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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체포영장 만료 D-1…野 “즉각 재집행” vs 與 “불법 영장” 팽팽

    尹 체포영장 만료 D-1…野 “즉각 재집행” vs 與 “불법 영장” 팽팽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시한 만료가 하루 남은 가운데 영장 재집행을 둘러싸고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비롯해 수사 인력 상당수가 주말인 5일에도 출근해 2차 체포영장 집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 공수처장은 이날 오전 9시 41분쯤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에 출근했다. 2차 체포영장 집행 시기 등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사무실로 바로 향했다. 수사팀도 이날 대부분 출근해 오 처장과 체포영장 집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대환 비상계엄 수사팀장 등도 이날 출근해 논의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지난 31일 발부 받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오는 6일 자정이다. 민주 “공수처, 기관 존립 걸고 체포영장 즉각 재집행” 더불어민주당은 5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즉각 재집행을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가 윤석열 체포를 무기력하게 중도 포기한 모습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공수처는 기관의 존립을 걸고, 윤석열 체포영장을 즉각 재집행하라”고 강조했다. 박범계 의원도 “제2차 체포 시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해서는 안 된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아니나, 체포집행도 못 하는 구속의 실행 가능성 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먹물 소리 듣지 않도록 체포에 임해야 된다”며 “창피하지 않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앞서 공수처는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해 윤 대통령 신병 확보를 시도했다가 경호처의 저항으로 5시간 넘는 대치 끝에 철수했다. 이에 민주당은 공수처의 영장 집행을 막은 박종준 대통령실 경호처장 등 8명을 내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경호처를 향해 “적법한 법 집행을 가로막고, 내란 수괴를 옹호하는 내란 사병을 자처했다”며 경호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영장 재집행을 촉구하는 동시에 경호처장 직위해체 및 체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영장 청구 명백한 불법…판사가 법 위에 선 것”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불법적이라고 주장하며 영장 재집행에 반대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판사가 마음대로 영장에 초법적인 예외 조항을 넣는 것은 입법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판사가 법 위에 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를 향해선 “공수처는 채상병 사건 하나도 제대로 수사를 못 하면서, 어떻게 내란죄를 수사하겠다는 것인가. 마치 멸치가 고래를 삼키겠다며 달려드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고 원천 무효”라며 “영장 청구에 불응하는 게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질서 및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도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영장 청구 자체가 불법이며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생존력 끝판왕…7세 실종아동 ‘맹수 득실’ 초원서 기적 생환

    생존력 끝판왕…7세 실종아동 ‘맹수 득실’ 초원서 기적 생환

    아프리카 초원에서 길을 잃은 7살 어린이가 5일 동안이나 야생을 헤맨 끝에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3일(현지시간) BBC, CBS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실종된 짐바브웨 소년 티노텐다 푸두(7)는 조난 5일 만에 맹수가 우글대는 마투사도나 국립공원에서 발견됐다. 마투사도나 국립공원은 면적이 1400㎢가 넘는 거대한 자연보호구역이다. 이곳에는 사자 40마리를 포함, 코끼리와 하마 등 각종 맹수가 서식하고 있다. 현지 의원 뭇사 무롬베지는 발견 당시 이 어린이가 “울부짖는 사자와 지나가는 코끼리들에 에워싸인 채 바위투성이의 고지대에서 잠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소년은 길을 잃고 헤매다 맹수가 득실거리는 초원 한복판까지 들어갔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푸두 발견 지점은 마을로부터 약 48㎞ 떨어진 곳이었다. 뒤늦게 소년이 사라진 사실을 안 마을 사람들은 수색대를 꾸리고 마을 방향을 알려주려 큰 북을 울렸지만 효과는 보지는 못했다. 그사이, 조난된 소년은 맹수가 득실거리는 초원에서 특유의 생존력을 발휘하며 연명했다. 먹을 수 있는 과일을 따고 강바닥을 파서 찾아낸 물을 마시며 생존했다. 다행히 공원관리원들이 어린이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을 발견하면서 푸두는 실종 5일 만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 무롬베지 의원은 공원관리원과 주민들이 끝까지 노력한 덕분에 어린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면서 “단결과 희망, 기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의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 [용산NOW] 지지층 결집하며 ‘버티기’ 들어간 尹…지키는 경호처

    [용산NOW] 지지층 결집하며 ‘버티기’ 들어간 尹…지키는 경호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메시지처럼 버티기를 계속할 전망이다. ‘갈라치기’, ‘내란 선동’ 등의 비판 속에서도 윤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에 더욱 주력해 탄핵 심판 등에서 최후 방어를 하기 위한 전열을 가다듬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경호처는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 기동대를 동원했고, 경호구역에 무단으로 침입해 근무자를 다치게 하고 기물도 파손했다는 것이다. 이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는 공수처 검사가 경찰 기동대 지원을 받는 것은 위법이라는 해석에 근거한다. 경호처가 수사기관을 상대로 ‘법적 조치’까지 언급하며 윤 대통령 ‘지키기’에 나서면서 공수처가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해도 한남동 대통령 관저는 뚫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가 경찰 기동대를 동원하지 않고 재진입을 시도한다고 해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업무를 경호처가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지층 결집 및 동원 메시지를 내며 전열을 정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발표한 대국민 담화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무안 제주항공 대참사와 관련해 “애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히며 침묵을 깼다. 지난 1일에는 대통령 관저 앞에서 철야 지지 집회 중인 시민들에게 “저는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지지층 ‘동원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 수사와 탄핵 심판을 맞닥뜨리며 느끼는 위기감이 커졌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도 적극적으로 내란 혐의 수사의 부당성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5시간 30분간의 대치 끝에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후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서 불법 무효인 체포 및 수색영장을 강제로 집행하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석동현 변호사도 SNS(소셜미디어)에 “공수처가 정말 미친 듯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의 안하무인 안하무법으로 설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7일 사직 처리된 최진웅 전 대통령실 국정메시지비서관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을 지원하며 윤 대통령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정치 메시지’는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비서관급 참모가 윤 대통령 측에 정식 합류한 것은 처음이다.
  • 경호처 ‘수색 불허’ 배경은…‘현직 대통령’ 신분 등 고려

    경호처 ‘수색 불허’ 배경은…‘현직 대통령’ 신분 등 고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첫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3일 대통령경호처는 대통령 관저 진입을 시도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대치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경호처가 ‘수색 불허’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인 데다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반발이 큰 상황이고, 보안상 이유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체포영장을 제시하며 영장 집행 협조를 구한 공수처에 경호법과 경호구역 등을 이유로 들면서 수색을 불허한 상태다. 경호처장은 경호업무의 수행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가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가하여지는 위해를 방지하거나 제거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하는 만큼 경호처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업무를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해 발부받은 체포·수색영장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한 데다 지난 1일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자필 서명 글을 배포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는 점도 경호처 판단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보안상 이유도 경호처 판단의 최우선 요소 중 하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호처가 대통령실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막은 명목상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110조에는 ‘군사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으며, 111조에는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은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경호처는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를 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 신변 보호를 업무로 하는 경호처가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날 “방침에 변함은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은 오전 8시 2분쯤 관저에 진입해 1, 2차 저지선을 통과하고 문 앞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이들을 가로막은 경호처와 5시간 넘게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체포영장 집행 인원은 공수처 30명, 경찰 특수단 120명 등 150명이고 관내에 진입한 인원은 공수처 30명, 경찰 50명이다. 현재 관저 경비를 맡고 있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경호처에 배속돼 복무하는 55경비단의 지휘통제 권한은 배속되는 기관인 경호처에 있고 군은 따로 권한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 김하성 어디로? 이정후 어떤지?

    김하성 어디로? 이정후 어떤지?

    김하성(30)과 이정후(27)에게 무엇보다도 을사년 새해가 빅리거 경력에 중요한 해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로운 팀을 찾고 부상에서 회복해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 연쇄 이동으로 양키스행 가능성 지난 시즌 종료 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계약이 만료된 김하성은 800만 달러(약 117억 원) 규모의 1년 연장 옵션을 포기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시장에 나왔다. 2023년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MLB 골드글러브(유틸리티 부문)를 수상하는 등 자신의 가치를 높였지만 해가 넘어가도 새 팀을 찾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김하성이 소속팀을 찾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어깨 부상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8월 경기 도중 어깨를 다친 김하성은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올 4월쯤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는 사이 김하성에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단은 속속 다른 선수들과 계약을 맺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번 FA 시장에서 유격수 최대어로 꼽힌 윌리 아다메스를 7년 1억 8200만 달러(2591억원)에 영입했다. 김하성의 또 다른 행선지로 점쳐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도 뉴욕 양키스에서 글레이버 토레스를 데려왔다. 토레스가 디트로이트로 가면서 김하성의 양키스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디 애슬레틱은 “김하성이 양키스에 온다면 토레스를 대체해 2루수나 3루수를 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스프링 캠프 무난… “급성장 ” 전망 이정후는 건강한 복귀가 가장 중요한 목표다.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600억원)에 계약하며 기대를 모은 이정후는 지난해 5월 어깨를 다쳐 시즌을 일찍 끝내야 했다. 이정후는 스프링캠프 합류가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팬그래프닷컴은 이정후가 새 시즌 타율 0.281와 7홈런 48타점 46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37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팀 내 최고 타율을 찍을 거란 전망이다. MLB닷컴은 30개 구단별로 올해 급성장할 선수를 한 명씩 선정해 1일 공개했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선 이정후를 꼽았다.
  • 英 음악축제 테러 계획한 17세 이슬람 개종자, 수감 생활 1년도 안 돼 교도관 10명 찔러 [핫이슈]

    英 음악축제 테러 계획한 17세 이슬람 개종자, 수감 생활 1년도 안 돼 교도관 10명 찔러 [핫이슈]

    영국에서 이슬람교를 모욕하는 불신자는 모두 죽이겠다며 수만명이 참석하는 한 음악축제에 대한 테러를 계획했다가 소년원에 간 17세 소년이 1년도 안 돼 교도관 10명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메일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적 이유로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 소년은 2022년 당시 영국 남단 와이트섬의 뉴포트에서 매년 6월 개최하는 유명 음악축제인 ‘아일오브와이트 페스티벌’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테러공격을 계획한 범죄로 지난해 4월 런던 법원에서 구금 7년형을 선고받고, 인근 소년원에서 수감 생활 중이다. 2021년 이슬람교로 개종한 소년은 이 음악축제 테러를 준비하기 위해 칼과 방검조끼, 픽업 트럭 등을 구하려고 시도했으며 현장 보안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조사했으나, 차량을 끝내 구하지 못해 포기했다. 대신 그는 평소 이슬람을 모욕했다고 생각하던 한 특수교육기관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참수 계획까지 세웠지만, 범행 전에 체포됐다. 그의 배낭에서는 칼 뿐 아니라,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무슬림이 돼 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이 담긴 메모지도 발견됐다. 영국 대테러 경찰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인스턴트 메신저 플랫폼인 디스코드를 통해 확산하던 테러 정보를 입수하면서 이 소년의 존재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소년은 2022년 7월 체포됐으며, 지난해 2월 유죄 평결을 받았다. 법원은 소년이 구치소에서 직원들을 공격하고 급조 무기를 사용하는 등 별도의 범죄 18건에도 연루됐다고 밝혔다. 모라 맥고완 판사는 “그는 종교적 신앙에서 교제와 위안을 찾던 고립되고 고민 많은 청년이었다. 자신의 신앙을 모욕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허용될 만하다고 믿게 됐다”고 지적했다. 소년은 소년원에 갇히 뒤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을 공격했다. 그는 한 교도관의 귀를 잘랐고 그후 다른 직원의 귀도 공격했으며, 매주 열리는 기도 모임에서는 동료 수감자들을 이슬람교로 개종시키려고 시도했다. 교도관들은 그에게 음식을 전달하거나 그를 샤워나 운동을 하러 데려나갈 때 모든 진압 장비를 착용한다. 한 소식통은 “교도관들이 그를 무서워하고 있다. 그는 플라스틱이나 칫솔 같은 것으로 만든 즉석 무기를 사용한다”면서 “최초 공격은 그가 펠텀에 오자마자 일어났는데 교도관에게 무슬림인지 묻고 아니다는 답이 나오자마자 그를 찔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내식당에서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는 데 프링글스를 좋아한다”면서 소년이 특혜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년은 현재 TV와 DVD 플레이어, 게임 콘솔, 책상, 전용 화장실 등이 갖춰진 개인 감방에서 편안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알려졌다.
  • 서울 집세 월 1만원 실화야?... 동작구선 실화야

    서울 집세 월 1만원 실화야?... 동작구선 실화야

    서울 한복판에서 월 1만원으로 살 수 있는 동작형 청년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의 입주가 임박했다고 2일 동작구가 밝혔다. 동작구는 신청자격 및 소득자산 심사를 거쳐 선발된 적격자 중 추첨을 통해 최종 입주자를 선정하고 지난 27일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총 7세대 모집에 100여 명이 몰려 14대 1이 넘는 입주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번 전세임대주택 대상은 19~39세 무주택인 청년신혼부부다. 동작구가 관내 주택의 임대인과 전세 계약을 하고 입주자로 선정된 신혼부부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임대보증금은 전세보증금의 5%이며 월 임대료는 지난해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탄생시킨 ‘양녕 청년주택’과 같은 1만원이다. 동작구 출자기관인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의 수익금 지정 기탁금을 활용해 월 임대료 차액을 지원받아 기존 중위소득 120% 이하인 청년신혼부부에게 ‘월 임대료 1만 원’인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동작구는 이달 중으로 입주대상자에게 주택을 공개하고 계약을 체결한 후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한다. 임대기간은 2년(1회 연장 가능)으로 입주포기자 발생 시 별도로 선정한 예비 입주자(21세대) 순번에 따라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동작형 청년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이 주거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의 따뜻한 희망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청년들이 꿈을 펼치고 머물고 싶은 동작구를 만들기 위해 주거·취업·창업·복지·문화 등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에 유럽의 몰도바, 나무 땔감 안내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에 유럽의 몰도바, 나무 땔감 안내

    1968년부터 50여년간 유럽에 공급돼 오던 러시아산 가스가 1월 1일 새해 첫날에 끊겼다. 자국을 지나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 계약을 우크라이나가 갱신하지 않으면서 벌어진 가스 중단 사태에 몰도바의 일부 분리주의 지역에서는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으로 유럽 체코, 헝가리,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몰도바 등이 영향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맺은 계약에 따라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이 파이프라인으로 유럽에 가스를 공급해왔으나, 우크라이나가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산 가스를 통과시켜 주는 게임으로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추가 이익을 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매년 8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의 통과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었으나 이를 포기한 것이다.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를 공급해온 경로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야말-유럽’, 튀르키예를 거치는 ‘튀르크스트림’ 등 3개가 더 있었다. 노르트스트림의 해저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22년 파괴됐는데, 지금까지 가스관 파괴 테러의 배후를 놓고 국제사회가 논쟁 중이다. 야말 라인을 통한 러시아 가스 공급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에 끊겼다. 유일하게 튀르크스트림만 운영이 계속되고 있어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헝가리와 비회원국인 튀르키예, 세르비아 등에는 러시아 가스 공급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 헝가리는 튀르키예를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어 러시아산 가스를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우크라이나에 ‘헝가리산 가스’라고 하자는 묘수를 제안했다가 거부당했다. 주요 EU 회원국 대부분은 노르웨이와 러시아산보다 30~40% 비싼 미국으로 천연가스 수입선을 대폭 전환하고 다양화했지만, 아직 EU 회원국이 아닌 몰도바는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가 반(反)러시아 성향의 현 몰도바 중앙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군 1500명이 주둔 중인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는 주민 45만명이 한겨울에 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당국은 이날 새벽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일반 가정의 난방·온수용 가스 공급을 끊고 병원 등 일부 필수 시설에만 유지하고 있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따뜻하게 옷을 입고 가족이 한방에서 지내며, 창문과 발코니 문에 담요나 두꺼운 커튼을 걸고 전열기를 쓰도록 권고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중심 도시인 티라스폴의 아파트에 사는 올가(42)는 로이터 통신에 “라디에이터에서 온기가 나오지 않고 있어 방 2개에 설치한 전열기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일부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몸을 데울 수 있는 ‘난방 지점’을 당국이 마련중이다. 나무 땔감을 어디 가면 구할 수 있는지 도와주는 안내전화도 개설됐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쿠치우르간에 있는 발전소는 러시아 가스가 끊겨 석탄 발전을 하고 있으나, 석탄 비축분은 겨우 50일분이라고 BBC는 전했다.
  • “임신 준비부터 출산까지”… 마포 모자보건사업 서울시도 엄지척

    “임신 준비부터 출산까지”… 마포 모자보건사업 서울시도 엄지척

    “임신 준비부터 출산까지 원스톱으로!” 서울 마포구는 서울시에서 주최한 ‘모자보건사업 유공 시장 표창’에서 기관과 개인 부문 모두 ‘사업 으뜸이’로 선정돼 서울특별시장상을 수상했다고 2일 밝혔다. 마포구는 건강한 모자보건 기반 마련과 저출생 문제에 대처하는 한발 앞선 정책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마포구의 지난해 9월 출생아 수는 171명으로 전년 동월(138명) 대비 23.9% 증가했다. 특히 임신 준비에서 출산 후 산후조리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원스톱 통합 건강 서비스의 거점인 ‘햇빛센터’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포구는 보건복지부의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임산부와 영유아의 건강관리,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교육, 정신건강 관리, 사회복지서비스를 하나로 연계하고 영유아 건강 간호사의 방문간호 서비스를 펼쳐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새 출발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혼인 외 임신을 한 여성들이 사회적 편견과 환경적 요인으로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비혼모의 임신과 출산, 양육을 지원하는 ‘처끝센터’도 박수를 받고 있다. ‘처끝센터’에서는 임산부 등록을 통한 맞춤형 건강관리 외에도 마포애란원 등 지역 복지시설과 연계하여 대상자의 생활환경과 경제 여건 등에 맞는 종합 서비스로 비혼모의 출산과 양육을 체계적으로 돕는다. 구는 마포구보건소 2층 야외에 약 150㎡ 규모의 꽃길을 조성해 햇빛센터를 주로 이용하는 임산부의 태교를 지원하고 있다. 건강한 출산과 임산부 배려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임산부의 날 기념 음악회와 부모 강연 등을 개최해 큰 호평을 받았다. 박강수 구청장은 “임신과 출산, 양육은 더 이상 한 가정 내의 몫이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야 하는 고귀한 일”이라며 “마포구는 앞으로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마포를 만들기 위해 선제적인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 새해맞이 코리언 빅리거…김하성은 새 팀찾기, 이정후는 부상복귀

    새해맞이 코리언 빅리거…김하성은 새 팀찾기, 이정후는 부상복귀

    을사년 새해를 맞은 코리언 빅리거인 김하성(29)와 이정후(26)에게는 무엇보다도 올해가 중요한 해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로운 팀을 찾고 부상에서 회복해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2024시즌을 끝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계약이 만료된 김하성은 800만 달러(약 117억 원) 규모의 1년 연장 옵션을 포기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시장에 나왔다. 2023년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골드글러브(유틸리티 부문)를 수상하는 등 자신의 가치를 높였지만 해가 지나도록 자신의 소속팀을 찾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김하성이 높은 효용성에도 새로운 소속팀을 찾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지난 시즌 도중 어깨를 다친 것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8월 경기 도중 어깨를 다친 김하성은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올 4월쯤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는사이 김하성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은 속속 김하성의 대체선수와 계약을 맺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행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작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FA 시장에서 유격수 최대어로 꼽히던 윌리 아다메스와 7년 1억 8200만 달러(2591억원) 계약을 맺었다. 김하성의 또다른 행선지로 꼽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도 뉴욕 양키스에서 글레이버 토레스를 영입했다. 토레스가 디트로이트로 가면서 김하성의 행선지로 양키스가 거론된다. 토레스 이적으로 내야 공백이 생긴 양키스가 김하성을 영입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디 애슬레틱은 “김하성이 양키스에 온다면 토레스를 대신해 2루수나 3루수를 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빅리그 2년차를 맞이하는 이정후 역시 시급한 부상복귀가 올 해 가장 중요한 목표다.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600억원)에 계약하며 기대를 모은 이정후는 지난해 5월 예기치 못한 부상 암초를 만나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스프링캠프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한창인 이정후는 올 시즌 자신만의 기량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현지에서도 기대가 높은 편이다. 팬그래프닷컴은 야구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이정후의 올 시즌 성적을 예측했는데 타율 0.281와 7홈런 48타점 46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737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팀 내 타자 중 최고 타율을 찍을 거라고 전망했다. MLB닷컴은 30개 구단별로 2025년 급성장할 선수 한 명씩을 선정해 1일(한국시각) 공개했는데 이정후를 올 시즌 급성장할 선수로 꼽았다. 이 매체는 또 아직 소속팀을 찾지 못한 김하성과 MLB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김혜성(25)에 대해 주목할 만한 수비전문 선수로 꼽았다.
  • [김형오 칼럼] 대통령제를 끝장내자

    [김형오 칼럼] 대통령제를 끝장내자

    일본 도쿄에서 접한 12·3 계엄령 소식은 진짜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인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맑은 도쿄 하늘이 온통 노랗게 보인다. 이곳 사람들이 걱정스레 물어볼 때마다 부끄러움과 분노가 치민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반 위에서 정보기술(IT) 선진화를 위해 국회에서 진력했던 지난날이 번개같이 지나간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금씩 진보하고 발전했다. 식민지 수탈 없이 오로지 평화적 자력갱생으로 세계 10대 대국에 진입한 유일한 나라가 아니던가. 한국인은 그 자부심 하나로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그런데 난데없는 계엄령이라, 그것도 엉성하기 짝이 없어 더 말문이 막힌다. 혼란과 위기의 근본, 87년 헌법해프닝 아닌 해프닝은 6시간 만에 끝났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혼란을 수습하려는 쪽은 힘이 없고, 혼란을 부추기는 세력은 기승을 부린다. 외교, 안보, 경제, 민생 전반에 걸쳐 심각한 피해가 불 보듯 하다. 위기 수습 능력이야말로 건강한 민주주의의 척도라는데 우리는 이런 면에서 영 서툴다. 이런 식으로 나라가 가라앉는단 말인가. 혼란과 위기의 근본적 문제는 87년 체제의 현행 헌법에 있음을 이제는 숨기지 말자. 87년 체제는 6월항쟁을 통해 민주화의 결과로 태어난 헌법이다.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다. 이 헌법으로 우리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 냈고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러나 37년이 지나면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강력한 권한으로 인해 그 위험성과 부작용이 나라와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령이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원자력 산업 포기 등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87년 체제는 불행한 대통령제의 연대기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8명의 대통령을 뽑았는데 세 명은 감옥에 가고, 한 명은 목숨을 끊고, 두 명은 자식들이 곤욕을 치렀다. 또한 세 명의 대통령이 탄핵을 경험했다. 검투사막장정치로 민생 난망승자독식 시스템과 황제적 권한의 대통령제는 속성상 정권투쟁•권력투쟁을 부추긴다. 정치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사는 ‘검투사 경기’ 같은 막장 정치를 펼친다. 혐오와 적대의 정치는 개선될 조짐은커녕 세월이 흐를수록 격화된다. 국회의원들의 양심과 정의는 정파적 이익으로 변질되고, 국민과 나라보다 권력 게임의 전사로서 소모품 역할을 한다. 여대야소 상황이면 국회는 행정부(대통령)의 시녀로 전락하고 반면에 여소야대가 되면 입법 폭주와 전횡으로 정부는 일을 하지 못한다. ‘닥치고 탄핵’과 ‘닥치고 예산삭감’은 그 일례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권분립의 철칙은 교과서에서나 존재한다. 정권을 잡는 일이라면 양심과 염치도, 상식과 원칙도 없다. 정파적 이익과 다수의 힘만이 정치의 실존으로 작용한다.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우리 산업의 상징인 반도체산업마저 정쟁의 도구가 되는 마당에 민생경제를 어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죽음의 키스’ 제왕적 대통령제황제적 권한을 갖는 대통령이 나라의 모든 분야에 간섭하고 영향을 미친다. 모두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 정권 탄생에 기여하면 자리 보상이 주어진다. 전임 정부 추진 정책은 사실상 폐기되고 5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를 찾는다. 국민 혈세와 나라 곳간만 축내는 이런 작태가 5년마다 되풀이된다. 중장기 목표와 전략은 실종되고 공무원은 일손을 놓는다. 힘들게 쌓아 왔던 국가 경쟁력은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 분열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데는 SNS와 유튜브 같은 새로운 매체들도 한몫한다. 좋아하는 방향으로만 콘텐츠를 물어다 주니 확증편향 코드만 판을 친다. 여기에 팬덤이 가세하니 기교와 눈치 보기, 아첨이 설쳐댄다. 정치는 증발되고 감정과 증오만 남는다. 나라 밖이나 세계정세는 관심 없고 오직 내부 정치에만 열을 올린다. 한국 정치인의 시야가 쪼그라들고 왜소화되는 이유다. 나는 개헌이 지난한 과정인 줄 알면서도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 2008년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개헌자문특위를 만들어 개헌안까지 마련한 바 있다. 이 안은 지금도 개헌론이 나올 때마다 중요한 뼈대로 활용되고 있다. 나는 윤 대통령 취임 전에 다시 개헌을 주장하면서 현재 헌법으로서 마지막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다. 개헌 거부하면 불행해질 것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초기에는 권력에 심취해 개헌의 ‘개’자도 못 꺼내게 하다가 위기 상황에 몰리거나 정권 후반기 힘이 빠지면 개헌론을 제기한다. 국가 최고의 기본법을 정파적 이해관계의 산물로 취급하니 개헌이 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먼저 국회에 개헌특위를 상설화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헌법이 적절할지 공론의 장을 펼치는 것이다. 합의가 된다면 시기 결정은 어렵지 않다. 개헌의 핵심은 현행 대통령제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모든 대통령이 실패했고 그들의 불행은 나라의 불운과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다. 대통령제가 미국 국경을 넘으면 왜 ‘죽음의 키스’가 돼 단 한 나라도 성공하지 못했는지를 냉철하게 짚어봐야 한다. 또 제왕적 대통령이 갖는 권한을 보유한 채 4년 중임제로 하자는 것은 권력욕에 사로잡혀 나라를 망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분명히 말하건대 개헌을 하지 않거나 현행 대통령제와 비슷한 개헌을 한다면 그가 누구든 역사상 가장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뛰어나고 국민 지지가 높았던 인물들도 모두 실패한 대통령이 되지 않았나. 더구나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다. 한 사람이 국가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어리석은 망상은 걷어치워야 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이제 대통령제를 끝장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 항공전문가들 “충돌까지 9분 사이에 유압·전력 계통 문제 가능성”

    항공전문가들 “충돌까지 9분 사이에 유압·전력 계통 문제 가능성”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1차 착륙 허가를 받은 지난 12월 29일 오전 8시 54분부터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과 충돌한 9시 3분까지의 ‘9분’이 미스터리다. 항공전문가들은 9분 동안 발생한 유압과 전력 계통 문제가 비극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사고기 1차 착륙 시도 당시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가 작동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 사고기가 1차 착륙을 준비할 때는 랜딩기어가 정상적으로 동체에 내려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8시 59분 조종사는 관제탑에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외치며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선언했다. 그리고 복행(착륙 포기 후 재상승)과 동시에 랜딩기어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9시 2분 동체착륙을 시도할 때는 랜딩기어가 보이지 않았다. 유압 시스템으로 랜딩기어를 동체 바깥에 내보내야 했지만 엔진 이상으로 유압 계통이 망가져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1차 착륙 시도까지는 착륙을 위한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엔진 두 개가 모두 기능을 상실해 간신히 조종간만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유압만 남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과 교수도 “엔진 하나만으로도 유압으로 랜딩기어를 내릴 수 있다”며 “엔진 두 개가 모두 파손돼 더이상 운항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복행하면 재착륙을 위해 크게 선회해야 하지만 사고기는 바로 반대쪽 활주로에 착륙했다. 그만큼 위태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기가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한 것은 조종사와 관제사 간 합의된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전력이 끊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간항적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나타난 당일 동선을 보면 사고기는 공항에 다다르지 못한 채 신호가 멈췄다. ‘메이데이’를 외치기 직전인 오전 8시 58분까지의 항적만 남아 있다. 이때까지는 항공기 위치 추적 시스템(ADS-B)이 멀쩡히 살아 있었다는 얘기다. 엔진이 모두 망가진 이후 전력 시스템이 소실돼 항공기가 ‘셧다운’ 상태에 빠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방효충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항공기는 자기 위치를 관제소로 송신해야 하므로 위치 추적 시스템이 항상 켜져 있어야 한다”며 “신호가 끊겼다는 건 전력 계통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87체제, 정의 사회 꿈꿨지만…경제도 정치도 ‘승자 독식’으로” “스스로 미래 개척한 한국…국민 주권 강화로 ‘공존의 길’ 찾아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87체제, 정의 사회 꿈꿨지만…경제도 정치도 ‘승자 독식’으로” “스스로 미래 개척한 한국…국민 주권 강화로 ‘공존의 길’ 찾아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갓 스무 살 성인이 된 87학번들에게 ‘87년 체제’는 환희이자 희망이었다. 이들은 38년 전 그때를 누구보다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캠퍼스와 거리에서는 날마다 대학생, 넥타이 부대, 노동자들이 어울려 시위를 했다. 87년 체제는 그 뜨거웠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의 결실이었다. 스무 살의 87학번들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꿈꿨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한국 사회는 그때의 꿈과 거리가 멀다고 토로했다. 87학번들이 겪은 1987년과 2025년 그리고 새롭게 꿈꾸는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스럽게 빠져든 학생 운동이한열·박종철 열사 사망이 계기전공보다 이념 학습·시위가 일상“돌·최루탄 난무… 캠퍼스가 전쟁터”상당수 87학번들은 대학 새내기 때 자연스럽게 학생 운동에 빠져들었다. 87학번들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속하지만 선배들과는 엄연히 달랐다. 86세대의 주축인 80년대 초중반 학번들은 그들에게 “너흰 한 것도 없이 민주화된 세상을 봤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신군부 전두환 정권에서 대학 생활을 해 온 선배들의 ‘도발’이었다. 권오중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은 연세대 화학과에 입학해 대학 1년 선배인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고 1990년 27대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권 전 부시장은 “선배들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생생하게 접하면서 민주화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정형기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의 1987년은 서울대 선배 박종철 열사의 사망 소식으로 시작했다. 정 대변인은 “1987년 봄은 광장 집회, 시험 거부, 돌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하늘로 기억된다”며 “전공과목보다 이념 학습과 토론, 시위와 뒤풀이가 일상이자 대학 문화였다”고 말했다. 육현수 기획재정부 재정관리총괄과장도 “전북대 교정은 다른 대학보다 유난히 더 뜨거웠다.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고 ‘사과탄’이라 불린 M25 최루 수류탄 파편이 잔디밭에 나뒹굴었다”며 “캠퍼스가 전쟁터 같았다”고 기억했다. #군부독재 종결과 시대적 한계당시 군부독재 종식이 유일한 목적정치·경제·사회적 변화 못 담아내“그 이상을 꿈꾸는 건 사치 같았다”87년 체제의 성과는 단연 대통령 직선제다. 6월 항쟁을 통해 기나긴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대중의 바람과 달리 김영삼·김대중 두 후보는 단일화에 실패했고, 군사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의 긍정적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군부독재 종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를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병덕 코리아스픽스 대표는 “호헌 철폐, 독재 타도 외에는 바라는 게 없었다”며 “죽거나 사라지는 동지들을 보면서 그 이상의 미래를 꿈꾸는 건 사치인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 1988년 13대 총선에서 대학생 봉사단으로 일했다. 이 대표는 “당선되던 날 노 후보가 ‘군부독재를 끝내고 올바른 민주주의의 나라로 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며 군부독재 종식이 당시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권 전 부시장은 “87년 체제는 군부독재 청산과 평화적 정권교체에만 목적이 있었다”며 “1990년대 이후 정치·사회·경제적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근본적인 설계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원포인트 군부독재 종결, 장기 집권을 하지 못하도록 5년 단임제로 타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 과장은 “현행 헌법 아래에서 대통령 3명이 탄핵(소추)당했다는 건 국가 통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과제의 결론을 도출하고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미래 비전을 보여 주는 건 미숙했던 것 같다”고 짚었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가 태동하던 그때, 저마다 이상향을 꿈꿨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들은 87년 체제가 38년째 지배해 온 2025년 현재의 한국 사회를 승자 독식, 기득권 독점, 부의 양극화, 86운동권 권력화·세속화, 적대적 공생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했다. 저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의식은 비슷했다. 사회가 양극화돼 있고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신 한국노총 공무원본부장은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꿈꿨지만 현재 한국은 정치·경제 모두 승자 독식 사회”라며 “그래도 정치에서는 1인 1표가 평등하지만, 경제에서는 돈 많은 1인이 여러 표를 행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순천자존(順天者存) 역천자망(逆天者亡)’이라는 말처럼 순리를 따라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회, 모두가 공정하고 부강한 나라,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민주적인 나라를 꿈꿨다”며 “갈등 이면에는 부의 양극화와 함께 각종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헌법과 법률이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발전해 왔고 국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믿고 맡길 만한 정부를 스스로 선택할 힘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긍정적인 부분도 짚었다. #승자 독식 사회소수 권력 독점·부의 양극화 심화경제 분야선 사실상 ‘1인 1표’ 아냐“운동권의 권력·세속화에도 실망”익명을 요구한 87학번 대기업 임원 A씨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꿈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선진화된 자본주의 경제 모델, 중도와 협치가 살아나는 정치를 향해 가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우리 사회가 최소한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사회민주주의가 가미된 체제가 되기를 원했지만 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유럽 등이 생각보다 빨리 무너지면서 사회주의의 모순이 드러났다”며 “86세대 운동권이 권력화·세속화되는 것을 보면서 실망감도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면서 엄청난 좌절을 느꼈지만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에 몰두하고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진보에 대한 기대가 깨진 상황”이라고 했다. 87학번들은 87년 체제가 생존을 향한 발걸음에서 완성됐다면, 이제 공존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당수는 후배 세대에 대한 부채 의식을 토로하면서 미안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해법은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87년 체제의 결과물인 5년 단임제에 대해 손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개혁’탄핵 등 중요 현안은 국민 투표를소선거구제 ‘민의 왜곡’ 결함 있어“정치가 경제 동력 깎아 먹는 구조”권 전 부시장은 “내가 스스로 투표해서 대통령을 뽑은 만큼 탄핵도 국민 투표를 통해서 해야 한다”며 “국민 개인이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데, 대의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대 변화의 중심은 ‘새로운 시민’의 탄생”이라며 “과거 헌법체제가 통치받는 수동적인 국민을 상정했다면 이제는 국민 주권의 비약적인 증진을 모색해야 한다. 중요 현안을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게끔 헌법상 국민투표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대변인은 “1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을 한 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는 13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데 ‘산 표’보다 ‘죽은 표’가 많아 민의를 왜곡하는 소선거구제의 치명적 결함이 있다”며 “이런 선거 방식에서 거대 양당의 승자 독식과 횡포는 정치 양극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생존에서 공존으로기후·농촌 위기, 자본주의로 못 풀어‘기득권 독점’ K콘텐츠 시스템 해결“경제 민주화로 산업 대전환 대비를”소설가 김탁환은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공존을 이야기했다. 전남 곡성에서 농사를 짓고, 작은 책방도 운영하고 있는 김 작가는 “지방이나 농촌의 상황은 수도권의 열 배는 안 좋다”며 “늘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며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고 했다. 이어 “여기 사람들은 기후위기, 지방 및 농촌 소멸 등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걸 체감하는데, 도시에서는 자본주의적 논리로 바뀐다”고 아쉬워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저력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문화예술계도 권력의 독점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과도한 상업화로 인해 콘텐츠의 문제의식이 줄어들고 ‘팔리는 콘텐츠와 코드’를 활용한 작품만 양산된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 배우와 감독 등 소수의 기득권이 다 가져가는 분배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특정 권력층 및 부유층이 기득권을 독점하면서 사회가 붕괴되는 것처럼, 콘텐츠 시스템 구조를 해결하는 게 K콘텐츠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 부의 양극화, 시장 경제에 대한 반성과 비판도 많았다. 소설가 박현욱은 “87년 당시 꿈꾼 대한민국은 군사정권을 극복한 나라였고 그 꿈은 120% 이뤄졌다”며 “그러나 경제적·세대적 양극화가 확대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절대적 빈곤을 극복해 냈다면 상대적 빈곤도 극복해 내는 세상을 바란다”며 “부디 절대 다수의 우리이길 바란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경제 민주화를 이루고 산업 대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며 “노동계도 노동자 재교육과 정년 연장, 일자리 문제 등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A씨도 “결국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은 시장 경제가 잘 작동하는 선진화된 자본주의인데 정치가 경제 동력을 깎아 먹는 점이 안타깝다”며 “경제가 돌아야 국민이 먹고산다.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정치가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했다.
  • [사설] 2025년, 그래도 우리는 다시 걷습니다

    [사설] 2025년, 그래도 우리는 다시 걷습니다

    2025년이 밝았다. 새해 아침에 새출발의 설렘보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우리는 서 있다. 179명의 귀한 생명을 앗아간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수습과 사고원인 규명에 갈 길이 멀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와 국정공백 위기 속에 여야는 극한 갈등을 이어 간다. 정국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 상황도 당장 발아래가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둡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밀어닥칠 관세폭탄과 고환율, 중국의 저가공세 속에 1%대 저성장, 내수침체 장기화가 예고돼 있다.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4.6으로 얼어붙었다. 기업의 53%가 올해 노사관계가 더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의 한미 방위비 협정 개정, 북러 군사밀착,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 위협 등 안보 환경도 악화될 조짐이다. 무엇 하나 녹록한 것이 없는 현실이다. 올해 을사년(乙巳年)은 나라의 외교권이 박탈된 을사조약 체결 120년, 광복 80년, 한일국교정상화 60년이 되는 해다. 세계의 변화에 눈감고 집안싸움으로 지새우다 나라를 빼앗기는 시련을 우리는 겪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전란의 폐허 속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하며 기적의 역사를 썼던 유전자(DNA)를 우리는 갖고 있다. 시련을 딛고 극복할 수 있는 근력을 지녔다. 해야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그래서 더 바쁘다. 당리당략을 앞세워 나라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극단의 목소리를 배격해야 한다. 법치와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안정을 위해 시대정신을 새롭게 반영한 헌법으로 대수술도 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혁신의 동력이 되는 일이라면 어렵고 힘들어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역대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등 원로들이 “여야 정치권은 국가 장래만을 생각하는 자세로 서로 자제·양보·타협해 달라”고 어제 한 목소리를 냈다. 국가적 위기수습에 여야 없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을 대변한 목소리인 것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첫 회동을 했다. 민생현안 논의를 위한 국정협의체의 조속 가동에 합의한 것도 국민의 바람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기업들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간절히 기대한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을 일으킨 창업세대의 정신을 다시 추슬러 일으키기를 고대한다. 정치와 행정은 규제완화와 경제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연구 인력에 주 52시간 예외를 허용하는 반도체특별법, 전력망특별법 등 경제법안은 새해 1호 법안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여야가 새 마음으로 의기투합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정치리스크가 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안 참사로 미뤄진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정부는 늦지 않게 발표하길 바란다. 경제 불확실성을 걷어 급전직하한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할 순간이다. 발뒤꿈치에 단단히 힘을 주고 우리는 다시 똑바로 걸어야 한다.
  • 포르노그래픽 디오라마 - 김언희론 1)/신은조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문학평론]

    사카모토 신이치의 만화 ‘이노센트’에서 등장인물 마리 조셉 상송은 조소한다. “정치는 남자들끼리 독점하고 있으면서 기요틴 앞에서는 여자와 애들도 평등하다 이거로군.” 물론 처벌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그 처벌을 가능케 하는 법령이 평등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법을 준수하지 않은 인간이 처벌받는 이유는 법이 인간을 보호할 수단이기 때문이지, 법 자체가 고귀한 것이라서가 아니다. 만약 어떤 법이 오직 법을 수호하기 위해 이행된다면 그것은 차별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래서 상송의 조소는 푸념이 아니라 통찰이다. 여성과 아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원칙주의의 모순을 꼬집는 대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만화가가 프랑스 대혁명 시대 여성의 입을 빌려 내뱉은 이 대사가 현 한국 사회를 향한 진단으로 읽힌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원칙주의의 모순에 매몰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페미니즘 리부트를 통과하며 우리는 대부분의 사회 규범이 가부장적 시선을 기반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여성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권력 구조의 단면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페미니즘이란 이와 같은 구조와 규범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된 이론 틀이기에 여성 혐오에 대한 여성들의 항의가 젠더 갈등, 갈라치기라는 이름으로 폄하되기 일쑤인 근래의 정황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일컫는 일은 이와 같은 압제에 대한 저항의 표현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는 여성들이 나타나는 것은 어떻게 독해해야 할까. 이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을 처형하는 칼날의 집행 주체가 비단 남성이나 가부장적 시스템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야 하겠다. 걸 밴드 QWER은 데뷔와 동시에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석권하고, 펜타포트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등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일부 멤버가 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춤이나 언행을 통해 남성 시청자들의 유료 후원을 유도하는 방송, 이른바 “벗방” BJ 출신이라는 사실이 대두된 이래 그녀들을 향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QWER의 메인스트림 데뷔가 여성 인권의 하락을 촉진하는 사건이라고 정의한다. 여성의 몸을 재화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벗방”의 본질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연예인을 꿈꾸는 어린 여성들이 “벗방”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QWER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각각 “그녀들이 진행한 방송은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의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으므로 벗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과, “옷을 벗는 방식으로 자신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여 금전을 취했으므로 벗방, 더 나아가 성매매 종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 부딪치며 격화되고 있다.2) 물론 QWER을 향한 비판이 전부 그녀들의 과거 행적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 그녀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이 지점만을 지적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벗방 BJ의 양지 진출”이 토론의 주된 쟁점인 이상 해당 토론은 여성이 스스로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행동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놓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페미니즘”이라는 이론의 보존이 아닌 “여성 인권”인 이상 진정 고민해야 하는 것은 벌거벗은, 음란한, 자신을 대상화하는 그 여성들의 존재를 삭제하지 않은 채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따사로운 빛이 포괄하지 못하는 “음지의 여자”들에게 줄곧 주목해 왔던 시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임산부나 노약자, 심장이 약한 사람과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집을 읽을 수 없으며, 시집을 읽고 난 후 온갖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시인. 김언희의 시에는 난도질당한 여성 육체의 단면이 가감 없이 삽입되어 있으며 음부와 성기, 성교와 폭력의 장면이 빈번히 등장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시집 전체의 맥락에 영향을 미쳐 마치 시인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시어와 심상 너머에 외설적인 함의가 담겨 있는 것처럼 읽히도록 만든다. 이것만으로도 섬뜩한 문구를 적어 둘 근거로는 충분하리라. 기실 임산부나 노약자가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처녀막을 찢어”드리겠다 엄포 놓는 목소리를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독자란 그리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가족극장, 이리 와요 아버지’). 그래서일까. 지금껏 수많은 비평가와 연구자들이 김언희의 시에 달아 둔 각주들은 크게 두 가지의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김언희 시에서 그로테스크한 여성 이미지를 발굴한 이해운3)이나, 김언희 시의 여성을 서발턴으로 정의하는 장서란4)은 김언희의 시를 남성 중심적 현실을 전복할 에너지로 대우한다. 반면에 임지연5)은 김언희 시가 남성적 시선을 내면화하고 남성/여성이라는 근대적 시스템을 보존함으로써 기존 문제 틀에 갇힌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두 시점의 맹렬한 대립은 김정란과 남진우 사이에서 벌어졌던 설전을 펼쳐 볼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찍이 김정란은 김언희 시가 “여성에 의해서 여성 육체에 가해지는 성폭행”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정란이 엄격한 페미니즘에 근거하여 김언희 시의 벌거벗은 몸들을 체제의 프로파간다로 독해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6) 하지만 남진우는 그에 대해 김언희의 시선은 “남성들의 시각적 쾌락에 봉사하는 남근적 응시가 아니라, 거기 붙들린 사람을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인 혼돈으로 초대하는 메두사적 응시”라고 반박했다. 그녀의 시가 “메두사의 시선을 통해 포착한 자아/세계의 추악한 실체를 메두사의 형상으로 재현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 시인의 시를 읽는 사람은 마치 메두사의 얼굴을 앞에 두고 그러하듯이 “시 앞에서 분노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7) 두 의견은 일정 부분 타당하고, 그래서 여태까지도 그 시비를 팽팽히 겨루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정말 이 여성들이 성폭행범이나 메두사에게 필적할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날 때부터 고기”였다는 그녀들의 고백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난도질당하고 있다. “육회와 수육/ 창창한/ 육절기(肉切機)의 세월”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태어나보니’). “시인” 또한 사정은 매한가지인데, 그것은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것”은 “개가 뒷다리로 서서 걷는 것과 같”다는 독백으로부터 드러난다(‘Eleven Kinds of Loneliness’). 다시 말하자면, 그녀들이 비명 지르는 것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력한 화자들의 비명을 듣고 있노라면, 전성기의 메두사보다는 차라리 사후의 메두사가 더 떠오른다. 눈을 마주쳤다면 누구라도 돌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으로 수많은 영웅을 쓰러뜨렸던 메두사는 영웅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린 후 방패의 장식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메두사의 이야기는 전승되지 않는다. 이렇듯 단죄의 칼날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여성과 아이들의 목도 평등하게 잘라 버리는 기요틴처럼 말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일견 세계를 파괴할 힘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메두사도 영웅의 칼날 앞에서는 단순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앞선 연구들이 전부 터무니없는 오독이라거나, 김언희의 작업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언희의 작업을 절대 방어하려는 의도 또한 아니다. 단지 이 여성들의 “육체 전시”가 가능하기 위해서 어떤 숭고한 의미가 뒷받침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질문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문학비평이라 하는 장르가 언제나 작품에서 문학적 의미를 창출하는 작업이고, 김언희 시의 위계-모독이 여성의 몸을 중핵으로 삼아 작동하고 있는 이상 페미니즘적 읽기는 불가피한 일이리라. 하지만 이 여성들에게 엄격한 문학적·사상적 잣대를 들이밀기 이전에 이들이 호소하고 있는 고통의 정체를 규명하고, 이 시점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여러 가지 담론들이 여성의 몸을 횡단하고 있는 이 시대에 김언희를 읽는다는 것은, “음지”에서 뒤척이는 몸과 그에 잇따르는 감각을 시의 최종 심급으로 두고 있는 이 시인에게 여성이란 무엇인지 자문을 구하는 일과도 같다. 여성의 삶은 어디까지 다양하고, 어떻게 여성은 삭제되는가. 물론 대화 없는 공감은 언제까지고 모독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도하는 이 독해가 모독이라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김언희의 화자가 실감 나게 들려주는 증언을 통하여 여성이 스스로 몸을 전시하는 일이 무슨 의미일 수 있는지 알아차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것은 오독이다. 여성이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것이 단순한 욕망 전시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독이다. 그 모독적 오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김언희의 첫 시집 ‘트렁크’는 “가죽 트렁크”를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가죽 트렁크. 그것에 담겨 있는 것은 “토막난 추억”이다. 짧은 진술을 통해 이 트렁크를 둘러싼 진실들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누가 어디로 보낸 것인지, 트렁크를 둘러싸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심지어는 “토막난 추억”이라고 일컬어지는 내용물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기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트렁크가 수취를 거부당한 이유만큼은 짐작할 수 있다. 아마 그것이 너무나도 흉측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디 가야 할 곳으로부터 거절당한 후 갈 곳을 잃은 가죽 트렁크. 이것의 이미지를 김언희의 시와 같이 놓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인의 말에 적혀 있듯, 김언희는 시가 고통뿐인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검출하는 작업이라고 여겨지는 보편적 인식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트렁크”를 시인의 작업물 그 자체에 대한 은유로 읽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로 김언희의 시는 “토막”난 것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이때 토막 나는 대상은 다양하다. “고기”, “개구리”, “당신” 등 수많은 생명이 시에서 도륙되지만, 가장 빈번히 유린당하는 것은 바로 화자 자신이다. 무형의 관념인 “고요”마저도 도살하고 도살당하기를 반복하는 이 “백정의 나라”에서 김언희는 참수도를 다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받아내고 있다(‘고요의 나라 1’). 의자였는데 내가앉으니도마였다 베개였는데 내가베니작두였다 사람이었는데내가안으니 내가안으니포장육 손톱발톱이길어나는포장육 막다른데가따로없었다 꽃한송이꽃절벽 사람하나사람절벽 여기이절벽에서저기저 절벽으로내입에서내어놓은 거미줄에매달려간댕 간댕건너간다끊어 질듯끊어질듯 ‘의자였는데’ 안락하고 편안한 사물이어야 할 “의자”와 “베개”도 내가 베기만 하면 “도마”와 “작두”가 되어 버리는 정황은 김언희의 화자가 탑재하고 있는 세계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난해한 정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날 때부터 고기”였다는 다른 시의 진술을 경유해야만 하겠다(‘태어나보니’). 나를 낳은 “엉덩짝”이 갈고리에 걸려 있고, 심지어는 그 엉덩짝의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지하 식품부”의 “냉장고 속”으로부터 비롯된 고백을 참조해 보자. 이 세계가 나에게 적대적인 이유가 비로소 명료해지지 않는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처럼 비체는 언제나 주체의 의도에 귀속된다. 인간이 도마 위에 앉으면 도마는 의자처럼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일련의 심상들은 화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이 나를 공격하고 재단하는 상황을 “막다른 데”라고 일컫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언술 행동이겠지만, 나에게서 뽑혀 나온 “거미줄”에 의존해 위태롭게 이곳저곳을 오가야 하는 상황까지 읽어내고 나면 이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보다 더 극단적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극단의 상황에서 김언희가 채택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그 세계의 작동 방법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것이다. 막차를 놓치고 저녁을 때우는 역 앞 반점 들기만 하면 하염없이 길어나는 젓가락을 들고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들…… 불어터진 음부뿐이면서 생은, 왜 외설조차 하지 않을까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 속에서 끝이 자꾸만 떨리는 젓가락으로 건져올리는 허불허불한 내 시의 회음들, 짜장이 더글더글 말라붙어 있는 탁자 위에서 일회용 젓가락으로 지그시 빌려보는, 이 상처의 모독의 시, 시, 시, 시울들……… ‘허불허불한’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이라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직후 “불어터진 음부”로 변환된다. 이 회음은 “시”의 것으로, 시가 전적으로 화자에 의한 발화라는 것을 견지한다면 직후 들어오는, 왜 세상은 “외설조차 하지 않”느냐는 탄식은 자신에게 주어진 발화 방식도 충분히 이용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비판임과 동시에 외설밖에는 할 수 없는 화자 자신에 대한 통렬한 메타인지이기도 하다. 그렇다. 김언희에게 있어 세계란 외설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아니 외설밖에는 할 수 없는 침묵과 고요의 공동이다.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이 그렇듯 이 세계는 인간의 몸을 극한까지 착취하면서 성립하는 세계다. 달콤한 복숭아의 “향기”에 “전신이 가려워”지는 방식으로 세계와 몸이 불화하는 상황이라면,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몸의 시 쓰기는 모독과 외설, 배설과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나의 몸에서 복숭아의 일각을 발견하는 상황에서 고통이 창작을 추동한다는 오래된 격언 또한 폐기를 피할 수 없다(‘복숭아’). 이렇듯 김언희에게 몸과 세계는 서로 공명한다. 지독한 자기도취로도 보이는 이 세계 인식이 쾌락적 나르시시즘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공명이 상처와 고통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김언희의 시가 성감을 전면에 내세워 시를 창작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적으로 읽힐 수 있는 지점이지만, 앞선 표현을 참조한다면 그것은 어떠한 금기 내지는 윤리를 깨뜨리기 위해 성감만을 강조하고 있다기보다는 몸과 감각에 대한 탐구에 치중하면서 그와 맞닿아 있는 가장 일차적인 감각의 일환으로 성감을 이용하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시 쓰기와 배설이 살아남기 위한 외설의 표현으로 동등한 위치를 획득할 때, “봉합되지 않는” 인생으로부터 타액처럼 시가 흘러나오며 김언희의 세계-자기 인식은 완성된다(‘……?’). 장바구니를 들고 오늘은 또 무엇을 똥으로 만들어줄까 미나리 상추 쑥갓 바지락 피조개 펄펄 뛰는 저 도다리란 놈을 똥으로 만들어버려……? 항문을 쩝쩝 다시며 지나가는 과일전 좌판 위에 황도 백도 천도 복숭아들 등천하는 저 향기를 구린내로 저 신선한 과육들을 똥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분뇨의 회로 나를 거치면 모든 것은 왜 심지어 당신, 심지어 하느님까지, 내게서 나오는 것은 왜 모조리 ‘왜 모조리’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항문을 쩝쩝 다시”는 행위는, 앞서 언급했던 몸과 세계의 미적 판단 기준이 불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각의 교란으로 이해된다. 더 나아가, 생명력 넘치는 도다리까지 모두 화자의 몸을 통과하며 똥으로 변모하는 상황으로부터 김언희의 화자가 갖추고 있는 소화 능력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함축한다는 결론 또한 도출할 수 있다. 김언희의 몸을 통해 세계는 모독의 대상이 되어, 역겹고 끔찍한 형상으로 변환 출력된다. 그러므로 배설은, 시 쓰기는 무서운 일이다. 대상이 미륵이건 나발이건 고려하지 않고 제 식대로 씹어 삼키는 방식은 그 원리의 측면에서 세계가 화자를 착취해 온 방식과 동일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칼날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그 칼날이 휘두르는 자에게도 유효하다는 뜻이 되지 않겠는가. 미륵과 하느님. 언젠가 재림하여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어지는 선지자와 절대자 그 자체. 또는 규범의 화신. 그들을 욕보이는 행위가 화자의 자긍심으로 기능하는 것은 화자 스스로 그 행위에 혁명이나 대항, 자기표현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해 볼 수 있겠다. 김언희의 화자가 외설과 배설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이 화자들이 흉측하기 때문이다. “늙은 창녀”, “주검”, “미친년”과 같은 멸칭으로 묘사되는 화자들은 모두가 그 자체로 금기시되는 존재로, 이와 같은 꺼림칙한 감각은 김언희의 화자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용하는 시어와 제시하는 정황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사항이다. 트렁크는 수취 반송되었고, 고기는 잘려서 매달렸다. 이들이 스스로 발화하는 것을 통해 권위에 상처 입는 당사자는 누구인가. 누가 그녀들을 가공하고, 왜 그녀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가. “아버지”, “하느님”, “당신”으로 호명되는 착취의 수혜자들. 그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저 여자가 죽지 않는다 나는 한 구멍을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은 쬐그만 구멍, 그 한 잎의 구멍을 사랑했네. 그 구멍의 솜털, 그 구멍의 맑음, 그 구멍의 영혼, 그 구멍의 눈물,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구멍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구멍을 사랑했네. 구멍만을 가진 구멍, 구멍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구멍, 구멍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구멍, 눈물 같은 구멍, 슬픔 같은 구멍, 병신 같은 구멍, 시집 같은 구멍, 그러나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구멍 영원히 나 혼자만 가지는 구멍, 나밖에 아무도 가질 수 없는 구멍,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가혹한 구멍 ‘한 잎의 구멍’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는 김언희에 의해 다시 쓰이는 과정에서 “구멍”으로 치환된다. 이때 기묘한 것은 오규원의 시에서 “여자”가 화자와 철저히 구분되는 타자로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김언희에 의해 다시 쓰인 시의 “구멍”은 화자 자신이자 동시에 사랑하는 대상으로 변모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단순히 김언희가 여성 시인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여성의 대명사로서 기용되는 구멍은 다분히 여성의 성기처럼 읽힌다는 지점에서 앞선 독해에서 줄곧 발견해 왔던 “모독에 의한 모독”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김언희는 이 “덮어씀”을 통해 기존 남성 권력이 선사하는 여성에의 사랑을 비웃음과 동시에 자신-여성마저도 비웃고 있다. “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고, “내 시에 대고 수음을 했느”냐며 범인을 색출하려는 행동은 그래서 이해될 수 있다(‘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채택했던 수단인 모독이 효과적인 이상, 상대를 색출해야만 모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대표적으로 불려 나올 수 있는 존재가 “아버지”다. 거울 속의 아버지, 새빨간 페티큐어를 하고, 아이, 꽃만 보면 소름이 져요, 허리를 꼬는 아버지, 과부가 된 아버지, 생리중인 아버지, 시뻘건 아버지의 음부, 아버지의 질, 하룻밤에 여든여덟 체위로 내 남자와 하는, 빗자루 손잡이와 그짓을 하고, 자동차 뒷자리에서 스무 켤레의 구두와 하고, 유리상자 속에서 왕과 동거를 하는, 아버지이, 아버지의 목청으로 부르르 나를 부르는 아버지 ‘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걸려 있는 어머니”에게서 자신을 “들고 가는” 존재다. 다시 말해, 세계 규범의 화신과 같은 존재이다. 시집의 한 부 전체가 “가족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내부에서 일어나는 위계 관계를 뒤집고, 기제를 모독하는 것으로 메워져 있는 것은 그렇게 이해될 수 있다. 시인은 주님, 아버지, 오빠 등 남성적 주체들에게 여성의 음부와 행위를 오려 붙임으로써 그것의 권위를 훼손한다. 이와 같은 시적 전략은 ‘보고 싶은 오빠’를 비롯한 이후 시집에서도 두드러지게 활용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거울”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하겠다. 거울이란 세계를 비추는 시선임과 동시에 내가 나를 자각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이미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를 다시 읽어 보면, 거울 속의 “아버지”는 여성의 신체를 하고 내 남자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 같다. 다시 말해, 김언희의 화자들은 아버지를 훼손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남근중심주의적 관점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모독이 가질 수 있었던 승리의 감각은 피로스의 승리로 격하된다. 내 얼굴로부터 매 순간 아버지의 얼굴을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녀를 고기와 구멍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외설할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시 쓰기는 이 시점에서 오독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상가”로 가도 “카바레”가 나오고, “꽃집”으로 가도 “족발집”이 나오며, 발걸음한 “예식장”은 “도축장”으로 변모하는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 세웠던 모독의 바리케이드가 되려 여성 자신을 음란함에 가두게 된다는 모순이다(‘피치카토’). 이 책이 소리를 전부 빨아먹는다 이 책이 비명을 전부 빨아먹는다 이 책이 피를 전부 빨아먹는다 육절기로 썰어 넘기는 책장 한 장 한 장이 혓바닥이다 흠씬 피를 빨아먹은 페이지 페이지, 면도날로 밑줄을 친 붉은 밑줄들이 줄줄 흘러내리는 이, 책이 ‘이 책’ 김언희는 시에 발린 “마요네즈”, 즉 “아버지를 내포하는 몸”을 경멸한다. 그래서 김언희의 시는 재생산이나 자신만만한 자의식의 표출이 아니다. 오히려 소화이며, 소비다. 먹어서 없애야 하는, 똥으로 만들어 버려야 하는 무엇이다. “아버지에게서 아버지를 파내드릴게”라고 이야기하는 김언희. 내 몸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것은 “아버지의 좆대가리”에서 자신을 “벗겨내 달라”는 요청의 수행적 표현임과 동시에 화자를 포박하는 사상과 논리로부터 탈각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벗겨내주소서’).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가 아직도 죽지 않”은 이유는 이 탈각이 모독으로써는 정복될 수 없는 무인도이기 때문이다(‘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난자당한 살점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 섬”에 닿을 때까지 그녀들은 죽을 수 없다(‘그 섬에 가고 싶다’).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삶의 결말을 유보하고 있는 이 화자들의 태도는 의미 없는 감각과 침탈을 반복하면서 이중의 모순을 안은 채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만 같다. 그렇다면 폭로를 위해 오독을 감수해야만 하는, 살을 취하기 위해 뼈를 줄 수밖에 없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 여성들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아니, 질문을 바꾸어 보자. “음부”밖에는 없는 세상에서 “외설”로만 발화할 수 있는 여성들의 이와 같은 몸부림을 다만 윤리적 잣대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 쉽게 답변을 내릴 수 없는 질문, 그에 대한 사유의 약진이 김언희의 근작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것 -인격이라는건온도와습도에따라변하는거야고환처럼 -1은홈리스II는섹스리스III는홈리스에섹스리스너에게는좆밖에없고나에겐그마저없고 -니체고시체고나랑맞바꾼개는잘커?네터럭이목구멍에엉겨죽을뻔한그개? - 죽여준다정말죽여줘新옥보단3D로보니온세상이肉蒲團之極樂寶鑑이네 -30년동안카데바노릇을하고있어6개국어로거짓말하는카데바그게나라고 -저개하지도못하고짖지도못하는저개엊저녁에광견병접종을하고온저개이제는미칠수도없게된저개 -난죽은년조차아냐시체조차도없어난내눈에도안보여 -정색은질색이야난잠을자면서도하품을해잠을자면서도존다고가래침이야말로내인생의토핑이지 -모든것을포기하고미쳐버리면시간이절약되지않을까 -나무젓가락같은잣대로젓대로나좀들쑤시지마지뢰를밟고선자만이경멸할수가있는거야똥밟은자를 -개가뒷다리로일어서서걷는것과같소…… 여자가시인이된다는것은 -내주여저는알알이익었나이다새까만악의의포도송이로나의모든사랑을다해나의모오든화냥을다해 ‘Eleven Kinds of Loneliness’ “까마귀에게 있어서 까마귀 자신만큼 불길”한 것이 또 없듯이, 여성의 몸은 그것이 여성의 몸이기 때문에 한 번의 오독을 거치고 있다(‘미얀마’). “죽은 년조차도 아니고, 시체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나, “개하지도 못하고 짖지도 못하는 개”라는 호명은 그것이 비체화되고 있음의 표상이다. 기실 세상만사가 각각 결핍을 갖는 방식으로 성립하는 법이라지만, 남성 성기를 가진 “너”에게 “나에게는 그마저도 없”다는 화자의 토로는 화자 본인이 너보다 더 다중적인 압제 밑에 억눌려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렇듯 발화다운 발화를 할 수 없는, 내가 나로 살 수 없는 이러한 치욕과 모멸의 세상에서 화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학대에 가까운 성교, 폭력뿐이다. 이 화자가 “사랑”과 “화냥”을 병치하면서, “새까만 악의 포도송이”만을 기를 수 있는 것은 날 때부터 고기로 다루어졌던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발견하는 여자들에게 걸려 있는 저주들이 말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여성에게 씌워져 있는 성적 필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작가의 작품이 작가 자신의 성분을 근거로 성기게 맥락화되는 상황을 여럿 마주쳐 왔다. 말이 말로만 판단될 수 없는 이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여성이 더욱 취약할 것임은 당연하다. 다시, 이 지점에서 김언희 화자의 발화가 일차적인 몸의 감각으로 소급되는 양상에 대한 재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그것은 김언희의 무력한 화자에게 주어진 유일한 발화 방식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여성의 발화가 받아들여지던 방식이다. 오로지 자궁의 병 탓으로 여겨졌던 여성의 히스테리처럼, 멸시가 멸시를 낳고 오독이 오독을 낳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을 어떻게 “정확히” 읽을 수 있을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촘촘히 짜인 의미망으로 기능하는 몸. 구멍과 음부와 외설로 대변되는 여성의 몸. 그러한 관점에서 의도가 없고, 말이 없고, 생각이 없는 “시체”는 역설적으로 여성 화자가 갈망해야 하는 종착점임에 틀림없다. 여성이라는 몸은 그야말로 죽어야만 해방되는 저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섹스와 끼니”, “모욕과 배신”, “지저분한 농담”과 “어처구니없는 삶”과 “죽음”에서 해방되기 위해 제시되는 방안이 죽음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여느 날, 여느 아침을’). 김언희의 화자는 지속적으로 “6개국어로 거짓말하는 카데바”, 자라면서 뇌를 버리는 “멍게”의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죽음에의 달성을 꿈꾼다(‘Endless jazz 19’). I 혓바닥에 검은 털이 빡빡이 돋아나고 있어 입속의 검은 구두 솔 구두거나 귀두거나 모조리 光내줄 수 있어 막창에서 밑창까지 II 엉겁결에, 만인의 연인이 되고 말다니 만인의 黃狗가 영원히 삭제 불가능한 리벤지 포르노의 주인공이 1초도 혼자 있을 수가 없어 1초도 혼자 있을 데라고는 없어 아무도 날 잊어주지 않아 단 1초도 더 이상 혀를 못 놀리게 된 자만이 진짜 죽은 자라고 발화의 욕구는 성욕보다 백배는 강해 귀를 대주라고, 언니, 뒤를 대주듯이 III 세 번이나 하고도 한 기억이 전혀 없어 이제 난 어제 한 거짓말도 기억이 안 나 난 매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가야 살아 말매미처럼 내 손으로 내 등짝을 가르고 ‘황색 칼립소’ ‘황색 칼립소’에서 “입”은 “구두 솔”의 이미지를 경유하여 여성 성기와 동등하게 취급된다. 그것이 “구두”와 “귀두”를 광내는 도구로 취급된다는 지점에서 여성 몸의 현주소를 선고한다. “엉겁결에” 만인의 연인이 되어 평생 그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비체의 끝이다. 내가 나로 있기 위해서 나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역설이 당연시되는 이 세상에서 내 발화들이 전부 “거짓말”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언희의 화자는 “발화의 욕구”가 “성욕보다/ 백 배는/ 강”하다는 말을 통해 스스로가 이러한 무용한 반복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타진한다. 하지만 언제나 “귀를 대주”는 것보다 “뒤를 대주는 것”이 더욱 수월하다. 여성의 몸이 그렇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니”도 여성이고 화자도 여성인 이상 자신의 발화를 순수한 자신의 발화로 전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들의 대화가 대화로써 성립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김언희의 시는 이 시집이야말로 “엽색”과 “치정의 끝”이라는 발화를 통해 모독이 모독당할 수밖에 없고, 오독이 오독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슬프게 폭로한다(‘격에게’, 96쪽). 이 시집은 모리스 블랑쇼의 “오늘 밤 나를 죽여주지 않으면 당신은 살인자요”라는 책망으로 끝을 맺는다. 모리스 블랑쇼는 여러 격언을 남겼지만, 이 시점에서 들여오기에 적합할 만한 다른 말이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부터 쫓겨난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작품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말이었던 앞선 발언은 김언희와 맞닿았을 때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빗나가 버리는 오독의 광경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읽히게 된다. 이조차도 원 의미를 왜곡하는 오독이지만, 김언희의 화자가 오독과 적극적으로 싸우는 방식으로 오독당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인의 시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모리스 블랑쇼의 말이 해석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은 그 불가역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점일 수 있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미 완결되어 있는 내 몸의 의미. 하나의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는 몸이 자꾸만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함과 동시에 탄생하는 시. 타자에의 침탈에 맞서는 이 힘 있는 비명이 어떻게 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김언희에게 폭력에 대한 감상은 세계에 대한 단상이다. 만약 지금까지의 독해가 옳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벗어던져야 하는 마지막 실오라기”가 어디에 있냐는 질문과 “매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가야” 살 수 있다는 진술이 서로 호응하는 것처럼 읽히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시집 ‘보고 싶은 오빠’ 중 ‘쌍십절 2’). 내 몸은 포르노가 아니다 그리스의 남성 영웅 카이네우스는 본디 카이니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녀)가 여성이기를 포기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이 그녀가 포세이돈에 의해 강간당했다는 설이다. 그녀는 자신을 차지하고자 했던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이후 어떤 저항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을 견디지 못해 분노에 떨었다. 이윽고 그녀는 자신에게 닥쳐온 모든 불행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강간당했으며, 여성이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고,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욕구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달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포세이돈에게 남성이 되기를 청했고, 그렇게 카이네우스가 되어 신화에 이름을 새긴다. 우리가 카이니스와 카이네우스의 신화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있다면,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며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비윤리적이라고 일갈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일 테다. 어떤 폭력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면, 어떤 여성들이 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 아님”을 소망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폭력 자체를 근절하는 것보다 그 자신이 여성 아니게 되는 것이 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더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로 “여성”이라는 범주가 그 위신을 공고히 할수록, 오히려 그 집단이 갖고 있는 힘이 허약해진다는 것과도 동일하게 읽을 수 있다. 기실 이것은 김언희 시에서도 “종이 고환”을 단 “여류 시인”의 이미지와(‘어지자지’), “몸만 여자지 음탕한 남자 아닐까” 되묻는 자조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아닐까’). 주디스 버틀러는 여성 범주를 부정하며 여성 없는 페미니즘을 주장한다. 여성이라는 동일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페미니즘은 가능하며, 되려 여성만이 페미니즘을 허락받을 때 이론은 허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때 가장 강조되는 것이 “수행 뒤에 수행자는 없다”는 명제다. 바꾸어 말하자면, 젠더와 성 정체성 등의 “범주”는 나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결코 자아의 본질이나 골자에 도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체성이 여러 가지 속성들이 화합하고 상충하면서 교차적으로 성립하는 것이거니와, 나의 유일무이한 정체성이 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동시에 자신의 의견이 미국 동부 해안의 레즈비언/게이 커뮤니티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현재까지도 투쟁하고 있는 젠더퀴어들에게 감응하고, 그것이 페미니즘과 맞닿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젠더 트러블’의 개정판 서문 (1999)에서 주디스 버틀러는 이와 같은 착안점을 털어놓으며 자신이 학계라는 서로 만난 적 없는 문화지평의 수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8) 연거푸 강조하지만, BJ의 노출과 김언희의 비명을 동일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일시될 수도 없거니와, 동일시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다만 어떤 폭력이 페미니스트이기에 가해지고 있고, 자신의 주변이 그러한 폭력을 기꺼이 휘두를 자들로 가득하다면,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복종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 물론 이 사실을 주지하고서라도 자신을 “반페미”라고 지칭하며 몸의 이미지를 판매했던 QWER 일부 멤버들의 행동을 완전히 윤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 또한 순수히 그녀들을 방어하기 위해 쓰인 글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란 결국 여성 해방을 위해 고안된 이론 틀이기에, 만약 페미니즘이 여성의 삶, 또는 한 여성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성질 그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요청이다. “여자의 완성이 얼굴”인 나라에서(시집 ‘보고 싶은 오빠’ 중 ‘르 흘레 드 랑트르꼬트’) 페미니즘마저 여성을 불순하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거절한다면, 그 여성들의 사활을 건 투쟁도 포르노로 전락하게 되지 않겠는가. 아니, 설령 그것을 포르노라고 일컫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참작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침투를 불허하고 “음지”에 잠재우는 것은 “보기 편안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한 가지의 방법일 수는 있겠으나 그와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기회 또한 그녀들과 함께 영영 잠들게 하는 일일 것이다. 폭력은 다른 것이 아니다. 해석의 여지가 불가능하도록 맥락을 거세하는 것이 폭력이며, 알몸과 외설만을 보는 것이 포르노다. 그래서 포르노는 만들어지는 동시에 해석된다. 이것이 도발적이고, 충격적이고, 외설적이라고 할지언정, 그 너머에 무엇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그것을 실로 포르노로 만든다. 여성의 알몸과 성교를 그저 “외설적”이라고 말하면 그것들은 모두 외설로 남는다. 여성의 목소리를 그저 비명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단지 비명에 머무른다. 그러나 여성의 알몸이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해석하는 순간 그것은 외설적인 알몸을 넘어 저항의 표현이 된다. 기실 비평은 언제나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작업이었고 약자에게 견고한 법령에 틈입하는 몸짓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김언희의 시 세계를 톺으며 오독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는 것도 아닌 모호의 세계에 잠자는 여자를 깨우는 것이다. 그 후로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감을 위해 태어나지 않은 음부로, 분뇨의 입구로 태어나지 않은 입으로. 1) 이 글에서는 김언희의 시집 ‘트렁크’(세계사, 1995),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2000), ‘GG’(현대문학, 2020)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위의 시집에서 시를 인용할 경우 해당하는 제목만 표시하며, 맥락상 구분이 필요한 경우나 다른 시집에서 인용된 시의 경우 시집명이나 쪽수도 함께 명기하도록 한다. 2) 이정수 기자,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여캠 BJ들… “벗방이랑 뭐가 달라” 시끌’, 서울신문, 2024년 8월 12일, https://v.daum.net/v/20240812113303539 3) 이해운, ‘현대시에서의 그로테스크’, 한국문학과 예술 9(2012, 숭실대학교 한국문예연구소). 4) 장서란, ‘김언희 시의 서발터니티 연구 -‘말하는-죽음’과 ‘여성-괴물-되기’를 중심으로-’ 한국현대문학연구(2022, 한국현대문학회). 5) 임지연, ‘1990년대 여성시의 이상화된 판타지와 역설적 근대 주체 비판’, 한국시학연구(2018, 한국시학회). 6) 김정란, 남진우, 이희중, ‘특별좌담/올해의 시를 말한다’, 월간 현대시 56호, 1997년 12월호. 7) 남진우, ‘메두사의 시- 김언희의 시세계’, 계간 문학동네 25호, 2000. 8)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2006, 문학동네) 58~61쪽 참조.
  • “세 번 놓친 세계선수권 정복… 국민께 반드시 희망 드릴 것”

    “세 번 놓친 세계선수권 정복… 국민께 반드시 희망 드릴 것”

    “33초, 34초. 다 왔어, 쳐지지 마. 따라붙어서 가. 더 붙어!” 새해를 닷새 앞둔 지난달 27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의 육상 트랙은 체감 온도 영하 12도가 무색하게 새벽 공기를 달구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로 뜨거웠다. 아직은 그믐달이 샛노란 빛을 내뿜고 있는 새벽이지만, 이미 이날 첫 훈련 일정으로 스트레칭과 간단한 에어로빅을 마친 남자 유도 선수들은 400m 트랙을 한 바퀴당 95초 이내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100m 기준 23초 수준으로 달리는 것이지만, 선수들은 이 속도로 쉬지 않고 4000m를 완주해야 본격적인 아침 훈련으로 넘어갈 수 있다. 트랙에서는 2024 파리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 3개를 쓸어 담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김우진(33)도 묵묵히 몸을 만들고 있었다. 새벽 운동 직후 만난 김우진은 ‘뜻깊은 한 해를 보냈다’는 취재진의 격려에 “그것도 이제 달력의 한 페이지, 역사 속으로 흘러간 시간일 뿐”이라면서 “지금은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선수촌에서 새벽 운동을 하고 아침부터 찬바람 맞으면서 매일매일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까지 총 5개의 금메달을 보유해 한국 최다 금메달리스트인 그에게도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통과는 여전히 어려운 도전이다. 그는 2025년 9월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와 관련해 “아직 선발전이 진행 중인데 지금 20명까지 남은 상황”이라며 “국가대표 선발이 첫 번째 목표이고 세계선수권은 그다음”이라고 말했다. 실외 달리기를 마친 유도 대표팀과 함께 곧바로 웨이트 트레이닝 센터로 이동했다. 운동 간 휴식은 2분 남짓으로 도보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전부였다. 곧바로 3개 조로 나눠 ‘인클라인 트레드밀-박스 왕복 점핑-사이클 및 버피 테스트’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쉬지 않고 15회 반복하는 고강도 훈련이 이어졌다. 트레드밀의 경우 최고 경사도인 20%로 기울기를 높인 상태에서 시속 12㎞ 속도로 1분씩 4회, 14㎞ 속도로 30초씩 5회, 마지막 16㎞ 속도로 15초씩 7회를 반복하고 각 세트당 성인 무릎 높이의 박스를 제자리 점프로 왕복 5회, 이후 각자 사이클 및 고강도 맨몸 운동인 버피테스트를 섞어 진행하는 방식이다. 실내 훈련이 시작되자 굵은 땀방울이 선수들의 굴곡진 등을 타고  흘러 떨어졌다. 오전 6시 정각에 시작된 새벽 훈련은 오전 7시 10분쯤 10개 손가락을 모두 핀 상태로 실시하는 힌두 푸시업 30개로 마무리됐다. 일명 ‘배밀기’ 동작으로 악력을 비롯해 상체와 척추기립근 등 코어 근력 향상에 탁월한 운동이다. 이렇게 새벽 운동을 마치면 선수들은 아침 식사 후 다시 오전 훈련을 위한 짧은 휴식을 취하고, 점심 식사 후 오후 훈련으로 이어지는 생활을 반복한다. 파리올림픽 유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두 개의 동메달을 목에 건 이준환(23)은 “제가 세계선수권 우승을 세 번이나 놓쳤는데, 올해 반드시 우승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겠다”고 새해를 여는 각오를 밝혔다.
  • “마지막까지 최선 다했을 사람”…참사 여객기 기장, 공군 출신 베테랑이었다

    “마지막까지 최선 다했을 사람”…참사 여객기 기장, 공군 출신 베테랑이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을 사람” “안전에 대해 타협 없던 동료”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의 기장이 6800시간이 넘는 비행 경력을 가진 ‘공군 출신 베테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항공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의 기장 A씨는 공군 학사장교 조종사 출신으로 지난 2014년 제주항공에 입사해 2019년 3월 기장으로 승급했다. 그의 비행시간은 총 6823시간이며 기장 비행 경력은 2500시간 이상이다. A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비행 실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그를 “안전에 대해 타협 없던 동료”, “급박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을 사람” 등으로 기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0일 제주항공의 사고 관련 브리핑에 따르면 제주항공에선 부기장 임명 이후 3500시간 이상, 근속연수 3~4년이 지나야 기장으로 승급할 수 있다. A씨와 함께 조종석에 앉았던 부기장 B씨도 총 비행시간이 1650여시간으로 부기장이 된 지 1년 10개월이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무안공항에서 몇 차례 운항했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참사 당일 A씨가 조종간을 잡은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 29일 오전 8시 54분 무안공항 관제탑에 착륙 허가를 요청했다. 이에 관제탑은 무안공항 남쪽방향 01번 방향에서 활주로에 진입하던 항공기에 3분 뒤인 8시 57분 ‘조류 이동 주의’ 조언을 전달했다. 2분 뒤인 59분 조종사는 위급상황을 알리는 ‘메이데이’를 관제탑에 통보함과 동시에 착륙을 포기하고 급하게 재상승하는 고어라운드(복행)에 들어갔다. 사고기는 재착륙을 시도했지만 높이 날아오르지 못했고 01번 활주로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 방향으로 착륙하겠다고 관제탑에 알렸다. 엔진 계통 악화 등으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으면서 항공기는 비상 동체착륙을 했다. 활주로에 기체를 끌며 빠르게 달리던 항공기는 오전 9시 3분쯤 활주로 끝 외벽과 충돌하면서 폭발했다. 사고기는 꼬리 부분만 남긴 채 비행기 동체 모두 불에 타면서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객 181명 중 2명만 구조되고 나머지 179명은 사망했다.
  • 유신 비판·남북회담 길 연 카터… 한반도 긴장 완화 기여

    29일(현지시간) 타계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다. 그의 재임 기간인 1977년 1월부터 1981년 1월은 한국 현대사의 암흑기와 겹친다. 그는 특히 대선 출마 때부터 박정희 정권하의 한국 인권 상황과 유신체제를 비판했고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 주한미군 철수도 공약했다. 당선 뒤에는 실제로 3만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을 단계적 철수하겠다고 천명했다. 1977년 5월 존 싱글러브 당시 유엔군사령부 참모장이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 비판하자 카터 전 대통령은 그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강제 퇴역시키기도 했다. 이후 카터 행정부는 그해 7월 10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를 통해 철군 일정에 합의했고 다음해 3400명을 1단계로 철수시켰다. 박정희 정권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며 카터 행정부와 내내 각을 세웠다. 1979년 6월 카터 전 대통령이 방한하며 이뤄진 정상회담에서도 격렬한 설전이 오갔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18년 낸 회고록에서 당시를 돌아보며 “동맹국 지도자들과 가진 토론 가운데 아마도 가장 불쾌한 토론이었을 것”이라고 기록했다. 그해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와 카터 전 대통령의 포기로 주한미군 철수는 없던 일이 됐다. 그는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키운 중재자이기도 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1차 북핵 위기’로 긴장이 고조되자 카터 전 대통령은 이듬해 6월 직접 평양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다만 몇 주 뒤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해 회담이 성사되진 못했다. 정부는 30일(한국시간)  “우리 정부와 국민은 카터 전 대통령의 정신과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38년 딸 간병하다 살해, “나쁜 엄마 맞다” 했지만…법원도, 검찰도 선처[전국부 사건창고]

    38년 딸 간병하다 살해, “나쁜 엄마 맞다” 했지만…법원도, 검찰도 선처[전국부 사건창고]

    “고통 덜할 것 같아” 수면제 먹여집행유예 “개인의 잘못만 아니다”검찰·시민위원회 ‘항소 포기’ 확정“버틸 힘이 없었고, 60년 살았으면 많이 살았으니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볼까 걱정돼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중증 장애 딸을 38년간 간병하다 살해한 엄마 이모(당시 64세)씨는 2022년 12월 8일 결심공판에서 “이 나이에 무슨 부귀와 행복을 누리겠다고 딸을 죽였겠느냐.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 나쁜 엄마가 맞다”고 오열했다. 딸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다 혼자 살아남은 것을 한탄했다. 이듬해 1월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 류경진)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실형을 면제했다. 재판부는 “장애로 인해 엄마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던 딸은 한순간에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아무리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면서도 중증 장애인 가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국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 뒤 “이씨의 잘못만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이씨는 딸에게 최선을 다했고, 큰 죄책감 속에서 삶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선처한 이유를 밝혔다.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항소를 포기했다. 인천지검은 1심 선고 후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선처를 요청하는 경우 유사 사건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중형을 구형했다”면서 “이씨가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이유에는 교수, 주부 등 10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항소 부제기’ 의견을 낸 것도 작용했다. 이씨는 2022년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인천 연수구에 있는 아파트 자택에서 딸 박모(당시 38세)씨에게 수면제를 건네 잠들자 베개 등으로 호흡기를 눌러 살해했다. 자신도 목숨을 끊기 위해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했으나 집에 찾아온 아들에게 6시간 만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면서 미수에 그쳤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잠들었을 때 죽게 하는 게 가장 고통이 덜할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살인을 저지른 이 여인에게 어느 누구 하나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없었던 것은 딸에 대한 헌신과 사랑, 눈물이 뒤섞인 그녀의 모진 삶에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딸 낳은 26세부터 없는 엄마의 삶나빠질까 ‘간병일지’ 쓰며 조바심딸 대장암 3기에 “버틸 힘 없다”딸은 1984년 첫돌 무렵부터 뇌병변에 지적장애 1급 진단을 받았다. 의사소통은커녕 대소변도 누군가가 대신 처리해야 할 만큼 거동이 불편해 누워 지냈다. 하루 24시간 꼬박 누군가 돌봐야 했다. 그 몫은 엄마 이씨였다. 남편은 전국의 건설 현장을 돌며 일해 집에 자주 오지 못했고, 아들은 결혼해 분가했다. 이씨는 딸을 낳은, 그 26세 때부터 자기 삶이 없었다. 항상 딸과 함께 있었다. 밥해 먹이고, 대소변 받아주고, 옷 갈아입히고, 이상 증세를 보이면 병원에 데려가거나 약을 타오는 등 한시도 떨어질 수 없었다. 그녀의 ‘간병일지’에는 매일매일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렸던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담겼다. 딸의 약 용량이 바뀐 뒤 ‘2019년 12월-짧은 경기 10번, 힘 빠지는 경기 6번’, ‘‘2020년 5월-날밤 새고, 낮에도 안 잠’ 등 수시로 변하는 딸의 건강 상태를 펜으로 꾹꾹 눌러 적으며 더 나빠지지 않을까 내내 조바심쳤다. 이씨의 아들(숨진 박씨의 남동생)은 결심공판에서 “엄마는 (의사에게) 효과가 있는 약을 가져다 보이고, 효과가 없는 거는 빼거나 줄이면서 누나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며 “엄마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누나한테서 대소변 냄새가 날까 봐 매일 깨끗이 닦아줬다. 다른 엄마들처럼 옷도 예쁘게 입혀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인기척을 느낄 수 있도록 딸 침대 옆에 간이침대를 만들어 곁에서 잠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범행 4개월 전인 2022년 1월 이씨는 끝내 무너졌다. 딸이 4기에 가까운 3기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그녀는 수시로 고통을 토해내는 딸을 보면서 요동쳤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혈소판 감소 증세가 나타나 항암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딸의 고통은 극심했고 온몸에 멍이 드는 증세도 나타났다. 이를 보며 딸 곁을 지키던 이씨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불안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다 딸이 대장암 진단을 받은 지 넉 달 만에 결국 병원에서 심각한 우울증 진단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가족, 이 정도면 행복하지”“38년 감옥 삶” 선처 요청 봇물‘간병살인’ 예방, 국가 제도 필요그녀는 재판부에 “불쌍한 제 딸을 죽인 저는 죄인입니다”라고 적은 반성문을 냈고, 변호인은 “범행 당시 이씨는 오랜 병구완으로 중증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부득이 심신 미약을 주장하고자 한다”고 했다. 아들은 물론 남편, 며느리, 사돈 등 이씨의 온 가족이 재판부에 손으로 직접 쓴 탄원서를 보냈다. 이들은 이씨를 “이런 와중에도 평소 ‘우리 가족, 이 정도면 행복하지’라고 자주 말할 정도로 긍정적인 사람이었다”고 했다. 아들은 “부모님은 ‘우리가 먼저 죽으면 누나를 좋은 시설에 보내달라’고 했고, 저는 남한테 누나를 맡길 수 없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존경하는 재판장님, 40년 가까운 세월 누나를 돌보며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살아오신 어머니를 다시 감옥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이씨의 시누이는 “자신은 제대로 여행 한 번 못 가면서 다른 가족들이 불편해할까 봐 ‘딸은 내가 돌볼 테니 가족 여행 다녀오라’고 하는 사람이었다”고 썼다. 며느리는 “기회를 주시면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를 평생 모시고 살면서 여태까지 고생하고 망가진 몸과 마음을 치료해 주고 싶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이씨 측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판결로 선처했다. 1심 선고 직후 아들과 함께 법정 밖으로 나온 이씨는 한참 동안 소리를 내며 오열했다. 검찰시민위원회가 의견을 구한 전문가들은 “이씨의 행위는 형법상 살인이 분명하지만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극단적 고통과 상황에서 벌인 행위로 1심 판결은 타당하다. 다만 ‘가족의 간병 살인은 실형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며 “장기 간병의 고통을 개인과 가족에만 떠넘겨 생기는 간병살인을 예방하려면 사회적 도움과 구제로 가는 국가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임태희 교육감 “DGIST 실수로 합격 번복, 피해 구제책 찾겠다”

    임태희 교육감 “DGIST 실수로 합격 번복, 피해 구제책 찾겠다”

    시흥의 한 고3생, DGIST 실수로 아주대 수시합격 등록 포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수시모집에 응시해 합격 통보를 받은 뒤 학교 측이 번복하는 바람에 이미 합격한 다른 대학에도 못 가는 피해를 본 관내 수험생 구제대책 마련에 나섰다. 임 교육감은 30일 자신의 SNS에 ‘한 학생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경기도 한 학생이 대구과학기술원(디지스트, DIGIST)으로부터 유선 합격 통보를 받았다. (당시) 수시합격 등록취소를 2시간 앞둔 상황이어서 이미 합격한 아주대 등록을 포기하고 디지스트 합격자 등록을 시도했다”며 “하지만 (디지스트 측이) 담당자의 실수였다며 (다시) 최종 불합격 통보를 해, 이 학생은 디지스트, 아주대 모두 입학이 어렵게 됐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도)교육청은 이 학생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학생도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고 구제받을 수 있도록 관계 부처(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와 다각도로 해결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기도 시흥의 한 공립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A군은 지난 26일 오후 3시 40분쯤 DGIST로부터 합격 전화를 받았다. 수시 합격자 등록 마감은 같은 날 오후 6시까지로 중복 합격 시 학교 1곳만 선택해야 해서 A군은 이미 합격했던 아주대 등록을 포기했다. 그러나 DGIST 측은 입학 담당자의 실수였다며 A군에게 불합격을 통보했고 현재 A군은 DGIST는 물론 아주대 입학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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