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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폭락보다 무서운건 ‘부동산 불패’

    집값폭락보다 무서운건 ‘부동산 불패’

    지난해 9월15일 미국의 4대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뒤로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7000선을 뚫고 추락할 듯 위태위태하더니 어느 결엔가 9300선까지 회복했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1000선으로 떨어지더니 이제는 1600선을 상향 돌파하고 있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인한 세계 경제위기는 끝난 것일까? ●美 경제학자의 서브프라임 해법 로버트 쉴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버블 경제학(원제:서브프라임 솔루션· Subprime Solution, 랜덤하우스 펴냄)’이란 책을 통해 “서브프라임 문제가 곧 끝날 단막극으로 생각하고 싶겠지만, 비극적이고 복잡한 장막극의 1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의 예측은 빗나간 것일까? 전문가들은 경제위기 종료 여부는 아직 두고봐야 한다고 한다. 쉴러 교수는 미국의 권위 있는 주택가격지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 지수’의 창안자로, 주택값이 절정에 달해 일반인이 앞다퉈 투자에 뛰어든 2005년에도 집값에 거품이 끼었으니 곧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던 학자다. 일반인이나 경제학자나 하나같이 서브프라임 위기의 원인을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기지 대출업체들, 관대한 신용평가기관들, 안일한 대출자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의 합작품’으로 지적한다. 하지만 쉴러 교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2005년 개정판을 낸 ‘비이성적 과열’에서 지적했듯이 부동산 버블과 주식시장의 버블이라고 누차 강조한다. 이것을 절실히 깨달아야 주택 및 금융시장을 제도적으로 재구성하는 근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쉴러 교수는 경제학자나 정부 등에서 주택가격이 명목가격을 유지해주길 희망하고 있지만, 실제로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가격이 떨어지면 적은 지출로 질좋은 주택에서 살 수도 있고, 여유가 생긴다면 가격이 하락한 주택을 한 채 더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부동산 불패’와 같은 신화가 생길수록 우리 삶의 질은 떨어지고 미래 후손들의 희생을 강요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시장 변화 이끌 기회 될 수도 저자는 마구잡이식 대출관행에 대한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는 수백만명의 저소득자들에게 주택을 보유할 기회를 효과적으로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1997년에서 2005년 사이 미국의 주택보급률은 65.7%에서 68.9%로 3.2%포인트 증가했다. 35세 이하인 사람들과 소득이 중간이하인 사람들, 라틴계 미국인들, 아프리카 미국인들의 주택보급률이 서구 역사상 가장 크게 증가했다. 때문에 어찌 보면 1990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출현은 원시적인 형태의 금융 민주주의의 도래라고 볼 수도 있다고 쉴러 교수는 주장한다. 다만 복잡해지고 있는 금융기구들을 지원할 리스크 관리 제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쉴러 교수는 1925~1933년까지 발생한 대공황을 치유하기 위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 등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 21세기까지 유지된 것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1930년대 미국정부는 우선 연방주택대출은행제도를 출범시키고, 1933년 연방예금보험공사, 1934년 증권거래위원회, 1938년 연방저당공사(일명 패니메이)를 발족하는 등 대공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것이다. ●국민 재무리스크 관리제도 필요성 제시 즉 쉴러 교수는 모든 위기는 변화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경제위기도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금융활동의 제도적 토대를 고치고, 국부를 다시 증대시켜, 우수한 금융혁신 모델을 강화해 위기가 닥치지 않았더라면 건설하지 못했을 더 나은 사회, 금융민주주의가 일반화되는 사회를 건설할 때라고 지적한다. 위기가 진행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번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통해 금융선진화가 아니라, 금융민주화를 위해 각국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정부는 주택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애쓰기보다 국민의 재무관리를 도와주고, 시장 심리가 투기로 흐르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 소비자를 위한 금융감시기구를 만들고, 주식시장의 공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통합 금융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저소득층을 위한 지속적인 워크아웃형 모기지를 내놓으라고 말한다. 그러면 경제위기에 모기지 탓에 집열쇠를 내놓아야 하는 주택구매자뿐만 아니라 비주택 소유자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리먼 사태로 혼란스러운 경제상황에서 2008년 가을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가 영문판을 먼저 읽고 출입기자들에게 권한 책이다. 올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전문경영인(CEO)이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했다. 1만 3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우값 급등… 2년4개월만에 최고

    한우 값이 급등하고 있다. 추석 특수에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 등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추석 이후 가격 폭락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후유증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에 나섰다.31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축산물등급판정소에 따르면 전체 한우(암소·수소 및 거세우 포함) 1++ 등급의 ㎏당 경락(경매 낙찰) 가격은 8월18일 2만 1697원, 27일 2만 689원을 기록하는 등 2만원을 넘어서며 2007년 4월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수입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쇠고기 이력제 등으로 한우 수요가 늘어난 데다 추석 특수가 가세하면서 한우 가격이 연중 최고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우 값이 뛰자 사육농가가 충분히 자라지 않은 소를 조기 출하하는 등 한우 품질 저하도 우려된다.”면서 “소 사육농가들을 상대로 송아지를 너무 많이 들여 기르거나 소를 조기 출하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벌써 햅쌀… 재고미값 폭락 우려

    25일부터 전남지역에서 조생종 햅쌀이 본격 수확되면서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미 쌀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에 심은 조생종 벼가 다른 지역보다 한 달가량 이른 이달 24일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수확된다. 수확에 들어간 조생종 벼는 도 내 벼 재배 18만 3000㏊ 가운데 7.7%인 1만 4000㏊로 6만 3000t이다. 조생종 벼는 민족 대명절인 추석(10월3일) 전에 모두 수확되는 중·만생종 벼로 수확할 때보다 400억원이 넘는 추가 농업소득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농민들의 불안이 커져 가고 있다. 도 내 농협창고마다 재고미가 넘쳐 나는 실정에서 햅쌀마저 시중에 나돌게 되면 쌀값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현재 재고미는 시중에서 10㎏들이 1부대에 2만 2000원선으로 지난해 2만 6000~7000원에 비해 20%가량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거래가 안 된다는 점이다. 일부 농민들은 “햅쌀이 나오기 전에 집 창고에 보관해 둔 벼 50여가마(40㎏들이)를 팔려고 내놨으나 사가는 상인들이 없어 골치”라고 말했다. 산지에서 벼 값은 40㎏에 4만 7000~8000원에 형성되고 있으나 수요가 없어 상인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 탓에 거래는 거의 안 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는 같은 무게에 5만 3000원이었다. 현재 전국 재고미는 50만t가량이고 이 가운데 전남도에는 지난해보다 두 배 수준인 10만여t이 농협창고에 남아 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김 전대통령 서거] DJ·재계와의 인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전 정권과 달리 재계와 매끄러운 관계는 아니었다.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강력한 재벌개혁을 추진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복된 부분을 분리해 다른 기업으로 넘겨주고,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는 이른바 ‘빅딜’을 기업들이 달가워할 리 없었다. 하지만 집권 1년여 만에 외환보유고가 500억달러를 웃돌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를 졸업하면서 재계와의 관계도 조금씩 개선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장 깊은 인연을 맺은 기업은 현대그룹이다. 2000년 6월15일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도움을 받았고, 현대그룹은 이를 통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건설에 착수하는 등 대북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었다. ●‘정상회담 조력’ 현대와 깊은 인연 현대그룹은 대북사업으로 인한 어려움도 감내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돼 대북송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특검이 도입돼 박지원 의원 등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들과 관련 기업인들이 줄줄이 특검 조사와 처벌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서 투신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해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5개 항에 합의하는 등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 실마리를 제공했다. 김 전 대통령은 결국 대북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현대그룹의 모습을 보고 생을 마감한 셈이다. 재계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타계와 북측의 조문단 파견이 현대의 대북사업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과 현대그룹의 질긴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5년간 2만개 벤처 탄생 김대중 전 대통령은 11년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컴퓨터를 잘 다루는 국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혹독한 외환위기의 탈출구를 정보기술(IT) 산업과 벤처기업에서 찾았고, 임기 내내 뚝심 있게 IT와 벤처를 육성했다. 그가 뿌린 벤처 씨앗은 지금 우리 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랐다. 서승모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IMF 사태로 경제가 사경을 헤매던 때 깊은 혜안으로 ‘벤처’의 길을 밝힌 김 전 대통령은 우리의 아버지나 다름없다.”며 애통해했다. 국민의 정부는 1998년 ‘벤처특별법’ 4차 개정을 통해 실험실 및 교수의 창업을 가능케 하고 창업 자본금을 2000만원으로 낮췄다. 2000년에는 ‘벤처촉진지구’를 도입해 지방 벤처기업을 육성했다. 무기명 장기채 발행으로 9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3억원씩 지원했다. ●휴맥스·안철수연구소 ‘DJ 키즈’로 IT를 필두로 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환경기술(ET)·문화기술(CT) 등 5개 신기술 산업은 국민의 정부 이후 줄곧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윤태식 게이트’ 등 벤처기업과 정부 사이에서 권력형 비리가 발생하고, 벤처 거품 붕괴에 따라 코스닥 시장이 대폭락하는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2만개의 벤처기업이 생겨났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린 벤처기업이 202개나 될 만큼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1999년 6월 포털 ‘네이버’를 앞세워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NHN은 지난해 매출 1조 2081억원을 올렸다.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의 대명사인 ‘리니지’ 서비스를 시작한 엔씨소프트, 전세계 셋톱박스 시장을 호령하는 휴맥스, 인터넷 세계의 보안을 책임지는 안철수연구소 등도 김 전 대통령 집권 때 성장한 대표적인 ‘DJ 키즈’다. 김성곤 이창구 윤설영기자 window2@seoul.co.kr
  • “대북 쌀 지원… 해법 아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4일 “쌀이 남으면 (남는 쌀로) 대북 지원을 해 쌀의 수급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장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일부 농민단체들이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을 재개해 쌀값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북 지원을 할 경우에는 해야 되겠지만 쌀이 남으면 대북 지원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장관은 또 전날 발표한 쌀 가공식품의 활성화가 2∼3년 안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4대강發 골재대란 오나

    4대강發 골재대란 오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골재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골재업자와 직원들은 “강바닥 준설과정에서 한꺼번에 대량의 골재가 쏟아져 나오면 골재시장 혼란이 빠져들고, 중소업체가 휴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12일 한국골재협회에 따르면 국내 골재업체는 모두 1572개로 1만 2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분야별 등록업체는 육상 767개, 산림 406개, 파쇄 657개, 하천 121개, 바다 50개, 바닷모래세척 44개 등 총 2045개에 이른다. 한 업체가 다른 분야에 중복 등록할 수 있다. 문정선 골재협회 기획관리부장은 “골재 가격폭락으로 도산 도미노가 우려된다.”며 “4대강 인근에서 석산골재 생산하는 업체도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2011년 말까지 4대강 사업에서 나오는 자갈과 모래 등 골재는 2억 6000만㎥로 추산된다. 국내 연간 골재 수요량 1억㎥ 정도의 2년반치에 해당한다. 4대강 골재 채취는 10월 전 구간에서 시작된다. 내년부터 본격 출하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4대강 골재채취 개별 허가도 전면 중단된다. 충남 금강의 골재채취업체 금강개발산업 직원 박재주(64)씨는 “10여년간 계약을 연장하며 우리 회사가 이곳에서 골재채취를 했는 데 올 연말로 허가기간이 끝나고, 4대강 사업참여도 불투명해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건설경기 침체로 올해 골재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20% 줄었다. 내년에도 건설경기 회복 전망을 밝지 않아 골재대란 가능성이 높다. 하천 골재업체들은 지난 6월 청와대, 국토해양부, 국회 등에 낸 탄원서에서 “수십년간 4대강에서 생업을 영위하던 골재업체가 4대강 사업으로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끝나면 4대강의 골재채취도 대부분 중단될 전망이다. 실례로 88서울올림픽 전에 한강에서 1억㎥의 골재를 캤지만 둔치 등 정비사업이 이뤄진 뒤 골재채취가 전면 중단됐다. 바닷모래, 산림골재 업체에도 적잖은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김재영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4대강에서 골재가 쏟아지면 바다골재 수요가 줄어 수십척의 채취선을 보유한 업체는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선 한국골재협회 대전충남지회 사무국장은 “골재는 30㎞ 이상 이동하면 물류비 때문에 채산성이 떨어진다.”면서 “금강과 가까워 이곳 골재가 대량 반입될 보령·서천지역 바닷모래 공급 업체는 엄청난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천 골재업체들이 바다와 산림골재 등으로 전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골재시장의 혼란이 증폭되고 산림·해양 생태계 파괴논란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김정훈 사무관은 “자치단체에 위임, 골재반출량 통제를 통해 골재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면서 “채취선을 보유한 업체는 가산점을 줘 4대강 사업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생각나눔 NEWS] 금 보유량 늘려야 하나

    [생각나눔 NEWS] 금 보유량 늘려야 하나

    국제 금값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금 보유 비중을 더 확대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의 자산가치 상승에 더해 외화자산 포트폴리오 다양화, 장기적인 미국 달러화 약세 전망 등을 이유로 금 보유 비중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이 좀 더 강하다. 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세계금위원회(WGC)가 최근 각국에 통보한 6월 말 현재 금 보유량 현황에서 한국은 14.3t으로 조사대상 103개국 중 56위였다. 1위는 8133.5t의 미국으로 한국의 569배였다. 금이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액(7월 말 2375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로 103개국 평균 10.1%의 50분의1 수준이다. 미국은 전체 외환보유액의 78.3%가 금이다. 금값은 지난 5일 온스당 963달러를 기록하는 등 10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65%를 차지하는 달러화는 연일 약세다. 달러 자산을 줄이고 금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서면 상승 탄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블룸버그통신)도 이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외화자산의 관리 및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자산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라는 원론적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금 비중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단점도 많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태도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 조정 문제를 신중히 검토 중에 있으며 금의 비중을 좀 더 늘릴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에는 여러 제약과 문제점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재정부 관계자도 “금본위제가 아니기 때문에 금이 단순한 투자대상 이상의 의미는 없다.”면서 “지금까지 금 보유액이 부족하다고 해서 문제가 된 적도 없었던 데다 이자도 발생하지 않는 무수익 자산인 금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한은 측은 “금을 더 사야 한다는 논리의 핵심근거가 향후 달러화 약세인데 이를 노리고 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역설했다. 금을 늘린다는 것은 단기성 부채인 통화안정증권(평균만기 7개월) 발행을 통해 중장기 자산인 금을 사들인다는 얘기인데 기간 미스매칭(불일치)의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금값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실제 2차 오일쇼크와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으로 1980년 1월 온스당 850달러까지 치솟았던 금값은 미국이 고금리 정책을 펴면서 83년 385달러까지 떨어졌고 99년 8월에는 역대 최저인 온스당 252달러까지 내려갔다. 한은 측은 “이렇게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했다가 가격이 폭락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며, 과거 외환위기나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외화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금을 즉각 내다파는 것(현금화)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환기시켰다.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을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과거 금 본위제 때 보유하고 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지 새로 많이 사들인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투자자산 자체로 놓고 봐도 꼬박꼬박 이자가 나오는 채권과 달리 금은 보관료만 들 뿐 수익성이 높지 않아 그렇게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의 금을 전량 영국 중앙은행에 보관시키고 있다. 대여도 하지만 그로 인한 수익은 미미하다. 안미현 김태균기자 hyun@seoul.co.kr
  • 떠도는 돈 부동산·CMA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자금들이 주식과 부동산 등 투자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지난 7월 말 기준 101조 5290억원을 기록했다. 70조~80조원 수준이던 MMF 잔고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급속하게 불어나 지난 3월 126조원에 이르렀었다. 4개월 만에 25조원이 빠져나갔다.은행 예금도 줄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7개 시중은행의 요구불 예금 잔액은 7월 말 기준 163조 9083억원으로 6월 말에 비해 10조원가량 줄었다.반면 CMA 잔고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7월 말 40조 902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40조원대를 돌파했다. 연초 30조원대에서 7개월 만에 10조원가량 늘어났다. CMA 계좌가 투자의 축인 데다 최근 결제 시스템까지 갖추게 되면서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기대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두는 고객예탁금도 7월 말 기준 14조 3861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으로도 돈이 다시 몰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까지 2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갔고,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 건수는 6월 기준 4만 7638건으로 1월 1만 8074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강남·용인·분당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에도 돈이 들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이 지역 아파트 낙찰가 총액은 1510억 3167만원으로 전달에 비해 47%가량 올랐다. 여름 비수기를 감안하면 놀라운 액수다.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거품이 채 꺼지기도 전에 또 다른 거품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제 숨통이 좀 트이고 있는 상황인데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금융위기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부동산 가격 폭락 같은 것이 없었던 데다 고용이나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에 자산인플레로 치닫지 않도록 길목을 잘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금융당국도 이런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쏠림현상’을 경고했고 부동산과 증시로 들어가는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상화인지 또 다른 거품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데다 모처럼 살아나는 경기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 흐름을 면밀히 살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환율 1100원대로 떨어질까

    환율 1100원대로 떨어질까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3월만 해도 1600원대로 올라설지 여부가 관심이었으나 5개월만에 25% 가까이 떨어지면서 1200원선이 위협받고 있다. 환율 하락세로 국내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전세계적인 약(弱)달러 현상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일에 비해 4.4원 떨어진 1218.0원으로 마감했다. 외환 딜러들은 올해 안에 11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국내에 유입되는 달러가 만만치 않다.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7월 한달 순매수액은 5조 9000억원으로 월간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우리나라가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벗어날 것이라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이 덕분에 전문가들은 환율과 주가 간 선순환이 형성됐다고 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면서 환차익을 노린 물량이 주식시장에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 증시가 강세를 띠면서 다시 환율을 끌어내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뛰어올랐던 현상과 정반대다. ‘불황형’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2·4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좋게 나오고 이에 힘입어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점도 환율 하락에 한몫하고 있다. 이 덕에 국내 금융사들의 외화 차입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기관들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보면 한국의 회복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예가 많다.”면서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머징시장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달러당 1250원대가 국내 수출업체들에 가장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달러 하락세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출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원·달러 환율이 예상보다 빨리 내려가고 있지만 환율 하락 자체는 전세계적인 약달러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용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약달러 때문에 원·유로, 원·엔 환율이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당시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지더라도 간접적인 수출가격 경쟁력은 유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 장세훈기자 cho1904@seoul.co.kr
  • 기지개 켜는 기업공개시장

    기지개 켜는 기업공개시장

    글로벌 금융위기로 1년 이상 침체기에 빠졌던 기업공개(IPO)시장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선두주자는 중국이고, 바이아웃(Buyout) 사모펀드가 뒤를 쫓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바이아웃펀드인 KKR가 장난감 소매업체인 토이저러스를 포함해 최대 6개 기업까지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중국의 최대 제약업체인 시노팜은 오는 9월 70억위안(1조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할 홍콩 증시 상장에 대한 정부의 허가를 얻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에 앞서 중국건축, 쓰촨고속 등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됐다. KKR가 1년 이내에 상장할 기업은 토이저러스 외에도 미국의 병원 그룹 HCA, 신용카드사 퍼스트 크레디트, 덴마크 정보통신 그룹 TDC, 할인점 달러 제너럴 등이다. 싱가포르의 반도체 생산업체인 아바고는 이미 상장 신청서가 제출됐다. 바이아웃펀드를 포함, 사모펀드들은 통상적으로 자금난 등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사들여 수년 간 구조조정을 한 뒤 상장, 투자금과 이익을 회수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 이후 주식시장의 침체로 사모펀드들은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주식시장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투자금 회수에 나선 셈이다. 에너지분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토터이즈에너지기초산업펀드가 최근 1억 3700만달러(1700억원) 상당의 기업공개를 발표한 것도 그 예다.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중국이 제공했다. 9개월 간의 상장 유예기간을 거친 뒤 지난달 상장된 중국건축, 쓰촨고속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쓰촨고속은 상장 첫날 203% 폭등했고, 중국건축은 90% 가까이 올랐다. 중국건축은 502억위안의 자금을 모집, 지난 2008년 3월 비자카드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IPO였다. 거품에 대한 우려도 나왔으나 2007년 폭락 사태와는 완연히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은행·보험 ‘안갯속’ 증권사 ‘맑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가장 빠르게 반영한 금융권이 정작 채용에서는 침체를 이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하반기 채용시장이 열리지만 상당수 은행과 보험사 등은 채용 시기나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증권사들이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신한銀 아직 계획 못세워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각각 200명 이상 뽑았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아직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수출입은행과 씨티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우리은행이 지난해 145명에서 올해 200명 수준으로, 외환은행은 70명에서 1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어서 은행권 채용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도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200명 안팎을 채용할 계획이다. 작년 190명을 뽑은 산업은행은 다음달 중 채용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험업계와 신용카드업계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하반기 100명 이상 뽑았던 삼성·대한·교보생명은 아직 선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160명을 충원한 삼성화재 정도만 예년 수준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카드사의 경우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현대카드(70명)와 롯데카드(30명), 비씨카드(20명) 등은 지난해 하반기 수준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업계 ‘빅3’인 삼성증권은 오는 9월 100여명을, 대우증권은 10월쯤 50~60명을 각각 뽑을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인턴 중에서 정규직을 선발하는 관례대로 현재 50명의 인턴을 채용했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채용 계획 지난해 하반기 주가 폭락으로 채용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증권사들이 이번에는 신입사원을 뽑을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에 신입사원을 뽑지 않은 현대증권은 11월쯤 50여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하나대투증권, 신영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채용 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취업 문이 좁은 만큼 회사별로 요구하는 인재상을 숙지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고객을 주로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 못지않게 대인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광장]모르핀 함정에 빠져드는 한국경제/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모르핀 함정에 빠져드는 한국경제/오일만 논설위원

    너무나 닮아간다. 무서울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공황의 진행 과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공황은 1929년 10월24일 ‘검은 목요일’로 불리는 주가 대폭락에서 시작됐다. 증시가 붕괴되면서 거의 일년 이상 주가폭락이 지속되다가 반짝 바닥을 치는 시기가 있었다. 당시 재무장관인 앤드루 멜론은 “우리 경제가 곧 활력을 되찾고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굴지의 증권회사인 메릴린치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싸게 주식을 사들일 때”라며 투자자를 선동했다. 혹시나 했던 투자자들이 빈털터리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대공황은 피 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년 이상 지속됐다. 금융위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우리 사회가 또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다. 2·4분기 경제성장률이 2.3%를 기록하고 증권·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버블 조짐마저 보인다. 코스피 지수가 1500선을 돌파하자 증권사들은 1600선마저 넘어설 것이라고 유혹한다. 일부에선 ‘V자 회복(급속한 회복)’의 기대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김영호 유한대 총장은 ‘번지점프 이론’을 제시한다. 추락과 반등을 되풀이하는 경기 현상을 말한다. 더블딥(경기회복 후 침체)과 비슷한 개념이다. 우리 경제는 800조원의 단기 유동자산이 지탱시키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재정확장은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을 부른다. 고용과 투자,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다시 추락할 운명이다. 경제학자들은 대공황 당시 더블딥이 4차례나 일어났다고 지적한다. 당시 미국도 재정지출을 줄였다가 불황에 빠져든 경험이 있다. 윤증현 경제팀은 최근 확장정책 기조의 유지를 결정했다. 경기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확장정책을 유지하려는 이면에는 고도의 심리전이 숨어 있는 듯하다. 어떤 정부든지 공황보다 버블의 상태를 선호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불황이 공황으로 이어지는 순간 정권 유지는 불가능하다. 버블의 후유증은 슬그머니 다음 정권으로 미루면 된다. 미 하버드대 그레고리 메큐 교수처럼 노골적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률을 6%대로 유지하는 버블정책을 권하는 학자도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 돼 저축보다 소비가 늘게 된다. 현 경제팀의 정책은 어찌 보면 같은 맥락인지도 모른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를 확산시켜야 소비자들은 서둘러 물건을 사게 된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도 때로는 필요하다. 이것이 내수경기를 살려 기업이 살고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현 정부가 저금리 정책과 유동성 확대를 포기할 수 없는 진짜 이유다. 출구 전략(유동성 환수)에 착수할 수 없는 아픔이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은 이렇다. 고통을 호소하는 경제에 일시적으로 유동성 확대라는 모르핀을 투여해 아픔을 멈추게 했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퍼부을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상반기에 재정지출의 65%를 소진했다. 더 강력한 모르핀을 투여할 여력이 없다. 3분기 경제성장이 0%대에 머물 것이란 분석도 이 때문이다. ‘모르핀 경제’의 후유증은 상상하기도 싫다. 거대한 해일로 변한 인플레이션의 파도가 우리 경제를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 경제를 살리는 길엔 왕도가 없다. 조금 빨리 지름길로 가려다 미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조금 더디더라도 실물경제의 바닥을 다지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세계 석학에 듣는다] “한국의 태양광 등 인프라 기술 阿 빈국에 도움될 것”

    [세계 석학에 듣는다] “한국의 태양광 등 인프라 기술 阿 빈국에 도움될 것”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세계적 경제석학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방학 때면 더욱 바빠진다. 빼곡히 잡혀 있는 외국 방문 일정으로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베이징에서 돌아오자마자 아이티를 방문, 대통령과 총리를 만나 경제회생대책에 대해 자문한 뒤 주말 뉴욕으로 돌아온 삭스 교수를 20일(현지시간) 오전 어렵게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대외원조의 바람직한 방향과 세계 및 한국경제 전망,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 세계정상회의 전망과 ‘그린 성장’ 등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잠비아 출신인 담비사 모요의 ‘죽은 원조’라는 책이 한국에서도 대외원조 방법론을 놓고 논란을 촉발시켰다. 기존 방식의 아프리카 원조는 선진국에 대한 의존도만 높인다며 5년내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요의 책은 허위로 가득 차 있다. 대외원조의 부정적인 면들이 과장됐다. 바람직한 원조는 효과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 모요는 모든 원조를 비판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를 인정하고 성공사례를 강조하는 균형잡힌 지적을 했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요의 주장에는 맞지 않는 상당히 성공적인 원조사례들이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2015년까지 대외원조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외원조가 성공하려면. -대외원조가 장기적으로 효과적이고 성공하려면 5개 주요 부문에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첫째가 농업이고, 둘째 건강, 셋째 교육, 넷째 인프라(도로, 전력, 철도, 항만, 공항 등), 마지막으로 사업 모델이다. 한국은 태양광 에너지 분야에서 기술이 매우 앞서 있다. 한국은 바로 이처럼 앞선 기술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는 이같은 접근법의 성공사례이다. 한국은 대외원조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대외원조 증가에 대한 평가는. -중국의 공격적 행보는 기존의 전통적 공여국들, 특히 유럽 국가들로부터 질시를 받고 있다. 그간 유럽은 아프리카를 자기들 텃밭으로 생각하고 ‘우리를 따라하라.’는 식으로 대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교역을 늘리고,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현지에서 자원들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방식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중국이 개발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인력을 모두 외부에서 데려와 현지 국가들의 불만이 크다. 중국은 현재 아프리카 곳곳에서 환영받고 있고, 현지 진출 및 투자정책을 조율 내지 적응해 나가고 있다. 중국과 한국처럼 세계 경제의 주요국들이 잊혀졌던 대륙인 아프리카와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추세다. →대외원조와 관련, 한국 정부에 해줄 조언이 있다면. -대외원조는 단선적 정책이나 접근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포트폴리오를 짜서 다원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첫째, 다자적 접근이다. 국제원조를 주관하는 국제기관이나 기금에 적극적으로 참여, 이사회 일원이 되도록 노력해 정책을 입안, 시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이를 통해 대외원조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 등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둘째,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처럼 실질적인 국제원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민간 부문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 기술력을 갖춘 삼성이나 LG 같은 한국 기업들에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셋째, 1~2개 국가들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수십개 국가들에 나눠 지원하는 것보다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산업과 인프라, 지역개발 등을 통해 해당 지역의 성장 중심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중국의 전략이기도 하다. →어떤 나라들을 꼽을 수 있나. -한국의 경우 인도양 연안에 위치한 탄자니아나 모잠비크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정치상황이나 정부가 안정돼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크며, 광업과 농업 등 자원이 풍부해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2015년까지 세계 빈곤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밀레니엄 약속은 여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보나. -많은 국가들이 국제원조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위기를 맞았다. 대외원조가 줄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합하고 있고 빈곤국들의 식량 생산량이 수년내 배증할 가능성이 있다. 나는 절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경제의 각종 지표들이 호전되면서 낙관적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 정부가 나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고 있는데. -아시아가 유럽이나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회복 중이며, 인도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도 3개월전보다 전망이 호전됐다. 반면 미국 경제는 매우 복합적이며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가계부채가 여전히 많고, 폭락한 부동산 가격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재정적자 급증과 실업률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빠른 시일내에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한국 등은 앞으로 2~3년간 대미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대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대한 수출을 늘리고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 →2차 경기부양책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재정적자가 급증추세에 있어 재정적으로 솔직히 여유가 거의 없다. 2차 경기부양책을 논의하기보다 1차 경기부양자금이 실제로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도록 이행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미국도 앞으로는 수출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양자를 병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유로화와 비교할 때 달러화의 가치가 절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후변화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2월 코펜하겐에서 미국 등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와 관련,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까. -일반적·포괄적인 원칙에만 합의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단기적인 목표들을 제시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개발도상국으로의 기술이전 논의도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코펜하겐 회의는 끝이 아니라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 이행하기 위한 단계적 과정의 시작이다.이후 6개월 또는 1년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합의사항과 이행계획을 보다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미국·한국 등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그린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린 성장은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데 신기술의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아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기 쉽지 않다. -그린 성장은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함께 나아갈 때만 경제적으로 가능하다. 그린 성장과 관련된 신기술은 아직까지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민간 부문이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투자를 감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공공부문이 나서 조달과 기술기준 등 일련의 정책들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kmkim@seoul.co.kr
  • 불티나는 돼지고기 선물시장선 찬밥

    불티나는 돼지고기 선물시장선 찬밥

    정육점 등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돼지고기가 정작 선물시장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돼지고기 선물시장이 열린 지 1년이 지났지만, 거래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기본예탁금 및 증거금률 인하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돼지고기 선물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량은 56건이다. 이는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량 146건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21일 돼지고기 선물시장 개장 당시 예측한 하루 평균 거래량 1000건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 역시 지난해 5억 9000만원에서 올해 2억 5000만원으로 ‘반토막’ 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선물은 해당 상품의 가격 변동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면서 “돼지고기 선물시장 역시 양돈농가는 가격 폭락에, 돈육가공업체는 가격 폭등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 부족으로 시장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거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높은 기본예탁금이 꼽힌다. 돼지고기 선물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내야 하는 기본예탁금은 1500만원으로 300만~400만원 수준인 다른 선물시장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21%에 이르는 증거금률도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돼지고기 선물가격이 1억원일 경우 2100만원이 있어야 주문을 낼 수 있다. 반면 국채 3년물의 증거금률은 1.5%로, 1억원짜리 선물을 살 때 150만원만 있으면 된다. 노재선 서울대 농업경제학 교수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거래자격 요건은 중·소형 양돈농가와 가공업체 등 수요자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기본예탁금을 인하하고, 증거금률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문화 창조 도시, 뉴욕의 속살 엿보기

    문화 창조 도시, 뉴욕의 속살 엿보기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도시로 꼽히는 뉴욕. 예술성과 상업성, 고급문화와 하위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전 세계 트렌드와 부를 좌지우지하는 뉴욕의 힘과 매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세계의 크리에이티브 공장, 뉴욕’(엘리자베스 커리드 지음, 최지아 옮김, 쌤앤파카스 펴냄)은 뉴욕이 어떻게 해서 문화예술의 중심지, 최첨단 유행의 발신지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그 명성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지에 관한 분석서이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도시경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딱딱한 경제학 이론이나 인문학적 잣대를 들이대는 대신 그 자신 뉴요커로서 골목골목을 누비며 몸소 체험한 실제 사례와 인터뷰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65㎢ 공간에 밀집된 예술 공간 저자는 뉴욕에서 크리에이티브 산업(창조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우선 ‘지리적 밀집성’을 든다. 아티스트, 뮤지션, 패션디자이너와 클럽, 미술관, 록콘서트장이 모두 65㎢(서울 서초구와 동작구를 합친 크기) 남짓 되는 공간에 모여 있다. 첼시에 모여 있는 갤러리와 로어 이스트 사이드, 미트패킹, 소호의 유흥가, 그리고 웨스트빌리지, 놀리타에 밀집한 예술공동체가 하나의 문화클러스터(cluster·집단)를 형성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1970년대 경기 침체로 집값이 폭락하면서 버려진 창고들이 갤러리와 작업실, 나이트클럽으로 바뀌었다. 낮은 집세는 예술가들을 1970년대에는 소호로, 1980년대에는 바워리와 이스트빌리지로 끌어모았다. 뉴욕 역사상 최악의 경제 시기에 오히려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풍요로운 씨앗이 뿌려진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뉴욕의 명성을 좇아 점점 더 많은 사람과 자본이 몰리면서 살인적인 집세와 물가를 견디지 못한 문화예술 생산자들과 관련 기관들은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브루클린에서도 내몰린 아티스트들이 이제 고속도로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경쟁우위의 관점에서 보자면 뉴욕은 지금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음악·패션 등 뒤얽힌 사교의 장 또 다른 요인은 뉴욕의 독특한 사교 문화(소셜 라이프)와 인맥이다. 지리적 밀집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공동체의 형성은 1970년대 앤디 워홀의 팩토리가 대표적이다. 워홀이 미드타운에서 운영하던 팩토리는 실크 스크린 작품을 창조하는 작업실이자 믹 재거, 루 리드, 트루먼 카포트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모여 노는 놀이터였다. 미술, 음악, 패션, 디자인이 서로 뒤섞여 오늘날의 총체적인 컬처 이코노미로 발전해 나간 것도 이 시기부터다. 대학, 미술관, 갤러리, 협회와 같은 공식 기관과 일상적인 길거리 문화, 유흥 현장이 자연스럽게 융합된다. 뉴욕의 크리에이터들은 같은 술집에서 어울리고, 같은 갤러리로 몰려다니며 인맥과 친분을 쌓는다. 그리고 이런 인맥은 서로의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 관계로 발전한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해 마크 제이콥스,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퀸시 존스 등 유명 크리에이터들과 뒷골목 아티스트 100여명을 인터뷰했다. 클럽에서 이뤄지는 비즈니스, 유명 패션브랜드의 탄생 비화, 연예인의 숨겨진 뒷얘기 등 이들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는 뉴욕의 속살을 엿보는 듯한 재미를 안겨 준다. 1만 2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벼랑끝 내몰린 중산층 가장 3인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벼랑끝 내몰린 중산층 가장 3인

    중산층의 몰락이 심상찮다. 주위를 둘러봐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일컫는 사람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수년째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리던 중산층 가장들이 자꾸만 고개를 떨군다. 서울신문 취재팀은 벼랑에 선 중산층 가장 세 명을 실업급여 창구, 탑골 공원 등에서 만나 그들의 현실과 속내를 들었다. 힘들어도 가족을 위해 아등바등 애쓰며 재기를 꿈꾸는 그들을 통해 ‘위기에 처한 가장의 아픔’을 들여다봤다. #1 실업급여 창구에서 20년 일자리 잃은 배관공 “구직 안되고 생활비 막막” 지난달 26일 오후 1시, 서울 상계6동에 위치한 서울지방노동청 북부지청 고용지원센터는 무더위를 헤치고 온 사람들로 붐볐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실업급여 신청하러 오신 분은 4층으로 가세요’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고용지원센터에 들어선 사람들이 우르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직업진단, 고용동향 제공, 직업상담 등 다양한 일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고용지원센터를 찾는다. 기업지원팀 장현배 팀장은 “하루에 평균 300명, 많으면 400명 정도가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다.”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지만 대부분 40~50대 남성이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서울시내 6개 지청 중 실업급여 신청이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갑자기 중랑구 창구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두 달 후에 다시 일하러 오라고 했다니까요.” 권정수(50·가명)씨는 건설현장에서 배관공으로 20년 넘게 일했다. IMF 환란으로 모두 실직할 당시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오히려 ‘반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4월2일 그는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았다. 현장소장은 사정이 좋지 않으니 두 달만 쉬고 오라고 말했다. 권씨는 ‘순진하게도’ 그 말을 믿고 두 달 후에 찾아갔지만 돌아온 대답은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권씨는 참다 못해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왔다고 했다.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은 바닥나 통장엔 500만원이 채 남지 않았다. 80세의 노모와 단둘이 사는 권씨는 이혼한 부인과 함께 사는 자식들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내야 한다. 부인과 자식들에겐 실직을 알리지 않고 보내주다 보니 그동안 모아둔 돈도 다 까먹었다. 권씨는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다시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 부탁해서 알아 보고는 있는데, 다들 쉽지 않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그냥 막막합니다.” #2 호프집에서 52세때 퇴직한 대기업 국장 “두 아들 학자금에 식당 장사” 경남 진주에 사는 김동민(57·가명)씨는 대기업에서 20여년을 근무하며 국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IMF 환란 때에도 부족함이 없이 지냈다. 김씨는 2004년 52세의 나이로 명예퇴직을 했다. 그는 퇴직금과 함께 받은 2000주의 주식을 팔아 목돈을 마련했다. 살림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문제는 자녀의 학자금이었다. 김씨는 퇴직 후 그제야 아들 둘을 대학에 보냈다. 학자금으로 1년에 1200만원 가까이 들었다. 용돈까지 포함하면 자녀에게만 1년에 2000만원을 넘게 써야 했다. 게다가 씀씀이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어서 생활비도 연 3000만~5000만원 정도를 썼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수입이 없었던 김씨에겐 더 이상 돈이 나올 구멍이 없었다. 결국 가정 경제는 한순간에 몰락했다. 김씨는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으로 빚을 내 부인과 함께 작은 호프집을 하나 차렸다. 하지만 책상머리에 앉아 일했던 김씨에게 호프집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김씨는 1년도 안돼 호프집 문을 닫았고, 집 근처에 작은 식당을 차려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예전 떵떵거리며 살던 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김씨. 그는 “예전 생각만 하면 자존심이 상해 드러내기조차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루빨리 경제 위기가 극복돼 서민경제가 살아나면 식당에도 사람이 넘칠 것”이라며 마지못한 기대감만 내비쳤다. #3 탑골공원에서 부도 맞은 가구공장 사장 “공무원 딸이 네식구 기둥” 24일 오전 10시쯤 탑골공원에서 만난 문일수(54·가명)씨는 어느 모임에도 끼지 못하고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피하던 문씨는 담배를 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문씨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가구공장 사장이었다. 문씨는 부인 최씨(51), 1남 1녀의 자녀와 함께 일산에 있는 60평형 아파트에서 살았다. 연 수입이 6000만원을 훌쩍 넘었다고 했다. 생활에 여유가 넘쳤던 문씨는 주식에 손을 댔다. 여윳돈을 주식에 투자해도 살림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문씨가 투자했던 주가는 연이어 폭락했고 결국 문씨는 집까지 팔게 됐다. 더구나 가구공장도 매출이 급감했다. 가구 가격도 떨어졌고, 판매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문씨는 경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가구 공장은 결국 부도처리됐다. 지금은 지인과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문씨, 현재 20평 남짓 되는 전셋집에서 네 명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문씨는 현재 소득이 없다. 지금은 지난해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딸의 수입으로 네 식구가 연명하고 있다. 문씨는 “일부 친척 이외에는 연락을 끊은 지 오래”라면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지만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며 하릴없이 담배연기만 내뿜고 있었다. 이민영 이영준기자 min@seoul.co.kr
  •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도약] 동아시아공동체 전제조건은

    역사는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80년 전인 1929년 10월 뉴욕 증권거래소의 주가폭락을 계기로 미국 거품경제가 붕괴돼 세계 경제는 크게 흔들렸다. 다시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세계 중심국가 복귀를 꾀하는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 세계를 양분했던 미국과 러시아의 힘과 이해관계가 한반도에서 교차한다. 100여년 전 사정도 비슷했다. 이 때문에 100년 전 구한말과 오늘날을 비교하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국난이 자칫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는 해법으로 동아시아공동체를 들고나왔다. 환란과 금융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동아시아 블록 형성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한·중·일 간에 합의된 역내 통화펀드를 초월하는 안보와 정치,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동아시아공동체 구성의 전제조건으로 과거사를 둘러싼 한·중·일 간 불신 해소가 꼽혔다. 중국과 일본은 공동체 구성을 놓고 서로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야지마 교수는 한국이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일제의 ‘대동아공영’을 통해 각인된 상처가 동아시아의 공동체 결성에 거부감을 주고 있다.”며 “일본이 이중적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한일합방 100주년을 맞아 일본의 동료 학자들과 실천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합병 100년을 묻는다’는 주제로 특집논문과 심포지엄을 마련하고, 대정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 정부의 근본적 태도변화를 통한 동아시아 3국의 협력이 목표”라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전북, 새만금 내측 어선 600척 새달부터 단계적 감축

    전북, 새만금 내측 어선 600척 새달부터 단계적 감축

    새만금 방조제 공사의 최대 걸림돌인 내측 어선 감척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이뤄진다. 전북도는 8일 농림수산식품부의 연안어선 감척 사업 재개로 264억원의 국비를 배정받아 600척의 어선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감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새만금 안에서 조업 중인 어선은 부안 568척, 군산 264척, 김제 160척 등 모두 992척에 이른다. 방조제 안 어선은 척당 평균 4000만원 안팎을 보상할 계획이다. 감척 자격 어선은 조업일수가 최근 1년간 60일 이상이고 최근 2년간 본인 명의여야 한다. 그러나 새만금 방조제 내측은 어족자원이 풍부해 어민들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고 무허가 어선도 많아 큰 반발이 예상된다. ●꽃게·전어 등 어획량 풍부 새만금 방조제 안은 황금어장으로 불린다. 신시·가력배수갑문을 통해 해수가 유통되면서 방조제 내측으로 새로운 어장이 형성됐다. 방조제 안에서 조업은 불법이지만 농어촌공사가 장기간 묵인해줘 어민들은 생활터전으로 여기고 있다. 이곳에서는 꽃게, 전어, 숭어, 바지락 등이 많이 잡혀 어민들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꽃게철에는 하루 1200㎏, 가을 전어철에는 4~5t의 어획량을 올리고 있다. 전어가 많이 잡혀 양식 전어값이 폭락할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다. 어선들은 척당 하루 50만~70만원으로 연간 1억 2000만~1억 40 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방조제 안쪽은 풍랑도 적고 수심도 낮아 연중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어 어민들은 ‘문전옥답’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방조제 안에서 조업을 금지하고, 어선을 감척하면 어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무허가 어선 처리 골머리 새만금 방조제 내측에서 조업 중인 어선 992척 가운데 허가어선은 592척이고 나머지 400척은 무허가 어선이다. 무허가 소형 어선은 건조비가 1000여만원밖에 안 되지만 연간 억대의 소득을 올릴 수 있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감척을 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무허가 어선들은 생계보장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도 관계자는 “무허가 어선에 대해서는 대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농어촌공사가 선체보상을 실시하거나 방조제 밖으로 몰아내는 행정대집행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을 전망이다. 허가어선 가운데 자발적인 감척 희망 어선도 380척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전북도는 무허가 어선이나 감척을 원하지 않는 어선의 원활한 조업을 위해 방조제 외측에 있는 가력항과 신시도항을 보수 및 보강할 계획이지만 어민들은 실력으로 맞설 기세다. 도 관계자는 “무허가 어선 등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어족 자원 고갈을 막고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위해서는 감척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황금어장 폐쇄… 어민 반발 클 듯

    황금어장 폐쇄… 어민 반발 클 듯

    새만금 방조제 공사의 최대 걸림돌인 내측 어선 감척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이뤄진다. 전북도는 8일 농림수산식품부의 연안어선 감척 사업 재개로 264억원의 국비를 배정받아 600척의 어선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감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새만금 안에서 조업 중인 어선은 부안 568척, 군산 264척, 김제 160척 등 모두 992척에 이른다. 방조제 안 어선은 척당 평균 4000만원 안팎을 보상할 계획이다. 감척 자격 어선은 조업일수가 최근 1년간 60일 이상이고 최근 2년간 본인 명의여야 한다. 그러나 새만금 방조제 내측은 어족자원이 풍부해 어민들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고 무허가 어선도 많아 큰 반발이 예상된다. ●꽃게·전어 등 어획량 풍부 새만금 방조제 안은 황금어장으로 불린다. 신시·가력배수갑문을 통해 해수가 유통되면서 방조제 내측으로 새로운 어장이 형성됐다. 방조제 안에서 조업은 불법이지만 농어촌공사가 장기간 묵인해줘 어민들은 생활터전으로 여기고 있다. 이곳에서는 꽃게, 전어, 숭어, 바지락 등이 많이 잡혀 어민들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꽃게철에는 하루 1200㎏, 가을 전어철에는 4~5t의 어획량을 올리고 있다. 전어가 많이 잡혀 양식 전어값이 폭락할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다. 어선들은 척당 하루 50만~70만원으로 연간 1억 2000만~1억 40 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방조제 안쪽은 풍랑도 적고 수심도 낮아 연중 안전하게 조업할 수 있어 어민들은 ‘문전옥답’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방조제 안에서 조업을 금지하고, 어선을 감척하면 어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무허가 어선 처리 골머리 새만금 방조제 내측에서 조업 중인 어선 992척 가운데 허가어선은 592척이고 나머지 400척은 무허가 어선이다. 무허가 소형 어선은 건조비가 1000여만원밖에 안 되지만 연간 억대의 소득을 올릴 수 있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감척을 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무허가 어선들은 생계보장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도 관계자는 “무허가 어선에 대해서는 대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농어촌공사가 선체보상을 실시하거나 방조제 밖으로 몰아내는 행정대집행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을 전망이다. 허가어선 가운데 자발적인 감척 희망 어선도 380척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전북도는 무허가 어선이나 감척을 원하지 않는 어선의 원활한 조업을 위해 방조제 외측에 있는 가력항과 신시도항을 보수 및 보강할 계획이지만 어민들은 실력으로 맞설 기세다. 도 관계자는 “무허가 어선 등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어족 자원 고갈을 막고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위해서는 감척을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풋백옵션 이러지도 저러지도…

    풋백옵션(Put Back Option)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풋백옵션은 인수·합병(M&A) 등에서 투자자들에게 주가가 약속한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 주식을 되사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금호그룹이 풋백옵션을 감당하지 못해 대우건설을 내놓게 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5일 “풋백옵션이 지나칠 경우 금융사의 건전성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풋백옵션 문제가 거론되자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업을 인수하는 회사가 투자자에게 지나친 풋백옵션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답하면서 공론화됐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올해 하반기 진행될 구조조정에 필수적인 인수·합병에 장애가 될 우려 때문에 쉽사리 손을 못대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 논리에 따른 구조조정을 내세워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풋백옵션에 대한 제한은 시장자금을 끌어들이는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호그룹의 경우 지난해 주가가 폭락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면서 “그 이전에 풋백옵션 계약으로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경우도 많았고 덩치가 큰 인수·합병의 경우 사실상 풋백옵션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번 일이 제대로 안 풀렸다고 제도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수·합병에 참가한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 보고는 있지만 개입 수준이 지나칠 경우 시장 자율 원칙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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