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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千장관처리 여야 공조 가능성

    千장관처리 여야 공조 가능성

    천정배 법무부장관 수사지휘 파문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면서 정당별 공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신중하게 검토중인 천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비롯해 국가보안법,X파일 특별·특겁법 등 올 정기국회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짝짓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 “해임여부는 별개의 문제” 우선 천 장관의 거취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자진사퇴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반대입장이 확실하다. 한나라당이 천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거듭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보조를 맞추었다. 그러나 해임안 제출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다시 논의를 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의 주장은 천 장관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달라는 것이지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이번 사태와 맞물려 국가보안법이 정기국회 최고 쟁점 법안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국보법 개·폐 법안이 계류중이다. 지난해 말 여야가 ‘대체입법’이라는 절충점까지 간 적이 있지만 강정구 교수 파문을 계기로 이념 논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은 이번 파문이 국보법 폐지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규정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 내 국보법 폐지론자들과 범개혁노선을 형성해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한나라당도 이에 정면대응하려는 기류다. ●X파일 관련법·사학법 쟁점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X파일관련법들도 부상할 조짐이다. 현재 법사위에는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각각 제출한 특별법안과 한나라당 주도로 야4당이 공동발의한 특검법이 회부돼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김영삼 정부 시절의 옛 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에,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불법도청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민노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도청 테이프 내용의 공개주체를 민간기구(열린우리당)로 할지, 특검(민노당)으로 할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학법은 여야 합의 시한이 오는 19일로 다가왔다. 일단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자립형학교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개방형이사회가 걸림돌인데 일각에서는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에 실패,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될 경우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과의 정책공조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千법무 지휘권 발동 파문] 與 ‘강정구 발언’ 큰 시각차

    강정구 교수의 발언에 이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권 발동을 놓고 열린우리당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견 스펙트럼상의 편차가 워낙 커 노선투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부분 강 교수의 발언엔 동조하지 않지만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불구속수사를 지휘한 것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개혁강경파 의원들은 사법처리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쪽에선 “북한처럼 굶어죽고 싶으냐.”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김동철 의원은 강 교수 사법처리에 반대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 의원은 “강 교수의 발언은 대한민국 체제에 전혀 문제를 주지 않는다.”면서 “교수가 무슨 말을 했다고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우리 체제는 이제 그런 정도의 발언, 개인의 소신을 말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의원들도 많았다.‘386세대’인 송영길 의원은 강 교수의 발언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집권 여당이 헌법에 따라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태도표명을 요구했다. 홍재형 의원은 “강 교수의 의견과 180도 다르다.”면서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중도보수파인 안개모(안정적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회장 유재건 의원은 “강 교수의 발언은 우리나라 헌법을 최우선에서 위반하는 것이다.”라면서 “걱정이 돼 잠이 안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가 앞장서서 ‘오버’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당이 강 교수와 같은 의견을 가졌다가는 나라가 망한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적화통일이 돼 지금 북한처럼 그렇게 굶어죽고 싶으냐.”고 힐문하기도 했다. 전날 정장선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강정구의 시대착오적 영웅주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의미 없는 논쟁을 유발한 강정구 교수는 차라리 북한으로 가는 것이 낫지 않으냐.”고까지 비판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내 국보법 존폐 논쟁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목소리를 자제해 온 국보법 폐지론자들로서는 국보법을 다시 이슈화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립양상의 조짐이 보이자 지도부는 조기진화에 나섰다. 전병헌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천 장관의 불구속수사지휘는 이념적·학문적 해석 문제가 아니라 인권보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강교수파문 행정·검찰권 충돌 ‘초유사태’ 오나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천정배 법무장관의 서면상 수사지휘권 발동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검찰 안팎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지휘권 발동은 국보법 폐지에 대한 천 장관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1988년 민변 창립을 주도한 천 장관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로 알려져 있다. 재작년에는 법무부 국감에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천 장관은 지난 8월 “단호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지휘·감독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듯이 언젠가 사건에 개입하고 지휘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강 교수에 대해 구속 의견을 올리자 ‘수용 불가’를 선언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는 ‘강 교수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라며 구속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청와대와 여권의 견해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찰의 지휘 요청을 받고 5일 동안 고심한 검찰의 선택은 결국 ‘구속’이었다. 국보법의 폐지 논의가 있었고 국보법 적용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엄연한 실정법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고심과 장고 끝에 중대한 국보법 위반 사례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휘권 발동은 천 장관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왔던 ‘인권 수사’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이번 사건의 향방에 따라 공안 사건 등의 수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으며 다른 미묘한 사건에서도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야당이 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검찰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있어 자칫하면 여당과 검찰의 갈등이 심화되는 한편 집단반발로 번질 수도 있다. 법무장관의 지휘권은 법으로 보장돼있지만 발동된 사례는 사실상 없다. 지난 49년 당시 임영신 상공장관의 기소를 둘러싸고 구두로 발동된 적은 있다. 하지만 지휘권 발동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금기시됐다. 물론 의견을 좁히지 못해 갈등을 빚은 사례는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 시절에는 송두율 교수 구속여부를 두고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갈등이 생기며 지휘권 발동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와 법무부-검찰 조직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는 지난 54년 이른바 ‘조선(造船)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격인 법무상이 검사총장(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가 내각이 총사퇴하기도 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클릭이슈] 승진차별불만 경찰대 존폐문제로 확산

    [클릭이슈] 승진차별불만 경찰대 존폐문제로 확산

    경사 이하 일반 경찰관들의 승진 차별에 대한 불만이 ‘경찰대 존폐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13일 여당 의원이 경찰대 폐지안을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나서면서 1980년 개교 이후 25년간 경찰 엘리트 조직으로 자리매김한 경찰대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에 다다랐다. ●“경찰대는 내부 차별과 갈등의 요인, 폐지 후 대학원으로” 최근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관들이 경위 이상의 간부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며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하위직·비간부 출신 경찰관 1200명은 지난 11일 ‘대한민국 무궁화 클럽’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경감까지 근속 승진할 수 있게 법을 바꿔달라는 청원서를 국회의원들에게 발송했다. 불똥은 곧바로 경찰대로 튀었다. 승진 차별의 주원인으로 경찰대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은 13일 경찰대를 폐지하는 내용의 ‘경찰대학 설치법 폐지 법률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대 출신들의 고속 승진에 따른 경찰 내부의 위화감이 이미 도를 넘어섰고, 교육비나 병역 혜택까지 받는 재학생들이 곧바로 경위로 임용되는 것은 지나친 특혜라는 것이 폐지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최 의원측은 “경찰 간부급이 경찰대 출신자로 대부분 충당돼 조직의 유연성을 해치고 조직 내 갈등과 사기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 ‘경찰 전문대학원제’를 제시했다. 최 의원의 박정서 보좌관은 “경찰 지원자 중 대졸자가 90%를 넘는 상황에서 일정 기간 경찰 생활을 한 이들을 위해 일반수사와 사이버·과학수사 등 전문대학원을 만들면 경찰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의 차별 문제와 경찰의 전문성 확보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미 지난주 법안을 완성하고 발의를 위한 의원 서명을 준비 중이다. 현행법은 근속승진의 기간을 순경에서 경장은 7년, 경장에서 경사는 8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경위 이상으로의 승진은 특별승진, 시험승진, 심사승진 등을 거치게 돼 경위급 이상에 오르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위직 경찰관들은 말한다. 이에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경사로 10년을 근무하면 경위로 근속 승진할 수 있도록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경찰 수뇌부 “폐지불가”, 일부선 음모론도 제기 최 의원의 입법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청은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있었던 ‘경찰대 폐지 찬반토론회’ 전날부터 경찰 수뇌부는 폐지론에 반박하고 나섰다.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허준영 경찰청장은 12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경찰대 출산 간부들을 코어(핵심)그룹으로 칭하면서 경찰대 폐지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찰대는 폐해보다 경찰 발전과 국민을 위해 실익이 많다는 것. 허 청장은 “어느 조직이 최일선에서 정책을 이끌어갈 핵심 조직은 필요하고 경찰대 출신들의 조직 기여도는 상상 이상으로 높다.”면서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 사이에 승진 등에서 차별이 있다면 승진쿼터제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줄여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대 존속론자들은 경찰대 출신은 고시 출신과 함께 엘리트 그룹으로 ‘경찰의 자질 논쟁’을 종식시키고 조직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경찰대 폐지론을 두고 수사권 조정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일부 세력의 음모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내부 문제를 부각시켜 내분을 유도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숙명여대 법학과 이영란 교수는 “경찰대의 공과는 치안서비스 수요자인 전체 국민의 입장에서 평가될 일이지, 내부의 불만이나 일반대학 경찰관련학과의 이해타산으로 판단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경찰대는 차별화된 전문교육으로 경찰학 발전을 주도하며 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허청장 “경찰대폐지 고려 안해”

    허준영 경찰청장은 12일 최근 경찰 등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찰대 폐지론과 관련,“정책적인 분야에선 조직의 ‘코어(핵심)그룹’이 필요한 만큼 현재로써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단 일부에서 지적을 하는 순경 출신과 경찰대 출신의 격차 문제는 순경 출신에게 승진 기회를 할당하는 쿼터제나 특진제 등을 통해 점차 차이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한편 경찰대 개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기고] 3不정책 폐지 누가 원하는가/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두고 교육계가 들끓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이렇다. 내신을 강화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수요를 줄이겠다는 당국의 의지에 대학측이 자율권 침해라며 찬물을 끼얹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교육당국과 대학 측이 사사건건 학생선발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정작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가뭄에 타들어가는 논처럼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 대입제도로 인하여 고1교실이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자, 서울대가 먼저 대입 전형안을 내놓았다. 교육의 형평성을 고려한 ‘지역 균형 선발’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 3분의2는 특목고 등 소수를 배려한 ‘특기자 선발’ 및 논술 위주의 ‘정시 모집’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역시 서울대다운 발상이다. 전국에 흩어진 우수한 인재를 일차적으로 확보한 다음, 특정 지역과 특목고 학생들까지 싹쓸이하겠다는 발상이다. 챙길건 확실히 챙기겠다는 서울대의 속셈을 타 대학이 나몰라라할 리 없다. 자신들도 독자적인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하겠다고 나섰다. 늘 그랬듯이 선발권의 규제는 대학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로 또다시 교육당국을 압박하며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불허)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득권 계층이다. 소위 일류대학 출신에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지방대학이나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이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가뜩이나 사회적 희소가치(부, 권력 등)의 독점으로 인하여 계층 간의 위화감이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3불정책 폐지는 곧바로 기득권의 세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또한 3불정책 폐지론자들은 틈만 나면 대학의 경쟁력을 거론한다. 세계화 시대에 학생선발권을 묶어놓고 어떻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마치 우리 대학의 초라한 현실이 대학외적 요인에 있다는 소리로 들려 아쉬움이 남는다. 대학은 선발보다는 학사운영과 연구에 더 큰 책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교육당국의 보호 아래 내실보다는 외형 부풀리기에만 치중했던 대학이 이제 와서 경쟁력 운운하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나 다름없다. 3불 가운데 1불(본고사 불허)은 이미 유명무실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소위 수험생들이 몰린다는 대학들은 본고사 금지라는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개념과 이를 어겼을 경우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언어논술, 수리논술, 학업적성논술, 심층면접이란 그럴 듯한 명칭으로 사실상 본고사 형태의 시험을 치르고 있다. 포괄적이고 깊이있는 사고력을 요하는 논술고사와 심층면접의 성격상, 지방에 있는 학교로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매년 입시철이 가까워오면 지방 학생들이 논술과 면접 준비를 위해 서울로 원정 유학을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만약 본고사가 부활한다면 상대적으로 교육인프라가 취약한 지방 교육은 공동화될 것이 뻔하다. 이처럼 3불정책이 폐지된다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교육은 고사될 것이 분명하고, 사교육은 가히 엄청난 위력으로 서민 경제를 강타하며 줄줄히 가계 부도를 일으켜 국가 경쟁력을 위협할 것이 확실하다. 또한 부모의 재력에 따라 대학 간판이 좌우되면서 교육의 공공성과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고 사회는 극도의 혼란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3불정책은 우리 교육 현실을 감안한 최소한의 조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늘의 교육 현실이 처한 가장 큰 위기는 3불정책이 아니라 학력을 무기로 모든 기득권을 독식하겠다는 일부 세력의 과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교육계도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 데도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온당한 처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30%로 확대

    지방 고교를 돌고 있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8일 전북 고창군 고창북고에서 “현재 20%인 지역균형선발전형 비율을 점차 늘려 오는 2008년까지 30%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장은 이날 전주, 익산, 김제 등 전북 도내 30여개 고교 학생, 교사 등 700여명이 참석한 ‘학생과의 대화’ 자리에서 “학부 정원을 줄인다고 해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은 계속 확대할 것”이라면서 “지역균형선발전형이 30%로 늘면 전체 신입생 정원 3200여명 중 960명 정도의 지방학생이 이 전형을 통해 입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폐지론’에 대해서는 “앞만 보고 나가야 하는 60,70년대는 평준화 정책이 통했지만 지금은 한 사람이 5만∼10만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개방화·세계화된 사회에서 비슷한 사람만 만들어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대 폐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가 망하기를 원한다면 서울대를 폐지하라.’고 역공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 정책에 대해서는 “이 가운데 한두 개는 재검토 또는 폐지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밝혔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월드 이슈] 교육개혁 몸살

    [월드 이슈] 교육개혁 몸살

    주요 선진국들이 교육 개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70∼80년대의 정서를 반영한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교육은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요즘 세상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인격체를 양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정책 전문가들은 교육의 ‘현대화’를 내걸고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학생들의 질적 수준 하락도 감안돼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최근 “미국의 고등학교는 폐물이 됐다.”면서 오늘날 필요한 것을 가르치지 못하는 고교 교육의 전반적인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하지만 개혁에는 반발이 따르는 법. 프랑스에선 고교 졸업 전에 한 번만 치러 온 대학입학 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연중 상시평가 체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교육개혁안에 학생들이 반발하며 거리 시위까지 나서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 佛 대입자격시험 상시평가 진통 |파리 함혜리특파원| 지난달 수차례에 걸쳐 전국적인 시위를 벌인 프랑스 고교생들은 하원 표결을 전후한 1일과 3일에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교육개혁안의 철회와 프랑수아 피용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하원은 2일 찬성 346, 반대 178로 피용 장관이 제출한 교육개혁 법안을 승인했다. 물론 대부분의 찬성표는 집권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의원들로부터 나왔다. 이른바 ‘피용 법안’의 골자는 ▲지식과 경쟁력을 위한 공통 필수과목 이수 ▲한 가지 이상의 외국어 구사능력 확보 ▲컴퓨터 등 정보분야 기술의 습득 ▲초등학교에서의 프랑스 국가(라 마르세이예즈) 습득 의무화 ▲고교 졸업시험 성적에 상시시험 성적 추가 등이다. 이 중 고교생들의 집중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상시시험 성적의 추가 부분. 피용 장관은 당초 2007년부터 바칼로레아의 시험과목을 12개에서 6개로 줄이고, 횟수도 1회에서 연중 수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가 이같은 반발에 부딪혀, 결국 바칼로레아 항목은 삭제했지만 고교 상시평가 시스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피용 장관은 하원 표결을 앞두고 국영 프랑스2 TV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교육개혁 법안을 철회하는 것은 공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며,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별도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은 교육제도 때문에 교육이 마비된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행 체제는 학생들의 규칙적인 학습과는 거리가 멀어 영·미권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들은 시험 방식이 개편되면 과외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이나 지방 학생들이 불리해지며 결과적으로 계급 격차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독립적인 민주화 고교생 연합(FIDL)’의 샤를로트 르 프로보스트는 “피용 장관은 조항을 약간 수정하고, 약간 양보하면서 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개혁안을 완전 철회하고 교육의 질을 개선시킬 추가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상원 심의에 앞서 오는 8일 다시 전국적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lotus@seoul.co.kr ■ 美 낙제학생방지법 4년째 공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미국에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교육 정책을 포괄한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4년째 논란이 되고 있다. ‘NCLB’는 미국 학생의 학력 저하에 위기감을 느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1월 공교육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시행에 들어간 교육 개혁법이다. 이 법안은 저학년, 저학력 학생의 영어, 수학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은 모두가 영어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또 9100개에 이르는 공립학교들은 3∼8(한국의 초·중등)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읽기와 수학 2과목에 대해 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학교 평균 성적이 2년 이상 각 주가 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폐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각급 학교에 대한 연방정부의 엄격한 간섭이 오히려 저학년의 학력을 떨어뜨리는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다는 반발이 생기고 있다. 미 50개주의 주의회 의원 7313명으로 구성된 전미주의회 협의회는 지난달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교사들은 각 주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정한 ‘연도별 적정수준’을 충족시키느라 힘겨워하고 있다.”며 “일단 이 기준을 통과하는 데 지친 교사들은 그 이상의 질 높은 교육을 시킬 의지를 잃게 된다.”며 즉각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올해 초에는 부시 행정부가 이 법이 성공적이었다고 홍보하기 위해 일부 언론인을 ‘매수’했던 사실까지 드러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이었으며 이달 들어서도 의회의 2007년도 예산 승인을 앞두고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과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는 주정부는 이 법이 효과가 없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오히려 교육예산을 삭감해 이 법의 개혁취지조차 퇴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50개 주를 대표하는 전미주지사 협회는 지난달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등학생 10명 중 4명은 대학이나 기업이 원하는 지식과 기술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를 성토했다. dawn@seoul.co.kr ■ 日 초·중생 수업시간 확대 논란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도 초·중등 교육개혁이 진통을 겪고 있다.‘여유(유도리)교육’을 실시한 뒤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지난해 말 나오자 교육 최고책임자가 전면수정 방침까지 밝혔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번복하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77년 이후 학생들을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해방시키겠다면서 ‘표준 수업시간’을 줄곧 줄여오다,2002년에는 주 5일제 수업 실시 등 ‘종합학습’이란 이름으로 전면적인 여유교육을 실시했다. 여유교육은 학생들에게 체험·탐구 학습 등을 시켜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스스로 생각하고 살아나갈 능력을 갖게 하자는 것이 취지다. 학생들을 지나치게 교실에 잡아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교육당국은 지난해 말 국제학력평가조사 결과 일본 고교 1년생의 독해력과 수학의 학력저하가 드러난 데 이어 초·중학생들의 학력저하도 확인되자 즉각 여유교육의 전면손질 방침을 들고 나왔다. 교육정책의 최고책임자인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은 조사결과가 나온 뒤 잇달아 초·중 학교의 수업시간을 조정, 국어·수학 등 기본 교과목의 수업시간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또 올 가을까지 주 5일제 수업 부활 등 여유교육의 전면 수정을 시사, 일부에선 폐지론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일선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종합 학습능력 평가를 자치단체 단위로 부활시키려고 하는 등 교육현장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모든 학교가 공통시험을 봐 학력을 비교하는 전국 학력시험의 부활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자 일선 교육현장에서 반발도 심해졌다. 학력저하는 학습의욕과 성취동기를 부여하지 못한 사회풍조의 문제일 뿐 여유교육 실시와는 관계가 없다는 논리다. 여유교육의 본격시행 3년 만에 한 차례 순위가 떨어졌다며 소동을 벌이는 것도 근시안적이라고 반발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지난달 “학생들이 여유교육을 통해 하고 싶은 이것저것을 하도록 해야 학교가 싫어지는 어린이가 없어진다.”며 여유교육에 힘을 실으면서 폐지론에 쐐기를 박았다. 이에 나카야마 문부과학상도 지난달 20일 여유교육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급선회했다. 다만 학력향상을 위한 수업시간 증가나 수업 내용의 변화는 필요하다고 절충점을 제시, 추후 결론이 주목된다. taein@seoul.co.kr ■ 英 대입시험·직업교육 부실 쟁점 영국에선 대학입학 평가시험의 공신력 추락과 직업교육 부실화가 교육개혁의 핵심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관련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14∼19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직업교육 강화 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의 폐지 요구가 거센 ‘GCSE’와 ‘A-Level’이란 평가 체계는 그대로 둔 ‘땜질 처방’이란 비판 여론이 드세다. GCSE는 중등교육과정을 마치면 치르는 중학교 졸업 자격시험이다. 실업학교가 아닌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수학 등 일부 과목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또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한다. 한편 A-Level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료해야 할 2년 과정의 명칭이자 졸업전에 치르는 고교 졸업 자격시험 겸 대입시험이다. 두 가지 과정과 관련, 그동안 학점 인플레이션과 직업교육 부실이 지적되어 왔다.GCSE에선 본래 ‘A’가 최고 점수였으나 A를 획득한 학생 수가 크게 늘면서 1994년 궁여지책으로 A 위에 A*를 두었다. GCSE를 마치자마자 취업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GCSE 과정이 부실해 근로자의 수학과 영어 등 기본지식이 형편없다.”는 업계의 불만이 증가해왔다.A-Level 역시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높아졌고 시험 신뢰도는 추락해왔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대학들은 아예 자체 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A-Level을 못믿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집권 노동당의 의뢰를 받은 마이크 톰린슨 전 교육감과 교육 평가단은 GCSE와 A-Level을 폐지하고 새로운 평가체계를 만들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이번 개혁안을 통해 GCSE의 수학교육 강화, 대학강의 방식의 A-Level 수준 향상 등을 제시했지만 기존체제 유지를 위한 미봉책이란 반발을 사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사설] 간통혐의 여성만 구속한 기준 뭔가

    최근 법원이 간통 혐의로 고소당한 남녀에 대해 남성은 불구속 기소하고 여성만 구속 기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법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혼인생활의 보호를 위한 간통죄는 친고죄이자 쌍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가 있으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 당사자 모두를 구속 처리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런 관례가 여성에게만 불리한 쪽으로 깨지는 것은 혹시라도 성윤리에 대해 남성은 괜찮고 여성은 엄격해야 한다는 식의 이중잣대가 적용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문제가 된 의사·환자 관계 남녀의 영장 심사판사는 고소인의 배우자는 구속하되 상간자, 즉 고소인의 배우자의 간통 상대방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간통했거나 가정을 심각하게 파탄시킨 경우가 아니면 영장을 기각해 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이혼남 의사인 상간자가 영장 발부 예외 경우가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여자 연예인이 관련된 또 다른 사건의 판사는 거꾸로 상간자인 여자 연예인만을 구속했었다니 그 기준은 더욱 헛갈린다. 물론 상황이 모두 다른 다툼사례에 일률적인 잣대를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집행에는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판사 개인의 성(性)인지 방식에 따라 특정 성편향적 판단이 나올 수 있는 간통사건의 경우 더욱 그렇다. 간통죄 폐지론이 대두되면서 벌금형제 전환, 불구속 수사 필요성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법의 개폐와 현행법의 형평 집행은 또 다른 문제다. 법원의 명확한 간통죄 구속기준을 요구한다.
  • [국제플러스] 日 “사형제 유지해야” 81%

    |도쿄 이춘규특파원|사형제도를 지지하는 일본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일 일본 내각부가 전국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본적 법제도에 관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사형제도 존폐에 대해 “경우에 따라 사형도 어쩔 수 없다.”는 응답이 81.4%에 달했다. 이는 99년에 실시된 전회 조사때보다 2.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이 중 61.7%는 “앞으로도 폐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상황이 바뀌면 장차 폐지해도 좋다.”는 대답은 31.8%로 절반에 불과했다. 사형제 폐지 지지 여론은 6.0%였고, 나머지는 모른다고 응답했다. 사형 폐지론은 전회 조사 때보다 2.8%포인트 감소했다. 언론들은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1975년 이후 사형 용인론이 매회 조사 때마다 증가중”이라고 전했다.
  • [클릭이슈] 정치권 ‘행정구역 개편 논의’ 재점화

    [클릭이슈] 정치권 ‘행정구역 개편 논의’ 재점화

    정치권을 중심으로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 이후 하나의 대안으로 수면위로 떠올랐던 개편 논의가 지방선거 1년여를 앞두고 한번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체계는 통치편의 위주 시-도, 시-군-구, 읍-면-동의 현행 지방행정 체계는 조선말기를 거쳐 일제시대 초기에 획정된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과거에는 산맥 등 지리적 조건으로 나눈 것으로 주민편의보다는 통치 편의에 기준을 두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교통·통신의 발달로 생활권과 경제권과 크게 달라져 이에 따른 행정구역 개편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지난 1988년 제안된 바 있고 정치권에서도 1996년 당시 신한국당 정책토론회에서도 폐지론 등이 제기됐다. 현 행정구역은 16개 광역자치단체,234개 기초자치단체로 돼 있다. 계층은 3계층(2개 자치계층,1개 행정계층)이다. 이는 고질적인 지역갈등의 원인이 되고, 광역·기초단체들의 규모가 커 주민과 일체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컸다. 다계층으로 돼 있어 기능중복의 문제도 있다. 일례로 열린우리당 박기춘 의원이 지난해 낸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1997년 전라북도(광역단체)와 남원시(기초단체)의 업무중복 비율이 전북은 13.6%, 남원시는 20.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심재덕·허태열 의원 공론화 준비중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은 이번 임시국회에 행정체제 개편을 촉구하는 결의안 제출을 검토 중이다. 오는 24일 ‘지방분권화 실현을 위한 새로운 지방자치 발전모델’을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끊임없이 공론화해 선거 뒤 본격 논의에 들어갈 생각이다. 정치권뿐 아니라 정부, 학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일정부분 개편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파급효과가 가공할 만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이 많아 실행은 아직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개편에 따른 해당 지자체간의 이권다툼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정치권의 통합된 힘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심재덕 의원이 지난해 11월 결의안 제출을 위해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았지만 고작 32명만이 호응해주었다. 심 의원측은 “행정구역 개편이 국회의원 선거구와도 관련이 있어 서명에 주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밥그릇’이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는 듯하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주용학 수석전문위원은 “민감한 사안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공론화가 되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앙대 이규환(행정학) 교수는 “행정구역 개편은 지자제를 실시하기 전에 완성됐어야 했다.”면서 “국민의 강한 지지를 받은 정권이 혁명적으로 실시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 업무중복을 없애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단층제냐 2층제냐 개편방향도 논란 행정자치부는 개편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파급효과 때문에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행정구역 개편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치적·지역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 공론화를 주도하고 국민적 합의를 모아 개편안을 제시하면 행자부도 자연스럽게 정부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그동안 다각도로 행정구역 개편을 검토하고, 외국의 사례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구역 개편의 기준으로는 사회공동체의 응집성 유지, 주민참여 확대, 지역의 균형발전 등 고려돼야 할 사항들이 많다. 이에 따라 분리론과 통합론 등 다양한 방향이 나오고 있다. 일단 정치권에서 인구 30만∼100만을 기준으로 전국을 60∼70개의 지방자치단체로 재구성하는 것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덕 의원측은 “서명한 의원들 사이에는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의 통폐합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치권은 국회차원의 특위를 고려해 볼 만하다. 일각에서는 민감한 사안임을 들어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독립위원회 구성, 장기프로젝트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선진국 벤치마킹 신중해야 그러나 행정계층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행 3계층제는 너무 비효율적이고 중복업무가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따라서 이견은있지만 현행 광역자치단체나 읍-면-동 중 한 층을 없애 2층제로 하거나 아예 단층제로 하는 방안이 고려대상에 올랐다. 이규환 교수는 “정치권에서는 단층제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단층제는 중앙정부의 정책이 신속하게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중앙정부가 모든 지방단체를 직접 통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이들 나라들은 외형상으로 다계층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사실상 단층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역단체의 기초단체에 대한 지도 감독 기능이 없고 대부분의 대민업무를 기초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제의 성숙도와 주민의 의식수준 등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도입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광삼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호주제 폐지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호주제 폐지

    헌법재판소가 호주제의 위헌 여부를 심리한 끝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관련 법률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만 호주제의 효력을 인정한다는 사실상의 위헌 결정이다. 대법원과 법무부는 이미 호주제를 폐지하기로 하고 민법의 관련 조항에 대한 개정 작업에 착수,1인 1적제를 근간으로 하는 새 신분등록제를 마련해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민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호주제는 시한부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전통을 이어 받은 우리는 세계에서 드물게 호적 제도를 유지해 온 나라였다. 호주제 폐지는 남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가 가족 개념을 붕괴시킨다는 이유에서, 비록 폐지하기로 결정됐다고 해도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곳곳에서 들린다. 호주제도 폐지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명분과 이유를 살펴본다. ●호주제, 호적이란 호주제는 가(家)를 규정함에 있어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를 말한다. 민법 제4편(친족편)에 호주제의 근간이 규정되어 있으며 절차법으로 호적법이 있다. 호주제도가 규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의 출생, 혼인, 사망, 입양, 파양 등 모든 신분 변동 사항을 시간별로 기록한 공문서가 호적이다. 편제 방식은 하나의 호적에 가족 모두의 신분 변동 사항이 기재되며 편제의 기준은 ‘호주’이다. 즉 가족원 모두 호주를 중심으로 상호 관계를 기재한다. ●“호주제 폐지 마땅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산하 호주제폐지운동본부는 호주제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호주가 사망하면 아들-미혼인 딸-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호주승계 순위를 규정하고 있다. 아들을 1순위로 하는 이 제도는 아들이 딸보다 더 중요하다는 법감정을 내포해 남성이 모든 여성에 우선하며 아들을 낳아서 ‘대를 이어야’한다는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기고 있다. 둘째, 혼인한 여성의 남편호적 입적 및 자녀의 아버지 호적 입적은 여성을 남성의 예속적인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자녀라도 호적을 함께 할 수 없다. 전 남편의 자녀를 데리고 재혼을 하면 자녀의 성을 재혼한 남편의 것으로 변경할 수 없어 혼란을 겪는다. 셋째, 남편은 처의 동의없이 혼인 외 자녀를 입적할 수 있지만 처는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은 부부평등권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넷째, 자녀의 성과 본을 아버지의 성과 본으로만 인정한다는 규정은 모계혈통을 무시하는 여성차별의 핵심적인 조항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부계혈통만을 인정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해 놓은 나라는 없다. ●헌법불합치 결정 사유 우리 헌법은 혼인의 남녀동권을 혼인질서의 기초로 선언함으로써 가부장적인 봉건적 혼인질서를 용인하지 않고 있고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은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최고의 가치규범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호주승계 순위, 혼인 시 신분관계 형성, 자녀의 신분관계 형성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없이 남녀를 차별하는 제도이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니와 누나들을 제치고 아들이, 또한 할머니, 어머니를 제치고 유아인 손자가 호주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혼인을 하더라도 남자는 자신의 가(家)에 그대로 머물거나 법정분가하면서 새로운 가의 호주가 되는 반면, 여자는 자신의 가를 떠나 남편이 속한 가 또는 남편이 호주로 된 가의 가족원이 될 뿐이다. 부부는 혼인관계의 대등한 당사자임에도 처의 부에 대한 수동적·종속적 관계가 정착된다. 모와 자녀가 현실적 가족생활대로 법률적 가족관계를 형성하지 못하여 비정상적 가족으로 취급됨으로써 겪는 불편과 고통은 이혼율과 재혼율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회문제이다. 숭조(崇祖)사상, 경로효친, 가족화합과 같은 전통사상이나 미풍양속은 얼마든지 계승, 발전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호주제의 명백한 남녀차별성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호주제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 정통가족제도수호범국민연합에 따르면 호주제가 폐지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는 이렇다. 호주제란 가(家)라는 개념이 선후대를 통하여 계속되고, 이를 바탕으로 자녀에게 선조의 성씨를 붙이며 제사를 지내고, 연결된 일족을 일가(一家)로 부르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가 간의 연결 고리에 해당하는 사람을 호주라 이름지은 까닭으로 이러한 가족제도 전체를 호주제로 부르고 있으나, 이는 가족공동체 제도에 다름 아니다. 호주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호주를 통하여 연결되던 집안과 족보와 종중 및 선산과 시제를 모두 폐지하는 것이며, 법률상으로는 가(家), 호주 가족이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일가(一家)라는 말은 존재할 수 없게 되며, 심지어는 가족이라는 말의 뜻조차 모호하게 된다. 예를 들어 폐지론자 중에는 첩, 사실상 동거자, 동성애 동거자 등을 모두 가족으로 본다는 이도 있다. 가계계승을 남계로 하는 데에는 과학적으로도 이유가 있다. 자녀는 부모의 유전자를 반씩 받으나, 손자녀는 조부모의 유전자를 4분의1씩이 아니라 최대 2분의 1, 최소 0의 범위 내에서 확률상으로만 받게 되어 손자녀부터 조부모의 유전자를 가지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멀어지면 결국 선후대는 유전자 상으로 연결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남계혈통의 Y염색체만은 1만대를 내려가더라도 계속 유지되어 과학적으로 남계혈통의 근거가 되고, 검색도 가능하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남경필-이성헌 논쟁…反朴 vs 親朴 대리전?

    “당 지도부가 보수·우경화됐다.” “왜 박근혜 대표 보고 그렇게 말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성헌 제2사무부총장이 2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정치적 공통분모가 많은 남 수석과 이 사무부총장의 논쟁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남 수석부대표는 박 대표를 추대한 소장파 의원의 한 축이었고, 이 부총장은 지난해 총선 때 박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포문을 연 것은 남 수석부대표. 이날 “한나라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데 이에 담긴 메시지를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면서 “완고한 보수주의와 폐쇄적인 당 운영에 그 이유가 있다.”고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이 부총장이 발끈했다. 이 부총장은 “‘4대 악법’ 협상을 둘러싼 박 대표의 행보는 강경·보수가 아니라 오히려 이전보다 왼쪽으로 한 클릭 옮긴 중도적 입장이었다.”면서 “객관적 상황을 기준으로 당 노선을 비판해야지 심정적 유추나 확대해석을 하면 무리”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지난해 말 4대법안 협상을 둘러싼 시각 차이에서 비롯한다. 남 수석부대표는 4자회담 등 여야의 협상 과정에서 박 대표가 지나치게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당의 수구적 이미지가 부각됐다고 본다. 이는 그가 속한 소장파 의원 모임인 수요모임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반면 이 부총장은 “국가보안법만 해도 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폐지론에 맞서 개정의 폭을 대폭 넓히는 유연성을 보여줬다.”면서 “박 대표에 대해 강경·보수니 하는 주장은 열린우리당의 입장인데 그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당 통합을 저해한다.”고 경고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한나라당 내 박 대표의 지지세력과 비판세력의 대리전 양상으로도 비쳐지면서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곪은 상처가 터진 것”이라면서 “의원연찬회에서도 이 문제로 격론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출자총액 제한제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출자총액 제한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말 통과된 뒤에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를 골자로 한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재계와 한나라당에서는 이 제도를 폐지하든가 완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더욱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중간쯤 되는 정부 여당안이 협공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오는 4월 1일부터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할 수 없도록 한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받게 된다. 사실은 골격이 현행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란 한 기업이 회사 자금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출자총액에 제한을 가하지 않으면 한 대기업이 자본금이나 부채로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지배권을 갖게 된다. 실제로 현재 국내 재벌 총수들은 평균 2%도 안되는 지분으로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업집단의 수를 확대해 거대한 재벌이 될 수 있지만 폐단도 많다. 즉, 기존 업체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출자와 재출자를 통해 대재벌이 작은 기업들을 지배, 경제력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된 문어발식, 선단식 확장이다. 이에 정부는 자산 규모 기준으로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은 자산의 25%까지만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의 연혁과 배경 1995년 4월 1일 이전까지 출자총액 제한은 순자산의 40%로 지금보다 기준이 낮았다. 그 뒤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1998년 3월말까지 25% 수준으로 낮추게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철폐했다. 폐지한 이유는 외국기업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고 외국기업과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대규모기업집단의 동일인이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고, 일부 계열사의 부실이 전체 기업집단의 동반 부실을 초래하게 됐다. 그래서 다시 2001년 4월 1일부터 순자산의 25%를 초과하여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는 필요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 제도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은 이렇다. 이 제도는 재벌의 경제적 폐단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실제로 98년 제도 폐지 이후 재벌 기업들의 출자 비율이 급증했다. 순환출자로 문어발식 다각화가 심화됐다. 출자를 제한하면 투자를 저해한다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출자를 허용하면 신규 투자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즉, 기업이 투자금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산다면 투자를 위한 재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재벌들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적은 회사 돈으로 총수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것은 재벌의 경영 행태 때문이다. 독단 경영과 세습 경영은 재벌의 가장 큰 폐단이다. 부채로 기업 확장을 하면 기업의 재무구조는 취약해진다. 장기적으로 이 제도가 폐지되려면 재벌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져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는 폐지해야 한다” 다음은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다. 출자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기업의 분사와 새로운 법인의 설립, 이에 대한 출자도 어렵게 하고 있다.99개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막더라도 한 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규제이다. 대기업의 출자를 금지해 사실상 대기업간의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규제를 금융 및 자본시장 감독기구에 맡기고 경쟁정책에 집중하도록 계속 권고하고 있다. 투명성과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기업의 자율적인 노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공정위의 입장 공정위는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대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재계 주장이 근거없는 엄살이라고 지적한다. 이 제도는 기업이 다른 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만을 제한하는 것이지 기업의 투자나 경영활동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폐지되면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거미줄식 순환출자를 통해 부당하게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는 폐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신산업 분야 등에 대한 출자는 총액제한에서 예외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공정위는 지적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와 같은 재벌 문제가 없는 일본도 최근까지도 주식보유총액제한제도를 운용하는 등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사형제 논란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사형제 논란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사형이 선고된 뒤 사형제도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등 여야 의원 175명이 서명한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긴 했지만 유영철 사건 때문에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형 폐지론자들은 여전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사형 집행이 중단된 상태다.59명이 사형이 확정됐지만 1997년 12월30일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뒤 지금까지 7년 가까이 사형은 한 건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 과연 유영철의 사형이 확정된 뒤에도 집행을 하지 않을지 궁금한 부분이다. 어쨌든 정치권 등에서는 다시 법안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형제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사형제는 전 세계 83개국이 시행하고 있으며 112개국은 폐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 45개국은 전시(戰時)에서도 사형을 할 수 없도록 결정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2003년 4월 제59차 회의에서 사형제도의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24, 반대 20, 기권 8표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사형폐지에 다시 반대했다. 한국은 정부 수립 이후 모두 1634명을 사형시켰다. ●데이비드 게일과 유영철 사형제도를 다룬 ‘데이비드 게일’이라는 영화가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젊고 패기 있는 철학과 교수 데이비드 게일은 사형제도 폐지 운동 단체인 ‘데스워치’의 회원이다. 게일은 데스워치의 회원이자 친구이며 오스틴 대학 여교수인 콘스탄스가 성폭행 당한 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자 살인범으로 의심받아 사형을 선고받는다. 콘스탄스의 몸에서 그의 정액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살인범이 아니었다. 백혈병을 앓던 콘스탄스는 자살을 한 것이었다. 게일은 사형이 집행되기 5일전 여기자에게 자신이 무죄임을 암시하지만 무죄를 최종 확인하기전 사형이 집행된다. 콘스탄스의 자살 과정을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는 게일이 죽은 뒤 여기자에게 전달된다. 결국 게일은 오심으로 사형이 집행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이 영화는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오심으로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는 것은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하나의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유영철과 같은 극악무도한 살인마를 살려둬야 할까.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사형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1996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사형을 규정한 형법 제41조와 제250조 의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결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형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형벌로 범죄에 대한 근원적인 응보방법이며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자 8조금법(箕子 八條禁法)에 “상살자 이사상(相殺者 以死償)”이라고 했다. 사형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본능을 이용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그 위하력이 강한 만큼 범죄예방 효과도 클 것이다. 모든 인간의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갖지만 가치가 서로 충돌하거나 중대한 공익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는 어떠한 생명 또는 법익이 보호되어야 할 것인지 규준을 제시할 수 있다.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욕구가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이다. ●사형 폐지론자들의 주장 사형의 폐지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들이며, 대표적 인물이 근대 형법학의 시조인 베카리아다. 인간의 존엄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형벌은 용납될 수 없다. 사형은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 자백, 증언, 과학적 감정 등 증거에도 불확실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1976년 이후 평균 사형선고 사건 7건 중 1건이 무죄로 입증됐다. 정치적인 도구로 악용된다.1974년 사형 확정판결이 내려진 지 20시간 만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인혁당 사건이 그 예다. 사형집행자의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 뉘우치는 사형수들을 집행관에게 죽이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한다. 사형제도를 유지한다고 해서 흉악범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없앤다고 해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캐나다의 경우 사형을 폐지하기 1년 전인 1975년 인구 10만명당 살인율이 3.09명이던 것이 2001년에는 1.78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사형제 존치론자들의 주장 반인륜적 범죄는 사형제도가 없으면 급증할 것이다. 인간은 감성과 이성의 복합체다. 흉악범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이성이 아닌 인간 본연의 감성이다. 흉악범에 대한 복수감정을 야만적이라고 매도할 수 없다. 제도적으로 대신하는 것이 국가 형벌제도이며 형벌의 외면할 수 없는 성질인 응보성이다. 계몽주의 철학은 이성과 범죄인의 인권만을 중시하고 피해자의 인권과 감성을 간과했다. 흉악범에 의해 죽은 피해자의 생명과 유가족의 고통은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가. 사형은 일부 흉악범 또는 사회 파괴범에 대해 선량한 다수 국민 또는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오판에 따른 사형 집행은 극히 일부다. 재판제도를 개선해 보완할 수 있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시론] 배심원제도 虛와 實/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관·코네티컷 로펌 변호사

    [시론] 배심원제도 虛와 實/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관·코네티컷 로펌 변호사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최근 국민의 사법참여(배심·참심제)란 야심적이고 과감한 개혁안을 내놓았다. 국민 사법참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초로 배심제를 채택한 미국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헌법은 국민이 배심원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형사재판 배심원단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12명으로 구성된다. 피고에 대한 유죄 판결은 배심원 12명이 만장일치로 선고해야 가능하다. 배심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면 의견을 모을 때까지 토론해야 한다. 반대로 배심원단이 무죄라고 판단하면, 상급법원의 판단없이 무죄로 확정된다. 미국 배심제는 국민들이 정부의 손에 모든 권력을 맡긴다는 데에 반대하고 거부하면서 탄생했다. 연방 대법원 판사인 바이런 화이트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에 대한 전권을 판사 몇몇에게 부여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배심제는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유명한 법학자인 라이샌더 스푸너는 “배심원은 사건 진상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법이 추구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수많은 영웅들이 ‘잘못된’ 배심원의 결정으로 면죄부를 받았다. 법률적으론 유죄임에도 배심원이 그 적용 법률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다며 유죄 판결을 내리기를 거부한 것이다.1734년 뉴욕 식민법원은 영국 국왕을 비판하는 자료를 출판한 피터 젠거에게 분명 유죄였지만 무죄를 선고했다. 남북전쟁 이전, 미국에서는 탈출한 노예를 숨겨주는 것이 위법행위였음에도 수많은 북부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에도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거나, 징집을 거부한 사람들, 불법 망명자들을 숨겨준 시민들에 대한 무죄 판결이 계속됐다. 그러나 과거 반정부 활동을 하던 한국 학자들의 경우 투옥되거나 사형을 선고받았다. 배심제가 도입됐다면 이러한 권력의 남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저명한 법학자인 프레드 스트로트벡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 아니라 다양성이라고 주장했다. 스트로트벡은 미국 판사들이 엘리트 교육과정을 거친 사회 지도층이기에 다양한 사회적 배경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출신으로 구성된 배심원단과 비교하면 진실규명 과정에서 부정확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말한다. 한국 판사들도 소수 특정 대학 출신으로 성년기 대부분을 서울 지역에서 보낸다. 이는 다양성을 저해하고, 때론 정확한 진상 규명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배심원제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판사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결정을 내릴 때 심각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연방법원 판사인 윌리엄 슈워저는 “판결로 인해 판사는 가끔 경력에 흠집을 입고, 가족까지도 고통받는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익명성을 보장받는데다 사건이 끝나면 대중의 눈에서 사라져 논쟁적인 사건을 결정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배심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에는 많은 비판이 제기돼 왔다. 배심원단이 법률적 지식이 부족해 어려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능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대표적이다. 고비용과 비효율성도 문제로 꼽힌다. 사법제도 및 법률 교육 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배심원으로서의 공명정대한 태도도 필수적이다. 배심제에 대한 반대 의견은 찬성 논의만큼이나 타당하다. 따라서 한국사람들은 이같은 점들을 숙고하고 각자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관·코네티컷 로펌 변호사
  • [사설] 국보법 대체입법으로 매듭을

    여야간 국가보안법 협상에서 절충 가능성이 보인다. 합의점을 찾기 힘들 것 같았지만,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자 타협의 길이 열리고 있다.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한나라당이 국보법 명칭 변경과 정부참칭 조항 손질 의사를 밝힌 데 호응하듯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유연한 대응을 당부했다. 양측이 조금만 더 상대를 이해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국보법 대타결’은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노 대통령은 엊그제 여당 지도부와 만찬자리에서 4대 입법과 관련해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풀자.”고 말했다. 내년에는 경제회생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대통령의 실용주의 국정운영 방침이 실천에 옮겨지길 바란다. 새해 국정이 경제중심으로 운영되려면 국보법 등은 연내에 마무리되어야 한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국보법폐지안 처리연기, 대체입법으로 당론변경, 자유투표 회부 등을 협상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대체입법안이 가장 합리적이다. 여당이 폐지안을 고수한다면 처리시기를 내년으로 넘겨도 야당과 합의를 이루기 어렵게 돼있다. 국보법은 많은 부분에서 시대상황과 맞지 않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의 안보불안도 현실이고 보면 단계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합리적이고 차선책이다. 노 대통령도 여당 지도부에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군림해온 법인데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겠느냐.”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번에는 대체입법 수준에서 매듭지어야 한다. 국보법에서 대타협이 이뤄지면 사학법, 언론법, 과거사법 절충은 상대적으로 쉽다. 당대표·원내대표 등 양당 대표회담 멤버 4인의 정치력을 기대한다. 여당내 국보법 폐지론자들과 야당내 존치론자들은 큰 그림을 보고 당지도부를 밀 일이다.
  • [사설] 수월성 교육 성공하려면

    교육인적자원부의 ‘수월성(秀越性) 교육 종합대책’은 우수학생 교육에 약점을 가진 평준화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재교육과 중·고교의 수준별 이동수업 등을 통해 상위 5% 학생을 집중 교육한다면 우수학생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제는 마련될 것으로 본다. 특히 소외계층의 영재 발굴을 위한 리치아웃 프로그램은 영재교육이 고소득층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씻어줘 기대가 된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모든 교육수요가 대학입시로 수렴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너무 비현실적인 이상론만 모아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또한 평준화 폐지론자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 내용일 뿐더러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 혼란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올 법하다. 이런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은 치밀한 준비와 실행뿐이다. 무엇보다 영재학교와 특목고 등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련될 수준별 수업의 성공이 중요하다. 영어 수학 등 과목별 상위 20%에 수월성 교육을 하자면 엄격한 평가제도와 추가적인 교사확보, 교사의 전문성 강화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과거의 우열반 같은 부작용이 나지 않도록 낮은 수준에도 충실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과목을 미리 이수하는 AP제나 영재교육원 학생들이 주1회 학교 대신 영재교육원으로 출석하는 풀아웃제 등의 실시는 기존의 폐쇄적인 학교틀을 바꾸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자칫 높은 수준의 반에 들기위한 또 다른 사교육 열풍이 불 수도 있다. 교육부는 가장 민감한 문제인 대입 내신 문제와의 관련성 등을 제시해 사교육 확산을 막고 치밀한 준비로 모처럼 마련된 이번 대책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 [시론] 국보법,정치로 풀어라/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시론] 국보법,정치로 풀어라/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오래 전 일이지만 필자도 두 번이나 국가보안법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다행히(?) 두 차례 다 구속되지 않고 혼만 조금 나고 나왔지만 그 때의 열패감, 수치심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비슷한 일로 끌려가 본 사람은 대개 아는 일이겠지만 자신이 무엇 때문에 잡혀왔는지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스스로 깜깜한 사자우리 속에 내던져졌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자각될 뿐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시절에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공포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경험은 지우개로 지울 수만 있다면 종이가 찢어질 때까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되어 남아있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으로 인해 졸지에 간첩으로 지목된 열린우리당 이철우의원의 신상발언을 듣던 같은 당 의원들의 눈물은 바로 이런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되살아왔기 때문이리라. 그렇다.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의 의지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가장 합리적이어야 할 법의 이름을 내건 비합리와 억지, 법 집행의 탈을 쓰고 자행되었던 임의(任意)와 월권, 정적(政敵) 탄압과 인권침해의 기억을 떨쳐버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은 법이 아니고 걷어버려야 할 혼돈과 어둠인 것이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이 법을 없애는데 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면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우세하다. 가장 최근에 한국갤럽이 실시한 전국규모 여론조사는 전면폐지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국민들이 인권침해와 탄압을 옹호한다는 말인가? 그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도 ‘일부개정’과 ‘폐지 후 대체입법’을 선호하는 응답자가 합해서 70%를 넘고 있다. 국가보안법 존치론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시대착오적인 사람들 외에는 3공 5공 시절의 공안정국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폐지로 인해 미래가 불안해질까 두려운 것이다. 과감하게 상징화하여 말하자면 ‘붉은 완장’ 또는 ‘죽창’의 기억이 전면 폐지 뒤에 올 미래를 공포로 다가오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설적이게도 국가보안법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식 속 저편의 원체험은 맞닿아 있다.‘깜깜한 사자우리의 기억’과 ‘죽창의 기억’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서로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두 열차를 움직이는 동력은 다르지 않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이 공포를 없애주는 일만이 소모적 논쟁으로 치닫고 있는 국가보안법 정국을 풀 유일한 열쇠다. 인권침해 독소조항으로 가득찬 국가보안법을 폐지함으로써 ‘사자우리의 공포’를 씻어주고, 안보 불안을 덜 수 있는 대체 입법을 통해 ‘죽창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민심이 바라는 정치다. 공포의 기억에 시달리는 사람이 나와 내 동료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성원의 아픈 기억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민족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 치받는 것이 운동이라면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것이 정치다. 이번 보안법 정국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의 신진의원들에게 ‘운동가’에서 ‘정치가’로 탈바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 신진의원들에게는 낡은 색깔시비를 계속한다면 그들에게 더 이상 미래는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여야당의 지도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다. 국민은 누가 잘 싸우는지가 아니라 누가 타협하고 누가 양보하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 “출자제한 시행령에 승부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정부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3월말까지 마련될 시행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자총액제한 배제 요건이 시행령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한 제도 자체의 폐지를 주장해온 재계는 시행령에서라도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투자, 경영권방어 비상 이번 공정거래법의 개정으로 기업집단들은 경영권방어와 투자라는 두마리 토끼를 놓칠 어려움에 처했다고 아우성이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으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 기업집단은 자사주 매입으로 의결권 주식을 희석시키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아울러 출자총액제한을 받는 기업집단들은 앞으로 투자하기도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투자 의욕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시행령을 제정할 때 이같은 기업의 현실을 반영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집단 희비 엇갈린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4가지 졸업기준을 적용해 볼 때 10여개 기업이 출자총액제한(자산 5조원이 넘은 22개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이 다른 회사 주식을 가질 수 있는 한도를 순자산의 25% 이내로 묶는 제도)적용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LG 포스코 신세계 LG전선 한진 현대중공업 등 6개 민간기업과 주택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가스공사 등 4개 공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받지 않는 예외 조건은 비금융계열사의 부채비율 100% 미만이다. 삼성 한국전력 도로공사 롯데 포스코 등 5개 기업이 해당돼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 규정이 없어짐에 따라 5개 기업중 삼성 한국전력 롯데 등이 졸업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새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졸업기준이 완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제외되는 기업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졸업기준이 완화돼 적용받는 기업이 줄어들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론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공정위는 3년 후 진전상황을 평가한 뒤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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