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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스를 말하는 7가지 키워드

    스위스를 말하는 7가지 키워드

    한번쯤 가보고픈 조용한 마을,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어디선가 걸어 나올 것 같은 작고 아기자기한 스위스 시골마을들을 모았다. 스위스에만 있는 아름다운 하이킹코스에서부터 시계 명가, 와이너리, 치즈, 산악열차, 온천, 수도원 등 각 마을엔 스위스를 말하는 7가지 이야기가 녹아 있다. 2 쉴트 호른을 오른뒤에 뮈롄까지 하이킹을 하며 내려오다 마주친 풍경 3 리기 쿨름의 레스토랑 안에서 본 모습 4 ARB산악열차 1.하이킹 벵엔+뮈렌 동화 마을서 즐기는 융프라우 하이킹 라우터브루넨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있는 마을 벵엔Wengen과 뮈렌Murren은 모두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 두 마을은 여러가지로 닮은 점이 많다. 계곡의 낭떠러지 위에 동화 속 마을처럼 자리한 점이나, 체르마트처럼 휘발유 차가 다닐 수 없는 청정마을이라는 점이 그렇다. 또 벵엔에서 맨리헨으로, 뮈렌에서 쉴트호른으로 오르면 융프라우와 묀히, 아이거로 대표되는 알프스 3개 산의 웅장한 전망을 대면할 수 있다. 벵엔과 뮈렌에서 시작하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는 알프스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벵엔은 융프라우와 쉴트호른 어느 쪽으로든 편리하게 갈 수 있는 관광의 거점이다.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클라이네 샤이덱까지는 등산 철도로, 인기있는 전망대인 맨리헨까지는 케이블로 바로 연결되는데, 이곳들에서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벵에른알프로 가는 1시간 반 거리의 코스도 있고, 맨리헨에서 출발해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돌아오는 33번 코스도 있다. 이 33번 코스는 융프라우에서 풍경이 좋기로 소문난 코스인데, 아이거 북벽을 감상하기에 좋은 루트다. 모두 운동화만 신고도 갈 수 있을 만큼 평탄하고 산의 측면을 걷는 코스라서 어렵지 않게 하이킹의 진면목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알프스의 세 고봉 리기·필라투스·티틀리스 하이킹 루체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리기와 필라투스, 티틀리스 산의 하이킹 코스는 기가 막히게 멋지다. 루체른에서 아르트골다우 역까지는 국철을 타고 아르트 골다우에서 리기 쿨름까지는 ARB산악 열차를 탄다. 뾰족 한 안테나 탑이 세워져 있는 리기산의 정상에 오르면 360도로 펼쳐지는 알프스의 전경을 한번 더 눈에 담을 수 있다. 내려올 때는 리기 칼트바드까지 상쾌한 하이킹 코스를 즐기고, 웨기스까지는 케이블카를 탄 뒤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인기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유명한 필라투스는 알프스의 깊은 숲을 체험하기에 제격이다. 필라투스 쿨름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일몰과 일 출을 맞이하는 가슴 벅찬 경험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유람선, 톱니바퀴 열차, 케이블카 등을 이용하는 ‘골든 라운드 트립Golden Round Trip’으로 필라투스의 모든 매력을 샅샅이 느껴 볼 수도 있다. 특히 중간역인 프래크뮌테그 역에서 허리에 벨트를 착용하고 공중 다리를 건너거나 로프를 타고 내려가는 스릴 만점의 자일파크는 필라투스 여정에서 가장 짜릿한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해발 3,020m의 빙하 천국 티틀리스는 1년 내내 만년설과 빙하를 체험할 수 있는 산이다. 1년 내내 눈과 관련된 스포츠를 할 수 있고,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빙하 트레킹이 가능하다. ▶한 걸음 더, 쉴트호른 융프라우와 묀히, 아이거를 비롯, 200개가 넘는 봉우리들을 바라볼 수 있는 쉴트호른에 오른 뒤, 뮈렌으로 내려오는 하이킹 코스도 멋지다. 이 코스는 알멘트후벨 역에서 뮈렌 케이블 역을 연결하는 코스라 알멘트후벨 역에서부터 시작된다. 소요시간은 50분이 채 안 되지만, 코스는 단조롭지 않다. 대부분 내리막길이라 무난하면서도 코스 후반부에 살짝 급경사가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쉴트호른 코스 중 하나로, 거대한 산들 아래로 띄엄띄엄 있는 샬레와 푸른 초원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코스 후반부에서 시끄럽게 들리던 카우벨 소리를 따라 소떼 목장에 들렀던 일도 생생하다. 온몸으로 자연을 직접 체험하는것만큼 순수하고 건강한 여행도 없을 것이다. ▶유서깊은 리기 쿨름 호텔Rigi Kulm Hotel Restaurant 리기 쿨름 호텔은 1816년에 오픈한 유서 깊은 호텔이다. 이 호텔의 레스토랑은 역에서 내린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쳐진 알프스의 고봉들을 병풍 삼아 차 한잔을 마시거나 점심을 먹는 장소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19세기부터 산을 오르던 귀족들의 모습을 1816이란 숫자와 함께 초콜릿에 새긴 다양한 디저트가 특히 눈길을 끈다. 리기산의 일출을 보는 장소로도 최고다. 주소 CH 6410 Rigi Kulm 문의 +41-41-880-1888 www.rigikulm.ch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2.치즈 작고 예쁜 치즈 마을 아펜젤 생 갈렌에서 열차로 40여 분 정도 가면 나오는 작은 마을 아펜젤은 꼭 시간을 내서 가볼 만한 곳이다.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는 초록빛의 언덕과 소들이 있는 전원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알프스 알프슈타인 봉우리로 들어가는 초입에 자리한 아펜젤에는 스위스의 목가적인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 그 유명한 ‘아펜젤러 치즈’가 생산된다. 스위스의 3대 치즈 지방 중 한 곳으로 마을에서는 전통의상을 입은 목동과 큰 종을 목에 단 소들의 행렬을 그린 장식들을 건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매년 봄이면 소를 끌고 산으로 올라가서 여름 내내 치즈를 만들고 내려오는 목동들의 소몰이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또 마을에서는 모든 주민이 1년에 한 번씩 모여 마을의 법들을 정하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 ‘란츠게 마인데’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아펜젤은 가장 스위스답고 보수적인 지방이다. 지역의 특산물로는 아펜젤 치즈 못지않게 아펜젤러 맥주도 유명하다. 매콤한 아펜젤 전통 고기인 모스트브로클리Mostbrockli와 허브차의 일종인 아펜젤 알펜비터Alenbitter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들을 파는 전문 숍에 들러 숙성기간이 다른 치즈와 햄들을 시식하고, 바에서 아펜젤산 맥주를 마시는 음식 투어도 가능하다. 색과 문양이 아름다운 오래된 집과 골목길을 걷고 전통 제조법에 따라 만든 다양한 지역 음식을 맛보고 각종 허브 꽃이 그려진 약국을 오가는 사이 여행자는 오감은 물론 마음까지 위로받게 된다. 1 봄과 가을에 소몰이 전통 행사가 열린다 2 시옹성 3 로잔 4 몽트뢰에서 출발하는 기차에 오르면 치즈 공장과 그뤼에르 성, 초콜릿 공장을 방문할 수 있다 5 와인과 호수를 함께 품은 라보 3.와인 알프스를 따라 걷는 포도밭 산책 레만호 드넓게 펼쳐진 호수 위로는 햇살이 부서지고 새하얀 알프스 봉우리를 마주하는 언덕 위로는 촘촘한 포도밭이 향기로운 곳, 바로 레만호 지역이다. 레만호 지역에는 국제 도시 로잔Lausanne을 비롯해 프레디 머큐리가 ‘모든 이를 위한 천국’이라 칭한 몽트뢰Montreux, 찰리 채플린이 여생을 보냈던 브베이Vevey가 있다. 로잔의 도심은 해발 고도 500m 위에 자리하고 있는 반면, 로잔의 선착장인 우쉬Ouchy 호반지역은 도심에 비해 100m 이상이 낮아 도시 전체가 독특한 언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도심에 자리한 생 프랑소와 교회에서 시작해 마르쉐 계단을 올라 노트르담 대성당에 오르면 로잔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스위스룰’이라는 무료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활용하면 로잔 도심 꼭대기에서 자전거를 타고 IOC 위원회가 있는 비디까지 올림픽 길을 따라 신나는 다운힐을 체험할 수 있다. 레만호반을 따라가는 길도 운치 있다. 자전거를 반납할 때는 메트로를 타고 이동하면 편리하다. ▶스위스 전통 쿠키 아펜젤러 비버Appenzeller Biber 아펜젤러 비버는 속에 아몬드 페이스트를 넣은 독특한 진저브레드로, 수백년 전부터 만들어 온 전통 음식이다. 쿠키로 만들어 크리스마스에 먹기도 하는데, 두툼한 빵의 앞면에는 장식용 틀을 이용해 문양(주로 곰 문양)을 새긴다. 비버를 만드는 많은 가게들 중에서도 Laimbacher 브랜드의 비버가 유명하다. 내부는 작은 과자점에 불과하지만, 야외 테라스에 테이블이 여럿 있다. 주소 Weissbadstrasse 3 9050 Appenzell 문의 +41-71-787-1744 www.laimbacher.ch ▶알프스 우유를 담은 스위스 치즈 아펜젤러Appenzeller | 스위스 동북부 아펜젤 지역에서 생산되는 풍미있는 치즈로 스위스를 대표하는 고급 치즈 중 하나다. 700여 년 전부터 문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에멘탈러Emmentaler | 스위스 대표 치즈로 베른주에 있는 엠메 계곡에서 생산돼 에멘탈러라고 불린다. 13세기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치즈로 오늘날의 에멘탈러는 까다롭게 선정된 약 200여 개의 치즈 공방에서 생산된다. ▶스위스 와인 스위스 와인의 최대 생산지는 발레주이고 두 번째 생산지가 바로 라보 지역이다. 스위스 연간 와인 생산량은 평균 1억 1,000리터로, 보통 한 병에 750ml인 것을 감안하면 약 1억 4,700만 병 정도를 생산한다고 볼 수 있다. 스위스 대표 품종에는 화이트로는 샤슬라와 뮐러-투르가우, 실바네르가 있고, 레드로는 삐노 누이, 가메이, 메를로가 있다. ▶포도밭 사이 향기로운 소풍 라보Lavaux 로잔에서 아르누보 양식의 증기선을 타고 라보의 포도밭까지 가는 방법이 무척 낭만적이다. 브베이에서는 쉐브레Chexbres로 향하는 와인 기차도 출발한다. 언덕 위에 넓게 펼쳐져 있는 포도밭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샤슬라 품종의 화이트 와인을 시음하며 그림같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라보 포도밭 사이사이를 보여주는 꼬마 기차를 타 보는 것도 즐겁다 4.산악열차 화려한 눈꽃열차 베르니나 특급 생모리츠St. Moritz는 스위스의 명물 파노라마 기차인 빙하특급Glacier Express과 베르니나 특급Bernina Express 등 인기 절경 루트의 발착 지점이다. 래티슈 철도Rhatische Bahn: RhB가 운영하는 베르니나 특급Bernina Express은 알프스를 통과하며 알프스 깊숙히 감춰진 설경을 보여 준다. 생모리츠를 출발해 웅장한 빙하지대를 지나며 알프스의 가장 높은 지점들을 통과하다가 야자수를 볼 수 있는 이탈리아의 티라노까지 하강 여정을 계속한다. 55개의 터널과 196개의 다리, 1m당 70mm의 하강 곡선을 그리는 여정이 이어진다. 베르니나 특급의 하이라이트는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구간, 즉 란트바써 비아둑트 다리와 나선형으로 굽이치며 하강 곡선을 그리는 베르귄과 프레다 구간을 꼽을 수 있다. 전 구간을 여행할 수 없을 경우,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알프 그륌까지 다녀오는 구간을 추천한다. 알프 그륌 역사 레스토랑에서는 퐁뒤를 즐길 수 있다. 여름에 한해, 티라노에서 스위스 이탈리아어권인 루가노까지 이어지는 버스가 운행된다. ▶자상하고 세심한 스위스 기차 열차시간표 | 현지에서 열차시간표가 궁금하다면 기차역 안내소 혹은 승무원에게 문의하면 된다. 시간표 및 환승역을 프린트해 준다. 스마트폰을 활용해도 편리하다. 체크인 & 플라이 레일 배기지 | 스위스 주요 기차역에서 항공 체크인을 하고 보딩패스까지 받을 수 있으며 수하물도 부칠 수 있다. 미리 가능한지 확인하도록 한다. 짐 운반 서비스 | 스위스 각 역에서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짐을 운송해 주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하물 한 개당 CHF20이다. 짐보관 | 각 역에는 로커가 마련돼 있어 가벼운 몸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용료는 작은 짐이 CHF5, 큰 짐이 CHF5~8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생모리츠의 스키장 함박눈이 포근히 내려앉은 전나무숲과 꽁꽁 얼어붙은 산상 호수, 기품 있는 호텔과 세계적인 브랜드숍이 모여 있어 화려한 겨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생모리츠는전형적인 스위스 알프스의 풍경을 보여 준다. 온화하고 청명한 날씨가 특징인 ‘샴페인 기후’로 유명한데, 연평균 일조량이 322일이나 된다. 두 번의 동계 올림픽과 스키 월드컵을 개최하는 등 윈터 스포츠의 천국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올림픽 스키 슬로프와 드넓은 컨트리 스키 트레일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총 350km에 달하는 생모리츠의 스키장에서는 클래식한 스키를 맛볼 수 있다. 코르빌리아, 코르바취와 디아볼레짜는 스키어들을 유혹하는 대표적인 스키장으로 총 60대의 스키 리프트 시설이 고도 1,800m에서 3,300m까지 설치되어 있어 스키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생모리츠 관광청 www.stmoritz.ch 베르니나 특급 www.rhb.ch 1 베르니나 특급열차 2 생모리츠 마을의 명물, 리닝 타워 3 생모리츠는 스위스의 알프스 풍광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마을이다 4 고르너그라트로 가는 길 5 고르너그라트 정상에서 보이는 마테호른 6 체르마트의 메인거리인 반호프 거리 알프스 여행의 베이스캠프 체르마트 스위스 최고의 청정마을 체르마트. 자동차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차를 가져온 여행자는 중간역인 테슈(체르마트에서 5km)의 주차장에 차를 놔두고 열차를 이용해 체르마트로 들어올 수 있다. 마을 안에서는 전기 택시와 마차가 다닌다. 무엇보다 마을 어디에서나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마테호른(4,478m)의 위풍당당한 풍경이 멋지다. 스위스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마테호른은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심볼로 유명하며, 그 어떤 고봉들보다 독특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알프스 최고의 명봉이다. 체르마트는 이 마테호른을 품고 있는 알프스 여행의 거점이다. 체르마트에서는 마테호른을 감상하기 위해 오르는 다양한 루트가 인기다. 등산철도를 타면 리펠알프와 고르너그라트에, 케이블카를 타면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에 오를 수 있다. 리펠알프는 고르너그라트로 향하는 중간 역인데, 이곳에서 조금 더 오르면 삼림 한정지역이므로 아름다운 숲을 즐기고 싶다면 리펠알프에서 머무는 것이 좋다. 기차를 타고 높이 3,089m 고르너그라트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마테호른 관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오르막길의 완만한 능선 속에 가파르게 박혀 있는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정상에 오르면 몬테로자에서 마테호른까지 이어지는 4,000m급 명봉들과 고르너 빙하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이른 새벽에 올라와 마테호른의 일출을 즐길 수도 있고, 쿨름 호텔에서 식사를 하며 일몰을 감상할 수도 있다. 또 겨울에는 고르너그라트에 스키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산악기차가 호텔리, 슈토크호른 등 더 높은 곳까지 운행되며, 짜릿한 스키 & 스노보드 등의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마테호른이 보이는 풍경 슈바이처호프 체르마트Schweizerhof Zermatt의 객실에서는 대부분 마테호른이 보이는 전망을 누릴 수 있다. 체르마트역에서 5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114개의 객실을 갖춘 4성급 호텔이다. 지어진 지 오래돼서 세련된 멋은 없지만 아늑함이 넘치고, 스위스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Schwyzer Stubli’는 체르마트의 명소로 통한다. 주소 Bahnjofstrasse 5 3920 Zermatt 문의 +41-27-966-0000 www.schweizerhofzermatt.ch/en/schweizerhof/ 5. 온천 힐링스파 로이커바드 로이커바드Leukerbad가 속한 발레Valais 주는 마테호른과 수많은 알프스 산맥이 이어지는 산악 지역이다. 알프스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프랑스, 이태리 국경과도 맞닿아 있어 로마시대부터 남북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 번성했다. 알프스 최고의 청정지역인 체르마트도 이 주에 자리해 있고, 론느 강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포도밭에서는 와인이, 바위산 아래의 광천에서는 고온 온천수가 뿜어져 나온다. 로이커바드는 온천수를 이용한 스파가 으뜸인 고장이다. 로이크 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 30분간 산길을 오르면 우뚝 솟은 바위 산으로 둘러싸인 전통 온천지 로이커바드가 나온다. 여러 곳의 원천에서 매일 390만 리터 넘게 용출되는 51℃의 고온 온천수를 여러 스파 리조트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브뤼거바드Burgerbad와 린드너 알펜테름Lindner Alpentherme 스파가 유명하다. 이중 브뤼거바드는 로이커바드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대중적인 스파 센터로 아이가 있는 가족이 즐기기에 그만이다. 여러 개의 수영장과 스파풀, 아이들을 위한 70m 슬라이더 등을 갖추었다. 이에 비해 린드너 알펜테름 스파는 보다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고급 호텔 스파다. 알펜테름 호텔에 들어선 우아한 온천 센터로 실내와 실외 온천, 스포츠 풀이 있고 전라로 입장하는 로만 아이리시 바스도 있다. 빼어난 경관과 스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로이커바드에서 겜미 고개 하이킹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코스. 200년 전부터 여행객들이 이용하던 산길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산상 호수 다우벤제 주변에서 크로스 컨트리나 겨울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로이커바드의 린드너 알펜테름의 야외 스파 전경 6.수도원 영혼을 치유하는 생 갈렌 수도원 스위스 동부 지역의 중심도시인 생 갈렌은 알프스의 자연이 아름다운 스위스에서 오랜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로 손꼽힌다. 파리나 런던보다는 작지만 스위스에서는 제법 큰 도시 중 하나다. 생 갈렌은 612년 아일랜드 수도사 인 갈루스Gallus에 의해 도시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고, 8세기에 생 갈렌 수도원이 만들어지면서 중세 유럽의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생 갈렌이 유명해진 것도 이 수도원 때문이다. 이름난 수도사들이 이곳에서 오랜 기간 라틴어 성경을 필사하고 금욕생활을 했다. 또 당시에는 수도원이 중세의 유일한 교육기관이기도 해서 귀족 자제들을 위한 학교를 비롯해 다양한 공간들이 갖춰져 있었다. 병원, 제빵소, 약으로 쓰기 위해 재배하는 허브 정원 등은 물론, 와인셀러와 양조장까지 있었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는 곳은 바로 수도원의 부속 도서관인 갈렌 도서관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희귀한, 8세기에서 18세기의 고서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15만권에 이르는 장서들 가운데 2,000여 권은 당시 수도사들이 직접 필사한 고서들이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화려하게 장식된 천장의 프레스코화와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2층의 난간과 기둥들 그리고 빽빽하게 꽂혀 있는 고서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영혼의 약국’이란 현판이 붙은 이곳은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바로크 스타일로 화려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현실을 망각케 할 정도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중세 도서관이자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요한 문헌과 미술품, 9세기에 그려진 건축 설계도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갈렌 도서관과 수도원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영혼의 약국’ 이란 현판이 붙어 있는 갈렌 도서관 7.시계 시계 산업의 심장부 라 쇼드 퐁 라 쇼드 퐁La chaux de Fonds은 프랑스 국경을 따라 펼쳐진 주라 산맥의 기슭, 해발 1,000m 위에 위치해 있다. 이름도 생소한 라 쇼드 퐁은 스위스를 많이 여행해 본 사람들에게도 아직은 낯선 도시. 그러나 까르띠에, 태그호이어, 루이비통 같은 최고급 브랜드의 명품 시계가 생산되는 스위스 시계 산업의 심장부이자 스위스 내에 있는 불어권 도시 중에서는 세 번째로 큰 도시에 속한다. 또 라 쇼드 퐁이 속한 뉴사텔 주의 이웃 도시 르 로클Le Locle과 함께 ‘시계 제조 계획 도시’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도 등재되었다. 수세기를 이어온 장인의 기술과 단일 산업을 한결같이 유지하고 보존해 온 마을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그 위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곳이 국제 시계 박물관이다. 시계 발전의 역사는 물론, 16세기 이후 만들어진 갖가지 형태의 시계와 예술 작품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전세계의 값진 시계, 오르골들을 모두 한자리에 만나 볼 수 있다. 또 시내에 있는 에스파시테 타워 14층에 오르면 자로 잰 듯 딱딱 줄을 맞춰 늘어선 도시의 독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덩굴 장식, 섬세한 꽃무늬, 살아있는 곤충과 동물 장식까지, 부드러운 선과 무늬로 표현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축 20여 곳을 돌아다니며 감상할 수 있다. 짧게는 45분, 길게는 2시간에 걸쳐 르 꼬르뷔지에의 건축과 아르누보 스타일을 둘러보는 두 개의 시티 투어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라 쇼드 퐁에 있는 국제시계박물관 에디터 강혜원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동미 사진제공 스위스 정부관광청 MySwitzerland.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길섶에서] 도심 추억찾기/정기홍 논설위원

    엊그제 오후, 번잡한 도심을 뒤로하고 종로통 뒷골목을 찾았다. 뒷길들은 회색빛 빌딩 숲을 포근히 안고서 저마다의 민낯을 내밀고 있었다. 종로 골목을 찾은 것은 제법 오래전 이곳에서 살았던 데다, 정작 ‘다듬이 소리’ 같은 추억이 그리워서였다. 북어국 2000원, 이발료 3500원···. 탑골공원 뒷골목은 아직 1970년대의 골목길 정취를 그대로 지닌 듯했다. 생선구이, 찌개 등을 파는 간이포장마차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언제부턴가 이곳을 많이 찾는 어르신의 주머니 사정과 고령을 고려한 맞춤식 가게가 하나둘 자리한 것이다. 최근에는 추억의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철 지난 노래를 듣는 ‘5080 라이브 카페’도 들어섰다고 한다. 발길을 옮긴 지 두어 시간, 한 음식점에 걸린 시구가 눈길을 잡는다. ‘져주고 속아주며 오늘이 행복하면 그게 행복인 줄 알고 산다네, 네 주머니 넉넉하면 나 술 한잔 받아주고….’ 김두한이 주름잡던 ‘우미관’은 흔적이 없지만 종로통은 세월을 한 보자기 안은 채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봄비 오는 날, 친구와 이곳에서 막걸리 한 사발 주고받아야 할 것 같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간사이-걷고 온천 먹고 온천

    간사이-걷고 온천 먹고 온천

    7개의 공동 온천장이 문을 여는 아침 7시. 간사이 효고현 기노사키 온천마을의 아침은 조용하고 또 부산하다. 어둠을 뚫고 벌써 ‘순례’에 나선 사람들이 있다. 딸각딸각. 동트는 아침 온천장으로 향하는 게다 소리는 탁발에 나선 스님의 목탁소리 같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묘하게 중독되는 ‘온센 메구리’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은 온천의 나라다. 전세계 활화산의 10%가 일본에 있고, 유후인, 벳푸, 아리마 등 뜨거운 화산의 기운을 담은 유명 온천만도 수백 개다. 기노사키 온천은 이중 비교적 덜 알려진 후발주자지만, 최근 독특한 분위기와 테마로 주목받고 있다. 교토에서 출발한 기차는 2시간 반 만에 기노사키온센역에 도착했다. 온천 마을의 풍모는 역에서 내리자마자 느낄 수 있다. 역 앞에는 마시는 온천인 ‘음천’과 마을에서 가장 큰 온천장 사토노유가 있다. 천천히 걸어서 1시간이면 버드나무를 심은 개천과 낮은 구릉으로 둘러싸인 이 포근하고 소박한 온천마을을 웬만큼 다 돌아볼 수 있다. 이 마을에는 사토노유를 비롯해 7개의 공동 온천장이 있다. 마을 내 료칸에 숙박하면 료칸에 딸린 온천 외에 7개의 공동 온천장이 무료다. 10개의 탕을 갖춘 사토노유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온천장은 노천탕을 포함해 1~2개 탕을 가진 작은 규모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스파랜드식 온천이 좋다면 사토노유를, 열탕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섭씨 62도가 넘는 야나기유를, 아담한 히노키 욕조에서 혼자만의 사색에 잠기고 싶은 사람은 만다라유를 추천한다. 고호리카와 천황의 황자인 안카몬이 다녀갔다는 고쇼노유의 폭포 노천탕, 온천의학자로부터 극찬을 받은 이치노유의 동굴탕도 이색적이다. 당일로 여행 오는 사람들은 각각의 온천장을 이용하거나 1,000엔을 내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7개 온천장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목욕하는 것을 이곳에선 ‘온센 메구리온천 순례’라고 하는데, 이 중독성 강한 온센 메구리가 바로 기노사키만의 매력이다. 온센 메구리의 장점은 굳이 오랜 시간 무리할 필요 없이 짧고 다양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온천수는 보통 섭씨 25도에서 65도까지 매우 뜨겁기 때문에 15분 이상 탕에 있는 것은 오히려 독이다. 온천장을 돌며 인증 스탬프를 찍고, 온천욕을 하고, 디저트를 먹고, 걷다가 추워지면 다시 목욕을 하는 이 순례식 온천법은 그래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히 목욕 후 나눠 먹는 바나나 우유의 경이로운 맛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산책의 묘미가 각별할 것이다. 온센 메구리를 할 때는 입고 벗기 좋도록 유카타일본 전통 목욕 가운를 입는 게 필수다. 대부분의 료칸에서 유카타와 게다를 무료로 빌려 준다. 남녀노소,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유카타와 게다, 목욕 바구니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기 때문에 부끄러워할 이유도 전혀 없다. ▶travie info 료칸 예약하기 기노사키 온천 료칸협회 홈페이지(kinosaki-web.com/en)에서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하거나 기노사키온센역 앞 안내센터에서 당일 예약하면 된다. 협회 소속 료칸에 숙박할 경우,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7개 온천장 자유이용권을 받을 수 있으며, 역 앞 안내센터에서 료칸까지 무료로 짐을 부칠 수 있다. 12시부터 6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주요 온천장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도 무료다. 역 앞 안내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1 기노사키는 7개의 온천장을 돌아다니며 목욕하는 온천 순례로 유명하다 2 야나기유의 열탕은 섭씨 60도가 넘는다 3 황자도 다녀갔다는 고쇼노유는 넓은 노천탕과 폭포탕이 특징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돌에서 온천이 솟아나다 기노사키 온천이 알려진 것은 최근이지만 그 역사는 1,4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 전설에 의하면 도우치 쇼닌이라는 스님이 717년경 1,000일 동안 기도한 끝에 바위에서 온천이 솟아나게 했다고 한다. 이를 기리기 위해 13세기 초 지은 절이 마을 끝에 있는 온천사다. 절 초입에서 실제로 커다란 바위에서 솟아오르는 원천을 볼 수 있다. 최초의 온천장인 코우노유는 원천에서 가장 가까운 온천인데, 다리를 다친 황새가 상처를 치유했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그 이후로도 많은 유명인사들이 기노사키에서 요양했다. 일본에서 ‘소설의 신’으로 추앙받는 소설가 ‘시가 나오야’는 1913년 3주간 기노사키에서 머물렀고, 이를 바탕으로 <기노사키에서>라는 작품을 쓰기도 했다. 기노사키 온천에서는 이른 아침과 늦은 밤, 꼭 온천욕을 해보기 바란다. 이른 아침에는 지도도 필요없다. 온천장마다 피어오르는 따뜻한 증기가 이정표다. 온천사 주변을 산책한 후 탕에 들어가 차가워진 몸을 녹일 때의 짜릿함은 비할 데가 없다. 운이 좋으면 가장 먼저 온 손님에게 주는 작은 기념패도 받을 수 있다. 늦은 밤에는 별이 총총한 하늘을 보며 대나무로 둘러싸인 노천탕에 몸을 담가 보자. 가슴 아래로 느껴지는 뜨거움, 가슴 위로 엄습하는 팽팽한 한기는 자연이 내 몸에 전하는 최상의 상쾌함이다. 기노사키 온천 료칸 협회에 가입된 료칸은 107개에 달하는데,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이중 가장 유서깊고 고급스런 곳으로 니시무라야 료칸(www.nishimuraya.ne.jp/honkan)을 꼽을 수 있다. 1박 1인, 조식과 석식 포함 기준으로 2만8,000~4만8,000엔이다. 정원을 갖춘 전통적인 료칸 구조와 세심한 서비스, 조석식 가이세키 요리가 이곳의 매력이다. 1 기노사키의 타지마 쇠고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베 쇠고기의 원품종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육질이 일품 2, 3 기노사키에서 잡히는 마츠바 게는 속살이 꽉차 쫄깃하고 담백하다. 대게철에만 생산되는 가니(게) 맥주와 함께 마시면 좋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기노사키 온천에서 먹기 바다에서 가까운 기노사키는 해산물로 유명하다. 특히 11월부터 3월까지는 바야흐로 대게의 계절. 기노사키 인근 바다에서 잡힌 게를 ‘마츠바 게’라고 부르는데, 3년 이상 다 자란 참게를 잡아 굽거나 찜으로 먹는다. 여러 번의 탈피를 반복해 자랐기 때문에 속살이 꽉 들어차 쫄깃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 마츠바 게 요리는 특히 지역 맥주인 ‘기노사키 맥주’, 대게철에 맞춰 겨울에만 생산되는 ‘가니게 맥주’와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역앞 거리에 대게 전문 식당이 많다. 이외에도 기노사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베 쇠고기의 원 품종인 타지마 쇠고기의 원산지다. 타지마 쇠고기는 매우 고소하고 부드럽다. 덮밥 종류는 비교적 저렴하고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온천 후 먹을 만한 시원한 디저트는 유노사토 온천 거리 중간에 있는 키야마치 아케이드에 많다. 글·사진 Travie writer 도선미 취재협조 린카이Rinkai 02-319-5876 ▶travie info 기노사키 온천 찾아가기 오사카, 고베, 교토에서 버스나 기차로 갈 수 있다. 오사카 우메다역 출발 기노사키행 버스는 매일 오전 9시30분, 오후 1시20분, 6시20분에 출발하며, 소요시간은 3시간 20분, 요금은 편도 3,600엔이다. 고베 산노미야역 출발 기노사키행 버스는 매일 오후 12시30분, 4시30분, 6시45분 출발하며,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요금은 편도 3,200엔이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 교토와 신오사카에서 직행 열차가 오전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시간 1대꼴로 운행된다. 신오사카 출발 요금 3,260엔, 소요시간 2시간 50분이며, 교토 출발 요금 2,520엔, 소요시간 2시간 20분이다. 간사이 지역을 넓게 여행하는 경우는 JR간사이와이드패스JR Kansai Wide Area Pass. 6,000엔를 구입하면 편리하다. 4일 동안 간사이 지역을 기차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으며, 관광지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www.jr-odekake.net/global/kr/jwrp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저자와의 차 한잔] 첫 에세이집 ‘오픈 샌드위치’ 펴낸 데비 리

    [저자와의 차 한잔] 첫 에세이집 ‘오픈 샌드위치’ 펴낸 데비 리

    쫓기듯 살아내는 반복의 일상에서 우연히 만나는 신선한 자극은 큰 위안이자 전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그 자극이 사람 때문이건 한 줄의 짧은 글 때문이건 적지않은 활력의 청량제로 작용하곤 한다. ‘오픈 샌드위치’(데비 리 지음, amStory펴냄)는 짧은 글들의 모음이지만 신선한 자극이다. 일상에서 마주친 소소한 인연과 삶의 편린들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랄까. 저자 데비 리(본명 이정민·38)는 이 책이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작품이란다. 하지만 ‘포근한 감성 에세이’라는 출판사 측의 평대로 짧은 글들이 우려내는 맛과 깊이가 녹록지 않다. “철학자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데 의외로 저의 글들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냥 솔직하게 쓴 것뿐인데….”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국계 금융회사를 시작으로 주한덴마크대사관과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에 근무하면서 20∼30대를 보낸 두 남매의 엄마. 덴마크를 비롯해 북유럽 나라들을 오가며 그쪽 기업을 한국에 소개하고 유럽 식음료 산업을 한국과 연결하는 일에 종사해 왔다. “천성이 ‘벼락치기’를 잘 못하는 편인 때문인지 북유럽 사람들 정서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힘들 때 위로와 귀감이 됐던 사람들의 말이며 사는 모습을 기록해 놓은 것들이지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오픈 샌드위치’라면 북유럽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빵 위에 다양한 재료를 얹고 그 위에 빵을 덮지 않은 채 그대로 먹는 샌드위치다. 왜 하필 책 제목이 ‘오픈 샌드위치’일까. “빵 위에 재료를 맘대로 하나씩, 하나씩 올려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듯 인생을 균형 있게 디자인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고 할까요.” 책의 부제가 말하듯 그야말로 ‘북유럽식 행복 레시피’인 셈이다. “한국에 사는 그쪽 사람들은 한국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말해요. 현기증 날 정도의 속도감과 무한경쟁 탓이겠지요. 대기업 회사원인 남편과 두 아이의 엄마로 그 속도전과 무한경쟁의 대열에 편입된 저 자신도 힘들 때가 잦으니 그들이야 말할 나위 없지요.” 다름과 차이는 어느 사회든 있게 마련. 그리고 그 편차는 자주 불협화음과 다툼으로 번지곤 한다. 그래서 소통과 배려는 꼭 필요한 덕목이다. “스승 설리번이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에게 했던 말이 있지요. ‘삶에는 먹거나 싸우거나 무리에서 권력을 얻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다.’ 그 사람들은 생활 속에 그 말을 심고 사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나 명함을 테이블 위로 휙 밀어서 건네는 식의 그쪽 인사법이 지금도 불편하다는 그는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가 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에게 명함을 건넬 때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전하라는 자신의 채근이 정말 옳은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한다. 겉치레와 형식보다는 실속과 자유로움에 더 익숙한 그들이지만 어찌 좋은 구석만 있을까. “다름과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좋은 측면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불혹의 나이도 안 된 연륜이지만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영혼이 되기를 꿈꾼다”는 말이 야무지다. 그래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인들과 함께 오래도록 꿈꿔 왔던 북유럽문화원을 경기 양평 한적한 마을에 세워 3월 말이면 오픈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주로 외국인들을 위해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젠 한국 사람을 위해 살아야겠어요. 변변치 않은 문화원이지만 위안과 희망을 주는 레시피의 공간으로 가꾸고 싶습니다.” 일과 가정의 틈새를 오가는 워킹맘. 모임에 가야 한다며 총총걸음으로 자리를 뜨는 워킹맘이 던진 한마디가 또렷하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 현재의 위치에서 우리는 모두 작은 디자이너들이잖아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강남대로 피해 골목서 ‘뻐금’ 흡연카페 ‘바글’

    강남대로 피해 골목서 ‘뻐금’ 흡연카페 ‘바글’

    서울 강남대로가 금연거리로 지정된 지 7개월여가 지났다. 지하철 강남역 11번 출구~신논현역 5번 출구(CGV쪽) 사이 836m의 강남구 관할 지역과 강남역 10번 출구~신논현역 6번 출구(교보타워 쪽) 사이 934m의 서초구 관할 지역이다. 초기에는 흡연자들의 반대가 거셌다. 하지만 지금은 과태료 납부와 금연표지판, 알림앱, 도로표지 등을 통한 홍보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속 공무원이 쉬는 휴일에도 흡연자들은 골목길, 흡연 카페를 찾는 등 밖에서 담배 피우기를 꺼려했다. 13일 오후 강남역 11번 출구 앞. 포근해진 날씨 속에 연인, 친구를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댔다. 바닥엔 담배꽁초도 눈에 띄지 않았고 매캐한 연기도 없어 한결 정돈된 느낌이었다. 흡연자들은 출구에서 10m 떨어진 첫 번째 골목에 모여 있었다. 열댓명의 청년이 흡연 중이었다. 대학원생 이원모(27)씨는 “강남대로에서 피우면 단속에 걸리니까 이 골목으로 들어왔다”면서 “흡연구역도 없이 못 피우게 하니까 반발심이 들지만 과태료를 낼 순 없잖은가”라고 뾰로통하게 말했다. 강남역 인근 회사에 다니는 이원형(35)씨는 “출근 때마다 골목길로 돌아서 담배를 피우고 간다”면서 “흡연이 범죄는 아니지만 그래도 금연거리로 정해진 만큼 강남대로에서는 피우기가 좀 꺼려진다”고 말했다. 흡연실을 갖춘 몇몇 카페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T카페에서 만난 최모(28·여)씨는 “강남대로 인근의 카페도 전석 금연으로 많이 바뀌어서 커피 마실 장소조차 마땅치 않다”면서 “이곳은 흡연석이 넓고 테라스도 열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A커피전문점 흡연실에 들어온 박희규(24)씨는 “담배를 못 피우는 걸 알기 때문에 강남 쪽에선 원래 약속을 잘 안 잡는다”면서 “친구가 약속에 늦는다길래 커피숍에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흡연석 있는 카페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거리 금연의 실험실’로 불렸던 이곳에서 비교적 단기간 내에 제도가 정착된 데는 철저한 단속도 한몫했다. 지난해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강남대로 흡연으로 과태료를 낸 사람은 총 5616명이었다. 하루 27명꼴이었다. 6월 791명에서 7월 1085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이후 7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낸 과태료는 1억 5931만원에 달했다. 권영현 서초구 보건소장은 “절반은 성공했지만 강남역은 외부인이 많이 찾는 지역인 만큼 여전히 금연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포근한 주말… 신나는 스케이트

    포근한 주말… 신나는 스케이트

    서울 낮 최고기온이 영상 5도까지 올라간 13일 시청 앞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상청은 14일에도 서울 영하 4도~영상 3도, 부산 영상 1~10도의 분포를 보이는 등 당분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하이난-남쪽바다海南로 “튀어”

    하이난-남쪽바다海南로 “튀어”

    칼바람의 뭇매가 싫다. 그저 흐물흐물 허물어지고 싶은 너, 도저히 참기 힘들 걸? 하이난의 호텔이 아찔하게 유혹할 테니까. SANYA ”망망대해 같은 1만평의 수영장” 르네상스 리조트 & 스파 산야Renaissance Resort & Spa Sanya 호텔 경진대회라도 열렸냐고?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군. 지금 하이난에는 전세계 유수의 특급 호텔과 리조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어. 르네상스 리조트도 그중 하나야. 2010년 문을 연 신상 호텔이자 ‘메리어트’ 계열이기도 해. 호텔에 도착했다면 당장 객실로 달려가. 베란다에서 주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거든. 객실의 85%가량이 ‘바다 전망’을 자랑한단다. 먼발치서 보기만 할 뿐, 만질 수 없다면 네 것이 아냐. 직접 해변으로 나가 보자. 호텔에서 해변까지는 불과 5분이거든. 리조트가 미리 조성해둔 산책길을 따라서 걸으면 어느새 보들보들한 모래가 소복하게 앉은 해변에 당도할 거야. 모래사장 위로 대형 밀짚모자를 뒤집어쓴, 간이 의자가 듬섬듬성 늘어서 있지. 그곳에 앉으면 겨울바다가 성큼 다가온단다. 겨울바다라지만 맵지 않고, 오히려 포근하지? 하이난은 베트남과 맞닿아 있어서 아열대 기후를 자랑하거든. 바다 구경으로 목을 축였다면 리조트 전체를 둘러싼 수영장으로 향할 차례! 1만평의 수영장이라. 듣기만 해도 흥분되지 않니? 여기서 노닐다 보면 망망대해를 탐험하는 기분에 휩싸여. 물 온도가 항시 27도를 유지하니까 밖이 추워도 수영할 맛이 나. 개구리, 펠리컨 등 동물 모형을 세워둔 키즈 풀, 고급스러운 라군 풀도 마련돼 있으니 금상첨화지. 특히 저녁 무렵, 수영장은 최고란다. 물 안에 LED 조명이 은은하게 퍼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수영도 지겹다면, 복합 놀이 공간인 ‘R-CADE’도 좋지. 닌텐도 위Wii를 해볼까, 탁구를 해볼까, 포켓볼을 쳐 볼까’ 행복한 고민의 연속이지. 투숙자는 매일 한 시간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단, 볼링은 추가 요금을 받으니 유의해. 주소 No 1, Yezhou Road, Haitang Bay, Sanya 572013, Hainan, China 홈페이지 www.renaissancesanya.com ▶깨끗하고 드넓은 수영장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 또한 호텔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아름다운 바다가 기다린다. 호텔 식사도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 훌륭하다. ▶수영장, R-CADE를 찾아가다가 몇 번이나 길을 헤맸다. 엘리베이터 역시 구석에 자리해 있어 발견하기 어렵다. 미리 로비에서 리조트 지도를 챙기고 엘리베이터 위치도 확인할 것.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메리어트 계열의 ‘르네상스 리조트 & 스파 산야’는 입구부터 여행객을 압도한다 2 아이를 동행해도 걱정없다. 재미난 장난감이 가득한 키즈클럽 3 웅장하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르네상스 리조트의 로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HAIKOU ”나, 기네스북에 오른 호텔이야” 미션힐스 하이커우MissionHills Haikou 2011년 10월 미션힐스 하이커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파 리조트’로 기네스북 인증을 받았어. ‘크기’로는 웬만해선 밀리지 않는 중국답지? 미션힐스 하이커우의 ‘형님’이라 할 수 있는 미션힐스 선쩐심천 역시 ‘세계 최대 골프장’으로 먼저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어. 그곳은 216홀을 갖추고 있어 골퍼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쯤 탐을 내지. 미션힐스 선쩐만큼은 아니지만 미션힐스 하이커우도 180홀의 골프장을 갖추고 있으니 놀라지 마. 이 호텔은 사실 VIP급 인사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어. 들어는 봤니? ‘미션힐스 스타 트로피’ 대회! 이 대회에 초청받은 사람으로는 박세리, 로레나 오초아, 그렉 노먼 등 유명 골퍼를 비롯해 휴 그랜트, 크리스천 슬레이터 등 할리우드 스타까지 넘나들어. 골프로 유명한 리조트긴 하지만, 미션힐스 하이커우를 맛본 사람은 하나같이 ‘온천’을 최고로 꼽더라고. 냉온천탕의 수는 무려 168개에 달하지. 부지런히 이 탕, 저 탕을 누비고 다녀도 시간이 모자랄 거야. 더구나 이곳에선 이집트의 람세스를 만날 수 있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도 보여.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를 주제로 온천장을 꾸며 뒀거든. 지하 800m에서 솟아나는 물은 미네랄 원소를 대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몸의 나쁜 기운을 제거해 준단다. 은은한 향이 풍겨져 나오는 유칼립투스탕, 라벤더탕은 강력하게 추천해. 인공 파도가 철썩이는 야외 수영장과 고즈넉한 실내 수영장 탐방도 놓치지 마! 주소 NO.1 Mission Hills Boulevard, Haikou, Hainan, China 홈페이지 www.missionhillschina.com ▶화산지대에 들어선 호텔인 만큼 ‘온천’이 뛰어나다. 인공미를 풀풀 풍기는 여타의 중국 온천과 달리, 미션힐스의 온천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일본의 유명 온천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 ▶‘하이커우’는 골프 마니아를 위한 여행지다. 그만큼 호텔을 벗어나면 볼거리가 적은 게 사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타입이라면 이곳은 별천지.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호텔앤에어닷컴 02-310-2672 4 중국 최남단인 하이난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대륙의 바다는 매혹적이다 5 골프 마니아를 설레게 하는 그 이름, 미션힐스. 미션힐스 선쩐과 함께 미션힐스 하이커우도 우수한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6, 7 화산지대에 들어선 미션힐스 하이커우는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를 자랑한다 8 당장이라도 풍덩 뛰어들고 싶은 수영장 ★하이난 이름부터 정직하다. ‘남쪽바다’를 의미하는 ‘해남海南’은 중국식 발음으로 ‘하이난’이다. 여행은 주로 국제공항이 자리한 산야시와 하이커우시 일대에서 이뤄진다. 주요 관광지로는 소수민족인 이족과 묘족의 삶을 재현한 ‘삥랑 빌리지’, 원숭이의 세계를 훔쳐볼 수 있는 ‘원숭이 섬’이 있다. 비행시간은 약 4시간30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데스크 시각] 5일장, 외국인이 감동하는 문화상품으로/이천열 메트로부 차장

    [데스크 시각] 5일장, 외국인이 감동하는 문화상품으로/이천열 메트로부 차장

    초등학교 4학년 때 충남 당진의 초등학교들이 참가하는 수영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갔다. 인솔 선생님이 점심으로 짜장면을 사줬다. 그때 난 짜장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인 줄 알았다. 6학년 때는 육상대회에 학교 대표로 출전했다. 선생님이 장터에서 국밥을 사줬다. 그제야 짜장면보다 더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그렇다고 내가 만능스포츠맨이거나 팔방미인이라고 오해는 하지 마시라. 여러 대회에 나갔지만 단 한번도 등수에 든 적이 없었으니까. 갯마을에 살아서 헤엄을 칠 줄 알았고, 뜀박질을 조금만 잘해도 눈에 띄는 작은 시골 학교를 다닌 덕에 선수로 뽑혔을 뿐이다. 그 유년시절, 국밥 맛보다 뿌연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정작 장터 분위기다. 가마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서민들의 왁자지껄한 풍경이 정겨웠다. 악다구니조차 살풍경하지 않던 시절이다. 감칠맛 나는 느린 충청도 사투리로 사람들이 나누는 풍성한 대화가 정겨움을 한껏 보탰다. 장터는 병아리 솜털처럼 포근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어른이 된 뒤 외국에 나가 전통시장을 들르면 마음이 들뜬다. 사람들이 북적대고, 얼마 되지 않는 값을 놓고 다정한 말투로 흥정을 하고, 짐을 이고 지고 다니는 모습에서 그 나라를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 5일장처럼 서민들의 희로애락이 장터에 짙게 배어 있고, 사람 냄새도 물씬 풍긴다. 장터 물건 또한 그 나라 사람 땀이 밴 것이 많아 묘한 향수에 젖고는 한다. 손수 만든 오밀조밀한 공예품부터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푸성귀까지 신기한 것들이 많다. 눈요기하기도 좋다. 그 나라 문화와 생활을 온전히 엿볼 수 있고, 민족성과 역사까지도 가늠해 볼 수 있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백화점이야 갖가지 명품이 진열된 한국의 백화점들과 뭐가 다르겠는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에도 이런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전통시장인 5일장에서 옛 풍정을 들여다보고 어떤 국민인지 피부로 느껴야 한국 관광의 의미를 제대로 찾을 수 있다는 부류들 말이다. 그들 또한 우리나라 5일장을 보고 나면 가슴이 푸근해지고 돌아가서도 먼 훗날까지 잊히지 않을 게 분명하다. 얼마 전 오랜 만에 5일장터를 찾았다. 충남 공주 산성5일장이다. 1970년 1000개에 이르던 전국의 5일장이 2010년 328개로 대폭 줄었다고 한다. 2년이 지난 지금은 300개 밑으로 뚝 떨어졌을 것이다. 그마저 5일장의 옛 모습을 유지하는 곳은 강원 정선, 전남 장흥 등 몇 곳이 안 된다. 산성5일장도 사람 냄새는 남아 있지만 장터 모습은 딴판이었다. 대형 할인점 등의 침입에 맞서 부랴부랴 현대화만 추진한 탓이다.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 옆으로 늘어선 좌판에 잇속만 노리는 노점상이 활개를 치는 장터에서 외국인들이 과연 얼마나 감동할지 의문이다. 옛 모습을 간직한 5일장은 분명 문화·관광상품으로서 가치가 크다.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생활문화가 어디 5일장뿐이겠냐만 이처럼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까지 제공하는 게 그리 흔한가. 요즘 ‘강남스타일’ 등 K팝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거센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관광객들까지 이걸 보려고 한국을 계속 찾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다. 비틀스, 레드제플린, 핑크플로이드, 도어스 등 록 음악의 최고 미학을 일궈냈고 간단없이 실험 음악을 시도하며 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쥐락펴락해 온 자부심 강한 팝의 본고장 사람들 아닌가. 일본 오이타 중앙도리시장 등 외국 전통시장은 현대화된 시설을 헐어내고 옛 모습을 복원해 관광객이 들끓는다고 한다. 한데 우리 5일장은 대선을 앞둔 정치인과 선거꾼들로 붐볐다. 확성기를 매단 차량이 장터를 휘저으며 고막을 찢고, 운동원은 살갑게 굴며 장터 사람들을 홀렸다. 자기 말만 쏟아내고 얼른 다른 사람한테 달려간다. 이들에게 ‘5일장을 되살려 한국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 문화·관광상품으로 키우자.’는 얘기는 생뚱맞다. 하지만 방심하지 마라. “선거 때만, 저 잡것들이. 장터가 뭐, 표나 줍는 덴 줄 알아….”라는 소리 듣지 않으려면. sky@seoul.co.kr
  •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 추억 씽씽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 추억 씽씽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비교적 포근한 날씨를 보인 16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날 개장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내년 2월 3일까지 51일간 운영된다. 입장료는 1000원.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승려의 도박 사태 참담했지요 조계사 재정 공개해 모범 도량으로 섭니다”

    “승려의 도박 사태 참담했지요 조계사 재정 공개해 모범 도량으로 섭니다”

    “국민과 신자들의 가슴에 맺힌 상처를 씻어내려 하루하루를 참회하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참담했던 상황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지난 5월 이른바 ‘승려 도박 사태’ 와중에 전격 임명돼 5개월여 조계사 주지 소임을 맡아 온 도문 스님. 취임 후 처음으로 2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답답했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터진 큰 사태로 종단은 물론 신자들의 상심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지요. 무엇보다 신자들의 마음속 응어리를 푸는 게 어려웠습니다.” 도문 스님은 10여년 전부터 조계사 부주지로 조계사 신도들과는 격의 없이 지내 온 중진 스님. 전남 장성군 백양사 앞 호텔 도박 현장에 있었던 전 주지 토진 스님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는 바람에 그 뒤를 이어 주지 소임을 맡아 사실상 사태 수습의 최전선에 섰던 셈이다. ●신도들 응어리 대단… 참회 또 참회 “신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은 ‘한국 불교 1번지’인 조계사의 주지가 연루됐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 불교 총본산의 위상에 걸맞게 조계사 신자와 스님들이 마음을 합쳐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계사는 한국 불교의 맏형 격인 조계종의 심장부다. 통합 종단 출범 이후 종단의 골격과 법 체계를 갖춰낸 공간이자 두 차례에 걸친 종단 분규를 고스란히 치러내며 그 자리를 지켜 온 조계종의 총본산이다. 현재 등록 신도만 6만명에 이르며 조계종의 큰 행사와 불사 때마다 의식이 열리는 조계종의 얼굴이다. “숱한 영욕의 시절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종단을 뿌리째 뒤흔들 정도로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도박 사태 이후 범종단 차원에서 자성과 쇄신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는 그 어느 곳보다 모범 도량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도문 스님은 거듭 강조한다. “일반인들은 어찌 볼 지 모르지만 전 주지 토진 스님은 사실 종단과 조계사의 발전과 변화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스님입니다. 지난 10일 신자와 시민들의 우리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열었던 ‘우리 떡하니 사랑합시다’ 행사며 지구촌 빈곤 아동 돕기를 위한 ‘국화향기 나눔전’도 따져 보면 전 주지 스님의 원력으로 성사된 일들이지요.” ●누구에게나 포근하고 따뜻한 사찰로 명예가 실추된 종단과 승가의 풍토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도 조계사가 먼저 모범의 청정 도량으로 서야 한다는 도문 스님. 그런 차원에서 스님이 뼈를 깎는 수행자의 입장에서 치중하는 조계사의 위상은 ‘불자, 시민이 함께 가꾸는 참선 수행과 기도 도량’이다. “누구나 어려움 없이 찾아 마음을 닦을 수 있는 포근하고 따뜻한 사찰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간에서 삐딱하게 쳐다보는 사찰의 재정 투명성도 조계사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이미 사찰운영회법에 따라 분기별, 월별 운영위원회를 열어 신자들이 사찰 운영에 대해 알 수 있게 하고 있고 모든 사찰 행정을 전산화해 놓았습니다. 신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재정 상황을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스님은 이제 청정 도량과 따뜻한 수행의 사찰로 거듭 세우기 위해 경내에 관음전을 세우는 불사를 준비 중이다. 조계종 도박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계사 시민선방 ‘선림원’에서 참선 수행을 진행해 온 시민 50여명도 때마침 졸업을 앞두고 있단다. “‘승려 도박 사태’ 이후 쏟아지는 싸늘한 시선이 너무 아팠고 견디기 힘들었지만 승속을 가리지 않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에서 한국 불교의 희망을 봅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유통플러스]

    남성 스킨케어 랩시리즈 추가 출시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랩시리즈가 고기능성 노화방지 제품군인 ‘맥스 엘에스 시스템’의 추가 제품으로 ‘맥스 엘에스 데일리 리뉴잉 클렌저’와 ‘맥스 엘에스 스킨 리차징 워터로션’을 출시한다. 기존 제품으로는 크림, 세럼, 아이크림, 로션 등이 있다. 클렌저 150㎖ 5만 8000원, 워터 로션 200㎖ 7만원. 삼립, 자연주의 빵 ‘상미당’ 3종 삼립식품이 모태가 된 제빵점 ‘상미당’의 이름을 딴 자연주의 빵을 출시했다. 상미당을 1945년 당시와 같이 인공첨가물 없이 건강한 빵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첫 제품으로는 ‘알밤맞은 단팥 호빵’, ‘치킨커리 호빵’, ‘언양식 소불고기 호빵’ 등 호빵 3종을 내놓았다. 3000~3300원. 락앤락 김치통 11종으로 세분화 락앤락은 김장철을 앞두고 김치통을 새롭게 선보였다. 2.6ℓ, 3.6ℓ 등의 소용량 용기를 추가해 배추 1포기부터 최대 7포기까지 보관할 수 있는 총 11가지의 사이즈로 구성됐다. 가벼운 무게의 폴리프로필렌(PP) 제품으로 깨질 염려 없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7500~2만 1500원. 르꼬끄 캐주얼운동화 ‘알마Ⅱ’ 스포츠 브랜드 ‘르꼬끄 스포르티브’가 털과 패딩을 사용해 보온성을 높인 캐주얼 운동화 ‘알마Ⅱ 시리즈’를 내놨다. 신발 안쪽과 발목까지 털을 넣어 포근하고 따뜻한 것이 특징이다. 성인용은 9만원대. 유아용(6만원대)과 아동용(7만원)도 나왔다. 삼광유리 아우트로 보온병 5종 삼광유리는 따뜻한 색감의 디자인에 보온력을 강화한 아우트로 보온병 5종을 출시했다. 겉병과 속병 사이에 외부 열전도를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동(銅) 도금과 이중 진공 기술로 보온력을 높였다. 원터치 방식으로 한손으로도 쉽게 열 수 있어 편리하다. 350~500㎖ 등 용량도 다양하다.
  • 좋은도시 대통령상 두번 받은 순천, 그 곳에 뭐가 있길래…

    “1년에 두 차례 이상은 남도의 유명한 한정식을 즐기기 위해 꼭 순천에 들릅니다. 음식값도 싸고 사람들이 정도 많아 항상 포근함을 느끼는데, 도시대상이란 큰 상을 받게 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서울에서 경남 진주로 출장 가다가 전남 순천 음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왔다는 정모(48·경기 고양시)씨는 순천 하면 도시와 자연, 맛 등이 함께 어우러진 부족함이 없는 도시라는 생각부터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전국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되고 4㎞에 이르는 형형색색의 갈대로 유명한 순천만의 도시 순천시가 ‘2012 도시대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10일 국토해양부가 주최하고, 도시의 날 위원회가 주관한 제6회 도시의 날 행사에서 순천시가 도시대상 부문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에 선정돼 조충훈 시장이 기관 표창을 받았다. 순천시는 2003년 지속가능한 도시대상 대통령상 이후 9년 만에 또다시 대통령상을 받아 전국 최초로 대통령상을 두 번 받는 쾌거를 올렸다. 도시대상은 107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항목별로 1년 동안 추진한 성과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를 거쳐 선정했다. 인구 27만명의 도·농 복합도시인 순천은 서울시 면적의 1.5배 크기로 매년 300만명이 찾는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과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천년고찰 선암사·송광사, 주민이 실제 거주하는 낙안읍성, 광주·전남 400만명의 식수원인 주암호·상사호가 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순천시는 시민들이 편하고 행복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생태와 문화’가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한민국 생태수도 전략을 펼쳐 순천만 보전 등 환경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원·신도심 균형 발전과 주민 소통을 위해 옛 골목길이 있는 지역에 공예방·다례원·갤러리 등이 들어서는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고, 각종 체험학습 등 도심 재생에 기반한 생태 문화체험 루트를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 전국 최초로 기적의 도서관을 유치하는 등 작은 도서관 51곳을 만들어 시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이내에 도서관에 갈 수 있도록 했으며, 매년 공모사업을 시행해 주민 스스로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고 있다. 조충훈 시장은 “생태와 문화를 축으로 미래형 박람회인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준비해 온 성과를 높이 평가받았다.”면서 “자연과 도심이 조화를 이룬 살기 좋은 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해 모든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목포 영산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목포 영산로

    애초에 인간은 머무르지 않았다. 삶을 찾아, 죽음을 피해 거듭된 이주(移住)는 인류의 오랜 숙명이었다. 들짐승들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간에게 쫓기고, 인간을 쫓았다. 그들의 발자국에 꾹꾹 다져진 길은 숲도, 들도 가리지 않고 실핏줄처럼 얽혀 있었다. 대한민국 역시 근대에 접어들며 오랫동안 인간의 발때 묻은 길을 대신하는 국도를 만들었다. 아스팔트로 널찍하게 다져진 국도의 건설은 새로운 길의 시작이었다. 대한민국의 국도 1번이 시작되는 길을 찾았다. 전남 목포시 영산로다. 영산로에서 시작해 나주, 광주, 장성을 거쳐 전주, 천안, 평택, 서울을 지나 파주까지 잇고 있다. 철책에 막혔을 뿐 북한땅 신의주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1번 국도는 완성된 제 모습이 된다. 식민의 시절에 닦여 전쟁과 분단으로 가로막힌 한국 현대사 속 비운의 길이다. 길의 시원(始原)을 더듬어 갔다. 막상 찾아온 길은 시작도, 끝도 따로 없었다. 영산로는 1번 국도뿐 아니라 2번 국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2번 국도는 목포에서 시작해 부산까지 이어진다. 목포에서 신의주, 목포에서 부산이라…. 의미심장하다. ●신의주까지 939㎞·판문점까지 498㎞ 1, 2번 국도의 시작인 영산로의 시작점에 ‘국도 1, 2호선 기점’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과 도로원표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신의주까지는 939㎞이고, 판문점까지는 498㎞임을 알려 준다. 도로원표 너머 바로 위쪽에는 얼마 전까지 목포문화원으로 쓰던 건물이 영산로를 굽어보고 있다. 원래는 목포일본영사관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목포일본영사관은 역사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의의가 깊기에 1981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복원 공사 중인지 입구 철문은 열려 있지만 건물은 굳게 잠겨 있었다. 도로명 주소 건물번호판도 붙어 있지 않다. 그 옆에 있는 한 교회의 도로명 주소가 ‘영산로39번길 3’이니 굳이 붙이자면 ‘영산로39번길 1’쯤 되거나, 삼각형 모양으로 놓인 지형이니 옆에 있는 ‘영산로29번길 6’일 수 있겠다. 일제는 1897년 10월 1일 목포항을 개항한 이후 1900년 1월 이곳에 일본영사관을 착공한 뒤 열 달 만에 완공했다. 쌀과 소금 등 수탈 물자를 본국으로 실어 날라야 했고, 본국에서 가져온 전쟁물자를 만주 대륙으로 가져가야 했던 그들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길이었다. 100년 전 어느 날 이 높은 곳에서 흐뭇하면서도 우려 섞인 눈빛으로 길을 주시했을 그들의 얼굴이 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 무료한 표정으로 옛 식민의 수뇌부가 봤을 눈높이쯤에 놓인 벤치에 앉아 영산로를 내려다보고 있는 중씰한 사내 두엇의 시선 역시 그 길 언저리에 닿아 있다. 옛 일본영사관 돌계단 아래 도로원표 옆에는 놀이터가 있지만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노인들만 서너 명 길가에 걸터 앉아 두런거리고 있다. 이제는 쇠락했지만 한때 조선 땅 최고의 번창함을 자랑했던 목포시 영산로는 세상의 변화와 시대의 교체를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쇠락한 식민지 중심가에는 고적함만 피식민의 좌절과 울분 서린 기억은 잠시만 접어 두자. 영산로는 누가 뭐래도 목포 제일의 번화가였다. 돈이 모였고, 문화와 예술이 모였고, 멋과 풍류가 모였다. 호남 최대의 일본식 정원이 꾸며진 이훈동 정원(유동로 63)과 그의 호를 딴 성옥기념관(영산로 11)은 그 시절이 시대를 어떻게 선도했는지 고스란히 증명한다. 영산로의 시작 지점과 교차하는 유동로를 따라 올라가면 지척에 있는 이훈동정원은 1930년대 일본인이 지은 집을 당시 조선내화 창업자인 이훈동이 사들여 꾸몄다. 여전히 ‘이훈동’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다. 석등과 석탑, 연못, 정원 등은 일본 여느 곳보다 더 일본의 전통을 품고 있으며 일본식 정원에 없던 벚나무, 동백나무 등 여러 꽃나무들을 심어 자신만의 뜰로 꾸며 놓았다. 호남에서 가장 큰 개인 정원이라는 설명도 덧붙는다. 너무도 유명한 곳이지만 개인 소유 건물이기에 미리 목포시 등을 통하지 않고는 들여다보기 어렵다. 이훈동 정원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바로 옆 성옥기념관에서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다. 각종 개인 소장품과 당시 기록물 등은 조선내화 창업자이자 전남일보 발행인으로서 성옥 이훈동이 목포, 전남 경제권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짐작하게 하고 나아가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영산로에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잔혹상이 있다. 영산로 도로원표에서 시작 지점으로 가다 왼쪽으로 접어드는 조그만 길이 해안로 165번길이다. 50m 남짓 올라가면 번화로를 만나고 그 길 모퉁이에 목포근대역사관(번화로 18)이 있다. 일제의 조선 수탈 전진기지인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을 개조해 만들었다. 당시 8곳에 이르는 동양척식회사 지점 중 소작료를 가장 많이 거둔 곳이다. 2층에는 일제의 잔혹한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까지 있을 정도다. 역사관 맞은편 모퉁이에는 적산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가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많이 탔다. 호남선의 종착역인 목포역은 영산로 시점에서 천천히 걸어도 1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가는 길에 초원실버호텔 오른쪽이 오랜 시절 복달임하는 음식으로 손꼽히던 민어회를 전문으로 파는 ‘민어의 거리’다. 식민의 시절은 물론 그 이전으로 거슬러 가 7~8월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영산로 주변에 모여 있는 이 건물들이 유달산 자락 안에 옹기종기 모여서 일제강점기 시절을 말없이 증언한다. 목포를 찾는 이라면 결코 모두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다. 영산로를 모두 밟으려면 신의주, 최소한 파주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짧은 10분 남짓 느린 걸음만으로도 100년 남짓의 시간을 단숨에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시간 이동의 길이다. 글 사진 목포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2회는 강원 삼척시 수로부인길을 소개합니다.
  • 영국남자의 포근한 음성

    영국남자의 포근한 음성

    영국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모리슨(26)은 7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탁한 듯하지만, 걸쭉하지 않고 포근한 모리슨의 독특한 음색은 생후 몇주 만에 앓은 백일해 덕(?)이다. 생존 확률은 30%도 안 되고, 살아남는다 해도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을 거란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거짓말처럼 살아남았다. 시간이 흘러 영국 중동부의 도시 더비의 아이리시바에서 노래를 부르던 모리슨은 프로듀서 케브 앤드루스를 만나 데모테이프를 녹음했다. 지금도 모리슨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유 김미 섬싱’이 수록된 데뷔앨범 ‘언디스커버드’는 2006년 발매되자마자 영국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다. ‘유 메이크 잇 리얼’ ‘브로큰 스트링스’가 담긴 2집과 3집 ‘디 어웨이크닝’까지 거푸 히트를 기록하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음유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모리슨의 공연에 앞서 한국 싱어송라이터 정재형의 무대도 마련된다. 7만 7000~12만 1000원. (02)563-0595.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3회)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다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3회)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다

    ■경기 용인 ‘느티나무 도서관’ 경기 용인시 수지의 한 주택가. 세련된 회색 건물로 다가갈수록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진다. 건물 외벽에 쓰인 문구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느티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넓은 세상을 만나고 경쟁보다 먼저 어울림을 배우기를 바랐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첫인상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주택가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 문을 열면 책보다 먼저 동아줄로 연결된 그네가 방문객을 맞는다. 그 뒤 정면에, 책들이 가득하다. 벽마다 서고가 있다. 높은 천장으로 받아들이는 햇빛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구석구석, 퍼질러 앉을 수 있는 공간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다. 자연과학 서적을 즐겁게 읽고 만화책을 보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아이 책 따로, 어른 책 따로 두지 않고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눠 각각 1·2층에 배치했다. 아이가 어른 과학책을 읽어도 되고, 어른이 아이 그림책을 읽어도 좋다. 책을 읽는 데는 남녀노소, 경계가 없다. “이 책을 읽어라, 청소년에게는 이런 책이 좋다는 식으로 추천 목록을 두지 않아요. 청소년들이 모인 ‘책사이’나 ‘비행클럽’, 추리소설 모임인 ‘미스클럽’ 등 11개 동아리가 활동하면서 읽을 만한 책을 모아둔 곳이 있어요.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이 되면 이 책꽂이를 참고하면 되고요.” 천서영 서비스2팀장의 설명이다.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카운터 높이는 1m도 안 된다. 덕분에 아이들도 편하게 사서나 자원활동가들과 대화할 수 있다. 일반 책에 점자 필름을 붙인 도서를 만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지체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강기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심에 뒀다. “보통 장애인용 승강기는 한쪽 구석에 있어요. 장애인들은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마치 오지 못할 곳에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네요.”(천 팀장) 이곳의 유일한 수익사업 공간은 지하 1층 카페 ‘전기요금’이다. 이름처럼 수익은 모두 도서관 전기요금을 내는 데 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여는 헌책장터에서 버는 돈 역시 운영비로 사용한다. 헌책장터, 저자와의 만남, 책 전시회, 책 읽어주기 등 책을 매개로 한 모든 일들이 전체 면적 1000여㎡가 조금 넘는 이 건물에서 벌어지고 있다. “느티나무 도서관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없다.”고 동네 사람들이 말한다는데 실로 그럴 만하다.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교복 입은 여학생들은 계단 밑 사랑방에 퍼질러 앉아 수다를 떨고, 남학생들은 2층 영화방에서 만화영화를 보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할 일’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이 이곳에 있다. 하루 평균 102명이 오가고 543권이 대출되는,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런 역할 변화를 전국에 전파하고 있다. 2007년에는 서울 신림동 난곡주민도서관 새숲을, 2008년엔 부산 화명동 맨발동무도서관과 대전 문지동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을 친구도서관으로 만들었다. 매달 책구입 예산비 100만~200만원을 지원하고, 운영자·사서 워크숍을 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 성북구청과 달빛마루도서관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황광선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사무국장은 도서관 운영 비결에 대해 “책만 많이 꽂아놓으면 도서관이 자연히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국장이 지적하는 부분은 ‘사람’과 ‘장서’에 대한 개념이다. 특히 사서가 중요하다. 사서를 비정규직이나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것을 비판했다. 도서관법 시행령 제4조 1항에 공공도서관은 면적(330㎡당)과 장서(6000권당) 기준으로 사서 직원을 채용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다. 곽철완 강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조사한 ‘공공도서관 사서직 인력 현황’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경기 광주시 등 17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공공도서관은 2008년 59개관에서 2011년 95개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사서 채용률은 2011년 현재 도서관 1곳당 1.1명 수준에 불과하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윤남 관장을 포함해 직원 10명(인턴 2명·순회 사서 1명 포함)이 운영한다. 사서 7명에 자원활동가가 무려 250명이다. 황 국장은 “작은 도서관을 수십개 만드는 양적 팽창보다 앞으로 도서관 운영에 대한 질적 성장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사서를 제대로 기용·배치하고 예산 확보 등을 도서관 정책의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100년 전통 ‘뉴욕공공도서관’ 1911년 개관해 100살이 넘은 뉴욕공공도서관(NYPL)은 ‘지성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도서관이다. 시 예산과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이용자가 연간 1600만명에 이른다. 책을 빌려주는 전통적 도서관 범주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서관 사서들은 단순히 책만 찾아주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찾는 책을 보고 필요한 상담자나 의사를 소개하는 등의 ‘시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NYPL이 좋아서 이사를 못 간다.”는 시민들이 있을 정도다. NYPL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신문은 지난 7일(현지시간) NYPL 측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 비밀을 들어봤다. →전통적인 도서관의 역할에서 변신을 추구하는 이유는 뭔가. -지난 100년 이상 우리 도서관은 수백만 이용자의 지식 원천이었다. 앞으로도 미래를 내다보면서 우리의 전설을 이어갈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쉼 없이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변신의 바탕에는 모든 연령대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열정적으로 도서관을 지역사회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즉, 책과 아이디어, 서비스, 각종 공공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서관과 시민 생활을 이어주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우리는 작가, 연구원, 이민자, 학생 등 우리의 고객들에게 각종 행사와 전시회, 온라인 검색 등을 최대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도서관을 직접 찾거나 온라인으로 방문하는 이용자들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이다. →지나친 변신을 반대하는 여론도 있는데. -이용자 중에는 책, CD, DVD 대여 등 전통적 도서관 역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리서치를 위해 온라인으로 자료를 빌리고, 사진을 얻으려고 ‘디지털 갤러리’를 찾는 고객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각종 행사나 강좌 등을 통한 주민 간 상호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NYPL이 제공하고 있는 ‘시민 밀착형’ 서비스는 무엇인가. -‘교육 및 학습’ 프로그램으로는 영어, 수학, 미술, 컴퓨터 교육은 물론 교사 준비 과정 과목도 있다. ‘문자해독과 대(對)시민 서비스’ 프로그램에는 성인교육대학, 다문화 문학, 여성과 리더십, 젊은이와 도서관 연결, 학생 보충학습 등이 있다. 특히 우리는 평소 도서관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정부지원을 덜 받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맨해튼과 브롱크스, 스태이튼 아일랜드 등 지역사회에 제공한다. →사서들의 전문성 제고 등 자질 향상을 위한 재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는 본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 공부를 원하는 사서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학사과정은 물론 석·박사 학위 과정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 직책에 연관된 비(非)학위 학습 프로그램 비용도 보조하고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사서들의 전문성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도서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투자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NYPL이 재개발 계획을 통해 현재 300만권에 달하는 서고 중 절반을 뉴저지주 창고로 옮기겠다고 한 이후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수년간 이용해온 최첨단 서적 보호시설이 있다. 늘어나는 서적을 효과적으로 보존하려는 조치는 당연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앞으로 100년 뒤 NYPL의 모습은 얼마나 변해 있을까. -100년 뒤를 상상하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분명히 지역사회와 테크놀로지가 변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연령과 다양한 배경의 고객들에게 교육과 오락을 제공한다는 우리의 기본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훈훈한 사회를 만드는 사람들] 은평, 외로운 독거 어르신 눅눅해진 이부자리 바꿔드리며 포근한 말벗 돼준 사랑나눔

    은평구는 여름철 장마와 연이은 폭염으로 눅눅해진 어르신들의 이부자리를 바꿔드리는 ‘어르신 포그니 사업’을 실시했다고 28일 밝혔다. 구에 따르면 지난 24일 자유총연맹 은평지부 대조동분회의 후원으로 대조동 주민센터에서 홀로 외롭게 사는 어르신 20명에게 깨끗한 이부자리를 전달했다. 대조동분회 관계자는 “무더운 여름을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사랑담은 이부자리로 인해 편안한 잠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불 전달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건강상태와 생활환경 등 안부를 확인하고 담소를 나누는 등 뜻 깊은 시간도 가졌다. 남우현 대조동장은 “앞으로도 지역 봉사단체와 함께 지역 어르신들을 섬기고 돕는 훈훈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8)소록도 중앙공원 솔송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8)소록도 중앙공원 솔송나무

    셸 실버스타인의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는 소년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준다.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아무래도 멀리 떠났던 소년이 빈털터리가 되어 돌아온 뒤가 아닐까 싶다. 힘없이 나무에게 돌아온 소년에게 나무는 자신이 더 내어줄 게 없어 안타깝다면서, 그루터기만 남은 자신의 몸 위에 편히 앉아 쉬라고 한다. 이제 늙은 노인이 된 소년은 그루터기에 앉았고,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다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나무가 사람에게 주는 것의 그 끝이 어디일까. 나무가 감동을 주는 건 물질적인 이유만이 아니다. 나무로부터 정신적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 참으로 나무를 가까이 하게 되는 이유이지 싶다. ●확인되지 않은 헛소문만 무성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닌 데다, 보시다시피 예쁘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말들을 만들어낸 모양이에요. 하지만 실제로 확인된 사실은 없어요.” 한센병 환자이며, 시와 수필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드러내며 살아가는 강창석(60) 시인은 소록도 중앙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나무인 솔송나무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들이 대부분 헛소문이라고 단언했다. 나무의 값이 2억원이나 된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5억원을 웃돈다고도 했다. 그러나 강 시인에 따르면 나무를 조경 전문가들에게 감정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개는 말 좋아하는 관광 가이드들이 나무의 아름다움을 놓고 임기응변으로 지어낸 이야기들이다. 나무의 값어치뿐 아니다. 이 나무를 어떤 권세가 혹은 부유한 가문의 누군가가 값을 지불하고 캐 가려 했지만, 소록도에서 살아가는 한센병 환자들이 몸으로 막아내 가져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졌다. 한데 이 역시 근거 없는 이야기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돈 있는 사람들이 이 나무 한 그루를 가져가려고 마음먹었다면 그게 뭐 그리 힘들었겠어요. 우리 환자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그걸 막겠어요. 할 수 없이 보냈겠지요.” 자연 속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무의 자연미를 탐하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정원수를 가꾸는 호사가들이라면 탐을 낼 수 있을 만큼 소록도 중앙공원의 솔송나무는 조경수로 매우 잘생긴 나무다. 한눈에도 오랫동안 누군가의 세심한 손길을 타고 자란 나무임을 알 수 있다. ●울릉도에서만 사는 토종 나무 솔송나무는 강 시인의 이야기대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일본이나 북아메리카에서는 대형 목조 건축의 주요 재료로 쓰기 위해 널리 키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다. 그나마 군락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고, 한두 그루씩 띄엄띄엄 자랄 뿐이다. 울릉도 태하령 부근의 솔송나무 군락지도 천연기념물 제50호로 지정되긴 했으나 섬잣나무, 너도밤나무의 무리 안에서 몇 그루가 발견되는 정도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솔송나무는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늘푸른 바늘잎나무인데, 잘 자라면 30m 높이까지 자라는 큰 키의 나무다. 잎이 소나무에 비해 짧고 납작하며, 솔방울은 소나무에 비해 작다는 특징을 가진 우리 토종 나무다. 소록도 중앙공원 가장자리에서 자라난 솔송나무는 키가 8m를 조금 넘고, 줄기 둘레는 1.2m밖에 안 된다. 30m까지 자라는 솔송나무의 본성을 생각하면 아직 한참 더 자라야 할 나무다. 한센병 치료 전문 병원인 자혜의원이 설립된 1916년 즈음에 심어졌다는 걸 감안하면, 나이도 고작해야 100살 미만인 어린나무다. 소록도 솔송나무의 생김새는 저절로 자라는 솔송나무와는 사뭇 다르다. 자연 상태에서 솔송나무는 나뭇가지가 수평으로 펼쳐지며 전체적으로 원뿔형으로 자란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나무나 구상나무에 가까운 수형이다. 그러나 소록도 솔송나무는 반원형의 우산을 덮어놓은 듯 단아하다. 나뭇가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가느다란 바늘잎 하나하나를 일일이 다듬어낸 듯한 흔적이 엿보인다. 숙련된 조경사의 빼어난 솜씨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다. 어쩌면 한 그루의 나무를 목숨을 걸고 키워낸 치열한 수고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모습이다. 돌아보면 솔송나무뿐 아니라, 중앙공원의 모든 나무들에 소록도 사람들의 지극한 정성이 배어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위로와 평안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소록도 주민들의 말로 다 못할 고난을 누구도 달래주지 않았어요. 홀로 삭이며 살아야 했죠. 중앙공원의 나무들은 주민들에게 큰 위안이었지요. 나무를 보듬어 안으며 끝내 지워지지 않는 천형의 고통을 씹어 삼켰다고 해야겠지요.” 중앙공원은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국립 소록도 병원에서 관리하게 돼 있지만 그동안 조경 관리라든가, 나무 관리 담당자가 배정된 적이 없었다. 고난의 세월을 살아가는 소록도 주민들의 눈에 나무가 들어왔기에 다가섰고, 나무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나누어 준 것이다. “중앙공원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는 한센병 환자들의 썩어 문드러진 입술을 타고 저절로 흘러내린 침으로 키워낸 겁니다. 돈 몇 푼으로 값을 매길 수 없지요.” 옅은 미소를 띤 채 고난의 세월을 이야기하는 강 시인의 몇 마디 남지 않은 뭉툭한 손은 여느 한센병 환자의 그것처럼 서늘하리만큼 차가웠다. 그러나 그의 손에서 생명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건 이 땅의 모든 생명에게 평안과 위로를 아낌없이 건네주는 나무와 함께 한 긴 세월이 있었음이리라. 글 사진 소록도(고흥)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가는 길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 336-7. 목포~광양 간 고속국도의 벌교나들목으로 나가 1.5㎞쯤 가면 나오는 벌교교차로에서 고흥 방면으로 난 국도 15호선으로 우회전한다. 32㎞쯤 남쪽으로 가면 고흥고등학교 앞의 호형교차로에 닿는다. 직진하여 국도 27호선을 타고 서남쪽으로 18㎞쯤 더 가면 국도 77호선과 만나는 차경사거리가 나온다. 소록도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2㎞ 남짓 가면 소록대교가 나온다. 대교를 건너서 곧바로 나오는 안내소에서 안내를 받으면 중앙공원에 갈 수 있다.
  • [K리그 올스타전] 올스타전 말말말

    ●거스 히딩크 러시아 안지 감독 파티는 끝났다. 다들 만나서 반갑고 기뻤다. 10년 전 기억을 아름답게 가져가길 바란다. 좋지 않은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줘 고맙다. (박지성이 안겼을 때) 10년 전과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감동적이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0년 전 멤버가 다시 모여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안정환(K리그 명예홍보팀장) 형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줬다. 당시 안겼던 히딩크 감독의 품은 상당히 포근했는데 오늘은 ‘왜 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에 느꼈던 따뜻한 품이 아니더라. ●신태용 성남 감독 2002년에 4강에 오른 이유를 잘 보여 줬다. 시야나 활동 반경, 패스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 홍명보, 황선홍 형이 “살살해. 그만 좀 괴롭혀.”라고 하더라. 2002 멤버가 잘 준비했지만, K리거들이 더 잘 준비했다. 비오는 날 ‘팀 2012’가 약속대로 혼내 준 한판이었다. ●이동국(전북) 오늘 경기장에 와서 골 세리머니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딱 3개 만들었는데 전반에만 3골을 넣어서 하프타임 때 급하게 2개를 더 만들었다. 5개가 최대였는데 여섯 번째 골을 넣었을 땐 할 게 없었다. MVP는 2002멤버 중에 나올 줄 알았는데 내가 받아 의외였다. ●최용수 FC서울 감독 당시의 환희와 감동을 되살리면서도 볼거리를 제공한 것에 만족한다. 경기 전엔 지성이가 얼마나 답답할까 미안했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득점까지 해 상당히 만족스럽다. 유로 2012에서 본 발로텔리의 표정이 인상적이었고 퍼포먼스도 보여 주고 싶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 힘들어 못하겠더라. 넣으라고 자꾸 공을 주는데 넣을 수가 있어야지. 근데 재미는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K리그 선수들도 팬들이 그렇게 축구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자부심을 갖고 경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마지막 골은 김용대가 끝났다고 그냥 먹어 준 거다. 최병규·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를 날다

    패러글라이딩으로 히말라야를 날다

    KBS는 2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9시 40분에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2400㎞를 패러글라이딩으로 횡단한 168일간의 기록을 담은 3부작 다큐멘터리 ‘이카로스의 꿈-히말라야 2400㎞를 날다’를 방송한다. 총 9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다큐멘터리는 동력에 의지하지 않고 자연의 에너지만을 이용해 히말라야의 하늘길을 개척하는 이카로스 후예의 모험기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2005년 촐라체 등반 중 불의의 사고로 8개의 손가락을 잃은 박정헌 대장의 눈물겨운 히말라야 횡단 도전기와 휴먼 스토리도 공개한다. 26일 방송하는 1편 ‘신화의 시작’에서는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탐험 길을 떠나는 X-히말라야 원정대의 사투를 소개한다. 이들은 열과 바람, 산과 대지에서 생겨나는 자연의 힘을 이용해 무동력으로 히말라야의 동서 2400㎞를 횡단해야 한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요인들로 이들의 비행은 쉽지 않았다. 기류가 안 좋아 불시착하면 인근 마을에서 숙박하거나 17㎏이 넘는 배낭을 메고 다시 산으로 올라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가는 쉽지 않은 여정이 계속된다. 6월 2일에 방송하는 2편 ‘신들의 땅’에서는 변화무쌍한 히말라야의 자연과 그곳에서 만난 미지의 사람들과의 조우를 소개한다. 대원들을 신의 땅 히말라야의 하늘길로 안내해 주는 친구이자 가이드는 독수리였다. 그들의 날갯짓은 대원들의 순탄한 비행을 돕는 가장 친절한 벗이었다. 독수리들의 안내에 따라 대원들은 무려 100㎞를 4시간에 걸쳐 날아 장거리 비행에 성공했다. 히말라야 오지에 불시착한 대원들. 마치 어렸을 적 우리네 시골마을처럼 절구질하고, 자급자족해 생계를 이어가는 현지인들의 때묻지 않은 미소와 친절은 비행에 지친 대원들의 마음을 히말라야 대자연의 품처럼 포근하게 안아준다. 6월 9일에 방송되는 ‘촐라체의 기억’에서는 동료를 잃을 가슴 아픈 기억을 묻고 촐라체로 향하는 국내 산악계의 살아있는 인간문화재인 박정헌 대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익어간 시간/가람 사랑이 시간 속에 익으면 정이란 이름으로 포근해지더라 더러는 매정하게 돌아서기도 하지만 그건 사랑이라고 부르지 말자 한겹 두겹 허물을 벗어서 그대에게 입혀주고 더 이상 벗을 허물이 없을 때 당신의 허물은 내 허물이 되더라 앞으로 뒤로 모로 보아도 무덤덤한 믿음만 남는 내가 못나서 익어버린 정이 좋더라 사랑에 찌들어 삭은 향기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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