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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독재자의 만찬

    [WHO&WHAT] 독재자의 만찬

     ‘민주’(民主)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늘날, ‘독재’(獨裁)란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유쾌하지 않은 단어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멋대로 좌우하고 과장된 논리나 종교와 다를 바 없는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독재에 대한 거부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인에게도 ‘독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군사정권에 맞서 밑으로부터의 민주화를 일궈냈다는 자부심,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최장수 독재체제(북한)와 마주하고 있는 현실 등 우리는 독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몰아닥친 ‘재스민 혁명’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수십년간 그래온 것처럼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이 ‘찻잔 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빗나갔다.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자들과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싸움은 점점 격해지고 있고, 이젠 국제사회의 개입도 본격화됐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 주인공은 역사 속 인물들이다. 이름 자체가 공포가 되고, 금기어가 됐던 이들. 현대 정치사를 피로 물들이며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악몽’ 그 자체였던 네 명의 독재자들을 만찬장에 초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재스민 혁명과 ‘독재’ 그리고 ‘민주화’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독재돼지 나폴레옹(소설 ‘동물농장’의 주인공)  식당으로 들어서는 네 사람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살아생전 서로 배신의 총부리를 겨눴던 사이도 있었고, 서로 ‘사상적 동지’로 돈독한 관계를 자랑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 사이에 가로놓인 반세기의 시간도 서먹한 분위기를 가시게 하지는 못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사전에서 바로 튀어 나온 듯한 이들은 같은 자리에 마주앉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뜩치 않아 보였다.  콧수염을 기른 사람이 셋, 군복을 입은 사람이 셋이었다. 앞에 이름표를 놓을 필요조차 없이 얼굴만으로도 누구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마오쩌뚱, 사담 후세인. 인류 또는 자기의 민족을 위해 떨쳐 일어났다는 대의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국엔 자기자신의 안위와 비뚤어진 욕망으로 가득찬 이미지만 역사에 남긴 공통점을 가진 이들. 한 사람만 있어도 공포를 느끼게 할 만한 20세기 정치가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만찬 자리는 현재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상당히 늦은 감이 있었다. 시대적 차이는 있지만, 각자의 전성기 시절 국내외 정치에 대해서라면 남부럽지 않을 역량을 과시했던 이들에게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강타하고 있는 ‘쟈스민 혁명’에 대해 묻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한테 물어야 한단 말인가. 더구나 만찬의 주제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독재’인데 말이다.  네 사람의 만남에 적합한 사회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민주화 전문가나 학자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이들을 통제하기엔 늘 역부족이기 마련. 결국 메이너 농장의 절대권력자 나폴레옹(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독재자 돼지)에게 어려운 역할을 부탁했다. 1945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농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나폴레옹의 능력이라면 참석자들도 특별한 불만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오웰이 묘사한 것처럼 나폴레옹은 ‘사람이 돼지인지, 돼지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능수능란하게 만찬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얘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늘의 메뉴●  애피타이저 - 당신은 떳떳한가  메인 디시1 -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버렸을까  메인 디시2 - 당신은 부패했나  디저트 - 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애피타이저> 당신은 떳떳한가.   →나폴레옹 인간 세상 최고의 독재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 나야 동물 100여마리 거느리는 수준이지만, 당신들은 수백만명에서 수억명에 이르는 사람의 목숨을 한 손에 좌우했던 사람들이지 않은가. 실제로 죽이기도 많이 죽였고…. 당신들보다 훨씬 잔혹하거나 무자비한 사람도 없진 않지만, 20세기 이후 독재자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선정됐다는 점을 밝혀둔다. 우선 당신들이 지금 이 테이블에서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부터 묻고 싶다.   히틀러 정당성을 묻는거냐.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원해서 적합한 위치를 맡았을 뿐이다. 내가 총통이 됐을 때 4500만명이 투표에 참가했고 그중 3800만명이 찬성했다.(히틀러는 1934년 대통령 파울 폰 힌덴부르크가 죽은 직후 1시간 만에 대통령직과 총리직을 통합하고 최고사령관 직까지 합쳐 그 자리에 오른 다음 투표를 실시했다.) 국민들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에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내가 그 위치에 올랐다는 증거다. 정당성의 측면에서 과거의 왕들과는 평가부터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 중에서도 네로나 헤롯 같은 사람이 있었고, 나름 성군(聖君)으로 존경받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들은 왕으로 태어나 왕으로 살면서 그 권력을 조금 더 쓰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스탈린 난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했고 성공시킨 레닌이 직접 지목한 정당한 후계자다.(실제로는 레닌이 그의 위험성을 경고한 편지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스탈린이 의도적으로 막았다. 뿐만아니라 스탈린은 레닌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여러 장의 사진과 역사기록을 조작했다.) 그루지아 출신이라는, 심지어 러시아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범 러시아 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데 대해 지금까지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독재고 뭐고 간에 아예 정권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총과 칼로만 쿠데타를 일으켜서 최소 몇 년 이상 유지한 사례가 얼마나 될지 지난 100년 간을 꼽아봐라. 처음엔 그렇게 잡더라도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되는 게 정치다.   →나폴레옹 그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역사에 악인으로 이름을 남긴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다. 듣다보니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요새 연설을 통해 계속 반복하고 있는 논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 얘기는 나중에 이어가기로 하고, 최근 전 세계 최고 관심사인 ‘쟈스민 혁명’에 대해 들어봤나.   마오 내용이야 어떻든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기분이다. 지난해 12월 한 청년이 분신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 불과 석달 만에 이렇게까지 커지다니. 벌써 두 나라(튀니지·이집트)의 정권이 뒤집혔고 리비아, 시리아, 바레인도 내전이 한창이지 않은가. 난 ‘공산당’을 알리고 ‘혁명 동지’를 모으기 위해 10만여명을 이끌고 1934년 370일 동안 1만 5000㎞를 걸어야했다.(마오는 12개의 지방을 지나고 18개 산맥과 24개 강을 건넜다. 마오의 짐은 두 장의 담요와 홑이불, 외투 한 벌, 책 몇 권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고도 15년 이상 지나서야 중국을 세울 수 있었다. 고작 석달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같은 세상이라면 보다 완벽한 혁명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히틀러 거기엔 100% 동감한다. 요즘처럼 다양한 수단이 있었으면 내가 연설을 일부러 석양무렵에 하면서 다양한 무대장치를 동원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이런 아이디어는 히틀러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능력이라는 얘기가 정설이다.) 아! 물론 난 연설 대신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겠지만 말이다.   후세인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딱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 입장에서 쟈스민인지 뭔지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다. 아랍에는 ‘하마’라는 게 있다. 1980년대 초반에 시리아의 하마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란이 일어났는데, 정부는 마을 전체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다시피 했다.(2만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 정부는 그 숫자를 본보기 삼아 일부러 널리 공포했다.) 그 이후 ‘하마’는 절대권력에 대항하는 반항에 대한 응징을 뜻했다. 아랍권에서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던 반 체제 인사들은 힘을 잃었고, 일반인들은 조용해졌다. 그게 지금까지 아랍권을 지탱해온 버팀목이었다. 왕정이든 사회주의 체제든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물론 무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영TV와 신문을 장악하고,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세뇌시켰다. 나름 치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나폴레옹 후세인 당신과 카다피가 유난히 비슷한 점이 많다고 들었는데.   후세인 카다피와 나는 소위 말하는 ‘역경의 자식들’이다. 전통적인 아랍사회가 혈통과 명문을 높이 떠받드는 점이 가장 큰 타도의 목표가 됐다는 점에서 일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아랍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이 중요시되지만 혹시 내 아버지나 카다피의 아버지 이름을 아는가? 뭐 사실 이 만찬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기존 사회의 합의나 계급은 무시하고, 아랍의 전통적인 가치들이 권력에 장애가 된다면 과감히 지워버렸다.  <메인디시1> 당신의 국민은 왜 당신을 외면했나.   →나폴레옹 슬슬 본격적인 식사로 들어가보자. 여러분은 다들 수십년에 걸쳐 자기 나라는 물론 주변국가, 나아가 전 세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스탈린이 말한 것처럼 독재는 총칼 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많은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지도자의 위치에 오르는 게 선행돼서 가능했다. 그런데 끝까지 초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인지 통치스타일이 변하면서 서서히 독재자가 돼 가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말은 자꾸 바뀌고, 점점 잔혹해지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안듣게 되었는데.   스탈린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내 목표는 무조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든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내 뜻에 복종해야 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틈만 나면 배신하려 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심지어 공장 노동자들도 내 목표량에 미달했다. 충분히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5개년 경제계획을 세워 모든 농민들이 국가 소유의 조합에 가입하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 농민들은 재산을 내주는 대신 땅을 불태우고 가축을 죽였다.) 결국 나는 그들을 피로 다스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까운 사람들조차 나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처럼 생각됐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기쁨은 적을 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철저하게 복수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히틀러 난 독일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대부분 다 지켰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정책에는 본인의 증오 이외에 ‘독일 국민들에게 잘 통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고, 실제로 주효했다.) 솔직히 내가 세운 모든 계획 중에 딱 하나 틀린 게 있었는데, 바로 전쟁에 졌다는 것이다. 난 거창하게 세계정복 같은 공약을 내세우지 않고, 우리가 받을 수 있을 걸 받자고 얘기했을 뿐이다. (히틀러의 전쟁은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라기보다는 영국과 프랑스 양강으로 구분돼 있던 유럽 내에서 독일의 정당한 위치를 인정해 달라는 권리찾기에 가까웠다.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히틀러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 독일 사람들은 1933년부터 2차대전이 본격화되기 이전, 내가 제3제국을 이끌던 시기를 역사상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지지만 않았다면 난 절대로 여기 다른 ‘실패한 독재자’들과 함께 앉아있지 않을거다.   마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공통된 적이 필요했다. 사회를 뒤집어 엎으려면 당연히 원동력이 필요하고, 그 힘은 밑에서부터 나온다. 히틀러는 그것을 외부(유대인)에서 찾았고, 나와 스탈린은 노동자·농민을 앞세워 인민의 적을 만들어내는 수법을 썼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공공의 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당연히 사회적 결집력과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겠나. 난 1950년대 중반에 무조건 억누르기만 했던 스탈린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했다. 지식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금방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마오는 헝가리에서 검열 완화 이후 폭동이 일어난 것을 보고 ‘모든 의견’을 허용하는 대신 ‘공산당의 입지를 굳히는 의견’만을 허용했다.) 고작 6주간 ‘백화제방·백가쟁명’(쌍백) 정책을 펼쳤는데 불온성을 이유로 잡아들인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다.   →나폴레옹 뭐 결국엔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주장했고, 국민들이 그에 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압적인 독재자들로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인 것들 같은데. 국민들이 언제 돌아서는 것을 느꼈나.   스탈린 독재에 대한 대중의 영합은 독재권력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 힘들어지면 힘을 잃기 시작한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일반 국민들에게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가장 중요했던 적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권이 제시하는 조건이나 삶의 질에 만족하면 그 권력을 지지하지만 그게 안 되면 외면하는 게 국민들의 속성이다. 내 영향력이 다소간 줄어든 것도 ‘산업화’라는 당면과제가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영향력이 떨어지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총과 칼이나 숙청, 강제노동 등을 동원하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스탈린은 꾸준한 생산력 증대를 원했고, 만족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무력을 사용했다.) 이런 것이 독재자와 왕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독재자에게 불리한 점이다. 독재자는 국민들이 실망하면 이를 되돌리기가 군주보다 훨씬 힘들다. 엘리자베스1세 말기에 영국 국민의 생활수준은 역사상 최저였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은 기억하지 않는다.   히틀러 이번 아랍혁명이 ‘빵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들었다. 식량값 폭등 같은 단편적인 시각에서 볼 수는 없는 문제다. 원래 독재자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조금이라고 가까이 가고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오늘’은 별 의미가 없다. 독재자가 “5년 후에 우리가 이 정도 수준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면 반드시 거기에 가 있어야 한다. (히틀러가 뚜렷하게 정책에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표방하는 제3제국이 명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위기가 찾아오는 거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독재정권들이 망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금씩 나아지는 건 왕정 아래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정권을 잡으려는 독재자들은 국민들에게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다.”고 소리친다. 결국 삶에 찌들어 있는 대중의 지지를 받아 순식간에 정권을 장악할 수 있지만, 결코 그들이 약속한 삶은 만들어낼 수 없다.   후세인 아랍권의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구조적으로 ‘복지독재’라는 희한한 형태가 있어 국민들이 모두 돌아서는 시기를 간단히 전망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왕권독재 국가에서는 독재의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은데, 국민들의 삶은 다른 나라보다 풍요롭다. 일자리도 주고 의식주 걱정도 없다. 대학도 보내준다. (아랍의 왕조 체제에서는 가진 자의 수가 극히 제한돼 있고, 이들은 인자한 독재자의 모습을 띤다. 이들은 국부를 독점하는 만큼 그것을 나눠주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그럼 이 상황을 뒤집어서 민주화가 되고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 가진 자의 수가 늘어나면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민주화라는 것은 결국 허상이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난 가진 자의 입장에 설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만 한다. 결국 ‘기회’라는 게 어느 순간 현재 생활에 대한 불만을 뛰어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메인디시2>당신은 부패했나.   →나폴레옹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영국의 역사학자 로드 액튼 경이 말했다. 독재와 관련된 경구 중 가장 유명한 말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독재자는 부패하기 때문에 망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부패가 독재의 종착점인가.   히틀러 진정한 목표가 있는 독재자는 부패할 시간이 없다. 난 채식주의자에 담배조차 피우지 않는다. 가끔 맥주를 마시기는 하지만, 내 뒤를 아무리 캐봐라. 내가 부정적인 일에 연루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할 거다. 심지어 난 평생 두 여자(의붓여동생의 딸인 겔리 라우발, 최후를 같이 했던 에바 브라운)만을 사랑했고, 한명이 죽은 후에야 다른 사람을 만났다. 만약에 지금 세상처럼 청문회가 있다면 난 무조건 100% 무사 통과다. 오로지 위대한 제3제국을 세우겠다는 목표 이외에 개인적인 욕심 따위는 없었다. 제3제국이 부패해서 망했다고 말할 수 있나. 난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스탈린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사람들이 나를 ‘금욕주의자’라고 부를 정도로 난 개인적으로 즐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딸 스베틀라나가 나중에 쓴 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내 가족들조차도 화려한 옷이나 식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스탈린은 부인을 잃은 후 스베틀라나를 사실상 ‘어린 퍼스트레이디’로 대접했고, 자식 중 유일하게 애정을 쏟았다.) 오로지 대업을 완수하는 것만이 내가 평생을 생각했던 유일한 관심사였다. (얄타 회담에서 스탈린을 만난 윈스턴 처칠의 부관들은 스탈린에 대해 “지금까지 만나본 중 가장 철두철미하고 명석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나폴레옹 최근 아랍권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이나 아들, 측근들이 부패한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후세인 당신도 자식 간수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후세인 독재자는 외로운 존재다. 누군가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았으면, 언젠가 자신도 똑같은 일을 당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 결국에 믿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 그런데 가족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각자 욕심을 부리게 마련이고, 절대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용서 받는다. (후세인의 큰아들 우다이는 공식 행사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이거나 싸움을 벌이는 등 난폭했다. 정신박약아라는 설도 있다.)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 카다피 모두 가족이 문제였고 자식한테 권좌를 물려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결국 ‘부패’의 진정한 원인은 독재자의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독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1인 중심적인 체제에서 찾아야 한다.   마오 아무리 독재라도 권력은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도 갖추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적으로 대놓고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게 부패한 거다. 난 솔직히 주지육림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기구를 갖고 있었고 그걸 이용해서 모든 것을 움직였다. (그의 문화혁명을 앞장서서 주도했던 홍위병은 결국 스스로 부패하고 갈라져 사라져갔다.) 간단히 말해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목표를 갖고 조직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지 개인이 가진 것을 오로지 지키려는 목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그건 독재자 중에서도 가장 저질이라고 생각한다. 카다피나 북한의 김일성, 저기 앉아있는 후세인이 대표적인 인간들이다.  <디저트>당신의 사랑은 진짜였나   →나폴레옹 곧 무너질 것 같았던 카다피가 계속 버티고 있다. 심지어 쟈스민 혁명이 곧 사그라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쟈스민 혁명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히틀러 국민을 장악하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연설을 통해 국민을 사로잡았다면 카다피한테는 TV로 보여지는 강력한 모습과 반미 감정몰이가 결정적인 힘을 줬다. 그런데 최근 유행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걸 뛰어넘을 수 있다. 결국엔 모든 것이 정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왜 저렇게 폐쇄정책을 고집하겠나. 밖에서 국민들이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 바깥세상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면 지금까지 주장해 온 모든 것들이 허사가 된다. 결국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럴듯한 꼬임이나 세뇌만으로 할 수 있던 독재의 시대가 끝났다. 결국 총과 칼을 통한 억압만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이번에 혁명이 실패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나중에 또다시 내란이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번 떨쳐 일어났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가는 법이다.   마오 그래도 중국은 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리비아가 여러 개의 부족이라서 마지막 한 고비를 넘을 원동력이 부족한 것처럼 중국 역시 민족이 다양하고 워낙 지역도 넓기 때문에 하나로 모으는 추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은 아직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들이 뭔가를 추가적으로 기대할 여지가 남았다는 얘기다. 특히 연안지역만 개방해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조금씩 열어가면서 개방과 통제라는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북한 같은 경우에는 특정지역만 열고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에 경제적 몰락을 극복하기 위해 체제붕괴를 피하기 힘들다.   후세인 내가 보기엔 미국이 얼마나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군사적, 외교적으로 영향력이 절대적이니 말이다. 여기 있는 네 사람 모두 미국과는 좋은 감정이 아니겠지만, 내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솔직히 대량 살상무기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달아서 억지로 쫓아낸 것 아니냐. 이번에도 이집트에는 개입 안하고, 리비아에만 개입하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이라니…. 결국 다른 나라의 민주화를 자기 입맛대로 골라서 이용하겠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 민주화니 어쩌니 떠들지만 실제로 국제사회를 독재하고 있는 건 미국이다.   →나폴레옹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다. 철저하게 자기자신의 논리로 무장한 당신들에게 물어보나 마나겠지만, 당신들은 정말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스탈린 1994년 김일성이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리던 평양 시민들을 기억하나. 그 원조가 바로 나다. 내 시신을 보겠다고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수백명이 깔려 죽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방부처리된 시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조문객의 일부가 바리케이드에 부딪히거나 밟혀서 목숨을 잃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마오 내가 죽은 후 숱한 변화 속에서도 난 중국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다. 톈안먼 광장에 걸려있는 내 초상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마오가 죽은 1976년 그의 문화혁명으로 쌓인 불만이 폭발한 톈안먼 사건이 일어났다. 1981년 그의 후계자 덩샤오핑은 마오의 문화혁명을 ‘내란’으로 규정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김한지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책임연구원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장대익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 日생태 대체수입국 없는데… 방사능 검사기계 단 3대뿐

    日생태 대체수입국 없는데… 방사능 검사기계 단 3대뿐

    생태(냉장 명태)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된다. 일식집, 수산직판장, 소매점 등에서 지난해 소비된 1만 5000t 모두 일본산이었다. 21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생태의 경락가격(12㎏ 한 상자)은 2만 5000원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3만원에서 14일 6만 7500원까지 치솟았다가 방사능 사태로 생태값이 급락한 것이다. ●생태 12㎏ 경락가 2만5000원 일본의 우유, 시금치, 차, 쑥갓 등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됨에 따라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주(14~18일) 일본 수산물 전체 수입 규모도 1189t으로 전주(7~11일)의 1519t보다 21.7%(330t) 줄었다. 단기적으로는 수산물 수요 감소로 가격 하락의 원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축소로 가격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날 “일본 수돗물에서까지 방사성물질이 나왔다고 하니 누가 일본산 수산물을 사 먹겠느냐.”면서 “특히 생태의 경우 일본 말고는 수입할 곳도 없어 품귀 현상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방사능이 유출된 일본 4개 현에서 수입되는 어종은 꼬막, 멍게, 굴, 오징어, 미역, 대구, 김, 연어, 가리비 등 8개이고 그외 지역에서 들어오는 것은 생태와 냉동명태(동태), 냉동고등어, 냉동꽁치, 활우렁쉥이, 활참돔, 냉장갈치, 냉장고등어, 활왕게 등 10가지 종류다.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은 8만 4000t이다. 정부는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을 통해 전국 13개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일본 수산물 18종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방사능이 검출된 4개현의 수산물은 전수검사를, 나머지 지역의 수산물은 품목별로 1주일마다 처음 들어오는 물량에 대해 검사를 한다.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일본산 수산물을 전수검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방사능 정밀검사를 하는 감마선 분광기는 부산항 2대, 인천항 1대 등 모두 3대에 불과하다. 13개 수산물 수입항구 중 11개가 샘플을 채취해 2개 항구로 보내 검사를 처리하고 있다. 감마선은 많은 양에 노출되면 암에 걸리거나 기형아를 출산하게 되고, 투과력이 뛰어나 종이나 얇은 알루미늄처럼 얇은 금속은 바로 통과해 버린다. 감마선 감광기는 수산물에 이런 감마선이 있는지를 검출해 내는 기계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지난 14일 이후 17건을 검사했으나 방사능 검출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감마선 분광기 등의 장비 확보가 시급하다. ●국내 유통업체 오늘부터 판매 중단 한편 소비자들의 이 같은 불안감을 감안해 국내 주요 유통업계들은 22일부터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일본산 유기농 과자, 낫토 등 가공식품은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계속 판매하기로 했다. 박상숙·이경주기자 alex@seoul.co.kr
  • ‘복구용’ 목재·철강 수요↑… 글로벌 인플레 우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정부가 대규모 복구 자금을 투입하고 복구에 목재, 철강 등 원재료가 대거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물가는 이미 국제 원자재값 폭등으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원유 수요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으나 리비아사태 등 중동 정정 불안은 여전한 복병이다. 일본은행(BOJ)은 전날 15조엔에 이어 15일 추가로 8조엔의 긴급 유동성을 투입했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중국에 이어 미국 국채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국가다. 일본이 재원 마련을 위해 미 국채를 팔거나 사들이는 것을 중단한다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미 국채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채권값 하락은 금리 상승을 의미한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금리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상승으로 물가는 오르지만 세계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락세로 돌아선 유가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거래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33달러(2.15%) 내려간 105.97달러를 기록했다. 이틀 연속 하락이다. 이날 미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천연가스 4~6월 인도분 가격이 이번주 들어 모두 오름세로 돌아섰다. 복구 수요 예상으로 중국산 열연강판(핫코일) 가격도 지난 10일 t당 4654위안에서 14일 4627위안으로 떨어지다 15일 4661위안을 기록하면서 오름세로 바뀌었다. 일본의 식량 수입 증가도 예상된다. 지진 피해지역에 곡창지대가 일부 포함돼 있고, 복구에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본 지진 여파로 이미 높은 식품가격에 시달리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경제적 타격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재값 상승은 우리 수입 물가에 직격탄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수입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9%가 올라 2009년 2월(18.0%) 이후 가장 높았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광산품과 옥수수, 천연고무 등 농림수산품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강남 3구 아파트 거래 량 두달연속 감소

    지난달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거래량이 1월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했다. 전국 거래량은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급감했던 1월의 기저효과와 지방 주택시장 활기로 소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국토해양부는 15일 지난달 실거래가가 신고된 아파트는 5만 2095건으로, 1월 4만 5345가구보다 14.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의 5만 3000여건과 비슷한 수치지만, 12월의 6만 3000여건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826건, 수도권 1만 9116건으로 전월 대비 각각 14.3%, 19.2% 증가했다. 지방도 3만 2979건으로 전월 대비 12.5% 늘었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통상 1월의 거래량이 연중 가장 적기 때문에 최근 주택거래량이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2월 거래량은 다소 늘었다.”며 “최근 4년간 전국의 2월 평균 거래량인 3만 6647가구에 비해선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반면 강남 3구의 거래량은 1075건으로 1월의 1217건 대비 11.7% 감소했다. 이는 최근 방학 이사철이 마무리되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매수세가 위축된 탓으로 보인다. 강남 3구는 지난해 12월에 거래량 1799가구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해 말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취득·등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두달 연속 감소세다. 한편 지난달 거래된 서울 주요 아파트 가격 동향은 혼조세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7㎡ 3층의 경우 1월 9억 4000만원에서 2월에는 5000만원 폭등한 9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같은 아파트 14층은 1월 9억 4500만원에서 2월에는 9억 2500만원으로 2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석유관련 세금 한해 28조 육박

    석유관련 세금 한해 28조 육박

    정부가 한해 동안 거둬들이는 석유 관련 세금이 3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예상치 20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는다. 유류세 인하에 정부가 소극적인 까닭으로 풀이된다. 14일 국세청·관세청 등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에 수입된 원유는 모두 8억 4188만 배럴, 64조 5639억원어치였다. 우선 수입된 원유에 관세 3%가 붙는다. 2009년 한해 원유에 부과된 관세는 1조 4472억원이다. 원유 수입액과 관세를 합친 금액에 다시 부가가치세 10%가 붙는다. 부가세는 6조 6011억원이었다. 원유를 가공해 휘발유나 경유로 팔게 되면 추가로 여러가지 세금이 붙는다. 대표적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들 수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 기본세율은 ℓ당 휘발유가 475원, 경유 340원이며, 기본세율의 ±30% 내에서 탄력세율이 붙는다. 현재 탄력세율은 휘발유 11.4%, 경유 10.3%다. 2009년 한해 동안 거둬들인 교통에너지 환경세는 휘발유 5조 3845억원, 경유 6조 9458억원 등 모두 12조 3860억원이었다. 여기에 교육세와 주행세가 추가된다. 교육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 주행세는 26%다. 2009년에 거둬들인 교육세와 주행세는 각각 1조 7979억원, 3조 4537억원이었다. 시중에 휘발유와 경유가 판매될 때는 부가가치세 10%가 다시 붙는데, 2009년 이 부가세는 1조 9600억원이었다. 석유 관련 세금을 모두 합치면 모두 27조 6459억원에 이른다. 2009년 세수가 209조 7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13.2%가 석유 관련 세금인 셈이다. 정부는 석유 관련 세금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유류세나 관세를 인하하면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어 고민이다. 실제 정부는 국제 유가가 폭등한 2008년, 유류세 인하 요구가 거세지자 3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10%를 인하한 적이 있다. 당시 3월 두바이유가 배럴당 95달러일 때 단행됐으나 두바이유는 7월 147달러까지 더 가파르게 올랐다. 즉,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없이 세수만 1조 4000억원 감소한 기억이 있다. 유류세 인하는 유가가 오르는 시점이 아니라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돌아설 때 내려져야 효과가 크다. 이에 따라 중동 정세가 계속 불안한 시점에서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시기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을 과감한 유류세 인하로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은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씨줄날줄] 강남 좌파/이춘규 논설위원

    미국에서 리무진을 타고 다니는 화려한 생활을 하며 약자를 위하는 척한다는 비아냥을 듣는 민주당 정치인 등을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s)이라고 부른다. 1969년 뉴욕시장 선거 때 한 민주당 공천희망자가 경쟁자와 그를 지지하는 맨해튼 부자들을 비난하며 처음 사용했다. 호숫가에서 백포도주를 홀짝거리며 삶을 즐긴다고 해 ‘레이크프런트 리버럴’(Lakefront Liberal)이라고도 칭한다. 부자 좌파라고 조롱받기도 한다. 영국 런던 북부의 부촌 햄스테드는 학력수준이 높으면서 진보적인 지식인,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 이 지역 부자들이 진보적인 노동당에 표를 많이 주자 보수주의자들은 ‘햄스테드 리버럴’(Hampstead Liberal)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영국에서는 “우리가 훈훈한 응접실에서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사회주의에 관해 지껄일 때, 야외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가는 건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글에서 유래한 ‘샴페인 사회주의자’도 사용된다. 프랑스에서는 고급요리 철갑상어알을 먹으며 사회주의를 논한다는 의미로 부자 좌파들을 ‘고슈 카비아’(캐비어 좌파)라고 부른다. 이 밖에 서구에서는 구치 사회주의자, 살롱 좌파 등 부유한 진보주의자들을 비아냥거리는 표현이 많다. 진보적인 부자들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언행을 꼬집는 부정적 의미를 담는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가 대립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따금 양식 있고 책임 있는 부자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명품족들이 모여드는 청담동 좌파가 수년 전 유행했다. 집값이 폭등한 강남에 살며 부동산 투기 등 나쁜 짓을 일삼으면서 좌파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신조어였다. 우파가 만든 단어다. 반면 청담동 좌파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좌파 부자들도 있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부자들이 자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보수주의자들은 고상한 인상을 주는 ‘진보’라는 용어가 붙는 데 거부감을 나타낸다. 최근 유럽식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강남 좌파가 조명받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선두다. 조 교수는 저서 진보집권플랜을 들고 지방에서 북 콘서트를 열며 강남 좌파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비판·옹호의 논란도 뜨거워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좌파가 분화하는 신호탄이 될까. 부정적인 청담동 좌파와 구분되는 강남 좌파. 이들이 이념 갈등과 충돌을 막아줄 사상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 줄까.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도봉구 도시 속 텃밭 분양

    도봉구가 ‘도시농부’를 위해 친환경 텃밭을 분양한다. 구는 10일 구민들이 농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덕성여대 뒤편의 쌍문동 442-1 토지 7176㎡를 250계좌로 나눠 텃밭을 조성하고, 다음 달 17일 개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심 속 유휴지를 활용한 친환경 도시텃밭으로, 1계좌당 9.75㎡(약 3평)를 6만원에 분양할 계획이다. 집안의 어르신들에게는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어린이들에게는 농사 체험을 통한 정서함양을, 주부들에게는 건강한 여가생활과 웰빙 밥상 제공이라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채소류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가정에서 친환경 채소들을 직접 길러 먹으면 엥겔계수를 낮출 수도 있다. 구는 장애인 가정이나 65세 이상의 실버 가구, 3자녀 이상의 다둥이 가구, 다문화가정에 우선 분양권을 줄 예정이다. 신청 기간은 21~30일로, 우선분양분을 제외하고 선착순 분양한다. 현재 구에서는 친환경 도시농업의 활성화를 위해 ‘도봉구 친환경 도시농업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앞으로 주택 옥상 및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채소류를 재배할 수 있도록 상자텃밭과 모종을 주민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도시농업팀 2289-1700, 1576.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65세 노인기준 바꿔야 할 때… 임금 낮춰 정년연장을”

    “65세 노인기준 바꿔야 할 때… 임금 낮춰 정년연장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오는 11일로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서울신문은 8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KDI에서 현오석 원장과 단독으로 만나 경제현안의 해법과 KDI의 향후 연구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현 원장은 그간 젊은 KDI가 경제정책을 연구했다면 원숙해진 KDI의 연구는 복지, 노동, 교육, 정치, 문화 등의 분야를 넘나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택적·보편적 복지의 논쟁 전에 1920년대에 정해진 노인의 기준인 65세가 현 시대에도 적용가능한지 학계 등이 본질적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가 급등은 유가와 곡물가 등에 따른 것이므로 감내하는 것 외에 방법은 없다고 현실적 대답을 내놓았다. [복지] →우선 KDI의 40주년을 축하드린다. KDI가 이제는 경제정책 중심 연구에서 벗어나 복지, 노동, 교육 등의 정책 결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동의한다. 정책이 과거와 달리 한 분야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복지, 노동뿐 아니라 정치, 문화 등도 연구 영역이 돼야 한다. 사실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역사는 우리나라 경제정책 변화와 맥을 같이해 왔다. 이제는 G20 회의를 개최하는 등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의 룰 세터(rule setter)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시각의 연구가 필요하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연구를 하는 기관이 될 것이다. →연구 영역이 넓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 선택적·보편적 복지 논쟁 중 어느 쪽이 맞나.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논하기 전에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노인의 나이 65세는 그렇게 생존하는 것이 희귀했던 시대에 만들어진 기준이다. 지금은 1200만원을 들이면 인공관절로 활동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전문가들은 곧 인공관절 200만원 시대가 온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노인의 기준을 재정립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학계를 중심으로 신체 활동이 힘들고 정신적으로 시대를 못 따라가는 이들을 노인이라고 볼 때 65세 기준은 분명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기해야 한다. →반론도 많을 텐데. -물론이다. 지하철 무임 승차 기준만 변경하려 해도 논란이 일 것이다. 그만큼 많은 논의와 이견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생애기준이 달라진 점은 확실하다. 과거에는 20년 공부하고 30년 일하면 정부가 노후 10년을 책임졌다. 이제는 25년 공부하고 40년 일한 뒤 학교로 돌아와서 인생 제2막을 책임질 기술 등을 공부한 뒤 10년을 더 일해야만 정부가 나머지 노후 10년을 도와주는 형태로 가고 있다. 재정의 어려움은 모든 국가의 숙제다. 결국 복지는 빈곤층, 배우자 없는 노령층 등 가장 필요한 계층에 한정적 재정을 먼저 투입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무료 복지보다 노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 논의는 청년실업 문제가 걸린다. 따라서 고령자 임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이런 주제는 학계 등에서 자꾸 제기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제기하기 쉽지 않으니 말이다. [물가] →우리나라의 경제 현안 중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역시 물가다. 성장은 정부 의지로 다소 조율할 수 있지만 물가는 아니다. 한번 오르면 짜버린 치약과 같이 돌아오지 않는다. 유가나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 임금이 따라 오르거나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로 이어지면서 물가가 또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올 수 있다. →정부가 ‘3% 물가·5% 성장’의 정책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은데.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2%, 물가는 3.2%로 예상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 경제성장률과 물가 모두 조금씩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경제성장률 부분에서 미국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나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2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예상했는데 이달에 3%로 올렸다.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가계저축률이 5%로 올라섰다. 소비 쪽으로 수요가 풀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달러도 약세여서 수출에 도움을 주는 것도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성장률도 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물가가 3%대에서 유지되느냐가 관건일 텐데. -그렇다. 2008년 유가 폭등과 비교해 물가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좀 다른 측면이 있다. 우선 북아프리카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하고 있다. 또 중국 등이 경제성장을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원유에 대한 수요도 주춤할 수 있다. 결국 유가의 하반기 추이에 따라 3%대 물가 유지가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금리]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수준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보는지. 일부 학자들은 1978년 2차 오일쇼크 때 금리정책으로 물가를 잡았던 역사적 교훈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이번 사태는 상황이 다르다. 오일쇼크 때는 중동 국가들이 원유 생산량을 줄여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발달된 현재는 현물 선호 현상과 가격 상승 기대 심리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것이다. 우리나라 금리가 낮은 수준인 것은 맞다. 그럼에도 정책과 연결해 생각하면 금리 인상 시기를 잡는 것이 어렵다. 지난 3년간은 경기 진작이라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경기회복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도 잡아야 한다. 구조조정도 하고 재정 부족도 감안해야 하고 복지 지출도 고민해야 한다. 물가 생각하면 금리를 올리면 되지만 유가가 오르면서 경제에 찬물을 끼얹으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 →중국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향후 5년간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정책 목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 중국은 우리의 제1수출국이고, 수출품 중 80%가 부품과 소재다. 우리나라 수출품의 절반은 중국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반은 완성품이 돼서 세계로 수출된다. 중국이 수출하는 완제품 중 절반을 우리나라가 되사온다. 향후 우리나라의 중요 기술을 중국이 계속 가져갈 것이고 우리는 중국을 질적 성장에서 앞서가야 한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약력 ▲1950년 충북 청주 출생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 펜실베이니아대학원 경제학 박사 ▲재정경제부 예산심의관·경제정책국장·국고국장, 세무대학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원장,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 [서울광장] 물가 좀 잡히겠습니까/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물가 좀 잡히겠습니까/오병남 논설실장

    참 딱한 노릇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물가와의 전쟁에 나섰지만 치솟는 물가는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5%나 뛰었다. 27개월 만에 최고다. 1월 4.1%에 이어 2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이다. 식료품 등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2%나 급등했다. 기름값은 12.8%, 농축산물 등 신선식품 지수는 25.2%나 올랐다. 1월 식품물가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11.6%)다. 가히 살인적이라 할 만한 물가고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몰아친 ‘피플파워’ 여파로 ‘3차 오일쇼크’까지 우려되는 상황인 데다 국제 곡물·원자재 값의 폭등세도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택한 초저금리·고환율, 사상 최악의 구제역과 이상한파 후폭풍 등 대내적인 악재도 여전하다. 물가 앙등이 장기화·구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달과 지난주 잇따라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시적인 접근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만 자극할 수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특히 가격통제와 고통분담 등 1970~80년대식 낡은 정책수단에 힘을 실은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사실 이같은 물가 상황은 지난해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정부가 좀 더 선제적으로 정책수단을 구사했더라면,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연초부터 기업들을 윽박질러 가격을 끌어내리려다 ‘관치 논란’에 휘말린 데다 돌발적인 ‘중동변수’를 만나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한 이후 ‘물가관리 부처’를 자임하고 나선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 등이 줄줄이 정유사와 통신사, 식품·유통업체 등을 압박했다. 일부 기업들의 생색내기 가격인하가 있었지만 물가 오름세를 잡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격을 통제해 물가를 잡으려다간 오히려 물가를 밀어 올리게 됨을 역사는 증명한다. 정부의 압박이 아무리 거세도 기업은 결코 이문 없이 물건을 팔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로 꼽히는 경제관료들이, 직접적인 가격통제로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 “권력의 의중을 살핀 탓”이라는 업계의 볼멘소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정책 주무 장관이 “정부의 정책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토로할 만큼 정말 정부의 물가 처방전은 바닥이 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경제운용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5% 성장-3% 물가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욕심을 접지 않고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현실에 맞게 금리와 환율을 운용해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해야만 물가 오름세의 맥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를 낮추고 고환율 포기로 수입원가를 떨어뜨려 대외적인 인플레 압력을 줄여야 한다. 환율이 10% 정도 떨어지면 수입물가를 10% 정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수출과 국제수지가 호조인 만큼 환율 하락의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목표성장률 5%에 기준금리 2.75%도 정상 수준은 아니다. 4% 수준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목표성장률을 낮춘다는 것은 국민에게는 경제적 고통이 뒤따르는 일이다. 아울러 정치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당장 4·27 재·보선, 나아가 내년 총선·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대통령’ 이미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 누가 표 떨어지고 인기도 떨어지는 선택을 하고 싶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성장률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성장 자체가 불가능함은 물론이고, 서민의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장을 윽박질러 물가를 어찌해 보겠다는 ‘비시장적 발상’에 미련을 가질 때가 아니다. “시장경제는 가격에 순응해서 일하는 것”이라는 어느 경제학자의 말이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obnbkt@seoul.co.kr
  • 빛바랜 新MB물가지수

    빛바랜 新MB물가지수

    정부가 지난해 11월 선정한 48개 가격 요주의 품목, 곧 신(新) MB물가지수 품목의 3분의2가 지난 3개월 만에 가격이 인상되면서 상승률이 전체 물가지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과 비교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당초 신 MB물가지수 품목의 선정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돈육가격 석달새 30% 상승 7일 정책당국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월 집중 감시할 가격 요주의 품목 48개를 정하고, 향후 6개월마다 국내외 가격차 조사를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48개 품목은 ▲휘발유, 오렌지주스 등 기존 11개 품목 ▲쇠고기, 등유 등 불안정성 커진 품목 18개 ▲생수, 초콜릿 등 최근 가격 불안 징후를 보이는 18개 품목 등이다. 그러나 48개 중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가 공개된 37개 품목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물가지수는 2005년을 100으로 했을 때 128.3에서 131.8로 오르면서 2.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2.3%(117.1→119.8)보다 더 높다. 또 37개 품목의 67.6%인 25개 품목의 물가 지수가 올랐다. 동결은 4개(10.8%), 하락은 8개(21.6%)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지수가 오른 품목의 상승률은 가파른 반면 지수가 내린 품목의 하락률은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수가 상승한 25개 품목 중 상승률이 5% 이상인 품목은 10개. 특히 돼지고기는 석달 만에 33.2%(113.7→151.4)나 폭등했다. 양파(22.1%), 수입 쇠고기(13.9%) 등 먹거리들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수가 하락한 품목 중 토마토(-24.4%)만 크게 떨어졌을 뿐 마늘(-2.3%), 아이스크림(-0.2%) 등 나머지는 하락률이 미미했다. ●고환율·저금리 정책 조정 절실 2008년 3월 생필품 위주로 지정됐던 52개 주요 생필품인 ‘MB물가’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08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3년 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1.75% 증가했지만 MB물가지수는 거의 두배인 20.42%나 폭등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값 상승과 구제역, 이상기온 등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정부가 팔걷고 나섰던 기름값과 통신비 인하가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레임덕’ 현상이 치솟는 물가의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5% 성장’을 위해 고환율과 저금리를 고수하는 정부 정책이 물가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이의영(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안정, 소득 분배 등 다양한 목표를 지향해야 하는 경제 정책이 성장 일변도로 쏠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48개 품목을 선정한 것은 국제가격 비교가 주된 목적이었고, 이달 안에 20개 정도 대상을 바꿀 것”이라면서 “가중치를 감안하면 최근 3년간 MB물가지수 상승률은 9.6%에 그친다.”고 해명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정치자금법 개악 국민이 용납지 않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입법 로비를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4일 기습 처리했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기존 정치자금법은 완전히 무력화된다. 청목회 로비사건과 관련돼 현행 정치자금법으로 기소된 의원 6명 등에게 면죄부가 주어진다. 기업이나 단체, 법인이 법망을 피해 직원·회원의 이름으로 소액으로 쪼개서 주던 후원금을 앞으로는 합법적으로 줄 수 있게 된다. 로비 대가라 하더라도 돈을 정치자금의 이름으로만 받으면 문제가 없다고 해 사실상 정치인에게 뇌물을 허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이 개정안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무산됐다. 이번에는 행정안전위에서 11분 만에 밀어붙였다. 의사일정에 없던 안건을 도둑질하듯 합의처리했다. 법안에 문제가 없다면 일정을 공개하고, 당당하게 통과시켰어야 한다. 기습처리는 스스로도 떳떳지 못함을 인정한 셈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수많은 법이 단체·기업 등의 입김으로 왜곡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힘센 집단만 살아남는 정글보다 무서운 세상이 우려된다. 이런 정치자금법 개악은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서민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 식품·곡물가격 폭등이 빈곤층과 취약 국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상승추세가 극도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 보호가 절실하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국민이 뽑아준 대한민국 의원들은 자신들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하다. 툭하면 몸싸움질로 세계의 망신거리가 되는 국회의원들이 세비 인상이나 정치자금법 개정 등 잇속 챙기기는 가히 세계챔피언 감이다. 지금 국회는 전세대란·저축은행 사태 해결 등을 위해 한시가 급한 민생법안 처리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법사위 등에서 논의를 유보하거나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는 것이 정도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뒤따를 것임을 우리는 경고해 둔다. 우리 국민은 4·19, 유신 말기인 10대 총선, 2·12총선 등 역사의 고비마다 민생을 외면한 정권과 정치권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지금 국민의 정치의식은 더욱 성숙해졌다. 제 뱃속만 채우고, 제 식구 봐주기에만 급급한 의원들은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의원들은 내년 4월 총선이 두렵지 않은가.
  • 印尼 특사단 숙소 잠입 의혹 사건 “언론제보 세력 알지만 말 못해”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4일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의혹 사건과 관련, “(언론에 제보한 특정세력이 어디인지) 짐작은 가지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원 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해 잠입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불거진 국정원을 둘러싼 권력투쟁설을 캐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고 민주당 정보위 간사 최재성 의원이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 원장이 권력투쟁설을 일부분 시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원 원장은 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국정원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이 그런 일을 하고 있는데 다 아는 사실을 왜 인정하지 않느냐.”고 묻자 “정보 총괄기관으로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박 원내대표가 다시 “사건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인정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잠입 사건 개입 여부에 대해선 ‘시인도, 부인도 않는(NCND)’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일부 의원들이 “국정원의 무능을 드러냈다. 사퇴하라.”고 질타하자 “(사의 표명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원 원장은 북한의 상황과 관련,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 내에서 쌀값이 80배, 미국 달러값이 100배로 뛰었다.”고 보고했다고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이 전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폭등 시점은 ‘북한의 화폐개혁’ 이후”라고 정정했다. 뒤이은 경찰청 업무보고에서는 이 잠입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지 않아 의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국군기무사도 이 사건과 관련해 “주거침입 및 단순 절도사건이어서 우리 영역이 아니다.”라며 줄곧 ‘모르쇠’로 일관해 야당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다. 홍성규·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한달새 2.2% ‘껑충’ 국제식품가 사상최고

    국제식품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3일(현지시간) ‘세계 식품가격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지난 2월 식품가격지수(Food Price Index)가 236을 기록해 1월(231)보다 2.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1990년 FAO가 식품가격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다. 곡물, 유제품, 육류 등이 모두 급등세를 보였다. 밀, 콩, 옥수수 가격 등 국제 곡물가 지수도 전월에 비해 3.7% 오르면서 지난 2008년 7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다. 주요 곡물의 2월 평균 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치솟았다. 그 가운데 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옥수수는 77% 각각 뛰어올랐다. 캐럴라인 애킨슨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식량가격 상승이 빈곤·취약 국가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상승 추세를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은행은 지난달 15일 식량가격 폭등으로 지난해 6월 이후 저개발국가 주민 4400만명이 극도의 빈곤 상태에 빠져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킨슨 대변인은 “고성장을 보이는 신흥국에서 식품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취약계층 보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식량위기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10여개국 소요사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세계 식량가격의 급등 이유는 가뭄과 폭설 등 자연재해로 러시아, 호주, 중국에서의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준 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생산비와 수송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또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에서 육류 및 곡물 수요가 급증한 탓도 크다. FAO 식량가격지수는 곡물, 유지류, 육류, 낙농품, 당류(설탕) 등 55개 주요 농산물의 국제가격 동향을 모니터해 매달 공개하는데, 2002~2004년의 평균 국제가격을 기준(100)으로 환산해 발표한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기고] 튀니지발 민주화 바람 중국에 상륙할까/김윤태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기고] 튀니지발 민주화 바람 중국에 상륙할까/김윤태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지난달 중국 상하이의 극장 앞에서 한 청년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재스민 혁명을 일으키자고 주장했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튀니지발 민주화 바람이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의 시위 조짐은 중국 정부를 바짝 긴장시켰다. 지금 세계는 과연 중국에서도 민주화 운동이 점화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려 있다. 중국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반체제 운동 발생 가능성에 큰 힘을 싣지 않고 있다.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배경이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그 이유다. 첫째, 북아프리카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던 데 비해 중국은 최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많은 사람이 수혜자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인들은 이러한 성장에 만족한다. 둘째, 중국에는 강력한 중화민족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부터 강화돼 온 중화민족주의와 강대국 이데올로기 속에서 국민은 민주화가 국가의 분열을 가져올 것이고 경제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셋째, 중국은 강한 국가통제력을 갖고 있다. 중국의 경찰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하고 방대한 조직이다. 중국은 천안문사태 이후 반체제 운동에 정규군 투입이 가져다 주는 부담을 피해 정규군과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화력을 지닌 무장경찰을 구축했다. 넷째, 중국은 소셜네트워크와 인터넷에 대한 특수한 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파놉티콘(원형교도소)을 만들어 네티즌이 탈옥을 기도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는 것이 여타 국가와 다르다. 중국에서 반체제 운동 발생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고 볼 수 있다. 비록 간헐적이고 분산적인 시위를 통해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표출할 수는 있겠지만, 그 범위와 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장위구르·티베트 등에 만연한 소수민족과 한족 간 갈등, 심각한 실업문제와 물가폭등, 지역·계층 간 소득격차 심화, 권력기관 부패 등은 언제든지 체제를 위협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지도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그동안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우선 기층선거에서 주민참여제를 실시해 직접민주주의 도입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계층 간 갈등을 줄이고자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정했다. 여론을 대하는 자세도 예전과는 달라, 인민일보 인터넷 게시판인 ‘런민왕’(人民網)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내세운 정치개혁도 눈길을 끈다. 그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결합한 형태의 중국식 민주제도를 주장했다. 타국 문제를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이 적절한 개혁을 추진해 보다 안정된 사회와 균형 잡힌 대외관계를 구축하기를 기대해 본다. 중국의 변화는 한반도 등 국제사회에도 바람직한 미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상수도요금 최대 17% 인상 추진

    서울시가 상수도 요금의 인상을 올해 하반기에 추진한다. 2월 소비자물가가 4.5% 상승하는 등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에 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 예정돼 있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더욱 커지고 물가상승 압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2일 상수도 요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자 현재의 요금을 최저 9.9%에서 최고 17%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시 관계자는 2001년 이후 수도요금을 10년 동안 동결해오는 과정에서 부채가 2788억원에 달하는 등 앞으로 수질 개선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 어려워 인상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현재 서울시의 수돗물 1㎥당 판매단가는 514.27원으로 생산원가(587.66원)의 87.5% 수준이다. 특히 가정용 수돗물은 1㎥당 356원으로 타 광역시 평균요금 459원의 78%에 불과하다고 시는 설명했다.시는 민생 안정을 위해 최종적인 인상까지 시의회 등과 협의를 해나가는 한편, 인상을 하더라도 가정용과 소규모 영세상인의 요금은 인상 폭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시는 아울러 급수업종의 명칭을 변경하고 복잡한 누진체계를 3단계로 단순화하는 등 요금체계도 개선할 계획이다. 시는 현재 업종별 기준이 가정용, 업무용, 영업용, 대중목욕탕용 등 4가지로 모호하게 나뉘어 있고, 누진체계도 3∼4단계여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는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수도계량기 구경(口徑)별 기본요금의 절반(연간 6480원)을 감면해줬으나 앞으로는 사용량 10㎥에 대한 요금(연간 3만 8400원)을 면제해주는 등 복지혜택을 확대할 방침이다.서울시는 4월부터 시의회 등 관련 기관과 업무협의 및 조례 개정에 착수해 올해 하반기 개선된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中, 민심 달래기 ‘총력’… 정치 개혁은 ‘글쎄’

    중국 연례 최대의 정치행사가 열리는 ‘양회(兩會·전인대와 정협)의 계절’이 돌아왔다. 3일 국정자문회의 격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개막하고, 주말인 5일에는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린다. 오는 14일 전인대 폐막으로 끝나는 올 양회는 특히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재스민 혁명’의 여파가 중국에까지 미치는 와중에 열린다는 점에서 빈부격차 확대 등으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민심을 다독일 ‘묘수 짜내기’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화통신과 중국중앙방송(CCTV), 인민일보 등 관영 언론들이 지난달부터 부쩍 ‘기층’(基層)과 ‘민생’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비록 인터넷 통제 등을 통해 1, 2차 ‘재스민 집회’는 무산시켰지만 중국 지도부는 안팎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촉발되고 있는 ‘재스민 혁명’이 사회불만 목소리의 응집력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민심 달래기’는 중국 지도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개혁·개방 30년 동안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그 결실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빈부격차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 당·정 수뇌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제12차 국가경제 및 사회발전 5개년 계획(12·5 규획, 2011~2015)을 결정할 때 ‘민부(民富) 확대’ 기조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까닭도 그래서다. 그런 점에서 빈부격차와 인플레이션 확대, 집값 폭등, 공직부패 만연 등 메가톤급 현안들은 올 양회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며 각종 해결책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 부패공직자 처벌과 소득분배 개선 촉구 기사가 매일같이 등장하고, 정부가 연일 부동산 및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하는가 하면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최고지도부가 ‘기층’을 돌며 민의를 듣는 것도 양회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분위기 띄우기’로도 해석된다. 중국에도 미미하지만 재스민 향기가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체제 개혁 등에 대한 솟구치는 민의를 이번 양회가 얼마나 수렴해 낼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원 총리가 촉발한 정치체제 개혁 논쟁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이긴 하지만 언제든 다시 돌출할 수 있고, 중국판 재스민 혁명 ‘발기인’들에 의해 이미 공론화된 측면도 있다. 현재로선 이번 양회에서 정치체제 개혁 논의가 나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지도부가 올 국정 과제를 ‘안정 우선, 경제 발전’으로 정한 데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어느 누구도 혼란이 조성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정치개혁은 당 최고지도부에서 먼저 논의할 사안이기 때문에 양회에서는 진지한 논의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까닭에 각종 민생 정책과 점진적 민주화 방안 등을 통해 국민들의 개혁 요구를 누그러뜨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성장률 전망치 흔들리나

    성장률 전망치 흔들리나

    중동의 정정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으로 국내 경제연구소들이 유가와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올해 경제운용 목표인 ‘3%대 물가, 5%대 성장’의 수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1일 기획재정부와 각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삼성경제연구소는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86달러에서 90달러 중반으로 10달러가량 상향 조정하는 경제전망을 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LG경제연구원은 87.7달러였던 유가 전망치를 90달러 중후반으로 올릴 계획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0%가량 유가 전망치 인상요인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도 3% 초반에서 3% 후반으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유가 외에도 국제 곡물가 급등에다 이상 기후와 구제역 파동, 전셋값 상승 등 물가 상승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도 이날 “지난해 경제운용계획을 만들 때보다 물가 움직임이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정부의 5%대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흑자 160억 달러 목표도 불안하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 흑자가 20억 달러 감소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원유 도입단가가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78.7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유가가 30%가량 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이 경우 경상수지 흑자는 약 80억 달러 줄어들고 성장률은 0.84%포인트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는 유가 상승에 직접적 타격을 받지만 성장률 계산은 복잡하다. 우선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가 예상보다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KDI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한국 경제 성장률은 0.6%포인트 오른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0.2%포인트 상향 조정했음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가 0.12%포인트 추가 성장할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유가 상승에 대한 두려움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지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임계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105달러”라고 지적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던 2008년 WTI 평균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였고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지출비중은 5.1%였다. 2011년 세계 GDP 예상치와 원유 수요가 1.5% 늘었다고 가정하면 WTI 105달러가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빠른 소득증가와 환율 하락 등으로 WTI가 105달러에 이르더라도 GDP 대비 원유지출 비중이 2008년(8.8%)보다 낮은 8.0%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물가 측면에서 큰 충격이 발생했지만 이제 두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성장률 전망치 수정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집값 언제 이렇게 올랐지”

    “아무래도 내집 마련 시기를 놓친 것 같아요.”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의 K부동산중개업소를 찾은 이성원(43)씨는 “보세요. 잠실엘스 84㎡(전용면적 25평) 아파트는 모두 10억원 후반대예요. 지난주만 해도 9억원대 매물도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씨는 “보금자리 주택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여서 포기하고 아이들 학교가 있는 잠실 지역에 아파트를 사려고 했는데 매수 타이밍을 놓쳤다.”면서 “한달 사이에 6000만원이나 뛰어 살 엄두를 못 내겠다.”고 말했다.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 오름세가 완연하다. 강남 일대 일부 아파트는 불과 몇달 사이에 1억원이나 올랐다. 정부와 세입자들이 치솟는 전셋값에 매달려 있을 때 집값은 물밑에서 소리 없이 오르고 있다. 전셋값처럼 폭등세는 아니지만 2년 동안 숨죽였던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정부가 회복기에 접어든 집값의 연착륙을 위해 대책을 준비할 때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잠실 L중개업소. 금요일 평일임에도 집을 사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중개업소 김모 실장은 “2월 들어 찾아오는 손님과 문의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잠실 일대 아파트는 이미 지난해 추석 때보다 1억~2억원 올랐다.”면서 “문의는 많지만 단기간에 많이 올라서인지 매수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잠실 엘스 아파트는 84㎡짜리가 지난해 10월 8억원 후반대 급매물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지난달에는 10억 7000만원에 거래됐다. 한때 서울 아파트 가격의 잣대 역할을 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많이 올랐다. 지난해 추석 직후 95㎡(전용면적 28평) 기준으로 8억원 후반대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지난달 9억 8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고 지금은 10억원을 호가한다. 은마아파트 상가의 D중개업소 임모 소장은 “아파트값의 바닥은 추석 직후였다.”고 말했다. 서울 상계동 상계주공 7단지 42㎡(전용면적 12평)의 경우 올 초 1억 7500만원에서 1억 8500만원으로 1000만원 올랐다. 50㎡(전용면적 15평)는 2억 4000만원에서 2억 6850만원으로 뛰었다. 거래량도 늘었다. 지난해 1분기 2630가구 규모의 주공7단지에서 10건이 거래됐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28건이 거래됐다. 가온랜드 이성현 대표는 “거래량은 아직 최고 가격 당시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치지만 급매물이 소진되고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집값이 반등을 시도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지난해 7월 바닥을 찍은 뒤 불안한 회복국면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 연장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정부 대비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원재 국토해양부 주택국장은 “역세권의 소형을 중심으로 오르고 거래량이 늘고 있지만 상승압력이 거센 것은 아니다.”면서도 “집값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오상도기자 hihi@seoul.co.kr
  • 부동산시장 바닥 쳤나?

    부동산시장 바닥 쳤나?

    2월까지 25개월 연속 오른 전셋값은 2년간 누적 상승률이 20%를 웃돈다. 정부가 올 들어서만 두 차례 전세 대책을 내놓았지만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집값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석 달 연속 오름세다. 누적상승률은 0.5% 안팎으로 상승폭이 작지만 강남권 아파트값은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상승세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도 84% 선으로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아파트 거래량은 ‘8·29대책’ 이후 지난해 11~12월 큰 폭으로 늘었다. 1월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거래가 주춤했지만 2월 들어서는 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름세라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얘기이다. 땅값은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0.11% 상승하며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1월에도 0.09% 상승률을 유지했다. 땅값은 집값의 선행지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19만 495가구로 지난해 29만 7108가구에서 35%가량 감소가 예상된다. ● 집값 선행지수 ‘땅값’도 8개월만에 최대 상승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 초미의 관심사는 ‘전셋값 상승이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이다. 1987년과 1999년 이후 각각 4년간 전개된 전세대란에선 결국 집값이 오르고 투기적 가수요가 더해졌다. 오른 집값만큼 다시 전셋값이 오르는 악순환도 이어졌다. 정부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 등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서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었다. 최근 상황이 ‘전세난→내집 마련 수요 증가→집값 상승→투기 수요 출현→전셋값 재상승→신도시 개발’ 등의 사이클의 초기 단계라는 해석도 있다.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일부 갈아타는 것이 그 방증이다. 하지만 요즘 주택시장은 과거와는 다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와 달리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졌지만 좀처럼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 물가폭등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주택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 DTI 완화 규정 없어질 듯 전셋값이 많이 올랐지만 주택가격의 거품이 여전해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이 비율은 1999년 서울지역에서 56%를 웃돌았지만 현재 44%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 60%를 넘어야 매매가 살아난다고 보지만 부산·대구·울산지역만 이 수치를 넘어선 상태다. 인구 고령화와 가계부채 800조원도 과거와 달라진 요인이다.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94년 49.5%에서 최근 122%까지 늘었다. 가장 큰 변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묶느냐이다. 가계부채 급등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8·29대책의 DTI 완화 규정을 그대로 일몰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DTI 완화는 시장심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규제를 다시 살릴 경우 집값 회복이나 전세난 완화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지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DTI 완화 연장 여하에 따라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데스크 시각] 통큰 정책·통큰 기업이 물가를 잡는다/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통큰 정책·통큰 기업이 물가를 잡는다/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전셋값 폭등과 관련해 조만간 일선 고위 공무원 중에 희생양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물가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기업 손보기가 본격화할 텐데 걱정이네요.” 구제역에다가 중동·아프리카 정정불안에 따른 물가 불안과 지난겨울 서민들을 괴롭힌 전셋값 폭등으로 온갖 소문이 난무한다. 정부 역시 지난해 가을부터 몰아친 이들 악재를 물리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줄줄이 내놓았다. 통신비와 기름값에 내재된 왜곡된 가격구조를 바로잡겠다든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잡기에 가세한 것도 여기에 속한다. 전셋값 대책도 연초부터 잇따라 내놓았다. 통신비와 관련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비의 일부를 문화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통신비 가운데 상당부분이 여가비 성격이 있는 만큼 통계청에서 통신비 산정 시 이를 감안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고육지책이지만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여전히 고삐가 잡히지 않고 있고, 전셋값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외곽지역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이 대증적 요법에 그치거나, 아니면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청사진인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마음이 급하다. 의식주 문제 해결은 치자(治者)의 기본 소임인데, 이것이 흔들리면 민심이 흔들리고, 이는 곧 선거에서 표 이탈로 이어진다. 과천 관가나 기업에 희생양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책에서 속죄양을 찾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국지에서 조조의 군량미 대처가 대표적 사례다. 너른 중원을 놓고 위촉오(魏蜀吳)가 패권을 다툴 때 조조는 군량미가 부족하자 배급량을 줄이도록 명한다. “배급량을 줄이면 군졸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라는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되의 크기를 줄이도록 강행한다. 이로 인해 군졸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을 때 조조는 군량미 담당자에게 “네 목을 빌리자. 대신 네 가족의 후일은 걱정하지 말라.”며 ‘횡령죄’로 목을 벤다. 조조는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 물론 정부가 시중의 우려처럼 희생양을 찾을지는 알 수 없다. 또 정부의 고민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최근의 물가나 전셋값 오름세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촉발됐다. 해외 정정 불안은 불가항력이고, 전셋값 역시 집값을 잡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풍설이 난무하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기업은 느긋한(?) 편이다.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관련해서는 내리는 시늉만 하고 있다. 철 지나 가격요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난방용 등유가격 인하로 생색을 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오히려 기름값이나 통신비와 관련해서는 반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중동 정정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110달러를 넘어서면서 기업의 이런 주장에 날개를 달아주다시피 하고 있다. 특히 대형 할인점 등은 ‘통큰’ 시리즈를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를 영업점으로 유인하기 위한 판촉전의 일환일 뿐 소비자 물가 인하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물가와 관련해 정부나 기업의 행태를 보면서 양자 모두 자기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진정한 의지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을 압박하면서도 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기업에서는 ‘시장 이기는 정부 봤나? 이러다가 말겠지.’하는 기미가 엿보인다. 이런 자세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 정부도 유류세 등 세금을 내릴 부분이 있으면 내리고, 기업은 생색내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통큰 자세’를 보여야만 물가를 잡고 서민 가계의 주름살을 펴줄 수 있다. sunggon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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