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3개월/「전국동시 실시」 성과와 문제점 점검
◎쓰레기 37% 감소/100% 정착 “눈앞”/규격봉투 사용 99%… 농촌지역 호응도 높아/1회용품 자제… 음식찌꺼기 가축사료 활용/불법투기 여전… 분해성 비닐봉투 개발 서둘러야
쓰레기 종량제 실시된지 1일로 만3개월을 맞았다.
그동안의 성적표를 보면 아직도 제도개선·인식전환의 개선점이 지적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기대치를 넘는 우수한 평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연초 전면 실시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이 제도의 조기 정착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정부 일각에서 조차 『주민의 음식 문화의 변화가 유도되지 않았고 음식물·생활용품등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의 의식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가 아니겠느냐』며 우려를 표시했었다.
실시초반에 규격봉투의 사용실적이 돋보였던 것도 일선의 행정력이 총 동원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3개월여에 이르면서 종량제는 정착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쓰레기 종량제는 주민·기업·사회단체의 공감대 속에 완벽한 정착을 이뤄나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나가고 있는상황이다.
규격 봉투의 개선,수거체계의 보완,재활용품의 처리 및 활용방안 개선등의 난맥상은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나 환경부 관계자들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3개월 동안의 쓰레기 종량제 실시현황과 문제점,앞으로의 보완점등을 중점 점검해 본다.
○민원 점차 감소추세
▷현황◁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으로 보면 실시 성적은 완벽에 가깝다.통계상 규격봉투의 사용률은 99%에 이른다.
최근 여론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주민 여론조사에서도 98.6%가 종량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이같은 정부의 집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환경부 담당부서에 한동안 빗발치던 주민들의 불만과 민원도 3월들어 크게 수그러들었다.아이디어를 제공하겠다는 등의 전화가 불어난 것이 달라진 점이다.
실시 초기에는 지난해부터 시범 실시를 한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등이 많은 도시 지역의 성적이 우수했다.
지금은 지역별 편차는 거의 없다.
농촌지역이 중소도시나 대도시 보다 감량효과가 큰 것도 이채롭다.가게에서 봉투구입비용이차지하는 부담이 높을수록 감량유인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요즘 농촌지역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퇴비 또는 가축사료로 활용하고 아궁이를 이용한 소각처리의 지혜를 짜느라 주민들의 모임이 활발하다.
주거형태별 감량효과는 일반주택이 가장 높았고 공동주택,상가지역등의 순으로 조사됐다.주부의 쓰레기 줄이기 노력이 두드러졌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등에서 일회용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여나가고 장바구니등을 이용,포장재를 줄여나간 생활개혁의 결과다.
▷문제점◁
겉으로 드러난 성과 만큼이나 개선돼야 할 문제점과 허점도 만만찮다.
○수거날짜 들쭉날쭉
서울·부산등 대도시의 저소득층들이 몰려사는 고지대 주민들은 『수거일이 정해 있지만 들쭉날쭉하다』고 여전히 불만을 토로한다.좁은 골목길등에 내다놓은 쓰레기는 제대로 치우지 않고 연탄재등도 제때 수거해 가지않는다는 불평이다.봉투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주민들 역시 일반 비닐봉투에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사례가 많아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또 도시의 변두리나 농어촌지역의 쓰레기 불법투기도 심각하다.
어촌지역의 경우 사실상 사각지대 비슷하다.어망·수초·패각류등의 엄청난 쓰레기를 규격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는 연안이나 부두를 볼썽 사납게 하는 것은 물론 해안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다.도시의 변두리나 농촌의 외진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불법으로 내다버린 냉장고·세탁기·폐건축물등이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못이나 하천등도 몰래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환경부는 건축이 성행하는 봄철을 맞아 자치단체별로 단속반을 편성,중점단속토록 일선 시도에 지시했지만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피혁이나 섬유 제품등을 생산하는 서울 인근의 중소기업의 불만도 만만찮다.가죽조각·섬유류등의 쓰레기를 규격봉투에 담아 내놓아도 제대로 수거해 가지 않는다며 관할 자치단체등에 시정을 호소하고 있다.
규격봉투는 10,20,50,1백ℓ들이 4종이던 것을 5,30,75ℓ들이를 추가해다양화됐다.하지만 봉투의 색상 및 재질의 불만은 여전하다.분해성 비닐의 개발 역시 하루 속히 해결돼야 할 과제이다.
또 전체 쓰레기의 30%를 차지하는 음식쓰레기의 효과적인 활용방안 마련도 시급하다.실제 음식쓰레기를 사료로 활용하는 비율은 10%에도 못미친다.
농어촌지역과의 연계체계를 확립,축산농가에 사료등으로 활용토록하는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음식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기위한 발효기의 개발도 함께 추진돼야 할 과제다.
또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주택가에서 담배 꽁초등 작은 쓰레기를 버릴 곳이 마땅치 않다고 주민들은 말한다.대부분의 기존 쓰레기 통을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소형 쓰레기통은 적정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않는 미화원들의 별도 수거료 요구등의 폐단도 시급히 시정돼야 할 대목이다.
일반기업과 주민들의 의식에도 개선돼야 할 점이 적지않다.가정에서의 쓰레기량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음식점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상대적으로 크게 줄지않고 있다.음식점에서의 음식낭비 풍조가 고쳐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상당한 개선이 이뤄졌지만 1회용품의 사용자제와 포장재개선의 노력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표준규격 새달 개정
▷개선 대책◁
환경부는 규격봉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진청에 표준규격의 개정을 의뢰해 놓고 있어 곧 최종안이 나올 전망이다.이안이 마련되는대로 5월부터 조달물품으로 조달청에서 공급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환경부 이규용 폐기물정책과장은 『논란이 됐던 봉투 색상 역시 반투명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봉투비에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층을 위해 무상배포 대상 주민도 확대,사각지대를 없애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원이나 유원지,해수욕장등의 경우 유료입장 지역은 관리기관이나 기업이 쓰레기처리 비용을 부담토록하고 무료입장 지역은 이용시민이 봉투를 구입,처리토록 이원화했다.어촌지역의 쓰레기는 수협에서 봉투를 제공하거나 무상수거등의 방안등을 검토중이다.
소비자들이 재활용 물품인지 제대로 몰라재활용이 안되는 혼란등은 이번에 도입된 재활용 마크 표시제가 실시되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합성수지 포장재 및 완충재를 줄여나가도록 하기 위해 일정 부피이하는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에 의한 포장재를 사용토록 하는 등의 세부안을 마련키 위해 환경부가 업계의 의견을 수렴중이다.
또 재활용 용기를 사용하는 소비재의 경우 제품가격이 낮아져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등의 정책적인 배려도 검토하고 있다.
◎분리수거활용 대책/재활용품 비축기지 6개권역 신설/그린벨트·국유지에 집하장 건설 검토/1백50억원 투입… 재생업체 육성 지원
종량제의 궁극적인 성패는 재활용품의 분리수거와 이의 활용체계 확립에 달렸다.
주민들의 철저한 재활용품 분류의지와 자치단체 및 민간기업이 이를 적절히 활용,다시 생산재로 내놓는 체계가 이뤄져야 명실상부한 종량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량제 실시 이후인 1,2월 두달 동안 전국의 재활용품 집계량은 66만4천2백여t으로 시행전 두달동안의 47만5천3백여t에 비해 40% 늘어났다.
현재 재활용품은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에서 1차 수집돼 읍·면·동별 간이 집하장에서 민간 수집상이나 재생업체에 공급된다.2차적으로 시·군·구별 집하선별장으로 운반해 품목별·재질별로 분류,시장성이 있는 품목은 민간 수집상에게 판매하고 나머지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은 한국자원재생공사에서 무상인수해 3차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시·군·구당 집하선별장 설치가 전국에 2백41개에 불과하고 운송장비와 인력부족등으로 읍·면·동의 간이 수집상에서 집하선별장까지 재활용품이 재대로 운송 되지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들은 재활용품의 재고 량은 우려했던 만큼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한다.
시·군·구의 재활용품 보관율은 전국 평균 14% 수준에 그쳐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는 것이다.그러나 부산의 보관율이 53%에 이르러 일부지역은 서울(8%),경기(15%)등의 지역에 비해 크게 높아 재활용 처리시설등의 확충이 시급하다.
따라서 재활용품 선별집하장이 우선 도심 가까운 곳에 많이확보돼야한다.
운송비 부담이 클 경우 경제성이 없어 매립이나 소각의 방법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현재 고철이나 종이류만 활용되고 나머지는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다.
정부가 그린벨트,공공용지의 활용이나 국유재산 무상대부 방안을 강구중인 것도 재활용품 보관을 위한 용지난 해소를 위한 고육책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98년까지 전국 6개권역에 재활용품을 압축·파쇄·선별하는 비축기지가 완비되면 어느 정도 균형있는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함께 한국자원재생공사는 재활용이 어렵고 경제성이 적은 폐플라스틱의 처리를 위해 올해안에 수도권의 2개소를 비롯,청주 광주 제주 성주 김해등 7개소에 플라스틱 중간처리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활용 산업의 육성도 시급한 과제다.국내 재생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인데다 기술축적이 이뤄지지않아 정부의 육성지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지난해 1백억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1백50억원을 지원하기 위해 대상업체의 선정등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