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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한마디가 景氣에 ‘찬물’

    정부 한마디가 景氣에 ‘찬물’

    새 정부의 환율 상승과 경기 위기감을 조장하는 적극적 발언들이 오히려 경기와 내수를 크게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최근 광우병 논란과 고병원성 조류독감(AI)에 대한 정부측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이 관련 사업 종사자들의 휴·폐업으로 이어져 경기를 냉각시키고 있다. 미국 LA로 아내와 함께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조기유학 보내놓은 ‘기러기 아빠’ 회사원 김모씨는 지난해 말까지 미국으로 매월 500만원씩 보내다 올해 3월부터는 약 10% 추가해 50만원씩 더 보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말 930원에서 1000원대로 7.5%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돌아오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한국 쪽 비용을 더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외국에 자녀들을 유학 보내놓은 가정의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씀씀이를 줄여 환율상승에 의한 손해를 보전하려고 해 결국에는 내수 위축으로 연결되고 있다. 환율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는 마당에 환율마저 오르니 수입물가는 이중의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는 지난 8일 “수입품들은 모두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원자재가격이 10% 오르는 것과 환율이 10% 오르는 것을 비교하면 환율의 파괴력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러 수입물가는 전체 물가의 등락을 좌우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는 28.0% 상승했지만 그중에 7%는 환율상승에 따른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지만 물가상승을 부추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산층의 지갑을 닫게 한다.”면서 “내수위축을 막는 것이 현재 경기활성화의 ‘키(key)’이기 때문에 환율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특히 정부가 원하는 금리 인하는 환율 하락 및 물가 안정이 없으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은 이 총재가 지난 8일 ‘올해 4.5% 성장이 어렵다.’고 밝히자, 기획재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경기하강국면’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논란거리다.‘경제는 심리’인데, 정부가 나서서 위기감을 조정하는 것이 기업의 투자활성화나 국민들의 내수 촉진, 외국인 직접투자자 유치 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은 실제 위기국면이라기보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지만 지속적으로 정부가 위기감을 조성할 경우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투자를 기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와 광우병 논란에 대한 대처가 적절하지 못해 관련 음식 도소매업계가 장기 휴업에 들어간 것도 내수 위축을 부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병규 현대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서비스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세 음식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에 상반기 내수위축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체감경기 악화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쇠고기시장 개방된다는데](상) ‘초상집’ 축산농가 르포

    [쇠고기시장 개방된다는데](상) ‘초상집’ 축산농가 르포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축산 농가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정부는 축산농가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농민들은 미흡하다고 주장한다.3회에 걸쳐 도산 위기에 내몰린 축산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고 한우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있는지 살펴 본다. ■사료값 폭등에 빚더미… 한우값 폭락에 한숨뿐 21일 새벽 강원도 횡성 우시장. 지난 장날보다 50여마리가 많은 한우 210여마리가 주인 손에 이끌려 나왔다. 하지만 소 주인들은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말았다.“횡성 우시장이 개장된 이래 단 한마리도 거래되지 않기는 오늘이 처음”이라며 중개인들이 혀를 찼다. 같은 날 전남 순천 우시장에서는 살찐 암소 30여마리 중 날이 저물 무렵 2마리만 팔렸다. 그나마 일주일 전보다 40만원이나 싸게 팔렸다. ●“농촌의 근간이 흔들린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으로 빗장이 풀리자 한우 사육농가들이 투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촌의 버팀목이던 한우마저 휘청거리면서 돼지값 폭락에 이어 조류 인플루엔자 파동까지 겹친 농촌에서는 “정부가 우릴 버렸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횡성 우시장에서 만난 김명재(60) 한우협회 강원도지회장은 “축산농가들은 모두 초상집 신세”라면서 “대책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하다니 축산농가들은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우 250마리를 키우는 정병우(61·경북 경주시 외동읍)씨는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축산농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면서 “원산지 표시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산이 물밀듯이 들어오면 살아 남을 농가는 없다.”며 한탄했다. 충남에서 소를 가장 많이 기르는 김봉수(56) 한우협회 홍성군지부장은 “축산농가들이 ‘정부가 이럴 수 있느냐.’‘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며 내뱉는 한숨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 한우는 경북도가 4만여 농가(49만마리), 전남도가 3만 3600여 농가(34만마리)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지난해 전남지역 농촌에서 연 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자(865명) 중 축산농이 55.0%인 479명이고, 이들의 나이는 주로 50대였다. ●축산농가 폐업 도미노 위기 대구에서 돼지 3500여마리를 기르는 서석칠(57·달성군 가창읍 삼산리)씨는 “30년 양돈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면서 “삽겹살 수준의 싼 쇠고기가 유통되면 돼지고기는 소비자들이 쳐다 보지도 않을 것이다.”며 걱정을 했다. 청정 돼지고기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강원 철원군 양돈협회 주민들은 “쇠고기 개방으로 가장 큰 피해자들은 양돈농가”라고 입을 모았다. 돼지 2000여마리를 키우는 이경진(56·경북 군위군 의흥면 원산리)씨는 “사료값 폭등, 축사 증축 등으로 빚을 지고 있는데, 이제 무슨 수로 살아 가냐.”고 한숨을 지었다. 전국종합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문국현대표, “다른 당이든 무소속 출마든 무방”

    문국현대표, “다른 당이든 무소속 출마든 무방”

    ‘폐업위기’에 직면한 창조한국당이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집단지도체제를 문국현(얼굴) 1인 대표로 전환하고,‘네티즌 공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한 이계안 의원 등 영입작업도 계속한다. 문 대표는 그러나 모호한 발언과 태도를 이어갔다. 그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원들이)창조한국당으로 출마해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다른 당이나 무소속으로 나가도 상관 없다.”고 말해 주위를 의아하게 했다. 그는 “가치를 공유하고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인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 유연하다.”고도 했다.“전체 243개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낸다고 했는데 인재 영입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의 답이었다. 지역구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여전히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지역구에 나가면 전국 단위 TV와 라디오에 나갈 수 없는데 아직 인지도가 없는 당을 고려해 어떤 게 도움이 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비례대표로 기운 거냐.”는 질문에는 “지역적으로 한 석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전문가들이 여론조사를 하면서 머리를 짜내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계안 의원 영입에 대해서는 “이 의원이 탈당하는 과정에는 내가 많은 관여를 했다. 그러나 입당하겠다는 결론은 아직 못 얻었다.”고 답했다. 이처럼 상황은 꼬여가고 있다. 창조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자의로 지도체제를 전환했다기보다는 사실상 문 대표 1인 체제로 전락한 것 아니겠느냐. 뾰족한 수가 없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쌓여 있는 문제 중 해결된 건 사실상 하나도 없지 않으냐. 추상적인 얘기만 오간다.”고도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문국현 정면돌파?

    ‘폐업위기’의 창조한국당이 난관 수습에 나선다.“총선은커녕 다음달 17일 전당대회까지 조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던 당의 상황이다. 내홍은 깊어가고 구성원 이탈은 가속화됐다. 그러나 창조한국당 전재경 공동대표는 29일 “이번 주부터 총선체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나가면 당의 내부 문제도 차차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문국현 대표도 30일부터 당으로 출근해 전면에서 당을 지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현재가 위기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파국은 없을 거라는 얘기였다. 문 공동대표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다가 지난 28일 돌아왔다. 문 대표는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유명인사 한두 명이 나간다고 해서 당이 깨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문 대표는 창당 초심을 흐트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내 갈등의 핵심인 대선비용 처리 문제와 지역구 출마 문제 등도 원만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창조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가 상당액을 부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2월 초 중앙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했다.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창조한국당 ‘폐업위기’

    창조한국당 ‘폐업위기’

    창조한국당이 위기다. 당 핵심 멤버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선 자금과 문국현(얼굴) 대표의 출마 문제 등이 갈등 요소다. 총선은커녕 다음달 17일 전당대회까지 당이 유지될지 불투명하다. 최근 김갑수 대변인이 탈당했고, 정범구 최고위원이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팬클럽”이라고 안으로는 쓴소리를 하며 밖으로는 대안 정당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김영춘 최고위원도 거취를 고민하고 있고 김헌태 전 정무특보, 고원 전 전략기획본부장도 이미 당무에서 손을 뗐다. 문 대표의 총선 출마를 두고도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정 최고위원 등 당내 인사들이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출마를 권유하자 문 대표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대선 기간 문 대표가 쓴 74억원 중 62억원을 당에서 차입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당내 불만은 차치하더라도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이 2002년 대선 빚 43억원으로 지금까지 고전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60억여원의 빚을 떠안고 총선을 치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창조한국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 후보는 이미 ‘집 한 채는 남았다.’는 표현으로 전액을 부담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공당으로서 선거비용 대부분을 후보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이견이 있다.”면서 “2월 초 중앙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용인시 신갈오거리 새단장

    신갈오거리가 확 바뀐다. 용인시는 12일 시의 주요 관문으로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신갈오거리 일대 도시미관을 가꾸기 위해 무질서한 간판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간판정비사업을 시작으로 이 일대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는 안마시술소 등 퇴폐업소와 숙박업소 등의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간판정비 명목으로 20억여원의 예산을 마련해 시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지역 광고물 디자인을 통일감 있게 정비하고 인근 아파트단지 상가들에 빼앗긴 경쟁력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간판정비사업은 모두 1.24㎞ 구간에 걸쳐 72개 건물 401개 점포,714개 광고물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개인 사업자들의 부담금 없이 간판을 교체하게 된다. 이를 위해 신갈오거리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에 대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입찰을 10월 중으로 실시하고 11월까지 업체선정을 마쳐 내년 상반기 중으로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용인지역 간판 제작 업체인 용인시광고협회와 용인시 건축사협회는 간판 정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자사 간판을 우선적으로 교체하는 데 참여하기로 했다. 공정한 입찰 관리와 사업 추진에 따른 민원을 최소화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 일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불법노래방과 안마시술소, 숙박업소 들에 대한 일제 정비에도 나설 예정이다. 신갈오거리는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용인시로 진입하는 관문으로 인근에 한국민속촌과 경기박물관, 신·구갈 신시가지와 동백지구 등이 위치하고 있어 정비사업을 통한 시 이미지개선작업의 필요성이 줄곧 대두돼 왔다.용인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韓~中 여객선 ‘수학여행 성매매’ 불똥

    우리나라와 중국을 잇는 국제여객선 업계가 ‘고교 수학여행단 성매매 의혹’이라는 악재로 주고객인 학생 승객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간 일부 고등학생들이 현지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방송보도가 있은 후 시·도 교육청이 각급 학교에 해외 수학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해외 수학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 데 이어, 인천시교육청도 다음달 초 초·중·고 교장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당부할 방침이다. 중앙부처들도 대책회의를 열어 유사한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항공업계의 인천∼중국간 항공료 대폭 인하로 승객 상당수를 뺏긴 국제여객선 업계로서는 이번 사태가 다시 승객 이탈로 이어지지 않을까 고민하는 분위기다. 수학여행이 1학기에 집중돼 있어 예약취소 사태가 빚어지고 있진 않지만, 중국 수학여행 자제 분위기 탓에 당분간 수학여행단 유치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과 중국을 잇는 10개 항로의 국제여객선사는 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보따리상들이 2004년 세관의 휴대품반입 단속 강화조치 이후 현저하게 줄어들자 수학여행단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학교측도 중국 곳곳에 고구려, 발해, 장보고 등의 유적지가 있어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에 중국 수학여행을 권장하는 추세였다. 국제여객선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중국 수학여행 자제 여론이 일어 승객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BC TV ‘PD수첩’은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간 고등학생의 일부가 현지에서 집단 성매매를 했다는 내용을 지난 11일 방송했다.‘PD수첩’ 제작진은 이날 방송에서 중국 수학여행을 다녀온 고등학교의 일부 남학생이 현지 퇴폐업소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제보를 접수했고, 이를 확인한 결과 상당부분 사실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美 ‘서브프라임’ 쇼크] 미국發 신용경색에 국제금융 ‘死色’

    [美 ‘서브프라임’ 쇼크] 미국發 신용경색에 국제금융 ‘死色’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국제금융위기로 비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발 신용경색 우려가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의 3개 펀드 환매 중단으로 이어지고 세계 증시를 강타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발 신용경색 우려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는 까닭이다. ●美·유럽중앙銀, 이틀째 긴급자금 투입 10일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유례없이 대대적인 방어조치를 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틀동안 단일 시장 개입으로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2145억달러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틀동안 430억달러를 긴급히 풀었다. 캐나다은행도 14억 5000만 캐나다달러를 푸는 등 유동성 확대에 나서 신용경색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이번 부실사태가 지난 100년간 일어난 최대 국제 금융위기인 러시아 국채상환중단과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위기,1930년초 대공황과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내 신용경색→국제금융시장 확산→변동성 증가→중앙은행의 개입 등 사태의 발전 추이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1998년 롱텀캐피털 파산 닮은꼴” 리먼 브러더스 전략책임자인 잭 말비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기지 대출 금융기관들이 최근 수개월 동안 폐업하거나 사업을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상황은 100년전인 1907년 당시의 은행위기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부실 대출로 뉴욕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국제금융위기로 이어졌었다. 그는 또 “자본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가장 약한 고리에 해당되며 이들이 줄줄이 집을 잃거나 파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먼 브러더스는 현재 금융시장 신용경색을 1∼10단계 등급 가운데 7등급으로 평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전문가인 조시 로스너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경고했다. ●“세계 최우량 은행도 타격” 데일리FX닷컴의 수석 전략가 캐시 리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이제 국제적으로 확산됐다.”며 “이로 인한 타격은 소규모 은행이나 모기지 대출기관뿐만 아니라 세계의 최우량 은행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러 타박 앤드 코의 수석 채권시장 전략가인 토니 크레센지는 “미 FRB나 유럽 중앙은행이 수면하에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금융시장 투자자들보다 더 어두운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경제분석가들은 금융시장이 현재 금융공황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는 씨앗이 뿌려졌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8) ‘공룡’ 대형마트에 재래시장 ‘신음’

    [경제 불평등 이제 그만](8) ‘공룡’ 대형마트에 재래시장 ‘신음’

    지난 주말 오후 경기 광명시 광명네거리에 있는 광명시장. 골목을 따라 400여개의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광명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7번째 규모를 자랑하던 재래시장이다. 반면 6개월 전 시장 옆에 생긴 380평 규모의 할인매장(슈퍼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안은 쇼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유통공룡’이 골목 상권을 완전히 장악, 재래시장이 고사하고 있는 현장이다. ●광명시장 점포수 600개서 400개로 급감 광명시장에서 아내와 함께 8년째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45)씨는 “대형할인점 때문에 재래시장이 다 죽어간다.”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씨는 “‘이마트’가 들어오고 난 뒤 손님을 싹쓸이해가면서 매출이 40% 가까이 뚝 떨어졌다.”면서 “세 아이 등록금과 학원비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정씨 가게의 현재 월 매출은 150만원 수준. 이마트가 들어선 뒤 50만원 이상 줄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씨는 “이마트에서 생활필수품과 과일, 야채 등 식료품까지 모두 취급하고 있어 갈수록 일반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외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이마트가 입점하기 전 2억원을 넘던 광명시장 전체의 하루 매출도 1억 5000만원 이하로 40%나 곤두박질쳤다. 가게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600개에 이르던 점포도 400개로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씨는 “주로 식료품을 팔던 대다수 점포들이 이마트와의 경쟁을 피해 저가 대중식당 등으로 바꾸면서 서로 ‘출혈 경쟁’을 해 다같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상당수가 빚에 시달리고 있어 두세 달 안에 폐업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규제에 나서기는커녕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핑계삼아 대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상가끼리 출혈경쟁→빚더미→폐업 ‘도미노´ 경기 성남시 중앙시장 골목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박모(47)씨는 요즘 잠이 안 온다. 가게 500m앞 옛 인하병원 자리에 지난해 말부터 건립 중인 주상복합건물에 대형마트 입점이 가시화되면서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이웃 가게 주인들은 “도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앞다퉈 가게를 정리했다. 그러나 박씨는 폐업조차 여의치 않다. 그는 “당초 업종을 바꿔보려고도 했지만, 어느 업종이나 대형마트와의 경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면서 “대형 마트 입점 소식에 가게를 임차하러 오는 사람도 없어 가뜩이나 사정이 안좋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내주기 힘든 형편’이라고 호소한다.”고 토로했다. 신근식 성남중앙시장연합회 부회장은 “올해 들어 시장 점포 25%가 폐업을 하고 떠난 상태”라면서 “대형마트는 재래시장 상인의 생계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고 말했다. ●동네 슈퍼마켓·문구점도 직격탄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30여평 규모의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4)씨도 대형 할인점의 기세에 눌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씨 가게는 인근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과 불과 500∼600m 떨어진 곳에 있다. 김씨는 “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임대료를 내기 위해 빚도 여러번 냈고, 대학생 아들의 학자금 대출까지 받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서울 구로동 롯데마트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이모(39)씨는 “우리 가게에서 마진을 감안해 500원 이하로 팔기 어려운 학용품을 할인점에서는 ‘초특가’ 판매로 400원대에 팔고 있어 경쟁이 안 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공룡 마트’ 10년새 10배 급증 대형마트의 성공 뒤에는 소상인들의 눈물이 있다. 국내 재벌계 대형할인점은 지난 10년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유통공룡’으로 급성장했다. 재래시장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형할인점 96년 28곳서 작년 342곳으로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1996년 점포수가 급격히 늘어났다.96년 28곳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에 163곳,2006년에는 342곳으로 급증했다. 매출액도 2000년 10조 5000억원에서 2006년 25조 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개점은 등록제로 돼 있어 건축법상 하자가 없으면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마트들의 수도권 집중과 상위 4곳의 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대형마트의 48.3%인 160개가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 매출액으로는 서울이 57%(13조 2000억원)에 이른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에버 등 대형마트 상위 4곳의 점포수는 245개로 전체의 71.6%. 이들의 매출은 17조 7000억원으로 75.3%다. ●재래시장 총매출 2004년 35조서 1년새 3조 급감 전국 재래시장은 2005년 1660곳이었다. 대형마트의 영향으로 최근 1년간 재래시장의 94%는 영업 상황이 악화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2004년 35조 4000억원이던 재래시장 매출액은 1년새 2조 7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이는 재래시장 약 137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같은 해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 2조원에 잠식된 것으로 추정된다. 점포당 하루 매출액도 1년새 4만 2000원 줄었다. 시장당 고객수도 하루 146명씩 감소했다. 대형마트 확산은 대형업체들의 주장과 달리 신규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장경영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2005년 새로 생긴 대형마트는 33개로 신규 고용자 수는 1만 8800명 늘었지만, 같은 기간 재래시장 종사자는 2만 6000명이 실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형마트들끼리의 가격인하 경쟁은 재래시장은 물론 중소유통업체도 위축시켜 유통산업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면서 “지역경제 침체로 인한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지역간 불균형 발전의 요인도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상인들은 지역상권의 슬럼화를 가장 우려했다. 상가정보 제공업체 ‘상가114’가 지난달 상인 23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4.8%가 ‘재래시장이나 주택가 상권이 심각하게 슬럼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대형마트 규제·재래시장 자생력 확보 관건 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8개 대형마트들은 추가 출점을 자제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미니 할인점’인 슈퍼슈퍼마켓은 계속 확장하고 있다. 전국시장상인연합회는 “일정 인구당 대형마트의 출점 제한 등 법적인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WTO 협정 위반’이라는 문제 제기에 대해 “국내자본과 외국자본간에 차별이 아닌 영세상인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으며, 이는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슈퍼마켓연합회는 “대형 마트가 포화상태여서 새 탈출구를 찾은 것이 슈퍼슈퍼마켓”이라면서 “도심 반경 수㎞ 이내 출점을 못하게 하거나 시간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는 정형근·이원영·심상정 의원 등이 10여개의 대형마트 규제 및 중소상인 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이들 법안은 ▲대형마트 신설시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취급품목 제한 ▲영업시간·일수 제한 ▲중소유통업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전국시장상인연합회는 “대규모 점포 매장면적 기준을 3000㎡(900여평)에서 1000㎡(300여평)로 강화하는 한편 대형유통업체의 SSM(슈퍼슈퍼마켓) 진출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에 밀려 신음하던 재래시장이 시설을 현대화하고 고객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자발적 노력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전국시장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재래시장의 위기는 편의시설 및 고객 서비스 의식의 부족, 소비자의 기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곡동 중곡제일골목시장은 최근 활기를 되찾았다. 시장 주변에 수년새 대형마트 세 곳이 들어서 시장의 존폐 위기를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상인들은 돈을 모아 골목에 비와 햇볕을 막는 지붕을 씌웠다. 간판도 깔끔하게 정비했다. 주부팔씨름대회나 노래자랑, 대학생 댄스동아리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었다. 그러자 끊겼던 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예전보다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한·미 FTA 시대] ‘FTA 대응방향’ 국내 경제전문가 3인 좌담

    [한·미 FTA 시대] ‘FTA 대응방향’ 국내 경제전문가 3인 좌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한·미 FTA는 우리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다. 서울신문과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과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과의 좌담을 통해 FTA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부대책 방향과 각 경제주체들의 대응 등을 짚어 봤다. ▶한·미 FTA에 대한 총평으로 좌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서진교 실장 알려진 것만 놓고 본다면 기대했던 것보다 선방했다. 개인적으로는 관세철폐를 해도 10년 이상 받아내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런데 최종 협상은 대부분 10년, 길게는 20년까지 관세철폐를 받아냈다. 그렇지만 농업인들은 우려를 할 것이다. 한·칠레, 한·아세안 FTA를 타결한 것을 보면 중요한 품목은 관세를 남겨 뒀기 때문이다.10∼20년은 짧지 않은 기간이다. 구조조정을 잘 하면 한·미FTA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번 농업협상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대두다. 대두 관세는 430%인데 식용과 사료용이 분리가 돼 있지 않다. 이번에 식용과 사료용을 분리, 사료용은 즉시철폐, 식용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면서 할당관세를 두는 식으로 합의, 사료용이 식용으로 둔갑할 것이라는 우려를 차단한 것도 성과다. -이시욱 연구위원 제조업은 즉시 철폐 비율이 95%이다. 미국이 호주와의 FTA에서 제조업 즉시 철폐비율은 수입액 기준으로 69.8%였고, 칠레나 모로코때도 엇비슷해 우리가 상당 부분 양보를 얻어냈다고 볼 수 있다. 농업과 관련, 우리나라는 농업인구의 노령화가 심각하다. 어린이를 뺀 농업인구에서 60세 이상이 50% 이상이다. 이 분들은 전직도 어렵고 앞으로 15∼20년은 농사를 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얻어낸 관세철폐기간은 이런 차원에서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뒤 기업농이 생겨날 것이고 (정부 지원을 전제로) 경쟁력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김형주 책임연구원 제조업은 전체적으론 기대한 것만큼 됐다. 자동차 3000㏄ 초과가 3년내 관세 철폐로 유예된 것이 아쉽다. 서비스 부문에서 교육과 의료가 일찌감치 유보된 것도 안타깝다. 정부는 이 부문은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와 위기위식이 중요하다. 개방에 따른 위기의식이 보류된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이번 계기가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시그널을 주었다고 본다. ▶아쉬운 점은. -이 위원 서비스 부문 협상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했는데 마찬가지이다. 서비스는 기업들의 규제 완화와 관련이 있어 FTA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생산성이 저하됐고 매년 대책이 나왔다. 의료와 법률 서비스 개선책도 제시됐지만 이해집단의 반발로 매번 좌초됐다. 이제 내부적으로 규제를 개혁해야 하는데,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제도 개혁이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 -서 실장 FTA는 관세를 내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서비스 분야에선 내부적으로 불합리한 부분을 고친다는 의미도 크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픔이 따를 것이다. 수치도 중요하지만 눈에 안 보이는 제도 개혁을 통해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연구원 한가지 덧붙이자면 FTA의 효과로 첫째, 미국이라는 시장에의 수출증가, 둘째, 생산성 제고 틀 마련, 셋째, 소비자 후생 향상을 꼽을 수 있다. 수출증가는 단·중기적 효과이고 수출·내수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 수출증대를 통한 미국시장 선점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개발시대의 중상주의적 사고이다. 생산력 제고는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최근 25년간 전세세계적으로 수출이 5배 늘었다면 직접투자는 15배 늘었다. 수출만이 아니라 외국인 직접 투자가 중요하다. ▶논란이 계속되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어떻게 보나. -김 연구원 ISD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책의 문제이지,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한국기업이 정부를 제소하기는 어렵다. 반면 한국기업과 제휴한 외국기업이 정부를 제소할 수 있겠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 측면이 강하다. 업무 방식이 선진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GDP 대비 대미투자가 미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보다 높다. 따라서 우리가 보호를 받아야 한다. 다만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에 비해 일관성을 유지해 논란이 되지 않고 있다. -이 위원 샌드위치 경제를 극복하려면 외국인 직접 투자가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김 박사가 지적한 ISD가 중요하다. 얼마전 중국과 투자보장협정을 개정했는데 ISD 관련 부분을 명확화했다. 중국투자가 계속 늘어나고,FTA도 추진할 텐데 우리가 이런 의지를 보여 주지 않으면 중국으로부터 투자자 보장을 얻어낼 수 없다. -서 실장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FTA는 정책을 업그레이드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이 위원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더 이상 정부 주도형 개방정책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 국회의 졸속 대응과 그로 인해 정부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간 논란으로 비화됐다. 또 반대하는 쪽이 논의의 폭을 너무 넓혀놔 효율적인 논란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본다. ▶논의를 정부대책으로 옮기자.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자마자 비판이 빗발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서 실장 농가에 대한 소득보전은 필요하다. 보상은 있어야 하지만 적절한 수준인지 생각해야 한다. 손해를 보는 것을 모두 보상해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보상대책을 발표할 때 신중해야 한다. 자칫 농민들의 기대수준만 높여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보상 수준과 기준을 적절하게 마련하고, 사후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지원금이나 보상금이 잘못 쓰였다면 회수해야 한다. 대책은 경쟁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농민들이 보상을 요구한다고 모두 들어 주는 식의 정책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이 위원 보상이나 지원을 할 때 근거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연령별로 기준을 분명하게 할 필요도 있다. 농업의 경우 소득 보전은 필요하다. 상당수가 고령화돼 전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을 지원하는데 기금이 더 필요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은 농업에 비해 종사자들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다. 피해를 본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는데 미국과 우리나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기업들에 컨설팅 비용을 지원한다. 우리는 컨설팅에다 투·융자를 해 준다. 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우리는 전직 프로그램 위주이고, 미국은 실업기금으로 지원한다. 우리는 재원 등을 이유로 미국처럼 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지원제도도 제대로 집행되는지 사후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김 연구원 제조업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은 상환 의무가 따른다.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기업이 리스크를 100% 떠안게 된다. 컨설팅엔 리스크가 없다. 우리의 경우 컨설팅과 투·융자 등 인센티브체계가 모호하게 돼 있다. 전직 지원도 문제다.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이 3∼6개월 만에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겠나.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미래를 생각해서 제대로 해야 한다. 농업 지원도 미래지향적으로 해야 한다. 제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에게는 경영 마인드가 있다. 농업 현대화를 말하는데, 농업이 전부 디지털화되면 60세가 넘는 사람이 컴퓨터를 제대로 하겠는가. 제조업 종사자들이 농업쪽으로 전업이 가능하도록 물꼬를 터야 한다. -이 위원 좋은 생각이다. -김 연구원 재원을 쓰다 보면 구조조정을 하는 게 아니라 폐업을 하거나 농사를 엉망으로 짓는 사람들이 이익을 가져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때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원죄이다. 이번에는 이같은 지원방식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서 실장 농민들은 시위를 하면 보상금이 올라가고 부채를 탕감해 준 전례가 있다는 걸 잘 안다. 정부와 국회가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인식을 차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농촌에서도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외환위기 때 퇴출당하고 농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90%를 차지한다. 경영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농촌을 바꾼다. -이 위원 무역조정지원법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피해 입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피해를 입은 게 하던 일이 사양 사업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개방으로 망한 것인지 정확하게 판단할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잘못하면 퍼주기 식이 될 수 있다. ▶한·미 FTA를 기회로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 전제돼야 하나. -김 연구원 한·칠레 FTA 비준동의가 국회에서 1년 반 이상 늦어지는 동안 칠레가 중국과 FTA를 체결했다. 그리고 2년 뒤 중국·칠레 FTA도 발효됐다. 우리나라 제품이 칠레 소비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시간이 (국회 비준 동의가 지체된 만큼) 줄어들어 FTA 효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한·미 FTA가 늦어지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서 실장·이 위원 한·미 FTA가 정치쟁점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협상을 마무리짓고 EU·중국과의 협상을 준비해야 할 공무원들이 정치권의 공세를 방어하는데 시간을 뺏기기 때문이다. 사회 김균미 경제부차장·정리 박지윤 기획탐사부기자 kmkim@seoul.co.kr
  • [한·미 FTA 시대] 美 와인 “칠레産 한판 붙자”

    [한·미 FTA 시대] 美 와인 “칠레産 한판 붙자”

    미국과 칠레가 국내 와인시장의 2위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한·미 FTA 체결로 미국산 와인의 관세가 즉시철폐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칠레산 와인은 한·칠레 FTA에 따라 2004년부터 5년에 걸쳐 와인 관세 15%를 없애기로 돼 있다. 그 결과 첫해부터 칠레산은 미국산을 따돌리고 프랑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FTA로 칠레산 와인의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상황은 역전될 수도 있다. 품질을 떠나 최소한 가격 측면에선 동등한 조건이 된다. 예컨대 와인 수입가격이 1만원이면 미국산에는 현재 관세 15%(1500원)가 붙는다. 이어 수입가격과 관세를 더한 1만 1500원에 주세 30%(3450원)가 부과된다. 또한 관세와 주세에 각각 10%씩인 150원과 345원이 교육세(495원)로 추가된다. 이같은 금액을 모두 합친 1만 5445원에 부가가치세 10%(1544원)가 붙는다. 물론 부가세는 환급받을 수 있지만 수입비용과 유통마진을 뺀 와인의 판매원가는 1만 7000원이 된다. 하지만 미국산 와인의 관세가 철폐될 경우 수입가격에 주세(3000원)와 교육세(300원)만 붙고 부가가치세를 합해도 판매원가는 1만 4630원으로 준다. 물류비용과 마진을 제외한 원가가 14%(2370원) 낮아져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는 셈이다. 유통마진까지 합한다면 20% 이상 개선효과가 기대된다. 와인수입 전문업체인 금영인터내셔널의 김석 전무는 “품질과 가격면에서 칠레산에 대한 선호도가 아직은 높아 당장 역전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미국산 나파밸리의 품질이 알려지고 가격 경쟁력도 생기면 미국산 수요가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와인은 칠레산보다 가격이 15∼20% 비싸다고 덧붙였다. 와인 수입은 2003년 프랑스산이 2400만달러로 국내 점유율은 프랑스가 49%로 1위를 지켰다. 미국이 810만달러(16.1%)로 2위, 칠레가 380만달러(7.6%)로 3위를 차지했다.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에는 프랑스가 1위(42.4%)를 지켰지만 점유율은 떨어지면서 칠레가 2위(16%)로 올라섰고 미국은 3위(13.6%)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프랑스(38.2%), 칠레(17.4%), 미국(13.4%) 등의 순서로 칠레산 와인의 약진이 거듭되고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 관계자는 “한·미 FTA로 가격 대비 품질이 칠레산 못지않은 미국산 와인이 국내에 많이 들어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산 위스키와 맥주의 관세철폐 기간은 5년과 7년으로 합의됐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중소업체 “폐업 위기” 대형업체 “피해 적을것” ‘특허권 강화’로 요약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분야 협상 타결 직후 국내 제약업계의 행보가 엇갈린다. ●“철저하게 발가벗겨졌다” 제네릭(복제)약품에 의지해 리베이트 관행을 이어오던 국내 중소 제약업체들이 “철저하게 발가벗겨졌다.”며 반발하면서 다국적 제약사와 일부 대형 제약사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는 28개 다국적 제약사의 지사로 구성된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와 200여개 국내 제약사로 구성된 한국제약협회(이하 제약협회)가 양분하고 있다. 이중 토종 제약사가 중심이 된 제약협회는 타결 직후 “협상결과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고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여기에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군소 200여개 업체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엄청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신약개발 능력을 지닌 10∼20곳의 국내 업체는 다소 느긋하다. 이들 또한 매출 1조원대 이상의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시장개방에 따른 전반적 약가 상승이 예상돼 손해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매출 5700억원대의 D제약,4000억원대 H제약 등은 시장개방이 본격화하는 2010년쯤 매출액 1조원대 진입이 예상된다. 그동안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해 신약의존율을 높인 결과다. 반면 ‘제네릭’과 부속성분을 약간 달리한 ‘개량신약’에 의지한 영세업체들은 입지가 좁아졌다. 특허기간 동안 개량신약을, 특허기간 만료 직후에는 제네릭으로 법망을 피해가며 발빠른 영업전략을 구사했지만 지적재산권 보호강화로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의약품 시장에서 제네릭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량기준으로 69%에 달한다. 반면 KRPIA측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핵심 쟁점이던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5년간 오리지널 특허자료 보호 등 쟁점사항이 사실상 미국측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하면서 특허권과 약가가 보장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FTA 협상결과, 특허분쟁 재판에서 다국적 업체가 승소할 경우, 과징금을 판매액보다 높게 부과하는 등 다양한 특허보호 방안도 도입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 시장개척 나설것” 이에 대해 한 국내 대형 업체 관계자는 “이미 2년 전부터 신약개발 능력을 세계적 플랫폼에 맞춰 집중투자했다.”며 “피해가 예상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일반의약품 등에 눈을 돌려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소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켜냈다고 밝힌 신약의 최저가 보장 등은 선언적 의미일 뿐”이라며 “기술이 없는 만큼 통폐합도 할 수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서울광장] 일자리가 희망이다/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자리가 희망이다/우득정 논설위원

    지난해 우리 경제는 30만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 그쳤다. 전년도에 비해 성장률이 1%포인트 높았다면 과거 경험치로 볼 때 2005년의 29만 9000개보다 9만 6000개가량의 일자리가 더 생겨야 한다. 하지만 일자리는 2005년 수준에 머물렀다. 성장잠재력이 위축되고 가계 빚 증가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내수가 얼어붙은 결과다. 그래서 정부는 연초마다 40만개 내외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목표치를 올해에는 30만개로 낮췄다.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적인 증가분 26만개 외에 일자리 한 개당 1500만원 정도의 재정을 투입해 창출하겠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4만개를 합친 숫자다. 이 정도의 일자리는 매년 새로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되는 46만여 산업 예비군을 소화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게다가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고용의 질 측면에서 함량 미달이다. 신규 일자리의 75%가량이 서비스업 분야에서 생겨나지만 임금수준이나 근속연수에서 모두 평균을 밑도는 사회·사업 서비스 분야다. 흔히 ‘괜찮은 일자리’로 불리는 제조업 일자리는 2005년 5만 6000개, 지난해에는 6만 7000개가 줄었다. 의료·법률·교육·문화·관광·사업컨설팅 등 서비스업 분야의 양질의 일자리는 규제의 벽에 막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공급이 줄어들다 보니 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생계형 창업에 나섰다가 빚만 진 채 폐업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층의 일자리는 훨씬 더 심각하다. 통계청의 2005년 경제활동인구 자료에 따르면 20대 임금근로자 385만 4000명 중 비정규직인 임시직과 일용직이 각각 144만 5000명,32만 3000명으로 전체의 45.9%에 이른다.20대의 고용의 질이 평균치(전체 비정규직 비중 35.5%)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청년층 일자리가 15만여개나 사라진 탓이다. 그 결과 구직 단념자 12만 5000명을 포함, 실업의 경계선상에서 ‘그냥 노는’ 비경제활동인구 126만여명의 절대 다수가 청년층이다. 이들의 경제활동 포기는 20대 취업비중 격감에서도 확인된다.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의 비중은 2000년 23.1%에서 2005년 19.5%,2006년 18.4%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4대 그룹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이 앞장서 20대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방법론으로 대기업이 벤처시장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대통령 신년사에서는 부동산 문제에 가려 일자리 문제가 실종됐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지난 4일 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화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1주일 만에 사뭇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연 10%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조차도 요즘 대졸자의 60%가 ‘백수’로 전락할 정도로 청년 실업은 세계적인 현상이며, 각국의 공통된 고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재정을 동원한 사회적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으나 일시적으로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방법은 정공법밖에 없다. 개방과 규제 완화를 통해 신규 서비스업을 발굴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제조업의 경쟁력도 높이는 길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되돌아본 2006 출판계

    올해 출판계는 유명인을 내세운 대리번역과 대필 논란으로 들썩거린 한 해였다. 또 인문학 교수들의 인문학 위기 선언에 이은 출판인들의 인문서적 위기 선언으로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도서정가제 개정 문제는 아직 뚜렷한 결말을 내지 못한 채 올해도 현안으로 남겨 뒀다. 대리번역·대필 논란은 번역가 혹은 저자의 역할과 위상, 출판사의 도덕성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주목된다. 한경BP는 지난 10월 방송인 정지영씨가 역자로 돼 있는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번역 의혹이 제기되자 “대리번역이 아니라 이중번역”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독자들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졌다. 이어 화가 한젬마씨의 대필사건까지 불거져 출판계는 스캔들로 얼룩졌다. 출판사측과 필자는 대필이 아니라 ‘고쳐쓰기’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 같은 ‘정신적 사기’ 행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출판사 대표들의 인문서적 위기 선언은 연구-저술-출판-독자로 순환되는 우리의 지식문화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일각에선 80억원 규모의 정부 우수학술도서지원제도가 있지만 이는 모든 학술분야를 망라한 것인 만큼 인문학 분야만을 별도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그러나 정부와 ‘책 읽지 않는’ 대중을 탓하기 전에 고질적인 사재기 행태나 대리번역·대필 등 출판계 내부의 ‘환부’부터 도려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출판계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앞서야 한다는 얘기다.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에 대해 출판계는 대체로 공감한다. 도서 할인시장은 현재 출판시장의 3분의 1 정도로 추정된다. 이처럼 할인시장이 급격히 팽창함에 따라 중소서점은 물론 많은 출판사와 도매업체들이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다.30년 전통의 동화서적이 지난 11월 영업을 중단, 폐업 절차에 들어간 것은 생존위기에 처한 중소형서점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논술 광풍’은 출판계에도 몰아쳤다. 김영사는 인문, 사회, 과학기술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지식인 100명의 사상을 국내 젊은 학자들이 재해석한 ‘지식인 마을’ 시리즈(전 50권) 1차분 15권을 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영사는 최근 논술전담 별도 법인 ‘스쿨 김영사’를 설립, 내년부터 본격적인 논술출판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아동 출판시장에서는 창작동화가 다소 정체된 반면 논픽션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스토리 학습만화 시리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지상파 DMB시장 무너지나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시장, 좌초하나.’‘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됐던 지상파 DMB 시장이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수익성 저조로 좌초 위기를 겪으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중간광고 등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투자비 200억에 수익은 월 2000만원 불과 KBS와 MBC,SBS,YTN DMB,U1미디어, 한국디엠비 등 수도권 지상파 DMB 6개 사업자는 최근 국회와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등에 ‘지상파 DMB 생존을 위한 특별지원방안’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사업자당 200억원 이상 투자한 지상파 DMB에서 각 사업자의 수익은 월 2000만∼3000만원 수준의 광고수익이 전부”라면서 “이같은 상태라면 내년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사업자가 자본잠식에 들어가고, 하반기에는 폐업신고를 해야 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건의한 특별지원 방안은 ▲중간광고 허용 ▲양방향 광고 허용 ▲매체 유지 위한 최소 광고수익 보장 ▲데이터방송 유료화 적극 수용 ▲매체위상 명문화 ▲난시청 해소 지원 ▲직접사용채널 범위 확대 ▲전파법 현실화 통한 지원 ▲송신출력 증강 ▲10월내 특별대책반 구성 등 10개 항목이다. 특히 광고주 참여 회피를 막기 위한 중간광고 도입과 재전송 프로그램의 광고 단가 인상, 지하철 등 음영지역 해소 지원, 다양한 지상파 DMB 단말기 출시에 따른 송신출력 증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중간광고 허용은 휴대용 매체라는 특성을 고려해 검토할 만하지만 송신출력 증강은 현재도 주파수 간섭이 나타나 어렵다는 입장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건의안을 공식적으로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성 DMB,“균형지원 필요” 한편 지상파 DMB보다 사업을 먼저 시작한 위성 DMB측은 지상파 DMB보다 중계망 등에 더 많이 투자해 적자 폭이 훨씬 크고, 조건도 더 불리한 상황에서 지상파측만 지원할 경우 전체 DMB 시장을 키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TU미디어 허재영 팀장은 “후발주자인 지상파 DMB측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이해되나 콘텐츠 제공이나 광고 유치, 비용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편”이라면서 “양쪽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균형적으로 같이 발전할 수 있도록 공동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계 관계자는 “DMB가 신규 서비스인 만큼 초기 투자비 때문에 수년간 적자는 불가피하다.”면서 “증자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관계 당국의 지원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바다이야기’ 파문 확산] 상품권 시장 패닉… 파산 도미노 ‘술렁’

    [‘바다이야기’ 파문 확산] 상품권 시장 패닉… 파산 도미노 ‘술렁’

    ‘바다이야기’ 파문이 전국적으로 번져 나가면서 시장이 극도로 술렁이고 있다. 폐업하는 게임업소가 급증하고 내년 4월 폐지되는 게임 상품권 유통시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선의의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상품권 발행업체에는 “내가 가진 상품권이 휴지조각이 되는 게 아니냐.”는 문의와 항의가 하루 종일 빗발쳤다. 경품용 상품권 매입을 중단한 007티켓측은 “이미 며칠 전부터 경품용 상품권 매입을 중단했는데 문의는 끊임없이 들어온다.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라고 말했다. 일반 상품권을 유통하는 업체들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혹 경품용 상품권이 아닌 일반상품권도 못쓰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계속 들어올 정도로 시장의 동요가 심하다.”고 말했다. 게임업소 업주들도 마찬가지다. 이대로라면 초기 투자비용은 고사하고 대당 600만원 정도씩 들여 구입한 게임기가 쓰레기 신세를 면치 못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에서 보급된 성인게임기는 70여만대. 결국 전국에서 4조원어치 이상의 산업폐기물이 생기는 셈이다. 게임기 거래는 거의 중단됐다. 한 달 전 600만원 이상 주고 산 게임기가 시장에 100만원에도 나오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없다. 게임기 중개업자 정모(45)씨는 “일찍 시작한 업주들은 어느 정도 ‘단물’을 빼먹었겠지만 끝물에 시작한 사람들은 도산을 피하기 힘들다. 우리의 경우 기계 값만 최소 4억원을 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장은 부동산 시장에까지 미친다. 성인오락실 단속이 본격화하면서 사행성 오락실로 쓰이던 상가가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사행성 오락실의 점포 수는 전국적으로 약 1만 5000여개. 대부분 50∼100평 정도로 넓고 목 좋은 곳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 종로5가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조중현(47)씨는 “대부분 평수가 큰 것들로 임대료가 비싸 건물주들에게 효자 노릇을 했지만 이젠 매물만 나오는 탓에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다.”면서 “목 좋은 곳은 억대의 권리금이 오갔지만 이제 권리금은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박을 꿈꾸며 얽어 놓은 ‘보증의 고리’ 때문에 연쇄부도 사태도 우려된다. 올해 초 인테리어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강남에 성인오락실을 차린 김모(48)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성인오락실 인테리어를 담당해 왔던 그는 ‘바다이야기’가 ‘대박’이란 소리를 듣고 뒤늦게 뛰어들었다. 모아둔 돈과 퇴직금에다 친구의 도움까지 받아 8억여원을 들여 기계 90대 규모의 성인오락실을 차렸다. 그러나 4개월 만에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져 생돈을 모두 날릴 판이다. 김씨는 “나와 우리 가족, 도움을 준 친구 모두 망하고 말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6월 서울 금천구에서 ‘바다이야기’ 오락실을 연 노모(50)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 오락기를 모두 팔고 문을 닫았다. 장사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이다. 노씨는 “4억원을 들여 오락실 문을 열었는데 장사도 별로 안되고 성인오락실이 잘못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폐업을 했다. 하지만 회수한 돈은 겨우 수천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성인오락실로 돈을 버는 것은 폭력조직과 연계된 대형 오락실이나 게임 개발업자뿐”이라고 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황교욱(44) 민원담당관은 “최근 사행성 게임으로 가산을 탕진한 사람들의 상담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이 중에는 게임중독자 외에 게임장 업주가 많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에게 보증을 서 주거나 돈을 빌려 준 ‘2차 피해자’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기용 서재희기자 kiyong@seoul.co.kr
  • [체감경기 긴급진단] 불황에 업종 바꾸기 세차례…“언제 손님 늘까”

    [체감경기 긴급진단] 불황에 업종 바꾸기 세차례…“언제 손님 늘까”

    “IMF 때도 이렇지는 않았어. 해도 너무 한 것 아니야. 정부는 뭐하는 거야. 살 길은 마련해 줘야지. 죽지 못해 악만 남았지 뭐….” 올해 잠재성장률 5%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론에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못해 ‘살기(殺氣)’가 느껴진다. 자영업자 등 취재원들은 경기라는 것이 좋았다 나빴다 하지만 이번처럼 목을 짓누르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정부는 과잉공급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국민 평균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불황을 모르는 일부 업종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시각에 전문가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폭발 직전의 서민 경제 인천시 부평역 주변 먹자골먹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은석(45)씨는 올해 간판을 세번이나 바꿨다. 매콤한 닭갈비인 ‘불닭’에서 ‘등갈비’로, 다시 냄비에 갈비찜을 해주는 ‘양푼갈비’로 갈아탔다. 장씨는 “불경기에다 장마까지 겹쳐 하루 2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이자를 못내는데 대출도 안돼 사채를 끌어쓸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극화한 소비패턴 강남의 룸살롱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서모(34)씨. 남들은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대형업소에 소속된 대리운전사들은 하루 2건은 뛸 수 있다고 한다.“양주 마시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모르는 것 같아요. 지난해에 비해 큰 차이가 없어요.” 서울 성동구에서 5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주변에 느는 게 빈 가게”라면서 “하루에 15팀을 받아야 재료비와 인건비가 나오는데 1∼2팀 정도 받고 있다.”고 했다. 권리금을 포기하고 가게를 내놓은 지 1년이 지나도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여행업체는 희비가 확연히 엇갈린다. 국내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우리테마투어의 이승원 사장은 “날씨 탓도 있지만 6월부터는 영업이 절반으로 줄더니 8월 예약은 들어오지도 않고 있다.”면서 “고객들은 2박 3일보다 1박 2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하나투어의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30% 늘었으며 장마가 낀 7월에는 특히 40%나 증가했다.”면서 “국내 물가가 외국보다 비싸고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설립후 7월 실적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8월엔 이 기록마저 깨질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은 구조조정중? 우리은행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담당자는 “2000만∼3000만원의 자본금으로 가게를 차린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경기 악화 때문에 실업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면서 “담보력이 없어 대출이 어려운 이들이 폐업하기 시작하면 경제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나은행 소호비즈니스센터 관계자는 “보증금이 3억원 이상인 우량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폐업률도 20%에 이른다.”면서 “그 이하의 생계형 영세자영업자들은 공멸의 위기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택시면허나 영세 자영업체 상당수는 공급이 과잉인 상태”라면서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며 경쟁에 뒤떨어지는 업체들의 탈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백문일 전경하 이창구 기자 mip@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8) 창조적 아이디어로 시장 확보

    [농업 희망을 쏜다] (8) 창조적 아이디어로 시장 확보

    정운천(53) 참다래유통사업단 회장에게 1989년 4월 8일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날이었다. 전남 해남에서 10년간의 갖은 고생 끝에 ‘망한 다래’로 불리던 국산 키위를 ‘희망의 다래’로 끌어올렸으나 정부는 이날 농산물 개방품목에 키위를 포함시켰다. 개방시점은 8개월 뒤인 90년 1월 1일부터였다. 더욱 분통이 터진 것은 외국산과 경쟁이 안되니 키위를 뽑고 다른 작목을 심으면 1정보(300평)에 33만원을 준다는 발표였다. 농민들은 혼란에 빠졌고 일부는 키위를 뽑는 등 동요하기 시작했다. ●국내 1호 ‘농민주식회사’로 개방의 파고 넘다 정 회장은 먼저 농민을 규합하고 대책위를 구성했으나 개방을 철회하라는 대정부 반대운동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 키위 시장이 20억∼30억원에 불과한데 정부가 귀를 기울일 것 같지 않았다. 대신 2300여 농가의 서명을 받아 키위를 수출전략 작목으로 선정하고 시설비 지원과 전문기술 지도에 나서라는 5개항의 ‘역제안’을 대담하게 정부에 제출했다. 불가능할 것 같던 요구가 당시 김식 농림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일부 받아졌고 12월 22일에는 3000여 농가가 모여 전국키위농민협회를 결성했다. 시장이 개방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를 정부와 외국 키위업체에 전달한 것이다. 이듬해에는 백화점 직판행사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국산키위’에 고개를 젓던 백화점들과 소비자들도 특별히 고른 국산키위 300t에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국심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외국산 키위에 맞서기 위해 법인 형태의 조직과 고유 브랜드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농민들을 다시 설득한 끝에 91년 300여 농가가 참여한 ‘참다래유통사업단’이 탄생했다. 농민 출자금 2억여원에다 전라남도의 보조금 1억 5000만원을 합친 3억 6000만원으로 출발했다. 키위라는 말도 ‘참다래’로 바꿨다. 고려별곡에서 ‘머루랑 다래랑 먹고’하는 노랫말이 나오듯, 산다래 명칭이자 순 우리말인 참다래로 정했다. ●‘적과의 동침’으로 꿩먹고 알먹고 그럼에도 참다래는 ‘반년 장사’라는 근본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수확기인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팔면 6개월은 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참다래로 만든 주스산업에 뛰어들었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납품, 한때 승승장구하는 듯했으나 6억∼7억원의 손실만 보고 95년부터는 주스생산을 중단했다. 정 회장은 “유통망이 없고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주스산업에, 그것도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을 참다래주스 하나로 뛰어든 것 자체가 무리였다.”면서 “앞으로 나갈 줄만 알고 후퇴할 줄은 모르는데 그 이후로 후퇴를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6개월 장사로는 여전히 불만이었다.4계절용 제품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키위를 수입해 판매하는 것은 어떨까. 뉴질랜드는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여서 키위를 5월부터 10월까지만 팔았다. 당시 뉴질랜드산 키위는 H업체가 수입을 독점했으나 정 회장은 자유무역원칙에 위배된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뉴질랜드는 독점 수입권을 풀었고 이어 뉴질랜드 제스프리사와 전략적 제휴를 해 수입키위 유통권을 독점, 국내 수요물량의 60%를 장악했다. 또한 수입하는 키위대금을 국산 참다래로 갚는 물물교환에 합의,‘참다래·키위 동맹’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고구마를 금싸라기로 바꾼 ‘거북선 농업’ 정 회장은 5∼11월 뉴질랜드산 키위를 포장하는 것 이외에는 영농활동이 없자 해남 특산물인 고구마에 눈을 돌렸다. 문제는 고구마 모양이 제각각이고 6개월이 지나면 싹이 난다는 점이다. 씻어서 보관하면 3일이 지나지 않아 썩기 때문에 흙이 묻은 채로 팔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 해결되면 섬유질이 풍부한 고구마는 웰빙시대의 건강식품이자 다이어트 식품에 안성맞춤이다. 3∼4년간의 연구 끝에 장기간 저장해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저장법과 씻은 뒤 1주일 이상 지 않는 바이오 세척법을 개발했다. 이는 마늘과 생강 등의 작물이 스스로 살균성분을 갖고 있다는데 착안한 자연친화적 기술이다. 여기에 고구마를 모양과 크기에 따라 7등급으로 분류하고 그물로 포장, 손으로 들 수 있는 ‘펀넷’ 포장법도 가세했다. 습기가 발생하지 않는 포장재도 만들었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듯, 세척 고구마는 ‘다래마을’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반 고구마는 15㎏짜리가 1만 5000∼2만원선인데 다래마을 고구마는 6만원을 받았다. 개발 비용에 10억원이 들어갔지만 2003년 한 해에만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은 당도가 더 높은 제품을 개발중이다 정 회장은 이 모든 것을 거북선에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거북선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목선에 덮개를 씌운 것입니다. 실제 덮개를 씌우는 노력이나 비용은 그렇게 크지는 않죠. 그보다는 덮개를 씌우겠다는, 새롭고 독창적인 가치가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듯이 시장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남 해남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백화점·할인점 판로 확보… 문화마케팅 주효 키위시장 개방으로 국내 재배농가가 폐업의 위기에 몰렸을 때 생산자 단체를 조직화해 직접 백화점에 판 것은 정운천 회장이 늘 말하는 ‘유통의 고속도로’를 건설한 것과 같다. 키위 수확기가 우리와 정반대인 뉴질랜드와 전략적 제휴를 한 것도 국제간 ‘윈윈 전략’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이를 기반으로 국산 참다래 시장을 확보, 농민의 생존기반을 지켜냈을 뿐 아니라 생산단체의 발전적 협력경영의 모델을 제시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전환시킨 기업가 정신은 앞으로 숱한 개방에 맞설 농업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과일인 키위를 우리말인 ‘참다래’로 바꿔 소비자 친밀도를 높였고 농장(생산), 공장(가공), 판매장(유통) 등 ‘3장 통합’은 참다래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게 한 성공비결이다. 고구마는 구황작물로 배고플 때 먹는 ‘비호감’ 식품이었으나 저장기술과 세척법을 개발, 고구마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썼다. 동시에 고구마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은 혁신 경영이다. 참다래유통사업단은 생산보다 판매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매장에서 더 많은 상품을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한 판촉 활동과 새로운 포장방법 등은 매장 중심 경영의 핵심이다.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서의 직판행사는 제도화했고 농가에는 출하량을 미리 알려 가격변동을 조절했다. 판촉활동 지원을 위한 문화마케팅을 기획하는 등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농업이 1차생산에서만 머물지 않고 유통과 마케팅이 접목하면 경쟁력을 갖는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줬다. 수입개방이라는 환경변화에 경쟁업체와의 공생도 적극 고려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김영생 농촌경제硏 전문연구위원 ■ 농기업근로자 지원책 정비해야 전남 장성에서 유기농 채소를 공급하는 학사농장(대표 강용)은 연 매출액이 50억원이다. 학사농장이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직원 40여명을 위해 지출하는 각종 보험료와 수당은 연간 6000만원. 학사농장은 농기업인데도 현행법상 농업인 사업자 등록이 안돼 도소매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4.4%. 이를 적용해 직원 수당 6000만원을 벌려면 13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강 대표는 따라서 “연간 매출 50억원 가운데 4분의 1 이상을 직원 수당으로 쓰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농업은 기계를 멈출 수 있는 제조업과 달리 단 하루도 쉴 수 없지만 주 5일제와 엄격한 근로기준법 등이 똑같이 적용된다. 때문에 휴일·시간외·연월차 수당 등이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실제로는 농업에 종사하더라도 농기업 근로자라는 이유 때문에 건강보험 50% 경감 혜택이 없다. 장생도라지의 이영춘 대표는 “영농조합법인인데도 농정당국은 제조업과 똑같은 기업으로만 인정, 세금과 보험료 분야에서 농민에게 주는 혜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청이나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은 기업으로 인정하지 않아 중소기업으로서 당연히 받아야할 지원을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농민도 아니고 기업도 아닌 애매한 지위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농림부 관계자는 “건강보험료 지원은 의료 접근성이 약하고 소득이 낮은 농업인을 돕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농기업이나 직장가입 대상자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면서 “다만 농업의 특성과 주 5일제 등의 환경변화를 감안해 수당 등에 대한 세제지원은 고민하고 검토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학사농장의 강 대표는 “요즘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서는 농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면서 “농업 현실에 맞게 관련 법률을 개정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농기업 근로자들도 실제로는 농민이고 소득도 도시근로자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인데 4대 보험료를 내라고 하니 황당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백문일 이영표기자 mip@seoul.co.kr
  • 美 간호사 빼가기 개도국엔 고통

    美 간호사 빼가기 개도국엔 고통

    미국이 전 세계 ‘간호 인력’을 싹쓸이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의료 체계가 심각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미 상원이 외국 간호사의 이민 제한을 사실상 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의료 인력’의 독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 병원협회는 현재 11만 8000명의 간호사가 부족한 상태이며 2020년까지 부족한 인력 규모는 8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5일 세계 최대의 ‘간호사 수출국’인 필리핀 병원들이 의료 인력의 대량 유출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개도국의 보건 체계가 크게 흔들리면서 에이즈 등 질병 퇴치를 위한 노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병원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매년 수천명의 간호사들이 필리핀을 떠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국립 병원의 의료 인력 대부분이 이민을 계획하거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지 코르데노 필리핀 간호협회 회장은 “숙련된 간호사들이 다 미국으로 가면 남는 건 필리핀 사람들의 고통뿐”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필리핀 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5만명이 넘는 간호사와 의사가 해외로 떠났다. 폐업하는 민간 병원도 늘고 있다.1998년 이후 687개의 병원이 문을 닫았다. 의료 인력의 부족이 큰 원인이었다. 필리핀 민간병원협회는 앞으로 4년 동안 폐업하는 병원은 1000여곳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도 필리핀 전역의 국립 병원과 개인 병원들은 인력 부족으로 진료 과목을 줄이고 있다. 미국 이민은 필리핀 중산층에게 매력적인 기회다. 필리핀에서는 국립 병원 의사의 한 달 월급은 300달러(약 30만원)가 채 되지 않는다. 간호사는 150달러 미만이다. 미국에서 간호사 연봉은 3만 6000달러(약 3600만원)를 넘는다. 필리핀의 의사들조차도 미국에 간호사로 취업할 정도다. 호세 레이예스 메모리얼 병원의 간호 훈련 담당 베아트리츠 솔은 “교육을 마친 간호사의 90% 이상이 6개월도 안돼 (해외로)이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국립병원에서 일하던 수백명의 의사들이 간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교육받고 있다.”면서 “그들도 부끄러워하지만 (미국에서) 간호사가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한탄했다. 자국 노동력의 해외 수출에 적극적인 필리핀 정부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필리핀은 해외로 나간 국민들이 보내는 달러에 많이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해외 거주 필리핀인들이 고국에 보낸 송금액은 123억달러(약 12조 3000억원). 올해는 13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미국 이민 제도로도 매년 전 세계 1만 4000여명의 간호사가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가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문화 몰아내는 ‘문화의 거리’

    문화 몰아내는 ‘문화의 거리’

    #1 2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세계 연극의 날’을 기념해 연극인 70여명이 휴지 줍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상업화에 찌든 대학로를 정화하자는 의미에서다. #2 같은 시각 행사장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 권리금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진 노점들이 이미 보도를 점령하고 있어 ‘걷기 좋은 거리’가 무색할 정도다. 밤이 되면 술집·노래방의 간판만 휘황찬란할 뿐 정작 극장들은 제대로 눈에 띄지도 않는다. ‘문화의 거리´ 대학로에서 문화가 밀려나고 있다.2004년 5월 서울시가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한 뒤 땅값·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극장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연극인 겸 서울문화재단 대표인 유인촌씨는 “대학로에서 문화와 상업주의가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있다.”면서 “대학로를 다른 곳으로 통째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로에 위치한 극장은 2004년 60여개 안팎에서 현재 75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새로 생겨난 극장들은 자본력이 탄탄한 300석 이상의 대규모 극장이거나 개그 공연 전용 극장이다. 연극인들은 극장의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말 연극인 이윤택씨가 운영하는 ‘게릴라’ 극장은 문을 닫았다. 건물주가 700만원선이던 월세를 1500만원선으로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근 소극장 ‘까망’도 건물주가 임대료를 두 배 가까이 올려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가까스로 중재했다. 지금은 ‘아룽구지’ 극장이 임대료 협상을 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방지영 사무국장은 “임대료 상승으로 오히려 기초예술의 기반인 소극장과 극단들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유행에 민감한 가게를 꾸미고 권리금 올려 받는 형식으로 이득을 얻는 ‘먹튀(먹고튀는)’ 세력들이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 상권이 형성된 가운데 문화지구로 지정된 것이어서 소극장 연극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에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할 구청의 경우 팸플릿제작과 융자 알선에 그친다. 오히려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정책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 종로구청은 문화지구 지정을 기념하는 취지에서 주말마다 대학로에서 초대가수를 불러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앰프를 너무 크게 틀어놓는 바람에 극장안까지 노랫소리가 들려 가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연극 공연을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혜화동 1번지’ 이수현씨는 “주객이 바뀐 이벤트성 행사였다.”고 꼬집었다. 연극인들은 대학로가 ‘잘나갔던 시기’로 1990∼95년으로 꼽는다. 당시 연극 한 편당 평균 관객이 하루 50여명이었지만 지금은 20∼30여명에 그친다. 그나마 10여명은 ‘초대권 고객’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재찬 사무처장은“연극에 대한 각종 지원금이 연극인이나 작품 자체보다는 대관료 등 시설 부문으로 상대적으로 많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라면서 “좋은 작품이 나오지 못하니까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미리 가본 베이징 ‘다산쯔 국제예술축제’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미리 가본 베이징 ‘다산쯔 국제예술축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 현대예술의 최전선,‘다산쯔(大山子)’. 지난달 말, 이곳은 ‘베이징 다산쯔 국제예술축제’ 준비에 막 돌입한 모습이었다. 오는 4월로 세번째를 맞는 이 축제에는 세계 각지에서 10여만명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첫해 1만명 가량이던 관람객이 지난해에는 8만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그 보다 더 큰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봄만 해도 ‘개발이 시작돼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흉흉했던 이 곳이, 중국 최초의 ‘문화특구’로 지정된 것도 이같은 성과에 힘입은 것이다.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늘어선 대형 공장 건물들. 당초 대규모 공장터였던 탓에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옛 흔적이 도리어 현대 예술과 어우러져 보인다. 잘 구획된 골목마다 미술전시장이 늘어서 있는가 하면, 여러 실내·외 공연장이 눈에 띈다. 실내 벽면에 ‘마오쩌둥주석 우리 마음의 붉은 태양’(毛澤東主席我們心中的紅太陽) 등의 선전문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스페이스(時態空間)’란 갤러리는 이미 명소가 됐다. 한 서점에 들어서니 곳곳에 사진기를 든 젊은이들로 붐빈다. 잘 진열된 현대 건축·미술 관련 각종 해외 잡지와 서적을 찍어대고 있다.‘볼 것’에 목마른 예술지망생들이다. 서점 점원 리우제(劉杰)는 “현대 예술에 관한한 베이징의 어떤 대형 서점보다 풍부한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했다.“그런만큼 많은 외국인과 학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한 허름한 작업실을 찾으니 갖가지 인형 가운데 눈에 익은 ‘인민복을 입은 용’이 보인다. 이른바 ‘용머리 큰형님’(龍斗老大)’이다. 마오쩌둥 주석을 우화한 이 인형을 처음 제작한 진쩡허(金增鶴)는 제법 많은 양을 국내·외에 팔았다. 들여다 보기 어렵다는 작업실을 구경할 행운도 얻었다.20여평 남짓 공간에 가로, 세로 각 2m,3m짜리 창문이 2개.2층 길이가 넘는 높이의 돔형 천장에도 비슷한 크기의 유리창이 있어 채광이 뛰어나다. 공장 건물의 이점이다. 문 밖으로 대낮에도 컴컴한 복도 천장에 백열등 10여개를 켜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복도는 유명 영화의 촬영장소로도 쓰였다고 한다. 다산쯔는 더이상 ‘중국’만의 공간은 아니다.100여개의 화랑 가운데 절반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일본, 타이완 등 외국에서 왔다. 이 가운데 한국문화공간으로 ‘이음’이 들어선 것은 반갑다. 그리 멀지 않은 ‘지우창(酒廠)’이란 곳에도 한국 화랑과 예술가들이 몰려드는 중이다.“전 세계 유명 갤러리들과 예술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인 만큼 한국의 또 다른 국제예술 교류의 거점이 될 것”이라는 게 이음의 컨설턴트 정수영씨의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다산쯔가 한국인 밀집촌인 왕징(望京)과 인접한 건 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한 대형 갤러리의 중국인 관계자는 “이번 3회 예술축제가 끝나면 그림 값도, 작가의 명성도 뛰고 국제 무대에서 다산쯔의 영향력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외국인과 전문 수집인들이 주요 고객인데 그림의 매매가 지금도 대단히 활발하다.”고 귀띔했다. 다만 다산쯔의 임대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게 문제이긴 하다. 이곳에 온지 2년 됐다는 한 중견작가는 “임대료가 딱 2배 올랐다.”고 전했다. 가난한 예술가들을 끌어모았던 유인책이 매력을 잃어가는 양상이다. 가난한 화가의 거리에서 ‘보보스’촌으로 변한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이나, 전위예술의 전진기지였다가 지금은 명품 숍의 전시장이 된 뉴욕의 ‘소호’처럼 다산쯔도 어떤 변신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산쯔는 활기에 넘친다.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이 있고, 가구점과 패션샵이 공존한다. 주말 밤이면 각종 클럽 행사와 파티가 열리고 어떤 공연장은 나이트 클럽으로 변신하기도 한다.4월부터 한달간 열릴 축제가 다산쯔를 어떤 모습으로 바꿔놓을 지 궁금하다. jj@seoul.co.kr ■ 다산쯔의 어제와 오늘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다산쯔를 ‘문화동물원’으로 부른 중국의 한 원로 예술인이 있다. 또한 그는 이 곳을 “중국전자공업의 ‘역사박물관’”이라고도 했다. 다산쯔는 흔히 ‘798’로도 불린다. 공장지대에 붙여진 번호다. 과거 동독의 기술지원으로 1954∼57년 세워진 중국 전자산업의 요람이었다. 중국의 핵 프로그램과 위성발사기술, 대형 군사 및 산업 프로젝트의 주요 기술 거점이었던 곳이다.58년 공장 준공 이후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으로부터 ‘휘호’를 받았을 때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부심은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었을 정도라고 당시 공장 노동자는 전했다. 그랬던 이곳에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초다. 이 대형 국유기업은 80년대초부터 이익을 내지 못해 다른 공장으로의 노동자 이동이 시작됐고, 베이징의 도심 확대 등과 맞물려 사실상 폐업 상태에 빠지게 됐다. 비어가는 공장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작업장과 숙소가 되기 시작했다. 다산쯔가 현대예술의 거점이 되기 시작한 것은 93년 무렵부터 해외에서 활동하던 중국 현대미술가들이 이곳에 돌아온 것과도 맞물린다. 물론 중국 최고의 미술계 대학인 ‘중앙미술학원’과 화가들의 집단 거주지였던 ‘화자디(花家地)’가 인근에 위치한 점과도 무관치는 않다. 특구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베이징에는 이밖에도 ‘예술구(藝術區)’로 불리는 지역이 몇 곳 있다. 숭좡(宋莊) 등 자생적인 예술인 집단 거주지와 쒀자춘(索家村), 페이자춘(費家村) 등 화랑 밀집지역 등이 여기에 꼽힌다. 베이징 인근에 이같은 문화예술촌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이다. 가장 오래된 것은 위안밍위안(圓明園)으로 알려진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에 형성된 곳이지만 곧 정부에 의해 폐쇄된다. 이후 형성된 예술촌이 숭좡과 베이징 남동쪽 퉁저우(通州)현의 건물밀집지역이다. 숭좡은 대표적인 화가 거주촌으로 다산즈의 많은 화가들이 이곳에서 옮겨왔다. 이 곳에선 지금도 일반인과 화가들이 작품세계를 교감할 수 있는 ‘화가 캠프’도 종종 운영된다. 뒤이어 둥춘(東村), 상위안(上苑), 란산(籃山) 등이 유명 예술가의 거주지와 작업실 밀집지역으로 자리잡는다. 이후 다산쯔에 엄청난 수의 예술가가 집결하면서 예술과 경제분야 모두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자, 쒀자춘과 페이자춘 등에 갤러리와 복합 창작 및 전시공간들이 들어서 오늘날 예술촌이 구성됐다. 이렇게 형성된 예술촌은 해외 예술을 빨아들이는 흡입구요, 중국 현대예술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즈음해 중국의 최대 문화행사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베이징 다산쯔 국제예술축제’도 이 예술촌간의 활발한 교류의 결과로 성장한 것이다. jj@seoul.co.kr ■ 작가 진쩡허가 말하는 다산쯔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주류(主流)가 아니면 살 수도 없었던 중국 예술계에 한줄기 숨통을 틔워 줬다.” 다산즈에서 1년여간 작은 작업실과 전시공간을 갖고 있는 진쩡허(金增鶴·30).‘다산쯔가 무엇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국에는 엄청난 수의 예술가가 있다. 능력도 많지만 생존이 어렵다. 주류만이 겨우 살아나갈 수 있다. 어느 나라든 상황은 비슷하겠지만 중국의 현실은 대단히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미술 작가들은 중국내에서 활동 공간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그나마 현대미술의 주류는 서양미술의 모방에 치우쳤다.”고 질타했다. 작품판매의 활로가 외국에 한정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화랑을 찾아가서 전속 계약을 해야 생활과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100명이 가서 5명도 계약을 따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내 것은 작품의 재료 자체가 비주류적인 것이어서 다산쯔가 아니었다면 활동 공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한국은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지만 중국엔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런(仁) 예술센터’ 매니저인 황이(黃毅)씨는 “쇼든 전시든 작품이든 표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없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꼽았다.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 다른 지역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그래서 전위적이고 실험적이고 특색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고, 외국인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홍콩에도 예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심지어 홍콩보다도 훨씬 현대적인 작품들을 이곳에 전시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유럽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졌다는 중견 화가 스신닝(石心寧)씨는 “많은 수의 예술가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가까이서 다른 이들의 작품 활동을 지켜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전람회 등을 보면서 경쟁심리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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