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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총리 “신산업, 마냥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돼”

    李총리 “신산업, 마냥 막을 수 없고 막아서도 안 돼”

    “기존 산업과 이해 조절하며 수용해야” 수소차 등 신산업분야 규제 33건 해제이낙연 국무총리는 31일 “신산업은 기존 산업과 이해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지만 마냥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해는 조절하면서 신산업은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타다’ 운행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브이씨엔씨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 총리는 “지혜는 책상에서보다 소통에서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관계부처는 기존 및 신산업 분야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지혜를 짜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수소차, 가상현실,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혁신뿐 아니라 연구개발(R&D) 투자와 육성정책이 맞물려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수소차, 가상현실, 의료기기 등 신산업 분야 규제 33건을 풀었다. 이 총리는 “업계가 개선을 요구하는 규제의 존치 필요성을 소관부처가 입증하지 못하면 업계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고, 수용하지 못할 사유가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소충전소 관련 시설·입지 규제를 풀고, 도심 내 충전소 설치를 유도하기로 했다. 수소충전소는 지상에만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었으나 앞으로는 복층 건설이 가능하다. 복층형 수소충전소란 충전기 위에 수소·저장처리 시설을 설치한 것을 말한다. 충전소 면적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일본에서는 복층형 수소충전소를 허용한 뒤 면적이 500~600㎡에서 280㎡로 줄었다. 가상현실(VR) 관련 규제도 완화해 유원시설에 설치된 VR 시뮬레이터를 통해 게임만 제공할 수 있었으나 내년 3월부터 VR 영화도 허용된다. 5인승으로 제한돼 있던 규모도 6인승까지 확대된다. 같은 게임을 PC·비디오·모바일·아케이드 등 플랫폼별로 심의받아야 하는 규정을 폐지해 한 플랫폼에서 심의를 받으면 다른 기기는 심의 없이 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뜨거운 감자 ‘선거법 개정안’ 대안 쏟아져… 대부분 “비례대표 확대·의석 축소 최소화”

    의원 정원 증원 논의 활발… 변수는 여론 민주 현재 선거법 개정안 당론으로 채택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는 12월 3일 선거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5건을 부의하기로 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당선에 막대한 영향을 줄 ‘선거법 개정안’의 대안들이 백화제방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4차 산업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재 확보를 위해 비례대표 확대는 필요하지만, 지역구 의석 축소는 최소화하자는 내용이 대다수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31일 원내정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대안으로 추진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 당과 여야 각 당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시 지역에서 지역구당 2~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어촌 지역은 지역구당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도시에서 10여개의 의석수가 줄어드는데 이만큼 비례대표를 늘리게 된다. 하지만 지방 의석은 변동이 없는 반면 민주당 강세인 도시 지역은 한국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져 중재안이 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의석 정원 확대안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현재 선거법 개정안은 300석 중 지역구는 기존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린다. 이 중 지역구 의석 28석 감소에 대한 의원 반발이 문제다. 앞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의원 정수 10%(30석)를 늘려 지역구 의석을 유지하고 비례대표만 75석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한 이유다. 일각에서는 30석은 너무 많고 12석 혹은 15석만 늘리자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국회의원 수 증가에 대한 국민 반감이다. 이를 감안해 심 대표는 이날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의원 월급(세비)을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하자고 제안했다. 내년 기준으로 의원 월급은 현재 1140만원에서 872만 5750원 미만으로 줄어든다. 월 중위소득(4인 가족)인 약 452만원만 받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세비나 보좌관 수를 줄이더라도 의원 정원 증가를 논의하려면 오래전부터 국민의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 불과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증원 자체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원 300석을 유지한 채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크게 늘려 다양한 인재 확보에 집중하자는 주장도 있다. 다만 현재처럼 각 당의 전국 득표수로 비례대표를 정하는 게 아니라 각 도마다 비례대표를 배정하고 도 전체 득표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역시 지역구 의석이 크게 줄어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정수 확대 반대 여론을 감안한 듯 현재 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한국당은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를 주장하며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 중이다. 야권 관계자는 “한국당은 지금 입장을 고수해도 손해가 없고, 반대로 의원 정수가 확대돼도 겉으로는 반발하면서도 속으로 좋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2023년 대학 입학금 완전히 사라진다

    대학 입학금이 2023년 전면 폐지된다. 대학 등록금을 2회 이상 분할 납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31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학 입학금 폐지와 등록금 분할 납부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대학 입학금 폐지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대학 입학금은 2017년 1학기 기준 국·공립대 평균 15만원, 사립대 평균 77만원으로 대학마다 천차만별인데다 책정 근거와 사용 목적이 모호해 ‘깜깜이’로 지적받아왔다. 정부는 2022년까지 대학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개정안의 통과로 2023년부터 대학 신입생의 입학금이 완전히 사라진다. 또 대학 등록금을 학칙에 따라 2회 이상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도 마련돼 학생들의 등록금 납부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교사 10명 중 6명 정시 확대 반대 … 대입제도 개편, 교육계와 협의하라”

    일선 교사 10명 중 6명이 ‘정시 30%’ 이상으로 대입에서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31일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진진협)에 따르면, 두 단체가 전국의 고등학교 교사 33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22년도 대입에서 수능 위주 정시 전형을 ‘30% 이상’ 확대하기로 한 것에 대해, 추가로 정시 확대가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9.8%가 반대(‘전혀 그렇지 않다’ 38.3%·‘그렇지 않다’21.5%)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는 광역시 교사 974명과 중소도시 교사 1694명, 읍면지역 교사 637명이 참여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시정연설 직후인 지난 23일부터 3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은 ‘학생의 진로 개발, 미래 역량 함양에 가장 적합한 전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78.9%가 ‘학생부종합전형’을 선택했다. 수능전형(11.2%), 학생부교과전형(8.0%), 논술전형(1.8%) 등이 뒤를 이었다. ‘고교학점제에 가장 적합한 전형’을 묻는 질문에도 ‘학생부종합전형’(71.7%)이 가장 많이 꼽혔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1%(‘매우 그렇다’ 42.6%·‘그렇다’ 28.4%)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그러면서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이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로 대입제도에 대한 방안을 정부가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질문에 45.6%가 ‘전혀 그렇지 않다’, 24.1%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는 등 부정적인 응답이 69.7%에 달했다. 학종에서 비교과를 대폭 축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학생부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68.3%가 적절하다고 응답한 반면, 자기소개서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46.0%)과 반대(42.3%)가 비슷했다. 두 단체는 “이미 결정한 2022년도 대입전형을 번복하는 것은 학교 현장과 수험생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면서 “정시 확대는 미래 인재상을 평가하는 데에 맞지 않는데다 공교육 붕괴에 일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권의 무분별한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중지하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비롯한 교원단체, 교육단체, 대학의 입시 관계자들과 소통해 2028년도 대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균미 칼럼] 백 년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김균미 칼럼] 백 년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한국처럼 학생과 학부모, 정부까지 대학입시에 온 관심을 쏟는 나라는 찾기 어렵습니다. 대학 진학 말고도 학생들이 다양한 성공 경로를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23일 국제교육콘퍼런스에 참석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이 입시에 매몰된 한국 교육에 대해 한 말이다. 한국의 교육정책은 대학입시 정책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사실상 입시 준비를 시작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고교는 물론 초등학교 교육까지 대입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입제도 개편은 공론화 과정을 걸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런 대입 개편 논의가 ‘조국 사태’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던진 ‘정시 확대’라는 말 한마디에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발표한 대학입시 개편안이 흔들리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혼란에 빠졌다. 중장기적인 개편 방향보다 정시와 수시 비율 논란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정시 확대 전격 발표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들이 있다. 먼저 청와대가 주무 부처인 교육부와 사전 협의를 거쳤는지 여부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 방침을 발표하기 하루 전까지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시 비중 30% 이상’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교육부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유 부총리가 조국 사태 초기인 9월 초·중순부터 협의해 왔다며 부인했지만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교육정책 공약인 고교학점제와 상충하는 문제다. 교육 전문가들은 정시가 확대되면 2025년 도입하는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셋째, 다음달 발표될 대입 개편안은 한시적인 개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라고 밝혔고, 이광호 청와대 교육비서관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시 확대는 2025년도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보다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입시 개편이 벌어질 것이므로 과도기적 과정”이라고 못박았다. 또 바뀌는데 학생들이 뭘 믿고 대입을 준비할 수 있겠나.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교육에 정치가 개입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여당은 모두 정시 확대의 근거로 여론을 들이밀고 있다. 특히 20대의 비판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그렇게 여론을 중시한다면서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52.5%로 1위였던 ‘정시 45% 이상’ 방안과 별도의 시민참여단이 적절하다고 본 정시 비중 ‘39.6%’ 방안은 어디로 갔나. 개편 방침이 정해진 만큼 이제 관심은 정시가 얼마나 늘어나고 학종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쏠려 있다. 정시와 수시 간 균형을 맞추면서 지역균등전형과 고른기회전형 등 사회적 약자 배려 전형을 확대해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시 비중은 공론화 과정에서 제시됐던 40%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학종에서 부모의 인맥과 경제력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대신 학교 교육과정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활동을 발굴해 제도의 취지를 살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시 확대에 맞춰 암기식·획일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수능도 이번 기회에 보완했으면 좋겠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비롯한 교육 전문가들이 제시한 서술·논술형 수능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력과 시간, 비용, 그리고 무엇보다 채점의 정확성과 공정성이 문제 될 수 있지만, 현실적 한계만 탓할 수는 없다. 2020년 입시부터 논·서술 주관식 시험을 치르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면 어떨까 싶다. 일본은 2013년 입시를 논·서술 위주의 주관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교육계는 물론 정계와 재계, 학계, 관계 인사들로 자문기구를 구성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면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극복했다고 한다. 우리도 내년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한다면 인적 구성을 다양화해 미래 교육의 비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내야 한다. 100년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20년 아니 10년이라도 지속하는 대입정책, 교육정책이라도 좋다. 더이상 우리 아이들이 ‘실험실 쥐’ 신세가 되게 할 수는 없다. kmkim@seoul.co.kr
  • [문화마당] 그래도 도서정가제가 답이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그래도 도서정가제가 답이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현행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8일 18만명 가까이 이르렀다. 청원이 시작된 지 꼭 2주 만이다. 청원인 숫자가 20만명을 넘으면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해야 하므로 편집자로서 이 과정을 심각히 지켜보는 중이다. 이들의 주장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도서정가제 시행 명분은 ‘동네서점 살리기’였는데, 서점 수는 그사이 오히려 줄었다. 둘째, 신간의 경우 창작자 보호 등을 위해 규제할 수 있으나 구간에도 이를 적용하는 것은 과잉이다. 이 탓에 독서율은 떨어지고, 평균 책값은 올랐다. 셋째, 정가제를 시행하는 외국의 경우 소비자 부담을 더는 장치가 있다. 가령 프랑스는 출간 후 24개월 지난 책을 오프라인 서점에 한해 제한 없이 할인 판매하며, 일본은 싼 가격의 문고본을 펴낸다. 이런 장치가 없는 우리의 경우 차라리 독자들이 책을 싸게 구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 플랫폼이 사라지면 책도 함께 소멸하고 읽고 나서 중고 판매도 불가능하므로 전자책 구매는 사실상 대여일 뿐 소유라고 할 수 없다. 전자책은 도서정가제의 예외로 두어야 한다. 내 생각에 이는 단견에 불과하다. 첫째,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서점 숫자의 감소 추세는 2009년 2846곳, 2013년 2331곳, 2017년 2050곳으로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온라인서점과의 할인 경쟁을 완화한 결과 ‘독립서점’이라 불리는 기존과 다른 형태의 서점이 수백 곳이나 생겨났음을 간과할 수 없다. 책이 있는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한 이들을 포함하면 서점 숫자는 증가했을 수도 있다. 또 도서정가제 덕분에 진주문고, 삼일문고, 대동서적 등 여러 지역 서점의 도전이 활성화되고, ‘서점의 도서관화’ 등 대형 서점의 다양한 시도도 가능해졌다. 둘째, 출판산업의 위축은 온라인 미디어 활성화에 따른 경쟁심화가 주원인이다. 과거 우리가 경험했듯 90%에 이르는 과도한 할인 탓에 구간 판매가 신간을 잡아먹는 환경에선 소출판사들의 다양한 도전이 있기 힘들었다. 그런데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출판사 수는 2013년 4만 4148곳에서 2018년 5만 9306곳으로, 발행 종수도 2013년 6만 1548종에서 8만 1890종으로 늘었다. 과잉생산에 따른 우려가 있지만 창작 활성화라는 정책적 효과는 달성한 셈이다. 셋째, 일본 문고본이나 영미 페이퍼백 같은 이중 시장은 가격이 아주 비싼 양장본(하드커버) 초판 시장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책날개가 있어 보존성이 좋고 상대 가격이 싼 반양장의 출판비중이 높아 이런 이중가격 시장이 활성화될 필요가 거의 없다. 나라마다 출판 전통은 각각 다르므로 문고본만 놓고 좋고 나쁨을 판단해선 안 된다. 삼중당문고는 독자들 외면 속에서 사라졌다. 또 현행 정가제 환경에서도 기간에 따른 할인은 출판사 의사에 따라 얼마든 가능하다. 출간 18개월 이후엔 재정가 시스템을 통해 정가를 낮추면 되기 때문이다. 넷째, 전자책의 경우 새로운 형태의 출판물이므로 거래 규칙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쌓인 것은 아니다. 종이책 전환 전자책의 경우 당연히 정가제 대상이나 대여 등 다양한 사업 형태도 가능할 수 있다. 하나 웹소설이나 웹툰의 경우 아직 서비스별로 논의와 연구가 더 필요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작가의 정신적 가치에 참여하는 일이요, 인류 문화의 정수를 체험하는 일이다. 독자들이 서점에서 만나는 대다수 책들은 손익 분기를 넘기 어렵지만, 작가들이 책을 쓰고 편집자가 책을 기획하는 이유는 이러한 문화적 자부 때문이다. 또 정부가 도서관을 지어 시민들의 독서권을 보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책을 가격으로만 접근하면 책 문화의 근간을 파괴할 수 있다. 도서정가제 폐지는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 ‘정시 확대’ 방침에… 중학생 학부모들 “외고·자사고 보낼 것”

    학부모들 “수능 대비·‘세특’ 기재 등 잘해” 수시 위주 일반고, 정시 대비 어려울 듯 전문가 “외고·자사고, 입시 노하우 쌓여” 향후 5년간 고교 서열화 되레 심화 조짐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최근 학부모 상담 주간에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부모들로부터 “문제 풀이를 좀더 시켜 달라”는 부탁을 듣는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진학해 적응하려면 지금부터 고난도 문제 풀이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사는 “2025년은 정권이 바뀐 후여서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폐지 계획이 어떻게 뒤집힐지 모르니 정시가 확대되면 자녀를 ‘잘하는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학부모 사이에 파다하다”고 전했다.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학부모들이 외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가 2025년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남은 5년 동안 고교 서열화는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될 조짐이다. 중1 자녀를 둔 김모(43)씨는 최근 한 대형 학원이 개최한 고교 입시 설명회에서 “정시가 확대됐지만 학종이 여전히 대세이니 둘 다 잡으려면 특목고나 자사고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는 “수능 대비는 물론 학교생활기록부의 ‘과목별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세특)도 기재를 잘해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면서 “상위권 학생들만 모여 있으니 수업 수준도 높고, 내신 문제도 수능에 가깝게 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수능 중심 교육을 할 수 있는 자사고와 강남 등의 일반고는 정시가 확대되면 유리하지만, 특목고는 그동안 수시 위주 체제를 갖춰 왔기 때문에 정시 대비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강남, 목동 등 ‘교육특구’ 외 지역의 일반고는 불리할 것이라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중2 자녀를 둔 최모(43)씨는 “일반고는 정시보다 수시 위주라, 정시를 노리려면 학교에선 제대로 대비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종에서 비교과를 전면 폐지 또는 축소하는 방안 역시 일반고 진학을 꺼리게 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 경우 ‘세특’이 학생을 변별하는 핵심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장은 “세특에 학생 개개인에 대한 기록이 풍성하게 담기려면 토론·협업·실험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이 활성화돼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일반고는 그런 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자사고, 특목고가 ‘불패’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한 입시 전문가는 “대입제도가 바뀌어도 입시 노하우가 쌓인 이들 학교는 우수한 진학 실적을 이어 갈 것”이라면서 “학생이 치열한 경쟁을 잘 버틸 수만 있다면 외고나 자사고로 가라고 조언한다”고 귀띔했다.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은 “대입제도의 변화에 따른 영향은 곧 고교 입시로, 중학교 교육으로 이어진다”면서 “당장 내년부터 중학교에서 주입식·암기 교육이 강화되고 프로젝트 등 수행평가는 줄이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정시 확대 방침이 고교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정시·학종 비율보다 고교 교육 정상화의 밑그림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김상조 “정시 확대 대비 강남 집값 대책 준비 중”

    김상조 “정시 확대 대비 강남 집값 대책 준비 중”

    “분양가 상한제 강력한 안정 대책”“대입개편 강남에만 유리하지 않아”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특목고 폐지와 대입 정시 비율 확대 등 교육정책 변화로 강남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30일 YTN ‘노종면의 더뉴스’에 출연해 ‘대입 정시 비율이 높아지고 특목고 등이 사라지면 강남 8학군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이렇게 설명했다.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반드시 막겠다”며 “다만 어느 하나의 강력한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분양가 상한제는 매우 강력한 (부동산) 안정 대책”이라면서 “관계장관회의 등을 거쳐서 (동별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핀셋’ 지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관련한 보완 대책을 한꺼번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김 실장은 강남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인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이번 개편으로 대입제도가 강남 일부 학생에게만 유리해지지는 않으리라 본다”며 “전국 학생의 사정에 맞게 공정하게 기회가 제공되는 길을 찾아주려 한다”고 말했다. 정시 반영 비율을 두고서는 “지난해 국가교육회의(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가 30% 이상으로 권고했는데, 더 높인다고 했으니 30%보다는 높아질 것”이라며 “대학 현장의 구체적 모습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실장은 정권이 바뀌면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질문에 “정부가 결정한 길이 다수가 원하는 길이라면 일관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길을 찾는 것이 성공하는 개혁의 길“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과학고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있으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일반고 전환에서 제외돼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런 관점에서 현실을 분석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한국당 “의원 정수 10% 확대안 반대 73.2%…축소 요구 57.7%”

    한국당 “의원 정수 10% 확대안 반대 73.2%…축소 요구 57.7%”

    자유한국당은 30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제안한 ‘국회의원 정수 10% 범위 내 확대안’에 대해 국민 73.2%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 김세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원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 28일 전국 만 19세 이상 1503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자동응답 조사(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2.53% 포인트다. 조사 결과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 수준에 대해 응답자 3명 중 2명인 63.3%가 ‘많은 편’이라고 응답했고, ‘적정 수준’은 22.7%, ‘적은 편’은 9.7%로 나타났다. 또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 대해서는 ‘축소해야 한다’가 57.7%로 가장 많았고, ‘현행 유지’가 22.2%, ‘확대해야 한다’가 13.2%였다. 김 의원은 “세부적으로 보면 연령대별로는 30대와 50대, 권역별로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직업별로는 사무·관리·전문직에서 정수 축소 여론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정의당이 지난 27일 제안한 ‘국회의원 정수 10% 범위 내 확대 안’에 대해서는 찬성이 18.4%, 반대가 73.2%로 조사됐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당의 당론인 ‘비례대표제 폐지, 정수 10% 축소를 통한 전체 의원 수 270명 안’에는 51.5%가 찬성하고 40.6%가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을 조정하는 방안과 관련해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안’이 좋다는 응답자가 56.8%,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이 좋다는 의견이 29.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제가 국회의원 수를 유지할 것이냐, 줄일 것이냐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보고 국민의 뜻을 따르자고 했었다”며 “국민 뜻이 어디 있는지 잘 살펴서 무슨 정책이든 국민 뜻에 따라 추진하는 게 맞는 것이라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속보] 성윤모 산자 “전기요금 할인특례 폐지 적절치 않다”

    [속보] 성윤모 산자 “전기요금 할인특례 폐지 적절치 않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적자 감소를 위해 전기요금 할인특례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전기요금 할인특례와 관련한 모든 제도를 일괄적으로 폐지할지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성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기 요금 할인특례를 모두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국전력 사장의 인터뷰가 사실이냐’는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한전 사장이 언급한 요금체제 개편을 협의한 바 없고,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렇게 답했다. 성 장관은 한국전력의 적자 확대에 대한 대책으로는 “지난 7월에 한전이 경영 공시한 대로 내년 상반기 중에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제도 개선,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방안 등을 마련해 인가 신청하면 법령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온갖 할인 제도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누더기가 됐다”면서 “새로운 특례할인은 없어야 하고,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는 모두 일몰시키겠다”고 말했다. 주택용 절전 할인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할인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등을 원칙적으로 모두 없애 부담을 덜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전은 다음달까지 자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정책 전환 속에 한전은 지난해에만 1조 7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로 전환된 것은 6년 만이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9285억원에 달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나경원 “‘의석수 확대 합의’ 주장 심상정, 사과 안하면 법적조치”

    나경원 “‘의석수 확대 합의’ 주장 심상정, 사과 안하면 법적조치”

    “檢개혁법안 12월 3일 부의, 족보없는 해석”한전 전기료 할인 폐지에 “국민이 봉이냐”“탈원전으로 멀쩡한 회사 적자 만들어놔”정부 탈원전 에너지 정책 비판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한국당과 합의한 의석 수 확대’ 발언에 대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면서 “오늘까지 사과하지 않으면 바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제가 의석수 확대를 합의해줬다고 주장한다”면서 “없는 합의를 운운하는 게 벌써 2번째이고 정치인으로서 도를 넘은 발언”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심 대표는 본인이 한 말을 뒤집고 의석수 확대를 얘기하고 있다”면서 “그러더니 본인 말을 뒤집는 게 창피했는지 갑자기 없는 합의를 운운한다”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당과 합의한 대로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30석) 내에서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심 대표는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한다는 전제 위에서 의원정수 확대를 검토하자는 것은 오래된 논의로 그 논의가 바탕이 돼 지난해 12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까지 함께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 내에서 확대하는 합의를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정의당에 따르면 해당 합의 이후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했고, 결국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선거법 개정안에 의원정수 확대 방안이 빠졌다. 심 대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 검찰개혁 법안을 12월 3일 부의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는 “최악의 오판을 일단 피했지만 12월 3일 역시 족보 없는 해석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는 엄연히 별개의 상임위이며, 공수처 법안은 명백히 법사위 법안이 아니다”라면서 “따라서 90일의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별도로 줘야 하며, 아무리 빨라도 내년 1월 29일에 부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한국전력이 1조 1000억원대의 각종 전기료 특혜할인을 폐지하기로 한 것과 관련, “탈원전으로 멀쩡히 잘 돌아가던 한전을 적자 회사 만들어놓고 적자를 국민에게 메우라고 하나. 국민이 봉인가”라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했다.이어 “이 정부도 속으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눈치를 보며 총선 뒤로 미루고 있었다”면서 “아직도 원전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에 사로잡힌 것인지, 아니면 태양광 마피아 눈치를 보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실정”이라며 탈원전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온갖 할인 제도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누더기가 됐다”면서 “새로운 특례할인은 없어야 하고,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는 모두 일몰시키겠다”고 말했다. 주택용 절전 할인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할인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등을 원칙적으로 모두 없애 부담을 덜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한전은 다음달까지 자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정책 전환 속에 한전은 지난해에만 1조 7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로 전환된 것은 6년 만이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영업손실은 9285억원에 달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2022년부터 9급 공채 고교 과목 폐지·전문과목 도입

    2022년부터 9급 공채 고교 과목 폐지·전문과목 도입

    2022년부터 9급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수학·사회·과학 등 고등학교 교과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대신 직렬마다 업무에 필요한 전문 과목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 국가직뿐만 아니라 지방직·경찰·소방·해양경찰도 포함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시험령’ 등 5개 시행령 개정안을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9급 공채 필기시험에서 고교 과목을 도입한 것은 2013년 이명박 정부에서다. 고교 졸업생의 공직 진출 기회를 넓혀 준다는 명목이었지만 기대했던 정책 효과가 나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교 과목을 도입한 뒤 고교 졸업생의 9급 합격률은 되레 줄었다. 업무와 관련이 없는 고교 과목을 공부해서 합격한 9급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전문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기도 했다. 개편안을 준비하면서 공청회 등 20여차례의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쳤다는 게 인사처의 설명이다. 인사처가 온라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77.6%, 수험생 73%가 고교 과목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적에 인사처는 고교 과목을 폐지하고 직종과 직류별 특성에 맞는 전문 과목을 반드시 치르도록 했다. 예컨대 국가직 9급 세무 직렬은 반드시 세법개론과 회계학을 선택해야 한다. 특수직렬이 아닌 일반행정 직렬에서도 행정 지식이 필수이기 때문에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지방행정 포함)은 반드시 공부하도록 했다. 일반적인 국가직과 지방직 외에도 경찰(순경)이나 해양경찰(순경), 소방(소방사) 등 9급에 상당하는 다른 공개채용에서도 선택 과목에서 고교 과목을 제외하고 전문 과목을 도입하기로 했다.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고자 2년간 유예 기간을 두고 2022년에 치르는 시험부터 적용된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검찰, 7번째 개혁안 발표…“모든 사건관계인 변호사 동석 가능”

    검찰, 7번째 개혁안 발표…“모든 사건관계인 변호사 동석 가능”

    앞으로 피의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참고인 등 모든 사건관계인이 검찰 조사 시 변호인과 동석할 수 있다. 대검찰청은 29일 ‘변호인의 변론권 강화 방안’을 골자로 하는 7번째 개혁안을 발표했다. 검찰은 전국 18개 검찰청 인권보호담당관과 변호사단체, 각종 시민단체 등의 간담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사 참여권이 대폭 확대된다. 현재는 피의자의 변호인만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피혐의자, 피내사자, 피해자, 참고인 등 모든 사건관계인의 변호사들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조사 참여 제한도 최소화한다. 이 밖에도 변호인이 검사를 상대로 구두로 직접 변론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변호인의 변론내역을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올려 검사, 수사관 등 사건담당자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 1일 ‘특수부 축소’와 ‘외부기관 파견검사 복귀’ 개혁안을 시작으로 자체 개혁안을 연달아 내놨다. ▲ 공개소환 전면 폐지 ▲ 심야조사 폐지 ▲ 전문공보관 도입 ▲ 대검 대 인권위원회 설치 ▲ 비위 검사 사표 수리 제한 등이 개혁안에 포함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 개혁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자연임신해 아기 낳은 67세 中여성

    자연임신해 아기 낳은 67세 中여성

    중국에서 67세 여성이 아기를 낳았다. 중국 내 최고령 산모 기록을 깬 것이다. 28일(현지시간) CNN는 중국 산둥성 짜오좡시에서 톈씨 성을 가진 67세 전직 의사가 자신이 일하던 짜오좡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딸을 낳았다고 전했다. 병원 대변인은 산모가 자신의 의학 지식을 중국 전통 불임 치료법에 적용한 결과 자연임신했다고 설명했다. 담당 의사인 류웬청은 중국 CCTV와 인터뷰에서 “산모 나이가 많고 여러가지 합병증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제왕절개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아기는 출생 몸무게가 2.56㎏였다. 류 교수는 제왕절개 수술 중 톈의 난소가 40세 여성의 것과 같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60세 난소처럼 위축되지 않았다는 점이 자연 임신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톈과 딸은 출산 직후 중환자실로 이송됐지만 둘 다 안정적인 상태라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톈의 남편 황씨는 딸의 이름을 ‘톈츠(天賜)’라고 지었다. ‘하늘이 준 선물’이라는 의미다. 이들 부부는 이미 두 명의 자녀와 손주 여럿을 두고 있다. 이들의 큰손자는 올해 18세다. 자녀들은 부부가 아이를 가지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으며, 톈은 CCTV에서 “딸은 아기를 낳을 경우 인연을 끊겠다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2016년 ‘한 자녀 정책’ 폐지 뒤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노년층 부모들이 많아지며 출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에서 톈 이전 최고령 산모 기록은 2016년 아기를 낳은 지린성의 64세 여성이었다. 인도에서는 73세 여성이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해 지난 9월 쌍둥이 딸을 낳기도 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홍준표 “인구 오천만 한국, 미국 기준이면 국회의원 81명”

    홍준표 “인구 오천만 한국, 미국 기준이면 국회의원 81명”

    “일 안하고 특권만 주장, 수준 미달 의원 많아”“한국, 의원 수 확대 못 막으면 모두 한강 가라”정의, ‘의원 수 300명에서 10% 확대’ 주장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란과 관련해 29일 “미국의 인구 대비 의원 정수면 한국의 국회의원은 81명 정도”라면서 “미국 의회처럼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과거보다 인구가 3배 이상 늘었는데 의원 정수가 변함이 없는 미국 의회의 예를 들어 이렇게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우리가 의회정치의 모델로 삼는 미국은 상원의원 100명, 하원의원 435명, 도합 535명으로 구성된다”면서 “이 의원 정수는 미국 인구가 9000만 명이던 1911년에 확정돼 현재 3억 3000만 명으로 인구가 늘어도 변동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우리나라는 인구가 5000명인데 미국의 인구 대비 의원 정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81명 정도밖에 안 된다”며 의원 수 축소를 강조했다. 현행 국회의원 수는 지역구 의원 253명, 비례대표 의원 47명 등 총 300명이다. 정의당이 세비를 동결하는 전제에서 의원 수를 10%(330명) 늘리자고 주장한데 대해 홍 전 대표가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홍 전 대표는 “내가 4선 의원을 해 봤지만,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자기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권리와 특권만 주장하는, 수준 미달의 여야 의원들이 참 많았다”면서 “국회의원 정수는 200명으로 하고 미국처럼 비례대표를 폐지하고 전원 주민 직선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국회의원 정수 10% 확대를 주장하는 정의당 등을 겨냥해 “좌파연대 승리를 위해 듣보잡 선거제도인 베네수엘라형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도 모자라 국회의원도 10%나 증원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7일 선거법 개정에 대해 “한국당과 합의한 대로 현행 300석에서 10% 범위 내에서 확대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을 향해 “좌파 연대의 망국적인 행동은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막아야 한다”면서 “의원직 총사퇴, 총선 거부 투쟁을 벌여서라도 반드시 막아라. 못 막으면 모두 한강으로 가거라”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뛰어가는 나라, 기어가는 나라

    [남순건의 과학의 눈] 뛰어가는 나라, 기어가는 나라

    며칠 전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2020 세계대학 순위’를 발표했다. 전 세계 81개국 1500개 대학의 순위를 발표한 것이다. 2015년부터는 교육 여건을 삭제하고 연구 실적(75%)과 연구 평판도(25%)만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과학기술 연구 역량이 큰 대학들의 순위를 매긴 것이다. 아시아권 상위 20위까지 대학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중국 7개, 홍콩 4개, 싱가포르·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일본에 각각 2개 대학이 있고 우리나라는 단 1곳만 포함돼 있었다. 그것도 아시아권 12위에 말이다. 한 집안의 미래를 보려면 자식들의 능력과 가치관을 보면 되듯 한 국가의 미래을 알기 위해선 대학의 역량을 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시아 내에서도 위상이 더 떨어질 것 같다. 한때 우리나라와 같이 아시아의 용이라 불렸던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는 이제 최강의 연구력을 자랑하는 대학을 갖고 있다. 아시아 1위인 싱가포르국립대는 미국 최상위 대학들과 경쟁할 수 있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경쟁력 없는 학과를 과감하게 통폐합하는 등 보장된 정년을 믿고 안주하는 한국의 교수 사회와는 판이한 대학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찾아오도록 만들고 있다. 대학의 미래는 활발한 관·산·학 협력에 있다. 중점 연구 분야에 대해 장기 비전을 가진 정부가 지원하는 장기 연구비,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기 좋은 인프라 그리고 대학 내 구성원들의 무한경쟁 등은 한국보다 훨씬 적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를 앞서가게 만드는 요인이다. 홍콩의 대학들도 놀랍게 발전했고 ‘아시아의 MIT’라 불리는 홍콩과기대는 다른 대학평가 순위들에서 수차례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후발 주자인 중국의 움직임은 무서울 정도다. 베이징 외 지역 거점 대학들도 이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췄고 이곳에 몰리는 인재 역시 중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집중 투자하는 분야에는 미국 대학들도 부러워할 만큼 강력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과학논문 수는 미국의 턱밑까지 쫓아왔고 일부 분야에서는 질적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을 넘보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대국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과학연구 현실을 보면 최근 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 정부의 장기적 과학 정책도 없다. 게다가 과학기술 분야에 최고 수준의 인재 쏠림 현상도 없다.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 아마도 10년 내에 더욱 추락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매년 10월만 되면 이웃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부러워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 과학자들이 매년 노벨과학상을 꾸준히 받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 정책과 그와 연관된 교육 정책이 연속성 있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정부에 따라 과학기술 정책이 쉽게 휘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은 이념 중립적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좌우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런데 과학고 폐지론을 쉽게 언급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원자력 발전 분야에 학생들이 지원하는 것을 겁내도록 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한번 무너진 과학기술은 되돌리기 어렵다. 남들이 뛰어가는 동안 기어간 사람에 대한 국제적 아량은 없다.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부모를 누가 부양해야 하나? 1998년 국민의 90% 이상이 ‘가족’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인 지난해 같은 답변 비율은 27% 수준으로 감소했다. ‘사회’라고 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답이 18%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하고 있다. 자립 생활을 지원해 입원이나 요양원 입소를 최소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효과적인 정책이다. 그렇다면 중증정신질환의 책임 주체는 누구일까. 적어도 현재까지는 가족의 책임이다.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패전 후 사라졌지만 일본에도 중증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을 집에 가두는 ‘사택감치법’이란 법안이 있었다. 자·타해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가족에게 떠맡긴 제도가 폐지된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다. 중증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은 평소에는 일반인보다 낮지만 급성기나 재발 시에는 높다. 핵가족화된 도시에서 소수의 가족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다. 그 결과 중증정신질환이 방치돼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이나 진주 방화 사건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1999년 미국 뉴욕 지하철역에서 급성 증상을 보인 중증정신질환자 골드스타인이 켄드라라는 기자를 밀어 사망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주 의회는 켄드라법을 발의해 자·타해 위험이 있는 중증정신질환자의 외래치료를 가족이 아닌 판사가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이 제도는 환자 및 가족단체인 ‘미국정신장애연대’에서 먼저 제안했다. 특히 피의자로 수감된 골드스타인 역시 법의 시행을 강력히 주장했다. 법 시행 후 뉴욕은 중증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43%가량 덜게 됐다. 영국, 호주에는 정신건강심판원이 있다. 이웃의 정신 응급 위기를 포착한 시민은 누구나 정신건강평가를 신청할 수 있다. 심판원은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위험성이 높으면 공공의료시스템을 통해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환자는 본인의 직계가족, 후견인, 형제자매, 친구를 지정보호자로 정해 이들의 도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4월 진주 방화 사건 때도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7번 출동했지만 예방적 조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임세원법으로 외래치료지원제도가 개선됐지만 지역사회 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시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몇몇 정신건강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들을 찾아가 돕지 못하고 있다. 중증정신질환도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법과 좋은 치료 환경, 찾아가는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자립 지원을 통해 중증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도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우리 모두의 안전과 인권에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아픈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내모는 사회에서 ‘마음이 아픈 사람이 언제든 쉽게, 편견과 차별 없이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임세원 교수의 유지다.
  • 일상 품었던 읍성, 일상 지켜준 도성

    일상 품었던 읍성, 일상 지켜준 도성

    경기 광주시 청량산 일대에 위치한 남한산성은 본성과 외성까지 포함한 성곽의 총길이가 1만 2335m, 면적 220만 9270㎡에 달하는 국내 최대 산성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남한산성은 안쪽은 낮고 얕으나 바깥쪽은 높고 험해서, 청나라 군사들이 처음 왔을 때 병기라고는 날도 대보지 못했고, 병자호란 때도 결코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병자호란 피란수도, 남한산성 광해군을 폐위시키는 군사 반정으로 즉위한 인조는, 이듬해인 1624년 이괄의 반란으로 한양을 뺏기고 공주로 피란하게 된다. 혹독하게 고생한 그해 임금의 입보와 조정의 파천이 가능한 남한산성을 수축하게 된다. 1636년 병자호란을 당한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옮겨 45일간 수성으로 침략을 버틴다. 화력과 기동력에서 열세였던 조선군 1만 3000여명으로 수십만의 최정예 청군을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은 산성의 견고함 때문이었다. 결과는 일방적인 패전과 치욕적인 항복이지만 산성이 함락된 것이 아니라 원군과 물자의 결핍으로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 용골대가 통역 정명수에게 말했다. -단단해 보인다. 산골나라에는 저런 성이 맞겠어. -조선은 성안이 허술합니다. -허나 성벽은 날카롭구나. 깨뜨리기가 쉽지는 않겠어. -바싹 조이면 깨뜨리지 않아도 안이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그리 보느냐. 듣기에 좋다. (김훈의 ‘남한산성’에서)산성의 위치는 절묘하다. 서울의 동쪽 흥인지문을 나와 살곶이다리로 중랑천을 건너 광진나루에 다다른다. 배로 한강을 건너 평야지대를 지나면 남한산성에 입성할 수 있다. 빨리 걸으면 대략 8시간, 한나절 거리다. 병자년 12월 9일 압록강을 넘은 청나라의 기병들은 빛의 속도로 남하해 12월 14일 개성에 도착했고, 바로 그 시간 인조는 궁궐을 떠나 당일 남한산성에 입보할 수 있었다. 남한산성은 평균 고도 450m의 고지에 떠 있는 천혜의 요새다. 봉우리와 능선을 연결해 약 10㎞의 본성을 쌓았다. 청량산 일대에는 신라시대 쌓았던 주장성이 폐허로 남아 있었다. 인조 대의 남한산성은 대략 기존 주장성의 흔적을 따라 돌로 견고하게 쌓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처럼 대규모의 산성을 2년이라는 단기간에 완성하기 위해 택한 나름 현명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때 완성한 본성은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성 밖에 있는 벌봉이나 남한봉은 안의 봉우리들보다 40여m 높아 성안을 들여다보는 고지였다. 중장거리포로 무장한 청군은 이곳에 화포를 설치해 산성 안을 무차별 공격할 수 있었다. 이 결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후대에 벌봉을 감싸는 봉암성을 쌓고, 남한봉과 연결하는 외성인 한봉성을 쌓게 된다. 또한 성 밖의 능선을 확보하기 위해 남문 근처에 3개 옹성을 덧붙여 쌓았다. 완벽한 방어용 산성으로 보완됐지만 이후에는 재래식 외침도, 재래식 수성도 없었다.●산성수축론에서 산성거주론까지 한국과 같은 산악 국가는 곳곳에 산성을 쌓고 이를 거점으로 방어망을 형성하는 것이 전통적인 군사전략이었다. 고구려는 산성의 나라라 할 정도로 수많은 견고한 산성을 경영했다. 인구 2만명의 안시성이 당나라의 수십만 대군을 물리치지 않았던가. 특히 수도 방어를 위해 국내성 인근에 환도산성을, 평양성 뒤에 대성산성을 쌓았다. 평상시에는 평지 도성에서 일상을 영위하지만, 유사시에는 배후 산성에 입보해 침략으로부터 지켜 냈다. ‘평성과 산성’이라는 2성제는 백제와 신라는 물론 후속 왕조인 고려도 채택한 전통적인 도성 방어체계였다. 조선 왕조는 군사용이 아닌 한양성만 쌓았을 뿐 도성 방어용 산성을 만들지 않았다. 대국인 명나라나 야만국인 일본이 수도를 함락할 정도로 전면 침략할 리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진왜란 발발 20일 만에 수도가 함락되고 조정은 국경인 의주로 파천했다. 전시 재상인 유성룡은 무기력한 조선의 방어체계를 개탄하며, 유사시에 대비해 튼튼한 산성을 마련하자는 산성수축론을 주장하게 된다. 남한산성은 산성수축론이 실현된 본격적인 예다. 산성은 수축과 관리에 막대한 자원이 소요된다. 또한 산성 수호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성 밖의 백성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니 무슨 소용이 있는가. 산성무용론을 펼친 실학자 유형원은 평소 생활 터전인 읍성의 방어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읍성보강론을 주창했다. 이 주장은 설득력을 가져 여러 지방의 읍성을 마치 산성과 같이 방어용으로 개축하게 된다. 읍성보강론은 결국 1797년 수원화성 건설로 결실을 맺었다.그러나 아무리 튼튼해도 읍성은 지리적 한계로 인해 방어력이 떨어진다.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던 강항은 산성에 인구를 유입하고 거주 기능을 높이자는 산성거주론을 주장했다. 군사적인 산성 안에 본격적인 생활기능을 담을 수 있다면 거주와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높은 곳의 산성은 지리적 접근이 어렵고 내부 토지도 좁아 인구 유입에 한계가 많다. 산성 거주를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1683년 남한산성에 광주유수부를 설치하게 된다. 유수부란 수도권의 광주, 강화, 개성, 수원에 둔 군사·행정을 통합한 특별 통치 단위였다. 광주유수부에는 6000명이 넘는 군인과 수백명의 지방 관료와 그 가족들이 이주했다. 또한 세금 감면과 경작지 제공 등 혜택을 줘 1000호, 4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산성도시가 됐다. 남한산성의 진정한 가치는 이 높은 분지에 도시가 이뤄졌고, 유수부가 폐지된 1917년까지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 번성이 유지됐다는 사실에 있다.●상황 따라 기능 달라지는 이중적 도시 구조 이 산성도시는 평시에 일반적인 읍성과 같이 기능하지만, 유사시엔 임시 도성이 되는 이중적 성격을 가졌다. 도시의 뼈대 역시 이중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남문·북문을 이루는 간선도로의 중앙에 동문으로 통하는 중심도로가 접속한, 丁자형 가로를 이룬다. 그 교차점에 종각이 있고, 그 뒤에 행궁을 뒀다. 동서 관통로인 종로에 남대문로가 접속한 한양의 도로체계와 유사하다. 또한 행궁과 경복궁의 위치도 비슷하다. 지형에 따라 방위만 바뀌었을 뿐 한양 도시체계를 축소 반복한 임시 도성의 모습이다. 일반적인 읍성의 중심은 객사다. 행궁 남쪽에 객사인 인화관을, 그 뒤로 관청들을 뒀다. 동문로에는 큰 물줄기가 흐르는데, 물줄기 양쪽에 나란히 두 개의 도로가 놓였다. 한 길은 행궁으로 통하고, 다른 한 길은 객사로 통한다. 다시 말해 하나는 도성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읍성의 길이다. 두 길 사이의 공간에는 장터와 군사훈련장, 공공 정원인 지수당 연못을 둬 공공 지역으로 설정했다. 지수당 연못은 원래 3개로 경관용인 동시에 저수지 역할까지 했는데, 현재는 2개만 남아 있다. 연무관 앞의 훈련장과 장터는 세계유산센터와 주차장, 일반 음식점들이 어지럽게 들어서 흔적이 없어졌다.행궁의 규모는 비록 작지만 왕궁의 격식을 따라 외전과 내전을 중첩시켰다. 눈에 띄는 것은 행궁 뒤 북쪽 산 옆에 자리한 좌전이라는 건물군이다. 도성의 종묘에서 역대 임금들의 위패를 가져와 모시는 임시 종묘인 셈이다. 행궁의 남쪽 지역에는 우실이라는 사직단을 뒀다고 한다. 제왕이 있는 도성이 되려면 좌측에 종묘, 우측에 사직단을 설치해야 한다는 이른바 ‘좌묘우사’의 원칙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공공 지역과 시설 주위로 자리한 1000여호의 민가에서는 수천명의 주민이 농사뿐 아니라 수공업과 상업 등에 종사하며 다양한 도시적 일상을 살았다. 한창때는 효종갱이라는 아침 죽을 한양까지 배달할 정도로 여러 특산물의 산지였다. 남한산성 400년의 역사에서 병자호란 45일은 비일상적인 특수한 기억일 뿐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산성도시로 번성했고, 천주교의 순교지이자 구한말 의병운동, 일제 독립운동과 애국계몽의 근거지였다. 해방 후 남한산성은 수도권의 중요한 관광지로 여전히 번성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국제적인 명소가 됐지만 성곽만 부각될 뿐이어서 늘 아쉽다. 특별하고 의미 있는 도시 구조가 재건된다면 명실상부한 산성도시가 될 것이다. 성곽은 이미 날카롭다. 내부의 산성도시가 건강하게 살아난다면 남한산성은 영원히 마르지도, 깨지지도 않을 것이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심상정이 다시 띄운 ‘의원 정수 10% 확대’ 강기정 “신중해야”… 황교안 ‘여론 배수진’

    심상정이 다시 띄운 ‘의원 정수 10% 확대’ 강기정 “신중해야”… 황교안 ‘여론 배수진’

    黃 “여론조사 실시 이후 국민 뜻 받들 것” 沈 “한국, 여야 4당 패트 공조 방해 말라” 손학규 “국민 설득” 가세… 심상정 옹호 오신환 “孫 개인 의견… 당론 아냐” 일축28일 여야, 청와대 등 정치권은 전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다시 불을 댕긴 ‘국회의원 정수 10% 확대’ 주장을 놓고 하루 종일 격한 ‘갑론을박’을 펼쳤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국회의원 정수 300명에서 한발 더 나가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의원 정수를 10% 감축한 270명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이미 지난 3월 당론으로 결정한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과의 공조를 파기할 수도 없고, 국민 여론에 반할 수도 없어 어정쩡한 모습이다. 반면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해 “국민들이 동의를 안 할 것”이라면서 “매우 신중해야 된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를 언급하면서 “‘(국민에) 검찰 개혁을 위해 정수 확대에 동의하겠느냐’고 물어보니 ‘안 한다’고 한다”고 했다. 강 수석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 신중론과 관련해 “정수 확대는 ‘국회에서 어떤 대대적인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수 확대가 되겠느냐’는 뜻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그런 생각을 늘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어 ‘민주당이 군소 야당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 법안을 선거법에 앞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는 “그것은 국회에서 하는 것이니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의도연구원(한국당 싱크탱크)은 의원 정수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길 바란다”며 “여기서 드러난 국민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국민 여론이 정수 확대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믿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심 대표를 향해 “드디어 밥그릇(지키기)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정치 개혁, 선거 개혁 전부 핑계들이었다. 결국 속내는 국회의원 배지 욕심, 정의당 의석수 늘리기 욕심이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심 대표는 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한국당은 대국민 약속이었던 여야 5당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을 것이면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를 방해하지 말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심 대표 발언을 옹호하며 “국회의원 정수를 30석 늘리고, 정치권이 나서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자 손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은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개혁위, 검찰 정보수집 기능 전면 폐지 권고

    개혁위, 검찰 정보수집 기능 전면 폐지 권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출범시킨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의 정보수집과 관련된 부서를 없애라고 권고했다. 부서, 검사 수 등 외형에 대한 통제만으로는 실질적인 직접수사 축소가 이뤄질 수 없다고 보고 정보수집 권한까지 내려놓으라고 한 것이다. 수사에 필요한 정보마저 수집하지 못하게 하면 검찰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여 반발도 예상된다. 개혁위는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수사정보1·2담당관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 산하 수사정보과·수사지원과, 광주·대구지검의 각 수사과 등 정보수집 부서를 즉시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관련 규정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도 즉시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동향 파악’ 목적의 정보보고 규정도 삭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검찰보고사무규칙’은 사회적 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거나 정당·사회단체의 동향이 사회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5가지 사항에 해당되면 일선 검찰청의 장이 정보보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혁위는 2013년 대검 중앙수사부가 폐지됐기 때문에 직접수사를 뒷받침하는 정보수집 부서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검에 별도 정보수집 부서를 둬야 할 법적 근거도 미약하다고 봤다. 대검 범죄정보 부서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수사정보정책관실로 바뀌었다. 개혁위에 따르면 당시 인원은 40여명에서 15명으로 줄어든 뒤 다시 34명으로 늘어났다. 또 이들 부서가 특정한 목적을 갖고 표적을 삼거나 선택적으로 정보수집을 해도 통제 장치가 없다는 게 권고의 배경이다. 개혁위는 “전국 검찰조직의 정보를 수집, 분석함으로써 검찰 내부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검이 조직 전체를 정치적으로 장악하는 데 악용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가 개혁위 권고를 수용해 관련 법령을 개정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문 전 총장 때 수사와 관련 없는 정보는 수집하지 않기로 하고 첩보 업무를 맡은 정보관(IO) 제도도 폐지했는데, 이런 변화 노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는 “이번 권고안은 현 수사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내놓은 것 같다”며 “수사정보 부서들이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원해 왔다는 의심에서 나온 것으로도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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