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리더가 갖춰야 할 4대 조건/이노근 서울 노원구청장
세상을 살다 보면 실체적 진실이나 정의, 대의에 합당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지기 전에 소아적 사고에 젖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실례로 서울을 다녀온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서울역에 내려 남대문을 구경한 시골 노인이 남대문은 북쪽에 있더라고 자랑하자, ‘남대문은 남쪽에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북쪽에 있을 수 있느냐.’며 우겨대더란다. 서울 구경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의 말이 옳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다.
리더가 겪는 일들도 이와 유사하다. 리더는 때때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땅에 발을 들여놓아야 하는 경우를 겪게 된다.
이때 리더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면 우물쭈물 망설이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곧잘 대세를 그르치고 만다.
그래서 세상은 보다 현명한 리더를 원하고 그를 통해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훌륭한 리더의 조건은 무엇일까.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나름의 생각을 기초로 ‘리더의 4대 조건’을 소개한다.
첫째,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다. 프랑스의 작은 섬 코르시카 출신의 나폴레옹이 유럽을 제패한 배경에는 그의 강력한 포병부대가 있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바로 나폴레옹 그 자신이 포병장교 출신이었고, 초급장교 시절부터 겪은 풍부한 경험과 포병이론에 철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 냈기 때문이었다.
둘째, 아이디어와 추진력이다. ‘세종실록’을 보면 주변에 인재가 풍부했음에도 세종은 그 스스로 훈민정음을 고안하는 아이디어맨이었으며, 수많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영실과 같은 천민을 중용할 수 있는 추진력을 겸비한 리더였다. 이런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조선왕조 역대 최고의 군주로 칭송받게 된 것이다.
셋째, 인적·물적 네트워크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보면 천하를 놓고 초나라의 항우와 겨뤘던 한나라의 유방에게는 항우와 같은 카리스마와 군사적 재략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장량, 한신, 번쾌 등 뛰어난 전략과 재능을 소유한 인재들로 넘쳐났다. 이런 인적 네트워크가 강한 군사력을 지닌 항우를 쉽게 몰락시키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넷째, 위기 관리능력과 비전 제시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줄 알아야 한다. 리더는 항상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무장해 늘 상존하는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돌아가는 상황을 수시 체크하고 반드시 현장 확인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전제돼야 할 요소가 있다. 필자가 정립한 완찰 6법의 원리다. 겉으로 보는 표찰(表察), 속을 뚫어보는 통찰(通察), 자세히 살피는 세찰(細察),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보는 역찰(易察),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는 균찰(均察), 시대흐름에 비추어 보는 동찰(動察) 등이 6대 관찰법이다. 또 일의 성공을 위한 에너지인 PCP Power다. 즉 긍정적 사고의 힘(Positive), 창조적 아이디어의 힘(Creative), 목표를 향한 강력한 추진력(Propeller) 등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명명했다. 이러한 요소는 사물과 현상, 일을 대함에 있어서 기본 자세이다.
요즘은 세상이 참으로 시끄럽다. 우리가 가야 하는 목표는 하나다. 국민들이 편하게 잘사는 세상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위정자들은 국민이 바라는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되새겨 봤으면 한다.
이노근 서울 노원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