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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 포도농가 일손 돕기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 포도농가 일손 돕기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이 영농철 인력난에 허덕이는 농가를 찾아 일손 돕기 활동을 펼쳐 농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 샤롯데 봉사단은 20일 광주 북구 운정동 농가를 찾아 500여평에 조성된 포도나무에 종이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실시했다. 포도 봉지는 포도의 당도를 높이고 착색을 시키는 동시에 병충해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봉지 씌우기는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포도 농장주인 문옥순(61세)씨는 “작업자를 구하기도 힘들지만 인건비 부담에 엄두를 못 낸다”며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직접 찾아 힘을 보태 주니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은 2018년부터 본량농협, 광주농협과 연계하여 지역 농가를 찾아 일손을 돕는 농촌지원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왔다. 이충열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장은 “부족한 일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 농가 일손돕기 구슬땀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 농가 일손돕기 구슬땀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이 영농철 부족한 인력난에 허덕이는 농가를 찾아 일손 돕기 를 펼쳐 농가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 샤롯데 봉사단은 20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에 위치한 농가를 찾아 500여 평에 조성된 포도나무에 종이 봉지를 씌우는 작업을 실시했다. 포도의 봉지는 포도의 당도와 색을 높여주고 병충해를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한다. 포도 농장주인 문옥순(61세)씨는 “작업자를 구하기도 힘들지만, 인건비 부담에 엄두를 못 낸다” 라며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직접 찾아 힘을 보태주시니 너무 감사한다” 라고 말했다.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은 2018년부터 본량농협, 광주농협과 연계하여 지역 농가를 찾아 일손을 돕는 농촌지원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왔다. 이충열 롯데아울렛 광주수완점장은 “부족한 일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힘을 보탤 수 있어 기쁘다” 라며 “앞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 이라고 말했다.
  • 현대건설 추진 파주 도시개발 예정지에서 ‘수상한 영농’ 급증

    현대건설 추진 파주 도시개발 예정지에서 ‘수상한 영농’ 급증

    현대건설이 지하철3호선을 끌고 오는 대가로 도시개발사업을 약속받은 곳으로 알려진 경기 파주시 교하동 벌판에서 ‘보상용 투기’로 보이는 수상한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수용 보상금이 높아지면 아파트·상가 등의 분양값이 오르고,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19일 경기 파주시 교하동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해 5월 부터 교하동행정복지센터에서 경의중앙선 금릉역 사이 농경지에서 논을 흙으로 메워 밭으로 만들고 그 위에 값비싼 과일나무을 심는 행위 등이 잇따르고 있다. 비닐하우스 형태 주택에는 심은지 얼마 안된 소나무가 다수 심어져 있고 중장비 굉음 소리가 매일 끊이질 않고 있다. 한 농민은 “그냥 논이 대부분이었는데 지난 해 초 부터 흙을 메워 땅을 높히더니 포도나무를 심고 울타리를 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나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제 포도나무 농사를 지을거면 어린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이미 다 자란 큰 나무를 심고 있다”면서 “오늘도 밭으로 성토한 농지에서 굴삭기 2대가 흄관을 묻고, 나무를 심으며, 철제 울타리를 치고 있다”고 밝혔다.이 지역은 현대건설이 2020년 9월 일산 대화역이 종점인 지하철3호선을 경의중앙선 금릉역 까지 연장하는 대가로 경기 파주시로 부터 미니신도시급 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인허가를 약속받은 농경지로 알려졌다. 파주시가 현대건설과 업무협약을 맺을 당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으나, 지난해 20% 오른 가격으로 매매가 급증하더니 투기의심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토지주 김모(78)씨는 “근처 땅의 주인들이 작년 부터 성토를 하고 나무를 심어 나도 욕심이 생긴다”면서 “보상가를 높히기 위한 이같은 투기가 계속되면 결국 입주하는 사람들이 비싼 값을 주고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의 단속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역세권 개발사업 예정지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모르겠다”면서 “아직 3호선 연장 및 역세권개발사업이 확정되지 않아 성토나 묘목심기, 비닐하우스 건립 등의 영농행위를 강제로 금지시킬 수가 없다”고 말했다.3호선 파주 연장은 현대건설 제안으로 고양시 대화역에서 일산 덕이지구와 파주 운정신도시를 거쳐 가칭 금릉지구까지 연결하는 민자사업이다. 2025년 9월 착공해 2030년 개통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10월 마쳤어야 할 민자적격성 조사가 경제성 부족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2016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후 지지부진하다가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사업’으로 선정됐고, 같은 해 9월 현대건설이 3호선 파주 연장 및 금릉지구 역세권 개발을 파주시와 국토부에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 보세요, 자연 그대로… 두세요, 자신 그대로

    보세요, 자연 그대로… 두세요, 자신 그대로

    “영화는 극장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라는 닫힌 공간에서 짜인 시나리오대로 강요하는 측면이 있지만 미디어아트 영상은 열린 공간에서 긴 설명 없이도 위로와 공감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포도나무를 베어라’, ‘터치’, ‘사랑이 이긴다’ 등의 예술영화로 유명한 민병훈 감독은 7일 미디어아트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디어아트 작가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민 감독은 ‘영원과 하루’라는 제목의 전시에서 제주도의 자연을 재해석한 영상 작품 20점을 선보이는 중이다. 4년 전부터 제주 애월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거의 매일 카메라를 들고 나가 제주의 숲과 바다 등 자신만의 숨은 명소 스무 곳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초고속 촬영 기법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압축한 자연의 이미지들을 보노라면 묘한 편안함과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제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에 자연에서 큰 위로와 치유를 받았어요. 삶의 해답은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아니라 우리 지구의 자연에 있다고 생각해요.” 민 감독은 영상을 통해 자신이 체험한 ‘자연 명상’을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 영화감독답게 비나 눈이 내리거나 새싹이 움틀 때, 태풍이 지나간 뒤 하늘이 열리는 순간 등을 포착해 몰입감 있게 전달한다. “우리는 자연의 시간 안에 자신을 잠깐 맡겨 둘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고 있어요. 관객들이 온전히 멍 때리면서 내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입니다. 예술의 핵심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니까요.”자신의 정체성은 영화감독이라고 밝힌 그는 현재 예술영화 두 편의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 등 한국 영화의 현실을 비판해 왔던 그는 앞으로도 예술가의 자존감을 잃지 않고 작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만들 때 자본의 노예가 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상업성과 대중성이 중요해지다 보니 영화들이 자극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죠. 관객수로만 영화를 판단하고 흥행에만 집착하는 순간 영화인 모두가 우울해질 거라고 봐요. 영화는 게임이 아니잖아요?” 민 감독은 “기존의 배급 방식으로 제 영화가 소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는 제가 스스로 배급사가 돼 원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 찾아가는 영화관으로 의미 있게 교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아이프라운지에서 열린다. 출품작을 모티브로 대체불가토큰(NFT) 작품 10점도 만들었다. 민 감독은 앞으로 영화뿐만 아니라 공공 미디어아트로도 대중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병원이든 터미널이든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영상으로 소통하고 싶어요. 이번 전시의 제목처럼 영원이 될 수도 있는 오늘 하루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 [속보] 울산서 또 교회 집단감염…확진자 전부 백신 미접종

    울산에서 또 교회를 매개로 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확진자 전원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시는 밤사이(14일 오후 6시~15일 오전 10시) 코로나 19 확진자가 22명 발생했다고 15일 밝혔다. 신규 확진자 중 9명은 전날 확진된 1명의 접촉자로 모두 북구 참포도나무장로교회 관련 확진자로 파악됐다. 현재 이 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총 14명이다. 방역 당국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백신 미접종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회는 교인 29명으로 소규모 교회다. 울산시는 지난 14일 확인된 지표환자와 가족 확진자의 방문 교회를 추적 조사한 결과 집단감염을 인지했다. 곧바로 나머지 교인 26명에 대한 진단검사를 했고 1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16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중구 성안제일교회에서도 이날 1명이 추가 확진되며 직간접 누적 확진자는 모두 47명으로 늘어났다. 이 교회 교인 확진자 44명 중 41명은 백신 미접종자(93.2%)였다. 이 교회 역시 교인 수 60명으로 소규모다. 울산시는 지난 14일 해당 교회에 대해 모임을 금지하는 폐쇄조치 행정명령을 내렸다. 시는 새 집단 감염이 발생한 교회를 상대로 교인과 종교 활동 등을 파악해 접촉자를 분류하는 등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 [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3년 기다려 딱 2병… 그들이 컬트와인에 목매는 이유

    [심현희 기자의 술 이야기] 3년 기다려 딱 2병… 그들이 컬트와인에 목매는 이유

    “이 와인을 사려면 3년을 기다려야 한다고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맛집’의 척도는 매장 입구에 길게 줄을 선 손님들의 풍경일 것입니다. 특히나 생산량이 극소량으로 한정돼 있어 아무나 구매할 수 없는 고가의 가격이 형성돼 있다면 맛집에 대한 가치는 치솟게 됩니다. ‘에르메스’나 ‘샤넬’ 등에서 쇼핑하기 위해 이른 아침 매장을 찾아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두고 입장하는 데만 최소 반나절 이상이 걸린다는 걸 떠올려 보면 역시 자본주의에선 아쉬운 소비자가 시간과 돈을 쓰기 마련입니다. “3년을 기다렸는데도 일인당 딱 두 병밖에 살 수 없다고요? 그 두 병도 해당 와이너리에서 관리하는 ‘메일링리스트’에 포함된 멤버라는 조건하에 손에 쥘 수 있다고요? 그래서 한 병에 약 170만원 하는 와인의 가격은 애태웠던 시간에 비하면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라고요?”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와인수입사 ‘나라셀라’가 주최한 미국 컬트와인 시음회에 참석한 기자는 당장 돈으로 환산하면 한 모금에 얼마인지도 추정이 안 되는 캘리포니아 내파밸리의 와이너리 ‘슈레이더’와 ‘로코야’ 와인을 마시며 옆자리에 앉은 브랜드매니저의 설명을 되물었습니다. 컬트와인이란 나파 지역의 최고급 와인으로, 최고 품질의 와인을 소량 생산해 유통 채널 없이 생산자 직거래로 판매되는 10~12개의 와이너리를 뜻합니다. 컬트와인은 프랑스 그랑크뤼처럼 법적으로 분류된 등급은 아닙니다. 다만 암묵적으로 나파 지역에선 연간 2만 4000병 이하로 생산하면서 병당 가격이 최소 400달러 이상을 형성하고,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지속적으로 100점 만점에 100점 가까운 점수를 준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의 와인을 컬트와인으로 인정합니다. 이 와인을 살 수 있는 자격인 메일링리스트에 오르는 것조차 기존 멤버가 사망하거나 자진 탈퇴해서 대기자 명단의 차례가 돌아와야만 가능합니다. 컬트와인뿐만 아니라 깊고도 넓은 와인의 세계에서 ‘귀하신 몸’인 와인들을 거론하기 시작하면 ‘그래 봤자 마시면 없어지는 술’일 뿐인 와인이 지닌 상상 초월의 가치에 새삼 놀라기도 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저하, 중국 소비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해마다 가격이 급증하고 있는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은 지난 10년간 와인 가격이 최대 207%까지 상승해 “이제는 평범한 와인마니아들이 넘볼 수 없는 와인이 됐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탄식이 깊습니다. 병당 수백~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일부 부르고뉴 와인은 재테크 수단으로도 쓰이기도 하죠. 컬트와인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부르고뉴나 보르도, 이탈리아 피에몬테 와인과 달리 명품의 핵심 요건인 ‘헤리티지’가 턱없이 부족한 데도 명품으로 자리잡았다는 게 독특한 점입니다. 나파에서 프리미엄 와인이 생겨나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이고, 오늘날 컬트와인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1990년대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케팅 포인트도 파커의 높은 점수 하나뿐입니다. 그럼에도 ‘컬트’의 사전적 정의처럼 이 와인을 추종하는 광신도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릅니다. 오히려 해마다 가격이 치솟고 있죠. 신성호 나라셀라 이사는 “10년 전만 해도 컬트와인의 최소 시세는 병당 250달러였는데 두 배가 뛰었다”고 하네요. 컬트와인의 인기는 글로벌 와인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프리미엄 와인 시장도 탄력을 받고 있음을 입증하는 현상으로 분석됩니다. 전 세계 와인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4178억 5000만 달러(약 490조 5000억원) 규모에 이릅니다. 업계에선 2028년까지 연평균 6~7% 성장해 향후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죠. 쉽게 말해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저가 와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럴수록 부르고뉴, 보르도, 피에몬테, 내파밸리의 최고급 와인이 폭등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 겁니다. 와인 소비층이 늘어나면 종착역인 최고급 와인을 원하는 사람도 많아지니까요. 컬트와인이 특유의 품질과 색채를 지켜 내고 있는 것도 한몫합니다. 컬트와인 생산자들은 “보르도의 토착품종(카베르네 소비뇽)을 ‘축복의 땅’ 내파밸리로 가져와 땅의 특성을 쪼개고 쪼개 이에 맞는 포도나무를 심는 부르고뉴 특유의 테루아 정신으로 와인을 양조한다”는 자부심이 강하답니다. 신대륙과 구대륙의 장점만을 섞은 컬트와인이 단기간 부족한 헤리티지를 뛰어넘어 또 다른 명품 와인을 개척했다는 건 오늘날 “역시 술은 미제”라고 외치는 미국 주류업계의 저력을 보여 주는 단면이 아닐까 합니다.
  • 11월엔 특별한 영화다

    11월엔 특별한 영화다

    가을서 겨울로 가는 문턱, 11월 한 달은 상업 영화들에 가려졌던 다채로운 영화들을 만나기 좋은 계절이다. 각종 영화제들을 통해 독립영화와 퀴어영화, 장애를 넘어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영화 등 영화 팬들의 갈증을 달래는 영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5~7일에는 올해 2회째를 맞는 강릉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상영작은 14개국에서 출품한 25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영화와 문학’, ‘마스터즈와 뉴커머즈’, ‘강릉, 강릉, 강릉’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계 다보스 포럼’을 꿈꾸는 영화제는 올해 국내외 국제영화제들의 조직·집행위원장들이 모여 코로나19 팬데믹 속 영화제의 뉴노멀 비전을 논한다. 국내에서는 배창호 울주세계산악영화제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6명의 패널이 참여하고. 해외 패널 10명은 사전 녹화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개막작은 우에다 요시히코 감독의 ‘동백정원’이다. 동백꽃이 만발한 시골집에서 함께 사는 할머니와 손녀의 아름다운 동행을 그린 작품으로 강릉 출신 배우 심은경과 일본 배우 후지 스미코가 공동 주연을 맡았다.같은 날 서울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영화제인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열린다. 오는 11일까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개최된다. 올해 10회를 맞는 영화제는 42개국 104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개막작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썸머 85’, 폐막작은 김조광수 감독의 ‘메이드 인 루프탑’이 선정됐다. 폐막작으로 8년 만에 장편 신작을 선보이는 김조 감독은 영화제 집행위원장도 맡았다. 올해부터는 퀴어영화평론가상을 선정, 우수 작품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내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소수자 영화제 연대체인 아시아 태평양 프라이드 영화제 연맹의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5~13일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제21회 가치봄영화제는 장애를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제다. 상영 작품에 한글 자막, 화면해설을 삽입하는 영화제는 올해는 수어 통역 영상도 삽입해 시청각장애인 관객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개막작은 ‘말리 언니’로, 지난해 암으로 타계한 홀트 아동복지회 이사장 말리 홀트 여사의 이야기를 다룬 임대청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스무 살에 생면부지의 땅으로 건너와 평생을 고아, 장애인과 함께한 홀트 여사의 삶을 담았다. 영화제는 총 32편 작품을 5개 부문(PDFF경선·장애인미디어운동·사전제작지원·특별전·국내초청)으로 나눠 상영한다. 모든 작품은 가치봄영화제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한 해 동안 만들어진 독립영화의 총결산인 서울독립영화제는 26일부터 새달 4일까지 9일간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시국에도 불구하고 공모작이 역대 최다인 1433편에 달했다. 개막작은 민병훈 감독의 ‘기적’이다. 민 감독 전작인 ‘포도나무를 베어라’, ‘황제’ 등에 얼굴을 비친 배우 서장원과 신인 박지연 등이 출연하는 ‘기적’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기적 같은 치유와 사랑 얘기를 펼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뉴노멀, 퀴어, 독립영화… 11월, 영화제의 계절

    뉴노멀, 퀴어, 독립영화… 11월, 영화제의 계절

    가을서 겨울로 가는 문턱, 11월 한 달은 상업 영화들에 가려졌던 다채로운 영화들을 만나기 좋은 계절이다. 각종 영화제들을 통해 독립영화와 퀴어영화, 장애를 넘어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영화 등 영화 팬들의 갈증을 달래는 영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오는 5~7일에는 올해 2회째를 맞는 강릉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상영작은 14개국에서 출품한 25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영화와 문학’, ‘마스터즈와 뉴커머즈’, ‘강릉, 강릉, 강릉’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계 다보스 포럼’을 꿈꾸는 영화제는 올해 국내외 국제영화제들의 조직·집행위원장들이 모여 코로나19 팬데믹 속 영화제의 뉴 노멀 비전을 논한다. 국내에서는 배창호 울주세계산악영화제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6명의 패널이 참여하고. 해외 패널 10명은 사전 녹화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개막작은 우에다 요시히코 감독의 ‘동백정원’이다. 동백꽃이 만발한 시골집에서 함께 사는 할머니와 손녀의 아름다운 동행을 그린 작품으로 강릉 출신 배우 심은경과 일본 배우 후지 스미코가 공동 주연을 맡았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영화제인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열린다. 오는 11일까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개최된다. 올해 10회를 맞는 영화제는 42개국 104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개막작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썸머 85’, 폐막작은 김조광수 감독의 ‘메이드 인 루프탑’이 선정됐다. 폐막작으로 8년 만에 장편 신작을 선보이는 김조 감독은 영화제 집행위원장도 맡았다. 올해부터는 퀴어영화평론가상을 선정, 우수 작품을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내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소수자 영화제 연대체인 아시아 태평양 프라이드 영화제 연맹의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5~13일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제21회 가치봄영화제는 장애를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제다. 상영 작품에 한글 자막, 화면해설을 삽입하는 영화제는 올해는 수어 통역 영상도 삽입해 시청각장애인 관객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개막작은 ‘말리 언니’로, 지난해 암으로 타계한 홀트 아동복지회 이사장 말리 홀트 여사의 이야기를 다룬 임대청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스무살에 생면부지의 땅으로 건너와 평생을 고아, 장애인과 함께한 홀트 여사의 삶을 담았다. 영화제는 총 32편 작품을 5개 부문(PDFF경선·장애인미디어운동·사전제작지원·특별전·국내초청)으로 나눠 상영한다. 모든 작품은 가치봄영화제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한 해 동안 만들어진 독립영화의 총 결산인 서울독립영화제는 26일부터 새달 4일까지 9일간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시국에도 불구하고 공모작이 역대 최다인 1433편에 달했다. 개막작은 민병훈 감독의 ‘기적’이다. 민 감독 전작인 ‘포도나무를 베어라’, ‘황제’ 등에 얼굴을 비친 배우 서장원과 신인 박지연 등이 출연하는 ‘기적’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기적 같은 치유와 사랑 얘기를 펼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캐나다서 수확 직전 와인포도 500㎏ 하룻밤새 도둑 맞아

    캐나다서 수확 직전 와인포도 500㎏ 하룻밤새 도둑 맞아

    최근 캐나다 동부 지역에 있는 한 와인 농가에서 수확 직전 포도 500㎏이 하룻밤 새에 도둑을 맞았다고 CBC와 CNN 등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퀘벡주(州) 루즈몽 마을의 한 가족 경영 와인 농장에서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오전 마지막 수확에 나선 직원들은 포도나무 줄기에 걸려있던 그물의 절반이 뜯긴 채 매달려 있어야 할 포도송이들이 모두 사라진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했다.이번에 도난당한 포도는 화이트와인 제조에 사용하는 비달 블랑이라는 포도품종 약 500㎏으로, 화이트와인 325병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는 현지 소매가격으로 5000캐나다달러(약 430만원)어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비뇨블 에 시드러리 코토 루즈몽이라는 이름의 이 와인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 미셸 로베르 대표는 “범인들은 한밤중에 오프로드 차량과 소형 트레일러 그리고 쓰레기봉투를 사용해 수확 직전의 포도를 몽땅 가져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 와인 농장의 연간 수확량은 이번에 도난당한 수확량의 300배인 150t에 달하지만, 이번 수확을 위해 6개월 동안 정성을 다해 길러왔다고 로베르 대표는 속 타는 마음을 드러냈다. 현재 농장 측은 경찰에 신고한 상태이지만 이렇다 할 단서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로베르 대표는 “전문 와인 양조업자가 아니라 차고나 지하실에서 와인을 제조하려는 아마추어의 소행 같다”고 추정했다. 이 농장에서는 지금까지도 민가에 가까운 구획에서는 소량의 포도가 도둑맞는 사례가 있었지만, 피해가 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장 측에서는 도난당한 포도의 행방을 알거나 단서가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와인 다섯 상자를 사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비뇨블 에 시드러리 코토 루즈몽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병충해가 만든 색깔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병충해가 만든 색깔

    유럽의 10월은 포도 수확의 계절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살던 아를의 농부들도 바쁘다. 아낙들은 바구니에 포도를 따 모으고, 밭 가운데에는 포도를 운반해 갈 마차가 서 있다. 론강을 따라 아득히 펼쳐진 들판 끝으로 태양이 가라앉고 있다. 붉은색과 노란색의 대비가 강렬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포도나무는 이렇게 붉지 않다. 수확기에도 잎이 녹색이라야 정상이다. 화가가 색을 왜곡했을까? 아니다. 19세기 말 진딧물의 일종인 필록세라가 유럽의 포도밭을 덮쳤다. 20년 가까이 계속된 병충해로 수확량은 심각하게 감소했다. 이 공백을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지에서 생산된 포도주가 메웠다. 포도주를 증류한 브랜디도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스카치위스키가 대체재로 떠올랐다. 병충해는 주류 시장의 지형을 변화시켰고 덤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탄생시켰다. 고흐는 900여점의 유화를 그렸는데 살았을 때 팔린 것은 이 그림 단 하나였다. 산 사람은 벨기에 화가 안나 보슈. 안나의 남동생 외젠도 화가였고 고흐와 친구 사이였다. 이 남매는 부유한 사업가 아버지 덕택에 여유 있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890년 고흐는 외젠의 권유로 브뤼셀에서 열린 ‘20인전’에 참가했다. 여기서 안나는 이 그림을 400프랑에 샀다. 일류 화가들 그림이 1만~3만 프랑을 호가한 데 비하면 형편없는 헐값이었지만, 무명인 고흐로서는 잘 받은 것이었다. 안나는 고흐가 동생 친구고 사정이 어려운 걸 잘 알고 있어서 후하게 값을 치렀다. 1895년부터 인상주의 그림값이 치솟았다. 안나는 1906년 파리의 한 화랑에 그림을 내놓았다. 그림은 1만 프랑에 러시아 사업가 시추킨의 손에 들어갔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그의 저택과 수집품은 몰수됐다. 시추킨은 파리에서 우울하게 여생을 마쳤다. 혁명 정부는 시추킨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공개했다. 1948년 스탈린은 건물이 너무 부르주아적이라는 이유로 미술관을 폐쇄하고, 수집품은 모스크바의 푸시킨 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슈 미술관으로 분산시켰다. ‘붉은 포도밭’은 푸시킨 미술관으로 이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술평론가
  • 日에도시대 다산·장수 상징 ‘포도다람쥐병풍’ 국내 첫 공개

    日에도시대 다산·장수 상징 ‘포도다람쥐병풍’ 국내 첫 공개

    일본 에도시대 작품 ‘포도다람쥐병풍’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물관 재개관에 따른 올해 첫 일본실 상설전시에서 일본 에도시대 후기 대표적인 남화가(南家) 다니 분초(1763~1841)가 1834년 제작한 포도다람쥐병풍을 공개한다고 13일 밝혔다. 6폭짜리 병풍 한 쌍으로, 먹의 농담을 조절해 포도나무 줄기와 대나무를 대담하게 표현하고 금가루를 뿌려 장식했다. 세밀하게 묘사한 털과 쫑긋 세운 귀를 가진 다람쥐가 특히 눈길을 끈다. 포도와 다람쥐는 일본에서 복과 다산, 장수를 의미해 회화, 공예품 등 다양한 미술품 소재로 쓰였고, 조선시대 예술품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박물관 측은 “다니 분초가 조선시대 포도그림을 모사한 적이 있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이 병풍은 화가의 조선회화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기교체에서는 일본 화가 후지이 간분(1888~1973)이 1938년 신문전에 출품한 칠기 ‘포도다람쥐상자’도 함께 선보인다. 붉은 칠 바탕에 나전으로 포도알을, 침금기법으로 5마리 다람쥐를 표현했다. 전시는 오는 8월 31일까지 이어지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은 작품 소개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youtube.com/user/koreanmuseum)에도 올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남 고가다리 밑, 장미넝쿨 자라고 주민 웃음꽃 피고

    한남 고가다리 밑, 장미넝쿨 자라고 주민 웃음꽃 피고

    서울 용산구가 고가차도 아래의 유휴공간을 주민쉼터로 새롭게 조성한다. 서울시 ‘고가 하부공간 활용사업’의 하나다.용산구는 시비 약 8억 7000만원을 투입해 한남동 한남1고가 하부(사진)에 공공공간 조성공사를 시작했다고 8일 밝혔다. 공사기간은 이달부터 오는 6월까지다. 구는 이곳에 연면적 80.67㎡, 높이 4m의 가설건축물을 설치해 카페로 운영한다는 복안이다. 실외휴식공간 ‘파고라’(기둥을 세우고 나무를 가로, 세로 얽어서 포도나무, 장미 등 양지식물의 덩굴을 올라가게 만든 장치) 9개도 설치한다. 구는 블루스퀘어 등 주변에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춘 만큼 집객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인근에 위치한 용산공예관과 연계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플리마켓 등의 행사도 주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는 고가도로 아래 유휴공간 약 180곳을 활용해 북카페, 어린이도서관, 공연장 등 생활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용산구 한남1고가 등 5곳을 시범사업지로 선정, 설계 공모를 진행했다. 용산구는 시 방침에 따라 올여름 개관을 목표로 시설 운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도심 속 유휴공간을 활용해 부족한 생활SOC를 확충하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주민 네트워크 공간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 각자의 아칸투스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 각자의 아칸투스

    몇 달 전 시각디자인 전공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식물을 기록하는 내가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가 관찰해온 식물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후에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포스터를 제작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였는데, 완성된 과제를 통해 내가 이야기한 식물들이 포스터 속 다양한 이미지 요소와 패턴으로 재구현된 것을 볼 수 있었다.작품은 대부분 식물의 줄기와 잎, 꽃, 열매 등의 형태에서 영감받은 곡선의 서체로 만들어졌다. 지금껏 식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온 나는 식물의 줄기, 꽃 안에 든 수술과 암술의 형태가 서체로 구현되는 것을 보면서 식물 자원화의 영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관상, 약용, 식용 등 눈에 보이는 것으로서의 활용을 넘어 예술가로부터 영감의 원천으로서 또 다른 시각 예술 작품이 되는 것. 이것 또한 식물의 자원화 영역에 해당되지 않을까. 작년 영국 런던 첼시가든을 거닐다 잔잔한 꽃들 사이 거대하고 화려한 보라색 꽃을 보았다. 규칙적으로 꽃이 핀 기다란 꽃대에 가시와 같은 덤불을 이룬 잎의 식물.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는 꽃이라 앞의 이름표를 자세히 보니 학명 ‘아칸투스 몰리스’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바로 그 아칸투스였구나.’ 몇 년 전 한 과학잡지의 요청으로 같은 아칸투스속의 다른 식물을 그린 적이 있었다. 내가 그린 건 ‘아칸투스 스피노수스’로 생김새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둘 다 서양의 디자인 작품들에서 본 그 패턴의 잎인 건 틀림없었다. 아칸투스는 지중해 연안 원산으로 언뜻 엉겅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들의 이름을 검색하면 식물의 이미지보다는 ‘아칸서스’라는 건축 장식 이미지가 더 많이 나온다. 식물 그 자체로서보다는 건축물의 장식 요소로서 더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건축가인 칼리마쿠스가 아칸투스 잎에 영감을 받아 코린트 주두 장식 패턴으로 활용한 것을 시작으로 이 식물은 로마, 그리스 건축물과 도자기, 가구, 분수대 등의 장식으로 현재까지 활용돼 왔다. 종교 건축물의 디자인 패턴으로 자주 활용되다 보니 아칸투스는 장수, 불멸, 영적 상징이 돼버렸고, 귀한 관상식물로서 유럽 각지에서 사랑받고 있다. 아칸투스 외에도 포도나무 덩굴줄기의 곡선, 구과식물 구과의 수학적 형태, 양치식물의 잎과 포자낭군의 구조 등 미술, 디자인, 건축 요소가 돼 준 식물들은 많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재료는 자연물이고, 자연물의 관찰과 재현으로부터 인류의 예술 작업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아칸투스를 보았던 첼시가든은 런던약사협회에서 운영하던 약용식물원이어서, 이곳에서만큼은 이들은 건축물의 요소가 아닌 약용식물과 관상식물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들의 잎을 아프리카에서는 삶아서 통증 부위에 발라 통증, 염증 치료에 이용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이 잎이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다며 쌀을 잎에 싸서 보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항암, 항산화 효과에 대해 연구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니 이들은 장식 요소뿐만 아니라 관상용 화훼식물로서, 약용식물로서 다양한 가치로 존재하는 것이다. 어쩌면 시각디자이너들이 이들 잎을 본다면 거치로부터 강렬한 이미지의 서체를, 작곡가들은 음역대가 높은 경쾌한 곡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나는 삶의 거의 반을 식물과 함께했고, 그래서 내 주변에는 식물을 연구하거나 매개로 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들과 식물을 볼 때엔 정보, 효능, 가능성을 주로 이야기한다. 계수나무를 보며 이들은 중국에서 왔고, 이 잎에서는 말톨이란 분자가 방출돼 달콤한 향기가 난다든가 하는 식물의 정보를 논한다. 나는 식물을 깊숙이 이해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즐겨 한다.그리고 가끔은 식물학자가 아닌, 다양한 영역의 친구들을 내가 있는 곳으로 부르기도 한다. 타이포그래피를 연구하는 그래픽디자이너와 시를 쓰는 시인, 이야기를 만드는 드라마 작가, 설계회사에서 일하는 건축가와 같은 친구들. 똑같은 계수나무를 보고 그래픽디자이너인 친구는 잎의 형태를 자세히 관찰하고, 드라마 작가인 친구는 계수나무 곁의 사람들 풍경을 사진으로 찍으며, 건축가인 친구는 수피의 질감과 색에 감탄한다. 같은 풍경, 같은 식물을 보면서 서로 다른 생각과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이 흐름이 재밌어 나는 이 다양한 친구들을 자꾸만 식물 곁으로 불러들인다. 이들 모두 각자의 시선과 위치에서 식물을 자원화한다. 이들로부터 식물이 식용, 약용 자원은 되지 못할지언정, 문명을 이끄는 예술 작품으로서 구현된다. 그토록 다양하게 구현되는 식물의 이면은 또 다른 누군가의 영감이 되고, 식물은 그렇게 더 넓은 세계로 확산된다.
  • 성경 속 대재앙?…중동 지역 뒤덮은 수억 메뚜기떼

    성경 속 대재앙?…중동 지역 뒤덮은 수억 메뚜기떼

    중동 국가인 예멘이 수억 마리 메뚜기떼의 공습으로 비상이 걸렸다. 29일(이하 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언론 더내셔널 등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와 그 주변 지역에 대규모 메뚜기떼가 몰려 많은 농장이 피해를 보았다고 전했다. 이번에 창궐한 메뚜기떼는 최근 몇 주 동안 수도를 습격한 대규모 집단으로, 지난 6월 출몰한 집단과 다른 개체들이다.수도 북쪽 함단, 카우란, 바누알하리스의 농부들은 이들 메뚜기떼가 작물을 모조리 먹어치워버렸다고 한탄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품질이 뛰어난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것으로 유명한 농장들의 피해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단의 한 농부는 “메뚜기떼가 우리 농장을 공격해 모든 작물을 먹어 치웠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단지 무력하게 서 있었을 뿐이었다”며 한탄했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들 메뚜기떼는 사막 메뚜기로, 아프리카에서 번식을 시작한 개체 중 일부가 홍해를 건너 추가 번식을 통해 아라비아반도 전체로 확산하고 있는 집단 중 하나다. 특히 다 자란 메뚜기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에 해당하는 약 2g의 작물을 먹는 데 아무리 작은 소규모 집단이라도 하루에 약 3만5000인분을 먹어치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뚜기는 보통 해가 거의 없지만 개체수가 급증해 먹이가 부족해지면 상황이 바뀐다. 메뚜기 한 무리가 먹이를 찾으러 날아오르면 이에 자극받은 인근 다른 무리가 함께 날아올라 합쳐져 대규모 집단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들 메뚜기는 바람을 타면 하루에 150㎞까지 이동할 수 있는 데다가 수명은 약 3개월로 긴 편이고 암컷 한 마리당 알을 300개까지 낳을 수 있어 개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이렇듯 메뚜기떼는 농업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도시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이들 메뚜기를 사냥하러 거리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남성들은 너도 나도 옥상에 서서 그물로 메뚜기들을 잡아 진풍경을 이뤘다. 이에 대해 아머 아흐메드라는 이름의 한 주민은 “메뚜기는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며 비타민과 단백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메뚜기를 사냥해 집으로 가져가 기름에 볶아 밥이나 빵과 함께 먹는데 정말 맛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에는 메뚜기를 잡아 팔기 위해 나온 상인들로 넘쳐난다. 이들 상인은 메뚜기 1㎏에 겨우 700예멘리알(약 1.25달러)밖에 안 한다며 호객 행위를 한다.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은 메뚜기는 단백질의 좋은 공급원이 될 뿐만 아니라 수많은 건강 문제에도 좋은 치료제라고 말했다. 사나 중앙시장의 한 남성은 현지방송에 “우리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들로부터 메뚜기가 당뇨병 같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데 이용된다는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예멘 농업관개부는 최근 농작물에 큰 손실을 입히고 예멘의 식량안정에 커다란 위협이 되는 사막 메뚜기떼의 출몰에 대해 경고하며 주의를 당부했다.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다양성·사회통합의 이름으로… 홍천에 전국 첫 공립형 대안초교

    다양성·사회통합의 이름으로… 홍천에 전국 첫 공립형 대안초교

    강원 51명, 수도권·경남 23명 등 74명 선발 공감소통·철학·예술 등 대안교과 운영도전국 첫 공립형 대안초교인 강원 홍천 노천초등학교가 11일 개교했다. 노천초교는 2017년 3월 폐교된 홍천 동면 속초초교 노천분교장에 9학급 규모로 신설돼 지난 1일부터 학생을 전입받고 있다. 74명의 전입 학생 가운데 강원도에서 51명, 서울·경기권 및 경남에서 23명을 선발했다. 다양성 전형(대안 교육 희망자)과 사회통합 전형(교육 취약층)을 절반씩 뽑았다. 학교는 경제·사회·가정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치유·돌봄 교육과 다양성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 교육을 펼친다. 국어, 수학, 영어 등 기본 교과와 자치, 공감소통, 철학, 프로젝트, 예술 등의 대안 교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날 열린 개교식에는 학생, 교사, 지역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지역주민들은 개교식을 위해 특별공연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합창하는 등 노천초의 개교를 반겼다. 최동운 노천1리 이장은 “오래전 노천리는 마을 인구 1300명 중 학생수가 600명일 정도로 학생수가 많았는데 인구가 줄면서 폐교돼 지역주민들의 상실감이 컸다”며 “노천초교 개교로 마을에 다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천초는 ‘나무를 닮아가는’이라는 철학을 갖고 학생들을 자라나는 나무로 보고 아름답게 가꿔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년별 교실 이름도 ‘포도나무’, ‘도토리나무’ 등 나무 이름을 썼다. 교장실은 숲을 가꾸겠다는 의미로 ‘산림청’이라고 했다. 윤영소 교장은 “학교 구성원은 기존 삶의 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며, 지금보다 더 좋은 삶을 위해 모험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은 2015년과 2017년 공립 대안 학교인 현천고등학교와 가정중학교를 설립했으며, 이번 노천초 개교로 초·중·고교 과정에서 대안 교육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홍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만족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만족

    봄이다. 봄이 되면 농사짓는 일을 하지 않아도 분주하다. 얼음이 녹으니 딱딱하게 굳어있던 땅이 부풀고 부푼 숨결에 나무들도 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겨우내 얼까봐 사용하지 않던 지하수를 연결하여 먼지 쌓인 장독대 씻어내고, 아직 쌓여 있는 낙엽을 포대에 담아야 한다. 작년부터 텃밭에서 비닐을 사용하지 않기에 태우지 않는다. 낙엽은 비닐 대신 텃밭을 덮는 역할도 하지만, 퇴비 만들 때도 사용한다. 함께 사는 동물들이 많다보니 그 뒤처리 과정이 만만찮다. 도시에 살면 화장실용 모래 구입하느라 꽤 많은 비용이 들텐데 계분과 함께 퇴비로 만들고 있다. 그렇게 일년 내내 사용할 낙엽은 대부분 커다란 밤나무 두 그루가 내어준다. 작년에 고구마 심던 자리를 없애고 화단을 넓혔다. 그늘진 자리라 잎만 무성해지고 수확이 보잘것없어 정리했다. 더덕 옮겨 심고 딸기밭 다시 만들었다. 관리가 되지 않으니 더덕넝쿨보다 환삼덩굴 같은 가시덩굴이 자꾸 엉켜 볼썽사납기만 했다. 개미들이 진을 친 부추밭도 정리해서 옮겨 심었다. 새로 포도나무와 살구나무, 측백나무를 사서 심었다. 앞으로 나무 몇 그루 더 심어야겠고 꽃씨도 뿌리고 모종도 사다 심어야 하는데 하루는 짧고 할 일은 끝이 안 보인다. 손은 퉁퉁 붓고 몸은 뻣뻣해지고 겨우내 움직이지 않은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마당이 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생각하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사과나무 키우자니 예전 살던 집 자두나무 생각나고 복숭아도 키우고 싶다. 장미를 바라보면 제라늄 키우던 일 생각나고 다알리아 키우는 사람이 부러워진다. 화단 가득 채워진 라벤더와 로즈마리. 코스모스 넘실대는 풍경, 연꽃과 수련이 피어나는 연못은 상상만으로 행복해지고 옥수수밭 사이를 걷던 추억이 떠오르며 부추기니 지금도 키우는 것이 적지 않은데 봄날의 꿈은 아지랑이마냥 끝없이 피어오르려 한다. 적당히 멈춰야겠다. 지금 키우는 것보다 빈곳을 채우려 하니 끝도 없다. 빈자리가 어디 사라지겠는가. 그것 채우는 데 즐거움을 둘까 저어된다. 오늘도 마당일 하려는데 호스에 연결된 분사기가 얼어 터졌다. 한겨울엔 잘 넘겼는데 꽃샘추위 방심하다 터져버렸다. 큰 욕심보다 소소한 마음잡기 소홀하면 이렇다.
  • 유럽인으로 북적인 전주… “한국 발효정신이 곧 내추럴와인의 정신”

    유럽인으로 북적인 전주… “한국 발효정신이 곧 내추럴와인의 정신”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서 1박2일 방문 미나리 등 한국 채소·전통 한식에 ‘흠뻑’ “신선한 로컬 재료·내추럴와인 잘 어울려” 된장·간장 숙성법 물으며 시종일관 진지“내추럴와인을 팔아야 장사가 된다.” 불경기에 신음하는 식음료·외식 업계에 최근 농담처럼 돌고 있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한국의 ‘힙스터’들은 내추럴와인에 열광하고 있다. 2030세대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인스타그램엔 #내추럴와인 해시태그가 쏟아져 나오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밀집한 와인바들은 내추럴와인 리스트를 보강하는 데 힘쓰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 내추럴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전북 전주에 왔다. 이들이 한식과 전통문화의 고장인 전주를 방문한 까닭은 무엇일까.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먼 길을 떠나 온 25명의 생산자들과 1박 2일간 동행했다. ●일반 와인과 달리 농약·산화방지제 안 들어가 “이 풀(미나리)은 뭐죠? 지역 특산 채소인가요? 독특한 향이 내추럴와인과 아주 잘 어울리네요.” 지난달 17일 전주대 본관에 있는 국제한식조리학교에서는 독특한 광경이 펼쳐졌다. 유럽 내추럴와인 생산자들이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식 경연대회에 참가한 20개 팀이 선보인 메뉴들을 직접 맛보고 심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내추럴와인이란 일반 와인에 들어가는 농약과 산화방지제(이산화황), 인공효모 등이 아예 들어가지 않거나 극소량만 첨가된 와인을 뜻한다. 즉,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고 맛도 일정하지 않다. 이런 와인을 만드는 이들의 정체는 그래서 ‘와인 생산자’라기보다는 친환경 농부이자 발효 장인에 가깝다. 포도 재배부터 와인을 만드는 양조 과정까지 인위적인 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테루아’(땅)와 이에 맞는 포도 품종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 낼 수 있지만 쉽지는 않다. 포도나무가 농약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하고 와인을 발효할 때도 적합하지 않은 균에 오염되지 않도록 발효의 미를 살려 내야 하기 때문이다. 농사와 발효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생태 다양성, 친환경 등 삶을 관통하는 ‘자연주의’ 철학이 없다면 힘겨운 일이다. ‘생태 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가 내추럴와인 행사를 열고 생산자들을 초청한 이유다. 이날 심사 기준은 ‘참가자들이 미나리를 비롯한 콩나물, 열무, 애호박 등 전주 지역을 대표하는 ‘8미(味)’를 주재료로 활용해 얼마나 내추럴와인과 조화로운 한국 음식을 만들었는지’였다. 관련 항목별로 점수를 기록하는 방식은 여느 요리 대회와 같았지만 내추럴와인 생산자들인 심사위원들은 대체로 “평가하기가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산자 다비드(이탈리아)는 “심사위원으로 왔지만, 오히려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신선한 로컬 재료로 만든 한식이 우아한 산미와 가벼운 보디감이 특징인 내추럴와인과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우승은 ‘소갈비살을 이용한 육회 타르타르와 게살샐러드’를 선보인 초당대 ‘우희찬, 권기옥’팀에 돌아갔다.●거리낌 없이 홍어 먹으며 “와인과 만나니 달콤” 생산자 샤를(프랑스)은 대회를 마치고 열린 한식당에서의 저녁 만찬 자리에서 처음 먹어 보는 삭힌 홍어와 묵은지를 거부감 없이 입에 넣었다. 동시에 다비드의 와인을 한 모금 삼킨 그는 “홍어 특유의 톡 쏘는 암모니아 향이 내추럴와인과 만나니 달콤하게 변했다”면서 “한식과 내추럴와인의 조화를 체험했으니 이제 한식의 ‘비밀’을 빨리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주 방문의 하이라이트인 ‘발효 장인과의 만남’을 무척 기대하는 눈치였다. 다음날 오전 전주 음식 명인 함정희 대표가 운영하는 완산구 함씨네 밥상 건물 마당에 펼쳐진 장독대 앞에 선 이들은 함 대표가 직접 담그고 숙성 중인 된장과 간장, 고추장 등을 엄숙, 근엄, 진지하게 맛봤다. 함 대표가 콩 발효는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숙성 연도에 따라 맛은 어떻게 달라지느냐”, “간장을 만들 때 위에 뜨는 소금물은 어떻게 하느냐”, “된장과 일본의 발효음식인 낫토는 무엇이 다른가” 등 ‘발효 장인’들 간의 깊은 대화가 이어졌다. 거부감 없이 장류를 맛보고, 청국장 찌개 한 대접을 깨끗이 비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을 방해하는 건 서울행 기차 시간이었다. 숨가쁜 일정이었지만 KTX 객실 안에서 눈을 붙이는 이는 거의 없었다. 니콜라(프랑스)는 내추럴와인 생산자로서 전주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좋은 장류는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는 질문에 “착한 균과 나쁜 균이 서로 싸우다 착한 균이 이기는 것”이라는 함씨의 대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당시 함씨는 “길게 볼 때 착하게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잘되는 인생의 이치와 비슷하지 않으냐”고 덧붙였었다. 니콜라는 “좋은 와인을 만드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글 사진 전주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아무도 모른다, 이 수수한 평화의 땅…나만 알고 싶은 풍경 한 점 와인 한 잔

    아무도 모른다, 이 수수한 평화의 땅…나만 알고 싶은 풍경 한 점 와인 한 잔

    슬로베니아. 조금 낯선 나라다. 유럽 동남부에 자리한 나라인데 옛날에는 유고 연방에 속했다. 나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슬라브족들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슬로베니아에 관한 책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면 김이듬 시인이 슬로베니아를 여행하고 쓴 여행기 ‘디어 슬로베니아’가 나온다. 슬로베니아에 교환 교수로 머물며 틈틈이 여행한 슬로베니아를 시인 특유의 감수성 어린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슬로베니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힐링’ 혹은 ‘위로’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 그것이 지닌 가식적인 느낌을 싫어하는 다소 까칠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온 후로 조금씩, 천천히 마음을 치유받았다. 바쁘게 뛰어다니며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아온 지난 삶을 돌아보며 자족과 평화를 길어 올렸다. 태생적 방랑자인 양 수없이 여행을 다니며 노마드적인 생활이 몸에 배어 있는 내가, 슬로베니아에서 고향에서조차 느낄 수 없었던 수수하고 평화로운 삶의 길을 발견한 것이다.” 김이듬 시인의 이 감상이 가장 정확한 것임을 슬로베니아에 가보면 알게 되시리라.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 나라. 뉴스를 따라가기조차 버거운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느린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나라가 바로 슬로베니아다.슬로베니아는 발칸반도에 숨은 듯 자리잡고 있다. 면적은 전라도와 비슷하다. 인구는 2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라가 워낙 작다 보니 동서를 횡단해 봐야 고작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다 보면 맨날 국경지대만 다니게 된다. 여기는 헝가리, 저기는 독일, 저기는 크로아티아와 국경이다. 슬로베니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이 해체되면서 독립했는데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더 많다.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주인공 베로니카는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조국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쓴 기자에게 슬로베니아를 설명하는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탄식한다.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라. 아무도. 이는 온당치 못한 국제적 무관심이다”라는 황당한 유서를 쓰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슬로베니아를 찾는 여행자들은 수도 류블랴나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발음하기가 약간 까다로운 이 도시는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하지만, 인구라고 해봐야 28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날 가이드와 함께 류블랴나 거리를 걷는데 가이드가 이렇게 말했다. “아니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못 보던 사람들이 많지?”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 오늘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구나.” 그렇다. 류블랴나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인근 도시와 국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류블랴나로 온 것이다. 그러니까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30년째 살고 있는 그녀는 류블랴나 사람들 대부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류블랴나는 그만큼 작다.류블랴나 가운데 자리한 프레셰렌 광장은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등지에서 오는 기차들이 정차하는 중앙역과 가깝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로 붐빈다. 프레셰렌이라는 이름은 슬로베니아의 국민 시인인 프레셰렌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낭만주의의 선두주자였으며, 강렬한 문장으로 유명했던 시인이다. 그가 죽은 날인 2월 8일을 국경일로 정하고, 이날 전국적으로 그의 시를 읽는 낭송회와 콘서트, 연극 공연 등이 열린다고 하니 그에 대한 슬로베니아 국민들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동상은 아득한 시선으로 어느 지점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 시선이 닿는 지점에는 그가 평생 사랑했던 여인 율리아 프리미츠의 집이 있다. 평생 사랑했지만 신분의 차이로 함께할 수 없었던 그들을 위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라는 의미로 이렇게 동상을 배치했다고 한다.광장 옆으로는 류블랴니차강이 흐른다. 강 양옆으로는 바로크 양식과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축물이 즐비하다. 대부분 레스토랑과 카페, 서점 등이다. 소란스럽지 않아 산책을 하듯 느린 걸음으로 돌아다니기 좋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트리플교가 나온다. 슬로베니아의 대표적인 건축가 요제 플레치니크가 설계한 것으로 류블랴나 엽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류블랴나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류블랴나 성이다. 9세기에 처음 세워졌다가 1511년 지진으로 파괴된 후 17세기 초에 재건됐다. 성에 오르면 장난감 도시 같은 류블랴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슬로베니아를 일컫는 또 다른 별명이 있다. ‘유럽의 미니어처’다. 이 작은 나라 안에 유럽의 모든 것이 다 모여 있기 때문이다. 블레드 호수에서 2시간 정도 북쪽으로 가면 피란 지역. 또 다른 풍경을 보여 준다. 이탈리아와 면한 휴양도시인데 슬로베니아 사람들도 즐겨 찾는다. 가이드는 피란이 너무 좋다고 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을 꼽으라면 이곳일 거야.”●물 좋고 산 좋은 ‘유럽의 미니어처’ 유럽에서 유명한 온천지대 중 손꼽히는 곳이 슬로베니아다. 물이 좋기로 유명한 이 나라는 수로의 길이가 3만㎞에 달하고 수돗물은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또한 나라 곳곳에 흩어진 87곳의 샘에서 온천수와 광천수가 솟아난다. 마그네슘과 칼슘이 풍부한 온천 지대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다양한 질병에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도 크로아티아, 독일, 이탈리아 등 주변국부터 멀리 대만에서까지 치유 목적으로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라스코 온천 마을은 EDEN(European Destination of ExcelleNce)이 뽑은 ‘2013 유럽 최고의 여행지’로 뽑히기도 했다. 라스코 지역은 중세 시대 로마인들에게 발견된 이래 선교사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했던 곳으로 1854년 합스부르크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공식적으로 온천 지역으로 명명했다. 알프스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알프스 하면 스위스를 떠올리지만 슬로베니아도 발을 걸치고 있다. 줄리안 알프스라고 부르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북서부 산악지대다. 트리글라브 등 2000m 이상 고봉이 줄줄이 이어진다. 6월까지도 잔설이 남아 있을 정도다. 블레드 호수는 ‘줄리안 알프스의 진주’라고 불리는 곳이다. 둘레 6㎞의 작은 호수이지만 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졌다. 호수가 보여 주는 풍경은 정말이지 그림 같다. 푸른 물비늘을 일으키며 햇살을 반사하는 호수와 그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그리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알프스 산맥은 방금 달력에서 오려낸 듯한 풍경을 보여 준다. 블레드 호수가 유명한 건 블레드 호수에 떠 있는 블레드섬 때문이다. 이 자그마한 섬은 슬로베니아에서 유일한 섬으로 전통 나룻배 ‘플레타나’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블레드 호수엔 플레타나가 23척뿐이다.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시대 때부터 그랬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블레드 호수가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았고 딱 23척의 배만 노를 저을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 숫자가 200년 넘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뱃사공 일은 가업으로만 전해지고 남자만 할 수 있다고 한다.●첫맛은 화이트·끝맛은 레드 ‘오렌지 와인 ’ 슬로베니아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은 저마다 자기 나라 와인에 대한 찬란한 수식어를 붙이는데 슬로베니아 와인도 이 리스트에 한자리를 차지한다. 오렌지 와인이다. 많은 이들이 오렌지로 만든 와인이라고 오해하지만 당연히 포도로 만들었다. ‘제4의 와인’으로도 불린다. 몇 년 전 영국 와인저널 ‘디켄터’의 칼럼니스트 크리스 머서가 자신의 칼럼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은 오렌지 와인일 것”이란 추측을 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레드 와인 양조 방식을 접목해 만들기 때문에 레드 와인의 풍부함과 화이트 와인의 상쾌함을 모두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첫맛은 화이트, 끝맛은 레드다. ●400세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 기네스북 올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도 슬로베니아에 있다. 드라바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마리보르는 슬로베니아 제2의 도시로, 생산되는 와인 중 90% 정도가 화이트 와인인, 그야말로 화이트 와인의 천국이다. 마리보르 사람들의 와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대단한데, 그 자부심의 한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나무가 있다.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라 온 이 포도나무는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16세기에 지어진 올드 바인 하우스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여행하는 동안 한 번도 화내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다. 어느 레스토랑에서 가이드가 내게 슬로베니아식 치킨을 맛보여 주기 위해 웨이터에게 10분 동안 치킨에 관해 이것저것 물었지만 그는 시종일관 웃으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같으면 메뉴판을 던져 놓고 나갔을 텐데 말이다. 김이듬 시인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대한 자유롭고 게으르게,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삶이라는 여행을 누려 가야겠다.”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다 보면 알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에 낙관과 사랑이 생겨나게 하는 것은 열렬함과 치열함이 아니라, 한낮의 따스한 햇볕과 한 줌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하는 사실을 말이다. 글 사진 최갑수(여행작가) ■여행수첩 슬로베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다. 뮌헨, 터키 등을 거쳐 가야 한다. 블레드는 오스트리아 국경과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와 크로아티아 등 인근 국가에서 도착하고 출발하는 국제선 전용 기차역이 따로 있다. 자세한 정보는 유레일 홈페이지(www.eurail.com/kr)를 참조하면 된다. 중부 유럽과 발칸반도를 잇는 주요 열차편도 류블랴나를 거쳐 간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비자는 필요 없다. 통용되는 화폐는 유로화.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다. 슬로베니아 소시지로 크라니스카 크로바사가 있다. 다진 돼지고기에 마늘과 소금, 후추 등을 넣어 양념한다. 식감이 탄탄하고 간이 짭조름하다. 라스코와 유니온은 슬로베니아 맥주의 양대 산맥. 두 맥주 모두 풍미가 강한데 라스코는 쌉싸름한 맛이 강하고, 유니온은 부드러운 맛이 강하다. 포티차라는 음식도 있다. 호두나 허브, 양귀비씨, 치즈, 꿀을 넣은 것으로 롤케이크와 비슷하다. 결혼식이나 부활절, 성탄절과 같이 중요한 행사나 공휴일에 먹는 전통음식이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포도의 그림 기록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포도의 그림 기록

    비로소 가을이 되어 여름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복숭아 대신 포도의 달콤한 냄새가 공기를 메우는 계절이 되었다.얼마 전 나는 마트에서 재밌는 광경을 목격했다. 무리를 지은 젊은이들이 청과물 매대 앞에서 ‘샤인머스캣’을 찾는 광경이었다. ‘포도’도 ‘거봉’도 아닌 ‘샤인머스캣’을 찾는다니. 직원에게 신품종 과일명을 정확히 대며 분주히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게는 낯설면서도 인상 깊게 느껴졌다.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마켓과 오프라인 시장 등에서 ‘샤인머스캣’이라는 청포도 품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씨가 거의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데다 ‘포도 사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높은 당도와 아삭한 식감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 포도는 다른 포도들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비싼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선 꼭 한 번쯤 먹어 봐야 하는 과일로 여겨진다.이것이 한시적인 유행일지라도, 샤인머스캣 포도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육성한 품종일지라도, 과일이란 식물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슈거리가 된다는 것, 그리고 소비자들이 품종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선택해 소비한다는 건 우리나라 식물 문화의 커다란 발전으로 보인다. 와인 문화의 발달로 역사적으로 포도가 가장 널리 재배되고 이용되어 온 프랑스에선 이미 이런 문화가 널리 자리잡혀 있다. 동네 작은 과일 가게만 들러도 늘 색과 형태가 다른 두세 종의 포도가 벽에 걸린 모습으로 판매되고, 원예 상점 중심엔 다섯 품종 이상의 포도나무 묘목이 서 있다. 묘목 이름표에는 식물세밀화와 함께 이 나무가 커서 어떤 형태의 포도 열매를 생산하는지, 당도와 산도는 몇인지, 어떤 용도로 이용하면 좋은지 등의 정보가 꼼꼼히 적혀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품종 각각의 특성을 인지하고 소비한다는 증거다. 파리식물원 정원의 한 벽면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는 화훼식물이 아닌 과수작물인 유럽산 야생 포도가 덩굴로 덮여 관상식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꽃이 피는 봄과 열매가 맺는 여름이 아닌 가을과 겨울이 되어서도 이 나무가 포도나무임을 알 수 있는 건, 포도 덩굴 앞에 서 있는 이름표 때문이다. 이름표에는 이들의 꽃과 열매, 종자가 그려진 식물세밀화가 있고, 이를 통해서 언제든 이 식물의 일 년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프랑스에선 그 문화 역사만큼 포도 식물세밀화도 많이 기록되어 왔다. 피에르 조제프 르두테의 포도 그림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르두테는 산과 들의 자생식물이 아닌 인류가 이용하는 원예식물을 그림으로 그려 현대 원예식물 연구와 대중화에 큰 공로를 세운 프랑스의 대표적인 식물화가다. 언젠가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인들에게 내 소개를 할 일이 있어 “나는 식물세밀화를 그린다”고 했더니 “아, 조제프 르두테와 같은 일을 하는군요? 그는 훌륭한 식물화가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는 프랑스의 국화인 장미 컬렉션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는 장미뿐만 아니라 그가 살던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당시 프랑스에서 재배되던 포도 품종 수십 종을 그림으로 그려 냈다. 그가 그린 포도 중에는 현존하지 않아 우리가 볼 수 없는 종도,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품종의 부모와 같은 원종도 있다. 이 그림들은 연구 기록물로서, 또 복사되어 현대 세계인의 주방에 걸리는 인테리어용 그림으로도 애용된다. 식물세밀화가 인테리어용 그림으로 걸리는 것은 과학 일러스트레이션으로서 본래의 기록 목적에는 어긋나지만 식물의 보존을 위해 널리 이용하고자 유도할 수 있다면, 더구나 프랑스에서 육성한 포도가 세대를 넘어 세계의 사람들에게 소개되는 것을 생각하자면 그리 반감을 살 일은 아닐 것이다.나도 언젠가 포도를 그려야 할 텐데 하던 차에 얼마 전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신품종 포도를 그리게 되었다. ‘홍주시들리스’. 씨가 없고, 붉은빛이 도는 포도다. 아직 널리 보급이 되지 않아 시장과 마트에서 사 먹을 수는 없지만, 몇 년 내에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전 육종가로부터 한 가지 부탁을 받았는데 포도의 꽃도 함께 그려 달라는 조언이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우리가 늘 먹는 과일이 식물의 열매이다 보니 꽃 생각은 놓치고 만다. 개화해 수술과 암술이 보이는 꽃의 모습을 그려 그림을 완성했다. 홍주시들리스 외에도 흑보석, 흑구슬, 청수 등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신품종 포도는 스무 종이 넘는다. 나는 이들을 하나하나 그려 갈 생각이다. 르두테의 그것처럼, 이 기록도 2010년대 후반 한국에서 육성하고 재배된 포도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와우! 과학] 인류는 언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을까?

    [와우! 과학] 인류는 언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을까?

    유인원과 인류의 공동 조상은 1250만 년 전부터 체내에 지방을 축적하기 시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튀빙겐대학 연구진이 약 10년간 오스트리아 남부 카린시아(케른텐)에서 발견된 1250만년 전 선조의 치아를 분석한 결과, 당시 치아에서 충치를 비롯해 체내에 지방이 축적된 흔적을 발견했다. 1953년 발견된 이 치아는 유인원의 선조로 여겨지는 드리오피테쿠스(Dryopithecus)의 것으로 추정된다. 드리오피테쿠스는 침팬지와 오랑우탄, 고릴라, 인류의 공동 조상으로 여겨진다. 연구진이 해당 치아를 정밀 분석한 결과, 현존하는 인간이나 고릴라, 오랑우탄 등에 비해 요산분해효소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산분해효소의 결핍은 혈액 내 요산의 수치를 높이고, 이는 섭취한 당분이 체내에서 지방으로 축적되는데 영향을 미친다. 또 요산이 많으면 고혈압이나 신장병, 지방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요산분해효소가 적으면 과당(프룩토오스)가 증가하고 이것이 체내 지방 저장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드리오피테쿠스의 치아의 충치와 체내 지방 축적을 유발한 원인을 찾기 위해 치아가 발견된 카린시아의 나무와 관목, 포도나무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야생 체리와 딸기 등 총 9종의 고당 과일의 흔적을 발견했다. 또 꿀을 채취할 수 있는 46종의 식물(나무) 흔적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과거 식량이 부족할 당시 살아남기 위해 우리 조상은 체내에 지방을 저장했어야 했을 것이다. 요산분해효소의 결핍이 체내 지방 축적으로 이어졌으며, 이러한 환경이 1250만 년 전 조상의 충치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농업이 싹튼 초기 신석기보다 훨씬 앞선 시점부터 충치를 가진 고대 조상이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매우 놀라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과도한 지방 축적이 당뇨와 비만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러한 과정은 유인원을 유라시아에 정착하게 하고 종의 다양성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상업적인 식량 생산이 이뤄지는 현대에 들어 (질병을 유발하는) 장애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30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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