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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기잡기? 인기잡기?

    ‘주택 투기 근본적 차단책인가, 포퓰리즘인가.’ ‘국적법 개정안’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닌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이번엔 ‘주택소유제한 특별조치법압’을 추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성인 1명이 주택 1채만 소유할 수 있고 미성년자는 상속 등을 제외하곤 주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이 법안에 대한 엇갈린 반응 때문이다. 홍 의원은 지난 14일 “부동산값 폭등의 원인인 주택 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우리 나라 인구 1.8%가 36%의 주택을 갖고 있고 주거 개념이 아니라 투기 개념이 만연된 비정상적인 현실을 바로 잡기위해서는 주택 소유를 제한하는 극단적 처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공청회 등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법안발의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A의원은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과 경제행위 자유와 부딪힌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는 “1가구 1주택이 아니라 1인 1주택으로 정한 것도 헌법 정신을 고려한 것”이라며 “헌법 제23조 2항에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투기는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법률적 제한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1인1주택이 부동산값 폭등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 부동산대책특위 위원은 “서민들 카타르시스에 도움이 되고 단기적으론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물량이 위축돼 가격이 반등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삼성 헌소 제기에 침묵 보수紙 태도 눈길끌어

    삼성이 헌법소원을 냈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대한 것이다. 개정 공정거래법의 핵심은 금융회사를 끼고 있는 대기업집단의 대주주가 고객이 맡긴 금융회사의 자산으로 이른바 ‘딴짓’을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 개정법은 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 허용범위를 현재 30%에서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축소해 2008년에는 15%까지 줄이도록 하고 있다. 삼성생명을 통해 그룹 지배권을 유지해 오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법하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언론의 반응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입장에서 기사를 다룬 곳은 몇몇 경제지에 불과하다. 이들은 헌법소원 관련 기사를 1면 등 주요면에 전진배치한 데 이어 사설 등에서는 삼성의 입장만 반영해 노골적으로 삼성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경제지들 입장이야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그러나 그동안 현 정권을 성공한 기업의 뒷덜미를 잡는 좌파·포퓰리즘 정부쯤으로 몰아붙여 왔던 주요 보수언론들마저 기초적인 사실보도 외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언론은 한겨레신문. 검찰조차도 삼성 등 재벌그룹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시리즈물을 연재하고 있는 한겨레신문은 1일자 사설 ‘방향 잘못 잡은 삼성의 헌법소원’을 통해 삼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헌법소원이야 누구든 낼 권리가 있다.”라면서도 “삼성이 힘써야 할 일은 시계를 되돌리려 하기보다 누구한테도 떳떳한 지배구조를 갖춰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같은 날짜 경제면 1개면을 할애해 삼성측 주장의 허와 실을 분석했다. 그러나 이전부터 관련 기획기사나 기고문 등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공정거래법에 대해 칼날을 겨누어 왔던 보수언론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삼성과 공정위 양측의 주장을 공평하게 실어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 한 흔적이 역력할 정도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정부’라는 사설을 통해 “삼성의 기여는 충분히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것과 삼성이 ‘법위의 존재’가 된다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라고 통렬히 비판했었다. 사설 말미에는 “삼성 앞에만 서면 자꾸만 작아지는 정부도 비정상이지만 으레 그런 대접과 특권을 당연시하고 기대하는 삼성의 태도 역시 정상은 아니다.”라고 직격탄까지 날렸다. 그러나 헌법소원 뒤 후속 기사나 별도 사설은 없다. 다른 언론들 역시 대체로 간략한 사실보도 수준에 그치거나 별도의 기사를 쓰더라도 사안의 본질에 접근하기보다는 양측 주장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사설을 게재한 곳도 거의 없었다. 몇몇 언론은 재판에 참여하는 한 헌재 재판관이 예전에 삼성과 인연이 있었다는 보도를 냈지만,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조대현 헌법재판관 후보와는 달리 정색하고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흥미에 초점을 맞춘 게 전부였다. 언론들의 이런 냉담한 반응 때문에 ‘이번 헌법소원은 삼성의 판단 실수 아니냐’는 평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비록 승소한다 한들 삼성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왜 삼성이 굳이 벌였는지 알 수 없다는 관측이다. 언론들이 ‘좌파정부’운운할때 한걸음 물러서 있다가 물밑작업을 통해 해결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었다는 냉소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참여정부의 실험/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노무현정부는 참여를 내걸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 이어 한국 민주주의가 세 번째로 내건 기치가 참여이다. 문민정부는 군부통치의 극복을 의도했다.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민간인이 정치의 주체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과 재벌권력의 상호 협조적 지배는 여전했다. 국민의 정부는 국가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줄 의향이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경제논리에 휘둘려 국가권력과 재벌권력의 제휴를 견제해야 할 국민권력의 강화는 지연되었다. 노무현정부의 출범은 분노한 국민의 권력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수백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 관행을 뿌리뽑고자 한 풀뿌리 국민의 반발은 깨끗한 정치를 요구했다. 노무현정부는 대기업과 정당정치인, 고위관료 그리고 언론기업간의 4자 연합을 깨뜨리기 위해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를 찾아 참여를 들이밀었다. 노무현정부는 본질적으로 지방과 젊은 세대, 주변부 다수집단 그리고 의회내 소수파 간의 제휴를 등에 업고 집권한 소수파 정부이다. 탄핵 열풍으로 일시 국회 다수당이 되었다 한들 그것만으로 한국사회의 주류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정부는 우세한 4자 연합의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서 줄곧 국민들의 참여에 기대었다. 그러나 도덕적 분노에 기초한 참여로는 세계화 시대의 지난한 국가경영에 힘이 부치는 듯 보인다. 참여정부는 상당한 정도로 실험정부의 성격을 띤다. 사실 참여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인지 아니면 그 대안인지도 불명확하다. 만약 참여가 대의를 보완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의회의 권위를 존중해 주어야 할 터였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소수파 정부인 참여정부는 의회를 우회하고자 하였고, 그 결과는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포퓰리즘으로 흘러갔다. 참여가 대의에 대한 대안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참여민주주의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의민주주의조차도 제대로 운용해 보지 못한 한국민 대다수는 참여의 실험보다 자유민주의 성숙이 더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참여보다는 경제자유와 시장논리가 더 지배적인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대의의 대안으로서 참여가 설 자리는 옹색해 보인다. 참여의 실험정부는 다양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정부이다. 대통령, 국정원, 검찰 등 국가권력의 힘 빼기, 수도권 중심의 엘리트 카르텔에 대한 도전, 미국 편향에서 동북아로의 관심 촉구 등 굵직한 문제제기가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국가권력의 힘을 빼면서 기득권의 지배 카르텔을 완화시키려는 일대 개혁 그 자체가 단기적 성공이 어려운 실험이라는 것이다. 문제제기와 실험으로 2년 반을 보낸 참여정부에 대해 중간 논평은 자주 무능으로 회자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을 치유하려는 참여정부의 도전이 일거에 어떤 효과를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국가간-지역간-계층간에 20(부) 대 80(빈)으로 양극화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진전되어 나가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일국적 차원의 개혁은 거의 속수무책에 가깝기 때문이다. 경제와 정보통신은 세계화되어 있는데 반해 공동체의식은 여전히 국지화되어 있고, 그래서 참여의 실험을 뒷받침해 줄 국제적 연대나 세계적 수준의 합의된 처방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참여정부의 실험이 실제로 빈부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지배엘리트의 카르텔을 조정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참여민주주의가 국민의 참여에 의지하여 경제적 조정을 도모하는 데 그 하나의 목적이 있다고 본다면, 적어도 이념과 일부 정책에서 참여정부의 문제제기와 실험은 유용하다. 그렇다면 남은 2년여 동안 우리 모두 참여의 가능성을 찾아 서로 지혜를 모으고 힘을 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양길현 제주대 정치학 교수
  • [정치플러스] “CPU 바꿔야” 孫지사 정권교체 주장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27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최 ‘P-스쿨’ 특강에서 “권력화된 386급 CPU로는 경제도 정치도 안된다.”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위해 대한민국의 CPU(중앙처리장치)를 바꿔야 한다.”며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 손 지사는 이어 “80년대의 평균주의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낡은 관념은 쓰레기하치장으로 보내고, 대신 글로벌 사회와 민간 주도 시장경제의 비전을 갖춘 새로운 CPU를 장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무죄’ 송영길 의원 “檢 여론 눈치 무리한 기소”

    ‘무죄’ 송영길 의원 “檢 여론 눈치 무리한 기소”

    박주선 전 민주당 의원,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에 이어 최근 이인제(자민련)·유시민(열린우리당) 의원이 잇따라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아내자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4일 선거법 위반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송영길 의원은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검찰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송 의원은 “검찰이 연예인처럼 여론에 흔들리면서 인민재판에 영합할 때 무리한 기소와 무죄판결이 난다.”며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엄정한 자기원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청와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어느 정도 달성이 됐지만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독립은 아직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원망엔 한목소리를 냈지만 이인제 의원은 이를 현 정권과 결부시켰다. 이 의원은 이번 사건을 자신을 파멸시키려는 독기어린 노무현 정권의 조작이라고 규정한 뒤 “진실을 억압하는 권력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오피니언 중계석] 남한 중도좌·우파가 통일 앞당길 것/강영훈 前총리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원장 양무목)은 6일 오전 9시30분 세종문화회관 콘퍼런스홀에서 ‘광복 60년-남북관계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의 기조강연인 ‘남북관계의 바람직한 발전방향과 통일전망’을 요약한다. 자유민주진영과 공산진영 사이에 양자택일을 강요하던 국제정치사회에서 공산진영의 붕괴는 자유민주정치세력의 주도에 의한 세계화 시대로의 발전을 가능케 하였다. 아울러 과학 기술의 발달과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은 세계시장기능을 형성, 국경을 초월한 경제활동을 가능케 하여 국제사회의 정치적 제한 요인을 완화했다. 북한은 현재 중국의 정치·경제발전 모델과 남한경제에서의 혜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는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이 일고 있다. 중국이 경제대국, 군사대국으로 발전함에 따라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과 한·미공동방위조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 전략에 편승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제국주의적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심을 묵인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또한 동북공정(東北工程)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산둥성 지역까지 영유했던 고구려 역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이같은 국제정치사회의 변화상과 더불어 대국적 견지에서 자초자화(自招自禍)하는 일이 없도록 예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제 인간사회의 무한경쟁 수단인 무기성능이 거리의 단축과 가공할 파괴력으로 발전하면서, 동질(同質)의 무기를 소유한 국가간의 전쟁은 공멸 가능성을 초래하게 됐다.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소유국간 전쟁이 정책의 수단이 될 수 없게 된 상황과 국제정치사회의 공존이 불가피하게 된 요즈음, 세계화 시대정신과 한민족 고유문화정신인 이화세계(理化世界)정신의 공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기술 발달에 의한 지구표면 단일생활권 형성에 따라 세계시장기능 발전이 세계인의 무한경쟁 측면을 시사하지만, 무기 파괴력의 발달이 무한한 힘의 사용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민족 고유문화정신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이 세계화시대 지도이념과 일맥상통함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훼손된 자연환경이 세계 기후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현상을 초래하게 된 국제사회 현실에서 인간과 자연의 상생관계(相生關係) 회복과 한민족 전통문화의 대자연관(對自然觀)-자연의인화(自然擬人化) 관계를 상기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기본정책에 의하여 정치·경제·사회를 세계 수준급으로 발전시켜 오는 동안에, 북한 정권은 공산주의 계획경제의 실패를 자인하고, 자유시장기능 도입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일반시민에게 각자 자유로운 생활을 종용하며, 중국의 시장기능 존중 사회주의 국정노선을 추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북한 사회상의 변화에 상응하듯이 남한에서도 제 16대 대통령선거를 전후하여 자유민주주의사회와 명백히 정치성격을 달리하는 사회민주주의 정치노선이 포퓰리즘과 참여정부라는 구호 하에 국회의 과반수 의원석을 점유하게 되는 상황은 현재로는 마치 진보와 보수의 양자택일 국면같이 보이나, 그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배반됨을 자성하면서, 남한 정국은 영국과 같이 중도좌파와 중도우파의 정책대결로 방향이 잡히게 될 것을 기대한다.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이 정치세력을 대표하여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귀중한 본보기다. 북한정권이 사회민주주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실정과 남한이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노선에 의한 양당제도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은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할 것이다. 남북이 이와 같은 사회발전 성격의 변화에서 상호 공통점을 가지게 될 때, 남북관계는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견지하여 평화통일의 전망이 한층 더 밝아지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강영훈 前총리
  • 나의 정치학 사정 / 강준만 지음

    직설적·공격적 글쓰기로 한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과 지식인들을 비판해왔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스스로의 표현대로 하면 ‘차가운 머리’를 위한 책을 냈다. 타이틀은 ‘나의 정치학 사전’(인물과 사상사 펴냄). 한국인은 가슴을 뜨겁게 덥히는 일에 있어선 천재에 가깝고 다혈질적 국민이기에 이제 그 열기를 좀 식혀주는 일이 필요한, 역사적 사이클에 한국사회가 접어들었다는 게 저자의 변이다. 그는 또 머리말에서 “최근 정치적, 정확히 말하자면 당파적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이제 초당파적 입장에서 정치에 대한 지식을 공급하고 싶다.”며 “모든 사람들을 위한 상호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책은 이같은 저자의 소망을 담은 ‘살아있는 교양, 살아 있는 정치 이야기’를 부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한 테두리에 갇힌 이야기보다는, 국내와 국외의 경계, 다양한 학문간 경계 뛰어넘기를 통해 ‘사회과학의 현실화’에 충실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한일·한중관계에서부터 신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주요 현안들을 국제적 맥락 속에서 파악한다. 아울러 정치와 경제·문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세상을 분석한다. 또 오늘날 우리 지식계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아나키즘을 비롯해 마키아벨리즘, 민족주의, 포퓰리즘 등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정치이론과 사상을 펼쳐 보인다. 그는 한국인이 정치에 이중적이라고 비판한다.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 대통령이 못 되어서 안달인 반면 정치혐오주의는 더욱 심해지는 현상도 이 때문이다. 권력의 횡포가 심했던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의 몫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정치’만이 살 길이었고, 모두 정치인이 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정치에 근접하길 원하면서도 그걸 비난하는 이중적인 심리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또 오랜 독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지, 승자 독식주의가 한국인을 얼마나 치열한 삶으로 내모는지 보여준다. 개혁물신주의, 권력중독, 정치혐오주의 등 정치와 권력을 둘러싼 주제들 속에서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반미주의의 이중성도 마찬가지다. 이라크 침공후 세계적으로 반미주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상은 일면만 그럴 뿐이다. 멕시코의 반미주의는 강하지만, 그들 국민의 40%는 미국에서 살고 싶어하고, 미국을 싫어하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미국의 대중문화는 사랑한다. 적대와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 곧 미국인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반미주의를 정치 문제로서만이 아니라 문화·경제적인 문제로 지평을 넓혀 해석한다. 또한 문화제국주의, 신자유주의, 오리엔탈리즘 등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론과 사상들을 통해 국제정치와 문화, 경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명쾌하게 소개한다. 강준만의 글은 대체로 직설적이고 단문이면서 논리가 명쾌해 칼럼이든 에세이든 속도감이 느껴지는게 특징이다. 생생한 현실이 녹아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책도 예외는 아니다. 복잡한 사회현상과 이를 둘러싼 인간심리를 깊이 있으면서도 재미 있게 들려주는 강준만의 글쟁이로서의 미덕이 돋보이는 책이다.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서울광장] 포퓰리즘의 제도화/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포퓰리즘의 제도화/이목희 논설위원

    학창시절에 가졌던 의문이 있었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은 아테네의 직접민주정치를 왜 중우정치(衆愚政治)라고 폄하했을까. 스승 소크라테스가 민중에 의해 처형당했다고 그럴 수가 있는가. 그의 철인정치(哲人政治)라는 게 결국 스스로의 권력욕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기자가 된 뒤 몇번의 대선과 총선을 취재하면서 플라톤이 가졌던 고민의 일단을 이해하게 됐다.100%는 아니지만, 대체로 표를 많이 얻는 정치인은 얼마쯤 사기꾼 기질을 갖고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 정말 잘하리라 기대되는,‘철인’에 가까운 인물은 주요 정당의 후보조차 되지 못하곤 했다. ‘민주정치는 차선이고, 다소는 비겁한 제도다.’ 어쭙잖은 결론을 내려봤다. 모두의 참여가 보장된 투표 결과는 사후에 잘못이 판명되어도 공동책임으로 미루면 그만이다. 그래도 대의민주정치에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흐를 여지가 직접민주정치보다는 적은 편이다. 선거 때는 온갖 공약을 남발하지만 당선된 뒤에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5년마다 치열한 대선을 치르면서 정책혼란이 이 정도인 것은 ‘당선자의 변심’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요즘 플라톤의 고민을 다시 하게 됐다. 정치판이 포퓰리즘의 물결로 보이는 탓이다. 인터넷의 획기적 발달과 수시 여론조사는 포퓰리즘의 일상화를 가져왔다. 국적법개정안을 둘러싼 홍준표 의원의 행동에서 보듯 인터넷 여론을 장악하면 누구도 두렵지 않다. 대선주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정치인들이 대중영합주의의 유혹을 강력히 느끼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론으로 대표되는 구(舊)포퓰리즘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상 직접민주정치의 부활이다. 여야 정당이 인터넷 의존도를 높이고, 리플에 휘둘리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터넷을 먼저 활용한 열린우리당은 벌써 부메랑을 맞았고, 뒤늦게 시작한 한나라당은 아직 재미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퓰리즘을 지양하라.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을 살려 책임정치를 하라.’는 원론이 먹혀들까. 차라리 포퓰리즘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제대로된 직접민주정치로 승화시키는 게 낫다. 크게는 헌법이 손질되어야 한다. 조만간 본격화할 개헌논의에 직접민주정치 요소를 대폭 반영하는 방안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줄이고, 국민의사를 직접 묻는 범위를 확대해 보자. 현행 헌법은 외교·국방·통일·국가안위 관련 정책을 대통령만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게 규정했다. 이를 일정 숫자 이상 국민의 요구가 있으면 국민투표가 가능하게 바꿔야 한다. 국회나 주요 정당에 발의권을 줘도된다. 수도이전은 물론, 대북지원·국가보안법에서 교육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건이 국민투표에 회부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모성보호법을 국민투표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다. 비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대선·총선·지방선거와 맞물려 정책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강국이다. 객관적 관리가 보장된다면 큰 돈 안 들이고 전체 국민의사를 묻는 게 가능하다. 선관위는 2012년 총선부터 인터넷투표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그보다 빨라질 수 있다. 다음 헌법개정에서 전자(電子)민주주의를 체계화한다면 한국은 새로운 정치제도를 만든 국가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개헌에 앞서 당장 포퓰리즘의 순기능을 살리는 게 쉽지 않다. 정치지도자가 선동한 것인지, 실제 밑바닥 여론인지 헷갈린다. 인터넷 여론몰이꾼을 골라내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 찬반 논거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1000명 안팎을 대상으로 급조된 여론조사도 한계가 있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검증과정을 길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익명성에 숨어 부르르 끓어오르는 인터넷 단기여론으로 입법이나 정책방향이 결정되어선 안 된다. 진정한 국민공감대를 위해 참고 기다리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사설] 홍준표 의원 포퓰리즘 지나치다

    단기적으로 어떤 정책이 일반대중에게 인기를 끌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부작용이 없도록 큰 틀에서 조정하고, 절제해야 하는 게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참여정부를 포퓰리즘 정권이라고 비판해온 한나라당에 소속된 홍준표 의원이 국적법개정안을 둘러싸고 표출하는 일련의 행태는 인기영합주의의 전형이라고 본다. 당장은 박수를 받고 있으나 넓게, 멀리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홍 의원의 처음 문제의식은 옳았다. 사회지도층 자식들이 병역의무 회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버리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국적법개정안은 나름의 타당성이 있었다. 법개정안 시행에 앞서 국적포기자가 급증한 현상을 비판한 것도 당연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홍 의원은 병역의무 불이행 국적포기자에 대해 국내대학 입학을 금지하고 재외동포 권리를 박탈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감정이 개입된 규제는 세계화·국제화라는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홍 의원은 아들의 국적을 포기한 공직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사생활 침해를 들어 소속과 성만을 밝힌 자료를 넘겨 주었다. 홍 의원은 법무부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이들을 공직에서 배제하라고 다시 촉구하고 나섰다. 공직자의 경우 아무리 절차가 적법했어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그냥 넘길 수 없다. 내부통보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해 인민재판식 창피를 주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령 성범죄자라도 구체적 신상공개는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를 홍 의원은 되새겨 보기 바란다.
  • [씨줄날줄] 돈키호테 리더십/이목희 논설위원

    1823년 미국의 제임스 먼로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유럽도 아메리카대륙에 간섭하지 말라.”는 외교원칙을 발표했다. 이른바 ‘먼로독트린’이다. 신생국 미국이 수백년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서유럽 제국에 대항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엔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그로부터 100년이 채 안 돼 중남미는 미국의 안마당이 된다.1904년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아메리카대륙에서 ‘경찰’ 노릇을 하겠다는 신먼로독트린을 발표하게 된다. 이후 중남미 제국에는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국가적 어젠다였다. 그 와중에 1950년대 후반 나타난 것이 종속이론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저개발 원인을 미국의 경제잉여 수탈에서 찾았다. 앞서 아르헨티나에서는 페론의 포퓰리즘(민중주의) 정권이 등장했고,1970년 칠레에서는 좌파 아옌데 정권이 들어서기도 했다. 많은 나라에서 군사독재정권이 이어졌다.1990년대에는 미국이 구축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충실하기도 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2003년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집권을 시작으로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등 남미 주요국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들이 실용좌파인 게 미국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었으나 최근 분위기가 또 바뀌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좌파 포퓰리스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반미의 기치 아래 남미 좌파공조를 외치고 나섰다. 차베스는 돈키호테의 추종자임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다. 미국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이분법적으로 규정하고, 그를 타도하기 위해서는 돈키호테가 풍차에 돌진하듯 무모한 행동을 해도 된다는 식이다. 멕시코의 좌파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로페스 오브라르도의 지지자들도 돈키호테를 닮자는 구호로 관심을 끌고 있다. 중남미의 빈부격차 및 열악한 경제실정은 돈키호테 리더십이 먹힐 정도로 심각하다. 온갖 체제실험에도 불구, 안 살아나는 중남미 경제구조가 자칭 ‘돈키호테 정치인’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중남미는 한국에 반면교사가 된다. 숙명적으로 친미·반미를 오락가락했지만, 그 자체가 국가발전을 가져다 주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는 목표가 아닌, 수단일 뿐이다. 미국의 ‘강아지’가 돼선 안 되겠지만, 돈키호테도 지양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박세일 “정치인 탤런트 전락…이번주 탈당”

    박세일 “정치인 탤런트 전락…이번주 탈당”

    18일 밤 경기도 안성 도피안사(到彼岸寺)에서 한나라당 박세일 전 정책위의장을 ‘기습적’으로 만났다. 행정도시특별법 통과에 반발, 지난 4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머물던 사찰이다. 박 의원은 머뭇거리다가 ‘불청객’에게 ‘탈당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사퇴문제를 4월 임시국회로 넘길 생각은 없는데 김원기 국회의장이 굳이 사퇴서를 수리해주지 않는다면 선거법에 따른 절차밖에 없지 않으냐.”고 반문한 뒤 “머잖아 결정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결정’이 탈당을 뜻하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되겠지.”라고 답했다. 나아가 “박근혜 대표가 없을 때 (탈당계를 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22일 귀국한 뒤 만나서 의사를 전하겠다.”면서 “탈당하더라도 ‘동료 의원들과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로 애당심과 탈당의 불가피함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정치 철학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정책 지향’를 호평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는 현실’이란 걸 모른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그런 평가도 가능하다.”고 전제,“그러나 이상이 없으면 정치가 공적(公敵)이 될 수 있다. 현실주의의 승리는 현실 유지에는 도움이 됐지만 정작 역사를 발전시킨 것은 ‘이상주의의 좌절’이었다.”며 아쉬움을 에둘러 피력했다. 거의 마음을 비운 듯하다. 그러면서도 “13∼15년 사이에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면 영원히 실패한다.”면서 정치권에 열정적으로 ‘쓴소리’를 토로했다. 그는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았다.”면서 “그 원인이 포퓰리즘·평등주의식 통치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도분할법도 그 전형인데 이걸 막지 못해 더 마음이 아프다.”면서 “20세기 인류 경험이 말해주듯 사회주의식 개혁이 아닌 자유주의·시장주의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화제가 최근 그와 전재희 의원을 상대로 한 KBS­TV의 ‘시사 투나잇’의 ‘누드 패러디’로 넘어가자 사뭇 개탄했다.“요즘 정치가 이미지·이벤트만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비전·정책이 없으니 정치인은 탤런트가 됐고 정치권은 권력투쟁만 남았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원인과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원인으로 “일본·중국이 한국을 우습게 보는 것인데 이는 한·미 관계 약화와 고도성장이 멈춘 데서 비롯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 등을 타고 중진국 진입을 서두르는데 우리는 되레 내리려 한다.”면서 “대미 관계는 단순히 친미·반미 차원이 아니라 국익을 고려해야 하는데 노무현 정권이 인기 영합용으로 한 발언이 이를 훼손시키자 중국·일본이 오만해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 연장선상애서 “정부·국가 차원에서 이슈화 하면 국제법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일본이 노리는 바다. 차라리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응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다. 그의 ‘독도 해법’은 공교롭게도 박 대표와 같았다. 내친 김에 박 대표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정책 정당에 집념·애착이 강한 분이다. 정치인 박근혜는 균형감각과 합리성을 겸비, 오래된 정치인의 탁(濁)함이 없는,‘맑은 정치인’이다.” 인터뷰를 마친 박 의원은 기자의 늦은 공양을 지켜본 뒤 귀경 길을 배웅했다. 합장하는 그의 두 손에 ‘이상주의자의 좌절과 희망’이 포개져 있었다. 안성 이종수 · 사진 오정식기자 vielee@seoul.co.kr
  • [시론] 이 몸이 죽어 죽어…/오세영 서울대 인문대 교수·시인

    [시론] 이 몸이 죽어 죽어…/오세영 서울대 인문대 교수·시인

    중등학교 시절, 우리 세대가 자주 외우던 시조 가운데 고려말의 충신, 포은(圃隱) 선생의 ‘단심가(丹心歌)’가 있었다. 웬만한 사람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겠지만 굳이 인용하자면 “이 몸이 죽어죽어 일 백번 고쳐죽어/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라는 내용으로 가히 섬뜩한 공포감을 자아내게 할 만큼 왕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한 시조였다. 이 무렵의 우리들은 선조들의 이같은 충절의 미덕을 맹목적으로 추앙하고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마치 왕이나 국부처럼 칭송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충절에 대한 이 맹목적 흠모의 교육 탓일까. 오늘의 대통령을 포은이 노래한 봉건 왕조의 왕으로 착각해서인지 몇 주전 노무현 대통령과 국민의 대표들이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한 노인이 바닥에 꿇어 엎드려 대통령에게 큰절을 올리는 해프닝을 TV 화면을 통해 보았다. 오늘의 가치관에서도 충절이란 물론 존중되어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예컨대 군인은 국가를 위해서 충성을 바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가나 국민에 대한 것이지 한 특별한 개인에 대해 바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국의 대통령도 허물이 있거나 국가 이익에 심각하게 반하는 행위를 저지른다면 탄핵하여 물러나게 하는 것이 오늘의 민주주의이다. 충절이란 존중되어야 할 덕목이긴 하지만 이렇듯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 오랜 전통을 이어온 유교적 가치관의 영향 때문일까. 유럽사람들과 달리 우리들은 충(忠)뿐만 아니라 충에 유사한 행위들도 유달리 높이 사는 관습적 사고에 젖어 살고 있는 듯하다. 그 중 하나가 ‘소신’이라 부르는 어떤 정신자세이다. 오죽하면 ‘소신에 죽고 산다.’는 말까지 생겼으랴. 물론 소신도 존중되어야 할 가치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예컨대 정당하고 올바른 신념에 대한 소신은 가능한 한 실천되고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봉건시대의 충절이 그러하듯 소신 또한 한사코 고수하는 일만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특히 오늘의 시대-민주주의 시대-가 그러하다. 봉건주의와 달리 민주주의는 한 개인의 통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성원 모두의 참여에 의해서 이루어지므로 그 구성원 각자가 지닌 각기 다른 생각, 다른 신념들이 조정되지 않고서는 결코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없는 정치제도이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의 성원을 구성하는 각자는 그 지적 수준, 정서적 감수성, 인격, 능력, 성별이 어떠하든 모두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 판단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만 그 참여자의 한 사람일 뿐인 어떤 자가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될 때까지 무작정 자신의 생각만을 관철하려 한다면 어떻게 민주주의가 가능할 것인가. 하물며 그 같은 소신을 가진 자 바로 인간이며, 하늘 아래 인간이란 그 누구든 완전치 못함에랴. 최근 우리 사회에는 이렇듯-그 주장하는 바 신념이 옳든 옳지 않든-죽음을 불사하고 자신만의 소신을 관철하려는 풍조가 유행하고 있는 듯하다. 엊그제 아수라장이 된 민주노총 총회가 그러하고, 몇 주전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건설을 중지하라며 한 스님이 죽기 살기로 벌였던 단식투쟁이 그러하고, 몇 달전 새만금 방조제 공사에 반대, 마치 종교 의식처럼 전국토를 종단하여 포퓰리즘에 불을 지른 종교인들의 삼보일배가 그러하다. 그들의 상대가 어떤 태도로 그들을 대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들의 주장이 과연 최선의 것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소신을 무작정 관찰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 누구나 귀를 활짝 열고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에 의해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옛 성현도 말하지 않았던가.“귀 있는 자 들어라.” 오세영 서울대 인문대 교수·시인
  • [참여정부 2년] 청와대 “권위주의 타파 최대성과”

    [참여정부 2년] 청와대 “권위주의 타파 최대성과”

    청와대가 꼽는 집권 2년 동안의 실적은 탈권위주의 문화, 분권형 국정운영, 지방분권 등 세 가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일 “탈권위주의와 분권형 국정운영은 어느 정도 정착됐으며, 신행정수도 이전특별법의 위헌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지방분권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분권형 국정운영도 정착 탈권위주의 문화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과 검찰을 왜 그렇게 내버려 두느냐는 질책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도 “대통령 생각이 일방적으로 국가정책이 되는 일은 없어졌다.”면서 “미래사회를 생각할 때 권위주의의 타파는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틀이 갖춰졌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업적의 하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올해부터 ‘올인’하고 있는 경제살리기에 대해 그동안은 혼선과 오해가 빚어졌다는 게 청와대의 진단이다. 출자총액제한제 등의 대기업 정책이 경제정책의 핵심이라는 일반의 시각과 산업인력 공급, 양극화 해소, 정경유착·부패 청산 등을 주요정책으로 삼고 있는 참여정부 사이에 인식의 괴리가 있었다는 얘기다.‘어렵고 힘든 시간이었다.’는 청와대의 진단도 그래서 나온다. ●지역구도는 못깨뜨려 분권형 국정운영에 대해 “종업원 월급을 주기 위한 생산(일상적 국정운영)은 내각이 맡고, 공장(국가)의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방식”이라고 비유한다. 김병준 정책실장은 “지난 2년 동안 좌파정부, 포퓰리즘, 나토정부(NATO·행동은 없이 말만 하는 정부), 이념 과잉에 정책결핍, 개혁 조급증 등 참여정부에 대한 오해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오해가 많이 풀렸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이런 지적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지역구도를 타파하지 못한 점을 제대로 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들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앞으로 양극화 문제 해결과 동반성장에 주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盧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성장·분배 함께 안가면 둘다 실패”

    [盧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성장·분배 함께 안가면 둘다 실패”

    올해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회견은 지난해에 비해 작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대통령 뒤편에 ‘병풍’처럼 도열했던 각료·참모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청와대 참모 가운데 김우식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 김세옥 경호실장,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등 장관급 네 명만 배석했다. 이들의 자리도 기자석 맨 앞줄이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보다 훨씬 여유있게 회견을 진행했다는 평이다. 노 대통령은 경제의 정책우선순위가 국가보안법에 우선하느냐는 질문에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경제에 걸어버렸기 때문에 국회에서 경제관련 법안이 많이 처리되지 못했다면서 은근히 야당을 겨냥했다. 이어 “경제는 경제고, 국가보안법은 국가보안법이고 동시에 두배 세배 다해 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에서 과거사 조사한다고 우리 경제가 나빠진 것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전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을 관계가 있는 것처럼 묶어내고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회에서 예산통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연초에 새해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지장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성장과 분배 논쟁에 대해 “저한테 ‘성장이냐 분배냐.’를 묻는 사람한테 성장이 중요하냐, 분배가 중요하냐 묻고 싶다.”면서 “지금 경제를 잘하는 나라는 두가지 모두 잘하고 있고, 경제를 못하고 있는 나라는 두가지 다 시원치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포퓰리즘이라고 알려져 있는 남미의 일부 국가도 성장과 분배 문제 때문에 경제가 침체돼 있는 것도 아니고, 포퓰리즘도 사실이 아니다.”면서 “성장과 분배는 두마리의 토끼가 아니라 함께 가지 않으면 둘 다 성공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 ‘천황’과 ‘황태자’의 방한을 초청할 의사가 없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일본에서는 천황이라고 부르지요. 이것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불려지는 것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제,“일본 왕이라고 해야 하나, 천황이라고 해야 하나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방한시 최대한 예우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제주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문제에 대한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아 ‘다케시마’로 표현해 논란을 빚었던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월20일부터 24일 동안 준비해왔다고 청와대 브리핑이 전했다. 올해 초 연설문 초안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네차례의 독회가 열려 회의때마다 2시간이 넘는 강도높은 토론이 노 대통령과 참모들 사이에 오갔다는 후문이다. 이날 회견에서는 참여정부 들어 달라진 언론 환경을 반영하듯 기존의 메이저 언론사 이외에 오마이뉴스와 케이블 TV인 MBN 소속 기자 등이 질문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감사원, 지자체 공개 경고

    감사원, 지자체 공개 경고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전횡적인 업무처리, 방만한 재정운용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잘못된 민원처리와 관련해서는 일선 공무원뿐만 아니라 결재권자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12일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부단체장들을 초청해 실시한 ‘자치행정 감사결과 설명회’에서 “아직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권위주의적으로 민원을 처리하고, 허례허식이 수반되는 이벤트성 행사를 남발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질타했다. 전 원장은 이어 “앞으로 소극적인 민원처리가 계속되면 담당 공무원 외에도 결재권자까지 소급해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면서 실질적으로 행정책임이 있는 부단체장들에게 직접 경고했다. 그는 또 “선거직인 단체장은 항상 국민의 편에 서있으므로 어떻게 보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해 포퓰리즘에 기댄 지방행정을 지양할 것을 강조했다. 이는 선출직 공무원인 단체장이 포퓰리즘에 빠진 행정을 펴더라도 일반 공무원인 부단체장이 견제의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원장은 이어 “중국 26개 성에서 똑같은 산업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어 훗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라면서 “우리 지방자치단체도 그런 문제는 없는 지 감사원의 시각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날 설명회에서 ▲제3섹터 출자법인 운영실태 ▲지방자치단체 기금운용실태 ▲관광자원 개발·관리시책 추진실태 ▲지방재정제도 운용실태 등 자치행정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모두 38개의 제3섹터 법인중 29개가 부실화됐고,2003년 현재 11조 2474억원의 기금이 설립·운용되고 있지만 기금이 자의적으로 집행돼 부실화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앞으로 감사를 받은 해당 자치단체 외에 다른 자치단체도 공유할 수 있도록 감사결과 설명회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는 서울시 행정부시장과 경기도 부지사 등 16명의 광역 광역단체 부단체장과 행정자치부 지방자치국장 등이 참석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씨줄날줄] 메르코수르/육철수 논설위원

    어릴 적,‘엄마 찾아 삼만리’를 읽으면서 괜한 서러움에 받쳐 눈물을 흘린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소년 마르코가 아르헨티나 목장으로 돈벌러 간 엄마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는 눈물겨운 스토리는 요즘도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작가가 이 동화의 공간적 배경을 아르헨티나로 삼은 것은 1900년대 초반 이 나라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돈을 벌 수 있는 부자나라였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아르헨티나는 193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3분의2나 됐고, 프랑스보다 전화가 더 많았다. 대학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했고,1913년에 이미 지하철이 생겼다니 ‘화려한 과거’를 더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 나라가 40년대말∼50년대초 쿠데타로 집권한 페론 정부의 노동 포퓰리즘 정책으로 기울기 시작해 이후 30∼40년 동안 정정불안과 경제위기를 거듭했고,2001년 마침내 디폴트(국가부도사태)를 맞았다. 우리와 지구 정반대 쪽에 있어 비행기로 날아가도 하루가 걸리는 먼 나라 아르헨티나가 친구로 다가서고 있다. 어제 남미 순방길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은 이 나라를 가장 먼저 찾는다. 노 대통령은 브라질, 칠레 등 남미의 중심 3개국을 다녀오는데, 이들 나라는 정치·경제적 부침이 많았지만 여전히 외국인에겐 ‘기회의 땅’이다. 남미 공략의 핵심은 경제회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가 만든 경제공동체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다. 메르코수르는 4개 정회원국의 인구가 2억 2400만명, 연간 구매력이 1조 8000억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아시아 3국 한·중·일이 이런 기회의 땅을 놓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3국의 또 다른 경제전쟁터로 이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중국은 최근 후진타오 주석이 관계자 수백명을 데리고 브라질을 방문해 활발한 교류를 추진 중이다. 일본도 교포 160만명을 발판으로 통상·외교 공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교역규모나 외교력에서 상대적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가 노 대통령의 방문으로 메르코수르 잡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셈이다. 먼길을 마다않고 날아간 노 대통령이 어떤 선물을 갖고 돌아올지 기대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서울시 교통체계의 교훈/임태순 수도권 부장

    살다 보면 목소리 큰 사람이 유리한 때가 많다.소리 높여 주장을 펴는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반면 말 안 하고 조용한 사람은 손해볼 때가 적지않다.이들의 말에 귀를 적게 기울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책만큼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 정책도 없을 것 같다. 지난 7월1일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 등을 통해 버스수송 분담률을 높이겠다는 개편책이 실시되자마자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첫날부터 강남대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밤 늦도록 정체되고,바뀐 노선을 잘 몰라 버스 이용객들이 허둥대고,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할 수 있는 티머니가 먹통이 되었다.이런 혼란은 수그러들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커져 갔다. 신문,방송 등 언론들은 발이 불편해진 시민들의 격앙된 목소리를 담기에 바빴고,네티즌들도 특유의 비틀기로 이명박 시장과 서울시에 뭇매를 가했다. 일각에서는 대권을 꿈꾸고 있는 이명박 시장도 ‘이젠 이걸로 갔다.더이상 재기하기 힘들다.’는 성급한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정상적으로 가동된 수색로나 미아로를 통해 출근한 시민들은 출근시간이 10분 정도 당겨졌다며 반겼다.사실 아침 출근시간에 10분가량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것인가.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의견만 반영되는 침묵의 나선(螺線)효과에 의해 묻혀버렸다. 교통체계개편책이 여러가지 보완이 필요하지만 실시 100일을 맞아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연착륙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티머니가 제대로 작동되고 중앙버스전용차로도 위력을 발휘해 전체적으로 교통흐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버스운전자들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운행하게 됐다며 반긴다. 시행초기 개편안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도 “일시적으로 여론이 어렵더라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꾸준히 밀고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칭찬하고 나섰다.외국의 벤치마킹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청계천 복원,교통체계개편책 등은 전임 고건 시장이었으면 추진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위원회를 만들어 여론을 수렴하고,민원의 소지가 있는지 없는지 등을 짚고,실무자의 의견을 듣는 신중한 스타일로는 결단력이 요구되는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경남도는 도 공무원을 상대로 도가 망하는 법을 공모했다.이에 따르면 도지사는 표를 의식하고,국·과장은 공무원 노조의 눈치를 살피며,사무관이하는 다면평가에만 대비하면 빨리 망한다고 했다.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포퓰리즘,여론 추수(追隨)주의를 꼬집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풍조를 들지 않더라도 정책을 집행하는 당국자로서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는 데 따른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특히 이익집단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있거나,민원이 많고 반대가 많은 사안은 더욱 그렇다.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민선단체장들로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중교통체계 개편처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미뤄두면 나중에 큰 화가 된다. 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여론을 무시해서도 안 되겠지만 여론을 너무 의식해서도 안 될 것이다.대중은 변덕이 심하고 쉽게 잊는다.그리고 무책임하기 때문이다.정책 입안자는 침묵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임태순 수도권 부장 stslim@seoul.co.kr
  • 경남도 ‘망하는 방법’ 90건 공개

    경남도 ‘망하는 방법’ 90건 공개

    “도지사는 표를 의식하고,국·과장은 공무원 노조의 눈치를 살피며,사무관 이하는 다면평가에만 대비하면 된다.” 경남도청 공무원이 내놓은 ‘경남도가 빨리 망하는 방법’ 중 하나다.공무원 사회에 퍼지고 있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꼬집고 있는 이 ‘아이디어’는 인기만을 좇거나,소신을 펼치지 못하고 좌고우면한다든지 자신의 살길만을 찾는 자화상을 통렬하게 비판한 것이기도 하다. 경남도는 8월 한 달간 수집한 전 직원들의 ‘빨리 망하는 방법’을 16일 공개했다.책 1권 분량의 방대한 방법들은 거꾸로 어떻게 경남도 조직을 활력 넘치고, 변화에 잘 적응하는 ‘흥하는’ 조직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지,그 해법을 담고 있어 이목을 끈다. 어떤 공무원은 “시대의 변화를 거부한 채 현실에 안주하는 철밥통으로 남거나 조직의 집단이익을 극대화하고,선심성 대형 프로젝트를 남발하며,예산을 아낌없이 집행하면 된다.”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공개된 방법들은 그동안 드러내기를 꺼렸던 공무원들의 자기반성이 대부분이다.행사 때마다 해당 부서는 도지사를 참석시키려고 애를 쓴다거나,간부들은 부하의 실수를 나무라기보다 ‘좋은게 좋다.’며 어물쩍 넘기는 사례가 지적됐다. 관심의 초점인 인사와 관련해서는 “비위 맞추는 사람을 우대하고,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을 홀대하면 망한다.”거나 “상사 입맛에 맞는 공무원을 선정해 맹목적 충성경쟁을 유도하자.”는 민선 자치단체장의 전횡을 은근히 비꼬는 대목도 있었다.조직의 집단이익도 도를 망하게 하는 길이라고 ‘충고’했다.“도민을 보지 않고 외부집단이나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압력을 행사”한다거나 “관료화된 조직 보호를 위한 폐쇄적인 조직운영”도 방법 중의 하나였다. 공무원들의 고백도 이어졌다.‘승진을 위해 상사의 사생활까지 신경쓰기’,‘일과 후 사적인 용무로 남아 시간외 근무수당 챙기기’,‘언론기관과의 친분유지로 비판적 보도 피하기’ 등 떳떳하지 못한 근무행태를 스스로 비판했다.정책분야에서는 선심성 대형프로젝트 남발과 투자분석 없는 즉흥적 결정,경남의 독특한 컬러를 담은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경남도가 망한다고 강조했다. 도의원과 도지사의 압력 등이 도를 망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태호 지사가 지난 7월22일 “도가 빨리 망하는 방법을 찾아 8월 말까지 보고하라.”고 ‘엉뚱한’ 명령을 내릴 때만 해도 일부 도민들은 “도지사로서 있을 수 없는 지시”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남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발상의 전환으로 위기를 탈출하려는 의도가 전달되면서 이해찬 총리가 ‘망하는 법’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날 “도가 망하는 방법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면서 “변화를 바라는 도민들의 요구도 충분히 느끼고 있으므로 흥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이날 제시된 망하는 방법을 면밀히 분석해 제기된 문제점들이 1년 뒤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하기로 했다.특히 인사의 경우 다음 인사 때부터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직무·근무행태와 관련해서는 실·국장이 개선방안을 내놓도록 했다. 또한 경남의 발전방향을 세계 속에서 찾기 위해 실국별 혹은 해당 업무별로 세계 1등 국가나 1등 지역을 찾아 경남도가 흥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날 공개된 제안은 실·국별로 보고된 329건 중 간추린 90건.분야별로는 ▲조직관련 10건 ▲인사 13건 ▲직무 33건 ▲근무행태 16건 ▲정책 17건 ▲기타 1건 등이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서울시공직협 “교통개편 특감 반대”

    서울시공무원직장협의회(대표 하재호)는 15일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대한 감사원의 특감실시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직협은 성명서에서 “현재 조금씩 시행착오들이 잡혀가고 시스템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드는 과정에서 서울시 교통대책에 대한 감사원 특감실시 소식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공직협은 이어 “이번 감사계획이 ‘서울시 죽이기’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이나 일부 시민단체의 포퓰리즘·선정성에 기대고 있다.”면서 “이는 헌법기관으로서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 대표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통 관련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고 있는데 감사원이 특감을 하겠다는 것은 복지부동하란 얘기나 다름없다는 게 내부의 목소리”라고 말했다.그는 또 “오늘(15일) 감사원에서 나온 요원이 사전 예비자료 수집을 하고 있다.”면서 “교통관계자를 통한 자료수집활동은 밖에서 뛰어야 할 공무원의 발을 묶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감사실시에 대해 내부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실시시기와 범위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국회 행정수도이전 공방

    1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주요 메뉴’는 역시 행정수도 이전 문제였다.여당 의원들은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국토의 균형발전 등 경제적 효과를 적극 부각시킨 반면,야당 의원들은 수도 이전에 따른 비용부담 등 부정적 요소를 집중 거론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은 “행정수도 건설은 수도권 과밀화 방지와 환경보전,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함으로써 경제의 양극화 현상 완화와 장기 성장력 배양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與 “경제 성장력 배양 도움” 최철국 의원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행정수도에는 반대하면서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할 공공기관들은 서로 자기 지역으로 가져가겠다고 아우성인데,이런 이율배반적 행태를 향후 공공기관 이전계획 수립시 반영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조일현 의원은 여당 의원이면서도 “당초 과천과 같은 행정도시를 상정했던 국민들이 입법,사법,행정기관을 모두 이전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이며,수도 이전 이후의 서울의 위상에 대한 대국민 홍보 부족이 국론분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 대비와 안보 문제 등을 고려하면 행정수도가 반드시 충청권일 필요는 없으며,충청권으로 제한하고 있는 특별법의 입지선정 조항을 개정한 뒤 강원도와 경기북부까지 포함시켜 대상지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野 “국력만 탕진” 반면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수도 이전으로 수도권에서 55만명이 충청권으로 이동하면,20년간 경제성장률이 매년 1%씩 떨어져 총 144조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격하게 비난,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유 의원은 “수도이전은 가장 악랄한 형태의 지역주의이자 포퓰리즘이며 분열주의에 불과하다.”며 “동서고금에 이런 얼빠진 초대형 토목공사에 국력을 탕진한 나라치고 잘된 나라가 없었다.”고 일갈했다. 이어 “노 대통령이야말로 악정의 굿판을 거둬들여라.”고 말하는 순간 여당 의석에서 “악정이 뭐야.악정이….”라는 고함이 터졌고,오영식·백원우 의원 등 대여섯명이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하지만 더이상의 소란은 없었다. ●李총리 “150만명 정도 이전 예상” 답변에 나선 이해찬 국무총리는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합쳐 150만명 정도가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수도권에서 매년 30만명이 늘어 10년동안 300만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150만명이 이전해도) 수도권 인구는 100만명 이상이 순증할 것”이라고 ‘수도권 공동화론’을 반박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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