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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 ‘탄핵쇼크’

    간신히 기력을 회복해가던 경제가 ‘탄핵 악재’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증시는 폭락하고,환율은 치솟았다.투자와 소비회복도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다행히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한국주식 매도)나 국가신용등급 강등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고 있지 않다.따라서 당국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패닉(공황)확산을 신속하게 차단한다면,이번 악재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탄핵 증시,‘검은 금요일’ 종합주가지수는 12일 탄핵안 가결 여파로 전날보다 21.13포인트(2.43%)나 급락한 848.80을 기록했다.미국증시 하락 등으로 출발부터 약세를 보이던 증권거래소 시장은 오전 11시30분쯤 탄핵안 표결이 시작되면서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무려 47.88포인트가 떨어진 822.05까지 밀렸다.선물시장에서는 지수선물이 5% 이상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매 호가가 5분간 정지(사이드카 발동)됐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투매양상이 진정되고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 우위로 돌아선 데 힘입어 가까스로 840선을 회복했다.‘9·11테러’때와 마찬가지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앞장서 주식을 팔아치워 눈총을 사기도 했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눈을 돌리면서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연 4.57%로,전일보다 소폭(0.03% 포인트) 하락했다.금리 하락은 채권값 상승을 의미한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1.8원 치솟은 1180.8원에 마감됐다.탄핵안이 가결된 뒤 상승폭이 커져 한때 1181.5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부,“대외신인도 하락을 막아라” 정부는 ‘탄핵 파문’이 경제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9·11테러’ 만큼이나 대형악재는 아닐 것으로 관측하면서도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체제에 착수했다.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국가신용등급 하락 여부와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패닉이다. 정부는 일단 대외신인도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재정경제부 권태신(權泰信)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차분하고 긍정적”이라면서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낮추려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한국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정도를 나타내는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도 인상폭이 0.05%포인트 안팎으로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국제금융시장과의 시차를 감안할 때,13일에나 해외투자자들의 반응이 외평채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날 나온 국제신용평가사들의 반응도 미묘하게 엇갈린다.무디스와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탄핵사건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 등급(A3,A-)을 유지한다고 밝힌 반면 피치사는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바뀌거나 투자활동 등 경기동향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면 신용등급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며 단서를 달았다.일단 우호적이지만 신용등급 조정의 여지도 열어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권 차관보 등 정부 국제·외교라인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과 외국인투자자들을 ‘맨투맨’으로 접촉하며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김창록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군사적 위험을 수반하는 북핵 악재보다는 파장이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주체 패닉심리 차단도 관건 탄핵 악재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과 관계없이,‘막연한 불안심리’로 경제가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금융당국은 주식·외환시장이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는 모습으로 장(場)을 마감한 데다 주말 휴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재경부 김석동(金錫東) 금융정책국장은 “12일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한 결과,증시에서는 기관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팔았을 뿐,개인과 외국인은 견조한 매수세를 이어갔다.”면서 “주가낙폭과 환율 급등폭도 장 마감 직전 어느 정도 좁혀졌다.”고 지적했다.김 국장은 “좀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외국인들이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라면서 “이번 악재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냉랭한 설비투자와 소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탄핵안이 의결되자마자 신속하게 대국민성명을 발표하고,금융기관장 및 경제5단체장을 잇따라 만난 것도 불안심리가 불필요하게 증폭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정부가 13일 오전부터 경제장관회의(8시)→금융정책협의회(8시30분)→국제금융시장동향 점검회의(9시30분)→민주노총·한국노총 위원장 간담회(10시) 등을 숨가쁘게 열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부총리는 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손절매 등 지나친 단기대응을 통해 시장불안을 확산시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은행장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금융시장 안정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불안이 확산될 경우,한국은행은 긴급자금을 시중에 공급하는 한편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월요일이 고비”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탄핵이 장기 대형악재로 번지기 보다는 단기 쇼크로 그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도 “일단 월요일(15일)이 중대고비”라고 입을 모았다.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탄핵사태가 미증유의 일이긴 하지만 정변 수준의 사건은 아니기 때문에 증시에 오래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외환은행 하종수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의지가 강하고 달러공급 우위가 지속되고 있어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금융연구원 손상호 연구원은 “불확실성 증대로 모든 경제주체가 투자 계획을 유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월요일 금융시장의 반응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최근 스페인 테러 등으로 해외증시가 불안해 외국인들이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안미현 김태균 김미경 기자 hyun@˝
  • 성수대교 7월 확장개통 하루 21만대 통행 가능

    1994년 10월 붕괴됐던 성수대교가 종전보다 너비 2배,안전도 1등급 교량으로 거듭나 오는 7월말 완전 개통된다.서울시 건설안전본부는 오는 12월30일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성수대교 확장공사를 7월30일로 5개월 앞당길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시민불편을 덜기 위해 장비를 집중 투입한 결과다.사업비가 1300억원 들어갔다. 확장공사와 함께 트러스구간 상판에는 콘크리트 대신 특수강판을 사용,교량 무게를 줄이면서 하중능력을 2등급에서 1등급으로 한 단계 높였다.1등급 교량은 진도 5도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다.낙교 방지턱을 둬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켰다.폭도 19.4m(왕복 4차로)에서 35m(8차로)로 2배 가까이 넓어진다. 본선 연장만 1.16㎞인 성수대교는 붕괴사고 뒤 통제해오다 한강 남·북간 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97년 7월부터 부분 개통됐다.하루 평균 10만 5000대의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확장 개통되면 21만대를 넘을 것으로 건설안전본부는 내다봤다.미아고가차도 철거공사도 보름 앞당겨 오는 15일 매듭지을 계획이다.남산관광고가도로의 경우 한남로 구간 보수를 위해 오는 15일부터 5월 20일까지 양방향 1개차로씩 줄인다. 최창식 건설안전본부장은 “이번 공사로 성수대교는 가양대교와 함께 남·북단에서 전방향으로 진출입이 가능한 두번째 한강다리”라면서 “한남대교에서 강변북로로 진출할 수 있게 돼 영동·반포대교로 몰리던 교통이 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장애인용 경사로건물 내년부터 7% 稅감면

    이르면 내년부터 장애인을 위해 경사로와 관람석,호텔객실 등을 개조할 경우 세금이 감면된다. 지금까지는 장애인용 승강기와 점자블록 등에 대해서만 설치비의 3%를 세금감면 대상에 포함시켰으나,이처럼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세금감면 폭도 7%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4∼10월 ‘2003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내놓고 장애인 지원대책을 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복지부와 건설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장애인 편의증진심의회를 설치,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부처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한편,공공건물을 이용하는 장애인에 대해 수화 통역과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김성수기자˝
  • 해외교포 재산반출 지난해 1조1228억

    지난해 해외교포들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주식·채권 등을 처분해 해외로 반출한 재산이 2000년에 비해 무려 14배 가까이 증가했다.금액으로는 1조원을 웃돈다. 이같은 현상은 부동산 투기열풍으로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값이 떨어지기 전에 차익을 노리고 처분한 교포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 시민권 보유자 등 해외 교포들의 재산반출액은 지난해 9억 5480만달러로 전년(5억 4100만달러)보다 76.5%나 증가했다.이는 2000년(6970만달러)의 13.7배에 해당하는 규모로,지난 27일 현재 원·달러 환율(1176원)을 적용하면 1조 1228억원에 이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재산 해외반출에 따른 한은신고제가 폐지되기는 했으나 제도변경에 따른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자산가격이 급등하자 부동산 등을 매각하거나 예금을 빼내간 교포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재산을 반출하는 해외 교포들에 대한 한은신고제는 2002년 7월2일 폐지됐다.다만,반출규모가 10만달러를 웃돌 경우에는 세무서장의 자금출처에 대한 확인서를 외국환은행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해외 교포들의 재산 반출과는 달리 이민을 가면서 갖고 나가는 해외 이주비는 지난해 4억 3730만달러로 전년(5억 6880만달러)에 비해 줄었다.이는 이민자수가 2002년 1만 1966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 497명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외 이주비와 재산 반출을 합한 해외 유출액은 지난해 13억 9210만달러로 전년(11억 980만달러)에 비해 25.4% 늘었다.원화로 환산하면 1조 6371억원에 이른다. 재산 유출입액과 특허권,저작권 매각 등을 모두 합한 기타 자본수지는 지난해 14억 21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전년의 적자액(10억 8680억달러)보다 29.1% 증가했다.자본수지는 외국인의 국내주식·채권 매입,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등에 따른 투자수지와 기타 자본수지로 구성된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 교포들의 국내 재산 반출액 급증은 차익실현의 의미도 있지만 앞으로 국내 자산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면서 “해외 교포들의 재산 반출액이 크게 늘면서 기타 자본수지 적자폭도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사법시험 ‘35학점 이수제’ 무용론

    오는 2006년부터 사법시험에 응시하려면 35학점 이상의 학점을 따야 하는 학점이수제가 도입될 예정이지만 법학계는 ‘필요없는 제도’라면서 무용론을 펴고 있어 주목된다. 학점이수제는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고시 낭인’이 양산되는 사회문제를 줄이기 위해 법무부가 지난해 내놓은 대책이다. ●“이수학점 높이고 과목 수는 줄여야” 법대 교수들의 지적은 두가지다.하나는 학점이수 인정과목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다른 하나는 이수학점 기준으로 제시된 35학점은 너무 낮아 법학교육 정상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마련한 학점이수 대상과목들은 ‘법’자가 들어간 과목들이 총망라돼 있는 것같다.법대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은 기본적으로 포함됐고 사시와는 동떨어진 환경법·관광법·건축법 등도 포함돼 있다.‘현대사회와 법’,‘기업과 법률’처럼 개론 수준의 교양과목도 들어가 있다. 한양대 권형준 교수는 22일 “수험생들의 부담을 우려한 법무부의 고충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너무 나열식이어서 차츰 대상 과목 수를 줄여 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수학점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은 더 강력하게 제기된다.고려대 하태훈 교수는 “소위 ‘고시 법학’이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 법에 대한 시야를 넓힌다는 점에서 좋다.”면서 “35학점은 너무 낮아 법학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 성낙인 교수는 “35학점 기준은 교육부의 복수학위 인정기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법학에서는 그 정도 가지고는 기본 과목 이수도 어렵다.”고 지적했다.이수학점 기준을 높이고 인정 과목의 폭도 좁혀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경희대 서보학 교수는 “법무부로서는 졸업생과 재학생의 형평성을 감안했겠지만 연차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제도도입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연세대 박상기 교수는 “졸업생의 경우 학점인증기관에서 학점을 얻으라고 하는데 학점인증은 평생교육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사시의 성격이나 학점이수제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점이수제 보완계획 없다” 법무부는 학점이수제가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이다.사법시험 시험주관부처로서 학점이수제 도입으로 받게될 기존 수험생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사시는 원래 응시자격에 제한이 없던 일종의 자격에 관한 국가시험이라 대학 재학생 뿐 아니라 각계 각층의 수험생들이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조건을 너무 높게 설정할 경우 불평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시 합격자 3명 가운데 1명은 비법대생이고 수험생 가운데서는 반 이상이 비법대생인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법무부는 진입장벽을 높일 경우 초래될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조건을 까다롭게 할 경우 대학재학생들 가운데 저학년생들은 2∼3년 계획을 세워 학점이수제에 그런대로 대비할 수 있겠지만 졸업했거나 졸업이 임박한 수험생들은 결국 학원가에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법무부는 그래서 과목 범위를 조정하고 학점 기준을 높이는데 대해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이다.사시선발제도 자체의 근원적인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방안 논의를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수험생은 미리미리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법무부에서는 원서접수 때 제출된 이수학점증명만으로 판단한다.불안하다면 차라리 2005년 1학기 때까지 35학점을 모두 이수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졸업생들은 한국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대학에 등록하면 된다.사설학원 한 곳도 학점인증기관으로 등록되어 있다.독학사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수험전문가들은 독학사 과정을 추천하는 편이다.한 전문가는 “독학사는 취득하기 어렵지 않은데다 공부시간을 자기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오픈 코리아-소통하는 사회를 만들자]제2부(중)이기주의 극복사례-3 부안원전 실패에서 배운다

    원전수거물관리센터 유치를 둘러싸고 빚어진 ‘부안사태’는 지역이기주의의 실태와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째 계속된 부안사태는 한 가지 사안을 놓고 정부와 자치단체,찬반 주민들이 벌인 가장 길고 격렬한 시위였다. 부안사태는 앞으로 정부와 자치단체,주민,시민단체들이 지역이기주의를 해결하거나 미리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모두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수개월간의 격렬시위,군수 폭행,고속도로 점거,공공건물 방화 파괴,촛불시위,주민투표 등 지역이기주의를 둘러싸고 예견될 수 있는 사안들이 모두 발생한 유례없는 사태였기 때문이다. ●절차상 문제, 주민설득도 소홀 부안사태가 이 지경으로 흐른 것은 정부와 자치단체 등이 정확한 상황판단을 하지 못했고 안이하게 대처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우선 부안군은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우려되는 원전센터 유치사업을 주민공청회 한번 하지 않은 채 군수 단독으로 신청하는 모험을 감행했다.정부의 원전센터 모집공고 절차나 조건에 위배되지는 않았지만 군수의 독단적 결정으로 ‘절차를 무시한 행정행위’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김종규 군수 자신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군수와 군의회 의장의 원전센터 유치신청 다음날 열린 군의회에서도 유치안건이 부결돼 정치적 조정력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주민들에 대한 홍보나 설득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초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정부와 자치단체는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려 하기보다는 밀어붙이기식으로 나아가려다 때를 놓쳐 오히려 화만 키운 꼴이 됐다. 원전센터 유치 신청 이후 정부와 부안군,한국수력원자력㈜ 등이 나서 대대적인 홍보와 설득에 나서기만 했어도 민심이 그처럼 격화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지적된다.사후에라도 원전센터의 안전성,지역개발 청사진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면 주민들이 터무니없는 헛소문에 현혹돼 폭도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반핵단체들이 ‘핵은 곧 죽음’이라며 반핵 교육을 수개월간 전개했지만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처해 주민들이 등을 돌리는 주요인이 됐다. 부안사태가 악화된 것은 소신없이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태도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원전센터 유치에 나선 위도 주민들에게 현금보상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다음날 백지화를 선언하는 등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주민들의 반핵시위가 거세질수록 정부는 사업추진 의지를 확고히 하기보다는 한발짝씩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정부 각부처에서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위도 주민들로부터 ‘섬사람만도 못한 정부’라는 비난을 샀다. ●오락가락한 정부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사실도 극명하게 드러났다.정부는 자치단체장이 유치신청을 할 경우 원전센터사업은 그것으로 모든 상황이 끝난 것으로 착각했다.그 때문에 유치신청 이후 주민 설득과 사업추진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점 해결 방안이 전혀 준비되지 않아 우왕좌왕하다가 기회를 놓쳐버리기 일쑤였다. 지역이기주의에서 출발한 주민들의 반핵시위 본질을 꿰뚫어 보는 분석력과 이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능력도 실망스러웠다. 지역이기주의는 민의가 높아질수록,자치제도가 활성화될수록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안사태를 모델케이스로 삼아 정부와 자치단체는 물론 주민들이 모두 ‘상생(相生)’의 길을 찾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토지세 “단일·이중세율” 논쟁 가열

    내년부터 토지세가 ‘땅부자’들로부터 걷는 종합부동산세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걷는 토지세로 이원화되는 가운데,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야 하는 일반 토지세의 개편 방향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5일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재경부는 낮은 수준의 단일세율을 적용하자는 입장인 반면,행자부는 최소한 2단계의 세율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지금은 0.2∼5%로 무려 9단계의 누진세율 구조로 돼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정부는 이르면 10일쯤 ‘부동산 보유세(재산세+토지세) 개편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토지세제 개편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세율 체계와 세율에 따라 1400만명에 이르는 토지세 납부 대상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단일세율 vs 이중세율 내년부터는 세금을 매길 때 공시지가의 50%를 무조건 땅값에 반영해야 한다.현재 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현실화율이 36.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세금 부담이 크게 커지는 것이다.따라서 급격한 세금 인상이 없도록 토지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데는 정부부처나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다만 어떻게 얼마나 낮추느냐가 관건이다. 재경부는 복잡하게 나뉘어 있는 토지세율을 단일세율로 대폭 간소화하자고 주장한다.과표에 관계없이 하나의 세율을 적용하자는 얘기다.그렇게 되면 과표가 올라갈수록 세금이 불어나는 지금의 9단계 누진세율 구조보다는 세금부담이 줄어든다.재경부 관계자는 “어차피 토지세 체계를 개선할 바에는 단순 투명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세수(稅收)급감을 들어 난색이다.행자부 관계자는 “단일세율을 도입하게 되면 사실상 아주 낮은 세율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들의 세수가 급격히 줄어들 우려가 있다.”면서 “최소한 2∼3단계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국세로 걷는 종합부동산세의 절반은 세금이 걷히는 해당 지자체에 되돌려 주는 만큼 세수 감소분이 어느 정도 벌충될 것”이라고 밝혔다.나머지 절반은 지자체 살림살이 등에 따라 분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율 인하폭도 관건 단일세율로 하더라도 세율을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납세자들의 부담이 달라진다.현재 토지세 납부 대상자의 90%가 10만원 이하의 세금을 내고 있다.교육세·농특세 등 부가세를 감안하더라도 13만원 안팎이다.이들이 부담하는 실질 세율은 0.2% 수준.따라서 단일세율이 0.2%보다 높게 책정되면 대다수 국민들의 세 부담이 오히려 올라가는 역효과가 생긴다.조세연구원 김정훈 연구위원은 “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0.2%나 0.3%의 단일세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땅부자들만 내는 종합부동산세도 3∼4단계의 누진세 정도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아대 이윤원 경영학부 교수는 “도시나 시골 등 지역에 따라 공시지가가 천양지차인 상황에서 단일세율을 도입하면 납세의 형평성이나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해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보유세제 개편 추진위원장인 이철송 한양대 교수는 “세수 감소효과 등 다각도의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지자체가 일단 전국의 땅 소유자들에게 토지세를 모두 부과하되,토지가액이 일정액 이상인 사람에게는 국가가 종합부동산세를 다시 매기게 된다.물론 이 때는 앞서 낸 토지세는 이중과세 방지 차원에서 전액 공제된다. 한편 건물에 매기는 재산세도 토지세와 마찬가지로 과표 구간 축소 및 세율 인하가 추진되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
  • 금리 바닥은 쳤지만 완만히 오를듯

    지난해 말 은행 예금이자가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예금·대출 금리가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오랫동안 쥐꼬리만한 이자에 시달려온 예금생활자들은 반색할 만한 일이다.반면 신용대란 속에 빚을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슴 철렁한 일이기도 하다.대부분 전문가들은 금리상승은 시간문제일 뿐 추세로 굳어졌다고 보고 있다.금리가 이미 바닥을 쳤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특히 2월부터 요구불예금의 금리가 자유화됨에 따라 거액예금의 경우 하루만 맡겨도 연 3%대의 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예금·대출금리의 상승세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오름세로 지난해 12월 은행권의 평균 예금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12%로 전월보다 0.18%포인트 올랐다.1999년 12월(0.18%포인트 상승)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예금금리가 4%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해 7월(4.09%) 이후 5개월 만이다.정기예금은 전월대비 0.21%포인트 오른 4.10%,정기적금은 0.16%포인트 상승한 4.29%였다. 대출금리 역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12월 평균 대출금리는 전월보다 0.07%포인트 오른 6.20%였다.전체 가계대출 금리가 6.31%로 0.1%포인트 오른 가운데,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6.28%)는 전월보다 무려 0.24%포인트나 뛰었다.지난해 5월(6.30%) 이후 최고다. 전문가들은 은행금리가 오를 때 예금보다는 대출금리가 더 일찍,더 많이 오른다는 점에서 현 추세가 서민들에게 훈풍보다는 삭풍으로 먼저 다가올 것을 염려한다.지난달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0.10%포인트 오른 반면 여기에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24%나 오른 게 단적인 예다.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CD 등 시장금리에 연동돼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만 예금금리는 인상요인이 생겨도 은행들이 경영상의 요인 등을 들어 미적거리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경기회복 추이와 미국경제 동향이 변수 한은은 향후 금리동향을 결정할 변수로 ▲국내경기 회복속도 ▲미국의 금리동향 등 2가지를 든다.한은 관계자는 “두 개의 요인을 매우 보수적으로 전망한다고 해도 금리가 상승세에 접어든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 설비투자 등을 위한 은행대출 수요가 늘어 자연스럽게 금리가 수급원칙에 따라 오른다.또 국고채·기업어음(CP)·CD 등의 금리도 상승한다.이는 금융권의 자금조달과 운용전략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이렇게 되면 통화당국은 종합적인 경기판단 외에 실세금리와 정책금리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콜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콜금리 인상은 다시 시장에 금리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리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국내의 금리인상 기대심리를 부풀리고 있다.지난달 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의 현행 유지를 발표하면서 ‘상당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문구를 빼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콜금리 인상은 하반기에나 가능” ‘바닥은 쳤지만 상승은 장담할 수 없다.매우 완만하게 오르는 바나나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하반기,어쩌면 연말 넘어까지 L자형의 정체상태가 이어질지 모른다.’ 시장의 기대감과 달리 금융 전문가들은 본격 상승세를 전망하기는 이르다고 본다.바닥이 확인된 것은 분명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안 될 것이란 얘기다.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현재 은행금리는 경기상황보다는 콜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면서 “4월 총선이 예정돼 있는 데다 경기의 회복전망도 불투명해 콜금리 인상은 하반기에나 가능하고 그 폭도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투자전략을 크게 바꿀 이유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금리상승 전망이 높을 때에는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이 원칙을 적용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그는 “현재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4%대 초중반인 반면 3개월짜리는 3%대 초중반으로 1%포인트 가량 낮은데다 세금우대 혜택도 없다.”면서 “3개월짜리 가입자가 금리와 세금의 손해를 상쇄하고 1년짜리 가입자보다 많은 이익을 내려면 3개월마다 최소 0.5%포인트씩은 금리가 올라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김재욱 재테크팀장은 “금리상승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비과세 장기주식형펀드(1인당 8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 면제) 등 주식형 상품에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조흥은행 서 팀장은 “생계형 비과세 저축이나 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 예금 등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부동산 투자와 관련,신한은행 한 팀장은 “아파트 가격이 크게 빠질 가능성은 없으며 최소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만큼은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한 투자수단”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청풍리조트 첫 흑자 전환 ‘계륵’신세 면하나

    ‘이제부터는 ‘계륵(鷄肋·큰 도움도 안되지만 버리기도 아까운 물건)’신세를 면하게 되나?’ 국민연금기금으로 운영하는 휴양시설인 청풍리조트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충북 제천에 있는 청풍리조트는 지난 2000년 9월 900억원을 투자해 문을 열었지만 줄곧 적자에 시달려 왔다.특1·2급 호텔 2개에 276개의 객실을 갖췄지만,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데다 교통도 불편해 이용객이 많지 않아서다.때문에 국정감사 때마다 연금기금을 방만하게 운용한 단골 사례로 의원들의 집중질타를 받아왔다. 실제로 개장 첫해인 2000년 3억 3000만원,2001년 4억 9000만원,2002년 7900만원 등 적자행진을 지속해 왔다.그러나 지난 2001년 12월 제천을 통과하는 중앙고속도로의 개통과 주5일 근무제의 확산으로 이용객이 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4200만원의 흑자를 냈다. 직장의 단체 교육연수가 꾸준히 늘고 타이완 등 동남아 관광객이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하지만 지난해 운영비만 51억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흑자 폭이 4000만원대에 불과해 여전히 경제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복지부 연금재정과 손진우 사무관은 “올해는 이용객이 처음으로 10만명에 육박하면서 흑자폭도 억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몸살”백화점 상품권 사기사건 후폭풍 할인율제 없앤후 도안까지 변경

    백화점 상품권이 변신의 계절을 맞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새해부터 상품권 도안을 바꾸는 조치를 단행했다.자회사인 롯데닷컴이 지난해 9∼10월에 ‘행복한 세상’백화점 특판팀에 판매한 상품권 대금을 받지 못해 소송까지 내게 돼 기업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후속 조치다.그동안 위조 상품권 및 거액의 상품권 사기사건 등에 시달려온 백화점업계에 비슷한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백화점업계는 기업체 등에서 대량으로 상품권을 사면 1∼7% 할인해 주던 혜택도 지난해 말부터 없앤 상태다.상품권의 금액이 클수록 할인폭도 덩달아 커져 중간 마진을 남기려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백화점 상품권 사기사건도 대량 구매시 암암리에 깎아주는 백화점 업계의 관행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백화점들은 상품권 환불 및 영수증 처리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기업체가 50만원어치 이상의 상품권을 구입할 때는 상품권을 받는 상대방의 이름을 기재토록 한 국세청의 ‘접대비 실명제’가 원인이다.H백화점 관계자는 “평소 현금과 법인카드의 상품권 구매비율이 절반 수준이었으나 국세청의 접대비 실명제 조치 이후 카드를 이용한 상품권 구매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특히 200만원어치 상품권을 사면서도 접대비 증빙을 하지 않기 위해 49만원으로 영수증을 끊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또 100만∼200만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산 기업체들이 매장마다 하루에 4∼5건씩 환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수기자 geo@
  • 검찰 대규모 인사 총선후로/송광수총장 강법무에 판정승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정기인사가 소규모로 실시된다. 법무부는 20일 다음달 1일자로 실시될 검사장 정기인사에 대해 “재경지청 승격에 따른 최소한의 인사를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강금실 법무장관의 의도대로 당초 대규모·전면적인 인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진통 끝에 소규모로 결론지어졌다.사실상 연기된 셈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송광수 검찰총장의 ‘판정승’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지난해 말부터 강 장관이 “파격적인 인사를 구상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인사를 예고했지만 송 총장이 “총선을 앞두고 조직을 흔들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뒤 강 장관이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소규모 인사설은 이미 지난 주말부터 흘러나왔다.지검으로 승격하는 재경 지청 5곳에 대해서만 ‘직무대리’ 등 형식으로 발령내고,전면적인 인사는 총선 이후로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지난 16일과 19일 열린 두 차례의 검찰인사위원회에서도 검사장 인사안은 제시되지 않고,부부장 승진 대상자 등에 대한 논의만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인사가 최소화되면서 잇따라 실시될 부장급 이하 평검사 인사 폭도 상대적으로 좁아질 전망이다.당초 법무부는 전국 1400명의 검사중 1000명을 움직이는 대규모 인사를 계획했지만 송 총장 구상대로 최소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홍환기자 stinger@
  • 꿈의 고속철, 삶의 지도 바꾼다

    바로 그 느낌이다.잔잔한 호수 위를 돛단배를 타고 미끄러져 가는 느낌.그러나 속도는 시속 300㎞나 된다.점보 여객기 이륙속도인 시속 270㎞를 훨씬 웃돈다.1초에 무려 83.3m를 달려간다.지난 여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태풍 ‘매미’의 순간최대풍속 초당 60m와 비교가 안된다.하지만 속도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단지 저 멀리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버스들이 거북이처럼 보일 때에만 속도감이 느껴질 뿐이다.오는 4월 고속철시대 개막을 앞두고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미리 달려보았다. ■미리 달려본 고속철 서울역에서 광명역까지 기존선을 타고 간 고속철은 광명역을 빠져나가자 승차감이 바뀐다.고속철 구간에 접어든 것이다. 서서히 속도를 높인 고속철은 순식간에 시속 200㎞를 넘는다.그러나 미끄러져 간다는 느낌 외에 별다른 승차감을 느낄 수 없다.가속시의 덜컹거림도 없다.기존의 전동열차와 달리 전류와 전압 공급을 세밀하게 컨트롤하기 때문이다. 시속 300㎞에 도달하자 조금씩 좌우로 흔들거림이 느껴진다.이는 레일 시공에서의 미세한 차이 때문이다.하지만 이 정도의 흔들림은 거의 무시해도 좋다. ●정숙함의 비밀은 관절 대차 고속철은 진동이 없다.진동이 없으니 소음도 없다.진동이 없는 이유는 레일에 이음매가 없기 때문이다.길이 25m의 레일을 용접해서 300m로 늘인 뒤 현장으로 운반해 다시 용접하기 때문에 고속철은 하나의 레일로 시공돼 있다.그래서 고속철 구간인 광명∼대전 140㎞와 옥천∼동대구 98.7㎞ 구간은 레일이 하나이다.레일에 이음매가 없으니 당연히 덜컹거림이 없다. 진동이 없는 또 하나의 비밀은 관절 대차에 있다.대차는 객차와 레일을 연결하는 주행장치.기존 열차는 2개의 대차가 1량의 열차를 떠받치고 있지만 고속철은 1개의 관절 대차가 2대의 차량 사이를 연결한다.이 1개의 대차가 2량의 열차를 꽉 붙들고 있기 때문에 곡선 구간에서도 진동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관절대차 때문에 소음 및 진동이 줄어들고 승차감이 향상된 것이다. 고속철끼리 교행 시에는 공기 마찰 때문에 차량이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처음 당하는 사람은 조금 놀랄 정도다.●2등실에 가족용 테이블도 고속철의 1편성은 열차 20량으로 돼 있다.그래서 전체 길이가 388m나 된다.여객전무가 한바퀴 도는 데만 30분이 걸린다. 창문은 대형이어서 전망이 좋다.천장에 달린 2개의 모니터가 주행속도 등 차량 정보를 제공해준다.장애인용 휠체어 보관대도 마련돼 있다.팩스를 보내고 받을 수도 있다. 실내온도는 자동센서가 온도를 감지,항상 22℃를 유지하게끔 해준다.1등실 좌석은 1열 3석의 회전식이지만 2등실 좌석은 1열 4석의 고정식이다.고속버스처럼 앞만 보고 가야 한다.그러나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가족용 테이블이 8석 설치돼 있다. 각 객실 앞뒤에는 비상연락 벨이 설치돼 있어 여객전무와 통화할 수도 있다.또 비상탈출용 망치가 객차 당 4개씩 비치돼 있다.출입문 쪽 4개 유리창은 비상탈출용으로 제작돼 있어 쉽게 깨진다.선반 바닥은 투명해서 물건이 잘 보여 놓고 내릴 염려도 없다. ●좌석 간격 좁은 것이 흠 아쉬운 점도 있다.속도를 위해 차량을 경량화·소형화하다 보니 안락감이 희생됐다. 우선 2등실의 좌석배치가너무 답답하다.앞좌석 중심에서 뒷좌석 중심까지 거리가 93㎝에 불과하다.기존 새마을호의 115㎝에 비해 22㎝가 좁다.또 의자 1세트의 폭도 107㎝로,새마을호 112㎝에 비해 5㎝ 좁다.출입구와 좌석이 너무 붙어 있는 것도 흠이다.출입구쪽 승객은 문 여닫는 소음을 감내해야 한다.수익성을 고려해 좌석수를 늘렸기 때문이다.편의시설 표지판도 너무 작다. 또 터널을 통과할 때는 압력차 때문에 귀가 ‘웅웅’거린다.터널통과 시에는 소음 때문에 옆사람과 속삭일 수 없다.방음 펜스로 인해 바깥 경치 구경이 어려운 점도 아쉬움이다. 김용수 기자 dragon@ ■생활풍속도 어떻게 달라질까 고속철은 전국을 ‘1일 생활권’에서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꿔놓게 된다.이에 따라 출퇴근,통학,주거,레저,관광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에 ‘혁명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또 역세권 지역은 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제 매일 만날 수도 있어요”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민(26)씨와 대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오정림(26·여)씨는 1주일에 이틀만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주말부부’다.한씨는 토요일 수업이 끝난 뒤 대전으로 내려가 하룻밤을 보내고 올라오는 길이 늘 아쉽기만 하다.기차나 승용차를 이용하면 오가는 데 최소 5∼6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오는 4월이면 이들도 ‘평일부부’가 될 수 있다.한씨는 “고속철이 뚫리면 서울∼대전이 49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다.”면서 “이제 서울에서 통근하는 것이 꿈만은 아니다.”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서울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윤수(29)씨는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에 자주 가보지 못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바쁘기도 하지만 임신 중인 아내 때문에 조심스러워 선뜻 비행기를 탈 수도 없었다. 이런 김씨에게 고속철 개통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김씨는 “비행기보다 싸고 안전한 데다 역이 시내 중심가에 있어 집까지 쉽게 갈 수 있으므로 아내와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자주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넓어지는 생활권 이처럼 고속철은 국토의거리를 좁혀 생활반경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온다.철도청 정문영(42) 고속철도홍보팀장은 “서울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흑산도·홍도 등 섬 지역도 목포까지 고속철을 타고 간다면 하루에 왕복할 수 있다.”면서 “명절에 고향에 가기 위해 주차장 같은 고속도로에서 하루종일 견뎌야 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충청권과 수도권이 합쳐질 것으로 보인다.비용을 감수한다면 서울에서 대전·천안지역까지 출퇴근과 통학이 가능해진다.따라서 대학 등 교육기관이 지방으로 분산되고,서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주거지역은 서울과 수도권 주변 도시를 벗어나 충청권까지 확장된다. 레저·관광의 범위는 한층 넓어진다.영·호남지방이라도 고속철역과 가까운 지역은 하루 코스로 다녀올 수 있으므로 주5일제 시행과 맞춰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는’ 주말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관광대학 관광경영과 권혁률(41) 교수는 “고속철이 개통되면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관광산업이 전국으로 뻗어나갈 것”이라면서 “각 지역에서 특색있는 분야를 발전시킨다면 역 주변을 중심으로 특화된 문화·관광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방도시 활성화 고속철 개통은 지방도시들을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일본에서는 지난 1964년 신칸센이 개통된 뒤 15년 동안 신칸센이 정차하는 8개 지역의 인구증가율이 1.4%로 전국 평균 1.17%보다 훨씬 높았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서는 다양한 개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오는 5월까지 경부고속철 주요 역 주변에만 1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고속철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대전은 역을 중심으로 도시기능을 재편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천안역 주변은 종합위락단지와 대학 캠퍼스 등을 갖춘 복합신도시로 개발되고,경기 광명과 안양 일대 60만평은 택지개발예정기구로 지정돼 중심상업지역으로 개발된다.2010년 개통 예정인 충북 오송은 중부권의 신흥도시를 꿈꾸고 있고,김천과 구미에는 첨단복합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하루 15만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역 구내에는 다양한편의시설이 들어선다.서울역에는 백화점 콩코스가 문을 열고,용산역에도 백화점이 들어선다.할인점들도 입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RE멤버스 고종완(47) 대표는 “지금까지는 시간거리와 공간거리가 비례했지만 고속철 개통은 이러한 구조를 재편시킬 것”이라면서 “역 주변의 주거여건이 좋아지면서 점차 공단 등이 들어서고 대학과 공공기관이 이전,지방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유지혜 기자 taecks@ ■驛舍 마무리 한창 오는 4월 고속철 개통과 함께 경부·호남선의 전국 주요 역사(驛舍)가 ‘깜찍한’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된다.또 광명,천안·아산역은 고속철 개통에 맞워 일반인들에게 처음 선보인다.100년 철도역사의 흑백 사진이 사라지고 현대적·국제적 감각에 맞는 새로운 컬러의 옷으로 갈아입고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통합 서울역사 지난달 오픈 지난 12월 18일 기존 서울역과 맞닿은 남쪽에 증개축된 역사가 새로 문을 열었다.전체 공정률은 99%.지하 2층,지상 5층의 건물로 전체적인 특징은 활을형상화해 고속철도의 역동적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다.지난 2000년 5월부터 총사업비 987억원(철도청 125억원,한화역사㈜ 862억원)이 투입됐으며, 상업시설은 오는 6월 완전히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의 역사는 철도박물관 등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지하에 환승광장을 신설,서울역과 지하철역을 연결시키고 있으며 역사 2층에 환승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대중교통 연계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민자역으로 확 바뀌는 용산역 용산 고속철 역사는 경부·호남선과 지하철 1·4·6호선 등 모두 9개 노선이 지나는 철도교통의 새로운 심장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지난 99년 1월 현대역사㈜가 5073억원을 출자한 민자역사로 2005년 9월 완공예정이다.그러나 역무시설은 고속철 개통에 맞춰 완공된다.지하3층,지상9층에 이르는 현대적 친환경 건물을 표방하고 있다.아울러 주변의 벽산 메가트리움,대우 트럼프월드3 등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의 공급이 늘면서 대규모 주상복합타운이 형성될 예정이다. ●광명역사 99.6%의 공정률 새롭게 선보이는 역사다.지하2층,지상2층으로 건물 외관을 첨단 고속철의 이미지로 장식했다.2008년까지 정부가 일직동과 소하동,안양시 석수동,박달동 등 일대 70만평을 종합환승센터 및 비즈니스·상업·주거기능이 복합된 역세권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새로운 교통요지로 발전이 기대된다.현재 주변도로 및 광장 정비공사 등 막바지 손질이 한창이다. ●천안·아산역사 이달 완공 역사 명칭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천안·아산역은 지하 1층,지상4층의 현대식 건물이 들어선다.역 설계 개념은 미래 호남고속철 분기점을 고려했으며, 역사 토목구조물로 인한 도시 양분화를 극복하기 위해 동서 관통로 8곳을 설치했다.총사업비 644억원이 투입됐으며 8년간의 공사 끝에 이달 중 완공될 예정이다. ●대전 증축역사는 영업중 총사업비 352억원을 들여 지난 2000년 12월부터 공사를 해왔으며 오는 3월 완공예정이다.지난해 5월 새로 증축된 역사는 일반인들에게 우선 오픈됐다.현재 기존 역사의 동쪽 부분에 연결통로 정비 등 마감공사가 한창이다.전체 디자인은 교통의 요충이자 기술한국의 입지인 대전지역 특성을 고려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동대구역 주차장시설 대폭 확충 현재 전체 공정률 97%를 보이고 있는 동대구 역사는 397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일부 기능은 지난해 7월부터 영업 중이며 현재 기존 역사 손질만 남겨 놓고 있다.고속철 개통 이전에 모든 공정이 완공될 예정이다.기존에는 역광장에서만 출입이 가능했으나 지하철역과도 바로 연결되고 동쪽 효목네거리에서도 진입이 가능토록 했다.20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시설을 새로 확보했다. ●부산역사 2월중 증축 완공 76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 3년 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전체 공정 3단계 중 1단계는 2002년 11월에 완공됐으며, 2·3단계 공사는 오는 2월 완공될 예정이다. 지상5층 건물이며 배의 용골과 늑골 및 돛대의 상징을 살려 항구도시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호남선 역사는 개·보수중 서대전역을 제외한 익산·광주·송정리·목포 역사는 대부분 홈지붕이나 승강장 등을 중심으로 개·보수작업이 한창이다.서대전역의 경우 지난 2001년부터 153억원을 투입해 현재 9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서대전역은 여자 화장실에 별도의 화장대를 설치,눈길을 끌고 있다. 김문기자 km@ ■얼마나 빨리 가나 ‘서울 시내에서 대구까지 가장 빠르게 가려면 어떤 교통편이 좋을까.’ 국내선 항공기의 평균 속도가 시속 800∼850㎞이고 고속철이 평균 220㎞로 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비행기 쪽 손을 들어줘야겠지만 실상은 다르다.도심간 이동시간을 계산하기 위해선 도심으로부터의 접근성,대기시간 및 실제 운항시간 등을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비행기로 서울∼대구간을 이동하는 소요시간을 계산해보자.승객이 김포공항을 출발,대구공항에 내리는 시간은 55분.하지만 승객들은 서울 도심에서 김포공항까지 이미 40분에서 1시간을 보내야 했고 탑승수속에도 최소 20분이 걸린다.이에 대구시내까지 들어가는 시간인 15분을 합치면 총 소요시간은 2시간10분에서 2시간30분이 걸린다. 반면 도심과 도심을 직접 연결하는 고속철은 대구까지 1시간39분이면 충분하다.서울∼부산,서울∼광주 등 기타 노선도 별반 차이가 없다.서울역을 출발한 고속철 승객은 2시간40분이면 부산의 중심인 부산역에 도착하지만 항공편 여행자들은 그 시간에 김해공항에서 부산시내로 들어오는 버스 안에 있어야 한다.이에 대해 모 항공사 관계자는 “대구 등 일부 구간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고속철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교통부와 철도청이 마련한 고속철도운임체계(안)에 따르면 요금은 서울∼동대구 4만원,서울∼부산 4만9900원 등으로 항공기 요금의 70% 수준이다.이에 ‘고속철로 인해 최대 80%까지 국내선 항공기 승객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국내 항공사들은 “내년부터 항공편 감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고속버스는 ‘레일 위를 날아다닌다.’는 고속철과 비교하면 ‘거북이’ 신세지만 가격경쟁력에 있어선 탁월하다.서울∼대전 구간은 고속철 요금이 2만 600원인데 반해 일반 고속버스는 7000원으로 33.9% 수준이다. 유영규기자 whoami@
  • 기업 설비투자 꿈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서서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기업 자금수요를 미리 알려주는 회사채 발행이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경기둔화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아직 완연하지는 않지만,민간소비와 함께 경제회복에 열쇠가 될 설비투자 활성화에 청신호가 ‘반짝’ 들어와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회복 기대감 곳곳서 감지 한국은행은 10일 ‘금융시장 동향’을 통해 지난 달 회사채가 9946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기업들이 갚은 회사채 액수보다 새로 발행한 회사채가 1조원 가량 더 많았다는 얘기다.전월 2390억원에 이어 2개월째 증가세일 뿐 아니라 그 폭도 4배 이상으로 커졌다.22개 기업이 회사채를 새로 발행한 가운데,신용등급 A등급 이상인 기업이 4824억원을 순발행했다.특히 불안한 경제상황 때문에 그동안 시장형성 자체가 안됐던 신용등급 BB 이상 기업과 BB 이하 기업도 각각 3031억원과 2091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다.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순발행을 기록하고,그 물량이 소화된다는 것은 이들 기업의 회사채를 사주는 곳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한은은 “기업들이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장기물인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면서 “이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같은 흐름에서 단기물인 기업어음(CP) 순발행은 7000억여원이 줄었다.가급적 단기부채를 줄이고 장기부채를 늘려 향후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기업들의 계산에서다. 한투증권 신동준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금리의 바닥을 확인하면서 회사채 차환발행을 앞당기고 단기부채인 CP를 장기부채인 회사채로 전환하는 경향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여유자금 비축 시작 아직은 회사채 발행이 본격적인 설비투자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지난달 회사채 발행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내용을 보면 대부분 기존 회사채의 차환이나 CP 상환용이었고,설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한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그러나 한은은 이런 식의 차환 자체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다.한은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회사채 상환 만기가 오면 기업내부에 비축된 유보자금 등으로 대부분 갚아버렸지만 지금은 가급적 차환발행을 통해 갖고 있는 돈을 최대한 비축해 두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경기회복에 대비한 설비투자용 자금확보의 목적이 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공장 가동률 상승과 자본재 수입증가 등에도 주목하고 있다.한은 통화금융팀 안희욱 차장은 “기업의 가동률이 높아지면 다음 단계는 필연적으로 설비투자의 확대”라고 말했다.안 차장은 “은행대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편”이라면서 “연말을 맞아 12월에는 기업의 부채상환 및 금융기관의 위험자산 축소 등으로 은행대출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지난달 말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 발표에 따르면 기업들의 평균 가동률이 18개월만에 80%를 넘어섰고,전월대비 재고가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기계,장치,공장설비 등 자본재 수입도 전년동기 대비 16.8% 늘어나 3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편 이날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이 증가하면서 국내 설비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부동산업 ‘된서리’

    ‘10·29 부동산대책’의 여파로 부동산업 매출이 급격히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도·소매업은 여전히 바닥권을 헤매고 있으나 감소세가 조금씩 둔화되는 양상이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10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부동산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5%나 감소했다.8월부터 석달째 뒷걸음질이다.감소폭도 전월(3.8%)보다 크게 확대됐다. ‘5·3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 4월(-6.7%)이후 최고치다.당분간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보험업(3.2%),운수·창고 및 통신업(5.2%) 등 일부 업종의 호전에 힘입어 전년동월 대비 1.5% 증가했다.하지만 내수 회복의 핵심관건인 도·소매업은 자동차 판매와 백화점 매출 등의 부진으로 전년동월 대비 1.2% 감소했다.지난 2월 이후 9개월 연속 감소세다.그나마 감소폭이 전월(2.5%)보다 축소됐다.특히 서민들의 경기체감지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세탁소,이·미용실,목욕탕 등 개인서비스업의 감소세 둔화(4.0%→2.5%)가 두드러진다. 서비스업통계과 김한식 서기관은 “교육서비스업의 매출이 플러스로 반전되고,운수·창고업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되는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미약하나마 개선 기미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서비스업 가운데 소비자들의 ‘주머니사정’을 반영하는 학원 매출은 여전히 마이너스 2.4%이고 ▲백화점 매출이 11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운수·창고업의 호황도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에서 내수 회복을 본격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안미현기자 hyun@
  • 연말인사 잔치는 없다/대규모 승진 사라져 우울한 재계

    재계가 연말연시 임원 인사를 앞두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기 침체와 검찰의 비자금 수사 여파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탓이다.대대적인 승진 잔치를 벌일 처지가 아니지만,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상황도 아니다. ●비자금 수사 여파… 로열 패밀리 승진 적을듯 이번 연말연시 인사의 ‘키워드’는 실적과 글로벌 경험이 중시될 것으로 예측된다.여기에 내년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보여 기술·마케팅 출신의 ‘젊은 피’가 대거 발탁될 것으로 점쳐진다. 인사 폭은 예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일부 기업을 빼고 올해 실적이 고만고만한 데다 내년 경제운용의 복병이 많아 안정과 책임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여파로 일부 그룹의 경우 CEO(최고경영자) ‘물갈이’가 예상된다. 반기업적인 정서도 어느 해보다 강해 그룹내 ‘로열 패밀리’의 승진 인사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내년 1월 둘째 주에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인사 폭이 예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전했다.그러나 진행 중인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결과에 따라 일부 조정이 불가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임원 인사는 연구개발과 해외 마케팅 출신을 우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로 예정된 현대자동차의 임원 승진인사는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지난 8월 대규모 인사를 한 데다 내수 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그러나 수출 호조에 따른 순이익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돼 수출부문의 마케팅쪽이 약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는 지난해 창립 50돌을 맞아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한 탓에 이번인사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내년 사업계획도 그동안 벌여 놓은 사업들을 다지는 방향이어서 CEO들의 유임이 예상된다.다만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상 마케팅 강화를 위해 패기의 40대 임원승진이 점쳐진다.롯데와 효성은 실적이 승진의 중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인사의 폭도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예상된다. ●기술·마케팅 출신 40대 ‘젊은피' 발탁 가능성 오너 2∼3세의 승진 인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이재용씨와 현대차의 정의선씨가 각각 상무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그러나 올해만큼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어느 때보다 곱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검찰의 기업 비자금 수사와 삼성에버랜드 CB(전환사채) 소송건이 겹쳐 운신의 폭이 대폭 줄었다. ●LG·SK는 ‘안개’ 지난해 대선 직전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12월 초쯤 대략적인 윤곽이 잡혔던 LG는 ‘시계 제로’로 돌아갔다.시기 및 내용 등이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LG가 LG카드 문제로 구본무 회장의 경영권까지 채권단에 담보로 잡힌 상태여서 평범한 인사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인사 시기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올 한해 극심한 위기를 겪은 만큼 내년 1월 말 단행될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는 그룹의 안정에 역점을 둔 인사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손길승 회장의 거취 등이 달라질 수 있어 인사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게다가 최태원 회장이 바로 전면적인 경영활동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SK의 인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산업부 golders@
  • “담뱃값 조금만 올리자” 복지부 ‘원군없는 싸움’

    ‘1000원 인상→500원 인상→그 다음은?’ 담뱃값이 실제로 인상될 것인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부터 줄곧 담뱃값을 1000원 올리겠다고 공언해 왔다.흡연자들이 즉각 반발했지만 연내 관련법을 통과시키고,내년부터 적용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형세는 갈수록 복지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경제부처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기 때문에 복지부는 7개월째 ‘원군 없는’ 지루한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도 김진표 재정경제부장관과 김화중 복지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장관협의회를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다만 이전과 달리 “1000원을 올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이뤄져 일단 ‘1000원 인상안’은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17일 김 장관의 지시로 담뱃값을 500원 올리되 수익금을 전액 폐암환자 치료 등에 사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정안을 마련했다.하지만 500원 올려서는 흡연율을 낮추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결국 ‘태산 명동(鳴動)에 서일필(鼠一匹)(크게 떠벌리기만 하고 결과는 보잘 것 없음을 이르는 말)’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어쨌든 복지부는 이런 수정안을 토대로 오는 19일 고건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재경부 등과 최종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폭도 문제지만 결국 인상으로 얻은 수익을 누가,어디에다 쓰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담뱃값을 500원만 올려도 수익이 1조 9000억원 정도가 예상되는데,이 돈을 모두 복지부에서 쓰겠다고 한다면 재경부 등이 수용할 리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담뱃값 1000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민주당 조성준 의원 발의로 이미 제출돼 있다.24일쯤 이 안이 국회에 상정,논의를 시작하는데 정부는 이전에 정부안을 만들어 조성준 의원안에 반영한다는 복안이다. 김성수기자 sskim@
  • 경기 극과극 / 내수 ‘쩔쩔’ 수출 ‘펄펄’

    ‘떠받치는 수출,발목잡는 소비’ 우리 경제가 수출로 ‘연명’하고 있다.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물량이 늘면서 지난달 생산이 크게 늘었고,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23억달러로 5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반면 소비는 4년 9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내수와 수출의 양극화가 극명하다.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도 넉 달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마이너스로 꺾였다.그런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올 4·4분기나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수출에 의존한 절름발이 경제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9월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3억 4900만달러로 전월(13억 91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한은 예상치(20억∼30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1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수출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수출 호조는 국내 생산도 크게 끌어올렸다.통계청이 같은 날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은 지난 해 같은 달보다 6.6%나 증가했다.지난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이에 힘입어 제조업 평균 가동률(78.7%)도 80%에 육박했다.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 출하량이 급증(14.3%)한 덕분이다.반도체를 제외하면 산업생산 증가율은 2.5%에 불과했다. ●멈춰선 ‘한 축’ 소비 수출과 더불어 경기의 양대 축인 소비는 좀체 살아날 기미가 없다.도·소매 판매액은 전년동월대비 3.0%가 줄어 7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감소폭도 지난 1998년 12월(-3.5%) 이후 4년 9개월만에 가장 크다.특히 백화점 판매액은 무려 14.0%나 급감했다. 10월 정기세일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구매를 늦춘 탓이 커 보인다.냉장고 등 내구 소비재 판매실적도 신통찮아 정부의 특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무색케 했다. 설비투자 역시 감소세(2.3%)를 벗어나지 못했다.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던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하락세(전월대비 0.1%포인트)로 다시 돌아섰다. ●정부,“늦어도 내년 봄에는 경기 바닥치고 회복” 김민경(金民卿) 경제통계국장은 “경기선행지수가 꺾였지만 감소폭이 미미하고,설비투자도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어 경기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김 국장은 그러나 “자동차 파업 등 특수요인이 많아 정상적인 경기 판단이 어려운 데다 수출이라는 한 축만 돌아가고 있어 국면 전환을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여전히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낙관론만 펴고 있다.조윤제(趙潤濟)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29일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경영자 조찬회에서 “설비투자가 회복 준비단계에 있다.”면서 “국내 경제가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바닥을 치고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이라크 수렁’에 빠진 美

    이라크에서 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미국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특히 27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대한 폭탄테러로 미국은 헤어나기 힘든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지난 8월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폭탄 테러 이전까지만 해도 테러공격은 미군 관련시설에 집중됐다.하지만 이제 인도적 국제구호기관과 각국 대사관 등으로 테러가 확산중이다.이라크내 저항세력의 테러가 광범위한 반(反)외세 성격의 게릴라전으로 번져가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에 따라 ICRC는 이라크에 배치된 외국인 직원 30∼40명과 이라크인 직원 800여명의 감축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이라크에 파병한 네덜란드 외무부도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 직원을 요르단으로 철수시켰다. ●BBC방송,“얼굴 없는 테러” 바그다드에서 27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공격은 본격적 게릴라전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군사전문 월간지인 ‘디펜스 어낼러시스’의 프란시스 투사 발행인은 “이번 공격은 아무렇게나 감행한 공격이 아니다.”며 조직적 게릴라전의징후를 강력히 경고했다. 더욱이 테러의 확실한 배후가 드러나지 않은 채 이라크인 중 피아조차 식별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영국 BBC방송은 27일 “점령세력은 저항의 배후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매케인 의원,“제2의 베트남전”경고 이라크 사태가 소모전 양상을 띠자 일부 전문가들은 베트남전과 닮은 꼴이 돼가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지난 26일 이라크 상황이 베트남전 당시와 흡사하다고 경고했다. 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그다드 동시다발 자폭테러와 관련,이라크에서 미국이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이 폭도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부시 행정부도 내심 이번 연쇄 테러의 심각성을 십분 인식하는 분위기다.연쇄 테러 직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이라크 군정 책임자인 폴 브리머 최고행정관,리차드 마이어스 함참의장 등의 비밀회동을 가졌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국제사회,이라크파병에 시큰둥 미국의 지원요청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도 시큰둥하다.중국 정부는 28일 이라크에 병력을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장치웨(章啓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과거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다른 국제 군사활동에는 동참한 적이 없다.”며 파병계획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조르제 삼파이우 포르투갈 대통령도 이날 포르투갈군의 11월 파병 가능성이 희박함을 내비쳤다.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 역시 터키에게 이라크파병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방식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등 미국의 계획은 이래저래 꼬이게 됐다. 구본영기자 kby7@
  • 수능점수 올부터 추정보도 없앤다

    다음달 5일 실시되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수능 당일 성적의 등락폭에 대한 추정 보도가 사라진다. 서울시내 입시 전문기관들은 최근 각 평가실장들이 모임을 갖고 “올해 수능부터 문제의 출제 경향이나 난이도 분석은 하되 성적 등락폭 예상치는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또 수능시험 당일과 성적 발표일인 12월2일 이후 대학의 모집단위별 지원가능 점수와 점수대별 추정 분포표 자료도 발표하지 않을 방침이다.이같은 합의에는 고려학력평가와 대성학원,에듀토피아중앙교육,정일학원,종로학원,중앙학원 등 주요 입시전문기관들이 참여했다. 교육부 출입기자들도 과열된 입시 경쟁으로 훼손된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올해부터 대학입시 보도강령을 강화해 시행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기자들은 올해부터 고교별 각 대학 합격자 수와 ‘수능 점수대별 지원 가능대학’ 예상표를 일절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수능 총점 및 영역별 등락 예상폭도 11월6일 표본채점 결과가 공식 발표될 때까지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
  • 고시원에 고시생이 없다?

    경기침체와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직장인과 실직자,취업준비생 등이 고시원으로 몰리고 있다.고시원은 보증금 없이 매달 일정액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20∼30대 젊은 계층의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실상 고시원이 수험공간에서 주거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고시원이 이처럼 주거기능을 맡고 있지만,화재 등 재난사고 대비시설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무늬만 고시원 서울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 ‘학원가’ 등에 위치한 고시원뿐만 아니라,기업체가 밀집해 있는 강남이나 신촌,영등포 등의 고시원도 빈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H고시원은 40개의 방 가운데 35개를 김포·인천공항 직원이나 주변 회사원들이 차지하고 있다.강남구 역삼동 E고시원은 50개의 방 가운데 45개 이상을 근처 벤처회사 등의 직장인들이 사용한다.E고시원 관계자는 “60% 수준이던 입실률이 지난 9월 이후 90%를 웃돌고 있다.”면서 “전·월세 가격 상승에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고시원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안’ 주거공간으로 고시원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별도의 보증금 없이 매달 사용료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고시원의 월평균 사용료는 식비를 포함해도 평균 20만∼4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달부터 강남 I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회사원 김모(31)씨는 “최근 월셋방에서 고시원으로 옮긴 뒤 생활비가 20만원 정도 절약됐다.”면서 “인터넷 통신망과 주차시설,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인들이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격시험 등을 준비하기 위해 고시원에 들어가는 경우도 다반사다.노량진 B고시원 관계자는 “공무원시험이나 자격시험을 준비하려는 직장인들의 문의 전화가 하루 평균 5건 이상”이라면서 “수험생과 직장인 입실자 비율도 9대1에서 7대3 정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노동자·가출 청소년 등도 가세 중소업체가 몰려 있는 영등포구와 구로구 등의 경우 고시원에 기거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게다가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가격에비해 시설이 잘 갖춰진 것으로 소문난 신림동 고시촌 등으로도 속속 진입하고 있다. 고시촌에서 생활하는 오모(30)씨는 “최근 고시원에 외국인 노동자 등이 부쩍 늘었다.”면서 “고시원간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험생 이외의 거주자가 많아져 학습 분위기를 해치기도 한다.”고 불평했다. 또 유흥업소 주변 고시원은 가출 청소년들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신촌에서 호객꾼(속칭 ‘삐끼’)으로 일하고 있는 가출 소년 이모(18)군은 “마땅한 잠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한달에 15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고시원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면서 “집을 나온 친구 2명과 함께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이처럼 고시원을 찾는 수요자가 늘자 인터넷에는 이들과 고시원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업체도 등장했다. ●10년만에 10배 증가 서울시에 따르면 90년대 초반 신림동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내에 150여곳이던 고시원은 지난해말 1215곳,올해 6월에는 1352곳으로 늘었다. 고시원 수가 10년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고시원은 고시촌(신림동)과 학원가(노량진동)가 위치한 관악구(389곳),동작구(128곳)가 밀집지역이다.특히 90년대까지 전무하다시피 했던 강남구(110곳)와 서대문구(98곳),서초구(72곳),마포구(59곳),종로구(49곳),강서구(46곳),강동구(46곳) 등에서도 고시원 증가추세가 뚜렷하다. 신영만 고시원연합회 회장은 “최근 3∼4년 동안 수험생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고시원의 증가가 두드러진다.”면서 “고시원이 대학가 등 일부 지역에만 집중됐던 90년대와 달리,2000년 이후에는 역세권 등 서울 전지역에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사고의 ‘사각지대’ 고시원이 사실상 주거공간으로 기능을 하고 있지만,대부분의 고시원에는 화재 등 재난사고에 대비한 시설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상당수 고시원이 근린생활시설(독서실)로 관할 교육청에 영업신고를 한 뒤 칸막이 등을 이용해 다가구주택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시원 주인은 “다가구주택을 신축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편법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칸막이를 이용,‘쪽방’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고시원이 전체의 8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이 때문에 소화기 등 화재경보·대비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복도의 폭도 좁아 신속한 대피도 어렵다는 지적이다.불이 나면 칸막이 등에서 발생하는 연기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시 구청 관계자는 “올해 1월 이후 새로 지어진 고시원이나 구조·용도변경을 하는 고시원의 경우 소방법의 적용을 받게 됐지만,기존의 업소에 대해서는 마땅한 지도·감독권이 없는 사각지대”라면서 “고시원이 주거기능을 수행하는 점을 감안해 건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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