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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 피해’ 여군 10명 중 8명, 신고나 상의할 엄두도 못 냈다

    ‘성폭력 피해’ 여군 10명 중 8명, 신고나 상의할 엄두도 못 냈다

    “합당한 처벌 어렵고 불이익 우려”여성 간부 21% “성희롱 피해 경험”A중사는 부사관 임관 후 초임 하사 시절인 2016년 같은 부대의 상급자로부터 여러 차례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상급자는 A중사에게 “남자친구와 주말에 뭘 했느냐”며 사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했고 “모텔 가서 뭐 했나?”와 같은 말로 성적 불쾌감을 줬다. A중사는 피해를 군에 알릴까 고민했지만 당시 장기복무 선발 과정에 있었던 상황이라 결국 신고를 포기했다. A중사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고를 해도 내가 피해자로 보호받기보다는 조직 안에서 ‘문제 있는 인물’로 찍혀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고 털어놨다. 최근 공군 중사 장모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비난하는 군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문제는 여성군인 10명 중 8명이 성폭력 피해를 신고할 엄두를 못 내거나 신고를 포기한다는 군 내부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국방부 비공개 자료인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군 복무 시작 후부터 2018년 8~10월 여성 간부(부사관, 장교)가 성희롱 피해를 입은 비율이 20.8%로 남성 간부(3.1%)의 약 7배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에 성폭력 피해를 본 비율은 여성 간부 2.8%, 남성 간부 0.5%였다. 당시 실태조사에는 남성 간부 1만 1794명, 여성 간부 6456명이 참여했다. 성범죄 피해 경험이 있는 여군의 절반가량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속으로만 삭였다. 성폭력 피해 발생 후 신고 의향을 묻는 말에 ‘관련자와 상의하거나 보고 또는 신고하는 방안을 고민하지도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답변 비율이 47.1%로 가장 많았다. ‘고민은 했지만 신고를 포기했다’는 응답은 33.2%, ‘고민 중’이라는 응답은 19.6%였다. 보고서는 “여성 간부들은 앞으로 군 생활에 대한 걱정과 사건이 제대로 처리될 것 같지 않다는 우려, 비밀이 보장되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 때문에 피해를 알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B대위는 “과거에 근무했던 부대와 인접한 부대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군 간부들이 내부 행정망을 통해 피해자 얼굴 사진을 찾아 서로 돌려 봤다”면서 “왜 피해자가 이들의 뒷얘깃거리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그는 “남성 중심의 군 조직이라 사건을 공론화하면 오히려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을까 봐 참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위한 군의 대응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군 당국에 대한 여성 간부의 신뢰가 남성 간부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았다. 한 예로 ‘군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의 비밀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5점 척도 항목에 여성 간부는 3.0점을 준 반면 남성 간부는 4.1점을 부여했다. 이주원·오세진 기자 starjuwon@seoul.co.kr
  • 후배 괴롭힌 사격 국가대표 김민지 12년 자격정지 처분

    후배 괴롭힌 사격 국가대표 김민지 12년 자격정지 처분

    수년간 후배 선수를 괴롭힌 클레이 사격 국가대표 김민지(32)가 12년 자격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대한사격연맹은 8일 “국가대표 선수 3인이 특정 선수 1인에 대해 다년간 언어폭력 등을 행사했고 합숙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지난 2일 대한사격연맹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이들 3인에 대해 엄정한 징계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스포츠공정위는 함께 괴롭힌 A씨는 11개월, B씨는 3년 자격정지를 내렸다. 김민지는 해당 징계에 대해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고 재심 결과에 따라 징계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공정위가 객관적, 법률적으로 심의했고 당사자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제공한 만큼 중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김민지는 올림픽 출전도 어려워졌다. 김민지는 지난 4월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스키트 종목에서 1위를 차지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연맹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2개월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올림픽 출전 선수를 교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연맹 관계자는 “올림픽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포기할 수 없어 2개월 이상 징계가 나오면 다른 선수로 대체하는 것으로 의결했다”면서 “대표팀 선발전 기록을 두루 살펴보고 경쟁력 있는 선수로 대체 발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지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스키트 개인전에서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스키트 간판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은메달을 땄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월드피플+] 엄마의 힘으로…美 임산부, 물에 빠진 소녀 셋 구조

    [월드피플+] 엄마의 힘으로…美 임산부, 물에 빠진 소녀 셋 구조

    5개월 차 임산부가 물에 빠진 소녀 셋을 혼자 힘으로 구해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엘리사 드윗은 지난달 25일 해변에 나갔다가 물에 빠진 소녀 셋을 건졌다. 홑몸이 아니고 곁에는 2살, 3살, 6살 세 아이도 있었지만,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했다. 드윗은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로 산책하러 나갔다가 한 무리의 소녀들을 봤다. 얼마간 수영을 즐기던 소녀들 팔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곧장 부둣가로 달려갔다”고 밝혔다.아니나 다를까, 물에 빠진 소녀 4명은 공포에 질려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도움을 청하려 주변을 둘러봤지만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었다. 그녀는 “구조대에도 전화를 걸었는데, 바람과 파도 소리가 너무 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도와달라는 내 외침이 전달되기만을 기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다는 금방이라도 소녀들을 집어삼킬 듯 점점 더 사나워졌다. “소녀들이 거친 파도에 이리저리 떠밀렸다. 부두 벽에 세게 부딪혀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겨우 머리만 물 밖으로 내민 아이들이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었다”는 게 드윗의 설명이다.더이상 지체할 겨를이 없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넷째를 가진 임산부로서도, 누군가의 딸일 소녀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서둘러 전화기를 내려놓은 그녀는 본인 말대로 ‘어미곰’의 괴력을 발휘, 소녀들을 차례로 끌어올렸다. 바람과 파도가 휘몰아치는 부둣가에 배를 대고 누운 그녀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소녀들을 당기고 또 당겼다. 자칫 태아도 위험할 수 있었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드윗은 “소녀 한 명이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죽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절대 죽게 놔두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물에 젖어 미끄러운 손으로 잡았다 놓쳤다를 반복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드윗의 살신성인 덕에 겨우 물 밖으로 빠져나온 소녀들은 곧 도착한 구조대원들 편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윗과 배 속의 아기 역시 무사하다. 사건 당일 드윗은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장에 있었던 자신의 세 아이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녀는 “부둣가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2살 막내가 놀라서 나를 쫓아오려 했다. 그때마다 6살 첫째가 막내를 모래사장으로 데리고 가 안심시켰다. 정말 침착했다.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따라 우리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다. (죽을 고비를 넘긴) 소녀들의 부모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모성애를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서울포토] 조코비치, 19세 무세티 상대 프랑스오픈서 진땀 기권승

    [서울포토] 조코비치, 19세 무세티 상대 프랑스오픈서 진땀 기권승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4회전(16강)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34)가 상대 로렌초 무세티(76위.이탈리아.19)의 공을 받아치고 있다. 조코비치는 이날 2-2(6-7<7-9> 6-7<2-7> 6-1 6-0) 상황에서 5세트에 돌입, 게임 스코어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무세티가 복부와 허리 통증을 이유로 경기를 포기해 기권승 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8강에 진출했다. 파리 AP 연합뉴스
  • FDA 알츠하이머 신약 18년 만에 승인, 시험 참가 의사 “올바른 방향”

    FDA 알츠하이머 신약 18년 만에 승인, 시험 참가 의사 “올바른 방향”

     영국의 외과의사였던 알도 세레사(68)는 10년 전부터 왼쪽과 오른쪽을 헷갈려 자신의 일을 포기해야 했다. 수술 중에 증상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을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글래스고 출신으로 현재 옥스퍼드셔주에 살고 있는 그는 2년 전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Eisai)가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신약 임상시험에 자원했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우여곡절 끝에 7일(현지시간) 사용을 승인했다. 지난해 3월 시험이 중단된 뒤 그는 런던의 국립신경정신과병원에서 시험이 속행되길 간절히 기다려왔다. “자원했을 때 무척 행복했다”고 이날 영국 BBC에 털어놓은 그는 “내가 지나온 여정을 진짜진짜 즐겼다. 내가 시험에 참가해 얻은 이득은 분명히 아주아주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레사는 그 약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확신했다. 그는 “내겐 그다지 혼동스럽지 않다. 여전히 그 병을 갖고 있지만 아주 나빠지진 않았다. 그리고 이젠 (FDA의 승인으로) 더 확신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가족들도 자신의 상태가 나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전에는 부엌에서 늘 뭘 찾느라 뒤적거렸지만 이젠 덜 문제가 되고 있다. 병에 걸리기 전으로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난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 추론, 의사소통, 기본적 일상 업무에 필요한 뇌의 영역을 서서히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조와 임상시험 단계에서 ‘애드유캔유맵(Aducanumab)’으로 명명됐던 이 약은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로 불리는 해로운 단백질 덩어리의 제거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병 환자는 세계적으로 3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만 50만명의 환자가 있는데 이 약이 영국 보건당국의 승인을 얻어 상용화되면 60세부터 70세까지 초기 경미한 10만명에게 투여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를 낳는다. 주로 65세 이상에게서 증상이 나타나지만 그보다 한참 아래 연령에서도 발병한다. 제약사는 증상보다 원인을 치유하는 약이란 점을 내세운다. 세레사 같은 환자와 가족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는 약의 효능에 의문을 표시한다.  FDA가 알츠하이머병 관련 신약을 승인한 것은 2003년이 마지막이어서 18년 만의 일이다. 당시의 약은 불안이나 불면증 같은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어서, 병의 근본 원인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신약이 승인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다만 이번 신약이 환자의 정신적 퇴보를 되돌리지는 못하고 단지 진전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바이오젠 약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후속 연구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 이 신약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어 보인다. 환자들은 ‘애드유헬름(Aduhelm)’이란 이름으로 판매될 약을 4주에 한 번씩 주사로 맞아야 한다. 바이오젠은 신약의 가격이 연 5만 6000달러(약 6230만원)라고 밝혔다. 1회 투약 비용 4312달러(약 480만원)를 연간으로 계산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연 1만∼2만 5000달러(약 1113만∼2781만원)를 훌쩍 넘어선 가격이라고 CNBC 방송이 전했다. 마이클 보나토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이 방송에 “타당한 가격”이라면서 “20년간 혁신이 없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4년은 애드유헬름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AP는 제약업체들이 그동안 수조원의 연구비를 지출했지만, 치료제 개발에 실패했다며 이번 승인이 제약회사가 보류했던 유사한 치료법 투자를 되살릴 수 있다고 봤다. 환자나 가족 등은 새 치료제가 작은 효능이라도 있다면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많은 전문가는 효과가 의문스러운 치료제의 문을 열어줌으로써 위험한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FDA의 외부 전문가 자문위는 지난해 11월 바이오젠이 신약의 효과에 관한 하나의 연구만 제출한 상태에서 여러 물음에 반대투표를 하는 등 혹독한 평가를 내리면서 FDA에 승인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바이오젠은 에자이와 함께 진행한 초기 임상시험에서 고무적인 결과가 나와 3상에서 2건의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했지만, 지난해 3월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중간 평가가 나와 시험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 뒤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일부에 이 약의 용량을 높여 투여한 결과 상당한 임상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고, FDA는 이 약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능력 저하가 대조군보다 23% 덜했고 기억, 언어, 지남력(orientation) 등 다른 인지기능 평가에서도 덜하지만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당시 바이오젠 발표였다.  AP는 투약 방식의 변경과 바이오젠의 후속 연구는 해석하기 어려운 결과를 도출했고 많은 전문가 사이에 회의론을 불러왔다고 전한 반면, 블룸버그 통신은 FDA가 논란을 빚는 치료법을 승인했다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극적인 변화를 불러올 획기적인 결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역시나 회사 주가는 폭등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바이오젠 주가는 전장보다 38.3% 오른 주당 39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60% 치솟은 468.55달러를 찍기도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필리버스터 GO, 최저임금 인상 NO”…바이든·민주 눈치 안 보는 맨친 의원

    “(민주당) 상원의원이 공화당 친구들 쪽으로 표를 던지겠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털사 인종 대학살’ 100주기 연설에서 “왜 바이든은 이것(선거개혁법안 및 필리버스터 폐지 법안)을 끝내지 않느냐는 질문을 듣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이 민주당 소속임에도 자신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는 조 맨친(74) 상원의원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원망한 것이지만,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맨친의 눈치를 봐야 할 바이든이 “불필요하게 맨친을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맨친은 폭스뉴스에 민주당의 선거개혁법안이 “우리를 더 분열시킬 것”이라며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정부들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유색인종의 투표권 행사 제약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로,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 필요한 법안이지만 반대에 나섰다. 맨친은 또 자신의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주 언론에 기고문을 실어 “민주주의 구속력을 파괴하기 때문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절차) 폐지에 반대한다며,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로 인프라 투자, 기후변화 등과 관련한 바이든의 주요 법안 통과를 막자, 민주당이 나름의 묘수를 추진한 것이지만 맨친의 반대로 사실상 좌초될 위기다. 민주당에서 가장 보수적인 인물인 맨친의 위치는 독특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50으로 상원 의석을 양분한 상황에서 바이든의 법안이 통과되려면 단 한 명도 열외 없이 민주당 의원 50명이 하나로 뜻을 모으고, 상원의장(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야 한다. 다음에는 공화당의 필리버스터까지 무력화해야 한다. 하지만 맨친은 줄곧 바이드 노믹스에 반대하고 있으며, 필리버스터 폐지를 용인할 마음도 없다. 이미 그의 반대로 바이든이 지명했던 니라 탠든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지명자가 낙마했고, 최저임금 인상안이 좌초됐다. 예산 관련 법안의 정족수를 60표에서 50표로 바꾸는 ‘예산조정권’ 행사에도 반대하면서 바이든의 초대형 예산 법안은 계류 중이다. 그럼에도 맨친은 바이든이나 민주당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공화당 지역구인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주지사를 두 번 역임하고 3선을 하는 소위 기적을 이뤘기 때문에 민주당에 갚아야 할 정치적 빚이 없고, 외려 자신의 유권자에게 ‘온건한 보수’로 보여야 다음 선거에서 유리하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계명대 KAC 졸업생 강현진, 미국 변호사 시험 합격

    계명대 KAC 졸업생 강현진, 미국 변호사 시험 합격

    계명대 KAC 국제관계학과를 졸업한 강현진(24세) 씨가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강 씨는 계명대를 졸업하고 한동대 국제 법률대학원을 마친 후 바로 미국 변호사 시험에 도전했다. 미국에 특별한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학 경험도 없으나, 법에 대한 흥미와, 약자를 돕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워싱턴D.C 변호사 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것이다. 강 씨는 학부 시절 국제법 수업을 들으면서 법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학부 시절 국제법상, 문제가 되는 사항을 가지고, 검사, 변호사, 증인, 피의자, 또한 피고인의 역할을 각 학생이 맡아 모의재판을 진행하는 수업에서 우연히 변호사역을 맡음을 통해 더욱 법에 흥미를 느끼고 변호사의 목표를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번 미국 워싱턴D.C의 변호사 시험은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으로 2월에 치러졌다. 이틀에 걸친 시험은 첫째 날 컴퓨터로 타이핑을 쳐서 제출해야 하는 MPT(Multistate Performance Test)와 MEE(Multistate Essay Examination), 둘째 날은 사지선다 시험인 MBE(Multistate Bar Examination)으로, 이틀 동안 여덟 번의 세션으로 나누어져 총 12시간 동안 문제를 푸는 형식이었고 MBE 부분은 각 세션당 50개의 문제가 주어지고, 총 200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최종 시험 결과는 5월 20일에 발표되었다. 법률대학원에서 공부와 시험을 마주할 때마다, 강현진 씨는 학부 때 들었던 국제관계학과 전공수업(Fundamentals of Political Science)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전공에 관한 지식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매일 제출해야 하는 과제들이 매번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한다. 이같은 KAC에서의 강도 높은 수업 경험이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에서의 힘든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미국 변호사 시험을 치르는 데 있어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게 한 정신력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강 씨는 “미국 변호사 시험의 합격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이제 첫발을 내디디고 한 걸음씩 다가가려 한다.”라며, “아직 군 복무를 하지 않아 경험도 쌓을 겸 법무행정 장교를 지원하고자 한다. 군 복무를 마친 후에는 국내에서 미국 변호사로 일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꿈을 이루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계명대 KAC는 국제경영학과와 국제관계학과로 이루어져 있으며, 2007년에 국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신설되어 4년간 전 교육과정을 영어로만 강의하는 최초의 영어전용 단과대학이다. 졸업 후에는 국제기구(UN, UNESCO, UNICEF, IMF, WTO 등), 정부 기관, 다국적기업, 대사관, 국제변호사 등으로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골프장 숲에서 6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골프장 숲에서 6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7일 오전 10시 19분쯤 경북 경산시 한 골프장 숲에서 A(68·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 주변에 플래시 등이 떨어져 있었고, 주머니에는 골프공이 여러 개 있었다. 타살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골프장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A씨가 이날 오전 2시를 전후해 골프장 안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골프장 주변에 사는 A씨가 일명 로스트볼(경기 중 코스를 벗어나 플레이어가 찾기를 포기한 공)을 줍기 위해 심야에 골프장에 들어갔다가 확인되지 않은 원인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산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美 고속도로 추격전 끝에 도주하려 아이까지 내던진 ‘비정한 아빠’

    美 고속도로 추격전 끝에 도주하려 아이까지 내던진 ‘비정한 아빠’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보안관과 고속도로 추격전을 벌이던 30대 남성이 도주를 포기하지 않고 품에 안고 있던 아이까지 내던지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미국 CNN이 5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이에 따라 존 헨리 제임스 3세라는 이름의 32세 남성은 아동학대 등의 혐의가 추가돼 가중 처벌을 받을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당시 남성과 대치하고 있던 제이컵 커비 부보안관이 아이를 무사히 받았다는 것.커비 부보안관은 WPE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성은 추격전 끝에 전혀 개의치 않고 생후 2개월 된 아이를 약 1.8m 떨어진 곳에서 내던졌다”고 밝혔다. 당시 하늘색 옷을 입고 있던 아이는 보안관들에 의해 보호 기관에 위탁됐다. 문제의 남성은 아이의 친부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커비 부보안관은 또 “지금까지 몇몇 이상한 일을 겪었지만, 이번 사건은 분명히 가장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후 문제의 남성은 아이를 내던진 뒤 도망치려고 했고 결국 자기 자신을 넘어뜨린 다른 보안관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남성은 현장에서 응급구조대(EMT)의 검사를 받았는데 천식을 앓고 있어 숨을 잘 쉴 수 없다고 말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남성은 퇴원하고 나서 보석 없이 구금됐다. 보안관 사무실에 따르면, 남성은 아동학대 등 두 건의 중죄 외에도 보안관·소방관·EMT 가중 구타, 도주, 난폭 운전, 폭력뿐만 아니라 임산부를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인디언리버 카운티 보안관실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강제징용’ 日기업 16곳 상대 손배소 1심 ‘각하’

    ‘강제징용’ 日기업 16곳 상대 손배소 1심 ‘각하’

    법원이 7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이날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에서 원고 패소 판결과 같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거나 포기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여러 소송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피해자들은 17곳의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1곳에 대해서는 소송을 취하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과는 상반된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이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하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조선신보 “北 조국통일 입장 확고, 군사력은 통일 수단 변함없다”

    조선신보 “北 조국통일 입장 확고, 군사력은 통일 수단 변함없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북한이 통일 의지를 접었다는 국내외의 해석이 잘못 됐다며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것이 북한 노동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신보는 7일 기사에서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규약 가운데 핵심으로 꼽힌 ‘국가제일주의’를 “‘민족 중시’와 상반되는 ‘국가 중시’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노선과 정책의 변화를 운운하는 논자들은 조선의 당과 정부와 인민의 의지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남관계에 대한 입장과 민족 문제의 해결 방도는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을 통해 정립돼 있다”며 “우리 국가제일주의의 기치를 들고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는 노정은 결코 민족문제의 해결을 위한 투쟁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단히 증강되는 국가방위력도 분단과 전쟁의 원흉인 외세의 최후발악을 봉쇄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며 통일을 앞당기는 현실적인 힘”이라며 북한의 군사력 강화 역시 통일을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당 규약 서문의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 과업 부분에는 강력한 국방력으로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해 명백히 밝혔다”며 “자체의 힘으로 평화를 보장하고 조국 통일을 앞당기려는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 바로 여기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규약 서문에 해외 동포들의 민족 권리 등을 언급한 부분도 북한이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있다는 근거로 들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규약을 개정해 ‘우리민족끼리’란 표현을 삭제하고, ‘조국을 통일하고’란 표현을 더 장기적인 전망을 뜻하는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로 바꿨다. 또 ‘민족의 공동번영’이란 표현을 추가해 남북의 공존을 암시하고,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한다’는 표현을 규약에서 없앴다.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북한이 더는 통일을 지향하지 않고 있으며 ‘남조선 적화 전략‘도 포기했다고 분석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일 통일부 출입기자 화상 간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4일 민주평통 창립 40주년 기념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이런 해석 경향을 드러냈다. 이 전 장관은 당 규약 개정의 요체를 “‘김정은 당’의 완성을 뜻한다”면서 ▲대남혁명노선 및 통일담론 쇠락 ▲선군정치의 소멸과 새 정치방식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 천명 ▲수령체제 안정성을 위한 제도적 조처로 제1 비서직 신설 ▲김정은 당의 완성과 노동당의 정통 마르크시즘 당으로의 부분 회귀 등을 중요한 변화로 손꼽았다. 남조선혁명론에서 일국(북한)혁명론으로의 전환, 우리(조선)민족제일주의에서 우리국가제일주의로의 전환 등이 돋보인다는 것이었다. 특히 서문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삭제는 단순한 문헌 상의 변화를 넘어 대남전략 변화 여부를 둘러싼 국내에서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준다고 봤다. 정 부의장 역시 “‘투 코리아’(Two Korea)를 법 제도적으로도 공식화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통일에 대해 ‘잘못하면 남한에 흡수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해 말 남한 영상물의 시청 및 유포의 처벌을 강화하며 ‘반동 사상문화 배격법’을 제정한 것 등을 거론하며 “유난히 비사회주의와의 투쟁, 반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그렇게까지 나올진대 향후 북미대화가 열리고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열렸을 때 과거처럼 북한이 민간차원 지원이나 정부 차원의 교류 협력을 순순히 받아들일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에 참여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 정부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어 당장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남북관계는 예상치 못했던 시점에 특정 사건을 계기로 급속히 풀려나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합의 이행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모습을 북한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혁명이라는 용어가 현 정세에 맞지 않고 북한 주도의 통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통일 과업에 대한 부담을 덜고자 표현을 유화적으로 바꾼 것일 수 있다”며 “통일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는데 조선신보의 주장은 홍 연구위원의 분석과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해영의 쿠이 보노] 5·18광주항쟁 41주년, ‘하우스먼의 시간’

    [이해영의 쿠이 보노] 5·18광주항쟁 41주년, ‘하우스먼의 시간’

    5·18과 ‘미국 책임’, 새로운 말이 아니다. 1980년대 광주, 부산 미문화원 방화, 서울 미문화원 점거 사건 등 한때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책임 문제는 아직도 미완의 과거사다. 미국 탐사기자의 선구적인 노력으로 극비문서 ‘체로키파일’이 공개됐지만 미국에 의해 선별된 사실을 넘어선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멀다. 미국 책임의 정점에는 의당 ‘인권’ 대통령 지미 카터가 있다. 하지만 몇 해 전 광주의 방송사가 그를 찾아갔을 때 도망치듯 피신하는 그의 비루한 뒷모습은 충격적이다. 카터 아래 백악관의 권력 엘리트, 특히 안보보좌관 브레진스키를 우두머리로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리처드 홀브룩 등 ‘안보파’가 위치한다. 1979년 10월 26일~1980년 5월 말 이른바 ‘한국위기’에서 현장 지휘 공식 책임자는 대사 글라이스틴이다. 군쪽으로는 미 8군, 한미연합사, 유엔사 사령관 등 온갖 모자를 바꿔 쓰고 다니던 위컴이 있다. 미 CIA 한국지부장 밥 브루스터도 현장의 핵심 당사자다. 글라이스틴과 브루스터 양인은 1978년에, 위컴은 10ㆍ26 몇 달 전 한국에 부임했다. 글라이스틴과 위컴은 1990년대 말 나란히 회고록을 냈다. 브루스터는 1980년 말 사직, 1981년 병사한 관계로 절친(?)이었다는 전두환의 등극을 볼 수 없었다. 나는 글라이스틴, 위컴, 브루스터 3인에 이어 한 명을 더 지목하고 싶다. 제임스 하우스먼이다. 이 4인방이 10ㆍ26 급변사태 당시 한국 현장의 미국측 대리인이라고 본다. CIA 한국지부장은 미 대사관 8층 대사 집무실 옆방에서 근무한다. 그의 ‘화이트’ 명칭은 대사 특보(Special Assistant). 그렇다면 미 8군 사령관의 옆방에는 누가 근무할까. 사령관 특별고문(Special Advisor)이다. 위컴의 특별고문이 하우스먼이다. 군사고문단으로 해방 직후 한국군을 창설했고, 4ㆍ3을 겪었으며, 여순사건 진압을 현장에서 지휘했다. 한국전 당시에는 한강 인도교 폭파를 지시했으며 5ㆍ16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승만의 각별한 비호하에 경무대에 살다시피 하면서 국무회의에도 참석했다. CIA 지부장은 민간 첩보망을 통해 미 대사를, 하우스먼은 군방첩(CI)망을 통해 미군사령관을 지원하는 것이 임무다. 하우스먼은 글라이스틴, 위컴보다 앞선 1995년에 회고록 비슷한 것을 냈다. 이 책에서 5ㆍ16 당시 자신이 주한 미군사령관 “매그루더 장군의 직선적인 명령선상에 있지 않아 내 나름대로 행동했다”고 적고 있다. 그는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 지휘를 받는 자였다. 막상 이 책에는 10ㆍ26 이후 자신의 역할에 대한 상세 언급이 없다. 그런데 회고록 내기 전인 1990년 7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를 보자. “10·26 사건 뒤 하우스먼씨를 실장으로 하는 미8군 사령관 고문관실의 정보팀은 권력의 공백을 메울 세력이 누구인가를 탐색하는 데 주력하였다. ‘우리는 박 대통령의 죽음을 지배층의 붕괴라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한 지도자의 죽음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 대통령을 지탱하여 온 여러 파워 그룹들이 박 대통령이 죽었다고 해서 권력을 포기하겠습니까. 아니면 이제는 우리가 나설 때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우리는 여러 파워 그룹 중에서 군대와 경제계가 가장 발달해 있고 정당이 가장 낙후돼 있다고 보았습니다. 정당이 권력의 공백을 메워야 민주화가 되는데 그럴 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고문관실 정보팀’이 누군지 위컴의 회고록이 말해 준다. “스티브 브래트너와 브루스 그랜트와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 하우스먼과 함께 나머지 두 사람의 조언은 과거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귀중했다.” 과거 농구선수 박신자의 남편인 브래트너는 하버드대 출신 군정보통으로 1981년 하우스먼의 자리를 계승했다. 모르몬교 선교사 출신의 그랜트는 한글 전문가로 유명한데 생존해 있다. 떠나는 그를 사령관 위컴은 아래 공적으로 서훈한다. “대통령 박정희와의 긴밀한 개인적 관계를 통해 한국 군부가 미 정부의 우려를 불식할 만한 행동을 취하도록 설득했고, 신흥 군지도부의 배경과 열망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신군부하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위를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나갈 것임을 미 정부에 확신시켰다.” 시인 이산하가 과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 현대사가 이 한 사람을 이기지 못했다.” 자료의 부족으로 분석이 시어(詩語)를 못 따른다. 미국은 ‘이 한 사람’과 그의 정보팀이 생산한 기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 [사설] 어긋나는 주택 공급 대책, 소통 더 강화하라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는 과천 정부청사 부지에 주택 4000호를 공급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정부는 지난해 8·4 대책에서 과천 정부청사를 포함해 태릉골프장에 1만호 등 수도권에 3만 3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23번째 부동산 대책인 8·4대책은 수요 억제책에서 벗어나 서울과 인근 지역에 대규모 공급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과천 시민들은 정부청사 부지에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며 반발했고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추진 중이다. 이에 당정은 과천지구 자족용지 등에 4300호를 짓자는 과천시의 수정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번 계획 변경으로 주택 공급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체 부지는 이제부터 협의할 계획이라 구체적 계획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과천시 사례가 좋지 않은 선례로도 작용할까 우려스럽다. 태릉골프장도 녹지공간을 허물고 아파트를 지어야 하냐는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선거 과정에서 “태릉골프장은 개발제한구역인데 굳이 이를 풀어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지 인근 주민들도 반발하고 있어 수도권에 2028년까지 13만 2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이는 정부가 주택 공급 숫자를 늘리는 데 급급해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소홀히 한 결과가 아닌가. 재개발·재건축은 물론 기존 시설 용도 전환 등을 통한 주택 공급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정부는 합리적 원칙을 세우고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 사업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상 손실, 여러 문제에 대한 보상 및 해결 대책이 논의되고 납득돼야 한다. 주택시장은 공급량 자체보다 충분한 물량이 공급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안정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소통을 강화해 주택 공급에 미칠 차질을 최대한 줄이기 바란다.
  • 美 보육교사 부족에 일자리 회복 발목 잡혔다

    美 보육교사 부족에 일자리 회복 발목 잡혔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율이 50%를 넘어서며 일자리는 회복되고 있지만,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해 재취업이나 사무실 복귀가 힘든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육 인력 부족으로 문을 닫거나 학생수를 줄이는 어린이집이 늘면서 가정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편 노동자 부족 현상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보육 인력은 코로나19 전보다 15% 감소했다. 미 전체 근로자 중 2680만명(16%)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다는 점에서 타격이 적지 않다. 어린이집은 보육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텍사스주 텍사캐나의 어린이집인 클론다이크는 교사 부족으로 지난달 28일 운영 4년 만에 폐업했고, 123명의 아이들은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이곳 관계자는 현지 언론인 텍사캐나 가젯에 “(차량으로 3~5시간 거리인) 댈러스나 오클라호마시티까지 교사 충원에 나섰지만 자격을 갖춘 이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뉴햄프셔주의 시민단체 ‘얼리 러닝 NH’가 지역 어린이집 700개를 조사한 결과 인력 부족으로 총 4만 6000명의 정원 중 6000명(13%)을 채우지 못했다. 내슈아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조이스 굿윈은 현지 언론 유니온리더에 “부모들은 매일 빈자리가 있는지 전화한다. 우리는 10~12명의 아이를 더 받을 수 있지만 교사가 없다”며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구인 광고를 냈지만 소용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시간주 앤아버 공립학교들도 최근 방과후 보육 서비스를 없애기로 했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는 주당 200달러의 보너스를, 프린스 조지카운티는 급여의 20%를 더 주겠다는 고육책까지 내놓았지만, 해당 지역 공립학교들은 여름학교 교사를 충분히 충원하지 못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보육인력이 35%까지 해고됐는데 복귀하는 이들은 절반에 불과한 상황이다. 보육인력의 중위 임금은 12.24달러(약 1만 3600원)이고, 하위 10% 임금은 8.84달러(약 9870원)에 불과하다. 아마존·코스트코·타깃·베스트바이 등의 최저임금인 15달러(약 1만 6700원)에 크게 못 미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사립 어린이집 교사 중 44%가 매년 휴직하고 있으며, 이는 초중고교의 휴직률(약 16%)과 비교해 3배에 육박한다. 어린이집들은 교사 1인당 학생수나 교사 자격 등 관련 규제를 풀어 달라는 입장이다. 특히 보육교사의 학력 기준을 대졸 이상으로 정한 게 부담이다. 보육이 해결돼야 부모의 재취업도 늘면서 미국의 경기회복이 빨라질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밀려드는 주문에도 50만개의 일자리를 채우지 못했을 정도로 심한 구인난에 시달린다고 CNN은 보도했다. 반면 규제 완화로 보육의 질을 낮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네소타주는 일정 수준의 교육(120시간)을 이수한 보육인력에 대해 최저임금을 18.2달러(약 2만원)로 높이고 점진적으로 공립학교 교사 수준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말 보육인력이 패스트푸드나 유통업체 직원과 경쟁하기를 바라는가. 소방서나 공립학교를 자본주의의 손에 맡기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아기 때 쓰레기통에 버려진 제가 돈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은요”

    “아기 때 쓰레기통에 버려진 제가 돈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은요”

    미국 플로리다주의 발명가 겸 사업가, 정보통신(IT) 백만장자인 프레디 피거스(31)가 세상 누구보다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환경 때문에 이런저런 사람이 되게 놔두지 말라”는 것이 그의 인생 조언이다. 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2014년 세상을 떠난 네이선이 친아버지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자꾸 놀려댔다. ‘쓰레기 아기’ ‘버린 자식’ ‘더러운 자식’ 등이라고, 해서 프레디는 아버지에게 이유를 따졌다. 네이선은 “잘 들어.직설적으로 말할 거야. 네 친엄마가 널 버렸어. 해서 나와 베티 메이는 널 입양 위탁시설에 보내지 않고 널 입양했어. 넌 내 아들이야”라고 말했다. 신생아일 때 커다란 쓰레기 적재함에 버려졌다는 것이었다. “난 ‘OK, 난 쓰레기구나’라고 생각했다. 원치 않은 아기였구나 느꼈다. 그랬더니 양아버지는 내 어깨를 붙들고 ‘잘 들어, 네가 그 일 때문에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북부의 8000여명이 살던 시골마을 퀸시에서 네이선은 수선 일을 했고 베티 메이는 농장 인부라 찢어지게 가난했다. 프레디가 신생아이던 1989년에 그들은 이미 50대 나이였다. 이미 많은 아이들을 위탁받아 돌보고 있었지만 프레디가 두 살 때 입양했다. 아이들이 스쿨버스에서 깡통 쓰레기를 던지며 놀려댄다는 것을 알고 양아버지가 마중나와 있어도 아이들은 부자를 함께 놀려먹었다. ‘프레디 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다닌대요’ 어쩌구 하면서. 하지만 네이선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늘 사람들을 돕고, 낯선 사람을 만나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도왔다. 홈리스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주말이면 부자는 쓰레기 하치장에 가 쓸만한 것을 주웠다. 미국 속담 ‘누군가의 쓰레기는 누군가에겐 보물’을 떠올렸다. 그 때도 프레디는 컴퓨터에 꽂혀 있었다. 어느날 중고 컴퓨터 가게에서 망가진 매킨토시 컴퓨터가 눈에 확 들어왔다. 판매원을 졸라 24달러에 산 뒤 집에 가져온 날 프레디는 뛸듯이 기뻐했다. 이미 라디오, 시계, VCR 등을 분해 조립해 본 그는 고장난 컴퓨터를 끼고 지냈다. 50번 정도의 시도 끝에 컴퓨터 전원을 켜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를 고쳐보니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고통 따위는 문제도 아니었다. 열두 살 때 학교 컴퓨터가 고장나면 그가 불려갔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지도하던 여교사가 퀸시 시장이 되자 아버지와 함께 시청에 와 컴퓨터를 고쳐달라고 했다. 학교를 파한 뒤 100대 가량의 컴퓨터를 고치면서 12달러의 시급을 받았다. 2년쯤 지났을 때 시의 수압 측정 시스템을 컴퓨터로 구축하는 사업을 해야 하는데 한 회사가 60만 달러를 내라고 했다. 프레디에게 해보라고 했고, 그는 아주 싼값에 정확히 요구한 것을 해냈다. 겨우 열다섯 살 때였다. 학교를 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부모들은 실망했지만 곧바로 컴퓨터 수리 일로 창업을 했다. 공교롭게도 네이선이 알츠하이머 증후군을 앓기 시작한 때였다. 한밤중에 일어나 전날 저녁에 본 영화 ‘건스모크’ 주인공 흉내를 냈다. 라이플 소총을 프레디 머리에 갖다 대고 ‘널 이 마을에서 쫓아내고 말거야’ 대사를 따라하는 것이었다. 또하나 어린 프레디가 환장할 일은 옷을 다 입고는 신발을 안 신었다고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해서 꽤나 수익을 올린 발명품을 만들게 됐다. 신발에다 모니터링 장비와 스피커를 달아 랩톱 컴퓨터에 연결해 신발 속에서 “아버지 어디 계세요”란 자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애플과 구글 맵스가 나오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 네이선의 상태가 더 나빠지자 가족들은 양로원에 보내자고 했지만 어린 시절 버려진 경험이 있는 프레디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출장을 갈 때도 양아버지를 모셔갔다. 고객을 만날 때면 자동차 뒷좌석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라디오를 켜놓고 차 문을 잠가뒀다. 한번은 고객과 상담하는데 아버지가 창문을 내리고 기어나와 상담을 끝내고 나와야 했다. 다행히 아버지는 주차장에 앉아 있었다.네이선이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을 때 프레디는 스물넷이었다. 신발 추적 장치 아이디어를 220만 달러에 팔았다. 늘 1993년식 포드 픽업트럭과 낚시 보트를 사고 싶었는데 사고도 남을 돈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야말로 눈을 떴다. 돈은 아무 것도 아니며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내 온힘을 다할 것이라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부자는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다. 그 역시 아버지처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무렵 그는 두 번째 기발한 발명품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여덟 살 때 조지아주에 있는 어머니의 삼촌 댁을 방문했을 때 경험에 착안했다. 부모가 아무리 노크해도 삼촌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어린 프레디에게 창문으로 들어가 문을 따게 했는데 그 친척은 난롯가 의자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앉아 있었다. 당뇨병을 앓던 그는 코마 상태에 빠져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는 당뇨 환자의 혈당을 멀리 떨어진 병원 의료진이 점검해 가까운 친인척에게 찾아가게끔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을 착안했다. 미국 시골에 2G나 3G 밖에 안 깔린 데다 퀸시 주민들은 전화를 걸어 인터넷을 연결하는 점을 감안해 큰 소리로 전화 벨이 울리다가 갑자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식으로 경보가 울리게 했다. 프레디는 시골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끌어올리고 싶어 2008년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면허를 따 자신의 회사 피거스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더 큰 규모의 통신 사업자들이 인구 1000명도 안되는 시골 지역에 투자하도록 청원했다. 무려 394회에 이르렀다. 돈을 엄청 까먹었다. 스물한 살이던 2011년 그는 미국에서 가장 젊고, 흑인으로 유일한 통신 사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업 초기 혼자서 모든 일을 했다. 플로리다주 북부와 조지아주 남부에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4년에 스마트폰 제품을 내놓았는데 피거스 F1은 운전 중에 문자를 보내거나 딴청을 피우면 이를 감지해 차의 속도를 시속 10마일로 떨어뜨리는 장치다. 2019년에 출시한 피거스 F3는 충전기로부터 5m 안에만 있으면 언제든 무선으로 충전하는 칩이 내장돼 있는데 FCC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블로거가 최초의 제품이 아니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6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우리 목표는 정직함과 투명함을 제공하는 것이며 질 좋고 개선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양어머니 베티 메이(83)도 알츠하이머가 시작됐다. 양아들의 성취를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그가 개발한 글루코미터(glucometer)가 삼촌의 목숨을 구했을지 모르는 “뭔가 특별한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 네이틀리와 2015년에 결혼해 어린 딸을 뒀다. 불우한 환경의 어린이와 가족들의 교육과 보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재단도 운영하고 있다. 위탁 돌봄시설의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기부하는 일, 코로나19 팬데믹과 싸우는 이들에게 개인보호장구(PPE)를 기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어린 딸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세상이 아무리 차갑게 보이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자신에게 일생의 롤 모델이었던 양아버지 네이선도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여기는 중국] “엘리베이터 타려면 돈 먼저 내!” 1회 요금은?

    [여기는 중국] “엘리베이터 타려면 돈 먼저 내!” 1회 요금은?

    완공된 지 25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놓고 주민과 시공사 측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엘리베이터 시공을 담당했던 업체 측이 승강기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주민들에게 이용 요금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구의 아파트 단지에 버스나 지하철처럼 탑승 시 요금을 징수하는 ‘공공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3년 완공된 6층 규모의 공동주택단지로 주로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던 탓에 주민들은 계단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승강기 설치 업체가 단독으로 해당 아파트 단지에 총 75대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뒤 주민들에게 설치 비용을 요구했다. 비용은 1대당 약 30만 위안(약 5천 100만 원)에 달했다. 주민의 약 30%가 60대 이상의 은퇴자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목돈을 지급을 포기한 세대가 상당했다. 급기야 승강기 설치 업체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승강기 1회 이용 시마다 요금을 징수하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업체 측은 1회 이용 시 1위안(약 170원)의 요금을 징수, 단 같은 세대의 가족들이 함께 동승할 경우 1회 이용 요금만 지불해도 좋다는 할인 혜택도 공개했다. 단, 가족관계라고 해도 다른 층에 거주하거나 다른 호수의 주택에 거주할 경우에는 각각 1위안씩 따로 요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업체 계산에 따르면, 1가구 2인 거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회 이용 시 1년에 단 1400위안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엘리베이터 이용이 가능하다. 요금은 주택 관리 비용 지급과 연동된 계좌에서 세대별로 이용한 요금만큼 차감되는 방식으로 징수된다.또, 승강기 운영과 관련한 유지, 보수 비용은 전액 승강기 업체 측이 부담키로 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유료 엘리베이터’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자 현지 누리꾼들은 이용 요금이 지나치게 고액이라는 의견이다. 한 누리꾼은 “우리 부모님이 사는 집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노후화된 아파트”라면서 “평소 전화 비용도 아끼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1회 이용 시 1위안은 너무 큰 돈이다. 엘리베이터가 없을 정도로 낡은 아파트가 있는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형편은 그만큼 넉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가격이 비싸서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해도 이를 이용하려는 주민들은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인데, 업체가 더 영리하게 처신해서 요금을 지금보다 최소 절반 이상으로 내리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고 지적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정부과천청사 부지 주택공급 포기

    정부과천청사 부지 주택공급 포기

    -4000가구 포기하고 인근에 4300가구 추가 공급 -준비없는 택지개발 계획, 주민 반대에 정부 백기 정부가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대신 기존 과천지구 자족용지 등을 주택용지로 변경해 3000가구를 짓고 인근 신규택지에 13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는 4일 당정협의를 열어 과천청사 부지 주택공급 계획 수정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과천시가 제안한 수정안을 협의 끝에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말이 수정안이지 정부가 청사 부지를 주택용지로 바꾸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정부가 과천시의 강력한 반대에 손을 든 것이다. 과천시는 정부청사 부지를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급기야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운동을 진행되면서 사태가 악화했다. 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는 오는 7일 시장의 소명서 제출, 선관위의 발의 등을 거쳐 이날 말이나 다음 달 초 시행될 예정이다. 청사부지 주택공급 정책에 반대하며 시장 주민소환투표운동을 펼치는 주민소환추진위원회는 이날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추진위는 입장문을 통해 “8·4대책’ 전면철회를 주장했다. 추진위는 “과천지구의 자족용지를 줄여 주택을 지으라는 과천시의 대안은 시의 미래에 역행하는 중대한 과실”이라며 “정부는 과천시를 자족도시로 키우지는 못할망정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키지 마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쫓기듯 택지지구를 지정해 공급량을 늘리려는 정부의 주택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도 않은 채 쥐어짜듯 확보한 택지를 확보해 놓고 이를 취소하는 것 자체가 주택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주택 정책이 정치권과 지자체에 지나치게 끌려다닌다는 지적도 받는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이를 정부가 수용하도록 강하게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면 도심 유휴부지를 택지로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정부의 계획은 상당 부분 흔들릴 수 있다. 정부 발표 직후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 가구),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1000가구)·국립외교원 유휴부지(600가구),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3500가구)·상암 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등 도심 주택용지 공급을 놓고 지자체나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선거 과정에서 태릉골프장 부지에 대한 주택 조성 방안에 대해 “태릉골프장은 개발제한구역인데 굳이 이를 풀어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지역 사회 의견이 굉장히 중요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반대 뜻을 나타냈다.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도 시험장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지역 주민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누워 놀고 먹으니 좋지 아니한가” 中공산당이 두려워하는 탕핑족

    “누워 놀고 먹으니 좋지 아니한가” 中공산당이 두려워하는 탕핑족

    와이셔츠에 타이까지 매 직장인처럼 보이는데 자리 깔고 누웠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인구 절벽’이나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게 여긴다는 탕핑(躺平)족이다. 글자 그대로 늘 몸을 반듯이 누이고 아무것도 안한다는 뜻이다. 우리네 삼포족(연애·결혼·출산 포기)이나 오포족(취업·결혼·연애·출산·내 집 마련 포기)을 떠올리면 된다. 중국 정부는 인구 절벽을 막기 위해 자녀를 셋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하며 40여년 만에 사실상 산아 제한을 폐지했는데 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중국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이 취업할 즈음부터 인생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일자리가 줄어 젊은이에게 훨씬 많은 노동시간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것도 이들이 노동에 환멸을 느끼게 만든다고 영국 BBC는 4일 전했다. 은퇴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곱절은 늘어 젊은이들의 노동으로 먹여 살리는 사회경제 구조에 진절머리를 친다는 분석도 있다. 웨이보를 비롯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탕핑이 바로 정의’란 글이 큰 화제가 됐다. 글을 쓴 20대 청년은 자신이 2년 동안 안정적인 직장이 없는 상태에서 달마다 200위안(약 3만 5000원)만 있으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더라고 했다. 매일 두 끼만 집에서 먹고 낚시, 산책 등 돈이 안 드는 여가를 보낸다. 그래도 돈이 부족하면 저장성의 영화 촬영소에서 엑스트라로 출연한 뒤 그 돈으로 몇달을 또 버틴다는 것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해봤자 사회시스템과 자본가의 노예가 되어 매일 996 근무(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하면서 착취만 당하고 결국 남는 건 병에 걸리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일부 누리꾼은 “내가 누우면 자본이 절대 나를 착취할 수 없다”거나 “사회가 험악하니 내가 먼저 누울게, 또는 “탕핑은 중국 젊은이들의 비폭력 비협조 운동”이라고 찬동했다. 관영매체와 관변 학자들은 “집도 사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생존 기준만 유지하며 남의 돈을 버는 기계가 되지 않겠다는 것은 인류 문명 사상 가장 속절없는 저항“이라고 개탄했다.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는 ‘탕핑은 부끄러운 일, 정의가 아니다’ 제목의 논평을 게재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며 젊은이들이 탕핑을 선택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며 부지런히 일해야만 꿈이 이뤄질 수 있다”고 타일렀다. 이어 “중국은 세계 최고의 인구 대국으로 경제 전망 또한 매우 밝다“면서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탕핑을 선택한다면 도대체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칭화대의 한 교수는 “탕핑족은 부모에게도 미안하고 열심히 일하는 납세자에게도 미안해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웨이보는 #탕핑 검색을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게을러서 탕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대가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자괴감도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전시의 집값과 소득의 비율은 43.5다. 즉 43년 동안 먹지 않고 일해야 선전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집을 사기 힘든 곳인 셈이다. 베이징도 이 지수가 41.7이다. 왕이란 실험실 요원은 AFP 통신에 “이력서 내는 일이 백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24세 청년은 “사회에서 흠씬 두들겨 맞았다면 훨씬 풀어진 삶을 원하기 마련이다. 탕핑은 죽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난 여전히 일하고 있다. 다만 과다하게 몸을 뻗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사실 비슷한 얘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6년 중국 배우가 90년대 시트콤을 본따 비슷한 놀이를 했다. 이듬해 젊은 중국 누리꾼들은 계란 노른자처럼 축 늘어진 일본 만화 캐릭터 구데타마에 열광하기도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80년대 ‘오싱’의 작가 하시다 별세 두 달 뒤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80년대 ‘오싱’의 작가 하시다 별세 두 달 뒤

    1980년대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일본 TV 드라마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가 지난 4월 4일 시즈오카현의 자택에서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영국 BBC가 K드라마나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열광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알 리가 없는 드라마인데 세계 각국의 많은 이들이 향수에 젖은 추모의 글을 올리고 있다고 4일 소개하면서였다. 1925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 귀국해 오사카에서 자라났다. 일본여자대 국어과 졸업 후 와세다대 국문학과에 입학했다가 연극에 매료돼 예술과로 전과했다. 1949년 쇼치쿠 영화사에 첫 여성 각본가로 입사한 뒤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 두각을 나타냈다. NHK의 대하드라마 여자 태합기(1981년), 생명(1986년), 가스가노쓰보네(1989년), 오싱(1983~1984년)을, TBS 드라마 세상살이 원수천지(1990년)를 썼다. 특히 1900년대 찢어지게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여성이 역경을 딛고 슈퍼마켓 체인점 총수로 성공하는 일대기를 그린 오싱은 일본에서 최고 시청률 62.9%를 기록했고, 세계 68개국에 수출됐다. 국내에서도 1985년 아역스타 김민희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난 그는 2017년 ‘안락사로 죽게 해주세요’란 제목의 책을 내며 초고령 일본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책에서 그는 장례식, 친구, 부모, 남편, 연애, 자식, 친척, 후회, 일, 출세욕 등 10가지를 버리겠다고 선언했다.스리랑카의 한 팬은 어릴적 엄마 무릎에 앉아 머리를 빚으며 오싱을 보던 따듯한 기억을 트윗으로 남겼다. 반일 감정이 들끓는 중국의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 “정말 감동적이었다. 오늘도 난 주제곡 가락을 흥얼거릴 수 있다”고 적었다. 대만에서도 그녀의 죽음을 긴급 속보로 다룬 매체가 있었다. 일간 차이나 타임스는 고인을 “국보”라고 표현했다. 이 드라마는 1983년 4월에 첫 전파를 탔는데 전형적인 아사도라(아침 드라마)였다. 가정주부들을 타깃으로 여성 가장이 집안을 이끄는 내용들이 아사도라의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전 연령층에 고루 사랑 받았다. 당시 일본은 활황이어서 “거품 경제”를 대변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 언론인은 “휘황하고, 모든 것이 풍족해 넘쳐나는 세태에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면서 “묵직한 메인코스 요리에 앞서 균형을 맞춰주는 그린 샐러드 같은 것”이라고 묘사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학 엘파소 캠퍼스의 신문방송학과 아빈드 싱할 교수는 “사랑과 희생, 참을성과 용서” 같은 보편적 가치 때문에 세계로 수출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홍콩의 70대 팬 웡은 어릴 적 오싱은 쌀 한 봉지와 맞바꾸는 신세였고, 2차 세계대전에 아들을 잃고, 남편마저 극단을 선택했지만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면서 삶이 얼마나 고단할지라도 용기를 내면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고 했다. 특히 하시다는 여성끼리의 미묘한 감정의 선을 잘 그려냈는데 2018년 인터뷰를 통해 늘 부대꼈던 며느리와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자신의 직장 생활도 잘 녹여냈다. 그녀는 종전 후 영화사 각본가로 취업했는데 상사들은 비서로 전업하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았고 결국 작가로 성공했다.베트남부터 남미 페루까지 ‘오싱드롬’이 뻗쳤다. 태국 내각회의 일정을 이 드라마 때문에 조정했다는 얘기가 보도됐다. 방콕의 한 일간지에 그 주의 드라마 시놉시스를 실었더니 판매부수가 70% 늘었다. 홍콩에는 일본 과자 판매점 체인 ‘오싱 하우스’가 759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광둥어로 번역된 드라마 주제곡 가사 중 “카르마(업보)는 너의 적이다. 결코 포기하지 마”는 지금도 홍콩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드라마에는 주인공의 성을 딴 타나쿠라 시장이 등장하는데 이란에는 같은 이름의 중고용품 시장이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는 청소부들과 유모들이 모여 산다고 해서 “오싱 동네”라고 하는데 주인공의 첫 직업이 가정부였기 때문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드라마가 굉장한 역할을 했다고 돌아본다. 싱가포르의 40대 후반 여성 킷 오는 어머니와 함께 시청했지만 일본과 전쟁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지녔던 할머니는 한사코 보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반일 감정 같은 것은 없다. 오싱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그 쇼는 일본을 덜 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40년이 흘렀지만 홍콩인 웡은 영혼을 깨우는 얘기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감동적이라며 민주화 시위에다 팬데믹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는 이 도시에 드라마의 교훈은 여전히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도 오싱을 기억하고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생기면 당당히 마주하라. 해결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성추행 피해 후 숨진 전직 공무원... 사과 요청하자 “증거 있냐”

    성추행 피해 후 숨진 전직 공무원... 사과 요청하자 “증거 있냐”

    인터넷 커뮤니티 통해 피해 호소“팀 회식날 ‘총애한다’며 손 잡기 시작”“몇 번 도망가도 ‘탄탄대로 걷게 해주겠다’”이후 가해자와의 업무 분리 등 안 이뤄져사과 요청하자 “증거 있냐”, “너를 아꼈다” 최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직 공무원이 4년 전 상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을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사실을 토로하며 2차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숨진 피해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30대 여성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거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A씨는 “팀 전체 회식 날 좋은 일식집에 가서 식사를 하게 됐고 과장님도 격려 차원에서 참석했다”며 “2차로 노래방에 갔을 때 과장님이 손을 꼭 부여잡고 ‘너를 총애하는 거 알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몸을 빼려고 하니 더 밀착하면서 ‘널 볼 때마다 집사람 생각이 난다’며 허벅지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며 “몇 번 도망갔는데도 따라와서 볼을 부비며 ‘오빠가 인사 잘 봐 줄게’라거나 ‘너 탄탄대로 걷게 해 준다’며 ×× 여자 끌어안듯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음날 A씨는 상사에게 사과를 요청했지만, 기관장이 ‘증거가 있느냐’거나 ‘과장이 너를 아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등 내부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경찰 고소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해당 커뮤니티에 A씨가 남긴 약 10개의 관련 글에는 가해자와의 업무 분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직장 내 2차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그 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확인 안 되고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전과 16범이라네요. 과장님 좋은 분인데 맘고생으로 살이 쪽 빠졌대요’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캡처를 올리며 자신에 대한 음해성 소문이 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1년 뒤 A씨가 ‘성범죄 피해자로서 남기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쓴 게시글에는 “직장에 복귀하는 건 사실상 포기했으며 주위 사람은 절 떠났고 사람들로부터 ‘네가 똑바로 처신 못 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상사의 완강한 부인 끝에 거짓말 탐지기까지 받고 나서야 기소됐고 그는 아직도 어깨만 쓰다듬으면서 격려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냥 내가 참고 넘어갔어야 하나 자책한 적도 많고 자살 충동은 수도 없이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달 31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직 세무서 공무원인 A씨는 2017년 9월 부서 회식을 하던 중 상사인 B씨로부터 추행 피해를 본 뒤 직장을 그만뒀으며 우울증과 심리적 불안감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당시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상사 B씨를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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