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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재건축 매수세 나홀로 高高

    강남재건축 매수세 나홀로 高高

    서울 강남지역 인기 재건축단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하반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자금출처 조사 등으로 움츠렸던 재건축 아파트들이 지난 12월 들어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매수세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리서치팀장은 “사업추진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자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물을 회수하면서 호가를 높이고 있다. 재건축 시장을 눈여겨보던 수요자들도 급매물 위주로 물건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눈에 띄게 뛰었다.”고 분석했다. 서초구 구반포주공1단지는 지난 12월21일 개발기본계획안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고, 인구영향 규제 해제가 가시화되자 호가가 상승했다. 105㎡는 1주일 사이 5500만원 올라 시세가 16억 8000만~18억원에 형성됐다. 72㎡도 12월 초 11억 3000만~11억 6000만원보다 5500만원 올라 11억 5000만~12억 5000만원에 달했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3월쯤 정밀안전진단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거래가가 부쩍 활발해졌다. 112㎡는 12월29일 12억원에 거래된 후 1월5일 12억 5000만원에 팔리면서 1주일 만에 5000만원 올랐다. 119㎡는 12월19일 14억 4000만원에 거래됐으나 12월31일과 1월4일 14억 9000만원에 팔리면서 호가가 15억 5000만원까지 크게 뛰었다. 인근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견줘 호가가 4000만~5000만원 오르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매수세가 붙지는 않고 있다. 저렴한 물건을 찾는 전화는 많이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조합설립 인가가 나자 한 달째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둔촌주공 4단지 102㎡는 1주일 사이 매매가가 1500만원 올라 8억 2000만~8억 3000만원에 책정됐다.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 46㎡는 1주일 사이 매매가가 750만원 올라 5억 8500만~6억원에 거래됐다. B공인 관계자는 “9월 이후 내림폭이 컸는데 재건축 추진 소식에 집값 상승에 탄력이 붙었다. 오름세가 이어지자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이 주변 아파트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기간 조정에 따른 반짝 시황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조민이 팀장은 “잠실 주공의 경우 주변 장미, 진주, 미성아파트 등 재건축 예정단지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특성상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할 가능성이 낮고,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상승 여지가 남아 있는 한 재건축 단지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대표는 “중층 단지(둔총 주공 제외)는 가구 수가 적고 용적률도 높지 않아 수익성이 크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추격매수가 살아나기 어렵고 가격 오름세가 일반 아파트로 확산되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강남 지역에선 12월~1월이 학군 수요에 따른 이사수요가 많은 시점인 데다 전세가 상승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연간 통계를 보면 1월 강남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평균 0.63%로 서울 평균(0.5%)보다 다소 높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집값 한파속 송파·서초·강동 재건축만 후끈

    집값 한파속 송파·서초·강동 재건축만 후끈

    서울과 수도권 전 지역에서 집값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송파, 서초, 강동 재건축시장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잠실주공 5단지, 구반포주공, 둔촌주공 등 재건축 단지에서 지난해 12월 말 사업 추진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자,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물을 회수하고 호가를 높게 부르고 있다. 재건축시장을 눈여겨 보던 수요자들도 급매물 위주로 매입하면서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다만 호가 상승이 주변 아파트로 뻗어나가지 않는 데다가 추격매수세가 강하지 않아 재건축 부활의 신호탄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잠실주공 5단지(112㎡)는 정밀안전진단이 오는 3월쯤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해 12월29일 12억원에 거래된 후 새해 1월5일 12억 5000만원에 거래돼 일주일 만에 가격이 5000만원이나 올랐다. 둔촌주공 2단지(72㎡)도 5일 8억 5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12월 중순 7억 9500만원에 비해 6000만원 올랐다. 경기와 신도시는 지난주에도 상승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보합 또는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경기는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갈 정도로 거래부진에 빠져 있다. 수도권 전세 시장은 하락한 지역이 적었다.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와 신규 단지는 2000만~3000만원씩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특히 지난해 4·4분기 이후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됐던 상승세가 전형적인 학군 강세 지역인 분당, 평촌 등 신도시까지 번지고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서초·강동 재건축값 상승… 송파 전세 강세

    서초·강동 재건축값 상승… 송파 전세 강세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모처럼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국지적인 호재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어서, 서울 전역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3일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이 전 주에 비해 큰 오름폭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초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 상승폭이 줄어드는 듯했으나, 서초구 및 강동구의 재건축 추진이 속도를 내면서 상승한 것이다. 송파구는 수서∼오금역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3호선 연장선이 올해 3월 개통된다는 발표로 매매, 전세가격이 소폭 상승했다. 여기에 일부 재건축의 경우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112㎡가 최근 12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주까지 11억 5000만~12억원이던 시세가 12억~12억5000만원으로 조정됐다. 서초구는 구반포주공 3지구(72㎡) 개발기본계획안 심의 통과로 호가가 상승했다. 강동구는 조합설립 인가 기대감으로 둔촌주공만 쾌청하다. 경기 및 신도시는 상승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 전 지역이 보합 또는 하락했다. 일산과 고양은 겨울 비수기에다 파주, 고양, 김포 등 경기 서북부 지역의 분양물량이 집중돼 있어 기존 주택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 전세 시장은 초·중·고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가면서 전반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수능 직후 학군수요의 발빠른 움직임이 있었던 강남구와 달리 겨울방학 시즌에 본격적으로 움직인 송파구의 강세가 눈에 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등장인물 변신남(남·46세), 조사원(남·30세), 여직원, 남직원, 젊은 여인, 교복1·2, 양복남자, 전당포주인, 딸(변신남의), 아내(변신남의), 문신 남자, 교도관, 사람들1·2·3·4, 노숙자들 ※변신남과 조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배역은 1인 다역을 하도록 한다(젊은 여인?변신남의 아내/여직원?변신남의 딸, 사람들2, 노숙자/교복1·2?사람들3·4, 노숙자/양복남자?문신남자/전당포주인?교도관, 노숙자/남직원?사람들1, 노숙자). 시 간 현재 무 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공간·디테일·조명 등으로 처리되며, 소도구는 극의 진행에 따라 사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전환은 ‘변신남’의 회상을 재현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특별한 논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동 또한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여행하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민원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여직원 어서 오십시오. 시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입니다. 젊은여인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남편 어디 있어요? 여직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여인 내 남편이요. 여직원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까? 젊은여인 전화요. 전화가 왔었어요. 여직원 아, 그럼 남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젊은여인 김상수. 여직원 김상수님…(컴퓨터로 조회해 보고) 두 분이신데…, 혹시 관리번호 받으셨습니까? 젊은여인 번호요? 아, 번호.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건가요? 여직원 네, 맞습니다. 3-17이면··· (찾고) 아, 저희 쪽에 계시네요. 잠시만요. (인터폰으로) 3-17번 보호자 분 오셨습니다. (끊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여인 내 남편, 괜찮은 거죠? 여직원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젊은여인 어디 다친 데는 없구요? 여직원 그러시리라 예상되지만, 나중에 정확한 검진은 필요하실 겁니다. 젊은여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마나 걸리나요? 여직원 …네? 젊은여인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요. 여직원 개인차가 좀 심해서, 보통은 일주일에서 한 달인데 요즘은 더 짧거나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직원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젊은여인 (남직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듯) 자기야. 남직원이 상자를 내밀고는 뚜껑을 열어 젊은 여인에게 보인다. 상자 안에는 덩그러니 머그컵 하나가 들어 있다. 젊은여인 (여직원을 쳐다보고는) 컵이네요? 여직원 (한번 들여다보고는) 네, 컵이네요. 뭘로 변신하셨는지 전해 듣지 못하셨나요? 젊은여인 (컵을 본다) 남직원 남편 분은 오늘 아침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컵으로 변신하셨습니다. 젊은여인 머그컵으로요? 남직원 예. 젊은여인 이게 설마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남직원 (주머니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건네며) 정확한 변신 추정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을지로 일대가 잠시 마비가 됐었습니다만, 다행히 저희 관리국의 발 빠른 긴급대응으로 출근 대란은 없었습니다. 젊은여인 말도 안 돼…. 아침까지 말짱했는데요. 남직원 요즘 유행하는 변신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옷도 소지품도 남기지 않은 채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죠. 젊은여인 (컵을 받아들고 바라보다가) 남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직원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젊은여인 돌아오기는 하는 거예요? 남직원 (여직원에게) 안내를 충분히 안 해드렸나요? 여직원 그게…. 젊은여인 영영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남직원 대개는 돌아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죠.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발생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질병이라서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통계도 잡혀 있지 않고,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도 뭣하고 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젊은여인 그건 안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직원 너무 염려 마십시오, 돌아오실 겁니다. 다만 깨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변신하셨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어느 한 곳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이나 신경들이 뒤엉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여인 (컵을 보며 울먹이는) 자기야…. 남직원 자동차는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일주일 이내에 순서에 따라 댁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편 분께서 본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저희 본부민원실이나 희망2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직원 언제든지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내밀며) 여기 인수증에 사인해주시겠어요? 남직원, 머그컵을 챙겨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데 젊은 여인이 컵을 들어 바라본다. 젊은여인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곰이에요. 남직원 예? 여직원 (그림을 보고) 어머 그러네요. 젊은여인 남편이 동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늦었다고 그러면서 헐레벌떡 나갔었는데. (남직원을 향해) 그런데 왜 곰이 되지 않고, 하필 머그컵이 됐을까요? 남직원 …. 젊은여인 머그컵이 된 사람도 있었나요? 남직원 글쎄요. (여직원을 쳐다보며) …잘 모르겠습니다. 여직원 머그컵이 흔한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칫솔이 되기도 하셨고 선풍기나 베개가 된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는 스티커가 된 분도 계시는걸요. 젊은여인 스티커요? 여직원 네. 다섯 살짜리 따님의 장난감 휴대폰에 안전하게 붙어 있다가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젊은여인 그렇구나. (그림을 보며) 당신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잖아. 곰처럼 생기진 않았었는데. 여직원 외모와 변신은 별개랍니다. 젊은여인 그래도 컵은 좀. 남직원 왠지 여유로워 보이시는데요, 남편 분. 젊은여인 …. 남직원 꿀을 넣은 차 한 잔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죠. 변신하던 그 순간에요. 여직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는) 남직원 머그컵은 아주 낭만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여인 그런가요? 남직원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여직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희망2과도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남직원과 여직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다. 상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머그컵을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젊은 여인. 그러다가 그만 손에서 머그컵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머그컵. 놀라서 얼어붙은 세 사람.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암전. 어둠 속에서 뉴스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캐스터(목소리) 최근 무작위적인 변신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2시경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양동에 사는 서른두 살 박모 여인은 오늘 오전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인수받기 위해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았습니다. 인수증에 사인을 하기 전, 남편임을 확인하기 위해 컵을 들고 자세히 살피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려 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검찰은 직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를 범한 박모 여인을 구속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 훼손, 즉 살인이 아닌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모 여인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박모 여인에게 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시작되고 잠시 후, 희미하게 조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변심남과 조사원이 문서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가 끝나면 무대 완전히 밝아진다.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조사원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변신남. 변신남은 반팔 남방차림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사원 (자판을 두드리며) 깨어났는데 새벽이었단 말씀이시네요. 변신남 그렇다니까요. 조사원 쓰레기 집하장에서 말이죠. 변신남 정확히는 쓰레기 더미 사이였어요. 사방이 쓰레기봉투였고 머리 위로도 몇 덩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원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걸 알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그걸 알려 드리려면 저희 쪽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변신남 하고 있잖아요. 8월 1일. 그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조사원 휴대폰의 마지막 문자기록과도 일치하네요. 변신남 다 말했잖아요. 8월 1일 저녁에 마누라랑 딸이랑 쇼핑 간다고 문자가 왔어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직자에겐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천국이거든요. 조사원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신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맥줍니까? 변신남 맥주가 우리 집 찾는 거랑 뭔 상관입니까? 조사원 알코올 성분이 선생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변신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신남 나 술 쎄요. 맥주 세 캔에 필름 끊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조사원 (기록하며) 세 캔이라··· 아까는 하나 드셨다고 안 하셨나요? 변신남 하나고 셋이고 그 정도로는 멀쩡하다니까요. 이건 술과는 상관이 없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더니 깨지게 아팠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니까요. 조사원 예 알았습니다. 어떤 걸로 변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냥 깨어나 보니까 처음 와 본 곳이었고, 그 전의 모습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니까요. 조사원 변신 순간에도 혼자셨나요? 변신남 그걸 기억하면 내가 여기서 똑같은 얘기 반복하고 있겠어요? 조사원 오늘이 9월 30일입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분도 흔치 않지만 이렇게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 분은 없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변신 후 복귀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구요. 변신남 미치겠네 진짜. 휴대폰 기록과도 일치한다면서요. 조사원 잘 생각해보세요. 변신했다가 돌아온 분들은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들 있었습니다. 변신남 이유가 있을 거 아뇨. 이렇게 사람들이 변신하는 이유를 알면, 나도 그러그러해서 변했겠구나 추측도 하고, 그러면 자연히 내가 변신했었는지 단순 기억상실인지 분간도 가능하고. 조사원 저희도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변신남 최선만 다하면 뭐해요. 밝혀진 건 모두에게 알려서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치료하도록 해야지. 뭐든 불투명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 조사원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그런 거죠. 아니면 밝힐 단계가 아니거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예요. 질병은 만방에 알려 함께 고쳐나가는 게 맞는 거 아니요? 나 같은 케이스의 변신이 또 있을지 누가 알아요. 조사원 저희도 이게 변종인지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변신남 마누라랑 집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제 변태취급까지 하는 거요? 여기서 하는 일이 뭔데. 변신한 사람들, 아니 물건들, 집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고, 돌아오면 변신한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조사원 진정하십시오. 안 도와드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변신했는데 깨어나 보니 쓰레기장이었다는 건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거기다가 변신해 계셨던 기간도 길고, 어떤 걸로 변신해 있었는지조차 모르신다면서요. 변신남 나도 이상하니까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보통은 변신을 했을 경우 신고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시민들이 발견하고 신고를 해주시거든요. 저희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선 변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셨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하셨잖습니까. 변신남 내 마누라랑 딸이 없어지고 집이 이사를 갔다니까요. 조사원 그 점도 이상하구요. 변신남 변신이 틀림없어요. 내 기억에서 지워진 두 달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겁니다. 집이 사라지고 가족들도 연락이 안 되고. 뭔가 사고가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조사원 집에서 변신했다면 왜 사모님이 신고를 안 하셨겠어요. 변신남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겁니다. 조사원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앓으신 적은 없으시죠? 변신남 지금 장난합니까? 조사원 병력 사항 질문란에 적혀 있어서 그럽니다. (뭔가 기록하고)쓰레기장 주변 CCTV를 조사 중이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누군가 쓰레기장에 선생님을 옮겨 놓은 게 포착되면 역추적을 통해서 이동 경로가 파악되겠죠. 스스로 쓰레기장에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변신남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내 발로 쓰레기장에 들어가겠어요? 조사원 알겠습니다. 변신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냈다거나 하는 건 다시 알아볼 순 없습니까? 조사원 아까 알아봐 드렸잖아요. 변심남 그 사이에 또 뭐가 들어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사원 경찰서 조회 결과로도 확인되는 게 없고. 저희 쪽에도 신고된 게 아직 없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돼서 바로 뜨거든요. 변신남 …. 조사원 조만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신고를 하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변신남 (풀이 죽는다) 조사원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제일 빠릅니다. 변신남이 기억을 더듬어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 때, 돌멩이 하나가 변신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온다. 돌을 주워드는 변신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신남 그날도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왔던 것 같아요.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화요일이었나? 회사에 안 나가면서부터 요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요. 딸은 방학이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갔을 테고, 마누라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에 갔을 겁니다. 구립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육교가 하나 있어요. 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경찰이랑 얘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무대는 육교가 서 있는 도로가로 바뀌고 변신남이 돌멩이를 들고 육교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경찰의 모습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만 경찰과 인터뷰하듯 이야기한다. 변신남은 육교 건너편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교복1 진짜예요. 한순간에 변했다니까요. 교복2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교복1 바로 이 육교예요. 교복2 저기 위에 보이시죠? 우린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교복1 독서실은 반대쪽인데 떡볶이랑 순대 먹으려면 여기로 지나가야 되거든요. 교복2 그 시간에는 원래 육교에 사람이 없어요.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거든요. 교복1 우리는 그냥 여기로 건너요. 조금 편하자고 돌아가고 그러는 거 우린 안 하거든요. 이런 날씨에는 육교로 건너고 그러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요. 교복2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도 없고 거리가 한산하면서 묘하게 나른했어요. 교복1 네, 그냥 단순히 여름이라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일 것 같은 그런 날 있잖아요. (교복2에게) 좀 영화 같지 않았냐? 교복2 많이 영화 같았지. 교복1 그치그치. (앞을 보며) 한 아저씨가 육교로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와이셔츠를 입고, 보통 키에 그냥 흔한 아저씨였는데요, 우리는 반대쪽에서 올라갔고요. 교복2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아저씨 몸이 흐물거려 보였거든요. 교복1 아냐. 희미해 보이는 것 같았어. 옅어졌달까. 교복2 흐물거리던데. 교복1 희미해졌다니까. 교복2,1 (동시에 강하게 부정하며)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교복1 얘랑 저랑 말이 다른 게 아니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예요. 교복2 원래 같은 걸 봐도 느끼는 회로 방식이 달라서 그래요. 교복1 아무튼요··· 그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교복2 한순간에 펑. 교복1 ‘펑’은 맞는데 스모그는 없었지? 교복2 맞아. 스모그가 없어서 더 마술 같았어요. 교복1 만화영화 보면 사이즈가 팍팍 줄어들면서 변신하는 장면 있잖아요. 교복2 슬로모션처럼요. 촤르르르륵. 교복1 딱 그랬다니까요. 그러더니 호호아줌마처럼 펑, 교복2 하고, 돌멩이가 됐다니까요. 교복1 네? 아, 네. 저희가 원래 호흡이 척척 맞아요. 돌멩이요? 교복2 그게요…. 교복1 사실 그 돌멩이 때문에 저희가 제보를 드린 건데요…. (교복2에게) 내가 말해? 교복2 (끄덕인다) 교복1 얘가요…, 장난으로 그 돌멩이를 차버렸거든요. 교복2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아저씨가 돌멩이로 변해서, 그걸 보는 순간 제 눈을 믿기 힘들어서, 한번 건드려본다는 게 그만…. 진짜 살짝 찼는데 밑으로 굴러 떨어지더라구요. 교복1 육교에서 차니까 당연히 밑으로 떨어지죠. 제가 봐도 진짜 살짝 찼거든요. 교복2 그래서 우리가 막 찾았는데 이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교복1 가로수 밑이랑 인도 쪽도 샅샅이 뒤져 봤어요. 교복2 근데 그 아저씨 진짜 돌멩이로 변한 거 맞죠. 교복1 사람들이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얘긴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우린 말만 들었지 처음 봤거든요. 교복2 당근 처음이지. 왕 놀랐다니까요. 교복1 나도 완전 놀랐잖아. 교복2 아니라구요? 왜요? 맞는 거 같은데. 교복1 우리가 직접 봤다니까요. 교복2 그 돌멩이는 어디 있는지 우리가 모르죠··· 몰라서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교복1 아,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에도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교복2 일단 돌멩이부터 찾아야 될 거 같아서요. 원래 뭐 찾는 건 경찰아저씨들이 더 잘하잖아요. 교복1 돌멩이 어딨냐고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변한 거 맞죠. 그거 변신이죠? 교복2 맞아 맞아. 아저씨 얼굴 굳어지는 거 보니까 맞다. 교복1 (깜짝 놀라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우리는 그냥…. 그럼 직접 찾아보시면 되잖아요. 돌멩이를 들고 가서 신고 안 한 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목격자 신고는 했잖아요. 도서관도 안 가고 조사까지 받고. 교복2 그런데… 그 돌멩이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복1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변신남이 두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변신남 혹시, 이 돌멩이 찾나? 교복1, 2 (눈이 휘둥그레져서) 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예요. (뺏듯이 가져가서 경찰에게 보여주는) 이 돌멩이예요. 확실해요. 육교 위에 굴러다닐 만한 돌이 아니잖아요. 변신남 …그냥 돌멩인데. 교복1 이런 짱돌이 육교에 있는 거 보셨어요? 교복2 (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차본다) 맞아요. 느낌이 똑같아요. 교복1 경찰서로요? 교복2 우린 무죄인 거죠? 그냥 참고인으로요? 교복1, 2 재잘거리며 경찰을 따라 나간다. 교복1, 2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변신대책본부로 가면 어때요. 거기가 어떤 덴가 구경하고 싶어요. 포상 같은 건 없나요? 사회봉사 가산점 같은 건요? 무대 중앙은 어두워지고 조사원이 앉아 있는 조사실 쪽이 밝아진다. 변신남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 돌멩이라면 저도 기억합니다. 유일했었죠. 변신남 그 사람은 돌아왔습니까? 조사원 일주일 쯤 뒤에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제 담당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살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변신남 자살이요? 조사원 뛰어내리려고 점찍어둔 산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이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그러다가 변신을 하게 됐구요. 변신남 다시 뛰어내린 건 아니겠죠? 조사원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힘내서 잘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행이군요. 하필 돌멩이라니…, 그걸 보니까, 혹시 변하게 되더라도 돌멩이로는 변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멩이는 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조사원 그러네요. 사이. 남직원 그 다음엔 어디로 가셨습니까? 노숙자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한 줄로 서서 변신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공원에서 배식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다. 변신남,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뒤에 서서 따라간다. 변신남 늘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점심은 항상 여기 와서 먹거든요. 점심값도 아낄 겸 해서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양복 입은 남자와 밥을 같이 먹게 됐습니다. 무대는 공원 벤치로 바뀐다. 변심남이 사랑의 밥차에서 타온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똑같은 도시락을 든 양복 남자가 벤치에 다가온다. 양복남자 다른 벤치가 꽉 차서. 변신남 (자리를 조금 비켜준다) 양복남자 (앉으며) 찬이 점점 부실해지네요. 변신남 예, 뭐.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우리 구면이죠? 변신남 (양복남자를 한번 쳐다보고) 그런 것도 같고…. 양복남자 대개는 얼굴 익힐 만하면 안 보입니다. 노숙자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밥 타먹기 뻘쭘하니까 그렇죠. 변신남 …. 양복남자 실례지만, 뒤쪽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나오십니까? 변신남 아닙니다. 양복남자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도 아닙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하지만 일자리는 구하고 있죠. 변신남 면접이 있으셨나 봅니다. 양복남자 웬걸요. 이 나이에 면접 볼 데나 있겠습니까. 변신남 그럼…,(넥타이를 바라보는) 양복남자 아, 이거요? 뭐 흔한 케이습니다. 정리해고 당한 걸 집사람도 아는데, 제가 집에 있는 걸 도무지 싫어해서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한 옷이라도 입고 나갈라치면 티 좀 내지 말라고 해서 늘 이런 차림입니다. 변신남 예…. 양복남자 (서류가방을 들어 보이며) 만화책도 몇 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리죠. 변신남 예, 그럼 있다가.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들으셨어요? 변신남 뭘요? 양복남자 어제 뉴스에 나왔잖아요. 회의실 단체 변신 사건. 변신남 아, 그거요. 양복남자 거기, 제가 다녔던 회삽니다. 아침마다 매출신장 몇 퍼센트 달성을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회의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뇌 같은 건데 그게 또 서로 경쟁이 붙고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압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그 회의실에서 무려 다섯 명이나, 똑같은 시간에, 변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돼지저금통으로 변한 사람은 분명 박부장일 거예요. 원래 돼지같이 생긴 데다가 먹는 거랑 돈에만 욕심이 많았거든요.  변신남 . 복남자 (먹으며) 밥통으로 변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침을 안 먹고 왔을까요? 아니면 가족들 굶기게 될까봐 걱정을 했었나. 아무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실 벽에 영업실적표가 나붙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그거 보면 속이 쓰리죠. 쇠주걱으로 긁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제가 쓸데없는 얘길 했나요? 식사하시는데.  변신남 괜찮습니다. 어딜 가나 그런 얘기들뿐인데요.  양복남자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곳이면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불안해서야 원.  변신남 국가재난설정 단계도 경계단계로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양복남자 아무리 봐도 질병본부보다는 처음부터 재난본부에서 나섰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변신남 재난이든 질병이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양복남자 (먹으며)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잖아요.  변신남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양복남자 이치가 그렇잖아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이 변신을 한다 이겁니다.  변신남 그만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니까, 몸의 변화도 다르겠지요.  양복남자 우리는요? 나야말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사람인데.  변신남 사람마다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떻게 재겠습니까.  양복남자 물론 상대적이겠죠. 그래도 노숙자는 안전하답니다. 걱정이 덜하니까요.  변신남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양복남자 예술가는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막중한 책임의식 같은 걸 가지진 않을 테니까.  변신남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양복남자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이건 뭐 소설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변신남 .  양복남자 일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변신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일자리, 우리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변신남 그럼 우리도 변하겠죠.  양복남자 그래도 좋으니까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심정입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렇게는 더 못살겠어요.  변신남 아직 다른 도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양복남자 서울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대책일 수 있겠네요.  변신남 그렇게 되면 서울 경제는 누가 돌립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복남자 팔팔한 젊은 인력을 마구 뽑지 않을까요?  변신남 젊은 사람도 일하게 되면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요? 살아남으려면 사회화되고 기성화될 테니까요.  양복남자 이럴 땐 내가 사회적 동물이란 게 싫어진다니까요.  변신남 사는 거, 퍽퍽하죠.  양복남자 예. 밥도 퍽퍽하고. (기합을 넣듯) 그래도 우리 주눅들지는 말자구요. 서로 변하지 말고, 매일 여기 나와서 밥 먹읍시다. 사랑의 밥.  변신남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양복남자 다 살아지는 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변신남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가 생깁니까.  양복남자 그런 게 있습니다.  변신남 (씁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덮는다)  양복남자 흠흠.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처지도 비슷하고 나쁜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변신남 방법이요?  양복남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입니다. 쓸모 있는 걸로 변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법이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금으로 된 롤렉스시계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전당포에 맡기라고 하는 거죠. 밤이 되면 몰래 변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되고요.  변신남 그게 가능합니까?  양복남자 내가 이 더운 날 밥차에서 도시락까지 얻어먹으면서 거짓말 하겠어요? 불법으로 변신 기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 주리다. 하지만 그걸 연마하려면 보통 수행으로는 어림없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의 기를 몽땅 정수리에다 모으려면 (가슴을 탁 치며) 여기랑 (머리를 치며) 여기가 타들어가는 거 같거든요. 이런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변신남 믿기지는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양복남자 아니, 가능은 한데, 먼저 믿어야 연마가 가능하다니까요.  변신남 그런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요.  양복남자 계속,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사나, 나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금덩어리로 변해라.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히 혼신을 다해서 하는 거죠.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많은 짐들을 머리 가득 넣고 가슴으로 우는 거예요.  변신남 가슴으로 울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양복남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아 이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어차피 최소 한 시간은 변신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만화책 보면서 기다리슈.  변신남 (못미덥게 쳐다본다)  양복남자 참 나. 내 기술을 무시하시네. 변신한 거 보고 놀라지나 마시라니까.    양복남자, 벤치에 앉아 양손을 맞잡고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한다. 한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중얼거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불똥이 튀는 것을 느끼는 변신남. 그 순간, 눈앞에서 양복남자가 사라진다. 순식간이다.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황금 롤렉스시계.    변신남 (시계에 대고 다급히) 이봐요.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시계에 귀를 대보고) 이봐요, 괜찮은 거예요? (안절부절못하고) 이거 어떡하지? 진짜 변한 건가? 그럼(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다가) 거기 변신대책본부죠? 저기(엉겁결에 전화를 끊는다) 아니지. 아, 이거 어떡하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시계에 대고) 이봐요, 말 좀 해봐요. (시계를 흔들어보는) 괜찮아요? 대답 좀 해요.  변신남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것처럼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롤렉스시계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뜬다.    무대 어두워지고 조사실 창구만 밝아지면, 거기 조사원이 앉아 있다. 변신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조사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변신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변신남 (끄덕인다) 내 눈으로 봤다니까요.  조사원 말이 안 되죠. 그런 일이 있다면 왜 저희가 몰랐겠어요.  변신남 진짜라니까요.  조사원 그 양복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변신남 나야 모르죠.  조사원 모르다니요? 주머니에 넣으셨잖아요. 신고는 하셨습니까?  변신남 (고개를 젓는다) 신고는 안 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조사원 아까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잖아요.  변신남 얘기하다 보니까 생각이 난 거죠.  조사원 하지만 아직까지 변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모두 유언비어예요.  변신남 결혼하셨습니까?  조사원 아니요.  변신남 혼자 사쇼?  조사원 부모님이랑 함께 삽니다. 신남 변신 자격미달이네요. 우리 조사원님은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하나도 없으시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조사원 아직 증명된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신남 중년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변한다고 생각합니까.  조사원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자들도 종종 변합니다. 여성 가장들의 변신도 늘고 있는 추세구요.  변신남 그 사람들이야 특별 케이스고.  조사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긴 하겠지만, 유럽에선 사람이 벌레로도 변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필요하면 막 변했습니다.  변신남 그 사람이 왜 벌레로 변했겠습니까?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거 보셨습니까?  조사원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신남 행정하시는 분들이 이러니까 문제라구요. 사회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정확히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거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 줄 알아요?    갑자기 무대 중앙이 밝아지면서, 변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교도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웃옷을 벗어붙인다. 온몸은 문신투성이지만 어딘가 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이소룡 흉내를 내듯 기를 모으고 변신 기술을 연마 중이다. 그러다가 비장한 각오를 밝히듯,    문신남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변신에 성공해서 여기만 나가면 엄마 호강시켜 줄게. (다시 기를 모으고 숨을 후 내뱉으며) 아자!  교도관 거기 3113번. 허튼수작하지 말랬지?  문신남자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계세요. 우리 엄만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동도 불편하다구요. 끼니도 제때 못 챙겨먹을 텐데.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는지.  교도관 한여름에 무슨 연탄불이야. 너는 앞으로 5년은 더 썩어야 돼.  문신남자 여름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한 계절도 안 지났단 얘깁니까?  교도관 이상한 변신 같은 거 연마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어. 힘은 아껴뒀다가 노동 시간에나 쓰란 말야.    교도소 옆방에서 철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재소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폭동처럼 들려온다.    소리 우리에게 변신의 자유를 허용하라! 허용하라! 우리의 변신 권리를 사수하자! 사수하자!    거리의 사람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사람들1 언제 변신할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요.  사람들2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3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숨을 참으면 된대요.  사람들4 한번 변신하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1 내성이 생긴 변종변신도 생겨났다면서요?  사람들2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일부러 임상실험을 안 하는 거 맞죠. 사람들3 복수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대요. 변신하면 죽이려고요. 사람들4 날 감시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사람들1 변신하면 배설은 어떻게 해결하죠? 사람들2 우리 아이랑 기르던 개가 이상해요. 변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3 언젠가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변할까봐 걱정돼요. 사람들4 변신 기술을 개발해서 정치적 무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1 우리에게는 농업적 근면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 변신 기술 개발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람들2 전쟁시엔 적군을 모두 사물로 변신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람들3 노력하면 애완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 잘 만나면 애완동물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잖아요. 사람들4 내 남편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어요. 외모는 똑같은데 분명 그이는 아니거든요. 사람들1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변신한 것 같아서 쓰질 못하겠어요. 사람들2 잘못 건드렸다가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거잖아요. 사람들3 남성을 중심으로 바뀌는 거면 여자 동성애자들은 안전한 거죠? 사람들4 저는 열두 살 소녀가장이에요. 무료백신은 안 놔 주나요?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리를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변신한 사람들로 거리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마비가 된다. 사람들이 질러대는 소리들과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다. 사람들1·2·3·4 도와줘요, 청소기로 변했어요. / 여기 점퍼로 변한 사람이 있어요. / 어머, 이게 웬 모자지? / 장롱이에요, 거리 한가운데 장롱이 서 있다구요. / 와, 예쁜 목걸이네. / 앗! 오물 묻은 양말. 으윽 드러워. / 볼펜이다. / 장갑이에요. / 가위를 찾아주세요. / 여기 일회용 면도기가 한 무더기 있어요. / 마우스잖아. / 자전거로 변한 남편을 어떤 여자가 타고 갔어요. / 부서진 카세트네. / 사람이 두통약으로 변신한 거예요. 먹으면 안돼요. / 찢어진 천사 날개 못 보셨나요? / 무슨 의자가 이렇게 딱딱해. / 스카이 콩콩이요? 변신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을 일으키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바닥에는 변신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변신대책본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다. 조사실에 있던 조사원도 거리로 나가 직원들과 물건을 수거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간다. 조사원이 없는 조사실에 혼자 남겨진 변신남. 변신남만의 회상은 전당포로 이어진다. 무대는 전당포가 된다. 변신남, 전당포로 들어간다. 변신남, 주머니에서 롤렉스시계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면 주인, 확대경을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감정하기 시작한다. 변신남 시곗줄만 보지 말고 문자판도 좀 보세요. 전당포주인 …(살핀다) 변신남 전체가 18K예요. 나사 하나까지 다. 전당포주인 …어디서 난 거요? 변신남 게다가 문자판은…. 전당포주인 그러니까 어디서 난 거냐구. 변신남 사업하시던 형님이 물려주신 겁니다. 전당포주인 다들 물려받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변신남 장물 아닙니다. 전당포주인 (확대경을 뺀다) 변신남 아니, 좀 더 자세히 보시라니까요. 안쪽에는 순금이에요, 순금. 전당포주인 갖고 가쇼. 변신남 예에? 전당포주인 그냥 가져가시라고요. 변신남 왜 그러시는데요. 훔쳐오거나 흠집 있는 물건 아니라니까요. 전당포주인 (쳐다본다) 변신남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전당포주인 훔치지 않았으면 어디서, 주웠소? 변신남 예? 전당포주인 그런가보네. 변신남 됐습니다. 전당포가 여기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귀한 물건 들고 나와서 푼돈 좀 만들어보자고 이런 모욕까지 들을 건 없잖습니까. 전당포주인 (시계를 다시 본다) 변신남 막말로 이 정도 물건이면 사장님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당포주인 신데렐라 얘기 아쇼? 변신남 뭔데렐라요? 전당포주인 12시만 넘으면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 말이오. 변신남 왜요, 금시계 보니까 갑자기 금마차라도 생각나십니까? 전당포주인 호박이면 죽이라도 쑤어 먹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난처해지죠. 요즘 전당포에 변신사기가 판을 칩니다. 변신남 …. 전당포주인 어떻게 장담하시겠소? 변신품이 아니라는 거 말이오. 변신남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이렇게 좋은 시계로 변하는 거 보셨습니까? 전당포주인 팔찌, 목걸이, 순금 트로피. 더한 걸로도 변할 수 있지요. 변신남 이건 우리 형님이 사업차 외국에 갔다 오시면서…. 전당포주인 (말 자르듯 망치를 내놓는다) 이걸로 한번 내리쳐 보시든가. 변신남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전당포주인 증명을 해보시라구요. 변신남 내가 못할 거 같아요? 전당포주인 그야 나는 모르지요. 변신남 시계가 망가지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그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전당포주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야 덜 손해죠. 망가져도 제값은 쳐 드리지. 만약 사람이 변신한 거라면, 그 사람이 다시는 못 돌아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쇼. 이 세상과는 영영 빠이빠이란 말이요. 저번엔 진짜로 내리친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돌아오긴 했는데 반병신이 되었습디다. 평생을 병원에 누워 사는 수밖에. 변신남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진짜 시계니까. 전당포주인 그럼 쳐 보시오. (빨리 쳐보라는 시늉) 변신남 (망설인다) 전당포주인 (떠보듯)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아까우면 그냥 갖고 가시든가. 변신남 (결정한 듯 내리치려 하지만 망치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전당포주인 뭐해요 안 내리치고. 변신남 진짜 이거 망가져도 제값 쳐주는 거죠? 전당포주인 증명만 해 보인다면야. 변신남 (심호흡.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얏! 전당포주인 (순간적으로 변신남의 팔목을 잡아채는) 잠깐! 변신남 (멈칫) 전당포주인 됐소. 맡겠소. (시계를 종이 상자에 넣으며) 길에서 변신한 사람들 주워다 돈벌이 하는 사람들 숱하게 봤지. 나도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지키고 살아야 될 거 아뇨. 사람이 있어야 사람한테 사기도 치고 돈도 뜯고 그럴 거 아니요. (돈을 지불한다) 양심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거 알죠? 당신을 믿어보리다.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소중한 것일 테니까 꼭 찾으러 오쇼. 변신남 …(돈을 받아든다) 전당포주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만 변신한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변신남, 대답 없이 돈을 들고 나간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대 어두워지고, 다시 조사실만이 밝아진다. 변신남, 조사실 의자에 앉는다. 조사원, 땀을 닦으며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앉는다. 조사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본부 수거담당 쪽에서 급히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데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서 그 시계는 어떻게 했습니까. 변신남 시계는… 내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벤치에 갖다 뒀습니다. 그 사람은 한 시간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요. 그날 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사원 (엷게 웃으며) 여전히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군요. 최대한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선생님뿐만 아니라 조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신남 …. 조사원 그 다음엔 바로 집으로 가셨습니까? 변신남 예. 집에 가보니까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조사원 만나신 거네요? 변신남 그런 거나 마찬가지죠. 이제 생각 났습니다. 조사원 아까는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그게··· 조사원 말을 자꾸 바꾸시면 안 됩니다. 변신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겁니다. 조사원 예. 일단 얘기를 해보세요. 변신남 집에 갔는데 딸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무대는 변신남의 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딸. 변신남이 집으로 들어간다. 변신남 나 왔어. 딸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다) 변신남 학원은 어떠냐? 딸 (대답 없다) 변신남 요즘 대학생들은 배낭여행 많이 가던데. 넌 안 가도 되니? 딸 (아빠를 무시하며) 엄마, 국 좀 더 줘. 아내, 나온다. 아내 (변신남에게 왔냐는 인사도 없이) 그만 먹어. 살쪄. 딸 배고파. 변신남 나는 밖에서 먹고 왔어. 장 과장이 삼계탕 잘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아내와 딸은 듣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어휴, 배부르다. 딸 (엄마에게 말하지만 아빠에게 들으라는 듯) 한밤중에 밥 먹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 먹어두면 좀 좋아. 덜그럭 덜그럭 잠이나 깨우고. 아내 (밥을 퍼서 변신남 앞쪽에 갖다 놓는다) 변신남 (침을 꿀꺽 삼키며) 배부른데···. 아내 먹어. 변신남 오이냉국 맛있어 보이네. 그럼 조금만 먹어볼까. 변신남이 못이기는 척 식탁에 앉자 딸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변신남 (돈을 꺼내 놓으며) 저번에 맡았던 공사 말야. 그 쪽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왔나봐. 월급도 제때 못줘서 미안하다고…. 보너스다 생각하라면서 주더라구. 아내 (남편을 돌아본다) 변신남 아파트 융자금 밀린 거 꽤 되잖아. 부족하겠지만 좀 보태라고. 아내는 남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돈을 들고 들어간다. 혼자 남아 밥을 먹는 변신남. 공원에서 도시락을 타먹을 때보다 더 퍽퍽한 느낌이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시간이 구름처럼 흩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둘러봐도 피아노는 없다. 밥을 먹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 변신남. 보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형체도 색깔도 없는 허공뿐…. 피아노 소리가 변신남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힘들다….’ 식탁 위의 조명이 꺼질락 말락 불안하게 깜박인다. 변신남 어, 이게 왜 이러지? 변신남이 일어나서 전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돌려본다.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다가 뚝 멈추면, 짧은 암전과 함께 변신남이 변신한다. 그가 앉아 있던 식탁의자 위엔 장난감 피아노 하나가 놓여 있다. 아내와 딸이 나온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뉴스캐스터(목소리) …머그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박모 여인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은 김씨와 아내 박모 여인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박모 여인은 남편의 변신 소식을 듣자마자 변신대책본부를 찾았다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정황으로도 남편에 대한 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모 여인의 사례를 ‘매우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녀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박모 여인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TV를 끄고) 저건 당연히 무죄 아냐?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니잖아. 아내 고의가 아니었는지는 저 여자밖에 모르지. 딸 던진 것도 아니고 미끄러져서 놓친 건데. 아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야. 딸 대체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하는 걸까. 아내 글쎄다. (빈 식탁을 보고는) 니 아빤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갔대니? 딸 자주 없어지잖아. 아내 아빠가 돈을 주더라? 딸 어디서 구했을까. 이제 더는 빌릴 사람도 없을 텐데. 아내 먼저 얘길 안 하니,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회사 잘린 지가 얼마야. 딸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고) 이게 뭐야? 아내 그게 뭐니? (살펴보는) 하여튼 이런 걸 왜. 딸 (피아노를 눌러보며) 소리도 안 나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해. 아빠가 주워온 것들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야. 아내 고장 난 걸 왜 들고 왔대니. 점점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딸 어떻게 좀 해봐. 언제까지 아빠 저러는 거 모른 척 할 건데. 아내 우리가 이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니. 딸 아빠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들잖아. 나…, 아빠가 매일 노숙자들이랑 밥 먹는 거 싫어. 아내 …. 딸 우리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안 돼? 더 작은 집으로. 아내 이게 어떤 집인데. 아빠가 젊을 때부터 벌어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야. 여길 어떻게 나가. 딸 갚을 돈이 더 많잖아. 아내 생각 좀 해보자. 딸 아빠도 참, 그냥 확 터놓고 얘기를 하든가. 거짓말도 하루 이틀이지, 6개월을 뭐하는 거냐구. 아내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아빠야. 그거라도 없으면 니네 아빤, 죽어. 딸 그런 모습 더는 못 보겠어. (흉내를 내며) 삼계탕 먹었더니, 아휴 배부르다. 아내 (장난감 피아노를 가리키며) 이거 어따 치워라. 딸 몰라. 고장난 거, 갖다 버려. 아내 니가 버리든가. (방으로 들어간다) 딸 (따라 들어가며) 저런 것 좀 주워오지 말라고 해 제발.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장난감 피아노. 옆에 서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는 변신남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딸이 눌러보던 버튼이 뒤늦게 작동하는지 장난감 피아노에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변신남만이 그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변신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전화벨소리. 조사실의 불이 켜지고 조사원이 전화를 받는다. 변신남은 다시 조사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래? 알았어. (끊고) 찾았답니다. 변신남 뭐를요? 조사원 사모님과 따님 찾았답니다. 이제 힘들게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전에 여기로 출발하셨다니까 잠시 후면 도착하겠는데요? 변신남 그래요? (표정 어두워진다) 조사원 기쁘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왜 그러세요? 변신남 아니요. 그냥··· 조사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돼서 그러신가보네요. 오후 내내 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변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뭘로 변신하셨는지만 기억하시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 끝난 건가요? 조사원 집도 찾으신 것 같으니까, 먼저 가족들 만나보시고 마무리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사원 밖으로 나가고 변신남 초조해한다. 긴장한 얼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밖에서 조사원의 목소리 들린다. 조사원(목소리) 오셨습니까? 허영범씨는 안에 계십니다. 사모님이랑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조사실의 불빛이 깜박인다. 변신남, 고개를 들어 깜박이는 불빛을 쳐다본다. 불이 꺼진다. 짧은 암전 후, 조사원 들어온다. 조사원 어? 왜 불이 꺼져 있지? 조사원, 불을 켠다. 변신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변신남이 앉았던 자리 옆에 똑같은 의자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조사원 원래 여기 의자가 두 개였었나? (주위를 둘러보며) 허영범씨. 허영범씨. 어디 계세요? 허영범 씨. 허영범씨. 변심남을 찾는 조사원의 목소리만 허공에 가 부딪친다. <끝>
  • 강남 재건축 오랜만에 오름세

    강남 재건축 오랜만에 오름세

    서울 개포주공·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 값이 상승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이 지난 10월 총부채상환비율(DTI) 추가 규제 이후 오랜만에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이 2개 단지는 수도권 주택시장을 선도하는 주요 재건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바닥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기도 한다. 전세시장은 고교 배정을 앞두고 강남구와 양천구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은 성수동 일대 아파트 값이 일대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 기대 심리에 소폭 상승했다. 강남구는 개포지구 용적률 상향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오름세를 보였다. 개포동 주공2단지 52㎡ 매매가는 7억 8000만~8억 5000만원으로 지난주에 비해 1000만원 상승했다. 도봉구는 시장 침체기를 견디지 못하고 중소형 아파트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기도에서는 의왕, 군포 등 신규 입주물량이 집중된 곳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전세시장은 강남권이 신규 입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줄면서 강세를 보였다. 학군 프리미엄을 약화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고교선택제가 ‘희망학교 추첨배정’이 아닌 ‘거주지 우선배정’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우수 학군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와 양천구는 수능 이후 지속적인 상승률을 보였고, 구로구도 중소형 위주로 매수세가 살아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강동구는 거래가 많지 않으나 물량이 워낙 적어 오른 가격에도 거래가 되고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신체 성장조절 유전자 국내팀 세계 첫 발견

    국내 연구진이 신체의 크기와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1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팀은 초파리와 사람 세포주를 이용해 신체의 성장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와 ‘표적유전자’를 발견했으며, 이 유전자가 인슐린 신호를 제어해 세포의 성장과 대사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 ‘셀(Cell)’ 11일자에 게재된다. 김 교수팀은 초파리의 마이크로RNA 중 하나인 ‘miR-8(인간은 miR-200)’을 없애면 난쟁이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이 마이크로RNA가 초파리의 성장기에 지방세포에서 인슐린 신호전달을 촉진해 신체 성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어 이 마이크로RNA가 USH(인간은 FOG2)라는 표적유전자를 제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인슐린 신호를 조절한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인체에 적용해 성장과 인슐린 신호전달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찾아낸 것이다. 김빛내리 교수는 “마이크로RNA를 통해 당뇨병과 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월드 뉴스라인] 美 줄기세포연구 정부기금 허용

    미국이 줄기세포 연구에 정부기금 지원을 승인했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13개의 배아줄기세포주에 대해 정부기금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에 지원이 허용된 13개의 줄기세포주는 하버드대 부속병원인 보스턴소아과병원이 신청한 11개와 뉴욕소재 록펠러대학이 제출한 2개다. NIH는 이와 함께 줄기세포주 20여개에 대한 심의 결과는 4일 발표될 예정이다.
  • 성동 낡은 골목길 ‘때 빼고 광 냈다’

    성동 낡은 골목길 ‘때 빼고 광 냈다’

    지저분하고 낡은 마을 골목길에 ‘삶과 지역문화’가 살아 있는 디자인을 입혔다. 서울 성동구는 이달 말까지 ‘디자인 골목길’ 시범사업 대상지 13곳에 공사를 마치고 주민들에게 동네별로 특색있는 쉼터, 깨끗한 골목길을 선사한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이호조 구청장이 민선4기를 시작하며 성동구의 낡고 지저분한 이미지를 첨단 디자인과 미래형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약속한 사업 중 하나이다. 이번 사업은 전국 처음으로 시행한 마을 골목길 간판정비, 공공시설물 교체, 공개공지 활용 등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계획됐다. 도로, 가로등, 보안등, 보도 등과 같은 공공시설물(13곳·총 연장 2592m, 폭 6~10m)은 구에서 직접 정비했다. 간판과 같은 민간시설물(간판 등 471개)은 개선비용의 일부를 지원했다. 차양막, 상품진열대, 담장, 건물외관, 공개공지 활용 등은 점포주와 건물주가 자율적으로 정비했다. 전신주지중화 사업은 한전 등과 협의하고 있다. 송정동 동2로길 보도포장 개선과 디자인 펜스 설치, 차도정비 등의 사업은 모두 마쳤고 성동구의 대표적인 먹자골목으로 형성된 왕십리 도선동 전풍길의 도로 및 보도, 간판 등도 정비했다. 성수2가3동 감나무길은 쉼터조성, 길거리 공연장, 보차도 정비 등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왕십리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로는 왕십리 디자인 서울거리가, 남북으로는 고산자로 서울 르네상스 거리가 펼쳐진다. 또 한양대 주변 젊음의 거리는 지난 4월 준공돼 젊음과 활기가 넘쳐나는 거리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이번 사업을 마치는 13곳의 골목길로 성동의 모든 거리가 새 디자인을 입힌 미래형 거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구청장은 “ 불법노점상, 무질서하게 늘어진 간판, 지저분한 불법 광고스티커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골목길 풍경뿐만 아니라 주민들 표정이 밝아졌다.”면서 “동별 골목길 디자인 사업을 확대해 지역문화와 어우러진 주민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黃박사 2005년 논문조작 대부분 관여

    黃박사 2005년 논문조작 대부분 관여

    ‘황우석 신화’는 결국 법정에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2004년 2월12일 사이언스지에 인간의 난자와 체세포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는 성과를 발표해 세계의 주목을 받은 지 2083일, 검찰이 황우석 박사를 기소한 지 1263일 만에 나온 결론이다. 재판부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검찰의 결론대로 2004년 ‘체세포 복제 인간배아줄기세포’와 2005년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논문의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인정했다. 이중 2004년 논문에서는 테라토마(줄기세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형암) 사진 조작 등 일부에 대해서만, 2005년 논문에서는 줄기세포 2개를 11개로 부풀리는 과정에서 줄기세포 확립 현황 도표 조작 등 대부분 조작에 황 박사가 관여했다고 밝혔다. 황 박사가 구체적으로 슬라이드를 조작하라는 식의 지시를 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2005년 논문 준비 과정에서 오염사고 등으로 줄기세포가 사멸해 실제로 줄기세포가 두 개밖에 존재하지 않았고, 황 박사 역시 이를 잘 알면서도 “이번 논문은 (줄기세포)11개로 간다. 사진을 준비하라.”고 독려하는 등 암묵적으로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처녀생식 논란이 일었던 2004년 논문의 자가 핵이식을 통한 인간배아줄기세포(NT-1)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NT-1 수립 과정에서 황 박사가 테라토마 사진 등을 조작하기는 했어도, 논문 제출 이전 이뤄진 추가 검증 실험에서 테라토마가 형성돼 황 박사도 NT-1을 최초의 핵이식 배아줄기세포로 믿었던 것으로 재판부는 추측했다. 재판부는 또 2005년 논문에서는 김선종 연구원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울대 연구팀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배반포에 섞어 심었다는 사실을 황 박사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배반포 배양에 있어 전적으로 김 연구원에게 의지하고 있던 황 박사 팀으로서는 김 연구원이 조작한 DNA 지문분석 결과대로 12개가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라고 믿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문의 제1저자 혹은 교신저자였던 황 박사가 조작으로 줄기세포에 문제가 생긴 사실을 전혀 몰랐는지를 두고는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후원금 20억원을 받은 데 대해서는 논문 조작 여부와 상관없이 후원자 쪽에서 줄기세포주 수립 사실 자체를 믿고 연구비를 준 것이기 때문에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SK㈜와 농협중앙회가 먼저 연구비 후원을 제의한 데다 일부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연구비를 철회했을 것으로 명백히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12일부터 DTI규제 제2금융권으로 확대

    12일부터 DTI규제 제2금융권으로 확대

    정부의 2차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조치로 기존 주택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특히 1차 DTI 강화 조치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거래가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강남권 이외 지역 규제 강화의 효과가 강남권까지 미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부가 지난달 7일 1차(은행권) DTI 강화에 이어 이번에 보험사, 상호금융사, 저축은행, 여신전문회사 등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DTI 규제를 수도권 비투기 지역으로 확대하고, 제2금융권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하면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수요자들 심리적 위축도 만만찮을 전망 이 조치로 서울의 비투기 지역에서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금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면 DTI 50%가 적용된다. 인천·경기지역은 60%가 적용된다. 상호금융사와 저축은행, 여신전문사의 DTI는 서울 50~55%, 인천·경기지역 60~65%이다. 현재는 서울 강남 3구와 투기지역만 DTI 40~55%를 적용하고 있다. LTV의 경우 보험사는 현행 최고 60%에서 50%로 강화된다. 나머지 제2금융권은 70%에서 60%로 조정된다. 바뀐 규정은 12일 대출분부터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1차 DTI 규제 강화가 나름 효과를 냈지만 주택시장에 대기수요가 많아 단기 조정에 그칠 수도 있고 가격 불안요소가 아직 많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규제 강화가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로 확실하게 주택가격을 잡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2금융권까지 DTI 규제가 확대되면 주택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은행권의 DTI 규제가 수도권 비투기 지역으로 확대 실시된 후 한 달간 이미 수요위축과 상승세 둔화, 재건축 가격 하락 등 효과를 내고 있던 터다. 정부가 강하고 신속하게 수요억제책을 내놓는 인상을 주면서 수요자들의 심리적 위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수요 위축과 거래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 주택 팔리지 않아 매수 포기 사례도 실제로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 41.98㎡는 한때 8억 4000만원까지 갔으나 요즘 들어서는 8억 300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50.38㎡도 10억 1000만원으로 2000만~3000만원가량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실종됐다. 이창훈 남도공인 대표는 “강남권에 집을 사려고 해도 다른 지역이 DTI 규제에 묶이면서 기존주택이 팔리지 않아 매수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차 DTI 규제 확대 이후 한 달 새 112㎡ 가격이 12억 5000만원에서 11억 8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 하지만 제2금융권마저 DTI 규제를 확대하면서 시장은 또 한번 얼어붙었다. 매도자들이 내놓은 매물은 많아도 가격은 내리지 않아 거래는 거의 없는 상태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의 얘기다. E공인 관계자는 “추석이 지나면 거래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DTI 규제 확대로 거래는 더 위축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오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 주공 5단지는 일주일 새 2000만~3000만원이 재차 하락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119㎡의 경우 지난주 15억원에서 14억 700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매수자와 매도자의 가격이 맞지 않아 거래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 반면 신규분양시장의 수요 쏠림은 더 심화될 수 있다. 이주비와 중도금 등 집단대출, 미분양주택의 담보대출, 5000만원 이하 소액 대출은 이번 규제 강화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김성곤 윤설영기자 sunggone@seoul.co.kr
  • 차기엑스포 기본구상 보고회에

    이학렬 경남 고성군수 7일 오후 2시 엑스포주제관 회의실에서 열리는 차기엑스포 기본구상수립 용역추진 중간보고회에 참석한다.
  • 인천시의회 재개발 이주대책 의무화 추진

    인천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사업 주민 이주대책을 의무화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 조례에 대해 사업시행자의 재량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5일 ‘인천시 도시재생사업 이주대책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도화·숭의구역과 인천·동인천·제물포·가좌·주안2·4동 재정비촉진지구를 망라한 7개 도시재생사업을 대상으로 했다. 조례안은 우선 개발지구 주민이 새로 지어질 아파트를 전용 85㎡까지 분양가 이하로 공급받을 수 있게 했다. 분양가 중 택지비는 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비를 뺀 값으로, 나머지는 원가로 해 주민이 일반분양가보다 30% 이상 싸게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안은 또 개발사업자가 주택 세입자에게 국민임대를 포함한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도록 했다. 사업구역 안에서 영업을 해온 점포주나 점포 세입자에 대한 개발사업자의 대책 마련도 의무화했다. 시의회의 이번 조례 추진은 준비 단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이주대책을 하나하나 조례로 규정해 개발사업자에게 ‘법적’ 의무를 지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민 이주대책은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어 사업시행자와 해당 지자체장과의 협의에 따라 결정돼 왔다. 조례 발의를 주도한 허식 의원은 “제 각각이던 보상·이주대책의 원칙을 세워 개발사업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 조례의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현행 토지보상법상 이주대책은 사업시행자가 수립하도록 규정하는 만큼 이 조례안이 사업시행자 재량권을 침해하고 상위법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도화구역과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은 이미 2007년과 지난 3월 각각 보상공고가 나가 보상이 진행 중이어서 소급 적용될 수 없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점이 적지 않다고 강조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재생사업에 국비를 지원받는 경우 국비 이상의 시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등 조례안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집값 주춤하자 땅값 들썩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로 집값 상승세는 주춤해졌지만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2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8월 전국의 땅값은 7월 대비 0.36% 올라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8월(0.42%) 이후 1년 만에 최고치이다. 특히 서울 0.63%, 인천 0.41%, 경기가 0.4% 오르는 등 수도권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성동구는 땅값이 7월 대비 0.8% 오르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성동구는 성수 전략정비구역과 신분당선 연장에 따른 개발 기대감으로 땅값이 치솟았다.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가 개발되고 있는 경기 하남시(미사지구)도 전달에 비해 0.77%나 올라 성동구의 뒤를 이었다, 강남구 역시 보금자리주택(세곡지구)과 구룡마을 재개발 계획 등 개발 호재가 작용하면서 0.73% 상승했다. 전체적으로는 249개 시·군·구 가운데 전남 진도군(0%)을 제외한 248개 지역이 상승했고, 64개 지역은 전국 평균 이상 올랐다. 땅값과 달리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은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다. 부동산 포털 스피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9월 넷째주 아파트 시세는 서울이 0.04%, 경기 0.05%, 경기 0.05%, 인천 0%로 전주에 비해 상승세가 둔화됐다. 전주 서울은 0.06%, 경기 0.10%, 인천 0.01% 올랐었다. 재건축 아파트는 서울이 0.04%, 경기 0.13%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강남은 -0.09%, 강동 -0.06%, 송파 -0.06%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개포주공 1단지 49㎡가 전주 10억 4000만~10억 6000만원이었으나 10억 3000만~10억 5000만원 선으로 평균 1000만원쯤 떨어졌다. 둔촌주공 3단지 112㎡도 전주 9억 3500만~9억 5000만원이었으나 한 주 새 9억 3000만~9억 4000만원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실제 호가는 1000만~2000만원가량 빠졌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의 얘기이다. 이처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약세로 돌아선 것은 정부가 이달 7일부터 수도권 주요 지역에 대해 DTI 규제를 확대하면서 매수세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9월 소비자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12로 전월의 110에 비해 2포인트 상승해, 지금은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말쯤 다시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한편 전셋값은 서울 0.19%, 경기 0.16%, 인천 0%로 나타났다. 이는 전 주에 비해 서울은 0.06%포인트, 경기 0.16%포인트, 인천 0.11%포인트 둔화된 것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유통플러스]

    ●보령메디앙스 B&B가 아기 모델을 공개 선발한다. 보령메디앙스 3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대회에서는 아기모델 3명을 선정한다. 6~36개월령 아기 사진을 아이맘 홈페이지(www.i-mom.co.kr)에 올려 신청할 수 있는데, 1차 신청기간은 11월20일까지다. 02-740-4048.●루부에서 LED프러포즈 보석함 키스더루부를 출시했다. 3년 동안 20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만든 이 제품은 키스를 하면 덮개가 열리도록 해 이벤트 요소를 극대화한 프러포즈 전용 보석함이다.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고, 중국·홍콩·타이완 수출계약을 진행 중이다. 070-7786-2999.●아워홈이 30일까지 외식브랜드 공모전을 개최한다. 패스트푸드 로드숍 형태의 아시아 음식점 론칭에 사용할 브랜드 명과 로고 디자인을 공모한다. 2년제 이상 대학(원)생이 참여할 수 있고, 입상자에게는 600만원 상금과 인턴 사원 특채 혜택을 부여한다. ●트라이씨클이 운영하는 패션 트렌드 쇼핑몰 오가게가 웹페이지를 새단장했다.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용자 이동 경로를 하이퍼링크 형태로 보여 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GNB)을 활용, 카테고리를 취향에 따라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새 단장을 기념, 가격 할인과 경품 행사를 진행한다.●다논코리아가 세계 판매 1위 요구르트 액티비아를 한국에 출시했다. 마시는 제품 2종과 떠먹는 제품 2종이다. 다논코리아 올리비에 포주르 대표는 “전 세계 69개국에서 사랑받는 다논의 대표 브랜드 액티비아 출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황우석 줄기세포 특허출원 자진삭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바이오업체 ‘에이치바이온’이 줄기세포와 관련된 특허출원을 자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삭제한 대목은 2004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데이터를 날조한 것이 드러나 특허출원이 철회됐던 줄기세포 NT-1 관련 항목이다. 4일 유럽특허청(EPO) 홈페이지에 따르면 에이치바이온은 최근 ‘배아줄기 세포주 및 이의 제조방법’이라는 특허출원의 청구항 50개 가운데 줄기세포와 관련된(1~48항) 부분을 모두 삭제했다. 출원 명칭도 ‘인간 배반포를 위한 배지’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이 특허출원은 줄기세포와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됐다. 삭제 조치는 에이치바이온이 지난해 7월 유럽 특허청으로부터 통보를 받은데 따른 것이다. 당시 유럽특허청 심사관은 데이터 날조로 관련논문들이 철회된 사실과 특허출원 내용과는 달리 NT-1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보정을 하든 거절로 결정될 것이 예상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바이온측 실무를 담당하는 정진특허법률사무소 김순웅 변리사는 “유럽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관련특허를 내주지 않아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 자진삭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특허는 2003년 처음 출원돼 지금까지 11개국에서 심사를 받았지만 실제 등록된 사례는 아직 없다. 미국 특허상표청(USTPO) 역시 동일 내용의 특허출원에 대해 지난 5월 최종 거절이유 통지서를 발송했다. 심사를 맡은 데보라 크라우치 박사는 통지서에서 “세포주가 줄기세포 요건에 맞는지 불확실하고 신청서에 기술된 방법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말 대신 야생 코뿔소 타고 다니는 간 큰 남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말 대신 야생코뿔소를 타고 다니는 별난 남성이 있다고 영국 대중지 ‘데일리 메일’이 소개했다. 림포포주 모호로호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수렵 감시관으로 일하는 제임스 느드로부(32·James Ndlovu)에게는 특별한 ‘마이카’가 있다. 바로 12살 난 야생 흰코뿔소 수컷 데니스(Dennis). 이 야생 코뿔소와 느드로부의 인연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역다툼으로 큰 부상을 입은 데니스가 보호구역센터에서 치료를 받게 된 것. 느드로부는 데니스가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17개월 동안 열심히 보살폈다. 그 후 데니스는 야생으로 풀려났지만 어느새 다시 돌아와 센터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이를 본 느드로부가 데니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고 둘은 특별한 유대감을 쌓게 됐다. 그러나 느드로부가 데니스를 말처럼 타고 다니겠다는 결심을 밝히자 센터 직원들은 “야생 코뿔소는 아주 위험한 동물이라 자칫 죽을 수도 있다.”고 크게 염려했다. 다행히 느드로부는 4년이 넘도록 무사히 데니스를 타고 돌아다닌다. 이제는 몸을 좌우로 기울여 데니스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지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한편 센터 관계자는 “데니스가 종종 센터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거나 뿔로 자동차와 건물에 낙서를 한다.”며 “정말 말썽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느드로부에게는 온순하게 행동하지만 아직도 야성을 간직하고 있어 함부로 다가가선 안 된다.”며 경고를 잊지 않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문설주기자 spirit0104@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개포주공 등 사업부진 강남 재건축 단지, 2년이상 보유땐 매매 자유화

    개포주공 등 사업부진 강남 재건축 단지, 2년이상 보유땐 매매 자유화

    앞으로는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재건축 주택은 2년 이상 보유하면 자유롭게 팔 수 있게 된다. 서울시내 재건축 단지 가운데 대략 1만 7000여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재개발·재건축 절차간소화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달 7일쯤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지금은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3년 이상 사업시행인가가 없는 경우 5년 이상 해당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양도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2년 이상 사업시행인가가 없는 경우 2년 이상만 보유하면 팔 수 있게 된다. 또 사업시행인가일로부터 3년 이내에 착공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5년 이상 해당 주택 소유자에게 양도를 허용한 규정도 2년 이내 착공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2년 이상만 보유하면 매매가 허용된다. 착공일로부터 3년(현행 5년) 이내에 준공되지 않는 경우와 공매·경매 등으로 인해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에도 지위 양도를 허용하기로 했다. 부동산 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재건축 추진 단지 가운데 이번에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가 풀리는 곳은 총 31개 단지, 1만 7181가구로 나타났다. 이중 조합설립인가를 받고도 2년 이상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재건축 아파트는 18개 단지 1만 760가구에 이른다. 강남 개포 주공1단지를 비롯해 논현 경복, 청담 삼익, 압구정 한양 7차, 대치 청실 1·2차, 잠원 한신 7차 등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사업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개포 주공1단지 등 상당수는 2003년 12월31일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종전까지 1회에 한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했지만, 이번 조치로 거래 제한이 완전히 풀렸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년 내 착공을 하지 못한 아파트는 13개 단지 6400여가구다. 반포 한양, 잠원 한신 5~6차, 신반포(한신 1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사업승인을 받고도 조합원 반대와 사업 재검토 등을 이유로 착공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또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비용을 추진위원회가 아닌 시장·군수가 부담하도록 했으며 역세권의 상업지역·공업지역을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개발할 경우 주상복합건물에 대해서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 고밀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서울플러스] 난곡로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관악구(구청장 대행 박용래)난곡로 일대를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조성하기로 했다. 지난 5월13일 건물주 및 점포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판개선사업의 성과와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을 설명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또 2회의 간판 거리전시회를 통해 이해를 높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지금까지 신축건물 30개동 40개 점포가 구의 옥외광고물 가이드라인에 적합하게 설치했다. 도시디자인과 881-5053.
  • 때론 경찰보다 ‘갱단’이 낫다?

    때론 경찰보다 ‘갱단’이 낫다?

    “흑인이면서 가난한 것은 어떤 느낌인가?” 1989년 가을.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원생은 흑인갱단 ‘블랙 킹스’의 지역 일인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흑인’과 ‘빈곤’이라는 민감한 단어가 포함된 질문이라 대학원생은 진땀깨나 흘려야 했지만, 대답은 생각보다 엉뚱했다. “난 흑인이 아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단어를 수정했지만 대답은 또다시 의외였다. “난 깜둥이야.” 일인자의 논리는 이랬다. 흑인은 두 종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깜둥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교외에 살고, 넥타이를 매고 있다. 깜둥이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 이어 일인자는 대학원생의 연구와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일침을 놓는다.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고 우리에 대해 전혀 아는 것도 없으면서 넌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된거지?” # 사회학자 10년간 빈민촌서 체험연구 대학원생은 현재는 컬럼비아대 사회학교수인 수디르 벤카테시이고, 이 일인자는 벤카테시 교수가 시카고 공영주택단지 ‘로버트 테일러 홈스’를 연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제이티다. 벤카테시는 이 시점부터 이후 10년간 이곳을 연구하며 경험한 것들을 ‘괴짜사회학’(김영선 옮김, 김영사 펴냄)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가 ‘괴짜 사회학자’로 불리게 된 과정이라고 할까. 당시 대학원 신입생이던 저자는 인종과 빈민에 관한 가장 뛰어난 학자로 평가받는 윌리엄 줄리어스 윌슨 교수를 찾아 조언을 듣던 중 새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았다. 주제는 이렇다. 빈곤 지역으로 둘러싸인 데서 자라는 것과 가난하지만 근처에 부유한 지역이 있는 곳에서 성장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후자의 집단은 부유한 지역의 학교나 서비스, 고용 기회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까. 연구를 위한 설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저자는 다소 무모한 방식으로 기초조사를 시작한다. 일단 대학당국이 접근금지 지역으로 삼은 워싱턴파크에 들어가 흑인 노인들을 만났다. 대화를 나누던 중 노인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사회학자가 도시 빈민의 삶을 들여다보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 어느새 ‘그들만의 질서’ 공감 연구를 위해 더 깊은 곳으로 찾아가 만나게 된 제이티에게 “얼간이 같은 질문이나 하면서 돌아다녀선 안 된다. 우리 같은 사람하고 어울려야 한다.”는 충고를 들은 저자는 빈민가 흑인들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아예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제이티의 호의로 저자는 이 지역 사람들과 그들의 가정, 마약상과 코가인 중독자, 포주와 매춘부, 주민대표와 사회운동가, 경찰과 어울리며 이곳이 단순히 ‘주택단지’가 아니라 ‘공동체’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저마다의 입장에서 어떻게 도시를 바라보고 소통하는지 확인한다. 제이티를 비롯한 블랙 킹스 일원들은 무법자이자 입법자이다. 이들은 시카고와 세인트루이스, 밀워키 등을 광범위하게 관리하며 마약거래, 강탈, 도박, 매춘 등 검은 사업으로 돈을 번다. 농구선수권대회, 소프트볼선수권대회, 카드놀이 등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스포츠와 축제를 연다. 시카고 경찰 이상으로 지역 치안에도 적극적이다. 주민들도 위험에 놓이면 경찰이 아니라 갱단을 찾을 정도다. 복지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갱단과 주민 대표, 경찰이 은밀한 역학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 빈민 살린다는 도시개발 허상 짚어 나름의 체계를 갖고 돌아가던 이곳의 위기는 정부의 ‘도시재개발계획’이었다. 빈민가 흑인들이 다른 소득계층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 수 있도록 ‘빈곤의 섬’을 없애자고 진행된 도시재개발계획은 오히려 이곳의 흑인들을 이주시키고 그들의 집과 일터를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공영주택단지 주민들은 이 지역에 시장 시세에 따른 분양 아파트와 타운하우스가 들어선 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권리를 확답받지만, 실제로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주택은 전체 가구의 10% 미만일 뿐이다. “더 나은 지역을 만들어 제공하겠다.”면서 재개발을 남발하지만 결국 지역에 살았던 저소득층에게는 돌아와 안착할 기회를 주지 않는 한국의 뉴타운 정책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부의 도시재개발계획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며 정책수립을 돕는 사회학자들의 연구 역시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책은 ‘갱단이 지역에, 지역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연구 주제가 바탕이 됐지만, 일반적인 사회학 저서처럼 연구방식이나 해법을 전하지 않는다. 머리에 총을 겨누며 위협하는 갱단과의 첫 만남부터 지역에서 겪은 당혹스러운 일들, 빈민가 흑인들에 대한 오해와 이해, 주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생긴 감정 등이 생생하게 녹아 있어 소설을 읽는 듯 흥미롭다. 지역 주민 대표 중 한 명인 베일리 부인과 나눈 ‘소크라테스식 대화’에서는 허점을 찔린 듯한 충격도 있다. 빈민가의 흑인을 연구할 때 연구대상을 백인사회로까지 넓혀야 하는 이유를 선문답으로 이어간 베일리 부인의 말은 이마를 탁 치게 한다. “우리를 희생자로 만들진 마. 우린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거니까. 모든 게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건 아니거든.” 1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인간 신경줄기세포로 뇌졸중 쥐 치료 성공

    국내 연구팀이 인간의 뇌에서 분리한 신경줄기세포로 뇌졸중 쥐를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중앙대의대 의학연구소 김승업 석좌교수는 뇌출혈을 일으킨 쥐의 뇌 부위에 인간의 신경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뇌졸중으로 생긴 이상 증세가 대부분 해소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험에 사용된 인간 신경줄기세포는 태아의 뇌에서 분리한 ‘불사화(不死化)세포주’로, 김 교수는 여기에 ‘글리아세포-유래 신경영양인자(GDNF)’ 유전자를 처리한 새로운 세포주를 만들어 쥐의 뇌 속 병변 부위에 이식했다. 그 결과, 이식된 줄기세포가 뇌출혈로 괴사한 신경세포를 재생시켜 이상 증세를 보이던 쥐의 행동도 정상에 가까워졌다는 것.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진테라피’ 최근호에 게재됐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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