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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알권리·범죄예방”…해상 흉악범 신상 공개한다

    “국민 알권리·범죄예방”…해상 흉악범 신상 공개한다

    ‘동백항 여동생 살해’ 사건 계기해상 강력범죄 잇달아 부산 동백항에서 보험금을 노린 오빠가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여동생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육상뿐 아니라 해상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의 신상도 공개된다. 18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청 형사과는 최근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위한 내부 지침을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 육상에서 발생한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은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에 따라 2010년부터 흉악범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있지만, 그동안 해경은 자체 지침이 없어 해상 강력범의 신상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상에서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해경도 흉악범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 5월 부산 기장 동백항에서 A(43)씨가 뇌종양을 앓던 여동생 B(40)씨를 차량에 태운 뒤 바다에 빠뜨려 살해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B씨가 가입한 6억원대 보험금을 노리고 함께 범행에 가담한 A씨의 동거녀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A씨는 해경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지난달 3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충남 서산 대산항에 정박한 컨테이너 운반선에서 베트남 국적인 갑판장(23)이 중국인 선장(44)을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해상 강력 성범죄도 있었다. 해경청 관계자는 “과거엔 해상 강력범죄가 1년에 전국에서 1건 정도 일어나거나 아예 없는 해도 많았다”며 “최근 해상 강력범죄가 잇달아 발생했고 향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육상 범죄뿐 아니라 해상 범죄에도 똑같이 적용돼 법적 근거는 이미 갖춘 상태다.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되는 특정강력범죄는 살인, 미성년자 약취·유인, 아동 성폭력, 강도강간 등이다. 해경은 중부·서해·동해·남해·제주 등 5개 지방해경청별로 신상정보 공개위원회를 구성한 뒤 법률가 등 외부 전문가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해경청 관계자는 “부산 동백항 살인 사건 때 A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려고 했었다”며 “이후 A씨가 사망해 공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상 강력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외부위원들의 의견까지 수렴해 신중하게 판단할 계획”이라며 “범죄 예방 효과, 국민의 알권리, 피의자 인권 등을 모두 고려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3개월 전 파출소 왔는데?”…경찰 눈썰미로 女화장실 불법촬영 용의자 검거

    “3개월 전 파출소 왔는데?”…경찰 눈썰미로 女화장실 불법촬영 용의자 검거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하고 달아난 50대 남성이 경찰의 눈썰미로 붙잡혔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혐의로 50대 A씨를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1일 오후 7시 30분쯤 창원시 의창구 한 상가건물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휴대전화로 여성을 불법 촬영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사건 발생 약 3개월 전인 지난 4월 A씨를 만난 적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A씨는 길에서 분실물을 주웠으니 주인을 찾아달라며 의창파출소를 방문하고, 인적 사항을 남기고 떠났다. A씨는 사건 다음 날인 12일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고 검거됐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아사다 마오, 강남서 사망”…선 넘은 ‘가짜뉴스’

    “아사다 마오, 강남서 사망”…선 넘은 ‘가짜뉴스’

    일본 전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스타 아사다 마오가 한국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는 유튜브발 사망 루머가 나왔다.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구글 인기 급상승 검색어에는 일본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의 이름이 등장했다. 앞서 유튜브 채널 ‘K뉴스’에는 아사다 마오가 서울 강남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왔다. 그러나 해당 영상 내용은 허위사실이다. 현재 아사다 마오는 일본에 있으며, 9월에 열릴 아이스쇼 ‘BEYOND’ 준비에 한창이다. 17일 오후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이스쇼 예고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대부분 네티즌들 해당 가짜뉴스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에 “아사다 마오 사망 진짜야?”라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아사다 마오를 검색하는 네티즌들이 늘어났고, 동시에 K뉴스 영상 조회수도 급증하는 일이 벌어졌다.해당 유튜브 채널, 수십개의 영상 ‘대부분 가짜뉴스’ K뉴스의 유튜브 소개란을 보면, 대한민국 관련 해외 반응 속보를 제일 빠르게 전달해준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그동안 올린 수십개의 영상 내용은 대부분 가짜뉴스다. 현재 올라와 있는 영상들 중에는 ‘안도미키, 한국 귀화’, ‘서울대병원으로 실려간 톰 크루즈’, ‘안젤리나 졸리, 한국에 전재산 기부’등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자극적 프레임 뒤에 숨은 의도? ‘돈’ 시간은 한정돼 있고 뉴스는 범람한다. 이용자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뉴스가 곧 팔리는 뉴스가 된다. 유튜브는 현재 ▲스팸 및 현혹 행위 ▲민감한 콘텐츠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콘텐츠 ▲규제 상품 ▲잘못된 정보 등의 커뮤니티 가이드에 따라 콘텐츠들을 관리하고 있다. 다만 영상이 먼저 올라간 뒤 검토를 받는 구조로,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걸러내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용자 신고에 기댄 팩트체크로는 가짜뉴스 차단에 한계가 있다. 사후 신고 방식으로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책은 가짜뉴스 차단에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2년 만에 코마에서 깨어난 미국 여성 “오빠가 날 이렇게”

    2년 만에 코마에서 깨어난 미국 여성 “오빠가 날 이렇게”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사는 여성이 2년 넘게 코마(의료적 혼수 상태)에 빠져있다가 깨어났다. 놀랍게도 그녀는 자신을 죽일 뻔한 사람이 오빠였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웨스트버지니아 메트로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뉴 마틴스빌에 있는 장기 요양시설에서 코마 상태로 지내던 완다 파머(51)는 2020년 6월 자택에서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아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당시 잭슨 카운티 보안관 로스 멜렌저는 너무 심하게 구타당해 그녀가 죽은 줄로만 알았을 정도였다. 그런데 완다를 돌보던 요양시설 관계자가 지지난주 당국에 신고해 그녀가 코마 상태에서 벗어났다고 알려왔다. 메트로 뉴스에 따르면 폭행 때문에 심각하게 뇌를 다쳐 힘들어 했던 완다는 의식을 되찾자마자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람의 신원을 정확히 밝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멜렌저 보안관은 “모든 일들에 대한 열쇠는 피해자 스스로 쥐고 있었는데 그녀는 우리와 의사 소통을 할 수가 없어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었다. 그런데 2년 지나 잠잠해지더니 갑자기 쾅! 하고 터졌다. 그녀는 의식을 되찾고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에게 밝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완다가 직접 입을 열어 오빠를 지목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 매체는 아직도 뇌가 많이 손상된 그녀와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기법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둘이 어떤 일로 다투다 이렇게 극단적인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도 보안관실은 밝히지 않았다.  완다의 오빠 대니얼(55)은 지난주 체포됐다. 고의 살인 및 중상해 혐의다. 멜렌저는 “(체포당하는 순간) 그는 싸움이나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 조금 놀랄 뿐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니얼이 마체테(아프리카 정글에서 나무줄기 등을 쳐내는 커다란 칼)나 손도끼로 누이의 머리를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니얼이 변호사를 고용했는지 여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17일 NBC 뉴스를 비롯해 많은 언론들이 완다의 믿기지 않는 ‘부활’에 주목했다. NBC 뉴스는 잭슨 카운티 보안관실에 코멘트 요청을 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 90대 노파 강간미수범, 13년 전엔 여중생 성폭행… 징역 10년

    90대 노파 강간미수범, 13년 전엔 여중생 성폭행… 징역 10년

    90대 노파 성폭행 미수범으로 붙잡힌 50대 남성이 13년 전 여중생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DNA와 일치해 이 혐의까지 더해져 재판을 받은 끝에 중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부장 신교식)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51)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5년간 신상정보 공개와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각 10년간 취업 제한,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도 각각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초 원주시 한 주택에 침입해 90대 노인을 때리고 성폭행하려다 달아났다가 지난 2월 수사기관에 검거됐다. 수사기관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데옥시리보핵산(DNA)과 A씨의 DNA를 확인하던 중 뜻밖의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미제 사건이던 2009년 6월 용인 여중생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DNA와 일치한 것이다. A씨가 용인에서 생활했던 흔적을 확인한 수사기관은 주거 침입 후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성폭행하거나 시도한 범행 수법이 유사한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다 13년이 전 사건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을 당시 피해 여중생이 또렷하게 진술한 점을 토대로 A씨가 용인 사건도 벌였다고 보고 이 혐의까지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는 14세 미성년자이자 지적장애인을 강간하고, 역시 일면식도 없는 고령의 노인을 폭행 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피고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약자를 상대로 한 범행으로 죄질도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 여중생은 범인이 누구인지 파악되지 않아 장기간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고령의 피해자 역시 범행 당시 공포 등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 사촌형제 부부 2명 살해 무기징역 50대 ‘항소’…다시 법정에

    사촌형제 부부 2명 살해 무기징역 50대 ‘항소’…다시 법정에

    사촌 형제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50대 남성이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 등의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54)가 최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범 위험성도 매우 높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검찰도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 4월13일 0시14분께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의 주점 앞 노상에서 시비가 붙어 부부 두 쌍에게 흉기를 휘둘러 30대 여성 2명을 살해하고, 남성 2명에게 중경상을 입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1심 재판부로부터 무기징역과 전자발찌 30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피해를 당한 부부는 사촌지간이다. 1심 재판부는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시비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범행은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뤄졌고, 망설임도 없어보였다”며 “이전에도 살인 미수와 폭력 범죄 등 전력이 다수 있고 최초 범행 이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범행 강도가 강해지는 것으로 보아 향후에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A씨의 변호인은 지난 6월8일 최종심리에서 “A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온전치 않지만, 범행은 인정한다.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점을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당시 “죄송합니다”라며 허리 숙여 사죄했다. 숨진 아내의 유족들은 1심 선고를 지켜본 후 판결과 관련해 “사형까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무기징역 형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A씨 측에서 무기징역 형에 대해 항소를 한다면 사람도 아니다. 가석방 없이 감옥에서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면 유족들이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는 마음이 느껴질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멀쩡한 애들이 동성애자래?”… 1인 시위, 날것의 혐오와 맞닥뜨렸다

    “멀쩡한 애들이 동성애자래?”… 1인 시위, 날것의 혐오와 맞닥뜨렸다

    두렵지만 혐오를 직면해보고 싶었다. 서울신문 스콘랩은 우리 사회에 점점 교묘하고 광범위하게 퍼지는 혐오 정서를 심층 분석한 특별기획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 사회’ 시리즈를 다음 주부터 선보인다. 이에 앞서 혐오 피해자 옆에 서서 세상을 관찰해보는 작업이 필요했다. 마침 가장 첨예한 공간이 7월 펼쳐졌다. 23회째를 맞는 서울퀴어문화축제다.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지난 2년간은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다. 국내 성소수자가 시내에 모여 우리 곁에 자신들이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행사다. 동시에 ‘날것의 혐오’에 맞닥뜨리는 날이기도 하다. 이근아 기자가 6월 3일부터 7월 16일까지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사무국 활동가 등과 동행하며 44일간의 여정을 기록했다.6월 2일 - ‘찾아오는 길’ 없는 사무실  건물 1층에 걸린 흰색 안내도에는 ‘그 사무실’을 설명하는 글이 없었다. 홈페이지에도 ‘찾아오는 길’ 안내가 보이지 않았다. 초대 문자를 다시 확인한다. ‘마포구 OO로 OO빌딩 6층에 사무실이 있어요. 그리로 오세요.’ 안내도를 재차 올려 보니 6층에 무지개색이 작게 칠해져 있다. ‘맞구나.’ 곁에 있지만,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람들.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 사무국은 우리 사회의 퀴어(성소수자)의 위치를 보여주듯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성소수자가 몇 명이나 사는지 파악조차 못 한다. 다만 해외 조사 등을 참고하면 약 143만~233만명으로 추산된다. 대전(145만명) 또는 대구(237만명) 인구와 비슷하다.  “예전보다 노골적 혐오자는 조금 줄었어요. 면전에 욕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말이죠. 차별하는 방법이 미묘해졌달까요. 기자님이 생각하는 것과는 현장이 다를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사무실에서 마주한 양선우(활동명 홀릭) 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은 옅게 웃었다. ‘사무국 안팎을 드나들며 한 달여 간 활동을 관찰하고 싶다’는 쉽지 않은 제안을 하러 온 자리다. 혐오가 노골적이지 않다니 더 나았다. 우리가 겪고, 관찰하고자 한 건 ‘아닌 척 포장된’ 혐오였으므로. 같은 자리에 있던 강명진 상임이사가 취재를 허락하며 말했다. “인권을 마치 파이 뺏기 경쟁처럼 생각해요. 우리 인권이 보장되면 마치 자신들의 인권을 빼앗기는 것처럼 느끼나봐요.” 6월 3일 - 몸을 훑는 미묘한 혐오 시선  사무국에서 내게 처음 제안한 활동은 1인 시위였다. ‘미묘한 혐오의 시선’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위는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즉각 수리해달라’는 요구를 전달하고자 진행했다. 시는 사무국이 축제를 위해 광장 사용신청서를 낸 지 52일(6월 3일 기준)째 승인해주지 않고 있었다. 광장 사용은 원칙적으로 신고제다. 하지만, 유독 퀴어축제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점심 시간, 키 높이 만한 피켓을 들고 광장 분수대 앞에 섰다.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서울시는 광장 사용신고를 즉각 수리하라.’라고 쓰여 있었다. 늦봄 볕을 쬐러 온 유동인구가 제법 많았다. 얼어붙은 마음 탓일까. 사람들은 눈빛만으로 많은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 중년 여성은 피켓 문구를 본 뒤, 내 머리카락의 길이부터 다리까지 훑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인하는 듯했다. 미간을 잔뜩 구긴 이들도 있었다. 곁에 있어준 서포터인 나윤(활동명)이 아니었더라면 도망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 닷새간 1인 시위에 더 했다. 단지 내 마음 탓에 혐오의 시선을 느낀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미묘해진 혐오의 틈 사이로 노골적 차별을 드러낸 이들이 있었다. “멀쩡하게 생긴 애들이 무슨 동성애자래?”라며 삿대질하는 노년 남성, “나도 저 옆에 서서 ‘동성애 반대한다’라고 시위할까?“라며 키득대던 중년 여성들이 있었다. 동성결혼 등 성소수자의 법적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할지를 두고는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동성애 자체는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개인의 정체성을 반대한다는 건 없는 사람 취급한다는 뜻으로 논할 여지가 없다”면서  “다른 소수자보다 더 안보이는 존재라고 생각하니 함부로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월 9일 - 퀴어축제, 왜 반대할까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가 궁금했다. 주로 보수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 반대’ 조직이 꾸려져 있다. 이들은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근거로 퀴어축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에게 물어 ‘팩트체크’ 해봤다. 첫 번째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이라는 주장이다. 예컨대 윤석열정부 초대 종교다문화비서관이었다가 낙마한 김성회씨는 “동성애는 흡연자가 금연 치료받듯 치료받으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동성애를 믿음으로 ‘극복’하고 목사가 됐다는 이도 있다. 김종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물었다. 단호했다. “동성애는 정신 질환이 아니에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질환 여부를 판단할 때 보는 정신질환 진단·통계편람(DSM)에서 동성애는 1970년대에 제외됐어요. 세계보건기구(WHO) 의견도 마찬가지고요. 개인 정체성인 성적 지향을 바꾼다는 건 합리적이지 못한데다 억지로 하려다 우울, 불안 등만 높일 수 있어요.”  두 번째는 동성애 탓에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걸리거나 퍼진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질병관리청 역학조사 결과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해 HIV에 감염됐다고 답한 비율은 꽤 높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HIV 감염 원인은 감염인과 성접촉 등을 통해 체액이 몸에 들어왔기 때문”이라면서 “이성이든, 동성이든 콘돔을 착용하고 관계하면 바이러스 확산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동성 간 성접촉 때 안전한 방식으로 하면 HIV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운전자가 비운전자보다 사고 위험이 더 높다고 해서 운전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안전벨트를 매는 등 노력하라고 하는 편이 논리적이지 않을까.  올해 축제 반대 논리로는 원숭이두창이 더해졌다. 초기 환자 대부분이 남성 동성애자여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성애자 집단에서 먼저 퍼져서 생긴 착각”이라고 말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은 사람끼리 밀접하게 피부 접촉하면 퍼질 수 있는 전염병이라 꼭 남성 간 성접촉만으로 퍼진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는 전염병이 퍼져 두려움이 커지면 희생양을 찾는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때도 그랬고,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그랬다. 감염자를 숨게 하는 혐오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6월 15일 - “그들만의 축제” 정중한 혐오  서울시 열린광장시민위원회 회의가 예정된 이날 오전 8시 15분 서울시청 앞. 보슬비 소리 사이로 녹음된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음란한 퀴어축제는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습니다!” 확신에 찬 음성이 대형 앰프를 통해 퍼진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연 집회다. 어린아이를 업고 나온 참가자도 보였다. 불과 스무 걸음쯤 떨어진 곳에는 퀴어축제 조직위가 집회를 열기 위해 모여 있었다.  서울시는 광장 사용신청을 받은 지 64일 만에 수리했다. 광장시민위의 권고를 따른 것이다. 6일간 신청했던 사용기간은 단 하루로 줄었다. 아쉬운 결정이었지만 시민위가 그나마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기초로 불허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회의록에 담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 위원이 말했다. “저 사람들(성소수자)은 다른 세계(나라)에서 하니까 우리도 하겠다고 뛰쳐나온 건데 앞에 ‘서울’이라는 건 뺐으면 좋겠어요. 그냥 그들만의 문화축제…사실 저게 왜 문화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감정적으로, 눈으로 국민 대다수가 피해를 보니 강한 제재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는 발언을 쏟아낸 뒤 한마디 덧붙였다. “이 회의록도 공개되나요?”6월 27일 - 타인의 삶을 살듯 연기하다  숨어 살면 좋으련만 애꿎게 뛰쳐나와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 광장시민위원 일부가 드러낸 이런 시선을 성소수자는 일상에서 겪는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듯 매일 연기하는 이들이 많다. 공무원 유슬기(가명·35)씨도 그렇다. 레즈비언인 그는 7년째 연인과 동거하고 있지만, 커밍아웃하지 않았다. 직장에는 친한 친구와 산다고 둘러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밝혔을 때 보수적 조직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가늠조차 안 되기에. 늘 가슴이 답답했지만, 타박 받는 쪽은 오히려 슬기씨다. “예전 직장에서는 ‘슬기씨는 우리한테 벽을 치는 것 같아. 사생활 얘기를 왜 안해?’라고 묻기도 했어요.”  365일 중 단 하루 솔직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날이 퀴어축제다. 입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기에 용기 낼 수 있다. 맘껏 애인의 손을 잡고, 껴안아도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 곳. 많은 성소수자가 광장에 모이는 이유다. 7월 9일 - 성소수자 부모로 산다는 것  평소 ‘내 아이가 성소수자일까’ 생각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청소년이나 청년층이 벽장 문을 열고 나오는 일은 버겁다. ‘부모와 연이 끊길지 모른다’는 각오까지 해야 한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인 지인(활동명)은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트랜스젠더) 중 80% 이상이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퀴어축제를 일주일 앞두고 성소수자 당사자와 부모 약 50명이 서울에서 만났다. 매주 모여 각자의 어려움과 사연을 나누고, 위로한다. 이날 처음 참석한 엄마는 딸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했던 당시 기억이 또렷하다. 평소 엄마를 품어주던 어른스러운 아이는 여행길에서 성적 지향을 고백했다. 마음을 털어놓기까지 시도 때도 없이 고민했다. ‘한국사회에서는 말하지 않는 게 효도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뒤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결심했다. 조부모 등은 여전히 모른다. 해외에서 자리 잡은 딸은 엄마가 늘 마음에 쓰인다. ‘나는 엄마에게 모든 걸 말했지만, 엄마는 이제 누구와 터놓고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게이 아들을 둔 엄마 비비안(활동명)이 위로했다. 그는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며 동성애 커플 등을 많이 봤지만 아들의 성적 지향은 커밍아웃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제는 아들과 손잡고 해외 퀴어축제에 참여할 만큼 마음이 단단해졌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혐오 가득한 사회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지켜야 하니까요.” 7월 11~15일 - 이번엔 어떤 ‘벽’을 만날까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조직위는 극도로 분주해졌다. 우선 서울시에서 광장을 사용하되 지키라고 한 조건이 애매했다. ‘신체과다노출을 제한할 것’. 어디까지가 과다한 노출일까. 조직위가 서울시에 직접 물었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했다. “상반신 탈의를 하면 안 된다는 뜻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딱 떨어지는 답을 하지 못했다. 서울시와의 회의에 참석한 현주(활동명) 퀴어퍼레이트 집행위원장은 답답해했다. “시는 ‘참여자에 과다노출을 금하라’고 공지해달라는데 기준도 없이 어떻게 공지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수만명이 오는 행사에서 2~3명의 복장을 문제삼아 행사 성격을 규정할까 걱정됩니다.” 서울시도 퀴어축제 초창기에 노출 문제가 있었을 뿐 2019년 행사 때는 전혀 없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다 노출 여부를) 채증하겠다”고 인터뷰하며 예비 참여자들을 자극했다.  23번째 축제. 그동안 성소수자의 인권은 한걸음도 진전하지 못했고, 혐오는 공기 속에 스며들어 곳곳에 퍼졌다. 며칠 전 퇴근길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봤던 현수막 문구가 떠올랐다. ‘퀴어축제? 일반 국민들은 반대한다 -정의로운 사람들-’ 이번엔 또 얼마나 공고한 혐오의 벽을 만날까. 기대와 걱정을 안고 그들은 광장으로 향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 “사회 복귀 못 할까봐 두려워”… 6년 만에 방에서 나온 그가 웃었다[청년, 고립되다]

    “사회 복귀 못 할까봐 두려워”… 6년 만에 방에서 나온 그가 웃었다[청년, 고립되다]

    지난해 외출하지 않고 집에 주로 머무는 청년(만 18~34세) 비율이 5.1%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령대 인구(약 1088만명) 중 55만명 넘는 청년이 방 안에 외롭게 갇혀 있다는 얘기다. 이 수치는 경기 안양시 인구(약 55만명)와 거의 비슷한 규모다. 1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해마다 진행하는 ‘청년 사회·경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외출하지 않는 청년 비율은 2017년 3.7%에서 2018년 1.6%로 감소한 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5.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기간을 지나면서 고립청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고립청년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하는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학창 시절 왕따와 폭력 경험, 지나친 경쟁의식, 부모의 과한 기대감이 청년을 고립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학교폭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성인이 됐을 때 학교보다 더 큰 사회에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립이 시작된다고 봤다. 실제 학교폭력 경험 등으로 마음의 문을 닫았다가 어렵게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선생님은 “넌 사회성이 없다”고 했다 송경준(26)씨에게 폭력은 일상이었다. 지독한 괴롭힘이 처음 시작된 것은 중학교 1학년 수련회 때다. 반 인원이 홀수인 탓에 아이들은 버스에서 혼자 앉지 않으려고 자리다툼을 벌였다. 반 아이들의 강요에 떠밀려 결국 송씨가 혼자 앉게 됐고 그때부터 송씨는 늘 혼자였다. 폭력은 송씨가 자퇴를 결정한 고교 1학년 때까지 4년간 이어졌다. 송씨는 “복도에 가만히 있는데 때리고 책상에 낙서하고 실내화와 전자사전을 빼앗아 갔다”며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송씨는 폭력을 피해 중학교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고교로 진학했다. 그러나 중학교 때 당한 폭력은 잔상으로 남아 송씨를 괴롭혔다. 학교 식당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아 밥도 굶고 교실에서 온종일 엎드려 있었다. 반 아이들이 무서워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모두가 뒤에서 자신을 욕하며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다른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송씨에게 학교 선생님은 “사회성이 없다”고 했다. 학교 어느 곳에서도 숨 쉴 구멍조차 찾을 수 없었던 송씨는 고교 1학년 겨울 자퇴했다. 그때부터 자신의 방에서 주로 유튜브, 애니메이션을 보며 지냈다. 방을 나서는 건 밥을 먹고 씻을 때뿐이었다.처음엔 답답해하며 화를 내던 부모님과도 점차 대화가 사라졌다. 송씨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방이 가장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결국 1년 만에 그만뒀다.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뒤 다시 방으로 숨었다. 그렇게 6년가량 은둔 생활을 반복하던 송씨는 문득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사회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고립 위기 청년을 돕는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에서 2년간 생활하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청년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 낸 송씨는 올해 취업에도 성공했다. 퇴근 후에는 스피치 학원에 다니며 사람들 앞에 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은둔 초기 주변의 지지를 받았다면” 같은 반 학생이 던진 과자가 툭 소리와 함께 교실 바닥에 떨어졌다. 주워 먹으란 말과 함께 동급생 29명의 눈이 자몽(31·가명)씨를 향했다. “주워 먹으면 덜 괴롭힐까” 자몽씨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반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교 시절 같은 반 학생들은 이유 없이 자몽씨를 때렸고 등판에 욕설을 썼다. 체육 시간이면 누가 뒤에서 바지를 벗길지 몰라 늘 양손으로 바지 주머니를 붙잡고 다녔다. 졸업만 하면 지옥을 탈출할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가해자들과 가까운 거리의 대학에 진학하면서 지옥이 다시 시작됐다.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과제를 대신 해 와라’, ‘밥 먹을 돈을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때부터 자몽씨는 학교에 가는 척 아침에 집을 나선 뒤 비상계단에 숨어 있다가 부모님이 출근하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12년간 이어진 긴 은둔의 시작이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우울증이 찾아왔다. 바깥에 나가면 숨이 안 쉬어지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자몽씨는 자신이 약하고 뚱뚱해서, 괴롭힘을 당할 만해서 당했다고 자책했다. 반려견 ‘자몽’에겐 유일하게 애정을 줬다. 자신의 이름 대신 자몽으로 불리기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몽씨는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이 저를 계속 갉아먹으니 어느 날엔 복수하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해치면 안 되니까 저를 해치기로 하고 모두 제 탓으로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은둔 생활 내내 너무 나가고 싶어 매일 울었다”고 했다. 자몽씨는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여러 번 시도했다. 대학을 자퇴한 대신 약대 편입을 준비했고 공무원 시험을 보러 학원도 다녔다. 2~3년에 한 번씩 용기가 생기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오래전 친구를 찾아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낮에 거리로 나가기 위해 새벽에 혼자 길거리를 걸어 보기도 하고 몸무게도 50㎏을 뺐다. 그러다가도 번번이 숨게 됐다. 다시 은둔이 시작될 때마다 학원 강사나 연락이 닿은 친구들, 의사에게 자신의 존재가 드러났다는 게 싫어 번호를 바꾸고 연락처를 지워 버렸다. 그동안 서른 번 넘게 바꾼 전화번호는 재고립의 흔적이자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 기록이다. 지난 2월 자몽씨는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방송국에서 ‘은둔 청년’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하고 자신이 은둔 청년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자몽씨는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고 당신의 탓도 아니라고 말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면서 “은둔 초기에 부모님이나 주변의 지지를 받았더라면 이렇게 길어지진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강요된 기준에 끌려가” 2017년부터 주변과의 교류를 끊기 시작한 김선호(30대 초반·가명)씨 역시 학교폭력의 상처가 있었지만 대인 관계를 단절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였다. 김씨는 사회에서 겪은 해고와 갈등, 스트레스가 고립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스무 살 무렵부터 13년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김자영(30대 중반·가명)씨는 입시 실패와 할머니의 죽음이 고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깊은 우울감으로 10년간 은둔한 끝에 취업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으면서 재고립으로 이어졌다. 김옥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장은 “어떤 사람은 직장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고립됐다고 한다”면서 “은둔은 고립의 증상이 발현된 현상일 뿐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둔이 시작되면 씻거나 청소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식사나 수면, 위생 등 생활 습관이 무너지면서 신체 건강이 나빠지고, 정신적·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가까운 사람이나 부모와의 갈등이 깊어진다. 김 센터장은 “우리 사회엔 이런 학교, 이런 직장을 가야 하고 때에 맞춰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기준이 있다”며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니 비전은 둘째 치고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게 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 [단독] 학폭·가족 갈등·입시 실패로 시작된 ‘은둔’… 관심·격려가 절실했다[청년, 고립되다]

    [단독] 학폭·가족 갈등·입시 실패로 시작된 ‘은둔’… 관심·격려가 절실했다[청년, 고립되다]

    학교폭력, 가족과의 갈등, 입시 실패, 해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 등 청년이 고립 상태를 경험한 이유는 다양했다.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는 아슬아슬하게 버텨 온 청년들의 일상을 흔들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면 활동이 줄어든 게 컸다. 주변의 연락이 뜸해져 많은 청년이 초반에는 정서적으로 고립감을 느끼다가 서서히 집 밖을 나가지 않으면서 물리적 고립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일부 청년은 고립 기간이 길어져 사회적 관계가 끊어진 ‘은둔 청년’이 됐다. 윤석열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을 ‘취약청년’으로 분류하고 맞춤형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실태조사가 안 돼 있다 보니 정교한 지원책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고립을 경험한 청년을 만나 이들이 어떤 경로로 고립됐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2회에 걸쳐 살펴봤다. ●연령 낮을수록 코로나가 고립에 영향 공공의창·서던포스트와 함께 지난 6~13일 만 20~39세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연령이 낮아질수록 코로나19가 고립을 심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20~24세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85.5%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 다니는 박청담(34)씨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초반부터 고립 증상을 겪었다가 청년이음센터의 도움으로 최근 고립을 극복했다. 박씨는 17일 “매일 회사에 나갔지만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이 들 때까지 멍하니 있는 상태로 지냈다”면서 “혼자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책을 보는 게 취미였는데 고립 시기에는 주말에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외부 활동이 줄면서 체중이 30㎏ 늘고 우울감도 깊어졌다. 박씨는 “당시에는 핀잔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 없었다”면서 “코로나19 탓에 그 굴레를 끊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리적 고립 경험, 여성>남성 물리적 고립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남성(47.1%)보다 여성(53.1%)이 더 많았다. 다만 1년 이상 고립 기간을 겪은 응답자 중에선 남성(14.7%)이 여성(11.0%)보다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30~34세의 경우 ‘1개월 이내 고립’(32.8%)보다 ‘1개월 이상~3개월 이내 고립’(39.7%)이 더 높게 나왔다. 특히 30~34세 남성은 1년 이상 고립 비율도 18.5%에 달했다.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기도 어렵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사회적 참여 없이 6개월 이상 집에 머문 상태를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정의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통일된 기준이 없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늘은’은 고립 기간에 따라 일시적 고립(1주일 미만), 경계성 고립(1주일 이상~3개월 미만), 고위험 고립(3개월 이상)으로 구분한다. 강국현 오늘은 사무국장은 “일주일 또는 한 달가량 고립에 빠졌다가 나온 뒤 다시 고립에 빠지면서 길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더 심각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가족의 역할이 작동하거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이 시기”라고 말했다.●15% “대화 나눌 상대 없다” 깊은 대화가 가능한 가족이나 친구·지인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3명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8.9%에 달했다. ‘1명’이라는 응답은 21.4%, ‘없다’는 15.2%였다. 깊은 대화가 가능한 주변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20대(12.0%)보다 30대(18.3%)가 더 많았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농어촌→중소도시→대도시→서울) 주변에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도 보였다. 고립의 원인에 사회구조적 영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선 ‘그렇다’는 답변이 76.1%에 달했다. 경쟁 사회가 고립을 부추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6.7%는 고립의 내적 원인으로 성격 등 개인 문제를 꼽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취업을 준비할 시기인 25~29세에서만 ‘실패 경험’(26.5%)이 성격 등 개인 문제(19.6%)보다 높게 나왔다. 조사를 진행한 서던포스트 정우성 대표는 “정부 차원의 예방·해결책이 필요한데 오히려 청년들이 고립을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고립 해결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가족이나 친구의 관심·격려를 꼽은 비율이 33.0%로 가장 많았다. 심리 상담 프로그램(29.1%), 경제적 지원(18.8%), 공동체 참여 기회(14.9%) 등이 뒤를 이었다. 2년간 고립 상태에 빠졌던 김선호(가명)씨는 “답답해서 생각이나 마음을 정리할 때 함께 소통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했다. 13년 동안 고립을 겪은 김자영(가명)씨도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사람을 믿지 못했다”며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가족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고 나중에는 가족의 이해와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공공의 창은? 2016년 문을 연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국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소상공인연구소·PD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모아 출범시켰다.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매달 ‘의뢰자 없는’ 조사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 퀴어와 ‘인증샷’ 올린 런던 시장, 축제 돕는 코카콜라…우리와 달랐다

    퀴어와 ‘인증샷’ 올린 런던 시장, 축제 돕는 코카콜라…우리와 달랐다

    세계 주요 3개 도시 퀴어축제 관찰기 ‘폭력적 단속’ 항의하며 시작된 축제6월 ‘자긍심의 달’로 지정해 행사 개최런던 축제에는 테스코, 구글 등이 지원토론토, 혐오 공공연히 표현 어려워샌프란시스코, 낙태권 불인정에 시위化 코로나19 탓에 지난 2년여간 전세계적으로 멈췄던 퀴어 축제가 올해 다시 시작됐다. 서울신문 스콘랩 2명의 통신원(홍지수(28·영국 런던)·김한나(31·캐나다 토론토))과 함께 세계의 퀴어 축제를 취재했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 축제 사무국 관계자와 직접 인터뷰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퀴어들의 행진’을 벌인 세계 각국의 이야기를 전한다. 6월은 전세계적으로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자긍심의 달)다. 1969년 6월 미국 뉴욕의 ‘스톤월 항쟁’(경찰이 술집 ‘스톤월 인’에서 성소수자들을 폭력적으로 단속하자 이에 저항하며 터져 나온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프라이드 먼스를 축하하는 퍼레이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리고, 길거리에는 한 달 내내 무지개 깃발이 내걸린다. 축제 기간동안 성소수자들이 공유하는 키워드는 ‘자긍심’이다.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거나 숨죽여 살아야 하는 성소수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며 소속감을 느낀다. 비단, 성소수자만의 축제가 아니다. 누구나 참여해 즐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모두가 평등하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자리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도 동참한다. 퍼레이드를 후원하고, 무지개를 입힌 상품을 판매하며, 지지 광고도 한다.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돕는 대기업을 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다. ● 50주년 맞은 런던 프라이드…시장 참여해 ‘축하 메시지’세계적 유통기업 테스코, 구글, 코카콜라, 어도비, 유나이티드 항공 등 쟁쟁한 기업이 런던 프라이드를 후원했다. 런던교통공사(TFL)도 후원업체로서 이름을 올렸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트랜스젠더 엘리자베스는 “LGBTQ와 시민들이 모두 사랑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순간이라는 점에서 뜻깊다”면서 “퍼레이드는 일종의 시위기도 하지만 우리의 신념이 존중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축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럽 퍼레이드에서도 반대집회, 더 나아가 혐오 범죄의 위험성은 늘 있다. 런던의 행사가 있기 딱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퍼레이드 몇시간 전, 도심 유흥가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상을 입어서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증오 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최 측에 행사 취소를 권했다. 런던 프라이드 퍼레이드 관계자들 역시 혐오세력의 공격에 대비한 훈련 등을 받는다. 자원봉사자로 퍼레이드에 참가한 샬리니는 “2019년에는 반대 시위를 비롯한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지만, 올해는 다행히 문제가 없었다”면서 “모두가 프라이드 행사를 자랑스러워하기에 어떠한 이유로든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6월 내내 무지개빛…캐나다 토론토 프라이드 캐나다 토론토의 프라이드 행사는 지난달 26일 열렸다. 하지만, 이미 6월 초부터 한 달 내내 도심에는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행사에는 180만명 이상이 참석했다. 스코티아뱅크 같은 은행이나 캐나다 최대 이동통신사인 로저스 등이 부스와 행진에 참여했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레즈비언 커플 렌(32)·마리아(33)는 “우리의 고향은 필리핀인데, 캐나다에서는 자유를 훨씬 더 보장해주고 누구도 우리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늘 갖게 된다”면서 “특히 프라이드 행사는 우리에게 자유뿐만 아니라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토론토에서도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팻말을 든 1인 시위 등 반대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공공연한 혐오는 허락되지 않는다. 토론토 시민인 카메론은 “캐나다에도 프라이드 축제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지만 공공연하게 혐오를 드러내는 표현은 사회적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면서 “무지개 깃발을 내건 교회가 있을 정도로 갈수록 더 많은 교회에서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대 보여준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 축제 LGBT에 포용적 도시로 알려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퍼레이드에서는 연대의 물결이 이어졌다. 퍼레이드 3일 전인 지난달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미 전역의 24주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것)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행진에서는 ‘법원은 멈춰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하는 등 축제와 시위가 뒤섞였다. 프라이드 관계자인 수잔 포드는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가 의미하는 것은 성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인정과 포용”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선 축제 참여 유명 기업은 구글·이케아뿐 한국에서는 유명 대기업이 퀴어축제를 후원하거나 정치인들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번 서울퀴어퍼레이드 부스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세계 최대 가국업체인 이케아와 구글 내 성소수자 지지 모임인 프라이드앳구글뿐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모든 사람은 나 다울 수 있고 환영 받아야 한다는 믿음이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면서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 중에서는 정의당 장혜영·류호정 의원이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해 인증샷을 공개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 “아베를 영웅으로 미화하지 말라”...일본에 이어지는 지성인들의 외침 [김태균의 J로그]

    “아베를 영웅으로 미화하지 말라”...일본에 이어지는 지성인들의 외침 [김태균의 J로그]

    “일본에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사망하면 모두 ‘물에 흘려 보내며’ 없었던 일로 하는 ‘미덕’이 있지만 이는 세계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나치의 죄상에 대해 맹렬히 반성하면서 과거의 일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사에구사 시게아키·작곡가) 지난 8일 총격을 받고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을 올 가을 국장으로 치르기로 하는 등 일본내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사망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치적 신념 등에 따른 저격이 아님에도 ‘민주주의의 위기’,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등으로 규정하는 일본 주류사회의 여론몰이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日주류사회 여론몰이에 잇단 경고 미야마 준이치 주오대 교수(역사학)는 17일 허핑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기로 한 데 대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국장이란 특정 인물을 기리는 데 있어 국민도 정부도 모두 납득을 했다는 것을 전제로 국가가 실시하는 의례이지만, 그러한 대상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미야마 교수는 “그 사람의 업적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에서 ‘그는 위대했다’고 평가를 확정하며 그의 죽음이 중요하다고 공인하는 데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를 국장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베 정권을 높이 평가하고 (현재에도 집권하고 있는) 자민당 정권을 긍정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되면 국장은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현 정권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거기에 많은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죽음의 정치적 이용’이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비극의 영웅’ 미화가 시작됐다”진보 성향의 유명 작곡가 사에구사는 지난 16일 닛칸겐다이(日刊現代)에 기고한 ‘아베 전 총리의 추도와 그의 행적에 대한 평가는 별개다...죽음을 미화해서는 안된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일본 사회에)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비극의 영웅’ 미화가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리·가케 스캔들’(극우 사학재단인 모리토모 학원과 아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에 대한 아베 정권 차원의 부당 특혜 제공 의혹),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국가 예산이 들어간 정부 행사를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 등 아베 전 총리 재임기의 각종 추문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벚꽃을 보는 모임’에 대한 국회 질의에서 아베 전 총리가 118차례에 걸쳐 거짓으로 답변했는데도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고 흐지부지 종결한 것을 적시하고 “그가 사망하면서 이제는 진상 규명이 어렵게 됐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정치가로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저 전세계에 웃는 얼굴로 돈을 뿌리고 다녔을 뿐이다.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제정책)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아베의 죽음이 어째서 민주주의의 위기인가” 평론가 후지사키 마사토는 뉴스위크 일본판에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은 민주주의의 위기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고 아베 전 총리의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권력이든 테러리스트이든 ‘정치적 다름’을 폭력으로써 해결하려는 세력 때문에 한 정치가의 생명이 사라졌다면 그것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걸맞은 이유 없이 단지 정치인 한 사람이 갑자기 사망했다는 것만 놓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이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사망했을 때 이를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오바타 세키 게이오대학 교수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뒤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위기상황에서 자기 두뇌를 쓰지 않고 남들로부터 상투적인 문구를 빌려 지껄이는 꼴에 불과하다”며 “그들이 일본의 최고 지식인 계층이라는 점, 이것이야말로 일본의 최대 약점”이라고 탄식했다.
  • ‘경악’ 중국판 촉법소년 사건, 14분짜리 영상엔 믿을 수 없는 잔혹한 폭행이…

    ‘경악’ 중국판 촉법소년 사건, 14분짜리 영상엔 믿을 수 없는 잔혹한 폭행이…

    중국에서 또래보다 약 20㎝ 이상 키가 작은 아이를 무자비하게 때리는 10대 청소년들의 모습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는 또래보다 몸집이 작은 아동의 배와 머리를 발로 폭행하고 담배를 입에 물게 해 억지로 태우게 한 남학생들의 잔혹한 장면이 담겼다. 중국 왕이망 등 다수 매체들은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SNS에 공유된 아동 폭행 영상을 집중 보도하며 ‘해당 사건은 허베이 당산시에서 10대 미성년자들이 벌인 믿기 힘든 잔혹한 폭행 사건’이라고 16일 보도했다. 피해 아동은 7세 미취학 어린이로, 가해 남학생 5, 6명에게 차례로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당하고 복부를 차이는 등 잔혹한 폭행을 당했다. 무려 14분이나 촬영된 영상 속 가해 남학생들은 1초도 쉬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각종 폭언과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폭행이 이어지는 동안 가해자 무리 중 한 학생이 영상을 촬영했고, 그 사이 “살려달라”며 비는 피해 아동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영상에 그대로 담겨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폭행 사건 경위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없지만, 가해자들의 나이가 10~13세 미만으로 확인되면서 중국판 촉법소년법 사건이 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소년법에 따르면 14세 미만 청소년이 흉악범죄와 관련됐을 때 가해자 부모에게 대신 책임을 묻는 가족교육촉진 법안이 실행 중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0월 처음 도입됐는데, 14세 미만 미성년자가 범죄적 행동을 한 사실이 발각되면 부모가 가족교육지도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당시 법안이 도입될 때 중국 당국은 미성년자가 범죄 행위에 관여한 경우, 이는 가정 교육 부재와 부모의 부적절한 교육이 주요 원인이라면서 부모 책임을 강화했다.  때문에 사실상 14세 미만 미성년 가해자들은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형사법상 처벌을 피하는 등 면죄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현지매체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폭행 영상이 SNS에 확산하면서 미성년자인 가해자 본인들에게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된 분위기다. 특히 피해 아동보다 3~6세 이상 나이가 많은 가해자들이 행한 집단 폭행 사건으로 이들은 피해 아동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침대 위에 눕힌 뒤 차례로 구타하고 목를 졸랐으며 피해 아동의 몸을 공중에 들어 흔든 뒤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등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 등이 10대 초반 어린이들이 행할 수 없는 잔혹한 범행이라는데 경악한 분위기다. 영상을 접한 한 누리꾼은 “일곱 살짜리 아동에게 무슨 억화심정이 있었기에 이렇게 잔혹한 폭행을 했는지 의문이다”면서 “인간이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 악마들을 잡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이런 사건은 합의도 필요없는 사건”이라면서 “가해 아동들이 경찰에 붙잡히면 촉법소년이라고 해서 절대로 봐줘서는 안 된다. 반드시 수감 기관으로 보내서 자신들이 무슨 악행을 벌였는지 뼈저리게 후회하고 반성하도록 해야만 우리 사회가 투명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논란이 계속되자 사건을 관할하는 당산 경찰서 측은 특수 수사팀을 꾸려 현장 수사에 나선 상태다. 
  • 박지현 “인하대 사망 사건…정치인·대통령·법원 모두 공범”

    박지현 “인하대 사망 사건…정치인·대통령·법원 모두 공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인하대 재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비극적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학교에서 대학생이 남성 동급생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추락해서 사망하는 일이 터졌다”며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으로 피해자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참담하다. 학문과 지성이 넘쳐야할 대학교 안에서 발생한 상상조차하기 힘든 비극”이라면서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가해자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동료 대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도대체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과연 우리 공동체가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합의는 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성가족부도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성 착취물을 수십만 건이나 유통한 중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 모두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언론을 향해서는 “비극적인 죽음을 당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유사한 성범죄를 막는 데는 관심조차 없다. ‘누가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는가’ 경쟁이라도 하듯 선정적인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며 “특히 피해자는 ‘여대생’으로, 가해자를 ‘동급생’으로 표현했다.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이지 피해자가 오롯이 ‘피해자’가 아닌 ‘여대생’으로 호명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보도 행태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며 “비극적인 일로 자식을 잃은 유족분들 가슴이 얼마나 찢어질지도 깊이 한번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렇게 반복되는 참담한 비극을 막으려면 입법부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사법부는 가장 엄중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죽음은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사회적 죽음”이라고 강조했다.
  • 새내기 대학생 추락사…그날 인하대에서 무슨 일이

    새내기 대학생 추락사…그날 인하대에서 무슨 일이

    지난 15일 새벽 3시 50분 인하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1학년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단과대학 3층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A씨는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로 머리에 출혈이 있었고, A씨가 입었던 옷은 교내 다른 장소에서 발견됐다. A씨는 계절학기 시험을 치기 위해 사건 전날 학교를 찾았다. 당일 오후 2시 시험을 마친 A씨는 마찬가지로 시험을 마친 같은 학교 남학생 B씨와 술을 마셨다.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오전 1시 30분 같은 학교 남학생 B씨가 A씨를 부축한 채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건물에 다른 일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현장에는 B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학교 건물 안에서 A씨를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른 장소에서 나온 옷들로 미뤄볼 때 B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확인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했고, 이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화돼 긴급체포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16일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A씨가 성폭행을 피하려다 3층에서 스스로 떨어진 것인지, B씨가 밀어 떨어졌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도대체 대한민국에 여성이 안전한 공간이 있긴 한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감싸기 바쁜 정치인들,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여성가족부도 폐지해야 한다는 대통령, 성착취물을 수십만 건이나 유통한 중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 모두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 [취중생]아베 살해범이 ‘외로운 늑대’? “테러범 미화해선 안 돼”

    [취중생]아베 살해범이 ‘외로운 늑대’? “테러범 미화해선 안 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살해되면서 ‘외로운 늑대 테러’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을 가진 개인이 혼자 결단하고 단독으로 테러를 계획해 행동하는 사람을 ‘외로운 늑대’로 칭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테러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표현으로 미화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16일 조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외 2명이 쓴 논문 ‘단독행위 테러범의 사례연구 분석-외로운 늑대 개념의 비판적 논의’(2021년 한국경찰연구)를 보면 외로운 늑대는 자기애 성향이 강하고 자기 편향적으로 사회 현실에 관한 정보를 왜곡해 인지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타인에게 떠넘긴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를 총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야마가미 데쓰야(41)는 모친이 통일교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등 가족을 돌보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이 단체에 축전을 보낸 아베 전 총리에 원한을 품었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이 불행한 이유를 왜곡된 현실 인식을 통해 타인에게 전가한 셈이다. 논문은 또 외로운 늑대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가족 친인척과 소통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웹사이트에 자신의 테러 계획에 대해 암시하는 글을 올리고 자신이 벌일 테러 행동에 대해 정당화하는 경향성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이들은 자신의 왜곡된 신념을 강화하거나 테러를 정당화하는 글 또는 무기 사용 연습 장소를 남기는 등 테러를 암시한다고 했다. 1995년 4월 미국 오클라호마 시청을 폭파해 168명이 사망하고 68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티모시 맥베이는 범행 동기로 “미국 사회가 나를 경멸하고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외로운 늑대 용어는 1990년대 미국에서 활동한 극우 인종주의자 알렉스 커티스가 백인 우월주의 단체를 이끌면서 조직원들에게 “집단에 의존하지 말고 ‘외로운 늑대’처럼 독자적으로 활동할 것”을 주문한데서 유래했다. 국내에선 200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위한 지지연설을 하려고 단상에 오르다 50대 남성으로부터 커터 칼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9년 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도 201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강의를 준비하던 도중 흉기를 지닌 50대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지난 3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선거 유세 과정에서 70대 유튜버가 휘두른 둔기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 사건 공통점은 세 범죄자 모두 억울함과 분노를 호소했으며 현실을 왜곡해 인지하며 황당한 언행을 일삼았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논문은 외로운 늑대를 ‘단독행위 테러범’으로 통일해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롭다’는 것이 범인의 정서를 말하는 것인지, 행동양식을 말하는 것인지 불분명하고 무엇보다 테러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수사학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과거 ‘국내에서의 외로운 늑대 테러리스트 발생 가능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외로운 늑대의 동기로 많은 학자들이 좌절과 분노, 억울함을 들고 있다”면서 “(외로운 늑대는) 어린 시절 혹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충격으로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정신적 장애 등으로 폭력성을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단독 행위를 하는 테러범들이 과거와 달리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면서 거물 정치인을 테러하는 등 큰 사건을 매우 쉽게 벌일 수 있게 됐다”면서 “평소에 경찰이 사이버상에서 무기 조립법을 검색한다거나 테러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는 사람에 한해 정보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로운 늑대 테러 범죄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부다페스트 사이버범죄 협약에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통신비밀보호법 등 국내법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 담보 과대평가 초과 대출받은 전 새마을금고 이사장 ‘집행유예’

    담보 과대평가 초과 대출받은 전 새마을금고 이사장 ‘집행유예’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 조정환)는 15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융기관에서 대출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모 새마을금고 전 이사장 A(58)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A씨는 2020년 11∼12월 담보 물건의 가치를 과대평가해 자신과 가족 명의로 대출한도액을 초과해 9억 50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사장 지위에서 대출 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받으며 해당 새마을금고에 손해를 끼친 점 등은 죄질이 무겁다”며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금액을 모두 갚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 박지현 “민주당 몰락 성범죄 때문…李, 이번에 쉬어야” 출마강행

    박지현 “민주당 몰락 성범죄 때문…李, 이번에 쉬어야” 출마강행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서민의 한숨을 위로하고 따뜻한 용기를 불어 넣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다양한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줄 아는 열린 정당, 민생을 더 잘 챙기고, 닥쳐올 위기를 더 잘 해결할 유능한 정당으로 바꾸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은 청년과 서민, 중산층의 고통에 귀를 닫으면서 세 번의 선거에서 연달아 지고 말았다”며 “그런데도 우리 민주당은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달라져야 한다.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불행해진다”며 “저 박지현이 한 번 해보겠다. 썩은 곳은 도려내고 구멍난 곳은 메꾸겠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 혁신 방안으로 “위선과 이별하고 더 엄격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정당이 동료의 잘못과 범죄를 감싸주면 사회 정의가 무너지고, 정당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원은 윤리위원회 징계 뿐만 아니라 형사 고발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민주당의 몰락은 성범죄 때문”이라며 “성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춰 민주당에 다시는 성폭력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박 전 위원장은 “팬덤과 결별하고 민심을 받드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그릇된 팬심은 국민이 외면하고, 당을 망치고, 협치도 망치고, 결국 지지하는 정치인도 망친다”며 “욕설, 문자 폭탄, 망언과 같은 행위는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팬덤이 장악하지 못하도록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며 “1년에 1회 지역 당원 총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겠다. 공직과 당직 선출에 민심을 더 많이 반영하기 위해 국민 여론 비율을 예비 경선 50%, 본경선 70%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권리당원 자격이 없어 8·28 전당대회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자격을 논의한 결과 예외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박 전 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하고 전대 출마를 불허한 과정을 설명하며 예외 인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 상황이다. 우 위원장은 전날 박 전 위원장의 출마 강행 의지에 “참 난처하다”며 “그렇게 말하는 부분은 존중하겠지만 당의 결정은 번복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출마를 위해 후보 등록을 시도하더라도 실제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박 전 위원장은 이날 회견을 마치고 이와 관련해 “(중앙당에서) 반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후보 등록이 좌절된다면 청년 정치에 대해 원외에서 어떻게 역할 할지 더 많은 청년과 논의하며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재명 의원의 전대 출마에 대해서는 “이번 전대에서는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차기 대선에서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나오면 당도 그렇고 이 의원도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헤어진 여친 ‘스토킹 살해’ 후 시신 훼손…항소심도 무기징역

    헤어진 여친 ‘스토킹 살해’ 후 시신 훼손…항소심도 무기징역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문광섭 박영욱 황성미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별하게 됐음에도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것으로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 범죄 중 가장 중한 범죄에 해당한다”면서 “범행 경위나 수법, 결과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과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힘든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헤어진 여자친구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강가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에 불복해 항소했고, A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형은 궁극의 형벌로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기보다는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해 자유를 박탈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함으로써 수형 기간 반성과 참회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 일곱 살 때 이미 나는 지쳤다

    일곱 살 때 이미 나는 지쳤다

    “유년은 ‘시절(時節)’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멈추거나 끝나지 않는다. 돌아온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 컸다고 착각하는 틈을 비집고 돌아와 현재를 헤집어 놓는다.”(80쪽)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은행나무264쪽/1만 4500원 ‘유년’이라는, 벗을 수 없는 옷을 입은 채 커 버린 사람을 위해 시인은 펜을 오래 집었다. 독자에게 시인, 에세이스트로 알려진 박연준(42)이 첫 장편소설을 들고 찾아왔다. ‘여름과 루비’다. 문학잡지 ‘악스트’에 2020년 여름부터 1년간 연재했던 소설은 퇴고를 거쳐 단행본으로 탄생했다. 작가는 “사랑에, 이별에, 지속되는 모든 생활에, 지리멸렬과 환멸로 치환되는 그 모든 숨에 유년이 박혀 있다”고 썼다. 주인공은 ‘여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다. 소설은 여름의 일곱 살 때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1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일곱 살은 개인적으로 여러 기억이 많이 남은 기나긴 시절이었다”며 “학교 들어가기 바로 전이고 아기에서 어린이로 넘어가는, 세상을 보는 눈이 새롭게 열리는 시기”라고 말했다. ‘일곱 살 때 이미 나는 지쳤다’고 선언하는 여름의 하루는 고단하다. 엄마가 부재한 상황에서 규율과 법칙을 중요시하는 고모 밑에서 긴장한 채 살아간다. ‘아주 작은 점처럼 깜박이며 존재’하는 여름을 돌봐 줄 사람은 없다. 아빠가 새엄마를 데리고 오면서 여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여름은 ‘새’ 엄마가 싫었고, 새엄마는 ‘헌’ 자식이 싫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부재는 아이에게 제 이름을 딴 간판이 생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며 ‘언젠가 이런 걸 읽는 여자가 돼라’며 단테의 ‘신곡’을 사 주는 존재가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여름이 제 것이라고 믿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던 ‘할머니’는 ‘배신자’로 분류된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미국으로 떠나 20년 뒤 돌아온다. 상실을 경험한 아이는 의자 아래로 몸을 욱여넣는 것으로 울음을 대신한다. 그런 여름을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해 주는 루비의 등장은 여름에게 각인처럼 남아 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처음 ‘친구’라는 이름으로 강하게 결속된다. 하지만 루비는 지쳤던 걸까. 루비에게 친구는 여름뿐이었지만, 친구가 많았던 여름은 학교에서 루비를 모른 척한다. 오래도록 비밀로만 친할 수밖에 없던 루비는 결국 여름을 떠난다. “모든 이별은 언덕 위에서 이루어진다. 사소한 이별이라 해도 그게 이별이라면, 올라선 곳에서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기. 그게 이별이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건 낙차 때문이다. 당신이 있는 곳과 없는 곳, 거기와 여기, ‘사이’라는 높이.”(197쪽) 화자는 헤어짐의 과정을 언덕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표현한다. 마치 시처럼. 장편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소설은 38개의 짧은 장으로 구성돼 있어 시처럼 읽히기도 한다. 작가는 “소나티네(작은 소나타라는 뜻을 가진 악곡)처럼 느껴지게 쓰고 싶었다”며 “시를 쓰던 사람이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문장이나 문단을 함축하고 이야기를 제목 아래 두게 됐는데, 그게 제 호흡에 맞는 방식”이라고 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이 삶에 ‘찢어진 페이지’를 쓰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생채기가 있는 사람이 함께 읽기를 소망한다. “온전한 유년을 보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찢어진 페이지는 끝끝내 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의 형식을 빌리다 보니 용기가 생겼어요. 부디 유년의 불안한 감각과 슬픔을 지닌 존재에게 이 소설이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 화장실 악취 방치하면… 결국엔 안방을 향한다[OTT 언박싱]

    화장실 악취 방치하면… 결국엔 안방을 향한다[OTT 언박싱]

    2017년 미얀마 내에서는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집단학살이 벌어졌다. 난민이 된 이들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페이스북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과 로힝야족의 생명을 맞바꾸려 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Social Dilemma)가 그 이유를 설명한다. 소셜미디어가 만든 확증 편향의 딜레마, 그 어두운 소용돌이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이다. 이 작품에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에서 일했던 이들이 뭉쳐 한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당신이 빠진 ‘소셜 딜레마’에서 탈출하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소셜미디어는 대중적으로 발전했다.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의 창구이자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아고라를 형성했다. 문제는 이 공간이 인간을 사유의 동물이 아닌 슈퍼 컴퓨터의 뉴런으로 만든다는 점이다.“고객을 사용자라 부르는 산업은 불법 마약과 소프트웨어 산업뿐이다”라는 예일대 명예교수 에드워드 터프트의 말처럼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하면 고객을 더 중독시킬지 고민한다. 클릭을 유도하고 애플리케이션(앱)에 머무르는 시간을 증가시키고자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튜브의 알고리즘이다.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흥미를 느낄 만한 영상을 연달아 제시한다. 이 과정에 대해 작품은 ‘현대판 트루먼쇼’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이 방송을 위해 조작되고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다는 걸 몰랐던 트루먼처럼 성장을 위한 사업의 한 부품이 되어 확증 편향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딜레마는 두 가지 방향 중 어느 쪽을 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상황을 의미한다. 확증 편향은 내집단을 강화하고 외집단을 적대한다. 극단으로 향하면 남는 건 상대를 향한 불신과 증오다. 미얀마의 국민 앱으로 자리잡았던 페이스북은 사업을 위해 혐오에 침묵했다.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은 가짜뉴스나 혐오를 자극하는 글을 삽시간에 퍼지게 만든다. 이 영향력은 오프라인 공간까지 향한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는 정치의 양극화라는 현상에 직면했다. 현대에 다시 등장한 아고라가 폭력과 비방으로 얼룩진 혐오의 공간이 돼 버린 것이다. 이를 잘 보여 주는 캐릭터가 국내에서도 유명한 개구리 페페다. 왓챠 다큐멘터리 ‘밈 전쟁: 개구리 페페 구하기’는 이 캐릭터가 어떻게 혐오의 ‘밈’(meme)이 됐는지 설명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 처음 등장한 ‘밈’은 문화나 사회현상이 유전자처럼 진화하고 전달될 수 있음을 뜻하는 단어다. 온라인 공간에서 밈은 짧은 영상이나 사진 등을 여러 차례 가공하며 즐기는 놀이 문화를 의미한다. 미국의 인디 작가 맷 퓨리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바탕으로 한 만화 ‘보이즈클럽’의 캐릭터 페페가 인기를 얻자 즐거움을 느낀다. 이 감정이 슬픔으로 바뀐 건 밈 경쟁이 시작되면서다.페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밈은 점점 더 극단을 향한다. 반유대주의, 동성애 혐오, 성차별, 인종차별 등의 게시물에 페페를 등장시키며 혐오의 상징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이 현상이 심화된 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출마였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슬로건을 내세운 트럼프의 극우 가치관에 열광한 이들은 트럼프와 페페를 합성한 사진을 유포했다. 한 작가의 순수한 예술적 영감이 온라인 유저들에 의해 정체성을 빼앗긴 것이다. 두 편의 작품은 화장실(온라인)의 악취를 방치하면 안방(오프라인)을 향한다는 걸 보여 준다. 클릭이 절대적인 진리가 돼 버린 온라인 공간은 관심을 위해서는 누군가를 확증 편향의 중독에 빠뜨려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 준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현대에 이런 현상은 폭력과 테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지닌다. 트루먼이 스스로 ‘쇼’를 끝냈듯 잠시 스마트폰을 꺼둘 때 광장은 청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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