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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북아 새기류… 세계의 시각

    지난 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역사적인 한소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의 통일등 한반도의 장래를 진단하는 많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이미 무너진 동독과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정권의 「최악의 요소」만 갖추고 있어 체제존속이 어려울 것』이란 마이클 윌리엄스 미코넬대객원교수의 전망(8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나 「한국 성큼 걸어 나오다」라는 제목아래 『공산국가들은 남한의 경제력으로 보아 통일한국은 남한이 지배하게 될 것』으로 분석한 9일자 영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들이 바로 그것이다. 두 기사의 내용을 간추린다.〈편집자주〉 ◎미교수,「상항랑데부」이후 예진/“김일성 사후 북한붕괴 가능성”/무너진 루마니아의 최악 요소만 지녀/미 인터내셔널 트리뷴 한소 관계의 발전은 지난 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만남으로써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이 만남이 미국 땅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더욱 뼈아픈 상처를 입게 됐다. 이번 회담은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동북아 정정에 가장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이 회담은 북한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까지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지난 50년 북한이 한국을 침공한지 꼭 40년만에 이뤄진 노ㆍ고 회담은 한국의 정치ㆍ경제적인 우위를 반영한 것이다. 이 회담은 또한 지난 48년 이후 지속돼온 북한 김일성체제가 계속 지탱할 수 있을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ㆍ고 회담은 한소 관계를 또다른 차원으로 올려 놓았다. 이 회담으로 한소간 완전한 국교수립과 대사의 교환은 이제 단지 시간문제일 뿐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소의 접근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지난 7일 북한은 한국 대통령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배신적인 협상」을 했다고 고르바초프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ㆍ군사원조의 대부분을 여전히 소련으로부터 얻고 있기 때문에 사실 소련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는 형편이다. 공산세계에서 유독 북한만이 정치개혁은 물론 경제적 변화까지도 거부하고 있다. 소련학자들은 올해 78세인 김일성의 사후에도 현북한공산정권의 존속 가능성에 대해 공공연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미 무너진 동독과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정권의 최악의 요소만 함께 갖춘 북한정권이 존속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소 정상회담 개최로 북한이 그동안 소련과 중국사이에서 벌여온 줄타기 외교가 더이상 먹혀들지 않게 됐다. 중국으로서는 크메르 루주만큼 「국제적으로 이미지가 아주 나쁜」 북한의 유일한 지지국으로 남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보면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회담이 주변지역 긴장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기뻐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이니셔티브는 일본이 새롭게 일고 있는 대소협력물결에 합류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일본기업인들은 잠재적으로 거대한 소련시장에 한국과 미국이 침투하는데 대해 점차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항시 날카로운 타이밍 감각을 발휘해 온 고르바초프는 이번 방미기간 중에도 자신이 1991년에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도쿄는 그가 아직까지도 찾아가지 않은 유일한 세계 주요도시이다. 소일관계는 일본에서 북방영토로 불리는 쿠릴열도내 4개섬을 둘러싼 양국간의 오랜 분쟁으로 마비돼 왔다. 미소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고 모스크바 당국이 최근 한국에 접근함에 따라 소련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일본의 경제적 지렛대 기능은 크게 손상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일본의 경제원조대가로 소련이 4개섬을 반환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르바초프로서는 한국에 문호를 개방하고 소일 정상회담을 늦춤으로써 소련이 일본에 대해 어떤 중대한 영토 양보조치도 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해온 것 같다. ◎영 경제지,남북한의 장래 전망/“통일한반도 한국이 지배한다”/경제력 절대우위… 유엔가입 장애없어/영 이코노미스트지 한반도의 교착상태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노태우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상면하게 됨에 따라 일견 극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한반도 문제가 탄력성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들 두사람의 만남은 고르바초프에 의해서 부시대통령과의 회담후 귀로에 갖는 것으로 짜여졌고 회담시간도 불과 1시간밖에 안되었으나 그 결과는 눈부신 것이었다. 이로써 소련은 사실상 과거 동맹국인 북한을 버린 것이다. 지난 88년 12월까지만 해도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은 남한과 외교관계를 가질 의향이 없다고 공언했으며 그후로 북한은 공산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변화에 눈과 귀를 막고 지냈다. 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의 경제적 성공을 홍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산국가들에 있어서는 한국이 그들에게 줄 것이 많은 나라로 떠오른 것이다. 88년에 3억달러였던 한소 무역은 89년에 6억달러로 늘었으며 금년에도 늘어날 것이다. 공산국가들은 남한의 경제력으로 보건대 통일이 되더라도 남한이 지배할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 두나라의 경제는 서로 잘 어울리는데 소련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원료를,그리고 한국은 비교적 덜 정교하긴 하지만 소련에게는 필요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은 서방의 대공산권수출통제기구인 코콤(COCOM)의 멤버가 아니며 코콤 또한 금지규모를 완화하려고 하고 있는 중이므로 한국과 소련간에는 괜찮은 거래가 가능한 입장이다. 한국전쟁이 끝난지 37년이 되는 한반도의 긴장은 팽팽하다. 주로 소련무기로 무장한 북한군은 남한을 2대1로 압도하고 있으며 직접대화는 잘 나가는듯 하다가도 실패로 끝나곤 한다. 지난 11월 남한이 북한의 문화교류 제의를 거부한 일이 있기는 하지만 남북대화 파탄의 책임은 주로 북한측에 있다. 남한이 다음에 성취할 큰 일은 유엔회원국이 되는 일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의 유엔가입안을 물리치는데 소련과 중국의 거부권을 믿어왔으나 이제 소련은 더이상 거부권을 행사할 것 같지 않다. 그럼 중국은 어떠한가. 과거에 김일성은 소련이 까다롭게 나오면 중국과 포옹함으로써 소련을 협박하곤 했다. 이러한 포옹은 이제 더 이상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중국도 그동안 계산을 다시 해오고 있는 중이다. 한중간에 외교관계는 없지만 두나라의 무역거래량은 작년 경우 26억달러에 이르렀는데 이는 중국과 북한무역의 4배나 되는 것이다. 남한은 유엔가입안을 신중히 다루고 있다. 지난 4월 노대통령은 유엔주재 한국외교부를 교체했다. 정치인이며 노대통령의 측근인 현홍주 신임대사는 북경과 모스크바를 비밀리에 방문한 일이 있다. 남한의 무역ㆍ기술ㆍ투자 등은 중국에게는 매력적인 것들이다. 북경과의 외교관계전에 남한은 대만과의 관계를 격하시켜야 되는데 대만측이 반발하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극소수에 불과한 「이념국」인 북한을 버리기 전에 재고 삼고를 하고자 할 것이다.〈연합〉
  • 영화「아버지」의 가족애/송정숙 논설위원(서울칼럼)

    여행중에 한 영화를 보았다. 제목은 「아버지(Dad)」.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지휘를 한 미국영화다.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새삼스럽게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능력의 한계가 불가해스러웠기 때문이다. 10년만에 만나보면 옛날에 부부였던 5쌍중에 1쌍도 그대로 부부로 남아 있는 쌍이 없을 지경인 것이 오늘의 미국사회다. 갈기갈기 균열되어버린 그 사회에서 가족애의 기반을 되살려내기 위해 펼치는 그토록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일이 신기하다. 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위선적 환상의 문법을 쓴 것도 아니다. 오늘의 미국거리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흔해빠진 미국인들의 심성 속에서 심해진주를 건져내듯한 수법으로 만들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을 성경대신 삼아 성공만을 지상으로 살아온 장년인 「존」은 아내와는 「물론」 이혼했고 대학생인 아들 「빌리」는 독립해서 떨어져 산다. 증권회사 간부인 존이 눈부시게 활약중인 회사에서 간부회의를 하고 있을 때 누이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80대인 아버지와 단 둘이서 살고 있는 70대후반의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실려갔다는 소식이다. 달려간 존이 노부 제이크 앞에서 깊은 충격을 받는 것은 아버지의 늙음 때문이다. 못본 사이에 조그맣게 오그라들어 쇠잔해 있는 그 노인이 아버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기성이 센 아내에게 자신을 맡기고 스스로 작아져서 그 틀속에 갇혀 눈뜨고 잠들때까지를 보내던 노인은 아내가 쓰러지자 자기를 어떻게 건사할지를 몰라한다. 젊은시절 자동차경주 선수였던 아버지의 패기를 자극하며 갖가지로 노력하여 며칠 사이에 아버지 제이크는 딴 사람처럼 활기를 찾아간다. 아버지 존보다 할아버지 제이크에게서 더많은 사랑을 느끼는 손자 빌리도 마침 찾아오고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할머니도 안정을 되찾아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게 된 자리에서 할아버지 제이크는 순진하게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날밤 제이크는 혈뇨를 보고 겁을 집어먹으며 아들에게 의지한다.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고 암을 적출해 낸다. 아버지가 암을 지독하게 겁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존은 의사에게 그 사실을 제이크에겐 당분간 숨겨주도록 당부하고 집으로 온다. 그러나 「의사로서의 의무」를 앞세운 의사의 통고로,혼자서 암통고를 받은 노부는 그 충격으로 몸을 떨며 발작상태에 빠져 있다. 난폭해질지도 모른다며 훨체어에 손발을 묶고 진정제를 놓아 식물인간처럼 잠을 재우는 것을 보다못한 존은 병원측과 싸워가며 아버지를 싣고 퇴원한다. 그러나 집에 온 제이크는 더 나빠진다.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침대밑에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고 정신이 들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재입원하고 병원장 호의로 의사만을 바꾼다. 식물인간상태가 계속되는 곁에서 존은 사업핑계나 대면서 살아있던 아버지곁을 점점 멀리 떠나버렸던 자신에게 회한을 느낀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도 지켜드리고 그 순간을 가슴에 새기리라』고 다짐한다. 그런 존곁에 돌려보낸줄 알았던 빌도 나타난다. 존이 자리를 비우면 몰래 들어와 할아버지 병상을 지켰음을 알고 존은 빌리를 깊이 포옹한다. 처음 제이크가 암때문에 병원에 왔던날 그는 아들 존에게 수줍게 말한 일이 있다. 『나는 너를 한번도 껴안아 본 적이 없는데…. 한번 안아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늙은 자신보다 두배는 큰 아들을 안으며 짓던 그 수줍음과 신뢰의 느낌을 존은 빌리에게서 재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몇주간이 지난 어느 아침 아버지 제이크는 깨어난다. 숙면을 하고난 아침처럼 깨어난다. 의사는 자신있게 그것이 「가족의 사랑과 헌신」이었음을 확언하고 박수를 보낸다. 소생한 아버지는 딴사람처럼 되어간다. 명랑하고 활기가 넘치고. 그런 가운데 좀 이상한 짓도 한다. 자기가 마치 딴 가족과 살고 있는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의사는 그것을 「성공정신분열증」이라고 밝힌다. 이중인격증상이다. 아내의 내주장에 쥐여있던 제이크는 거기서 해방되어 온순하고 순종적인 아내와 다시 살고 있는 환상 속을 들락날락하는 것이다. 그런 남편의 행동을 한동안 받아주던 늙은 아내 베티는 어느날 분노를 터뜨린다. 『저이는 내 남편이 아니다. 미친 남자말고 내남편을 돌려받고 싶다』고 소리친다. 언성을 높이며 아들과 아내가 다투자 노인은 둘을양팔에 끌어안는다. 그리고 울면서 말한다. 『서로 미워하지 마라. 우리는 소중한 가족이지 않니…』 평온을 되찾고 드디어 암은 재발한다. 마침내 제이크는 『죽는다는 건 죄가 아니다. …살지 않는 것이 죄지…』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경지에서 평화롭게 가족곁을 영원히 떠나간다. 아들에 의해,가족애를 되살린속에서 품위있게 죽은 것이다. 80난 제이크노인역을 맡은 배우가 「잭 레먼」이다. 「뜨거운 것이 좋아」 「아파트 열쇠를 빌려 드립니다」따위 코미디영화로 올드 팬에게는 아주 친숙한 배우다. 65살난 그의 제이크노인역은 깊고도 원숙해서 코미디배우인 기왕의 이미지를 여러 차원 뛰어넘는다. 노년이 되어서도 총기를 잃지 않고 이렇게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위로를 준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인간의 심해에서 건져올리는 이 가족애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더욱 관객을 위로했다. 너덜너덜 흩어져서 넝마처럼 되어버린듯한 오늘의 미국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구원의 가능성을 실감하게 한다. 그러고 보면 이나라에서는 근년에 이르러 가족애를 다룬 영화가 부쩍 성행했고 관객도 동원했다. 80년대 벽두에 「강한 미국의 재생」을 기치로 내걸었던 레이건대통령은 그것의 기초가 되는 하나를 가족애의 끈으로 풀이했었다. 현대 미국의 메시지로서 가장 절실한 가족애가 스티븐 스필버그 팀의 손에서 요리되면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높고 그윽한 방법으로 차원높은 메시지를 전하는 이런 영화,우리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 남북대화 다시 시작하자(사설)

    남북한은 그동안 긴 겨울잠에 들었던 대화와 교류를 다시 이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공식적인 대화가 끊긴지 석달이 넘었다.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을 위한 적십자회담,북경아시안게임 단일팀구성을 위한 체육회담,고위당국자회담 예비교섭,국회회담 예비접촉 등 어느것 하나 성사되지 못하고 단절상태에 있다. 성사가능성이 가장 컸던 체육회담도 결국 북한측이 더이상의 접촉을 포기한다고 밝혀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동구권 국가들의 눈부신 개혁과 민주화는 그렇다 하더라도 불과 반년전만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동서독간의 통독논의는 국제적인 주목속에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순조롭고 발빠른 통일 행보를 지켜보면서 남북한 문제의 정체에 대해 우리는 자책감과 아울러 황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은 아직도 대화재개에 뜻이 없는 것 같다. 콘크리트 장벽이니 한소수교반대니 해서 대화를 외면하고 이쪽에 대한 비방과 선동만을 일삼는다. 한미간 연례행사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구실로 대화를 중단한 것은 그들이었다. 그러니 결자해지로 그들이 먼저 대화하자고 나서야 한다.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판문점이고 어디에고 가서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본다. 최근의 안팎정세 변화는 어느때보다도 한반도 문제논의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소련의 대한반도 인식도 근본적으로 변했다. 한소수교는 기정사실화 돼 있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대한정책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폐쇄와 고립정책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그러한 고식적인 고립정책이 통일의 날까지 공존번영해야 할 동반자로서의 한민족공동체의식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여겨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북한이 낡은 체제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지 않는한 그들의 고립정책은 계속될 것이고 남북한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대화와 교류의 여건도 성숙돼 있다. 지난 3월초엔 일본에서 한필성,필화씨 남매가 40년만에 극적인 상봉을 했다. 그들 남매의 포옹과 눈물을 지켜보면서 남북한 동포들은 감격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 감격과 기개라면 대화재개는 어렵지 않다. 그 무렵을 전후해서 서울에선 북한의 영화가 분단이래 처음으로 공개상영됐다. 또 얼마전 키프로스의 니코시아에서는 양쪽의 의원들이 만나 남북한간 국제의원연맹(IPU) 대표단의 상호교환방문에 합의했다. 며칠전엔 강영훈국무총리가 북한에 대해 모든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여건과 분위기라면 대화재개는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우리는 또한 북한의 당기관지 노동신문이 얼마전에 비록 전제조건을 세우긴 했으나 처음으로 군축문제에 언급한 것에 주목하고자 한다. 기존의 모든 대화채널을 가동하여 대좌하고 이어서 군축문제논의에도 대비해야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의 북방정책과 군축협상의지가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것이라는 북한측의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남북한은 다시 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 북한과 중국의 사회주의 고수(사설)

    중국 공산당총서기 강택민의 사흘간에 걸친 북한방문이 끝났다. 강의 이번 북한방문은 공산권의 세계적 민주화 개혁물결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중국과 북한의 만남이란 점에서,그리고 북한의 김정일 조기 권력세습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우리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제나처럼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중국 당총서기의 이번 북한방문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경우와는 다른 몇가지 점을 우선 주목하고 싶다. 그것은 이번 방문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졌고 북한의 강택민 환영이 이례적으로 화려했으며 중요회담 내용을 제외한 모든 행사가 즉각적으로 요란하게 중국과 북한의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었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행사장과 회담장에 빠지지 않고 그 모습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강택민과 열렬히 포옹하는 모습까지 보여준 김정일의 두드러진 부각도 주목을 끌 만했다. 결국 그것은 이번 방문이 상호유대와 결속의 강화및 그것의 과시를 통해 고립의 궁지를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려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었던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소련ㆍ동유럽의 민주화 개혁바람에도 불구하고 현 공산당 독재의 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과 북한의 존재를 세계와 서로의 국민에게 확인시킴으로써 국민적 불만을 완화시키려는 데도 목적이 있었던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북한은 김정일의 지위강화를 위해 이번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음도 보여주었다. 이같은 움직임과 함께 강의 이번 북한방문을 통해 분명하게 재확인된 것은 허다한 희망적 관측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북한엔 적어도 당분간은 민주화개혁의 뜻이 없다는 사실이라 하겠다. 강택민과 김일성의 연설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사회주의 현 노선의 고수의지를 분명히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은 도착성명에서 『중국은 사회주의노선을 이탈없이 걸어가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고 김일성은 환영사에서 북한도 『추호의 동요없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중국인민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기서 우리가 강조해 두고 싶은 것은 사회주의를지키는 방법이며 그것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산당독재의 현 방법은 현명한 것이 못된다는 사실이 소련ㆍ동유럽에서 이미 증명되었으며 개혁을 통한 새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동유럽의 경우와는 다른 또 하나의 사회주의 개혁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공산권 민주화개혁의 물결이 중국과 북한만은 그냥두고 지나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점진적이고 질서있는 개혁의 추진만이 중국과 북한의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고르바초프는 질서있는 민주화개혁,말하자면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개혁의 좋은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산당독재의 최대 약점은 권력의 정통성 결여와 그에따른 합리적 계승의 어려움에 있다. 고르바초프는 그것을 해결했다. 북한도 위험천만의 세습을 서두르기 보다는 고르바초프를 배우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생각한다.
  • 모든 이산가족에게 재회를(사설)

    40년만에 남매가 만났다. 나이많은 오라비에게 터울 많이 벌어진 누이동생은 딸처럼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그런 누이동생을,40년이나 세월을 지내고 만나야 한다는 것은 슬프고 한스런 일이다. 동기중의 장남인 큰오라버니는 믿음직한 집안의 기둥이다. 그 기둥이,쑥 뽑힌 듯이 「부재중」이다가 40년만에야 마주한 것은 서러운 기쁨이었을 것이다. 한필성씨와 필화씨 남매의 포옹은 6천만 한민족이 함께하는 포옹이었다. 오빠에게 「왜 이제사 왔느냐」고 통곡하며 외치는 누이동생의 원망은 두고온 피붙이들이 다함께 외치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노부모님의 안부를 물으며 불효의 죄로 가슴을 치는 오라버니의 한 또한 망향의 세월 수십년을 휴전선 근처에서 방황해온 천만 이산가족이 함께 삭혀오는 한이다. 그들이 만난 곳은 일본의 삿포로다. 그들은 이곳에서 19년 전에 만났을 수도 있었는데,그때 그들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듯이,사랑스런 막내누이를 만나려고 허위단심 현해탄을 건너갔던 오라버니는 약속된 호텔에서 기다리다가끝내 와주지 못하는 누이동생을 애닯아하며 허탈하게 돌아섰었다. 그때 이야기가 나오자 필화씨는 『과거 이야기는 해서 뭘하겠는가…』고 쓸어덮으며 오늘의 만남만을 대견히 여기자고 했다고 한다. 그말도 옳다. 지나간 일을 들춰서 진하고 애틋한 혈육의 만남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은 없다. 너무 단단하게 얼어서 이역의 짧은 햇볕 따위로 잠깐만에 녹일 수는 없었던 그 동한의 계절을 지금 다시 이야기할 것은 없다고 해두자. 마음만 먹으면 일본의 삿포로 정도가 아니라 소련이라도 만주로 불리던 중국이라도,마누라와 자식들을 대동하고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자유로움 속에서 사는 오라버니다. 북쪽에 두고온 가족들이 필화씨처럼 일본에 와줄 수 있다면 만나러 가고 싶은 사람은 남쪽에 숱하게 있다. 그렇게 만나서 부모님이랑 조상이며 이웃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날마다 간구하고 있다. 임종 때의 아버지께서 맏아들을 찾으셨다는 이야기와 『통일이 되어 너희들이 만나게 되면 내가 눈뜨고 다시 오마』고 하셨다는 전언은 우리를 목놓아 울고 싶게 한다.소년시절의 맏아들을 홀홀히 떠나 보내놓고 허전한 노년을 기다림 속에 살다가 마침내 눈을 감아야 했던 어버이의 절통한 한은,언젠가 그 자식을 만나게 될 때면 눈을 뜨고야 말겠다고 벼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 슬하를 떠나서 갖은 객지설움 겪어가며 성장하여 자식낳고 세대를 거느린,떠나올 때의 아버지 나이보다 더 먹은 초로가 된 아들로서는 가슴이 에어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런 오라버니로서는 가녀린 막내누이에게 맡겨진 채 아직 생존하신 노모를 생각하면 걸어서라도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만난 동기간은 행복한 소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사도 모르는 채 답답하고 아득한 기다림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가. 이런 많은 동포들을 만나게 해야 한다. 지난 시절 우리를 만나지 못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는 따지지 않아도 좋다. 죽어도 눈감을 수 없는 이 상처 깊은 「이산」들을 만나게 해야 한다. 아쉬운 대로 「고향방문」만이라도 성사시켜야 한다. 「삿포로의 남매」 해후가 비쳐주는 해빙의 작은기미에 커다란 희망을 걸어본다.
  • 오르테가­차모로,화합 다짐/좌익정권 붕괴

    ◎니카라과 권력이양 회담 착수 【마나과 AP 연합】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26일 대통령선거 당선자인 우익야당연합(UNO)의 비올레타 차모로후보를 자택으로 방문,당선을 축하했다. 대통령당선자인 차모로후보는 오르테가를 포옹하며 『이번선거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말했는데 차모로의 자택 바깥에서 차모로지지자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국민화합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차모로 자택으로의 축하방문으로 국민화합을 위해 자신이 솔선한다는 정치적 제스처를 보인 오르테가는 대통령선거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끄는 산디니스타 민족전선이 차모로의 UNO에 대항하는 니카라과최대의 단일 정치조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니카라과정치의 주요인물로 남을 것이 확실하다. 한편 이날 UNO측과 산디니스타 대표들은 지미 카터 전 미대통령등 국제선거참관인단의 주요인물들이 배석한 가운데 원만한 권력이양을 위한 회담을 시작했는데,UNO는 현 산디니스타군의 예산감축 및 징병제 폐지등을 원하는 반면 산디니스타측은 군대규모의 급격한 축소에 반대하고 있어 좌익 산디니스타 민족전선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군부의 향후 역할이 양측간 회담의 최대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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