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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가 유인원?…미국서 트럼프 희화화 맥주 출시

    트럼프가 유인원?…미국서 트럼프 희화화 맥주 출시

    미국의 한 수제맥주 회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를 진화가 덜된 유인원에 빗댄 상품을 내놨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시카고 수제맥주 회사 ‘스파이트풀 브루잉’(Spiteful Brewing)은 지난 13일 ‘덤 도널드’(Dumb Donald·어이없는 도널드)라는 상표로 650㎖들이 병맥주 신제품을 출시했다. 맥주병 라벨의 맨 위에는 제조사 로고와 ‘덤 도널드’라는 상표명이 표기돼 있고 그 아래 3개의 피라미드 앞을 걸어가는 유인원과 트럼프로 추정되는 인물, 현대인 남성을 차례로 그려 넣었다. 유인원은 불완전 직립상태이고 현대인 남성은 반팔 셔츠·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똑바로 서서 걷고 있으며 트럼프는 유인원과 사람의 중간 형태로 묘사돼있다. 제조사는 라벨 한편에 “‘덤 도널드’는 진화하다 만 것 같다. 뇌가 기능하기는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어휘를 구사하는 정도의 최저 수준에 머물러있다”며 “이 맥주를 마시면서 ‘덤 도널드’같은 존재가 아예 없는 머나먼 섬에 가있는 기분을 느껴보라”는 등의 설명을 붙였다. 내용물은 더블 인디아 페일 에일(DIPA)에 키라임을 첨가한 알코올도수 9.2%의 맥주로,트럼프와 아무 관련이 없다. ‘스파이트풀 브루잉’의 공동 설립자 제이슨 클라인은 “‘덤 도널드’ 출시 후 소비자와 언론의 폭발적인 반응에 깜짝 놀랐다”며 “70%는 ‘재미있다’, ‘제품을 구하고 싶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일부는 ‘끔찍한 마케팅 수법’이라며 강한 반발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이 우리의 의도를 오해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발언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의 몰이해와 증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기발한 상표와 포장으로 소량생산해온 이 회사는 그간 ‘앵그리 애덤’(Angry Adam·화가 난 애덤),‘벨리저런트 밥’(Belligerent Bob·호전적인 밥),‘채티 캐시’(Chatty Cathy·수다스러운 캐시) 등 단어의 초성을 맞춘 짓궂은 상표를 붙인 제품을 선보였다. 클라인은 “‘덤 도널드’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며 누구나 친숙한 인물을 소재로 삼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자인 원안에는 트럼프의 특징이 더 살아있었지만,너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손을 봤다”고 밝혔다. ‘스파이트풀 브루잉’은 ‘덤 도널드’ 맥주를 한정 생산해 판매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돌아온 지갑/박홍환 논설위원

    술 취한 승객들 틈에 끼어 포장마차에서 외롭게 술잔을 기울인 며칠 전 새벽 배불뚝이 지갑이 이별을 선언하고 바지 뒷주머니에서 뛰쳐나갔다. 눈을 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후회가 물 밀듯 몰려왔다. 이미 만취한 상태에서 “한잔 더” 하며 기어코 포장마차에 올라탄 게 화근이었다. 머릿속으로 힘겹게 동선(動線)을 따라가지만 역부족이다. 낡아 해진 데다 지폐 한 장 없이 카드꽂이에 불과한 배불뚝이 가출 지갑의 운명이란 뻔하다. 누군가 발견한다면 속살을 힐끔 훔쳐본 뒤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것이다. 몇 단계의 분류 과정을 거쳐 용광로에서 한 줌도 안 되는 재로 바뀔 지갑을 체념할 때쯤 휴대전화 벨이 울리고 생면부지의 전화번호가 화면에 떠올랐다. “지갑 잃어버리셨죠?” 동네 주변 벤치 밑에서 주웠는데 명함과 신분증을 보고 전화를 걸었단다. 혹시 몸은 상하지 않았느냐고 걱정까지 해 준다. 그 관심과 배려가 진심으로 고맙다. 안 그래도 신용카드 분실 신고며, 신분증 갱신이며, 당장 해야 할 일로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이런 은인이 또 있을까 싶다. 온전하게 돌아온 지갑 속에는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인정(人情)까지 덤으로 끼워져 있었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담배·커피… ‘포장된 쾌락’에 담긴 중독

    담배·커피… ‘포장된 쾌락’에 담긴 중독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게리 S 크로스·로버트 N 프록터 지음/김승진 옮김/동녘/479쪽/1만 9500원 현대인들은 대부분 ‘중독’된 채 살고 있다. 담배, 커피, 콜라 등이 대표적이다. 중독의 원인은 뭘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았다. 무절제와 탐욕이 ‘원흉’으로 꼽혔다. 새 책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는 다르다. 우리가 먹거리들에 쉽게 노출되도록 만드는 그 무엇, 예컨대 포장 같은 외부 요인이 더 큰 작용을 했다고 주장한다. 부제를 보면 책의 얼개를 보다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병, 캔, 상자에 담긴 쾌락’이 부제다. 병, 캔 등은 각종 먹거리들이 우리 입에까지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설 수 있도록 이끄는 도구들이다. 좀더 단순하게 표현하면, 맛을 담는 도구들이 기계화로 양산된 탓에 우리가 더 쉽게 중독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포장된 쾌락’을 제공하는 상품은 대개 감각적 만족이 응축돼 용기에 담겨 있다. 단맛이 젤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콜라 등으로 변형된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단맛이 테크놀로지 덕에 대량생산되면서 더욱 싸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됐고 이는 중독으로 이어졌다. 담배 소비 방식의 변화를 살펴보면 ‘포장된 쾌락’과 중독의 연결고리를 정확히 알 수 있다. 19세기 이전까지 담배는 종교의식처럼 의례적인 목적으로 사용됐다. 가끔 접했으니 중독도 흔하지 않았다. 피우는 방식도 지금과 달랐다. 이른바 ‘뻐끔 담배’였다. 그런데 19세기 들어 담배를 중독성 있는 기호품으로 만들어 수익을 극대화하려던 담배회사들이 역사상 가장 해로운 담배, 지궐련(cigarette)을 만들어 냈다. 지궐련의 핵심은 1000여종에 달한다는 독성물질을 ‘속담배’를 통해 ‘자발적으로’ 흡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속담배로 담배를 피우는 방식이 옛사람들의 뻐끔 담배에서 이어진 게 아니라, 담배 회사들이 담배를 속담배로 피우지 않으면 만족스럽지 않게 만들면서 생겨난 방식이란 얘기다. 여기에 기계화를 통한 대량생산, 니코틴 등을 첨가한 화학적 조작, 담뱃갑을 이용한 마케팅이 이어지며 니코틴 중독자들을 양산했다. 어디 담배회사뿐일까. 19세기 말 테크놀로지 혁명 이후 거의 모든 제조업체가 제품이 아닌 중독성의 확대 재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중독성은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책은 축음기와 레코드, 스냅 사진과 영화, 놀이공원까지 논의를 넓히면서 포장된 쾌락이 사실상 우리의 모든 감각을 둘러싸고 있음을 보여 준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빵으로 전하는 뜨끈한 사랑

    빵으로 전하는 뜨끈한 사랑

    대한적십자사(총재 김성주)는 16일 서울 성동구 서울지사에서 뉴질랜드를 비롯한 8개국 여성 대사를 초청해 ‘사랑의 제빵 봉사활동’을 펼쳤다. 행사에는 김 총재를 비롯해 클리어 펀리 주한 뉴질랜드 대사, 엘리자베스 베르타뇰리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앙엘 오도노휴 주한 아일랜드 대사, 과달루페 팔로메케 데 타보아다 주한 볼리비아 대사, 나탈리아 질레비치 주한 벨라루스 대사, 마거릿 클락퀘시 주한 가나 대사, 엠마 프랑수아즈 이숨빙가보 주한 르완다 대사, 소아레스 지메네스 아달지자 마리아 동티모르 대사 등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뒤 빵 반죽과 굽기, 포장 등 약 3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벌였다. 여성 대사들이 직접 제작한 빵은 성동구 지역의 장애인과 결손가정 아동들에게 밑반찬과 함께 전달될 예정이다.
  • 전북·군산 “광양항 車 환적 허브화는 특혜” 반발

    전북·군산 “광양항 車 환적 허브화는 특혜” 반발

    道 “최대 연간 120억원 손실…정부 광양항 일감 몰아주고 현대글로비스 독점까지 가능” 해양수산부의 ‘광양항 자동차 환적 허브화’ 계획에 자동차 수출항구를 낀 전북도와 군산시가 반발하고 있다. 해수부의 카보타지 예외 적용 정책은 광양항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함께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카보타지는 한 국가 내에서 여객 및 화물을 운송하는 권리를 외국 선박에는 주지 않고 자국 선박이 독점하는 국제 관례다. 16일 전북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선박법 제6조에 ‘국내 항구 간 운송은 한국적 선박으로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외국적 선사들이 보유한 외국적 선박의 자동차 환적 운항을 암묵적으로 인정해 왔다. 현재 국내에서 자동차 환적 화물을 취급하는 선사는 5개 사로 이 중 4개 사는 외국선사가 외국적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다. 유일한 국내 선사인 현대글로비스도 한국적 선박과 외국적 선박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이들 5개 사는 평택~군산~목포~광양항을 오가며 자동차를 실어나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해수부가 국적 선사의 광양항을 기종점으로 하는 자동차 화물 연안운송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광양~군산·울산·평택·목포항의 4개 항로에 대해서는 국적 선사가 외국적 선박을 이용해도 자동차 연안수송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다. 광양항 환적기지 육성 방안은 해수부 장관이 지난달 말 이미 결재를 마쳤지만 다른 지역의 반발을 우려해 시행을 미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해수부의 계획은 카보타지 법규 위반을 해소하고 자동차 전문 환적기지를 육성한다는 명분이다. 이에 대해 전북 군산시와 군산항 항운노조는 광양항에 자동차 환적화물이 집중될 경우 물동량이 급감하게 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 평택, 전남 목포 등 자동차 환적 항구가 있는 다른 지역 지자체도 불만이 높다. 전북도는 “해수부의 이번 방침은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물동량이 많지 않은 광양항에 일감을 몰아주려는 정부의 의도와 국내 자동차 환적 사업을 독점하려는 대기업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국항운노조연맹 전북서부항운노조도 지난 14일 “환적화물은 하역작업이 두 번 이뤄져 일반 수출입화물보다 일감이 많고 부가가치가 크다”며 “군산항이 자동차 환적화물 유치를 위해 5만㎡의 야적장을 10월부터 운영할 예정인데 광양항 환적 허브화 계획을 추진하려는 정부 정책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군산항의 지난해 자동차 수출화물은 277만 8000t으로 군산항 전체 수출 화물 334만 4000t의 83%를 차지한다. 자동차 환적화물도 346만 2000t으로 자동차 전체화물 428만 5000t의 80%에 이른다. 군산항 자동차 환적 경로는 평택·목포·울산~군산~미주·유럽·동남아 등이다. 전북도는 자동차 환적 화물을 광양항으로 모두 빼앗길 경우 연간 1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군산항은 자동차 환적화물 취급을 위해 최근 51억원을 투자해 야적장 포장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나 광양항으로 일감을 빼앗길 경우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해수부가 국적 선사에 카보타지 예외를 적용할 경우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국내 자동차 환적 사업을 독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광양항에 2개 부두를 운영하며 국내 자동차 환적화물의 상당량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환적 자동차 200만대 가운데 광양항이 114만대로 가장 많고 평택 30만대, 군산 30만대 등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의 표적이 된 선사다. 전북도 관계자는 “군산항이 자동차 환적화물을 지속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관계 부처에 건의했다”면서 “지역 정치권과 공조해 해수부 장관을 면담하고 강력히 항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1만3600개 섬들의 유혹… ‘환상의 섬 나라’ 인도네시아 관광

    1만3600개 섬들의 유혹… ‘환상의 섬 나라’ 인도네시아 관광

     인도네시아 관광하면 떠올리는 곳이 발리다. 특징적인 볼거리가 별로 없는 수도 자카르타와는 달리 발리는 우리나라 신혼 부부들이 허니문 여행지로 많이 찾는 까닭이다. 하지만 발리보다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관광지가 인도네시아에는 적지 않다. 1만 3600개가 넘는 각각의 섬들에는 저마다 색다른 풍미와 신비감을 간직한 채 세계인들을 유혹한다. 인도네시아 동부의 플로레스 섬이 그 대표적이다. ‘반지의 제왕’ 등 영화에서 가상의 종족 ‘호빗’으로 알려진 소인족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살았던 플로레스 섬은 태고의 신비함이 감춰져 있다. 현지에서는 뱀처럼 생겼다고 해서 ‘누사니빠’라고 부른다. 선사시대의 문화유산과 전통 마을, 다양한 동굴 탐험, 트레킹, 수중 다이빙 등 다양한 에코 투어(생태관광)을 마음껏 누려볼 수 있는 곳이다.  플로레스 섬의 서쪽 끝에 자리한 자그마한 항구도시 라부안 바조는 매력 덩어리 그 자체이다. 연푸른 바다 위에 열대수가 가득 들어찬 작은 섬들이 두둥실 떠 있는 풍경은 아름답고 평화롭기가 그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충류인 코모도드래곤(코모도왕도마뱀)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코모도 국립공원이 자리잡고 있는 라부안 바조의 작은 섬들은 트레킹과 스노클링, 수중 다이빙을 만끽하거나 아름다운 해변의 고운 모래밭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숨가쁘게 돌아가는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힐링하려는 지구촌 관광객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라부안 바조는 작은 어촌 마을에 가깝지만 갖가지 산호초와 형형색색의 열대어 등 250종이 웃도는 동·식물과 1000종이 넘는 수많은 어종들을 만나볼 수 있을 만큼 자연 경관이 빼어나다. 전통시장에서는 시골 특유의 따뜻함과 정겨움, 순진함이 묻어나고, 포장이 안된 울퉁불퉁한 도로는 산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어낸다.  라부안 바조는 배를 빌려 인근 섬으로 나가 수중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마음껏 맛보거나 하얀 모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려는 이들로 늘 북적거린다. 주변 해안의 수심 깊이가 들쭉날쭉한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미덕이다. 수심이 얕은 지역과 깊은 지역이 골고루 배치돼 초보자부터 마니아에 이르기까지 한 자리에서 흥미로운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이 덕분에 얇은 수심에서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작은 형형색색의 작은 물고기부터 수심 깊은 곳에 둥지 튼 다 큰 대형 어류들까지 노니는 수중 생물의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물 속에 들어가면 최고의 볼거리는 산호다. 물고기들이 서식하기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준 산호들은 그 자체로 황홀한 자태를 연출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호 안에 숨어 있는 산호 색깔과 비슷한 작은 물고기를 만나는 것도 흥미거리다. 스노클링을 위해 찾은 이곳에 일광욕에 흠뻑 빠져들 만큼 아름다운 해변은 덤이다. ‘핑크비치’로 불리는 황홀한 빛깔의 모래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핑크비치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호 모래는 색다른 추억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라부안 바조의 주변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핑크비치는 푸른 빛의 바다와 산호, 분홍빛 모래를 감상하며 수영을 만끽할 수 있다, 스노클링으로 본 산호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파도에 휩쓸려 조각나고 이것이 모래와 뒤섞인다. 붉은 산호는 모래에서도 색깔이 그대로 남는데 바로 이 산호 가루가 해변을 분홍빛으로 보이게 한다. 국제자연보호기구인 자연보호협회에서 산호초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풍광이 뛰어나 스노클링과 수중 다이빙을 즐기는 이방인들이 많이 찾는다. 산호 모래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좋다. 멀리서 바라볼수록 푸른 바다의 색깔과 분홍빛까을 띠는 모래가 절묘하게 대조를 이뤄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날카로운 산호와 조개 껍질이 조각난 형태인 탓에 맨발로 해변을 걸을 때 주의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산호 모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보드랍고 고운 입자를 자랑한다. 붉은 산호는 적었지만 모래 찜질, 모래성 쌓기 등을 즐기는데 부담이 없고 맨발로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라부안 바조에서 둘러볼 수 있는 특별한 관광지로는 코모도 섬이다. 코모도 섬을 향해 쏜살 같이 나아가던 조그마한 배가 일순 멈춘 뒤 하얀 모래 해변이 바라보이는 얕은 연푸른 바다에 닻을 내린다. 원초적인 상태로 잘 보존된 바닷 속은 이 일대의 또다른 눈요기감이다.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 않은 발리섬 인근 해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보존 상태가 훌륭한 생태계로 눈이 호강한다. 커다란 조개와 화려하고 아름다운 산호, 거북이, 그리고 조금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가면 가오리와 상어 등의 어류들도 수시로 만난다. 아쉬움과 미련을 뒤로 하고 코모도 섬으로 달려간다. ‘공룡과 가장 가까운 파충류’,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코모도드래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다 자라면 길이 2~3m, 무게도 70~140㎏나 되는 거구의 코모도드래곤은 마치 전설 속의 용과 악어가 합쳐진 듯한 생김새를 지녔다. 꼬리가 길어서 몸길이 가운데 60% 정도를 차지한다. 이 지역에 사는 원주민들을 통해 전설처럼 내려오던 이 ‘용’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10년. 네덜란드 식민지 관리인 리위테난트 스테인 반 헨스브뢰크가 섬을 탐험하던 도중 2.2m짜리 거대한 파충류를 사로잡으면서 이 파충류가 코모도드래곤, 실제로는 거대한 도마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드래곤이라고 불릴 만큼 겉보기에는 도마뱀보다는 ‘용’에 가깝다. 길고 두툼한 꼬리로 한 번 치면 사람의 다리뼈 정도는 쉽게 부러뜨린다. 몸집이 거대해 움직임이 둔할 것 같지만 수영도 잘하고 이동할 때는 개처럼 빠르다. 입안에 2.5㎝의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 있지만, 평소에는 이빨을 잇몸 속에 완전히 감추고 있다가 사냥감을 물 때만 드러낸다. 가장 무서운 것은 코모도드래곤의 침에 들어 있는 치명적인 세균들. 한 번 물리면 50가지가 넘는 세균의 독이 온 몸에 퍼져 용케 도망을 치더라도 하루 이틀 만에 죽음에 이른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을 물어뜯는 장면은 실제로 목격된 바 없지만 현지 주민들은 실종되면 코모도드래곤을 제1 용의자로 지목한다. 코모도드래곤은 뼈까지 먹는 식성을 가지고 있어 잡아먹히면 시체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덥고 건조한 곳을 좋아하는 까닭에 탁 트이지 않은 건조한 초지와 사바나, 저지대의 열대림에 주로 서식한다.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에도 코모도와 린카, 갈리모탕, 파달 섬 등 5개의 지역에만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모도드래곤을 천연기념물, 이들이 서식하는 코모도 섬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코모도 섬은 1991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코모도 섬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코모도 국립공원의 코모도드래곤을 만나보는 일이다. 국립공원은 코모도와 린카, 빠다르의 3개의 큰 섬을 비롯해 그 주변의 작은 섬들로 구성돼 있다. 총 면적은 1817㎢이고, 육지 면적은 603㎢에 이른다. 섬에 도착해 공원 사무실로 가 등록을 한 다음 가이드를 배정받아 코모도드래곤 탐험에 나선다. 사무실 근처에서 걸어다니는 어린 것들은 도마뱀처럼 작고 날씬해 그다지 무섭지 않다. 다 큰 것은 무섭게 생겼지만 대부분 잠에 취한 듯 꼼짝 않고 엎드려 있다. 2009년 나무열매를 따던 현지인이 코모도에게 물려 죽은 사건을 포함해 몇 년에 한 명씩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얘기다. “가장 위험한 건 코모도드래곤들이 뭔가 먹고 있을 때에요. 그럴 때는 절대 자극하면 안 됩니다. 먹이를 먹을 때는 아주 예민하고 난폭해진 상태니까요.” 그러나 애석하게도 코모도드래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코모도 섬에서는 호신용으로 보이는 기다란 막대기를 든 가이드와 함께 여러 명이 움직인다. 트래킹 중에 코모도드래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에 나타날 리도 없겠거니와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 낮에는 체온 유지를 위해 숲속이나 동굴에 들어가 열을 식히고 있을 것이다. 지구촌에서 유일한 그들의 낙원에서 한가하게 노니는 코모도드래곤들의 모습이다.  여행 팁  라부안 바조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발리로 가야 한다. 대한항공과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등이 발리 직항편을 운항한다. 인천에서 6시간 소요. 발리에서 라부안 바조까지 가는 방법은 3가지. 발리에서 라부안 바조·코모도 공항까지의 항공기 이용, 발리나 쿠팡에서 라부안 바조 항구까지 페리호 이용, 마지막으로 엔데나 마우메레에서 라부안 바조까지의 육로 여행도 가능하다.   글사진 라부안 바조(인도네시아)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경기특사경, 유통기한된 생닭 얼려 판도계업체 적발

    유통기한이 지난 생닭을 얼려 팔거나 냉동닭을 신선한 생닭으로 속여 파는 수법으로 100만 마리 이상을 시중에 유통한 도계업체가 적발됐다.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은 16일 충북 진천의 A 도계업체를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도특별사법경찰단에 따르면 A 도계업체는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유통기한 10일이 임박한 생닭 30만 마리를 냉동해 전국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냉동닭의 유통기한은 2년이다. A 도계업체는 또 냉동닭 71만 마리를 신선 냉장닭(생닭)으로 허위 표기해 출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A 도계업체가 챙긴 부당이득은 34억 7000만원에 달했다. 도특별사법경찰단은 또 유통기한 10일 동안 팔리지 않은 생닭 3520마리를 냉동닭으로 팔기 위해 창고에 보관한 충북 충주의 B 도계업체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도특별사법경찰단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가공업체가 아닌 도계업체는 변질 우려로 팔다 남은 생닭을 얼려 팔 수 없다”며 “적발된 업체들은 포장지 인쇄된 부분을 가리는 탈부착 스티커를 붙이는 수법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도특별사법경찰단은 유통기한이 지난 닭 3540㎏을 사용해 닭떡갈비와 오븐치킨 등 1억 4000만원 상당의 가공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경기 부천의 C 축산물가공업체도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C 축산물가공업체는 유통기한이 지난 국내산 닭 1만 7000㎏과 미국산 닭다리살 3165㎏을 인천의 냉동창고에 보관하며 필요한 수량만큼 수시로 부천공장으로 옮겨와 제품을 만드는 지능적인 방법으로 단속을 피했다고 도특별사법경찰단은 전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소주·만화 등 단어 살려… 원작 정신 충실”

    “소주·만화 등 단어 살려… 원작 정신 충실”

    해외서 한강 작품 치밀한 구조 등 주목 최고의 번역도 작품 좋아야 유의미 영국인들 한국 소설 관심 크게 늘어 “저의 ‘채식주의자’ 번역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완벽성은 번역가가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추구하는 가치이죠. 전 ‘채식주의자’에 쓰인 소주, 만화 등을 코리안 보드카, 코리안 망가 등으로 번역하자는 의견에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소주는 ‘Soju’로, 만화는 ‘Manhwa’ 등 한국의 일상적 단어들을 원문대로 썼어요. 스시라는 일본 단어를 영국인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더 많은 한국 문학이 소개될수록 한국식 표현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번역해 지난달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는 15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초청 한국 문학 세계화 포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한강 작품의 치밀한 구조와 강렬한 이미지, 시적인 문장에 주목하며 뛰어난 작가로 인정한 것이 정말 기쁘다”면서 “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다른 작품을 읽을 날을 고대하고 있으며, 한국 소설에 새로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는 연작 소설이라는 개념이 없는 영국에는 매우 신선한 시도였고, 애뜻함과 공포의 어느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며 잘 통제된 문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스미스는 “항상 원작의 정신에 충실하려고 하며 가능한 한 훼손을 하지 않는 범위에서 언어 선택에 충실하려고 한다. 나 역시 다른 번역가와 마찬가지로 원작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부실한 번역은 우수한 작품을 훼손할 수 있지만,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의 번역이라도 보잘것없는 작품을 명작으로 포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문학의 노벨상 수상 전망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 한국에서 노벨상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obsessed)이 약간 당황스럽다”며 “작가가 좋은 작품을 쓰고 독자가 잘 감상하고 즐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작가에겐 충분한 보상이 된다. 상은 그저 상일 뿐이다”라고 못 박았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까지 번역 출간된 작품이 많지 않은데 이제 번역이 늘고 있어 앞으로 많이 알려질 것이다. 앞으로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답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2010년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사,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집에서 홀로 한국 문학 번역 작업을 했다. 스미스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안도현의 ‘연어’도 번역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배수아의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서울의 낮은 언덕’, ‘올빼미의 없음’도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또 올해 ‘미국 문학 번역가 협회’의 연례회의에 배수아 작가와 함께 참석해 미국 뉴욕 등지에서 낭독 행사를 연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대륙 평정한 한국 ‘오! 감자’…年2348억원 대박 ‘오! 과자’

    대륙 평정한 한국 ‘오! 감자’…年2348억원 대박 ‘오! 과자’

    요즘 중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한국 기업은 오리온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성장은커녕 철수를 고민하고 있지만, 오리온은 연간 매출액이 10% 이상씩 오르고 있다. ‘오! 감자’(야! 투더우·?! 土豆)를 작년에 중국에서 6억 봉지나 팔았고, 올해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7억 5000만 봉지가 팔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1000여개의 과자 제품 중 다섯 번째로 많이 팔린다. 3.3위안(약 590원)짜리 과자를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을까? 오리온은 지난해 ‘오! 감자’로 중국에서 2348억원을 벌었다. 올해는 3000억원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 스테디셀러인 ‘초코파이’ 등 모든 제품을 합친 오리온 중국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1조 3329억원으로 한국에서 올린 8000억원보다 훨씬 크다. 수십개 다국적 기업과 수백개 토종 업체가 경쟁하는 중국 제과시장에서 오리온의 시장 점유율은 어느새 2위(8.4%)로 도약했다. ●“오리온이 한국 기업이라고요?” 얼마 전 베이징 카르푸 매장에서 ‘오! 감자’를 사는 중국 주부에게 “그게 한국 과자인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네? ‘야! 투더우’가 한국 과자라고요?”라고 답했다. 매장 관리인에게 “오리온이라는 기업을 아느냐”가 물었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오리유(好麗友·좋은 친구)가 바로 오리온이고, 한국기업”이라고 알려주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감자 찾아 3만리 오리온이 잘나가는 이유는 공장에 가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3일 베이징 남동쪽에 있는 허베이성 랑팡(廊坊)시의 오리온 제2공장을 찾았다. 중국 전역에 있는 5개 공장 중 하나로 ‘오! 감자’, ‘예감’, ‘스윙칩’ 등 감자 스낵을 생산하는 곳이다. 건물에 들어서니 감자 찌는 열기가 훅 올라왔다. 양념에 버무린 감자 냄새가 구수했다. 식품 회사인 만큼 위생이 생명이긴 하겠지만, 더이상 깨끗할 수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에서 윤이 났다. 홍성화 공장장은 “청소할 게 있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위생 가운과 신발, 마스크, 모자를 착용한 뒤 에어샤워를 하고도 혹시 모를 머리카락을 떼어내기 위해 끈끈이로 전신을 훑었다. 4종의 감자 원료를 섞는 게 첫 번째 공정이고, 원료에 섞여 있는 이물질을 초정밀 기계로 걸러내는 게 두 번째 공정이었다. 물과 기름을 배합한 뒤 성형기를 통과하자 ‘오! 감자’ 모양이 완성됐다. 2시간을 건조한 뒤 저장탱크에서 이틀을 숙성하면 과자 표면과 속의 수분 균형이 이뤄진다. 수분 균형이 이뤄지면 기름에 튀겨 팽창시키고 양념을 바른 뒤 중량을 측정해 포장한다. 감자는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물이어서 안정적인 감자 공급이 제과업의 성패를 가른다. 오리온은 네이멍구에 3곳, 신장위구르자치구에 1곳의 거대한 감자 농장을 직영하고 있다. 계약 재배 농장은 전국에 퍼져 있다. 봄엔 광둥, 후베이, 허난 농장에서 공급받고 여름엔 산둥, 허베이에서 공급받으며 가을엔 네이멍구, 신장 직영 농장에서 감자를 가져온다. 1년 내내 농장만 돌아다니는 김원교 부사장은 “감자 사용량이 1년에 20만t”이라면서 “지역마다, 시기마다 다른 감자의 맛을 일정하게 맞추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국 돌아올 생각 마라” 오리온은 직원을 중국에 파견할 때 사직서를 받는다. 한국 법인에서 적을 파내 중국 법인에 옮겨 놓는 것이다. 2005년 랑팡 공장이 지어질 때 온 이후 줄곧 근무하고 있는 홍 공장장은 “한국 돌아올 생각 말고 목숨 걸고 중국에서 성공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느 대기업처럼 중국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교육할 여력이 안 됐기 때문에 사내에서 에이스를 골라 중국으로 보내 뼈를 묻게 하는 전통이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중국 전역에 있는 1만명의 직원 중 한국 직원은 43명에 불과하다. 이 중 24명이 10년 넘게 중국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맺은 중국 각계와의 관시(關系)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소프트 자산’이다. ●토마토맛이 대박을 터뜨린 이유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한국 1등 상품이니까 중국인도 당연히 사겠지”라는 자만심이다. 이런 생각으로 중국 전역에 제품을 풀었다가 반품하는 데 5년이나 걸린 회사도 있다. 오리온의 현지화는 치밀했다. 효자 상품 ‘오! 감자’는 5가지 맛으로 나뉘는데, 이 중 토마토맛이 매출의 35%를 차지한다. 한국인은 토마토맛 과자를 상상하기 어렵지만, 토마토계란볶음을 먹고 자란 중국 아이들에겐 혀에 착 달라붙는 맛이다. ●작명의 제왕 오리온은 1993년 처음 중국에 진출할 때 한국 회사명을 버리고 ‘하오리유’라는 사명을 택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하오리유’ 하면 ‘하오펑유’(好朋友)를 떠올린다. 둘을 합치면 ‘오리온은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초창기 경쟁 업체가 ‘초코파이’ 명칭을 선점하는 바람에 이름을 쓸 수 없게 되자 ‘하오리유파이’로 승부를 걸었다. 사명과 제품명을 일체화한 것이다. ‘고래밥’을 중국어로 직역하려니 고래밥 과자의 특징이 전혀 살지 않았다. 고민 끝에 ‘(고래가 먹을) 물고기가 널려 있다’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하오둬위’(好多魚)로 정했다. 구운 감자칩 ‘예감’은 ‘수위안’(薯願)으로 작명했다. ‘튀기지 말고 구워 달라는 감자의 소원’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고급 이미지로 통하는 ‘블랙’을 곧이곧대로 직역해 중국인들이 싫어하는 ‘흑’(黑)자를 붙였다가 낭패를 본 기업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랑팡 공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카르푸를 다시 찾아 오리온 제품의 진열 상태를 확인했다. 생선 매장 옆에 ‘고래밥’ 매대가 눈에 띄었다. 생선을 사러 온 주부에게 아이가 좋아하는 ‘고래밥’도 하나 집어 달라는 오리온의 유혹이자 집요한 판매 전략이었다. 글 사진 랑팡(허베이성)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新전원일기] 꽃보다 할매 충남 당진 ‘백석올미영농조합’

    [新전원일기] 꽃보다 할매 충남 당진 ‘백석올미영농조합’

    1. 프롤로그 청매실이 익어가는 6월, 충남 당진의 ‘백석올미영농조합’(올미)으로 향하던 날의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강했다. 차에 오르자마자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미세먼지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도심과 고속도로에서는 선글라스를 끼나 벗으나 눈에 보이는 것에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백석리 어귀에 이르러 비포장 농로 위에서 차가 덜컹거릴 때쯤에는 선글라스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마을 개천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초록빛 매실나무의 향연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푸르고 무성한 잎사귀와 동그랗게 여문 열매가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매실밭을 보면서 목적지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평균 나이가 76세인 할머니 57명이 함께 일하는 백석올미영농조합의 주소는 ‘당진시 순성면 매실로 246’이다. 10만 그루에 달하는 마을 공동 소유의 매실나무에서 나오는 매실을 좀더 가치 있게 팔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영농조합이 이제는 할머니의 일터가 되고, 삶이 되고, 꿈이 되었다. 2. 할머니의 반란은 성공 여름철이면 지천으로 열리는 왕매실은 백석리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지만, 영농조합 설립 전까지는 마을 주민들에게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다. 보관이나 유통이 어렵고 제값을 받기도 힘들어 매실을 따서 판다고 한들 인건비도 제대로 건지기 어려웠다. “우리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매실 한과’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33명의 조합원이 각자 200만원을 출자해 초기 자본금을 만들고, 농어촌 개발을 위해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 3억원을 받아 마을 영농조합이 만들어졌죠. 처음부터 큰돈을 벌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어요. 그저 할머니들이 모여 마을을 위해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이었지요. 이런 걸 두고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더라고요.” 2011년 영농조합 설립 당시 마을 부녀회장을 맡고 있었던 김금순(66) 대표는 마을 소득 사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시골 할머니들이 모여 무작정 시작한 일이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2008년 대기업을 퇴직한 남편과 함께 백석리로 귀농했다는 김 대표를 두고 할머니들은 ‘굴러들어온 복덩이’라고 치켜세웠다. 2012년 한과 공장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매실 한과를 생산한 이래 연매출 6억원의 영농조합으로 발돋움하기까지 김 대표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 대표는 귀농 이후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 부녀회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운명의 길로 들어섰다고 회상한다. 부녀회원들을 중심으로 손주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매실 한과를 만들어 보자며 시작한 영농조합의 생산 품목은 이제 매실 장아찌, 매실 고추장, 매실청, 매실 진액 등으로 확대됐다. 매실 따기와 한과 만들기 등 체험 활동 프로그램도 26개로 늘었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개최한 ‘6차 산업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후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올미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체험과 견학을 목적으로 이곳을 다녀간 체험객이 5000명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도 57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미의 성장보다 더 근사한 것은 57명의 할머니에게 일자리와 꿈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미영농조합에 출근하며 처음으로 명함을 가져보았다는 할머니들은 주 5일 근무에 월급 126만원을 받는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약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할머니들에게는 큰 수입이다. 게다가 4대 보험과 퇴직금이 보장된 ‘정규직’이다. 상품 판매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기도 한다. 남들은 경로당이나 요양원 갈 나이에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과 자부심은 돈보다 더 큰 행복을 안겨준다. 한과를 만들면서도, 공장 청소를 하면서도 할머니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한때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매실이 이제는 한과도 되고, 장아찌도 되고, 진액으로도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매실은 할머니들의 일자리가 되면서 돈을 벌어다 주었고,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통로를 열어 주었다. 3. 그녀들의 목소리 올미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은 50~80대로 다양하다. 70대가 제일 많아 평균 연령이 높지만 함께 일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곳에 몸담으면서 달라진 이들의 삶에 대해 연령대별로 직접 들어보았다. 막내 유희숙(51)씨 -어른 행세하는 분 없이 언니들이 항상 든든해요 우리 남편이 백석리 이장이에요. 남편이 감투를 쓰는 바람에 저도 졸지에 이장댁 사모님이 되었죠. 그래서 여러 궂은일을 나서서 맡을 때가 많아요. 올미에서는 언제부터 일했느냐고요? 5년 전에 올미영농조합이 설립될 때 저도 200만원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했어요. 그런데 집에 다른 농사가 바빠서 영농조합에 출퇴근은 못 하다가 직원으로 합류한 지 이제 6개월이 지났어요. 젊은 사람이 부족하다고 도와 달라는데 모른 척할 수가 없었어요. 언니들이 솜씨는 좋은데 기계를 다룬다든지, 운전을 한다든지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서툴러요. 지금도 한과 만드는 기계를 살피는 중이에요. 기계 틈에 한과 부스러기가 끼어서 날카로운 대바늘로 긁어냈어요. 언니들은 눈이 어두워서 이런 일을 하기가…(웃음). 같이 일하는 어르신들이 시어머님뻘로 연세가 많으셔서 처음에는 대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여기에는 나이 따지면서 어른 행세하는 분이 없어요. 똑같이 일하고 수익도 똑같이 나눠 갖는 시스템이니까요. 언니들에게 가장 고마운 건 제가 아무리 실수하고 뻗대더라도 나무라기는커녕 막내라고 귀여워하고 예뻐해 주신다는 거죠. 제가 이 나이에 어딜 가서 이런 사랑을 받겠어요. 언니들 덕에 저는 항상 든든해요. 대표 김금순(66)씨 -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버니 잡음 생길 틈이 없죠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은퇴하면서 남편 고향인 이곳 당진 백석리로 2008년에 귀농했어요. 서울에서는 은퇴할 나이인데 이곳에서 60대는 젊은이 취급을 받아요. 부녀회장도 맡고, 영농조합 대표까지 되면서 오히려 귀농 후에 더 바빠졌어요. 우리의 목표는 돈이 아니에요.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파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찹쌀, 참깨, 검은깨 등 한과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이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쓰는 게 철칙이에요. 원산지라고 해서 싸게 사는 것도 아니고 시중가대로 매입하죠. 다른 업체들은 대부분 수입산을 쓰는데 국산 농산물을, 그것도 비싼 값으로 사서 재료로 쓰니 크게 남는 장사는 아니에요. 저나 할머니들이나 노년에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돈 욕심을 부리고 싶진 않아요. 수익 규모가 커지면서 서로 간에 잡음이 생길 법도 하지만, 개인 욕심을 부릴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불평이 없어요. 제가 대표라서 일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돈을 더 많이 받는 게 아니라 저도 다른 할머니들과 똑같이 월급을 받아요. 조합 성공 사례에 대한 강연을 하고 강연비를 받더라도 제 개인 몫으로 챙기는 게 아니라 조합 소득으로 계산하고, 저는 전체 수익을 할머니들과 똑같이 나누는 거죠. 한과 한 봉지도 따로 집에 못 가져가도록 해요. 본인 돈으로 구매하고 영수증을 처리해야 가능합니다. 시골 인심 같지 않다고요? 공평한 급여 체계와 투명한 운영이 갈등 없이 올미를 성장시킨 원동력이기 때문에 이 원칙을 끝까지 지킬 생각입니다. 판매왕 권탁(71)씨 - 여그만 오면 아픈디가 싹 나아…만병통치약이여 여그 일하는 할매들은 70대가 대부분이여. 처음 생길 때부터 시작해서 여그서 일헌 지 5년째여. 재미있고, 신나유.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명함도 생기고 말이여. 내가 여그 조합에서 최고 판매왕이유. 한과를 맹그는 것도 중요허지만, 못 팔면 소용이 없잖유. 비결이 뭐냐고? 내가 낳은 자슥들이 7남매유. 우리 아들, 딸들이 100박스, 200박스씩 팔아주는 게 비결이여. 한과를 한 해에 1000박스 넘게 파는 거지유. 갸들이 회사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이웃들한테도 소개하고…. 한과 주문을 받느라 명절만 되면 전화통에 불이 나유. 재미가 쏠쏠한 게 뭐냐믄 월급 외에 한과 판 보너스는 영업 실적에 따라서 따로 받아유. 그래서 내가 보너스만 300만~400만원씩 받어유. 돈 벌어서 손주들 용돈 챙겨 줄 때가 제일 좋아유. 손주가 초등학교 댕길 때만 해도 할매가 용돈 주면 닁큼 받더니, 중학교 간 후부터는 안 받을라 그러잖유. 할미가 고생해서 번 돈이라서 못 받겠대유. 그래서 친구들이랑 즐겁게 놀면서 번 돈이라고 받아도 된다고 했지유.아픈 데가 없기는 왜 없겄슈. 평생 살림하고, 애 낳아 키우고, 농사짓고 살았는데 온몸이 쑤시고 프지유. 근디 신기하게 여그만 나오면 씻은 듯이 다 나아유. 웃고 떠들면서 일하다본께 피곤헌 줄도 모르고 아픈 것도 까묵어 버려…. 여그가 만병통치약인가벼. 최고령 성정옥(81)씨 - 돈 벌지, 돈 모아서 여행가지 을매나 좋은지 몰러 여그 정년퇴직 나이가 80세거든. 그런데 내 주민등록 나이가 아직 78세라 더 일할 수 있어. 우리 아부지가 내가 다 늙어서 올미에 취직할 줄 미리 알고, 출생 신고를 3년 늦게 해 준 덕이여. 나는 이렇게 등도 굽고, 다 늙어서 쪼글쪼글한 할매를 취직시켜 줘서 여그가 을매나 고마운지 몰러.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여. 건강 관리는 어떻게 허냐고? 조합원들이 모여서 일주일에 두 번씩 체조를 햐. 체조 선생님이 오셔서 한 시간씩 제대로 하는 겨. 그것도 다같이 허니께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나. 70대에 처음 직장 생활해서 월급이란 걸 받아 봤어. 그 돈으로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여행도 가. ‘해랑’이라고 열차로 크루즈여행을 하는 고급 여행 패키지여. 그게 2박 3일 가는데 100만원이나 혀. 여그 올미 할매들이랑 같이 댕겨 왔어. 자식들이 안 보내 주느냐고. 아유, 그런 말을 어떻게 혀. 내가 번 돈으로 친구들이랑 여행 가서 맛난 거 실컷 먹고 구경하고, 그게 을매나 좋은디. 4. 에필로그 매실 한과로 돈을 많이 벌면 ‘올미 실버타운’을 지어 친구들과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할머니들, 올미에서 일하면서 할머니들은 이전과는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초록빛 매실이 시골 촌부(村婦)의 삶에 희망이라는 초록 불을 밝혀 준 것이다. 매실의 매(梅)를 한자로 풀이하면 ‘人+母 +木’이므로 ‘사람에게 어머니 같은 나무’라고 한다. 어머니가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아낌없이 주는 마음으로 오늘도 할머니들은 여러 매실 가공품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담합 골판지업체 45곳 1039억 과징금

    인터넷 쇼핑의 급증세로 ‘대박’을 친 분야 중 하나가 택배상자 제조업이다. 골판지로 된 박스를 만드는 45개 업체들이 전방위로 가격 담합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골판지 박스의 원료 구매, 가공, 제품 판매 등 전 과정에서 여러 해 동안 담합을 한 신대양제지, 태림포장 등 45개 제지업체에 모두 1039억 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중 42개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13일 밝혔다. 골판지 박스는 폐골판지·폐신문지 등 고지를 공급받아 이면지·표면지 등의 원지를 만들고, 이 원지를 붙여 원단을 만들고, 원단을 가공해 상자를 만드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데, 업체들의 가격 담합은 각각의 모든 과정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테면 태림포장 등 18개사는 2007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모임을 하고 모두 6회에 걸쳐 원지 가격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해 골판지 원단 가격을 10~25% 올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6개 골판지 상자 제조사들은 CJ제일제당 등 16개사에 상자를 납품하면서 가격 인상률과 인상 시기를 사전에 합의해 4∼25%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김성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택배상자는 제품 포장 과정에서 제품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담합에 따른 비용 상승분은 최종 제품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면서 “구매 담합에 따른 단가 인하는 공급자의 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단독] 쿠팡 ‘로켓배송’은 불법? 합법?… 檢 수사로 가린다

    ‘24시간 내 무료 배송’을 내세워 국내 택배시장을 흔들어 온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의 ‘로켓배송’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국내 택배회사들 모임인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쿠팡의 ‘로켓배송’이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 없이 유상 운송을 한 것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피고발인은 쿠팡을 운영하는 포워드벤처스의 김범석 대표이사다. 쿠팡의 ‘로켓배송’ 위법 논란은 2014년 3월 쿠팡이 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불거졌다. 특히 ‘신속한 무료 배달’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쿠팡의 매출과 무료 택배가 늘면서 일반 택배회사의 배송 물량이 줄어들자 논란이 가열돼 왔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위해 채용한 ‘쿠팡맨’은 3500여명으로, 국내 전체 택배 운송 인력의 8~10% 수준이다. 물류업체들은 쿠팡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영업용 화물자동차(노란색 번호판)가 아닌 일반 자가용 화물자동차(흰색 번호판)를 이용해 배송하고 있는 것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해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을 운수사업으로 명시한 뒤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는 차를 유상으로 화물 운송에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류협회의 한 관계자는 “오픈마켓들이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무료 배송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금액 안에 배송비가 포함된 유상 운송이기 때문에 택배사업자에게 의뢰한다”면서 “쿠팡이 고객 변심으로 반품하는 경우 반품비로 5000원을 받는 것도 유상 운송의 증거”라고 말했다. 반면 쿠팡은 로켓배송은 무상 운송이기 때문에 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은 누군가의 ‘요구’가 아니라 9800원 이상을 구매하는 모든 고객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며 회사가 비용을 감수하는 일종의 투자”라고 말했다. 반품비로 받는 5000원도 배송비가 아니라 포장비나 박스비 등 기타 비용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부터 9월 사이 서울북부지검과 광주지검 등에서 로켓배송은 유상 운송이 아니라는 이유로 쿠팡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법리 해석이 아닌 ‘증거 불충분’에 의한 것이어서 이번 검찰 수사로 로켓배송에 대한 공방이 최종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서울시의회 이성희의원 북한산국립공원 관광 활성화 간담회

    서울시의회 이성희의원 북한산국립공원 관광 활성화 간담회

    서울시의회 이성희 의원(새누리, 강북 2)은 2016년 6월 7일 정양석 국회의원, 장동우 강북구의회 부의장, 유인애, 김명숙 구의원과 함께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분소를 찾아 신임인사차 방문한 이진화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 및 북한산 국립공원 관계자들과 북한산을 활용한 관광 활성화 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성희 의원은 정양석 국회의원과 함께 북한산 삼성암 앞 도로 포장, 이준 열사 묘소 옆 도로 포장 문제 등 국립공원 관련 민원을 전달하고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도심 속의 자연 공원이지만 최근에 찾아오는 등산객 및 관광객이 감소하여 인근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도선사-도봉구간 도로 직선화로 우이동 종점 주차장이 현재보다 두 배 넓어져 북한산을 찾는 외부 등산객 및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희 의원은 “북한산을 방문하는 등산객 및 관광객 감소의 원인중 하나는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로 인한 도로 진입의 불편이 차지하는 것 같다”며 “올해 말 우이·신설 경전철이 예정대로 무사히 개통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북한산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 말했다. 끝으로 이 의원은 “최근 뉴스보도에 따르면 등산객들이 출입금지 구역 진입으로 인해 사고가 늘고 있다”며 “사고예방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단속 뿐만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예방 홍보에 더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성비 높은 건어물 포차프랜차이즈, 소비자 호응↑

    가성비 높은 건어물 포차프랜차이즈, 소비자 호응↑

    장기화된 불경기에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외식업이 지속적으로 선호되는 가운데 최근 특별한 전문성이 없어도 가능한 포장마차창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실내 포장마차는 서민들의 애환을 함께하는 대중적인 업종으로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며 점차 사라지고 있는 길거리 포장마차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포장마차는 다채로운 변화를 겪어왔다. 1970년 대 리어카를 개조한 이동형 매장으로 등장해 2000년 대 들어서면서 실내형 '퓨전포차'로 진화했다. 하지만 다양한 메뉴로 호응을 얻었던 퓨전포차는 음식의 맛이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다시 시들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등장한 복고풍 실내포차가 다시 포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매장별로 메뉴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다양성을 확보한 부분은 바람직하나 예비창업자 입장에선 주요 콘셉트나 프랜차이즈 브랜드 선택 시 고려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 포차프랜차이즈는 수십 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꾸준히 진화했다. 특히 반조리 식재료나 신선재료를 사용한 요리급 메뉴를 선보이며 운영 효율이나 수익성을 최대치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단계에 어느 정도 도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콘셉트와 메뉴의 전문성에 따라 가성비를 높인 실내포차는 합리적인 가격과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며 불황기에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다양한 건어물류로 간단한 술안주와 요리급 메뉴를 동시에 선보이는 복고형 포차프랜차이즈 '짝태패밀리'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1천 원대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된 메뉴 구성, 지속적인 신메뉴 개발 등을 진행하며 포차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짝태패밀리 관계자는 "짝태, 먹태 등의 반건조 건어물류로 촉촉한 식감을 살리고 다양한 소스를 개발해 맛의 다양성을 추구했다"며 "냉동 건어물류의 사용은 재고 문제나 설비,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효율적인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짝태패밀리는 전국 70여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맹 계약 시 300만 원 지원 및 직접 시공, 부분 시공, 실비 공사 등의 자율 시공 혜택을 제공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와 전화로 확인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ICT로 손님과 通! 동네 상점 북새통

    ICT로 손님과 通! 동네 상점 북새통

    #1.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숙성 고기 판매점 낭만정육점에서는 고깃집 특유의 붉은 등 대신 카페에 둘 법한 예쁜 조명과 소품이 눈길을 끈다. 계산대 앞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는 도도포인트 키패드도 이색 소품 중 하나다. 키패드에 번호를 누르면, 포인트가 적립되는 동시에 고객은 낭만정육점과 카카오 친구가 된다. 대화창은 전용 주문·상담 창구가 돼 “아저씨, 오늘 돈가스 있나요”라는 질문에 “저 아저씨 아닌데요. 돈가스 2장 남았고 점심에 더 만듭니다”라는 식의 대화가 이뤄진다. 카톡으로 주문하고 잠시 들러 찾아가는 O2O(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서비스가 구현된 매장이다. #2. 2014년 인천 청라에 수제 팥빵 전문점 알벤토를 개점해 최근 4호점을 낸 양희승 대표는 30여년 경력의 제빵사다. “빵맛이 좋고 가게가 깔끔하면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믿던 양 대표는 프랜차이즈에 치이며 마케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알벤토를 열 때 그는 유기농 밀가루와 국산 팥을 재료로 제품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고객이 계산대 앞 패드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멤버십 관리가 되는 티몬플러스를 설치했다. 양 대표는 “구매 금액의 5%를 적립하고 고객별로 맞춤형 쿠폰을 배포하니 반응이 좋다”면서 “특히 단골의 취향 변화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서 신제품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3. 이바돔감자탕은 지난 4월 17개 직영 매장에 티몬플러스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달 이상 매장을 방문하지 않은 고객 1만 3300여명을 선별해 1만원 할인 문자를 발송했다. 문자를 보내는 비용의 98배에 달하는 추가 매출이 열흘 만에 달성됐다. 앞서 종이쿠폰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했던 매장의 쿠폰 회수율이 15%, 보통의 회수율이 1% 미만이었던 점에 비쳐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이바돔감자탕 측은 설명했다. 프랜차이즈와 동네 빵집의 계산대를 구별 짓던 풍경,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구별 짓던 서비스. ‘적립’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멤버십 서비스를 작은 가게(소호·SOHO) 계산대까지 확대한 스타트업들이 2012년부터 자영업자 대상 서비스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스포카가 운영하는 도도포인트와 티몬플러스 등은 고객이 휴대전화 번호를 계산대 앞 패드에 입력하면 고객별로 자주 찾는 메뉴, 누적 구매금액, 방문 빈도 등을 분석하고 단골 고객, 통큰 고객, 주말 고객 식으로 선별해 쿠폰을 배포하는 등 맞춤형 마케팅을 돕는 월정액(월 3만원대) 서비스이다.사실 그간 소호들은 멤버십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지 못하는, 기술지체의 사례로 분류됐었다. 2000년대 붐을 이룬 ICT와 고객관계마케팅(CRM)을 버무린 멤버십 마케팅이 초기에 주로 정유사·이통사 고객에게 식음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1998년 ‘SK엔크린 보너스 카드’를 효시로 정유사·이통사들은 멤버십 할인 혜택을 제공할 식음료 제휴업체로 계약 및 관리가 용이한 프랜차이즈를 선호했고, 소호들은 배제했다. 2000년대 프랜차이즈 위주 멤버십 마케팅이 ‘소호의 몰락’을 재촉했다면, 최근 3~4년 새 분위기는 급반전 중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지역명과 함께 맛집을 검색하면 프랜차이즈를 제치고 ‘동네 맛집’이 먼저 노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역으로 통신사 멤버십에 부응해 대대적인 판촉을 벌여 한때 예약 없이는 입장할 수 없었던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는 몇 년 전부터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접고 있다. 이른바 ‘동네의 반란’ 혹은 ‘소호의 반란’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최근 ‘동네의 반란’에 참전한 알벤토의 양 대표는 12일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통신사 멤버십을 활용해 10~40%까지 할인판매를 시작할 때 자영업자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래도 대기업이라고 무한정 손해 보는 마케팅을 할 리는 없을 테니, 결국 멤버십 할인을 받아야 적정 가격이 형성되는 수준으로 프랜차이즈 빵값이 오른다면 그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빵으로 승부를 걸 작정을 했다고 한다. 양 대표는 “균일한 맛으로 팥을 삶는 기계를 개발하고 불량률을 줄이는 노력을 이어가는 동안, 프랜차이즈만 활용할 수 있었던 ICT가 자영업자의 소규모 매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됐고 소비자들은 특색 있는 작은 가게를 찾아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유행을 따르고 있었다”며 웃었다. 20대 중반부터 15년 동안 정육점에서 일한 낭만정육점의 김동규 사장은 “소호들이 ICT를 활용하다 보면, 미처 알지 못한 스스로의 경쟁력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며 최근 고안한 케이크 상자 모양의 정육 선물세트를 소개했다. 20만원 이상 고가 정육세트만 시중에 팔린다는 점에 착안, 5만~6만원어치 정육을 단정하게 포장한 형태의 선물세트다. 그는 “카카오톡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세트 디자인을 선보인 뒤 반응과 수요를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단골의 마음과 주머니 사정을 먼저 헤아리고 단골 사정에 맞춘 단 하나의 상품을 내놓는 일은 자영업자들이 대기업보다 잘하지 않겠느냐”고 자신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의사·간호사 폭행 최대 징역 5년까지

    앞으로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를 때리거나 협박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해 의료인의 진료권과 환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개정안은 누구도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진료를 받는 사람을 폭행 또는 협박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 환자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을 의료인으로 오인하지 않고 의료인의 신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의료인과 의대생은 명찰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이 밖에 개정안은 부모가 없는 미혼의 형제자매도 환자의 증명서와 진료기록부를 열람하거나 사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가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해 환자에게 줄 때는 약제의 용기나 포장에 환자의 이름과 용법, 용량 등의 사항을 적도록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단독] 경찰, 수사 직후 돈 받고 정보 제공… “승진 도와달라” 부탁도

    [단독] 경찰, 수사 직후 돈 받고 정보 제공… “승진 도와달라” 부탁도

    향응자리서 수천만원·공진단 받고 혐의자 조사할 질의서 내용 유출 수사 끝나니 사무실 와서 돈 받아가 전·현 고위 경찰이 수사담당 접촉 창구 비리 연루자로 檢수사 급물살 탈 듯 ‘정운호 구명 로비 사건’에서 법원 쪽 로비를 전담한 최유정(46·구속 기소) 변호사의 동업자인 브로커 이모(44·수배 중)씨가 경찰에 지속적으로 로비를 해 왔다는 의혹은 관련 사건 초기부터 제기됐다. 최씨는 법원 쪽에, 브로커 이씨는 경찰 쪽에 ‘선’을 댄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5년 송창수(40·수감 중) 이숨투자자문 실질 대표에 대한 서울 강남경찰서의 수사 과정에서 이씨가 수사 경찰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구체적인 정황을 검찰이 최근 포착함에 따라 검찰과 법원뿐 아니라 경찰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검찰 등에 따르면 브로커 이씨의 과거 동업자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숨투자자문의 전신인 리치파트너투자자문에 대한 강남경찰서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 이씨와 함께 강남서 소속 경찰 B씨 등을 상대로 로비에 들어갔다”면서 “접대 자리에서 수천만원의 현금과 한방 보약인 공진단 등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가로 담당 경찰은 수사 관련 정보를 이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 측은 지난해 4월 중순 강남서 경찰 B씨로부터 리치파트너투자자문의 한 투자자를 상대로 조사할 질의서를 미리 받았다. 해당 질의서에는 ▲리치파트너를 알게 된 경위 ▲리치파트너의 선물, 주식 등의 운영 방식 등이 적혀 있다. 향후 경찰 수사의 방향을 유출한 셈이다. B씨 등은 이후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이씨에게 접대를 받으며 현금 2000만원을 받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로비가 벌어졌을 당시 이씨와 이숨투자자문 관계자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확보한 상태다. 해당 문자에는 ▲경찰 협조 내용 및 시기 ▲로비 자금의 분할 방법 등이 담겨 있다. 브로커 이씨를 연결고리로 하는 송 대표와 경찰의 ‘검은 공생’은 해당 수사가 마무리된 뒤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해 7월쯤 경찰 B씨가 이숨투자자문 사무실로 찾아가 2000만원의 현금을 받아 갔고, 당시 이숨투자자문 측 관계자가 현금 등을 담을 쇼핑백과 포장지 등을 구매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강남서 수사 담당자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현직 고위 경찰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송 대표는 이씨의 경찰 로비로 수월하게 조사를 받는 등 ‘효과’를 보자 이씨의 활동을 계속 지원했다. 송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강남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한 경찰이 ‘이씨가 누구이길래 이렇게 잘 봐 달라는 전화가 자주 오느냐. 이씨에게 잘 이야기해서 나도 좋은 곳으로 승진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이숨투자자문의 행각은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이후 금융감독원의 이숨투자자문에 대한 직접 현장 조사와 검찰 조사 등이 이뤄지면서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4월 송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하는 등 관련자 5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또 검찰은 퇴직 경찰이 이씨의 로비 활동에 깊숙이 연관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송 대표가 이씨에게 로비 자금으로 교부한 수표 중 일부가 한 퇴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강남의 음식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된 것을 포착했다. 이 음식점은 인근 경찰서 경찰들이 회식 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B씨는 그러나 12일 서울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씨는 누구인지 모르겠고 송 대표는 예전에 피의자로 조사한 것이 맞다”면서 “경찰서에서 송 대표를 조사한 것 이외에는 이씨 등을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씨와 친분이 있는 고위 경찰로 지목된 C씨도 “이씨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고 수사 담당 경찰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단독]경찰, 최유정측에 억대 돈받고 정보 제공… “승진 도와달라” 부탁도

    [단독]경찰, 최유정측에 억대 돈받고 정보 제공… “승진 도와달라” 부탁도

    ‘정운호 구명 로비 사건’에서 법원 쪽 로비를 전담한 최유정(46·구속 기소) 변호사의 동업자인 브로커 이모(44·수배 중)씨가 경찰에 지속적으로 로비를 해 왔다는 의혹은 관련 사건 초기부터 제기됐다. 최씨는 법원 쪽에, 브로커 이씨는 경찰 쪽에 ‘선’을 댄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5년 송창수(40·수감 중) 이숨투자자문 실질 대표에 대한 서울 강남경찰서의 수사 과정에서 이씨가 수사 경찰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구체적인 정황을 검찰이 최근 포착함에 따라 검찰과 법원뿐 아니라 경찰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검찰 등에 따르면 브로커 이씨의 과거 동업자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숨투자자문의 전신인 리치파트너투자자문에 대한 강남경찰서의 수사가 시작된 직후 이씨와 함께 강남서 소속 경찰 B씨 등을 상대로 로비에 들어갔다”면서 “접대 자리에서 수천만원의 현금과 한방 보약인 공진단 등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대가로 담당 경찰은 수사 관련 정보를 이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 측은 지난해 4월 중순 강남서 경찰 B씨로부터 리치파트너투자자문의 한 투자자를 상대로 조사할 질의서를 미리 받았다. 해당 질의서에는 ▲리치파트너를 알게 된 경위 ▲리치파트너의 선물, 주식 등의 운영 방식 등이 적혀 있다. 향후 경찰 수사의 방향을 유출한 셈이다. B씨 등은 이후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이씨에게 접대를 받으며 현금 2000만원을 받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로비가 벌어졌을 당시 이씨와 이숨투자자문 관계자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확보한 상태다. 해당 문자에는 ▲경찰 협조 내용 및 시기 ▲로비 자금의 분할 방법 등이 담겨 있다. 브로커 이씨를 연결고리로 하는 송 대표와 경찰의 ‘검은 공생’은 해당 수사가 마무리된 뒤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해 7월쯤 경찰 B씨가 이숨투자자문 사무실로 찾아가 2000만원의 현금을 받아 갔고, 당시 이숨투자자문 측 관계자가 현금 등을 담을 쇼핑백과 포장지 등을 구매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강남서 수사 담당자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현직 고위 경찰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송 대표는 이씨의 경찰 로비로 수월하게 조사를 받는 등 ‘효과’를 보자 이씨의 활동을 계속 지원했다. 송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강남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한 경찰이 ‘이씨가 누구이길래 이렇게 잘 봐 달라는 전화가 자주 오느냐. 이씨에게 잘 이야기해서 나도 좋은 곳으로 승진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이숨투자자문의 행각은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이후 금융감독원의 이숨투자자문에 대한 직접 현장 조사와 검찰 조사 등이 이뤄지면서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4월 송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하는 등 관련자 5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또 검찰은 퇴직 경찰이 이씨의 로비 활동에 깊숙이 연관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송 대표가 이씨에게 로비 자금으로 교부한 수표 중 일부가 한 퇴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강남의 음식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된 것을 포착했다. 이 음식점은 인근 경찰서 경찰들이 회식 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B씨는 그러나 12일 서울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씨는 누구인지 모르겠고 송 대표는 예전에 피의자로 조사한 것이 맞다”면서 “경찰서에서 송 대표를 조사한 것 이외에는 이씨 등을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씨와 친분이 있는 고위 경찰로 지목된 C씨도 “이씨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고 수사 담당 경찰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경북 영천 별별미술마을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경북 영천 별별미술마을

    미술작품 48점·우리동네박물관·조각공원…소통·교감하다 경북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 화산리, 귀호리 일대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봄이면 복사꽃 살구꽃 피고, 여름이면 복숭아와 포도가 익어 가고, 가을이면 누렇게 들판이 물든다. 딱 동요 ‘고향의 봄’에 나오는 그런 고향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벽화마을과 미술관이 영천에 있더라’는 소문을 듣고 이 마을을 처음 찾아간 것은 2012년, 아직 겨울이던 2월 초였다. 이 마을에 대한 첫 번째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끝났던 때다. 당시 미술관보다는 마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미술 작품들이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있었지만 조금은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그날 유독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마을 초입의 ‘우리동네박물관’이었다. 옛 마을회관이었던 작은 건물이 마을의 역사와 현재가 담긴 마을사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마을의 역사, 관혼상제, 집과 건축물, 사계절 풍경, 사람들과 강아지, 고양이들이 전시의 주인공이었다.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마을 사람들 사진이 걸린 메인 전시홀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처음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생소해하던 마을 주민들이었지만 우리동네박물관이 완성되자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평범한 자신의 삶이 하나의 전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묘한 자긍심을 안겨줬다. 이제는 마을 주민 누구나 장날 나들이 가듯 화장을 하고 동네 마실에 나선다. 낯선 이들이 물어도 적극적으로 마을에 대해 얘기해 준다. 두 번째 방문은 같은 해 봄 4월이었다. 아이와 함께였다. 마침 미술관은 휴관이었다. 아이는 옛 운동장이었던 조각공원을 신나게 뛰어다녔다. 공원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시안미술관의 변숙희 관장은 미술관 개관 2년째인 2005년, 1000만원이나 들여 달았던 정문과 담장을 없앴다. 누구나 미술관에 들어왔다.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공연도 자주 열었다. 주말 나들이 명소로 먼저 입소문이 났다. 조각공원에 돗자리 펴고 앉은 이들의 30% 정도만 유료 미술관에 입장할 뿐이었지만 관람객 수는 계속 늘어났다. 이는 미술관이 도전적인 기획전시를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세 번째 방문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기사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을 때였다. 서울은 지하철마저 한가롭게 느껴질 정도로 침체된 주말이었는데 시안미술관 조각공원에서는 많은 가족 단위 여행자들이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막 더위가 시작되는 6월, 옛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 자리를 지켜 왔던 울창한 양버즘나무들이 깊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유유자적하게 오후를 보내기에 그만이었다. 비옥한 토지 덕에 복숭아 농사 등이 잘돼 한때는 지금의 시안미술관인 화동초등학교 학생 수가 400명에 이를 정도로 번화하기도 했다. 이후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여느 농촌처럼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학교는 1999년 폐교됐다. 늘어나는 빈집만큼이나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도 구멍이 뚫렸다. 2011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신몽유도원도’가 진행됐다. 이 일대에 48점의 미술 작품이 생겼다. 우리동네박물관도 그때 생긴 것이다. 세 마을을 합친 동네 이름도 ‘별별미술마을’이라고 붙여졌다. 농촌의 순수성을 살리며 예술의 옷을 새로 입었다. 관도 협력했다. 문화해설사 서담규씨는 “작품을 만든 작가들은 ‘소통’과 ‘교감’을 중요시하며 마을의 과거와 현재, 미래, 사람과 자연에 대해 작품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민, 관, 전문가가 서로 조화를 이룬 대표 사례로 꼽힌다. 마을을 찾는 관람객도 점차 늘었다. 변 관장은 손사래를 치지만 사립미술관들 사이에서는 시안미술관이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미술관으로 소문이 났다. 올해 이곳을 다시 찾았다. 마을은 그새 변해 있었다. 미술관 옆에 깔끔한 매점이 들어섰고 새로 지은 회관 건물엔 세미나, 민박 시설도 보태졌다. 마을 길 안쪽까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됐다. 미술작품들은 비교적 관리가 잘되고 있었으나 없어진 것도 생겼다. 무엇보다 우리동네박물관이 방치되는 듯해 아쉬웠다. 관리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마을이 뜨기를 고대했건만 막상 뜨고 나니 이제 마을 정착이 쉽지 않아졌다고 주민들은 걱정한다. 지난달 20일 시안미술관에서는 마을 주민 대표들과 작가, 시 관계자들이 모여 올해 공동의 프로젝트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그동안의 아쉬움들을 보완할 새로운 프로젝트가 오는 7월 2일 시작된다. 주민들과 작가, 방문객들이 교감하며 좋은 작품을 남기고 서로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 주목표다. 모두가 만족하는 마을 만들기라는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지속 가능한 별별미술마을이 부디 성공적인 사례로 계속 남아 주기를 바란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영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산, 가상리행 버스를 이용한다. 하루 7회(편도) 가상리행 버스가 있다. 택시는 약 1만원이면 마을 입구 미술관까지 데려다준다. 시안미술관(338-9391)은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함께 가 볼 만한 곳:해발 1124m의 보현산은 대한민국에서 연중 가장 별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정상에 천문대가 있다. 산 아래 마을 입구에 세워진 과학관은 일반인이 언제라도 방문해 고성능 카메라로 별이나 태양 등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임고서원은 포은 정몽주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서원이다.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면 더욱 멋지다. 포도가 유명한 영천은 7월 중순부터 영천와인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접 포도를 따 와인을 만들어 보고 유명 와인농장도 방문한다. 까브스토리(335-7070)를 비롯해 17개의 와이너리가 있다. 프랑스나 호주의 와이너리와 비슷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맛집:별별미술마을 내 식당은 마을 주민회에서 운영하는 매점이 유일하다. 잔치국수 등을 판다. 영천시외버스터미널의 편대장영화식당(334-2655)은 전국 최고의 육회 맛집 중 하나로 꼽힌다. 우둔살을 일일이 손으로 손질해 살코기만으로 육회를 만든다. 파와 깨, 참기름만 넣어 만든 육회에 상추무침을 넣어 비비는 비빔밥(1만 7000원)이 일품이다. 소고기된장찌개(9000원)도 맛있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6]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일까 (상)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6]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일까 (상)

    흔히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그만큼 성장과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예전에 이런 신문 광고 카피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은 미래를 위해 가장 값진 투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우유의 폐해를 지적하는 가설과 지론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유는 생각처럼 정말 몸에 좋을까, 혹시 다른 부작용은 없을까,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적극적인 대답인 셈이다. ‘완전식품’이라는 과장된 용어(엄밀하게 말해 지상에 완전식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용어는 미국 낙농협회가 소비 촉진을 위해 지어낸 광고 카피였는데, 여기에 미국 농무부가 가세하면서 한 순간에 정설로 포장됐다.)에서 보듯이 우리는 지금 우유에 대한 상반된 견해의 중간에서 다소 어정쩡하게 우유를 대하고 있다. ‘어쩌면 완전식품이 아니라 독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부류가 있는가 하면 ‘우유만한 게 어딨어?’라거나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 낫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엄존한다. 이런 논란은 의료계에서도 진행형이다. 한 쪽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우유를 섭취할 경우 유방암 등 특정 암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아는 우유의 효능은 과장됐다.”는 지견이 있는 반면 “그래도 마셔서 얻는 건강상의 이점이 마시지 않아서 잃을 수 있는 문제를 상쇄하므로 마시는 게 이득이다”고 주장한다. ●우유에 대한 기억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 질서는 이전의 서유럽 중심에서 미국과 소련(러시아)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이른바 냉전시대의 시작이다. 이런 냉전 실서는 세계의 각국을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으로 이해했고, 미국과 소련은 적극적으로 내 편 만들기에 나섰다. 이 와중에 미국이 우리에게 베푼 시혜 중에 ‘탈지분유 무상지원’이라는 게 있었다. 자기 편 우방국을 위해 자국에서 다 소비하지 못하는 가공 우유를 나눠주는 일종의 빈곤퇴치 프로그램이었다. 탈지분유란 우유의 지방 성분을 상당량 제거한 뒤 가루 형태로 가공한 우유를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셨다. “내일부터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등교할 때 개인 컵과 소금을 가지고 와야 한다.”는 엄명이었다. 그 날부터 내 책보자기에는 낡은 양철 필통과 함께 소금 봉지를 넣은 양철컵이 같이 싸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전교생이 반별로 줄을 지어 소사(小使) 아저씨가 운동장 한 켠에 큰 가마솥을 걸고 끓여낸 우유를 한 컵씩 받아들고는 삼삼오오 흩어져 후후 거리며 마셨다. 닝닝해 시쳇말로 ‘엣지’가 없는 맛이니 가져온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마셨다. 선생님들도 함께 마셨다. 첫 날 오후, 몸에 좋다는 우유를 받아마셨는데, 교실에서는 난리가 났다. 낯빛이 노랗게 떠서 배가 아프다며 뒹구는 놈, 참다 못해 화장실로 달려가 물찌똥을 쏟아내는 놈, “뱃속에서 ‘구라파전쟁’이 벌어진 것 같다”며 연신 방귀를 뀌어대고 트림을 해대는 놈 등등 한 마디로 희한한 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한 시간 45분 수업에 담임 선생님도 너 댓 번을 들락거렸는데, 모르긴 해도 변소행이었을 것이다. 다음날도 학교에서는 끓인 분유를 학생들에게 나눠줬으나 대부분이 마시는 척 하고는 돌아서서 땅바닥에 쏟아버렸다. 선생님이 “우유 안마시고 버리는 놈은 다 가려내 청소 시킨다”고 엄포를 놨지만, 아이들은 배앓이에 설사 벼락을 맞는 것보다 청소가 낫다고 여겨 굳이 그걸 마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이 어림잡아 열에 여덞, 아홉이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본 어른들은 우유에 쇠기름이 많아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유병’의 원인은 ‘락타제 결핍’ 우유에는 쇠기름이 많아서 설사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정설로 통했다. 우유에서 기름을 뺀 탈지분유도 그래서 만들어졌다. 이런 생각은 1965년 미국의 존스 홉킨스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그랬다. 사실, 존스 홉킨스병원에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국의 원조 담당자들의 불평이 적지 않았다. 우방국을 굶주림과 집단 영양실조 상태에서 구제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배정해 우유를 원조하는데, 설사니 배앓이니 하며 불평한다고 못마땅해 한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우유가 기아나 영양실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알았어도 ‘인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유를 소화 흡수하지 못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런 마당에 ‘우유를 마시면 나타나는 설사나 복통 등 특이한 장애는 우유에 포함된 당분을 소화시키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는 존스 홉킨스의 연구 결과는 많은 것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락토우즈’라고 불리는 이 다당류는 거의 모든 포유동물의 젖 속에 들어있는데, 분자 구조가 너무 복합적이어서 소장에서 흡수rk 안 된다. 소장에서 정상적으로 혈관에 흡수되어 대사 과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분비하는 소화효소에 반응해 단당류인 ‘글루코즈’와 ‘갈락토즈’로 분해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작용하는 젖당 분해효소인 ‘락타제’가 부족하거나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백인은 전체의 20% 가량이 락타제 결핍이고, 흑인은 무려 75%가 부족하다. 한국인의 경우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제 효소가 충분하게 분비되는 사람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며,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유 한, 두 잔 정도 감당할 수 있는 락타제를 가진 사람은 2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보다 먼저 미제 분유가 공급된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예외 없이 말썽이 생겨 ‘우유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보다 앞서 미국 정부가 제공한 우유와 분유를 섭취한 인디언보호구역의 인디언들도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으나 정부 관리들은 “우유는 문제가 없다. 아마도 그들이 우유를 섞어 마신 물이 문제였을 것이다.”며 딴전을 부렸으나, 그 관리들이 악의를 가졌다고 볼 수도 없다. 원인을 모르기는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가공된 신화 ‘완전식품’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류학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마빈 헤리스 교수는 그의 저서 ‘음식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미국의 낙농업자와 농무부, 미국의사협회가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낸 과정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하루에 1쿼트(약 1.14ℓ)의 우유를 마셔라. 모든 학교의 점심 급식에 우유를 넣어라. 식사 전에, 식사를 하면서, 식간에, 그리고 밤참으로 우유를 마셔라. 우유를 살 때는 마개가 달린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을 갤런 단위로 사라.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우유를 마셔라. 위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설사를 그치게 하기 위해, 신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리고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 우유를 먹어라. 우유는 절대로 해롭지 않다.’ 이 같은 우유에로의 유인 정책이 범사회적으로 이뤄졌고, 당연히 다른 나라에도 전파됐다. 다른 나라 전파는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흉내내기를 해대는 후진국의 정책 관계자와 미국 유학생들이 주도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숙면을 위해 자기 전에 적당량의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아무리 우유의 효능과 순기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하더라도 근거를 밝히지도 않고 정부부처나 의사단체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의아하기도 하다. 미국 사례의 데자뷰 같은 의아함이라고 해두자. 이렇게 해서 우유는 ‘영양상의 이점이 많은 식품’에서 졸지에 ‘완전식품’으로 둔갑했다. 프랑스의 대중적인 저널리스트인 티에라 수카르는 그의 저서 ‘우유의 역습’에서 이런 맹목을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과학적인 증거와 신뢰할 수 있는 연구들을 통해 보건 당국에서 권장하는 대로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만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우리 식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우유가 골다공증을 예방하기는커녕 되레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암과 당뇨병, 심근경색 등을 유발한다. 물론, 이런 논의는 다양한 시각의 한 가지이고, 많은 주의·주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검은 해봐야 한다. 식탁과 먹거리에 대한 우유의 지배력이 말 한, 두 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우유는 정말 좋은 식품일까-2’가 이어집니다.]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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