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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5)부여 주암리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5)부여 주암리 은행나무

    머뭇거리던 봄이 포근해진 바람을 타고 걸음걸이를 재우친다. 초등학교의 낮은 울타리를 둘러싼 개나리는 개구쟁이들의 왁자한 웃음소리를 닮은 노란 꽃을 피웠고, 도로의 벚나무 가로수에는 봄 처녀의 발그레한 볼 빛깔을 닮은 벚꽃이 한창이다. 어느 틈에 성마른 목련은 바라보는 사람의 아쉬움을 아랑곳하지 않고 낙화를 서둘렀다. 온 대지에 봄볕이 무르익었다. 아무리 이상 기후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자연은 정해진 순리를 거역하지 않는다. 고작해야 속도만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도심 거리에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에도 울긋불긋한 봄빛이 따사롭다. 농촌 마을 농부들도 풍년을 지켜준 늙은 당산나무를 바라보며 모내기 준비로 분주해졌다. ●키 23m·줄기둘레 8.6m… 개나리·진달래 진 뒤에 잎 돋아 “겨우내 잘 쉬었지요. 이제부터 바빠지겠죠. 우리 나무에 물이 오르면 한 해가 시작되는 겁니다. 올 한 해 농사 잘되라고 나무에게 당산제도 올렸건만, 어찌 될지야 하늘이 정하는 거죠. 농사는 일년 내내 걱정이에요.” 한가로이 흐르는 구룡천을 따라 이어지는 농촌 마을, 충남 부여 내산면 주암리. 모판을 챙기던 마을 아낙이 마을의 수호신으로 1000년을 살아 온 은행나무를 둘러보는 나그네에게 곁말로 봄 인사를 던진다. 아낙이 이야기하는 ‘우리 나무’는 아낙의 집 앞마당에서 낮은 지붕 너머로 고스란히 내다보인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내다보이는 들판의 벚나무에는 꽃이 활짝 피어 봄볕을 희롱하는데, 주암리 은행나무에는 아직 한 장의 잎도 돋지 않았다. 그저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 빛이 줄기 껍질에 감돈다는 것 외에 별다른 봄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나무엔 봄이 늦게 와요. 벚나무 꽃이 다 떨어져야 겨우 새 잎이 돋아날까 말까 하죠. 개나리 진달래 꽃 피는 건 알아도 저 나무에 잎 돋는 건 모르고 지날 때가 많지요. 한창 농사일이 바쁠 때니까요.” 큰 나무의 봄맞이가 더디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워낙 덩치가 큰 나무가 땅 속 깊은 곳의 뿌리에서부터 높은 가지 끝까지 물을 끌어올린다는 것 자체가 더 신비로울 뿐이다. 대관절 무슨 힘으로 20m를 훨씬 넘는 저 높은 곳의 가지 끝, 이파리 한 장에까지 물을 골고루 끌어올리는지 놀랍기만 하다. 주암리 은행나무는 키가 23m이고, 줄기 둘레는 8.62m나 된다. 잔가지가 적어 앙상해 보이기는 해도 저 큰 몸 전체에 물을 골고루 끌어올리는 생명력은 장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백제 도읍지를 부여로 옮기던 때 이 마을 좌평이 심어 천연기념물 제320호인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는 ‘천년 은행나무’라고 하지만,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문화재청의 공식 자료에는 이 나무의 나이를 1000년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자료에서 문화재청은 나무를 심은 때와 사람을 정확히 기록했다. 나무는 백제의 성왕이 고구려의 남하정책에 대비하고,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도읍을 웅진(지금의 공주)에서 사비(지금의 부여)로 옮겼을 때 이 마을에 살던 좌평 맹씨(孟氏)가 심었다고 했다. 백제가 멸망하던 때에 나무 줄기 전체에 칡넝쿨이 타고 올라가는 수난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백제가 부여로 도읍을 옮겨 ‘남부여’라는 이름을 갖게 된 때가 서기 538년이고,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한 때는 서기 660년이다. 역사적 사실과 나무를 심은 연대가 맞지 않는다. 좌평 맹씨가 처음 심었다는 시기로 보면 나무의 나이는 1475살이어야 하고, 백제 멸망 때의 일화만 봐도 1350살은 넘어야 한다. 1000살로 보는 문화재청의 근거가 모호해지는 부분이다. 마을 사람들은 ‘천년 은행나무’라고 부르지만, 나무의 현재 생육 상태로 보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비슷한 나이의 다른 나무에 비하면 크기도 왜소한 편이고, 건강 상태도 비교적 젊어 보인다. 1000년 세월의 풍진이 이 나무만을 살짝 비켜갔는지 모를 일이다. 사실 오래 된 나무의 나이를 정확히 아는 건 불가능하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이상 오래 된 세포를 버리고 끊임없이 새 세포를 지어내는 나무의 몸 어느 곳에도 처음 뿌리 내린 때의 조직은 남아있지 않다. 나이테를 보면 안다고 하지만, 오래 된 나무는 줄기 안쪽이 썩어 문드러지기 십상이어서 역시 정확한 측정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대략 400살을 넘긴 나무의 나이는 알 수 없는 신비에 속한다. ●해마다 정월 초이튿날에 당산제… “전염병조차 피해 가”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는 그래서 나이를 정확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마을의 풍요로운 살림살이를 지켜 온 수호목임에 틀림없다.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에 온 나라를 돌았던 전염병조차도 이 마을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는데, 그것 역시 이 나무가 지켜준 덕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해마다 한 번씩 나무 앞에 모여서 마을 사람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올린다. “당산제는 정월 초이튿날 지내는데, 마을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잔치죠. 군수님이 오실 때도 있어요. 나무가 좋아서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많지요.”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모판을 정성 들여 정리하던 아낙네는 모판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 채, 지나는 말로 당산제의 분위기를 전한다. 풍년을 기원하는 농부의 손길을 따라 나무는 서서히 연초록 잎을 틔울 것이다. 그리고 하늘과 바람과 햇살을 따라 자라난 벼 이삭이 누렇게 물드는 가을이면, 나무도 모든 잎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것이다. 결국 나무의 잎을 틔우는 것은 농부의 부지런한 손길이 아닌가 하는 생뚱맞은 생각이 나무 그늘 아래로 흐른다. 나무의 더딘 봄마중이 살갑게 다가오는 봄날이다. 글 사진 부여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가는 길 충남 부여군 내산면 주암리 148-1번지. 서천~공주 간 고속국도의 서부여 나들목으로 나가서 부여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2㎞ 남짓 가면 구룡 교차로가 나온다. 고가도로 오른쪽 도로로 나가서 500m 더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에서 좌회전한다. 700m 앞의 삼거리에서 오른쪽 도로를 타고 3㎞ 가면 다시 삼거리가 나오고, 오른쪽 도로로 접어든다. 3㎞ 가면 삼거리에 닿는데, 길가에 주암리 은행나무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의 방향에 따라 오른쪽의 작은 다리를 건너 1㎞ 남짓 들어가면 마을 안쪽에 나무가 있다.
  • 찾아가는 자전거 안전교육

    포근한 햇살과 바람에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인 봄. 하지만 무턱대고 페달을 밟다가는 곧장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무엇보다 안전 수칙 준수가 우선돼야 한다. 이에 송파구는 주민 6만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자전거 안전교육’을 다음 달부터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찾아가는 자전거 안전교육은 전문 강사가 관내 유치원이나 경로당, 마천동에 위치한 자전거교육관 등을 직접 순회하며 자전거 안전 수칙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내용도 천편일률적인 게 아니라 일반 주민, 어린이, 운수업 종사자, 노인 등 대상에 따라 차별화했다. 먼저 미취학아동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는 주로 안전한 자전거 이용법을 교육한다. 기본적인 자전거 이용법부터 사고예방법, 수신호, 자전거 타기 전 준비사항 등을 전한다. 30~40대가 주축인 민방위대원들에게도 찾아간다. 여기에서는 차량이용 때 자전거 운행자 보호를 위한 주의사항, 도로주행 안전 수칙 등을 주로 가르친다. 택시, 버스, 장의차 등 운수업 종사자들에게는 교육영상물을 통해 자전거 이용자에게 양보하는 방법 등을 일깨우고 일반 주민들에게는 정비 교육, 사고사례 등도 교육한다. 아울러 송파구민이면 누구나 자전거교육관 등에서 기초 점검법, 수리방법 등 수준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주민 교육은 다음 달부터 10월까지 총 11회 진행된다. 정규우 녹색교통과장은 “맞춤형 자전거 안전 교육을 통해 다양한 교육 수요에 부응하고 선진 자전거 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며 “교육만족도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주민 의견이 반영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이어도 관할권 ‘시끌’ FTA 공식발효 ‘벅적’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이어도 관할권 ‘시끌’ FTA 공식발효 ‘벅적’

    쌀쌀하면서도 포근한 날씨에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온 것 아닌가 착각이 들었던 3월 셋째 주, 네티즌들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끌었던 이슈는 최근 불거진 한·중간 이어도 관할권 문제였다. 지난 12일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 대변인이 이어도와 그 부근 해역에 대해 중국과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지역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류 대변인은 “중국은 (이어도를)‘쑤옌자오’라고 부른다.”면서 “양국은 쑤옌자오를 영토로 여기지 않으므로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통 인식을 하고 있고, 귀속 문제는 쌍방이 담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류츠구이 국가해양국장도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으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밝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3월 셋째주 검색어 2위에는 ‘한·미 FTA 공식 발효’가 올랐다. 15일 0시를 기해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양국은 단계적으로 모든 상품의 관세를 철폐하게 됐다. 다만 쌀 관련 제품은 FTA 협상에서 완전히 제외됐고, 국내외 가격 차가 크거나 관세율이 높아 관세 철폐 시 심각한 영향이 우려되는 품목은 현 관세를 유지하고 일정 물량의 수입 쿼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우리 측의 민감 품목인 쇠고기는 15년, 돼지고기는 10년에 걸쳐 관세가 단계적으로 없어질 예정이다. 3위에는 지난 12일 오전 출근시간대 발생한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 사고’가 올랐다. 40대 역무원 A씨가 전동차가 진입하던 왕십리역 선로에 투신, 사망하면서 마천 방향 출근길 전동차 운행이 20여분간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었지만, A씨는 승강장 끝에 있는 직원용 스크린도어 비밀번호를 누른 후 출입문을 통해 열차에 몸을 던져 충격을 줬다. A씨는 그동안 공황장애를 앓아왔으며 내근직인 역무로 전직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심적 괴로움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4위에는 원전사고 은폐 소식이 올랐다. 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의 발전기 보호계전기의 외부 전원 공급이 끊어지면서 비상 디젤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발전소 전원이 12분 동안이나 들어오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 사실이 거의 한 달 뒤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돼 사고 은폐 논란이 일고 있다. 5위에는 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청년 비례대표로 김재연씨가 선출된 소식이, 6위에는 16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MBC 파업 콘서트가, 7위에는 14일 오후 6시 9분쯤 발생한 일본 북동부 지역 지진 소식이 올랐다. 이외에도 8위에는 14일 한국 축구팀과 카타르 팀의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6차전 무승부 경기가, 9위에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히로인 엠마왓슨이 패션지 ‘보그’와의 3월호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질문에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를 꼽은 뉴스가, 10위에는 이종격투기 선수 최홍만이 한 종편 방송에 출연해 과거 유명 걸 그룹 멤버와의 교제 사실을 고백한 것이 올랐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강릉 경포대~주문진 송동영춘(送冬迎春) 도보여행

    강릉 경포대~주문진 송동영춘(送冬迎春) 도보여행

    그 길은 화사했습니다. 햇빛 듬뿍 빨아들인 바다는 파란 하늘과의 경계를 허물었고, 귓불을 스치는 바람은 촉촉하고 포근했습니다. 굳이 이름 붙여 부르지 않더라도 그 길엔 낭만이 넘쳤습니다. 강원 삼척에서 속초를 잇는 ‘낭만가도’입니다. 그 가운데 강릉의 경포대에서 주문진에 이르는 ‘경포 중심 낭만가도’ 50리길을 걸었습니다. 발길 따라 봄바람 난 바다와 빼어난 풍경들이 줄곧 동행했지요. 춘분(春分·20일)이 코앞입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송동영춘(送冬迎春)의 갈림목입니다. 겨울의 시샘이 남아 있지만, 강릉의 바다 위엔 봄기운이 펄떡이고 있었습니다. ●봄바람 난 바다, 봄바람 난 발걸음 봄바람이 난 게다. 바다가 저토록 화사한 빛깔로 치장할 수 있을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차다 못해 시린 결기가 느껴지던 바다였다. 경칩이 지난 지금은 전혀 다르다. 동해의 쪽빛 바다는 분명 봄을 잔뜩 머금었다. 해변은 흰빛으로 빛난다. 말 그대로 백사장이다. 파란 바다와 흰 모래가 부둥켜 안고 떨어지길 반복하며 희롱하고 있다. 화창한 초봄, 이런 난리가 없다. 이 길의 이름은 여럿이다. ‘해파랑길’이라고도 하고 ‘낭만가도’(漫街道)라고도 한다. ‘관동팔경길’, ‘바우길 12구간’이라고도 불린다. 제각기 나붙은 표지판을 보면 헷갈릴 지경이다. 분명한 건 없던 길을 새로 내지는 않았다는 것. 해파랑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성하고 있는 부산 오륙도~강원 고성 간 688㎞의 탐방로를 말한다. 관동팔경길은 해파랑길의 4개 테마 가운데 하나로, 경북 울진에서 고성까지의 구간을 일컫는다. 바우길은 한 사설단체가 강릉 지역의 산과 바다를 여러 테마로 묶어 연결한 길이다. 이 길은 그 가운데 ‘12구간’에 속한다. 낭만가도는 강원도에서 삼척~속초 사이 7번 국도를 중심으로 조성 중인 길이다. 그러니 강릉에서 주문진에 이르는 길은 ‘해파랑길’이자 ‘바우길 12구간’이며 동시에 ‘낭만가도’인 셈이다. 이름은 많아도 길은 하나다. 길이 줄곧 바다를 따라갔으면 좋으련만, 중간중간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들고 나야 한다. 하지만 회색빛에 갇혀 살던 도시인에겐 그마저 더없이 ‘낭만적’이다. 경포호를 휘휘 돌아 주문진으로 난 바닷길로 방향을 잡는다. 전체 거리는 18㎞가량. 5시간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경포대에서 사천항까지는 다소 번잡한 7번 국도를 따라 걸어야 하는 만큼, 사천에서 주문진까지 12㎞ 구간만 걷는 사람도 많다. 순포해변, 순긋해변을 차례로 지나면 뒷불해변이다. 사천항 뒤편에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는 작고 예쁜 해변이다. 공식명칭은 사천진해변. 하지만 단순히 지명에서 따온 이름보다는 오래전부터 불려온 뒷불해변이 더 정겹고 친근하다. 해변 초입, 거대한 알 모양의 바위가 객들을 맞고 있다. 교문암(蛟門岩)이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할 때 바위가 두 쪽으로 쪼개졌다는 전설이 담겼다. 우리 땅 대부분의 이무기가 용 되는 꿈을 꾸다 실패담만 남긴 것에 견줘, 이 바위는 드물게 해피 엔딩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해다리 바위 가족단위 여행객에 인기 교문암에서 한 굽이 돌면 사천진해변이다. 하평해변과 합쳐져 무려 1.3㎞에 달하는 곧고 너른 해변을 형성하고 있다. 해변의 랜드마크는 해다리(海狗) 바위다. 오래전 물개들이 많이 서식해 이름지어졌다. 해변에서 해다리 바위까지는 남도의 노둣길처럼 큰 바윗돌을 쌓아 연결했다. 길 가운데는 둥글게 바위를 쌓아 작은 수영장처럼 꾸며 놓았다. 노둣길과 해다리 바위 사이엔 작은 교량도 만들어 뒀다.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다. 해다리 바위는 멀리서 보면 작고 볼품없다. 하지만 발을 딛고 서면 제법 크고 장쾌하다. 마주하는 바다의 크기 또한 가슴에 담기 벅차다. 이어지는 곳은 솔향 가득한 연곡해변. 해송숲으로 이름난 곳이다. 수평으로 이어진 바다만 보다가 수직의 나무 세상에 드는 맛이 각별하다. 다소 차가운 바닷바람과 숲그늘 탓에 몸은 움츠러들어도, 코를 간질이는 솔향은 더없이 풋풋하다. 솔숲을 지나면 길은 다시 바다로 이어진다. 영진해변이다. 소금강에서 흘러내린 연곡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 바다에 어둠이 찾아들면 주문진 등대 불빛과 항구의 불빛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쯤부터 해변에서 유난히 많은 커피집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횟집들이 늘어선 여느 해안가 풍경과 확연히 대비된다. 특히 영진해변 초입은 거의 ‘한 집 건너 커피집’이다. 장혜실 문화관광해설사는 “중소도시 강릉에 ‘커피의 장인’들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만 100여개나 된다.”며 “전국의 이름난 바리스타들이 강릉으로 이주하면서 생긴 독특한 지역문화”라고 설명했다. 그 가운데 가장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 영진해변 뒤쪽의 ‘카페 보헤미안’이다. 재일교포 출신의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로 이름났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의 기묘한 갯바위들 커피향을 뒤로하고 다시 바닷가로 나서면 빨간색과 하얀색의 등대가 눈길을 끈다. 주문진항이다. 강원도의 대표 수산시장.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룬다. 이제껏 해변을 따라 서정과 낭만을 즈려밟고 걸었다면, 주문진항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질펀한 삶과 마주할 수 있다. 주문진항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소돌아들바위공원과 만난다. 잘 가꿔진 수석전시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해상공원이다. 공원에 들면 29세에 요절한 가수 배호(1942~1971)의 노래 ‘파도’가 은근하게 울려퍼진다. 환경 기금 조성을 위해 마련된 돌저금통에 500원짜리 동전을 던지면 노래가 나온다. 일종의 주크박스인 셈. 공원의 갯바위들은 하나같이 형태가 기묘하다. 아들바위, 코끼리바위, 소바위 등 독특한 형태의 바위들이 널려 있다. 아들바위의 기원이야 단박에 알 수 있다. 아들을 원하는 부부가 기도를 하면 소원을 성취한다는 뻔한 얘기다. 코끼리바위와 소바위는 붙어 있다. 둘은 어떻게 이런 형상이 만들어졌을까 싶을 만큼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전남 목포의 갓바위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바위 표면이 마치 촛농이 흘러내리다 굳은 듯하다. 게다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어,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다. 소돌아들바위공원에서 한 굽이 돌면 주문진해변이다. 경포 중심 낭만가도의 종착지다. 소돌아들바위공원과 주문진해변을 연결한 집라인(Zipline, 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이동하는 레포츠)이 인상적이다. 집라인 탑승대에 올라서면 너른 주문진 앞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글 사진 강릉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을 나와 경포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면 강릉 시내를 거치지 않고 곧장 경포대로 연결된다. 종합관광안내소 640-4414, 4531. 주문진관광안내소 640-4535. 맛집 주문진항 시장은 먹거리 천국이다. 요즘 많이 잡히는 생선은 열기. 12마리에 1만원선이다. 붉은 대게로 불리는 홍게는 큰 놈 5마리가 10만원선, 문어는 4만~12만원이다. 주문진수산물종합판매장 내 원영생선구이는 다양한 생선구이로 입소문 났다. 662-0203. 영진해변 뒤 커피숍 ‘보헤미안’은 월·화·수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662-5365. 경포호 옆에 초당순두부마을이 있다. 잘 곳 영진해변 뒤편의 노벰버(662-6642), 경포대 안쪽의 비치호텔(643-6699)이 가격 대비 시설이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양반들의 잠자리가 궁금하다면 선교장(646-3270) 한옥체험도 좋겠다.
  • 강원도 2일 봄폭설

    기상청은 2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방이 기압골의 영향으로 흐리고 낮에 한두 차례 비가 내리겠다고 1일 예보했다. 특히 강원 영동지방에는 동풍의 영향으로 10~20㎝, 강원 동해안은 3~10㎝의 많은 눈이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강원지역에 내리는 눈이 3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0~7도, 낮 최고기온은 5~10도로 대체로 포근하겠다. 초봄 같은 날씨가 다음 주 중반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쯤에는 다시 한번 전국이 기압골의 영향을 받으면서 비가 내리겠다. 기상청 측은 “5일쯤 내리는 비가 이번 비보다 양이 좀 더 많을 것”이라면서 “겨울 가뭄을 겪는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詩를 사랑한다면 관악구로 오세요”

    “詩를 사랑한다면 관악구로 오세요”

    유종필 관악구청장의 훈훈한 ‘감성 행정’이 눈길을 끈다. 22일 관악구에 따르면 유 구청장은 지난해부터 시를 활용한 주민 소통법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우선 관악구는 지난해 4월 남현동에 위치한 미당 서정주의 자택 봉산산방을 ‘미당 서정주의 집’으로 리모델링했다. 이곳은 시인이 작고하기 전 30년간 집필활동을 벌인 우리나라 서정시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여기에는 시인의 창작공간과 함께 생전에 사용했던 생활용품 등이 전시돼 있다. 주민들을 위한 문학교실도 운영된다. 같은 해 5월에는 관악산 입구에 ‘관악산 시도서관’을 조성해 시집 4000여권을 비치했다. 도종환 시인이 명예관장을 맡았고, 이해인 수녀의 친필액자를 비롯해 여러 문인들의 손때가 묻은 소장도서도 비치했다. 이와 함께 구 종합청사 유리 바깥벽에 시구를 걸어 두는 ‘시가 흐르는 유리벽’을 조성했다. 현재는 작가 이외수의 시구 ‘새한마리만 그려 넣으면 남은 여백 모두가 하늘이어라’가 새겨져 있다. 이어 ‘시와 음악이 흐르는 공중화장실’를 비롯, 각종 공공시설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구를 계속해서 부착할 예정이다. 또 서정주의 집, 시도서관, 낙성대공원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시문학 행사를 개최하고, 작가들과의 만남도 이어갈 예정이다. 유 구청장은 서울대 철학과 출신으로 학창시절 때부터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잡지 창간호를 수집하고, 문학서·철학서 탐독을 취미로 삼았다. 그는 “비록 시가 짧은 문장으로 이뤄진 글이지만 주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삭막한 도시에 포근한 ‘서정의 샘’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긴테쓰 레일패스-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긴테쓰 레일패스-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TRAIN PASS 긴테쓰 레일패스 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제맛이라 생각했지만 영하로 뚝뚝 떨어지는 서울의 겨울이 밉살스러워질 무렵, 미에에 발을 내디뎠다. 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지만 미에의 겨울도 두툼한 옷매무새를 매만지게 할 만큼 차갑긴 하더라. 그것도 잠시. 밤하늘에 꽃핀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과 일본인들이 일생에 꼭 한 번 걸음해 태양신의 기운을 받는다는 이세신궁 그리고 수많은 눈의 보살핌으로 별이 되어 뭍으로 돌아온다는 해녀들의 이야기 등 미에의 겨울은 마음을 먼저 스르르, 이내 몸도 사르르 녹아들게 했다. 나는 어깨가 맞닿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 두 손을 모으고 읊조리기 시작했다. ‘나를 기꺼이 보살펴 주세요.’ 마음을 토닥여 주는 미에의 겨울에 안겨 본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일본 정부 국토교통성 긴키 운수국 하늘의 별이 부럽지 않은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 터널. 반짝이는 불빛 아래서 나지막이 소원을 빌어 본다 #1 반짝반짝, 고운 빛깔 머금은 미에의 품에 안기다 겨울철 일루미네이션만큼 좋은 볼거리가 또 있을까마는 내심 이 인공의 불빛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화려하게 빛을 발할수록 그 사이를 흐르는 전류가 떠올라 머리카락이 더욱 쭈뼛 서고, 낮 동안에 그대로 드러나는 가느다란 전선들 또한 곱게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입이 딱 벌어졌다. 찬란했다. 낮에는 해를 머금은 미에의 산과 들, 그 안에 소복이 들어앉은 꽃과 나뭇잎이, 밤에는 그 위에서 반짝이는 색색의 전구들이 또 다른 빛깔을 자아냈다. 나가라가와 강변의 아름다운 정원 ‘나바나노사토’의 하루는 그렇게 물들어 있었다. 이른 봄, 매화와 벚꽃을 시작으로 수국, 창포, 코스모스가 피고 지는 마을 나바나노사토는 화려함 그 자체다. 1년 내내 1만2,000포기의 베고니아로 가득한 온실은 짐짓 떠름하게 지었던 표정마저 활짝 피게 했다. 땅은 물론 온실 천장에도 주렁주렁 맺힌 꽃송이가 신기했는지 입을 헤벌린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이 허공을 찌른다. 어째 하늘에 꽃이 피었는지 신기한가 보다. 이 순간을 추억하려는 카메라 셔터 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뒤로 핀 꽃처럼 함박웃음 띈 자연스러운 모습이면 좋을 텐데, 어쩐지 기념사진을 찍는 모양새들이 약속이나 한 듯 부동자세. 그렇게 한 번 더 웃는다. 나바나노사토는 아름다운 꽃 가까이에서 여유롭게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곳곳에 레스토랑과 카페, 먹을거리 노점이 있어 노니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요기를 해볼까 하고 가게 마루에 걸터앉았다. 먹기 좋게 구운 찹쌀떡 한 입 그리고 따끈한 차 한 모금. 채플 뒤쪽에 있는 노천족탕에 발을 담그고 산책의 노곤함을 달래는 것은 또 어떤가. 차가운 공기에 부르르 떨리던 몸이 스르르 풀리고 만다. 그러는 동안 짧은 겨울 해가 조금씩 사그라지고 꽃송이 뒤로 새치름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낮 동안 해님을 머금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자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상상.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은 11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580만개의 불빛으로 연출하는데, 특히 200m 가량의 일루미네이션 터널을 지나 꽃 광장에 펼쳐지는 일루미네이션 쇼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올해는 일본의 사계를 주제로 쇼를 선보였다. 새순이 돋고 꽃잎이 흩날리는 봄과 여름을 지나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는 가을과 겨울까지 계절의 흐름을 알알이 맺힌 불빛으로 표현한 것. 탄성을 내뱉는 것도 멈추고 그저 한참을 바라다봤다. 하늘의 별빛마저 흐릿하게 만든 미에의 마법에 걸려들고 말았다. 스즈카산맥의 주봉인 1,212m의 고자이쇼다케로 오르는 길도 덜하지 않았다. 유노야마온센역에서 로프웨이로 연결된 이곳은 최고봉까지 케이블카가 오간다. 1,300년 역사의 온천마을 유노야마온센 뒤로 병풍 두른 스즈카산맥, 그 가운데를 지나는 고자이쇼다케의 빨간색 케이블카. 해발 400m에서 출발해 1,200m고지를 향하는데 마치 산의 품안으로 파고드는 것만 같다. 산기슭을 뛰어다니는 야생 동물과 고산 식물의 속살이 이따금씩 드러날 때마다 공중산책의 묘미는 더해 간다. 고자이쇼다케의 수려함에 반한 산악인들은 등산로를 이용해 산의 정기를 담뿍 받기도 한다. 산 정상에는 작은 불상과 사당이 있는데 이는 산사람들을 보살펴 주는 신을 모신 곳이라 했다. 마침내 오른 정상에서 맨 먼저 신에게 인사하는 산사람들. 정상뿐 아니라 산 곳곳에 이처럼 작은 사당이 있다. 모두 고자이쇼다케를 찾는 산사람들의 흔적이다. 멀리 이세만의 바다가, 화창한 날엔 후지산까지 내다보이는 곳.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더 길게 내뱉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속 깊은 곳에 맺혔던 응어리들이 도르르 굴러 나온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어둑해지자 새치름한 불빛을 내비추는 나바나노사토. 이 순간을 기억하고픈 이들의 카메라 셔터가 더욱 바빠지기 시작한다 2 꽃잎이 흩날리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나리는 모습이 알알이 맺힌 불빛으로 연출되는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 쇼 3 정원 산책의 노곤함을 풀어줄 노천족탕에 두 발을 담가 본다. 발끝이 따뜻해지니 코끝을 스치는 겨울 바람도 반갑다 4 편안할 안安 길 영永 떡 병餠. 길어서 먹기 좋은 떡이 “안녕”하고 부르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 5 나바나노사토의 베고니아 온실에서는 시선이 어디를 향하든 베고니아가 반겨준다 6 스즈카산맥의 주봉 고자이쇼다케로 이어지는 로프웨이에 빨간 케이블카가 오간다 7 고자이쇼다케 정상에서 마주한 작은 돌상. 산사람들의 흔적이다 나바나노사토 찾아가기 긴테쓰 나고야역 또는 구와나역에서 미에교통 ‘나가시마온센’행 버스로 환승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9시(겨울 밤 10시) 이용요금 1,000~2,000엔(시즌별로 다름) 문의 83-594-41-0787 고자이쇼 로프웨이 찾아가기 긴테쓰 유노야마온센역에서 버스로 산코유노야마온센에서 하차 후 걸어서 10분 거리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5시(10~3월은 오후 6시까지) 이용요금 2,100엔 (편도 1,200엔) 문의 83-59-392-2261 #2 일생에 꼭 한 번, 태양신을 만나러 가는 길 헛헛해진 마음을 이세신궁으로 옮긴다. 흔히 이세신궁이라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신궁神宮’. 하나의 신사가 아니라 내궁과 외궁, 별궁으로 구성된 125개의 신사를 모두 아우른다. 일본 신사의 중심이자 절정이다. 예부터 많은 일본사람들이 생애 꼭 한 번은 이곳 신궁에 오길 소망한단다. 신궁에 발걸음 하는 것만으로도 신의 혜택을 받는 것이라 믿는다고. 평일 이른 아침임에도 안내원이 높이 든 깃발 뒤로 순례자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참배하기 전에는 반드시 오초즈를 행해야 한다. 오초즈는 참배 전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의식으로 우물가에 엎어놓은 물푸개 ‘히샤쿠’에 물을 퍼 왼손 한 번, 오른손 한 번을 깨끗한 물에 씻는다. 그런 다음 왼손에 물을 받아 입을 가시고 입에 댄 왼손을 다시 물로 씻어낸다. 마지막으로 히샤쿠를 세워 남아 있는 물로 손잡이 부분을 씻는다. 요즘은 이렇게 5번으로 나누어 간소한 예를 갖추지만 옛날엔 신궁 곁으로 흐르는 강에 들어가 심신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우물쭈물하는 이방인과 달리 일본사람들의 몸가짐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일본 인구가 반으로 줄어들었을 정도의 큰 자연재난이 닥쳤다. 일본인들은 이 대재앙을 계기로 자신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태양신이자 황실의 조상신 아마테라스오미카미를 모셔 왔다. 내궁의 정궁에 모신 이 신은 오직 천황만이 마주할 수 있다. 수상이나 황실 사람들도 문 앞까지만 갈 수 있다고 한다. 이세신궁은 20년을 주기로 원형을 그대로 살려 개축하는 전통이 있다. 현재 정궁 옆에 똑같은 크기의 부지를 두고 새 정궁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개축을 하는 동안에도 참배는 지속되어야 하기에 바로 옆에다 새로 짓는 것이다. 개축이 될 때마다 정궁의 위치가 바뀌는 이유다. 이 전통은 약 1,300년 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신에 대한 정성과 함께 문화유산으로도 가치가 높은 신궁의 건축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진 성스런 의식이다. 이는 단순한 건축 기술의 전수를 넘어 전통문화가 시공을 초월해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이세신궁 참배 길에 빠지지 않는 곳이 있으니 ‘오하라이마치 오카게요코초’이다. 풀이하면 ‘오하라이 읍내에 있는 오카게 골목’인데 내궁이 위치한 마을 이름이 오하라이, 오카게는 일본어로 ‘신의 보살핌 덕분’이라는 뜻이다. 신궁과 가까운 이스즈가와 강변을 따라 형성된 약 800m의 골목길로 지붕과 담장을 맞대고 나란히 들어선 상점들은 모두 2층집의 구조이나 우리의 한옥과 같이 기와를 사용한 맞배지붕과 합작지붕의 형태이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통가옥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일본 근세문화의 거리. 가옥의 1층은 대부분이 음식점과 기념품가게로 우리의 인사동길이 떠오른다. 이세신궁 순례자들이 오카게요코초에서 꼭 먹고 간다는 아카후쿠는 오늘날의 오카게 골목이 형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카후쿠는 ‘붉은 행복’을 의미하는 찹쌀떡이다.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뜻이 아닐까. 특이한 것은 보통의 찹쌀떡과 달리 팥앙금이 떡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 것인데 원래는 일반 찹쌀떡과 같은 모양새였지만 이세신궁을 찾는 참배객들이 너무 많아 팥앙금을 찹쌀떡 속에 넣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바쁜 탓에 속성으로 떡 표면에 앙금을 발라 준 것. 300년 역사의 아카후쿠 떡집은 날로 번창했고 이 모든 것이 태양신의 보살핌이라 여긴 떡집 주인이 자본을 내 이 오카게 골목이 조성되었다. 이래저래 복덩어리 아카후쿠가 명물이 되자 요즘엔 이스즈가와 아래의 조약돌 모양을 본뜬 것으로 속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도 덧입혀졌다. 아카후쿠 한 입을 베어 물었다. 태양신의 온기가 아카후쿠에도 스며든 것일까. 빈속에 달콤함이 퍼진다. 떡집 마루에 앉아 이세신궁과 오카게 골목 사이로 잔잔하게 흐르는 이스즈가와를 내다본다. 이보다 더 평온할 수 없다. 떡 한 입에도 그저 행복해할 줄 아는 마음, 그 속에 신의 보살핌이 있다. 결국 내 안에 있는 믿음을 만나는 것.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맞배지붕과 합작지붕 등 전통가옥의 모습이 남아있는 근세문화의 거리 오카게요코초 2 이세신궁 입구. 이제 이스즈가와가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태양신을 모신 사당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3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오초즈를 해야 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4 오카게요코초는 신궁 순례자들이 잠시 쉬어 가던 작은 마을의 작은 골목. 이젠 이곳을 부러 찾는 이들이 생겨날 만큼 명소가 되었다 5 오카게요코초를 거니는 순례자. 기모노를 곱게 차려 입은 모습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다 6 강과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오카게 골목에서는 즉석에서 어류를 조리해 주는 가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생선구이 달인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7 먹으면 복이 들어와요. 붉은 행복을 뜻하는 찹쌀떡 아카후쿠는 오카게요코초에서 꼭 맛보아야 할 주전부리다 이세신궁 찾아가기 긴테쓰 우지야마다역, 이스즈가와역, 이세시역에서 버스·택시 이용 홈페이지 www.isejingu.or.jp/shosai/korean 오카게요코초 문의 83-596-23-8838 (토산품가게 종합안내소) 홈페이지 www.okageyokocho.co.jp/ #3 그녀, 수많은 눈의 보살핌으로 별이 되어 돌아오다 그녀들을 만난 후 나를 위해 신의 보살핌을 바라는 일이 어쩌면 사치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세의 해녀. 뭍으로 나와 바닷물을 짜내는 그녀들에게 안쓰러움이 배어 나온다. 차가운 물에 살이 에이지만 오늘도 묵묵히 물질하는 여인네들. 이세만에 접한 이세지역에는 지금도 1,300여 명의 해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세의 해녀는 생업으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와 관광객들을 위해 해녀의 작업을 재연하는 관광해녀로 구분되는데 이세에서도 오사쓰는 해녀를 생업으로 삼은 여인들이 많아 ‘해녀의 고장’이라 불리는 마을이다. 오사쓰의 아마고야 ‘오사츠가마도’에 들어서자 하얀 해녀 복식으로 단장한 해녀 두 분이 다소곳이 앉아 숯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마고야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작은 오두막으로 원래 해녀들이 물질하다 추워지면 잠시 뭍으로 나와 쉬던 공간인데 요즘에는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해녀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 주는 관광명소로 개발되어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색색이 고운 조개와 전복, 소라, 이세새우 등의 해산물이 숯불 위에서 익어 간다. 쫄깃하면서도 특유의 짭조름한 맛이 식욕을 북돋운다. 여기에 미소 된장국과 성게로 요리한 밥까지 한 그릇씩 비우고 오두막 너머 바다를 바라볼 때의 기분이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프랑스의 한 기자가 고무재질의 검은 잠수복을 입은 제주 해녀를 보고 무장공비로 착각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일본의 해녀는 전통적으로 흰색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물에 들어간다. 상어 등 다소 큰 바다생물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검은색보다 흰색 옷을 입었을 때 몸의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해녀들과 얼굴을 마주하는데 흰색 복식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두건에 수놓인 2개의 표식, 별과 격자무늬. 별은 한 꼭짓점에서 시작해 반드시 그 꼭짓점으로 돌아오는 도형이고 격자무늬의 네모 칸은 ‘눈’을 상징하는데 여기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 12개나 되는 많은 눈이 나를 지켜봐 주고 있어 바다에 나갔다가도 다시 안전하게 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사쓰가마도에서 나와 해안을 따라 마을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 오사쓰 해녀의 역사와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해녀문화자료관이 있고 그 옆으로 난 골목을 따라 3분여를 더 걸으면 해녀들을 굽어살피는 신메이신사에 다다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해녀 일. 해녀들은 신메이신사에 모신 ‘이시가미상(돌신)’에게 안녕을 빌어 왔다. 최근에는 이 이시가미상이 특별히 여성의 소원을, 그것도 딱 한 가지만 들어준다고 해 일본 전역에서 부러 찾아오는 여인들이 많다. 이곳을 찾은 여인들은 하나의 소원을 종이에 적어 신사 앞에 놓인 함에 넣고 정성을 들인다.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에 성공한 미키모토 진주섬에서 재연하는 해녀쇼는 해녀의 일상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게 한다. 작은 어선의 갑판에 맨발로 디디고 서서 바다를 향해 동그란 나무통을 던지고 이내 자신도 따라 들어간다. 다리를 굴러 바다 속에 들어가기를 몇 차례. 거친 숨을 고르며 물속에서 잡은 무언가를 있는 힘껏 들어 보인다. 그녀의 발끝이 물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머리가 보일 때까지 마음속으로 별을 그려 본다. 쇼지만 쇼만은 아닌. 얼마간의 뭉클함이 올라온다. 미에의 겨울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게 나를 감쌌다. 코끝을 스치는 공기는 차지만 고운 빛깔 뽐내는 미에의 자연, 예를 갖추어 전통을 이어가는 미에의 일상, 스스로를 지켜내는 미에의 사람들은 추위에 언 몸과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자연이든, 신념이든,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여기는 미에. 미에의 겨울이 투명하게 빛나는 이유다. 1 이세의 해녀를 만나러 가는 길. 오사쓰 마을 해녀들의 작은 오두막은 오사쓰마을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2 오사쓰 마을의 해녀문화자료관 입구. 바다 속 해녀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3 해녀쇼를 위해 배를 타고 등장하는 미키모토 진주섬의 해녀들 4 디딤판 없이 물속에서 발을 구른다. 이내 사라지는 발끝으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별을 그려 본다 5 해녀오두막 너머로 보이는 이세만의 바다 6 해녀오두막에서는 해녀들이 직접 싱싱한 해산물을 숯불에 구워 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오사쓰가마도 찾아가기 긴테쓰 도바역에서 버스로 약 40분. 오사쓰 정류소에 내리면 도보로 오사쓰가마도, 오사쓰 해녀문화자료관까지 각 5분, 신메이신사까지는 10분 거리. 이용시간 오전 9시~ 오후 5시 이용요금 무료. 티타임 | 하루 2회 오전 10시와 오후 3시, 4명 이상 예약 가능. 1인당 2,000엔. 조개, 떡, 차 제공. 브런치 | 낮 12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4명 이상 예약 가능. 1인당 3,500엔부터 문의 81-599-33-7453(2일 전 오후 5시까지 예약 가능) 미키모토 진주섬(해녀쇼) 찾아가기 긴테쓰 도바역에서 걸어서 5분 이용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12월 두 번째 화요일부터 3일간 휴관) 입장요금 성인 1,500엔, 어린이(7~15세) 750엔 해녀쇼 1시간 간격으로 약 10분간 양식 진주를 캐내는 작업을 실연한다(한국어 해설 제공) 문의 81-599-25-2028 Travel to JAPAN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 KINTETSU RAIL PASS WIDE 간사이지방 여행자들을 위한 철도 패스. 승차개시일로부터 5일간 간사이지방의 철도와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5,700엔. 철도와 버스 이용 외에도 관광시설 우대권 등 외국인 개인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 내국인은 구매할 수 없다. 국내 취급처(여행사)에서 구입한 후 긴테쓰 노선의 역에서 실물 패스로 교환하여 사용하면 된다. 일본에서는 간사이국제공항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혜택 1) 긴테쓰전철, 이가철도 자유 이용(좌석이 배정되는 긴테쓰 특급 교환권 3장 포함) 혜택 2) 미에교통버스, 도바시 가모메(갈매기)버스 자유 이용 혜택 3) 공항에서 긴테쓰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역까지 무료 이용 - 중부국제공항을 이용할 때는 메이테쓰전철 - 간사이국제공항을 이용할 때는 난카이전철 혜택 4) 오사카, 나라, 교토, 미에, 나고야 지역 관광시설 우대권 10매 1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5일간 간사이지방의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2 중부국제공항 센트레아Centrair의 테라스식 전망대 ‘스카이 덱sky deck’ 3 간사이국제공항의 SST Satellite AIRPORTSTORE. 간사이국제공항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팬시류를 전시, 판매하고 있다 4 5종의 사케를 시음해 볼 수 있는 나라의 하루시카 양조장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일본 - 간사이關西지방 - 미에현三重縣 일본 열도의 중앙부. 오사카부를 중심으로 교토시, 나라현, 미에현 등이 속하며 메이지유신때 도쿄로 천도하기까지 일본의 중심이었던 곳. 일본에서는 이 지역을 간사이關西 또는 긴키近畿지방이라 한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위에 유수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수놓은 지역이다. 한국에서는 간사이국제공항과 중부국제공항으로 직항이 운항되고 있으며 오사카-교토-나라-미에-나고야로 이어지는 도시간 이동은 철도를 이용할 경우 소요시간이 1시간 이내며 5일간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더욱 발걸음 가벼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여행의 시작과 끝을 위한 효과적인 공항 이용법 중부국제공항 센트레아 Centrair 2005년 2월 문을 연 중부국제공항은 공항 입구Access Plaza에서 탑승구까지 계단이나 오르막이 없다. 모든 승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여 설계한 것. 내부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이벤트 플라자를 중심으로 한 쪽은 일본의 전통미를 살린 아케이드, 반대편은 서구적인 디자인의 아케이드로 조성해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항 활주로 방향으로 조성한 테라스식 전망대 스카이 덱sky deck과 이벤트 플라자 내에 위치한 공중목욕탕은 여행의 피로를 덜어 주는 중부국제공항만의 명소.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제시하면 메이테쓰전철을 이용해 나고야까지 이동할 수 있다. 메이테쓰 나고야역까지 약 30분. 간사이국제공항 KIX 오사카만의 바다를 매립한 인공섬에 만든 해상공항. 오사카 도심은 물론 버스, 철도, 페리 등의 교통편을 이용해 교토, 나라, 고베 등 인근 도시로 이동이 용이하다. 공항의 다양한 편의시설도 눈에 띈다. SST 세틀라이트 에어포트스토어 SSTSatellite AIRPORTSTORE는 간사이국제공항을 모티브로 각종 팬시류를 전시·판매하는 상점으로 간사이국제공항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24시간 이용이 가능한 라운지KIX AIRPORT LOUNGE에서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인터넷, 음료, 만화책과 잡지, 영화, 마사지 체어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여럿이 함께 쉴 수 있는 리빙룸, 씨어터 룸, 다다미룸과 비즈니스 지원이 가능한 미팅룸은 물론 흡연실과 샤워부스, 파우더룸까지 갖추고 있어 환승 또는 탑승대기 시간이 다소 긴 이용객들에게 더욱 반가운 공간이다. + 패스로 간사이를 한번에! 중부국제공항을 이용한다면 미에현으로 가는 길에 나고야를, 간사이국제공항을 이용한다면 오사카를 기점으로 교토와 나라를 두루 여행할 수 있다. 일본의 철도요금이 비싸다는 선입견은 금물.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간사이 대표 음식, 대표 명물 나고야 스카이 프롬나드SKY PROMENADE 메이테쓰 나고야역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나고야의 새로운 랜드마크 ‘스카이 프롬나드Sky Promenade’가 있다. 미들랜드스퀘어Midland Square 1층에서 전망엘리베이터를 이용해 42층 티켓로비에서 발권하면 44~46층에 조성한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360도 전면 유리창에 천장이 없는 옥외 데크deck의 형태로 건물 가장자리를 걸으며 나고야 시내를 감상할 수 있다. 나고야 최고의 야경 포인트. 이용시간 오전 11시~ 밤 10시(오후 9시30분까지 입장) 이용요금 중학생 이상 700엔, 65세 이상 500엔, 어린이 300엔 교토 게이샤의 기모노를 입고 그 옛날 게이샤의 기모노가 새 주인을 찾았다. 교토의 오랜 목조 타운하우스에 위치한 ‘쿠노치쿠 텐쇼칸’은 기모노를 재활용하여 끼메꼬미 인형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공예상점. 오래되었지만 일본의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지닌 기모노를 재활용하고 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다양한 액세서리로 개발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기모노를 갖추어 입고 고즈넉한 교토의 거리를 거닐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장을 하고 교토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기모노 대여 비용은 1일 약 5,000엔. 대여방법 긴테쓰 교토역에서 지하철로 한두 정거장 거리의 고조, 시조역 인근 대여점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오사카 오감이 즐거운 오사카의 밤 오사카의 밤은 유난히 화려하다. 난바 거리에 서서 색색의 불빛을 발하는 거대한 네온사인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이 드는데 더욱 강렬한 일본을 원한다면 우에혼마치역에 위치한 유후라를 추천한다. 유후라 6~8층, 2010년 9월 개관한 ‘오사카 신가부키자’에서 가부키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요금은 3,000엔부터 1만5,000엔까지. 가부키는 현대 일본인들도 상당히 어려워해 관람을 망설이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외국인들을 위해 특별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 과감하게 도전해 보자. 오감이 즐거운 오사카의 밤이 깊어만 간다. 나라 부드러운 사케 한 모금 그리고 나라마치 산책 일본의 고도 나라는 흔히 사케라 불리는 일본 술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봄사슴이란 뜻의 양조장 ‘하루시카’에서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사케를 사슴 무늬를 바닥에 넣은 잔으로 시음할 수 있다. 5종의 사케를 한 잔씩 시음하는데 비용은 400엔. 시음 후 잔은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사케 시음 후엔 골목길을 따라 ‘나라마치’ 산책을 나서 보자. 나라마치는 행정지명상엔 없지만 19세기 민가가 나란히 들어선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차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일본 특유의 마을 분위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찾아가기 긴테쓰 나라역에서 하차 도보로 10여 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김승용 “이긴다, 두 자릿수 어시스트로”

    김승용 “이긴다, 두 자릿수 어시스트로”

    “팀의 좋은 성적이 1차 목표이고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하고 싶다.” J리그에서 1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한 김승용(울산)을 지난 11일 아침 제주 서귀포시 칼호텔에서 만났다. 울산 선수단은 지난달 26일부터 서귀포에서 훈련에 열중하다 이날 오전 서귀포시 시민운동장 훈련을 마친 후 돌아와 잠깐 휴식을 취한 뒤 14일 다시 소집돼 일본 미야자키로 일주일 전지훈련을 떠난다. 푸른빛 훈련복 차림의 그는 다소 이른 시간인데도 생기가 넘쳤다. “떠날 때가 되니까 날씨가 포근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입을 연 그는 “지난달 괌 전지훈련부터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다. (이)근호가 있어 팀에 적응하기도 한결 수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평고 동기인 이근호와 감바 오사카에서 뛰던 그는 28경기 출전에 4골 5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그런데 또 이근호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2년에 옵션 1년 계약이다. 일본 생활에 대해 묻자 “근호가 일본에 둥지를 틀고 있어 어려움이 없었다. 경기 없는 날엔 맛집 찾아 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종종 근호 집에서 ‘위닝 일레븐’(온라인 축구 게임)으로 저녁 내기를 했다.”고 답했다. 이근호가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된 것에 대해선 “당연한 것 같아요. 단지 대표팀에 갔다 오면 컨디션 조절을 못 해 경기력이 떨어질 때도 있다고 걱정하더라고요.”라며 웃은 뒤 “대표팀에 뽑히면 영광인 것이고 팀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저절로 다시 뽑힐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반 대항 경기를 하다 코치의 눈에 들어 축구에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 포지션은 골키퍼. 그러나 다른 선수의 자리를 메우면서 지금의 포지션을 찾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하며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그러나 시련이 닥쳤다. 2010년 전북 시절 5경기밖에 출전 못 하고 부상의 늪에 빠진 것. 그 무렵 일본행을 결심했다. 김승용은 “전북에서 많이 못 뛰었을 때 정말 힘들었다. 자책도 많이 했다. 벤치 신세만큼 선수를 초라하게 하는 것도 없다.”고 말한 뒤 “주영이가 결장하는 일이 많아 힘들겠지만 잘 이겨내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강한 친구이기 때문이란다. 이어 “J리그에서 많이 배웠다. 선수 생활을 제대로 한 것 같다. 관중들이 많고, 연습 경기 때도 관중들이 많이 몰려와 응원해주는 분위기에 자신감도 많이 회복했다.”고 돌아봤다. “K리그가 타이트하고 강한 반면 J리그는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며 “패스 위주 플레이를 하는 데다 미드필더를 중요시해 내 역할이 많았던 것 같다.”는 풀이도 덧붙였다. 1년 만에 돌아오겠다고 결심한 것은 울산이 국내 구단 중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 특히 김호곤 감독이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선수들을 꼼꼼히 챙겨줘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시즌 뒤 선수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을 정도. 빠른 템포의 축구와 함께 패싱 플레이를 중시하는 것도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했다. 헤어지면서 유럽 진출 욕심은 없느냐고 툭 던졌더니 엉뚱하게도 “행복하게 사는 거요.”란 답이 돌아왔다. 서귀포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남현화, 남연지로 개명…SK핸드볼팀 합류

    남현화, 남연지로 개명…SK핸드볼팀 합류

    한때 핸드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연락도 끊고 핸드볼 뉴스는 외면했다. 뾰족구두를 신고 눈화장도 해봤다. 하지만 핸드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방황을 했기에 지금이 더 소중하다. SK루브리컨츠 남연지(23)를 팀 창단식이 열린 10일 서울 방이동 SK핸드볼보조경기장에서 만났다. 원래 이름은 남현화. 불같은 성격을 눌러줄 이름이라 올해 개명했다고. 남연지는 “남귀빈, 남도이, 남연지가 후보였는데 나머지 둘은 좀 이상하잖아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남연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구리여고에 다니던 2008년부터 돋보였다. 주니어대표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한국의 동메달을 이끌더니, 성인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려 아시아선수권 통산 10번째 우승에 힘을 보탰다. 태극마크를 달고 2009세계선수권·2010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뛰었다. 코트를 밟은 시간은 짧았지만, 월드클래스 언니들을 보며 기량을 키웠다. 저돌적인 돌파와 호쾌한 중거리슛이 장점. 용인시청 소속이던 2010년 여름 “팀이 해체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고된 훈련과 잔부상에 힘겨워하던 남연지는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훈련한 뒤 미련없이 짐을 쌌다. “이래저래 정말 힘들었어요. 집에 갈 때마다 울고 찡찡대니까 말리던 부모님들도 결국 포기하시더라고요.” 지난해 7월까지 신나게 바깥 생활을 만끽했다. 운동만 해온 삶이었는데 일반인(?)의 생활은 별천지였다고. 편의점 알바도 했고, 현금 호송·계수도 해봤다. 웹디자인도 신나게 배웠다. 운동은 아예 손을 놨다. 남연지는 “핸드볼 말고 다른 건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재밌었어요. 돈벌이는 안 됐지만 경험은 되던데요.”라고 돌아봤다. 다시 핸드볼로 유턴하게 된 건 감독의 끈질긴 구애였다. 지자체와 협회의 도움으로 지난해 말까지 해체를 유예시킨 용인시청 김운학 감독은 남연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어르고 달래고 설득했다. 결국 남연지는 지난해 여름 다시 신발 끈을 맸다. 전국체전에 용인시청 소속으로 뛰었다. 남연지는 “오랜만에 공을 잡으니까 정말 좋았어요. 운동을 쉬어서 몸은 전혀 아니었지만 뛰는 자체가 재밌었다.”고 말했다. 용인시청은 결국 해체됐지만 SK루브리컨츠가 흡수 창단하며 포근한 둥지를 찾았다. 남연지는 “잘하고 싶어요, 다시”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국가대표 복귀보다 14일 개막하는 코리아리그에서 예전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란다. 글 사진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북극 한파’ 또 찾아온다

    ‘북극 한파’ 또 찾아온다

    서울에 55년 만에 가장 추운 2월을 몰고 온 ‘북극발 한파’가 올겨울 중 많으면 두번 정도 더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5일 기상청은 이달 중순 이동성고기압과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의 변동폭이 클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달 하순 들어서도 중순과 마찬가지로 기온의 변동폭이 크겠고, 대륙고기압이 확장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한파가 다시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올 2월이 예년에 비해 유난히 추운 이유는 지난달 중순까지 소강상태를 보이던 대륙고기압이 예년보다 훨씬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보통 2월에 들어서는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서서히 약해진다. 이때 대륙고기압과 이동성고기압이 번갈아 찾아오고, 기압골도 영향을 미쳐 대체로 날씨 변화가 심한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대륙고기압이 강한 세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맹추위로 이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는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의 영향도 한몫하고 있다. 북극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공기의 소용돌이는 북극의 한기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북극지방과 중위도 지역의 기압 차이가 줄면 이 소용돌이가 약해져 한기가 남하하게 된다. 최근 중위도 지역에 자리한 우리나라와 유럽에 혹한이 찾아오고, 일본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것도 이런 북극진동의 영향 때문이다. 이 공기 소용돌이는 수십일 또는 수십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데, 이를 나타낸 북극진동지수(AOI)가 지난달 21일부터 음의 값으로 바뀌었다. 음의 값이면 중위도 지역에 추위가 몰려온다. 지난 2일 서울의 기온이 기록적인 영하 17.1도까지 떨어졌을 때의 AOI는 -3.5 안팎이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 서울의 평균기온이 평년기온인 영하 2.4도보다 크게 낮은 영하 7.2도를 기록했을 때 평균 AOI는 -1.683이었다. 반면 평균기온 0.4도로 포근한 겨울을 보냈던 2007년 1월은 2.034로 높았다. NOAA는 당분간 AOI가 음의 값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극의 한기가 계속 남하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달 중순에는 AOI가 -2 아래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대륙고기압이 확장해 밀려오는 찬 공기와 북극의 한기가 합쳐지면 우리나라에 큰 추위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극진동은 북극지방의 기온부터 적도지역의 대류활동까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는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7일부터 주말 전까지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가 이어지겠다.”고 내다봤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들쑥날쑥’ 2월 날씨

    혹한 끝에 이번 주말에는 잠시 평년 기온을 회복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입춘(立春)인 4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3~5도, 낮 최고기온은 2~4도로 오랜만에 영상 기온을 회복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5일도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3~5도, 낮 최고기온은 3~5도로 평년 기온과 비슷하겠다. 2월 중순부터는 날씨 변동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2월 중순은 이동성 고기압과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가 추웠다가 풀리는 현상이 반복되겠다. 기온은 평년 기온인 최저 영하 2도, 최고 영상 5도 정도로 예상된다. 2월 하순에 들어서는 다시 대륙고기압이 확장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온은 영하 1도에서 영상 6도 정도로, 평년 기온과 비슷하겠다.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는 눈도 내리겠으나 강수량은 평년의 9~27㎜에 못 미칠 전망이다. 3월 들어서는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최저 영상 1도, 최고 7도로 평년과 비슷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동대문구 일용직 노동자 ‘아름다운 나눔’

    영하를 오가는 추운 날씨를 보인 지난 12일 허름한 옷차림에 검은 봉지를 손에 든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 주민이 동대문구 휘경2동 주민센터를 찾아왔다. 그는 “금액이 적어 보탬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세요.”라며 검은 봉지를 책상에 내려놓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고 발길을 옮겼다. 주민센터 복지담당 직원이 급히 기탁서를 작성해야만 접수·처리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물어물어 어렵게 신원을 확인해 보니 휘경동에 거주하는 이철우(65)씨였다. 이씨는 일용직으로 어렵게 생활하면서 하루 일당 중 일부를 1년 동안 모아왔다고 말문을 다시 열었다. 그는 “해마다 한푼 두푼 모은 정성을 우리 고향인 동 주민센터로 보냈다.”면서 “올해는 내가 생활하는 지역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황급히 휘경2동 주민센터를 떠났다. 검은 봉지 안에는 10원짜리 동전부터 구깃구깃 접힌 지폐까지 총 44만 1290원이 들어 있었다.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접수·처리한 담당 직원은 “한가득 느껴지는 따뜻함과 함께 살림살이가 팍팍한 이웃들에게 정성 그득한 돈을 값지게 사용해야겠다는 의무감에 가슴까지 뭉클했다.”고 털어놨다. 휘경2동 주민센터 전진희 주무관은 “이기주의로 가득한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자신도 넉넉지 않으면서도 주변을 돌볼 여유를 가진 마음의 부자들이 있어 곳곳이 따뜻해진다는 점을 깨우칠 수 있었다.”면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온기가 ‘바이러스’처럼 점차 퍼져 우리 사회를 더욱 포근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내복 전쟁

    내복이 보이지 않았다. 횃대에도, 앞닫이에도 없었다. 자고 나니 날씨가 추워져 벌써 외양간의 소가 콧구멍에서 뿌옇게 김을 쏟아내고 있었다. 마당 한켠의 짚더미에 내린 서리를 보자니 오금이 저렸다. 그 바람에 방을 나서려다 ‘헉!’ 하고 다시 들어와 내복을 찾았으나 종적이 묘연했다. 며칠 전 “내복 여기 있으니 추우면 챙겨 입어라. 떨지 말고.” 했던 어머니 말씀이 또렷한데, 없다. 도리 없이 나일론 홑겹으로 마당에 내려서니 벌써 위아래 턱이 딱딱 맞물린다. 내복이 귀한 시절이었다. 겨울에는 헐렁한 바지를 껴입고 났다. 늘어진 양말목을 비집고 발목으로 통바람이 새들었으나 그딴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처럼 살을 저미듯 추운 날은 사정이 달랐다. 그래서 나와 형 둘 몫으로 두툼한 내복 한벌을 준비해 돌아가면서 입도록 했다. 평소에는 나도, 형도 그걸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딱 한번 입어 봤는데, 몸이 두두하게 굼떠 나중에는 갑갑증이 치밀었다. 뛰어놀다 보면 금방 등에 땀이 차는 것도 마뜩잖았다. 그런데, 날이 날인지라 이불 속에서부터 “오늘은 챙겨 입어야지.” 했던 내복을 먼저 일어난 형이 재깍 챙겨 입고 나간 것이다. 오늘도 아침 먹고 산에 올라 솔갈비를 한 둥치 해내려야 한다. 그래야 밥도 짓고, 군불도 땔 수 있다. 산에서 시린 발 동동거리며 맨 낯에 칼바람 맞을 생각을 하니 벌써 소름이 돋았다. 도리 없는 일이었다. 노란 서숙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서둘러 산으로 향했다. 어지간하면 양지녘은 바람이라도 잦건만 그날은 양지도 음지도 없이 추웠다. 손발을 놀릴 엄두가 안 나 잔뜩 웅크리고 있자니 가랑이 사이로 새어든 한기에 샅이 바짝 오르라들었다. 새삼 내복 생각이 간절했다. 너무 추워 어떻게 솔갈비 둥치를 엮었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두툼한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가 그만 스르르 잠이 들었다. 추위가 고통임을 처음 알았다. 날씨가 추우면 인체의 대사기능이 그만큼 위축된다. 근육도 굳고, 신경도 무뎌진다. 겨울에 낙상 등 안전사고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난방을 더 해야 해 사회경제적 손실도 크다. ‘날씬’을 조금만 양보하면 겨울이 훨씬 포근해진다. 춥다고 느껴지면 내복 챙겨 입는 게 상책이다. 그게 추운 시절을 견디는 가장 보편적인 지혜다. jeshim@seoul.co.kr
  •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정부 ‘통큰 결단’ 필요”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정부 ‘통큰 결단’ 필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거로 한반도가 격랑에 휩싸였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사실상 주도했던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도 큰 딜레마에 빠졌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일단 북한의 정세 변화와 상관없이 종전의 지원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임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의 현실적인 북한 접촉과 지원의 수준에 대한 고민은 크기만 하다. 서울신문은 20일 오전 편집국 회의실에서 긴급 좌담을 마련, 향후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대북 지원 양상과 남북교류의 전망 및 문제점을 짚었다. 김성호 편집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 스님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교훈련원장 이근복 목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가 참여했다. 사회 김성호 편집위원 →지금 상황과 전망에 대한 얘기로 풀어 나가 보자. -영담 스님 이 상황을 남북 관계 개선에 발전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사재기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일말의 불안감은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전반적인 상황도 불확실하다.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당국에서 큰 결단을 보여야 한다. -이근복 목사 동감한다. 큰 동요는 없지만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어느 세력이든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남북 관계 개선에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북한이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기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 -김병로 교수 여러 측면에서 중대 고비다. 후계 체제가 있다지만 완비된 상태는 아니다. 북한 주민이나 엘리트들 사이에서 정당성을 완전히 확보했다고 보기엔 이르다. 6자회담, 북·미 회담 등이 진행되려던 찰나에 이렇게 됐다. 물밑 진행이야 이뤄지겠지만, 당분간 표류는 불가피하다. 정상회담 얘기도 나왔지만, 김정은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 정부도 접근법의 전환을 고민해 봐야 한다. →큰 고비이자 안개 정국이라는 점에는 모두 공감했다. 범위를 좁혀서 종교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지. -영담 스님 문화교류 사업이야 모두 정지다. 이럴 때 종교계가 정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출발점은 진정성 있는 추모다. 정부가 그렇게 하긴 좀 어렵지 않은가. 종교계라도 먼저 나서서 애도와 추모의 뜻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북쪽 사람들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이 목사 알다시피 기독교계 내 보수 세력들은 북한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런 목소리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 체제 안정이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동북아 지역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점을 보수적인 인사들에게 잘 설득해야 한다. 교류 협력 강화가 결국 먼 미래를 보는 데 중요하다. 남한에도 그런 논의를 하는 데 파트너가 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김 교수 안 그래도 진보, 보수 해서 논쟁이 많지 않았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수 쪽 입김이 강해질 것이다. 종교계도 마찬가지다. 남북 관계 개선을 주장해 왔던 종교계로서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보수 여론의 확대, 이것이 불안 요인이다.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천안함 사태 이후 우리도 그렇지만 북한에서도 전쟁 위기감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탈북자를 상대로 조사해 보면 2009년까지 전쟁 위기감은 30%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최근에는 70%대까지 치솟았다. 남한 역시 78% 수준으로 나온다. 켜켜이 쌓여 온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걸 풀어 줘야 한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내부의 전쟁 위기감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체제 안정을 위해 과도한 액션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큰 틀에서 보는 큰 정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다들 방북 경험이 있으시다. 북한 내부의 동요, 탈북자 문제 이런 부분을 어떻게 봐야 하나. -영담 스님 체제가 달라졌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탈북자들을 열심히 도와줘야 한다. 우리가 포근히 감싸 안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종교계도 열심히 도와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쉽고 간단하게 뭔가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 부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생각이지만 북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나라의 최고 어른이 돌아가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괜한 자극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자꾸 교류해야 한다. 사실 북한에서 막은 것은 없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함경북도의 유치원 아이들을 지원해 주려 했는데 정부가 승인해 주지 않았다. 함경북도는 북한에서도 아주 취약한 지역이다. 그런데 정부가 막았다. 최소한 그런 것이라도 해야 한다. -이 목사 전적으로 동의한다. 위로하고 끌어안고 함께 아파한다고 표시하는 것이 통일로 가는 길이다.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자꾸 더 만나야 한다. 남한이 이 기회를 이용해 흡수통일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줘야 한다. -김 교수 조문 기간이 끝난 다음이 문제다. 현 정권 들어 남북 관계가 단절됐다. 흡수통일 전략 얘기가 나왔는데, 이건 사실 준비를 안 하겠다는 얘기다. 이걸 보수적인 종교계가 지원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국내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대북 전단을 뿌리는 전략에서부터 비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 주장 목소리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걸 한데 모아 정리하려면 기존 공식 채널보다는 민간 채널을 이용하는 방안이 가장 좋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김정일 체제하에서의 남북교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영담 스님 불교계만 봤을 때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대장경 1000년 사업 등 여러 행사에서 이런저런 교류가 있었고, 김정일도 북한 내 사찰을 직접 방문해 깊은 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문을 닫아 놓았던 점이 아쉽다. -이 목사 교단 대표를 꾸려 평양도 방문하고, 그 와중에 매년 10월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는 얘기까지 오갔는데 현 정부 들어 이게 다 막혔다. 지난 5월 북한에 식량을 지원했는데 이것도 정부가 막아서 중국을 통해서 해야 했다. 정부야 정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계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하는 곳이니 그런 부분에서는 길을 열어 주는 방안을 고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 김정일 체제가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김일성 주석은 기독교라 해도 민족주의 운동적 측면에서 감안할 부분이 있다면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었다. 북한에서도 기독교 계통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대목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과연 기독교가 민족주의적이냐에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해서 1990년대 말에는 아예 외래 종교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주체형 교회를 만들어 보려다 그게 안 된다 싶으니까 완전히 접어 버린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에 종교계가 움직이고 도움을 주자 그런 불만이 어느 정도 풀린 듯 보인다. 그런 면에서는 긍정적이었는데 이명박 정권 이후 남북 교류가 남한의 사정 때문에 뜸해져 버렸다. →종교계의 대북 지원은 어떤 방식이 좋을까. -영담 스님 각 단체가 경쟁하듯 하는 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창구 단일화는 안 맞다. 그런 건 북한 스타일이고 우리는 우리 나름의 스타일이 있다. 다만 지금의 지원 사업은 대개 평양과 신의주 지역에 집중돼 있다. 거듭 말하지만 함경북도 같은 북한 내 소외되고 어려운 지역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취약 지역의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 -이 목사 독일 통일 이후 정서적 분열을 치유하는 데 종교인들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 신뢰를 만들어 널리 퍼뜨리는 데 애써야 한다. 기독교계로 말하자면 내년에는 교단별 대표자 회의 같은 것을 열어서 지원 방식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모아 볼 생각이다. 역할 분담도 하고 보조도 맞추고 해야 한다. 지금의 지원 방식을 사회개발 방식으로 바꿀 필요성이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저들의 자립이다. 그걸 생각해야 한다. -김 교수 정부가 내세우는 것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이 지원받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가로 바뀌었다는 것 아닌가. 그 혜택을 왜 북한만 누리지 못하는가. 그런 차원에서라도 감정을 가라앉히고 북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세계 최빈국이다. 각종 세계기구에서 내놓는 통계치를 봐도 600만~800만 인구가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게 바로 북한의 실상이다. 우리는 너무 오래 듣다 보니 무감각해져 버렸지만. 아프리카, 아시아 제3세계 빈곤국을 바라보듯 북한을 보자. 공여국이 됐다는 자랑만 말고 거기에 걸맞게 지원해 줘야 한다.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도 중요해 보인다. -영담 스님 지원보다 사회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평양이나 남포에 작은 공장이나 산부인과 같은 것을 지어 주려 했는데 그걸 정부가 불허했다. 식량 지원을 하니 군량미로 간다는데, 정 그렇게 못마땅하다면 자급자족의 틀이라도 만들어 줘야 할 것 아닌가. 기술 이전이나 시설, 장비를 갖춰 주는 사업 같은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 목사 얼마 전 대북지원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 무원칙하고 자의적이고 입맛에 따라 판단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정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치적 차원에서야 어찌하든 민간 차원 교류는 막지 말아야 한다. 이 두 가지 루트를 함께 뚫어 놔야 서로 보완도 되고 도움도 될 것이다. 정말 통 큰 정책이 필요하다. -김 교수 사실 종교계보다 정부의 역할이 더 크다. 20~30년짜리 계획 같은 큰 플랜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여기에 평화를 위한 개발계획, 인도주의 개발계획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남북 관계라는 틀에서만 볼 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경영한다는 입장에서 정치, 군사, 외교 등 전반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큰 그림이 세워지고 나면 가령 인도적 지원 가운데 긴급구호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추진하되 농업 등 자생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어느 수준까지 개발 지원을 할 것인가, 이를 떠받칠 경제협력과 안보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어느 정도 그림을 그려 둬야 한다. 정리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에스토니아에 일주일간 여행을 간다고요? 하루면 다 보는 곳 아닌가요?”라고 에스토니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이 말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발트 3국 중 하나’라는 사실만 알아도 실은 에스토니아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에스토니아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당신의 다음 유럽 여행지로 꼽아두어도 에스토니아가 전혀 손색이 없는 이유를 소개한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에스토니아관광청 www.visitestonia.com 핀에어 02-730-0067 www.finnair.co.kr @Tallinn탈린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에스토니아 “너희들은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니?” “글쎄…. 우린 작은 나라니까.” 25살, 앳된 얼굴의 가이드 카티Kati의 짧은 대답에는 많은 뜻이 함축돼 있었다. 15세기 이후, 50년 이상 독립국가로 존재해 본 적 없는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덴마크,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 열강들에게 종속당해 온 시절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에스토니아 곳곳에는 혼재된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행을 하면서 ‘대체 무엇이 에스토니아의 고유한 문화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사실 에스토니아는 운명적으로 고유의 것을 창조하기보단 받아들이고 재생성하는 데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지정학적으로 교역의 거점이었고, 강대국들의 텃밭이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인구가 사용하는 자신들만의 언어, 에스토니아어를 유지해 온 나라. 그 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자존심이 강했다. ‘왕년을 회상하는’ 방식의 자존심이 아니라 지금을 소중히 여김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문화적으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많이 다르며, 언어와 민족은 북녘의 핀란드와 유사하다. 젊은이들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진 것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다른 점이다. 소련에서 독립한 후, 가파르게 경제 성장을 구가해 온 에스토니아는 MSN 메신저와 스카이프Skype를 개발한 IT 강국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탈린은 물론 지방 소도시의 식당에서도 대부분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할 정도다. 발트 3국 중 유일한 유로 사용국가이기도 하다. 에스토니아의 혼재된 문화는 재래시장에서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발틱역Baltic Station 맞은편에는 러시아식 재래시장이 매일 열린다. 앤티크 제품부터 채소, 과일, 생필품까지 50여 개 상점이 문을 여는데 탈린 시내와는 전혀 다른 구소련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차가운 사람들의 표정마저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린 것만 같다. 발틱역에서 트램으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자리한 옛 공장터 ‘키르부투르크Kirbuturg’에서는 매주 토요일이면 벼룩시장이 열린다. 누가 사 입을까 싶은 낡은 옷가지부터, 고장난 라디오까지 어딘가 익숙한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여름철이면 구시가지의 시청광장에서는 민족 장터도 수시로 열린다. 탈린이 고대부터 교역의 중심지였음을 상징하듯 광장에는 주변 국가의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음식과 수공예품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처럼 다채로운 전통 시장을 체험하려면 반드시 주말을 끼고 탈린을 여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언덕에 올라 부엌을 들여다보아라” 탈, 린. 입에 감기는 발음마저 고혹적인 도시다. 어떤 합리적 연관성도 없지만 그 이름에선 묘한 여성성이 느껴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Old Town의 풍경 또한 그러하다. 덴마크인들이 11세기에 이주해 오면서 도시의 면모를 갖춘 탈린은 13세기에 한자동맹의 중심도시로 번영을 누렸다. 거친 장사꾼들이 드나들며 만들어진 도시가 지금 이처럼 매혹적인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관광지로 변모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중세시대에 탈린은 상인과 일반인들이 거주하던 저지대와 영주나 귀족들이 거주하는 고지대로 나뉘었다. 저지대에는 과거 길드 상인들의 건물들이 식당, 카페, 기념품 상점들로 용도가 바뀌어 보존되고 있으며, 고지대에는 교회와 각국 대사관을 비롯해 부유층의 집들이 있으니 그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탈린은 도시 전체가 평평한 지형으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톰페아 언덕Tompeaa Hill이 해발 40m밖에 되지 않아 도보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구시가지는 어느 입구로 들어서든 풍부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지만 비루 성문Viru gate에서 도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성문을 통과해 100m 즈음 들어가면 북유럽에서 유일하게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구시청사와 시청광장이 펼쳐진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광장 주변 노천카페에서 음식과 차를 즐기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청광장 부근에는 1422년에 문을 열고, 10대째 내려오는 약국이 있고, 카타리나Katariina 골목은 중세 분위기를 가장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부엌을 들여다보아라Kiek in de Koik’라는 엉뚱한 이름의 포수대에는 탈린 성곽의 역사를 알려주는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탈린 시내를 조망하기 좋은 톰페아 언덕에는 제정 러시아 시절의 역사를 반영하는 알렉산데르 네프스키 교회가 화려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돔 성당도 있다. 성당 내부에는 교회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장식품들이 가득해 어수선한 느낌을 주는데 현재는 중세시대의 유물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인들은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까닭에 교회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혹자는 구시가지를 하루에 세 번, 둘러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가한 이른 아침, 이슬 낀 자갈길을 걸어 보고, 한낮에는 박물관, 교회 등을 들러보고, 저녁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 야경을 감상하고, 라이브 카페와 클럽에서 젊은 탈린을 만나 봐야 한다. 구시가지에는 살 만한 기념품도 많다. 먼저 발트 지역의 명물인 호박Amber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구시가지에는 인력거에서 중세 복장을 한 아리따운 여인들이 아몬드에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해 그 자리에서 직접 볶아서 판매하는 가게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으니 선물용으로 훌륭하다. 1 탈린 구시가지 시청광장은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13세기 한자 무역시대의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2 구시가지 곳곳에는 젊은 여인들이 중세 복장을 입고 에스토니아 전통 간식인 볶은 아몬드를 판매하고 있다 3 구시가지는 도보 여행에 좋다. 비루 게이트 입구에서 세그웨이Segway를 빌려 탈 수도 있다 4 탈린 구시가지에는 재치 넘치는 디자인의 간판들이 가득하다 5 구시가지는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자갈길을 걸으면 중세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Festival 전국민이 합창을 하는 나라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들은 많지만 노래를 통해 혁명을 이룬 역사를 가진 민족은 드물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소련이 붕괴되기 전인 1988년, 혁명 기간 중 약 30만명의 시민들이 집결해 소련의 통치에 반대하며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의 일환으로 광장에 모여 노래를 불렀다. 당시 소련은 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위를 진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1991년 결국 독립을 이뤄내기까지 에스토니아는 반폭력 독립운동으로 일관했으며, 소련을 해체시키는 기반을 이뤘다. 비폭력 저항운동의 역사는 발트 3국이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1989년 3국 국민들은 탈린에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까지 인간 띠를 만들어 소련 체제의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렸고 자유를 외쳤다. 25만명이 만든 인간 띠는 ‘발트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 사건은 유네스코에도 유산으로 등재됐다. 에스토니아인들의 노래 사랑은 역사가 꽤 깊다. 탈린에서는 1869년부터 5년에 한번씩 송페스티벌Estonian Song Festival이 개최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에스토니아인들은 합창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탈린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당신도 음악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물론이죠. 송페스티벌에 나간 적도 있답니다’라고 답했다.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 3만명이 합창을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대에 한번쯤 서 보지 않은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 소련 시절,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가 이제는 탈린관광안내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티나Tiina씨는 “1988년, 우리는 결코 약하지 않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노래로 세계에 보여주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노래의 힘을 신봉하는 듯 느껴졌다. 올해의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된 탈린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9월 말, 우리보다 앞서 단풍으로 물든 탈린에서는 디자인 축제와 재즈 축제가 한창이었다. 에스토니아 재즈 밴드의 공연이 펼쳐진 한 클럽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맥주 잔을 들고 조용히 음악을 즐기던 중년의 남성에게 별 뜻 없이 말을 걸었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재즈를 좋아하시나 봐요”, “저는 독일에서 온 교사입니다. 탈린에만 3일째인데 재즈 축제 때문에 왔죠. 에스토니아의 수준 높은 음악문화에 매료됐답니다.” 리듬에 맞춰 잔뜩 흥에 취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진지하게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1 2011 유럽의 문화수도로 선정된 탈린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모두 노래부르길 좋아한다 2 재즈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구시가지의 유명한 극장 본 크롤Von Krahl에서 기타 트리오의 연주가 펼쳐졌다 3 1869년부터 시작된 에스토니아 송페스티벌은 3만명이 합창을 펼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에스토니아는 구소련에 대항해 노래를 부르며 저항한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4, 5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에 선정된 현대미술관 쿠무KUMU는 중세 미술작품부터 최근의 미술 조류를 반영하는 작품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고 있다 6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아내를 위해 선물한 여름 궁전, 카드리오르그 공원의 미술관에는 낭만주의 시대의 명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Museum 표트르 대제가 아내에게 선사한 궁전 문화 수도 탈린에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미술관도 있다. 18세기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아내인 캐서린 1세를 위해 헌사했다는 카드리오르그 공원Kadriorg Park에는 화려한 궁전과 미술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올드타운에서 약 2km 떨어져 있는 공원 일대는 오크 나무와 라일락 나무로 울창한 숲과 호수가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안락한 쉼터로도 이용되고 있다. 목조로 된 바로크 양식의 궁전은 공원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궁전 내부에는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러시아의 16~19세기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대형 홀에는 낭만주의 시대의 명작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어 미술 애호가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공원 뒤켠에는 화려한 꽃들로 수놓여진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은 웨딩 촬영과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도 애용된다고 한다. 카드리오르그 공원에서 얕은 언덕을 따라 오르면 석회석으로 지어진 뾰족한 외관이 인상적인 현대 미술관 쿠무KUMU를 만날 수 있다. 2006년에 문을 연 에스토니아 최대의 미술관으로,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변의 자연 지형과 어우러진 디자인과 독특한 내부 설계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할 만하다. 7개 층에 전시된 작품은 종류도 시대도 매우 다채롭게 구성된 것이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을 연상시킨다. 상설 전시관에는 18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에스토니아 화가들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에스토니아 화풍의 변화와 함께 민중들의 삶의 궤적까지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차 독립(소련 붕괴) 때까지의 작품들도 별도로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관의 작품에는 소련 체제 하에 접어들면서 공산주의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가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60년대부터 모더니즘, 팝아트, 극사실주의 등 당시 유행하던 화풍이 에스토니아라는 특수한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읽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이외에도 매우 실험적인 장르의 미술, 조각, 설치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한나절을 박물관에서 보내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다. 1 시청광장에서 아몬드를 볶고 있는 에스토니아 소녀의 모습 2 탈린 구시가지의 교회나 성벽의 첨탑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뽐내고 있다 3 톰페아 언덕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의 모습. 멀리 발틱해, 핀란드만으로 나아가기 위한 항구도 보인다 4 중세 분위기의 레스토랑 올데한자Olde Hansa는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다 @Lahemaa National Park 라헤마 국립공원 숲, 바다, 늪, 대저택 그리고 완벽한 자연 많은 이들이 에스토니아를 하루 혹은 이틀만 여행하는 것은 ‘탈린 너머의 에스토니아’를 발견하지 못한 까닭이다. 탈린에서 출발해 러시아 방향으로 향하는 1번 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전혀 다른 세상에 다다를 수 있다. 때묻지 않은 늪지대와 울창한 삼림, 중세시대 영주들의 호화로운 저택들이 어우러져 있는 라헤마 국립공원은 1971년 구소련이 지정한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 화려하던 소련이, 그것도 전성기인 70년대에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는 사실만으로 왠지 그럴싸하지 않은가.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늪지대에서 이색 하이킹을 즐겨 보자. 조금 여유가 있다면 중세 영주의 집에서 스파를 즐기며 근사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Viru Bog Trekking 늪지대를 엉금엉금 걷는 재미 에스토니아의 6개 국립공원 중 라헤마 국립공원은 탈린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다.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중세 영주들의 집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탈린과 함께 여행하면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라헤마 국립공원은 대체로 평지에 가까워 가벼운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 바다에서의 카약이나 카누 등을 즐기기에 좋다. 하이킹의 경우,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잘 형성되어 있어 지도만 있으면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다. 해변에서부터 늪지대까지 다채로운 산책로가 있으며, 에스토니아에 서식하는 비버Beaver를 구경할 수도 있는 산책로도 있다. 국립공원에는 50여 종의 포유류가 있다고 하지만 산책 중 이들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양한 산책로 중에서도 늪지대(혹은 습지) 산책로를 선택했다. 습지 하이킹으로 유명한 곳은 비루Viru Raba 지역이다. 공원에 이르자 침엽수림이 내뿜는 공기가 신선하면서도 묵직하게 폐 속으로 침투했다. 숲 속으로 몇 걸음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전신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산소의 밀도가 높았다. 그러나 비루 습지 산책로의 주인공은 침엽수림이 아니었다.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몇백 미터를 들어가자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리고 일견 잔디처럼 보이는 평원이 훤하게 펼쳐졌다. 맨땅에 뿌리를 내린 침엽수가 20m는 족히 넘는 키를 자랑하는 데 반해 늪지대에 나 있는 나무들은 큰 것이 3m 수준이었다. 무릎 높이의 나무 한 그루도 실은 수십년을 자란 것이라고 하니, 흙과는 전혀 다른 습지의 생태가 신기하기만하다. 이곳에서는 습지 위로 걷다가 발이 잠기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식물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통나무를 깔아놓은 3.5km 산책로를 걸어야만 한다. 산책길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작은 연못은 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아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국립공원에는 840종에 달하는 식물군을 볼 수도 있으며, 찰스 다윈이 가장 좋아한 식물이었다는 식충식물도 곳곳에 있어 살아있는 과학교실로 활용되고 있다. Manor House 중세 독일 영주처럼 쉬어 볼까 라헤마 국립공원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재미는 중세 영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매너하우스Manor House를 구경하는 것. 개인적으로 지난 3월, 영국 코츠월드 지방의 매너하우스를 개조한 호텔에서 머문 경험이 있는 터라 매너하우스에 꽤나 매료가 된 상태였다. 유럽의 어느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적어도 하룻밤 정도는 지방의 매너하우스에서 머물러 봐야 한다는 일종의 로망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만큼 높은 기대치를 갖고 찾아본 에스토니아의 매너하우스. 영국의 그것에 비해 절대 뒤쳐지지 않는 화려한 정원과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특히 라헤마 국립공원의 3대 매너하우스로 불리는 팔름세Palmse, 사가디Sagadi, 비훌라Vihula는 전혀 다른 개성을 간직하고 있다. 팔름세 매너하우스는 노랑, 주황으로 채색된 바로크풍 건물이 9월의 낙엽과 어우러져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팔름세는 화려한 정원이 뒤뜰에 펼쳐져 있고, 박물관, 공방, 와인 판매점, 카페, 식당 등이 한 데 모여 있다. 특히 메인 건물에는 18세기 에스토니아 영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초상화, 낡은 피아노, 벽난로, 널찍한 테이블이 있는 살롱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1749년 독일 영주가 살던 사가디 매너하우스는 야생동물, 희귀식물 등 국립공원의 생태를 잘 보여주는 전시관Forest center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매너하우스는 비훌라. 16세기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함에도 골프코스를 갖추고 있고, 스파, 워터파크 등의 시설은 물론 인접한 해변에서 카야킹, 말타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스포츠가 가능하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누구나 로맨틱한 매너하우스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결혼식을 마친 후, 남편이 참나무 한 그루를 매너하우스에 기증하며 아내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뿌리와 함께 묻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참나무가 변치 않는 사랑을 상징하는 까닭이다. 1 습지의 생태는 일반적인 숲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 이끼류의 식물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2 라헤마 국립공원은 살아있는 과학교실이다. 어린 학생들이 선생님을 좇아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3 국립공원은 바다를 면하고 있다. 북극 빙하를 타고 온 퇴적물과 암석들로 해변 지역의 생태 또한 독특하다 4 라헤마 국립공원에는 군데군데 호수가 형성되어 있다.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5, 6 비훌라 매너하우스Vihula Manor house는 가장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중세 영주의 대저택이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매너하우스에서 웨딩 촬영 및 예식을 올리는 것을 동경한다고 전해진다 @Parnu패르누 여름 수도에서 잘 먹고 잘 쉬기 에스토니아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그저 춥기만한 나라’라는 것.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바로 아래 있고, 유라시아 대륙의 서북쪽 끄트머리에 있으니 그런 오해가 있을 법하다. 겨울철에는 영하 20~30도는 예사이고, 오후 3시면 어두워지는 혹독한 겨울나라의 면모를 보이지만 6~8월은 영상 30도 가량의 온화한 날씨에 밤 11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나라로 변모한다. 고로 에스토니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철은 여름이며, 남쪽의 해변도시 패르누Parnu는 여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탈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을 달려 패르누에 도착했다. 거리상 129km밖에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탈린에 비해 공기가 훨씬 온화한 느낌이다. 패르누는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는 수식어처럼 널따란 백사장이 있는 해변을 끼고 있다. 9월 말, 해변에는 산책을 나온 몇몇 사람들만 눈에 띄었을 뿐 백사장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 그렇다고 패르누의 여행 시즌이 마감된 것은 아니었다. 패르누에는 19세기부터 스파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해 자국민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와 동유럽 지역에서도 스파를 즐기기 위한 여행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스파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리조트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스파와 마사지,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으니 에스토니아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패르누에서는 건강을 위한 웰니스 스파Wellness Spa와 치료 목적의 메디컬 스파Medical Spa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스트랜드 호텔Strand Hotel & Conference에서 진흙팩 트리트먼트를 받았다. 75분 동안 사해 머드를 온 몸에 바르고 나니 피부가 수분을 단단히 머금었고, 노폐물과 몸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듯했다. 유럽에서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고 39유로(약 6만2,000원)만 지불하면 된다는 사실도 새삼 놀랍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오일 마사지 등도 30유로 선에서 받아 볼 수 있다. 스파 에스토니아Spa Estonia와 같은 메디컬 스파 호텔에서는 각종 질병 진단을 10유로 수준에서 받아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중국식 마사지, 태국식 마사지부터 벌꿀 마사지까지 취향대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그로테스크한 호텔을 가득 채운 선율 패르누는 완벽한 휴양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음식도 단순히 먹고 배부르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우리 몸에 유익한 오거닉 푸드가 어울린다. 형형색색의 목조 건물들이 아름다운 올드시티에는 문을 연 지 2년 만에 에스토니아 50대 식당으로 선정된 오가닉 카페 ‘마헤딕Mahedik’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어 찾아보았다. 탈린에서 수십년간 호텔에 종사했던 에비 큐식Evi Kuusik씨는 오가닉 푸드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고향인 패르누로 돌아와 가게를 열었다. 직접 농부들로부터 채소와 육류를 구매하고, 어부들로부터 생선을 공급받아 신선한 재료와 빼어난 맛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연어 샐러드와 엘크 고기로 만든 파스타를 맛보았다. 과일주스부터 디저트로 먹은 파이까지 몸에도 좋은 것이 맛까지 훌륭했다. 큐식씨는 “사실 오가닉 푸드라는 게 대단할 게 없어요. 패르누에서 어릴 적부터 먹어 왔던 것을 되살리는 일을 한 것뿐이죠”라고 맛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이 식당의 사장은 큐식씨의 딸 에벌린Evelin Kuusik이다. 흥미롭게도 그녀는 한국에서 패션모델로 활동했다고 한다. 빼어난 미모의 모녀가 운영하는 마헤딕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피아노, 클라리넷 등의 소박한 공연도 열린다. 흥미롭게도 이 낯선 땅, 그것도 조그만 마을에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사람을 또 한 명 만났다는 사실을 그저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패르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럭셔리 호텔 아멘데 빌라Ammende Villa에서 묵는 밤. 운이 좋게도 영국의 유명 기타리스트인 제이슨 카터Jason Carter의 공연을 보게 됐다. 그는 평양에서 공연을 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음악으로 북한 사람들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관객들과 공유했는데, 공연이 끝나고는 ‘남한’에서 온 나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곤 이메일을 보내 왔다.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더 소상하게 얘기해 주고 싶다는 메시지와 함께…. 결국 제이슨 카터 덕분에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을 뿐 아니라 패르누에서의 추억도 더욱 애틋하게 간직하게 됐다. 유명 뮤지션의 공연을 보는 것도 큰 행운이었지만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대저택, 그러니까 무대 뒤편에는 뿔 달린 사슴 박제가 걸려 있고, 마룻바닥을 밟을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이방의 공간에서 멜랑꼴리한 음악을 듣는 기분이란 참 기묘했다. 공연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왔다. 널찍한 욕조에서 반신욕을 즐기고, 자작나무 향이 짙게 풍기는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피곤을 풀었다. 에스토니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포근하고 로맨틱하게 저물었다. 1 패르누는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먹고, 잘 쉬기 위한 모든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최근에는 오가닉 푸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2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스파를 체험할 수 있는 스트랜드 호텔 & 스파 3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안락한 분위기의 카페 4 여름철이면 패르누는 전국에서 모여든 휴가객과 북유럽 여행객들로 붐빈다. 고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해변에서는 여느 휴양지에 비해 상업적인 냄새가 덜 느껴진다 5 패르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아멘데 빌라. 1905년 독일인 부호가 딸의 결혼식을 위해 지었으며, 이제는 사우나 달린 객실,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지는 럭셔리 호텔로 변모했다 6 도심 가운데에 자리한 작은 공원에는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밀도 높은 산소를 내뿜고 있다 7 소박한 분위기의 카페 풍경 Travel to Estonia ▶에스토니아 여행팁 탈린 카드Tallinn Card 탈린 여행의 필수품이다. 6시간(12유로), 24시간(24유로), 48시간(32유로), 72시간용(40유로)이 있으며, 카드 한 장이면 대중교통, 박물관, 스파·사우나 입장은 물론 가이드 투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탈린 호텔과 라헤마 국립공원 투어 등은 할인이 가능하다. 탈린관광청 웹사이트(www.tourism.tallinn.ee/fpage/tallinncard)에서 사전 구매도 가능하며, 주요 호텔 및 관광안내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전압 우리나라와 같은 220V를 사용한다. 화폐 1유로는 약 1,601원(10월 기준). 크룬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기후 6~8월에는 최고기온 30도 정도로 따뜻하며, 11월부터 3월까지는 평균 기온이 영하로 매우 추운 편이다. 여행을 하기에는 5~9월 사이가 좋다. 무선인터넷 에스토니아는 EU 국가 중에서도 IT가 가장 발전된 나라다. 대부분의 호텔과 식당에서 WIFI를 무료로 제공한다. ▶Food 영부인이 재유행시킨 검은 빵 에스토니아는 열강들의 통치를 받은 역사가 긴 만큼 음식 문화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대통령 영부인이 흑빵을 굽는 모습이 TV에 노출되면서, 이 전통 빵이 큰 유행을 타고 있다. 어느 식당을 가든 흑빵을 먹어 볼 수 있다. 탈린 시청광장에 자리한 올데 한자Olde Hansa는 15세기 한자 시대의 분위기로 에스토니아 전통식을 제공하는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각종 곡물과 육류, 북유럽에서 즐겨 먹는 연어의 맛도 훌륭하지만 인테리어부터 음악, 점원들의 복장까지 완전히 중세풍으로 연출해 이색 체험 차원에서도 추천할 만하다. www.oldehansa.ee 라헤마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어부들의 마을 ‘알트야Altja’에 있는 에스토니아 전통식당 알트야 코르츠Altja Korts는 앞바다에서 잡힌 청어요리가 주를 이루며, 막걸리 맛과 흡사한 러시아식 전통음료인 크바스Kvass의 맛이 훌륭하다. www.altja.ee ▶Hotel 이왕이면 핀란드식 사우나 달린 호텔 탈린에서는 올드타운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호텔을 잡는 게 편리하다. 수영장, 사우나를 무료로 제공하는 호텔이 많으니 예약 전 확인하는 게 좋다. 올드타운 비루 게이트 앞에 위치한 노르딕 호텔 포럼Nordic Hotel Forum이 가격, 접근성, 서비스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www.nordichotes.eu 패르누에서도 사우나, 스파 시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으며, 도시의 역사를 대변하는 아멘데 빌라Ammende Villa는 아르누보풍의 웅장한 분위기 속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www.ammende.ce FINNAIR 에스토니아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우리나라에서 에스토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지만 항공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핀에어를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사’인 핀에어는 서울과 헬싱키를 9시간 만에 연결하며, 헬싱키에서 탈린까지는 35분만에 연결된다(헬싱키에서 페리를 이용할 경우, 탈린까지 2~3시간이 소요된다). 핀에어는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안전 사고를 일으킨 적 없어 매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선정되고 있으며, 각종 매체로부터 ‘북유럽 최고 항공사’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항공사 TOP 5’에 꼽히기도 했다. 개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 개인 노트북 연결 콘센트 및 USB 연결장치를 탑재하고 있고, 비즈니스석에는 180도 젖혀지는 침대형 좌석을 도입했다. 특히 한국 승무원 탑승, 비빔밥, 불고기 등 한식 기내식 제공, 한국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한국 승객들을 배려한 기내 서비스는 한국 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헬싱키 반타 공항 역시 유럽 공항에서는 최초로 한국어 표지판을 설치해 환승 및 공항 이용의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www.finnair.co.kr 02-730-0067
  • 겨울철, 아동복 예쁘게 입으려면 ‘레이어드’ 필수

    겨울철, 아동복 예쁘게 입으려면 ‘레이어드’ 필수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감기에 쉽게 걸린다. 이 때문에 평소 따뜻하게 옷을 입는 것이 좋다. 엄마들은 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두툼한 옷으로 아이들을 추위에서 지켜내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무턱대고 두툼한 옷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두툼한 옷은 아이의 움직임을 둔하게 해 유연한 움직임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부자연스럽게 답답한 외투 때문에 넘어질 수도 있다. 아동복 전문가들은 겨울철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내의에서부터 꼼꼼하게 한 겹씩 겹쳐 입히는 것을 추천한다. 피부와 직접 닿는 속옷은 땀 흡수를 잘하는 순면소재의 속옷이나 내의가 좋다. 그 위로는 폴라티나 단색의 티셔츠가 좋다. 기본으로 받쳐입는 아동복은 화려한 패턴보다는 단순한 디자인이 좋다. 또 그 위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 수 있는 니트티나 후드티를 겹쳐 입을 수 있다. 한파가 몰아닥칠 경우를 대비해 누빔야상점퍼 머플러를 추가해도 좋다. 하의는 내복이 옵션이 아니라 기본이다. 바지를 입힐 때 내복을 챙겨 입히거나 기모레깅스, 니트레깅스를 입히면 실외에서도 따뜻하게 생활할 수 있다. 보세아동복 전문 키즈밴드의 전만석 대표는 “레이어드(겹쳐 입기)는 잘만 이용하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타일인데 겨울에는 실용성까지 더한다”며 “두툼한 외투를 입히는 것보다 얇은 옷을 몇 겹 더 겹쳐 입는 쪽이 옷 속의 공기층 덕분에 더욱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겨울철이 가까워오자 따뜻한 기모, 니트, 모직제품이 가장 잘 나가는 편”이라고 밝힌 전대표는 “특히 보세아동복은 심플하면서도 독특한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독특한 스타일을 찾는 엄마들이 많이 찾는다. 또한 남대문 아동복은 품질면에서도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해 사랑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치유의 메시지… 에세이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 남지심 작가

    [저자와 차 한 잔] 치유의 메시지… 에세이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 남지심 작가

    세상은 늘 우리에게 무한경쟁이니, 도태니 하는 말을 내세워 나가 싸우라고 등을 떠민다. 그렇게 전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전진 명령만 입력된 로봇처럼 달려가기 바쁘다. 왜 달리는지 어디를 향해 달리는지도 모르는 채…. 또 누가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지어낸 욕망에 치여 수렁 속으로 뛰어든다. 그러다 보니 사색이나 자기 성찰은 사치가 된 지 오래다. 그런 세상에 쉼표 하나를 가만히 내려놓으며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토닥거려 주는 이가 있다. 에세이집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모루와 정 펴냄)를 낸 소설가 남지심씨. 그는 책을 통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일깨워 준다. 남지심이라는 이름에서 바로 ‘우담바라’라는 단어를 연상하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까지 내놓은 4권이 150만부 이상 팔린 소설 우담바라. 바로 그 책을 쓴 작가다. 긴 세월 재가 수행자로 살아온 그를 만나 침묵 끝에 내놓은 휴식과 치유의 메시지를 들어 봤다. 책 제목이 왜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냐는 질문에 오랜 명상의 정수가 대답으로 돌아온다. “톨스토이는 82세에 가족과 작별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전 그게 무척 궁금했어요.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왜 그 나이에 집을 떠났을까. 결국 구원을 얻은 답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세상에 자신을 던져 넣는 그 비장함이, 도솔천을 떠나 흰 코끼리의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온 석가모니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가르치거나 이 길이 옳은 길이라고 손을 끌어당기지는 않는다. 세월 속에서 터득한 지혜와 먼저 걸어간 사람들의 발자취에 담긴 향기를 담백하게 전해줄 뿐이다.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느냐는 질문에 애당초 목적을 갖고 쓴 건 아니라고 손사래 친다. “위선이나 가식이 아닌 진실한 이야기들을 담아 두고 싶어서 조금씩 써놓았던 글들입니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누구에게나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으려는 간절함이 있어야 된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그마저도 없다면 수고로움에 비해 너무 부질없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글 한 편 한 편은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포근하다. 산골 마을 바보 부부의 진정 행복했던 삶, 소록도에서조차 밀려났던 한센인 청년과 벽안의 수녀 사이에 피어난 사랑 이야기, 지하철에서 부끄러웠던 순간…. 밀리언셀러로 이름을 날린 뒤 작가로서의 삶은 어땠을까. “우담바라 4권을 쓸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아편이라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탈고한 뒤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지요. 게다가 쉰 살을 넘기면서 사랑은 실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소설의 근본이 사랑인데,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니 쓸 수가 있나요. 삶은 성숙됐지만 작가로서의 에너지는 상실한 셈이지요.” 그 후 고승의 일대기 등을 집필해 왔지만 본격적인 소설은 쓰지 못했다. “돌아보면 제 삶의 바탕은 소설이 아니라 종교였어요.” 운명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 특별히 안타까워하는 기색은 없다. 좌절하고 방황하는 젊은이, 특히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남겨 달라는 요청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실패를 통해서 비로소 인생을 이해하게 됩니다. 절망과 분노와 고독의 징검다리를 건너 봐야 삶의 본질을 알고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지요. 주위에서 자꾸 일깨워 줘야 합니다.” 글 이호준 편집위원 sagang@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자동차 월동준비 이것은 꼭 체크하세요

    자동차 월동준비 이것은 꼭 체크하세요

    어느새 포근한 코트의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옷을 챙기는 것처럼 겨울철이 오기 전 꼭 살펴봐야 하는 것이 자동차다. 한파가 닥쳤을 때 후회하지 말고 미리 점검해야 할 사항을 알아보자. ① 겨울철 부동액 점검 필수 우리가 흔히 공기의 중요성을 잊고 살듯, 자동차에서도 부동액의 역할 또한 쉽게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부동액은 냉각수를 얼지 않게 하고, 라디에이터 및 관련 부품의 부식을 방지하므로 겨울철을 앞두고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겨울철 부동액과 냉각수의 비율은 50대50이 적당하다. 직접 부동액 원액을 주입할 때, 결빙 온도는 낮아지지만 점도가 너무 높아 엔진과열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② 공기압 등 타이어 점검 낡은 타이어는 겨울철 빙판길이나 눈길 대형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다. 타이어값이 만만치 않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무조건 교체해야 한다. 또 겨울철에는 공기가 수축돼 타이어의 공기압이 낮아져 펑크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타이어 공기압은 수시로 카센터에서 점검을 해줘야 한다. 스노 체인을 미리 트렁크에 준비해 놓는 것도 겨울철을 안전하게 나는 지혜다. ③ 배터리는 3년에 한 번씩 교체 겨울철 추운 날씨로 인해 시동이 금방 걸리지 않는다면 배터리의 이상이 대부분이다. 배터리는 2~3년 주기, 거리로는 5만~6만㎞를 탔다면 바꿔주는 것이 좋다. 배터리는 기온이 내려가면 전해액(배터리에 들어가는 용액)의 비중이 낮아지게 된다. 전해액의 비중이 낮아지면 시동전압도 함께 낮아져 시동이 잘 걸리지 않게 된다. 배터리의 상태는 대부분 배터리 상단 부분에 있는 인디케이터(표시기)를 보면 알 수 있다. ④ 히터 필터 주기적으로 교환 겨울철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동차 장치는 히터다. 운전자들은 히터를 사용하면서 자동차 내부 필터를 교체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량용 내부 필터는 엔진 에어 필터와 달리 여과지 면에 정전력을 부여하여 정전기의 힘으로 미세먼지를 붙잡는 방식이다. 이 정전력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소멸되므로 필터의 오염 정도를 떠나 주기적으로 교환해 주는 것이 좋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30여 년간 3000만명 프리 허그한 여성 누구?

    전 세계를 돌며 프리허그를 통해 자신의 평화적 메시지를 전달해 온 인도 힌두교 여성지도자 마타 암리타난다마이(57)가 지금까지 안아 준 사람이 3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 선이 18일 보도했다. 그녀는 인도에서 마더 테레사 이상의 성인이자 정신적 지도자를 뜻하는 ‘구루’(Guru)로 추앙받으며, 남인도어로 ‘엄마’를 뜻하는 ‘암마’(Amma)로 불린다. 어렸을 때부터 타인을 배려하고 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던 암마는 20살 무렵 명상을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안아주는 ‘수행’을 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암마의 포옹을 받은 이들은 엄청난 에너지 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소문이 퍼지면서 암마는 구루로 추앙받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그녀의 포옹을 받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러셀 브랜드와 샤론 스톤도 암마의 포옹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녀가 나타나는 곳에는 언제나 수 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와 장사진을 이뤘다. 암마는 1년 중 6개월을 전 세계를 돌며, 하루 18시간 동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안아주며 에너지와 메시지를 전파한다. 암마가 3000만 명 째 포옹을 한 곳은 영국 런던이다. 그녀의 포옹을 받은 한 인도인은 “그녀의 품은 마치 엄마에게 안긴 듯한 포근함 외에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운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돌며 그녀의 포옹을 돕는 봉사자만해도 250여명. 암마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1300개의 병상을 갖춘 병원과 의과 대학, 빈민들을 위한 주택 3만 여 채, 인도 전역에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학교 수 십 곳 등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 자선단체는 자발적 후원금으로 운영되며 그녀의 강연과 포옹은 모두 무료이다. 사진=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암마’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고사장·수능 이모저모

    고사장·수능 이모저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0일은 전국적으로 포근한 날씨를 보여 수험생들은 대부분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일부 수험생들은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시험을 치르는 등 이색 풍경이 연출됐다. 고사장 앞에서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과 새벽부터 진을 친 후배들의 열띤 응원이 펼쳐졌다.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에는 새벽부터 환일고, 용산고, 장충고 재학생 등 100여명이 모여 선배들을 응원했다. 환일고 1학년 이한솔(16)군은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새벽 1시에 나왔다.”면서 “선배들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여고 시험장 앞에는 ‘수능 대박 뿌잉뿌잉’, ‘나는 12학번이다’ 등 최신 유행어를 패러디한 응원 현수막이 나붙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가슴을 졸이며 자녀들을 기다렸다. 수험생 입실이 끝나 교문이 닫힌 뒤에도 담장 너머 교정에 시선을 고정했다. 중앙고 앞에서 만난 김선(49·여)씨는 “아들이 중이염 때문에 귀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면서 “실수 없이 차분하게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이름이 같아 고사장을 잘못 찾은 학생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인창고에서 시험을 치러야 할 한 남학생이 경기 구리 인창고로 착각해 잘못 찾아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학교 측은 이 학생을 위해 별도 시험실을 마련하고 시험지를 긴급 공수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서 아슬아슬한 수험생 ‘수송 작전’이 펼쳐졌다. 경기 고양시 화정지구대 경찰은 할머니상을 당해 가족들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지체장애인 학생을 시험장으로 긴급 이송했으며, 부천에서는 오전 7시 40분쯤 원종동 사거리에서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추돌사고를 일으켰으나 다행히 수험생은 크게 다치지 않아 경찰차로 시험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늦잠을 자거나 교통이 막히는 바람에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한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신체장애를 딛고 수능에 도전한 수험생들도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배정한 서울 종로구 경운동 경운학교에서는 수험생들에게 침대를 배정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고, 점심도 학부모들과 먹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광주 남구 주월동 선명학교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온 시각장애 남학생 등이 모여 시험을 치렀다. 외국 언론들은 한국 입시의 이색적인 모습을 앞다퉈 취재했다. 중국의 신화통신과 일본의 아사히TV, 카타르 민영 방송사 알자지라 기자들이 이날 시험장을 찾아 한국의 독특한 수능일 풍경을 기사화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끼리끼리 모여 담배를 피우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에서 시험을 본 양재고 3학년 김서윤(18)양은 “시험이 끝나 후련하다.”면서 “일단 푹 잔 다음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기대보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 우울하다.”면서 귀가를 서둘렀다. 한편 전남 해남군의 한 아파트에서는 고3 수험생 A(19)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A군이 수능시험을 마치고 집 근처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신진호·김진아·김소라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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