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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인권결의안 기권 후폭풍

    18일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우리나라가 기권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은 인권국가이기를 포기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적극 공세를 취했고, 열린우리당은 당 차원의 대응을 자제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소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곧 의원총회에서 북한 인권문제 결의안을 채택키로 하는 등 정부를 압박해 나가겠다는 자세다. 인권·종교단체·납북피해자지원법과 북한주민 인도적 지원법 등 북한 인권 관련 5개법 제·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대책회의에서 “정부의 기권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 인권관계를 미국의 노예제에 비유, 천천히 하면 된다고 했지만 900년간 내려온 노예제는 결국 남북전쟁을 발발시키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비인간적·비인권적·반민족적 처사”라고 개탄했고, 나경원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정부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김문수 의원은 개인 홈페이지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포스터를 패러디해 게재했다. 군복 차림의 장병 얼굴 대신 노 대통령의 얼굴로 대체하고,‘남자들의 비밀과 거짓말’ ‘그날 이후. 더 이상 친구일 수 없었다.’라는 포스터 문구를 ‘대한민국 정부의 위선과 거짓말’ ‘그날 이후. 더 이상 동포일 수 없었다.’로 각각 바꾼 내용을 실었다. 반면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기권과 반대가 많았다는 점은 북한에 약점인 인권문제를 건드리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정부를 엄호했다. 같은 당 최성 의원은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전세계 국가가 북한 인권을 성토한다고 했는데 실제 표결은 그렇지 않다.”며 지원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 플라이트 플랜 장르/등급 스릴러/12세 감독/배우 로베르트 슈벤트케/조디 포스터 줄거리 비행기 안에서 딸아이를 잃어버리고 외롭게 싸워나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 20자평 스토리 얼개는 촘촘하지만, 반전은 밋밋. ● 엘리자베스 타운(18일 개봉) 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카메론 크로우/올란도 블룸·커스틴 던스트 줄거리 성공가도만 달리던 젊은이, 실패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기. 20자평 요철없이 밋밋한 드라마가 지루할 수도. 삶의 지혜를 주는 사려깊은 할리우드 드라마. ● 이터널 선샤인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미셸 공드리/짐 캐리·케이트 윈즐릿 줄거리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컴퓨터로 삭제하는 과정에서 찾는 참사랑의 의미. 20자평 갖가지 에피소드 나열 없이도 보편적인 사랑의 의미를 관객이 충분히 공감. ● 무영검(18일 개봉) 장르/등급 무협액션/12세 감독/배우 김영준/윤소이·이서진·이기용·신현준 줄거리 발해의 마지막 왕과 그를 지켜낸 여자 무사의 이야기. 20자평 ‘국산 최고지만 한국 냄새 빠진´ 무협물. 매끈히 다듬어진 화면. 그러나 빈약한 서사. ● 그림 형제(17일 개봉) 장르/등급 팬터지/15세 감독/배우 테리 길리암/맷 대이먼·모니카 벨루치 줄거리 악귀를 물리쳐준다며 돈벌이를 하는 ‘사기꾼 퇴마사´ 형제 윌 그림과 제이크 그림. 20자평 참신한 발상과 빵빵한 감독, 배우 등 재료는 좋은데, 결과는 글쎄? ● 용서받지 못한 자(18일 개봉)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윤종빈/하정우·서장원·윤종빈·임현성 줄거리 고참과 졸병으로 만난 두 친구를 통해 바라본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조직, 군대. 20자평 군대라는 수직·수평질서가 낳는 인간관계의 파국을 조명한 웰메이드 독립영화. ● 천국의 아이들2(17일 개봉) 장르/등급 드라마/전체 감독/배우 골람 레자 라메자니/가잘리 파사파 줄거리 중학교 입학 시험을 둘러싼 소녀 하야트와 남동생의 이야기. 20자평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눈망울과 가난한 이란 마을의 정겨운 풍경은 전편에 이어 여전.
  • [발언대] 민주노총은 폭력집회 중단해야/ 정순성 근로복지공단 대리

    지난 5일 오전 11시 전북 무주리조트 주차장. 근로복지공단 노사가 모처럼 상생의 협력관계를 다짐하는 자리에 느닷없이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나타났다. 대형 현수막과 이사장 사진을 걸어놓고 이사장 일행을 따라오던 그들은 이사장한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반말을 하면서 한때는 이사장에게 달려드는 난폭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9월 28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 경비실앞. 십여명의 젊은이들이 공단 이사장이 사는 아파트 앞에서 산재보상을 인정해달라며 촛불 시위를 벌였고 단지 밖으로 나가달라는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뿐만이 아니다. 지금 근로복지공단 정문 앞에는 민주노총 소속 시위대가 5개월째 인도를 점거하고 불법 텐트를 설치하고 이사장 영정은 물론 최근에는 이사장 사진을 대형 영화포스터로 패러디해 내건채 농성중이다. 이 모든 상황은 한국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이 하이텍 근로자 13명이 낸 집단요양신청건에 대해 공단이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고 결정하자 6월 2일 공단 정문 앞에서 항의집회를 시작하면서 벌어진 것.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의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이처럼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한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송두리째 침해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공단의 결정에 이의가 있다면 당사자는 이제라도 조속히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구청이나 경찰 등 해당 기관에서도 더 이상 불법상태를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소속 조합원들의 불법행위를 방치 또는 방조하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인 책임’을 유기하는 것이다. 정순성 근로복지공단 대리
  • [부산 ‘戀街’/남포동] 보이소 자갈치·국제시장·PIFF광장

    [부산 ‘戀街’/남포동] 보이소 자갈치·국제시장·PIFF광장

    “아지매, 깎아주이소∼.” “아이고, 좀 고만하소. 자요!” 서울 아낙의 애교섞인 사투리 한마디에 못 이긴 척 물건을 건네 준다. 훈훈한 ‘부산 아지매’ 인심을 느껴보고 싶다면 남포동으로 가자. 아지매들의 손맛이 살아있는 자갈치 시장,‘없는 게 없는’ 국제 시장에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가 가득하다. 영화인들의 감각이 돋보이는 PIFF광장, 부산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용두산 공원도 있다. 구석구석 다 구경하려면 하루가 부족하다. ●부산 하면 자갈치 시장 부산의 명소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자갈치 시장. 연근해에서 잡은 각종 물고기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최대의 어시장이다. 지하철 1호선 자갈치 시장역에 내린다. 개찰구에서 나와 출구에 가까워질수록 비릿한 바다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10번 출구로 나가면 부산시수협∼남포동 건어물시장∼영도대교까지 어시장이 1㎞가량 길게 늘어서있다. 판매대에 놓인 은빛 고기들이 비늘을 반짝이며 팔딱거린다. 어항 속 오징어와 낙지는 연신 물을 헤치며 꿈틀거린다. 싱싱한 생선회와 해산물을 마음껏 골라, 먹고 싶은 만큼 산 다음, 어시장 2층이나 3층에 있는 횟집으로 가져가면 요리를 해서 내준다. 해운대나 광안리 해안가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면 영도다리쪽 건어물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좋다. 오징어·김·마른 안주 등을 싼 값에 마련할 수 있다. ●PIFF광장에서 ‘리어카 골목’까지 자갈치 시장에서 해안가 반대쪽으로 큰 길을 한번만 건너면 광복동과 남포동이 나온다. 남포동의 첫 관문은 부산국제영화제(PIFF)광장. 남포 CGV·대영 시네마타운 등 5개의 극장이 나란히 몰려 있다. 영화제 기간이 아니라도 곳곳에 붙어있는 영화 포스터와 스타들의 손도장을 직접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PIFF광장에서 뻗어있는 골목을 따라 가면 각양각색의 동네가 나온다.‘없는 게 없는’ 시장으로 통하는 국제시장에는 옷, 신발, 책방까지 예측할 수 없는 구경거리가 나온다. 일명 ‘리어카 골목’으로 불리는 먹을거리 골목에서는 군침 도는 노점 음식들이 군침을 돌게 한다. 오징어에 야채를 먹음직스럽게 버무린 오징어무침, 굵직하게 썰어 놓은 순대, 쫀득쫀득한 족발을 1500∼2500원 정도면 맛볼 수 있다.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기에 제격이다. 좀 더 거하게 먹고 싶다면 시장 구석구석에 수십년 동안 자리잡고 있는 맛집으로 가자. 밀면, 고갈비 등 부산의 소문난 ‘맛’을 느낄 수 있다. ●부산의 맛, 이거야 이거 PIFF광장 부산극장 맞은편을 보면 검은색 바탕의 ‘18번 완당집’ 간판이 보인다.‘55년 전통’을 자랑하는 만두집이다. 중국식 만두국, 일본식 국수 등을 전문으로 한다.(051)245-0135. KFC를 지나 동주여자상업고등학교 쪽으로 큰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에 골목 사이로 ‘원산면옥’이 보인다.40여년동안 3대에 걸쳐 냉면만 고집해 온 냉면 전문집이다. 평양식 비빔냉면, 물냉면이 주메뉴로 6000원. 겨울에는 만두, 쇠고기 전골 등도 판다. 오전 11시쯤 문을 열어 오후 9시30분까지 영업한다.(051)245-2310. 원산면옥 바로 왼편 ‘할매 가야밀면’에서는 부산 밀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우리 밀로 만든 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육수는 냉면보다 덜 자극적이면서도 뒷맛이 개운하다. 값도 저렴한 편. 밀면 3500∼4000원, 비빔면 4000∼4500원. 사리 추가시 1000원이다.(051)246-3314. 한편 연산로타리에서 수영 방향으로 50m 정도 올라가다 왼편에 있는 참나무숯불갈비(051-861-6392)도 부산의 맛집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의 주메뉴는 갈빗살. 웬만한 등심보다 훨씬 낫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에서 매일 가져오는 고기는 적당히 육질이 느껴지면서도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참나무숯을 사용해 고기에 참나무향이 배어나온다. 즉석에서 김을 구워 고기와 함께 싼 뒤 쌈장에 찍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꽃등심 1만 8000원, 갈비살 1만 5000원. 부산에서 빵을 가장 맛있게 만든다는 빵가게 ‘B&C’, 낚지 볶음과 수중전골(6000원)을 파는 ‘개미집’, 깔끔한 인테리어와 쌈밥 정식(5500원)으로 유명한 ‘자반고등어’도 유명하다. ●전망 끝내주는 용두산 공원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면 서울의 남산에 견줄만한 부산의 명산 ‘용두산’에 올라보자. 남포동 시장 바로 옆에 우뚝 솟아 있어 시내가 한눈에 다보인다. 동주여상 뒷골목을 따라 용두산 산책로에 들어서면 울창한 나무 터널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시가 새겨진 바위도 길을 따라 놓여 있다. 한 줄 한 줄 읽으며 산을 오르다 보면 용두산 공원 광장이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면 부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부산 앞바다가 손에 잡힐 듯하다. 낮에 봐도 좋지만 밤에 오르면 야경이 눈부시다. 부산 서재희 고금석기자 s123@seoul.co.kr ■ 밀면이 뭐지? ‘회남의 귤을 회북에 옮겨 심으니 탱자가 됐다.’란 뜻의 고사성어 귤화위지(橘化爲枳)처럼 이북 지역의 냉면이 부산으로 내려와 부산의 음식이 된 것이 바로 밀면이다.50년대 중반 한국전쟁으로 부산지역으로 피란을 내려온 함흥 지역 사람들이 하나둘씩 냉면집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산항이 가까워 미군이 보급하던 밀가루를 쉽게 접했던 부산 사람들 입맛에는 메밀·전분 등으로 만든 질긴 냉면이 부담스러웠다. 때문에 자연스레 밀·전분 등으로 면발을 만드는 밀면이 자리잡았다. 서울로 치면 ‘평양식’은 밀면,‘함흥식’은 비빔밀면에 해당한다. 육수에 감초 등 한약재를 써서 입맛에 은은한 한약향이 남는 점과 ‘평양식’인 밀면에 양념장을 넉넉히 풀어 먹는 점도 이북식과는 다르다.
  • [무슨 영화 볼까]

    이터널 선샤인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미셸 공드리/짐 캐리·케이트 윈즐릿 줄거리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컴퓨터로 삭제하는 과정에서 찾는 참사랑의 의미 20자평 갖가지 에피소드 나열 없이도 보편적인 사랑의 의미를 관객이 충분히 공감. 유령신부 장르/등급 팬터지/전체 감독/배우 팀 버튼/조니 뎁·헬레나 본햄 카터 줄거리 현실세계의 신부와 지하세계의 ‘유령신부’사이에서 고민하는 소심한 신랑의 얘기. 20자평 고뇌하고 갈등하는 인형들의 미묘한 표정 연출, 역시 팀 버튼. 러브토크장르/등급 드라마/18세 감독/배우 이윤기/배종옥·박진희·박희순 줄거리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사랑에 다가서길 주저하는 세 남녀의 치유와 방황. 20자평 일상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해 내는 감독의 연출력은 여전. 월래스와 그로밋… 장르/등급 모험·코미디/전체 감독/배우 닉 파크/피터 샐리스·랄프 파인즈 줄거리 도시를 위협하는 거대 토끼의 저주에 맞서 벌이는 월래스와 그로밋의 수사극. 20자평 애니메이션도 음식처럼 ‘손맛’이 들어가야 감칠맛. 미스터 소크라테스장르/등급 액션/18세 감독/배우 최진원/김래원·강신일·이종혁 줄거리 한 청년이 조폭의 필요에 의해 강력계 형사로 경찰에 위장 잠입하며 벌이는 에피소드. 20자평 스토리 전개의 흡인력에서나 에피소드의 풍부함이 돋보여. 소년,천국에 가다 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윤태용/염정아·박해일 줄거리 사랑하기 위해 어른이 된 13살 소년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이야기. 20자평 멈춰버린 낡은 시계 바늘처럼 누구나 꿈꿔봤을 아련한 추억을 회상케 하는 영화. 플라이트 플랜 장르/등급 스릴러/12세 감독/배우 로베르트 슈벤트케/조디 포스터 줄거리 비행기 안에서 딸아이를 잃어버리고 외롭게 싸워나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 20자평 스토리 얼개는 촘촘하지만, 반전은 밋밋.
  • 11일 개봉 ‘소년, 천국에 가다’

    11일 개봉 ‘소년, 천국에 가다’

    소재 측면에서 볼 때 11일 개봉하는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제작 싸이더스FNH 등·감독 윤태용)는 그대로 한국판 ‘빅’이다.13세 주인공 소년이 어느날 갑자기 33세 어른으로 건너뛰어, 사랑과 감동이 어우러진 해프닝을 엮어간다. 키치적 냄새를 마구 풍기는 시중의 포스터 앞에서 많은 관객들은 영화의 정체가 궁금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맨먼저 요약해줄 이 영화의 정보는, 시간에 최면을 걸어 순정한 사랑을 웅변하는 팬터지 멜로라는 사실이겠다. 80년대로 시계바늘이 옮겨간 화면 속 주인공은 시계수리점을 꾸려가는 미혼모 엄마(조민수)와 단둘이 사는 열세살 소년 네모. 아버지의 존재조차 모르는 네모는 장래희망을 “미혼모한테 장가드는 것”이라며 능청 떠는 밝고 장난스러운 아이이다. 영화는, 어딘가에 살아 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에 서러운 젊은 엄마와 철부지 네모의 동거를 전반부에서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넘어간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네모는 시계점에다 새로 만화방을 차린 미혼모(염정아)에게 마음을 뺏기고,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생떼를 쓴다. 나른한 동심의 팬터지에 진중한 무게중심의 추를 달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네모가 만화방 여자의 아들을 구하러 불길에 뛰어든 이후부터 드라마의 시계는 마법에 걸린다. 저승 문턱에 간 네모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조건으로 어른(박해일)이 되어 현실로 되돌아온다.‘좋은 세상을 만들려다’ 뇌사상태에 빠져 저승을 넘나드는 네모 아버지의 분열적 존재는 왜곡된 80년대 정치현실을 발언하려 고민한 설정으로 읽힌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영화는 지나치게 현실감각을 무시했다는 인상이 짙다. 하루를 1년처럼 살며 90대 노인으로 빠르게 늙어가는 네모의 순정이 구체적인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주제어로 부각되는 데는 실패했다. 동화를 뛰어넘은 사려깊은 팬터지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끝내 ‘그냥 동화’로만 주저앉은 빈약한 드라마는 난감하다. 이 영화의 미덕은 아무래도 내용보다는 형식 쪽에 놓였다. 시간을 변주한 과감한 소재적 접근(터널이 끝나는 지점에 만화방이 있는 공간적 배치까지 신경썼다.)에 에밀 쿠스트리차의 스크린을 연상시키는 환상적 색감 등 어떤 영화보다 강력한 은유 능력을 자랑하는 건 사실이다.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토요영화] 사라진 5년의 기억 도대체 무슨 일이…

    [토요영화] 사라진 5년의 기억 도대체 무슨 일이…

    ●페이첵(SBS 오후 11시55분) ‘블레이드 러너’(1982년),‘토탈 리콜’(1990년),‘스크리머스’(1995년),‘임포스터’(2002년),‘마이너리티 리포트’(〃)….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SF영화! 빙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원작자가 같다. 필립 K. 딕이 그다.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소설가 가운데 한 명이다. 인간의 정체성과 기억 문제, 그리고 암울한 미래로 상징되는 딕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만들어질수록 원작 색채가 옅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다.‘페이첵’도 오우삼식의 액션에 밀려 ‘기억’에 대한 주제의식이 상당히 가라 앉았다.‘블레이드 러너’같은 심오함을 기대하지 않고 본다면 SF 액션물로는 괜찮은 작품이다. 멀지 않은 미래, 마이클 제닝스(벤 에플렉)는 분해공학자로 유명하다. 경쟁회사의 첨단기술 제품을 분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시킨 물건을 만들어 내는 전문가다. 제닝스는 기업의 의뢰를 받고 일을 마칠 때마다 비밀 유지를 위해 작업 중의 기억을 제거당한다. 어느날 알콤이라는 거대기업을 운영하는 옛 친구 지미(애론 애커트)로부터 대가 44억 달러에 5년이 걸리는 작업을 제안받는다. 이 일을 하게 되면 5년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 망설임 끝에 일을 맡지만, 이후 기억이 삭제된 그에게 돌아온 것은 돈 대신 자신이 남겨뒀다는 영문 모를 봉투뿐이다. 게다가 경찰들이 그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2003년작.119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새영화] 실종된 딸을 찾기위한 사투 ‘플라이트 플랜’

    할리우드 지성파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개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한편의 화제작이 기다린다.‘플라이트 플랜’(Flight plan·11일 개봉)은 이색적인 공간 설정이 구미를 당기게 만들고 보는 스릴러물이다. 상상해 보자. 고공비행 중인 대형 비행기 안에서 어린 딸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비행기 내부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은 확실한데, 아이의 행방은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기내의 소동이 계속되자 승객들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고, 승무원들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게 되자 엄마는 전사가 돼간다. 영화는 ‘낯섬’과 ‘익숙함’을 배합해 감정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비행기를 무대로 삼았으되 하이재킹 테러극이 아니란 점만으로도 신선미가 돋보인다. 탈출구 없이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주인공(그것도 여주인공)과 범인이 지능게임을 벌인다는 참신한 상황설정에, 모두의 감성 아킬레스건인 모성을 자극하려는 기획의도가 선명하다. 조디 포스터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삶의 질서를 송두리째 잃어 버린 여자 프랫 역. 탑승자 명단에서 6세 딸의 이름이 지워져 버린 기막힌 음모 앞에서도 기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영화는 극중 그녀의 직업을 비행기 설계사로 설정했다. 여유있는 관객이라면 촘촘한 시나리오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챙길 수 있을 듯. 처음부터 모녀의 주변을 맴돌던 기내 보안관(피터 사스가드), 냉랭한 승무원들, 수상한 눈초리의 아랍인 등이 유괴 용의자로 동원된 드라마는 미스터리 상황극의 묘미까지 살렸다. 조디 포스터의 전작 ‘패닉 룸’, 올 초 개봉한 비행스릴러 ‘나이트 플라이트’와 오버랩되는 부분들이 감상의 선도를 떨어뜨릴 여지는 있다. 인디영화를 찍어온 독일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일요영화] 8년만에 돌아온 남편이 가짜?

    ●마틴 기어의 귀향(SBS 밤 12시55분) 한 프랑스 판사가 16세기에 쓴 수기와 사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 중세 프랑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처럼 재현했다. 프랑스 국민배우인 제라르 드파르디유 등 연기자들의 호연과 함께 미셸 포르탈의 음악이 빛난다. 리처드 기어와 조디 포스터를 주연 삼아 할리우드에서 ‘서머스비’(1993)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16세기 중반,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8년 전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마틴 기어(제라르 드파르디유)가 돌아온다. 마틴은 어린 나이에 베르트랑드 드 롤즈(나탈리 바이)와 결혼, 어렵사리 아들을 낳았지만, 가정생활에 충실하지 않았다. 체구도 커지고, 술은 물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아내를 존중하는 등 완전히 달라져서 돌아온 마틴에게 어리둥절해진 마을 사람들. 예전과는 달리 일도 열심히 하며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얻은 마틴은 아내와의 사이에 딸을 가지게 된다. 어느날 마을을 지나던 군인들이 진짜 마틴은 전투에서 한쪽 다리를 잃었다는 소문을 전하고, 삼촌은 마틴이 가짜라며 소송을 내는데….1992년작.122분.
  • [수도권플러스] 서울, WHO 금연우수도시에

    서울시는 28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주관한 ‘2005 건강도시사업’ 금연부문에서 우수도시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시는 25개 자치구와 함께 ▲금연실태 시민평가단 운영 ▲금연거리 지정 ▲금연 글짓기·포스터 공모전 개최 등 여러 금연사업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WHO 서태평양지역본부는 지난해부터 중국 쑤저우·필리핀 마리키나·몽골 울란바토르시 등이 속해있는 ‘건강도시연맹’회원 도시들의 건강관련 사업을 평가해 우수도시를 선정하고 있다.
  • [알뜰살뜰 정보]

    ●G마켓(www.gmarket.co.kr) ‘국산김치 기회전’을 마련했다. 배추김치를 비롯해 총각김치 백김치 열무김치 등 20여종을 주문할 수 있다. 전라도 순천, 강원도 태백산 고랭지 등에서 생산했다.10㎏ 2만∼3만원. ●인터파크 다음달 30일까지 종가집김치 하선정김치 한복선김치 농협김치 등을 최고 25%까지 할인한 ‘대한민국 김치 4인방 할인전’을 진행한다. 배추 무 파부터 부재료인 고춧가루 마늘 생강 젓갈까지 100% 국산 원재료만 사용했다.10종 1만∼5만원대. ●롯데백화점 김치공장을 방문해 직접 담근 김치를 가져가는 ‘김치공장 투어’경품행사를 마련했다. 다음달 3일까지 수도권 12개 전점에서 10만원 이상 구입한 소비자 280명을 추첨, 다음달 14∼18일,22∼23일 충북 진천에 있는 동원양반김치 공장을 방문한다. ●디앤숍(www.dnshop.co.kr) SBS주말드라마 ‘프라하의 연인’PPL대행사인 레인보우 픽쳐스와 단독 계약을 맺고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PPL상품을 공식 판매하는 숍을 오픈했다. 다음주부터는 드라마속 전도연 패션 따라잡기 코너도 진행한다. ●H몰(www.hmall.com) 다음달 중순까지 수험생을 위한 건강상품전과 선물기획전을 연다. 매일 가볍게 몸을 풀 수 있는 밸런스 보디(3만 6000원)와 혈액순환을 돕는 디지털족욕기(15만 8000원) 등을 판매한다. ●워너홈비디오코리아 NBC방송의 인기 시트콤 ‘프렌즈’(Friends)마지막 시즌 10의 DVD 출시를 기념, 다음달 11∼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조선호텔 오킴스와 함께하는 프렌즈 파티’를 연다. 프렌즈 관련 퀴즈를 통해 DVD, 프렌즈 140z, 머그컵 등 푸짐한 경품을 준다. 프렌즈 마니아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코리아홈쇼핑(www.ezket.co.kr) 한국최고브랜드대상 수상을 기념, 오는 31일까지 홈페이지에서 고객사은 대잔치를 펼친다. 의류 화장품 가전 컴퓨터 주방용품 등을 10% 할인 판매하며 10만원 이상 구입하면 적립금 1만원을 준다. ●세이브존 부천 상동점 다음달 8일까지 개점 2주년 축하 이벤트를 펼친다. 스포텍 셈 리클라이브 등을 50∼80% 할인 판매하고 안지크 에고 등 숙녀 브랜드의 재킷 슬랙스 스커트를 1만 9000원에 내놓았다. ●LG생활건강 피부주름에 대한 상식과 올바른 관리법을 알려주는 소규모 미용강좌 ‘이자녹스 링클 클래스’를 개최한다.●해태제과 ‘에이스 데이’인 오는 31일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 전국 54개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한 고객에게 6개들이 에이스 크래커를 증정한다. ●스무디킹 신제품 히터즈 출시를 기념, 다음달 5일까지 모바일 이벤트를 진행한다. 휴대전화로 **1001에 접속하면 히터즈 한잔을 구입할 때 한잔을 무료로 주는 쿠폰을 다운받을 수 있다.**2002에 접속하면 영화 ‘레전드 오브 조로’ 포스터가 새겨진 머그컵을 준다. ●와인나라 오는 31일까지 칠레산 명품 와인 8종을 저렴하게 공동구매하는 행사를 펼친다. 최고급 와인 알마비바(Almaviva) 2001, 몬테스 알파 엠(Montest Alpha M), 알티얄(Antiyal) 등이다.
  • ‘야수와 미녀’의 류승범

    ‘야수와 미녀’의 류승범

    스크린에서만큼은 철이 들지도, 나이를 먹을 것같지도 않은 배우. 류승범(26)을 보는 한 시선이다. 인기배우란 수식어가 무색하게 언제나 신인 같고, 주류에 발들여놓길 거부하는 고집센 아웃사이더 같은 그가 이번엔 ‘자연인 류승범’을 통째로 스크린에 내놓았다. 27일 개봉하는 ‘야수와 미녀’(제작 시오필름)에서 그는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려는 소심남 역할이다. 꽃미남도, 그렇다고 근육질 마초도 아닌 수수한(?) 외모 그 자체가 영화의 최대 동력이 된 셈. 추남 분장을 따로 하지도 않았으니 영화를 위해 앞뒤 따지지 않고 온몸을 던져버린 것이다. 뜨락에 붉고 노란 낙엽들이 꿈결처럼 뒹굴고 있는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악동같은 미소, 분방한 몸짓은 기실 ‘배우 류승범’의 영화적 장치일 뿐이다. 샛노란 티셔츠에 보라색 넥타이를 단정히 맨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실없이 웃음을 흘리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스크린 밖에서 그는 ‘얼렁뚱땅’ 스타일과 거리가 한참 멀다는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자기발언을 하는 ‘단단한’ 배우유형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류승범 7문7답 1.지금까지의 출연작들과는 역할이 사뭇 다르다. 모처럼 편했을 것 같다. -정말 그랬다. 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다. 이 영화는 가만 들여다보면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훨씬 더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2.한 여자를 놓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이번 캐릭터에는 특유의 화끈한 유머감각이나 뚝심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개인기를 자랑하지 않았다. -옆사람을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이게 해줄 수 있을까, 이번 작품에서는 그 공부를 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영화보다 편하게 찍었다. 촬영현장에서 연기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휴식같은 작품이었다. 3.주특기인 애드리브를 애써 자제한 흔적도 역력하던데. -‘류승범이라면 저 대목쯤에서 이렇게 나오겠지.’식의 관객 예상치를 꺾어보고 싶었다. 뻔한 건 관객도 재미없겠지만, 나도 싫다. 그래서 많이 참았다. 아, 그리고 이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애드리브 잘 치면 똑똑한 배우로 대접받는 분위기인데, 그건 어디까지나 잔가지일 뿐이다. 결코 뿌리가 되지 못하는. 4.배우로서 누구보다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행운아란 생각을 해보는지. -운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엄청나게 다작을 한 것 같지만,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배우생활 6년동안 주연한 작품은 ‘품행제로’‘아라한 장풍대작전’‘주먹이 운다’, 이렇게 3편뿐이었다.(인터뷰에서 가장 들떠서 대답한 대목이다.) 깊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품행제로’가 흥행실패했을 때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았다. 내가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자문해본 것도 그때였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수 있는 게 인생이 아니구나, 인생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진실을 그때 깨달았다. 5.항상 아웃사이더 같은 이미지가 풍기는 게 ‘배우 류승범’의 매력이자 한계인 게 사실이다. -그게 참 어렵다(웃음). 내가 최근 내린 결론은 ‘언더는 없다, 아마추어가 있을 뿐!’이다. 나의 어디에서 그렇게 아마추어 냄새가 나는지 점검 중이다. 6.몇년 전의 인터뷰에서는 평생 배우로 살 마음은 없다고 했다. -생각이 바뀌었다. 직업배우로 살고 싶다. 단, 대중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에 내 이름이 들어있나 아니냐에 연연하며 볼품없이 인생을 살진 않겠다는 마음이다. 7.이제 막 촬영에 들어간 차기작(‘사생결단’)에서는 다시 ‘쎈’ 캐릭터를 맡지 않았나.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마약판매상인데도 자신은 마약에 손조차 대지 않는 아주 차가우면서도 비열한 놈. 극장가에 나붙은 포스터를 먼저 봤다면 영화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털북숭이 야수 장갑을 낀 류승범이 아리따운 여자 옆에서 기죽어 있는 장면은 설렁설렁 웃기는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 그러나 정작 영화는 그런 편견이 억울할 만큼 생각이 깊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 주인공의 외모 콤플렉스가 중심소재가 된 영화도 없었다. 극중 역할은 시각장애를 앓는 여자친구 혜주(신민아)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갑자기 시력을 회복하자 외모에 자신이 없어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고 만다. 하필이면 고교 친구 준하(김강우)를 자신인 것처럼 얼버무린 게 화근. 혜주와 준하의 만남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성형수술까지 하는 그의 노력에는 유쾌함과 안타까움의 감상이 반반씩 스며있다. 차가운 류승범이라…. 결빙의 순간에 그는 또 어떤 방식으로 관객의 감각기관을 주무를지 벌써부터 기대가 쏠린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대출금리 5%시대 맞아?

    대출금리 5%시대 맞아?

    연봉이 3000만원인 직장인 이모(35)씨는 19일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거래 은행을 찾았다. 은행측은 예상과 달리 연 9.3%의 이자를 제시했다. 은행 내부에는 5.4%짜리 공무원 우대 대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씨는 당장 “공무원과 내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은행원은 “공무원은 직장이 확실하지만, 고객님의 직장은 우량 대기업이 아닌데다 과거 세 차례나 대출받은 경력이 있어 신용등급이 중위권 수준이라 9.3% 밑으로는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부 김모(47)씨도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으려다 은행이 무려 16%의 높은 이자를 내라고 하는 바람에 대출을 포기했다. 김씨는 “평생을 거래한 은행조차 신용불량자 취급을 한다.”면서 “은행이 사채업자와 다른 게 무엇이냐.”고 분개했다. 지표상으로는 평균 대출금리가 연 5%대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거래실적이 적다.’,‘직장이 튼튼하지 않다.’,‘소득이 확실치 않다.’는 등의 이유로 여전히 높은 이자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도 ‘양극화’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은행이 고객의 신용등급을 차등화하고,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인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영업전략일지 모른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공익성은 제쳐두고 지나치게 수익만 좇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높은 금리 부담을 져야 하는 것만이 아니다. 은행 창구 직원이 예·적금을 들라고 은근히 요구하는 ‘꺾기´ 사례가 사라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최저금리는 연 5∼6% 정도다. 반면 최고금리는 12∼13%로 갑절 이상 차이가 난다. 웬만한 신용등급을 갖춘 고객은 최저금리 수준의 대출을 예상하겠지만 5∼6%대의 금리 혜택을 받는 사람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나 공무원, 은행과 특별 협약을 맺은 몇몇 우량 대기업 직원뿐이다. 우리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공무원 생활안정자금대출’의 금리는 19일 현재 연 5.31%다. 조흥은행도 퇴직금을 조흥계좌에 맡기는 조건으로 공무원에게 5.41%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우량기업 직원을 위한 신한은행의 ‘엘리트론’의 최저금리는 5.91%, 하나은행의 ‘패밀리론’은 6.0%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런 저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고객은 은행별로 10만∼20만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민이나 일반 직장인들은 연체 기록이 없더라도 대부분 최소한 연 7%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반 직장인의 경우 대개 7∼11%의 금리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 역시 “대출 고객 가운데 9∼10% 수준의 이자율이 적용되는 사람이 30∼4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순전히 통계로만 보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평균 5%대의 ‘저금리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돼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은행의 8월 가계대출금리는 연 5.38%에 불과하다. 그 달에 새로 대출로 나간 돈을 기준으로 가중평균해 계산한 금리다. 예를 들어 금리가 연 5∼6% 미만인 대출금액이 전체의 50%이고,6∼7% 미만인 대출이 25%였다면 5.5%×0.5,6.5%×0.25식으로 가중치를 둬 대출평균 금리를 산출한다. 이런 방식으로 산정하는 한은의 가중평균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무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제외하고 계산한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주부들이나 수입 규모가 들쭉날쭉한 영세 개인사업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금리는 직장인 신용대출보다 2∼3%포인트 더 높아 16∼17%대를 적용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통계기법 때문에 마이너스대출을 제외한 평균 대출금리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대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균 대출금리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면서 “규모가 크지 않아 평균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이창구기자 sskim@seoul.co.kr
  • 은행상품 ‘작명 경쟁’

    은행상품 ‘작명 경쟁’

    지난달 10일 신한은행 상품개발실 풍경. 오후 2시 노기남 과장이 사무실을 둘러보며 소리를 질렀다.“‘네이밍 회의’가 있으니 모두 회의실로 모여주세요.” 5일 뒤 출시될 외국인근로자 전용 예금상품의 이름을 짓는 브레인스토밍이 시작됐다. 이 과장:“외국인이니까 글로벌이잖아. 글로벌 저축예금 어때요?” 구 대리:“글로벌 직불카드와 이름이 겹쳐서 좀 곤란한 것 같은데….” 차 과장:“한국에서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이니까 ‘코리안드림’이 적당하지 않나요?” 유 과장:“외국인 근로자들을 다소 폄하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꿈을 키우는 예금,‘레인보우’ 어때요. 무지개가 다양성과 꿈을 상징하잖아요.” 2시간 이상 진행된 회의에서는 20여개의 이름이 등장했고, 투표를 통해 결국 ‘레인보우 플랜’으로 정해졌다. 가장 큰 난관이었던 이름이 정해지자 포스터, 안내장 등의 디자인은 무지개 이미지에 맞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작명 전문팀’까지 가동 ‘내집마련 ○○저축’,‘정기예금 ○호’ 등 밋밋한 상품만 내놓던 ‘보수적’인 은행에도 브랜드 바람이 불고 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정기예금 금리가 올라가고, 다양한 복합상품이 연일 쏟아지면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름 짓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회사의 이름보다 제품명을 알리는 데 더 힘을 쏟는 제조업체들처럼 은행들도 ‘브랜드 파워’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우리은행은 아예 ‘NAT(네이밍 어드바이저리 팀)’라는 작명(作名) 전문팀까지 운영하고 있다.NAT 팀원 9명은 일선 영업점에서 근무하지만 본부의 개인마케팅팀과 함께 신상품 이름을 짓는 일을 담당한다. 이들은 국문학, 영문학, 언어학, 언어인지학 등을 전공한 젊은 행원들이다. 내년부터는 은행 차원에서 NAT 팀원에게 체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3조원 이상의 수신고를 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회전식정기예금 ‘오렌지 정기예금’도 NAT의 작품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의 수익률에 따라 3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이 상품은 알파벳 ‘C’와 ‘D’를 합쳐놓은 것이 오렌지의 단면과 비슷한 데서 착안했다. 우리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로부터 ‘오렌지 주세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NAT는 또 경쟁 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고객을 끈질기게 설득하자는 의미에서 중소기업 대출 상품 이름을 ‘삼고초려’로 짓기도 했다. 효도 관련 예금 상품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과 연계되는 ‘알부자 플랜’은 ‘R’과 부자(富者·父子)의 합성으로 이루어졌다. ●이름이 곧 경쟁력 외환은행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예스큰기쁨예금, 예스프로론, 예스점프예금처럼 상품에 긍정적인 이미지의 ‘예스(Yes)’를 붙이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예스 하면 외환은행을 떠올리도록 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면서 “이름이 상품의 흥행을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내집마련, 자녀의 대학입학, 해외여행 등 특별한 날에는 예금을 중도 해지해도 수수료를 물지 않는 ‘기쁜날 정기예금’을 대표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이름을 짓기 위해 수차례의 집단토론과 공모 과정을 거친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은행이 표절하지 못하도록 특허청에 상표권 등록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밍 전략’은 공공금융기관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주택금융공사는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의 이름을 공모해 ‘보금자리론’으로 바꾼 뒤 지난 17일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우리은행 개인마케팅팀 이재수 차장은 “엇비슷한 금리를 내세워 고객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상품의 특징을 함축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친근하면서도 독특한 이름을 지어야만 ‘이름 경쟁’에서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바그다드 테러비상

    이라크가 헌법안에 대한 역사적 국민투표를 하루 앞두고 14일 초긴장 태세에 돌입했다.●투표 초읽기, 긴장의 바그다드 이라크 임시정부가 전날부터 나흘간 공휴일로 선포한 가운데 수도 바그다드 시내에는 전역에 수백명의 군인과 경찰이 배치돼 투표소를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로 호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연일 폭탄 테러가 발생해 악명 높은 시아파 근거지 카지미야에서 바그다드 남부에 이르는 ‘죽음의 삼각지대’도 고요 속에 잠겼다. 많은 상점들이 철시했고 거리는 한산했다.13일 저녁 10시부터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지고 바그다드 공항이 폐쇄된 가운데 이날부터는 차량 폭탄 테러를 우려해 모든 국경 검문소가 봉쇄되고 전국 18개 주(州)간의 차량 통행도 전면 통제됐다. 바그다드는 종파간 주거지에 따라 분위기가 극명히 갈렸다. 시아파 주민들이 몰려 사는 지역의 벽과 상점에는 모든 국민투표 포스터에 ‘Yes’라고 씌어져 있는 반면 수니파 지역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포스터 자체가 뜯겨져 나가고 없었다. 헌법 개정 가능성을 명시한 헌법안 막판 수정에 따라 지지 의사로 돌아선 이라크 이슬람당 등 일부 수니파 지역에선 당초 ‘No’라고 씌어졌던 포스터가 제거되기도 했다.●수니파간 내분은 여전 그러나 상당수 수니파가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수니파 지도자인 오사마 알 나자피 산업장관은 “자유투표가 이뤄진다면 수니파들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학자협회도 성명을 통해 이라크 이슬람당의 지지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도 투표를 방해하려는 저항세력의 테러는 계속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그다드 북부 두자일에서 미군 병사가 도로에 매설된 폭탄이 터져 숨지는 등 이라크전 미군 사망자는 1957명으로 늘어났다. 또 이라크 이슬람당 사무실과 투표소로 사용될 티크리트의 학교 3곳이 폭탄 공격을 받는 등 크고작은 테러가 잇따랐다. 한편 아부 그라이브 등 수용소에 갇혀 있는 이라크인들은 13일 부재자 투표에 참여했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도 투표권이 있다고 밝혔으나 그가 실제로 투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문화훈장 25명등 발표

    문화관광부는 영화배우 안성기, 가수 남진 등 문화예술발전 유공자에 대한 ‘문화훈장´ 서훈자와 ‘제3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및 ‘2005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를 13일 발표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자에게는 대통령 상장과 상금 1000만원,‘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에게는 문화관광부 장관상과 상금 500만원을 준다. 시상식은 15일 오후 3시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문화의 날 기념식´과 함께 열린다. 부문별 서훈자와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문화훈장(25명)▲은관문화훈장=김성구(승려·법명 월운), 전숙희(수필가), 김백봉(무용인·본명 김충실), 고우영(만화가, 작고)▲보관문화훈장=이중한(언론인), 김병모(한양대 교수), 이봉순(전 이화여대도서관장), 이복형(중남미박물관장), 임종국(문학평론가, 작고), 황용엽(화가), 윤용하(작곡가, 작고), 안성기(영화배우), 남진(가수·본명 김남진), 님 웨일스(‘아리랑´저자, 본명 헬렌 포스터 스노, 작고)▲옥관문화훈장=조남식(전국문화원연합회 전남지회장), 김태원(전 영천문화원장), 오윤(판화가, 작고), 권창륜(서예가), 김성일(무용인·본명 김규원)▲화관문화훈장=남선우(성남문화원장), 조규돈(강릉문화원 사무국장), 정범태(사진가), 신영희(국악인), 홍성덕(국악인), 정광태(가수)◇대한민국문화예술상(6명)▲문화=조상호(나남출판 대표)▲문학=천양희(시인)▲미술=최의순(서울대 명예교수)▲음악=서울모데트합창단(지휘 박치용)▲연극·무용=국립발레단(예술감독 박인자)▲대중예술=이현세(한국만화가협회 이사장)◇오늘의 젊은 예술가상(8명)▲문학=김연수(소설가·본명 김영수)▲미술=조습(화가·본명 조병철)▲음악=한명원(성악가)▲전통예술=이용탁(국악인)▲연극=이해제(연출가·본명 이영호)▲무용=황재원(발레리노)▲영화=배용준(영화배우)▲대중예술=나윤선(가수)
  • [統獨 15주년, 빛과 그림자] (하) 베를린-냉전 상징서 유럽 심장부로

    [統獨 15주년, 빛과 그림자] (하) 베를린-냉전 상징서 유럽 심장부로

    45년 동안 동서로 갈라졌던 냉전의 상징 베를린은 분명 상처받은 도시였다. 그러나 1961년 8월13일 이후 베를린 시를 동서로 갈랐던 43.1㎞의 콘크리트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 그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통독 이후 독일의 수도로 다시 태어난 베를린은 1조유로(약 1254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 미래 도시에 걸맞은 인프라를 구축하며 주요 행정기관과 다국적 기업을 유치했다. 분단 도시의 흔적을 지우고 유럽의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베를린 장벽의 잔재는 박물관이나 기념물 외에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 대신 곳곳에 들어선 다양한 디자인의 초현대식 고층건물들이 위용을 자랑하는 미래 지향적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베를린 함혜리특파원| 많은 사람들은 베를린을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끝없이 건설 중인 도시’라고 표현한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100번 시내버스를 타고 출발역부터 종착역까지 한두번만 가보면 이 표현의 적절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버스는 초(동물원)역에서 출발해 티어가르텐, 전승기념탑, 벨뷔 궁전, 세계문화관, 연방의회 의사당과 브란덴부르크 문, 운터 덴 린덴, 박물관 섬, 알렉산더광장 등 시내의 주요 명소를 지나가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1871년 독일이 제국으로 통일된 것을 기념해 지어진 의사당은 통독 이후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 옥상에 통독 이후 투명돔이 지어지면서 통독의 상징이 됐다. 미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투명돔은 내부에 거울기둥들이 다양한 각도로 설치돼 있고, 여기서 반사된 햇빛이 본회의장 구석구석을 비추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박물관 섬(Museuminsel)’에서는 과거를 볼 수 있다. 슈프레강 한복판에 있는 이 지역은 이름 그대로 1830년부터 100년 동안 차례로 지어진 4개의 박물관과 1개의 국립미술관이 있으며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부터 후기 비잔틴을 거쳐 1900년대에 이르는 건축과 미술의 역사를 담고 있다. 베를린시는 밀레니엄을 맞아 냉전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고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자리잡기 위해 10년 안에 8억2900만유로(약 1조원)를 들여 미술관과 박물관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사가 끝나면 박물관 섬에 있는 5개의 건물은 지하 통로로 연결되고 행정동과 기술센터도서관, 교육시설들이 갖춰지게 된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중심으로 쌓여졌던 두텁고 높은 콘크리트 장벽이 허물어진 자리에는 현대식 디자인의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섰다. 이 지역의 핵심은 포츠다머 광장이다. 1920∼30년대 유럽 최대의 번화가였으나 전쟁과 베를린 장벽으로 인해 폐허로 남아 있었다. 베를린시가 도시의 상징적인 광장을 만들기 위해 1991년 주최한 국제도시계획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건축가 힐머와 자틀러가 제안한 복원계획이 당선됐고,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렌조 피아노가 설계와 건설을 맡았다. 베를린의 미래를 보여주는 포츠다머 광장에는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40억마르크(약 2조 4000억원), 일본 소니가 13억마르크(약 7800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광장에는 복합 빌딩을 비롯해 고급 쇼핑몰, 영화관, 카지노, 아파트와 사무실 등 17개의 현대식 대형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간판건물로 꼽히는 소니센터는 뉘른베르크 태생의 건축가 헬무트 얀이 설계한 미래형 복합 빌딩으로 유리와 강철로 만든 돔형의 지붕과 7개의 빌딩으로 이뤄져 있다. ●문화 중심지로의 화려한 복귀 분단의 상징에서 통일의 상징이 된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동쪽으로 뻗어있는 운터 덴 린덴(‘보리수 나무 아래’라는 뜻)은 베를린 최초의 계획된 산책로로 2차 대전 이전까지 베를린의 문화적 중심 역할을 했던 곳이다. 냉전시절 동베를린에 속하면서 낭만을 잃었다가 지금은 고급 부티크와 카페,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즐비한 베를린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바뀌었다. 1920년대 유럽 문화의 중심지에서 전쟁과 분단을 거치면서 삭막해졌던 베를린 시내는 이제 젊은이들과 예술가들, 무궁무진한 문화적 인프라를 향유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베를린에는 3개의 오페라하우스,100개가 넘는 연극 공연장,170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이 넘치면서 근사한 레스토랑과 바, 카페 등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난다. 통독 15주년 국경일인 지난 3일 국립미술관 앞은 고야 특별전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4∼5시간을 서서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지만 사람들은 책을 보거나 차를 마시며 지루한 줄 모르고 기다리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하터시에서 왔다는 프랑크 엡슈타인은 “베를린에는 친구들도 많고 오페라와 연극 등 볼거리도 많아 자주 방문한다.”며 “베를린이 하나로 합쳐진 뒤 문화적 풍요로움이 더해져 즐겁다.”고 말했다. ●유럽 중심도시로 발돋움 독일 통일로 베를린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거대 도시가 됐다. 그러나 유럽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려는 베를린의 변신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베를린시는 전체 170㏊에 달하는 지역에 총 1000여개의 새 건축물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도시 계획은 전반적인 도시의 밑그림(STEP)을 기준으로 지역계획(FNP), 구역계획(BEP) 등 단계별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된다. 내년 완공예정인 베를린 중앙역사를 비롯해 건축아카데미 복원계획, 스프리 강변의 미트지역에 세워질 업무 및 주거 복합빌딩 지르쿠스, 현대적 시설을 갖춘 오스트반호프 실내 체육관, 티어가르텐 서쪽의 특급 호텔 및 위락시설 지역 KPM쿼터, 스프리강변의 미디어센터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건축의 경연장이나 다름없다. 주독 한국대사관의 신동민 전문연구원은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베를린은 미래의 유럽 중심지로 부상하기 위해 정보·첨단 IT·교육 등 지식산업시대를 겨냥한 도시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며 “경제적 문제 때문에 독일 통일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도시의 발전은 수치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철거” “보존” 논란 |베를린 함혜리특파원| 베를린 서쪽에서 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동쪽으로 뻗은 운터 덴 린덴 거리를 따라 10분정도 걸어가면 왼쪽으로 작지만 아름다운 공원을 마주한 베를린 대성당이 나오고 그 뒤로 박물관 섬이 보인다. 고색창연한 모습과 대조적으로 맞은 편에 주차장으로 쓰이는 공터를 끼고 있는 5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철거를 앞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옛 동독 공산당사(Republik)다. 군데군데 깨어진 황동색 유리와 강철로 외관이 장식돼 있고 규모는 매우 큰 편이지만 어딘지 황량했다. 심지어 흉물스러워 보인다. 통일 이후 15년간 방치된 탓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달 17일부터 ‘프락탈 Ⅳ’라는 현대미술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젊은 예술가 25명이 ‘죽음’을 주제로 설치, 비디오 아트, 회화, 조각 등을 전시하고 있다. 동베를린 지역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시대의 흔적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해 전시장을 찾았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런 대로 건물의 모양새를 갖춘듯 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철골 구조만 남아 을씨년스러웠다. 전시장이 아닌 곳은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출입을 금지했다. 이런 분위기는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전시장 안내를 맡고 있는 힐미라는 청년은 “오는 2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를 끝으로 공산당사는 문을 닫고 내년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전시 주제가 ‘죽음’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는 프로이센 왕궁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 실현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아 철거하기로 결정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사는 과거 프로이센의 왕궁이었던 건물을 헐고 옛 동독 공산당이 새로 지은 건물이다. 독일 정부는 통일 후 과거의 어두운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 건물을 헐고 왕궁을 복원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옛 동독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일단 보류했다. 공간의 독특한 분위기 덕분에 종종 현대 미술 전시회장으로 사용되면서 이 건물의 철거에 반대하는 서독 지역 사람들마저 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 일부러 왔다는 질케 블룸은 “프로이센 왕국은 이미 지나간 과거인데 많은 돈을 들여 복원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한다. 건축이 전공이라는 클라우디아 힐가트는 “공산당사가 분단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역사의 일부”라며 “이대로 보존하면 오히려 역사의 교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년퇴임 앞둔 서울대 마지막 ‘학사교수’ 양승춘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년퇴임 앞둔 서울대 마지막 ‘학사교수’ 양승춘씨

    역사적 사건 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때는 1983년 어느 여름 밤. 서울 용산구 이촌동 120평 규모의 코스모스 아파트 안. 각종 디자인 샘플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4인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며칠째 합숙하며 밤을 새우고 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88 서울올림픽’의 엠블럼 제작마감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것.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묘안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서울올림픽 휘장만든 디자인계 산증인 통행금지가 임박했을 무렵, 누군가 “에이, 포기하고 술이나 마시자.”며 자조섞인 말을 불쑥 내뱉었다. 다들 지쳤는지 얼른 동의했다. 이어 근처 중국식당에서 술과 안주가 배달됐다. 한두잔씩 거푸 들이켰다. 잠시후 이들 중 양승춘(65) 서울대 미대 교수가 아픈 머리를 식힐 겸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로 갔다. 무심코 화장실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수압이 세어 그런지 물이 한꺼번에 콸콸 쏟아졌다. 수도꼭지를 얼른 잠근 다음 세면대의 작은 하수 구멍을 열었다. 고였던 물이 왼쪽에서 오른쪽, 세갈래로 휘휘 돌아감기면서 쏙 빠져들어갔다. 이때였다. 양 교수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탁쳤다.“맞아, 바로 이거야, 삼태극(三太極)!”이라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책상 앞으로 달려와 포기했던 작업을 다시 진행했다. 이튿날 양 교수는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에 작품을 당당히 제출했다. 결국 ‘동서의 화합’과 ‘세계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세계로’ 등을 뜻하는 삼태극 모양의 엠블럼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서울올림픽의 상징으로 역사에 등장하게 됐다. 양 교수는 이외에도 각종 국가 홍보포스터 등 지금까지 300여종,1000여점의 그래픽 작품을 제작한 우리나라 디자인사(史)의 산 증인이자 거목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기업CI(Corporate Identity) 작업 1호로 광고계에서는 워낙 유명하다. 지난 67년 광고회사 오리콤 창립멤버로 참여한 것을 비롯,OB맥주, 제일제당, 백설표 설탕, 신세계백화점, 삼성물산, 한국주택공사 등 국내 굴지의 기업CI는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시피했다. ●한글 글자꼴도 20여종 개발 특히 컴퓨터가 보급되던 80년대부터 지금까지 20여종의 한글 글자꼴을 개발해내 이 방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밖에도 70년대 초 사진에도 디자인기법을 처음 도입했다. 이로 인해 서울대에 최초로 ‘영상’관련 과목을 개설, 후학들의 진로를 넓혀주기도 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런 양 교수가 학사출신이라는 점이다. 서울대 교수 1730여명 가운데 석·박사 학위 없는 교수는 양 교수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하게 돼 36년간의 정든 강단과 이별을 앞두고 있다. 본인 스스로의 감회는 물론, 디자인계에서도 이래저래 의미있는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연구실에서 양 교수를 만났다. 연구실 안에는 디자인용 컴퓨터가 여러대 놓여져 있었다. 그 위에는 커다란 마릴린 먼로의 사진이 붙여져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항상 대중적인 마인드를 갖기 위해서라고 귀띔했다.‘박식다험(博識多驗)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글귀도 보였다. 평소의 철학이 담긴 슬로건이라고 했다. 먼저 정년퇴임을 앞둔 소감부터 물었다.“두달여 남았습니다. 뒤돌아 보니 아쉬움도, 또 보람도 많았습니다.”면서 “그만둔 뒤 다험을 살려 학생들에게 진로나 방향 등을 잘 잡아주는 카운셀러 역할을 해주고 싶습니다.”고 피력했다. 학사출신 교수가 흔치 않은 데다 정년까지 채울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큰 복이자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했다. 그러자 “석·박사학위를 따고 싶어도 주위 환경이 그러질 못했습니다.”라며 웃는다. 지금까지 학사출신 교수한테서 박사로 탄생한 제자만 해도 부지기수. 상명대 서명덕 총장을 비롯, 여러 대학의 학장과 교수들도 사제지간의 연을 맺고 있다. 정년을 앞둔 요즘에도 10여명의 박사과정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양 교수를 ‘디자인계의 정규 육사1기’로 여기며 정중히 예우한다. ●요즘도 박사과정 제자 10여명 가르쳐 양 교수는 무인집안 출신으로 할아버지가 고종황제 때 시종무관까지 지냈다.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미술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 개울가에서 붕어를 잡아 미술시간만 되면 살아있는 것처럼 감쪽같이 그려냈다. 중·고교에 진학하면서 미술 교사의 지도 아래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한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부친의 강권에 못이겨 육사에 지원하지만 시험 당일 극장에서 영화감상으로 ‘딴 짓’을 했다. 결국 고집이 이겨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학과에 합격했다. 당시 예비 매형이 “장차 우리나라는 산업국가로 갈 것이니 응용미술학을 지원하라.”고 권유했다는 것. 이 때만 해도 응용미술은 개념 자체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의 스승은 도쿄예대 도안과 출신의 이순석(1905∼86) 교수로 한때 ‘고약’의 대명사였던 ‘이명래 고약’의 집안출신. 또한 한국인으로는 서울에 최초로 다방을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양 교수는 65년 대학 졸업 무렵에는 미국 유학파 교수들한테 배운다. 이때 미국의 자동차 광고 포스터를 처음 접해 큰 충격에 빠진다. 이어 교수의 권유에 따라 대학원 진학을 위해 취직을 미루고 1년 동안 공부를 했다. 하지만 곧 설립이 추진될 것으로 여겨졌던 대학원 신설이 무산된다. 할 수 없이 66년 OB맥주에 입사했다. 이 무렵 합동통신사가 일본의 광고대행사인 덴츠와 업무협정을 맺었다. 그러자 합동통신에서 광고기획 및 제작일도 하게 됐다. 또한 67년 코카콜라가 들어오면서 국내 광고대행사 1호인 ‘맘보사’가 탄생됐다. 아울러 합동통신사가 이를 흡수합병하게 되자 한국 최초의 종합광고기획사인 오리콤 창립멤버에 가담했다. 현업 3년 동안 조일광고 대상과 대한민국 상공미전 특선을 3차례나 수상하는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이로 인해 68년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임용되기에 이르렀다. 강단에 있으면서도 기업체 CI작업에 자주 참여했다. 따라서 늘 ‘1호’가 따라다녔다.71년초 국내 1호인 OB맥주의 CI를 비롯, 산업화붐이 한창이던 70년대에만 신세계백화점, 한국주택공사, 삼성물산, 진로 등 수십개 회사의 CI를 제작했다.80년대 들어서도 성모병원, 동방생명, 한샘, 삼양사, 금복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올림픽 등 각종 팸플릿 등에 참여했다.90∼2000년대에 들어서도 두산, 종가집, 대림혼다 등 100여개 기업체와 제품의 CI를 제작했다. ●태극과 색동의 조화 필생의 연구목표로 양 교수는 대학졸업 논문으로 ‘태극기 개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할 만큼 원래부터 전통과 한국의 미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 서울올림픽의 엠블럼과 휘장 등도 사실상 이같은 열성의 산물인 셈. 요즘 들어서도 태극과 색동의 조화를 필생의 목표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얼마전 색동표지를 새롭게 선보여 ‘2005년 최우수 학술 도서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양 교수가 80년대 디자인 스코프를 네덜란드에서 처음 도입해 디자인의 도구화를 처음 이룬 업적도 잘 알려진 공로. 또한 동료 교수들보다 훨씬 빠른 8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로 디자인 작업을 했다. 이런 얘기가 나오자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젊은이들도 사용하기 힘든 3차원 폰입니다. 게임은 물론 디카, 캠코더, 스트레오 음악, 동화상, 편집 등 안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면서 디자인은 요즘들어 정말 정신없이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상도가 매우 높은 30인치 LCD모니터(2560×1600)를 구입했단다. 그러나 양 교수는 단지 시대 조류에 앞서 나가기 위해 이런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60년대의 지상목표는 물건을 파는 것이었죠. 우리나라도 지금 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대중과 함께 살아 숨쉬는 문화적 디자인으로 옮겨가는 것이 요즘 선진국의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젠 ‘대중과 함께 하는’ 한국형 디자인이 필요한 때입니다.” ■ 그가 걸어온 길 ▲1940년 서울 출생 ▲59년 대광고 졸업 ▲65년 서울대 미술대 졸업 ▲66∼68년 OB맥주, 합동통신사, 오리콤 창립멤버로 근무. ▲68년∼현재 서울대 미대교수, 미술대 조형연구소 부소장 ▲69∼2003년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77∼80년 한국시각디자인협회 회장 ▲83년 체신부 정책자문위원 ▲87∼89년 서울대 기획위원 ▲89∼99년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장 ▲98년∼현재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운영위원 ▲2002년∼현재 세계포스터비엔날레 운영위원 ▲2003년∼현재 인천가톨릭대 운영위원 ■ 주요 작품 88서울올림픽 당시 엠블럼, 기념우표, 문화포스터, 입장권 제작. 기업CI로는 신세계백화점 한국주택공사 동양맥주 삼성물산 진로 유로패션 경남기업 한일은행 성모병원 한샘 삼양사 금복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방송 대림혼다 두산기계 종가집 등 100여 작품 제작 km@seoul.co.kr
  • 74세의 국민학교 졸업

    74세의 국민학교 졸업

      강원도 삼척군 장성읍의 철암국민학교 6학년 담임이었던 김용태(23)선생은 요즘 학교의 먼 변소에 가서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좋게 되었다. 동교 6년생이던 홍순식(洪淳植)(74)노인이 졸업을 했기 때문이다. 국어공부 제일 좋아 손자 복습시키고, 산수공부에는 끙끙 앓아 만학(晩學)이라는 말이 숫제 미안해진다. 68세로 국민하교 1학년에 입학을 해서 6년간을 개근하고 졸업을 했으니 말이다. 한국 교육사상 가장 나이 많은 국교졸업생이 홍노인이다. 바로 주요광산지대로 알려져 있는 머리보다 육체노동이 판을 치는 고장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홍노인은 2월 10일 제24회 졸업식에서 손자 성덕(13)군과 함께 정든 교실을 떠났다. 제3312호의 졸업장과 6년 개근상과 그리고 군 교육장의 공로표창장과 상품을 한아름 안고 눈길을 걸어 나오는 노인의 얼굴엔 착잡한 감정이 어리고 있었다. 이날 꼬마졸업생 334명에 끼여 홍노인은 남자자리 앞 셋째줄 의자에 손자와 나란히 앉아 귀빈과 학부형들의 눈을 모았다. 재학생 대표 이정아양의 송사(送辭)와 졸업생 답사가 낭독될 때 노인은 두툼한 돋보기 안경을 벗고 노란 손수건을 온통 주름투성이인 얼굴에 연상 갖다 대며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에 눈물을 적시었다. 「70줄을 넘어선 놈」이 손자뻘 되는 꼬마들과 6년간 학교에 다니는 사이에는 홍노인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한 반응들이 나타났다. 그는 처음 손자가 입학한 68년 3월 7일 병에 앓아 누운 애를 업어 갔고 8일 동안을 내처 그렇게 했다. 이때였다. 못 배운 한을 풀자는 소원이 솟구쳐 손자 보호 겸 자기 공부를 위한 입학수속을 취했다. 1, 2학년 때는 학교서 배운 ㄱ, ㄴ, ㄷ이나「참새 한 마리」같은 것이 재미가 있어 집에 돌아와서는 꼬마놈에게 복습을 시키는 등 열심이었다. 그것이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사과 반쪽을 칠판에 그려놓고 1/2 혹은 1/3 하는 산수공부가 시작되자 어찌나 어려운지 집에 가서도 손자 앞에 큰 소리 한번 못치고 끙끙 앓아야 하기도 했다. 등교길에 손자와 간판 읽기 경쟁, 학교선 청소하고 불피워 1,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노인이 손자를 앞세우고 집을 나서면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짓이 대단했다. 그렇지만 노인은 즐거웠다. 학교에 가는 길가에 광부모집광고나 영화선전「포스터」가 나붙어 있으면 으레 손자와 알아맞히기 내기를 걸었고 판가름을 담임선생에게 부탁했다. 노인은 이 내기에서 이기면 이긴대로 지면 진대로 신이 났었다. 학교에 도착하면 교실을 청소하고 난로불을 피워놓고 담임선생을 교무실에 가서 모셔왔다. 공부가 끝나면 손자 또래를 모두 집으로 보내고 교실 복도 유리창 변소청소를 도맡았다. 이러한 생활이 계속됐다. 6년 동안 한 책상에서 할아버지와 나란히 공부한 손자 성덕군에게도 여러가지 감상이 없을 리 없다. 성덕군은 졸업생 중의 가장 친한「클라스·메이트」나 길동무로는 할아버지 한 사람밖에 가지지 않는다. 『4학년 때부터는 할아버지가 내 책가방을 들고 가면 창피해서 할아버지 것도 내가 들고 다녔어요. 공부시간에는 할아버지한테서 담배냄새가 자꾸 나서 참는데 혼나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이제는 그것도 구수해졌어요』라고 말한다. - 할아버지는 어떤 공부를 제일 많이 했니? 『참 우스워요. 할아버진 집에서 국어공부만 자꾸 하자고 조르거든요. 과학 산수 미술 음악 공부는 전혀 하려고 하지를 않아요. 그래서 시험 때는 내가 할아버지를 도로 가르치느라고 혼이 나기도 했죠』 공부시간에 가끔 담배생각 나는지, 라이터 뚜껑을 잘칵잘칵 - 공부시간에 할아버지가 장난도 쳤니? 『그럼요, 이따금 뚜껑이 떨어져 나간「라이터」를 꺼내 가지고 잘칵잘칵 켜보곤 해요. 담배생각이 나서 그러는 지도 모르겠어요』 체육시간에 손자 또래들이 공차기 시합을 하면 홍노인은 옆에서 지켜 서있는다. 그러다가 애들이 넘어지면 얼른 뛰어가서 일으켜준다. 이 때문에 시합이 잠깐 중단되곤 한다. 노소(老少)가 동락하는 6년이었다. 6학년 담임 김용태 교사는 노인을 깍듯이 모셨다. 맨 처음 담임을 맡아 교실에 쓱 들어섰을 때가 제일 거북했다. 출석부를 부르는데 할아버지뻘 되는 홍노인의 이름을 감히 입에 올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익힌 수법은 눈으로 슬그머니 노인의 모습을 확인하면 그대로 출석란에 도장을 찍었다. 선생님은 출석점호 이름 못부르고 담배도 노인 안보는 곳서 그래서 홍노인은 6년 동안 한 번도 출석부로 호명받지 않으면서도 개근상을 타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민학교생도가 되기도 했다. 또 하나 담임선생이 거북했던 것은 담배 피우는 장소. 꽤 먼 변소에 가서 피워야 했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학급운영, 아이들 싸움, 시설물 유지 같은 까다로운 일은 담임이 나서지 않아도 홍노인이 도맡아 처리했다. 더욱이 할아버지가 열심히 공부를 하는 통에 덕을 본 사람이 김선생이다. 이 학교에 있는 6학년 6개반 중 김선생의 반이 제일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유는 노인이 열심히 공부하는 통에 꼬마들도 덩달아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김교사는『노인이 우리반에 계셨기 때문에 교과서대로의 공부를 가르치기는 했지만 내가 인생을 배운 것은 가르친 것보다 더 많다』고 말한다. 노인은 잘못하면 졸업장을 못탈 뻔도 했다. 교직원 중에서 주자는 파는 김준한 교장 단 한 사람뿐이고 나머지 45명은 반대파였다. 1주일 동안이나 옥신각신이 벌어졌다. 교직원들은 의무교육법상 칠순 노인에게 졸업장을 줄 수 없다는 유권적 해석(?)을 내세웠고 김교장은 배움에 무슨 나이냐고 주장, 끝내 교장의 교육관이 이겨 졸업대장명부에 3312번으로 등록되고 졸업장이 나갔다. 학교에서 3km나 떨어진 곳에서 매일 등교할 때면 3곳의 철도 건널목을 지켜 꼬마들의 안전통학을 보장한 임시교통순경도 홍노인이었다고. 학교의 시설보수, 학풍조성, 문제아동선도 등에 나서 교사들보다 더 열심히 일한 사람이 또 홍노인이었다. 소원을 푼 노인은 글을 익힌 눈으로 죽을 때까지「소설책」을 많이 읽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날 졸업식을 끝낸 노인은 교문까지 따라 나온 담임선생과 허리를 굽혀 깍듯이 인사를 나누었다. 손자 같은 교사에게 노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인사는『선생님 감사합니다』였다. <삼척 = 송병훈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2/23 제2권 제8호 통권 제22호 ]
  • [Doctor&Disease] 어깨관절전문 마디병원 김승호 원장

    [Doctor&Disease] 어깨관절전문 마디병원 김승호 원장

    “오십견이란 현대적 진단 기술이 없던 시절에나 통하던 말인데, 아직도 어깨 통증이 오면 무조건 오십견이겠거니 하고 엉뚱한 치료만 하다가 아예 팔을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경고하는 마디병원 김승호(46) 원장은 세계가 인정하는 어깨관절 전문의이다. 관절경으로 어깨관절을 수술할 때 사용하는 봉합법인 ‘SMC매듭법’은 그가 개발해 전 세계에 보급됐으며, 어깨관절 다방향탈구의 원인이 연골파열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지금도 세계 학회에서는 이 병변을 ‘김 병변(Kim’s Lesion)으로, 그가 고안한 진단법을 ‘김 검사법(Kim’s Test)’이라고 부른다. 이런 그가 어깨손상을 가볍게 보지 말라고 경고했다. ▶어깨 관절이란 구체적으로 어느 부위를 말하는가. -팔뼈(상완골)와 등의 날갯죽지에 해당하는 견갑골이 이루는 관절을 말한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쇄골과 흉골 관절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어깨관절의 구조적 특성은 무엇인가. -어깨관절은 티 위에 놓인 골프공과 같아 소켓 속에 끼워진 고관절에 비해 무척 불안정한 상태를 보인다. 이 때문에 자칫하면 어깨를 처들 때 상완골 골두와 힘줄이 충돌하게 되고 이 때 회전근 파열이 시작된다. ▶어깨관절 손상이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어깨 손상은 크게 두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상완골이 어깨 관절에서 빠지는 탈구이고, 다른 하나는 어깨뼈를 지탱하는 4개의 힘줄에 손상이 오는 회전근개 파열이다. 이 힘줄은 각각 다른 어깨 동작에 관여해 하나라도 끊어지면 운동에 심각한 제한이 따른다. 또 빈도는 적지만 손상된 힘줄 부위에 석회가 생겨 통증을 일으키는 석회성 건염도 있다. ▶각 유형의 증상은 무엇인가. -탈구는 어깨가 빠지는 방향에 따라 전·후방 및 다방향 탈구로 세분하는데, 통증과 함께 전방탈구는 몸 안쪽으로 팔을 돌리기 어렵고 습관성이 되기 쉽다. 후방 및 다방향 탈구는 어깨 주변 연골이나 관절막이 파열돼 통증이 오는 경우로 팔을 위로 처들거나 밖으로 돌리는 동작을 취할 수 없으며, 어깨가 관절에 걸린 ‘아탈구’ 상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회전근개 파열은 초기에는 팔을 들지 못할 만큼 심한 통증을 느끼다가 점차 완화되는데, 이를 흔히 오십견으로 오해해 치료시기를 놓치고 만성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석회성 건염은 찢어지는 듯한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못이뤄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각 유형의 원인은 무엇인가. -전방 탈구는 무리한 어깨 사용이, 후방 및 다방향 탈구는 기질적으로 관절막이 느슨한 사람이 어깨를 과도하게 사용해 문제가 된다. 회전근개 파열은 노화로 약해진 어깨 근육이 충격을 받아 끊어지는 경우이고, 석회성 건염은 손상된 힘줄을 방치해 그 부위에 석회가 뭉치면서 생긴다. ▶발병 추세와 경향은 어떤가. -탈구는 10대 후반에서 20∼30대 사이에 많고, 회전근개 파열은 40대 이후에 많다. 운동이 일상화되면서 탈구도 늘고 있으나 더 특징적인 현상은 회전근개 파열 환자가 급속히 젊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 무리한 운동이 원인이다. 김 박사는 특히 잘못된 오십견 치료의 문제를 들췄다.“오십견이란 탈구나 회전근개 파열을 말하는 게 아니라 관절막이 염증성 변화로 두꺼워지면서 운동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회전근개 파열을 오십견으로 알고 엉뚱하게 물리치료를 받거나 약물에 의존하다가 힘줄이 얇아지는 위축이나 지방변성이 올 경우 수술로 통증은 해소되나 어깨 기능은 회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깨손상은 어떻게 진단하나. 또 자가진단도 유효한가. -자가진단은 앞서 말한 증상을 감지하는 정도이다. 병원에서는 X-레이와 MRI로 어깨손상의 종류와 상태를 알아내지만 후방 및 다방향 탈구는 MRI에 안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내가 개발한 ‘김 진단법’이 정확한 병변 파악에 도움이 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탈구의 경우 교정만으로 치료가 끝났다고 여기나 그렇지 않다. 습관성 재발을 막기 위해 30대 이후는 인대나 근육강화 운동을 병행해야 하며,10∼20대 환자는 아에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관절경 수술은 절개수술에 비해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적어 많이 적용하는 치료법이다. 회전근개 파열은 손상 정도가 경미한 경우 보존적 치료나 관절경 수술로 간단하게 치료된다. 그러나 회전근개가 완전하게 파열된 경우에는 절개후 봉합실이나 나사로 힘줄을 복원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치료 성과는 어떤가. -회전근개 파열 중 파열 규모가 적은 소·중파열은 조기수술로 95% 이상 완치되며, 이보다 파열 규모가 큰 대파열도 수술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파열 규모가 큰 광파열은 수술을 잘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 박사는 어깨 손상이 올 경우 서둘러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게 완치의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어깨 손상의 경우 조기에 정확하게 치료받으면 예후가 좋으나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법으로 치료받아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병을 키우는 경우가 흔합니다. 제 경우 환자 100명 중 30∼40명은 이런 식으로 치료 적기를 넘긴 환자들인데, 안타깝지요. 문제다 싶으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상책입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김승호 박사는 ▲경북대의대 졸업▲미국 남부캘리포니아 정형외과협회 연수▲유럽스포츠학회(GOTS) 및 미국정형외과 스포츠학회(AOSSM)교환교수▲미국 샌안토니오 정형외과 스티븐 버크하트 연수▲미국견주관절잡지·미국스포츠의학회지·대한정형외과 스포츠의학회지 편집위원▲대한견주관절학회지 편집위 간사▲제마 견주관절 의학상·만례재단 해외학술상·미국 관절경학회 최우수 포스터상·SMC 최고 올림픽논문상·닥터 스트라이커상·대한정형외과학회 논문상 등 수상▲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겸 관절경연구소장▲현, 아시아 견관절학회(ASSG) 회장 및 국제스포츠의학회(ISAKOS) 이사▲현, 마디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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