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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에 함박눈… 유치위 “하늘이 돕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위원회의 2014동계올림픽 후보지 현지실사가 진행되고 있는 강원도 평창지역에 실사 첫날인 14일 새벽 10㎝ 이상의 함박눈이 내리고 북한 핵문제를 다룬 6자회담 합의소식까지 전해지자 현지 유치위측과 주민들은 마치 유치에 성공한 듯 축제분위기였다. 평창지역은 이번 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고 날씨마저 포근해 현지 실사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IOC실사단이 평창을 찾은 13일부터 함박눈이 내리면서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치위원회 측은 “하늘이 돕는다.”며 유치에 자신감을 보였다. 또 실사단이 평창에 도착하는 날 평창 유치에 걸림돌이었던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겹경사 속에 유치의 고지가 보인다.”며 고무됐다.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영 속에 용평 숙소에 여장을 푼 16명의 IOC실사단은 14일 아침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호텔에만 머물다가 곧장 프레젠테이션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등 입조심, 몸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가야 지하루 실사위원장은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10여분간 언론에 회의장을 공개한 뒤 인사말을 통해 “눈도 오고 날씨가 좋다. 좋은 예감이 든다.”며 유치위측과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체 답하지 않았다. 대신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 기자들에게 분위기만 간단하게 전해 주었다. 이후 저녁 때까지 비공개로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해외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냉전의 벽을 허무는 데 서울올림픽이 기여한 만큼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이 평창에서 다시 한번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면서 “세계에서 하나 남은 분단국가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 올림픽의 이상을 한층 드높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첫날 실사가 끝난 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프레스룸을 찾아 “평가단이 이번 프레젠테이션으로 많은 부분 의문사항을 해소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올림픽 개념과 유산’에 대해 발표한 김 지사는 “이번 실사는 우리가 IOC에 제출한 신청파일에 대한 검증을 받는 과정으로, 평가위원들이 신청파일 내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선수촌’에 대해 발표한 김소희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은 “평가위원들이 ‘선수 중심의 올림픽’에 대해 관심을 가져 ‘30분 이내에 경기장이 배치되고, 선수 90%가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10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하다.’고 답변하자 ‘원더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활짝 웃었다.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평창에 함박눈… 유치위 “하늘이 돕는다”

    2014동계올림픽 후보지 현지실사가 펼쳐지고 있는 강원도 평창지역 일대에 실사 첫날인 14일 새벽까지 10㎝ 이상의 함박눈이 내리고 북한 핵문제를 다룬 6자회담 합의소식까지 전해지자 현지 유치위측과 주민들은 마치 유치에 성공한 듯 축제분위기였다. 평창지역은 올 겨울 들어 눈이 많이 내리지 않고 날씨마저 포근해 현지 실사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실사단이 평창을 찾은 13일부터 함박눈이 내리면서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치위원회측은 “하늘이 돕는다.”며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또 유치에 걸림돌이었던 북한 핵문제도 실사단이 평창에 도착하는 날 6자회담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겹경사 속에 유치의 고지가 보인다.”며 고무됐다.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받은 뒤 용평 숙소에 여장을 푼 16명의 IOC실사단은 14일 아침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호텔에만 머물다 프레젠테이션 행사장에 곧장 모습을 나타내는 등 입조심,몸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사 첫 행사인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10여분쯤 회의장을 언론에 공개한 뒤 이가야 지하루 실사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눈도 오고 날씨가 좋다.좋은 예감이 든다.”며 유치위측과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체 답하지 않았다.다만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 기자들을 만나 분위기만 간단하게 전해 주었다. 이후 비공개로 저녁 때까지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해외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냉전의 벽을 허무는 데 서울올림픽이 기여한 만큼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이 평창에서 다시 한번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며 “세계에서 하나 남은 분단국가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 올림픽의 이상을 한층 드높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첫날 실사를 끝낸 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프레스룸을 찾아 “평가단이 이번 프레젠테이션으로 많은 부분의 의문사항을 해소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올림픽 개념과 유산’에 대해 발표한 김 지사는 “이번 실사는 우리가 IOC에 제출한 신청파일에 대한 검증을 받는 것으로,평가위원들이 신청파일 내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선수촌’에 대해 발표한 김소희 KOC위원은 “조사평가위원들의 질문이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예상외의 질문은 답변하기 쉬운 것이어서 능력의 120%를 발휘했다.”고 말했다.이어 “평가위원들이 ‘선수중심의 올림픽’에 대해 관심을 가져 ‘30분 이내에 경기장이 배치되고,선수 90%가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10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하다.’고 답변하자 ‘원더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전국에 흙비… 서울 15일 영하 6도

    14일 전국적으로 황사가 섞인 흙비가 내릴 전망이다. 비가 그친 뒤에는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강해지면서 체감 온도가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3일 “전국적으로 아침 한때 비 또는 눈이 온 뒤 점차 개겠다.”며 “오후까지 전국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곳에 따라 천둥·번개를 동반한 돌풍이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며 시설물 관리에 주의를 기할 것을 당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발달한 약한 황사가 한반도로 유입돼 오전까지 황사가 섞인 흙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예상 강우량은 5∼10㎜이고 아침 최저기온은 0도, 낮 최고 기온은 영상 1도로 13일보다 6∼7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15일에는 기온이 더 떨어져 서울지역 아침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가고, 바람도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쌀쌀한 날씨는 16일 오후부터 점차 풀려 설 연휴는 포근한 날씨가 예상된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이종현의 나이스샷] 골프 초보자에 권하는 클럽선택 노하우

    올 겨울은 100년 만에 찾아온 포근한 날씨 때문에 골프장이 때아닌 성시를 이루고 있다. 회원들을 위해 조기 개장한 수도권 골프장들은 벌써 예약이 3∼4일 전에 마감될 정도다. 한낮 기온이 10도를 웃돌다보니 벌써 골프장은 시즌에 돌입한 듯하다. 골프를 배우려는 초보자들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필자에게도 “어떤 클럽이 좋으냐.”는 질문을 메일이나 전화로 문의하는 건수가 부쩍 늘었다. 그러나 골프에 입문하는 초보자에게 좋은 클럽을 권하기란 쉽지 않다. 한두 해 골프를 친 경우 자신의 스윙폼과 헤드 스피드 등을 점검하면 클럽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만 초보자는 다르다. 필자에게는 초보자에게 클럽을 선택케 할 몇 가지 룰이 있다. 첫 번째, 얼마짜리 클럽을 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클럽을 원해도 자신이 생각한 가격과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두 번째, 자신의 기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풀세트를 구입하지 말고 기본 세트를 구입해야 한다.5,7,9번 아이언과 3,5번 우드 정도를 구입해 먼저 연습을 한다. 아니면 연습장에 비치된 클럽을 한 달 정도 사용해 본 뒤 클럽을 구입해도 무난하다. 세 번째,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치는 습관과 헤드 스피드가 다르다. 신체조건과 악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데이터를 찾아내려면 가까운 피팅클럽을 찾아서 정확한 자신의 스피드와 근력, 스윙 습관 등을 자문받아 샤프트 강도와 헤드의 로프트, 길이 등을 꼼꼼히 체크한 뒤 클럽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 번째,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구입하기 위해선 완성된 자신의 스윙이 필요하다. 골프 교습에 지속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클럽이라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녹슬기 마련이다. 연습장에서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다소 어색했던 클럽도 몸과 맞춰진다. “어느 브랜드가 좋으냐.”는 질문은 사실 우문이다. 골프채는 자신의 실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다. 비싼 클럽을 찾기보다는 먼저 완전한 스윙을 만들어야 한다. 꼭 비싼 브랜드가 좋은 클럽은 아니다. 중고지만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훌륭한 클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단, 최근 인터넷과 일부 유통점에서 터무니없이 싸게 파는 클럽은 유의해야 한다. 반드시 원산지 표기 확인과 인쇄 상태가 조악한지를 파악한 후에 사야 하며, 모르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도쿄 관측사상 첫 ‘눈없는 겨울’ 전망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수도 도쿄가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 없는 겨울’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상난동으로 이번 겨울 유난히 포근한 날씨를 보이고 있는 도쿄에는 11일까지도 첫 눈이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관측 통계가 시작된 1876년 이후 도쿄 도심에서 가장 늦은 첫 눈은 1960년 2월10일로 기록되고 있다. 따라서 남은 겨울 동안 앞으로 도쿄에 눈이 내리더라도 관측 사상 가장 늦은 첫 눈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다음달 9일까지 향후 1개월간의 최신 예보에 따르면 도쿄에서 비는 평년 이상으로 내리지만 기온이 높을 것으로 보여 눈이 내릴 확률은 낮은 것으로 예측됐다. 과거 겨울철 마지막 눈이 내린 날짜는 3월14일로 기록돼 있다. 가장 늦게 마지막 눈이 내린 기록은 1969년 4월17일이었다. 도쿄 도심에서는 매년 1월2일께 첫 눈이 관측되고, 겨울에 최소한 두 차례 눈이 내렸으나 올 겨울들어서는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적조차 없다. 사상 4번째다. 지난 5일 1.8도까지 내려간 것이 최저기온이었다.taein@seoul.co.kr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15) 북제주군 한림읍 비양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15) 북제주군 한림읍 비양도

    제주도 한림에서 배로 15분 거리. 헤엄을 쳐서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가까운 섬이지만, 비양도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한라산에 올라가서 축구공을 ‘뻥’ 차서 바닷물에 ‘첨벙’ 공이 빠졌다가 떠오른 섬이 ‘비양도’입니다.” 함께 배를 탄 마을 주민의 섬에 대한 첫 설명이다. 해안에서 바라본 섬은 흡사 어린왕자가 그린, 코끼리를 삼켜버린 ‘보아뱀’의 모습이다. 섬이 곧 오름(산봉우리의 제주도 방언)이라는 말이 이해가 갈 만큼 ‘날아온 섬’인 비양도(飛揚島)는 한림항 서남쪽에 듬직하게 앉아 있다. 제주도에도 꽤 많은 섬이 있지만 사람이 상주하는 섬은 우도, 비양도, 가파도, 마라도 뿐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권에는 서기 1002년 6월에 산이 바다 가운데에서 솟아 나왔다는 기록이 있다. 비양도는 이렇듯 유일하게 역사시대(고려)의 화산활동 기록을 가진 섬이다. 해안선을 따라 포장된 해안도로는 4㎞가 채 안 된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다니질 않는다. 차가 없는 섬. 한쪽으로는 바다를, 다른 한쪽으로는 비양봉을 끼고 여유작작하게 걸었다. 작지만 아름답고 오밀조밀한 섬의 정경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온다. 비양도는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다. 큰 인기를 얻은 덕에 이름도 낯설었던 섬이 새로운 관광지로 뜨고 있다. 극중 여주인공(고현정 분)은 비양도에서 할아버지의 보건소 일을 도우며 산다. 해안가의 바로 그 보건소에서 송윤자(52) 소장은 2년째 휴일도 없이 동네어르신들의 진료를 해주고 있다. 드라마에서 그렸듯이 그녀는 훈훈한 인술을 펼치는 데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 동이 틀 무렵 부두로 나가니 이른 새벽인데도 해녀들의 물질이 한창이다.15세 때부터 물질을 해온 문복순(47)씨는 예전에 비해 바다가 오염되었다며 줄어드는 어획량에 속상해하고 있었다. 문씨는 5시간 넘는 고된 하루 작업이 끝나면 직업병인 만성두통을 달래기 위해 거의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단다.“조그만 해수욕장이라도 생겼슴 조카수다.”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생계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섬에는 신비한 전설을 간직한 기암들이 많다. 북쪽 해안가의 속칭 ‘애기업은 돌’은 아기를 못 낳는 사람이 치성을 드리면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돌고래형 및 거북형의 대형 용암괴는 제주도 본 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든 화산탄과 기암괴석들이다. 지독한 바닷 바람에 탈색되버린 억새 가득한 산책로를 따라 비양봉으로 오르는데는 20분이 채 안걸렸다. 산꼭대기에는 두개의 굼부리(분화구)가 있고 무인 등대도 있다. 주변에는 지방기념물인 비양나무가 밀집해 자라고 방목하는 검은염소들은 이방인을 피해 몰려다닌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편안함으로 다가선다. 제주를 닮은 섬 비양도. 하늘을 날아온 섬. 그래서 비양도라는 전설이 담긴 ‘섬 속의 섬’ 어느 작가의 표현처럼 비양도는 확실히 ‘빠름’보다 ‘느림’의 재부(財富)를 잘 간직한 ‘미완의 섬’이다. 우리 모두가 상상으로만 그리는 ‘유토피아’가 바로 비양도인 지도 모른다. 사진· 글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HAPPY KOREA] “30대이상 노총각 한명 없는 부촌이지요”

    [HAPPY KOREA] “30대이상 노총각 한명 없는 부촌이지요”

    서울신문은 행정자치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공동 추진하고 있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정책의 취지와 방향 등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전국 50여개 우수 마을을 소개했다. 이달 초에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 30곳이 최종 확정됐다. 이를 계기로 선정지역을 차례로 방문, 마을 현황과 추진 계획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그 첫번째 순서로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마을을 다녀왔다. “지난 15년 동안 레미콘 한 대 안 들어왔다 아입니꺼.”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마을 주민들은 정부 주도의 각종 지역개발 사업이 추진됐던 지역을 ‘레미콘 마을’이라 일컬었다. 물건마을이 그만큼 때가 묻지 않았다는 자부심과 동시에, 그동안 개발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었다는 아쉬움도 묻어나는 표현이다. 주민들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30개 시범지역에 선정됐다는 플래카드를 마을 입구에 내걸었다. 이제 삶의 질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기지개를 켤 준비에 나서고 있었다. ●“용꿈 3번 꿔야 살 수 있는 마을” 물건마을은 멸치와 마늘을 주 소득원으로 하는 반농반어의 전형적인 해안가 마을이다. 예로부터 부촌으로 손꼽혀 온 곳이라,230가구 560명이라는 적지 않은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민득(59) 이장은 “남해에서 돈 좀 만졌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곳 출신”이라면서 “심지어 외지에서 이곳으로 시집오려면 용꿈을 적어도 3번은 꿔야 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돌았죠. 지금 역시도 30대 이상 노총각 한 명 없는 곳이 물건마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건마을이 부촌의 이미지를 다져온 데는 주민들의 부단한 노력도 뒷받침됐다.70∼80년대 이후 어획량이 30∼40% 가량 줄어들면서 위기가 닥쳤다는 것. 주민들은 90년대 중반 영농법인을 만들어 단순히 바다에서 잡아올린 멸치를 내다파는데 그치지 않고, 공동으로 멸치액젓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부림’이라는 상표를 달고 팔리는 멸치액젓만 연간 15억원 어치에 육박한다. 가구당 연간 소득이 웬만한 도시 근로자에 맞먹는 3000만∼4000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민 배상안(51)씨는 “주민들이 느끼는 자부심과 마을일에 똘똘 뭉치는 공동체 의식도 높은 편”이라면서 “이장을 뽑을라치면 희망자가 많아 어르신들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거쳐야 할 정도”라고 자랑했다. ●하늘·바다·육지가 맞닿는 곳, 물건마을 물건마을은 굵은 주름살처럼 층을 이루고 있는 다랑이밭, 그 사이로 머리를 디밀듯 돋아나는 연초록빛 마늘 싹이 인상적이다. 마을 앞 쪽빛 남해 바다에는 점을 찍어놓은 듯 고깃배가 떠있고, 오랜 시간 파도에 씻겨 동글동글해진 몽돌이 쌓인 해안도 독특하다. 하늘과 바다와 육지가 맞닿는 곳에 물건마을이 있고, 물건마을을 포근히 감싸안은 초승달 모양의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도 있다. 방조어부림은 몽돌해안을 따라 1.5㎞ 구간에 걸쳐 팽나무와 느티나무 등 350∼500년 된 나무 50여종 1만여그루가 군락을 이룬 곳이다. 거친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防風林), 쉴새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물리치는 방조림(防潮林), 바다에 드리운 숲 그림자가 물고기떼를 불러들인다는 어부림(魚付林)을 통칭하는 이름이다.1962년에는 천연기념물 제150호로도 지정됐다. 이 이장은 “방조어부림은 부녀회 주도로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면서 “숲을 훼손하면 쌀 다섯 말을 내도록 한 마을규약까지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천연기념물 방조어부림 주민들이 관리 하지만 물건마을이 지상낙원은 아니다. 방조어부림 앞에 흉물처럼 쌓여 있는 시멘트 축대, 숲 이곳저곳을 파먹고 들어선 무허가 건축물은 숲을 비웃고 있다.60∼70년대 새마을운동 이후 멈춰버린 주거공간도 교체 대상이다. 물건마을 뒤편 산비탈에는 지난 2001년부터 독일마을이 조성됐다. 최근에는 꽃을 테마로 한 원예마을도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하영제 남해군수는 “도시민이 놀러오기 좋은 곳이 아니라, 주민들이 잘 사는 곳이 되려면 조화로운 환경에 무엇보다 신경써야 한다.”면서 “물건마을 토착민과 독일·원예마을 이주민을 정서적으로 하나로 묶는데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남해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Seoul in] 저소득주민 139명에 성금 전달

    동작구(구청장 김우중) 오는 18일까지 ‘따뜻한 손 잡고, 포근한 겨울나기’로 모금된 성금과 기증 물품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흑석2동은 최근 ‘작은 정성 큰 희망’ 행사를 갖고 저소득 주민 139명에게 성금 1400만원과 홍삼액 144박스를 전달했다. 지원 대상은 7490가구 1만 1040명이다.
  • [길섶에서] “강릉 가자!”/이용원 수석논설위원

    며칠전 불알친구 다섯 명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다들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도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다같이 만나는 건 두어달에 한번 꼴이 될까 말까 했다. 그날도 근황과 가족 안부를 서로 묻고는, 그동안 수십번은 했을 법한 옛날 이야기로 되돌아갔다. 웃음소리는 갈수록 높아졌고, 술자리도 거듭 바뀌었다. 마지막에 간 술집에서 느닷없이 한 친구가 외쳤다.“야, 우리 강릉 가자! 지금 당장.”또 한 친구가 “그래, 가자.”하고 바로 동조했다. 동해…. 좌절과 분노, 방황으로 점철된 청춘기에 무작정 찾아가던 곳.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를 포근히 감싸안으며 등을 토닥여 주던 곳. 우리는 곧 의기투합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계획에 들어가자 하나씩 발을 뺐다. 월급쟁이 둘, 사업가 둘, 엄처시하 한명으로 이루어진 다섯 친구는 결국 출발하지 못했다. 처음 강릉행을 제안한 친구만이 나머지의 비겁함을 나무라며 끝까지 고집을 부렸을 뿐이다. 하루 동안의 일탈조차 두려워하는 우리의 이름은 무언가.50대? 가장? 아니면 겁쟁이?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어제 순천 20.3도… 전국 봄 날씨

    6일 전남 순천의 낮 최고기온이 올해 들어 최고치인 20.3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으로 13∼17도 안팎의 포근한 봄날씨를 보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13.3도, 거창 18.7도, 서귀포 18.6도, 울산 18.3도, 장흥ㆍ고흥 17.7도, 합천 17.6도, 진주 17.3도, 포항ㆍ부산ㆍ남원 17.2도, 동해ㆍ영덕ㆍ임실 16.7도 등 대부분 지역이 평년기온보다 10도 정도 웃돌았다. 기상청은 “북쪽에서 내려오던 차가운 공기가 주춤하면서 남서쪽으로부터 따뜻한 공기가 우리나라로 많이 유입돼 기온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말까지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다 일요일인 11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3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5도로 떨어졌다가 13일부터 다시 기온이 올라갈 전망이라고 기상청은 전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눈에 띄네]기상캐스터 홍서연 패러디 날씨정보 인기

    [눈에 띄네]기상캐스터 홍서연 패러디 날씨정보 인기

    “아∼이 오늘은 눈이 오고 추워질 것 같아∼요.”라는 ‘옥희 이모’버전,“내가 누군지 아나. 나는 마빡이 친구 ‘날빡이’야. 마빡이 마빡이 오늘은 겨울이 실종되었네. 마빡이 대빡이 언제나 동장군이 오려나.”라며 마빡이버전 등 이색적인 날씨 정보에 라디오를 듣던 사람들은 웃음에 빠진다. 주말에만 들을 수 있는 SBS 러브FM ‘홍서연의 위크엔드’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상 캐스터 홍서연의 독특한 날씨 정보. 이승엽, 맨발의 기봉이, 경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패러디해 청취자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주는 우혜진 기상캐스터가 함께 날씨소개를 하면서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SBS 기상캐스터 입사순위 넘버1과 넘버3가 더블로 날씨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렸고, 우혜진씨는 “잡혀온 기분이라 잘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수줍어하더니 이내 선배와 함께 호흡을 척척 맞춰 ‘옥희와 아저씨’버전으로 날씨를 소개해 나갔다. 특히 우혜진씨는 다음 주 날씨가 추워진다는 걸 이야기하면서 “포근한 날씨는 가라, 이젠 추위의 시대가 도래하리니∼”라는 출산드라 식으로 소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홍서연 캐스터는 “주말의 출발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청취자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어서 이런 패러디 날씨 정보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더욱 재미난 날씨 정보로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서울·경기 대설 예비특보

    기상청은 29일 서울·경기와 강원 영서 지방에 대설 예비 특보를 발령했다. 대설예비 특보는 대설주의보나 대설경보가 예상될 때 내리는 조치다. 기상청은 이날 만주 북쪽에서 시작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전면에 기압골이 발달해 30일 오전 한랭전선이 중부지방을 지나고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29일 밤부터 30일까지 예상 적설량은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는 3∼8㎝이며 산간지방은 곳에 따라 10㎝ 이상 쌓이는 곳도 있겠다.경기북부를 제외한 경기와 서울·강원 영동·울릉도·독도·제주도 산간·서해 5도 등은 1∼5㎝쯤 내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30일 서울·경기 지역에선 출근시간대에 교통불편도 예상된다. 눈은 내리지만 날씨는 포근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2도, 강릉 영하1도, 대구·광주 0도, 부산 3도 등이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빗나간 예보, 잃어버린 주말

    “눈 오고 춥다더니, 기상청 예보 때문에 주말 여행 망쳤어요.” 중부지역을 비롯한 서울과 수도권에 금요일(26일)밤부터 주말과 휴일에 큰 눈과 함께 강추위가 찾아온다는 기상청 예보와 달리 평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자 주말 여행을 포기한 사람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주말을 이용해 근교로 떠나 하룻밤을 보내려던 사람들이 기상청의 예보를 믿고 취소했다가 낭패를 봤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난 25일 오후 11시 예보를 통해 “중부 지방에 돌풍과 함께 최대 적설량 10㎝의 많은 눈이 예상되고,27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도 영하 4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영하 1.6도에 그쳤고, 눈도 충남 일부 지역에만 최대 7㎝ 내리는데 머물렀다.28일 아침 최저기온도 당초 예보보다 3도 높은 영하 3도를 기록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김신정씨는 “27일 새벽에 놀러가기로 했다가 눈길, 빙판길이 무서워서 다 취소했는데 정말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면서 “이제 기상청 말도 거꾸로 받아들여야 하는건가.”라고 꼬집었다. 서해안과 수도권 인근 펜션 등지에는 예약 취소도 잇따랐다. 인천 영흥도의 한 펜션은 예약 취소가 잇따라 손님이 평소 주말의 절반에 그쳤다. 한편 기상청은 “주말을 비껴간 한파가 주중인 30일부터 닥칠 것”이라면서 “30일 전국적으로 눈이 내린 뒤 이어지는 한파는 주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31일 서울 아침기온은 영하 7도,2월1일에는 영하 9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국립공원 무질서 몸살

    이달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지고 날씨까지 포근해 국립공원을 찾는 주말 등산객이 급증, 국립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등산객들이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의 통제를 무시하는 사례가 많아 안전사고 위험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말 설악산 국립공원 등산로 앞. 푸근한 날씨 탓에 이날 하루 동안 설악산 주요 등산로에는 2만여명이 몰려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전국 국립공원마다 예년에 비해 등산객이 늘면서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쌓이고, 아무렇게나 주차한 차량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통제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26일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전국 18개 국립공원을 찾은 등산객은 120여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73만여명에 비해 36% 정도 늘었다. 지난주 말 한라산 성판악 등산로에는 한꺼번에 2000여명이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기도 했다. 한라산 어리목 등산로는 인근 잔디광장까지 주차를 허용했으나 밀려드는 차량으로 주차요원들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올들어 26일까지 한라산을 찾은 등산객은 4만 5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두 배가 늘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장료 폐지로 등산객은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주차장이 늘지 않아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 지리산북부관리사무소의 경우 눈이 내려도 입산자를 통제할 수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폭설이 내리면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내장산과 덕유산도 차량 홍수는 마찬가지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올들어 토·일요일도 없이 근무하다 보니 녹초가 됐다.”면서 “봄이 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등산객 증가로 국립공원마다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라산은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등산객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입장객 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대부분 국립공원에서 해지기 2시간 전부터 입산을 통제하고 있지만 등산객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일부 등산객들은 통제가 심해지자 등산로가 아닌 샛길을 이용하기도 해 자연훼손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국종합·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주말 전국 폭설·한파

    27일 충청도와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최고 15㎝까지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많은 눈이 예상됐던 서울·경기지방에는 비교적 적은 1∼5㎝의 눈이 내리겠다. 기상청은 26일 오후 4시를 기해 서해5도 충청·전북지역엔 대설주의보를, 전남 제주엔 강풍주의보를 내렸다. 기상청은 “눈을 몰고온 저기압이 예상보다 다소 남쪽으로 치우쳐 통과할 것으로 보여 충청과 호남지방에 눈이 집중되겠다.”고 밝혔다. 눈이 내린 뒤 기온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27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전날보다 2∼3도 낮아진 영하 3도, 휴일인 28일은 영하 6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한 바람도 불어 체감기온은 실제보다 5∼6도 더 낮아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추위는 다음주 초 일시적으로 주춤하겠지만 이후부터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라면서 “포근한 날이 이어지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여서 더 춥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충청지방 주요 고속도로에서는 눈길 연쇄추돌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오후 1시10분쯤 충남 공주시 이인면 초봉리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논산방면 도로에서 고속버스 3대와 승용차, 승합차 등 차량 7대가 잇따라 추돌해 6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또 낮 12시40분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방면 211㎞ 지점 광천 부근에서 탱크로리가 눈길에 전복되면서 이를 뒤따르던 25t 트럭이 화물차를 들이받았고 12시49분쯤에는 천안∼논산간고속도로 천안방면 이인휴게소 부근에서 1t 트럭이 앞서 가던 8t 트럭을 들이받아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후 3시30분쯤에는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천안분기점 부근에서 5t 화물차와 12t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추돌해 이중 5t 트럭이 2,3차로에 걸쳐 전도돼 사고처리 여파로 극심한 차량정체를 빚었으며 오후 4시55분쯤에는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천안나들목 부근 1차로에서 승용차 3대가 잇따라 추돌하기도 했다. 또 이날 오후 2시부터 지리산국립공원 일대에 강풍을 동반한 많은 눈이 내려 입산이 전면 통제됐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경동호텔 고객은 무조건 귀빈대우

    경동호텔 고객은 무조건 귀빈대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20여년동안을 한결같이 손님들을 무조건 귀빈대접하는 호텔이 있어 인류가 달에 갔다온 20세기 후반기에도 계속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고색찬연한 전통속에서도 하루가 멀다고 날로 새로워지는 시대감각(時代感覺)에 알맞은 참신한 경영방침으로 최신형(最新型) 일류(一流)호텔에 못지않은 호텔의 명문 경동호텔(회현동(會賢洞) 1가 130 TEL (24) 3116~7)을 가본다. 경동호텔은 지금으로부터 20년전에 건립한것으로서 우리나라 민간호텔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5백만 시민이 우굴거리는 서울의 심장부에 우뚝 솟아 있는 남산(南山)이 인왕산쪽으로 줄기차게 뻗어내려가다가 끝인 가장자리-중구(中區) 회현동 입구(入口)에 자리잡고 있는 경동호텔은 그대로 우리나라 호텔의 산역사를 말해주듯 고색찬연하게 도사리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와지는 시대감각에 뒤질세라 경동호텔 특유의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살린 보다 진보된 경영과 저렴한 봉사로 고객을 맞는다. 「일하는 개미는 굶지않고」「흐르는 물은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것」과 같이 경동호텔의 고객을 위한 간단(間斷)없는 노력은 언제나 일류호텔을 능가하는 승수파장(乘數波長)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고도의 관광교육을 받은 30여명의 종업원들이 베푸는 풍성한 친절은 누구나 경동호텔을 찾게 되면 「귀빈대우」를 충분히 해준다. 그래서 어떤 고풍(古風)스런 촌로(村老)는 이곳을 가리켜 가장 인사성있고 예절 바른 호텔이라고 격찬했지만! 더욱이 수도 서울의 명소 남산을 등에 업고 있어 풍치(風致)의 아름다움은 말할수 없고 고층건물의 처마밑을 지날때마다 그 거대한 건물의 도괴(倒壞)를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노이로제가 이곳 경동호텔에서는 완전히 배제된다. 광난과 소요속에서 신경질적으로 충혈된 현대인의 피곤을 풀기에 알맞은 이곳 경동호텔은 한낮의 소란도 차라리 말짱 잊어버릴수가 있는 별천지라고 할수있다. 5월의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한나절 어딘가 누구에게 다정한 대화라도 나누고 싶은 그런 충격을 안고 경동호텔은 찾은 취재기자의 촉각도 이곳에서는 편히 쉬고싶은 것도 오히려 당연할일! 호텔이라기 보다는 가정과 같이 아늑하고 마음의 고향과 같은 포근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이곳 경동호텔의 분위기는 서울이면서도 서울의 유배지처럼 시장속같은 혼잡과 번거로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교통이 지극히 편리하고 남대문 시장이 지척에 있기때문에 굉장히 소란할 것이라는 선입감은 이곳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무산해버리고 서울 한복판에 이런 한적한 호텔이 있구나 하는 인식을 새롭게 해주기 때문에 한번 찾은 손님은 영락없이 단골손님이 되어버리곤 한단다. 오랜만에 다정한 친구와 만나 적조한 회포를 나누기에 알맞고 또 일확천금을 할수 있는 기막힌 사업이야기를 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이곳 경동호텔은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 不如一見)으로 한번 찾아보지 못한 사람은 경동호텔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는 도저히 실감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월남에서 돌아온 개선용사들이나 일선장병은 여관비정도로 할인해주고 있으며 일반인에게도 절반에 가까운 요금으로 봉사해주고 있어 경동호텔은 현대의 소음속에서 피로에 지친 현대인의 조용한 「휴식의 광장」으로서의 의미를 강하게 지니고 있는 곳이라고 할수 있다. [선데이서울 70년 5월 31일호 제3권 22호 통권 제 87호]
  • [낚시사랑과 함께 월척 樂漁]경기 화성 양석레저 하우스낚시

    [낚시사랑과 함께 월척 樂漁]경기 화성 양석레저 하우스낚시

    겨울을 잊은 포근한 날씨가 얼음낚시 마니아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안전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얼음낚시가 중부권 저수지들의 결빙이 늦어져 경기북부와 철원권 노지낚시터 일부를 제외하면 불확실한 상태에 있는 것. 요즘처럼 물낚시도 어렵고 얼음낚시도 어정쩡한 시기에 확실한 손맛을 보장한 곳이 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하길리에 위치한 양석레저낚시터. 연밭으로 꾸며진 노지낚시터로 낚시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지난해 하우스 낚시터를 새로 개장하면서 많은 낚시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우스 안은 인공조경과 몇 개의 탁자가 카페분위기를 연출하고, 최신형 대형난로는 낚시하기에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 쾌적한 환경이었다. 그리 밝지 않은 조명아래 수십명의 낚시인들이 파란 케미컬 라이트로 어두운 수면을 수놓고, 챔질 때마다 날아다니는 찌불은 반딧불이를 연상케 해 아름다운 야경사진을 보는 듯하다. 450평 부지에 100여석 규모로 수심은 2m 남짓. 낚싯대 길이도 2.6칸까지 사용할 수 있다. 어종은 수입붕어와 잉어.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풍부한 지하수와 맑고 깨끗한 자연수를 6대4로 섞어 물갈이를 한다. 수온은 14∼16℃를 유지한다. 붕어와 잉어의 활성도가 높아져 누구나 쉽게 손맛과 찌맛을 볼 수 있다. 주중엔 손맛터로, 주말엔 잡이터로 운영하고 있다. 주중 오후 6∼11시는 직장인들을 위한 시간으로, 입어료를 반액으로 하고 있다. 수원 낚시인 강효석(51)씨의 2.5칸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져,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보인다. 내림낚시로 손맛을 보던 강씨는 “거리도 가깝고, 깨끗함과 충분한 손맛이 좋아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하루 40∼50수는 무난하다.”고 말했다. 가벼운 찌맞춤에 밑밥은 어분류를 사용하고 있다. 미끼는 섬유질 떡밥. 바닥낚시 경우 떡밥미끼도 좋지만, 시원한 입질을 보려면 지렁이나 구더기가 좋다. 부대시설로는 넓은 주차장과 신축한 식당, 낚시인만이 쉴 수 있는 휴게실, 그리고 실내 매점 등이 있어 불편함이 없다. 개장시간은 주중엔 오전 8시∼오후 11시, 주말엔 오전 8시∼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입어료는 주중(손맛) 2만원, 주말(잡이) 3만원. 주중 오후 6∼11시는 1만원을 받고 있다. 문의 (031)353-8514,(019)445-0247. 글 화성 김원기 낚시사랑 편집부장(studozoom@naver.com)
  • ‘환상선’ 눈꽃열차 594.6 km

    ‘환상선’ 눈꽃열차 594.6 km

    환상선 눈꽃 순환열차!겨울 눈꽃을 소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의 태백선 추전역, 하늘도 땅도 세평이라는 오지 중 오지 영동선 승부역, 그리고 우리나라 인삼 일번지 중앙선 풍기역 등을 돌아볼 수 있는 겨울철 대표적인 기차여행 상품이다. 연계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한 기차여행이라 부를 만하다. 왜 하필 이름이 환상선일까. 차창 밖의 눈꽃이 환상적이어서가 아니라, 열차 운행코스가 둥근 고리모양처럼 보여 환상선(環狀線)이라고 한다. 총 594.6㎞를 운행하는 동안 통과하는 터널은 210여개, 지나가는 교량은 500여개, 그리고 총 140개의 역과 만나게 된다. 경부선(서울~용산), 경원선(용산~청량리), 중앙선(청량리~제천~북영주), 태백선(제천~백산), 영동선(백산~북영주) 등 이용하는 철길만도 다섯개에 이른다. 글 사진 태백·영동·풍기 박준규 철도여행가 서울역 플랫폼. 여행사의 플래카드앞에 집결해 일정표와 좌석표를 배부받았다. 07시40분 개찰구를 나와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 오늘은 사람이 많은지 무려 12량(카페객차 1량 포함)이나 연결되어 있다. 맨앞에 디젤기관차 2량을 붙여 놓았지만, 과연 열차가 움직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버거워 보인다. 07시50분 열차가 천천히 승강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잠시 한강을 따라 달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청량리역이다. 08시14분 청량리역을 출발한 열차 창 밖으로 시골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모습이 볼 만하다. 마술사들이 객실을 돌아다니며 마술쇼를 벌이는 가 하면, 이벤트 담당자들이 게임으로 승객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열차 탑승시간이 긴 편이어서-거의 하루 종일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다소 힘든 여정인 듯하다. 객실에서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카페객차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를 잡아보기도 하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여행지를 구경하면 더욱 즐겁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기차 안에서 밖으로 보이는 설경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함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지나온 시간을 돌이킬 수 있는 여유, 순백의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꿩과 구렁이의 전설이 서려 있는 상원사가 떠오르는 원주역, 뱀이 똬리를 틀 듯 한 바퀴를 돌아 나오게 되는 루프형 터널(금대2터널), 월악산국립공원, 역사 문화의 교육장 청풍문화재단지, 선비 박달과 금봉 처녀의 슬픈 전설이 서려 있는 ‘울고 넘는 박달재’로 알려진 제천역 등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부터는 태백선 구간. 열차의 속도가 더욱 느려지며, 창 밖으로 멋진 경치가 펼쳐졌다. 연당역을 지나 영월역에 들어서기 전, 왼편에 비운의 왕 단종이 기거하던 청령포가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서강(평창강)과 동강이 만나 남한강이 되어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미원역을 지날 때는 높이 올라와서 그런지, 마치 비행기를 타고 넘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왼쪽 아래로는 증산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운행하는 정선선 철길. 정선 아리랑과 함께 기차여행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와 새로 개장한 하이원 스키장이 있는 고한역을 지나면 정암터널과 만난다. 길이 4505m.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이다. 터널을 통과하는 데만 무려 8분 정도 소요된다. # 여름에도 역무실에 난로 피워 정암터널을 빠져 나오면 드디어 첫번째 정차역인 추전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해 있다. 정차시간은 20분정도. 여름에도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없고, 연중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로 평균기온이 낮은 곳이다. 몇해 전 여름에 추전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역무실 안에서 난로를 피우는 신기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대합실에는 열차 시각표와 운임표와 함께 멋진 기차사진,100주년 기념 고무인 날인 책과 방명록(방명록에 한마디 적고 가시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쉼 없이 물을 뿜고 있는 추룡소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대합실 밖에는 석탄을 연료로 이용하던 시절 열심히 탄을 날랐던 광차, 추전역 기념석 등이 있다. 저 멀리 7기의 매봉산 풍력발전기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두어명의 시골사람들이 도시인을 상대로 먹거리를 팔고 있다. 너무도 달아 쓴 맛을 못느끼는 당귀동동주와 각종 나물, 그리고 취나물로 만든 취떡 등이다. 특히, 한 할아버지가 만든 취떡은 어찌나 맛이 좋던지, 잠깐 사이에 금방 동이 나 버렸다. 12시39분 추전역을 뒤로 한 열차는 두번째 정차역인 승부역을 향했다. 13시30분. 상하행 통틀어 하루 6회만 기차가 서는 승부역에 도착했다. 하늘도 세 평, 땅도 세평, 마당도 세평이라 불릴 정도로 열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외진 곳. 첩첩산중의 지형으로 알려진 봉화군에서도 험준한 영동선 철길에 자리잡은 시골 오지역이다. 승강장 앞 쉼터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적혀 있다. “작은꽃밭 애처로워 / 세평하늘 되었는지 작은꽃밭 넘친정에 / 세평하늘 되었는지 세평꽃밭 님의마음 / 하늘만큼 넓었으니 님의마음 승부역은 / 하늘꽃밭 만들어서 님과함께 정을주네” 오른쪽으로 뒤뚱거리며 냇가를 건너갈 수 있는 흔들다리가 놓여져 있다. 태풍과 수해를 겪으며 3번째 다시 태어난 사연을 간직한 다리다. 다리를 건너면 청아하게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오솔길 코스, 옛 선조의 생활상을 표현한 농기구 전시관 등이 있다. 냇가쪽으로는 마을 아낙네들이 직접 경작한 산나물, 콩, 꽈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깎아 달라는 도시인과 안된다는 시골 아낙네간 흥정을 보노라니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듯하다. # “멋지다” 감탄사 연발 승부역을 나서면 이제 국내에서 가장 험준한 산악, 협곡지역을 지난다. 창 밖의 경치가 멋지다 못해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돈 주고도 보기 힘든 설경을 편안한 열차 안에서 실컷 볼 수 있으니, 영화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렇게 설경을 보며, 오순도순 정겨운 이야기를 하고, 계란을 까먹으며 부모님은 옛 추억을, 자녀들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차여행. 얼마나 좋은 것인가? 눈 덮인 고요한 산과 들을 굽이굽이 돌고,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간이역과 시골풍경을 바라보면 눈이 즐거워진다. 17시00분 한눈 팔 시간이 없을 정도로 계속되는 멋진 경치에 “우와! 멋지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열차는 세번째 정차역인 중앙선 풍기역에 도착했다. 인삼으로 유명한 곳. 인삼향에 취해 역앞 인삼시장에서 인삼을 사기도 하고, 재래시장에서 사과, 고추, 참깨, 무, 파 등 신선한 농산물을 사기도 했다. 풍기역 앞 인삼모형에 얼굴을 대고 사진을 찍으면, 아쉽지만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 18시00분 풍기역을 떠난 기차는 단양팔경과 고수동굴, 구인사, 남한강 물줄기가 보이는 단양역으로 향했다. 19시00분 카페객차에서 오늘의 마지막 이벤트 디스코 타임이 벌어졌다. 그동안 객실에서 조용히 여행을 했다면, 이곳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잠시 몸을 흔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디스코음악도 멈추고 열차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피곤한 하루를 정리하기 좋은 시간. 원주, 양평 등을 지나 21시 53분 서울역에 도착한 열차는 긴 한숨을 내쉬며 14시간에 걸친 기차여행을 마무리했다. # 여행정보 청량리역에서 다음달 11일까지 매일 출발한다. 주관여행사는 경인관광여행사(www.ktx7788.co.kr)(032)343-7788,(080)343-7788. 주중에 어른 3만 6000원, 어린이 3만 3000원. 주말에 어른 3만 9000원, 어린이 3만 6000원. 회원 가입 후 인터넷 예매시 2000원 할인(주중 출발에 한함). http:///www.traintrip.wo.to http:///cafe.daum.net/traintripwrite 참조
  • [사진특집] 첫마음, 첫걸음

    [사진특집] 첫마음, 첫걸음

    사진특집_ 첫마음, 첫걸음 사진_ 한영희 취재, 글_ 이만근, 강성봉, 정순화 기자 저 조그만 빛을 보기 위해 지구는 열네 시간의 산고를 견디었다. 인왕산 오전 6시 54분. 우수경 씨(27세)는 열 달 뱃속에 품었던 작은 생명체를 안아 든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머리맡 초음파 사진 속에서 꼬물거리던 ‘콩이(태명)’는 설탕 한 봉지만 한 무게로 예정보다 열흘 일찍 세상에 나왔다. 그녀도 여자에서 엄마로 새로 태어났다. 주둥이 모양이 제각각인 이유는, 저마다 부르고 싶은 노래가 다르기 때문이다. 1,200℃ 고열에서 한 번 더 굽고 나면 유약의 농도에 따라 다른 빛을 품게 된다. 남양주 도자골 달뫼. “공연을 보다가 엉덩이가 간질간질하다고 친구들과 떠들면 될까요?” “안 돼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고 과자를 먹으면 될까요?” “안 돼요~!” “갑자기 불이 꺼질 때가 있어요. 깜깜해지면 박수를 치는 거예요.” “네!” 처음 연극을 보러 나온 성신유치원 장난꾸러기들은 대답도 잘한다. “여러분, 토끼랑 거북이가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요?” “다람쥐가 이겨요!” 열다섯 군데 회사에 원서를 넣었고, 악명 높은 1인 1시간 압박 면접을 통해 선발된 두산중공업 신입사원 정호영 씨(25세)의 입사 포부. “회사의 부품이 되기보다는 주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의 첫 출근은 2007년 1월 2일이다. “한 가닥도 남기지 않고 국물까지 싹싹 비우고 나가는 손님을 보면 흐뭇해요.”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차린 소담국수집 정기홍(46세), 최영민(43세) 부부는 먼지가 앉기 무섭게 새로 들인 테이블을 닦는다. 손님이 계산하고 나갈 때까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짜 사장이지만 최고의 국수집을 만들겠다는 꿈은 누구보다 야무지다. 마자렐로주부학교 한글반 열다섯 명 할머니들이 ‘한글 떼기’에 한창이다. 나이 육십에 가나다라를 배우기 시작한 이영수 할머니(62세)는 이제 버스 정류장 이름을 더듬거리며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손자가 넷인데, 나중에 편지 쓸라고!” 매일 보는 받아쓰기 시험이 어렵지만 할머니는 오늘도 아침 등굣길이 즐겁다. “오랜 수험 생활 마치고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아쉽지만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저 때문에 애쓰셨던 부모님 건강하셨으면 좋겠고요. 새로 시작하는 대학 생활에 재미난 일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이런 바람은 좀 이르긴 하지만 건실하고 능력 있는 신랑도 만나게 해주세요.” 2007년 한성여고를 졸업하는 열아홉 혜미의 기도. 날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희망에 살짝 닿은 겨울 햇살이 어느 때보다 눈부신 가운데, 내일도 오늘처럼 포근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월간<샘터>2007.1
  • [서울신문 신춘문예-소설당선작] 그들만의 식탁/황시운

    뼛조각을 쥔 남자의 손가락에 양념이 엉겨 붙어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땀으로 번들댔다. 엄마는 간혹, 맨밥만 끼적이고 있는 내 쪽으로 슬며시 음식이 담긴 접시들을 밀어주었다. 그러나 꼬리찜의 기름이 둥둥 뜬 나박김치, 허연 밥풀이 앉은 겉절이, 되는 대로 헤쳐 놓은 나물들까지, 어느 것 하나 남자의 흔적이 묻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된장찌개로 수저를 가져가려다 또다시 멈칫했다. 밥풀이 잔뜩 묻은 남자의 숟가락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찌개냄비를 휘젓고 있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남자의 수저와 엄마를 번갈아 쳐다봤다. 내 시선을 의식한 엄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남자는 양 볼이 메어져라 우겨 넣은 음식들을 우물대다 말고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남자의 수저를 흘끔댔다. 남자도 쥐고 있던 자신의 수저를 내려다봤다. 수저엔 여전히 밥풀과 음식의 양념들이 지저분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커다란 식탁 앞에 둘러앉은 우리 세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흔치 않은 순간이었다. 남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러나 남자는 곧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엄마 역시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찌개를 떠먹었다. 음식을 씹고 삼키는 소리 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맞은편의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기엔 우리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커다란 식탁의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남자와 엄마의 얼굴이 차츰 흐릿해졌다. 나는 잠시 멀거니 찌개 위에 뜬 기름기를 바라보았다. 찜 그릇이 다 비워지자 남자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남자의 시선은 엄마가 덜어놓은 내 접시 위 꼬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속이 울렁댔다. 나는 수저를 놓고 일어섰다. “왜, 좀 더 먹지 않고…….” “그러지 그러냐. 이거, 오늘 고기가 유난히 단데 말이다.” 엄마의 걱정에 남자도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남자의 손은 이미 내 접시 위의 꼬리를 덥석 집어 들고 있었다. “전 다 먹었어요. 마음 쓰지 말고 더 드세요.” 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엄마를 향해 짐짓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집안 가득 밴 음식냄새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뼈에 붙은 고깃점을 다 훑은 남자가 크게 트림을 하며 양념이 묻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엄마는 급히 남자에게 물수건을 건넸다. 그러나 남자는 건네받은 물수건으로 손가락에 묻은 음식 찌꺼기를 닦는 대신 땀이 흐르고 있는 얼굴과 목덜미를 훔쳐냈다. 남자는 엄마의 네 번째 남자였고 내게는 세 번째 저기요였다. 엄마의 남자들에게 나는 단 한번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를 낳아준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내게 아버지는 엄마의 이야기 속에나 존재하는 흰 피부의 키가 큰 남자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흰 피부와 큰 키를 가진 엄마의 다른 남자들에게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가능하면 호칭을 생략하려 애썼지만 부득이한 경우 나는 늘 그들을 저기요, 라고 불렀다. 저기요, 식사하시래요. 저기요, 전화 받으세요. 저기요……. 코끝을 쏘는 고추냉이의 냄새와 생선 비린내를 감지하는 순간, 경화제를 섞은 실리콘을 휘젓던 팔에서 힘이 쑥 빠지고 말았다. 독한 경화제 냄새 속에서도 용케 부품들의 생생한 냄새를 찾아내고야 마는 유난스러운 후각에 진저리가 쳐졌다. 모두들 퇴근하고 난 토요일 밤, 휑한 제작실의 공기가 후각을 한층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다. 충분히 저은 실리콘을 골판지 틀 안에 천천히 붓자 후각을 자극하던 부품들의 냄새도 실리콘 반죽 속에 갇혀 버렸다. 드라이어의 온도를 최대한 낮춰 틀 위에 가져다 댔다. 원칙적으로 실리콘 틀은 자연건조시켜야 하지만 납품기일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제작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지금쯤 그는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는 아내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별스러운 걸 기대했던 게 아니야. 나는 그저 소박한 식탁에 마주 앉아서 대수로울 것 없는 잡담이나 나누며 함께 밥 먹는 일상을 원했던 것뿐이라고.” 오 년여의 시간을 정리하던 날 그가 말했다. 시종일관 차분하다 못해 냉랭하기까지 했던 나와 달리, 그날 그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말들을 두서없이 쏟아놓았다. 도저히 널 이해할 수가 없어, 라고 말할 땐 눈물이 그렁하게 맺히기도 했다. 그 뒤로도 서너 번쯤 더 그를 만났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막막한 심정으로 마주 앉아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다 헤어졌다. 나는 누군가와 식탁 앞에 마주 앉아서 잡담이나 늘어놓으며 보내게 될 일상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결국 얼마 후, 그는 결혼을 했다. 드라이어를 내려놓은 뒤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빼 물었다. 그러나 곧 담배를 담뱃갑 속에 도로 집어넣었다. 제작실 문에 걸린 금연 푯말을 일별한 후 문을 열고 나섰다. 복도를 서성이다 빈 사무실로 들어섰다. 책상 위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과식 소화불량에 파라나 정―변비 식욕부진에 카이셀 과립’. 맞은편 건물 위에 세워진 전광판의 글자들이 색깔을 달리하며 우르르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애초부터 자신들 사이에 괴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조화로운 모습이었다. 불을 켜지 않았지만 좁은 사무실은 전광판이 뿜어내는 빛만으로도 충분히 밝았다. 볕에 널어뒀던 북어껍질을 거둬들이는 엄마의 손이 붉게 빛났다. 노을은 엄마의 손뿐만 아니라 부엌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엄마는 나무 도마 위에 북어껍질을 뒤집어 올려놓고 절굿공이로 타닥타닥 두드렸다. 좁고 동그란 엄마의 어깨가 유연하게 들썩였다. 엄마는 편편하게 다듬어진 북어껍질을 물에 담가둔 뒤 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살짝 데친 숙주를 잘게 썰고 으깬 두부를 면포에 싸 꼭 짜냈다. 핏물을 뺀 소고기까지 다져낸 엄마는 준비해둔 재료들을 한데 그러모아 양념하고 치대기 시작했다. 얇은 면 티셔츠가 등에 들러붙어 있었다. 엄마의 뒷모습엔 다양한 표정이 담겨 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음식을 만드는 순간의 엄마는 다른 어떤 때보다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뒷모습이 만들어내는 표정은 언제나 그늘져 있었고, 그늘 속의 엄마는 날이 갈수록 창백해졌다. 엄마는 물에 불린 북어껍질을 건져 비늘을 긁어냈다. 물에 분 북어껍질은 탱탱하게 되살아나 있었다. 그러고는 반듯하게 잘라낸 북어껍질에 소를 넣어 아물린 뒤 계란 옷을 입혀 지져냈다. “너무 기름지면 개운한 맛이 덜하니까 주의해야 해. 소고기 대신 북어대가리로 육수를 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지.” 지져낸 전은 한 김이 빠지자마자 냉동실에 넣어 식혔다. 잠시 뒤 엄마는 북어대가리와 무, 그리고 파만으로 우려낸 육수에 나박나박 썬 호박과 함께 식혀뒀던 전을 넣었다. 엄마는 국물이 한소끔 끓자 된장을 풀면서 다시 말했다. “된장은 마지막에 풀어라. 처음부터 장을 풀고 끓이면 떫은맛이 나기 십상이거든. 맑게 끓이려면 국간장으로 간을 해도 괜찮고.” 엄마는 썰어놓은 파와 미나리를 끓고 있는 탕 속에 집어넣으며 처음으로 내 쪽을 돌아봤다. “지금이야 쓸데없는 소리 같겠지만 들어둬라. 들어두면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있겠지.” 신문을 뒤적이던 저기요가 엄마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식구가 쓰기엔 너무 큰 식탁은 곧 엄마의 음식들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저기요는 벌써부터 커다란 식탁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집안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뒀지만 어글탕의 비릿한 냄새는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또다시 위가 저릿대기 시작했다. 엄마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엄마보다는 엄마가 만든 음식에 홀려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언제나 엄마가 야물게 차려내는 음식에만 열중할 뿐, 엄마에게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엄마의 남자들이었지만 솜씨 좋은 요리사를 찾는 단골손님들 같기도 했다. 엄마 역시 그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 틈에서 나는 맛깔스러운 음식을 차려내는 요리사의 딸로서 그들 모두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엄마의 남자들과 엄마 사이에 음식 이상의 어떤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 따위도 문제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마치 잘 차려진 음식상에 어울리지 않게 놓인 이 빠진 종지 같았다. 나는 날마다 타들어 갔다. 엄마가 만들어내는 온갖 맛깔스러운 음식들도 나를 살찌우진 못했다. “어머니 음식 솜씨가 이렇게 대단하신데 어떻게 넌 그렇게 비쩍 마를 수가 있었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어머니, 한영이 얘, 다이어트 한답시고 걸핏하면 굶고 그러죠?” 처음 인사를 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날 그가 말했다. 엄마는 말없이 엷게 웃어 보였고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서글서글한 성품의 그는 식사를 하는 내내 감탄 어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엄마와 나의 세 번째 저기요는 흐뭇한 얼굴로 그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평소에도 음식 타박 없이 무엇이든 잘 먹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 날, 두 남자가 게걸스레 먹어댄 음식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나는 저녁 내 치밀어 오르는 구토를 가까스로 참아냈다. “야, 어머니 음식 솜씨 정말 대단하시더라. 나 완전히 횡재한 기분인 거 있지? 어머니 닮았으면 너도 보통 솜씨는 아닐 거야. 그렇지?” 그 뒤로도 그는 종종 벌쭉벌쭉 웃어가며 만족스러워하곤 했다. 자신의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조차 실망하는 기색은커녕 넉살 좋게 객쩍은 농담을 던지며 나를 위로하려 들었다.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딸은 엄마 닮는다는데, 그 피가 어디로 가겠냐? 안 해봐서 그렇지 너도 했다 하면 보나 마나 끝내줄 거라니까.” 그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그의 말이 사실이면 어쩌나 싶어 한동안 몹시 불안했다. 엄마는 그 유난스러운 손맛 때문에 한순간도 자신의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거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손가락까지도 어쩌면 그렇게 쭉 고르고 하얗던지, 처음 봤을 땐 꼭 멀미라도 치밀 것처럼 속이 다 울렁댔더랬지. 그렇게 훤칠한 양반이 매번 앉은 자리에서 해장국을 두 사발씩이나 뚝딱뚝딱 비워내는데, 인연이 닿으려고 그랬던 건지 볼 때마다 속이 짠한 게….” 결국 나는 솜씨 좋은 해장국집 외동딸이 자신의 가슴을 짠하게 한 남자를 위해 뚝배기에 아낌없이 퍼 담아줬던 선지 덩어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었다. 한번도 묻지 않았고 엄마 역시 이후의 일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었지만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멀미기가 치밀 만치 하얀 피부를 가졌던 그 훤칠한 양반은, 사실 선지 해장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혼기 놓친 해장국집 외동딸 따위가 눈에 찰 리 만무했을 것이다. 입에 맞는 해장국을 먹기 위해 일생을 걸 남자가 도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엄마의 첫 번째 남자이자 나의 아버지였던 양반은 머지않아 해장국보다 더 나은 먹거리를 찾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끝. 통속적이지만 명쾌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엄마는 가정식 백반으로 식당의 메뉴를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음식 장사에 매달렸다. 타고난 손맛 때문인지 식당은 언제나 손님들로 붐볐고, 덕분에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달리 생각해 보려 해도 엄마는 그때 음식 장사를 시작해선 안 되는 거였다. 선지 덩어리를 퍼 담아 주다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를 들쳐 업고 기껏 다시 시작한 일이란 게 음식 만드는 일이었다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는 해도 엄마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너무 무지했고 무책임했다. 생의 대부분을 음식 냄새 속에 갇혀 지내는 동안, 엄마는 요리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점점 무관심해져 갔다. 엄마가 찾아낸 새로운 삶이었을 저기요들조차 모두 엄마의 백반 집과 갈비 집의 단골손님들이었다. 이를테면 엄마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온 셈이었다. 남자들과 살림을 합칠 때마다 엄마는 마치 정해진 수순을 밟는 사람처럼 담담하게 행동했다. 간혹 내 의견을 물어오기도 했지만 내가 보이는 반응에 그다지 신경을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나는 물론, 단 한번도 엄마의 결정에 반대하거나 돼먹지 못한 심술을 부려 엄마와 저기요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사실, 엄마의 방으로 옷가지 몇 벌을 옮겨왔을 뿐인 단골손님들에게 내가 불손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각자 어딘가 조금씩 불편하고 거북하긴 했지만 우리들의 동거는 대체로 평화로웠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만만한 게 뭐라고, 아무튼 제작팀을 무슨 개똥대가리로 안다니까! 납품기한 하나 제대로 조절 못하는 즈이 놈들 책임은 간데 없고 허구헌날 나만 들볶으면 안 될 일이 된대? 에이, 썅!” 작업가운을 벗어 던진 제작팀장이 담배를 빼물었다. 그러고는 서너 번쯤 신경질적으로 빨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진 뒤 제작실을 나가버렸다. 부서져라 닫은 문에 걸린 금연푯말이 덜렁댔다. 팀장은 종종, 자신이 늘 하는 말처럼 제작팀을 개똥대가리 취급하는 이 개 콧구멍만 한 회사를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말 기세로 성깔을 부려대곤 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지, 그는 덜렁대는 금연푯말이 채 멈추기도 전에 다시 제작실 문을 기세 좋게 열고 들어와 나머지 팀원들을 몰아치곤 했다. “다들 들었지? 개 썅! 드럽고 치사하지만 어쩌겠어, 까라면 까는 수밖에. 자, 분발들 하자고!” 결국 그는 이 개 콧구멍만 한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퍽 유능한 관리자인 셈이었다. 예열 된 오븐 안에 모형들을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타이머를 조절한 뒤 새로 작업할 음식의 부품들을 정리했다. 팀장은 조금 전 오더가 넘어온 열한 가지나 되는 스테이크의 메뉴와 자료들을 내게 넘기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까지는 완성해야 된다고 지레 숨넘어가는 소리를 해댔다. 물컹대는 스테이크의 표면을 마른 수건으로 세심하게 닦아낸 뒤 작업판 위에 접착했다. 골판지로 스테이크와 부품들의 주변을 두르고 파라핀으로 테두리를 마무리했다. 온갖 음식 부품들과 화공약품의 냄새가 뒤섞인 작업실은 마치 거대한 냄새창고 같았다. 종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환풍기 소음 때문에 골이 지끈거릴 지경이었지만 이 지독한 냄새를 빼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스테이크의 틀을 완성한 뒤 성형이 끝난 초밥 부품들의 착색 작업을 시작했다. 날 생선을 주로 쓰는 일식은 무엇보다도 색감의 표현이 중요하다. 각각의 생선부품들에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한 스프레이 작업 후, 보다 세밀한 표현을 위해 붓을 들었을 때 작업대 위에 올려뒀던 핸드폰의 램프가 깜빡였다. 발신번호를 확인한 나는 그대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램프는 한참을 더 깜빡이다 꺼졌다. 칠 개월 만이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망설임 없이 뛰어넘어도 괜찮을 만큼 달라진 상황들이 단순한 것도 아니었다.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머리가 무거워졌다. 잠시 후, 다시 램프가 깜빡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붓을 쥔 채로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붓에 묻은 물감은 이미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시너 통에 붓을 헹군 뒤 천천히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 나야.”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 낯설었다. “좀 만났으면 하는데……, 시간 괜찮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비어져 나왔다. 전보단 확실히 낮아진 목소리도 조심성 없는 그의 성품을 감춰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달라진 상황들로 인해 망설이고 있는 것은 나뿐인 것 같았다. 결국, 아직은 서로의 목소리를 잊어도 좋을 만큼 멀리 오진 못한 셈이었다. 모형음식이 필요한 이유와 그것의 가치는 일맥상통한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량생산으로 맞춘 듯이 찍어내는 싸구려 모형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모형음식의 예술적 승화 운운하며 걸핏하면 씨알도 안 먹힐 소릴 해대는 제작팀장이나, 직원들 보너스조차 변변히 챙겨주지 못하면서 소규모 주문제작만을 고집하고 있는 회사의 오너조차도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모형음식은 신기한 볼거리도, 획기적인 전시 아이템도 아니라는 점이다. 가짜들에 대한 환상 따위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환상만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모로 열악한 여건들을 감수하면서까지 뒤늦게 이 일을 시작한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모형음식은 음식을 포함한 모든 환상들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했다. 유일했고 완벽했다. 착색을 마친 모형에선 금방이라도 물기가 비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붓을 내려놓은 뒤에야 참았던 숨을 조심스레 몰아쉬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전화에 약간 놀라기는 했지만 언제고 그가 연락을 해오리라는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그가 나를 떠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깨달음이었다.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쏘이자 딱딱하던 생선 모형들이 노골노골해졌다. 고추냉이를 표현한 초밥 위에 접착제를 바른 뒤 부드러워진 생선을 얹었다. 손으로 초밥을 꼭 감싸 쥐었다. 따뜻했다. 헛헛하던 속이 비로소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먹을 수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애초부터 나는 혀를 홀리는 음식 따위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엄마가 남자들과 살림을 합칠 때 그랬던 것처럼 그들과 헤어질 때 역시 나는 별다른 감응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헤어짐의 원인이 내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는 그럴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저기요가 짐을 꾸리며 내뱉은 말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저놈의 자식이랑 같이 밥상머리에 앉아 있다 보면 내가 무슨 개, 돼지가 된 것 같단 말이야! 더러워, 아주 더러운 기분이야!” 그는 순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랬다. 식당근처의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던 남자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의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곤 했다. 엄마도 단 음식을 유난히 싫어하는 그를 위해 음식의 간을 따로 할 만큼 그에게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다. 그는 또, 엄마와 살림을 합친 후부터는 나에게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을 만큼의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나는 그가 엄마 모르게 쥐어줬던 약간의 용돈을 매번 무척 요긴하게 쓰곤 했다. 물론 그런 그에게 특별한 호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나와 함께 한 밥상머리에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꼈을 만큼 별나게 굴지도 않았다. 그때 나는 겨우 열일곱 살이었지만, 사춘기를 무기 삼아 공연한 심술을 부려댈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아저씨는 그저 엄마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뿐이야.” 엄마의 위로도 별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언제나 웃었다. 엄마에게도, 저기요에게도, 심지어 엄마의 음식들에게조차 나는 웃어 보였다. 엄마의 집으로 많지 않은 짐들을 옮겨오던 날, 세 번째 저기요는 말했다. “너랑 불편하게 지내게 될까봐 은근히 마음이 쓰였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응?” 나는 그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함께 산 지 오 년이 넘도록 그는 내가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종종 헛웃음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다. 하지만 그도 어쩌면, 그것이 헛웃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모른 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그런 거라면 나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유가 뭐냐? 오 년씩이나 잘 만나던 사람이랑 느닷없이 헤어졌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니냔 말이다. 집에 인사까지 시켜놓고 이제 와서 결혼 못하겠다고 나자빠진 이유가!” 뒤늦게 그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다그쳤다. 하고 싶은 말도 해줄 말도 없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엄마와 엄마의 남자들에게 담담했던 것처럼 엄마도 내게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게 알고 싶은 거죠? 엄마가 그걸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왜냐구요? 도무지 결혼이라는 게 현실 같지가 않아서 싫었어요. 당연한 일 아니에요?” 엄마의 삶을 비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납득할 수 없는 삶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나에겐 엄마의 삶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비록 엄마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내 지난 시간들이 상한 음식처럼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그늘 속에 방치되어 왔다 해도 말이다. 그때, 엄마의 선택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엄마 혼자만의 탓이 아니었다. 게다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가장 괴로웠을 사람은 누구보다 엄마 자신이었을 테니, 나까지 거들지 않는다 해도 엄마는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몸의 문제였을 뿐이다. 엄마도 그걸 이해해야만 한다고 믿었다. 초밥모형의 주문처는 확장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회전초밥 집이다. 주문량은 회전용 접시 스물두 개 분량이다. 모리작업을 위해 색색의 접시들을 꺼내 깨끗이 닦았다. 회전초밥 샘플의 경우엔 특별한 데커레이션이 필요 없다. 자료사진과 비교해가며 각각의 접시 위에 초밥모형들을 접착했다. 그러나 업체 쪽에서 넘겨준 자료들은 조악하기 짝이 없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초밥 집에서 판매되는 음식들은 모형에 훨씬 못 미칠 것이 뻔했다. 그런 지경으로 어떻게 가게를 확장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접착제 튜브를 내려놓고 뻣뻣해진 뒷덜미를 꾹꾹 주물렀다. 잠시 후 그를 만나면 함께 식사를 할 것인지 얼른 결정을 해야 했다. 그와 마주앉아 음식을 먹는 일은 보나마나 고역일 것이다. 그렇다고 달리 무엇을 해야 할지, 음식을 먹든 안 먹든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코팅작업을 위해 클리어래커에 래커시너를 배합하고 있을 때 휴대폰의 램프가 깜빡였다. 작업실을 가득 메운 시너냄새를 뚫고, 이미 휘발되었던 그가 온전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레스토랑으로 들어서는 순간, 약속장소를 잘못 선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던 장소이기도 한 레스토랑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긴, 채 일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달라질 것이 무엇이겠는가. 지난 칠 개월은 그와 나, 우리 두 사람을 변하게 하기에만도 벅찰 만큼 짧은 시간이었을 뿐이다. 점심시간인데도 레스토랑은 한산했다. “네가 만드는 음식모형쯤으로 생각하면 돼. 어차피 너에게 실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잖아?” 그는 빈정대고 있었다. 앞에 놓인 음식이 다 식어빠지도록 끼적대고만 있는 내게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널 다시 만나고 싶어, 라고 말했다. 나는 칠 개월 만에 다시 연락을 해온 그가 조금쯤은 초췌해졌거나, 적어도 이전보다는 깊은 눈을 갖게 되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는 전보다 훨씬 부예진 모습이었다. 게다가 타이핀과 커프스버튼의 디자인에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음 직한 동창생 아내의 흔적까지 덕지덕지 바르고 나타났다. 그런 그가 난데없이 빈정거리고 있었다. 화를 내야 하는 것인지, 스테이크의 붉은 속살을 포크로 쿡쿡 찔러대고 있던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아직도 내게 기대하는 게 남았다는 뜻이야? 도대체 당신이 내게 원하는 게 뭔지, 전혀 모르겠어.” 부지런히 음식을 씹고 있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나이프와 포크를 양손에 쥔 채 말했다. “화가 나면 그냥 화를 내. 차라리 쥐고 있는 포크로 내 얼굴을 사정없이 찔러버려. 제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사람 좀 질리게 하지 말란 말이야! 넌 늘 그런 식이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이미 결정해 놓고도 망설이는 척……. 그런 식으로 너 자신을 방어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나본데, 웃기지 마. 넌 그냥 꽁무니를 빼고 있는 것뿐이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나는 딱딱한 음식모형을 만드는 여자에게 가장 잘 어울릴 만한 표정이 뭘지 항상 궁금했다. 회사를 나서기 전에 한 움큼이나 되는 약을 먹어뒀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목구멍을 타고 신물이 역류했다. 쥐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물 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주말에 전화해. 주중엔 당신뿐 아니라 누구와도 잘 수 없을 만큼 바빠. 그리고 다시 만날 땐, 제발 그 타이핀이랑 커프스버튼은 빼고 나타나 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이블이 흔들렸고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스레 울렸다. 동시에 뺨이 얼얼해졌다. 아프긴 했지만 화가 나거나 불쾌하지는 않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놨다. 나이프의 날엔 스테이크소스가 지저분하게 엉긴 채 굳어 있었다. “진정해. 혹시 포크로 내 얼굴을 찌르고 싶더라도 참아 줘. 우린 칠 개월 만에 만났어. 그 사이 당신은 결혼을 했고, 당신 말대로 난 여전히 마주앉아 함께 음식을 먹으며 사소한 잡담이나 나눌 만큼 편한 상대가 못돼. 당신도 알잖아.”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레스토랑을 나왔다. 그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러나 머지않아 다시 연락을 해올 것이다. 그때 가서 그를 다시 만나건 만나지 않건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한 몸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 일을 두고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제대로 봉합해두지 않았던 탓에 꾸덕꾸덕해진 클리어래커에 시너를 다시 배합해 접시 위에 가지런히 데커레이션 된 초밥의 코팅작업을 했다. 래커의 양을 조절해가며 최대한 얇고 고르게 펴 발랐다. 실제 음식이건 모형음식이건 간에 실없이 번쩍대는 음식이 입맛을 돋울 리 없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음식모형도 그렇고, 그와의 관계도 그렇고, 엄마나 저기요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긴장을 늦춰서도 안 된다. 자칫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그 모든 것들은 대책 없이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이다. 오후엔 사무실에 다녀온 제작팀장이 다시 한번 작업가운을 벗어 던지며 길길이 날뛰었고 망할 놈의 환풍기는 아예 규칙적인 박자까지 맞추며 덜덜 돌아갔다. 나는 완성된 초밥모형만을 간신히 넘긴 뒤 서둘러 퇴근했다. 한번 뒤집힌 속은 다시 약을 먹어도 쉬 가라앉지 않았다. 어둠에 잠겨 있는 방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눈을 뜨자 침대 끝에 걸터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주무시지 않고, 무슨 일이에요? 이 시간에…….” 묵직한 머리를 흔들어 남은 잠을 털어내며 물었다. “아저씨가 들어오지 않으셨다.” “겨우 그것 때문에 이 밤에 주무시지도 않고 그러고 계신 거예요? 곧 들어오시겠죠. 좀 늦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며칠 전부터 꽃게가 잡숫고 싶다고 하셔서 수산시장에 다녀왔다. 새벽부터 서둘렀는데도 점심때가 다 돼서야 돌아왔지 뭐니. 돌아와선 또 한참이나 게를 손질하고 찜통에 쪄냈지. 그런데 아직까지도 들어오지 않으시는구나.” 그러고 보니 미처 맡지 못했던 비린내가 나는 것도 같았다. 순간 비어 있던 위가 저릿해졌고 동시에 신물이 올라왔다. 처음엔 그저 감전된 것처럼 저릿하기만 하던 위의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나는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버렸다. 허리를 구부린 채 통증을 참아내고 있는 나를 향해 엄마는 말했다. “어쩐지 영 안 들어오실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하긴, 오 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 그동안 너나 그 양반이나, 참 용케도 견뎌내는구나 싶었다.” 웅크린 몸 구석구석에서 식은땀이 배어났다. 한동안 말없이 이불을 덮어쓴 내 몸을 토닥이던 엄마가 이불을 걷어내고 나를 바로 눕혔다. “약 어디 있니. 하루 이틀 이런 것도 아닌데, 어디 약이 있을 거 아니냐.” 엄마는 비칠비칠 일어나 약을 찾아 먹고 다시 누운 내 배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만 하면 됐지 않니. 그게 다 뒤숭숭한 에미 팔자 같이 겪어내느라 얻은 병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만, 너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그만 마음을 풀었으면 좋겠구나. 도대체 내가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네가 먹어줄는지……, 정말이지 모르겠다. 네게 필요한 건 약이 아니라 차진 속을 덥혀 줄 음식이야. 이런 약 따위로 나아질 일이 아니라는 걸 너도 알잖니.” 엄마는 전에 없이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참을 수 없이 뒤틀리던 속도 차츰 가라앉았다. 배를 쓸어주던 엄마가 이불 속을 더듬어 내 손을 찾아 쥐었다. 목구멍이 따끔댔다. 딱히 뭐라 단정지을 수 없이 복잡한 감정이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감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식탁을 바꿔야 해요. 지금 건 너무 커……. 너무 커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엄마가 도무지 보이질 않아요. 그 커다란 식탁 앞에 앉아 있으면 온통 엄마의 음식들만 보여. 나뿐만이 아니라 거기선 누구도 엄말 제대로 볼 수 없었을 거예요.” 엄마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엄마는 땀으로 끈적이는 내 얼굴을 한번 더 쓸어준 뒤 방을 나갔다. 나는 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뒤에야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사위는 여전히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림자만 가득한 방안을 휘둘러보았다. 빛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사람이 있는 곳에 그림자마저 묻어버릴 만큼 완벽한 어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빛은 끊임없이 사물을 굴절시키고 왜곡한다. 속고 있으면서도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굴절된 삶 속에서 진짜를 가려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피곤이 밀려왔다. 다시 잠들기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몸으로 익힌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사소하기만 한 몸의 기억이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가. 그는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낯설었다. 망설이듯 주춤대는 손길이나 어딘지 불편한 듯한 신음을 내뱉는 목소리까지. 하지만 어쩌면 그는 줄곧 같은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손은 차가웠고 가슴을 그러쥔 아귀의 힘은 너무 강했다. 삽입 전의 행위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태도는 지루했다. 서너 차례 타이밍을 놓치면서부터는 눈에 띄게 조급해하기까지 했다. 삽입 이후의 상황은 더욱 나빴다. 치골이 부딪힐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고 유난히 건조하고 까슬까슬한 그의 피부가 불편했다.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나는 연속되는 천장의 무늬와 삐걱대는 매트리스의 소음에 몰입했다. 마치 커다란 식탁 위에 누워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 기분 따위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는 순식간에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마지막 타이밍만은 놓치지 않고 정확히 페니스를 빼낸 그는 내 아랫배 위에 사정했다. 끈적끈적한 정액을 뒤집어 쓴 아랫배가 환한 형광등 아래서 번들대고 있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기 위해 앙다문 입술을 파고드는 그를 힘껏 밀쳐냈다. 쫓기듯 욕실로 들어간 그는 비누의 향이 너무 강하다며 한참동안 투덜댔고, 결국 비누를 사용하지 않은 채 샤워를 마쳤다. 어쩌면 그는 뭔가 다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조금도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함께 있는 내내 우리는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삐걱댔다. 지난 밤, 샤워를 마친 그는 아무렇게나 팽개쳐져 있는 셔츠에 물을 뿌리고 단정하게 걸어놓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천연덕스레 잠들어 있는 그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 조용히 일어나 옷을 입었다. 방을 나오기 전, 화장대 위에 놓인 타이핀과 커프스버튼을 가져다 변기 속에 빠뜨리고 물을 내렸다. 그의 동창생 아내의 세심한 배려를 단숨에 삼켜버린 변기는 크릉크릉 거친 숨을 토해냈다. 아마도 그는 사라진 타이핀과 커프스버튼 때문에 한동안 몹시 곤란해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내게 연락을 해오지 않을 것이다. 간혹 단순한 몸의 문제가 마음을 건드리기도 하므로 어쩌면 나는 그런 그가 조금쯤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래 전의 내게 그러한 사실은 분명히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이미 흉터로 남은 일은 더 이상 상처가 될 수 없다. 잊혀졌던 흉터를 확인하는 일이 괴롭긴 하겠지만 역시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엄마의 짐작대로 세 번째 저기요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네 번째 남자의 귀가를 포기한 엄마는 다시 식당으로 돌아갔다.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굳이 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엄마는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엄마는 더 이상 음식을 만들거나 권하지 않았다. 그것은 식당에서조차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과거와는 달리 최종적으로 음식의 간을 보는 일 외엔 주방 일에 일체 참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진 엄마가 네 번째 저기요를 찾는 일까지 그만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케이크 전문점에서 주문한 케이크 모형은 총 열세 가지이다. 생과일주스를 비롯한 음료까지 합하면 모두 스물다섯 가지나 된다. 나는 벌써 한 시간 가까이 음료를 만들 젤라틴에 첨가할 색을 결정하기 위해 색상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테스트용 물감을 풀어 샘플을 여러 개 만들어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색을 찾아내지 못했다. 가스레인지 위에선 중탕한 젤라틴이 끓고 있었다. 감색 수채물감에 흰색을 약간 섞어 젤라틴과 혼합했다. 역시 너무 들떠 있었다. 견본의 색과 별 차이는 없어 보였지만 여름 음료의 색감이 힘없이 들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심해(深海)와도 같은 색을 만들고 싶다. 한여름, 뜨겁게 달궈졌던 머리꼭지까지 서늘해질 만큼 강한 색감이어야만 한다. 완성된 샘플들을 모두 버리고 또다시 불려둔 젤라틴을 중탕했다. 건조 테이블 위에선 케이크의 틀이 천천히 굳고 있었다. 엄마는 끝내 커다란 식탁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설사 엄마가 다섯 번째 남자를 만나, 그를 다시 커다란 식탁 앞에 앉힌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다지 이상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끝내 엄마가 진실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해도 그건 엄마 몫의 삶일 뿐이다. 누구나 그렇다. 어차피 그 모든 것들은 단순한 몸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마음은 한 곳을 향해 있게 마련이고 그걸 흔들어놓을 만한 몸의 문제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불필요한 갈등은 몸의 균형마저 깨뜨리고 말 뿐이다. 아침과 점심을 모두 거른 탓인지 비어 있던 속이 다시 저릿해졌다. 또다시 한 움큼의 약을 삼키며 엄마의 말을 돌이켜봤다. 엄마는 내게 필요한 것은 약이 아니라 차진 속을 데워줄 음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내 속을 데워 줄 수 있는 것은 혀를 홀리는 음식이 아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얼려버릴 만큼 차가운 색감의 음료모형이다. 애초부터 나는 혀를 홀리고 배를 채워주는 음식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먹을 수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지극히 사소한 몸의 문제에 지나지 않으므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밖의 것들은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진짜보다더진짜같아야한다진짜보다더진짜같아야한다진짜보다더……. 나를 지배하고 있는 주문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저릿하던 속이 가라앉고 포근한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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