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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섬 ‘쓰레기 비상사태’…인기 해변도 심각

    발리섬 ‘쓰레기 비상사태’…인기 해변도 심각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들이 쓰레기 더미에 몸살을 앓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발리에 있는 꾸따 등 해변이 강과 바다에서 나온 각종 쓰레기 탓에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해변은 플라스틱 빨대와 식품 포장지 등으로 뒤덮여 관광객들은 쓰레기 더미 사이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바다 역시 가벼운 플라스틱 쓰레기가 둥둥 떠다녀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가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한 관광객은 “바닷물에 들어가고 싶다가도 쓰레기를 보면 꺼려진다”면서 “끊임없이 쓰레기가 밀려와 정말 끔찍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때 지상 낙원으로도 불리던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은 이런 쓰레기 문제 때문에 달갑잖은 이미지를 쌓고 있다. 1만 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해양 쓰레기를 배출하는 국가로 연간 총 배출량은 추정 129만 t이다.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범람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오랫동안 인도네시아에서 문제가 돼 왔다. 시내 물길을 막아 홍수가 날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쓰레기 때문에 죽은 해양 동물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가 너무 심각해지자 발리 당국은 최근 해안가 6㎞ 이내 구역에 ‘쓰레기 비상사태’(garbage emergency)를 선포했다. 대상 구역에는 짐바란, 꾸따, 스미냑 같은 인기 관광지도 포함됐다. 당국은 환경미화원 약 700명과 트럭 35대를 투입해 매일 약 100t에 달하는 쓰레기를 근처 매립지로 옮기고 있다. 현지 환경 당국에 따르면, 발리의 쓰레기 문제는 매년 몬순 시즌에 가장 심해진다. 강한 바람이 바다 위 쓰레기를 해안으로 밀어내고 물이 불어난 강에서는 강가에 있던 쓰레기가 해안으로 쓸려내려 온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이런 쓰레기가 꾸따와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UN이 추진하고 있는 ‘깨끗한 바다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는 약 40개국 중 하나다. 캠페인의 목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오는 2025년까지 70%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재활용 사업을 촉진하고 비닐봉지 사용을 억제하고 청소 캠페인을 시작, 국민 의식 향상을 계획하고 있다. 인구가 2억5000만 명이 넘지만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해 쓰레기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발리 우다야나대학의 이 게데 헨드라 연구원은 “발리의 쓰레기 문제의 책임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발리 정부는 자연을 아끼고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또한 중앙 정부 역시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는 운동을 강화하고 편의점 등에서 비닐봉지를 무료로 주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서울광장] 출산율과 낙태는 별개다/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서울광장] 출산율과 낙태는 별개다/안미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정부가 지난 연말 낙태 문제를 공론화했을 때 지지 여론 못지않게 반대 여론도 들불처럼 일어났다. 인터넷에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댓글이 난무했다. 그중에 한 댓글이 눈길을 끌었다. “날이면 날마다 출산율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면서 낙태를 허용하겠다니 제정신인가.”출산율이 비상이긴 하다. 임신 가능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6년 기준 1.17명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8명)은 물론 유엔의 초저출산 기준선인 1.3명에도 못 미친다. 낙태를 합법화하면 가뜩이나 날개 없는 출산율이 더 수직 낙하할 것이라는 게 ‘낙태 허용’ 반대 논리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아무리 절박해도 아기 낳지 않을 권리를 원천 봉쇄하면서 출산율 해법을 찾을 일은 아니다. 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키우던 부부는 어느 날 덜컥 들어선 셋째 존재를 알게 됐다. 부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남들처럼 학원을 보내는 것도 아닌데 수입이 변변치 않아 늘 헉헉대던 부부에게 셋째는 ‘우환’이고 ‘당혹감’ 그 자체였다. “분명히 남편이 수술을 받았는데…”라며 병원을 원망하던 부부는 몇 날 며칠 계산기를 두드려 보다가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범죄자가 됐다. 이 얘기를 털어놓는 아이 엄마에게 “이해한다”는 말 대신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건넸다. “그래도 자기 먹을 건 자기가 갖고 태어난다는데 눈 딱 감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 선 대꾸가 돌아왔다. “한번 직접 키워 보세요.” 유순한 편인 그는 자신의 공격적인 언사에 스스로도 놀랐던지 이내 “국가가 키워 줄 것도 아니고…”라며 말을 흐렸다. 이 엄마에게 우리는 자신의 성관계에 무책임하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매도할 수 있을까. 순간, ‘낙태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범죄다’라는 댓글이 오버랩돼 떠올랐다. 물론 낙태를 허용하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일리 있다. 그래서 낙태는 전면 허용이 아닌 부분 허용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피치 못할 유전적 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근친상간, 임신 여성의 목숨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경우 등 여섯 가지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많은 일곱 가지, 여덟 가지 이유가 있다. 문란하지 않아도, 생명을 새털처럼 여기지 않아도 말이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의 언니, 누나, 여동생 이야기다. 낙태가 불법이다 보니 무면허 의사를 찾거나 음성적인 방법으로 아이를 없애면서 위험에 내몰리는 여성도 적지 않다. 태아의 생명권이 소중하다면 여성의 생명권도 소중하다. 생활고에 온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뉴스가 지금도 종종 나온다. 별거나 이혼을 결정한 뒤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아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영국이나 일본은 이런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낙태 가능한 대상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어느 단계의 태아까지를 인간으로 볼 것인가’라는 난제와 맞닿아 있다. 미국은 12주 미만 태아로 낙태 허용 대상을 제한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수술 전 의사와의 상담을 의무화하고 상담 후 2~8일간의 숙려 기간을 둔다고 한다. OECD 회원국 중 80%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설명이, 마치 낙태 허용이 선진국 수준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 같아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게 현실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나라들이 생명을 경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게다. 지키기 어려운 법을 만들어 놓고 범법자를 양산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것은 45년 전인 1973년이다. 앞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과 의사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법체계는 어떤 형태로든 고쳐져야 한다.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아이를 잘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제도 환경을 보완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hyun@seoul.co.kr
  • 팽당한 측근들이 저격수로…MB 용인술 부메랑

    팽당한 측근들이 저격수로…MB 용인술 부메랑

    MB에 권력 있을 땐 측근들이 다쳐 비리 폭로한 김유찬·김경준 옥살이 검찰이 이명박(MB) 전 대통령 주변을 전방위 수사 중인 가운데 차명재산이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의 용처처럼 MB에 관한 내밀한 정보들이 ‘한때 측근’의 입을 통해 폭로되고 있다.MB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지만, 끝내 팽(烹)당했던 측근들의 저격이 이어지는 것이다. 필요하면 가까이 기용했다 쓸모가 없어지면 관계를 끊어 버리는 행태 때문에 ‘실용주의’로 포장됐던 MB 특유의 용인술이 수사 국면에서 부메랑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희중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은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했고, 김 여사가 이 돈으로 미국 방문 당시 명품가방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검찰에 털어놨다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폭로를 이어 갔다. 15년간 MB 곁을 지킨 김 전 실장은 2012년 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뒤 MB의 냉대를 겪으며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MB는 김 전 실장 석방 뒤 면담 요청을 거절했고, 남편 수감 중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전 실장 부인의 장례식에 조화조차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정두언 전 의원 역시 MB에게 처절하게 버림받았다. ‘2002년 서울시장 이명박’, ‘2008년 대통령 이명박’을 만든 일등공신인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의 권력 갈등에 패해 밀려났다. 이후 MB 측이 정 전 의원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일었는가 하면, 결국 무죄로 판명났지만 정 전 의원 역시 MB 정권 시절 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돼 형사 재판을 받았다. 내쳤던 측근들에게 역공을 당하는 일은 MB가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반복된 일이지만, 권력이 MB에게 있을 때 다치는 쪽은 측근들이었다. MB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씨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리포트’를 발간하며 MB의 1996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재판과 관련한 위증 교사 의혹을 폭로했지만 검찰은 김씨를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법원은 징역 1년 2월을 확정했다. MB의 야인 시절 사업 파트너였던 재미교포 김경준씨도 미국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2007년 대선 직전 국내 송환되며 정국을 뒤흔들었으나 BBK 주가조작 사건과 MB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MB 재임 기간 내내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복지 1번지 ’로 거듭나는 마포

    ‘복지 1번지 ’로 거듭나는 마포

    서울 마포구는 새해 달라지는 복지 제도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복지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마포구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 급여가 지난해 134만원에서 올해 135만 6000원으로 인상된다. 기초생활보장수급 가구 학용품비 지급 대상이 중학생 이상에서 초등학생 이상으로 확대된다. 주거 급여는 4인 기준 임차가구 임대료가 31만 5000원에서 33만 5000원으로 오른다. 또 마포구 위기가구 지원 사업인 특별생계비(1인 가구)는 24만 8000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된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소득 하위 70% 이하인 경우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지난해 119만원에서 올해 131만원으로, 부부 가구는 190만원에서 209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된다. 올 9월부터는 기초연금액이 기존 20만 6000원에서 25만원으로 4만 4000원 오른다. 다양한 계층을 위한 복지인프라 설치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구는 옛 합정동 청사를 리모델링해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우리마포시니어클럽과 합정경로당을 이전한다. 신수동에 위치한 보훈회관 신축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오는 3월 개관할 예정이다.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은 오는 4월 옛 마포구청사 보건소를 리모델링한 건물로 확장 이전한다. 이와 함께 남은 공간은 장애인시설 및 관련 단체의 통합공간으로 활용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로봇이 아니야’ 채수빈, 마스크X장갑 완전무장 “유승호만의 우렁각시”

    ‘로봇이 아니야’ 채수빈, 마스크X장갑 완전무장 “유승호만의 우렁각시”

    ‘로봇이 아니야’ 채수빈이 우렁각시로 깜짝 변신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MBC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극본 김소로 이석준, 연출 정대윤 박승우, 제작 메이퀸픽쳐스)가 공개한 스틸 속 채수빈은 마스크와 비닐 장갑으로 무장을 한 채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리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주 방송된 ‘로봇이 아니야’의 23회와 24회에서 극적인 재회를 맞게 되는 모습으로 엔딩을 맞게 되어 안방극장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유승호와 채수빈. 휴머노이드 로봇 아지3가 사람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유승호는 자신이 로봇이라고 믿고 있던 아지3의 정체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완치 됐던 ‘인간 알러지’가 재발병하게 되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때문에 오늘 밤 방송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채수빈의 우렁각시 뺨치는 모습이 담긴 스틸 역시 보는 이들의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마스크와 비닐 장갑을 끼고 있는 채수빈이다. 얼굴과 손을 완벽하게 무장하고 포장해온 반찬들을 식탁에 하나씩 내려놓고 있는 채수빈은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채수빈은 과연 어떻게 된 영문으로 우렁각시로 탈바꿈하게 되었는지, 또 채수빈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유승호가 그녀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오늘 방송될 ‘로봇이 아니야’의 25회와 26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처럼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있는 채수빈은 어떤 사연으로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인지 시청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편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러지’로 연애를 해 본 적 없는 남자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로봇 행세를 하는 여자가 만나 펼치는 로맨틱코미디로 오늘(17일) 밤 10시 25회, 26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서초 방배로 완전히 뚫린다

    서초 방배로 완전히 뚫린다

    서울 서초구는 반포천에서 내방역 구간(그림) 방배로 일대 하수관로 매설공사가 마무리돼 4년여 만에 왕복 4차선 도로의 통행이 전면 재개됐다고 15일 밝혔다. 구는 이용이 재개된 방배로가 임시포장 상태인 만큼 날씨가 풀리면 아스팔트 도로를 재포장하고, 화단 조성, 도로 환경정비 등을 통해 쾌적하고 편리한 보행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공사 구간은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2010년부터 2년간 집중호우로 1600여 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은 곳이다. 구는 2013년부터 우기에 빗물을 반포천으로 흘려보내 침수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직경 4m, 길이 1.3㎞의 대형 하수관로를 땅속에 매설하는 공사를 해왔다. 주민들은 그동안 공사로 인해 방배로 4차선의 일부 구간을 사용할 수 없어 편도로만 차량통행을 해야 하는 등 공사 및 차량 소음으로 생활불편을 겪어야 했다. 앞서 구는 공사 진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반포천에서 내방역 사이에 5개 구간을 나누어 지반을 파고, 구간을 서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공사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주민들은 시비 등 예산을 적기에 지원해 공사가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수시로 공사 현장을 방문해 공사 중인 지하 7m를 내려가 지장물 현황 등을 살피며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조 구청장은 “오랜 기간 공사로 인한 불편함을 인내해 주신 주민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도로 재포장 등 미진한 부분은 날씨가 풀리면 새 단장하고 보행환경 등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박나래, 런닝맨회식에서 만취 “MBC에서 받은 상, 런닝맨팀과 회식”

    박나래, 런닝맨회식에서 만취 “MBC에서 받은 상, 런닝맨팀과 회식”

    유재석이 ‘런닝맨’ 회식에서 가장 취한 사람이 박나래라고 언급했다.14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서는 지난해 말에 진행된 SBS 연예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런닝맨회식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한 지석진이 회식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석진은 “고기를 포장해가는 애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유재석은 당시 만취했던 박나래를 언급하며 “전날 (MBC 연예대상에서) 받은 상에 대한 회식을 ‘런닝맨’과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광수 역시 “마시기 전에는 여기서 취하면 무슨 추태냐고 하더니 완전 취했더라”라고 폭로했다. 사진=SBS ‘런닝맨’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자유한국당, 영화 ‘1987’에 “우리 것” 주장…“대통령이 왜 우느냐” 딴죽

    자유한국당, 영화 ‘1987’에 “우리 것” 주장…“대통령이 왜 우느냐” 딴죽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이한열의 죽음을 다룬 영화 ‘1987’을 놓고 자유한국당이 난데없는 ‘소유권 주장’에 나섰다.8일 대구에서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신년인사회가 열린 자리에서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구)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1987’을 관람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언론 보도를 전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정말 절망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보고 울었다는 기사만 나온다. 그걸 누가 밝혔나? 우리 보수정권이 밝혔다. 대통령이 왜 우느냐.” 곽상도 의원이 말한 ‘우리 보수정권’은 어떤 정권일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박종철군 고문을 자행한 경찰관들의 이름을 폭로한 것이 1987년 5월 18일이다. 이 때는 아직 전두환 정권 시절이다. 박종철 사망 1주기 때에는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황적준 박사에게 부검소견서를 변경하라는 외압을 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다. 이 때가 1988년 1월 4일이다. 박종철·이한열의 죽음이 들불이 되어 6월 항쟁으로 이어졌으나, 노태우 후보가 대선 승리를 가져가고 아직 정부가 들어서기 전이다. 곽상도 의원이 말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혔다’는 보수정권은 대체 어느 정부일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국가에 사과를 권고했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5년 12월 출범해 2009년 7월 최종 보고서를 냈다. 노무현 정부 때다. 곽상도 의원이 말하는 ‘보수정권’이 노무현 정부인가. 최종 보고서가 이명박 정부 때 나왔으니 ‘우리 보수정권’이 밝혔다는 걸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것은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행동한 검사·기자·의사·교도관 그리고 민주화 세력이었다. 이를 덮으려던 것은 전두환 정권이었다.이날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영화 ‘1987’을 독점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감상했다고 한다. 1987년은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역사의 중요한 결절 지점이자 역사적 자산이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을 연출하며 이 영화가 자신들의 영화인 것처럼 포장해야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방식이 과연 국민을 위하고 대한민국을 위한 길인지 되돌아봐야 할 영화”라고 평했다.이처럼 1987년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자유한국당은 아직 영화 ‘1987’ 단체 관람을 하지 않았다. 앞서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단체 관람을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9일 단체 관람에 나선다. 박종철이 숨진 뒤 1987년 2월 7일 전국에서 ‘고 박종철군 범국민추도회’가 열렸을 때 부산에서 연행된 사람은 181명이었다. 이 중에는 노무현·문재인 변호사가 포함돼 있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1987’ 文눈물 비난한 김성태…朴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1987’ 文눈물 비난한 김성태…朴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한 데 대해 “언론 플레이의 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영화 관람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 연출하며 이 영화가 자신들의 영화인 것처럼 꼭 포장을 해야 되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화예술인들을 만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문화 ·예술 공연을 관람하는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는 석 달에 한 번씩 영화관을 찾고 있다. 지난해 2월에도 살인 누명을 쓴 사법 피해자의 재심 사건을 다룬 영화 ‘재심’을 보고 “영화를 보며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고 말했다. 영화 ‘1987’을 감상한 지난 7일에는 관람에 앞서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여사, 고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와 이야기를 나눴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1987년 당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변호사로 재직하던 중 2월 7일 전국에서 열린 ‘고 박종철군 범국민추도회’에 참석했다. 이날 추도회로 전국 8개 도시에서 798명이 연행됐고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도 이에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이후 잠깐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가장 울림이 컸던 대사가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였다. 6월 항쟁 등 엄혹했던 민주화 투쟁 시기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다. 오늘 이 영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감상평을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지나친 언론플레이’라고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2014년 ‘국제시장’을 본 후 여러 차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본격적으로 작성되고 실행된 시기이기도 하다.박 전 대통령은 이후 청와대 회의에서 “영화(국제시장)에도 부부싸움 하다가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 배례를 하더라. 그렇게 해야 이 나라라는 소중한 우리의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애국가에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이런 가사가 있지 않느냐.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 사랑해야 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에 행정자치부가 앞장서 국기 게양률 높이기 운동을 벌였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에는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고 정치권과 언론들은 일제히 “안보 행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밖에도 ‘명량’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넛잡:땅콩 도둑들’ ‘태양아래’ ‘겨울왕국’ 등 재임기간 다양한 영화를 관람했고 ‘겨울왕국’을 봤을 당시 여권은 “조실부모 뒤 외롭게 지내온 박근혜 대통령이 겨울왕국의 여왕 엘사와 닮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4차 산업 장애물은 편견”…고위공무원단 홀린 정재승의 ‘알쓸신잔’

    “4차 산업 장애물은 편견”…고위공무원단 홀린 정재승의 ‘알쓸신잔’

    “미국 아마존사는 특정 지역에서 어떤 제품을 누가 얼마나 살지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요. 그리고 그 제품을 포장해서 미리 그 지역에 배달해 둡니다. 배송 시간이 현저히 줄겠죠. 정확도 95%를 넘지 않으면 바보 같은 짓인데, 실제로 95%가 넘어요. 미국에서 총알배송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택배 아저씨가 총알같이 배송하고 있죠. 우리나라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알쓸신잡’으로 유명세를 탄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공무원단 24명을 대상으로 쓴소리를 쏟아 냈다. 이날 강의 주제는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함께할 것인가, 경쟁할 것인가’였지만, 자신이 평소 생각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산업 방향과 규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무엇보다 강연 참석자들이 우리나라의 산업과 교육, 문화, 규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임을 의식한 듯 보였다. 인사혁신처가 마련한 이번 강연은 ‘2017 고위공무원단 전략 포럼’ 프로그램 중 하나로 고위공무원단에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등 최신 트렌드에 대한 소양 증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인사처가 지난 10월 고위공무원단 1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트렌드에 대한 교육 수요(48.9%)가 가장 높았고, 고위공직자로서의 리더십·문화(13.6%), 교양 등 기타(13.6%)가 뒤를 이었다.강의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점차 고조됐다. 정 교수도 일침의 강도를 더욱 높여 갔다. 정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나 이를 만들어온 공무원들의 편견을 꼬집었다. 사례도 구체적이었다. 미국의 경우 존 매카티 등 과학자 10여명이 미국 정부에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20세기엔 좋은 결과가 없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야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성공을 보고 나서야 부랴부랴 투자에 나섰고, 인공지능 연구소를 지으려 해도 300명 모집에 7명밖에 뽑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인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늘 그런 식으로 해 왔다”며 “투자를 안 했기 때문에 정작 사람이 필요할 땐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시간 30분여의 강의가 끝나고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엔 질문이 쏟아졌다. 질의응답 시간은 10분가량 예정돼 있었지만 30분 넘게 진행됐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 교육, 기본소득, 인류의 행복과 불행 등 질문의 범위도 넓었다. 첫 번째 질문은 미국에서 드론 택배가 상용화되고 있다는데, 마약이 드론을 통해 배달되더라도 감시할 수 있는지, 감시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지였다. 이에 정 교수는 “드론 택배를 떠올리면서 마약 감시부터 생각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라는 것이다. 어떤 부작용이 있으니 금지하기보단, 새로 가능해지는 부분부터 생각할 것을 권했다. 정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약인지, 마약인지 구분하는 시스템은 충분히 구축할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드론 기술을 만들 때 어떻게 쓰면 이득이 될 건지 먼저 바라보고, 독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어떻게 관리할 거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입시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패러다임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요구되는 창의성 자체가 학생 간에 비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성적이 높은 사람이 떨어지고, 낮은 사람이 붙는 걸 못 견뎌 하는데, 소위 성적이 낮은 대학에서 떨어진 학생이 그보다 더 성적이 좋은 대학에서 붙는 일이 벌어져야 한다”며 “대학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뽑고, 국가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만 관리하는 것으로 옮겨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인간의 일자리를 로봇이 빼앗을 텐데 사람은 어떻게 소득을 유지하냐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그런 날을 위해 기본소득제라도 확충하길 바란다”며 “실제로 기본소득을 얼마로 정해야 사람들이 나태에 빠지지 않을지 다양한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으며, 적정한 범위를 찾으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에 대해선 “페이스북 같은 곳에 데이터를 무상으로 올리는 만큼 데이터세와 로봇세 등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며 “한 번도 시행하지 않은 제도를 시도하기 위해선 혁명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의를 들은 한 고위공무원은 “강의를 듣기 전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어렴풋한 이미지만 있었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명확히 개념을 세울 수 있었다”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관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줘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소액 채무탕감, 삶을 바꾸다] 치매 노모 모시며 쌓인 2000만원 빚 절반 탕감·10년 상환으로 새 삶의 빛

    [소액 채무탕감, 삶을 바꾸다] 치매 노모 모시며 쌓인 2000만원 빚 절반 탕감·10년 상환으로 새 삶의 빛

    정부가 빚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서 있는 시민들의 빚을 탕감해 주기로 했다.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못 갚고 있는 소액장기 채무자들이 대상이다. 저신용·저소득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이자부담 완화, 장기연체자 재기 지원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든다는 ‘포용적 금융’의 실현을 위해서다. 소액장기채무자들의 채무를 ‘완전 면제’해 준다는 내용이 처음 들어간 문재인 정부의 채무탕감 정책이 이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국민행복기금 등 과거 정부의 채무 경감 정책의 성공적 사례와 역사적 배경, 해외의 다양한 빚 탕감 정책, 정책의 우려와 제언 등을 상하 시리즈로 짚어 봤다.쉰한 살의 총각인 황성현씨의 올해 소원은 결혼도, 재산을 불리는 일도 아니다. 직장 15분 거리 요양병원에 모신 여든넷 노모를 다시 집으로 모셔오는 일이다. 노모는 중증 치매를 수년 전부터 앓고 있다. 말기암인 큰형이 치매 아버지를 모셨지만 병원비, 부모의 치료비와 생활비까지 대느라 저축은 바닥을 드러냈다. 형과 아버지는 지난해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동안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생활비·병원비를 충당했던 탓에 빚은 대형 눈덩이처럼 남았다. ●“빚 조정되니 열심히 일할 의욕 커져” 원래 황씨는 대기업 계열사 구내식당 조리사였다. 하지만 치매인 어머니를 2015년 처음 집에 모시면서부터는 정시 출근하는 직업을 가질 수가 없었다. 간간이 밤에 대리운전을 했지만 병원비도 모자랐다. 더욱이 두어 시간에 한 번씩 집을 뛰쳐나가곤 하는 어머니를 찾느라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대기 일쑤였다. 집을 나간 어머니는 아들에게 ‘장안대 앞’이라며 공중전화를 뚝 끊고 연락이 두절되곤 했다. 하루종일 뒤져 찾고 보면 장안대가 아닌 장안대 소개 간판이 붙은 곳이었다. 화도 못 냈다. 그 흐릿한 정신 속에서도 아들이 사준 공중전화 카드비가 아까워 1초 만에 있는 곳만 말하고 끊는다고 어머니가 설명한 탓이다. 노모 부양으로 진 카드빚 1000여만원은 이자에 연체 이자까지 합쳐져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황씨는 2016년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뒤 덤프트럭 운전을 시작했다. 국민행복기금를 찾아갔다. 행복기금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측은 채무 원금과 이자 등을 50%가량 면제하고, 남은 빚은 10년 분할상환하도록 했다. 그는 “수백만원을 탕감하고 나머지 빚도 분할상환이라는 도움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한 줄기 빛 같은 소식이었다”고 말한다. 황씨는 트럭을 몰면서 빚을 모두 청산했다. 성실하게 빚을 모두 갚자 캠코는 지난해 10월 일자리도 소개했다. 현재 그는 경기도 한 기초자치단체 시설관리공단 청소차 운전사다. 한 달에 받는 돈은 160만원. 이 중 절반가량을 노모 병원비로 쓰고 나머지는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다만 이번 달에 기간제 계약이 종료되는 게 아쉬운 점이다. “빚 2000만원이 조정되자 열심히 일할 의욕으로 몸이 가벼워졌어요. 올해는 더 돈을 많이 벌어서 어머니를 다시 모셔오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IMF 때 180도 변한 삶… 스리잡도 부족 “어렸을 적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우리 가족의 삶은 180도 변했습니다. 점점 불어나는 빚, 집안 곳곳에 붙어 있는 빨간 차압 딱지와 함께 평생을 살아갈 것 같았죠. 하지만 4년 전 ‘이자 삭감, 원금 분할상환’이라는 소식을 접한 뒤 문득 제가 이 빚을 해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재욱(30·가명)씨는 2013년부터 부모의 빚을 갚고 있다. 유년기까지는 은행원이던 아버지 밑에서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부친이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뒤 가세가 조금씩 기울었다. 정씨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낙상 사고를 당했다. 정씨는 “이후 아버지가 힘 쓰는 일을 하기 어려운 몸이 된 데다 어머니도 아버지 간호를 하느라 일에 전념할 수 없게 됐다”면서 “결국 부모님이 운영하던 과일가게가 문을 닫게 되면서 가난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후 은행빚 상환은커녕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았다. 빚은 이자가 붙어 불어났다. 정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 진학은 포기한 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면서 “오후엔 도시락집 포장 아르바이트, 저녁엔 PC방 아르바이트, 주말엔 식당 아르바이트 등 ‘스리잡’을 뛰었지만 10대 학생이 벌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 군 제대 뒤에는 식당과 백화점 매장 등에서 일하고 새 가정까지 꾸렸지만 부모의 빚은 여전히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2013년 초 그는 지하철 광고판에서 국민행복기금 포스터를 보게 됐다. ‘이자 삭감, 원금 분할상환.’ 부모의 은행빚은 원금은 4800만원이었지만 10년 동안 7000여만원의 이자가 붙어 1억 2000만원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조정 심사로 대출원금 50%를 삭감하고 이자를 통째로 감면했다. 정씨는 “한 달에 20만원씩 10년 동안 갚아야 하고 세 번 연체되면 모든 게 취소된다고 해서 이 돈부터 갚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빚을 4년 6개월여 꾸준히 갚아 이제 곧 반환점을 돈다. 정씨는 “5년만 지나면 나도 남들처럼 살 수 있다는 꿈을 꾼다”면서 “막장 드라마 같았던 내 인생이 해피엔딩 영화처럼 느껴진다”며 미소를 지었다. ●신불자 과거 털고 복지 상담사 된 청년 “죄송합니다. 신용불량자는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렵습니다.” 20대 직장인 박승우(29·가명)씨는 7년 전 ‘그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여자친구와 커플통장을 만들러 갔다가 면전에서 거절당했다. 박씨는 “창피함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고 회상했다. 박씨는 자신도 모르게 신용불량자가 돼 있었던 것이다. 2007년 대학에 진학한 그는 아버지의 보증으로 학자금 대출 300만원을 받았다. 2년 뒤, 입대하기 전까지 900만원을 받았다. 입대할 때 학자금 대출 상환유예신청을 해야 했는데 이를 몰랐다. “당시 은행에서 아버지가 사는 집 주소로 안내 서류를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저와 어머니는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와 따로 나와 살던 시절이죠. 서로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은행의 안내도 모르고 입대했습니다. 한때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꼼꼼하지 못했던 제가 바보처럼 느껴집니다.” 900만원의 등록금은 3년간 연체 이자가 불어나 원금의 두 배인 약 1800만원이 되었다. 박씨는 평일엔 학교에서 근로학생 아르바이트를, 주말이면 식당이나 술집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았지만 월세와 생활비, 대출이자를 내기도 빠듯해 원금을 갚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2013년 11월, 국민행복기금 정책을 학생지원과에서 들었다. 심사에서 이자를 감면받았고 원금의 약 90%만 갚도록 지원을 받았다. 그때부터 매달 약 22만원씩 3년을 꼬박 갚았다. “마침내 지난해 말 모든 빚을 상환했는데, 그 기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죠. 여자친구가 지갑을 선물해 주며 ‘이젠 돈을 잘 모으라’고 하더라고요.” 2015년 2월 졸업한 박씨는 현재 한 지자체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업무 등을 맡고 있다. 그는 “과도한 빚을 지고 혼자서 앓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부 지원으로 본인이 안정을 찾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종이와 사람 사이 그 오래된 이야기

    종이와 사람 사이 그 오래된 이야기

    종이의 신 이야기/오다이라 가즈에 글·고바야시 기유우 사진/오근영 옮김/책읽은수요일/248쪽/1만 5000원 ‘에치젠 기즈키보쇼’라는 일본 전통의 화지(和紙)가 있다. 9대째 대물림하고 있는 인간문화재가 닥나무를 주원료로 직접 손으로 뜨는 종이다. 이 화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피카소가 애용했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8대째 장인에게 화지를 주문했다고 한다. 일본에는 이 화지로 만든 명함도 판다. 50매에 3만엔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장당 5600원이다! 피카소가 즐겨 그림을 그렸던 종이로 만든 명함을 갖고 다니는 데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연다면 그야말로 종이를 애정하는 사람이 아닐까.이 책은 우연히 ‘종이의 신’을 만나 종이 덕후가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가 말하는 종이의 신이란, “감촉과 주름과 두께라는 물리적 실감이 있는 종이, 거기에 덧대어진 필적이나 잉크의 질감, 때로는 눈물자국이라는 감상적인 느낌까지 포함하여 시각화되는 기억이나 시간의 퇴적”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어떤 이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정과 추억이 담긴 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종이와의 다양한 인연을 담은 이 책 자체가 다양한 종이로 인쇄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겉표지는 반투명의 크라프트지를, 종이 장인과 애호가들을 인터뷰한 대목에서는 자연스러운 색감과 미감을 살려 주는 미색백상지를, 작업 공간을 취재한 부문은 현장감을 주기 위해 거친 질감의 만화용지를, 일본 과자전문점의 아름다운 포장지를 수록한 부분은 실제 포장지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앨범지를 사용했다. 때문에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이가 디지털에 밀려나는 시대에 이 책을 통해 종이에 대한 애정을 되살린다면 그 또한 종이의 신에게 이끌림을 당했다고 할 만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랑스 친구들 놀라게 한 포장마차 음식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랑스 친구들 놀라게 한 포장마차 음식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랑스 3인방과 로빈이 한국 여행 마지막 밤을 즐기기 위해 포장마차로 향했다.4일 방송되는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프랑스 친구들과 로빈이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는 모습이 방송된다. 이날 방송에서 로빈은 “친구들이 포장마차에 가서 대화하는 걸 좋아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한국 포장마차의 낭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로빈은 한국 포장마차에 대해 “퇴근하면 자유롭게 한잔하는 곳이야”라고 설명하며 특별한 메뉴를 추천했다. 이어 메뉴가 등장했고 음식의 재료와 이름을 들은 친구들은 “그걸 먹는다고?”, “내 생각엔 다른 걸 맛보는 게 좋을 거 같아”라고 말하며 낯선 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 한편 로빈은 “모두 직장도 있는데 이곳에서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워”라며 한국으로 여행 온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에 친구들은 “네가 괜찮은지, 행복한지 알고 싶었어”라며 진한 우정을 드러냈다. 로빈과 프랑스 3인방이 함께 하는 한국 여행 마지막 이야기는 4일 오후 8시 30분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공개된다. 사진=MBC에브리원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얼린 고기,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면 식중독 위험”

    “얼린 고기,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면 식중독 위험”

    얼린 음식을 녹일 때 어떤 사람은 전자레인지에 넣고, 또 어떤 사람들은 냉장고에 넣거나 부엌 조리대 위에 놔둔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한 식품 과학자는 얼린 고기 등 식품을 해동할 때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일(현지시간) 이날 밤 방영하는 BBC 2 방송 프로그램 ‘인사이드 더 팩토리’의 에피소드에서 에버테이 던디대학의 식품 전문가 코스타스 스페토폴로스 교수가 밝힌 식품 해동 시 주의사항을 소개했다. 스테포폴로스 교수는 프로그램 공동 진행자 체리 힐리가 항상 냉동육을 해동할 때 전자레인지를 사용한다고 말했을 때 위와 같이 경고했다. 그는 식품을 해동할 때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두고 “정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다. 항상 포장에 적힌 지침을 따르는 게 좋다”면서 “일반적인 식품위생 조언은 육류 제품은 냉장고에 넣어놓고 해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온은 세균 번식을 늦춰 배탈이 날 위험을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방송에 따르면, 10명 중 1명 만이 식품을 안전하게 냉동하거나 해동하는데 자신 있어 한다. 이에 따라 스페토폴로스 교수는 육류를 안전하게 해동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기 위해 육류가 냉동된 뒤 해동될 때 얼마나 많은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지를 실험으로 보여줬다. 그는 칠면조 고기를 각각 세균 배양 실험에 사용하는 페트리 접시에 나눠 담아 비교했다. 한 접시는 냉장고에 넣어 해동하고 나머지 한 접시는 부엌 조리대 위에 올려놓고 실온에서 해동했다. 그 결과, 실온에서 해동한 칠면조 고기에는 냉장고로 해동한 것보다 대장균 등 유해세균이 두 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페토폴로스 교수는 또 다른 실험에서도 얼려둔 식품을 전자레인지로 재가열해 녹인 경우 냉장고에 넣어 해동한 경우보다 세균이 더 많이 증식해 배탈 위험이 커질 수 있는 게 사실임을 증명했다. 끝으로 그는 식품은 냉동고 안에서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지만, 한 번 해동하면 그후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Кристина Кошелева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중국 “이란 시위는 민주정치 제도 탓”

    중국 “이란 시위는 민주정치 제도 탓”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2일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견제구를 날리는 한편 이란의 정치적 풍파가 서구의 정치체제를 그대로 이식해서 생긴 결과라고 주장했다. 두 신문은 이날 ‘이란의 혼란이 비서방 국가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계속해서 이란의 시위대를 응원하면서 세계 여론은 ‘이란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 더욱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반정부 시위를 독려하면서 사태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환구시보는 특히 “서방 국가들은 중동의 혼란이 자신들의 국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유독 이란의 혼돈에 기뻐하고 있다”면서 “친미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란 혁명’ 이후 이란은 서방의 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어 “서방 국가들은 비서방 국가의 혼란을 지지하고 심지어 체제를 와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강력한 언론을 동원해 비서방 국가의 혼돈과 반정부 시위를 ‘민주주의의 물결’이라고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란은 종교국가이면서도 다당제와 경쟁선거를 도입했고, 언론의 자유도 다른 중동 국가보다 폭넓게 허용돼 거리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섣부른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 도입이 오히려 사회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특히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가 다르고 경제·사회적 발전 정도도 제각각이어서 정치체제에 대한 해석권을 서방 국가가 독점해선 안 된다”면서 “이미 쇠락의 길에 접어든 서구식 정치체제는 비서방 국가와 개발도상국 민중의 이익을 결코 지켜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풀무원 경영권 내려놓은 오너… 새 대표는 ‘1호 사원’

    풀무원 경영권 내려놓은 오너… 새 대표는 ‘1호 사원’

    이효율 대표 “해외진출로 도약” 식품기업 풀무원이 오너 경영체제를 마감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33년간 풀무원을 이끌어 온 남승우 대표이사가 지난 연말 경영권을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CEO)에게 물려주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에는 이효율(61) 신임 대표가 선임됐다. 전문 CEO의 등장은 1984년 풀무원 창사 이래 처음이다. 남 전 대표는 풀무원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풀무원 측은 “필요한 경우 경영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1일 밝혔다.창사 이래 줄곧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온 남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열린 주주총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만 64세가 되는 2017년 말이 되면 자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공표해 왔다. ‘약속’을 지킨 것이다. 남 전 대표는 평소 “비상장기업은 가족경영이 유리하지만 상장기업은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소신을 밝혀 왔다. 창립 초기 직원 10여명에서 출발한 풀무원을 직원 1만여명에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종합 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이 신임 총괄CEO는 풀무원이 법인 설립을 하기 직전 해인 1983년 입사한 ‘1호 사원’에서 시작해 34년 만에 최고경영자에까지 오르게 됐다. 마케팅팀장, 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풀무원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 풀무원식품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특히 풀무원 초창기 국내 최초로 풀무원 포장 두부와 콩나물을 전국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에 입점시키며 브랜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일등 공신이라는 평을 받는다. 미국 1위 두부 브랜드인 ‘나소야’의 영업권을 인수해 북미 두부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등의 성과도 냈다. 이 총괄CEO는 지난해 2월부터 경영권 승계 프로세스에 따라 업무 인수인계를 받아 왔다. 이 총괄CEO는 이날 신년사를 통해 “회사의 비전인 ‘글로벌 DP5’(Defining Pulmuone 5조원)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에 나설 시기”라면서 “새해에는 한국식품산업의 위상을 빛내고 동남아와 유럽까지 진출하는 글로벌 전략을 마련해 제2의 도약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플랫폼 (김민수)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플랫폼 (김민수)

    사비는 순서를 기다린다. 복도의 고요함은 일부러 꾸며진 듯하다. 문이 닫히는 소리. 누군가 사비를 지나쳐 간다. 전에 본 적 없는 얼굴이지만, 그를 향한 적의가 있다. 사비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깜빡 졸았던 걸까. 그의 이름이 들린다. 관료, 학자들. 권위로 데워진 공기가 거북하다. 사비가 의자에 앉고도 그들은, 한참 동안 파일을 뒤적거린다. 넘어갔다가 돌아오고, 다시 구겨지는 문서들. 무작위적인 리듬으로, 자기 역할에 몰입한 자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사비는 그게 잘 안 된다. 침묵을 깨야 한다면, 그만한 무게를 지녀야 한다. 위원이 말한다. “우리는 첫째로 근무자들의 파견지 이탈 건을 조사하기 위해 당신을 불렀어요. 이 문제에 관해 우리는 당신에게 형식상의 협조를 바랄 뿐입니다.”반응할 틈을 주지 않고 다른 위원이 말한다. “둘째로 최근 보고된 인간 반출 사건을 조사할 겁니다. 이 경우 당신의 위치는 썩 좋지 못해요.” 기관의 배려를 기대했던가. 그래도 사비는 동요하지 않는다. 마음 작용의 세부사항들을 잃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그는 위원들의 질문에 답한다. 일정한 어조로 이어지는 질문들. 때로는 위원들의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탈과 반출. 그것은 사비의 언어가 아니다. 사비와 위원회는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한다. 위원회는 사비를 의심하고 있다. 그가 아는 만큼 말하지 않고, 교묘하게 말을 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비는 그들만큼이나 아는 게 없다. 오히려 그에겐 새로운 질문거리만 가득하다. 심문은 계속될 것인가? 사비는 구금되지 않는다. 위원회에 그럴 권한은 없다. 즉석에서 다음 출석을 예고받는다. 서명하고, 가도 좋다는 허락을 얻는다. 그의 뒤로 문이 닫힌다. 이미 어두워진 복도. 그는 천천히 걸어 나간다. 무수히 많은 창문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곳을 지나기가 두려워진다. 그는 골목길을 택한다. 그 길은 비밀스럽다. 불규칙한 계단을 내려가고, 곳곳에서 오래된 그림자들을 본다. 골목이 끝나는 지점은 다른 골목과 맞닿아 있다. 사비는 다른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주변을 살핀다. 담벼락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다. 왼편 불 밝힌 상점에, 진열대 사이로 점원이 보인다. 그녀는 웃고 있다. 웃음은 준비된 기호다. 그녀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소는 신비한 제안 같아서, 사비는 다른 생각에 물들지 못한다. 달콤하다. 그냥 지나쳐 갈 수는 없다. 진열대에 술병이 빼곡하다. 사비는 화려한 단어들을 본다. 덧붙은 상징들도. 갖가지 색과 형태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모두 똑같이 중요한 동물들과 도형들. 그는 방향감각을 잃고, 발을 헛디뎌 술병을 모두 깨뜨리게 될 것만 같다. 땀이 맺힌다. 손등으로 땀을 닦는데 불쑥 인사말이 들린다. 사비는 점원의 입을, 눈을 본다. 그리고 미처 감추지 못한 수동성을 엿본다. 그녀의 조화롭지 못한 목소리가 거슬린다. 사비는 짧은 사이 실망을 내비쳤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부러 들릴 듯 말 듯 대꾸한다. 점원은 한발 물러나 웃음으로 돌아간다. 어떻든 그녀는 변함없다. 그녀가 사람이었다면, 사비는 다른 반응을 기대해도 좋았을 것이다. 선택이 한정되어 있고, 외부에서 주입되었더라도 온전히 그녀만의 것으로 머무는 감정들을. 손가락으로 아무 병 하나를 가리킨다. 그녀는 상품을 스캔하고, 가져가 버린다. 사비는 그런 행동이 그녀만큼 시늉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포장이 사비의 손에 들린다.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상점을 나선다. 사비는 단조로운 풍경을 내다본다. 버스가 이미 지나온 길도 다시 훑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느리고, 목적지에 갈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모로를 만나려면 한참 더 외진 곳으로 가야 한다. 그곳은 도시 외곽도 아니고, 마을이라 부르기에도 어중간하다. 기억이 맞는다면 이쯤에서 내려야 한다. 버스가 떠나자 어두워진다. 멀지 않은 곳에 파도가 친다. 사비는 도로를 벗어나 흙길로 들어선다. 길가를 내려다보니 경사가 가파르다. 풀이 자라지 않은 길을 골라 내려간다. 해안이 있고, 움푹 들어간 형태로 숲을 등진 주거지가 보인다. 집은 몇 채 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비는 알 것 같다. 그 집은 모로의 성향과 닮아 있다. 작고, 뽐내지 않는다. 문을 두드려 본다. 모로. 기척이 없다. 사비는 집 주위를 돈다. 창문에 얼굴을 대지만, 안을 볼 수 없다. 사비는 모래사장을 거닐기로 한다. 불을 밝힌 집이 몇 채 보인다. 이편은 어둠이다. 사비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든다. 파도 소리가 불쾌하다.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 그는 갑작스럽게 고향의 선율을 느낀다. 단조로운 흐름이다. 어떤 이유로 연상되는 것일까. 선율은 감각에 새겨졌고, 때때로 통증처럼 거기에 있다. 흐릿하게. 불빛 속에 남자가 보인다. 그는 작은 고깃배 옆에 앉아 그물을 손보고 있다. 사비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남자는 그물을 놓고 일어선다. “오늘은 너무 늦었는데.” 사비는 그를 살핀다. 심술궂은 눈. 주름들. 그리고 들쭉날쭉한 억양. 하지만 흐릿하게나마 장난기가 비친다. 관리자의 인상이다. 확신할 수는 없다. “그쪽으로 가봤자 아무것도 없을 거야.” 사비는 고개를 돌려 어둠을 본다. 그의 말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린다. “초입에 있는 작은 집을 찾아왔는데 아무도 없어서.” 사비는 손가락을 들었지만, 어떤 것도 가리키지 못한다. 남자는 고개를 젓는다. 실수인 것처럼, 그의 뒤로 현관문이 조금 벌어져 있다. 그가 오랜 시간 홀로 지내왔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남자는 그물을 추스른다. “나도 이곳 사람들에 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그는 사비를 훑는다. 사비의 손에는 술병이 있다. “들어오겠나?” 그를 따라 들어간다. 다른 차원에 들어서는 것 같다. 사비는 아직도 그런 경험을 잘 설명해낼 수 없다. 테이블과 낡은 의자들과 벽에 붙은 계획표. 책장 위에 술병을 놓는다. 사비는 그가 의자를 권할 때까지 기다린다. 남자는 부엌의 작은 문을 열고 그물을 던져 넣는다. 책장의 지저분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사비는 대부분의 책 제목을 알아보지 못한다. “거기 앉아.” 남자는 술을 따른다. 그는 두꺼운 책을 고른다. 그의 손은 책을 옭아매는 성긴 보금자리 같다. 사비는 술잔을 들어 입을 적신다. 책을 들고 있는 남자의 손마디를 살펴본다. 가늘고 긴 손가락에서 노동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짐작과는 다르다. 어쩌면 그는 오랜 세월 학자로서 지내왔을지도 모른다. 무엇에 관한 학자인가. 언어들? 비밀스럽고, 신비 가득한 형태로 눈을 어지럽히며 우리를 넘어서는 의도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바깥 세계의 소란. 막연히 우상화되는 시인들. 남자는 책장을 넘긴다. 미간을 찌푸린 그가 눈을 치켜뜬다. 사비는 어서 그가 무슨 말이든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남자는 다시 책을 읽는다. 한동안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심각한 그의 얼굴이 곧 부서져 버릴 것 같다. “요즘 이곳은 어때?” 사비는 말을 꺼내는 게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남자는 책을 내려놓는다. “예전에는 좋았지. 지금은 뭐라 말하기 어려워.” 흔해 빠진 의견. “여길 떠나는 자들이 늘었지. 그게 뭘 말해주겠나? 전보다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 없을걸.” 사비는 마지못해 수긍한다. “자네도 누군가를 찾아왔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런 건 핑계에 불과해. 난 많이 봐와서 잘 알지. 결국엔 떠나는 거야.” “아마 그렇게 되겠지.” “그렇다면 잘 선택한 거야. 여긴 매력을 잃었어. 다신 돌아오지 말게.” 남자는 다시 책을 펼쳐 든다. 사비는 침묵 안에서 흔들린다. 마음을 다잡기 어려워진다. 바깥 그리 멀지 않은 물밑 어딘가에서 불분명한 형체가 지상으로 올라온다. 모래사장에 다다랐을 때 그것은 모습을 드러낸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심해의 생명체가 몸을 비틀며 기어온다. 호흡하는 비늘과 가시들을 과시하면서. 성미 급한 놈이다. 거대한 입속으로 겹겹이 덧난 이빨에는 독이 흐른다. 놈은 모래를 파헤쳐서 구덩이를 만들고 그 속으로 숨는다. 구덩이 위를 지나는 자들을 모두 집어삼키려고. 놈의 입과 뱃속에서 희생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모로의 흔적도 그곳에 걸려 있다. 대기는 신음으로 가득해 질식해 버릴 것 같다. 사비는 술잔을 내려놓고, 남자의 구겨진 얼굴을 다시 한번 본다. 그는 가끔 입술을 달싹이는 것 말고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비는 자신의 손과 발을 내려다본다. 시간을 체감하는 신체기관이 있다면, 그건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흉물스럽게 늘어졌을 것이다. 확장된 외연으로서 발에 차이고 목을 휘감았을 것이다. 사비는 말한다. “그래도 난 언젠가는 돌아와야 해.” “쉽지 않을 거야.” 사비는 그에게 나약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서 준비해야겠어. 언제 다시 방문하면 될까?” 남자는 손을 내젓는다. 조금 더 기다려 보지만 그뿐이다. 현관을 나선 사비는 바깥 공기에 압도당한다. 사비는 이보다 더 적은 자극을 원한다. 사비의 생각은 몇 차례나 분절된다. 구덩이라니. 잠을 자고 싶다. 잠을 자야만 벌어진 틈을 이어 붙일 수 있다. 그러지 못하면 정신은 점점 파편화되어, 말라죽은 나무의 껍질처럼 떨어져 나간다. 다른 가능성이 물꼬를 튼다. 모로의 작은 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환하다. 아니, 그 집은 모로의 집보다도 좀더 넓고 안락해 보인다. 그럼에도 사비는 그 집이 여전히 모로의 집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사비는 정원을 가로질러 간다. 잘 손질된 정원수. 초인종을 누르자 미소 짓는 점원이 나타난다. 사비는 놀라지 않는다. 그는 초대받은 사람처럼 집 안에 들어선다. 집은 거대한 하나의 침실이다. 사비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녀의 유년 시절과 일상, 갈등과 고민에 관한 이야기 속 세부사항을 통해서 그녀가 가짜가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고 싶다. 그러나 그녀는 깊은 상처를 간직한 사람처럼 모든 이야기로부터 달아나 버린다. 그녀는 이미 이 세계의 어떤 이야기에도 관심이 없다. 그녀는 오직 행위의 화신으로, 사비에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녀가 드리운 그림자 아래에서 근심 따위는 느낄 수 없다. 시간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다. 오래도록 평화롭다. 그러나 그녀의 품에서 사비는 결코 잠들지 못한다. 사비는 얌전히 눈을 감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의식이 또렷하다. 그는 속으로 진짜를 흉내 낸 것들을 모조리 비웃고 있다. 사비는 구두를 손에 들고 주거지의 불빛들을 지난다. 움푹한 해안선은 인위적이거나, 자연을 뛰어넘는 힘이 가해진 것처럼 보인다. 사비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힘의 작용. 가령 겨울이 길어지고, 낮 동안의 빛은 더욱 희미해지는 것. 예측할 수 없던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땅한 이유를 찾아 나서게 한다. 그러나 사비는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싶다. 고향에서는 더 자주 메시지를 보내왔다. 의구심을 품은 자들은 모두 돌아오라고. 사비는 그래도 아직은 끝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작고 허름한 집이 보인다. 짐승은커녕 곤충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사비는 문틈에 얼굴을 대고 문을 밀어본다. 열릴 듯이 삐걱거린다. 그뿐이다. 절망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다른 감정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인기척이 있다. 보드라운 목구멍을 갓 넘어온 따뜻한 숨결이 거기에 있다. 사비는 창문을 들여다본다. 소용없는 짓이다. 물러서서 구두를 던진다. 창문이 깨지고, 깨진 틈으로 모로를 찾는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사비는 창문을 넘는다. 유리 조각에 옷자락이 긁힌다. 사비는 벽을 더듬으며 나아간다. 울음소리가 벽을 타고 온다. 한쪽 구석이다. 구석에서 소리가 난다. 사비는 다가가 몸을 기울인다. 그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 아기가 불가능할 것 같은 방식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본다.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 울음을 멈추고, 감춰두었던 예리한 날로 그의 목을 긋는다. 사비는 목을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 순간 생동하는 가능성을 모두 외면하기로 하자. 이미 어둠 안에 놓인 눈앞이 캄캄해진다. 사비는 자세를 낮춘다. 바닥에 무릎을 대고 거의 엎드린다. 아기를 섬기려는 것처럼,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댄다. 아기는 울음을 멈춘다. 시큼한 냄새가 난다. 따스하고 보들보들한 감촉이, 놀랍도록 위안을 준다. 손을 떼고 싶지 않다. 파도 소리가 바람에 묻히기도 한다. 사비는 그를 흔드는 손길에 의해 깨어나 돌아본다. 모로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짓누르려는 듯이. 사비도 모로를 본다. “사비. 왜 이렇게 늦었어?” 예상했던 반응은 아니다. “창문을 깨고 들어오면 어떡해.”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어.” 그러나 아기는 없다. 감정들이 고스란히 흘러 나간다. 그는 거울을 보는 것 같다. “일행은?” “혼자야. 모두 흩어졌어.” 모로는 실망을 감추지 않는다. “모로, 아기가 실제로 있어?” “있어.” “어디에?” “내 몸에.” 사비는 모로와 아기를 동시에 생각해 본다. 틀림없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로가 실수한 거라고 소리 지르고 싶다. “어쩌려고?” “데려갈 거야.” “그걸 왜?” “왜라니. 기념해야지.” “기념하기 위한 거라면 다른 걸 가져가. 더 적합한 것으로.” 하지만 사비는 더 적합한 것을 떠올리지 못한다. “그냥, 인간들을 내버려 두자.” “이제 와서 그럴 순 없지.” 어떤 말을 해도 소모적일 것 같다. 사비는 문을 열고 내다본다. 반드럽게 깔린 살굿빛 사장과 바다 위로 드넓은 하늘의 풍광이 우연처럼 놓인 것 같다. 관리자의 집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고깃배는 보이지 않는다. “모로. 관리자를 만났어? “아니. 그는 통 잠들질 않아.” 그래서 모로는 여태껏 사비를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관리자는 찌푸린 눈으로, 어째서 그것이 기념이 되느냐고 묻겠지만. 물러서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사비는 그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고, 그와 멀어져야 한다. 그가 현실의 무미건조함에 사로잡혀 있을 때, 사비는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수평선까지 배 한 척 보이지 않는다. 관리자는 그 작은 배를 타고 어떻게 플랫폼까지 가는 것일까. 사비는 문을 열어 둔다. “그가 거절할 수도 있어.” “넌 그저 꿈에서 깨어나 배를 기다리면 돼.” “이게 얼마나 대책 없는 짓인지 알고는 있는 거야?” “플랫폼에서 만나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모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비는 동작을 되감는 것처럼 자리로 돌아가 눕는다. 눈을 감고 하늘을 본다. 이해할 수 없는 거짓이다. 인간의 생에 남겨진 일이라고는 끊임없는 불만족뿐이다. 그런 그를 일부러 고통과 마주하게 할 필요는 없는데. 기념이라고? 사비는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게다가, 인간은 우리의 고향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감각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사비는, 모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모로는 사비의 첫 작품이다. 모로는 사비와 같으면서도, 그의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모로는 흉내에 불과한가? 모로를 볼 때면 사비의 심정은 늘 복잡하다. 그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지만 막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모로는 자유롭다. 그건 사비가 줄 수 없는 매혹적인 개념이다. 고깃배가 가까워진다. 사비는 몸을 일으킨다. 관리자가 배에서 내린다. 그의 허리까지 물에 잠긴다. 배 안에는 손님이 있다. 그는 몸 대부분을 가리고 있다. 생김새는 물론 그의 형태마저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먼 곳에서 왔으리라. 손님은 땅에 발을 딛는다. 체구가 크다. 사비는 사구에 올라선다. 그러나 손님은 사비를 의식하지 않고 사구를 돌아나간다. 그는 사비가 그랬던 것처럼, 휴식도 없이 곧바로 어떤 목적을 좇는다. 관리자가 사비에게 손짓한다. 사비는 그를 도와 배를 끌고 올라온다. “인사를 나눴나?” 사비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답하는 대신에 눈으로 먼 곳을 좇는다. “뭐, 상관없겠지.” 관리자가 앞서 배를 끌고 간다. 사비는 고물을 민다. 경사진 모래언덕이 난감하다. 사비는 배를 홀로 떠받들고 있는 것 같다. 닳고 부서지고 덧댄 흔적을 본다. 사비로서는 짐작조차 못 할 물밑의 진실을 견디는, 볼품없는 배다. 사비는 때때로 뒤를 돌아본다. 모래사장에는 깊은 족적이 남는다. 관리자는 모래도 털지 않고 그대로 현관을 넘는다. 그는 부엌의 작은 문을 열고 그물을 던져 넣는다. 먼지 앉은 잔에 술을 따르고, 계획표에 문자들을 휘갈겨 쓴다. 사비는 문틀을 붙잡고 관리자의 집 안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는 계단에 버티고 서서 말한다. “우릴 플랫폼에 데려다줘.” 관리자는 반응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빨리 떠나는 게 좋겠어.” 그 말은 관리자에게 닿기도 전에 허물어진다. 사비는 문턱을 넘는다. 그와 동시에 부엌의 작은 문이 닫힌다. 하지만 관리자는 부엌을 돌아보지 않는다. 관리자의 널찍한 등은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옆에서 본 그는 매끈한 석상이다. 사비는 그를 찔러보고 싶다. 사비는 부엌으로 다가간다. 작은 문 너머로 속삭이는 소리, 고약한 획책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굴욕감이 드는 순간, 사비는 성급하게 문고리를 돌린다. 방 안에는 그물과 비린내와 모래가 뒤엉겨 있다. 굴욕을 만회할 수는 없다. 관리자는 펜을 놓고 돌아선다. “곧 출발할 수 있겠어.” 관리자는 계획표를 보란 듯이 손바닥으로 친다. 사비로서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관리자가 묻는다. “규모는?” “나와 내 동료 모로, 그리고 아기 하나.” 관리자는 술을 한 모금 삼키고 말한다. “인간?” “작은 인간.” “인간은 안 돼.” 가라앉은 관리자의 말투에는 파고들 틈이 없다.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얼마 전이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까 배 타고 들어오는 손님 봤지. 방침이 바뀌었어.” 방침. 애초에 그런 건 없었다. “어디서 온 손님인데?” “무례한 질문이야. 더 나은 질문을 해봐.” 사비는 그가 계속 말을 이어 가도록 내버려 둔다. “이제 단 하나의 인간도 바깥으로 나갈 수 없어. 모두 모아놓고서, 조용히 끝낼 거야.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게 그가 하려는 일이야.” 생각보다 일찍 다가온 절멸 소식이 놀랍다. 그리고 그것이 벅찬 화려함 가운데 섬광처럼 오는 게 아니라 배를 타고 천천히, 거적때기를 뒤집어쓰고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당혹스럽다. 사비는 미소 짓는 점원을 떠올려 본다. 인간이 아닌 것들은? 그들은 함께 사라지거나, 새로운 주인이 되겠지. 아마도 이 계획에서 기계들은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들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머물게 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것일까. 그렇더라도 이제는 그것의 모방만이 넘쳐나겠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무도 모를 거야.” “인간은 안 돼.” 그 말은 하나의 구호처럼 들린다. 관리자는 거의 즐기고 있다. 짧고 단단한 문장에 부딪혀 박살 나 버리는 다른 빈약한 문장들. 탈취와 도주의 이미지들이 의식에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 사비는 이보다 더 큰 말썽에 휘말릴 자신이 없다. 관리자는 벌써 이 일을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책을 고른다. 그가 신경 쓰지 않기로 한 것은 실제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관리자는 무한히 여유롭다. 그러나 사비는 그렇지 않다. 사비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다. 사비로서는 관리자와의 불균형 상태를 극복할 수 없다. 작은 인간의 무게가 그만큼 그를 누른다. 몇 가지 짧은 생각이 든다. 작은 인간이 기계로 변환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은 얼마 없다는 사실. 그리고 손님의 행방. 관리자가 손짓하며 사비의 주의를 끈다. 그는 사비가 마주 앉기를 바란다. 팔걸이가 있고, 등받이가 짧은 의자를 권한다. 그리고 사비에게 술잔을 건넨다. 사비는 한동안 의자에 꺼질 듯이 파묻혀 있다. 그는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알코올 냄새가 올라온다. 어떤 생각을 재촉하려는 듯이. 그는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관리자가 말한다. “그런데 네 동료는 지금 어디 있지?” “자기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난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왜냐하면. 사비는 말을 아낀다. 관리자는 사비에게서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비는 부엌의 작은 문을 본다. 아무래도 누군가 더 있는 것 같다. 거기서 감각을 희롱하는 미세한 자극들이 흘러나온다. 관리자는 무릎 위로 책을 펼친다. “이 책을 알아볼 수 있나?” “전혀.” “이건 아주 형편없어. 두서없는 소리로 가득해.” 관리자는 손끝으로 문장을 긋는다. “그런데 여기. 이 대목을 봐.” 처벌에 관한 기록이다. 오래전 일이다. 여기에 선대 관리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지워졌다. 그는 기계에 관한 독특한 관점을 지니고 있다. 무차별. 그것은 경력을 망가뜨리는 불온한 생각이 될 수 있다. 어느 날 해변을 거닐던 선대 관리자는 도망쳐 나온 도시 기계를 맞닥뜨린다. 기계는 인간과 똑 닮아 있으나, 두려움의 표현이 어설프다. 도시 기계는 이보다 더 멀리 도망갈 수 없다. 헤엄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선대 관리 자는 도시 기계를 데려와 별장에 숨겨준다. 그는 거기서 인간처럼 지낸다. 먹고 읽으며, 잠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를 추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피 행각은 발각된다. 선대 관리자는 인간으로부터 원성을 듣는다. 도시 기계의 죄목은? 언급되지 않는다. 고향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대 관리자와 인간을 중재한다. 간단하게 합의된 결과로 선대 관리자와 도시 기계가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선대 관리자는 도시 기계로 이식되고, 성공적으로 결합한 그것은 도시로 보내진다. 그것을 뭐라고 부를 것인가?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후 관리자의 관할이 분명해진다. “뭐라고 쓰여 있는데?” “이 글은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쓰였다는군.” 관리자는 책을 덮는다. “그럼 지금 읽은 건 뭐야?” “그건 말일 뿐이지.” 너의 꿈속에 있는 것처럼 실체 없는 경험들이지. 눈이 감긴다. 사비는 희미하게, 부엌의 작은 문이 열리는 것을 본다. 배를 타고 들어온 손님이다. 그가 그물을 끌고 사비에게로 다가온다. 사비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것은 가능성인가? 손님은 도심에 다다른다. 한낮의 공터에서, 그가 주목받을 이유는 없다. 그는 쪼그려 앉아 동그란 통을 내려놓는다. 단순하게 생긴 물건이지만,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 그는 잠금을 풀고 뚜껑을 비스듬히 걸쳐 놓는다. 그것은 흐릿한 기운을 방출한다. 화산재가 분화되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해진다. 바다 한가운데에 어색하게 솟은 지면이 있다. 사비는 생각하지 않고도 그것을 알아본다. 플랫폼이다. 간소하고, 누구도 이용한 적 없는 것처럼 깨끗하다. 사비는 배를 타고 있다. 배는 젓지 않아도 나아간다. 플랫폼 위로 모로와 유모차가 보인다. 모로는 배에 탄 사비가 플랫폼에 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사비는 아래를 본다. 수면에 비친 얼굴은 분명 자신의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모습은 불안정해서, 곧 다른 얼굴로 바뀌어 버릴 것 같다. 그는 수면을 내려다보지 않기로 하고 발을 디딘다. 플랫폼에 어렵게 올라선다. 그가 타고 온 배는 점점 멀어져 간다. 모로가 말한다. “저걸 타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래.” “재주도 많네.” 사비는 뒤돌아본다. 그것은 배가 아니라 가시 돋은 심해의 생명체다. 어떻게 날카로운 등 위로 올라탈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모로의 얼굴은 테두리가 불분명하다. 잘못 손대는 바람에 윤곽이 번진 것 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모로를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모로란, 언제나 모로와 가장 근접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비가 말한다. “이상한 일을 겪었어.” “말해봐.” “배를 타고 들어온 손님을 봤어.” 그런데 사비는 이야기할 의욕을 잃어버린다. 이야기는 선형적으로 정돈될 수 없다. 어느 부분을 이야기하더라도 머리와 꼬리와 몸통이 뒤섞일 거란 확신이 든다. 사비가 무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면, 오직 그런 확신에 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모로는 이야기를 기다린다. 사비는 모로의 기다림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끝이야?” “그건 아니지만. 이야기할수록 이상해질 거야.” “말해봐. 천천히, 한 마디씩.”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유모차의 바퀴가 앞을 향해 움직인다. 그렇게 가다간 바닷속으로 고꾸라질 것 같다. “그는 함정을 팠어.” 플랫폼이 기울면서 경사가 진다. 유모차는 빠르게 굴러간다. “어쩌면 내가 그에게 붙잡혀 있는지도 모르지.” 모로는 지면이 기울어도 휘청거리지 않고 서 있다. 모로는 사비보다 더 큰 목소리로 묻는다. “그가 원하는 게 뭔데?” 유모차가 바다에 빠진다. 사비는 모로를 밀치고 뛰어간다. 물 위로 빈 유모차만이 떠다닌다. 사비는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엎드린다. 아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사비의 얼굴은 더는 수면에 비치지 않는다. 사비는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는 수영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숨을 참는 것도 서툴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사비는 물속에서 자신의 몸이 거추장스럽다고 느낀다. 부품을 해체하듯, 그의 기관들을 하나씩 벗어던져 버리고 싶다. 유영에 매혹된 그는 모든 의지를 멈추게 하고 싶다. 사비는 바람 없는 골목을 걷는다. 길가에는 부랑자들이 누워 있거나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그들은, 사비의 구두를 본다. 그의 손에 들린 술병을 본다. 그들은 달그락거리며 바닥을 기어온다. 천천히 손을 뻗어서, 닿지도 않는 사비의 외투 자락을 당긴다. 아버지. 그들 가운데에서 들리는 말. 지금 뭐라고 했소? 사비는 그 말을 잡으려고 성큼 다가간다. 부랑자들의 넝마를 걷어차고 깡통을 뒤집는다. 형제여. 누구요? 사비는 그중 한 명의 머리채를 잡아 올린다. 그늘진 얼굴이 드러난다. 그는 사비다. 사비는 그 점을 단번에 알아챈다. 사비와 그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재능, 어떤 노력을 발휘해도 알아낼 수 없다. 그는 구두를 벗어던지고, 넝마를 주워 든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 눕는다. 몸을 웅크리고 얼굴을 가린다. 모로가 이곳을 지난다면, 등을 돌리고 눈을 감으리라. 물속으로 거대한 손이 들어와 사비를 건진다. 사비는 플랫폼에 한쪽 어깨를 걸친다. 관리자가 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이제 가야 해.” 물속에서 몸을 완전히 빼내기가 힘들다. 도둑맞은 기분. 사비는 주위를 둘러본다. 플랫폼이 갈라지고, 돌덩어리가 솟아올랐다. 은은한 광택을 내는 검고 길쭉한 돌이, 누런 연기에 가려 희미해진다. 안개인가? 아니, 매캐한 냄새가 난다. 벌써 시작된 걸까. 관리자는 분주하다. 사비는 말한다. “내 동료가 여기 있었어.” 관리자는 사비를 플랫폼 위로 끌어올린다. “아니. 우리 둘뿐이야.” 관리자는 사비를 잡아끌어 그의 몸을 돌덩어리에 밀착시킨다. 돌덩어리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관리자는 긴 벨트로 사비의 몸통을 돌덩어리에 묶는다. 그가 벨트를 잡아당길 때마다 사비의 몸이 들썩인다. 플랫폼의 조각난 지면이 맥없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관리자는 돌덩어리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같은 벨트로 자신을 묶는다. 그가 돌을 두들기며 소리친다. 사비는 알아듣지 못한다. 돌덩어리가 한 뼘 정도 떠오른다. 돌의 회전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사비는 처음 이곳을 둘러본 이래로 자신이 추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점점 수가 느는 모조들의 대열을 우려스럽게 바라본다.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 느낌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돌의 깊은 곳으로부터 빛이 새어 나온다. 납빛이다. 그는 순식간에 삼켜지고, 튕겨 나간다. 지면에 부딪힐 때 그는 몸이 조각나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사비는 홀로 엎드려 있다. 얼어붙은 해변이다. 돌덩어리는 보이지 않는다. 몸을 일으키자 이명을 느낀다. 그의 감각들이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는 놀라지 않는다. 사비는 곧장 걸어간다. 해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걸음걸이에 여유를 가져야 할까. 길가에 자라난 풀들을 본다. 저택을 가리는 담벼락, 교차로에는 행상들이 있다. 사비는 그들의 생기 잃은 표정을 보고 고향에 왔음을 실감한다. 그는 단지 직관만으로 걸어갈 방향을 정한다. 이곳은 그다지 넓지 않아서 금방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훼손된 집들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몇몇 구조물을 알아볼 수 있다. 그의 보금자리에는 폐기물이 쌓여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면, 그곳이 한때는 집터였음을 어렵게 알 수 있다. 그는 쓰레기 더미에 기대어 앉는다. 그는 시간의 위력을 실감한다. 잠들길 바라지만. 축축하고, 악취가 올라온다. 빗방울의 점성이 높다. 모로는 없다. 사비는 경련을 일으키며 깨어난다. 그 아기다. 그의 발치로 아기가 기어온다. 어렴풋이 전해지는 작은 인간의 의도. 사비는 자세를 낮춘다. 아기는 귓속말로 그에게 꿈에 출석할 것을 통보한다. 흠잡을 데 없는 억양이다. 그러잖아도 사비는 위원회의 통보를 각오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돌아왔지 않은가. 사비는 아기를 앞장세워 꿈으로 향한다. 아기의 목덜미에는 번호가 적혀 있다.
  • 내년부터 ‘테이크 아웃 커피’ 들고 버스 못탄다

    내년부터 ‘테이크 아웃 커피’ 들고 버스 못탄다

    다음 달 4일부터 서울 시내버스에서는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탈 수 없다.서울시는 28일 제19회 조례·규칙 심의회를 열고 이같은 조례를 포함해 총 118건을 심의·의결했다고 29일 밝혔다. 개정안은 시내버스의 안전운행을 위해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의 안전을 위해하거나 여객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일명 ‘테이크 아웃 컵’) 또는 그 밖의 불결·악취 물품 등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조례 개정을 제안한 유광상(더불어민주당·영등포4) 시의원은 “최근 ‘테이크 아웃 커피’ 문화가 퍼지면서 뜨거운 음료나 얼음 등이 담긴 컵을 들고 버스에 탔다가 음식물을 쏟아 안전을 해치거나 분쟁이 일어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며 “이런 일을 방지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밤의 향기/황수정 논설위원

    단정하게 포장된 깻잎 묶음을 펼치자니 후각이 감감하다. 엄동에 칠팔월 들녘의 들깨향이야 언감생심이다. 그래도 명색이 깻잎 아닌가. 코끝에 갖다 대고 흔들어 봐도 들깨밭 근처에나 갔다 왔나 싶게 맹맹하다. 시골집 뒤란에는 봄여름 내내 들깨가 우썩우썩 자랐다. 장독대를 둘러치고 위세 좋게 너울거렸는데, 살펴보면 고작 두세 포기가 장차게 품을 벌린 거였다. 더위에 짓무른 한여름밤에도 집안 공기는 들깨향이 은근했다. 바람 한줄기라도 문득 불면 마루 깊숙이 누운 우리 집 사람들은 한밤중에 들깨들이 어쩌고 있는지 말 안 해도 알았다. 그때는 해가 지면 칠흑의 밤이었다. 비닐하우스에서 낮밤 인공조명을 쐬면 들깨는 향기를 잃는다 한다. 밤의 고요를 빼앗겨 제 향기를 털리는 것은 깻잎만일까. 별을 잊고 달빛을 놓치는 불면의 도시. 절대 고요의 밤에 등짐 내려놓고 다리 한번 뻗어 보지 못한다. 어두워져도 마음을 뉘어 재울 줄 모른다. 밤이 밤다워야 들깨는 들깨다워지는데. 칠흑의 밤에 머리가 젖도록 까맣게 잠겨 보고 싶은데. sjh@seoul.co.kr
  • 골든 리트리버의 사랑스런 크리스마스 선물

    골든 리트리버의 사랑스런 크리스마스 선물

    올해로 12살 된 ‘캐시’라는 이름의 한 사랑스러운 골든 리트리버가 주인으로부터 오랜 기간 외로움을 치유받을 수 있는 놀랄만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지난 26일 미시간주 오톤빌 한 가정집에서 촬영된 영상 속엔, 깔끔하게 포장된 상자를 들고 오는 주인을 보자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며 흥분하는 골든 리트리버의 모습이 소개됐다. 박스 하나를 든 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주인을 본 골든 리트리버. 녀석은 보자마자 본능적인 후각으로 박스 안의 물건이 살아있는 생명체임을 눈치챈다. 주인이 거실 바닥에 박스를 살며시 내려놓자 박스 뚜껑이 열리며 어린 강아지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골든 리트리버는 새 식구가 반가운 듯 강아지에게 코를 킁킁 거리며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어 강아지가 박스 안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운 후 그 주위를 계속 맴돈다. ‘친구’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좋아하는 골든 리트리버의 모습에 보는 이들은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이 선물은 영상 속 주인공 캐시의 주인인 마리 아호넨이 기르던 또 다른 개 ‘로지’가 3년 전에 갑자기 죽으면서 몇 년동안 외로움을 겪어온 캐시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로 그동안 사랑스럽고 착한 행동을 보여온 착한 노견 캐시에게 평생 ‘동반자’를 크리스마스 선물한 것이다. 견주 마리는 “캐시는 최고의 개인데, 우리가 로지를 잃은 이후로 많이 외로워 했다”며 “이제 캐시의 눈에 기쁨과 생기가 넘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며 기쁨을 함께 했다. 사진·영상=Caters Clips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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