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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언론 “정부, 反中시위 장기화 되자 계엄령 검토”

    공공집회 금지… 警 명령 불응땐 체포 금융허브 위상 추락 우려 가능성 희박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정국에 대응하고자 계엄령 발동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대규모 시위 정국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는 공안조례 제17조에 근거해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조례 제17조는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이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와 논의해 극심한 혼란을 막기 위해 최장 3개월의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엄령이 발동되면 홍콩 정부는 특정 지역과 특정 시간대에 시민들이 공공 집회를 개최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다. 또 특정 지역에 거주민 이외 다른 지역 시민이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경찰은 명령에 불응하는 시민을 체포할 수 있다. 홍콩 정부는 계엄령이 발동됐을 경우 긴급 공공 서비스와 교통 대책을 어떻게 시행할지 등도 연구하고 있다고 빈과일보는 전했다. 홍콩에서는 1956년 중국 본토에 들어선 공산정권을 지지하는 주민들과 대만 지지자들이 10월 10일 쌍십절(雙十節) 때 국기게양 문제로 유혈 충돌을 일으킨 ‘쌍십절 폭동’ 때 카오룽 반도 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됐다. 당시 조직폭력배와 폭도들의 방화,약탈 등과 이를 막는 경찰의 진압 작전 등으로 59명이 사망했으며, 443명이 다쳤다. 경찰도 107명이 부상해 홍콩 최악의 유혈 사태로 기록됐다. 이번에 홍콩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할 경우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지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전직 입법회 의원은 “계엄령이 선포될 경우 증시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해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지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홍콩, 이번엔 ‘中 보따리상 반대’ 시위

    홍콩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4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국 보따리상 무역에 반대하는 대규모 행진이 벌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시민 3만명(경찰 추산 4000명)은 지난 13일 중국 접경도시 홍콩 북구 상수이에서 진행된 ‘상수이를 되찾자’ 행진에 참여했다. 이날 행진은 오후 3시 30분부터 시작됐으며, 시위대는 보따리상 무역과 관련된 상점을 지나면서 “문을 닫으라”고 소리쳤다. 중국 보따리상은 그동안 광둥성 선전시와 가까운 홍콩 상수이를 주요 무역거래 장소로 활용해 왔다. 이들은 홍콩에서 산 면세품을 중국 본토에 되파는 방식으로 상당한 이문을 챙겼는데, 홍콩에서는 보따리상과 거래하는 약국과 화장품 가게 등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공공위생도 나빠지는 등 지역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위대는 선전 주민에게 발급되는 한 달짜리 홍콩비자 폐지 등 6가지 조건을 당국에 요구했다. 행진 경로에 있는 점포 상당수는 문을 닫았고 당국은 경찰 150명을 배치하고 폭동진압 경찰 700명을 대기시켰다. 이런 가운데 행진이 끝난 직후인 오후 5시쯤 상수이 지하철역 인근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시위대에 둘러싸이자 위협을 느낀 경찰이 경찰봉을 휘두르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해산하려 했지만 수적 열세로 후퇴했다고 SCMP가 전했다. 시위대는 경찰을 뒤쫓아가 우산 등으로 찔렀고 경찰 배지를 착용하지 않은 데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최소 2명의 시위대원과 경찰 5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오후에도 사톈 지역에 시위대 10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송환법 반대 행진을 벌였다. 전날에 이어 시위대와 경찰이 곳곳에서 충돌했으며 시위대 중 일부는 인근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했다.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21일에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송환법 죽었다”…사퇴 요구는 일축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송환법 죽었다”…사퇴 요구는 일축

    지난해 2월 홍콩 남성이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사건을 계기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을 추진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직면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안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행정수반인 람 장관은 9일 주례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송환법안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앞서 람 장관은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반대 집회에 직면하자 송환법안 추진을 무기한 보류하겠다면서 “2020년 6월이 되면 현 입법회 임기가 끝나므로 송환법안은 기한이 다 되거나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날 람 장관의 ‘송환법안 사망’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람 장관은 송환법안을 정식으로 철회하겠다는 발언은 하지 않아 여지를 남겼다. 홍콩 정부가 추진해 온 송환법안은 중국과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사안에 따라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홍콩 남성 범죄인을 대만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이 자칫 홍콩에 있는 반중국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중국으로 연행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송한법안 완전 철폐를 외치는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가 계속 있었고, 지난 1일에는 홍콩 시민들 중 일부가 의회를 점거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의회를 점거한 날은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지 22년이 되는 날이었다. 람 장관은 송환법안 반대 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를 판단할 위원회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경찰은 지난달 12일 경찰 본부 앞에서 진행된 집회 때 고무탄 등 폭동 진압용 무기를 대거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후 ‘과잉 진압 책임자 문책’은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였다. 람 장관은 일명 ‘경찰 불만 위원회’(Police Complaints Council)를 만들어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시위대, 경찰, 언론 등 모든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람 장관은 여론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장관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미친’ 산 페르민 축제 첫날 황소 뿔에 받혀 셋 중상, 한 명 수술대에

    ‘미친’ 산 페르민 축제 첫날 황소 뿔에 받혀 셋 중상, 한 명 수술대에

    비좁은 골목길에 황소들을 풀어놓고 사람들이 쫓겨 미친 듯이 내달리는 산 페르민 축제가 7일 시작됐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첫날부터 셋이나 황소 뿔에 받혔다.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에서 해마다 많은 부상자를 양산하는 이 전통의 축제 첫날 미국 켄터키주에서 온 23세, 캘리포니아주에서 온 46세, 스페인 40세 남성이 푸에르토 드 산 로렌초 목장에서 데려온 황소떼에 받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출신 남성은 목을 다쳐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물론 다친 사람은 훨씬 더 많다. 다른 둘이 머리를 다쳐 입원했고 적십자사에 의해 치료를 받은 이는 48명이나 됐다. 오는 14일까지 매일 아침 8시 흰옷에 붉은 스카프를 두른 남자들이 850m 좁은 골목길을 황소들에 쫓겨 달려 내려오는 미친 질주가 이어져 부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매일 황소떼는 골목을 질주한 뒤 투우장에 들어서 프로 투우사의 보복 공격을 당한다. 이 축제는 1910년 기록이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장 마지막에 숨진 이는 다니엘 지메노 로메로로 2009년 축제의 넷째 날 뿔에 받혀 목이 부러져 운명했다. 동물권 보호를 외치는 애니마 내추랄레스와 PETA 소속 활동가들은 축제를 이틀 앞둔 지난 5일 팜플로나 골목길에 그려진 황소 그림 안에 머리에 가짜 뿔을 달고 등에 가짜 창이 박힌 채로 누워 이 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를 펼쳤다. 사실 축제는 종교 퍼레이드, 파티, 콘서트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렇듯 세계 각국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26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묘사되면서였다. 18세 이상의 남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2016년 축제 도중 집단 성폭행이 벌어져 스페인 전국에서 규탄 시위가 이어졌고 성폭행 관련 법률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해 ‘늑대 떼’라고 이름 붙인 자신들의 메신저 대화방에 올리는 사건이었다. 1심과 2심에서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에게 가벼운 형량이 선고돼 세계적으로 공분을 일으켰다. 스페인 대법원은 지난 6월에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가해자들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한편 빌바오의 폭동 진압 경찰부대는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 경찰, 미국대사관 요원들이 축제 현장에 투입되고 여성가족 전담 요원들을 배치해 성범죄 등을 예방하도록 했다. 지난 5일 설치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성범죄 대처 훈련을 받고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바스크어 등을 구사하는 직원들이 여성 민원인들을 돕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성범죄 처리와 신고 방법을 알리고, 도시에서 벌어지는 각종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 시 당국은 “남성과 여성 모두 자유롭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희망잃은 홍콩 청년들, 민의없는 정치에 분노

    “폭동죄가 징역 10년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완전히 희망을 잃었기에, 계속 이 일(시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홍콩 입법회 건물 점거 사건에 참가한 한 젊은이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당시 입법회 점거에 참여한 홍콩 청년들을 직접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의사당 점거 주도한 4명의 ‘죽음의 전사’ 당시 의사당 내에서는 점거를 주도한 ‘죽음의 전사’라고 불렸던 4명의 젊은이가 있었다. 이들은 경찰이 올 때까지 의사당에 남겠다고 했지만, 다른 동료들에 의해 포박되다시피 해서 끌려 나갔다. 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간 한 젊은이는 “이 네 사람을 다시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이번 점거 사태는 홍콩 행정당국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추진하면서 촉발된 저항이 22주년 홍콩 반환 기념일의 연례적인 시위에 옮겨붙어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전사’를 앞세워 의사당을 점거할 정도로 거칠어진 건 송환법 때문만은 아니다. 홍콩 젊은이들 사이엔 마음대로 말할 수 없다는 분노,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두려움이 뿌리 깊게 잠재돼 있었다. ●홍콩 경찰, 18명 체포… 검거 광풍 우려 시위자들은 의회 점거를 “발언권을 허락하지 않는 정부와 정치 체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홍콩 행정장관은 800인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를 통해 뽑는다. 입법회 의석도 70개 중 직접 선출할 수 있는 자리는 35개뿐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기업과 특정 이익단체 출신 친중 인사들이 차지한다. 사실상 그 어떤 민의도 정치에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계속해서 정치적 요구를 묵살하는 정부에 절망한 젊은층은 자포자기에 빠졌다. 한 참가자는 “우리는 몇 번이나 우리 요구에 답할 기회를 줬다”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정부는 계속 응답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4일 이번 시위에 연루된 용의자 1명을 체포하는 등 강경대응을 이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 18명을 체포해 검거 광풍 우려를 낳고 있다. ●英외무부, 주영 중국대사 초치 항의 한편 영국과 중국은 지난 1일 시위를 둘러싸고 갈등을 점점 높여 가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차기 총리 유력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등이 3일 중국에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약속 준수를 촉구하자, 류샤오밍 주영 중국대사는 “영국 정부와 새 총리가 중국 내부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BC는 이에 영국 외무부가 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전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익산시장 ‘잡종 강세’ 발언 논란 후폭풍…민주평화당 “진심으로 유감”

    익산시장 ‘잡종 강세’ 발언 논란 후폭풍…민주평화당 “진심으로 유감”

    민주평화당이 당 소속 정헌율 익산시장의 “잡종 강세” 발언 논란에 대해 1일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며 당 차원의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우리 당 소속 정 시장이 지난 5월 다문화 가족 행사에서 인격 모독성 발언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당은 오늘 최고위원회에서 이 내용에 대해 논의했고 당사자를 불러 사실 관계를 듣기로 했다”며 “당 차원에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우리 평화당은 국적과 인종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당하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평화당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시장을 불러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듣는 해명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앞서 정 시장은 지난 5월 11일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2019년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운동회’ 축사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다문화 가족을 비하했다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 운동회에는 다문화 가족 600여명이 참석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기후 변화는 자연을 망가뜨린다… 다음은 인간이다

    기후 변화는 자연을 망가뜨린다… 다음은 인간이다

    제주를 시작으로 장마가 시작됐다. 옛날 같지 않은 장마다. 길게는 10여일 비만 주룩주룩 내리던 장마는 사라지고, 특정 지역에 시시때때로 폭우를 내리는 장마 같지 않은 장마가 몇 해째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장마를 포함한 날씨, 크게 보면 기후는, 굳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부유한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냉정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던가. 빗물이 천장까지 들이찬 반지하의 세상을.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조천호의 ‘파란 하늘 빨간 지구’는, 장마를 비롯해 옛날과는 확연히 다른 오늘의 기후변화가 어떤 요인에 의한 것인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성찰한 책이다. 굳이 성찰이라고 한 이유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결과라는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니라 과학자이자 공직자로서 가져야 했던 나름의 신념을 책 곳곳에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그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작디작은 인간의 활동, 즉 우리가 먹고 마시는 그 모든 일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 문제는 곧 인류의 행동이 촉발한 지질시대인 ‘인류세’, 즉 “문명을 가능하게 했던 기후 조건에서 벗어나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가 쌓아올린 것처럼 오만을 떨고 있지만 인류 문명은 “지구 역사를 보면 이 역시 좋은 기후 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일 뿐”이다. 산업혁명 전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화석연료들이 오늘날 산업 문명의 초석을 놓았지만, 그에 따른 무분별한 인간의 욕심은 곧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한 요인이 되었다. 인간 고유의 것이라 자랑했던 지성은 자신의 터전 하나 지키지 못하는, 어쩌면 지구 구성원 모두에게 민폐만 끼치는 편협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미세먼지는 비교적 잦아들었다. 중국 때문이든 아니든, 그래서 중국이 공장을 멈춘다면? 전 세계인이 이제 중국산 없이는 하루도 생활을 영위할 수 없으니 또 다른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화력발전과 경유차도 그렇다. 생활 편익은 다 누리려고 하면서 불편은 참을 수 없는 우리 아닌가. 덩달아 정부와 정치권도 인공강우나 도심에 거대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수 있다는 “과학적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땜질식 처방”만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기준과 규제 강화,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등 고비용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은 애써 감추고, 비상대책 운운하며 대중의 관심을 원인 외의 것으로 돌리려 한다고 비판한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시도가 “우리 사회의 수준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저자는 말은 실로 적절하다.저자의 말마따나 “오늘날의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2010년 가뭄이 닥치자 러시아 정부는 밀 생산량 부족을 염려해 수출을 제한했다. 덩달아 치솟은 밀 가격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폭동의 원인이 되었다. 기후변화는 자연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인간 지성이 만든 시스템마저 무너뜨릴 것이다. 책은 ‘국가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문제이자 국가, 혹은 전 세계적 문제이기에 이 질문은 언제나 유효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곧 들이친 장맛비가 부디 올해는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제2의 쿠르디’ 이어…”살려달라” 맨땅 기어다니는 엄마와 아기 포착

    ‘제2의 쿠르디’ 이어…”살려달라” 맨땅 기어다니는 엄마와 아기 포착

    멕시코 남동부 치아파스의 한 난민 수용소. 아이티와 아프리카, 쿠바 등지에서 유입된 난민을 구금하고 있는 이곳은 멕시코 최대의 수용시설이다. 멕시코 일간지 ‘엘 유니버설’(El Universal)은 현지시간으로 25일 멕시코 최대 난민수용소 ‘페리아 메소아메리카나’에서 폭동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수백 명의 난민이 탈출을 시도하면서 수용소는 아수라장이 됐다. 수용소 경비대와 경찰이 출동해 정문을 막아서고 폭동을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난민들이 철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살려달라 외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엘 유니버설’은 한 아이티 출신 난민 여성이 병든 5살 아들을 데리고 흙바닥을 기어 다니며 수용소 앞 기자들을 향해 스페인어로 울부짖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수용소는 우리에게 마실 수 있는 물도, 음식도 주지 않았다. 도와달라, 아들이 아프다. 5살, 14개월 된 아들이 있는데 아이가 죽어가고 있다”면서 약을 구걸했다.페리아 메소아메리카나에서는 이번 폭동을 포함해 최근 한 달 새 세 차례의 이주민 봉기가 발생했다. 난민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물과 음식, 의약품 없이 견디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지언론은 넘쳐난 화장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으며 쥐와 바퀴벌레가 들끓는 등 수용 환경이 매우 비인간적이고 비위생적이라고 꼬집었다. 물과 음식, 의약품을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로 3m, 세로 4m가량의 비좁은 방에서 5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EFE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난민 폭동을 그저 수용시설 운영에 성가신 방해 요소쯤으로 여기고 있다. 멕시코국가이민기관(NII) 측은 모든 난민에게 충분한 음식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멕시코는 미국과의 북부 국경 지역에 약 1만 5000명의 군인과 국가방위군을 배치해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국경을 이루는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려던 이민자들을 중무장한 멕시코군이 강압적으로 저지하는 장면이 포착돼 비판이 일었다. 지난 25일(현지시간)에도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 텍사스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엘살바도르 출신 난민 부녀의 사진이 공개됐다. AP통신 등은 엘살바도르 출신의 라미레스(26)가 급류에 휩쓸린 딸 발레리아(2)를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라미레스는 딸을 먼저 안고 강을 헤엄쳐 미국 국경을 넘었으나, 멕시코 국경에 남은 아내를 데리러 다시 강물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급류에 휩쓸린 발레리아를 구하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가 딸을 품에 안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참혹한 모습은 지난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숨진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어린이 쿠르디를 연상시킨다.멕시코는 과거 자국을 거쳐 미국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을 사실상 단속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 이후 강경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G20 참석 등 아시아 순방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는 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나는 그런 일이 싫다”면서 “민주당이 법을 바꿨으면 그런 일을 당장 멈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민주당) 법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아마도 훌륭한 남자였을 아빠와 딸에게 벌어진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민자 지원 법안은 상하원에서 각각 통과돼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이지만 후속 절차는 불투명한 상태다. 사진=엘 유니버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다문화가족 운동회서 “잡종강세”…정헌율 익산시장 사과

    다문화가족 운동회서 “잡종강세”…정헌율 익산시장 사과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등 6개 단체는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문화가족 자녀를 비하하는 말을 한 정헌율 익산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정헌율 시장은 지난달 11일 ‘2019년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 운동회’ 축사에서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잡종강세’란 서로 다른 종의 결합으로 탄생한 세대가 크기와 다산성 등에서 윗세대 어느 쪽보다도 우세한 것을 의미한다. 정 시장은 이를 보도한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도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다. ‘당신들은 잡종이다’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주여성단체는 “전북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결혼이민자가 생활하는 익산시에서 이번 사건은 심각한 인종차별과 혐오표현임에도 단순히 말 실수로 취급했다. 정 시장의 발언과 같은 인종차별과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혐오 발언이 문제임을 인정한다면 정헌율 익산시장은 사과의 의미로 자진 사퇴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잡종강세’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주여성단체는 “사과를 받는 조건은 정헌율 시장과 익산시청 공무원들이 인권교육을 받는 것이다”면서 “우리는 상처를 입었다. 인권교육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사과에 대해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시장은 “인권교육 문제는 검토를 해봐야할 것 같다. 진정성 있는 다문화 정책을 내놓겠다.그것을 보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어떤 질타도 받겠다”며 “앞으로 우리 익산을 다문화 도시 1등으로 만들어 사죄를 하겠다. 사과를 진정성 있게 받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홍콩 경찰, 송환법 반대시위에 “위법엔 엄중 조치”

    홍콩 경찰, 송환법 반대시위에 “위법엔 엄중 조치”

    홍콩 법무장관 “법과 관련 사실, 규칙에 따라 기소할 것”21~22일 경찰청 15시간 포위시위… 26일 대규모 시위 예고‘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한때 경찰청을 포위하고 벌였던 시위를 평화롭게 해산했으나 경찰은 위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후속 조치를 경고했다. 홍콩 법무부 장관 테레사 청이 시위 참여자들을 처벌하지 말라는 시위대의 요구에 대해 “법무부는 법과 관련 사실, 규칙에 근거해 기소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지난 9일 이후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동자를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 당국은 전날 오전 5시쯤 성명을 통해 “시위대가 경찰청 출입문을 막고 건물에 계란을 던졌다”면서 “벽에 낙서하고 폐쇄회로(CC)TV를 테이프로 가렸다. 경찰에게 기름을 끼얹고 경찰의 눈에 레이저빔을 쐈다”고 열거했다. 이어 “경찰은 (경찰청) 바깥에 모인 시위대를 향해 최대한의 관용을 보였지만 시위대의 표현 수단은 불법적,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했다”면서 “이들 불법 행위에 대해 엄중히 후속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홍콩 시민들은 경찰청을 둘러싸고 항의의 뜻을 표출했다. 이번 시위는 홍콩 정부가 송환법 완전 철회, 체포된 시위 참여자 전원 석방, 과잉진압 책임자 처벌 등 4가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항의하기 위해 이뤄졌다. 경찰청 포위는 21일 낮부터 22일 새벽 2시 40분까지 약 15시간 동안 계속됐다가 시위대는 평화적으로 해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경찰은 지난 12일 대규모 시위와 관련해 참여자 32명을 체포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과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다. 한편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던 재야단체연합 ‘민간인권전선’은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앞서 26일 저녁 8시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송환법 완전 철폐하라” 재집결한 홍콩 시민들 ‘검은 물결’

    “송환법 완전 철폐하라” 재집결한 홍콩 시민들 ‘검은 물결’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21일 정부청사와 홍콩 의회인 입법회 주변에서 이 시각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날 저녁까지 홍콩 학생조직 등 시민들이 내건 4대 요구사항을 홍콩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날 오전 7시부터 애드머럴티 지역으로 모여들었다.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시내로 모여드는 시위대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일부 시위대는 경찰 본부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앞서 200만명(주최측 추산) 이상이 모인 대규모 집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검은 옷에 마스크를 착용했다. 시위 규모가 불어나자 일부 시위대는 정부청사 주변의 도로를 점거하고 차량 통행을 차단하기도 했다. 홍콩 중문대와 홍콩 과기대 등 7개 대학 학생회는 송환법과 관련 정부 측에 4대 요구사항을 내걸로 전날 저녁까지 이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4대 요구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회 ▲12일 시위에 대한 ‘폭동’ 규정 철회 ▲ 12일 시위 과잉 진압 책임자 처벌 ▲체포된 시위 참여자 전원 석방 등이다. 지난 12일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 경찰 당국은 최루탄과 고무탄, 물대포 등 공권력을 사용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81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홍콩 경찰은 시위 참여자 32명을 체포했으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시민 집회를 ‘폭동’으로 규정해 시민들의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최근 홍콩 시위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도 이날 시위에 참여하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으며, 이들은 정부가 전날 저녁까지 요구에 응하지 않음에 따라 이날 시위를 전개했다. 이날 오전 홍콩 법무부 장관(율정사 사장) 테레사 청이 “홍콩 모든 시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가장 진지하고 겸허한 자세로 비판을 받아들여 행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벌인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은 이날 시위대에 경찰본부로 몰려가 항의의 뜻을 표출하자고 촉구했다. 홍콩 경찰은 경찰본부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항의 시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람 내세웠지만… 200만 시위대에 체면 구긴 시진핑

    ‘우산혁명 주도’ 웡 출소… 람 퇴진 촉구 中 “람 지지”… 새달 1일 사퇴 분수령 ‘홍콩판 대처’ 또는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200만명의 시위에 공개 사과를 하며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친중파인 람 장관의 뒤에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있기에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홍콩 문제까지 겹친 시진핑 국가주석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람 장관은 사과 성명에서 법안의 완전 철폐나 사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는 2014년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 당시 정무사장(정무장관)으로 시위 진압에 앞장섰다. 이후 ‘우산 혁명’을 마무리한 공로로 행정장관에 임명됐기에 우산 혁명 당시 지도부들이 결집한 송환법 반대 시위대 앞에서 사퇴로 무릎 꿇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장추융 홍콩시티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람 장관은 행정가로 명령을 이행하는 것은 잘하지만 정치적 판단이 부족하다”며 “송환법도 순전히 자신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고집하면서 여러 번 사과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시위대가 홍콩 거리시위 역사상 최대 규모인 200만명을 뛰어넘은 것은 단순히 법안 반대뿐 아니라 람 장관과 홍콩을 억압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했다. 한편 보안이 철저한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홍콩 시위 지도부 시민인권전선은 일단 파업을 취소했지만 람 장관의 사퇴와 법안 완전 철폐를 요구하는 주말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오는 7월 1일은 홍콩 반환기념일로 매년 대규모 거리 시위가 벌어지기 때문에 이날이 람 장관 운명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우산 혁명’을 주도했던 야권 인사 조슈아 웡이 17일 출소하며 람 장관 퇴진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람 장관의 퇴진과 송환법의 완전한 철폐, 12일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의 철회 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중국은 행정장관과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법에 따른 통치를 계속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며 일단 람 장관의 퇴진 가능성 등 사태 확산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 산적한 현안에 ‘홍콩 사태’까지 겹치며 시 주석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아시아상호신뢰구축회의 정상회의를 주도한 시 주석의 중앙아시아 순방 의미도 이번 홍콩 시위로 사실상 퇴색됐다. 홍콩 시위의 여진은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BS방송에 출연해 “송환법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며 홍콩에서 대규모 집회인 ‘검은 대행진’이 벌어지는 것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만나는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할 이슈에 이 문제도 분명히 포함될 것”이라며 시 주석을 압박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씨줄날줄] 홍콩, 돌아온 우산혁명/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홍콩, 돌아온 우산혁명/이순녀 논설위원

    “우리는 돌아올 것이다.” 2014년 12월 15일 홍콩 경찰이 시위대의 최후 점거지인 시내 중심가 몽콕과 애드미럴티의 바리케이드를 강제 철거하자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중국이 발표한 홍콩 행정장관 간접 선거안에 반발해 그해 9월 하순부터 79일간 이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는 ‘우산혁명’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산혁명은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를 피하기 위해 사용한 노란 우산의 물결에서 유래됐다.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라는 목표는 무산됐지만 젊은이들의 민주화 열망과 저항 정신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실패한 혁명도 아니었다. 4년 반 만에 그들이 돌아왔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9일 빅토리아공원에서 애드미럴티의 정부청사까지 이르는 행진에는 무려 100만여명이 동참했다. 홍콩 인구 7명 중에 한 명꼴이다. 우산혁명 당시 참가 인원 50만명의 곱절로, 1997년 중국에 홍콩이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 시위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야당과 시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을 비롯해 친중파로 구성된 행정부와 입법회는 법안 심의 강행을 굽히지 않고 있다. 법안 심의가 예정됐던 지난 12일 수만 명의 시위대가 입법회와 정부청사 건물 봉쇄를 시도하자 이를 막기 위해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 심지어 고무총탄까지 사용해 강경 진압하면서 7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일단 법안 심의를 연기했다. 시위대가 1차 승리를 거둔 셈이나, 앞으로도 시위대에 유리하게 상황이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캐리 람 장관은 이번 시위를 ‘조직된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처벌을 경고했다. 이달 중 법안 심의 일정이 재개되면 대규모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 시위는 무역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 중인 미국과 중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0일 대변인 발표를 통해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은 홍콩 시위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지만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제2의 우산혁명이 마침내 성공을 거둘지, 또다시 ‘미완의 혁명’으로 남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coral@seoul.co.kr
  • 中 자극할라… 트럼프 “홍콩 시위 잘 풀어야” 팔짱

    시진핑과 무역협상 의식해 편들기 자제 美국무부의 “中 송환법 반대”와 온도차 英·獨·EU도 “시민 권리 우선” 우려 표명 텔레그램 “中, 홍콩 시위때 DDoS 공격”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발해 홍콩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함께 잘 해결되길 바란다’는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9일 일어난 홍콩 시위에 관해 “시위를 하는 이유를 이해한다”면서도 “중국과 홍콩을 위해서 모든 일이 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거리 시위대 규모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중국과 시위대 중)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을 회피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 국무부의 분명한 입장과는 온도 차가 있다. 앞서 지난 10일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국 당국이 개인을 본토로 인도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면서 “홍콩 시민의 우려에 미국은 공감한다”고 브리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역시 시위가 일어나기 전 해당 법안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제사회 의견도 미국 국무부 공식 입장과 비슷하다. 가디언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2일 하원 총리 질의응답에서 “홍콩에 많은 영국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안의) 잠재적인 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대외관계기구도 이날 성명을 내고 “홍콩 시민은 기본권과 자유롭고 평화롭게 집회·표현할 권리를 주장해 왔다”면서 “이런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AP는 “미국과 중국이 깨진 회담의 파편을 줍고 있다”고 표현했다. 무역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를 자극할 만한 발언을 조심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국과 거래를 성사시킬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날 EU에 맹공을 퍼부으며 홍콩 문제에 적극 대응했다. 13일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EU 성명에 대해 “무책임하고 잘못된 발언”이라면서 “어느 국가, 기관도 중국 내정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이날도 “시위는 조직적이고 노골적인 폭동으로 변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냈는데, 중국 외교부 역시 시위를 “단체가 조직한 폭동이었다”며 람 장관을 지지했다. 이날 암호화된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이 대규모 분산서비스거부공격(DDoS)을 받아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를 겪었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S)는 트위터에 “(공격자) IP 주소는 대부분 중국이었다”며 “역대 우리가 겪은 모든 국가규모 DDoS 공격은 홍콩 시위와 동시에 일어났으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썼다. 외신들은 홍콩에서 지난 12일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최소 72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들 중 2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靑, 한국당·민주당 해산 청원 답변 “정당 평가는 국민의 몫”

    靑, 한국당·민주당 해산 청원 답변 “정당 평가는 국민의 몫”

    청와대가 11일 역대 가장 많은 청원이 이뤄진 ‘자유한국당 해산 청구’와 그에 맞서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구’ 청원에 대해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정당정치가 뿌리를 내리려면 민주적 절차인 ‘선거’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한국당·민주당 해산 청구’와 ‘김무성 의원 내란죄 처벌’ 청원에 대한 답변자로 나섰다. 이날 답변은 국민청원 100번째 답변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한국당 해산 청구’ 청원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래 가장 많은 183만여명이 참여했다. ‘민주당 해산 청구’ 청원도 33만여명이 참여했다. ‘김무성 의원 내란죄 처벌’ 청원은 22만여명이 동참했다. 강 수석은 “답변을 준비하면서 참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우선 정당 해산 청원에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는 것을 보면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183만과 33만이라는 숫자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답답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며 “정당에 대한 평가는 선거를 통해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민청원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한 것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 수석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0’건이다. 국회법이 정한 6월 국회는 3분의1이 지났지만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며 “추경안은 48일째 심사조차 못하고 있고 국회에는 민생 입법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국회 스스로가 만든 ’신속처리 안건 지정‘, 일명 패스트트랙 지정과정에서 국민들께 큰 실망을 줬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래서 국민들은 눈물을 훔치며 회초리를 드시는 어머니가 돼 위헌정당 해산청구라는 초강수를 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청원처럼 해산 청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라고 반문한 뒤 “정부의 정당 해산 청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갈등을 키우고 정당정치가 뿌리내리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래서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정신을 지키는 주체는 국민이며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 정당 해산 청구는 정부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주권자이신 국민의 몫으로 돌려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답변을 마무리지었다. 그는 ‘김무성 의원 내란죄 처벌’ 청원 답변도 이어갔다. 이번 청원은 지난달 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당시 “문재인 청와대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 버립시다”라고 주장해 큰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해 강 수석은 “우리 형법을 보면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경우’를 내란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김무성 의원이 이런 목적으로 발언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막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가 청원에까지 이르렀다”며 “비단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최근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막말 파동은 국민의 정치불신을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막말 파동은 국민의 정치불신을 키울 뿐”이라며 “스스로의 성찰이 우선돼야 하고 국회와 정당차원의 제도적인 뒷받침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한국당 제외 여야4당, ‘5·18 망언’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 발의

    한국당 제외 여야4당, ‘5·18 망언’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 발의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에 대한 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5일 공동 발의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숭고한 민주화 운동이며,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는데도 이들 한국당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 민주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폄훼하고, 5·18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며 투쟁을 선동하는 등 국론을 분열시키는 데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속 의원의 망언을 엄중하게 문책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자유한국당도 의무를 저버린 지 오래”라면서 “한국당은 망언 의원 3인의 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야 한다. 또 5·18 역사 왜곡 처벌법과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에 진정성을 가지고 협력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발의에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과 무소속 의원 등 총 157명이 참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씨줄날줄] 자이니치와 증오 발언/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자이니치와 증오 발언/황성기 논설위원

    불행히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난 5월 28일 일본 가와사키시에서 2명 사망, 17명 중경상의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직후 ‘재일(在日·자이니치) 코리안’의 범행으로 몰아가는 소문이 돌지 않을까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흉악 범죄만 일어나면 인터넷에선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를 가리키는 자이니치의 소행이라는 페이크뉴스가 생산되고 확산됐기 때문이다. ‘재일 한국인이 많이 사는 가와사키이니까 범인은 자이니치가 틀림없다.’ 예외없이 가와사키 사건 이후 인터넷과 SNS에서는 범인이 자이니치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커졌다. 오죽했으면 가와사키 시장이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어처구니없는 유언비어를 부정했을까. 후쿠다 노리히코 시장은 “자이니치 코리안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억측이 유표돼 넘치고 있다. 부적절하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도쿄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둔 가와사키에는 1920년대 혹독한 식민지 정책과 공업화 발전에 따라 조선인들이 이주·정착해 살기 시작했다. 지금도 특정한 인종과 민족을 차별하는 헤이트스피치(혐오 표현) 집회가 자주 있는 곳이 가와사키다. 일본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일본의 흉악범죄 대부분은 자이니치’, ‘재일 조선인 범죄 데이터 베이스’ 등 경악을 금치 못하는 블로그나 사이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들 사이트에서는 2000년 도쿄 세타가야 일가 4명 살해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주장을 서슴없이 해댄다. 한때 일부 주간지에서 한국인 범인설을 보도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1923년 발생한 간토대지진 때 최대 6000명의 희생자를 낸 조선인 학살의 비극도 황당한 유언비어에서 시작됐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불을 질렀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헛소문이 도쿄 등 간토 지방의 일본인을 자극했고, 고스란히 피해는 조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경찰 당국은 조선인 폭동을 우려하며 자경단 등의 학살 행위를 수수방관해 사태를 키웠다. 약 10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사회 대부분이 헤이트스피치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처벌 규정은 없지만 2016년 일본 국회가 헤이트스피치 규제법을 만들기는 했다. 가와사키시는 지난 3월 ‘차별이 없는 인권존중 마을 만들기 조례안’을 마련했다. 인종, 국적, 민족 등의 사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불평등하게 다루는 문제에 대해 일본 처음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실현된다면 일본에서 첫 조례가 된다. 흉악범죄 범인을 한국인으로 모는 ‘묻지마 자이니치’ 같은 불합리한 일들이 언제쯤 일본에서 사라질까. marry04@seoul.co.kr
  • [길섶에서] 시선의 이동, 관점의 변화/박록삼 논설위원

    시선이 움직인다는 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짐을 뜻한다. 겸재 정선(1676~1759)의 진경산수화는 조선 후기 파천황(破天荒)의 경험이었다. 당시 관행이었던 중국 산수화를 모방하는 구도를 깨뜨렸다. 국보 제217호 ‘금강전도’를 보면 금강산 비로봉, 만폭동 등 금강산 봉우리들을, 요즘 말로 하면 ‘드론 샷’처럼 담아냈다. 시선을 이동시키며 그림에 대한 관점을 바꾼 것이다. 정선이 직접 발로 누비며, 장엄하지만 한편으로는 포근한 금강산의 내밀함을 고스란히 사생한 결정체였다. 금강산은 1998년 가을 남측에 감춰둔 비의를 공개했다. 많은 이들이 금강산을 찾아 감탄했고,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 체험이 2008년 중단된 뒤 11년째다. 북미 대화는 쉬 재개되지 않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더디다. 금강산 관광이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백 번 말해도 실효가 없다. 금강산을 직접 못가 보니 중국 화가 종병(375~443)이 “젊어서 산천을 돌아보고 늙어서는 이를 그려 벽에 걸어 누워서 즐긴다”고 말하며 와유(臥遊)를 권했듯 금강산 그림이나 찾아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서울 양천구 겸재정선미술관의 금강산 특별전이 한창이다. 평화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관점의 변화가 중요하다. youngtan@seoul.co.kr
  • “오답노트 같은 소설… 빈부·난민·페미니즘 모두 담아”

    “오답노트 같은 소설… 빈부·난민·페미니즘 모두 담아”

    “일부러 ‘다른 주제, 다른 방식으로 써야지’ 하며 변화를 시도했다기보다 말하자면 저한테는 이 소설이 오답노트 같아요. 소설을 쓰기 시작한 2012년 전후부터 살아오면서 내가 속한 공동체, 한국 사회가 문제를 잘못 풀어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의문이나 공포, 반성이 들 때마다 내가 내 글로 다시 한번 풀이를 해 보는 과정요.” 생각해 보면 조남주(41)의 소설은 늘 그랬다. ‘82년생 김지영’(이하 김지영)은 근 몇 년 새 한국문학이 내놓은 가장 강력한 오답노트였다. 그가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사하맨션’의 주제의식은 좀더 다층적이다. 빈부, 난민, 페미니즘 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란거리들이 모두 담겼다. 기업의 인수로 탄생한 기묘한 도시국가 ‘타운’. 안전하고 부유하며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타운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주민권을 지닌 사람과 체류권을 지닌 사람. 2년짜리 체류권도 갖지 못한, 거부당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사하맨션’이다. 본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도경과 그의 누나 진경, 낙태 시술을 하다 사고가 발생해 도망쳐 온 꽃님이 할머니, 날 때부터 눈이 없는 사라처럼 ‘없이 사는 사람들’이 모여 꾸려가는 돌봄의 공동체다.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사하맨션’이라는 이름은 러시아 연방에 소속돼 있는 사하 공화국에서 따왔다”고 말했다.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들 중 최저 기온인 영하 70도를 기록한 지역, 최고 기온은 30도가 넘어서 연교차가 100도에 육박하는 곳, 그러면서도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50%가 매장돼 있다는 아이러니의 극치가 바로 사하다. 이름은 사하에서 왔지만, 실제 모티브는 홍콩의 구룡성채다. 홍콩, 중국 양쪽의 영향력이 모두 미치지 못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난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20세기의 마지막 무법지’라고 불리던 그곳이다. 등급 구분이 철저한 디스토피아적 공동체 구상은 일견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들 디스토피아와의 차별을 위해 작가는 ‘시공간 미상’의 때와 장소를 상정하되, 현재에 천착한 이야기로 쓰려고 노력했단다. 그렇게 어디에나 있으되, 어디에도 없는 곳 ‘사하맨션’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변화의 주요 동력이 여성이라는 점만은 다른 작품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맨션으로 흘러들어 오는 어린 생명들을 계속해서 거두는 것은 꽃님이 할머니와 같은 노년 여성들이며, 맨션을 찾아온 경찰들에게 위협을 당한 사라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건 여자이지만 완력이 센 ‘우미’다. 작가는 “페미니즘적인 주제를 염두에 두었던 건 맞지만 페미니즘만 염두에 둔 건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우리 사회 이슈이고 개인적 관심사이기도 한 여성들 간의 연대, 육아나 교육의 문제가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노년 여성들의 모습은 작가가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쓴 부분이다. “한국의 보육 문제를 떠맡고 있는 노년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적게 됐습니다.” 전반적으로 신종플루 또는 메르스 등으로 추정되는 신종 전염병 이야기, 5·18민주화운동을 연상케 하는 ‘나비 폭동’ 등 여러 이슈가 산재해 있어 ‘김지영’을 읽고 무릎을 친 저자라면 공감도는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작가의 페미니즘은 여전히 진화 중이며, 그런 면에서 마지막 장은 ‘멋지다’. 출간 이래 한국에서만 105만부, 일본에서는 13만부 이상 팔린 ‘김지영’의 작가는 일본과 유럽 등에서 독자들의 여러 피드백을 받는다고 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본인들과 관계없는 이야기가 공감이 되고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힌다는 말들을 들어요.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한국 사회만의 이야기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조남주 소설의 본질은, 이번에도 여전할 것 같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5·18 모독’ 지만원 경찰 출석…김순례·김진태·이종명도 수사

    ‘5·18 모독’ 지만원 경찰 출석…김순례·김진태·이종명도 수사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군 선동에 의한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극우 논객 지만원씨가 지난 2월 논란이 됐던 ‘5·18 망언’ 국회 공청회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해 여야 의원들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후 27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고발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지씨를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지씨는 지난 2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진태·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이었다”로 말해 5·18 유공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이들을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문제의 공청회를 주최한 김진태·이종명 의원과 이 공청회에 참석해 5·18 유공자들을 “괴물 집단”이라고 폄훼한 같은 당의 김순례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설훈·민병두 의원,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 정의당, 5·18민중항쟁구속자회,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오월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은 지씨와 세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지난 2월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수사지휘를 통해 영등포경찰서에 수사를 맡겼다.경찰 관계자는 “의원 3명 중 2명한테는 의견서를 받았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서도 의견서 제출을 독촉하고 있다”면서 “지씨의 진술과 의견서 등을 토대로 수사 진행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5·18 망언’ 장본인들인 김진태·이종명 의원과 김순례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 처분을 하고도 의원총회 표결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종명 의원에게 당규에 명시된 가장 높은 징계인 제명 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김순례 최고위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3개월, 김진태 의원에게는 경고 처분을 해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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