미군의 참여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라이스·레바논총리 1시간 비공개 회담 이스라엘에 공격시간을 벌어주려고 중동 방문을 늦추고 있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24일 레바논을 깜짝 방문했다. 이스라엘을 방문하기에 앞서 베이루트에 들른 라이스 장관은 푸아드 사니오라 레바논 총리를 1시간 가량 만났다. 그러나 회담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라이스 장관은 “휴전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을 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공격 중단을 요구하지는 않을 계획임을 시사한 바 있다. 프랑스·독일 외무장관과 영국 외무차관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측과 연쇄 접촉을 갖고 휴전을 촉구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4일 “지금 레바논 상황은 재앙”이라며 강한 어조로 폭력 종식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베이루트의 폭격 피해지를 방문한 얀 에겔란트 유엔긴급구호대책 본부장은 “이스라엘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한 뒤 50만∼80만명의 레바논 난민 구호에 “1억 500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 헤즈볼라 조직원 2명 생포 이스라엘은 그러나 지상작전이 최대 10일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지난 주말 레바논 남부 마론 알 라스에 이어 24일 또 다른 헤즈볼라의 거점인 빈트 즈바일 주변지역을 점령했다. 교전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헤즈볼라 무장조직원 2명을 사로잡는 전과도 올렸다. 이날까지 레바논인 362명과 이스라엘인 3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열흘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쏜 로켓포는 약 1100발이라고 이스라엘측이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15) 비어홀과 호프집

    [심상덕의 서울야화](15) 비어홀과 호프집

    지난 날 맥주병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까 맥주회사에서 고물상까지 찾아다니며 헌 맥주병을 구해다가 맥주를 담아 팔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미화용으로 화단 주변에 삥둘러 박아 놓았던 빈 맥주병까지 뽑아다 재활용을 했었고 말입니다. 예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맥주 마시는 집을 흔히 ‘호프집’이라고 하잖아요.‘호프’는 원래 맥주 특유의 향기와 약간 쌉사름한 맛을 내주는 덩굴식물 일종입니다. 호프집이란 말이 바로 여기서부터 나오게 된 겁니다. 하지만 우리 서울에서 ‘호프집’이라는 간판이 등장하기 이전엔 맥주집들이 ‘비어홀’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약 40년 전인 1964년의 여름 날씨는 유난히도 무더웠습니다. 하루 밤이 멀다하고 어제까지 ‘대포집’ 간판을 내걸고 있던 술집이 전부다 맥주집으로 변해버렸거든요. 그 무렵에 서울 시내 간판업자들 돈 많이 벌었습니다. 바로 그 시절, 이 맥주를 파는 집들은 지금처럼 호프집이라고 하지 않고 그 때는 ‘비어홀’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던 거죠. ‘이보시게 우리 퇴근길에 저기 비어홀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 어떠신가?’ 요즘은 이 비어홀이라는 말 대신 호프집이란 말을 쓰고 있잖아요. 똑같은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도 시대에 따라서 그 표현 방법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서울에 그렇게 비어홀이 많이 등장하던 1960년대 중반쯤엔 한 여름은 물론이구요, 가을 겨울에도 맥주가 꽤나 많이 팔렸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전에는 흔히 ‘정종홀’이라고 해서 ‘청주’만을 전문으로 하는 술집들이 있었잖아요. 이 청주만을 전문으로 하는 술집에도 한 겨울철에 맥주를 찾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서울에 ‘맥주대포집’이라는 간판까지도 생겨났습니다. 맥주 장사가 이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까 이 때부터 가짜 맥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거죠. ‘이거 어째 이상하다. 맥주 맛이 어때 자넨 괜찮아? 왜 이렇지 맥주 맛이?’ 또 맥주 장사가 이렇게 잘된다고 하니까 맥주 도매값이 두배나 껑충 뛰어 올랐고 그러다 보니까 또 이 주먹을 앞세운 폭력배를 동원해 맥주 쟁탈전까지 벌이기도 했던 겁니다. 그리고 해방 이전의 기록에 따르면 그 당시 우리 서울의 명동과 무교동, 또 종로 4거리에 있었던 화신 백화점 부근, 이 쪽이 서울의 중심지였던 거죠. 서울 중심가인 이쪽에 약 70개의 ‘비어홀’이 있었습니다. 해방전까지만 해도 이 맥주의 공급이 모자르다 보니까 ‘맥주 배급표’가 있어야 맥주집 앞에 길게 길게 줄지어 기다렸다가 맥주 한잔을 사 마실 수가 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또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오후 5시가 지나야지만 맥주를 마실 수 있었고 말입니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 우리 서울에서 가장 많은 양의 맥주를 소비한 접객업소들이 어디였는가 하면요. 명동입구 근처에 있던 ‘태극그릴’, 그리고 충무로2가에 있던 ‘청향원’, 또 그 시절엔 종로3가에 있던 ‘명월관’, 그리고 관철동에 있던 ‘국일관’, 이런 유흥접객업소들이 하루에 맥주를 스무 상자에서 서른 상자 정도 소비하는 곳이었습니다. 그 시절엔 맥주 스무 상자에서 서른 상자 정도를 팔면 우리 서울에서도 최고의 영업집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년 동안에 약 40억병의 맥주가 팔리고 있고, 국민 한사람당 500cc잔으로 연간 약 110잔 정도의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거 보면요, 이 맥주 하나를 놓고 봐도 우리의 서울은 그 예전의 서울이 아닌 겁니다.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나지 않습니까.
  • [이동연의 차·차·차] 붉은 열정, 붉은 함성이 그대들과 함께 하리라

    24일 한국과 스위스의 경기는 한국 축구, 아니 아시아 축구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한판이다. 스위스전이 중요한 것은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원정’과 ‘유럽’이라는 이중의 벽을 과연 자력으로 넘을 수 있을 것인가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 모든 국가들의 탈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마저 무너진다면 월드컵 차기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티켓 확보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아마도 1골의 차이가 탈락과 진출의 명암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만일 이날 이 1골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이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일이다. 물론 한·일월드컵 4강 성적만으로도 한국 축구는 더 이상 월드컵 역사의 변방이 아니다.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오랫동안 한국 축구를 짓눌러 왔던 유럽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의 중심에서 프리미엄 없이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한다는 것은 2002년과는 다른 한국 축구의 또다른 도전과 도약을 의미한다. 이미 예선 두 경기에서 드러났듯이 스위스전 승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명백해졌다. 하나는 선수들이 끝까지 냉정하게 경기를 지배하는 방법과 다른 하나는 서포터스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장을 지배하는 수단이다. 아마도 스위스는 조 1위로 올라가기 위해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다. 중원에서 스위스의 강력한 압박은 프랑스전보다도 훨씬 강도가 높을 것이다. 강한 체력을 앞세워 초반부터 미드필더를 압박할 것이고, 오랫동안 다져온 조직력으로 한국의 수비 뒷공간을 끝임 없이 침투할 것이 틀림없다. 한국이 스위스의 체력과 조직력에 맞서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만의 체력과 조직력이다. 미드필더와 스리백의 공간을 가급적 좁혀 중앙에서 수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협력플레이와 기각스와 바르네타에게 크로스의 기회를 봉쇄하는 밀착마크가 요구된다. 이 방어 전술이 90분 내내 지속되려면 많은 체력과 조직력이 필요하다. 특히 바르네타를 차단하기 위해 이영표의 대인 및 공간 방어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 졌다. 스위스의 공격형 미드필더와는 달리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들은 프랑스와 토고전을 통해 적지 않은 허점을 드러냈다. 공격 시 차단당했을 때 측면에서 수비전환이 느려 공간을 많이 허용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요한 포겔은 기동력이 떨어져 박지성이나 이을용이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 따라서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박지성이나 이을용이 배분하는 낮은 측면 침투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드는 계산된 플레이가 요구하다. 두 번째는 ‘붉은악마’가 수적으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스위스 서포터스들에 맞서 경기장을 얼마나 지배할 것인가하는 것이다.토고전에서 역전승을 거두고 프랑스전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둔 이면을 들여다 보면 마치 홈경기인 듯 만들어 버리는 붉은악마들의 열정이 큰 몫을 차지했다.특히 프랑스전에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인 응원으로 서포터스간 헤게모니 싸움에서 압도한 것이 마지막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현지 캐스터들도 한국이 밀리는 경기에도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붉은악마의 응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붉은악마’의 새로운 응원가 중에 ‘승리를 위하여’라는 노래가 있다. 승리를 위하여 그대들과 함께하리라는 가사는 서포터스의 진정한 정신을 대변한다.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응원만 아니라면 붉은악마들은 노래와 구호와 점핑과 머플러로 스위스 전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중계석] 살기좋은 도시 만들기

    국토연구원은 15일 ‘살기좋은 도시만들기’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되는 고이즈미 히데키 일본 도쿄대 교수(도시공학과)의 ‘도시만들기를 위한 일본 마치츠쿠리의 발전과 의미’, 짐 디어스 미 워싱턴대 교수의 ‘미국 시애틀의 커뮤니티 권한 강화’논문을 요약한다. 정리 주현진기자 ■ 도시계획·개발에 주민 적극 참여 / 고이즈미 히데키 日 도쿄대 교수 마치츠쿠리란 ‘마을만들기’란 뜻으로 주민 참여형 도시만들기 운동을 말한다. 일본의 오랜 자치 문화를 토대로 발달됐다. 마치츠쿠리는 1990년대 들어 주민, 전문가, 자치체 시책, 재단의 지원, 비영리민간단체(NPO)법 제정 등에 힘입어 전국 각지에 보급되면서 틀을 갖추게 됐다. 지자체별 ‘마치츠쿠리 협의회’는 주거환경 정비, 도로 및 도시 건설 등에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제시한다. 정부는 이들 마치츠쿠리 협의회가 제안한 내용을 각종 도시계획 및 개발에 적극 반영한다. 일부 지자체는 조례 제정 때도 주민 의견을 반영해 법제화한다. 이에 따라 일본 시민의 행정 의존 경향도 급속히 변했다. 시민 스스로의 손으로 커뮤니티의 생활과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이를 지속가능하게 하려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주민이 자주적으로 마치츠쿠리 활동을 하고, 주민과 자치체의 협동을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는 마을만들기를 통한 주민참여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구민센터 부지의 30%를 구민광장으로 꾸미는 등 주민제안에 의해 공간이 조성됐다. 분야별로 마치츠쿠리 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쿄토·고베·세타가야등에서는 많은 다른 조례에서 다른 공간이나 행위, 그리고 행정영역을 커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마치츠쿠리의 성장과 함께 시민활동 인식도 활발해지면서 시민이 쉽게 비영리조직을 법인화할 수 있는 내용의 NPO법이 1998년 제정됐다. 이후 5년간 약 1만 7000개의 NPO법인이 탄생했으며, 매년 3000개 이상의 NPO가 탄생해 시민사회를 변혁시키고 있다. 특히 NPO에 대한 의존이 강해지면서 일부 자치체의 경우 직원을 반으로 줄이고 시민이나 NPO에 많은 분야를 맡길 방침을 세우고 있다. 도시재생에서 다양한 주체의 발의, 특히 시민사회(비영리와 비정부부문)의 발의가 명확하지 않으면 진정한 생활의 질 향상을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떻게 표출된 의견 조정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고이즈미 히데키 日 도쿄대 교수 ■ 지방정부·주민교류 커뮤니티 활발/짐 디어스 美 워싱턴대 교수 시애틀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경제력, 근린공동체(neighborhood)와 커뮤니티가 우수해 미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인구 58만명인 시애틀에는 100여개 근린공동체가 있으며, 각 공동체에는 업무지구, 학교 도서관과 같은 공공시설, 소방서, 레크리에이션 센터, 공원 등이 있다. 주민과 지방정부의 교류도 근린공동체 수준에서 이뤄질 정도다. 모든 근린공동체에는 커뮤니티 의회가 있으며, 의회구성은 모든 주민에게 개방되어 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 근린공동체에는 교육·환경·종교·역사·예술·범죄방지 등과 같이 특정분야에 관심이 있는 협회가 자발적으로 조직돼 있다. 커뮤니티 의회는 시정부 활동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내면서 힘을 키웠다. 시정부가 폭력과 마약에 미온적으로 대처했거나 공동체가 중요시하는 일에 예산을 적게 할당했다며 공동 항의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커뮤니티와 시정부의 협력 강화를 위해 1988년 근린담당 부서(Department of Neighborhood)가 만들어졌다. 또 근린공동체에 13개 시청사 분소를 설치해 시민들의 접근기회를 확대했다. 커뮤니티 건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근린보조금(Neighborhood Matching Fund)을 조성해 공원·학교·녹지·가로수 등 마을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토록 했다. 또 근린공동체의 대표들은 지원받을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시장과 시의회에서는 이를 계속 지원했다. 매칭펀드는 1989년 15만달러로 시작하여 매년 450만달러씩 증가됐고 초기 17년간 3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시애틀시에서는 1994년 전문가가 중심이 된 기본계획을 만들었으나 근린공동체가 이를 반대해 무산시켰다. 근린공동체 대표자회의에서 계획의 범위와 계획 과정을 결정한 뒤 계획가를 고용해 시정부와 협의하는 상향식 근린공동체계획을 수립했다. 시민이 참여해 이룩한 상향식 근린공동체 계획은 성공적이지만 시정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했던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짐 디어스 美 워싱턴대 교수
  • 전과·세금‘0’·병역미필 ‘3관왕’ 15명

    상해·주거침입·폭력 등 ‘파렴치 범죄’로 수시로 감방을 들락거려 전과 기록이 14건이 된다고 ‘당당하게’ 신고한 후보, 재산은 40억원대나 되지만 5년 동안 낸 세금은 겨우 700만원밖에 안 돼 서민의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후보…. 그런가 하면 20억원이 넘는 세금을 연체 중인 고액체납자 후보도 있고,5년간 세금 한 푼 내지 않은 후보는 274명에 달했다. 16일부터 이틀 동안 5·31지방선거에 등록한 후보의 신상을 살펴 보면 정당마다 제대로 공천을 하긴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후보가 적지 않다. 후보자 10명 가운데 8명이 재산·납세·병역·전과 등에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인 것으로 파악됐다.지난 5년 동안 세금은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병역의무도 내팽개쳤으며 전과 기록까지 더해 ‘불명예 3관왕’을 한 후보는 무려 15명. 100억원대 재산에 5년간 세금은 21여만원밖에 내지 않거나,36억여원의 재산에 289만원만 내는 등의 후보도 적지 않아 ‘유전무세(有錢無稅)’란 비난도 나온다. 하지만 38억여원의 재산에 5년간 5억 8916만원의 세금을 낸 양심가도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후보 검증과 관련한 정당 공천의 한계를 그 이유로 들었다.16개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 230명을 비롯해 모두 3867명을 뽑는 ‘거대한’ 선거를 위해 정당별로 각 선거구에 딱 한 명씩만 후보를 낸다고 해도 공천장이 3867장이나 된다.중선거구제가 도입된 기초의원 선거까지 고려하면 공천장은 더 늘어난다. 그러나 정당별로 길어야 2∼3개월 만에 공천을 마쳐야 하므로 물리적으로라도 최종 공천자의 3∼5배나 되는 모든 예비후보의 신상을 완벽히 따지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선’에서 유권자가 ‘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검증할 수밖에 없다. ‘예선전’에서 걸러내지 못한 부실 후보도 문제지만, 현행 후보 등록제도 역시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후보는 재산·학력·병역·전과·납세·체납여부 등을 ‘성실하게’ 신고하면 되는데 여기서 재산내역은 따로 증빙서류를 낼 필요가 없다.이 때문에 A후보가 재산으로 ‘○○동 아파트 ▲원,□□은행 예금 ■원’ 하는 식으로 써내기만 하면 될 뿐, 얼마든지 마음대로 지어내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비슷한 예로 이번 선거부터 학력증명서도 반드시 첨부하도록 한 이유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허위로 학력을 기재한 사례가 많았고, 끝내 당선무효형까지 받은 일이 있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물론 허위사실을 기재했을 경우 나중에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확인되면 허위사실 공포죄로 처벌받고, 당선이 무효화된다.”면서도 “자치단체장 후보는 만일 당선되면 해당 지자체 윤리위에 증빙서류를 첨부해 재산을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광역단체장 신상명세

    광역단체장 신상명세

    5·31 지방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16일 오후 7시 현재 제주도지사를 제외한 15개 광역단체장 후보 57명이 등록했다. ●재산 1위 진대제 꼴찌 강금실 후보들 57명 중 재산이 가장 많은 후보는 열린우리당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로 165억 7814만원이었다. 꼴찌는 같은 당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로 4억 1800여만원의 빚이 있다고 신고, 유일하게 마이너스 재산을 기록했다. 강 후보와 경쟁하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36억 1900여만원이라고 신고, 서울시장 후보 중 1위였다. 민주당 박주선 후보와 민노당 김종철 후보는 각각 17억 5100여만원과 1억 1800만원이었고, 국민중심당 임웅균 후보는 3억 8000만원이었다. 신고 재산이 10억원을 넘은 후보는 17명으로 한나라당 소속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소속이 각각 6명과 4명이었다. ●세금 납부액도 진대제 1위 후보들의 5년간 납세액은 1만 7000원에서 39억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선관위에 신고하는 서류는 최근 5년 동안의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납부 및 체납증명. 가장 많이 낸 후보는 재산 1위 진대제 후보로 5년간 39억 387만원을 냈다. 경쟁자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 1641만원이었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경우 법조인 출신 후보 3명이 모두 납세실적 상위권에 올랐다.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를 지낸 강금실 후보는 3억 4464만원을 납부, 전체 2위에 올랐다. 민주당 박주선 후보는 2억 6496만원으로 3위,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2억 1413만원으로 5위였다. 반면 납세액 하위 10명 중 7명이 민주노동당 후보들. 김성진 인천시장 후보가 1만 7000원으로 꼴찌였다. ●19%가 병역 불이행 여성후보를 제외한 남성 후보 53명 가운데 10명이 병역 의무를 이행치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 및 장애’ 사유가 6명. 열린우리당 심규명 울산시장 후보와 한범덕 충북지사 후보(3차례 신체검사 재검 판정),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중이염 수술 후유증)와 박재순 전남지사 후보(항문협착수술), 민주노동당 박웅두 전남지사 후보, 국민중심당 김재주 경남지사 후보(기관지천식) 등이었다. 민주당 정균환 전북지사 후보와 국민중심당 조병세 충북지사 후보는 ‘장기대기’ 사유였다. 한나라당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는 ‘고령과 생계곤란’, 열린우리당 김완주 전북지사 후보는 ‘생계곤란’ 사유로 소집 면제됐다고 신고했다. ●21%가 전과…대부분 민주화·노동운동 과정서 얻어 전과 기록이 있는 후보는 12명. 정당별로는 민노당 후보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후보가 각각 2명, 한나라당과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당(한미준)’ 후보가 1명씩이었다. 노동운동이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기록한 것이 대부분. 노동운동가로 활동해온 민노당 문성현 경남지사 후보가 노동쟁의조정법 등을 위반, 가장 많은 5건을 기록했다. 민노당 후보들은 모두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운동 과정에서 1∼2건의 전과를 기록했다. 열린우리당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는 직선제 개헌투쟁 과정에서 전과를 갖고 있었다. 같은 당 이창복 강원지사 후보도 비슷한 경우.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와 민주당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도 노동운동이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전과를 얻었다. 반면 민주당 신경철 인천시장 후보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였고, 한미준 고낙정 대전시장 후보는 사기 혐의였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한명숙총리 “미군기지 재협상 불가”

    한명숙총리 “미군기지 재협상 불가”

    한명숙 국무총리는 12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일부 단체의 주한미군 철수와 미군기지 이전 반대 주장은 정부가 결코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시민사회 및 종교계 원로들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일부에서는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미군기지 이전은 한·미 양국간 합의와 국회의 비준을 거쳐 추진되고 있는 만큼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한 총리는 정부중앙청사에서 직접 읽은 ‘국민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에서 “이번 주말에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면서 “이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국민 누구나 정부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의견표출 방식은 합법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한다.”면서 “이제 모든 당사자들이 한걸음씩 물러나서 냉정을 되찾자.”고 설득했다. 한 총리는 “지난번과 같은 충돌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면서 “폭력과 투쟁이 아닌 평화로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또 하나의 사례를 이뤄내자.”고 호소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9)열광의식과 대중시대의 정신적 위험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9)열광의식과 대중시대의 정신적 위험성

    오늘은 좀 특이한 주제를 갖고 철학적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자. 나는 20대에 20세기 프랑스 가톨릭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의 사상에 매료되었다. 지금도 그의 사상이 나의 철학적 사색의 한복판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는 나에게 ‘열광의식’(fanaticism)과 ‘추상의 정신’(spirit of abstraction)을 멀리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다. 열광의식과 추상의 정신은 집단형성이 쉽게 이루어지는 정치적 종교적 활동에서 잘 나타난다. 열광의식은 정치적 종교적 의식으로 뭉친 집단이 자기 집단세력의 지배강화를 목적으로 증오의 적을 클로즈업시키는 단 하나의 추상적 목적이외에 다른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피끓는 격정적 광기를 말한다.‘추상의 정신’은 격정적 광기로 상대방을 추상적이고 적대적 구호로 몰아붙이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이런 열광의식은 청소년이 어떤 연예인이 좋아서 열광하고 환호하는 의식과는 좀 다르다. 왜냐하면 후자의 경우에는 미워해야 할 적이 없겠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정치적 종교적 열광의식만큼 독기는 없겠으나, 좋아하는 연예인을 열광적으로 우상화하는 그 순간에 이른바 팬들은 그 우상에 넋을 빼앗긴다. 그와 함께 팬들은 자기의 본성을 잃고, 환영과 같은 허깨비가 그들의 주인으로 들어선다. 이것은 현대의 거대 상업주의 문화가 가장 선호하는 ‘흉내내기’(simulacrum)의 모습이다. 정치적 종교적 열광의식과 추상의 정신의 배후에는 반드시 어떤 권력의지와 진리의지의 숨은 음모가 깃들어 있다. 열광의식은 단순한 권력의지가 대중을 쉽게 격발시키기 어려우므로 늘 진리의지를 앞세워 권력의지가 진리를 위한 성스러운 투쟁의 불가피한 현상임을 믿게 한다. 그러나 그 진리의지는 아주 단순 소박한 구호에 불과하다. 대중은 복잡한 이론과 철학을 싫어한다. 대중은 깊이 사유하기를 원치 않는다. 대중은 간단하고 소박한 OX만을 바랄 뿐이다. 대중의 열광의식은 피끓는 추상적 격정의 구호에 집착되어 있어서 군중심리의 최면에 쉽게 걸린다. 그 최면에 걸리면 적은 구체적 얼굴을 지니지 않고, 다만 정답과 오답을 지닌 추상에 불과하다. 적을 제거하는 것은 오답을 지우는 것이지, 구체적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추상의 정신은 죄의식 없이 그토록 피끓는 격정의 선동을 할 수 있다. 마르셀이 그의 저서 ‘인간적인 것을 거슬리는 인간들’에서 밝힌 ‘열광의식’과 ‘추상의 정신’을 간추려 정리해 본다. 1)열광분자들은 결코 스스로가 열광분자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믿는 정의 때문에 억압받고 모략중상당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2)열광분자들은 대개 종교적 성격을 드러낸다. 그래서 열광적 정치의식은 바로 세속적 종교적 색채를 띠고 활동한다. 정치적 열광분자는 종교적 맹신자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3)개인적인 열광분자는 무의미하다. 열광분자는 서로서로 세력을 형성하기 위하여 뭉치려 한다. 그래서 열광적 군중이 된다. 군중 수가 많을수록 개인들은 익명으로 군중 속에 증발하고 오직 익명의 대중이 집단세력이 되어 사회를 지배한다.20세기 스페인의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대중의 반역’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가장 강력한 사회의 지배자가 된 대중은 똑똑하면서도 바보 같다. 현대의 대중은 과거의 대중과 달라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니 똑똑하고, 그 많은 정보가 대중의 익명 속에서 대중을 쥐어흔드는 한 목소리에 감추어져 남 따라 말하고 행동하니 바보스럽다는 것이다. 또 그는 그런 대중이 자기가 가장 옳다고 여겨 더 고급적인 다른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자만심의 덩어리와 같다고 보았다. 4)열광분자는 대중에게 한가하게 생각하고 사색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미 한가롭게 생각하고 사색하는 사람은 대중이 안 된다. 마음의 여유는 열광분자가 되는 것을 방해한다. 열광분자는 대중을 늘 흥분시키거나 흥분시킬 구실을 찾는다. 흥분한 마음은 쉽게 열광적 추상의 정신에 잡아먹힌다. 5)열광분자는 인간의 의식을 가급적 단순하게 만든다. 인간의 감정을 단순한 흑백논리로 무장시키기 위하여 세상을 가급적 소박한 OX식 이분법으로 분류한다. 자기들의 선을 선양하기 위하여 자기들의 불행이 저 악들의 무리 때문이라고 공격한다. 감추어진 원한의 감정을 찾아 거기에 불을 지른다. 마르셀은 말한다. 만약에 어떤 이가 철학이나 그 비슷한 사상의 이름으로 대중을 흥분시키고 현실을 단순 선악의 감상주의로 양분하여 색칠하면서 엉큼한 권력의지를 선전적인 진리의지 속에 감추고 있다면, 그는 철학자이기를 포기하고 이데올로기의 제조자 이외에 다른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플라톤이 이미 2400여년 전에 아첨과 철학은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력에 붙어 개인의 사리를 추구하는 것만이 아부가 아니다. 대중의 권력에 장단을 맞춰 인기를 노리는 것도 아부다. 마르셀은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현대 대중의 권력화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사상에 동조한다. 현대의 대중은 진부하고 단순 소박한 자기들의 주장을 너무 당돌하게 주장하는 안하무인의 태도와 고집불통의 자만심을 갖고 있다고 위의 두 철학자는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거기다가 현대철학의 거인, 독일의 하이데거도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세상사람’(the men in the street)의 존재론적 타락성을 심도있게 분석했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세상사람’은 그럭저럭 사회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세속적 평안과 안전과 속물적인 보호막의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 ‘세상사람’의 평균성과 획일성의 수압에 못 견디어 거기에서 멍하게 헤매다가 결국 싫은 죽음으로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세상사람의 존재론적 타락을 그는 ‘대중성’(publicness)이라고 규정했다. 각자는 ‘세상사람’이라는 ‘대중성’속에 살면서 자신을 널리 알리고, 이름과 인기를 얻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려고 모든 관심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이 ‘대중성’을 우상화하고 가치판단의 공식적 기준으로 삼고 거기에 자신을 맞추려고 온갖 노력을 경주한다. 하이데거는 이 ‘대중성’을 세상사람의 타락한 비본래적 존재방식이라고 여겼다.20세기를 살았던 저 세 철학자들은 다 대중의 무서운 폭력적 힘과 편견과 오만을 읽었고, 그것이 현대생활의 공식적 표준으로 둔갑하고 있는 상업성을 보았다. 한국도 이미 대중시대의 권력을 맞고 있다.‘추상의 정신’으로 열광화한 정치종교적 세력들도 있고, 인기의 대중성을 성공의 공식적 기준으로 여겨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추게끔 하는 상업성도 거세게 불고 있다. 정치도 대중의 지지도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자연성이라는 필연법이 최고의 법이다. 어느 것도 자연에서 이 법을 어기고 생존할 수 없다. 자연의 필연법처럼, 사회생활에서는 여론이 늘 최고의 법전으로 작용하여 왔었다. 지금의 민주시대에만 여론이 최고의 법전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옛날의 왕정시대나 과두정치시대에도 왕들이나 귀족들이 다 백성의 여론을 무시하고 정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백성의 여론을 무시한 독재정치는 기괴해서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자연의 필연법은 항구불변이나, 인간의 여론은 변덕스럽고 시시각각 변한다. 여기에 여론에 대한 철학적 인식의 부정견(不定見)이 있다. 더구나 지금의 여론은 과거와 달리 대중시대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열광적 ‘추상의 정신’으로 사람들을 흥분시켜 피끓게 하는, 즉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말한 ‘과잉민주주의’(hyperdemocracy)가 생기기도 한다.‘과잉민주주의’는 대중이 법을 따르지 않고, 직접적인 집단행동을 통해서 물리적 압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의 열망과 욕망을 집행하려는 기도를 말한다. 또 상업주의적 인기조종으로 거품의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인기가 ‘대중성’의 표준이 되어서 오로지 인기만이 성공과 지배의 정당성을 만든다. 대중시대의 여론이 이처럼 과잉민주주의나 상업민주주의의 위험성을 동반하여도, 사회를 운영하는 경영의 법이 여론을 떠나서 정당화되는 다른 길이 불가능하겠다. 여기서 나는 저 세 철학자들의 반(反)대중론에 깊이 동조하면서도, 과연 사회경영에 필요한 대안이 여론이외에 다른 방식이 가능한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대중시대에 대중을 직접적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말처럼, 대중은 이미 기고만장 잘난 척해서 자기들을 가르치는 어떤 권위도 수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학자들이나 언론인들이 흔히 ‘국민의 뜻’이라든가,‘국민이 원치 않는다.’라고 언설하는 것은 기실 자기의 뜻이 국민대중의 뜻이라고 위장하면서, 동시에 대중의 뜻에 아부하려는 심리를 반영한다. 그런 사탕발림에 대중들은 국민의 익명 속에서 만족해한다. 격정적 과잉민주주의나 변덕이 죽 끓듯 부침하는 인기위주의 상업민주주의에로 여론이 오도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긴요한 문제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이 스스로 깊어지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개개인의 마음이 깊어지기 위하여 마음은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교육훈련을 받아야 한다. 가장 먼저 종교지도자가 오로지 신자 수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열광하는 자세에서부터 신자들이 마음의 본성을 찾도록 마음을 고요히 진정시키는 길을 인도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TV와 방송에서 합창음악의 효과를 살려야 한다. 한국처럼 십인십색의 마음으로 갈라진 나라에 합창의 화음이 우리를 안으로 모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철학교육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시행되어야 한다. 따따부따 시시콜콜 영양가 없이 따지는 잘난 체하는 철학논술보다 오히려 마음을 깊이 사색게 하고 세상을 통찰케 하는 종합예술로서의 철학의 지혜가 필요하겠다. 깔깔 웃고 울부짖고 악 쓰는 그림보다, 생각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TV 연속극에서 입시생을 빼고 독서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마이너리티 리포트] (9) 어느 전과자의 편지

    [마이너리티 리포트] (9) 어느 전과자의 편지

    혈기왕성한 스무살 때 사람을 죽이려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순간 화를 참지 못해서죠. 다행히 그 사람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교도소를 제 집 드나들듯 했습니다. 따져보니 복역기간만 26년 정도 되더군요. 그동안 저는 단 한번도 제 삶을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또 다른 ‘한탕’만을 노렸죠. 그러나 2년전 저를 믿어준 유일한 사람인 지금의 아내를 만난 이후 달라졌습니다. ●“믿어주세요. 정말 변했습니다.” 제 이름은 권영덕(56)입니다. 가명이 아닙니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질 때 제 손에 꼭 쥐어진 쪽지에 적힌 이름입니다. 저는 살인미수·폭력·사기 등으로 26년 정도를 교도소에서 보낸 전과자입니다. 보통 다른 전과자들은 자신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해 이름을 밝히는 것을 꺼려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신분을 속이기 급급하며 ‘거짓말 인생’을 살았지만, 아내를 만나면서 달라졌습니다. 아내를 알게 된 이후 저는 단 한 건의 사소한 법규도 어긴 적이 없습니다. 거짓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취직을 위해 면접을 할 때도 전과자임을 밝히고 숨기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원양어선을 탔다느니, 섬에 들어가 살았다느니 하며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바쁘더군요. 아무튼 저는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했습니다. 아내와 노무현 대통령, 천정배 법무부 장관에게 보내는 세 통의 유서를 쓰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전과자 가운데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일용직 취업 이틀만에 혼자만 해고당해 아내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갱생보호공단이란 곳을 찾았습니다. 저의 진심을 이곳을 통해서라도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이곳 팀장, 과장님들은 제 진심을 알아주시더군요. 이곳을 통해서 지난해 9월 일용직 잡부지만 지하철 공사 현장에 취직도 됐습니다. 생애 첫 취직을 아내와 함께 기뻐했던 시간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단 이틀 만에 잘렸습니다. 업체 측에서는 현장 인원이 너무 많아 부득불 인원감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당시 현장에는 일손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들어온 다른 4명은 그대로 둔 채 저만 해고 대상이 됐습니다. 대한민국 법무부 산하 갱생보호공단에서 저의 신분을 보장하고 추천했는데도 일선 현장에서 전과자라는 벽은 너무 높았습니다. 해고를 통지하는 소장의 멱살을 잡고 싶었습니다.“왜 하필 나입니까. 저는 정말 달라졌습니다. 기회를 주세요.”라고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심장을 휘감고 돌아 터져 나오는 울분을 가까스로 참아냈습니다. 그리고 작업복을 벗고 조용히 돌아섰습니다. 아직 내 업보가 다 가시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과자 멍에를 벗고 싶습니다.” 저는 전과자라는 멍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더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공단에서 보내주는 운전면허 학원에 다녀 1종 대형 면허도 취득했습니다. 이때부터 운전기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저는 비교적 좋은 인상 때문에 처음에는 면접관들의 태도가 호의적입니다. 또 교도소에서 몇 년간 펜글씨를 연습했기 때문에 제 필체를 본 면접관들은 글씨도 잘 쓴다며 좋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 한칸도 채우지 못한 이력란을 보고, 제 스스로 전과자라는 사실을 밝히는 순간 낯색이 변합니다. 그분들을 탓하진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해야 그분들이 저를 믿게 만들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갱생보호공단이나 법무부에서 철저한 심사를 통해 신분을 보장해 주는 제도를 마련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숨기지 않습니다. 저는 제 아내를 만나면서 저의 바보 같던 모든 과거를 편지로 써서 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고아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고아원에서 살았습니다.4학년 첫 등교하는 날 엄마 손을 잡고 가는 1학년 아이가 너무 부러워 ‘짱돌’을 아이 뒤통수에 던진 뒤 그 길로 바로 고아원에서 도망쳤습니다. 걸인처럼 이곳저곳 방황하다 17살이 될 때까지 성매매 여성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이후로 사고에 사고를 거듭하며 2004년 7월까지 출소와 복역을 반복했습니다. 그 사이 춤도 배워 카바레에 다니며 ‘사모님’들 사기도 몇 번 쳤습니다. 한때 외제차 벤츠를 몰고 다닌 적도 있고 한 벌에 1200만원 하는 양복을 입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살지 않으렵니다. 교도소에서는 저를 개과천선(改過遷善)시키지 못했지만, 저를 믿어주는 아내로 인해 제가 개과천선되는 모습을 꼭 보이겠습니다. 정리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매년 10만 출소자 중 취업 3000명뿐 교도소에서 출소한 사람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한국갱생보호공단은 1995년 6월에 설립됐다.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 서울에 본부를 두고 각 지방 검찰청 소재지 등에 14개 지부와 9개 출장소 및 6개 쉼터를 두고 있다. 공단에서 하는 일은 크게 출소자들에 대한 ▲숙식제공 ▲직업훈련 ▲취업알선 ▲기타 자립지원 등으로 구분된다. 공단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2690명에게 숙식을 제공했다. 설립 첫해 1900여명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이 없거나 가족들로부터 외면받는 사람들로 공단 각 지부에서 최장 9개월까지 숙식을 제공받는다. 숙식 제공과 함께 공단이 가장 치중하고 있는 부분은 직업훈련을 통한 취업알선이다. 출소자들의 조속한 자립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자리다. 취업 가능성 여부가 출소자들의 사회적 지체를 극복하고 사회에 적응토록 해 재범을 줄이는 것과 직결돼 있다. 공단은 현재 전국 302개 기업체와 취업알선 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채용해 주는 인원을 포함, 공단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출소자들은 매년 3000명 정도다. 매년 10만여명의 출소자 가운데 10% 정도인 1만여명이 공단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인데, 공단을 통해 취업한 인원을 뺀 나머지 7000여명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신선호 공단 보호과장은 “기업에 혜택 없이 무조건 채용해 달라고 부탁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가에서 출소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일정 정도의 세금 혜택을 주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최근 전과자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역내 독거노인과 극빈자들을 위한 ‘사랑의 빨래방’을 운영하고 있다. 출소자들이 직접 빨래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이웃과의 접촉을 늘려나가고 주민들의 편견을 해소하려는 목적이다. 안용석 공단 이사장은 “도움이 필요한 출소자를 그대로 사회에 방치할 경우 반드시 재범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다시 돌아간다.”면서 “물론 모든 출소자들이 다 변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단에서 추천하는 사람만큼은 믿어주길 바란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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