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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수위 자만이나 오만에 빠져서는 안돼”

    “인수위 자만이나 오만에 빠져서는 안돼”

    천주교 원로인 정의채(83) 몬시뇰(가톨릭 고위 성직자에 대한 경칭)이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에 대해 “이 당선인이나 그 측근들은 자만이나 오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 몬시뇰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온 천하가 다 아는 바와 같이 나는 다음 정권은 좌편향을 벗어나 자유민주주의 국헌을 존중하는 새로운 정권이어야 한다는 것을 지난 5년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사람”이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이 당선인의 압승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었으니 이 당선인이나 그 측근들은 자만이나 오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수위 행보를 보면 미숙하기 짝이 없고, 공명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분수를 모르는 행태를 보이는 등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며 “이 당선인 자신은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실제 행동은 어떤 집단이나 소수 인맥에 사로잡혀 그 안에서 미적미적하고 좌고우면 앞뒤를 재고 망설이는 눈치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기초적인 논리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큰 권력을 쥐고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도 든다.”며 “그런 예로 정부조직을 줄이되 공무원 수는 그대로 두겠다고 하는데, 노무현 정권의 실책으로 꼽히는 6만명에서 10만명에 달하는 코드인사를 놔두고 무엇을 어떻게 개혁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젊은이들은 우리 경제의 미래이고 주역인데 세계 경제동향을 봤을 때 과연 토목공사 정도로 만족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한반도 대운하 공사의 추진을 재고하라고 주문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이 당선인이)북한을 위해 400억 달러 국제기금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아마 북한은 핵은 포기하지 않은 채 당근만 빼먹고 낚시를 물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 못 먹고 못 살 때는 식충(食蟲)이라는 말을 썼지만 요즘 와서 보니 사람들이 돈벌레(錢蟲)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경제에 매달린다.”며 “문화적 의미가 없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므로 이 당선인은 문화 우위의 경제부흥정책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내고장 이야기속 인물] ‘해남의 논개’ 官妓 어란

    [내고장 이야기속 인물] ‘해남의 논개’ 官妓 어란

    1592년 임진왜란 때 경남 진주에 논개가 있었다면 1597년 정유재란 때 전남 해남에는 어란(於蘭·?∼1597)이 있었다. 충절의 여인 논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어란은 모른다. 두 여인 다 신분이 천한 관기(官妓)였다. 논개가 왜군 장수와 함께 투신해 조선 여인의 기개를 알렸다면 어란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어란이 세계 해전사에 전무후무한 명량대첩의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란은 400여년간 철저하게 묻혀버렸다. 뒤늦게 해남 출신 원로 교육자인 박승룡(81)옹에 의해 이 전설 같은 이야기가 최근 문헌으로 확인돼 빛을 보게 됐다. (편집자주) 새해 1일 새벽, 땅끝인 해남군 송지면 어란리. 전형적인 바닷가 마을답게 해마다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렸다.400여년 전통이다.‘당주신위(堂主神位)’라고 돌에 쓰인 신주는 정유재란 때 나라를 구한 할머니로 보인다. 이 마을 옆 동산에는 17세기 초쯤 조선시대에 세워졌다는 석등이 있다. 마을사람들이 할머니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전해진다. 박승룡옹은 “일제 강점기 때 25년 동안 해남에서 순사를 한 일본인 사와무라 하지만다로(澤村八幡太朗)의 유고집에서 ‘어란’이란 여인의 행적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유고집인 ‘문록경장(임진·정유년)의 역(전쟁)’에서는 명량대첩의 패배를 어란의 간첩행위로 보고 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알고 있는 마을의 수호신인 할머니 이야기와 책의 내용이 한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들어맞았다.”고 흥분했다. 마을주민들은 신주로 모신 주인공의 실체를 이제야 어란 할머니라고 알게 됐다. 박옹은 “정유재란 때 어란과 관계를 맺은 왜장 스가 마사가게(管正陰)는 실존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스가 마사가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에 파견한 스가 히라에몬(管平右衛門)의 서자라고 일본 히로시마대학의 히구마 교수가 확인해줬다. ●명량대첩 일등공신 어란 명량해전은 충무공이 남은 12척의 배로 왜군 133척을 울돌목(명량)에 수장한 정유재란 최대의 승리다. 난중일기 등으로 당시 해전을 되짚어보자.1597년 8월26일 충무공은 우수영인 어란진에서 울돌목 앞인 진도군 벽란진으로 옮겨간다.9월7일에는 왜장 스가 마사가게가 군선 13척으로 정탐차 어란마을에 들어온다. 이어 14일쯤 왜군 총대장인 구루시마 미치후사(來島通總)가 어란마을로 들어온다. 이렇게 보면 어란이 왜장 마사가게를 만난 기간은 일주일 남짓이다. 마사가게는 첫눈에 어란의 미모에 넋이 나갔을 것이다. 결국 그는 잠자리에서 명량해전 출전일을 누설하고 만다. 때마침 조선인 김중걸이 왜군에게 붙잡혀 마사가게 앞으로 끌려온다. 그러나 누군가의 구명으로 김중걸이 풀려난다. 이 누군가는 김중걸이 떠나기 전 “나는 김해인”이라고 안심시킨 뒤 “‘왜놈들이 배들을 모아 조선 수군을 모두 몰살한 뒤 바로 경강으로 올라가겠다고 말하더라.’는 말을 우수영에 전하라.”고 귀띔했다. 왜군 장수의 총애를 받는 어란이 아니고는 포로가 풀려날리 만무하다. 김해인이란 본관이 김해 김씨일 듯하다.100만부가 넘게 팔린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서는 ‘왜군이 어란항에서 출항할 때 적장(구루시마 미치후사)의 몸시중을 들던 조선인 여자 1명이 물에 뛰어들어 죽은 것으로 묘사된다. 소설이지만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충무공은 김중걸로부터 적진 동향을 안 뒤 명량해전 이틀 전인 14일 본진을 벽파진에서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으로 옮긴다. 이로써 충무공의 전술이 명량해협을 뒤에 둔 배수지진에서 앞에 둔 전법으로 급선회한다. 이 전술변경이 명량대첩의 승리를 가져온다. 명량해전 일인 9월16일 충무공은 전투 2시간여만에 불리한 전세를 뒤짚고 왜군 133척을 울돌목에 격침한다. 왜군은 좁고 물살이 센 울돌목에 놀라 큰 배들은 뒤에 남기고 작은 배들로만 울돌목을 건너 전투에 나섰다가 격침됐다. 퇴각하던 스가 마사가게는 이날 벽파진에서 익사한다. 일본 전사(戰史) 기록도 똑같다. 충무공은 9월14일자 난중일기에서 “(김중걸의)말이 모두 믿기는 어려우나 그럴 수도 없지 않을 듯해 전령선을 우수영으로 보내어 피란민들을 육지로 피하라고 타이르도록 했다.”고 적었다. 우수영으로 진을 옮긴 대목이다. ●어란은 이순신의 간첩 사와무라는 유고집의 48,49쪽에서 명량해전 대패의 원인을 어란진의 간첩사건으로 규정했다.‘어란진에 주둔한 스가 마사가게는 이순신군의 간첩인 미기(美妓) 어란과 애인관계로 사랑에 빠져 명량해 출전기일을 발설한다. 어란은 이를 이순신군에 연락한다. 결국 명량해전에서 애인 스가 마사가게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에는 충성했지만 인간적인 양심의 가책으로 다음날 달 밝은 밤에 명량해가 보이는 서쪽바다에 투신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어란이 투신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또 87쪽 그가 지은 한시에는 ‘무희 요염에 유혹돼 어란진의 여심(旅心)에서 정을 맺은 것이 간첩의 그물에 걸리다.’ ‘정유재란 때 논개와 같은 업적을 남긴 여인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지금 마을주민 가운데 누구도 모르던 ‘어란’이란 이름도 이 유고집에서 처음으로 나온다.‘어란’이라는 마을 이름은 고려 공민왕 때부터 나온다. 사와무라의 유고집에 신뢰성을 더한 문장이 있다.‘대흥사 앞쪽인 해남군 삼산면 평활리에 임진란과 정유재란 때 붙잡힌 일본인 포로수용소(2000여명)가 존재한다.’고 적었다. 실제 현장확인에서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처음으로 서울신문(1983년 3월 13일자)에 보도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마을사람들의 증언 어란마을 주민들이 알고 제사 지내는 할머니 이야기는 이렇다. “명량해전 이튿날인 9월17일, 마을 앞 바닷가로 한 여인의 시체가 떠오른다. 이를 마을 어부가 발견, 시신을 수습해 근처 소나무 밑에 묻는다. 묘 앞에 석등을 세우고 불을 밝혀 이 할머니의 충절을 기리고 있다.” 할머니가 투신했을 것으로 보이는 매봉산 절벽에서 가까운 산에는 사당의 주춧돌이 나뒹군다. 지금 마을 뒤편 사당은 두번째 옮긴 것이다. 주민 김학채(73·향토연구사)씨는 “70살 넘은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 석등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어릴 때 마을에서 날마다 저녁에 불을 켜고 새벽에 불을 끄던 일을 한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말을 했다.“사당의 할머니 신주를 일본의 장군 가문(스가 마사가게)에서 가져가려는 것을 주민들이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 최사홍(90)옹은 “한학자이신 조부께서 ‘이 등대가 있는 곳은 유서깊은 신성한 곳이고 영을 기리기 위해 석등을 세우고 불을 켰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기억했다. 이처럼 석등에 불을 밝히는 어란마을의 관습은 일제 강점기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불을 켜도록 허용한 점은 의혹이 있다. 이에 대해 히구마 교수는 “사료를 연구해봐야 할 일이지만 불을 켠 것은 일본인들도 등대로만 알았지 정확한 내용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어란항은 남다른 민족혼이 살아 숨쉬는 곳임에 틀림없다. 뭍에서 툭 튀어나온 천혜의 군사 요충지이다. 마을회관 앞마당에는 조선시대 수군 무관인 만호 5분의 비석과 해방기념비 1개가 세워져 있다. 해남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구국의 여인’ 찾아낸 박승룡옹 구국의 여인 ‘어란’을 처음으로 찾아낸 박승룡옹은 지난해 8월10일 세기 준이치(瀨木俊一) 일본 해남회 회장으로부터 부탁했던 책을 받았다. 그가 펴낸 사와무라 하지만다로의 유고집이다. 유고는 사와무라의 큰딸인 시마구라 이구고(75·島倉郁子)가 보관하다 해남회에 전달해 인쇄됐다. 해남회는 일제 때 해남에서 살았던 일본인들의 친목 단체이다. 해남회 회장은 “임진·정유재란 때 조선과 일본에서 첩자를 서로 활용했다. 어란도 진주의 논개와 같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옹은 친분이 있는 히구마 다게요시 히로시마대학 교수로부터 “경장 2년(정유재란)에 스파이(간첩)로 활동한 어란 할머니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한국인인 김학래(85·서울 광진구 광장동)씨는 “일년에 10번 이상 해남을 왕래하는 해남회 초대 회장인 다니구지 노보루(谷口登)에게서 어란 이야기를 들었다. 어란진에서 경찰관을 한 기무라 세이지(木村精一)의 차남인 기무라 오사무(木村修·81)에게서도 이 이야기를 들었다. 오사무는 나의 순천농업학교 동기”라고 말했다. 박옹은 “영암 왕인박사 유적지도 우리 기록에는 없지만 일본 기록을 참고로 해 오늘날의 유적지가 복원됐다.”며 “어란 할머니의 얼이 깃든 곳을 성역화하면 한·일 우호 교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남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토요영화] 13 자메티

    [토요영화] 13 자메티

    ●13 자메티(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 ‘13 자메티’(2005)는 흑백 영상으로 이뤄진 한편의 강렬한 아포리즘이다.86분짜리 이 영화에는 죽음과 공포에 대한 은유가 가득하다. 제목의 ‘자메티(Tzameti)’는 그루지야어로 ‘13’을 뜻한다. 흔히 불길한 숫자로 받아들여지는 이 숫자는 주인공이 룰렛 게임에서 부여받은 등번호이기도 하다. 프랑스로 이민 온 그루지야 출신 집수리공 세바스찬(게오르기 바블루아니)은 새로 지붕 수리를 맡게 된 집에서 일하던 중 우연히 집주인에게로 온 편지 봉투를 열어보게 된다. 그 속에는 파리행 열차 티켓과 호텔예약 확인서가 들어있다. 세바스찬은 이것이 어쩌면 가난한 자신에게 ‘대박’을 안겨다줄 수도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집주인 대신 길을 떠나는 세바스찬. 파리에 가서 지정된 호텔에 숙박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음 행동 지시를 받는다. 지침대로 움직이던 세바스찬은 어느 숲속의 저택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곤 얼른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결국 붙잡힌 채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게임에 선수로 참가하게 된다. 모두 13명이 참여하는 이 게임은 원형으로 둘러선 선수들이 전등이 켜지는 순간 제 앞사람을 겨눈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집단 러시안 룰렛 게임이다. 최후의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진행되며, 생존자는 85만 유로의 상금을 받게 된다. 선수들이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는 동안 이들에게 돈을 건 도박사들 간의 협상과 거래도 계속된다. 죽음의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과 이득에 혈안이 되어 번득이는 눈빛의 대조가 선명하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임에도 영화사가 자금지원을 꺼리자, 당시 26세의 젊은 감독 젤라 바블루아니는 러시안 룰렛 장면을 먼저 찍어 보여준 뒤 합격점을 얻었다. 그렇게 어렵게 완성한 영화로 바블루아니는 2005년 베니스 영화제 신인감독상과 이듬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하반기 중 할리우드에서 완성될 리메이크판까지 직접 메가폰을 잡기로 했다니, 이 젊은 감독의 행보가 어디까지일지 사뭇 기대된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美대선 후보경선-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매케인은 누구

    공화당 뉴햄프셔 경선 1위를 차지한 존 매케인(71·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전쟁 영웅’이다.1958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67년 베트남전쟁때 해군 조종사로 참가했다.5년 동안의 포로생활 중에서도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아 존경을 받았다. 아버지는 해군 사령관을 지내며 베트남 하노이 폭격 명령을 내린 존 S 매케인 주니어. 이라크 전쟁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도 증파를 주장하고 막내아들을 해병대에 지원토록 한 소신파로 선거 초 이라크 참전 옹호로 역풍에 휘말렸지만 신념을 지키는 안보통이란 이미지를 굳히며 오히려 득을 보고 있다. 돈 안 드는 선거를 내세워 정치개혁법을 상정, 선거 자금 모금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과 뉴햄프셔 노조연합, 유력 신문인 보스턴 글로브로부터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것이 이번 선거에 힘이 되고 있다. 1982년 애리조나주 신설 지역구에 출마, 하원의원으로 워싱턴 정가에 발을 들여놓은 뒤 86년 상원에 진출했다. 피닉스에서 18세 연하의 부인 신디와 살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가자! 베이징] (8) 육상

    [가자! 베이징] (8) 육상

    ‘금메달을 바라보는 건 마라톤뿐, 메달권 진입은 남자 세단뛰기 정도.’ 47개의 금메달(남자 24, 여자 23)이 걸린 육상에서 현실적으로 내걸 수밖에 없는 한국의 목표다. 백형훈 대한육상경기연맹 기술위원장은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올림픽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역대 대회보다 많은 선수가 기준기록을 통과, 큰 대회 경험을 쌓고 또 결선 라운드에 오르는 선수가 늘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라고 털어놓았다. 8일까지 기준기록을 통과한 11명의 최고기록과 세계기록의 격차를 확인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올해 서른여덟인 이봉주(삼성전자)가 1996년 애틀랜타 은메달에 이어 2000년 시드니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져 24위,2004년 아테네 14위에 그친 데 이어 ‘4수(修)’에 나선다. 이봉주는 10일까지 제주도에서 웨이트트레이닝과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한 뒤 이달 말까지 경남 고성에서 장거리 도로훈련을 소화할 계획이다. 이어 2월 초 일본에서 열리는 하프마라톤대회에서 감각을 조율한 뒤 3월 국내 풀코스에 도전할 계획이다.6월엔 강원도 횡계에서 체력훈련을 하고 7월 일본 삿포로에서 도로 및 스피드 훈련을 거쳐 8월 중국 현지 적응훈련으로 마무리한다.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연구원은 “나이가 많다는 얘기는 비과학적인 주장”이라며 “컨디션 조절만 잘하고 베이징 코스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훈련을 착실히 쌓으면 금메달도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봉주 외에 메달권에 가장 근접한 이는 남자 세단뛰기의 김덕현(23·조선대). 대한육상경기연맹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외국인 코치 영입을 손사래 칠 정도로 기량 향상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성 연구원은 “도움닫기의 탄성을 높이려면 하지(下肢) 근육과 근력을 키워야 한다.”며 호주 전지훈련에서 이를 보강 중이라고 전했다. 창던지기의 박재명(27·태백시청)은 좋은 기록을 갖고 있지만 큰 대회에 유독 약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리훈련에 비중을 둘 계획이다. 그밖에 여자 멀리뛰기의 정순옥(25·안동시청)도 베이징에서 깜짝 성적을 낼 수 있는 재목. 백 위원장은 “2월 말 전지훈련을 마친 선수들의 체력을 점검하고 종목별 전문위원과 함께 외국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맞춤훈련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연구원은 “47개 세부종목 통틀어 연간 32억원밖에 지원이 안 된다.”며 “중동의 급격한 부상을 부러워하지만 말고 1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해야만 일정한 성과를 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대규모 남북경협 전면 재검토

    새 정부는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경의선 철도·도로 개보수,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남북경협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동관 대변인은 7일 통일부 업무보고 뒤 “대북 사업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협력사업은 기초조사 등 타당성을 확인한 뒤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남북경협사업은 북핵 진전에 맞춰 이행한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인수위는 이에 따라 ▲쌀, 비료 지원 등 순수 인도적 사업과 큰 재정 부담 없는 사업은 북핵 해결과 관계없이 이행하고 ▲타당성이 확인되고 우리 기업의 필요에 따른 시급한 사업은 남북협력기금 범위 내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자원개발 협력과 개성공단의 3통(통행·통신·통관)해결, 자연재해·기상협력, 백두산관광 사전준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인수위는 그러나 중장기 대규모 협력사업에 해당하는 서해평화지대와 해주경제특구,2단계 개성공단,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은 기초조사를 통해 타당성을 확인한 뒤 추진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이를 위해 1∼2월 현지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인수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지난 5년간 대북 정책을 평가하면서 “북에 끌려다니기만 했을 뿐 평화·안보 면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며, 특히 북한의 개혁·개방이 가시화되지 못해 효과가 미흡했다.”고 혹평했다. 북핵 6자회담에 의한 한반도 비핵화 과정보다 남북 관계가 앞서 갔지만 그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6자회담에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북정책이 대외정책을 흔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인수위는 또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인데 통일부 재량이 너무 많고 감사도 받지 않아 ‘묻지마’ 지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는 또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이산가족 및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도 관련 부서간 협조를 강화,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내실 있는 새터민(탈북자) 정착제도 개선 및 올바른 통일교육 재정비 필요성도 지적했다.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 인수위는 앞서 통일부를 외교부와 통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왔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상징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안팎에서 적극 개진되면서 통일부를 그대로 두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통일부도 이날 업무보고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헌법정신을 감안할 때 다른 부처에 통합되거나 처 단위로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와 관련, 이 대변인은 “조직 개편도 국민 감정과 상징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해 존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버스중앙차로 5개노선 추가개통

    19일 송파대로를 시작으로 올 연말까지 서울시내 5개 구간에 버스전용 중앙차로가 새로 개통된다. 7일 서울시는 송파대로와 양화·신촌로, 노량진로, 공항로, 신반포로 등 5개 노선 22.4㎞에 대해 버스전용 중앙차로를 개통한다고 밝혔다. 우선 19일 개통되는 송파대로 버스전용 중앙차로는 잠실대교 남단∼성남 시계(복정역 환승주차장) 5.6㎞ 구간이다. 상·하행선에 총 16곳의 중앙정류장이 설치된다. 버스를 제외한 일반 차량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잠실사거리와 올림픽 훼미리아파트 입구, 복정역 등 3곳에 버스전용 신호등도 생긴다. 이에 따라 이 구간의 버스 정시성(定時性)이 현재 평균 ±10분에서 ±1.5분으로 개선된다. 버스 운행 속도는 시속 16.2∼21.0㎞로, 일반 차량도 현재인 시속 20㎞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 하반기쯤 ▲양화대교∼아현삼거리간 5.2㎞ 구간 ▲김포공항 입구∼당산역간 공항로 4.3㎞ ▲이수교차로∼논현역간 신반포로 3.5㎞ 구간에 버스중앙차로가 신설된다. 더불어 현재 시행중인 서울역 남단∼한강대교간 한강로의 버스중앙차로는 한강대교∼대방 지하차도간 노량진로 3.8㎞를 연장할 계획이다. 해당 구간이 완공되면 시내 전체 버스중앙차로는 기존의 7개 노선 67.9㎞에서 12개 노선 90.3㎞로 늘어난다. 이어 2010년까지 통일·의주로 서대문사거리에서 구파발삼거리까지 10.6㎞ 구간을 비롯해 왕산로, 동작대로 등지에도 버스중앙차로를 신설해 총 12개 축에 117.6㎞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건설교통부의 간선급행버스체계(BRT)도 총 16개 노선 191.2㎞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프로농구] 레더·토마스 63점 합작

    07∼08시즌 프로농구 10개 팀 가운데 원정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는 동부와 안방에서 최고 승률을 올리는 전자랜드가 6일 인천에서 격돌했다. 견고한 수비가 빛난 동부가 안방 6연승에 도전했던 전자랜드를 무릎 꿇렸다. 동부는 골밑에서 김주성(3점 3블록슛), 레지 오코사(22점)가 파리채를 휘둘렀다. 표명일(10점 4가로채기)과 카를로스 딕슨(23점 3가로채기)은 상대 공을 번번이 가로챘다. 동부는 이날 전반에만 3블록슛에 10가로채기를 작성했다. 동부는 또 신인 이광재(15점·3점슛 3개)가 1쿼터 초반부터 3점포를 펑펑 터뜨렸고, 상대의 잦은 실책을 틈타 속공을 5개나 성공해 쉽게 득점을 낚으며 전반을 50-34로 앞섰다. 전자랜드는 테런스 섀넌(27점·3점슛 3개)과 이한권(17점·3점슛 5개) 등의 3점포로 저항했으나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동부가 89-78로 이겨 23승8패로 2위 KT&G(20승10패)와 2.5경기 차를 유지했다. 안양에선 홈팀 KT&G가 마퀸 챈들러(21점)와 TJ 커밍스(27점)를 전면에 내세워 모비스를 77-60으로 꺾고 올시즌 두 번째로 20승(10패) 고지를 밟았다. KT&G는 1쿼터는 15-12로 근소하게 앞섰으나 2쿼터에 집중력을 잃은 모비스가 야투율이 23%로 떨어져 7점에 그치는 사이 커밍스 등이 맹위를 떨치며 35-19로 달아나 일찌감치 승리를 예고했다. 모비스의 전반 19점은 프로농구 역대 최소 기록. 대구에서 삼성은 동반 더블더블로 63점을 합작한 테렌스 레더(35점 12리바운드)와 빅터 토마스(28점 10리바운드)를 앞세워 홈팀 오리온스를 106-92로 제치고 이번 시즌 팀 최다인 6연승을 달렸다.오리온스는 10연패를 당했으나 4쿼터 초반까지 삼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회생 기미를 보였다. 복귀 두 경기째를 치른 김승현도 15점 9어시스트를 기록해 희망을 던졌다.LG는 전주 원정에서 고비처였던 4쿼터에 오다티 블랭슨(28점 12리바운드), 이현민(15점), 캘빈 워너(8점 11리바운드)가 각 6,7,8점을 집중시키며 KCC를 85-72로 제압했다. 삼성과 함께 공동 4위(18승13패)를 유지한 LG는 3위 KCC(18승12패)를 0.5경기차로 추격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프로농구] KT&G, KCC 6연승 막았다

    KT&G가 KCC의 6연승을 가로막았다. KT&G는 안양에서 열린 07∼08시즌 프로농구 홈경기에서 김일두(18점)와 주희정(14점 9어시스트)의 활약을 앞세워 KCC를 76-75로 제쳤다.KT&G는 단독 2위(19승10패)가 되며 1위 동부(21승8패)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혔다.KCC는 이번 시즌 팀 최다인 6연승에 또 실패하며 3위(18승11패)로 밀려났다. KT&G는 1쿼터를 15-21로 내줘 기선을 제압당했다. 하지만 김일두의 3점포 3방을 앞세워 2쿼터 중반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피 말리는 승부가 이어졌다.KT&G는 경기 종료 1분15초를 남기고 추승균(17점)에게 3점슛을 얻어맞아 72-75로 뒤졌으나 TJ 커밍스(17점)의 자유투 2개에 이어 종료 6.3초전 골밑을 헤집다가 반칙을 얻은 주희정이 2점을 보태 76-75로 전세를 뒤집었다. 잠실에서는 삼성이 3점슛 대결 끝에 전자랜드를 96-91로 제압하고 이번시즌 팀 최다인 5연승을 달렸다. 삼성이 3점슛 11개, 전자랜드가 13개를 뽑아냈다. 두 팀 합쳐 3점슛 14개는 올시즌 최다 타이 기록이다. 안방에서 7연승을 거둔 삼성은 17승13패로 단독 4위가 됐고, 전자랜드는 15승15패로 7위. 4쿼터 막판 84-84 상황에서 삼성은 이규섭이 3점슛(17점)을 쏘아올린 데 이어 빅터 토마스(25점)가 2점슛을 꽂고 전자랜드 테런스 섀넌(35점)의 슛을 막아내 리드를 잡았다. 전자랜드는 정영삼(7점)과 섀넌의 연속 3점포로 종료 21초를 남기고 91-94까지 따라붙었지만 삼성은 테렌스 레더(21점)가 덩크로 찍으며 승리를 지켰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프로농구] KTF ‘쇼’를 했다

    문경은(37·SK)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훨훨 날았다.3점슛 6개를 포함해 31점을 뽑아낸 것. 문경은이 30점 이상 기록한 것은 05∼06시즌이던 2006년 3월 말 이후 약 21개월 만이다. 문경은은 또 KBL 사상 두 번째로 8600득점을 돌파했다. 하지만 노장 활약은 4쿼터에 외곽포 5개를 집중시킨 KTF의 ‘3점쇼’에 묻히고 말았다. KTF가 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87-8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6연패 뒤 2연승한 KTF(13승7패)는 공동 6위권과 승차를 2.5경기로 줄여 6강 희망을 살렸다.KTF는 특히 SK와의 통신 라이벌 대전에서 1패 뒤 3연승으로 신바람을 냈다. KTF는 문경은과 이병석(16점·3점슛 4개)의 공세에 밀려 3쿼터 후반 한때 47-65로 뒤처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루키 허효진(4점), 김영환(20점)의 분전을 디딤돌 삼아 순식간에 점수를 좁히기 시작했다.KTF는 59-67로 뒤진 채 4쿼터를 맞았으나 신기성(11점 7어시스트)의 패스를 받은 조동현(13점·3점슛 4개)이 3점포를 터뜨려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신기성이 김태술(7점 8어시스트)의 공을 가로채 김영환의 레이업을 도왔고, 칼 미첼(12점)의 골밑 슛에 이어 조동현이 재차 3점포를 뿜어내 69-68로 승부가 뒤집혔다. KTF는 이후 신기성-김영환-조동현의 릴레이 3점포로 속도를 냈고, 김영환과 마르커스 세션(10점 10리바운드)이 연속 골밑슛을 보태며 82-74로 달아나 승기를 굳혔다. SK는 1쿼터에만 실책 5개를 저지르며 불안함을 드러냈던 김태술이 4쿼터 들어 고비에 다시 2개의 턴오버를 보태는 한편, 매치업 상대인 신기성을 놓치며 3점까지 얻어맞아 무너졌다. 턴오버 7개는 김태술의 한 경기 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데스크시각] 우리에게 일자리를 달라/문소영 경제부 차장

    얼마전 금융계에서 일하는 친구가 일본을 방문한 길에 삿포로 맥주 공장을 견학했다. 넓은 공장의 각 공정마다 종업원 2명만 일한다고 자랑했단다. 공장 자동화 덕분이다. 주점에도 들렀는데 술과 음식값이 서울보다 싸고, 종업원이 많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것저것 따져봐도 이윤이 남을 것 같지 않아 주인에게 물었더니 “내 몫을 줄이고 그만큼 종업원을 더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친구는 “주점 주인이 어떻게 자신의 몫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고용이 늘어야 사람들이 소비할 여력이 생기는 것이고 더불어 주점도 계속 경영할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잃어버린 15년’을 거치면서 업주가 이윤을 줄이면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깨닫고, 일종의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것 아닐까 한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팩토리’에서 주인공 찰리의 아버지는 치약 제조회사에서 치약튜브 위에 뚜껑을 닫는 일을 하는 단순직 노동자다. 하루하루 아주 묽은 양배추 수프로 연명하던 찰리네 가족은, 어느날 치약 제조회사가 뚜껑닫기 작업을 자동화해 찰리 아버지를 해고하자 더 묽은 양배추 수프로 버틴다. 회사가 자본으로 노동을 배제한 것이다. 영화 마지막쯤 찰리의 아버지는 운좋게 자동화기기 수리공으로 재고용된다. 그러나 1∼2명이면 충분한 업무의 특성상 함께 해고됐던 많은 동료들까지 재고용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신용불량자의 채무 조정을 도와주는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 5명중 1명이 신용불량자이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수입이 없거나 너무 적어 부채를 갚아나가기 어려운 신용불량자들이 많고 고용확대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경제가 아래로부터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위원회 관계자는 걱정했다. 최근 5년 동안 연 평균 경제성장률은 4∼5%였다. 국민들 주머니 사정을 의미하는 실질국민소득증가율은 3·4분기를 제외하고는 성장률을 크게 밑돌았다.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경제가 좋아져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새 정부에서 연간 7% 경제성장률을 이루겠다고 한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용이 늘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좋아지고, 씀씀이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높은 성장률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증가가, 경제성장률 증가가 반드시 국민들 개개인의 삶을 개선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체감해온 사람들로서는 ‘7% 성장론’에 거는 기대가 그리 크지 않다. 공장 자동화기기로 인력을 대체하고 있는 10대,20대 재벌기업들이 투자를 늘린다고 해도 과연 고용으로 연결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10억원 투자하면 고용은 3.1명, 정보통신(IT)에서는 2.1명이 증가한다. 그나마 고용효과가 크다는 금융,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종에서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에 벌써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는 기업투자가 줄고 정부지출도 주춤한 상황에서 내수가 끌고 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환란 이후 내수는 경제성장률의 60% 이상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40%대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직업을 잃거나 직업이 없는 국민들이 어떻게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가. 때문에 새해에 서민들의 희망과 기대는 거창한 성장론보다 정부와 사회가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낼지에 걸고 있다.‘88만원 세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일자리를 달라. 문소영 경제부 차장 symun@seoul.co.kr
  • 농성장서 새해맞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2인

    농성장서 새해맞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2인

    ■KTX 승무원 박지예씨 천막 틈 사이로 칼바람이 들어왔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앉기조차 힘겨웠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오가는 서울역 한복판에는 ‘KTX 승무원 정리해고 철회’라는 깃발이 쓸쓸히 흩날렸다. 결국 박지예(28·여)씨의 2008년 1월1일은 생애 가장 추운 겨울날이 되고 말았다. 박씨는 2006년 해고된 KTX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다. 희망을 갖고 승무원 인생을 시작했지만 그 끝은 아쉽게도 ‘천막 농성’이 됐다.“4번째 농성입니다. 싸우기 위함이 아니라 살기 위해 다시 천막을 쳤습니다.” 지난달 26일. 철도공사는 해고된 승무원들을 역무계약직으로 고용하기로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승무원들은 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실낱 같은 희망은 수포로 돌아갔다. 4년 전 입사 당시 박씨는 이런 상황을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새로 태어난 회사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입사 3개월 만에 박씨의 ‘꿈’은 정말 ‘꿈’이 돼 버렸다.“행패를 부리는 손님에게 동료가 맞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철도공사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예요. 그 때 알았어요. 내가 철도공사가 아닌 언제 잘릴지 모르는 철도유통(구 홍익회) 소속이라는 걸요.” 철도공사는 그간 승무원들의 고용주가 철도유통이라고 주장하며 협상을 피해 왔다. 그래도 박씨는 아직 절망하지 않는다. 박씨를 응원해 주는 부모님과 든든한 후원자인 남자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농성을 시작하고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는 남자친구지만 군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항상 열심히 하라며 다독여준다. “새해 첫 날인데도 농성 때문에 화장을 못했어요. 사진 안 찍으면 안 돼요?”박씨의 농담에 천막 안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아무리 힘들어도 새해 첫 날은 박씨에게도 여전히 특별한 날이었다. 글 사진 이경원 장형우기자 leekw@seoul.co.kr ■코스콤 홍일점 정인열씨 새해 아침 서울 여의도 빌딩숲은 추웠다. 증권선물거래소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본사 앞마당. 가족들이 따뜻한 떡국을 즐길 시간, 코스콤 비정규직노조 ‘홍일점’으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정인열(30)씨는 차가운 천막 바닥에서 대책 회의에 열을 내고 있었다. 전날 동료들의 고공시위로 사측이 협상테이블에는 나왔지만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해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원 92명은 증권거래소의 전산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이다. 지난해 7월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코스콤은 이들과 상의도 없이 도급업체 26개를 5개로 통폐합하고 소속을 강제로 옮기는 위장도급으로 정규직 전환을 무마시켰다. 사측의 태도도 급변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들 사이에 이메일 송수신을 막았고, 서로 말조차 나누지 못하게 했으며 자리 배치까지 따로 했다. 노조에 가입하면 도급업체를 없애겠다고도 했다.“똑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8년차가 연봉 7000만원을 받지만 저는 2000만원이고, 시간 외 수당이나 연차휴가도 없어요. 이런 대우보다 동료와의 인간적인 관계가 강제로 끊기는 게 더 가슴 아팠습니다.” 이들은 5월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에 들어가 9월20일부터 비닐천막을 쳐놓고 104일째 농성하고 있다. 콧방귀도 뀌지 않던 사측이 전날 서울 시내 일대에서 벌어진 노조원들의 고공시위를 보더니 급히 협상에 임했다.“경복궁 쪽 25m 탑 위에 올라간 노조원이 지난해 3월 입사해 제가 일을 가르친 후배였어요. 무서웠지만 따라올라가 내려오라고 설득하는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지 않으냐.’고 하더군요. 눈물이 핑 돌았어요.” 새롭게 떠오른 태양은 정씨에게 그래도 힘을 준다.“저도 안정적으로 당당하게 일하는 사람으로 돌아가 예쁘게 차려 입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싶어요. 그러려면 빨리 이 싸움에서 이겨야죠.” 글 사진이재훈 신혜원기자 nomad@seoul.co.kr
  • 태안, 실의 딛고 희망 다진다

    원유 유출 피해로 큰 시름에 빠진 충남 태안군 주민들이 새해 첫날 한마음으로 ‘희망찬 새해’를 다짐한다. 태안군은 1월1일 오전 7시 태안읍 백화산 정상에서 주민 2000여명과 함께 해맞이 행사를 갖고 빠른 복구와 새해 무사안녕을 기원한다고 30일 밝혔다. 군은 당초 해넘이, 해맞이 행사를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실의에 빠져 있는 군민들에게 새 희망을 불어넣자는 의견이 모아져 해맞이 행사를 갖기로 했다. 이날 해맞이 행사는 ‘태안반도 살리기 염원낭독’,‘희망기원 함성 보내기’,‘신년사’ 등의 순서로 진행되며, 특히 ‘소망풍선 띄우기’ 시간에는 지역주민들의 소망을 적은 풍선을 하늘 높이 날리게 된다.●위문편지 `밀물´·복구방법 제시도 실의에 빠진 태안군민들을 위로하는 위문편지도 전국 각지에서 속속 답지하고 있다. 이들 위문편지에는 고사리손으로 정성껏 적은 위문 편지도 섞여 있어 재난과 추위로 얼어붙은 주민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있다. “저희 반이 조금이라도 힘을 모아 헌옷과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저희는 비록 바다에 가지 못하지만 잘 써주시면 좋겠어요.”(대구 월배초 4학년 임현주)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저지른 일은 우리가 마무리해야 하는데, 우리들의 힘으로, 의지로 정화시킬 수 있습니다.”(수원 화홍초 5학년 이은지) 이렇듯 연말연시를 맞아 태안군청에는 따듯한 위로의 마음이 담긴 위문 편지 1000여통이 날아들었다. 서울 둔촌고등학교 특수학급 1,2학년 학생들은 “함께가서 일을 하고 싶지만 몸이 약한 친구들이 많아 갈 수가 없습니다. 용돈으로 고무장갑과 목장갑을 샀습니다. 맑고 푸른 서해바다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며 위문품을 보내오기도 했다. 전남 무안군의 이용접씨는 “해안가 바위와 돌 등에 남아있는 기름은 뜨거운 물을 소화포로 쏴 제거하는 것이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환경면에서나 효율면에서 우수하다.”며 복구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외국인 1000여명 기름제거 봉사 한편 각급 사회단체, 기관 등을 비롯해 중국동포 등도 태안반도를 찾아 자원봉사와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희망을 기원한다. 특히 중국동포 등 외국인 1000여명은 태안반도를 찾아 1일 오전 7시 개목항 일원에서 기름 제거 자원봉사 활동을 펴고 오후에는 의항교회에서 주민 300여명을 초청해 위안잔치도 열기로 했다. 진태구 태안군수는 “전국에서 찾아주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로 실의에 빠진 군민들이 조금씩 기운을 되찾아가고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복구 의지를 전 군민이 새롭게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전국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목동아파트 7·4단지 자전거육교 건설

    양천구는 28일부터 제물포로(경인고속도로 진입로)로 나뉜 목1동(목동아파트 7단지)과 목5동(〃 4단지)를 연결하는 자전거 횡단연결로 공사에 들어간다고 27일 밝혔다. 총 사업비 21억원이 투입되는 자전거 횡단연결로는 폭 4m, 연장 55m의 강구조물로서 완만한 타원형으로 디자인했다.특히 접근의 편리성을 주기 위해 경사로의 구조물을 없애고 경사로를 이용해 진입하도록 했다. 또 난간의 높이도 1m 내외로 설치해 조망권을 높였다. 내년 상반기 공사가 완료되면 제물포로로 단절된 목1동과 목4,5동간의 주민통행 불편해소는 물론 학생 통학거리가 단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자전거 이용증가로 인해 교통체증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해당 공사는 양천구가 지난 2006년부터 추진했지만 “육교를 건설하면 외부인이 유입돼 사생활 침해와 녹지훼손 등 부작용이 크다.”고 반발해 추진이 미뤄져 왔다. 이에 구는 수 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와 입주자대표면담, 주민개별 면담을 통한 민원사항 보완 등 해결책을 마련해 지난 11월30일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주민의 63.7%의 동의를 받아 냈다. 구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반대를 주민들도 사생활 침해 등 당초 우려와는 달리 새 육교가 설치되면 아이들의 통학뿐 아니라 주변의 편의시설 이용에도 편리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정권교체 정국] (3) 대북정책

    [정권교체 정국] (3) 대북정책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정책은 북핵 폐기를 가장 중요시하는 실용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10년 동안 유지한 햇볕정책은 이제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거의 대북정책이 일방적인 ‘퍼주기식’ 정책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보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열어 나가겠다는 것이 이 당선자측 구상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대북정책과 상반된 노선으로 갈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활용, 할 말은 하면서 북한의 개방·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차기정부 화두는 한반도 비핵화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화두는 한반도 비핵화이다. 가장 중요한 현안이 북핵폐기이자, 남북경제교류의 선결과제로 보고 있다.“핵이 폐기됨으로써 진정한 남북경제교류가 본격 시작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게 체제를 유지하고 북한 주민을 위해서도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 당선자의 판단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리면 그에 상응하는 대북지원을 내세운다. 대북정책 공약 ‘비핵·개방·3000’을 통해 이미 비핵화를 전제로 ▲300만달러 이상의 수출기업 100개 육성 ▲북한 주요 도시 10곳 기술교육센터 설립 및 산업인력 30만명 양성 ▲서울∼신의주간 고속도로 건설 등을 통해 북한 주민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에 3000달러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진보·보수 넘어 실용주의로 이 당선자는 최근 대북정책의 기조에 대해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실용주의적으로 외교해야 하고, 남북관계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기치인 실용주의가 남북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강했던 과거 정부와는 다른 식으로 남북문제를 접근하겠다는 자세다. 과거처럼 정상회담 등의 성사를 위해 반대급부로 지원된 성격이 짙은 경제협력 사업 등도 향후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선 남북관계에 있어서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실용적 접근은 경제협력 분야에서 상당한 질적 변화가 예고된다.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제협력 사업 등의 구체적인 이행 여부는 향후 재검토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 지원은 계속 유지 차기정부는 과거 정부가 인권문제에 침묵했던 것과는 달리 북한 인권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선자는 “인권에 관한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일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과거 정권이 북한에 관한 것은 전혀 비판을 삼가고, 북의 비위를 일방적으로 맞추던 것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만큼 북한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 기권한 과거 정부와는 차별화된 행동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계속하겠는 입장이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북한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수해는 사실상 인재”라며 “북한 내 홍수 조절을 위한 치수 사업과 산림녹화를 위한 식수사업을 적극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식량난 해소와 의료지원 등을 위한 ‘인도적 협력사무소’를 북한에 개설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日 만능세포 연구 팍팍 민다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이 다양한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만능(iPS)세포’의 실용화를 위해 ‘올인’ 체제에 들어갔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처음 만능세포를 개발한 만큼 연구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3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카이 기사부로 문부과학상은 앞으로 5년 동안 만능세포의 연구에 100억엔(약 832억원)을 투입하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내년의 관련 예산도 당초 책정액보다 10억엔을 더 추가,22억엔을 배정할 예정이다. 올해 만능세포의 연구 예산 2억 7000만엔에 비하면 무려 8배나 증액된 셈이다. 22억엔은 야마나카 교수를 중심으로 한 만능세포의 연구 체제의 강화와 함께 만능세포를 이용한 질병 치료와 세포의 조작 기술 개발에 쓰인다. 문부성은 또 종합 전략안을 마련, 교토대에 ‘만능세포 연구센터’를 설립, 만능세포의 연구 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특히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만능세포의 연구 환경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연구진들의 네트워크인 ‘만능세포 연구 컨소시엄’도 구성할 방침이다.도가이 문부상은 “기초 연구에서부터 임상실험까지 ‘올 재팬(총력 지원)’체제로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만능세포의 재생 의료 및 응용 등에서 일본이 리드할 수 있도록 긴급 재정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야마나카 교수의 만능세포는 과학잡지인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가운데 미국 위스콘신대의 만능세포 개발과 함께 2위를 차지했다. 만능세포는 인간의 피부 세포에서 여러가지 장기, 조직 세포가 되는 능력을 갖춘 세포로 수정란을 파괴해 만드는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윤리적 비판의 소지가 적다.hkpark@seoul.co.kr
  • [이명박 시대-대선후 정계] 대선으로 본 내년총선 지형도

    [이명박 시대-대선후 정계] 대선으로 본 내년총선 지형도

    ‘이명박식 탈(脫)여의도 정치’는 어떤 모습을 그릴 것인가.17대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내년 4월 총선에 마음이 가 있는 여의도 정가의 최대 관심사다. 정당개혁과 함께 ‘물갈이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은데 이럴수록 정치신인에게 기회가 많아진다. 다만 어느 지역에 어떤 정당으로 출마할 것이냐가 고민이다. 공천심사권자와 그 대상자가 주판알을 튕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명박·정동영·이회창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각자 확보한 득표율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 지형도를 예측할 경우 현재로선 한나라당이 압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당선자의 전국 득표율은 48.7%이지만 지역에 따라선 70%대 후반인 곳이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높은 대구·경북(TK) 대부분 지역에서 이 당선자 득표율이 6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까지 나왔다. 다만 경남에선 이 당선자의 득표율이 51.7∼61.7% 분포로 TK보다는 약간 낮았다. 따라서 한나라당에 관심 있는 신인이라면 이 지역에 구애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한나라 과반 예상 시기상조 더구나 지난 17대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맥을 못춘 수도권에서 득표율이 높아 고무적이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대부분에서 이 당선자가 정 후보를 더블스코어 가깝게 이겼다. 이런 분위기가 총선 때까지 이어지면 한나라당이 의외로 쉽게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도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 가령 부산 사하구 유권자는 17대 총선 때 갑·을에 각각 다른 정당 후보자를 국회의원으로 뽑았다. 같은 구라고 꼭 비슷한 정치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광주 7곳과 전·남북 24곳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기록했다. 신당은 호남권 31곳을 기반으로 충청과 경남 일부에 기대를 걸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 후보가 충북의 행정구역 13곳 가운데 단 한군데이긴 하지만 보은군에서 이 당선자를 0.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다만 보은군은 총선에선 옥천·영동군과 한 지역구로 묶이기 때문에 다 합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키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근소한 득표율 차이를 기반에 두고 한나라당이나 충청권 신당과 한 번 겨뤄볼 만하다. ●집권초기 역할따라 지각변동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을 대입했을 때 당장 확보할 수 있는 지역구는 예상보다 많지 않다. 그가 충청권 신당을 만들어 공천을 준다면 현 시점에서는 공주·연기, 보령·서천, 부여·청양, 홍성·예산 등 4곳에서 비교적 수월한 게임이 예상된다. 이곳에선 다른 후보들보다 이회창 후보 득표율이 월등했다. 이렇게 각자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결국 속된 말로 ‘박 터지는’ 접전은 대전 6곳과 충·남북 14곳, 제주 3곳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은 전체적으로 이 당선자와 정 후보, 이회창 후보 득표가 36.3:23.6:28.9%로 고른 분포를 보였지만 자치구에 따라선 1위 이 당선자와 2위 이회창 후보의 격차가 3%포인트 내외인 곳도 있었다. 이 정도는 향후 선거구도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혼전이 예상된다. 현재 이런 구도가 총선 때까지 그대로 가지 말란 법은 없다. 당선자와 집권여당이 정권인수위와 집권 초기에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부응한다면 ‘승자독식’으로 화끈하게 밀어줄 수 있다. 이 기간에 여당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한다면 민심의 준엄한 견제심리가 작동해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될 수도 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Let’s Go] 눈썰매 쌩쌩~ 동심 신바람

    [Let’s Go] 눈썰매 쌩쌩~ 동심 신바람

    겨울을 기다렸다! 각급 학교의 방학에 맞춰 전국의 유명 눈썰매장들이 일제히 문을 열었다. 에버랜드 등 기존 눈썰매장 외에 대형 스키장들이 다양한 놀이시설들로 가득찬 스노 테마파크를 선보이면서 규모도 커지고, 보다 재밌어졌다. # 눈썰매장 그 이상, 스노 테마파크 현대성우리조트가 올 겨울 야심차게 준비한 테마파크 ‘스노 어드벤쳐’가 우선 눈에 띈다. 알파 슬로프 주변 3만 5000㎡(약 1만 500평)에 조성된 스노 어드벤쳐는 다양한 놀이시설과 체험 프로그램이 가득찬 복합 테마공간이다. 세계 최장 거리를 자랑하는 스노 봅슬레이썰매가 대표 놀거리. ‘빅 버스터’로 불리는 봅슬레이썰매는 오스트리아 M사가 시공한 총 길이 450m의 튜빙 슬로프(Tubing Slope)를 특수 디자인한 썰매를 타고 시속 30∼40㎞의 속도로 활주해 내려온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오는 듯한 짜릿한 쾌감이 압권.S자로 완만하게 굽어지는 코스 벽면에 안전벽을 설치하고, 바닥엔 군데군데 브레이크 패드를 깔아 안전성을 높였다. 아이들을 위해 경사도를 낮춘 ‘키즈버스터’와 스노 모빌을 이용한 ‘회전썰매’ 등도 함께 운영한다. 눈썰매장도 길이 150m, 폭 45m로 대폭 확장했다. 입구에서부터 눈썰매장까지 360m짜리 무빙워크를 설치해 편의성을 기했다. 올 겨울엔 1인용 튜브썰매를 운영하고 안전성 등을 고려해 2인용과 4인용 등 가족용 썰매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21일 개장. 자유이용권 1만 3000원, 봅슬레이썰매 8000원. 입장료(4000원)별도.hdsungwoo.co.kr 033)340-3000. 휘닉스파크가 1만 7000㎡(5000평) 부지에 조성한 스노빌리지에는 안전펜스를 설치한 눈썰매장,120m 길이의 눈 길을 튜브로 내려오는 스노 봅슬레이, 헬리콥터 프로펠러에 매달려 눈 위를 빙빙 도는 헬리 튜브 등 다양한 탈거리가 가득하다. 이글루와 눈조각 공원, 캐릭터 눈동산, 미끄럼틀 등 체험거리도 많다. 특히 일본 삿포로의 눈조각 페스티벌을 옮겨놓은 듯한 눈꽃 축제장에는 눈으로 만든 20여 가지 조각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스키장 캐릭터와 함께 놀이기구를 타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반일권 어른 1만 5000원, 어린이 1만 3000원, 종일권 어른 2만 2000원, 어린이 1만 8000원.phoenixpark.co.kr 1588-2828. 용평리조트는 메인 슬로프 중심부에 4000㎡(1200평) 규모의 키즈파크를 조성 중이다.200m 길이의 눈썰매장은 7일 문을 열었고,100m 눈 위에서 튜브를 타고 내려 오면서 스릴을 즐기는 ‘스노 봅슬레이’,‘이글루 체험장’,‘캐릭터 눈동산’ 등 시설물들은 12월 말 선보일 예정이다. 요금은 미정.yongpyong.co.kr 1988-0009. 오크밸리 리조트도 튜빙 슬라이드 눈썰매장을 마련했다.200m 길이의 슬라이드를 튜브를 타고 내려가며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어른 1만 6000원, 어린이 1만 3000원. 오크밸리 회원 30% 할인.oakvalley.co.kr 033)730-3160. 무주리조트 눈썰매장 ‘어린이 나라’는 길이 200m, 폭 30m의 성인 코스와 유아 전용 코스 등 두 개로 나누어져 있다. 바닥이 넓은 플라스틱 썰매를 이용한다. 총 1000여 개의 썰매가 준비돼 있다. 어른 8000원, 어린이 7000원.mujuresort.com 063)322-9000. 20∼26일 ‘2007 대한민국 산타 축제를 여는 하이원 스키장 눈썰매장은 한 겨울 풍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어른 8000원, 어린이 5000원.high1.co.kr 033)590-7352. 대명리조트 비발디 파크(daemyungresort.com 033-439-7086)와 한화리조(hanwharesort.co.kr 1588-2299) 양평·용인 등도 눈썰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아 및 노약자 전용 슬로프 등을 갖추는 등 시설개선에 힘을 쏟았다. 요금은 대명리조트 어른 9000원 어린이 7000원. 가족권 1만6000원∼2만원. 한화리조트 9500원. 홈페이지에서 쿠폰을 출력해 가져가면 7000원에 즐길 수 있다. # 전통의 눈썰매장 ‘눈썰매장의 명가’ 에버랜드는 작년에 비해 규모가 축소되긴 했어도 3개의 슬로프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스노 버스터(Snow Buster)가 건재하다. 아이거 튜브썰매·융프라우가족 썰매·뮌히 유아썰매 등 총 3가지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올 겨울엔 코스와 슬로프 개선, 신규 캐릭터썰매 교체, 슬로프 입·출구 열선 설치 등 시설보강에 주력했다. 김홍철과 알프스요들송·6인조 스노 밴드·캐릭터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자유이용권 소지자에 한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everland.com 031-320-5000. 서울랜드 눈썰매장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 지하철 4호선 과천역을 이용해 교통체증 염려없이 신나는 하루를 만끽할 수 있다. 삼천리동산 주변에 길이 110m 성인용과 45m 어린이용 등 두 개의 슬로프로 새단장했다. 어른·어린이 모두 3000원(공원 입장료 별도). 입장+눈썰매 티켓(놀이기구 1종 무료)은 1만 3000∼1만 8000원. 연회원 및 자유이용권 이용자는 무료.seoulland.co.kr 02-509-6000. 16일 개장한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눈썰매장은 ‘참고서 물려주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내년 1월6일까지 6학년용 헌 참고서를 가져오면 본인 포함 3명까지 눈썰매장 이용료(1인당 8000원)를 절반으로 깎아 준다.3437-7500. # 얼음 썰매장도 개장 얼어붙은 논에서 썰매를 타던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서울 강남구 양재천 벼농사 학습장으로 가시라. 썰매 대여료 포함,300원이면 마음껏 즐길 수 있다.26일 개장.02)445-1416. 서초구 반포종합운동장에는 21일 썰매장과 스케이트장이 나란히 문을 연다. 썰매 대여료 포함 청소년·어린이 5000원, 성인 8000원. 스케이트장은 청소년·어린이 4000원, 성인 5000원. 스케이트 대여료(3000원)는 별도다.570-6320. 송파 올림픽공원 스케이트장은 1000원(1시간)에 스케이트와 헬멧까지 빌려 준다.410-1114. 경기도 양평 미리내캠프 눈썰매장에서는 눈썰매와 전통썰매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중학생 이상 1만원.1566-3131.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50)자멸의 길로 들어서다

    [병자호란 다시 읽기] (50)자멸의 길로 들어서다

    우여곡절 속에 조선이 후금과의 관계를 힘겹게 이어가고 있을 무렵 명의 정세는 어떠했는가? 후금의 위협이라는 커다란 외환(外患)을 앞에 두고 명은 이런저런 내우(內憂)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극복은커녕 망하는 길로 확실히 접어들고 있었다.1630년 9월, 원숭환(袁崇煥)이 북경의 저잣거리에서 처형된 것은 명이 자멸의 길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홍타이지, 명의 허를 찌르다 1629년 10월2일, 홍타이지는 몽골의 코르친(科爾沁) 부족을 길잡이로 앞세워 북경 공략에 나섰다. 홍타이지는 원숭환이 굳게 지키고 있던 영원성과 산해관을 우회하여, 영평(永平) 관할의 용정관(龍井關)과 준화(遵化) 관할의 대안구(大安口), 희봉구(喜峰口)를 통해 직접 북경으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산해관에서 영원성으로 이어지는 주공로(主攻路) 방어에 집중하고 있던 명군은 허를 찔리고 말았다. 일찍부터 혼인 정책 등을 통해 몽골 부족을 회유하여, 산해관 동북의 장성 외곽을 돌파하려 했던 후금의 시도가 성공했던 것이다. 그 같은 사태는 원숭환이 이미 예견했던 것이다. 그는 일찍이 황제에게 올린 상소에서 산해관을 제외한 장성 외곽지역의 방어 태세가 몹시 취약하다는 것, 후금이 몽골을 회유하여 쳐들어 올 경우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10월26일, 후금군은 황성(皇城) 코앞의 경기(京畿) 지역까지 들이닥쳤다. 영원성에 머물던 중에 홍타이지의 공격 소식을 접한 원숭환은 당황했다. 그는 병력을 끌어 모아 그야말로 미친 듯이 북경을 향해 달려갔다. 원숭환은 산해관에 도착한 직후 참장(參將) 조솔교(趙率敎)에게 병력 4000을 주어 준화를 구원하도록 명령했다.11월4일, 후금군은 준화성 공격에 나섰다. 왕원아(王元雅)가 이끄는 명군은 힘껏 저항했지만 곧 무너지고 말았다. 성안에서 후금군에게 내응하는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준화를 향해 달려오던 조솔교는 중간에 복병을 만나 전사하고 말았다. 성 함락 후 준화에서는 후금군에 의해 대학살이 자행되었다. 준화 함락과 대학살 소식에 북경은 전율했다. 11월17일,9000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밤낮으로 달려온 원숭환은 북경 광거문(廣渠門) 앞에 이르렀다. 병사와 말 모두 굶주림도 잊고 휴식도 없이 달려온 길이었다. 부총병 주문욱(周文旭)은 일단 휴식을 취하고 상황을 보아 북경으로 들어가자고 했지만 원숭환은 듣지 않았다. 황성이 포위되려는 마당에 휴식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윽고 11월20일, 원숭환의 명군은 광거문 앞에서 후금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6시간 이상 벌어진 10여차례의 사투 끝에 후금군은 뒤로 물러났다. 무리한 행군과 굶주림 속에서도 정신력으로 버틴 끝에 얻은 승리였다. ●홍타이지 원숭환에 패해 후퇴하다 11월23일, 후금군을 물리친 뒤 원숭환은 숭정제에게 장거리 행군과 전투, 그리고 노숙에 지친 병사들이 성안으로 들어가 휴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했다. 숭정제는 허락하지 않았다. 원숭환이 분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숭정제는 이미 원숭환에게 노여움을 품고 있었다. 후금군이 북경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이 원숭환의 책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숭환 휘하의 병력은 엄동에 다시 노숙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11월27일 좌안문(左安門) 부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도 원숭환은 후금군을 격파했다. 원숭환이 있는 한 북경을 도모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홍타이지는 병력을 북경 외곽의 남해자(南海子)란 곳으로 철수시켰다. 그는 북경에서 물러나면서 숭정제에게 서신을 보내 화친을 맺자고 요구했다. 일종의 양동작전이었다. 홍타이지는 이후 북경의 상황을 관망하면서 북경 주변의 여러 지역에 병력을 풀어놓았다. 후금군은 영평(永平), 준화, 난주( 州), 천안(遷安) 등지의 성과 촌들을 마구잡이로 겁략했다. 그들은 도처에서 사람과 가축, 각종 물자를 약탈하고 저항하는 인원들을 도륙했다. 황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명군은, 후금군이 외곽 지역에서 벌이고 있던 약탈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후금군은 통주(通州) 등지에서 1000척 가까운 조운선(漕運船)을 불태웠다. 수만 명의 포로를 획득하고, 후금군 병사 한 사람에게 1필씩 돌아갈 만큼의 우마를 획득했다. 잔혹한 학살과 방화, 그리고 약탈 속에서 북경 주변은 초토화되었다. 비록 황성은 어렵사리 지켜냈지만 명은 심장부가 유린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홍타이지는 원정을 통해 또 다른 명의 장성(長城)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너뜨리게 된다. 그 ‘장성’이란 다름 아닌 원숭환이다. 후금군은 광거문 전투에서 원숭환에게 패했지만 귀중한 포로 두 사람을 사로잡았다. 마방태감(馬房太監) 양춘(楊春)과 왕성덕(王成德)이 그들이었다. 홍타이지는 이 두 사람의 포로를 활용하여 원숭환과 숭정제를 이간시킬 수 있는 반간계를 구상했다. 양춘과 왕성덕을 감금해 놓은 방 바로 옆에서 홍타이지의 부하 고홍중(高鴻中)과 포승선(鮑承先)이 밀담을 나누었다. 밀담은 ‘원숭환이 이미 홍타이지와 몰래 약속하여 북경을 공취(攻取)하기로 했고 곧 함락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겨우 벽 하나로 나뉘어진 옆 방에서 환관 두 사람은 고홍중과 포승선의 밀담 내용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홍타이지와 후금군 지휘부가 의도적으로 그 같은 상황을 연출했음은 물론이다. 11월29일, 홍타이지의 명을 받은 고홍중과 포승선은 태감 두 사람을 고의로 풀어주었다. 자금성으로 달려온 두 환관은 숭정제에게 그 사실을 고했다. 홍타이지가 북경을 기습한 직후부터 명 조정에 있던 엄당(奄黨)의 잔당들은 원숭환을 제거할 함정을 이미 만들어 놓고 있었다.‘원숭환이 오랑캐를 일부러 사주하여 북경으로 끌어들였다.’는 참소가 주된 내용이었다. 또 ‘원숭환이 병력을 이끌고 북경 옆의 통주에 다다를 때까지 후금군과 한번도 접전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야기도 떠돌고 있었다. ●원숭환, 하옥되다 당시 19세에 불과한 데다, 대국(大局)을 볼 수 있는 역량이 없었던 숭정제는 홍타이지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1629년 12월1일, 황제는 원숭환을 황성으로 불렀다. 명목은 ‘군량 문제를 의논하자.’는 것이었다. 이미 ‘원숭환이 오랑캐와 내통하고 있다.’고 믿었던 숭정제는 혹시라도 원숭환이 낌새를 채고 오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에 ‘군량 문제’를 운운했던 것이다. 원숭환이 황성 앞에 도착했을 때 문지기들은 성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오랑캐’에게 북경 주변이 포위된 계엄 상태였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는 대신 성 위에서 밧줄에 달린 바구니가 내려왔다. 당시 계요총독(遼總督)이자 병부상서 직책을 갖고 있던 원숭환은 바구니에 실린 채 황성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것 자체가 치욕이었다. 황성으로 들어선 직후 원숭환은 금의위(錦衣衛)의 감옥에 투옥되었다. 반면에 그와 동행했던 총병 만계(滿桂)와 흑운룡(黑雲龍) 등은 황제로부터 칭찬을 듣고 승진했다. 내각 대학사 성기명(成基命)이 원숭환을 구명하기 위해 애써 숭정제에게 호소했지만 황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동림당(東林黨)에게 복수하기로 작심했던 엄당의 신료들은 원숭환을 죽이라고 아우성이었다. 원숭환은 동림당 계열의 대학사 전용석(錢龍錫)의 문인이었기 때문에, 원숭환의 ‘죄’를 물고 늘어지면 동림당 계열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홍타이지의 반간계는 완벽하게 성공했다.1618년 누르하치가 무순성을 공격하여 선전포고했던 이래 후금군은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그 승승장구에 제동을 걸고 끝내 누르하치를 비명횡사시킨 장본인이 바로 원숭환이었다. 그가 영원성과 산해관을 막아서는 한, 아니 그가 존재하는 한 중원 정복이라는 목표는 실현될 수 없었다. 원숭환은 바로 명의 장성이었다. 그런데 그 ‘장성’이 반간계 한 방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요컨대 홍타이지는 탁월했고, 숭정제는 암우(暗愚)했다. 지도자의 차이가 후금과 명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국군포로 소련이송 증거 발견 안돼”

    국방부는 18일 한국전쟁 당시 국군포로들이 소련으로 끌려갔다는 미국 국방부 문서 내용과 관련, 이를 확증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성묵 국방부 북한정책팀장은 “포로 이송설을 제기했던 강상호 전 북한 내무성 부상과 그 주변인물,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참전 고려인 등의 증언은 물론, 러시아 군사연구소 자료 어디에서도 국군포로의 소련 이송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국내 언론은 비밀 해제된 미 국방부 문서를 근거로 한국전쟁 당시 국군포로 수천명이 소련으로 끌려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전협정 체결 당시에도 포로 이송 의혹이 있었지만 확인된 사실이 없었다는 당시 유엔군사령부 관계자의 발언이 나오는 등 문서내용의 신빙성을 두고 의문이 일어왔다. 문 팀장은 다만 “명확한 사실이 입증될 때까지 전담조직 편성과 전문가 용역 등을 통해 사실관계 규명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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