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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2) 한국 살레시오회 모지웅 신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2) 한국 살레시오회 모지웅 신부

    서울 영등포구 대림1동 살레시오 근로청소년회관은 소년원 수감생활을 마친 청소년들이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할 적응훈련을 받는 곳. 순간의 잘못으로 삶의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했지만 제자리를 다시 찾아가기 위한 마음을 다지고 방법을 배우는, 일종의 재교육장이다. 이곳에서 늘상 ‘Be Happy’(행복하게 지내세요)를 입에 단 채 청소년들의 벗이요, 아버지로 살고 있는 벽안의 노사제가 있다.80여명의 청소년들과 도예, 목공예를 함께하며 인생상담을 소임삼아 사는 5명의 신부 중 유일한 외국인, 모지웅(80·본명 몰레로 산체스·스페인) 신부. 살레시오 수도회를 창설해 평생 가난한 청소년들의 후원자요, 버팀목으로 살았던 이탈리아 사제 요한 보스코(1815∼1888)의 정신과 삶을 한국에서 52년간 이어와 ‘한국의 작은 요한 보스코’로 통하는 이방인이다. ●어딜 가도 “나는 모모신부” 자랑 예보에 없던 장맛비가 줄기차게 쏟아지던 지난 24일 오후 대림동 살레시오 근로청소년회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네 할아버지들의 넉넉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은 모지웅 신부는 대뜸 성경을 펴들어 손으로 줄을 쳐내렸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복음 25장). 평범한 성경구절이지만, 평생 소외되고 뒤처진 젊은 영혼들의 어두운 길을 밝히는 등불로 살아온 노사제의 삶이 얹힌 때문인지 눈에 쏙 박힌다. 한국에 온 지 10여년쯤 됐을까. 한국의 대학생들이 우연한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 몰레로와 비슷한 한국의 성씨 모자를 따 장난삼아 지어준 별명 ‘모모 신부’를 본명보다 더 좋아하는 신부. 처음엔 이름을 놀림감으로 삼은 게 기분나빴지만 나중에 대중가요 ‘모모’의 노랫말을 듣고는 ‘이것이 바로 나의 길’이라는 생각을 갖고부터 어느 자리에서든 “나는 모모 신부”라고 자신을 소개해왔단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 앞에서 한 자의 틀림도 없이 ‘모모’ 노래를 유창하게 불러내는 노사제. 그는 정말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모모인 것일까. ●56년 입국 ‘작은 요한 보스코´로 살아 스페인 톨레도의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선교사의 꿈을 키우며 살았다는 모 신부에게 한국은 원래 ‘가고 싶지않은 땅’이었다. 어릴적 중국 선교사를 꿈꾸던 신학생 친척으로부터 중국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때문인지 중국을 향한 동경이 아주 컸다고 한다. 마드리드 살레시오회 신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도쿄 살레시오회 신학교에서 사제서품을 받았지만 그때까지도 한국은 “전쟁에 파묻힌 위험한 나라”일 뿐 결코 가고싶지 않은 곳이었다. 살레시오회 일본 관구장이 ‘한국엘 가보라.’고 거듭 권유해 반 강제로 한국 땅을 밟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마지못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여의도 비행장에 도착해 한강철교를 건널 때였어요. 스페인에서 보았던 사진 한 장이 불현듯 떠올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더군요. 폭격 맞아 엿가락처럼 엉긴 다리를 건너려는 개미떼 같은 피란민들…. 운명처럼 느껴지더군요.” 1956년 8월13일 낮 12시15분.50여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시·분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그 순간은 원치 않던 땅에서의 새 삶을 다짐한 회심(回心)의 찰나였음에 틀림없다. 사진으로 보았던 한강철교를 넘어 밤차로 광주에 내려가 살레시오 중학교 기숙사 사감을 맡은 게 ‘작은 요한 보스코’ 삶의 시작. 한국 청소년, 특히 어려운 환경의 젊은이들이 털어놓는 속 깊은 생각과 애환을 들어주며 자신도 모르게 요한 보스코가 되어갔다. 살레시오 중학교 교감, 살레시오 중·고교 서무과장, 살레시오 중·고교 이사장 대리, 서울 살레시오회 생활관장, 살레시오회 공동체 원장,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원장, 대전 살레시오회 생활관장…. 한국에서 52년을 사는 동안 서울 도림동성당·구로3동 본당의 주임 신부시절 6년과 이탈리아 로마 유학 2년을 합친 8년을 빼곤 모두 한국 청소년들의 곁을 지키며 살아온 셈이다. ●학교 세워 어려운 청소년에 기술교육 서울 도림동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해 가정형편상 중학교 문턱을 밟지 못한 이들을 위해 야간 중학교를 만들었고, 광주 살레시오 중·고교 이사장 대리시절엔 돈보스코 야간 중학교를 세웠다. 의지할 곳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받아들여 기술교육을 시켰던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원장 재직시절엔 수용하고 있던 청소년들을 전원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진학시켜 어엿한 직장을 잡도록 주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원장 시절 겪었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불쑥 꺼내는 노사제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80년대 중반 간첩죄로 몰려 사형당한 아버지의 아들이 있었어요. 교도소에서 사형 직전 수녀에게 ‘내 아들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지요. 아들을 우리 청소년센터에 들어와 살게 했는데 말을 끊고 혼자만의 생활에 빠져들었어요.‘아들아 아들아’ 부르며 어렵게 말을 건넸지만 막무가내였는데, 어느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건네며 ‘아버지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꺼내는 게 아닙니까.” 모 신부가 세워놓은 야간중학교며 청소년센터를 거쳐간 우리의 청소년은 얼마나 될까. 뜬금없는 질문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결혼 주례만 500번을 보았다.”는 말을 돌려준다. 커서 결혼을 한 뒤에도 배필과 함께 찾아와 자신을 부르는 ‘아버지’란 말에 미안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다.“조금 더 잘해줄 것을”. 가정의 행복과 부모의 사랑에서 멀었던 그들이 항상 행복하기를 기도한단다. ●주례만 500번… 아버지라 부를때 뿌듯 세상에 이름이 알려져 이런저런 상을 주겠다는 제의가 쏟아졌고 받았다. 국민훈장 석류장, 대한적십자 최고훈장인 ‘인도장’ 금장, 스페인 국왕 훈장에 명예 서울시민증도 받았다. 하지만 “상패들이 어딘가 있을텐데…”하며 자랑삼지 않는다.“상을 너무 많이 받아 하늘나라에 가서 받을 상이 없을까봐 걱정”이라며 웃는다. ‘전 세계 12억명이 하루 1달러로 살고 있고 5∼17세의 2억 450만명이 노동을 하고 있는 세상’. 인터넷에서 찾았다는 자료를 내밀며 사제가 말한다.“부자들은 자신이 받은 것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결코 잊지 않아요.” 돈보스코 청소년센터에서 학생상담을 하던 일을 마지막으로 은퇴해 이곳으로 온 게 지난해 7월. 은퇴했지만 여전히 바쁘다. 화·목요일 이틀은 서강대에서 스페인어·라틴어 강의를 해야 하고 성당들에서도 수시로 강의며 이런저런 도움을 청해온다. 중국 옌지의 국제합작기술학교(공업학교) 후원 책임을 맡아 학생들의 기숙사비며 장학금도 모금해 보내는 일도 큰 일이다. 가톨릭의대에 시신을 기증키로 약속했다는 노사제는 “내 껍데기를 세상에 돌려주는 게 내 일의 마지막”이라며 웃는다. 창문을 후려치는 빗소리가 팔순 노 사제의 목소리에 갇힌다.‘Be Happy’. 어쭙잖은 기자의 이별사에 노 사제가 다시 성경을 펴든다.“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복음 15장 13절).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모지웅 신부는 ▲1928년 스페인 톨레도 출생 ▲1955년 일본 도쿄살레시오회 신학교 졸업, 사제 서품 ▲1956년 한국 입국 ▲1959년 광주 살레시오중학교 교감▲1964년 서울 도림동성당 주임신부, 야간 중학교 설립 ▲1970년 로마 살레시오대 유학 ▲1974년 광주 돈보스코 야간중학교 설립 ▲1979년 살레시오회 생활관장 ▲1984년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원장 ▲1989년 서울 구로3동성당 주임 신부 ▲1993년 살레시오 공동체 원장 ▲1995년 대전 살레시오회 생활관장 ▲1998년 돈보스코 청소년센터 사목 ▲2007년∼ 대림동 살레시오 근로청소년회관 사목
  • ‘反美’ 카리브해 신냉전 격전지로

    ‘反美’ 카리브해 신냉전 격전지로

    중남미 카리브해가 신냉전의 전초 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역 주도권을 행사해온 미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러시아, 이란 등 미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야금야금 세를 넓히는 중이다. 여기에 남미 좌파의 좌장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끄는 석유동맹 ‘페트로 카리브’의 세력 확장도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때 미국의 앞마당으로 여겨져온 카리브해가 신냉전의 격전지로 변모하고 있다고 2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은 최근 러시아 정부가 베네수엘라와 쿠바에 군사 기지를 설치할 계획이라는 보도를 잇따라 내보냈다. 인테르팍스통신은 23일 러시아를 방문중인 차베스 대통령이 자국내에 러시아군 기지의 설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10억달러 상당의 러시아 무기 구입 계약을 비롯해 양국간 군사협력 강화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공군 고위관료의 말을 인용해 쿠바에 핵폭격기 기지를 세우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21일 보도했다. 미국의 동유럽미사일방어(MD)계획에 맞선 대응전략 차원이라는 분석을 곁들였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식적으론 이같은 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러시아가 남미를 워싱턴과의 힘겨루기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확실히 감지된다.“쿠바에 공군 시설이 설치되더라도 군사 기지가 아니라 중간 급유 시설이 될 것”이라는 러시아 국방장관의 말은 러시아가 남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코앞인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을 설치한다면 러시아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타임은 분석했다. 베네수엘라가 만든 중남미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의 석유 동맹 ‘페트로 카리브’도 부쩍 탄력을 받고 있다.2005년 출범 당시 14개 회원국에서 현재 18개국으로 늘었다. 고유가 시대에 연 1%금리,25년간 장기상환 조건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들어 바베이도스 같은 친미 국가들도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석유를 무기로 반미 성향의 정치적 동맹을 구축하려는 차베스의 야심이 고유가 덕에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핵개발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도 니카라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남미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카리브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지각 변동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남미 정책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미국이 이 지역에 대한 경계태세를 지속적으로 늦춰온 데다 부시 행정부도 남미에 관심을 덜 쏟으면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무너지고 다극체제가 들어설 여지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조하나 멘델슨 포맨 선임연구원은 “페트로 카리브와 경쟁하기 위해선 카리브해 연안국가들에 바이오연료 생산 지원, 폭력사태 억제, 환경재앙 대비책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환경 난민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지역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北·이란 EMP무기 개발 가능성”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의회가 북한과 이란 등의 전자기파(EMP·Elec tro-Magnetic Pulse)무기 개발과 미국에 대한 위협 가능성을 거론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22일(현지시간) 확인됐다. EMP무기란 핵폭발처럼 폭발시 엄청난 위력의 전자기파를 발생시켜 통신망과 전기 및 전자장비, 컴퓨터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마비시키는 신무기다.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적지만 재앙에 가까운 경제적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미 하원 군사위 산하 ‘EMP소위원회’는 지난 10일 발간한 EMP보고서에서 민간 및 군사 분야의 주요 인프라가 ‘불량국가’나 테러리스트들의 EMP 위협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EMP를 중요 혹은 유일한 공격수단으로 사용하는 제한된 핵 공격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과 이란처럼 미국의 잠재적인 적국들도 EMP로 미국을 위협하는 능력을 개발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또 지표면 40∼400㎞ 상공에서 핵탄두가 폭발해 고고도(high-altitude)전자기파를 발생시킬 경우 즉각적으로 미국내 주요 전기 및 전자 인프라가 방해받거나 파괴될 수 있다면서 EMP는 미국 사회에 재앙과 같은 사태를 가져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위협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핵무기는 전략폭격기나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을 이용, 정확하게 목표물을 명중시켜야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반면에 EMP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필요가 없고 상대적으로 저급한 수준의 핵무기를 이용해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EMP 위협을 강조했다.kmkim@seoul.co.kr
  • 英총리, 부시가 준 선물은 필요없다?

    부시 선물은 필요 없다?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가 미국 부시 대통령이 선물한 가죽재킷을 거부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가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 대통령이 선물했던 가죽재킷을 개인적으로 소장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것.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총리가 받은 선물 내역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선물했던 가죽재킷은 총리실에 보관돼 있다.”며 “브라운 총리가 가죽재킷을 개인적으로 소장하길 거부한 것”이라고 23일 보도했다. 영국 내각은 재임기간 받은 선물의 가치가 140파운드 (약 28만원)가 넘으면 그 목록을 공개하게 돼 있으며 임기가 끝나고 선물을 개인소장 하려면 따로 돈을 내고 사야한다. 브라운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선물을 사지 않았고 따라서 가죽자켓이 총리실에서 보관되고 있는 것. 부시 대통령이 선물한 가죽재킷은 ‘보머재킷’(bomber jacket)으로 2차 대전 때 미 폭격기 승무원이 입었던 데서 유래됐다. 재킷은 갈색이며 미국 대통령 문장과 브라운 총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한편 토니 블레어 前 총리는 재임시절 선물 받은 것들을 모두 개인적으로 사서 소장하고 있다. 여기엔 부시 대통령이 선물한 약 500파운드 (약 100만원) 상당의 그림도 포함돼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지아 기자 skybabe8@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길섶에서] 이상한 열매/최태환 논설실장

    점심때다. 파스타집을 들렀다. 빌리할러데이의 노래가 흘러나온다.‘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다.‘남부의 나무엔 이상한 열매가 열린다/…남부의 따뜻한 산들바람에/검은 몸뚱이들이 매달린 채 흔들린다/포플러나무에 매달려 있는 이상한 열매들’세상서 가장 슬픈 노래를 불렀다는 빌리할러데이다. 치자꽃을 머리에 꽂았던, 재즈의 전설이었다. 검붉은 그녀 목소리엔 인종·흑백 차별에 대한 저항의 절규가 녹아 있다. 출근길 풍경이 떠오른다. 청계천 부근 가로다. 흑백사진의 액자들이 전시돼 있다. 한국전쟁의 모습들이다. 피란행렬, 폭격 맞은 시가지, 유엔군의 도강 모습 등이 담겼다.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등장했다. 보수단체에서 내다 놓은 것일까. 이따금 액자들이 쓰러져 있다. 지나치기가 불편한 사람의 짓일까. 1950년대를 풍미했던 빌리할러데이다.50여년이 지난 2008년 서울 광화문에서 ‘이상한 열매’가 열리고 있다. 갈등과 불신의 흉물스러운 열매다. 오늘도 저녁 무렵이면 전경 버스들이 광화문 주변을 에워쌀까.7월의 폭염이 서늘하다. 최태환 논설실장
  • ‘동지중해 최악의 기름유출’

    KBS 1TV ‘특파원 현장보고’는 19일 오후 11시 ‘동지중해 최악의 기름유출사고, 그 후 2년’편을 방영한다. 지난 2006년 7월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레바논 남부 지예 발전소 기름탱크에 저장돼 있던 1500만㎏의 기름이 유출되면서 동지중해에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환경재앙의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레바논 남부 지예를 찾은 취재팀은 한때 시리아와 터키, 키프로스 해안까지 위협했던 검은 기름띠는 찾아볼 수 없었다.하지만 기름유출 현장으로부터 80㎞ 떨어진 레바논 북부 바다 밑을 수중 촬영한 결과 여전히 타르 덩어리들이 암석과 조개에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 [사설] 지나친 환율 개입, 풍선 효과 우려한다

    정부는 지난 7일 환율과의 전쟁을 공식 선포했다. 고유가로 촉발된 물가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한국은행과 공조해 외환보유고를 풀어서라도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정부는 그후 외환시장에 달러화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달러당 1050원대를 오가던 환율은 정부의 환율 개입에 힘입어 순식간에 1000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원화 가치를 높여 물가 충격을 완화하려는 당국의 고충은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물가 안정 없이는 어떤 경제정책도 백약이 무효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무차별 개입은 긍정적인 효과 못지않게 후유증도 적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돼야 할 환율이 정치적인 고려 등 시장 외적인 요인에 압도될 경우 경상수지 등 다른 부문에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등에서는 한국의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고를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설 경우 투기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1992년 영국도 파운드화 강세를 고수하려다 환투기세력의 공격을 받아 결국 유럽통화체제에서 탈퇴한 뼈아픈 경험을 한 사례가 있다. 당국은 우리의 외환보유고가 세계 5,6위권으로 외환방어능력이 충분하다지만 환투기세력의 실탄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올해 경상수지는 100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더불어 단기 외채와 이자율이 급등하고 있다.8,9월이면 순채무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외환당국은 시장 불안심리를 제어하되 단기 외채의 증가 추이, 국제금융시장의 동향 등을 면밀히 살펴 세심한 조율을 해야 한다. 고환율정책의 실패 사례가 또다시 되풀이돼선 안된다.
  • 환율 1004원 ‘9년만에 최대 낙폭’

    환율 1004원 ‘9년만에 최대 낙폭’

    9일 외환시장에 ‘천사’가 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 7일 외환시장 개입을 공식 천명한 뒤 3일 만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80원이 폭락한 1004.9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환위기 때인 98년 10월9일 하루에 28원 하락한 이후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외환당국이 사용한 달러 매도 규모를 50억∼60억 달러로 추정하며 ‘융단폭격’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부터 최근 3일 동안 외환당국은 구두개입과 60억∼80억 달러의 실탄개입 등으로 환율을 45.50원 떨어뜨려 990원대로 하락시켰다. 이같은 하락을 두고 외환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정부에 협조하면서 전문가의 솜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와 외환당국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상반되게 나오고 있다. ●‘도시락 폭탄’도 등장 이날 화제는 점심시간대를 이용한 개입이다. 이른바 ‘도시락 폭탄’. 외환당국이 거래량이 줄어드는 점심시간 중 대규모 개입을 단행하면서 환율 급락을 유도했다. 때문에 장중 참가자들이 손절매도에 나서면서 한때 996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개입 시점은 오후 1시 55분쯤 ‘이란의 미사일 발사’ 뉴스가 나오기 직전으로 아주 절묘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유가 상승 유발요인으로 환율상승이 예상된다. 때문에 외환당국은 장마감 직전에도 2차 개입을 시도해 환율을 ‘천사(1004원)’로 갔다 놓은 것이다. 외환당국은 “딜러들의 허를 찔러야 했다.”면서 “시장이 얇을 때(거래가 적을 때) 들어가야 적은 액수로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환당국은 “지난 7일 외환당국이 구두개입만하고 실탄을 쏘지 않은 것은 짧지만 시장에 ‘손절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정부의 의지를 실험하려고 하면 크게 손해볼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역외선물환(NDF)으로 역외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유도한 뒤, 구두개입하고, 달러를 매도하며 실력행사를 하는 등의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 정부가 9일 공기업들에게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게 한 것도 외환보유액을 손대지 않으면서 환율하향 안정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다. ●여전한 상승심리와 악화되는 외부환경 외환딜러들은 그러나 외환당국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한다.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주식매도, 경상수지 적자 확대, 국제유가의 상승,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의 불안 등 외부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외환당국의 움직임은 ‘시장에 역행적’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김성순 차장은 “물가를 위해 환율하락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도 잡고, 환율하락도 유도하는 것이 훨씬 시장 친화적이고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문화마당] 선플달기 운동/ 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마당] 선플달기 운동/ 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인터넷은 제5의 권력이다. 행정·입법·사법의 이른바 전통적인 세 권력 외에 언론을 제4의 권력으로 친다면 뉴미디어인 인터넷은 족히 제5의 권력이 되고도 남는다. 아니 기존의 미디어 권력인 신문이나 방송과 견주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자리바꿈을 욕심낼 만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가공할 만한 위력은 이미 최근의 촛불집회에서 익히 보았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청와대 뒷산에서 보았다는 그 광화문 촛불집회에 그토록 많은 인파가 어떻게 자발적으로 모이고 또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시에 밀물처럼 모이고 또 동시에 평화적인 집회를 하자고 서로를 교육하고 공유하는 현상은 오프라인의 힘만으로는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이다. 참 대단한 인터넷의 힘이다. 힘이 있는 곳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약한 아킬레스건도 함께 존재하는 법이다. 힘을 잘 사용하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사회는 퇴보의 아픔을 겪는다. 개인 또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의 악성 댓글 곧 악플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폐해를 보아왔다.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인터넷상에서 자신을 비방하는 글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지어는 목숨을 끊기도 했다. 풍문에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설(說)을 바탕으로 쏟아내는 인신공격성 융단폭격을 당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작년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기독교인들에 대한 무차별 비방 댓글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친다. 아무리 그들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았다 해도 어떻게 그곳에서 죽으라느니 돌아오지 말라느니 하는 댓글을 올릴 수 있는지 인간 존엄성의 가치상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인터넷의 소통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청와대에 인터넷담당 비서관을 새로 둔다고 한다.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야기된 촛불집회를 통해 청와대와 국민간의 인터넷 소통, 그것도 정치적 소통의 중요성을 늦게나마 깨달은 연고리라. 하지만 뭔가 앞뒤가 바뀐 느낌이다. 인터넷이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요 도구일 따름이다. 정치만 잘한다면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평가도 올라갈 것이고 최근의 정치적 이슈들도 인터넷상에서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이다. 그것은 인터넷 전문가와 크게 관계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은 정치적인 시각보다는 정신문화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지금 당장의 정치적 위기를 넘기는 일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한 정신문화를 형성하는 건전한 교류의 장, 이른바 공공의 장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회복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일에 정부도 민간도 힘을 모을 때다. 정치적 이슈들이야 시간이 되면 등장했다가 시간이 되면 사라지겠지만 사회전반의 저변에 깔려 있는 우리네 정신의식은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렵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횡행하는 비방과 저주의 독설 대신 칭찬과 격려의 글이 넘쳐나는 세상,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가 바로 그런 나라가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마침 지난 6월4일 제주도 중앙중학교에서 ‘선플운동 선언식’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름다운 댓글을 뜻하는 선(善)플달기를 통해 남의 발목을 잡고 헐뜯는 대신 상대를 높여주고 배려하며 돕자는 것이란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문화 운동이라 부를 만하다. 이 같은 선플달기 운동이 섬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 누룩처럼 번져 가면 좋겠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 한국전쟁 참전용사 자손 美 공군장병 14명 초청

    공군작전사령부는 24일 경기도 오산기지에서 근무하는 미 공군 장병 가운데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6·25에 참전했던 장병들을 초청해 격려행사를 가졌다.2∼3대째 대(代)를 이어 한국을 지키고 있는 미 공군 장병 14명을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미 51전투비행단 기지 병원에서 정형외과 군의관으로 복무 중인 션 니컬스(36) 소령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공군에 입대했고 한국 근무도 자원했다.”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념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에 초청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 앵그스 니컬스는 6·25 때 미 68전대 소속 B-29 폭격기 승무원으로 참전했다. 미 607항공정보대대 소속 줄리 그리저(24·여) 병장의 경우 할아버지가 6·25 때 참전, 시설 부대에 근무하면서 기지 재건축 임무를 담당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배기(背棄)/ 김인철 논설위원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마오쩌둥은 6·25전쟁 당시 북한 김일성의 파병 요청에 일주일 동안 수염도 깎지 않고 고민한 끝에 이 한마디로 북·중 관계의 중요성를 정리한 뒤 파병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중국의 ‘이’를 보호하기 위해 60만∼70만명의 병력을 희생시켜야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장남 마오안잉이 참전중 미군기의 폭격을 받고 28세의 나이로 숨지는 참척을 당했다. 순망치한이라 불리는 북·중 혈맹관계의 역사는 중국 국공내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1945∼49년 중국의 국공내전 당시 북한은 중국 공산당의 후방 역할을 했으며, 중국 공산군 출신 조선족부대는 이후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하는 상호작용이 이뤄졌다. 순망치한의 북·중 관계는 1992년 한·중수교로 급랭했다. 당시 북한은 “제국주의에 굴복한 배신자”라는 극한 표현을 써가며 중국을 성토했다. 북한이 탈북자들에게 대해 퍼붓는 최악의 저주가 “배신자여 갈 테면 가라.” “배신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정도의 수사임을 감안할 때 당시 중국에 대한 분노와 섭섭함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취임 후 첫 해외방문 국가로 북한을 선택하고 어제부터 2박3일간의 방북 일정에 들어갔다.5년 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시진핑의 방북은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선정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983년 6월 첫 중국 방문을 연상케 한다. 김 위원장은 당시 후야오팡 총서기와 덩샤오핑 주석 등 지도자들을 두루 만났다. 미래 중국 최고지도자와 북한 지도부간 상견례가 될 이번 방북은 최근 극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북·중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나는 중국을 절대로 배기(背棄)하지 않을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약속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한때 배신자라고 비난하던 중국에 대해 “절대로 배신하고 버리지 않겠다.”고 충성 서약을 한 것 같아서 말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의 방북 계획을 보도하면서 지난 2월 방북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났을 때 나왔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굳이 소개했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인의 판단기준은 ‘우리’/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국인의 판단기준은 ‘우리’/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히딩크는 국내외 인터뷰에서 늘 한국인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한다. 그는 여전히 우리에게 인기가 있고, 한국인의 환영을 받으며 이 땅을 오가고 있다. 한국에서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했던 한 일본인 교수는 사정이 좀 다르다. 그는 이제 한국에 오는 것이 편치 않게 됐다. 한국을 비판한 일본에서의 인터뷰 때문에 네티즌들의 폭격을 맞고 몹쓸 사람이 돼버렸다. 우리가 이들을 수용하고 못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된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도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지금껏 그 일로 가슴 아파할지는 의문이다. 그날 사건을 전하던 한 앵커도 처음엔 다른 나라 사람인 줄 알았다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당혹감을 여러번 나타냈었다. 그렇다면 이건 또 무슨 기준인가. 가해자가 다른 나라 사람이면 다행인가. 끔찍한 일이 끔찍하지 않은 일로 바뀌는가. 우리가 덜 아파해도 되는가 말이다. 한국이 미국에 사과했을 때, 미국인들의 반응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이것은 심리적으로 병약한 한 개인이 잘못한 행동이며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문제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와 나라를 분리시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라면 어땠을까. 그 나라 사람 모두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당사국이 책임지라고 흥분하지는 않았을까. 고마쓰 아키오라는 일본 기업가가 있다. 안중근의사를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는 안중근 의사추모제에 참석하고 기념사업회에 성금도 낸다. 한국사람들은 그를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런 입장을 표명하고도 그가 일본땅에서 아무탈 없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난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우리네 어떤 인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존경하면서 그를 위해 기도하고 성금도 낸다면, 과연 이 땅에서 온전히 살 수 있겠는가. 미국산 광우병소 수입을 염려하며 분노하는 촛불시위와 AI는 끓이면 다 죽으니 닭이나 오리 등을 아무 걱정 말고 제발 먹자는 캠페인 속에서 우리의 주장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만약 닭이나 오리가 우리 농가의 것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이렇게 강력히 주장을 할까. 얼마 전 타지역의 교복업체에서 양질의 교복을 저렴한 가격에 단체 구입한 한 학교의 학부모들은 졸지에 지역경제를 망가뜨린 원흉이 돼버렸다. 우리지역 물건을 안 샀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업체들이 학부모들을 마녀사냥했고, 지역주민들이 이에 동조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이외의 것을 선택하면 그 이유에 상관없이 비난을 받기 쉽다. 합당한 일인가. 또 ‘우리’는 왜 검증받지 않고 무조건 수용되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판단하는 기준 속에는 항상 ‘우리’가 있다. 우리냐 남이냐, 우리편이냐 아니냐, 우리와 관련이 있냐 없냐.‘우리’에 해당되면 수용하고, 해당되지 않으면 배척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항상 문제를 안고 있으며, 개선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문제는 문제로 보고 본질을 따져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우리든 아니든 일관성 있게 적용돼야 한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사람이나 집단과 동일시하면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 진위나 이상여부와 상관없이 우리편이냐 아니냐를 놓고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면 더더욱 설득력이 없게 된다. 물론 우리를 보호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데 ‘우리감(weness)’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것은 건강한 수준에서 작동할 때의 얘기다. 병리적 수준의 ‘우리감’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우리를 통째로 망가뜨릴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건강한 수준에서 ‘우리감’을 유지해야 나라에 보탬도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쯤 ‘우리감’의 수준이 건강한지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 수난의 우리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

    수난의 우리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

    “3∼4일 전 무기를 가진 일본인 130∼200명가량이 급습해 와서, 관리자와 주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탑을 해체하여 개성철도역으로 운반하고, 다시 부산으로 실어갔다고 한다.…우리 인민이 그 만행과 모욕에 능히 항거하여 일어설 것임은 이미 스스로 표시하였다. 만약 다나카 자작이 그 귀중한 석탑의 불법반출을 기어이 해 간다면 그가 능히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곤란을 겪게 될 것이다.” 1907년 3월7일자 대한매일신보는 논설로 일본의 궁내대신 다나카가 조선에 특사로 왔다가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부소산에 있는 경천사터십층석탑을 빼앗아가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서울신문의 전신으로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이 발행인으로 있던 대한매일신보는 이후 6월5일자까지 무려 9차례에 걸쳐 다나카의 만행을 고발하는 기사와 논설을 실었다. 또 미국인 호머 헐버트는 이듬해 일본의 ‘재팬 메일’과 ‘재팬 크로니클’ 등에 관련 내용을 기고해 비난여론을 들끓게 했고, 결국 일본은 1918년 11월 이 탑을 반환했다. 이 탑은 경복궁을 거쳐 지금은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수난의 문화재, 이를 지켜낸 인물 이야기´(눌와 펴냄)를 내놓았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6·25전쟁 등 긴박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민족 문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자긍심으로 문화재를 지킨 13건의 사례를 담았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8월 팔만대장경이 있는 합천 해인사에서는 500명 남짓한 낙오 인민군이 게릴라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장지량 당시 제1전투비행단 중령은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작전명령을 받고 미 고문단을 설득하면서 시간을 끄는 지혜를 발휘하여 해인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유산을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을 비롯한 수천점의 문화재를 모아 오늘날의 간송미술관을 이룩한 간송 전형필도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뒤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사서로 일하다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 간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낸 재불서지학자 박병선 박사도 빼놓을 수 없다. 독일의 오틸리엔 수도원에 있던 겸재화첩을 국내에 돌아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성 베네딕도수도원의 선지훈 신부와 경복궁 자선당 유구를 일본 도쿄의 오쿠라 호텔 정원에서 발견하여 반환받도록 한 김정동 목원대 건축과 교수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문화재청은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과 김정동 목원대 교수, 북관대첩비의 반환에 힘쓴 초산 스님 등 생존인물은 물론 돌아가신 분의 후손을 5일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초청하여 감사장을 전달하고 노고를 위로하기로 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유로2008 D-5] 총 상금 2933억원… 황금발들의 각축장

    [유로2008 D-5] 총 상금 2933억원… 황금발들의 각축장

    4년마다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8 본선 개막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8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스위스와 체코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6개국이 19일까지 조별리그를 벌여 8강전(20∼23일), 준결승(26∼27일)을 거쳐 30일 대망의 결승전까지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가운데 어느 한 팀, 절대약자로 분류되지 않는 참가국들의 전력을 분석했다. 월드컵의 절반인 16개국이 참가하는 유럽축구선수권은 본선 출전 자격을 얻는 것만으로도 돈보따리가 주어진다. 승점 1점을 못 얻고도 우리 돈 120억원을 챙길 수 있는 것. 이번 대회 총 상금만 1억 8400만유로(약 2933억원)로 독일월드컵의 3억스위스프랑(약 2938억원)과 엇비슷하다. 유럽에선 월드컵 뺨치는 인기를 누려 중계권 수입 등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조별리그 승리수당 16억원이 있고 희한하게도 무승부수당 8억원까지 붙는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에 오르면 32억원,4강에 안착한 팀엔 48억원이 주어진다. 우승팀엔 120억원, 준우승팀엔 72억원이 안겨진다. 조별리그 전승을 거둔 뒤 우승하면 그 팀은 368억원을 거머쥐게 된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책정한 운영예산만 23억 4000만유로(약 3조 7440만원). 조직위쪽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종가’ 잉글랜드가 본선에 나오지 못한 것이 열기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점. 영국 언론은 지난해 11월 자국의 탈락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2일 마틴 칼렌 대회 조직위원장은 “티켓이 한 장도 남아있지 않다. 티켓을 구하려면 암시장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전체 31개 경기 입장권 가운데 조직위가 팬들에게 판매하는 분량은 33%.38%는 경기를 치르는 팀의 축구협회에 나눠지고 14%는 스폰서와 방송사에, 나머지 15%는 식음료가 함께 제공되는 우대 티켓용으로 팔린다. 조별리그 등의 입장권 가격은 7만∼17만원 선이며 결승전은 25만∼86만원 정도. 조직위가 받은 구매 신청만 142개국 팬들의 1035만여건. 미디어 출입증만 1만장 넘게 발부됐다. 지난 2004년 축구 변방으로 여겨져온 그리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려 누적 시청자가 80억명을 넘었는데 이번에 이를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최대 500만 관광객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조별 특징과 전력 ■ A조 - ‘최고 골잡이’ 호날두 눈물 씻나 이적설로 뒤숭숭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4년전 눈물을 씻고 조국 포르투갈에 첫 우승컵을 안길까. 2003년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자리를 옮기자마자 대회에 참가한 그는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6경기에 출전,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결승전에서 그리스에 무릎을 꿇자 그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안쓰럽게 부둥켜안은 가운데 눈물을 펑펑 쏟아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러나 4년 전보다 훨씬 용맹해진 호날두는 프리미어리그 31골과 챔피언스리그 8골로 ‘득점왕 더블’을 달성했고 컵대회까지 포함하면 48경기 42골 9도움이란 가공할 위력을 뽐냈다. 동료에게 도움주기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진 그의 면모가 스콜라리의 용병술 아래 어떻게 녹아들지 궁금하다. 월드컵과 인연이 없는 체코는 1976년 대회 이후 두 번째 유럽대회 타이틀을 노린다. 동유럽답지 않게 정교한 축구를 구사하는 체코는 핵심 토마스 로시츠키(아스날)가 부상으로 제외된 것이 걸린다. 그러나 키 202㎝의 폭격기 얀 콜레르(뉘른베르크)와 얀 폴락(안더레흐트)이 버티고 있고, 세계 최고의 수문장 페트르 체흐(첼시)가 뒷문을 걸어잠근다. 공동개최국 스위스는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야콥 쾨비 쿤 감독의 지휘아래 첫 8강 진출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어쩔 수 없이 뒤진다. 2000년 대회에서 8강에 처음 진출했던 터키는 하밋 알틴톱(바이에른 뮌헨), 엠레 벨로조글루(뉴캐슬) 등이 파티흐 테림 감독의 영도 아래 파란을 꿈꾼다. ■ B조 - ‘전차군단’ 삼각편대 발진 채비 대회 최다(3회) 우승국인 독일의 조 1위가 당연시된다. 예선 최다 득점(35득점)의 독일은 루카스 포돌스키와 미로슬라프 클로제(이상 바이에른 뮌헨), 미하엘 발락(첼시)의 삼각포화 가동을 잔뜩 벼르고 있다. 유로96 8강,98프랑스월드컵 3위 등 빛나는 전적을 올리다 최근 침체일로에 빠졌던 크로아티아는 잉글랜드를 막판에 제치고 본선에 오른 상승세가 매섭다. 니코 크란차르(포츠머스),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등 창의성 넘치는 미드필더진이 뚝심으로 밀어붙이면 어느 팀도 함부로 상대하지 못할 것이다. 개최국 이점을 등에 업게 된 오스트리아는 54년 스위스월드컵 3위를 차지했던 영광을 재현, 사상 첫 8강의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20차례 친선경기를 치르는 부산을 떨었지만 독일에 0-3, 스위스에 1-3으로 무릎을 꿇어 국민들은 망신살만 뻗치게 됐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54년 영광의 주역 요제프 히커스베르거 감독이 선수들과 불화를 빚고 르네 아우프하우저(잘츠부르크) 등이 이끄는 공격진이 수비만큼 탄탄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폴란드는 2002한·일월드컵과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펄펄 날았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어김없이 꼬리를 내려 ‘예선 호랑이’란 달갑잖은 별명을 얻었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도 8승4무2패로 조 1위를 차지했지만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레오 베인하커르(네덜란드) 감독의 지도 아래 예선에서 9골을 기록한 에비 스몰라레크(라싱 산탄데르)와 수문장 아르투르 보루츠(셀틱), 토마시 쿠시차크(맨유)에 희망을 걸고 있다. ■ C조 - ‘죽음의 조’ 희생양은 어딜까 준결승이나 결승에서 만나면 좋았을 법한 팀끼리 조별리그부터 충돌, 자타공인 ‘죽음의 조’로 불린다.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 이탈리아는 유독 유럽선수권과 인연이 없었다. 그런 만큼 독일월드컵 우승의 여세를 몰아 40년 만의 정상을 꿈꾸고 있다.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빗장수비)로 유명하지만 분데스리가 득점왕 루카 토니(뮌헨),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돌아온 세리에A 득점왕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유벤투스)까지 가세해 공격력도 무시무시하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티에리 앙리(바르셀로나)가 조국에 마지막 선물을 안길지 주목된다. 또한 프랑크 리베리(뮌헨)와 클로드 마케렐레(첼시)가 버티는 중원은 은퇴한 지네딘 지단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 예선 12경기에서 5실점에 그쳤고 이탈리아와도 1승1무의 상대적 우위를 점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네덜란드는 예선 12경기에서 15득점의 빈공을 올렸지만 골키퍼 에드윈 반데사르(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5실점으로 틀어막은 덕에 본선에 올랐다. 루드 반 니스텔루이(레알 마드리드)가 여전히 공격의 핵심이다. 마르코 반바스텐 감독이 이번 대회를 겨냥해 꺼내든 ‘4-2-3-1’ 수비 축구가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얼마나 먹혀들지가 관전 포인트. 최근 야심찬 세대교체를 감행한 루마니아는 예선에서 네덜란드를 제치고 조 1위(9승2무1패)를 차지한 강팀. 하지만 ‘죽음의 조’에서 가장 초라해보인다. 아드리안 무투(피오렌티나)가 공격 라인을 이끌고 있다. ■ D조 - ‘히딩크 매직’ 다시 나오나 펠레(68)와 앨런 시어러(38)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스페인을 꼽았다. 과학적 근거와는 별개로 단 한 번의 예외없이 펠레의 우승 전망이 저주로 둔갑했음을 상기하면 스페인은 땅을 칠 일이다. 포르투갈 대신 스웨덴이 들어왔지만 그리스, 스페인, 러시아는 4년 전 A조의 ‘그 때 그 멤버’. 스페인, 러시아는 조별리그에서 멈춰섰고 그리스는 우승컵을 들어올렸다.‘디펜딩 챔프’ 그리스는 당시 우승이 이변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예선에서도 10승1무1패로 가볍게 결선에 진출했다. 우승 주역인 앙헬로스 하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뿐만 아니라 테오파니스 게카스(레버쿠젠) 등이 건재하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펠레의 저주를 감안하더라도 FIFA랭킹 4위로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 등의 신구 조화에 힘입어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1946년 대회 우승 이후 큰 대회와 인연을 맺지 못한 점은 그저 불운만으로 돌리기엔 어렵지 않으냐는 평이다. 예선에서 잉글랜드를 떨어뜨려 유럽을 놀라게 만든 러시아는 본선에서도 ‘히딩크 매직’을 앞세워 변방의 이미지를 완전히 끝내겠다는 각오다.4년 전보다 전력이 몰라 보게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웨덴은 주공격수 슬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인터 밀란)가 예선 무득점의 부진에 허덕인 데다 프레드릭 융베리(웨스트햄)가 부상이지만 만만히 볼 팀은 아니다. 예선에서 스페인을 2-0으로 제압한 저력이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임병선 박록삼기자 bsnim@seoul.co.kr
  • [토요영화] 천상의 소녀

    [토요영화] 천상의 소녀

    ●천상의 소녀(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25분) 탈레반 정권이 지배하는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열두살 소녀 레일라(마리나 골바하리). 소녀의 아버지는 전쟁에 나가 죽었고 남은 가족이라곤 할머니와 어머니(주바이다 사하르)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탈레반은 여자가 밖에서 일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한다. 카불 거리에는 하늘색 부르카를 뒤집어쓰고 법 개정을 요구하는 여인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레일라 가족은 생계를 위협받는데…. 할머니는 하는 수 없이 손녀에게 남장을 시키고, 레일라는 식료 잡화상에 겨우 취직한다. 한편, 탈레반은 군대 교련을 위해 소년들을 모두 학교로 소집한다. 소년으로 위장한 레일라도 참가하게 되는데, 동료들은 예쁘장한 외모의 그녀를 여자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레일라를 좋아하던 한 소년이 그녀를 ‘오사마’란 이름을 가진 남자라고 적극 변론해준 덕분에 간신히 위기를 넘기는가 싶었지만 얼마 안가 교관에게 여자인 것을 들켜버리고, 레일라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는 비극 속으로 빠져든다. 2003년 제작된 이 작품은 탈레반 정권 붕괴 후에 만들어진 첫 아프가니스탄 영화다. 영화 제작이 금지된 탈레반 정권에서 벗어나 파키스탄으로 망명했던 세디그 바르막 감독은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자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신문에서 13살 소녀가 학교에 가고 싶어 남자로 변장했다가 발각됐다는 기사를 읽고 이 영화를 착안했다. 열악했던 제작 여건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당시 바르막 감독은 신인이었고, 거리에서 구걸하다 캐스팅된 마리나는 영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천진한 소녀였다. 남자 옷을 입은 씩씩한 소녀가 모험담을 엮는 그렇고 그런 남장여자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남자 아이들 속으로 내던져진 레일라는 시종 눈빛에 슬픔과 두려움을 그렁그렁 매단 채 애처롭기 짝이 없다. 그녀의 아버지는 탈레반의 고문으로 다리를 못 쓰게 됐고, 언니는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어린 나이에 가장 노릇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었던 마리나의 연기에는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 못지않은 진정성이 녹아들었다.200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해외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부시 미 대통령이 모든 각료들이 관람할 것을 지시하며 부산을 떨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바르막 감독은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천상의 소녀’가 고국의 현실에 변화를 가져왔나요? 부시도, 그 누구도 아프가니스탄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원제 ‘Osama’.83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北 6~8개 핵무기 제조 플루토늄 보유”

    “北 6~8개 핵무기 제조 플루토늄 보유”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북한 영변 핵시설을 3차례나 방문한 미국의 과학자 지그프리드 해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연구소 소장은 30일 북한이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해커 박사는 이날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가 주최한 ‘북한의 핵프로그램-평가와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해커 박사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시리아의 핵원자로가 무기용인지 여부에 대해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것만은 확실하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플루토늄의 용도가 무기용 이외에 거의 없음을 지적했다. 해커 박사는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약간의 핵폭탄과 6∼8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 40∼50㎏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조악한 수준의 핵폭탄을 수기 보유하고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에는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kmkim@seoul.co.kr
  • 행복도시 건설현장 충남 연기·공주 르포

    행복도시 건설현장 충남 연기·공주 르포

    “행정도시 건설 계획을 전부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한국토지공사 행정도시건설2본부 송정섭(41) 1-5구역 2공구 감독은 30일 행정도시 건설사업 논란과 관련,“사업 진도가 너무 나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땅값이 8년간 10배나 뛰어 일부 지역을 공단으로 바꾸어도 찾을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사업 변경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충남 연기·공주 세종시의 축소·변경 얘기가 나돌고, 행정수도·행정도시를 앞장서 반대해 온 최상철 서울대 명예교수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 내정된 시점에서 30일 찾은 행정도시 건설현장은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였다.1-5구역은 12부4처2청(부처 통합으로 지금은 9부2처2청)의 청사가 들어서는 중심행정타운 공사장이다. ●전면 수정은 불가능 송 감독은 “공단으로 바꾸기는 땅값이 너무 비싸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땅값이 평당 50만∼60만원을 넘으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정도시 땅값은 100만원이 훨씬 넘는다. 1-2구역 시공사인 경남기업 이구길(42) 공구차장도 “내륙 깊숙이 있어 공단은 적합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학교 부지를 더 넓히고 무공해 업체를 일부 유치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꿀 수는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기군 남면 행정도시에는 중심행정타운과 첫 마을, 아파트단지 등 공사가 한창이다. 중심행정타운이 들어서는 남면사무소 앞은 전쟁터 같았다. 이발소와 약국, 세탁소 등 건물이 모두 부서져 폭격을 맞은 듯했다. 반면 한쪽에서 덤프트럭 수십대가 흙을 퍼 날랐다. 흙으로 지반을 높이는 작업이다. 논밭이 30m쯤 높아져 있었다. 최평남 남면 부면장은 “8400명이 넘던 면 주민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면사무소도 다음달 10일 이사 간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착공된 중심행정타운 공정률은 10% 정도다. 삼성 등 건설업체도 잇따라 아파트 건설에 나섰다. 행정도시는 2030년까지 7291만㎡에 조성되며 이전 대상인 정부 청사는 2012년부터 이곳에 옮겨온다. ●주민 무관심, 주변 지역은 반발 예상 최 부면장은 “다 보상 받았는데 주민이 행정도시 논란에 뭔 관심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4000가구 1만여명이 모두 3조 3000억원의 보상을 받고 떠났다. 대부분 대전, 공주 등으로 이사를 갔고 일부 주민은 인근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남면 양화리 전명구(71)씨는 “죽을 때까지 고향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도시 주변지인 금남면사무소 앞에서 부동산을 하는 황원주(60)씨는 “행정도시로 땅값이 크게 올랐는데 계획이 달라지면 주민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전 3만∼4만원 하던 이 마을 논밭은 30만∼40만원을 호가한다. ●정부의 별다른 지침은 없어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은 2005년 3월에 제정됐고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은 세종시의 법적 지위와 행정구역, 자치단체 설치 등을 규정한 것으로 다음 국회로 넘어갈 경우 행정도시 건설계획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행정도시건설청 관계자는 “현재 정부로부터 계획 축소나 변경에 대해 어떤 지침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글·사진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美백악관 “北·시리아 핵협력 확신”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 미국 백악관은 24일(현지시간) 북한과 시리아간의 비밀 핵협력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북한과 시리아에 이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데이너 페리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우리는 북한이 시리아의 비밀스러운 핵활동에 협력한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지난해 9월6일 손상된 (시리아의) 원자로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의) 이런 행동과 기타 핵활동이 종식될 수 있도록 6자회담에서 엄격한 검증 메커니즘을 세우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계속해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6자회담서 해결” 대화 시사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이날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은 과거의 일이며 현재 두 나라는 이와 관련한 협력 관계에 있지 않다.”면서 “우리는 6자 회담에서 다뤄질 다른 이슈와 똑같은 수준에서 이 문제를 다뤄나갈 것”이라고 말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과 대화를 계속해 나갈 뜻임을 밝혔다. 백악관은 중앙정보국(CIA)이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을 한 직후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미 정부는 CIA가 제작한 11분30초짜리 비디오 테이프를 언론에 공개했다. 언론에 공개된 비디오 테이프에는 지상에서 근접 촬영한 시리아의 핵시설물 내부 사진이 담겨 있고 지난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전후한 위성사진이 담겨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 원자로가 지난해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파괴될 당시 가동단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자로 노심과 건물설계가 북한 영변의 핵시설과 유사하다는 점도 강조했다.●시리아 “군사시설일 뿐” 부인 그러나 시리아는 이날 미국의 발표를 부인했다고 AP,dpa통신이 시리아관련 SANA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의혹을 제기한 곳은 핵 관련 시설이 아니라 쓰지 않는 군사 시설”이라면서 “미국이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대시리아 공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미국 정부의 정보공개와 관련해 진위 여부 조사에 곧 착수할 예정이다.kmkim@seoul.co.kr▶관련기사 6면
  • “北, 시리아 핵개입 증거 공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북한인들이 지난해 여름 시리아의 핵 시설물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의해 비디오 카메라에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미 정보당국이 이날 오후 북한과 시리아의 핵협력 의혹에 대한 상·하원 외교·군사위원회 비공개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한다고 보도했다.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되면 시리아와의 핵연계 의혹을 부인해 왔던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6자회담에도 영향이 우려된다. 지난해 9월6일 폭격하기 전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비디오 테이프에는 북한 사람들이 핵 시설물 안에서 일하는 모습이 잡혀있다고 신문들은 보도했다. 암호명 알 키바르로 명명된 시리아의 이 핵시설물은 원자로 구조는 물론 연료봉 투입 숫자에까지 북한 영변 핵발전소와 동일하게 건설 중이었다고 이들 신문이 미 정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북한의 핵확산 문제를 6자 회담의 틀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시리아와 오랜 ‘의리’를 생각해 핵 협력관계를 부인해 온 것을 감안할 때 미국이 검증시 북한이 부인하지 못하도록 공개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kmkim@seoul.co.kr
  • [최태환칼럼] 박근혜 태업의 명암

    [최태환칼럼] 박근혜 태업의 명암

    지난해 가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였다. 작가 이문열은 걱정했다. 후보 검증이 내전의 칼로 쓰여선 안 된다고 했다.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았던 그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사생결단을 두고 한 말이었다. 검증공방이 도를 넘었다.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했다. 사실상 내전이었다.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다. 박근혜 후보의 경선패배 승복이 마침표였다. 대선 승리의 출발점이었다. 집권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다시 내전이다. 공천갈등이 내전의 칼이 됐다. 대선 승리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이다.18대 총선 결과를 우려하는 상황까지 왔다. 공천심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호기가 넘쳤다. 공천혁명을 표방했다. 안강민 전 검사장은 공천혁명을 이끈 전천후 폭격기였다. 당 안팎으로부터 스텔스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결과는 새로운 내전의 출발이었다. 안강민이 떠난 당엔 분열과 갈등의 골만 깊고 선명하다. 한나라당은 전선이 없다. 지도부는 전선없는 전장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당은 여전히 과반의석 확보의 기대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유권자를 끌어들일 절박한 호소는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2라운드 내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심란하다. 한나라당의 한계를 봤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능력의 바닥을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친이·친박의 윈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내전의 끝은 뻔하다. 어느 일방의 굴복을 향해 달리는 형국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 ‘이중 당적’이다. 몸은 한나라당, 마음은 바깥에 쏠려 있다. 집을 뛰쳐나가 친정을 압박하는 원군의 위세가 만만찮다. 그는 당 공천 결과를 두고 ‘자신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다. 이중당적, 총선지원 태업의 명분이다. 하지만 그의 태업은 당은 물론 자신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우선 포퓰리즘 행보의 극치라는 당 안팎의 시선이다. 그는 친이측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천 협상과정에서 좀더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너무나 순진했다. 수족이 잘린 아픔은 이해하지만, 협상력·정치력 한계의 자업자득이다. 뒤늦은 태업이 곱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박근혜 마케팅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총선 결과 역시 부담이다. 한나라당 측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그의 입지는 그만큼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몽니를 부리다 상처만 입었다는 비아냥을 듣기 십상이다. 태업 효과가 극대화돼도 문제다. 안정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그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태업이 해당행위 시비로 비화할 수 있다. 오로지 당권·대권에 집착하는 이미지가 부각된 측면도 부정적이다. 친박측은 태업을 원칙·신의가 무너진 데 대한 반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식구 챙기기가 공천의 최우선 가치였던 데 대해선 비판의 시각이 적지 않다. 변화와 쇄신의 여망을 회피하는 수구의 이미지를 각인케 했다. 어쨌든 물갈이, 쇄신이 공천의 화두였다. 당장 7월 전당대회가 문제다. 당권경쟁을 앞두고 친박연대, 무소속연대 인사들의 복귀를 둘러싼 갈등이 노골화될 게 뻔하다. 내전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당의 다수를 장악한 친이측과의 전선을 어떻게 갖고 가야 할지도 숙제다. 이번 총선서 그는 ‘박근혜 마케팅’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중적 인기를 새삼 확인했다. 하지만 화려했던 인기가 아픈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험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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