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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시 탄소배출시장 진출 본격화

    대구시가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유엔이 관리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15일 대구시에 따르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평가위원 3명과 한국품질재단 심사위원 5명이 16∼17일 이틀동안 대구를 방문, 방천리 쓰레기매립장 매립가스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의 온실가스 감축 모니터링 실적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한다. 현장검증은 UNFCCC로부터 탄소배출권을 인정받기 위한 사전 단계의 절차다. 유엔 현장검증단은 매립가스 자원화시설과 매립가스 포집량, 자원화사업 현황 등에 대한 데이터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대구시는 현장검증에서 나온 지적사항과 시정조치 사항을 보완한 뒤 온실가스 감축 결과를 UNFCCC에 보고하면 심사를 거쳐 공인된 탄소배출권을 얻을 수 있다. 탄소배출권은 유엔의 주도로 탄생한 에너지 파생상품이다. 조림업체 등 탄소배출권을 보유한 기관은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업체나 기관으로부터 기준 이상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돈을 받을 수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방천리 쓰레기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난방열 보일러 연료로 공급, 연간 5억 1200만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민간사업자인 대구에너지환경㈜은 매립가스를 모아 중질가스로 전환한 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판매하고, 대구시는 대구에너지환경으로부터 매립가스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8월 UNFCCC 사무국에 이 시설을 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로 등록했다. 매립가스를 모아 연료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이 파괴돼 온실가스 감축시설로 인정받은 것이다. 대구시는 연간 온실가스 감축량이 40만 4000t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서울·중부 3일 황사

    3일 오전 서울과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황사가 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일 “한반도 북서쪽인 중국 북만주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가 남하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3일 오전 한반도 중부지역까지 내려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쯤 북만주 통랴오 지역에서 ㎥당 미세먼지 농도가 2000㎍(마이크로그램) 이상으로 오른 데 이어 오후 4시20분에는 ㎥당 최대 2180㎍까지 상승하는 등 짙은 황사가 관측됐다. 기상청은 ㎥당 미세먼지 농도가 400㎍ 이상이면 황사주의보를,800㎍ 이상이면 황사경보를 발효한다.한편 한국산업안전공단은 황사마스크 제조 인·허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황사마스크 품질검사기관으로 지정됐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7월 황사마스크를 의약외품으로 분류하고 산업용 방진마스크 수준의 성능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만 제조를 허가키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황사마스크 제조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분집포집효율 등 산업안전공단의 성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이동구 이경주기자kdlrudwn@seoul.co.kr
  • [기고] 고유가 넘을 에너지기술 혁신 긴요하다/ 신성철 한국에너지자원 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우려하던 100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석유가동향이 주가동향과 함께 매일매일 주요 경제뉴스가 된 지도 오래되었다. 노동자 파업, 태풍 등 원유 생산차질로 인한 수급 요인뿐만 아니라, 테러 등 정치적 요인이나 투기자본의 움직임, 미국 달러가치의 하락 등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에 의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한 고유가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러한 고유가 현상이 단기적, 한시적인 것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장기적이며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1970년대 겪었던 고유가 시대와 같이 잠시 고비를 잘 극복하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급면에서나 수요면에서 모두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중국, 인도 등 신흥 거대 개도국의 에너지 수요확대 전망과 점차 열악해지는 석유공급능력의 한계로 인하여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에 더하여, 지구온난화의 기후변화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전 지구적 위기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고유가 문제보다 오히려 훨씬 더 심각하고 어려운 과제라 할 수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전문가들에 따르면,2100년도 기준 온실가스 대기농도를 550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이 에너지 사용량을 반절이상 줄여야 하며, 미국의 경우는 무려 5분의1까지 대폭 감축하여야 한다. 또한 중국 및 인도는 향후 에너지소비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경제성장을 이루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실현 가능한가? 따라서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한 공동노력은 이미 유엔을 비롯하여 세계 정상모임의 주요 의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며, 또한 세계 유수기관의 주요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궁극적 해결책의 핵심은 획기적인 에너지기술력으로 세계에너지시장을 비화석연료(carbon-free)·청정 에너지기술시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독일에서 개최된 G8 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에서는 전체 37쪽의 반절 분량에 걸쳐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나갈 구체적인 방향으로 에너지효율향상, 신재생에너지개발, 온실가스 포집·저장 기술, 원자력발전 등 에너지기술 협력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현재 고유가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절약운동을 강화하고 수요관리사업을 적극 추진하여 불요불급한 에너지소비를 줄여 나가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시적 고유가상황이 아닌 장기적인 성격이며, 또한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시대적 도전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장기적 종합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에너지기술 혁신 및 정책에 대한 정부의 보다 강력한 추진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의 정부지원규모는 최근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여 세계적으로 4∼5위 수준이다. 이제 질적인 향상을 적극 도모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합리적 비전과 차별화된 전략을 갖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되도록 체제를 튼튼히 하고,NT//BT//IT 등 첨단과학기술과 에너지기술과의 접목을 강화하여 획기적 기술돌파를 이룰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고유가를 감내할 에너지저소비형 경제사회구조를 구축하고, 또한 미래 세계청정에너지기술시장을 향한 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최근의 고유가시대가 우리의 에너지기술정책을 재조명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신성철 한국에너지자원 기술기획평가원 원장
  • 교포(僑胞)집뜰안에 솟아오른 유전(油田)노다지

    「시카고」에서는 공연이 끝나기가 바쁘게 다시 「로스앤젤리스」로 돌아가야 했다. 27일의 「로스앤젤리스」 「앰배서더·호텔」공연때문. 대륙횡단 비행이란 참으로 지리한 것이다. 더욱 혼자 여행하기는 따분하기 짝이 없다. 누구하고 얘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어디 아는 얼굴이 있어야지. 다른 승객들은 저마다 쌍쌍으로 짝 지어 이 고독한 나그네의 말상대 해줄 눈치는 전혀 보이질 않고. 「로스앤젤리스」에서의 공연은 퍽 성공적이었다. 1천5백명 가량의 교포가 모였다. 「후랭키」손(孫)악단의 연주와 한국국악원 출신의 젊은 악사들의 연주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특히 판소리와 한국무용이 많은 갈채를 받았다. 그곳에서 이로미(李魯美)양을 만났다. 이종철(李鍾哲)씨(코미디언)의 맏딸인 이양이 송민영 악단의 반주로 노래를 불렀다. 「쇼」가 끝난 다음 아래층에서는 다시 김광수(金光洙) 악단의 연주로 새벽2시까지 「댄싱·파티」가 벌어졌다. 망년회를 겸한 오랜만의 모임. 해외에 나와서 맞이하는 망년회「파티」란 무엇인가 각별한 감회를 안겨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인 교포들이 모두 한집 식구처럼 오순도순 단란한 분위기. 미국에서도 이「로스앤젤리스」에 가장 많은 한국인이 살고있다 한다. 약 3만명 가량. 「라스베이거스」가 가깝기 때문에 연예인들도 가장 많이 집결돼있다. 그동안 「유럽」순회공연으로 인기를 떨친 유주용(劉胄鏞)·윤복희(尹福姬)부부가 10월20일께 미국에 와서 「로스앤젤리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로스앤젤리스」에서 한시간 거리에 송민영(宋旻榮)부부가 「기타리스트」조현과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트럼피트」를 불며 「암스트롱」흉내를 잘 내던 장경환, 양철씨등이 역시 큰 인기. 가수 양우석군은 김광수씨와 함께 한국인 경영의 「나이트·클럽」에서 교포들의 향수를 달래주고 있다. 김광수씨 집에는 교포들의 출입이 거의 끊이지를 않았다. 「로스앤젤리스」에 와있는 사람치고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새벽까지 많은 교포들이 모여 굶주렸던 얘기의 꽃을 피운다. 아주머니가 내주는 진짜 김치 맛도 교포들에게 큰 인기. 처음엔 퍽 고생을 했다는 김광수씨는 이제 「비크」8기통을 손수 운전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고국소식 전하며 웃음꽃 각지역 교민회와 유대도 「로스앤젤리스」에는 현재 한국인 경영의 「개솔린·스테이션」이 50군데나 된다고 한다. 낮에는 기름묻은 작업복에 싸여있지만 밤만 되면 1급 멋장이 신사가 된다. 최신형 자가용차를 몰고 유유히 여가를 즐기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숱한 고생들을 했다한다. 이곳 「로스앤젤리스」의 교민회는 다른 도시보다 잘 조직되어 미국 각지의 「센터」역을 하는 것 같다. 각지의 교민회와 연락을 하면서 앞으로 많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번 이미자(李美子)양을 초청했었고, 나도 이들의 초청으로 왔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연예인들을 초청할 것이라 한다. 사실 나는 12월이란, 가장 바쁜 「시즌」에 와서 손해가 적지않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고국소식에 굶주린 교포들을 만나 웃음을 나눠주면서 각 지역 교민회의 유대강화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니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71년 정초, 나는 「샌프런시스코」로 갔다. 2일 저녁에 새해 최초의 공연. 공연장엔 「밴드」도 없고 가수도 없었다. 「피아노」하나를 갖다놓고 교회 성가대 지휘자에게 반주를 부탁하고 내가 「원맨·쇼」와 노래를 했다. 1시간가량 웃기고 나니 시장기가 들었다. 공연 뒤엔 한국영화 상영이 있었다. 장일호(張一湖)감독의 『황혼의 블루스』. 「토키」가 잘나오지 않아서 감상하는데 고생깨나 했다. 뜰안 손질하다 석유 솟아 이 지방에선 가끔 있는 일 이제 미국에서도 국산영화를 볼 기회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교포들의 말은 한결같이 『왜 그렇게 눈물 짜는 영화만 만드느냐』는 것이다. 분주한 생활 속에서 즐기기 위한 시간을 영화관에서 갖자는 것인데 눈물이나 짜고 있으니 실망 안할수 없다는 것이다. 어색하고 촌스런「나이트·클럽」장면, 춤추는 「엑스트러」는 어느 영화나 똑같은 인물, 남자 주연이 여자 주연을 때리고, 어린아이를 등장시켜 잔인할 정도로 울리고 - 등등 불만이 많다. 한국서 최고로 멋있다는 모 남자배우의 「무스탕」이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앞뒤로 「클로스·업」되지만 사실상 미국서는 학생들이나 몰고다니는 싸구려 자동차. 이왕 해외에 내보내는 영화라면 섣불리 현대문명을 내보일게 아니라 한국만이 가진, 한국 고유의 것을 담은 영화였으면 하는 것이 한 교포의 얘기였다. 대부분의 교포들이 피나는 노력으로 부유한 생활기반을 닦게 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예외도 없지 않다. 그 하나가 자기집 뜰에서 석유가 솟아올라 갑자기 노다지를 잡은 경우. 「로스앤젤리스」의 실업가 이경동씨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그는 어느날 뜰을 손질하다가 이 석유광맥을 잡아 벼락부자가 된 것인데 석유산지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따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국인 많은 「로스앤젤리스」에선 나는 그 잘하는 영어회화 한번도 못해봤다. 그리고 그 흔한 미국음식 한번 못먹었다. 「로스앤젤리스」야 말로 영어 못하는 사람도 살 수 있는 곳이다. 만나는 사람이 모두 한국인이고, 한국 신문에 한국어 방송, 한국음식점, 한국식품점. 식품점에 가면 젓갈, 오징어포등 없는게 없다. 서울서 얼마전 만났던 친구를 만나게 되고 매일같이 교포집에 초대를 받는다. 교포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고국사람을 환영하는 뜻으로 빈대떡이며 콩나물, 김치, 찌개등을 대접한다. 나야 서울서 실컷 먹어온 음식이니까 조금도 귀한 진미가 아니다. 한식요리에, 서울서 지겨울 만큼 들어온 이미자의 노래를 틀어놓고 귀빈대접을 하는데, 그 정성에 싫다할 수도 없었다. 이곳에서 놀날놋자는 감히 상상도 못할 「섹스」영화가 공공연하게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점이다. 나도 교포의 안내로 구경을 했다. 「스크린」에 펼져지는 그 질펀한 「무드」에 나는 배 창자가 당기고 숨결이 차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중간에 퇴장해 버렸다. <계속> [선데이서울 71년 1월31일호 제4권 4호 통권 제 121호]
  • [월드 사이언스] 英 과학자문委 유인우주선 프로젝트

    [월드 사이언스] 英 과학자문委 유인우주선 프로젝트

    금주부터 ‘월드사이언스’가 신설됩니다. 월드사이언스는 한주일 동안 세계 각국에서 보고된 과학 분야 최신 연구 동향과 전문 리포트를 요약해서 전하게 됩니다. ●영국도 우주인 양성 나설까 오는 10월 새 우주정책 발표를 앞두고 영국 과학자문위원회가 유인우주비행선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1960년대 미국 아폴로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과학분야의 박사과정 학생들 숫자가 급증했듯이 유인우주비행선 프로젝트는 젊은층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봄 영국과 프랑스, 인도, 중국 및 미국을 포함한 14개 국가가 국제협력을 합의한 국제탐사전략(한국은 참여 검토중)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5년간 5000만 파운드(약 940억원)에서 7500만 파운드(1408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두 명의 우주인을 2010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암세포 만드는 암줄기세포 발견 암줄기세포의 특정 개체들이 종양세포의 전이를 유도하고, 치료제에 대한 저항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듀크대학 제레미 리치 박사는 췌장암 연구를 통해 일부 종양들이 줄기세포와 유사한 암줄기세포(CSCs)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금까지 CSCs는 종양 형성을 유도하고 일반적인 항암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측됐지만, 가설로만 알려져 왔다. 리치 박사는 “췌장암을 통해 얻어진 연구지만 유방암, 결장암, 뇌종양, 전립선암 등에서도 동일한 메커니즘을 예상할 수 있다.”며 “종양세포의 전이를 유도하는 특정 세포집단을 밝혀낸 만큼,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새로운 항암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베트, 청정에너지 도입 나서 티베트가 태양에너지, 수력에너지, 생물에너지, 지열에너지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 활용을 모색중이다. 티베트가 최근 중국 정부에 제출한 ‘목재에너지 대체발전 전략연구’에 따르면 티베트는 지금까지 목재와 분뇨를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했다. 보고서는 “태양에너지만으로 매년 13t의 석탄을 절약할 수 있고, 지열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350곳의 발전량은 300만t의 석탄량과 맞먹는다.”면서 “풍력자원 역시 독일과 네덜란드를 앞서는 수준인 만큼 자체 활용에 그치지 않고, 중국 본토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의회, 연구기관 기술이전 활성화 미국 의회가 700여개 정부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을 산업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의회측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민간분야 및 주정부로의 기술이전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이는 기업이 정부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꺼리는 결정적 이유”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정부는 기술 이전을 관장하는 연방 연구기관(FLC)을 운영하고 있고, 기술혁신법과 종합무역 및 경쟁력법 제정, 중소기업기술이전프로그램(STTR) 등 다양한 기술이전 촉진 방안을 시행중이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국방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의 상업적 이용, 산업계로의 직접 지원, 시장수요를 감안한 연구개발 과제 선정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제주 600평 논농사 전국농사 좌지우지

    제주 600평 논농사 전국농사 좌지우지

    “화산섬 제주는 벼농사의 불모지다.”“물 빠짐이 너무 좋아 벼농사를 짓기에는 부적합한 곳이 제주다.” 21일 제주시 한경읍 두모리 제주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이같은 속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마다 애지중지 600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각종 벼 병충해를 미리 관찰하고 이를 신속하게 육지에 전파,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하는 벼농사 병충해 예찰답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쌀 풍년 농사 여부가 벼농사 불모지인 제주의 작은 논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곳은 중국에서 한반도로 저기압이 통과할 때 상승 기류와 함께 날아오는 멸구류(흰등멸구, 벼멸구 등)와 혹명나방 등을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처음 관찰된 멸구류는 3∼7일이 경과하면 육지까지 확산, 피해를 주게 된다. 벼 멸구가 관찰되면 농업기술센터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전국으로 벼멸구 발생 관찰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한다. 최근 모내기를 실시한 이곳에는 9월까지 유아등(빛으로 나방을 불러들여 잡는 기구), 공중포충망(바람에 의해 날아오는 멸구·나방을 잡는 기구), 황색수반(애멸구 포집 기구) 등 다양한 병충해 조사장비를 설치, 병충해 발생상황을 수시로 관찰하게 된다. 이곳에서 발생한 병충해 발생정보 등은 농촌진흥청 인터넷 사이트에 실시간 게재하는 한편 농업 관련 유관기관 등에 신속히 전파한다. 제주농업기술센터 이상순 소장은 “이곳은 우리나라 쌀 재배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며 “제주에는 벼농사가 거의 없지만 전국의 쌀 재배농가가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에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300여 농가가 260㏊에 벼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북핵 방사능물질 남한 첫 검출

    북한 핵실험 실시 여부의 확실한 증거가 될 방사능 물질인 ‘제논’(Xenon)이 처음으로 남한지역에서 검출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9일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실시한 사실을 공식 확인한다고 25일 발표했다. 과학기술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자체 수집한 지진파의 분석과 국내에서 포집한 대기중 방사능 물질 확인, 미국이 우리측에 공식 통보한 방사성 물질(제논) 탐지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부는 핵실험 위치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 지역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과기부 관계자는 “제논 측정 장비를 이용해 우리나라 대기 중에서 제논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다만 검출 장소는 국가안보 사항이어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 이틀 뒤인 지난 11일 스웨덴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긴급 공수한 ‘제논 탐지기’를 강원도 최북단 지역에 설치, 스웨덴 전문요원 3명과 함께 바람에 밀려 남쪽으로 내려오는 방사능 물질 탐지 작업을 극비리에 벌여 왔다. 제논 탐지기는 핵실험 뒤 대기중으로 분출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가운데 제논을 채집하는 장비다. 제논은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아 핵실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물질이다. 지하 핵실험을 할 경우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은 고체나 액체 상태이기 때문에 땅 밖으로 나오기 어렵다.반면 제논은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하지 않는 불활성 기체라서 땅 밖으로 새어나올 수 있다. 대신 대기 중에 노출되면 방사성을 급속하게 잃기 때문에 인체에 위험을 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한편 과기부는 미국이 우리측에 통보한 방사성 물질 탐지 결과에 대해 “우방의 정보사항과 관련된 것으로, 해당 국의 요청에 따라 밝힐 수 없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그린시티 8곳 선정] 환경부장관상-충남 태안군

    [그린시티 8곳 선정] 환경부장관상-충남 태안군

    충남 태안군은 원형이 국내에서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원북면 신두리사구(모래언덕)를 복원하는데 힘썼다. 바닷가를 따라 3.4㎞ 펼쳐진 사구에 대나무로 된 모래포집기를 촘촘히 박아 모래가 바다로 휩쓸려 나가는 것을 방지했다. 아카시아나무 등도 뽑아냈다. 사구식물인 갯방풍을 번식시키고 사진을 찍어 관광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며 생태교육을 하는 효과도 거뒀다. 두리사구는 사구로는 최초로 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됐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대기학회서도 “車오염기여율 10%불과” 예산4조원 날릴판

    대기학회서도 “車오염기여율 10%불과” 예산4조원 날릴판

    수도권대기정책이 근본적 오류에서 출발했다는 연구결과가 환경부 연구용역을 통해 또다시 확인됐다. 자동차의 서울 미세먼지(PM10) 오염 기여율이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서울대 연구팀의 결과(서울신문 9월4일자 1·4면 보도)와 엇비슷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최근 이런 연구결과를 보고받고도 “경유차가 서울 미세먼지의 66%를 배출한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한국대기환경학회(회장 김신도 서울시립대 교수)는 4일 “서울 미세먼지를 2년 동안 포집해 화학성분·배출원을 분석한 결과, 휘발유차와 경유차를 합한 자동차 전체의 오염 기여율이 10%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사지점인 인천시에선 이보다 조금 높은 15%였지만, 환경부 발표와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 아울러 서울대팀 연구결과와 마찬가지로 경유차뿐 아니라 휘발유차에서도 미세먼지가 배출된다는 사실도 거듭 확인됐다. 대기환경학회는 특히 지난달 31일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 등 용역발주 기관을 상대로 연구용역 발표회를 갖고 이런 내용을 통보하는 한편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현재의 분석기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기법이 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도 회장은 “그동안 학계에선 자동차 오염기여율이 (정부 발표보다)높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여러 번 내놓았다. 그럼에도 정부·서울시가 다른 오염원은 외면한 채 자동차 대책에만 매달리고 있어 아주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경유차가 66%를 배출한다는 수도권대기정책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4조원에 이르는 예산을)경유차에 집중시켜 놓고 나중에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의 교수도 “환경부가 오염원별 미세먼지 배출량 통계를 바탕으로 경유차의 오염기여율을 66%로 잡고 있지만, 한마디로 전혀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왜곡된 수치”라면서 “정부가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기초통계 자료의 확보를 비롯해 오류를 바로잡는 조치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서울 미세먼지 주범 車아닌 中오염물질”

    “서울 미세먼지 주범 車아닌 中오염물질”

    국가 대기정책의 근간을 흔들 만한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서울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은 ‘중국발 오염물질’이며, 이 때문에 경유자동차 규제 등 국내대책에 초점을 맞춘 현 정책은 근본적으로 잘못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확정, 시행 중인 수도권대기개선특별대책(2005∼2014년)의 방향과는 판이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3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환경오염질환 모니터링을 통한 위해성 관리방안’(환경부 발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미세먼지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중국발 오염물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으로부터 보고서를 제출받은 뒤 외부공개를 금지해 오다 최근에야 관련 기관에 배포했다. 연구팀이 서울 종로구의 대기측정망에서 27개월 동안 포집한 초미세먼지(PM2.5)의 입자성분 및 오염원 등을 분석한 결과,2차 오염물질인 황산염(23.8%)과 스모그 에어로졸(19.2%), 황사(6.7%) 등 중국발 오염물질이 미세먼지 오염의 50% 이상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동차 운행에 따른 영향은 휘발유차 13%, 경유차 1.4% 등 15% 미만이었다. 서울대 연구팀의 이승묵 교수(대기오염관리 전공)는 “초미세먼지의 화학성분과 배출원이 규명되기는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2차 오염물질의 배출원을 규명하기 위해 오염농도가 짙은 날을 골라 공기흐름을 역추적한 결과, 정확하게 중국 산업지대를 통과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수도권 대기정책의 근본 토대를 사실상 부정하고 있어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경유차뿐 아니라 휘발유차도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는 점과 경유차의 오염 기여도 역시 정부 추정치가 턱없이 높다는 점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수도권 대기개선대책을 확정하면서 ‘휘발유차는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으며, 경유차가 서울 전체 미세먼지의 66%를 배출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5조원으로 책정한 대기개선 사업비 가운데 4조원을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LPG차로 개조 등 이른바 ‘경유차 대책’에 집중시켰다. 경유차 대책의 타당성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휘발유·경유차의 미세먼지 오염 기여율이 생각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경유차를 아무리 규제하더라도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도를 낮추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발 오염원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심층진단-수도권 대기개선책 (상)] 예산 4조원 ‘경유차 대책’ 실효성 의문

    [심층진단-수도권 대기개선책 (상)] 예산 4조원 ‘경유차 대책’ 실효성 의문

    수도권대기개선특별 대책이 심각한 돌발 변수에 맞닥뜨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이 대책의 타당성·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병(수도권 미세먼지 오염)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했는가, 지금의 처방은 옳은가?’란 물음이 환경부 연구용역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정부로선 곤혹스러운 점이다.2000만 수도권 시민의 건강개선을 위해 무려 5조원의 예산(국고·지방비 각 50%)이 책정된 초대형 프로젝트가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 미세먼지 미스터리 풀리나 지난해 10월 확정된 특별대책의 골자는 2014년까지 서울·인천·경기도 24개 시의 대기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서울 미세먼지의 경우,2003년 현재 ㎥당 69㎍(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을 40㎍으로 낮춘다는 목표가 세워졌다.‘맑은 날, 서울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란 캐치프레이즈도 걸렸다. 개선대책은 자동차, 그 가운데서도 경유차에 집중됐다. 정부는 그 근거로,“서울 미세먼지의 67∼73%는 자동차가 배출하며, 자동차 중에선 경유차가 100%를 차지한다.”는 통계를 제시했었다. 자동차와 공장·소각장 같은 ‘배출원별 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에 근거해 자동차의 미세먼지 오염 기여율을 산출해 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당시에도 대기전문가들에겐 액면 그대로 먹혀들지 않은 게 사실이다. 수도권 대학의 한 교수는 “너무 기대치가 높은 약속이어서 당시 발표된 정책에 대한 신뢰보다는, 오히려 불안감을 느낀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전문가도 “정부가 대기개선 정책수단과 비용을 ‘경유차 잡기’에만 쏟아붓었는데, 미세먼지 오염의 원인진단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정책이 나온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집단의 이런 불안감은 서울 미세먼지와 관련한 ‘미스터리’ 때문이다.‘오염도가 이렇게까지 높은 것은 자동차 요인으로만 볼 수 없다. 더 큰 다른 원인이 숨어있을 것’이란 의문이었다. 외국의 대도시 사례가 주로 거론돼 왔다. 한 대기전문가는 “미국 뉴욕시나 LA, 유럽의 여러 도시들도 서울처럼 자동차가 많지만 미세먼지가 20∼30㎍에 불과한 수준”이라면서 “서울시가 60∼70㎍까지 치솟는 것은 결정적인 다른 요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정책 재검토돼야” 따라서 백도명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적 근거자료를 통해 그동안의 의문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국내에서 처음 규명된 연구결과여서 파장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정부로선 현재 수립된 수도권 대기정책의 타당성,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질 악화의 다른 새로운 원인이 밝혀진 만큼 기존의 처방책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참여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승묵 교수는 “자동차가 이산화질소나 이산화황, 오존 같은 다른 대기오염물질의 주요 배출원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미세먼지는 사정이 달라서 정부나 서울시가 자동차를 아무리 규제하더라도 (오염농도는)별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말했다. 자동차(휘발유+경유차)가 서울시 미세먼지 오염에 기여하는 비율이 그동안 알려진 것처럼 70%가량이 아니라 14%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데 대해선 연구팀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여서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는 “이산화질소의 2차 오염물질인 질산염 같은 애매한 요인을 자동차에 포함시키더라도 미세먼지 오염기여율은 25%를 넘지 않는다.”면서 “이런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며, 국가 대기정책 수립에 반드시 고려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이번 연구의 한계점도 발견된다. 우선 연구팀은 미세먼지의 직경이 2.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를 대상으로 화학적 성분과 배출원 등을 분석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의 수도권대기개선대책은 이보다 입자 굵기가 더 큰 10㎛ 이하의 미세먼지(PM10)를 대상으로 수립돼 이번 연구결과를 단순 대입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초미세먼지가 미세먼지의 40∼70%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 PM10에 대해서도 추가 분석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연구는 여러 정책분야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자동차 연료비 상대조정 정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올려온 경유값 인상정책과 교통세 가운데 상당부분을 수도권대기질 개선비용으로 쓰겠다는 정부계획 역시 재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 도심내 경유차 운행제한 등의 정책도 타격이 예상된다. 한 학계인사는 “백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부인하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한동안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환경부 ‘철통보안’ 왜? 이번 연구결과의 파장을 의식해서인지 환경부는 그동안 용역보고서 내용에 대해 ‘철통 보안’을 지켜 왔다. 연구팀에 “보고서 책자를 다른 외부기관에 돌리지 말라.”고 주문하는가 하면, 언론의 거듭된 자료제공 요구도 번번이 거부해 왔다. 백도명 교수팀이 3년여 연구를 거쳐 최종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환경부와 산하기관 공무원,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연구과제 검토·심의위원회’에서 보고서 내용을 살펴본 뒤 지난해 11월 최종 통과 결정이 내려져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서울신문은 지난 3월 연구용역 관리기관인 한국환경기술진흥원에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환경부 본부에서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료를 건네받지 못했다. 이후 지난 7월까지 환경부에 거듭된 자료제공 요청과 심지어는 정보공개 청구까지 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전반적 환경정책 방향 설정과 연계되는 내용이라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 공개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미정 과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중엔 “(일반이나 언론에)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엔 “외부기관에 보고서를 배포하지 말라.”는 입단속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 이 보고서는 정부부처를 비롯한 유관기관 20여곳에 돌연 배포됐다. 연구팀이 보고서를 제출한 지 꼬박 1년이 흐른 뒤다. 한 학계인사는 “정부가 지난해 수도권대기개선계획을 이미 확정했기 때문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염려했을 수 있다. 공개를 꺼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어떻게 조사했나 미세먼지의 배출원이 어디인지, 오염원별 기여도는 얼마인지 등을 파악하는 분석 기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발생원을 중심으로 조사하는 ‘확산 모델’과 미세먼지 채취지점의 시료를 분석, 발생원을 역추적하는 ‘수용 모델’이다. 그동안 전자가 일반적인 기법이었지만, 백도명 교수팀은 후자를 활용했다. 초미세먼지(PM2.5) 분석에 이 모델이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 교수팀은 보고서에서 “확산 모델은 여러 종류의 자연적·인위적 배출원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기질 관리기법으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확산모델이 적합하지 않은 현실적 사정도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허종배 연구원은 “정부가 통계를 내고 있는 자동차·공장 등 오염원별 배출량은 직접 측정치가 아니라 자동차 대수·연료 사용량 등을 근거로 추정한 것”이라면서 “오염원 기여도를 제대로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정부·서울시 발표와 이번 연구결과가 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시료 채취는 2003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27개월 동안 이뤄졌다.3일마다 24시간씩 서울 종로구의 대기측정망에서 미세먼지를 포집했다. 국내에선 측정이 어려운 탄소성분(OCC)을 분석하기 위해 미세먼지 시료를 미국의 전문기관에 보내기도 했다. 포집된 미세먼지 덩어리(가스+입자)의 총질량을 구한 뒤, 모두 20여 가지로 확인된 미세먼지 구성성분별 질량을 더해 이를 총질량과 다시 비교,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런 뒤, 미국 환경당국이 구축한 자동차·굴뚝·난방 등 배출원별 화학성분의 특성자료 등을 활용해 “서울시 미세먼지의 주 원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중국발 오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팀이 이를 거듭 검증하기 위해 동원한 것은 공기흐름을 역추적하는 방식.‘스모그 효과’로 미세먼지가 고농도였던 날 3일 전까지의 공기 덩어리가 어디를 통과해서 왔는지 등을 분석했는데, 강력한 증거가 나타났다. 이승묵 교수(대기오염관리 전공)는 “스모그가 발생한 날의 공기궤적들은 스모그 발생 하루 전의 공기궤적들보다 중국의 주요 산업지역을 훨씬 더 많이 지나쳤다.”면서 “특히 오염농도가 높았던 여름철 스모그 때엔 정확하게 중국의 산업지역만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15) 비어홀과 호프집

    [심상덕의 서울야화](15) 비어홀과 호프집

    지난 날 맥주병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까 맥주회사에서 고물상까지 찾아다니며 헌 맥주병을 구해다가 맥주를 담아 팔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미화용으로 화단 주변에 삥둘러 박아 놓았던 빈 맥주병까지 뽑아다 재활용을 했었고 말입니다. 예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맥주 마시는 집을 흔히 ‘호프집’이라고 하잖아요.‘호프’는 원래 맥주 특유의 향기와 약간 쌉사름한 맛을 내주는 덩굴식물 일종입니다. 호프집이란 말이 바로 여기서부터 나오게 된 겁니다. 하지만 우리 서울에서 ‘호프집’이라는 간판이 등장하기 이전엔 맥주집들이 ‘비어홀’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약 40년 전인 1964년의 여름 날씨는 유난히도 무더웠습니다. 하루 밤이 멀다하고 어제까지 ‘대포집’ 간판을 내걸고 있던 술집이 전부다 맥주집으로 변해버렸거든요. 그 무렵에 서울 시내 간판업자들 돈 많이 벌었습니다. 바로 그 시절, 이 맥주를 파는 집들은 지금처럼 호프집이라고 하지 않고 그 때는 ‘비어홀’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었던 거죠. ‘이보시게 우리 퇴근길에 저기 비어홀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 어떠신가?’ 요즘은 이 비어홀이라는 말 대신 호프집이란 말을 쓰고 있잖아요. 똑같은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도 시대에 따라서 그 표현 방법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서울에 그렇게 비어홀이 많이 등장하던 1960년대 중반쯤엔 한 여름은 물론이구요, 가을 겨울에도 맥주가 꽤나 많이 팔렸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전에는 흔히 ‘정종홀’이라고 해서 ‘청주’만을 전문으로 하는 술집들이 있었잖아요. 이 청주만을 전문으로 하는 술집에도 한 겨울철에 맥주를 찾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서울에 ‘맥주대포집’이라는 간판까지도 생겨났습니다. 맥주 장사가 이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까 이 때부터 가짜 맥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던 거죠. ‘이거 어째 이상하다. 맥주 맛이 어때 자넨 괜찮아? 왜 이렇지 맥주 맛이?’ 또 맥주 장사가 이렇게 잘된다고 하니까 맥주 도매값이 두배나 껑충 뛰어 올랐고 그러다 보니까 또 이 주먹을 앞세운 폭력배를 동원해 맥주 쟁탈전까지 벌이기도 했던 겁니다. 그리고 해방 이전의 기록에 따르면 그 당시 우리 서울의 명동과 무교동, 또 종로 4거리에 있었던 화신 백화점 부근, 이 쪽이 서울의 중심지였던 거죠. 서울 중심가인 이쪽에 약 70개의 ‘비어홀’이 있었습니다. 해방전까지만 해도 이 맥주의 공급이 모자르다 보니까 ‘맥주 배급표’가 있어야 맥주집 앞에 길게 길게 줄지어 기다렸다가 맥주 한잔을 사 마실 수가 있었던 겁니다. 그것도 또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오후 5시가 지나야지만 맥주를 마실 수 있었고 말입니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 우리 서울에서 가장 많은 양의 맥주를 소비한 접객업소들이 어디였는가 하면요. 명동입구 근처에 있던 ‘태극그릴’, 그리고 충무로2가에 있던 ‘청향원’, 또 그 시절엔 종로3가에 있던 ‘명월관’, 그리고 관철동에 있던 ‘국일관’, 이런 유흥접객업소들이 하루에 맥주를 스무 상자에서 서른 상자 정도 소비하는 곳이었습니다. 그 시절엔 맥주 스무 상자에서 서른 상자 정도를 팔면 우리 서울에서도 최고의 영업집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년 동안에 약 40억병의 맥주가 팔리고 있고, 국민 한사람당 500cc잔으로 연간 약 110잔 정도의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거 보면요, 이 맥주 하나를 놓고 봐도 우리의 서울은 그 예전의 서울이 아닌 겁니다.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나지 않습니까.
  • 이러쿵 저러쿵 더는 못참아

    이러쿵 저러쿵 더는 못참아

    작년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초가을부터 연인 사이던 최불암(31·KBS-TV)·김민자(27·TBC-TV) 두 「톱·탤런트」가 지난 6월 24일 하오 1시 「앰배서더·호텔」15층 「로열·룸」에서 약혼식을 올렸다. 직접 결혼하려던 것이 늘 더부룩한 머리에 아무렇게나 맨 「타이」차림에서 구수하고 털털한 멋이있던 최불암씨지만 약혼식 날만은 준 신랑답게 짙은 남색 「싱글」에 흰 「타이」로 말끔한 차림을 하고 머리에는 약간의 기름도 발랐다. 『바쁜 사람이기도 하지만 간소화 하기위해서도 결혼으로 직접 들어가려 했는데…』 조금 상기된 얼굴의 준신랑이 씩 웃으면서 하는 말이다. 자신들이 마음놓고 사랑도 못할만큼 유명해진 것에 한편 놀랍고 한편 곤욕스럽게 여기던 그들이 『더 이상 뜬 소문에 시달리고 싶지않아 빨리 식을 올리겠다』고 「스케줄」을 조정해왔다. 엷은 「핑크」색 「하이·네크」로된 「롱·드레스」차림의 준신부 김민자양은 『머리만 미장원에서 하고 「메이크·업」이나 「드레스」마련에 최소의 경비를 들였죠』-이 행복한 「커플」은 2만원에서 3만원 내외의 팔뚝시계를 약혼선물로 주고 받기로 서로 타협을 했고, 화려한 「톱·스타」답지 않게 차분하고 얌전한 며느리감이 너무나 마음에 든 崔씨의 어머니 이명숙(50·李明淑)여사가 며느리에게 내린 패물이 「다이아몬드」6부짜리 백금반지. 연애 1년만의 결실 『일체의 경비를 절약해서 집칸이라도 마련하기로 했죠』 『결혼은 여름을 넘기고 싶지 않지만 어른들 얘기가 음력 6월은 안한다는 썩은달이라니까 초가을에 결혼식을 할 작정이죠』 작년 초가을에 시작된 연애는 만 1년동안 무르익어 다시 초가을에 결혼을 하면 우선은 적적해 하는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崔씨의 마포집에서 살다가 딴 살림을 날 참이라고 사랑의 매듭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 있기도 했다. 거취 문제는 상의해서 이날부터 준신부 김민자양의 거취문제에 간섭권이 부여된 崔씨는 金양의 앞으로의 출연 여부에 관해서 『그쪽(김민자) 의사에 일단은 맡기기로 했는데 자기가 할때까지는 하겠다니까 그냥 협조해주기로 했죠』 30명 남짓한 하객(賀客)들 틈에서 지어보이는 기쁘고도 감격한 표정은 연기가 아니라서 더욱 흐뭇하고 아름다운 「신」이었다. [ 선데이서울 69년 6/29 제2권 26호 통권 제40호 ]
  • 미세먼지 ‘유전자 손상’ 유발

    미세먼지 ‘유전자 손상’ 유발

    서울지역의 공기중 미세먼지가 세포내 유전체의 변이·손상 등 유전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전체의 변이·손상은 발암 과정의 중간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폐세포에 대한 실험 결과, 디옥시리보핵산(DNA) 유전자의 절단현상과 소핵(小核) 과다형성 등 염색체 손상이 동시에 관찰됐다. 이런 사실이 국내 학계에 보고된 것은 처음이다. 5일 환경부의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 연구용역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성균관대 약대 정규혁 교수(위생약학)팀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포집한 PM2.5 시료로 시험관 세포실험을 한 결과 미세먼지에서 유전독성이 확인됐다. PM2.5란 굵기가 100만분의2.5m 이하의 미세먼지를 뜻한다. 미세먼지는 ▲서울 도심의 교통혼잡지역 ▲이웃한 주거지역의 실외 ▲이 지역 아파트의 실내에서 모았다. 정 교수팀은 최근 한국환경독성학회지에 발표한 ‘서울시내 주거지역 미세먼지의 유전독성 영향’ 논문에서 “PM2.5가 DNA 및 염색체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유전독성 실험은 이들 세 장소의 미세먼지에 함유된 여러 화학물질을 추출해 암세포 배양액에 주입한 뒤 24시간 후 DNA 및 염색체 변이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DNA가 잘려지는 절단현상이 대조군보다 두드러지게 많았으며, 염색체 손상을 나타내는 소핵 형성은 대조군보다 최고 5.9배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우리땅을 살리자] (5) 화려한 변신,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우리땅을 살리자] (5) 화려한 변신,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숲과 각종 꽃들로 둘러싸인 공원, 주민들이 공을 차는 잔디구장, 유수지 한편에서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 믿기지 않겠지만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알려진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의 풍경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지독한 악취와 먼지를 내뿜어 민원의 진원지였던 수도권매립지가 ‘아름다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의 환골탈태는 무엇보다 각종 첨단기술의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 매립지의 가장 큰 고민은 악취와 환경오염의 주범인 침출수였다.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침출수는 매립장 지하관로를 통해 처리장으로 보내져 화학처리된 뒤 매립지 내 시천천에 방류돼 인천 앞바다로 흘러든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정화기술이 시원치 않아 인근 해역에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켰다. 기형 물고기가 발생하는 원인이라며 어민들이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침출수를 처리하는 신기술을 개발함으로써 배출수의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2003년부터 연구·실험을 거쳐 개발된 산화응집 공정과 전기산화 방식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 침출수의 색도가 55∼65도로 기존 140∼150도에 비해 낮아졌다. 또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5㎎/ℓ(법정기준 70)로,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250㎎/ℓ(법정기준 800)로 각각 낮아졌다. 중수도(상수도와 하수도의 중간개념)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쓰레기를 에너지원으로 침출수와 함께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매립가스는 아예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사측은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주성분인 매립가스를 태울 때 발생하는 소각열로 9880㎾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를 제1매립장과 제2매립장 사이에 2001년 10월 준공했다. 생산된 전기는 매립지 내 자체 냉·난방용으로 쓰인다.2단계로 2006년까지 5만㎾를 생산하는 시설을 건설하면 매립지발전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생산 전력은 주변 18만 가구에 공급되며 연간 200억원의 에너지수입 대체효과를 가져온다. 쓰레기는 매립되면 끝이 아니라 에너지원으로 또다른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울러 공사측은 매립가스를 수직으로 포집하는 방식을 개발해 지난 6월 특허를 취득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매립장은 수평으로 매립가스를 포집해 양질의 가스포집에 한계가 있었으나 수직 가스포집 방식은 양질의 매립가스 확보를 통해 가스발전 등 자원화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공사측은 안전하고 위생적인 매립기술을 한차원 더 높이기 위해 계측공법, 매립가스 응축수배제공법, 세륜공법, 우수배제공법 등의 특허를 지속적으로 출원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환경경영 전반에 대해 노르웨이 DNW인증원으로부터 ‘ISO 14001’ 인증을 획득했다. 공사측은 이와 함께 올 초부터 침출수 발생의 주원인이었던 음식물쓰레기 반입을 금지시켜 친환경 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는 여건이 한층 강화됐다. 또 매립지 진입로에 인식시스템과 감시카메라(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 원천적으로 불법폐기물 반입을 봉쇄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쓰레기장이 아닌 공원 이같은 각종 조치로 인해 시천천에는 붕어·잉어·가물치 등이 서식하고, 시천천과 인접한 장도유수지에는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찾아들고 있다. 또 안암도유수지에는 낚시꾼까지 등장하는 등 과거에는 상상치 못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환경현장 견학장소로 안성맞춤이어서 연간 2만여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기술자문을 받기 위한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공사측은 나아가 매립지를 친환경 생태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이 끝나 지난해 안정화공사(최종 복토공사)를 마친 제1매립장(124만평)을 비롯,2∼4매립장과 유휴지 등 602만평을 단계적으로 환경테마공원(드림파크)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2215억원을 들여 올해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다. 제1매립장에는 골프장·트레킹코스·전망공원 등이 들어서는 ‘체육공원’이 2009년 준공을 목표로 착공됐고, 현재 매립이 진행중인 제2매립장(112만평)은 수목원·화훼원·식물원·환경박람회장 등이 어우러진 ‘환경이벤트단지’로 조성된다. 제3매립장(100만평)은 환경센터·환경예술공원·자원화단지·계절풍경단지 등 ‘환경문화단지’로, 제4매립장(118만평)은 유수지·습지·하천·초지·숲 생태지역이 뒤섞인 ‘자연탐방단지’로 각각 꾸며진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극적변신 성공요인은 수도권매립지가 극적인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주민들과의 갈등 해소를 꼽을 수 있다. 매립지가 1992년 문을 열자 인근 검단·백석동은 물론 10㎞ 이상 떨어진 김포 주민들까지 악취·분진에 대한 원망이 이어졌다. 이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되자 매립지 입구를 봉쇄하고 쓰레기 반입을 저지하는 집단행동을 10여차례나 벌였다. 이에 매립지관리공사측은 악취를 해소하는 한편 적극적인 지원책을 통해 주민을 ‘적’이 아닌 ‘우군’으로 돌려나갔다. 공사는 2000년 12월 주민 16명과 지방의원·전문가 등 21명으로 주민지원협의체를 구성, 체계적인 지원을 펼쳤다. 협의체는 쓰레기 반입료의 10%로 매년 130억∼150억원의 주민지원기금을 조성, 환경영향권내 주민에 대한 보상과 학교 지원, 복지회관 건립 등 각종 공공사업을 실시했다. 또 매립지운영위원 17명 가운데 8명을 주민에게 배정해 주요안건을 심의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주민과의 접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제1매립장 북쪽 3만평에 잔디축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산책로, 생태습지연못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주민체육공원을 만들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전문가 제언] 매립장 악취·먼지등 지속적 오염관리 중요 수도권매립지를 최근 방문한 사람이라면 처음엔 그 규모에 놀랄 것이다. 당연한 것이 602만평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1992년 쓰레기가 처음 반입된 이래 악취와 주민과의 갈등으로 얼룩졌던 매립지가 공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까. 그러나 사후관리에 들어간 제1매립장과 달리 제2매립장에는 현재 쓰레기가 매립되고 있으므로 여전히 주변지역에 미치는 환경영향은 상존해 있다. 수도권매립지의 운영으로 인한 환경영향은 공정별로는 ‘운반’과 ‘매립’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오염요소로는 악취 미세먼지 소음 위생해충 침출수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크게 기술적 관리와 경영적 측면에서의 관리기법을 도입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 기술적 관리에 있어, 폐기물 운반 공정에서는 ▲운행차량의 법적 규정속도 준수 ▲수송로의 주기적 살수 ▲운반차량의 보호덮개 설치 ▲세륜시설 설치 ▲환경전담요원 고정배치 ▲매립지내 비포장도로의 가포장 등을 점검하여야 한다. 폐기물 매립 공정에서는 ▲적절한 복토재를 이용한 일일복토 ▲해충 발생·서식 방지 위한 방역 ▲매립시 장비를 이용한 다짐·압축 ▲옹벽·제방 안정성 유지 ▲매립지 발생가스의 재활용 등을 확인해야 한다. 경영적 측면에선 환경경영체제(EMS)의 구축 및 운영이 중요하다. 많은 민간기업이나 공기업이 환경경영체제(ISO 14001) 인증을 취득하면 환경관리 수준이 어느 정도 갖춰진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큰 착각이다. 인증은 걸음마의 시작일 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내용적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환경업무의 과감한 표준화 ▲기능별, 부서별 명확한 환경목표 설정 ▲지속적인 환경업무 성과평가 ▲내부 및 외부 전문가에 의한 환경감사 등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매립지의 환경오염 관리능력을 높이고, 그 결과 지역주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면 이것이 혐오시설을 ‘꿈의 공원’으로 바꾸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구자건 연세대 환경관리학 교수
  • 남해안 어린물고기 ‘싹쓸이’ 여전

    남해안에서 치어(어린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불법 어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연간 100여억원을 쏟아 부으며 치어 방류사업을 하고 있지만 일부 어민들은 거꾸로 자연상태에서 부화한 치어를 마구 잡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해경과 불법 조업을 일삼는 선박들과는 숨바꼭질이 끊이지 않는다. 목포해경은 16일 불법으로 잡은 치어를 양식장에 팔아넘기려던 운반책과 선주들을 무더기로 적발, 수산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중이다. 해경이 익명의 주민 제보를 토대로 치어 운반선을 검거하기 위해 목포항을 출항한 것은 지난 14일 새벽 3시30분. 이로부터 30분쯤 후 어둠을 뚫고 목포 북항 서쪽 0.3마일 해상에서 항내로 진입하던 목포선적 124t급 화물선(선장 김모·57)을 발견했다. 곧바로 검문이 이어졌고 화물선에 활어 운반차를 싣고 오던 운전자 등 10여명을 긴급체포했다. 이 배는 당시 4.5t 활어차 10대를 적재하고 있었다. 활어차 물칸에는 1대당 3만여 마리(시가 9000만원 상당)의 조피볼락(우럭) 치어가 실려있었다. 해경은 치어를 불법으로 운반한 이모(32)씨 등 부산·완도·고흥·여수 지역에 주소를 둔 운전기사 10명을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해경 조사결과 화물차 운전기사 이씨 등은 목포선적 복합어선 ‘성장호’(유모·30·전남 보성군 득량면 9.7t급)와 ‘해산호’(9t급) 등이 흑산면 홍도 해역에서 불법 포획한 치어를 신안군 암태면 소실리 선착장에서 넘겨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우리는 전화만 받고 치어를 옮겼을 뿐”이라며 누가 시켰고, 어떤 조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해경은 이들 운반책 외에 치어를 불법으로 잡은 어민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해경은 또 압수한 치어를 목포시 충무동 신외항 부두에서 모두 방류했다. 이처럼 불법 어로가 어류의 산란기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양식 치어와 자연산의 가격차 때문. 해경은 이들 어민으로부터 자연산 치어를 마리당 25∼30원에 부산, 전남 완도·고흥·여수 등지의 양식업자들에게 팔려고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는 육상 또는 해상 어류 종묘양식장이 생산해 내는 치어(우럭 최상급 기준)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다. 어류 종묘를 생산하는 완도의 Y수산 김모(24)씨는 “자연상태에서 치어 채취가 비교적 쉬운 우럭은 먼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돼 연안 양식장으로 들어오면서 한때 종묘 치어 가격이 폭락할 정도였다.”며 “불법 치어 남획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모(47·전남 흑산면 예리 1구)씨는 “이맘 때면 외지 선박들이 가는 그물코로 특수 제작한 어구로 주로 수면위에서 무리지어 다니는 치어들을 포집하고 있다.”며 “연안보다는 홍도나 가거도쪽 먼바다에서 이같은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연간 62억원을 들여 치어 방류사업에 나서고 있으며, 해안을 낀 지자체가 투입하는 예산까지 합하면 연간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목포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참조기 국내양식 첫 성공

    참조기가 칠산 앞바다에서 다시 잡히게 될까. 영광굴비의 원재료인 참조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 양식됐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영광해양수산사무소는 14일 “참조기 인공종묘를 5∼10㎜ 크기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공종묘 생산으로 고급 어종이면서도 양식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참조기의 대량생산 길이 열리게 됐다. 성어 포집과 육상 양식·채란에 참여한 최정배(47) 어촌지도사는 “20㎝ 이상 크기의 성어는 암컷 대 수컷의 비율이 99대1 정도로 수컷이 크게 모자라 수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수컷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대량생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육상에서 양식된 종묘는 5∼10㎝ 정도 자라면 연안에 방류할 예정”이라며 “‘굴비’ 생산보다는 연안 어자원 확보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참조기는 5∼6월 영광 칠산 앞바다를 지나 연평도 근해에서 산란한다. 그후 8∼10월 제주 남쪽이나 동중국해 등에서 월동하기 위해 다시 칠산 앞바다를 거치게 되는데, 예전에는 연평도로 올라가는 초여름에 알이 밴 참조기를 포획,‘영광굴비’로 가공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서울이야기] 난지도 월드컵 공원

    [서울이야기] 난지도 월드컵 공원

    쓰레기 산이었던 난지도는 이제 맹꽁이가 울고 시민들이 즐겨찾는 쉼터로 자리잡았다.1998년 10월 난지도 일대에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1999년 초부터 그 주변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쓰레기 매립지의 북측 80여만평에는 디지털미디어시티를 포함한 상암뉴타운을 개발하는 동시에 매립지 일대를 5개 단지로 구분하여 공원으로 조성하는 내용이다. 기본계획에 따라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앞 13만 5000평은 새천년 환경시대의 개막과 월드컵 경기개최를 기념하는 평화의 공원으로 조성됐다. 하천의 기능을 잃어버린 8만 9000평의 난지천에는 한강물을 난지천으로 흐르게 해 친수환경과 수변생태계를 복원했다. 미개발상태인 난지한강시민공원부지 23만 5000평에는 선착장 등 친수공간과 생태공원 등 난지한강공원을 조성했다. 평화의 공원에 인접한 매립지 상부는 초지생태공원인 하늘공원으로, 또 다른 매립지 상부 10만 3000평은 대중생태골프장과 생태관찰원이 포함된 노을공원으로 태어났다. 이제 난지도를 감싸고 도는 봄내음을 맡으며 산책을 나서 보자.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만남, 평화의 공원 월드컵공원 전체를 대표하는 평화의 공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새천년에 이루어야 할 자연과 인간, 문화의 공존과 공생 그리고 세계인이 화합할 때 비로소 도래하는 ‘평화’를 기원하는 공간이다. 유니세프광장은 미래지향적인 열린 광장을 의미하며 한강의 지류를 끌어들여 자연의 정취를 그대로 담은 7400평의 난지호수 둘레에는 물풀이 자라고 있다. 그 안에 ‘생명의 나무 천만 그루 심기’운동으로 조성된 희망의 숲과 월드컵공원 전시관은 이 공원 안의 다른 녹색정원과 더불어 휴식공간이자 살아있는 자연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초원, 하늘공원 하늘공원은 월드컵공원 중 가장 하늘과 가까운 곳에 있다. 북한산 남산 한강 등 서울의 풍광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드넓은 평지에 북쪽에는 억새와 띠를, 남쪽에는 메밀, 해바라기 등을 심어 동식물의 서식지가 될 광활한 초지를 조성했다. 또한 2000년부터 3만 마리 이상의 나비를 풀어 나비공원이 되도록 했다. ●서울의 석양이 가장 아름답게 펼쳐지는 곳, 노을공원 노을공원은 대중골프장과 자연식생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식물이 자라는 곳), 산책로 등 시민이용공간으로 조성됐다. 대중골프장 조성은 앞으로 20년간 진행될 안정화기간에 지반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환경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임시조치다. 넓은 잔디밭으로 조성된 진입광장은 휴게 및 운동공간으로, 바람의 광장과 서쪽의 노을광장에서는 서해의 낙조 등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생태관찰공원과 야생화단지는 토지의 안정성을 높이고,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버들강아지 피어나는 난지천공원 난지천공원은 그동난 쓰레기 침출수로 오염된 채 방치되어 있던 난지천을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물고기와 새가 떼를 지어 찾아드는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했다. 그리고 하루 5000t 가량의 난지 호수 연못물을 하천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갈대와 버들이 우거진 하천공원으로 조성됐다. 인근에는 5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푸른 숲이,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 도로,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 여가시설이 있다. 특히 천변공터에는 일반시민은 물론이고 장애인, 노인,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휴게공간이 조성됐다. ●강변의 정취, 난지한강공원 난지한강공원은 하천의 자연성과 시민이용을 조화시킨 공간이다. 상류측은 유람선 선착장, 요트장, 캠핑장 등의 친수활동구역이다. 중앙에는 운동장, 잔디마당이 있는 완충녹지구역, 하류측에는 생태공원구역이 들어섰다. 범람이 잦은 시민공원 특성상 수리적 안정성을 최대한 고려했다. 한강의 여러 명소를 잇는 유람선을 운영, 육로와 함께 월드컵공원의 또 다른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찾아온 야생동·식물 쓰레기 매립이 끝난 1993년부터 사람의 간섭이 점점 줄어들게 되자 난지도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깃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명들은 또 다시 다른 생명들을 불러 모았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게 된 난지도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 동물들도 찾아오고 있다. 매립가스, 건축 폐자재 등 악조건에서도 봄이면 능수버들의 연둣빛 잎이 아름답고,5월이면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를 간질거린다. 지금 매립지 사면에는 가중나무가 가세해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도 구기자, 참오동, 층층나무, 고욤나무, 비술나무, 복사나무, 벚나무, 모과나무, 회화나무 등도 하늘공원의 사면과 노을공원의 사면에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다. 매립지 상부에는 차단막을 깔고 약 1m깊이로 흙을 얇게 덮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나무를 심지 않았다. 그래서 하늘 공원 위에는 나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명의 힘은 놀라워 몇 그루의 나무가 제 스스로 터를 잡았다. 붉나무, 아카시아, 가중나무, 참싸리 등이 그들이다. 나비와 무당벌레 등 곤충과 여러 가지 새, 그리고 양서류 등의 다양한 동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난지도를 푸르게 만드는 것은 풀이다. 현재 난지도에는 400여종이 넘는 식물이 살아가고 있다. 그 중 100여종은 귀화식물이다. 그래서 난지도의 별명은 귀화식물의 천국이다. 난지도의 초지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무척 궁금하다. 하늘공원을 걷노라면 수많은 곤충과 함께 나불대며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 네발나비, 노랑나비 등을 쉽게 말날 수 있다. 서울의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수의 나비를 만날 수 있다. 난지도를 대표하는 동물이라면 단연 맹꽁이를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맹꽁이가 환경이 나빠지면서 우리 곁을 떠나 환경부에서는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난지도에서는 장마철에 시작되는 맹꽁이 울음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무당개구리, 두꺼비, 참개구리, 아무르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황소개구리 등 남한에서 볼 수 있는 양서류 총 18종 중 8종이 살고 있다. 특히 맹꽁이와 청개구리, 참개구리는 이곳에서 번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겠지만, 난지도에는 다양한 종류의 파충류도 함께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파충류 27종 중 살모사, 쇠살모사, 누룩뱀, 유혈목이, 줄장지뱀, 붉은귀거북 등 6종이 살고 있다. 난지도에는 또 새가 얼마나 살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435종 중, 난지도에서 지금까지 관찰된 종은 약 90여종에 이른다. 여기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솔부엉이, 수리부엉이, 소쩍새, 참매 등 5종과, 환경부지정 보호야생동물로서 조롱이, 새홀리기, 말똥가리, 수리부엉이 등 4종, 그리고 서울시 지정 관리야생동물로서 물총새, 오색딱따구리, 제비, 흰눈썹황금새, 박새, 꾀꼬리 등 6종이 포함되어 있다.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포유류로는 우리나라(북한 포함)에서 사는 102종 중 월드컵공원에서 서식이 확인된 종은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 족제비, 고슴도치, 안주애기박쥐, 멧밭쥐, 다람쥐, 청설모로 9종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지공원을 찾는 이용객은 연평균 98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난지도를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일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이다. 난지도 옛 이름에 걸맞은 시민과 야생동물의 진정한 쉼터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난지도 변천사 이름에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난지도(蘭芝島). 난지도는 세월의 흐름속에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목가적인 풍경에서 쓰레기산으로, 다시 시민의 사랑을 받는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난지도에서 쓰레기 산으로 난지도는 난초와 지초가 자라고 철따라 온갖 화초가 만발해 그 이름만큼 향기로운 난지도라 했다. 물이 맑고 먹이가 풍부해 겨울이면 고니 떼, 흰뺨검둥오리 등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들었다.1970년대 중반까지 70여가구의 토착민들이 수수, 땅콩, 채소를 가꾸고 젖소를 기르기도 하는 등 목가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갈대숲이 아름다워 연인들의 데이트코스이자 영화촬영장소로 애용되던 낭만적인 곳이기도 했다. 꽃이 만발하고 철새들이 날아들던 난지도는 단 15년 만에 쓰레기 섬으로 그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다.1978년부터 1993년까지 1000만인구의 거대도시 서울에서 배출된 모든 쓰레기가 이곳에 묻혔기 때문이다. 당초 서울시는 5년 가량 난지도를 쓰레기매립지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팽창하는 도시공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쓰레기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1993년부터 수도권매립지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으나 그동안 난지도는 해발 100m에 이르는 쓰레기 산으로 변했다. 오늘 우리가 한강변에서 바라보는 난지도의 모습은 바로 쓰레기더미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환경오염 난지도는 한강의 범람으로 만들어진 퇴적층으로 섬의 북단을 끼고 난지천이 흐르고 있었다. 난지천은 홍수철에는 배수로의 역할을, 평시에는 습지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난지도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이러한 모습은 점차 사라져갔다. 습지와 화초는 쓰레기에 덮였고, 난지천은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채워졌다. 위생매립이나 복토와는 거리가 먼 단순투기방식(Open dumping)으로 매립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매립지 인근은 먼지와 소음으로 가득했다. 쓰레기의 분해산물인 메탄가스에 의해 1400회 정도의 화재가 발생했고 어떤 화재는 45일 동안 계속되기도 했다. 매립지를 관리하던 사람, 쓰레기더미를 뒤져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접근하고 싶지 않은 섬이 되었으며, 더이상 철새도 야생동식물도 찾아오지 않았다. ●시민공원으로 탄생 1993년 3월, 난지도로 향하던 서울의 쓰레기 차량은 수도권매립지로 방향을 돌렸다. 난지도의 임무도 끝이 났다. 그러나 쓰레기만 들어오지 않을 뿐 환경문제는 그대로였다. 이즈음 난지도 매립지의 이용방안에 대해 업계와 학계에서 몇 가지 청사진이 제시됐다. 대표적인 것이 ‘조기개발론’과 ‘안정화 장기개발론’이었다.‘조기개발론’은 쓰레기를 당장 파내어 새로 조성된 해안매립지로 옮기고, 택지나 업무지구로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반면에 ‘안정화 장기개발론’은 오염방지시설과 안정화 시설을 설치하고, 공원을 조성해 시민휴식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개발여건이 성숙됐을 때 장기개발에 착수하자는 주장이었다. 상반된 주장을 심사숙고한 끝에 서울시는 ‘안정화 장기개발론’을 선택했다. 여의도공원의 15배,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비슷한 105만평의 크기로 조성된 친환경공원인 월드컵공원은 이렇게 시작됐다. ■ 안정화 사업 4단계 쓰레기산 난지도를 시민공원으로 만들기 위한 첫번째 노력은 안정화사업이었다.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가스와 오염된 물의 정화, 매립지의 안정화를 위해 1991년부터 1996년까지 5년 동안 설계에 들어갔다. 매립지 안정화 사업은 2001년 8월까지 공사완료를 목표로 시작됐다. 침출수 처리, 매립가스 처리, 상부 복토작업, 사면 안정화 등 네 가지가 관건이었다. 우선 침출수 처리를 위해 침출수가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매립장 둘레에 총 연장 6017m의 차수벽을 세우고, 차수벽 안쪽에 200m 간격으로 31개소의 집수정을 설치했다. 집수정의 오염된 물은 처리장에서 정화된다. 또 매립가스 처리를 위해 매립지 상부와 비탈면에 120m 간격으로 가스를 모아 뽑아내는 포집공을 40∼60m 깊이로 106개를 박았다. 여기에 14.1㎞에 이르는 이송관로를 연결해 가스를 뽑아내고 있다. 이 가스를 연료로 냉난방 에너지를 생산하여 월드컵경기장과 성산동의 아파트 4430여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난지도는 일종의 발전소인 셈이다. 세번째 상부 복토작업은 매립지 내부로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매립가스 분출을 억제,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매립지 상부에 지지층(차수막의 훼손을 예방하기 위한 흙층), 차수막(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 막), 배수층(차수막 위에 고인 물이 잘 빠지도록 하는 층), 식물생육토층(나무뿌리를 지지하고 수분을 공급하는 흙층), 표층(식물에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는 흙층)을 층층이 쌓고 식물을 심었다. 마지막으로 사면 안정화는 불안정한 매립지 경사면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사면붕괴를 막기 위해 경사를 완만하게 조정하고,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토양층을 조성한 후 식물을 심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쓰레기산 난지도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용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연구위원
  • [뒷골목 맛세상] 흑석동 연못시장

    [뒷골목 맛세상] 흑석동 연못시장

    ●20여년전 미당 선생의 추억 아련 1980년대 5월 무렵이었다. 소위 ‘80년의 봄’으로 불리던 그때 나는 복학생 신분이 되어 뒤늦은 나이에 마지막 남은 학기를 채우려고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학교를 다니던 중이었다. 오후를 갓 넘긴 시각에 대학교 정문에서 시인인 미당(未堂) 서정주 선생을 우연히 조우하게 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내려오고 선생은 이제 막 학교로 올라가면서 서로 엇갈리는 식이었다. 미당 선생은 내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어어, 하고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서더니 가방을 들지 않은 한 손으로 덥석 내 손을 잡았다. “자네, 잘 만났네.” 내가 무슨 일인가 싶어 작은 눈을 크게 뜨자 미당 선생이 말을 이었다. “자네, 지금 바쁜가?”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면 잘 됐네. 자네 여기서 오분만 기다려 줄 수 있겠나?” “예, 그러지요.” “딱 오분일세. 내 얼른 학교에 올라가서 휴강하고 옴세.” 미당 선생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도대체 선생에게 무슨 황급한 일이라도 생긴 것이랴 싶어 얼마간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선생은 10분이 채 못 되어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아직도 헐떡이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나에게 물었다. “자네, 여기 연못시장에 대해 잘 안다면서?” “예, 알기야 압니다만….” 무슨 뜬금없는 연못시장인가 싶어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미당 선생은 다시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잘 됐네, 자, 연못시장에 가보세.” “아니, 이런 벌건 대낮에요?” 미당 선생은 얼굴 전체에 주름이 지도록 특유의 너털웃음을 활짝 터뜨렸다. “와하핫, 이 사람아, 자네하고 나 사이에 술 마시며 노는 자리에서 어디 낮밤을 따진 적이 있었던가?” 하기는, 얼마든지 맞는 말이었다. 미당 선생은 일찍이 내가 1960년대 미아리에 있던 서라벌예술대학에 다닐 무렵부터 시를 배운 스승이기도 하였는데, 돌이켜 보면, 바로 1학년에 갓 입학한 신입생 때부터 우연찮게 선생과 술자리를 어울리기 시작하여 2학년이 되어 군에 입대할 때까지 거의 일주일에 한번 꼴로 술자리를 함께 했던 터였다. 주로 길음시장 안에 있는 소위 니나노집이라고 부르는 막걸리집을 드나들었는데,30,40대의 나이든 여인들이 젓가락 장단에 맞추어 흘러간 유행가도 불러주고, 입에 안주도 넣어주는 집이었다. 그런 집에서 어쩌다 내가 술집여자의 가슴에 손이라도 넣거나 아니면 입이라도 맞추고 있노라면 미당 선생은 대번에 쯧쯧, 혀를 찼다. “어허, 쯧쯧, 스승도는 되는데 제자도가 안되구먼 그랴.” 미당 선생은 고작해야 옆에 앉은 술집여자의 손이나 조물거리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혀를 차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나를 귀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미당 선생과 나 사이에 이따금 이시영 시인이 합석을 하고는 했는데, 이시영보다는 일찍부터 되바라진 장돌뱅이 악동 출신으로 니나노집 문화에 호가 난 나를 선생은 더 귀여워해주었다. “자네를 보면 말이야, 꼭 젊은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거든.” 미당 선생은 어쩌면 나의 되바라진 장돌뱅이 악동 모습에서 선생의 대표시이기도 한 ‘자화상’의 한 구절을 돌이키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스물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하드라/어떤이는 내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가고/어떤이는 내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찰란히 티워오는 어느아침에도/이마우에 언친 시(詩)의 이슬에는/방울의 피가 언제나 서꺼있어/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느러트린/병든 숫개마냥 헐덕어리며 나는 왔다.’ 선생은 내가 위악적으로 놀면 놀수록 그런 내 모습에서 젊어서 힘든 시절의 선생의 시의 이마를 적셔내리는 몇 방울의 피를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각설하고, 중대부속고등학교 교정에서 새어나오는 라일락 향기가 나른한 봄날 오후의 흑석동 길을 걸어, 이제는 일흔에 가까운 나이가 된 선생과 서른을 훌쩍 넘긴 제자가 다시 한번 위악적인 악동이 되기 위하여 연못시장을 찾았다. 연못시장이란 흑석동 시장과 배수장 사이에 있는 술집거리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길음시장 안의 니나노집과는 달리 비교적 젊은 여자들이 술도 팔고 노래도 하는 곳이었다. ●외로움과 눈부심을 알게 했던 연못시장 연못시장은 시쳇말로 집창촌처럼 드러내놓고 몸을 파는 식은 아니었지만, 술집 아가씨들과 서로 눈만 잘 마주치면 얼마든지 하룻밤의 연애도 가능한 곳이었다. 대학시절의 한때 나는 퇴폐주의나 탐미주의에 깊이 빠져 아예 그런 연못시장 안에 있는 개선여인숙의 3층에 월세로 방을 빌려 산 적이 있어서, 술집 아가씨들과는 손님의 관계를 떠나서 옆집 오빠처럼 누구와도 친한 사이이기도 했었다. 연못시장 안의 목포집이라는 곳에서 옆에 아가씨들을 끼고 앉자, 미당 선생은 단숨에 술 한 잔을 넘기고 나서 지그시 눈을 감더니 참으로 행복한 표정이 되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내 남은 생애를 불쌍히 여기셔서 오늘 자네를 나한테 보내주셨네.” 미당 선생의 한 마디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슴 한 곳이 찌르르, 아파왔다. 모르기는 해도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나이가 들면 찾아온다는 저 깊은 외로움과 눈부심을 함께 보았을 것이었다. 미당 선생은 그렇듯 외로움과 눈부심이 함께 깃든 표정으로 나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자 드세나. 더군다나 지금은 봄이 아닌가,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우는 봄이란 말일세.” 내가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우는 봄’이란 말에 감탄을 하자, 미당 선생은 와하핫,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사연이 있거든. 동리 있잖은가, 왜, 자네 소설 스승 동리말이야. 그 동리가 아직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원래 시를 썼었거든. 시인이 되겠다고 말일세. 그런 어느 날 동리가 나를 찾아와서 시를 썼다면서 외우지 않겠나. 그래서 들어보니 과연 좋더라고.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운다니 얼마나 좋나. 암, 꽃이 피면 벙어리도 마땅히 울어야지, 내가 탄복을 해서 몇 번이고 그 구절을 암송하자, 자세히 듣던 동리가 손을 휘휘 내젓는 걸세. 그게 아이라, 그게 아이라, 벙어리도 꽃이 피면이 아이라 꼬집히면 인기라. 벙어리도 꼬집히면 운다, 알고 보니 꽃이 피면이 아니라 꼬집히면이었던 게야. 그래서 동리에게 내 당장에 시를 집어 치우라고 호통을 쳤지. 동리가 마침내 유명한 소설가가 된 데는 내 덕도 있을 걸세.” ●시장대신 푸짐한 먹자골목이 김동리 선생의 ‘꼬집히면’을 흉보던 그때부터 다시 훌쩍 스물 몇 해가 흘러가버린 지금 미당 선생은 물론 김동리 선생마저 세상을 달리 하여 먼 곳으로 떠났고, 연못시장 또한 술집거리의 기능이 아예 폐쇄된 채 빈민가가 되어 재개발을 기다리는 운명이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찾은 연못시장 어디에도 이제는 저녁마다 화려한 한복을 떨쳐입고서 목청껏 흘러간 유행가를 불러대던 꽃다운 아가씨들은 자취도 없고, 죽음 같은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나는 바로 그런 적막 속에서 얼핏 미당 선생의 쯧쯧, 혀를 차는 소리를 들었다. “이 사람아, 쯧쯧, 더 이상 뭘 찾겠다고 아직도 연못시장을 헤매나?” 연못시장은 사라졌지만, 대신에 연못시장 주변으로는 서민들의 땀내가 물씬 풍겨나는 맛집들이 먹자골목을 이루며 처마를 맞대고 이어져 흑석동시장까지 뻗어 있다. 생고기집, 돼지갈비집, 횟집, 풍천장어집, 떡볶이집, 라면집, 치킨집, 모둠전집, 순대집…. 엉터리생고기(02-814-3376)는 동작대로의 흑석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흑석동 시장으로 가는 골목 안에 있는 생고기전문집이다. 엉터리생고기는 정육점과 식당을 겸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삼십대 초반의 잘생긴 젊은이가 주인이다. 중고등학교 때 날렸던 씨름선수 출신인 하윤철씨는 역시 씨름선수 출신인 친구 박영준씨와 함께 사이좋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고기의 질이며 양은 대한민국의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 자부심은 일찍이 독산동 도매시장에서 83호점을 운영하던 하윤철씨의 어머니 김정순씨로부터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고기맛 보려면 족히 1시간은 기다려야 엉터리생고기는 저녁 무렵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일도 예사인데, 그렇듯 손님이 몰리는 데는 무엇보다도 푸짐하면서도 싱싱한 생고기에 이유가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암퇘지만을 사용하는데, 그이는 고기의 깊은 맛을 알려면 반드시 얼리지 않은 생고기를 먹을 것을 강변한다. 뭔가 고기에 양념을 하거나 와인 따위로 숙성을 하는 식은 고기 자체에 하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엉터리생고기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소고기 또한 특수 부위가 전문이다. 돼지고기의 경우 생항정살, 생갈매기살, 생오겹살, 생삼겹살, 생목삼겹살, 돼지등심의 끝부분에서만 나오는 가브리살 등이 1인분 300g에 7000원인데 세 명이서 2인분만 시켜도 충분할 만큼 양이 풍성하다. 돼지 한 마리라는 돼지고기 모둠에는 위에 나오는 여러 부위가 다 들어 있는데,1㎏에 2만원으로 4,5인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소고기의 경우 갈비에서 뼈를 추려낸 갈비본살이 1인분 300g에 1만 3000원, 안창살, 토시살, 차돌박이, 등심, 육회 등이 1만 5000원에다가 보리소 한 마리라는 소고기 모둠에는 역시 여러 부위를 모아서 1㎏에 4만원인데, 이 또한 4,5인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생고기를 불판에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낸 다음 참기름에 적셔 파무침을 얹어 마늘을 더해 상추며 깻잎에 싸먹는데, 생고기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그야말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나는 느낌이다. 불판의 중심에 올려놓게 되어 있는 된장찌개는 손님이 원하는 한 얼마든지 무료로 리필이 가능하다. 동작대로에서 흑석동 중앙대학교 병원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부산오뎅(02-821-1159)이라는 작은 규모의 일본식 선술집이 있다. 중년답지 않게 앳되어 보이는 오경자씨가 주인인데, 언젠가 일본에 갔다가 불과 서너 명이 들어서면 꽉 찰 것 같은 선술집의 작고 아담한 규모에 매력을 느껴 마침내 일본식 선술집을 차린 것으로, 밀창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아, 여기에 미당 선생이 함께 있다면 하는 뜻밖의 아쉬움이 들었던 곳이다. 미당 선생이라면 분명히 신명이 나서 나에게 일본술을 마시는 여러 가지 복고조의 방법들을 일러주었을 터이다. “이 히레소주란 건 말씀이야, 일본말로는 히레사케라고 하지. 소주를 한소끔 가볍게 끓여내어 복어 지느러미를 넣고 이번에는 라이터로 불을 붙여 잠깐 알코올의 나쁜 기운을 걷어내는데 말씀이야, 정종대폿잔에 가득 부어 훌훌 마시면, 아랫배에서부터 차츰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간다 이 말씀이야. 추운 겨울에는 언몸을 녹이는 데 최고거든. 어디 몸뿐이겠는가? 허방이라도 짚듯 자꾸 마음이 허전한 이들한테도 최고지.” 부산오뎅이 더 반가운 것은 히레소주가 정종대폿잔으로 한 잔에 2500원이라는 사실이다. 강남이나 명동 같은 여느 번화가 거리의 오뎅집이 똑같은 잔에 8000원인 데 비하면, 이게 무슨 횡재냐 싶게 거의 공짜 같은 기분이 된다. 게다가 탁자에서 모락모락 김을 내고 있는 유부, 맛살, 곤약 등 10가지 오뎅들은 한 꼬치에 1000원이어서 히레소주나 히레정종의 안주 삼아 하염없이 먹어도 값이 몇 천원밖에 되지 않는다. 술 종류는 이밖에도 정종대포, 냉정종 등의 일본술 외에도 소주나 청하, 천국, 백세주며 맥주 같은 우리 술도 다양하게 있다. 안주 또한 오뎅 이외에도 오징어데침, 고등어구이, 열빙어구이, 계란찜, 번데기, 은행구이 등이 있는데, 각각 7000원이다. ■ 15일자부터…새 연재 ‘서울이야기’ 지난해 9월부터 연재돼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이 8일자로 막을 내립니다. 맛깔스러운 음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낸 송기원 선생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15일자부터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진이 전하는 ‘서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서울 이야기는 서울의 숲과 강, 애완동물과 이웃, 시민에게 다가가는 화장실 문화 등 서울에 관한 다양한 토픽을 소개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뒷골목 맛세상] 공덕동 시장안의 인심

    [뒷골목 맛세상] 공덕동 시장안의 인심

    서울 마포구 공덕동 시장 안에 간판도 없는 서너 평 남짓한 선술집이 있었다. 주로 시장 안의 상인들이 목이 마르면 선 자리에서 막걸리 한 사발이나 혹은 소주 한 병을 신김치나 술국을 안주 삼아 벌컥벌컥 마시고는 곧장 가게로 달려가는 곳이었다. 이 간판 없는 술집의 소중한 값어치를 소위 글쟁이들 중에서도 눈 밝은 어떤 이가 발견하였다. 1980년대 초였는데, 둥근 드럼통을 잘라 만든 술탁 3개가 전부인 그 선술집을 글쟁이들은 멍청이집이라고 불렀고, 술집 아주머니를 일러 멍청이아줌마라고 불렀다. 당시 40대 언저리의 멍청이아줌마는 글쟁이들의 그런 호칭을 전혀 개의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멍청이집과 멍청이아줌마는 글쟁이판은 물론 신문사 문화부의 문학이나 출판 담당 기자들이며 영화판이나 굿판 같은 딴따라판에서까지 꽤 유명한 집이 되고 말았다. ●간판조차 없었던 선술집 ‘멍청이집’ 글쟁이판에서 가장 먼저 멍청이집을 발견한 것은 당시에 공덕동 시장 가까운 골목에 있는 금성출판사의 주간이자 시인인 강민, 시인인 유제하, 이병희, 성귀영, 지금은 문학동네 발행인으로 있는 강태형, 시조시인 김원각, 작가 이채형 등 소위 ‘금성사단’이었다. 그 뒤로 나를 위시한 시인 이시영이며 윤재철, 윤중호, 김사인, 작가 윤후명, 김민숙, 김상렬에 이어 영화감독 이장호, 장선우 등이 줄을 섰다. 하루 종일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고작 잔술이나 팔던 버릇을 해서 워낙에 안주에 대한 개념이 없던 멍청이아줌마에게, 우리 같은 글쟁이들은 얼핏 상상이 안 되는 특별한 손님이었다. 적어도 글쟁이들이 드나들기 전에는 술국이나 신김치 이외에는 전혀 안주가 필요하지 않던 술집이어서 미리 준비한 안주가 없던 터라, 우리가 안주를 시키면 그때야 부랴부랴 시장에 있는 생선가게로 달려가고는 했는데, 안주감도 꼭 우리가 시키는 데 맞추어, 꽁치며 고등어, 생태, 오징어, 주꾸미, 낙지 등속을 사왔다. 그리고 나중에 계산을 할 때면 약간 더듬거리는 어눌한 말투로 미안한 듯 말했다. “저기, 꽁치나 고등어 같은 것은 탄불에 굽기만 했으니께, 기냥 생선가게에서 산 대루 주기만 하면 되구라우, 오징어하고 쭈꾸미는 양념값 오십원을 따로 보탰구먼이라우. 그렁께 쏘주 네 병에다가 이거저거 모다 합치먼, 오메, 삼천원이 넘는 갚소잉?” 멍청이아줌마의 술값은 으레 자신이 시장에서 사온 생선값에 양념값 얼마를 더하는 식이었고, 이런 계산법에서 바로 멍청이란 호칭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또한 이런 계산법에 서투른 나머지 차라리 멍청이아줌마의 계산에 얼마를 더하는 우리 식의 계산법이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1980년 당시에는 주꾸미며 낙지 같은 해산물을 양념을 발라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워먹는 소위 주꾸미양념구이나 낙지양념구이 같은 요리는 시중에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멍청이집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 내가 낙지며 주꾸미를 양념에 발라 구이를 해먹겠다고 하자 멍청이 아줌마는 대뜸 손사래부터 쳤다.“오메, 우찌께 낙자나 쭈구미 같은 물것을 탄불에다 꾸어 잡순다요? 물것은 기냥 데쳐서 잡사야제, 탄불에 꾸먼 오그라들어 맛이 없을 거인디.” 멍청이 아줌마가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숙수로 나섰는데, 우선 주꾸미를 생물로 한번 굽고 약간 꼬들꼬들해졌을 때 고추장이며 고춧가루에 설탕이며 파 마늘, 간장을 넣어 갠 양념장을 발라 탄불 위에 올려 불을 쏘이자마자 그대로 먹는 식의 주꾸미 양념구이가 만들어졌다. 그러자 다 만들어진 주꾸미양념구이를 한 점 맛본 멍청이아줌마가 큰소리를 냈다. “오메, 쭈꾸미가 우찌께 이런 맛이 다 난다요?” 멍청이아줌마는 주꾸미 한 점과 곁들여 당연히 우리가 따라주는 소주 한 잔도 곁들였는데, 그러다보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예 우리 자리에 퍼질러 앉아 함께 어울리며 술자리의 흥을 더하기도 하였다. 멍청이집에서는 이런 식으로 주꾸미에서 비롯해서 낙지까지 몇 가지 요리가 더 만들어졌는데, 이를테면 낙지를 살짝 데친 다음에 애호박을 채 썰어서 역시 살짝 데쳐내어 식초와 설탕 고주장, 고춧가루에 마늘이며 파 같은 갖은 양념을 하여 버무려 먹는 낙지회무침 같은 것이었다. ●글쟁이 술꾼들이 안주 개발하기도 멍청이아줌마로서는 파천황의 대사건이 일어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날따라 일행이 많아서 모두 대여섯 명이 탁자에 둘러앉아 낙지연탄불구이며 낙지회무침을 위시해서 평소보다 많은 안주를 시켰는데, 어느 순간부터 멍청이아줌마가 좌불안석으로 우리 곁은 빙빙 돌더니 더 이상 못 참고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술 잡숫는디, 죄송하제만이라우.” “예,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가요?” “그거이, 그거이.....” “말씀하세요.” “오메오메, 시방 술값이 만원이 넘었당께요.” 멍청이아줌마로서는 선술집을 시작한 후로 술값이 만원을 넘은 손님은 내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 마음씨 좋고 정이 넘쳐나던 멍청이아줌마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풍을 맞는 불행한 일을 당해 반신을 못 쓰게 되는 바람에 가게 문을 닫았고, 아울러 글쟁이들의 흥겨운 공덕동 시절도 시들해져 버렸다. 멍청이아줌마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공덕동 시장은 2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는 주변에 대형 빌딩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대부분이 먹자골목으로 변했다. 지하철 5·6호선이 만나는 공덕역 5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우선 유명한 최대포집이 나오고, 거기서 비롯하여 마포골뱅이 골목, 마포오향족발이며 궁중족발, 소문난영양족발 같은 족발 골목, 마포할머니빈대떡이며 청학동부침개의 모듬전 골목 등이 이제 막 시장기를 느끼기 시작한 손님들의 걸음을 멈추게 할 터이다. 바로 마포할머니빈대떡 골목을 들어서서 10여 미터 시장 안으로 들어오면 수건만한 크기의 아크릴 간판에 전주식당(02-711-0238)이라고 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주식당은 4000원짜리 가정식백반이 유명한데, 가게방으로는 모자라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노점에 앉아 불편하게 식사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마포 일대의 빌딩에 근무하는 샐러리맨들 사이에 점심 무렵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가게방 모자라 노점서 식사해도 장사진 전주식당의 인기는 무엇보다도 전주출신인 주인 아주머니 김정자씨의 큰 손에 있다. 무슨 반찬이든지 접시에 수북수북 쌓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그이가 가정식백반에 담아내는 반찬은 생굴무침, 조기구이, 고사리나물, 봄똥김치, 묵은김치, 고구마순, 시래기무침, 감자샐러드에 한번 맛보면 손님들이 누구나 빠져드는 청국장의 깊은 맛이 곁들인다. 그러나 전주식당의 참맛을 알려면 아무래도 저녁이 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저녁이면 홍어삼합이며 홍어회, 아구찜을 파는데, 여기에서 비로소 주인 되는 이의 큰 손과 맛에다가 넉넉한 인심과 넘치는 정이 제대로 빛을 내는 것이다. 홍어삼합의 경우 커다란 대형 접시가 넘칠 정도로 전라도의 묵은김치며 돼지고기, 홍어가 가득히 나오는데, 네댓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 3만원이고, 서너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은 2만원이다. 게다가 곁들여 나오는 홍어탕은 진한 맛이 일품인데, 두세 번 얼마든지 시켜도 된다. 홍어회며 아구찜도 같은 값인데, 양 또한 넘쳐날 정도인 것은 물론이다. 얼마 전에 환갑을 지난 김정자씨는 술자리가 어우러지면 어느 새 소주 한 병과 생선찌개를 들고 천연덕스럽게 손님자리에 끼어든다. “옛수, 요건 서비스요오.” 그리고 손님이 술을 권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마시고는 어느 새 술자리를 이끌어 나간다. 이를테면 그이는 천성적인 놀이꾼이자 신명꾼이다. 아니, 그이만이 아니다. 남편되는 칠순의 조과영씨마저도 어쩌다 가게에 들리면 기꺼이 손님들과 어울린다. 그렇게 부부가 신명이 오르면 김정자씨가 소리친다. “장사 때레치우고 노래방에나 갑시다아.” 지하철 5호선 마포역 1번 출구를 나와 용강동길로 접어들면 한화오벨리스크 뒤편이자 마포주차장 건너편 먹자골목 어귀에 주꾸미집(02-719-8393)이 있다. 무슨 옥호도 없이 간판이 그저 주꾸미집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주꾸미집이라는 이름에 대한 주인 되는 이진숙씨의 생각이 뜻밖에 철학적이다. “이름을 뭘로 해야 주꾸미를 가장 잘 나타낼까 고민 많이 했제라우. 근디 주꾸미한테다가 벨 이름을 다 붙에봤자 주꾸미가 살아나덜 안해라우. 그래서 할 수 없이 기냥 주꾸미집이라고 했어라우. 그라고 낭께 주꾸미 파는 집서 주꾸미집처럼 잘 어울리는 이름이 달리 없더랑께요. 아자씨는 생각이 어쩌요?” 주꾸미집은 과연 주꾸미집답게 메뉴가 주꾸미숯불구이에다가 왕새우구이가 다다. 아니, 주꾸미숯불구이를 시키면 따라 나오는 해물된장이 더 있다.1인분에 8000원 하는 주꾸미숯불구이는 그 양이 만만치 않아서, 만일 양이 적은 사람이라면 혼자서 1인분을 다 먹기가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양념한 주꾸미를 석쇠 위에 올려 숯불에 구워내는 식인데, 특이한 것은 무슨 상추나 배추 같은 야채에 싸서 먹는 것이 아니라 생김에 싸먹는다는 것이다. 마늘이며 고추를 곁들여서 주꾸미를 생김에 싸먹는데, 그것들이 입안에서 어울려드는 맛이란 뜻밖으로 환상적이다. 이따금씩 커다란 냉면사발 한 가득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저절로 다시 주꾸미에 손이 간다. ●생김에 싸먹는 주꾸미구이 맛 환상적 저녁 무렵만 되면 손님이 붐비기 시작하는데, 달리 종업원을 두지 않고 주인 내외가 눈코 뜰 사이 없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돈도 많이 버는데 종업원 좀 두지 그러냐는 질문에 바깥주인 되는 문태복씨가 엉뚱하게 메뉴판을 손짓해 보였다. “종업원을 두면 나야 펜하제만, 저걸 감당하지 못항께요.” 무슨 뜻인지, 하고 눈으로 묻자 그이는 뒷말을 이었다. “종업원 한 사람 두면 아메도 저 팔천원이 만원으로 올라갈 꺼이요. 안그러면 양이 적어지던가. 나가 주꾸미집을 하는 한 그짓은 못하겄소. 기냥 몸으로 때워야제.” 주인 내외가 고향인 전라남도 나주시 공산면을 떠나온 것은 1976년이었다. 원래 한 마을의 위아랫집에서 처녀총각으로 살았는데, 어쩌다가 밀밭이며 방앗간을 오가면서 정분이 났다. 결국 마을에 소문이 나는 바람에 처녀총각이 밤보따리를 싸고 말았다. 그리하여 서울이며 경기도 일대의 변두리를 전전하는 인생유전의 고생이 시작되었다. 내외는 부천 오정동, 약대동, 광명시 철산동, 서울의 왕십리 등 무려 25번을 이사한 끝에 마포 도화동에 대지 15평짜리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내외는 그때 하도 돈에 포한이 져서 큰딸 이름을 봉황이라고 지었는데, 한문이 봉우리 봉(峯)에 황금 할 때의 황(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돈에 포한이 진 주인 내외라지만, 표정은 구김살 하나 없이 밝은데, 거기에 대한 안주인의 대답이 또한 걸작이다. “우리 내외가 둘 다 워낙에 놀기롤 좋아헌단 말이요. 아무리 없이 살어도 노는 디라면 빠지지 않고 다니제라우. 글다본께 남들 눈에는 근심걱정 한나도 없는 사람으로 비치는 모양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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