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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은 ‘변신 중’

    ‘정당의 변신은 무죄?’ 한나라당이 최근들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갖가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수구보수·부자옹호당’에서 ‘합리보수·빈곤층보호당’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중도세력과 사회적 약자층을 끌어안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나라당이 가장 공을 들이는 정책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다. 한나라당 스스로 ‘좌파정권’이라고 규정한 범여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인 80%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 이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원조 좌파’나 다름없는 민주노동당과 정책 공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이와 별도로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계층할당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계층할당제란 입시와 취업 등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제도다. 이는 ‘가난의 대물림’이나 ‘교육 양극화’ 등을 막기 위한 평등·분배 정책의 전형이다. 이 제도를 제안한 고경화 제6정조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사회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듬고 가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반값 아파트 공급 정책’이나 ‘대학등록금 반값 정책’ 등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분배 철학을 담은 정책들이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일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해 당의 대북 정책에 ‘포용’의 요소를 담는 시도를 했던 것. 비록 당내 일부 강경세력에 의해 당론 채택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6자회담 타결에 따른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 같은 변신은 다분히 연말 대선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수구보수당’ 또는 ‘부자옹호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만큼은 범여권에 그 같은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변화 시도들이 모두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이 같은 정책기조 전환에 대한 반발이 만만찮아 또다시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져 자칫 대선을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노대통령은 승부사 아닌 검투사 차기 대통령은 ‘행정가형’ 될 듯”

    “올 대선에서는 차분하고 비정치적인 행정가형이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인 최진 고려대 연구교수(행정학)는 최근 발간한 ‘대통령리더십 총론’에서 해방 이후 60년간 우리 국민의 대통령 선택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난 파도이론과 강약이론을 토대로 차기 지도자는 ‘부드러운 관리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해방 이후 역대 대통령을 보면 리더십의 강·약 교차 현상이 반복됐다. 즉 이승만(강)-윤보선(약)-박정희(강)-최규하(약)-전두환(강)-노태우(약)-김영삼(강)-김대중(약)-노무현(강) 등의 패턴이 이어졌으므로 차기 대통령은 부드러운 유형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또 노무현(얼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을 ‘선동가형의 안티 포퓰리즘’,‘반(反) 권위주의자’,‘승부사가 아닌 검투사형’,‘인파이터 복서형’,‘정치적 포스트 모더니스트’ 등으로 규정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좌우, 여야, 득실을 뛰어넘어 극과 극을 오가는, 반전에 능한 극화적 성격을 갖고 있고 여론에 편승하기보다는 여론을 주도하거나 아예 역행하는 안티 포퓰리스트”라며 “자신의 판단대로 최종결정을 내려야 직성이 풀리고 외부요인에 떼밀리면 자존심이 상하는 성격으로 코드인사, 전시작전권, 한·미 FTA 등에서 이같은 특성이 그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최 교수는 노 대통령을 승부사가 아닌 검투사로 규정, 주목됐다.“김영삼 전 대통령 같은 승부사는 살 길을 마련해 놓은 뒤에 싸우지만, 노 대통령 같은 검투사는 퇴로를 스스로 차단하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惠而不知爲政(혜이부지위정)

    중국 고대 정(鄭)나라의 대부(大夫) 자산(子産)은 어진 재상으로 이름이 높았다. 어느 날 그는 진수와 유수를 지나다가 백성들이 걸어서 냇물을 건너는 것을 보고 측은히 여겨 자기 수레를 빌려줘 건너게 했다. 물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러나 맹자는 자산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자산은 은혜롭기는 하나 정치를 할 줄 모른다.11월에 사람들이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를 놓고,12월에 수레가 지나다닐 수 있는 큰 다리를 놓으면 백성들이 물을 건너기 위해 근심하지 않게 될 것이다.군자가 정치를 공평하게 하면 길을 가면서 사람을 물리쳐도 좋을진대 어찌 사람마다 건네줄 것인가.” 농한기를 이용해 겨울에 다리를 놓으면 백성들이 물을 건너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맹자가 보기에 자산의 행위는 은혜롭기는 하지만 정치는 아니었다.요컨대 큰 정치가라면 보다 대국적인 데 착목해야 한다는 얘기다.‘맹자’ 이루장구(離婁章句) 하편에 나오는 고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일부 정치인들이 보여준 단식정치 행태가 혜이부지위정(惠而不知爲政)이라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현 정권에서 당·정 요직을 지낸 인사들이 한·미 FTA 체결에 맞서 단식의 구태정치를 재연한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못하다.‘조공협상’‘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자학적 표현을 쓰는가 하면,“나를 밟고 가라.”는 순교자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마이너스 FTA’는 안된다는 모호한 수사를 남발하며 줄타기 정치를 일삼는 이도 있다. 정작 국익을 앞세워 말해야 할 때는 침묵하다가 뒤늦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치(正治)’가 아니다. 원칙 없는 널뛰기 정치요, 인기를 구걸하는 소극(笑劇)정치일 뿐이다. 대의를 헤아리지 않는 기회주의적 포퓰리즘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백남준이 ‘쇼를 해라!’라고 했다면, 필자는 ‘정치를 해라!’라고 말해주고 싶다.jmkim@seoul.co.kr
  • [최태환칼럼] 감동도 메시지도 없는 대선정국

    [최태환칼럼] 감동도 메시지도 없는 대선정국

    최근 한 언론이 한국정치학회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71%가 올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가 눈길을 끈다.‘한나라당 후보의 인기’ 때문으로 보는 이는 3%에 불과했다.85%가 ‘노무현 정권 실정’때문이라고 봤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만 드러난 상황이다. 감동이나 감명의 메시지가 없다는 의미가 함축됐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얼마 전 “통합은 심봉사 눈을 뜨듯 감동을 줘야 한다.”고 했다. 범여권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는 그다. 그는 “악수만 있을 뿐 그랜드 비전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기성 정치세력·후보군에 대한 폄하다. 그의 발언엔 과장과 거품이 담겼다. 하지만 일정 부분 공감이 간다. 기성정치에 대한 거부감이다.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대감이다. 대선 정국이 눈앞이다. 하지만 미래 가치나 새로운 시대정신을 지향하는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경쟁 상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하고, 반사 이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당이든, 제3 세력이든, 예비후보든 마찬가지다. 국민들 가슴에 닿을 리 없다. 정치 세력의 흐름을 보면 두 축이다. 반한나라당·한나라당 포위의 흐름이 한 축이다. 노무현 정권의 부정과 배척이 또 다른 축이다. 정반대 축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네거티브 효과에 기대를 건다.‘반한나라당’은 범여권 통합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든 통합신당파이든 민생정치연합이든 지향점이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DJ도 거들었다.‘선 후보단일화 후 신당’ 훈수이다. 하지만 반한나라당의 논거가 명쾌하지 않다. 지금까지 목소리를 보면 그렇다. 일각에선 독재, 반민주, 반개혁, 반통일 세력이라 비난한다. 작위적이고 관념적이다. 민주 대 반민주, 개혁 대 반개혁, 통일 대 반통일의 대결 주장이 공허하다. 시대착오다.“노무현 정부는 실패했다. 내용도 없으면서 다시 모여 재집권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다.”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말이 오히려 공감이 간다. 대척점의 한나라당도 미래비전이 빈곤하긴 마찬가지다.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의 대결 목소리만 요란하다. 사사건건 충돌이다. 국민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는 건 당연하다. 당도 다를 바 없다. 노 정권의 ‘진보좌파, 아마추어리즘’ 이미지 부각만 있을 뿐이다. 대안이나 미래가치가 없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최근 ‘7·4·7 신화’를 들고 나왔다.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신뢰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둘 다 경제와 실용의 의지를 내세운다. 하지만 국정운영의 철학이나 미래비전이라 하기는 어렵다. 이들 캠프 사람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제도권 바깥에서는 통합과 제3의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비노무현, 반한나라당의 기치다. 하지만 대안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잡히지 않는다. 치열하고 절박한 메시지가 없다. 기존 정치권의 거부감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승부를 걸겠다면, 기만에 불과하다. 미래 비전과 철학의 빈곤은 선거를 포퓰리즘 경연장으로 만들 수 있다. 중도와 통합, 경제를 내세운 껍데기 공약의 대결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다시 세몰이, 지역대결, 계층대결의 구도로 갈 가능성이 보인다. 새로운 인기투표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한국 정치의 퇴보이고 불행이다. yunjae@seoul.co.kr
  • [열린세상] 큰 정부,작은 정부의 선택/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 교수

    세금과 관련된 논쟁은 항상 뜨겁다. 국민은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하지만 국가에 대한 기대는 큰 야누스적인 존재이다. 세금부담이 과중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국가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조세 규모는 정부 규모에 비례한다고 볼 때, 큰 정부에는 높은 조세부담이, 작은 정부에는 낮은 조세부담이 따른다.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탄생 배경에는 전제군주의 무분별한 세금징수에 대한 저항이 숨어 있다. 국회의 중요기능 중의 하나는 국가예산을 심의의결하고 조세부담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국회는 국가서비스와 국민부담의 양방향 길에서 민의를 저울질한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서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를 두고 방향을 선택한다. 우리의 선거과정을 보면 이러한 요인보다는 지연, 학연 등 막연한 기준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좌냐 우냐 하는 것도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관점이 아니라 단순한 이념 편향적이다. 국민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국정 방향도 표류한다. 그동안 참여정부의 방황도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 부담자와 국가서비스 수혜자가 일치할 경우는 국민선택이 단순하지만 서로 다를 경우에는 심각한 계층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수혜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주겠다는 후보를 선택하겠지만 부담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후보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수혜도 받고 부담도 하는 중간계층이 다수 존재하면 선택은 좀 더 복잡하게 된다. 중간계층은 수혜와 부담의 기로에서 망설이게 된다. 우리나라는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중간계층이 줄어들고 저소득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혜자층이 증가해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큰 정부를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질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참여정부가 복지를 한다고 외쳤지만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고 경제불황으로 인하여 체감하는 세금부담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성장으로 인한 괜찮은 일자리의 감소와 사업부진은 세금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진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험도 혜택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하여 복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부동산 부자 엿먹이는 높은 종합부동산세는 그 과세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서 대부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게 된다. 이러한 정책혼선의 연속이 사회정의를 흐리게 만들고 포퓰리즘 정부를 만들어 왔다. 우리나라의 2006년 조세와 사회보험료의 합인 국민부담률은 26.7%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수준 37.5%와 비교할 때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국민의 조세나 사회보험료에 대한 국민저항은 우리나라만큼 높지는 않다. 왜 그럴까.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국민이 조세부담자인 동시에 국가서비스 수혜자이다. 이들의 선택은 조세와 국가서비스의 수준을 그 당시의 경제사회 실정에 맞게 적절히 선택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저소득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조세부담자일 뿐 수혜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가 불황이 되면 조세부담이 적은 작은 정부를 선택할 유인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고령화 등 사회적 위험의 급속한 증가로 정부 역할은 어느 정도 커질 수밖에 없고 조세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정부예산에서 복지예산의 상대적 비중을 늘리거나, 예산을 절감하거나 혹은 국가부채를 늘리는 방법으로 가능하였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여기에 국민 선택의 어려움이 있다. 정치권은 앞으로 있을 두 차례의 선거에서 국민이 큰 정부와 작은 정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승리한 쪽이 국민이 선택한 방향에 따라 처음부터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진국의 정치방법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 교수
  • [사설] 무능 공무원 퇴출, 중앙정부는 뭐하나

    울산발 ‘무능 공무원 퇴출’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퇴출 후보 3%를 가려낸 서울시를 비롯해 30여개 광역·기초단체가 퇴출작업에 이미 나섰거나, 나설 계획이다. 무사안일의 상징이던 공직사회가 스스로 무능 공무원 퇴출에 발 벗고 나선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느니, 줄세우기를 강요한다느니, 복지부동을 강화할 뿐이라느니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으나 공직사회라 해서 인사혁신의 무풍지대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참여정부 들어 공무원은 4만 8000여명 늘었다. 작은 정부보다는 일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참여정부의 인사정책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내놓은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전년도보다 9계단 떨어진 38위에 그쳤다. 정부행정의 효율성이 31위에서 47위로 떨어진 것이 주된 요인이다. 공무원은 늘었으나 정부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공공부문의 효율성 제고는 우리만의 당면과제가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공무원 10만명 줄이기에 나섰고, 일본도 공무원 신분보장을 제한하는 개혁을 시작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공직부문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나라조차 공직 쇄신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무능 공무원 퇴출이 일하는 공직사회 건설로 이어지도록 정부는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퇴출자 선정 기준과 절차를 정비, 객관성을 확보함으로써 자의적 퇴출과 집단 저항 등 부작용을 예방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무능 공무원 퇴출도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고위공무원단제로 충분하다지만 이는 3급이상 공직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필요하다면 국가·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해서라도 무능 공무원 퇴출을 제도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 [데스크시각] 대선정국과 북한변수/구본영 정치부장

    꽃샘 추위가 한풀 꺾이나 싶더니 어느새 봄이다. 분단국의 숙명인가. 새봄이 오기도 전에 달아오른 올 대선정국에도 이른바 ‘북한 변수’가 어김없이 드리워졌다. 연초 북한이 반(反)한나라당 노선과 대선 개입의지를 구체화한 신년사설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해찬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방북은 그러한 ‘북한 변수’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했다. 정치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설전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당초 한나라당은 대선 전 정상회담에 부정적 인식을 표출했다. 지지도가 바닥세인 범여권이 평화무드를 조성해 지지층의 재결집을 노리는 방편이란 ‘우려’였다. 그러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전쟁까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받아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의 유불리라는 정략만 앞세워 논쟁을 벌이는 꼴이다. 정작 정상회담이 제대로 되느냐, 아니면 잘못되느냐에 따라 남북 양쪽 구성원들이 쥐게 될 손익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말이다. 먼저 연말 대선까지 무조건 남북정상회담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베이징 2·13합의 이후 북·미 관계개선 움직임 등 동북아 탈냉전이 급류를 타는 시점이 아닌가. 그런데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이 손을 놓고 있으란 것은 온당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주문이다. 그런 수세적 반응은 자칫 보수적이 아니라 수구적으로 비칠 수 있어 한나라당에도 유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범여권이 정상회담 추진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일부 ‘사이비 진보’ 인사들의 앞뒤가 안 맞는 ‘통일 포퓰리즘’이 문제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협상용이므로 (남한을 겨냥한)전쟁 위험은 없다.”고 싸고돌면서 인권 등 북한체제의 문제점을 거론하기라도 하면 “그럼 (북한과)전쟁하자는 것이냐.”고 눈을 부라리는 행태가 그것이다. 하지만 야권이 정상회담 그 자체를 비판해선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문제삼아야 할 것은 정상회담의 시기가 아니라 그 추진 절차의 불투명성이나, 정상 궤도를 이탈해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회담결과가 나왔을 때가 아닐까.2000년 정상회담 때처럼 남북간 뒷돈 거래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합의설 등 잡음이 새어나오면 마땅히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한다. 사실 북한 변수가 범여권과 야권 어느 쪽에 유리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1997년 대선에선 구여권의 정보기관이 동원된 ‘북풍 공작’ 의혹이 있었지만,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다. 반면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정상회담 성사라는 ‘낭보’가 전해졌지만, 당시 여당은 참패했다. 당(唐)의 문인 한유(韓愈)는 “귀신은 실제로 없다.”면서 “귀신이 무서워서 겁에 질린 사람들이 스스로 해코지를 당할 뿐”이라고 사족을 달았다. 여야는 대선의 유불리라는 ‘허상’에 매달려 입씨름을 벌일 게 아니라 정상회담의 내용으로 논점을 옮겨야 한다. 정상회담이 자칫 분단의 고착화에 기여하는 정략적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로 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메지에르 동독 마지막 총리의 회고는 퍽 교훈적이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사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밀어붙인 기민당의 콜 총리나, 동방정책으로 동서독 정상회담을 처음 성사시킨 사민당의 브란트 총리 등 서독 지도자들의 공적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통독의 진정한 주역은 (통독에 기꺼이 찬성표를 던진)동독주민이었다.”고 단언했다. 정상회담이 통일의 진정한 초석이 되게 하려면 남북 주민들에게 그 만남의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전달돼야 한다. 그러기만 하면 정상회담이 어느 대선주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할 이유가 있겠나 싶다. 구본영 정치부장 kby7@seoul.co.kr
  • ‘한나라 대선주자 공약’에 쓴소리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참정치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한나라당 정책 및 공약 평가대회’에서는 한나라당과 주자들의 정책에 대해 일부 쓴소리가 제기됐다.그러나 당초 기대됐던 ‘빅3 주자’들의 대리인간 핵심 공약을 둘러싼 설전은 탐색전에 그쳤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공동평가단이 한나라당의 과거 공약이행 평가와 올해 대선의 공약설정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를 했다. 공동평가단에는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김광동 나라정책원 원장, 김상규 건국대 교수,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 등 8명이 참여,2004년 이후 당 지도부의 연설 및 기자회견과 총선공약 등 44개 자료를 분석했다. 평가단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에 대해 원칙과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 현실적 실천력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 남북관계를 냉전구조, 민족공조, 국가 대 국가관계 중 어떤 기준을 선택해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평가단은 또 한나라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총론적으로는 시장친화적인 정책이라고 하지만 각론에는 오히려 반시장적 정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정책을 비판했다. 이와 함께 노동분야에 취약한 한나라당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계의 의견청취를 통해 당의 노동정책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당초 토론회에 대선주자 대리인들도 참석,‘빅3’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이명박),‘열차페리’(박근혜),‘광개토전략’(손학규)을 놓고 ‘불꽃 토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안팎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뜨거운 공방’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표 측 대리인으로 참석한 이혜훈 의원은 “오늘 토론회는 상대 주자의 공약을 놓고 토론을 하는 자리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곧 상대 진영의 정책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일 기회가 오리라 생각한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 대리인으로 참석한 윤건영 의원은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국정을 맡아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질 수 있다.”며 “포퓰리즘적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남에 가서 ‘삼합운동’을 말하면서 화합을 강조했다.”며 “당내에서도 이명박-박근혜-손학규 삼합운동을 펼쳐 화합해야 한다.”고 다른 관점을 보였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정치플러스] “현정권은 무능한 좌파·얼치기 진보”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기고문에서 진보 진영을 비판한 것과 관련,“이 정권은 유연한 진보가 아니라 무능한 좌파였으며 얼치기 진보였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4년간 이념논쟁과 보·혁갈등을 부추겨 톡톡히 재미를 본 세력들이 국정파탄의 책임을 회피하는 정책으로 다시 이념논쟁을 대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정권 실패의 원인은 어느 누구도 아닌, 진보의 탈을 쓴 좌파세력의 무능과 분열, 포퓰리즘,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이라는 독특한 리더십이었다.”면서 “경제파탄, 민생파탄, 안보불안 등에 대한 총체적 책임은 최종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 여야 “민생깽판” “취소하라”

    12일 국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반값 등록금’ 문제와 사립학교법 재개정 등 교육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막말 공방도 재연됐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정부가 ‘비전 2030’ 등 무려 1100조원의 엄청난 예산을 수반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데도 비전 2030의 0.5%의 수준인 6조원의 반값 등록금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건 결국 의지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가장학기금 설립 ▲대학기부금 세액 공제 ▲국립대 적정교육비 산출 등을 통해 ‘등록금 반값’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이 법안을 위해 4조원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므로 재정운영상 불가능하다.”며 “한나라당이 감세를 주장하면서 증세를 해야만 가능한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놓는 것은 국민을 현혹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정 의원은 이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 선(先) 무상 교육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여야간에 막말과 독설, 야유가 난무하는 낯뜨거운 공방이 재연됐다. 한나라당 이원복 의원이 한명숙 총리를 상대로 “이 정권은 4년간 개혁을 외치면서 민생을 깽판쳤다. 주체사상 신봉자를 비롯해 친북좌파에 휘둘림을 당했다.”는 등 강도 높게 정부 여당을 비판했다. 그러자 한 총리가 즉각 반박했다. 한 총리는 “이 정권이 친북좌파나 주사파와 연계돼 있다고 하는데 그런 구체적 상황이 없다.”며 “이라크에 파병하고 핵실험 이후에 지원을 끊는 친북좌파가 있느냐.”고 맞받아쳤다.하지만 이 의원은 “언제나 남의 탓, 한나라당 탓만 하고 개혁을 외치면서 개판을 쳤다.”고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이에 한 총리는 “개판이란 말은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 의원은 “국민의 마음을 전하려는 것”이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후 질의에서는 ‘깽판’ 발언을 놓고 또다시 설전이 이어졌다.우리당 김종률 원내부대표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이 의원의 발언 취소와 속기록 삭제를 요청했으나 한나라당 김재경 원내부대표는 “‘깽판’이라는 말씀은 대통령이 먼저 쓴 것 아니냐.”고 말했고, 그러자 본회의장 의석에서는 한바탕 고성과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전략] 정치권·네티즌 반응

    5일 복무기간 6개월 단축 등을 골자로 한 병역제도 개선안이 나오자 정치권과 관련 정부 부처에서는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번 병역제도 개편에 따라 전·의경 제도 폐지 방침이 전해지자 일선 경찰관서에서는 민생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개선안이 전반적인 인적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라며 환영한 반면 한나라당은 대선을 앞둔 인기영합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이기우 원내 공보부대표는 “개선안의 핵심내용인 ‘2년 더 빨리 5년 더 일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기조에 대해 동의한다.”면서 “군대내 다양한 교육과 제대후 프로그램 도입 등 미세한 세부채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과 부모들의 표를 의식해서 내놓은 포퓰리즘적 발상에 불과하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표만을 계산하는 인기영합적 정책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전·의경 폐지방침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경비과장은 “직업 경찰관 증원 없이 전의경 제도가 폐지되면 도심지역에 대형 집회시위가 있는 날은 민생치안이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면서 “일선 치안을 고려하면 최소한 전의경 감축 인원의 70% 규모로 직업경찰관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서 직원은 “전의경은 집회시위 대응뿐 아니라 청와대, 정부기관, 외국 대사관, 미군기지 등 주요시설 경비와 교통관리 보조, 방범순찰 활동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치안 역량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네티즌들은 군복무 기간 단축을 대체로 환영하는 가운데 “사병간 명령 못하게 하고 복무기간도 우리때 방위 수준으로 줄이면 그게 군이냐.”는 등 복무기간 단축을 반대하는 반응과 “모병제 될 때까지 군대 안 가고 버틸 것”이라는 등 모병제 도입을 촉구하거나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종락 구혜영 김기용 기자koohy@seoul.co.kr
  • [서울광장] ‘盧 경제성적’ 어떻게 봐야 하나/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盧 경제성적’ 어떻게 봐야 하나/우득정 논설위원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병력의 절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당대 최고의 명장 폼페이우스를 패퇴시킨 요인을 ‘현실 안목’에서 찾았다. 그는 카이사르가 쓴 ‘내전기’에서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밖에 보지 못한다.”는 구절에서 해답을 구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 폼페이우스에 비해 그 이상에까지 시선이 미친 카이사르의 안목이 기원전 48년 로마 내전의 분수령인 파르살로스 회전의 승패를 결정지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4년의 경제성적표를 두고 상반된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참모들은 “전혀 꿀릴 게 없다.”며 자신만만하다.‘자기도취’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노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수출증가액, 경상수지, 주가, 환율, 성장률 등을 정부출범 당시와 비교하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투로 자랑했다. 당초 7%를 목표로 했던 성장률은 4년 평균 4.2%로 추락했음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7위 정도의 성적이라며 경이적인 기록인 양 뽐냈다. 그것도 야당과 언론들이 끊임없이 위기니 파탄이니 하면서 저주하는 가운데 이룬 성과라고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지칭한 ‘언론권력’들은 ‘잃어버린 4년’‘지난 4년 국토균형발전 사실상 실패’‘한국 4년 성장률 아시아 꼴찌 수준’‘성장·분배 다 놓친 첫 정부’‘정치에 휘둘린 참여정부 경제’ 등 온갖 험악한 용어를 동원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내수의 대표적인 지표인 소비증가율이 외환위기 수습을 떠맡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 비해 반토막이라고 혹평하는가 하면, 포퓰리즘에 기댈 때부터 최악의 성적표는 예견됐다며 노 대통령이 자랑하는 성적표를 사정없이 깎아내리고 있다. 똑같은 숫자를 놓고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가 내려지다 보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왜 그럴까. 서로가 보고 싶은 현실만 보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서로’에서 한발 비켜선 연구기관들의 평가는 어떨까. 민간연구기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국책연구기관들도 참여정부 4년의 경제성적에 그리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지 않다. 첫단추부터 잘못 뀄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기존 질서를 바꾸겠다고 덤벼든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지역균형 개발과 행정수도 이전, 수도권 규제는 집값·땅값 폭등으로 이어졌고, 출자총액제한제로 대표되는 재벌 규제와 정부 역할 강화 등은 반기업 정서 확산 및 투자 위축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꼬리표처럼 뒤따르는 성장과 분배 논란도 마찬가지다. 자유와 경쟁이라는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가진 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발상이 잠재성장력 위축, 기업경쟁력 약화, 국부의 분배 왜곡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이 끊임없이 자화자찬하듯 과거 정부와는 달리 무리한 부양책을 동원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또 2001년과 2002년 국민의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앞당겨 쓴 빚을 갚느라 출범 초기부터 기아선상에서 허덕인 만큼 참여정부가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을 몽땅 뒤집어쓰기에는 억울하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것 같다. 특히 조세와 금융 규제에 과도하게 의존한 수요억제 정책, 건설에 편중된 경제사업 등이 그 대상이다. 참여정부 경제성적은 그때쯤에나 매겨져야 할 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데스크시각] 검찰 수사의 한계/오승호 사회부장

    요즘처럼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적은 드문 것 같다. 사회의 이목을 끄는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법원과 구속영장 발부를 둘러싸고 갈등만 빚다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며칠 전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채무탕감 로비 의혹’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은 변 전 국장을 론스타 사건의 핵심 인물로 여겼지만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자 다른 사건으로 옭아맨 뒤 계속 수사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그는 뇌물 사건에서마저 무죄 판결을 받아 론스타 수사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검찰이 기댈 곳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나 마이클 톰슨 법률고문 정도다. 그런데 이들은 여러차례 소환에 불응한데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법원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로비 의혹 재판에서 이들을 소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마이클 톰슨은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는 것을 보장해 주면 증인으로 나가겠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한다. 미국사회에서 범죄 혐의자나 변호인은 한국에선 체포가 곧 구속으로 이어진다고 인식한다. 결국 그동안 검찰에 숱하게 불려다닌 이들의 명예만 심하게 훼손하고 진실은 가려내지 못하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에 직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피해자가 국가이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반 국민이나 기업이 피해자였다면 피해 사실을 적극 알리는 등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의 강도가 더 컸을 것이고, 그러면 수사도 탄력을 받았을 것이란 요지였다. 여론몰이식 수사나 포퓰리즘에 기대던 발상은 아닌지, 헷갈리게 했다. 인권을 소중히 여기면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로 사회정의를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제이유 사건은 더 가관이다. 사건 피해자나 시민들은 정상명 검찰총장이 “사상 최대 사기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밝혔을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걸었다. 다단계 업체인 제이유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는 바람에 현재까지 직업군인 출신을 포함해 4명이 투신 자살했다. 그런데다 경제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이 수십만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파장이 큰 사건이다. 검찰은 다음주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속된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과 정치인, 전·현직 공직자와의 유착 관계를 속시원히 밝혀낼지 두고 볼 일이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검찰총장 발언이 나왔을 때 일각에선 론스타 수사가 어려움에 봉착하자 여론을 제이유로 쏠리게 하려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김흥주 로비의혹 사건 역시 현직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소환 여부를 질문하면 “대검이 감찰 조사를 하고 있으니 그쪽에 물어보라.”는 짤막한 멘트만 한다고 일선기자들은 전한다.‘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검찰 수사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왜 이렇게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일까. 일부 검찰 간부들은 “젊은 후배들이 옛날 같지 않다.”고 빗대기도 한다. 악착같이 달려들지 않는다는 얘기일 게다. 그러나 혹시 영화속의 장면처럼 진실을 파헤치려는 젊은 검사와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라고 이를 말리는 상사와의 갈등 때문인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정치권에선 제이유 사건에 대한 특검 추진도 제기되고 있다.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치우침 없는 수사를 다짐할 때다. 오승호 사회부장 osh@seoul.co.kr
  • “대통령은 독선 버리고 조정능력 갖춰야 포퓰리즘 혁신없인 정부실패 반복될것”

    ‘바람직한 한국 대통령의 리더십은 무엇인가.’ 한국정치학회와 관훈클럽이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한국 대통령 리더십 학술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리더십을 분석, 평가하면서 “독선을 버리고 조정 능력을 갖춰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차기대통령, 국민통합으로 리더십 위기 극복해야 고려대 함성득 교수는 “앞으로의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동안 악화된 경제적 상황을 일자리 창출을 통해 완화하고, 이념과 지역, 그리고 세대별로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 정치적으로 ‘다수파 대통령’이 되어 현재의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치상황은 ‘안정과 개혁’ 또는 ‘보수와 진보’와 같은 타협이 어려운 ‘정치의 양극화 현상’을 낳고 있다.”면서 “이들간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 조화시켜 나아가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대통령의 바람직한 리더십의 형성과 발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실패한 미국 대통령 리더십의 특징으로 ▲명확한 국정비전의 결여 ▲타협능력의 결여 ▲미숙한 정치적 기술 ▲소통능력의 결여 ▲부정직성 ▲인격의 결여 등을 꼽으면서, 실패한 리더십에서 벗어나기 위해 ‘입법적이고 관리적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법적·관리적 리더십과 함께 대통령 자신의 성숙된 인격, 또는 정신적 성숙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덕목”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후 파격적인 발언과 행동은 탈권위주의에는 도움이 됐으나 보수층의 실망감과 경멸감을 높이고 국민통합을 위한 대통령 자신의 권위를 실추시켜 부정적인 소수파 대통령으로 남게 돼 사회불안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올 대선, 후보자 품위와 경륜 선호될 듯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2007년 대선은 이전의 대통령 선거와 비교할 때 후보자의 개인적 특성이 강조되는 선거로, 사회적 균열과 같은 구조적 요인보다 후보자의 개인적 속성이 중요하다.”며 숭실대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진보적 성향’‘품위와 위엄’‘안정적 인물’‘여론 중시하는 민주적 리더십’‘산업화에 공헌’‘도덕성보다 능력’‘경륜 있는 인물’ 등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았다. 강 교수는 “품위나 안정, 경륜 등을 선호하는 것을 볼 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차기 대통령의 원하는 리더십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역대 대통령 평가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다양한 리더십을 분석했다. 명지대 김도종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이 정부 수립과 한반도 안정 등 성과를 이뤘지만 출중한 능력이 독선과 오만으로 나타나 좌·우익 모두를 정적(政敵)으로 만들어 ‘실패한 지도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주대 이강로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강력한 ‘경제 리더십’이 있었지만 부의 편중, 소외계층 양산 등으로 정치적 반대세력의 도전을 초래해 1970년대 이후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경남대 김용복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은 준비되고 전문적인 능력을 가졌지만 자신의 권력기반인 청와대와 호남 기반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이 부정과 비리를 낳은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창원대 안병진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리더십을 현재의 민의(民意)보다 미래과제만 강조하는 ‘토플러주의’와 기득권층과 대립각을 세우는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질적인 혁신 없이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반복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KTX여승무원 직접고용 불발

    KTX 여승무원을 한국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적극 나서겠다던 노동부의 정책방향이 사실상 없었던 일로 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18일 “KTX 여승무원 문제를 오는 5월 확정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차원에서만 다루는 것으로 역할을 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겠다는 방침에서 선회한 셈이다. 이상수 장관의 정책 방향에 철도청이 강력 반발하고 건설교통부·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 역시 난색을 표한데다 KTX 여승무원들마저 “이번 사안은 정부가 나설 게 아니고 노사간에 해결할 일”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당사자 모두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면서 가뜩이나 ‘포퓰리즘’ 비난 등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한편 철도청은 이날 노동부가 추진하려던 승무원 처리 방향에 대해 ‘수용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이 KTX 여승무원 문제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오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KTX 여승무원 처리는 법과 원칙이 따를 뿐 추호의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이 사장은 “이 장관의 발언은 노동부와 철도청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사안”이라며 “정부와 공사간 이견·반목으로 비추어질까봐 별도 반박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류찬희 김태균기자 chani@seoul.co.kr
  • [4년연임제 개헌 제안 파장] 정책효과 5년→8년 긍정적

    대통령 임기가 4년 연임제로 바뀔 경우 경제에는 득(得)이 될까. 전문가들은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 측면에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경기를 선거에 활용하려는 `정치적 경기변동´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단기적으로 개헌 논의가 정치적으로만 활용되다 흐지부지될 경우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개혁입법의 처리가 지연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확산으로 증시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9일 “4년 연임제로 바뀌면 대통령이 재선을 고려해 최소한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정책에 대한 `피드백´ 역할을 하기 때문에 책임성 면에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부동산 세제의 근간을 고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데 연임제로 간다면 정책효과가 길어져 일관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또 5년 단임제에선 잘못된 정책이 즉각 고쳐지지 않아 시장이 왜곡되기도 하지만 연임제에선 정책 실패의 수정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서강대 김경환 경제학 교수는 “8년에 걸쳐 평가를 받으니까 중장기 안목에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대선을 의식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치적 경기변동´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이러한 포퓰리즘에 근거한 정책은 단임제든 연임제든 모두 큰 문제이지만 연임제에선 특히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더욱 중시된다고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선거를 한꺼번에 치른다고 돈이 더 풀리거나 경기가 들썩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기업들은 5년 단위로 하던 투자계획을 8년 단위로 바꿀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리더십이 안정되면 시계(視界)가 길어져 경제도 안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개헌 논의로 국회의원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정책발의는 줄어들 것”이라면서 “다만 개헌에 들어가면 4월 말까지로 예상한 국민연금법이나 자본시장통합법 등은 처리가 지연돼 경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2007 월드 포커스] (6) 대통합으로 가는 중남미

    [2007 월드 포커스] (6) 대통합으로 가는 중남미

    ‘뭉쳐야 산다.’2007년 중남미 국가들의 화두다. 지난해 연이은 좌파 집권으로 견고한 ‘정치 블록’을 형성한 중남미가 유럽연합(EU)에 이어 ‘라틴연합’이라는 역내 ‘거대 단일경제권’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역내 경제인구로 따지면 EU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능가하는 최대 경제권이 된다. 통합 세력의 중심은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이다. 전체 인구 5억 6000만명, 중남미 국내총생산(GDP) 2조 5300억달러(2005년 기준)의 ‘이머징 마켓’. 석유·천연가스 등 세계의 주요 원자재 공급지인 중남미는 거대 통합체를 향해 질주하는 형국이다. 오는 18∼19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담을 통해 가시화될 중남미 ‘대통합의 미래’를 들여다 본다. ●중남미통합의 핵,‘메르코수르’ 중남미 국가 전체 경제성장률도 견고한 성장세다.2004년 5.5%,2005년 4.4%, 지난해 5.3%로 2002년 이후 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메르코수르가 좌파 정부들의 최대 정치·경제적 블록이 되고 있다. 브라질 등 기존 5개 정회원국에 이어 볼리비아와 에콰도르가 정회원 가입을 추진 중이다. 역내 최대 경제국 브라질은 지난해 무역흑자 460억 7700만달러, 외환보유고 858억 3900만달러로 집계, 각각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비교적 더딘 성장세지만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경제 개혁과 투자 확대가 점차 효력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는 4년연속 평균 8% 이상의 성장률을, 지난 3년 동안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의 GDP성장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10% 안팎을 보이고 있다. ●미래는 ‘라틴연합’ 중남미 좌파 정권의 활발한 통합 움직임은 높은 국민지지율과 정국 안정이 원동력이다. 강한 이념적 동질감이 역내 정치·경제공동체의 엔진이 되고 있다. 현 남미국가공동체(CSN) 12개 회원국 중 콜롬비아를 제외한 11개국이 좌파 정권이다. 지난해 12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CSN 정상회담에서 EU식 통합을 제안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메르코수르를 주축으로 또 다른 경제공동체인 안데스공동체(CAN)를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통합의 단계별 방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달 EU의회를 본 뜬 메르코수르 의회가 출범한 데 이어 중남미 은행 창설도 협의되고 있다. 이 은행을 통해 에너지 공동개발과 역내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미국 달러와 유로화에 대응할 ‘통합 화폐’을 제안하고 나섰다. 메르코수르의 빠른 행보에는 경제블록이란 한계에서 벗어나 빈부격차 등 정치·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소한다는 정치적 포석도 엿보인다.‘포퓰리즘 정권’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 경제공동체를 통해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 새로운 정치 모델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역내 좌파 정권들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전략적 동맹’의 토대가 된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회원국간 경제 격차 해소 정치는 ‘좌향좌’, 경제는 실용주의 노선을 꾀하고 있는 ‘좌파 블록’의 통합 관건은 경제적 불균형 해소에 있다. 브라질은 우선 메르코수르내 경제적 약소국인 우루과이와 파라과이에 성장동력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수입규제를 완화하고 관세 철폐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회원국간 무역대금 결제화폐를 미국 달러화에서 자국통화로 사용한다는 제의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의해 합의됐다. 향후 전체 회원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유럽은 50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3∼5년이면 해낼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룰라 대통령은 “누가 더 미국과 가까운가를 경쟁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중남미 좌파 정권들이 미국의 턱 밑에서 미국 주도의 NAFTA에 대응할 새로운 통합을 이뤄낼지 관심거리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룰라 “경제 성장·치안 안정에 전력”

    실용적 좌파 노선을 앞세워 경제 초강대국을 꿈꾸는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연임에 들어갔다. 임기는 오는 2010년까지 4년이다.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이례적으로 외국 정상들이 전혀 초청되지 않았다. 일반 시민과 사회단체 회원, 집권 노동자당 당원 등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취임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2003년 첫 취임식에는 15만여명이 참석했다.룰라는 브라질 역사상 연임에 성공한 두 번째 대통령. 그는 취임사에서 경제성장과 소외계층 해소에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연평균 5%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실용정책으로 경제성장에 치중 그는 미국과 각을 세우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과 달리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도 실용적 협력의 기존 외교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취임식에서 지난해 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발생한 폭동을 “명백한 테러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해 치안안정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혔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다른 브릭스(BRICs) 경쟁국에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과 고질적인 치안불안은 룰라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강화를 앞세운 중남미 통합 논의 확대도 룰라 2기 정부 주요 과제다. 룰라 대통령은 이달 중순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 꾸러미들을 풀어놓은 뒤 2월 초 새 내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BBC 등이 전했다. 연립정부에 참여한 정당간 각료직 배분 협의가 끝나지 않아 새 내각 명단은 2월 초에 발표될 전망이다. 현재 전체 34개 장관급 각료직 가운데 17개를 집권당이 차지하고 있다.●치안 안정이 발등의 불 경제와 관련, 룰라 대통령은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유임시키는 등 기존 정책의 골격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룰라는 이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빈곤층을 줄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자신이 2003년 집권 이후 추진해온 각종 사회정책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은 오는 19일 리우 시에서 메르코수르 정상회담과 7월 아메리카 대회를 개최한다. 또 2014년 월드컵,2016년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어 국가적 과제인 치안불안 해소에 전력을 쏟을 전망이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한나라 “軍복무 단축 반대”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군 복무기간 단축’ 발언에 대해 성탄절 연휴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다가 26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등 공개적으로 당장엔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뒤늦게 입장을 밝힌 것은 연휴 동안 심도있는 논의를 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300만∼400만명에 달하는 군 입대 연령층의 대선 표심(票心)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당내 대선주자들은 젊은 유권자들을 의식, 이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여전히 신중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핵 문제로 안보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 복무 제도의 급격한 개편은 국민합의를 얻기 어렵다.”면서 “노 대통령이 지난 8월 병역지원 연구기획단을 발족시킨 뒤 최근 군복무 기간 단축, 유급사병제 도입 등 개편안이 무질서하게 쏟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사병 복무 제도는 대선을 겨냥해 포퓰리즘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한반도 평화가 정착될 경우 청년실업을 완화시키는 등 여러가지 관점에서 징병제를 순차적으로 손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군복무제도 개편 6대 원칙을 내놓았다.6대 원칙에는 ▲주요국가안보정책을 대선을 겨냥한 선심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고 ▲군 개편을 종합적으로 수립, 연계하고 ▲유급 지원병 제도를 추진하고 ▲사병복무 제도 단축을 시행하고 ▲분명한 재원마련 계획을 먼저 제시하고 ▲국회가 중심이 돼 작성하고 국민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한나라당은 또 당내 국방개혁특위를 구성, 군복무 기간 단축을 포함한 자체 국방개혁안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련키로 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핵 때문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중하고 철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핵 위기로 안보상황은 더 악화시켜놓고 복무기간을 단축시킨다면 설득력이 있겠느냐.”면서 “군복무기간 단축은 안보여건이 된다면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안보상황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이수원 공보특보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인 만큼 전반적인 사안을 함께 검토해 조만간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사설] 한국경제 벌써 대선논리에 휘둘리나

    한나라당이 토지임대부 분양제를 당론으로 채택한 뒤 10여 가지 부동산대책이 정치권에서 쏟아졌다. 특히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내년부터 공공택지에서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분양을 시범 실시하는 한편 9월부터 민간택지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그런가 하면 주택담보 대출을 죄기 위한 아이디어도 하루가 멀다하고 ‘검토 의견’으로 고개를 내민다. 대선을 1년가량 앞두고 벌써 정치권이 기선잡기에 나선 형국이다. 문제는 새로운 정책에 소요되는 재정적 뒷받침을 해야 하는 정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당초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분양제 도입에 대해 공급 위축 가능성과 재정 부담 등을 들어 난색을 표했으나 결국 여당 요구에 굴복했다. 여권은 당정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정책 실무자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여전한 걸 보면 정치논리에 정책판단 기능이 뒷전으로 밀렸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한나라당이 예산 통과 합의를 어기면서까지 집착하는 택시 LPG특소세 면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수 결손은 어떻게 되든 표가 되는 정책이라면 선점하고 보자는 배짱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은, 내년엔 ‘정책 버블’로 일컬어지는 정치권발(發) 리스크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경제의 사활이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우리 경제는 대내외 변수가 곳곳에 도사린 가운데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최소 필요요건인 연간 30만개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정책 과잉공급이 경제 기조마저 뒤흔든다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예견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경제 사령탑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경제정책이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도록 친시장 쪽으로 방향타를 굳건히 잡으라는 얘기다. 경제부총리의 확고한 소신과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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