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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기의 담판만큼 흥미롭다… 3인3색 ‘밀당의 기술’

    세기의 담판만큼 흥미롭다… 3인3색 ‘밀당의 기술’

    ■더이상 샌드위치 아니다… 문재인 ‘중재의 기술’ ‘불신’ 북·미에 조언… “양국 지도자 이처럼 한국에 의존한 적 없어” 19대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해 5월 초, 미국 타임지는 표지 모델로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고 ‘니고시에이터’(협상가)란 제목을 달았다.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한반도 운전자론’을 처음 꺼내들 때도 ‘한반도의 봄’은 막연했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점증하면서 북·미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던 시절이다. 서로 ‘늙다리 미치광이’, ‘로켓맨 미치광이’라며 저주를 교환했던 북·미 정상의 오는 12일 정상회담이 확정되기까지 문 대통령의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 외교가에서 큰 이견은 없다. 분단 이후 한반도 문제에서 북·미 지도자가 남한 지도자에게 이처럼 의존한 적은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강점은 ‘일이 풀리도록’ 끊임없이 상대를 치켜세우고, 신뢰를 얻기 위해 정성을 들인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복원 국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그 로드맵은 북·미 간에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앞질러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북한 체제 보장의 아이디어로 제안했던 종전선언 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언급했던 지난 2일 청와대는 “세기적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간 북·미 대화에서 쓴맛을 맛봤던 미국은 북한을 믿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 지원과 체제 보장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북한도 못내 불안하다. 대화의 판이 요동쳤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탄력을 받는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북·미 간 기싸움 수위가 높아가던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려 했다. 곧이어 정상회담(22일)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적 방법에 의한 비핵화 확신을 심는 데 ‘올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취소를 선언한 이튿날에는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를 제안했다. ‘도보다리 독대’로 정점을 찍은 남북 정상의 신뢰는 지난달 25일 김 위원장이 북·미 담판을 되살리기 위해 문 대통령에게 ‘SOS’를 친 데서 입증됐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미 특사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의 조언에 충실히 따른 셈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예측불허 사업가적 협상…트럼프 ‘거래의 기술’ 회담 취소 편지로 판 흔들되, 정중한 표현으로 재협상 여지 남겨 北 ‘벼랑끝 전술’ 역으로 이용… 미국내 강경 보수파까지 흔들어 온갖 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12일 예정대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술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를 통해 돌연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더니 북한이 유화적으로 나오자 다시 회담 취소를 취소했다. 말 몇 마디로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한 것이다. 이 같은 협상술은 전통적인 외교협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파격이다. 마치 남녀의 변덕스러운 ‘밀당’ 연애를 보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 편지를 자세히 살펴 보면 매우 정교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담았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거친 언사를 회담 취소 이유로 제시하면서도 김 위원장을 ‘각하’로 부르는 등 정중한 표현을 썼고, 편지 말미에는 ‘마음이 바뀌면 전화나 편지를 해 달라’며 재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거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도 계약 체결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는 사업가적 협상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6·12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공식화하면서 “내가 언제 (지난달 24일의) 편지에 회담 취소라는 말을 썼느냐”고 눙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편지 밀당을 한 결과 원색적인 비난 레토릭을 공격술로 즐겨 구사했던 북한의 자세는 매우 유화적으로 변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북한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구사해 온 ‘벼랑 끝 전술’을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해 효과를 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미국 내 강경 보수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환호했다가 다시 실망감을 표출하는 등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벼랑 끝 전술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1석 2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파리기후협약,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란 핵협정 등을 탈퇴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잡는 협상술을 구사해 왔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행정부와 달리 독트린을 발표하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로 이론이나 전략으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미 CNN 방송은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보다 약한 핵 협정을 북한과 체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은둔의 지도자 잊어라…김정은 ‘통치의 기술’ 남북 2차회담·김영철 특사 등 과감…강대국들과 ‘밀당’ 자신감 스위스 유학파 실용적 리더십…선대와 다른 ‘현대적 군주’ 추구 북·미 정상회담을 일주일가량 남긴 지금 김정은(34) 북한 국무위원장을 ‘은둔의 지도자’로 여기는 국제적 시각은 거의 없다. ‘통제 불능의 폭군’이라는 이미지도 상당 부분 지워졌다.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의 숙청, 지난해 이복형 김정남의 죽음 등이 불러온 끔찍한 인상마저 희석된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7년 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을 때만 해도 과연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받았지만, 지금은 30대 초반의 나이에 북한 내부를 휘어잡고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완숙한 통치력’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달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일방 통보’하는 공개 편지를 보냈을 때 ‘한반도의 봄’은 다시 겨울로 되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이런 경우 북한은 강경한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튿날 북한 태도는 과거와 180도 달랐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을 위해 노력한 데 대해 내심 높이 평가해 왔다”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이 담화는 김 위원장의 협상술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날 김 위원장은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며 남쪽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고, 26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김 위원장은 29일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대미 특사로 보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흔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드라마틱한 외교적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것도 그의 과감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북한 지도자가 사전에 공개된 일정으로 평양을 비우는 것은 처음이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선대(先代)에 비하면 확실히 유연하고 실용적 리더십”이라면서 “스위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영향 등으로 국내외의 여론을 신경 쓰는 ‘현대적 군주’를 지향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김 위원장의 내부 리더십은 확고하며, 독재적이긴 하지만 제3세계 지도자들의 일반적인 독재라기보다는 북한 체제의 엘리트들이 부응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다이노+] 새끼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발견 - 성장의 비밀 풀릴까?

    [다이노+] 새끼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발견 - 성장의 비밀 풀릴까?

    티라노사우루스는 백악기 마지막을 장식한 대형 육식 공룡의 대표다. 스피노사우루스를 비롯한 다른 대형 육식 공룡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육식 공룡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대중뿐 아니라 공룡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도 티라노사우루스는 인기 있는 주제다. 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를 통해 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의 생태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 공룡이 얼마나 빨리 뛸 수 있었는지, 몸에 깃털이 있었는지, 작은 앞다리의 용도는 무엇인지, 어떻게 사냥을 했는지 등 풀어야 할 많은 질문들이 존재한다. 공룡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의문 중 하나는 티라노사루우스 같은 대형 수각류 공룡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이다. 과학자들은 대형 수각류 육식 공룡이 느리게 성장하는 파충류가 아니라 비교적 빨리 자라는 온혈 혹은 중온 동물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끼의 온전한 골격이 필요하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거의 다 자란 성체와 청소년기의 표본은 많이 나왔으나 새끼 화석은 부족했다. 최근 미국 캔자스 대학 연구팀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초기 성장 단계의 비밀을 간직한 새끼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을 몬태나주의 헬 크릭 지층에서 발견했다. 현재는 발굴과 분석을 진행 중인 단계로 두개골과 이빨 등 중요한 부분이 보존되어 과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곤란한 문제도 있는데, 이 화석이 티라노사우루스 성체의 화석과 약간 달라 정확히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새끼인지 아직 판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은 공룡 새끼의 골격은 성체와 다르기 때문에 종종 혼동을 불러일으킨다. 가끔 다른 종으로 분류했다가 사실은 새끼와 성체의 화석으로 알려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연구팀은 확보한 화석을 다양한 장치로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화석이 발굴된 지층 주변에서 다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끼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 분명하다면 대형 수각류 공룡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 알려줄 중요한 단서가 이 화석에 담겨있을 것으로 보인다. 폭군이라고 불리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역시 작은 새끼 때가 있었을 것이다. 강력한 육식 공룡일 때뿐 아니라 약하고 작을 때 티라노사우루스의 삶을 재구성하는 것 역시 이 육식 공룡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美 강경파 새 안보수장] 볼턴 “北은 악의 축” 초강경 정책… 김정은 회담 제의도 의심

    [美 강경파 새 안보수장] 볼턴 “北은 악의 축” 초강경 정책… 김정은 회담 제의도 의심

    볼턴, 유엔 첫 대북제재 결의안 이끌고 “北 비핵화 완벽 검증 이뤄져야” 주장 2003년 김정일에 ‘폭군 독재자’ 지칭도 임명 전 트럼프에 “어떤 전쟁도 시작 안해”트럼프와 이견 컸던 맥매스터는 경질22일(현지시간) 새로운 백악관의 안보 수장이 된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는 2016년 대선 때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외교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에 국무장관, NSC 보좌관, 주한미국대사 등의 하마평에 올랐다. 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1년여 동안 볼턴 내정자는 백악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내정자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완벽한 ‘검증’이 이뤄져야만, 대북 제재 완화와 북·미 관계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매파다. 그는 전날인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고 해서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도 없고,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필요도 없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은 행운”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8일 폭스뉴스에 “북한은 오로지 운반 가능한 핵무기를 손에 넣는 데만 진지하다”면서 “북한이 결승선을 몇m 남겨놓고 왜 멈추겠느냐”며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를 의심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2003년 북핵 협상 당시 미국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볼턴 내정자는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폭군 독재자’로 수차례 지칭해 북한으로부터 ‘그런 인간쓰레기에다 흡혈귀는 회담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받아 마지막에 제외되기도 했다. 볼턴 내정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5년 8월~2006년 12월에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과 유엔 대사를 지냈다. 그는 국무부 차관 시절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초강경 정책을 주도했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첫 대북 제재 결의안 1718호를 이끌어 냈으며, 북한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야기했던 것들은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하는 말과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말했다. CNN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후임으로 지명하기 전 수차례 만나 허버트 맥매스터 현 보좌관 경질 문제를 논의했으며, 볼턴은 만약 자신이 후임으로 임명된다면 ‘어떤 전쟁도 시작하지 않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경질된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경질설’이 나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하고 진지한 성격의 맥매스터 보좌관에 대해 “나를 가르치려 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美 ‘北해상 차단’ 초고강도 제재

    50척 이상 선박ㆍ해운사 무역거래 타깃 北 물자수송 선박에 의존…경제 직격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훈풍’이 불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을 향한 비난과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한국시간 24일 오전) 메릴랜드 주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대규모 추가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미 언론이 발췌문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재무부가 북핵 프로그램 자금으로 사용되고, 군을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수입과 연료의 원천을 추가적으로 끊기 위해 곧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러한 노력은 50척 이상의 선박과 해운사, 제재를 회피하는 데 있어 북한을 돕는 무역거래 등을 겨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녀이자 백악관 선임 고문인 이방카 트럼프가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한 날 최대 대북제재를 발표함으로써 최고의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재무부가 석유 등 유엔 금지 물품을 밀수하는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차단을 대폭 강화하는 제재를 발표할 전망이다. 물자 수송을 거의 선박에 의존하는 북한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경제에 대못을 박으면서 북·미 대화가 더욱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라면서 “평창올림픽 이후 문재인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연일 북한의 인권 문제를 부각하는 등 대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북한 독재자의 여동생’이라고 지목하면서 “그(김 부부장)는 지구상에서 가장 폭군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의 중심기둥”이라고 맹비난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펜스 “김여정, 폭압적 정권의 중심기둥” 맹비난

    펜스 “김여정, 폭압적 정권의 중심기둥” 맹비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향해 “지구 상에서 가장 폭군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의 중심기둥”이라고 비난했다.펜스 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미 보수주의연맹(ACU) 연차총회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한 기조연설에서 김여정을 ‘북한 독재자의 여동생’이라고 지칭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펜스 부통령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북미 대화 무산의 책임을 전적으로 김여정과 북측으로 돌리려는 것과 더불어 ‘평창 외교전’에서 김여정의 미소 공세에 크게 밀렸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불식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김여정을 ‘북한의 이방카’로 칭하며 재차 조명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모든 미국인은 이 사람(김여정)이 누구이고,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정은의 누이는 2천500만 주민을 잔인하게 다루고, 굴복시키고, 굶주리게 하고, 투옥한 사악한 가족 패거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여정이 인권 유린 행위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인물이라는 점도 부각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여정의 평창올림픽 일정을 상세히 보도하고 외교적 행보에 높은 점수를 매긴 미 언론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펜스 부통령은 “우리가 2주 전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미국팀을 응원할 때, 많은 주류언론은 ‘또 다른 고위관리’에게 지나치게 집착했다”면서 “내가 북한 사람들과 함께 서서 응원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미국은 살인적인 독재정권에 찬성하지 않으며 맞서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는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것을 멈출 때까지, 혹은 핵·탄도미사일을 완전히 폐기할 때까지 강하게 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기자, 조선에 망명’이 고려 때 ‘기자가 평양 왔다’로 둔갑하다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기자, 조선에 망명’이 고려 때 ‘기자가 평양 왔다’로 둔갑하다

    조선 사대부들은 평양을 기자(箕子)의 도읍지란 뜻에서 기성(箕城)이라고 불렀다. 기자가 평양으로 와서 기자조선의 왕이 되었다는 이른바 ‘기자동래설’(箕子東來說)이다. 지금 사람들은 기자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고려, 조선의 유학자들에게 기자는 국조(國祖) 단군(檀君)에 버금가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세상을 중화족과 이족(夷族)으로 나누는 화이관(華夷觀)으로 바라보던 고려, 조선의 유학자들은 중국에서 온 기자를 우리 선조로 삼으면 우리 민족이 이(夷)가 아니라 화(華)가 된다고 생각했다. 은나라가 동이족 국가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둘째 치더라도 기자 존숭 사상이 한국 사대주의의 뿌리라는 점에서 ‘기자동래설’은 범상히 넘길 것이 아니다.서기전 12세기경의 인물인 기자는 은(殷)나라 왕족이었다. 그의 부친은 은(殷)나라 28대 임금 문정(文丁: 태정(太丁)이라고도 함)이었고, 은나라 마지막 임금 주왕(紂王)의 숙부였다. 중국은 전 왕조의 마지막 임금을 폭군으로 그리는 것으로 역성혁명을 정당화했는데, 은나라 주왕도 이런 필법에 따라 극악한 폭군으로 묘사되었다. 폭군 곁에는 늘 임금의 눈을 가리는 여인이 있다는 것도 중국식 역사서술 방법의 하나인데, 주왕에게는 총희(寵姬) 달기(?己)가 있었다. 술로 만든 연못과 고기로 만든 수풀이란 뜻의 ‘주지육림’(酒池肉林)도 주왕과 달기의 연회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기’의 ‘은(殷) 본기’ 주왕(紂王)조에서 ‘주왕이 술로써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매달아 숲으로 만들었다’(以酒爲池, 縣肉爲林)고 묘사한 데서 나온 사자성어다. ●“殷 왕족 기자 周 통치 못참아 조선행” 실제 폭군 여부를 떠나서 망국(亡國) 군주가 비판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또한 망국 군주들은 충성스러운 신하들의 간쟁을 거부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은나라 주왕도 그랬다. 주왕의 실정을 간쟁한 은나라 세 왕족은 공자 때문에 유명해졌다. 공자가 ‘논어’의 ‘미자(微子)편’에서 비간(比干), 미자(微子), 기자를 은나라의 ‘세 어진 사람’(三仁)이라고 크게 높였던 것이다. 이 중 가장 강력하게 간쟁한 인물은 28대 문정의 둘째 아들이자 주왕의 숙부인 왕자 비간이다. 비간의 간쟁에 분노한 주왕은 “내가 들으니 성인(聖人)의 심장에는 7개의 구멍이 있다”면서 비간의 가슴을 갈라서 그 심장을 꺼내 보았다고 한다. 이 소식에 놀란 미자는 도망쳤고 기자는 미친 척하다가 감옥에 갇혔다. 그사이 은(殷)나라의 제후국이었던 주(周)나라 서백(西伯·문왕)은 여러 제후들을 끌어모아 세력을 길렀다. 서백의 아들 무왕(武王)은 부친 사후 제후들을 연합해 주왕을 죽이고 은나라를 멸망시켰다. 주나라 천하를 세운 무왕은 자신의 동생 소공(召公) 석(釋)을 시켜 감옥에 갇힌 기자를 석방했다. ‘상서대전’의 ‘은전’ 홍범 조는 “기자는 주나라에 의해 석방된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조선으로 도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기자가 동쪽 (고)조선으로 왔다는 ‘기자동래설’의 뿌리인데, 기자가 도주했다는 고조선은 단군조선을 뜻한다. 고려의 유학자들은 ‘조선으로 도주했다’는 구절 앞에 ‘동쪽’이란 방위사를 자의적으로 넣어서 기자가 평양으로 왔다고 둔갑시켰다. 기자가 세상을 떠난 지 2400여년 후인 12세기경인 숙종 7년(1102) 10월, 예부(禮部)에서 숙종에게 이렇게 주청했다.●고려, 평양일대 기자 무덤 뒤지다 헛수고 “우리나라의 교화와 예의는 기자에서 시작되었는데, 아직 국가에서 제사 지내는 사전(祀典)에 실리지 않았습니다. 그 무덤을 찾고 사당을 세워서 제사를 지내게 하소서.” 기자의 무덤을 찾아서 국가에서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주청이다. ‘고려사’의 ‘정문(鄭文·?~1106) 열전’에 예부상서(禮部尙書)를 지낸 정문이 “임금의 서경(西京) 행차를 호종하면서 기자 사당을 건립할 것을 청했다”라고 돼 있어 정문이 요청했음을 알 수 있다. 정문의 아버지 정배걸도 유학의 학술(儒術)로 문종(文宗)을 보필했다는 인물이므로 대를 이은 유학자 집안이었다. 숙종의 허락을 받은 예부에서 평양 일대를 뒤지며 기자의 무덤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기자의 무덤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기’의 ‘송미자 세가’ 주석에는 두예(杜預·222~285)가 “기자의 무덤은 양국(梁國) 몽현(蒙縣)에 있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서기 3세기경 서진(西晋)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두예가 말한 양국 몽현은 지금의 하남(河南)성 상구(商丘)시 북쪽이다. 은(殷)나라는 상(商)나라로도 불렸는데 구(丘)자에는 ‘옛터’라는 뜻이 있으니 상구(商丘)는 ‘은나라 옛터’라는 뜻이다. 필자는 2016년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하남성 상구시 북부와 산동(山東)성 조현(曹縣)이 교차하는 곳인데, 무덤이 있다는 농촌 마을을 찾아갔지만 옥수수밭 천지여서 찾을 수가 없었다. 한 현지인이 오토바이 수레를 타고 나타나 대략 위치를 짚어 주어 옥수수밭을 헤치고 들어가니 실제로 기자의 무덤이 있었다. 두예의 말은 사실이었다.하남성 상구시에 있는 기자무덤을 수천리 떨어진 평양에서 찾았으니 있을 턱이 없었다. 그러나 고려 유학자들은 기자 무덤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220여년 후인 고려 충숙왕 12년(1325) 10월자 ‘고려사’의 ‘예지’는 “평양부에 명을 내려 기자의 사당을 세워서 제사하게 했다”고 전하고 있다. 평양에 기자의 가짜 무덤을 만들고 사당을 세웠다는 것이다. 서기전 12세기 때 인물인 기자는 사후 2600여년 후인 14세기에 평양에 가짜 무덤이 생겼다. 그렇게 평양은 기성(箕城)이 되었다. 기자의 무덤이 어딘가 하는 문제가 왜 중요하냐면 ‘기자=평양설’이 중국 동북공정의 주요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한국 고대사가 순수 고대사가 아니라 첨예한 현대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기자조선의 도읍지가 평양이라며 북한강역을 자국의 역사강역이라고 우기고 있는 중이다. 하남성 상구시의 옛 기자 무덤에 새로 세운 묘비에는 ‘고려사’ 등 한국 사료만 잔뜩 쓰여 있었다. 중국의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기자의 무덤을 평양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라면 하남성 상구시의 기자묘를 슬그머니 없애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中, 기자동래설을 동북공정 침략논리로 조선총독부는 한국 강점 직후 중추원 산하에 ‘조선반도사편찬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름 자체에 한국사의 공간에서 ‘대륙과 해양’을 삭제하고 ‘반도’(半島)로 축소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들어 있다. 이때 만든 ‘조선반도사’의 상고 부분은 식민사학자 이마니시 류가 썼는데 “이른바 기씨(箕氏)조선은 본래 한강 이북 대동강 방면에 있어 중국과 접경을 이루고 있었다”고 썼다. 그러다가 아차 싶었다. 기자를 인정하면 한국의 종주국이 일본이 아니라 중국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마니시 류는 ‘기자조선 전설고(考)’(1922)를 다시 써서 기자를 부인했고 시라토리 구라기치, 나카 미치요 같은 식민사학자들이 뒤를 이어 기자를 부인했다. 한국사를 중국사에서 떼어 일본사에 붙이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삼국사기’ 초기기록을 가짜로 몰아붙이는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을 고안해 한국사의 시간도 반만년에서 1500년으로 대폭 축소했다. 반면 빨라야 3세기 후반부터 시작하는 일본사는 서기전 660년에 야마토왜가 건국했다고 무려 1000년을 끌어올려 2600년 역사로 조작했다. 그 토대 위에서 한반도 남부에는 임나일본부라는 고대판 조선총독부가 있었다고 우겼다. 지금도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 극우파의 이런 역사침략은 계속된다. 한국고대사를 연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지금의 동북아 역사전쟁과 맞닥뜨리게 된다. ■만주 서쪽에도 ‘평양 ’… 고구려의 수도 의미 ‘평양’은 현재의 평양뿐인가 평양은 특정 지역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고구려 수도를 뜻하는 보통명사였다. 장수왕 15년(427)에 천도한 평양 외에도 평양은 많았다. 고구려는 동천왕 20년(246) 조조가 세운 위(魏)나라 유주자사(幽州刺史) 관구검(?丘儉)의 침략으로 수도 환도성이 일시 함락되었다. 동천왕은 이듬해(247) 천도를 단행하는데, ‘삼국사기’는 “평양성을 쌓고 백성과 종묘사직을 옮겼다. 평양은 본래 선인 왕검(仙人王儉)의 옛 터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선인 왕검이란 물론 단군왕검을 뜻한다. 일연이 ‘삼국유사’에서 단군왕검을 처음 언급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때의 평양은 물론 지금의 북한 평양이 아니라 만주 서쪽에 있던 평양이다.
  • [최만진의 도시탐구] 불쏘시개 나라 대한민국

    [최만진의 도시탐구] 불쏘시개 나라 대한민국

    서기 64년에 발생한 로마의 화재는 역사의 숱한 뒷이야기를 남겼다. 소문이기는 하나 폭군 네로 황제가 방화를 하고 리라를 켜면서 화염과 불꽃을 노래했다고 한다. 당시 화재로 200만명이 집을 잃었고 로마시의 3분의2가 잿더미로 변했다고 한다. 네로는 그 원인으로 기독교인들을 지목했고 사자에게 던지는 등의 처참한 박해를 가했다. 이처럼 화재는 큰 시련과 도전을 던져 주는 재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최근의 제천 화재는 우리에게 또 한번의 좌절을 안겨 주었다. 이는 그 무엇보다도 화재나 건축물의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또한 드라이비트 건축물의 위험성이 누누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의한 대형 화재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을 단열하고 마감하는 가장 흔한 건축 자재다. 구조는 단열 스티로폼, 충격 보강 및 균열 방지를 위한 유리섬유, 마감재로 이루어진다. 이는 원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 독일에서 빠른 도시 재건을 위해 개발된 시공 시스템이다. 단열성이 뛰어나면서도 저렴하고 손쉽게 시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 공법은 전 유럽으로 전파됐고, 1970년대에는 미국으로도 수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좋은 점 많은 드라이비트의 취약점은 바로 화재에 있다. 특히 단열 스티로폼이 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2010년 해운대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를 실감하게 한다. 당시 4층에서 번진 불길이 스티로폼을 타고 38층 높이의 꼭대기까지 번지는 데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에도 동일 공법을 사용한 의정부의 한 10층 아파트가 순식간에 전소돼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를 계기로 현재는 6층 이상의 건축물에서는 난연 및 불연성 외장재를 사용하는 것을 건축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제천 화재 건물은 이 법이 시행되기 바로 직전에 지어져 이를 피해 나갔다. 스티로폼의 또 하나 문제는 화학재료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다. 불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으로 수분 안에 사람을 질식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실제로 이번 제천 화재의 여성 목욕탕의 많은 희생자들은 이와 같은 건축자재가 내뿜는 유독가스에 중독돼 사망했다. 외장재와 내장재에 난연 혹은 불연 처리가 돼 있었다면 대부분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데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드라이비트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품 옷과 장식 그리고 자동차를 사는 데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열을 올리면서도 집을 짓는 데는 매우 인색한 편이다. 특히 상가 등의 분양 목적을 위한 건축물을 짓는 데는 최소 투자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으려고 저렴한 시공 방법만을 찾는 데 혈안이 되기가 일수다. 필자에게 집을 짓기 위해 자문하러 온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돈이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돈이 없는 사람들은 땅도 건물 지을 돈도 없다.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둔 우리는 이제 건축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건물이 수익과 소득 창출 그리고 재산 증식의 중요한 수단인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건축물은 우리 모두가 일하고 자고 쉬고 살아가는 기본적인 정주 공간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난 집들을 TV에서 보면서 네로처럼 탄식할 것이 아니라 내 집 내 건물부터 안전하게 지어야 한다. 이를 간과할 때 우리는 로마의 화재와 같은 큰 재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1. 눈먼 자의 윤리 때론 그림자가 더 많은 말을 건넨다. 긴장 가득 훈련된 표정을 지어도, 무시당하지 않으려 허리를 꼿꼿이 세워도, 불안은 그림자에 투영돼 존재를 누설한다. 가끔 속내를 들켜도, 환멸에 사로잡혀 생이 부대껴도 그림자는 결코 존재를 떠나지 않는다. 뒤틀리면 뒤틀린 대로, 어리석으면 어리석은 대로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닌다. 삶과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그러곤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닮은 모습을 하곤 쓸쓸히 흘러다닌다. 생을 반복하고 따라하며 생이 이곳을 떠나도 홀로 남아 존재를 증거한다. 그림자의 이 헌신엔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맹목이 있다.한편으로 그림자는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다. 표정도, 색깔도, 음성도, 촉각도, 냄새도 모두 집어삼킨 채 존재의 맹점을 현상한다. 감각이 보증하는 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체불명의 검은 얼룩을 펼쳐 놓는다. 그림자는 시각 속의 동공이며 감각을 배반하는 충동이다. 그러니 그림자란 본디 외경의 대상인 것이다. 감각과 관념에 잘려 나간 세계가 역으로 이쪽을 바라볼 때, 맹목의 관계는 뒤집힌다. 그림자에 감염되어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기이한 갈증을 느끼며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니는데 그들을 시인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들도 그림자와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수억의 생들을 베끼고 반복하며 처연히 이해해 간다. 그림자의 맹목과 시인의 맹목. 어찌할 수 없음으로밖에는 풀이될 수 없는 이 눈멂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진실한 이해의 방법이 된다. 불가해한 생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따라하며 존재의 자세를 닮아 버리는 것. 그 충분한 대가를 치르기 전까진 함부로 대상을 떠나지 못하는 무능이 그들이 가진 윤리이며 능력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시가 과연 이 충분한 맹목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일련의 실험적 시들이 관습적 문법의 경계를 뒤흔들고 시의 외연을 확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의지와 선언이 너무 앞선 나머지 관념과 이론이 시를 대신 살아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행하는 철학적 담론을 잘 소화한 시가 좋은 시가 아니듯, 시와 비평이 근거로 삼은 담론의 윤리성이 시의 윤리와 덕목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말과 삶에 대한 치열한 응시와 질문. 좋은 시의 윤리와 덕목은 언제나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이 점에서 시의 본연에 충실하고 있어 반갑고 소중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태로운 추락의 한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좁고 피폐한 삶을 지켜 내기 위해 일말의 어둠도 쫓아내기에 급급한 지금, 육박해 오는 생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당당한 목소리가 절실하다. 이 눈 맑은 시인은 삶의 도처에 엎어져 있는 상흔을 읽어 내고, 고통의 결과 깊이를 삶의 구체적 언어로 더듬으며 섬세히 응시한다. 그림자가 한 생을 바쳐 삶과 동행하듯, 그의 시 역시 수억의 생을 바쳐 그림자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을 성실히 몸에 새겨 넣으며 깊고 단단해진다. 그림자란 본디 맹점이며, 어떤 확신도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무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림자를 보았다고,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림자로부터 ‘시선’의 능력을 빼앗았기 때문이며, 닮았다는 이유로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여 온 탓이다. 마음의 눈꺼풀은 그렇게 굳게 닫힌 채 존재가 퍼붓는 질문으로부터 안전하게 물러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림자에게 외경을 되돌려 주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이론과 개념들이 생의 그림자가 될 수 없음을 몸소 증거한다. 김소연은 그림자의 시인이다. 그림자의 언어로, 그림자의 시선에 응답하며, 그림자가 남겨놓은 파문들을 뼛속 깊이 묻는다. 2. 그림자양식장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자아 내면의 복수적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그림자들의 양식장이라 부를 만한 공간에서, 시인은 말들을 먹이로 던져 주며 내면의 그림자들이 불러일으키는 파문을 응시하고 있다. 그림자의 차가운 비늘이 말에 닿아 번지고 마침내 말을 삼켜 버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불화하는 내면에로 깊이 침잠한다. 차가운 환멸과 단호한 자기 부정은 김소연 시의 근본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뼈아픈 목도만이 있을 뿐 화해의 축이 부재한다. 타협 불가능한 절대적 자세로 삶의 피폐를 건넌다. 무참한 추락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는 이곳의 삶에 당당히 맞서 고통의 극한을 살아 낸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모두 통과한 그의 목소리는 가장 뜨거울 때조차 차가움을 예감하고, 가장 차가울 때조차 뜨거움을 끌어안는다. 이 현격한 열의 낙차가 일상의 무감각한 관성을 깨뜨리는 뇌관으로 작동한다. 사월은 차갑다/사월의 돌은 더 차갑다/사월의 돌을 손에 쥔 사람은 어째서 뜨거운가/그는 어째서 가까운가//마루 아래 요정이 산다고 믿은 적이 있다/잃어버린 세계는 거기서 잘살고 있다/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하나의 문장으로도 세계는 금이 간다/이곳은 차가우므로 더 유리하겠지 - 「열대어는 차갑다」 부분 (『아침』) 돌은 사월의 뜨거움을 기억하기에 더 차갑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들이기에, 그렇지 못한 현실을 더 비극적으로 비춘다. 화자는 마루 아래라는 가시성 바깥의 공간에 망각된 세상의 온기를 풀어놓고 있다. 현실과 ‘너머’의 세계가 빚어내는 처연한 온도차를 뜨거움으로 명명하는데, 그러므로 “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는 선언은 설익은 화해의 제스처로 읽혀선 안 된다. 세계에 금이 가는 이유는 이곳과 너머 사이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지 희망과 열정 같은 추상적 개념 때문이 아니다. 불화를 불화로서 보존하되, 이들이 빚어내는 떨림과 파열을 섬세히 기록하는 것. 김소연 시의 이와 같은 분명한 자세는 화자가 실족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노출하는 장면에서 더 아프게 현상된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헛짚고 세계의 성감대를 헛짚은. 내리 빗나가던 선택들. 말하자면 기다림으로 독이 남는 자세. 시효를 넘긴 고독. 일종의 모독. 기다려온 우리는 치사량의 관성이 있을 뿐. 부패 직전의 끝물이다. - 「끝물 과일 사러」 부분 (『극』) 말의 파편들이 ‘끝’이라는 날카로운 선 앞에까지 밀려나 있다. 각 행의 끝엔 더 이상 남은 공간이 없다. 마침표조차 제대로 찍히려면 스스로가 끌어온 말들을 다시 과거로 밀어내야 한다. 미루고 미뤘던 삶의 초라한 진실이 단정하고 건조하게 한마디를 건넨다. “우리도 끝물이다.” 단단하게 요약된 이 사랑의 문장은 아프다. “치사량의 관성”으로 버텨온 관계의 맨얼굴, “끝물 과일”이 화자를 바라본다. 언어가 감정을 헛짚고, ‘사랑해’가 ‘미안해’를 대신하며 살을 찌워 갈 때, ‘끝’은 이렇게 언어의 은밀한 구석에 날카로운 뼈를 현상한다. 이럴 때 언어는 잔혹해진다. 한없이 위태로워 길들이지 않을 수 없는 짐승이 된다. 과녁에서 벗어난 말들의 사체가 한동안은 무심히도 쌓였을 것이다. 시인은 이 사랑의 폐허를 떠나는 중이다. 그러나 화자는 이를 “끝물은/아주/달아.”라는 감각적 긍정으로 전환해 낸다. 허위로, ‘헛짚음’으로 유지된 일상을 ‘끝물’에 비유하는 순간, “치사량의 관성”은 역으로 서로의 치부와 세계의 성감대를 더욱 선명하게 발설한다. 부재하는 여기를 정면으로 직시함으로써 몰락한 꿈의 순간들을 발굴해 낸다. 폐허엔 여전히 지독한 허기와 갈망이 어리겠지만 이를 부정하지 않고 생의 언어로 감각해 냄으로써 끝물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도래해야 할 것으로 변모된다. 어떤 환상도 희망도 없이 뜨거움과 차가움을 반복하며 그의 문장은 단단하고 견고해진다. 그가 “차례차례 사랑이었던 것들과 한꺼번에/달디단 혼숙을 하는 것”(「달디단 꿈1」, 『극』)이 꿈이라며 부드럽게 말할 때에도 “이 조용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치욕스럽다”(「학살의 일부12」, 『극』)며 “중무장된 평화”(「학살의 일부1」, 『극』)가 학살이라 선언할 때처럼 단호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불화와 혼숙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한 사람은 나를 바로 보지 않는다/소파와 구별되지 않게 소파 속에 있거나/반쯤 열린 문틈 안에서 베개를 돋워 돌아눕는다//한 사람은 나를 보다가 나를 태운다/그 온도는 태양과 다름없고/내 운명은 종이와 마찬가지라/돋보기 같은/그의 눈빛에 나는 새까맣게 타들어간다/대체로 나는 그 앞에서 나는 재만 남는다//또 한사람/꿈을 보기 위해/눈꺼풀을 오려냈다는 이 사람/밤새 두 손을 소담히 오므려서/잠든 두 눈을 나는 덮어주곤 했다// (중략) //축하보다는 축복을 받고 싶은 시월 아침에/오만 잡병의 숙주가 된 육체/속옷 벗듯 벗어둔 채/마음끼리 살을 섞는다 - 「세 사람과 한집에 산다」 부분 (『눈물』) 화자는 텅 빈 폐허 같은 방 안에서 자신의 갈라진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다. ‘나’에게는 두 명의 폭군이 있는데, 하나는 나를 지우고 다른 하나는 나를 재로 만든다. 비록 관계의 양상은 다르나 결과적으로 나를 비존재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사람’이 더해진다. ‘꿈을 보기 위해 눈꺼풀을 오려 냈다는 사람’은 나에게 어떤 힘도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를 존재로 만들어 준다. 화자는 눈꺼풀을 오려 낸 눈이 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잠든 눈을 가만히 덮어 준다. 이 시가 평범한 시였다면, 이 세 번째 사람에게 시의 전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 세 개의 그림자로부터 한발 물러나, 이 셋과의 공평하고도 평등한 혼숙을 명명한다. 물론 이는 화해라는 낭만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세 개의 그림자와 나 사이엔 살을 섞어도 결코 화해될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가 여전히 냉정하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문장은 자신을 거쳐간 수많은 그림자들을 마음에 풀어 놓고 그들이 일으키는 파문들에 눈을 충분히 단련시킨 자만이 얻어 낼 수 있는 ‘말’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 위태롭고 어려운 일을 그는 차분하고도 안정된 걸음걸이로 해낸다. 굉장한 내공과 섬세한 마음의 섭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지나간 마음에 눈을 빼앗겨서도 안 되고, 잊어서도 안 되며, 섣부른 성찰로 도망쳐서도 안 된다. 꼬이고 뒤틀린 존재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뒤엉키며 팽팽한 긴장을 잃지 않는 것. 어떤 불화도 해소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삶의 진실 앞에 스스로를 담담히 열어 놓는 것. 김소연의 시는 이 선명한 규율들을 가슴에 품은 채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보폭으로 사유의 어긋남과 욕망의 비틀림 사이를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3. 유실영(影)보호소 김소연 시의 한 축이 자아 내부에 도사리는 복수적 그림자들의 불화를 매개하고 내부의 균열과 긴장을 풀어 놓는 데 있다면, 다른 한 축은 타자의 삶에 깃든 그림자에 대한 섬세한 응시로 나타난다. 그의 시에서 그림자는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사유로 환원되지 않는데, 이는 무엇보다 그의 시가 삶의 구체적 실상과 인간의 유한한 조건들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새로운 삶을 위해 전시해 놓은 그럴듯한 기념물이 아니라, 매일의 몰락을 견뎌 온 숨겨 온 자세들이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장소이다. 단단하게 고정시켜 놓은 표정들과는 달리 불가피하게 삶의 피폐가 누수되는 공간이며, 모두가 공평히 그런 누수 속에 강제되는 사건이다. 시인은 그렇게 누군가 흘려 버린 그림자들을 데리고 와 사라져 가는 존재들을 거두고 보호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의 내력을 짚어 보며 삶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남아 이곳을 떠도는 그림자들을 위무한다. 그녀는/바다에서 용이 머리를 치키고 올라올 때와 같이/담배 연기를 코로 뿜는다 여의주처럼/담배를 물고 앉아서/성긴 이빨을 자꾸 드러낸다// (중략) /그 노파는 세상 사람들이 그어놓은 줄들을/그런 모양으로 무시하듯 질펀히 앉아서 살아왔다//노오란 양지는 노파를 점점 비켜간다/노파는 그저 햇볕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햇볕이 얼굴의 반을 부시게 하더니/점점 비껴서/이제는 그늘 안에 노파를 가둔다 - 「학살의 일부 10-이빨이 성긴 노파」 부분 (『극』) 노파는 퇴락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연함 속에 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추락의 상흔이 이빨이 성긴 노파의 얼굴에 현상된다. 자신감 넘치는 낡은 몸 안에, 아무도 관심 없던 폐허 몇 개쯤 담담히 갖고 있을 노파의 눈빛이 화자를 응시한다. 함부로 이해해선 안 될 외경이 노파의 그림자에 어린다. 김소연이 “그 얼굴은 얼굴 외에 또 다른 것들이 겹쳐 있었다”(「1937년생」, 『극』)고 말할 때나, “우리 뒤에 깔린 반듯한 비단길을 아무도 걷지 말거라/벼랑 끝 노을이 우리 이마에 새겨주는 불립문자를/아무도 읽지 말거라”(「당신의 저쪽 손과 나의 이 손이」, 『빛』)고 진술할 때, 그가 끌어올린 그림자엔 어찌할 수 없는 외경이 실려 있다. 그가 외경을 표하는 그늘들엔 어쩐지 피 냄새가 짙다. 그늘은 찬란한 빛에 의해서만 어둠을 풀어내고, 어둠이 풀려날 때마다 추락은 반복된다. 수없이 깨지고 터져도 결연히 몸을 털고 일어난 생들은 하나같이 여전히 뜨거운 어둠을 품는다. 그 어둠의 무게가 어깨와 허리를 휘게 만들고, 그림자는 삶을 견디는 그들의 자세를 닮아 버린다. 이승에서 삼십 년/육신을 빠르게 쓰고 저승으로 이사한 아들 사진을//팔십 년째/육신을 아껴 쓰고 계시는 아버지가/느리게 문갑 문을 열어 만지고 계신다// (중략) //계시는 사진 한 장과 없어진 사냥개 사이엔/벽지처럼 살고 있다/앞모습을 보아선 아니 될/가족의 녹슨 얼굴들이 - 「계시는 아버지」 부분 (『눈물』) 여기에는 경솔히 이해해선 안 될 그늘에 머물기 위해 추락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 현상돼 있다. 자식의 죽음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기엔 상처는 너무 깊고 치명적이다. 그래도 삶은 이어져야 하기에 멍이 곰팡이처럼 들어선 낡은 방에 벽지를 바른다. 벽지를 뜯어내고 나면 그 자리엔 함부로 보아선 안 될 타인의 맨 얼굴이 저마다의 자세로 들어앉아 있다. 행복한 시절의 낙서처럼, 녹슬어 가는 얼굴들을 마냥 덮어 둔 채 가족의 삶은 이어진다. 벽지에 얼룩진 가족의 그림자는 이따금 마음을 괴롭히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그런 그림자의 앞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며 불경이다. “엄마가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에/아기들이나 지을 법한 표정”(「뒤척이지 말아줘」, 『눈물』)을 훔쳐보았다고 타인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그러한 표정을 숨기고 있을 얼굴을 그림자를 통해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 번 슬쩍 보고 건네는 동정이 아니라, 그림자를 평생 가슴에 품은 채 그림자가 건네는 추락의 내력을 오래도록 살아볼 때만 허락되는 일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들이 쓰여진다. 살 수 없는 장소에서도 살 수 있게 된 사람이 있었다/ (중략) //그 창문으로 나는 지금 바깥을 내다본다/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가장 쉽게 이해한 사람이/가장 오래 서 있었을 자리에 서서// (중략)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는 낯선 땅에서/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잠깐의 반가움과/오랜 두려움뿐이다//두려움에 집중하다 보면/지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었던 사람이/실은 자신의 피폐를 통역하려 했다는 것을/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내쫓으면서/나는 알게 된다 - 「여행자」 부분 (『아침』) 화자는 지금 수십, 수백 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바라보던 누군가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 없는 그늘을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은 희망이 불가능한 곳으로 자신을 조용히 밀어 넣기도 했을 것이다. 상처를 애써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저녁을 위해 황무지뿐인 창밖을 오래 바라봐야만 했으리라. 화자는 낙관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 않아도 충분히 잘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피폐한 문장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타인의 전생이 한꺼번에 이곳의 삶으로 현상돼 번지고 부대끼는 일. 화자가 매개하고 있는 이 순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던 “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포기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나를 보호하던 관념들을 내려놓은 채 타인의 그늘을 만져 보는 일은 그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시인이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 낼 때//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먼지가 보이는 아침」, 『아침』)이라고 말할 때, 다음 생이란 희망적이고 추상적인 미래의 어느 때를 의미하지 않는다. 타자의 그림자를 밟는 일이란 이미 하나의 생이 끝나고 다른 생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매개하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에 담긴 무게를 섬세히 읽어 내고 그 무게가 역으로 자아의 무게를 읽어 내는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의 시를 버림받은 그림자들의 보호소라고 할 때, 화자는 그림자들을 관리하는 주체도 아니고 동정을 베푸는 관광객도 아니다. 그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관통하는 사건의 매개이며, 타인의 그림자로부터 또 하나의 생을 물려받는 상속의 증거이다. 그림자를 이해하며 그림자에 감염되어 스스로 또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 간다. 길 잃은 그림자들은 그렇게 다음 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4. 아포리아인형극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배우이고 관객이며, 공기이고 침묵이다. 그림자들에 잠재된 생의 근원적 형상을 발굴하고 혼을 불어넣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생의 어둠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과 연극을 시작한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방백으로, 그림자인형들 사이에 무형의 그림자가 스미고 번진다. 연극은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된다. 하지만 말이 리듬을 타면 탈수록 그림자는 연출자의 의도를 넘어서 스스로 움직이고 발화하기 시작한다. 오려낸 눈동자의 텅 빈 어둠으로 삶이 역류하기 시작한다. 말에 자기를 꿰뚫리고 거꾸로 그림자에 응시당할 때, ‘이곳’은 어떤 강제성에 내몰린다. 자신에게 찾아온 이 낯선 질문들에 발가벗겨진 채 노출되는 것이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몸에 둘렀던 기호와 기표들의 강고함은 물거품이 되어 녹아 버린다. *현재까지 발간된 김소연의 시집은 『극에 달하다』(1996),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2006), 『눈물이라는 뼈』(2009), 『수학자의 아침』(2013)까지 총 네 권이다. 인용할 경우 면수는 생략하고 각각 『극』, 『빛』, 『눈물』, 『아침』으로 표기한다. 세상 모든 것들의 표정은 지워지고/자세만이 남아 있다//이따금 나는 무지막지한 덩치가 되고/이따금 나는 여러 갈래로 흩어지기도 한다//그의 충고를 따르자면/너무 빛 쪽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여러 개의 불빛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림자 없는 생애를 살아가기 위해/지독하게 환해져야 하는/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 「빛의 모퉁이에서」 부분 (『빛』) 그림자 없는 삶을 위해 끌어다 쓴 빛의 피곤이 필연적으로 ‘밤’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다는 정확한 진술은 이러한 말과 그림자의 본질에 닿아 있다. 단적으로 말해 그림자 없는 삶이란 불가능하다. 가능하다면 그것은 유령의 삶일 것이다. 그림자는 사물의 물성을 증거하면서, 동시에 그 물성을 지워 버린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그만큼 물성이라 믿어 왔던 존재의 본질이 허약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통해서만 사물의 사물됨을 알 수 있고, 말을 통해서만 자신의 자신됨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유령의 것이라면, 말을 부여받지 못한 내면 역시 비존재로 내몰린다. 그러나 어떤 그림자로도 어떤 말로도 존재의 본질은 포착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림자와 말은 환영 혹은 오류가 되어 존재의 본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그림자가 지닌 이 이중성. 존재의 물성을 실감하게 하면서 오히려 그 실감을 내파해 버리는 모호성에 삶과 말이 지닌 진실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림자를 수도 없이 베끼며, 그림자들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는 어떤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일뿐이다. 밤마다/그녀였던 당신이었던/수많은 아이들이 찾아와요/거친 바람처럼 문을 흔들며 칭얼대요/하나같이 눈은 퉁퉁 부었고 손끝은 차고/고개는 숙였어요// (중략) //지낼 만한 노곤함과/돌아갈 만한 차비를 두 손에 움켜쥐고/칭얼대고 칭얼대다 사라지죠//들어줍니다 두 귀를 여행 가방처럼 활짝 열고서/쓰다듬지요 두 손을 세계지도처럼 판판히 펼쳐서 위로합니다 긴 밤을 꼬박 앉아서// (중략) //번번이 한 아이가 남아 있어요/벽에 걸어둔 시커먼 외투처럼 등 뒤에서/이 아이, 자기가 엄마라고 우깁니다// (중략) /누워서 그녀는 자기 젖을 빨아요/그러면 그녀는 잠이 오지요 - 「그녀의 생몰 연도를 기록하는 밤」 부분 (『눈물』)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보다도 밤의 시간에 더 스스로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낮이 강제하는 빛의 윤곽으로부터 풀려남으로써 그림자는 비로소 ‘경계’의 영역에 서기 때문이다. 그녀였던 당신이었던 수많은 그림자들은 태양의 폭정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이미 반쯤은 사라지고 투명해진 모습으로 찾아와 말을 건넨다. ‘그녀’가 그 수많은 그림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젖을 물리며 그림자들의 해갈될 수 없는 결여에 응답하는 것뿐이다. 이 고된 노동. 그림자들을 위무하기 위해 역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그녀’가 스스로의 젖을 빨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 진술은 삶의 피폐성을 요약한 아포리아에 가까워진다. 그의 시에 잔혹동화와 같은 모티프들이 자주 동원되는 까닭 역시 동화가 압축해 내고 있는 생의 근원적 형식 때문이다. 그가 변용한 동화들 속에서 캐릭터는 오직 ‘자세’만으로 요약되는데, 무수히 많은 말들로 흘려보내도 끝끝내 남아 되돌아오는 ‘그림자’의 맹목적 갈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암늑대가 숲속에서 바람을 간호하는 밤이었대. 바람은 상처가 아물자, 숲을 떠나 마을로 내려갔대. 암늑대가 텅 빈 두 손을 호호 불며, 우듬지에 앉은 지빠귀를 올려다보는 밤이었대. 섭생을 위해서 살생을 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늑대 이야기에, 한 아이는 밑줄을 긋고 있었대. 바람은 그 지붕 위를 저벅저벅 밟고 다녔대. 암늑대는 노란 지빠귀를 올려다보고, 노란 지빠귀는 늑대를 내려다보았대. 둘은 눈을 떼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았대. 그래서 겨울밤은 감옥이 되기 시작한 거래. - 「눈물이라는 뼈」 부분 (『눈물』) 아이의 성장통을 비유하고 있을 이 시는 어떤 노래의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새하얀 벽 위로 그림자들이 생을 공연한다. 섭생을 위해 지빠귀를 노리는 암늑대의 자세는 낮고 단단하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마음은 모두 잘라낸 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늑대의 눈빛에 어리는 검은 허공의 시간. 그 시간이 서서히 늑대를 물들여 간다. 암늑대를 내려다보는 지빠귀 역시 흔들림 없이 다가올 운명 앞에 눈감지 않는다. 공포에 몸을 맡겨 둔 채 자신도 그 시간의 일부가 되어 간다. 그리고 이들의 비극을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바람과 아이가 있다. 이들이 빛과 어둠 사이에서 얽히고설키며 삶을 요약해내는 동안, 그 단단한 함축을 받아 먹고 돌들이 자란다. 하나의 비극이 있었음을,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생의 굴레에 의연하게 걸어 들어가 견뎌낸 그늘이 있음을 증거하고 제의한다. 김소연의 시는 그림자로 펼쳐 낸 한 편의 아포리아 인형극이다. 이 연극에는 무수히 많은 그림자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부재한다. 주인공이라 일컬을 수 있다면 아마도 그건 생 자체일 것이다. ‘삶’이 그려 내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다변성 속에서도 결코 인간을 놓아 주지 않는 묵직한 생의 중력을 그의 시가 잘 포착해 내는 건 그림자야말로 생의 본질임을 잊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자는 원상의 형상을 얼마든지 왜곡도 하고 때론 숨어 버리기도 하지만 결코 달아나지 않는다. 원상 내부의 상처와 질곡에 악착같이 달려들어 생의 모서리를 현상해 낸다. 삶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무수한 그림자 기표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그림자란 본디 원상의 것도 아니며, 원상과 무관한 것도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그림자란 한 편의 활시위와 같다. 원상의 중력과 그 중력을 넘어서려는 두 힘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휘어질 때, 그림자는 필연적으로 생의 근원에 가까워진다. 김소연의 문장이 지닌 안정된 흡인력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5. 판화적 글쓰기 인간이 맹점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건 맹점에 의한 시야의 어둠을 다른 눈의 시각을 통해 메우기 때문이다. 언어의 눈, 그림자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빛을 가득 채워 존재가 현현하는 곳을 봉쇄할 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감정과 생각이 어긋나고, 말과 빛이 허용하는 사유만이 폭거하는 메마른 불모지로 변모한다. 동일성의 사유에 항거하는 최근의 숱한 철학적 사유들이 그 윤리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삶의 언어를 구원해 내지 못하는 건 이들 이론과 이미지의 현란함이 맹점의 파쇄가 아닌, ‘보완’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언어로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한, 자신의 손과 발로 직접 일구어 내지 못한 이미지의 언어들은 스스로가 올바른 대체시각이며, 이 강렬한 빛으로 맹점과 어둠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또한 뒤틀린 자만이며 확장된 동일성이다. 그러나 맹점은 우리 삶의 조건이며, 그 종착지이기도 하다. 인간의 조건은 부정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세계와 인간 사이에 놓인 고유한 매개 방식이다. 그림자가 아무런 음성도 없이 지상에 잠시 내려앉은 검은 입으로 말을 건넬 때, 이를 가장 섬세하게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은 어둠을 어둠인 채로 내버려 두는 일이다. 시선의 한구석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 어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쩌면 인간은 영원히 이 조건을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하여도 그림자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유령처럼 태어나고, 그 절망적인 시도를 되풀이하며 말의 어긋남 속에서 더 진실한 말 하나를 길어 올린다. 이는 시인의 숙명이며, 시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를 김소연의 시적 방법론을 빌려 말하자면 판화적 글쓰기라고 명명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성실하고도 마음 따뜻한 그림자 필경사는 그림자에 각인된 어둠의 지문을 숨죽여 더듬으며 그 굴곡과 깊이를 음화로 찍어 낸다. 어둠의 언어로, 어둠을 끌어안은 채,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근원적 자세들을 현상해 낸다. 안전한 거리에서 시각의 윤곽을 따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언어로 어둠에 밀착해 어둠을 살아 내면서 몸으로 찍어 내는 것이다. 그의 판화적 글쓰기에서 그림자는 언제나 모상(模像)이 아닌 원상(原象)일 수밖에 없는데, 시선의 권력을 그림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주체가 만들어 낸 일련의 위계상을 단번에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시가 지향하는 바와 전략이 너무도 명확한 만큼 쉽게 ‘코드’로 환원될 수 있다는 약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의 시는 ‘코드’로 읽히지 않는다. 그림자를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기보다는, 언제나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 자체를 경험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시는 구체적인 삶의 시공간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삶의 실경이 굳건하게 뿌리박고 있는 시적 공간에서 그림자의 우화로 그림자의 눈빛에 노출되도록 만들 뿐이다. 태양에 흑점이 많을 때는, 역설적으로 태양의 활동이 가장 ‘극에 달했을’ 상태라고 한다. 내부의 격렬한 균열과 폭풍이 열의 흐름을 방해하여 상대적으로 어둡고 온도가 낮은 부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그림자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가장 격렬한 생을 통과한 내상들이며, 그 내상이 건네는 말의 뒤틀린 방식이라고. 김소연의 시는 현실 너머의 추상적 피안이 아니라, 뜨거움과 차가움을 절실히 통과한 이후의 ‘이곳’을 그림자의 형상을 통해 추적해 낸다. 삶을 가장 치열하게 마주한 자의 뜨거움으로 그늘이 품은 울음을 읽어 내고 위무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를 일컬어 이렇게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의 흑점들로 이루어진 점자들이며, 생의 근원적 자세를 찍어 낸 판화들이라고.
  • 자살, 짐작보다 더 복잡한 죽음

    자살, 짐작보다 더 복잡한 죽음

    자살의 사회학/마르치오 바르발리 지음/박우정 옮김/글항아리/604쪽/2만 9800원자살은 인류의 오래된 ‘죽음 방식’이다. 마태복음은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의 자살을 기술하고 있고, 중국 춘추시대 기록에도 자살에 얽힌 일화들이 종종 나온다. 악명 높은 폭군 네로 황제 이후에도 고대 로마 제국 황제 가운데 상당수의 사인은 자살이었다. 그럼에도 라틴어에 ‘수이시디움’(suicidium·자살)이라는 단어가 나타난 건 후대 들어서였다. 유럽에서 자살을 지칭하는 낱말도 17세기 중반 처음 등장했다. 자살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을 여러 편 썼던 영국의 셰익스피어는 당시 자살이라는 명사가 없자 ‘자기 살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마르치오 바르발리는 서양에서 자살을 대체한 표현은 오랫동안 ‘살인’이었을 정도로 자살은 심각한 범죄 행위로 간주됐다고 말한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자살의 사회학’(영문판 제목 ‘자살의 역사’)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1897) 이후 가장 주목받는 자살을 다룬 저작으로 꼽힌다. 바르발리는 이 책에서 여러 문화권에서 자살이 지니는 의미를 탐구하고, 고대 순교자부터 중동 자살 폭파범에 이르기까지 자살의 역사적 변화상을 고찰한다.특히 그는 뒤르켐의 이론은 20세기 이후의 자살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낡은 이론이라고 반기를 들었다. 기독교 문화가 지배했던 중세 유럽에서 자살은 육체와 영혼을 모두 죽이는 ‘이중 살인’으로 여겨졌으며 신성모독 못지않은 무거운 죄악이었다. 영국은 자살자의 재산을 몰수했고, 기독교식 매장도 금지시켰다. 유럽 곳곳에서 자살자의 시체를 거리에 끌고 다니거나 재판에 회부해 교수형에 처해 다시 죽였다. 자살자에 대한 응징은 유족들에게 멸시와 굴욕감을 안겼다.저자는 근대 유럽에서 자살이 크게 증가한 건 산업혁명 때문이 아니라 자유의 확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유럽의 자살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18세기 들어 ‘죽음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자살을 본격적으로 다룬 문학 작품이 우후죽순 출현했고 종교적 억압이 옅어지면서 1793년 프랑스 파리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30명까지 치솟았다. 뒤르켐은 자살을 일으키는 주요 변수로 사회적 통합과 규제를 지목하며,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종속이 약화되면서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르발리는 사회 구조로부터 자살 원인을 찾는 뒤르켐의 원인론적 분류 방식을 탈피해 자살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20세기 이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빈번해진 정치적 저항을 목적으로 한 자살이나 종교적 신념의 자살테러 등 새로운 유형의 ‘이타적 자살’ 현상이 설명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통합과 규제라는 변수 대신 ‘누군가를 위한 자살’, ‘누군가에게 대항하기 위한 자살’로 새롭게 분류한다. 전자는 이기적·이타적 자살이고 후자에는 저자가 분류한 ‘공격적 자살’(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자살)과 ‘무기로서의 자살’(정치·종교적 테러)이 속한다. 책은 죽은 남편을 따라 자살하는 인도 여성들의 ‘사티’ 의식과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끊는 중국 여성들의 ‘타타이’ 풍습 등 각 문화권에서의 자살 관습도 꼼꼼히 살핀다. 그에 따르면 동양에서는 ‘누가 이 지경으로 상황을 몰고 갔는가’에 중점을 둬 책임을 따지는 경향이 짙었다. 그래서 동양 문화권에는 복수하기 위해 자살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건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자살하는 유대인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우슈비츠의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표현한 “모든 수용자가 필사적으로 그리고 맹렬하게 혼자”였던 ‘고독한 지옥’에서 극히 자살이 드물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요약한다. ‘수용자들은 죽는다는 것보다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죽음의 과정’에 관심을 뒀다. 죽음은 항상 가까이 있었고 그들은 죽음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에게 죽음으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는 다름아닌 삶이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힘에 의한 평화”… 트럼프, 폭군을 압박했다

    “힘에 의한 평화”… 트럼프, 폭군을 압박했다

    “파멸로 가는 불량정권 관용 없어 미국을 과소평가·시험하지 말라 중·러, 北과 모든 무역 단절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핵 파멸로 세계를 위협하는 불량정권을 관용할 수 없다”면서 “책임 있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 한다”고 북한을 직접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 국회 연설에서 “역사에는 버림받은 체제가 많다. 그들은 어리석게 미국의 결의를 시험했던 체제들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갈등이나 대치를 원치 않지만 (거기서) 결코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단을 빌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폭군’, ‘독재자’로 지칭하며 직접 경고했다. ‘완전한 파괴’를 언급한 지난 유엔 총회 때보다 수위는 낮았지만, 김정은 정권의 독재로 인한 폐해와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를 들어가면서 지적하는 등 연설의 대부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 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 비핵화’라는 목표도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모든 국가들, 중국,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해하고 (북한)체제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시키며 모든 무역, 기술 관계를 단절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순방국인 중국을 겨냥해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며 연설 내내 ‘힘의 우위’를 강조했다. 민주당 정부였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시대가 끝났음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체제는 미국의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했는데, 이것은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우리를 시험하지도 말라”고 말했다. 대화의 전제조건이 완전한 비핵화임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대화)의 출발은 공격을 종식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 비핵화”라면서 “우리와 밝은 길을 논의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경우는 북한 지도자들이 도발을 멈추고 핵을 폐기하는 때”라고 말했다. 핵보유국 인정을 원하는 북한 쪽에 오히려 핵을 포기하라고 공을 넘긴 것이지만 북한이 당장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핵 폐기’를 모든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핵 동결→핵 폐기’의 단계적 해법을 모색하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과는 차이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전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문

    [전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 한국 국회 연설 전문이다. 국회 동시통역자의 통역이다.   친애하는 정 의장님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그리고 신사숙녀 여러분 이곳 국회본회의장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 미국민을 대표해 대한민국 국민들게 연설할 수 있는 특별한 영광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에 머무는 짧은 시간동안 멜라니아와 나는 한국의 고전적이면서도 근대적인 모습에 경외감을 느꼈으며 여러분의 따뜻한 환대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어젯밤 문 대통령 내외는 청와대에서 있었던 멋진 연회에서 우리를 극진히 환대해주셨습니다. 우리는 군사협력 증진과 공정성 및 호혜의 원칙하에 양국간 통상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 생산적인 논의를 가졌습니다. 이번 방문 일정 내내 한미 양국의 오랜 우애를 기념할 수 있어 기뻤고 영광이었습니다. 우리 양국의 동맹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싹텄고 역사의 시험을 통해 강해졌습니다. 인천 상륙작전에서 전투에 이르기까지 한미장병들은 함께 싸웠고 함께 산화했으며 함께 승리했습니다. 근 67년 전 1951년 봄 양국 군은 오늘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서울을 탈환했습니다. 우리 연합군이 공산군으로부터 수도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큰 사상자를 낸 것이 그것으로 그해 두번째였습니다. 그 이후 수주 수개월에 걸쳐 우리 양국 군은 험준한 산을 묵묵히 전진했으며 혈전을 치렀습니다. 때로는 후퇴하면서도 이들은 북진했고 선을 형성했습니다. 그 선은 오늘날 탄압받는 자들과 자유로운 자들을 가르는 선이 됐습니다. 그리고 한미 장병들은 그 선을 70년 가까이 함께 지켜나가고 있습니다.1953년 정전협정에 서명했을 당시 3만6000여 미국인이 한국전에서 전사했으며 15만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굉장히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들은 영웅이며 우리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는 또한 한국민들이 자유를 위해 치렀던 엄청난 대가에 경의를 표하며 이를 기억합니다. 한국은 수십만의 용감한 장병들과 셀 수 없이 무고한 시민들을 끔찍한 전쟁으로 잃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서울의 대부분은 초토화되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지역에 전쟁의 상흔이 남았으며 그리고 한국의 경제는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알다시피 그 이후 두 세대에 걸쳐 기적과도 같은 일이 한반도 남쪽에서 일어났습니다. 한 가구씩 한 도시씩 한국민들은 이 나라를 오늘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국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훌륭한 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축하의 말씀 드립니다. 한평생이 채 되기도 전에 한국은 끔찍한 참화를 딛고 일어나 지구상 가장 부강한 국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오늘날 한국 경제규모는 1960년과 비교해 350배에 이르고 교역은 근 1900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평균 수명 역시 53년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82세 이상이 됐었습니다. 제가 선거에서 했던 것처럼 이사실을 축하하고자 합니다. 미국은 마찬가지로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식 시장은 어느 때보다도 활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업율은 17년째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IS를 물리쳤고 우리는 사법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대법원장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이거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 것들이 큰 항공모함입니다. 이 항공모함에는 F35가 장착되어있으며 15대 전투기가 들어가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핵잠수함을 적절하게 포지셔닝 해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제 행정부 안에서 완전하게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으며 수천억에 달하는 돈을 지출해서 가장 새롭고 가장 발전된 무기체제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현재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도 한국이 더 잘되길 원하고 이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누가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이에 대해 동조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국이 너무나 성공적인 국가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우리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미래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국이 이루어낸 것은 정말로 큰 감명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적인 탈바꿈은 정치적은 탈바꿈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주권 한국의 자긍심은 독립적인 국민들은 스스로 통치할 권리를 요구했습니다. 한국민들은 1988년 자유총선을 치렀습니다. 이것이 한국이 첫 올림픽을 개최한 바로 그 해입니다. 곧이어 한국민들은 30년 만에 첫 문민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손으로 이룩한 나라가 금융위기에 처했을 때 수백명씩 줄을 지어 가장 값나가는 물건들을 내놓았습니다. 여러분들의 결혼반지, 가보, 황금 행운의 열쇠를 내놓으며 자녀들의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하고자 했던 것들이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여러분의 금은 단순한 금전적 가치 그 이상이며 이것은 땀과 정신의 업적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너무나 많은 훌륭한 것들을 발견해냈습니다. 여러분들이 기술의 한계를 확대하고 기적적인 의학적 치료법을 개척하며 우주의 불가사의를 풀어내는 리더로 부상했습니다. 한국 작가들은 연간 약 4만권의 책을 저술하고 있습니다. 한국 음악가들은 전세계에 콘서트장을 메우고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의 대학 졸업율을 전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골프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리고 제가 무슨 말씀 드릴지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US오픈의 여성 골프들은 올해 그 대회를 뉴저지에 있는 트럼프 골프장에서 열렸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한국 여성골프들이 박성현씨가 바로 여기서 승리했습니다. 전세계 10위권에 드는 훌륭한 선수입니다. 세계 4대 골프선수들이 모두 한국출신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냐고요. 이곳 서울에서는 63빌딩이나 롯데월드 타워같은 멋진 건축물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여러 성장산업에 근로자들의 일터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이제 굶주린 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테러에 맞서며 전세계에서 문제 해결에 힘이 되고 있습니다. 몇달 후면 여러분들은 23차 동계 올림픽이라는 멋진 행사를 개최하게 됩니다. 행운을 빕니다. 한국의 기적은 자유국가의 병력이 진격했었던 곳, 즉 이곳으로부터 24마일 북쪽까지 미쳤습니다. 그리고 기적은 거기에서 멈춥니다. 거기서 모두 끝납니다. 거기서 바로 멈춰지는 것입니다. 번영은 거기서 끝나고 북한이라는 교도국가가 시작됩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끔찍하게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무보수로 일합니다. 최근에는 전 노동 인구에게 70일 연속 노동을 하든지 아니면 하루치 휴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가족들은 배관도 갖춰있지 않은 가정에서 생활하고 전기를 쓰는 가정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부모들은 교사에게 촌지를 건내며 자녀들이 강제노역에서 구제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백만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1990년대 기근으로 사망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계속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5세 미만 영유아 중 거의 30%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에 시달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과 2013년 북한체제는 2억불로 추정되는 돈, 즉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배분한 액수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를 대신 더 많은 기념비, 탑, 동상을 건립해서 독재자를 우상화하는데 썼습니다. 북한 경제가 거둬들이는 수익은 비뚫어진 체제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배분됩니다. 주민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여기기는커녕 이 잔인한 독재자는 주민들을 저울질하고 점수 매기고 국가에 대한 이들의 충성도를 너무나도 자의적으로 평가해서 이들에게 등급을 매깁니다. 충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딴 사람들은 수도인 평양에 거주할 수 있습니다. 점수가 가장 낮은 사람들은 먼저 아사합니다. 한 사람의 작은 위반, 예를 들면 버려진 신문지에 인쇄된 독재자의 얼굴에 실수로 얼룩을 묻히거나 하면 이것이 그 사람의 가족 전체 사회 신용등급에 수십년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만으로 추정되는 북한 주민들이 노동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고문과 기아, 강간, 살인을 견뎌내며 고통받고 있습니다. 알려진 한 사례에서는 한 9살 소년이 10년간 수감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이 아이의 조부가 반역죄로 고발당했기 때문입니다. 또 한 사례에서는 한 학생이 김정은의 삶에 대한 세부사항 하나를 잊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구타를 당했습니다. 군인들은 외국인을 납치해서 이들을 북한 첩보원의 어학교사로 일하게 만듭니다. 전쟁 전에 기독교의 근거지였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기독교인들과 기타 다른 종교인들 중 기도를 하거나 종교 서적을 보유했다 적발되면 억류와 고문,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처형까지도 감수해야 합니다. 북한 여성들은 인종적으로 열외에 있다고 감지되는 태아를 강제로 낙태시켜야 합니다. 이 아이들이 출생하면 아이들은 신생아 때 살해됩니다. 중국인 아버지를 둔 한 아기는 바구니에 담긴 채 끌려갔습니다. 경비대는 이 아이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왜 중국을 도와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껴야 합니까. 북한 생활이 너무나 끔찍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정부 관료에게 뇌물을 주고 해외에 팔려간다고 합니다. 차라리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도망을 치고자 시도하게 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가 됩니다. 사형에 탈출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에 더 가까웠습니다. 북한을 떠나고 나서야 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고 말입니다. 오늘 한반도에서 우리는 역사의 실험실에서 벌어진 비극적 실험의 결과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민족, 두 개의 한국에 대한 이야기다. 한쪽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국가와 삶을 꾸려나가고 자유와 정의, 문명과 성취의 미래를 선택했습니다. 다른 한쪽 한국은 부패한 지도자들이 압제와 파시즘, 탄압에 기저해 주민들을 감옥에 가뒀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가 이제 도출되었고 그 결과는 너무나도 극명합니다. 1950년 한국 전쟁 발발시 두 한국의 일인당 GDP는 거의 동일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서 한국의 돈은 북한에 비해 10배를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 경제는 북한 대비 40배 이상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일선상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40배 이상 성장했다는 말입니다. 굉장히 잘하고 계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이 초래한 고통을 고려하면 북한 독재자가 왜 점점 필사적으로 주민들이 극명한 대비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했는지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 체제는 무엇보다도 진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외부 세계에 접촉을 전면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오늘 나의 이 연설뿐 아니라 한국 생활의 가장 평범한 사실조차도 북한에서는 금단의 지식입니다. 서구와 한국의 음악 역시 금지되어 있습니다. 해외 매체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범죄이며 이것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서로서로를 감시합니다. 이들의 집은 언제든지 수색을 당할 수 있습니다. 모든 행동이 정찰의 대상이 됩니다. 북한은 종교집단처럼 통치되고 있습니다. 이 군사적 이단 국가의 중심에는 정복된 한반도와 노예가 되어버린 한국인들을 보호자로서 통치하는 것이 지도자의 운명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성공할수록 더 결정적으로 한국은 김정은 체제의 중심의 어두운 환상에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번영하는 한국의 존재 자체가 북한 독재체제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서울과 국회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한국이 강력하고 최고이며 자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국가의 힘이 폭군의 가짜 영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강력하고 위대한 한국 국민의 진정한 영광에서 그 힘이 나옵니다. 한국인들은 자유롭게 살면서 번창하고 예배하고 사랑하며 삶을 만들고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어떠한 독재자도 할 수 없었던 것을 한국 국민이 해냈습니다. 스스로 책임지고 미래의 주도권을 가졌습니다. 꿈이 있었는데 코리안드림을 현실로 만들어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서울의 멋진 마천루에서부터 들과 산봉우리의 아름다운 경관들을 봅니다. 여러분은 자유롭게 행복하게 그리고 여러분만의 아름다운 방법으로 이를 성취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나라와 여러분의 성공은 불안함과 경종, 심지어 겁먹음에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는 나라 밖에서 갈등을 모색합니다. 나라안으로부터의 실패를 눈을 돌리기 위해서입니다. 휴전 이후 북한은 미국인과 한국인들에 대해 수없이 공격했습니다. 용맹한 미 해군들을 붙잡아 고문했고, 반복해서 헬기들을 공격했으며 또한 69년에 미국 정찰기를 격추시켜서 31명의 미군을 사망하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는 수없이 한국에 침투했고 고위지도자 암살을 시도했으며 한국 함선들을 공격했고 오토 웜비어를 공격해 결국 이 젊은이가 죽음에 이르도록 했습니다. 이 와중에 북한 체제는 핵무기를 추구했습니다. 잘못된 희망을 갖고 협박으로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목표가 이루어지도록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목표는 바로 한국을 밑에 두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북한체제는 핵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추구하면서 지금까지 미국과 동맹국이 했던 모든 보장과 합의 약속을 어겼습니다. 94년에 플루토늄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의 혜택은 거두면서도 동시에 불법적으로 핵 활동을 지속했습니다. 2005년에는 수년간 외교활동이 있었는데 그때 독재체제는 핵을 단념하고 비확산조약에 복귀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고 오히려 포기하겠다고 한 무기를 협상했습니다. 2009년에 미국은 다시 한번 협상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에 관여를 제시했습니다. 북한체제의 답은 한국 해군 함정을 침몰시키고 46명의 해군을 사망하게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 측과 일본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며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여 미국 자체를 위협하려고 합니다. 북한 체제는 미국의 과거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했습니다. 이것은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 정부는 매우 다른 행정부입니다. 과거의 행정부와 비교했을 때 다른 행정부입니다. 오늘 나는 우리 양국뿐 아니라 모든 문명국가를 대신해 북한에 말합니다.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또한 우리를 시험하지도 마십시오. 우리는 공동의 안보, 우리가 공유하는 번영, 그리고 신성한 자유를 방어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멋진 한반도의 가느다란 문명한 선을 긋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역사 속에서 이 선은 여기 남아있습니다. 이 선은 평화와 전쟁, 품위와 악행 법과 폭정, 희망과 절망 사이에 그려진 선입니다. 이 선은 많은 장소에서 수차례에 걸쳐 역사 속에서 그어졌습니다. 이 선을 지키는 것이 자유국가가 늘 해야 하는 선택입니다. 우리는 유약함의 대가와 이것들을 지켜야 하는 위험을 같이 배웠습니다. 미국 국민은 나치즘, 제국주의, 공산주의, 테러와의 싸움을 하면서 그들의 생명을 걸었다. 미국은 갈등이나 대치를 원하지 않습니다. 결코 그로부터 도망치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에는 버림받은 체제가 많습니다. 그들은 어리석게 미국의 결의를 시험했던 체제들입니다. 우리 과거를 되돌아보고 더 상 의심치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이나 동맹국이 협박, 혹은 공격받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 도시들이 파괴위협 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협박받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잔혹이 이곳에서 반복되도록 하지 않을 것입니다. 생명을 걸었던 땅입니다. 바로 그래서 저는 이곳에 왔습니다. 자유롭고 번영하는 한국의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들을 위해 메시지를 들고 왔습니다. 변명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힘의 시대다.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늘 강력해야 합니다. 세계는 악당체제의 위협을 관용할 수 없습니다. 핵 참화로 세계를 위협하는 체제를 관용할 수 없습니다. 책임지는 국가들은 힘을 합쳐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 한다. 어떤 형태의 지원이나 공급, 용인을 규정해야 한다. 모든 국가들 중국,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체제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시키고 모든 무역 관계를 단절시킬 것을 촉구한다.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는 이 위험에 함께 대처하는 것이다. 기다릴수록 위험은 증가하고 선택지는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위협을 무시하거나 혹은 가능하게 하는 국가들에게 말합니다. 이 위기의 무게가 여러분의 양심을 누를 것입니다. 이곳 한반도에 온 것은 북한 독재체제의 지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할 메시지가 있어서다. 당신이 획득하고 있는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립니다. 어두운 길로 향하는 한걸음 한걸음이 당신이 직면할 위협을 증가시킬 것이다. 북한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그리던 낙원이 아닙니다.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다. 하지만 당신이 지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것의 출발은 공격을 중단시키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안전하고 검증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입니다. 하늘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면 눈부신 빛이 남쪽에 가득하고 뚫을 수 없는 어둠의 덩어리가 북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빛과 번영의 평화의 미래를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같은 빛을 논의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경우는 북한 지도자들이 도발을 멈추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경우입니다. 북한의 악한 체제는 한 가지는 맞게 보고 있습니다. 바로 한 민족이 운명은 영광스럽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못 알고 있습니다. 한 민족의 운명은 억압의 굴레 속에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영과의 자유 속에서 번영하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한반도에서 이룩한 것은 한국의 승리, 그 이상입니다. 인류의 정신을 믿는 모든 국가들에게 승리입니다. 우리가 바라기는 곧 여러분의 북한 형제 자매들이 하나님이 뜻한 인생을 충만히 누리는 것이다. 한국은 우리에게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줬습니다. 단지 몇십년 간의 기간 동안 근면, 용기, 재능만을 갖고 여러분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을 부와 풍부한 문화와 심오한 정신을 갖춘 축복받은 나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국은 모든 가정들이 잘 살고 모든 어린이들이 빛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한국은 강력하고 위대하게 국가들 사이에 서 있습니다. 자주적이고 자랑스러우며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들 사이에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을 존중하고 자유를 소중히 여기며 주권을 간직하고 스스로 운명을 만드는 나라다.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하며 모든 사람들의 완전한 잠재력을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준비되어 우리 국민의 이해를 보호한다. 잔인한 야심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합니다. 우리는 함께 자유로운 하나의 한국, 안전한 한반도, 가족의 재회를 꿈꿉니다. 우리는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 가족들의 만남, 핵 악몽은 가고 아름다운 평화의 약속이 오는 날을 꿈꿉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강하고 방심하지 않으며 우리의 눈은 북한에 고정되어 있고 가슴은 모든 한국인들이 자유롭게 살 그날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한국 국민들과 미국을 축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국회연설 “북한 핵무기는 잘못된 희망…미국 시험하지 말라” 경고(종합)

    트럼프 국회연설 “북한 핵무기는 잘못된 희망…미국 시험하지 말라” 경고(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 정권에 “미국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시험하지도 말라”며 강력 경고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회 연설에서 “북한 체제는 미국의 과거를 유약함으로 해석했지만, 이는 치명적 오산이 될 것이다. 우리는 과거 행정부와 다른 행정부다. 오늘 나는 한미 양국뿐 아니라 모든 문명국을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1993년 7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이어 미국 대통령으로서 24년 만이다. 그는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며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잘되기를 원하고,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폭군’, ‘독재자’로 규정하고 김정은 체제를 ‘지옥’에까지 비유한 뒤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어떤 공격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체적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는 핵무기를 추구했고, 잘못된 희망을 갖고 협박으로 자신의 궁극적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며 “그 목표는 한국을 그 밑에 두는 것이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과거 행정부와 다른 행정부”라며 “우리는 공동의 안보와 번영 그리고 신성한 자유를 방어할 것이고, 이 멋진 한반도에 가느다란 문명의 선을 긋는 것을 하락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선은 많은 장소에서 수차례에 걸쳐 역사 속에 그어졌고, 이 선을 지키는 것이 자유 국가가 늘 해야 하는 선택”이라며 “우리는 유약함의 대가와 지키는 데 따르는 위험을 같이 배웠다. 미국은 갈등이나 대치를 원하지 않지만 결코 도망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에는 버림받은 체제가 많은데 그들은 어리석게 미국의 결의를 시험했다”며 “미국의 힘과 결의를 의심하는 자는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우리는 미국이나 동맹국이 협박과 공격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잔혹이 이곳에서 반복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땅은 우리가 지키기 위해 생명을 걸었던 땅”이라며 한반도 수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변명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힘의 시대고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늘 강력해야 한다”면서 “세계는 악당 체제의 위협을 관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밝은 길을 논의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경우는 북한 지도자들이 도발을 멈추고 핵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촉구했다. 그는 “책임 있는 국가들은 힘을 합쳐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 한다”며 “어떤 형태의 지원, 공급, 용인도 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유엔(UN)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 체제와의 외교관계를 격하시켜 모든 무역관계 단절시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실태도 비판했다. 그는 한국이 번영해온 역사를 소개한 후에 “한국의 기적은 자유국가의 병력이 1953년 진격했던 곳, 이곳으로부터 24마일 북쪽까지만 미쳤다”면서 “번영은 거기서 끝나고 북한이라는 교도국가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노동자들은 끔찍하게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무보수로 일한다”면서 “가족들은 배관도 갖춰지지 않는 집에서 생활하고 전기를 쓰는 가정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부모들은 교사에게 촌지를 건네며 자녀가 강제노동에서 해방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그는 “더 많은 사람이 기아로 계속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영유아 중 30% 가까이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2012년과 2013년 북한 체제는 2억 달러로 추정되는 돈, 즉 주민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해 배분한 돈의 절반 이상을 더 많은 기념비와 탑, 동상을 건립해 독재자를 우상화하는 데 썼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경제가 거둬들이는 미미한 수확은 비뚤어진 체제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배분된다”며 “잔혹한 독재자는 주민을 저울질하고 점수 매기고 충성도를 자의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 주민들의 강제노역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 9살 소년이 십 년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며 “조부가 반역죄로 고발당했다는 이유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또 한 학생은 김정일 삶에 대한 세부사항 하나를 잊었다고 학교에서 구타당했고, 군인들은 외국인을 납치해 북한 첩보원의 어학교사로 일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북한 여성에 대해서는 “인종적으로 ‘여류’(주된 흐름 이외의 흐름)에 있다고 간주되는 태아를 강제로 낙태시켜야 한다. 이 아이들을 출산하면 신생아 때 살해된다”면서 “중국인 아버지를 둔 한 아기는 바구니에 담긴 채 끌려갔다. 경비대는 ‘이 아이의 피가 불순해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열악한 인권유린 실태를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북한 생활이 너무나 끔찍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정보관료에게 뇌물을 주고 최후에 노예로 팔려간다고 한다. 차라리 노예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라며 “탈출한 사람은 ‘나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에 더 가까웠다. 북한을 떠나고 나서야 삶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은 ‘하나의 민족 두 개의 한국’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급한 뒤 “한쪽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과 국가를 꾸려나가고 자유와 정의, 문명과 성취의 미래를 선택했다”면서 “그러나 다른 한쪽 한국은 부패한 지도자들이 압제와 파시즘 탄압의 기치 아래 자국민을 감옥에 가뒀다. 이 실험의 결과가 이제 도출됐고 그 결과는 너무나도 극명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됐다며 치켜세웠다. 그는 “한국이 이뤄낸 것은 큰 감명을 주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적인 탈바꿈은 정치적인 탈바꿈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국민은 스스로 통치할 권리를 요구하며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한 해에 자유총선을 치렀고, 30년 만에 문민정부를 배출해냈다”며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위기 당시 수백만 명이 행운의 열쇠, 결혼반지 등 가장 값나가는 물건들을 기꺼이 내놓기도 했다”며 “현재 여러분의 부(富)는 단순한 금전적 가치 이상이며 마음과 정신의 업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의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너무나 많은 훌륭한 것들을 발견했다”면서 “기술의 한계를 확대해 기적적인 의학 치료법을 개척하고 우주의 불가사의를 푸는 리더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의 작가는 연간 4만권의 책을 저술하고, 음악가는 전 세계의 콘서트장을 메우고 있다. 대학 졸업률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여성 골프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기량을 보인다며 세계 대회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성 골퍼들을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US오픈 대회는 뉴저지에 있는 트럼프 코스에서 열렸는데 한국 여성 골퍼인 박성현이 여기서 승리했다”며 “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훌륭한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4대 여자 골프선수들이 모두 한국 출신이다.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축하한다”면서 연설을 잠시 끊고 직접 박수를 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에는 63빌딩이나 롯데타워와 같은 멋진 건축물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면서 “한국은 이제 테러에 맞서면서 전 세계가 겪는 문제 해결에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도 언급하면서 “한국이 몇 달 후면 23차 동계올림픽이라는 멋진 행사를 개최하게 되는데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단 한 차례 원론적 언급만 하는 데 그쳤다. 그는 “어젯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청와대의 멋진 연회에서 극진히 환대해줬다”며 “우리는 군사협력 증진과 공정성 및 호혜의 원칙 하에 양국 통상관계를 개선하는 부분에서 생산적 논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연설을 통틀어 한미 간의 통상문제와 관련된 발언이 나온 것은 이 장면이 유일했다. 연설문에는 ‘한미 FTA’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한미FTA를 비롯한 통상문제를 강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연 공동기자회견에서도 “현재 협정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는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일 뿐,압박의 강도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국회가 미국의 일방통행식 한미FTA 개정 추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데다 FTA가 개정되면 국회 비준 문제가 부상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가급적 국회를 자극하려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일각에선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중장기 무기 구매계획에 대한 긍정적 얘기가 오간 것이 한미FTA 이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완화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0대 파이터, 맥스FC 장세영 “실력으로 증명할 것”

    10대 파이터, 맥스FC 장세영 “실력으로 증명할 것”

    “편견 없이 실력으로 나를 인정할 수 있도록 증명하겠다” 미소년 파이터 장세영 선수(19, 안동정진/대한우슈협회)가 다음달 25일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열리는 격투대회 MAX FC11 경기를 앞두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장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무에타이와 우슈를 섭렵하며 적지 않은 전적을 쌓아왔다. 최근 개최된 전국체전에서 그는 우슈 산타부문 청소년부에 출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장세영 선수는 한국인 아버지와 가이아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자녀다. KBS1 러브인 아시아 특집방송에 장세영의 가족 스토리가 알려지며 주목 받았다. 장 선수는 “운동선수로서 MAX FC 파이터와 우슈 청소년 대표선수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엔터테인먼트 관련 경험도 갖고 싶다”며 10대다운 에너지와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이번 MAX FC11 안동 대회에 장세영은 안동시 대표 선수로 나선다. 장 선수의 체격 조건은 키 178cm, 몸무게 70kg으로 15전 10승 5패의 전적을 가지고 있다. 실질적인 메이저 무대는 이번 MAX FC 대회가 처음이다. 장 선수는 “쉽게 굴하지 않고 투지가 넘치는 폭군 같은 이미지의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며 야무진 목표를 밝혔다. MAX FC11은 오는 11월 25일(토) 안동시 운흥동에 있는 안동체육관에서 개최된다. 오후 3시부터 컨텐더리그, 오후 7시부터 메인 맥스리그가 진행된다. IPTV 와 네이버 스포츠를 통해 오후 7시부터 생중계된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손성진 칼럼] 조선의 ‘대간’ 정치와 소통

    [손성진 칼럼] 조선의 ‘대간’ 정치와 소통

    박근혜 정권의 실패 원인 중 하나는 간언(諫言)을 멀리한 것이다. 대신에 환관과도 같은 ‘문고리 3인방’의 입만 바라봤으니 도통 민심을 알 수 없었다. 최순실의 농간에 놀아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언로를 막아 놓은 탓이 컸다. 최순실이 몰래 들락날락하며 대통령과 부정한 행위를 해도 감히 진언을 할 비서, 관료가 없었다. 이런 맥락의 칼럼을 작년 11월 3일자에 쓴 적이 있는데 그 후에도 박 전 대통령에게 고언을 아뢴 청와대 인사는 없어 보였고 결과는 정권의 몰락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간언’이란 말이 날수로 따져 1456일에 걸쳐 등장하는데 그 10분의1인 141회가 연산군일기에 나온다. 그만큼 간언이 활발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연산군이 간관(諫官)들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아 임금의 그런 행동을 탓하는 간언을 재차 삼차 올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폭군의 실정을 바로잡으려 극력으로 간언을 하다 귀양을 가거나 참형을 당한 간관들이 연산군대에 허다했다. 그럼에도 목숨을 건 간관의 입을 막지 못하자 연산군은 마침내 재위 말기인 12년 4월 사간원과 홍문관을 없애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야당으로부터 ‘쇼통’이라는 비아냥 섞인 비판을 들어도 국민, 언론과의 소통을 어떤 대통령보다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광화문 1번가’도 민성(民聲)을 직접 들어 보려는 소통 창구로서 목표로 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인 위민관으로 옮겨 비서진들과 가까이 있으면서 거리낌 없는 진언과 간언을 듣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경우를 볼 때는 문 대통령이 언론과 관료의 제언과 고언에 귀를 열고나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언론은 그렇다 쳐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의 고군분투는 안쓰럽게까지 느껴진다. 탁 선임행정관의 능력을 떠나 언행의 문제점을 잘 알기에 정 장관은 수차 청와대에 간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무력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한다. 정 장관은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젊은 비서실장의 점잖은 질타를 받은 뒤라 더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탈원전’에 찬성하는 쪽도 많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그만큼 된다. 언론을 포함해 찬성파와 반대파가 각자 자기 논리를 전개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요즘 탈원전에 반대하는 학자나 전문가들은 무엇이 두려워서인지 공개적인 석상에서 소신 밝히기를 꺼린다고 한다. 뭔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걱정 때문이거나 아니면 정부 기관의 압력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탈원전을 놓고 공론화 과정이 진행 중이지만 반대파의 입을 막으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론화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쓴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차대한 국사(國事)일수록 반대파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나중에 무탈하다. 설령,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는 야당의 주장일지라도 귀담아듣고 혹시 바른 소리가 있다면 받아들이는 게 큰 정치다. 한 눈만 뜨고 한쪽 귀만 열어서야 바른길을 똑바로 나아가지 못한다. 공영방송이 파행에 이른 것도 그런 까닭이다. 제작 거부 사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다음 경영진도 정권과 밀착해 언론으로서 간언과 쓴소리를 하지 못한다면 이후의 정권에서 똑같은 과정을 겪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노조를 비롯한 여러 이익 집단들이 연일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길 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론 그들의 원(願)도 합당하다면 풀어 줌이 마땅하다. 그러나 언로를 열어 준다는 것은 ‘해 달라는 것’을 듣는 것만이 아니다. ‘하지 말라는 것’도 들을 줄 알아야 성공하는 정치다. 조선이 왕의 1인 지배로 600년을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대간(臺諫·간언을 맡아 보던 관리) 정치’의 덕이다. 다행히도 문 대통령은 간언을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비서, 관료들이 할 일만 남았다.
  • 압도한 무대 아쉬운 뒷심

    압도한 무대 아쉬운 뒷심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역사상 가장 강한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위대한 영웅. 가난한 자도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앞장섰지만 결국 권력에 눈이 먼 세속적인 인간. 평생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한 순정의 남자. 이렇듯 다양한 얼굴을 지닌 남자의 삶이란 얼마나 극적이었을지. 지금까지 역사의 아이콘으로 사람들 입에 불려나오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무대 위에 올랐다.뮤지컬 ‘나폴레옹’은 전쟁으로 혼란스러웠던 18세기 유럽에서 툴롱 전투, 이집트 원정, 마렝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스스로 프랑스 황제가 된 나폴레옹의 인생을 그린다. 900여편의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집필한 작가 앤드루 새비스턴과 미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작곡가 티머시 윌리엄스가 힘을 모은 작품이다. 1994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영국 웨스트엔드, 독일에서 공연되었으며 아시아 최초로 국내 무대에 올랐다. 제작비 60억원이 투입된 대작답게 화려한 배우진을 비롯해 나폴레옹 시대의 역사적 고증을 통해 제작한 무대와 의상,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악, 앙상블들의 칼군무 등이 버무려져 3시간 내내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극은 나폴레옹의 조력가였던 정치가 탈레랑의 시선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펼친 전략가와 혁명이 낳은 폭군이라는 논쟁적인 평가를 받는 한 남자의 복잡다단한 면을 고르게 풀어낸다. 1막에서는 코르시카 작은 섬의 하급 장교 출신인 나폴레옹이 신분 차별과 열등감을 딛고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프랑스 시민 혁명의 정신을 유럽에 전파하고자 고군분투한 모습을 들여다본다. 또 ‘영원한 연인’으로 불린 조세핀과 불같은 사랑에 빠지는 모습과 탈레랑의 도움을 받아 황제에 오르는 장면까지 숨가쁘게 진행된다. 특히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관식 장면에서는 나폴레옹을 찬미하는 작품을 여러 점 남긴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다비드의 그림을 무대 위에 그대로 재현했다. 역사적인 인물을 다룬 작품이다 보니 대사를 통한 배경 설명이 제법 많은 편이지만 탈레랑의 보좌관인 푸셰와 가라우 등 조연들의 재치 있는 입담과 맛깔나는 감초 연기가 작품에 쉴 틈을 마련한다. 2막에서는 잇따른 승리에 도취한 나폴레옹이 러시아, 영국을 정복하는 데 실패한 뒤 점차 몰락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1막에 비해 극 전개가 어수선해 결론까지 나아가는 데 힘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그 탓에 나폴레옹이 섬에 유배됐을 당시 심신이 미약해진 상태로 조세핀을 그리워할 때의 처절함이나 유배지를 탈출해 전장의 선봉에 선 그가 병사들을 독려하는 모습에서의 강인한 의지가 절실하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무대를 장악한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이 작품의 결을 살린다. 나폴레옹은 2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복귀한 임태경을 비롯해 한지상, 마이클 리가 연기한다. 서로 다른 매력 덕분에 3인 3색의 나폴레옹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임태경은 특유의 섬세한 보컬과 안정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으며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조세핀을 맡은 뮤지컬 디바 정선아와 탈레랑을 맡은 정상윤의 시원한 가창력 역시 돋보였다. 10월 22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6만~14만원. 1577-3363.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돌아온 ‘임진록’…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 앞두고 전설들 한자리에

    돌아온 ‘임진록’…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 앞두고 전설들 한자리에

    ‘임진록’이 돌아왔다. 다음달 15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정식 출시를 앞두고 30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리마스터 런칭 이벤트 ‘GG투게더’ 행사가 열렸다.이날 행사에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의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살아있는 히드라’의 국기봉(TheBOy), ‘푸른 눈의 전사’ 기욤 패트리(Grrrr…), ‘천재테란’ 이윤열(Nada)과 ‘프로토스의 황제’ 박정석(Reach), ‘폭군’ 이제동 (Jaedong),‘택신’ 김택용(Bisu), ‘최종병기’ 이영호(Flash)가 총출동했다. 여기에 ‘임진록’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게임팬들에게 숱한 명경기를 연출했던, ‘테란의 황제’ 임요환(BoxeR)과 ‘폭풍 저그’ 홍진호(Yellow)도 함께 했다. 팬들로부터 최고의 주목을 받은 경기 역시 임요환과 홍진호의 경기였다. 두 선수는 경기 전부터 신경전을 보이면서 팬들의 관심을 부추겼다. 임요환은 “어느덧 아이의 아빠고, 직장인이니까 오늘은 꼭 이겨보도록 하겠다”면서 “8년 만에 왔는데 (홍)진호를 공개 심판할 수 있게 됐다. 벙커를 좀 더 선명하게 보게 돼 진호가 안 된 것 같다”는 말로 팬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관중석에서 ‘준우승’, ‘콩까지마’와 같은 응원 문구를 발견한 홍진호는 “준우승도 훌륭한 것이다. 칭찬한다”면서 “시간이 흘렀지만 오늘 만큼은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투혼 맵에서 펼쳐진 임진록 1차전 두 레전드의 뜨거운 승부가 펼쳐졌다. 경기 초반 벌쳐를 생산한 임요환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드랍쉽 플레이’를 통해 홍진호의 본진과 앞마당을 동시에 흔들었다. 하지만 홍진호 역시 집중력 있는 방어 이후 뮤탈리스크 체제가 갖춰지면서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임요환이 발키리를 생산했지만 홍진호는 저글링과 러커의 조합을 앞세워 앞마당을 ‘폭풍’처럼 몰아쳤고, 그 사이 기지를 늘려나갔다. 이후 임요환이 마린과 메딕, 시즈 탱크, 사이언스 베슬 등 ‘바이오닉 체제’를 앞세워 전진을 시도했지만 하이브 병력 조합을 갖춘 홍진호도 만만치 않았다. 임요환의 공격을 사방에서 둘러싸며 테란 병력을 크게 줄였고, 자원의 우위를 바탕으로 가디언, 울트라리스크 등이 쏟아내며 홍진호가 첫 경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신 개마고원 맵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임요환이 센터 팩토리를 준비하며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홍진호가 임요환의 전략을 손쉽게 간파한 뒤 히드라리스크로 방어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임요환이 마린과 메딕 조합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홍진호의 앞마당을 파고들며 홍진호를 무너뜨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 광안리서 ‘임진록’ 뜬다…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특별 매치

    오늘 광안리서 ‘임진록’ 뜬다…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특별 매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정식 출시일(다음달 15일)을 앞두고 30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특별 행사가 열린다. 임요한·홍진호씨 등 유명세를 떨쳤던 전직 프로게이머들이 대거 출동해 대전을 벌인다.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광안리 해수욕장 행사장 입구에 위치한 티켓 부스에서 지정 좌석이 표기된 입장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하고 있다. 지정 좌석 입장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가능하며 행사장에는 5000석이 준비돼 있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이날 행사의 경기는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제1경기는 ‘살아있는 히드라’ 국기봉(TheBOy) 대 ‘푸른 눈의 전사’ 기욤 패트리(Grrrr…)가 대결을 펼치고, 다음 제2경기에서는 ‘임진록’이라 불리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BoxeR) 대 ‘폭풍 저그’ 홍진호(Yellow)의 맞대결이 이어진다. 제3경기는 ‘천재테란’ 이윤열(Nada)과 ‘프로토스의 황제’ 박정석(Reach)이 맞붙고, 마지막 제4경기에서는 ‘폭군’ 이제동 (Jaedong)과 ‘택신’ 김택용(Bisu), ‘최종병기’ 이영호(Flash)가 경기를 갖는다. 이날 경기들은 케이블 TV OGN, XTM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 티빙, 네이버, 카카오TV, 트위치, 유튜브, 아프리카 등 다양한 채널에서 생중계로 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두려워하거나, 혹은 꿈을 꾸거나/박성진 스토리허브 대표

    [문화마당] 두려워하거나, 혹은 꿈을 꾸거나/박성진 스토리허브 대표

    나는 소설을, 그리고 만화 줄거리를 쓰는 사람이다. 최근 콘텐츠 속 스토리텔링의 추세를 말하자면 세계관의 확장이 눈에 띈다. 폭군이었던 저승사자가 검은 모자를 쓴 채 이웃에 산다거나, 주군에 배신당한 장군이 도깨비가 돼 영원히 산다는 황당한 설정을 요즘 시청자들은 더이상 ‘말도 안 돼’라며 거부하지 않는다. 마블의 어벤저스 세계관을 보면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진심으로 싸우면 누가 이길지를 진지하게 토론한다. 원피스의 루피가 여행하는, 터무니없는 기후 설정의 바다로 떠나는 꿈도 꾼다.또한 나는 정보기술(IT) 회사를 운영한다. IT를 통해 현실의 세계 또한 확장된다. 인공 지능 알파고는 인류 프로 기사를 물리친 뒤 도전자에서 챔피언으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지나치게 뜨거워 오히려 빨리 진부해지는 느낌이다. 초지능과 초연결의 사회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굳이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을 언급하지 않고도, 우리는 성큼 다가온 시대의 확장을 절감한다. 기술은 가상현실(VR)에서 시작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로 이어지더니 마침내 확장현실(XR)이라는 개념까지 쏟아냈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융의 집단무의식이나 동시성 이론에 기대지 않더라도 다양한 콘텐츠 속 스토리텔링 세계관의 확장과 IT에서 비롯되는 현실의 확장이 무관할 리 없다.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돼 있고 상호 영향을 주면서 발전한다. 이 모든 변화들은 양면 카드 한 장을 우리에게 건네준다. 반짝반짝 빛이 나서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카드에는 한쪽 면에 ‘꿈’이란 단어가, 다른 쪽엔 ‘두려움’이란 단어가 쓰여 있다. 현재가 과거를 끝내고 미래를 시작하는 분기점이라면 인간은 늘 이 한 장의 카드를 품에 지낸 채 갈림길에 서게 된다. 미래라는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누군가는 아득한 바다를 두려워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바다 너머에 존재할 미지의 모험을 꿈꿀 것이다. 한 가지 사실만은 명확하다. 망망대해 너머 미지의 보물섬에 도착하는 사람은 어쨌거나 먼바다를 꿈꾸며 자신의 배를 애써 띄운 항해자들 중에서만 나타난다. 기술은 꿈을 제약하거나, 두려움을 건네기 위해 개발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에 기대어 확장되는 세계 속에서 인간은 처음으로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자유, 제약 없이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자유롭게 꿈꾸고자 하는 이들은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워 주는 기술의 축복을 경험할 것이다. 두려움 없이 꿈꾸는 이가 세상을 확장시킨다. 그들이 넓혀 놓은 세상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또 다른 망망대해를 보게 되리라. 마찬가지로 반짝거리는 카드 한 장을 받게 되겠지. 그리고 양면 중의 한쪽을 선택할 것이다. 만화, 드라마의 스토리텔링에서나 혹은 IT가 변화시키는 현실에서나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 과거에서도, 현재에서도 같았으며 미래에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두려워하는 이는 멈추고, 꿈꾸는 자는 앞으로 나간다. 두려워하거나 혹은 꿈을 꾸거나! 만화 시나리오 작가로서 IT 회사의 운영자로서 나의 선택은 그래서 언제나 같다. 먼바다 너머에 놓인 것이 성공이냐 실패냐에 상관없이 나는 용기를 선택한다. 두려움 없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용기, 험한 바다를 건널 배에 기꺼이 몸을 실을 용기, 그래서 언젠가는 나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확장시킬 수 있는 용기를 오늘도 나는 계속 꿈꾼다.
  • ‘역적’ 김지석 “촬영 위해 부모님과 연락 두절, 죄송했다” (인터뷰 ①)

    ‘역적’ 김지석 “촬영 위해 부모님과 연락 두절, 죄송했다” (인터뷰 ①)

    “위를 능멸한 무리들을 뿌리 뽑아라. 능상의 풍조를 척결해라.” 피를 토하며 죽는 순간까지 ‘연산’이 외쳤던 대사다. 골방에서 ‘능상척결’을 외치던 김지석은 연산 그 자체였다. 김지석은 지난 16일 종영한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을 통해 연산이 폭군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홍길동의 편일 때, 그는 연산의 편에 섰다. 그렇게 장장 7개월 동안 연산과 하나가 된 그가 연산을 보내기 힘든 것은 당연지사. 궁궐 생활을 마치고 서울 도심으로 나온 김지석, 그와 인터뷰를 했다. Q. 드라마가 종영한 소감이 어떤가. 시원섭섭하고 서운하다. 자다가 눈을 딱 뜨면 ‘(촬영장이 아니라) 집이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분장해야 할 것 같은데… 사랑받은 김에 4회 정도 더 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Q. 이번 작품, 만족스러운지? 많은 작품에서 다뤄졌던 ‘연산’이라는 인물의 다른 면을 보여줬다는 게 제일 뿌듯하다. 다르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다. 김지석이 연산을 연기한 것이지만, 연산을 김지석화 해서 보여드렸다는 게 가장 뿌듯하다. 감독님과 작가님께 이 공을 돌리고 싶다. Q. ‘역적’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이번 작품을 하게 된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30대 남자 배우가 ‘연산’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는 살면서 한 번쯤 올까 말까 한 기회다. 그래서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 캐릭터를 내가 소화할 수 있는지 부담감이 있었을 뿐이다. 처음엔 부모님께서도 의아해 하셨다. ‘너에게 연산의 모습이 있을까?’라고 하셨다. 그래서 작품을 하는 동안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부모님과도 연락을 끊었다.(웃음) 불효 아닌 불효를 저질러서 죄송했다. Q. ‘연산’ 역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일단 몸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드라마 ‘추노’(2010)에서는 추노꾼 역이어서 액션을 하는 게 힘들었다. 그 때는 포지션도 막내였고, 대사도 현대어로 소화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뛰는 장면이 없어서 몸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대사 대부분이 고어(古語)라서 대사 숙지가 안 되면 연기를 할 수 없었다. 대사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대사를 하면서 소리도 질렀다가, 갑자기 즐거웠다가, 슬펐다가, 핏대를 세우는 감정 표현까지 해야 했다. 힘들었지만 그 와중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평소에는 밖에서 감정 표현을 잘 못하다 보니 대리만족을 얼마나 느꼈는지 모른다. Q. 노력을 많이 기울였을 것 같다. 대본보다는 책을 많이 봤던 것 같다. 사료 외에도 재미있는 책들이 많이 있더라. 그런 책들을 통해 연산의 마음을 많이 느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좀 힘들더라도 이번 작품만큼은 잘해내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달려들었던 것 같다.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참봉부인 박씨(서이숙 분)와 송도환(안내상 분)이 어머니 폐비 윤씨의 서한을 외워서 전달해주는 장면이 있었다. 갑자사화가 일어나기 이전, 연산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까 한없이 눈물이 났다. 정말 신나게 울었던 것 같다. Q. 녹수와의 키스신, 어땠는지? 사실 녹수(이하늬 분)와의 키스는 사랑해서 했다기보다는 아픈 사람들끼리의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해주는 의미의 키스였다. 연민의 의미 같은 거랄까? 그래서인지 길동(윤균상 분)과 가령(채수빈 분)의 키스신이 부러웠다. 두 사람은 정말 감정에 취해서 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정말 예뻐 보였다.Q. 이번 작품에 상당히 빠졌던 것 같다. 캐릭터에 잘 빠지는 스타일인가? 그런 것 같다. 옷을 입고 벗듯이 촬영이 끝나면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다. 개인적인 행복과 건강을 위해서도.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더라. 이런 감정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느껴봤다. Q. 차기작이 궁금하다. 이번 작품이 제 인생 작품이고, 캐릭터 또한 인생 캐릭터였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김지석이 저런 연기도 가능하구나’, ‘새롭고 좋네’ 같은 반응이 재밌더라. 그래서인지 차기작에 대한 부담도 어느 정도 있다. 더 큰 반전이 있는 캐릭터로 돌아오고 싶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역적’ 김지석 “이상형? 이하늬 성격에 채수빈 얼굴”) 사진제공=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박물관과 미술관 바로 알기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박물관과 미술관 바로 알기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제대로 그 개념을 모르고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미술관이다. 사람들은 화랑과 미술관, 또 미술관과 박물관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개념의 오류는 박물관의 역사라는 위엄을 통쾌(?)하게 깨트려버린 가족용 코미디 모험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와 그 속편 ‘박물관이 살아있다2-스미소니언의 소동’(2009), ‘박물관이 살아있다3-비밀의 무덤’(2014)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편이 무직의 이혼남인 래리(벤 스틸러)가 가까스로 박물관 야간경비원으로 들어가 일하면서 경험하는, 아니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되는 영화라면 2편은 스미스소니언 소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을 만큼 확실하게 자연사박물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체가 모호하다.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하는데 미술, 사진, 조각 등등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있다. 그래서 미술관인지 박물관인지 구분이 안 된다. 3편은 영국박물관이 무대인데 역사박물관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시공간을 초월해 이집트 파라오부터 나폴레옹, 폭군 이반, 알카포네 등이 한꺼번에 등장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한다.게다가 자연사박물관에 미술품들이 등장하는 것도 뜬금없다. 미국의 박수근쯤 되는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1930)은 당시 뉴욕에서 성했던 고급한 모더니즘에 대항해 미국 중부의 견실하고 분명한 농촌의 가치를 담고자 하는 지방주의의 중심이 된 작품이다.그랜트 우드의 작품은 인위적인 위장과 몰입을 부추기는 복잡함, 해독불가능한 양가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사물의 본질을 냉정한 관찰과 정확한 묘사로 표현해 독일 신즉물주의와 통한다. 그의 이런 태도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모호하고, 한편으론 단순하면서도 소박해 보인다. 자신의 여동생 낸과 치과 주치의 BH 매키비 박사를 모델로 그린 ‘아메리칸 고딕’은 미국 미술의 아이콘이 된 그림이다. 등장인물의 풍부한 시각적 반향들로 인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분명하게 보이지만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은 심리적 상태를 드러낸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신고전주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안토니오 카노바의 ‘이탈리아 비너스’(1812)가 뒤를 잇는다. 피렌체의 피티궁전에 있는 이 조각은 매우 관능적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작가의 우울한 감정과 감수성을 자신의 조각에 우아하게 표현했다는 카노바의 역작 중 하나이다. 베니스에서 조각과 인체 드로잉을 배운 그는 이후 신고전주의의 대표적인 조각가가 된다. 후에 마지못해 나폴레옹의 궁정 조각가가 됐지만 결코 이탈리아를 떠나지 않았던, 생전에 인정받고 존경받았던 보기 드문 조각가였다.그리고 로이 릭턴스타인의 ‘우는 여인’(1964)이 나온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모 재벌기업과 관련해 널리 알려졌지만 실은 그의 대표작이라기엔 부족하다. 다만 미술품을 문화적 자산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자산이라고 보는 한국사회의 그림에 대한 낮은 인식의 정도를 드러내는 작품일 뿐이다. 그는 팝 아트의 대표작가로 처음엔 추상 표현주의풍의 작품으로 시작했지만 1961년쯤부터는 만화로 관심을 돌려 만화의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통해 1960년대 소비가 미덕인 미국사회를 반영하는 작품으로 유명해졌다.여기에 유명한 ‘수병과 간호사’(1945)라는 사진이 불쑥 등장한다. 1945년 8월 14일 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는 소식에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쏟아져 나온 인파 속에서 한 수병과 간호사가 환희의 키스를 나누는 장면인데 당시 라이프지의 사진기자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가 촬영한 역사적인 작품이다. 사진은 키스하는 인물의 활기찬 자세처럼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에 들떠 있는 거리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그리고 그 혼잡한 상황에 에드워드 호퍼의 쓸쓸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이 배경이 되어 준다. 미국의 피폐해진 인간 군상들이 도시의 전형적인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도 욕망을 드러낸다. 바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새벽을 기다리며 허기를 달래는 모습에서 우리는 고립된 인간의 상실감을 발견한다. 또 시간을 초월해 현대미술도 등장하는데 로버트 인디애나의 ‘러브’나 제프 쿤스의 ‘풍선으로 만든 강아지’가 그것이다. 코미디 영화에 너무 원칙적인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 더 코미디라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어느 미술관, 박물관도 이런 식으로 체계와 계통 없이 뒤죽박죽 유물이나 소장품을 수집하진 않는다. 물론 가끔 졸부들의 과시욕 넘치는 컬렉션(?)이나 자신의 비루한 교양 수준을 위장하기 위한 수집품에서 발견되긴 하지만. 아무튼 영화는 우리의 부박한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개념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는 박물관은 형님, 미술관은 동생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일로 박물관의 종류는 그것이 다루는 소장품에 따라 구분되며 종류는 사람들의 삶만큼 다양하다. 천문대나 동물원, 수족관은 물론 야외의 고분군, 유적지도 박물관에 속한다. 박물관학에 의하면 도서관이나 고문서보관소도 박물관의 하나이다. 문화재를 다루건 역사를, 자연사를, 미술품을, 과학을 다루건 모두가 박물관이다. 그래서 과학관은 과학박물관의 줄임말이며 미술관은 미술박물관을 이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립중앙박물관의 명칭도 분명하지 않다. 영문으로 ‘National Museum of KOREA’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것, 즉 역사, 자연, 종교, 과학, 미술 등 모든 것을 다룬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제라도 소장품과 소장정책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이름을 찾아 주어야 할 것이다. 박물관은 소장품 수집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조사 연구하는 학술기관이다. 도서관이 장서를 갖추고 사서를 두어야 하는 것처럼 박물관, 미술관도 소장품을 두고 큐레이터가 이를 연구하고 조사해 상설전시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미술관은 박물관, 도서관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반정책관 아래에 있지 않고 당대예술진흥을 담당하는 예술정책관이 관장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부처별로 각기 운영 중인 각종 크고 작은 박물관들을 문화기반국으로 옮겨 하나의 통합된 박물관 정책에 의거해 관장해 나가야 한다. 이런 원칙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문화융성을 외치다 결국 문화만 엉성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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